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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이 시체를 들고 퇴장. 이 동안 장례행진곡. 이윽고 조포소리 은은히 들려온다. [ 작품해설 ] 37 편이나 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이 거의 그렇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4 대 비극의 하나로 분류되는 '햄릿'은 영국문학은 물론이거니와 세계문학 속에 항상 새로운 문제를 제공해 주며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욱 새로운 매력이 발견되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실 셰익스피어의 희곡들 중에서 이 작품만큼 많은 비평가들이 각양각색의 주석과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여러각도로 다룸으로써 여러 가지 설을 낳은 것도 드물 것 같다. "'햄릿'에 관한 논문과 연구목록을 작성한다면 바르샤바의 전화부 두배의 두께가 될 것이다."라고 한 얀 코트의 말에서 우리는 단면을 볼 수 있다. 흔히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햄릿'이 복수의 극, 또는 성격비극, 사랑의 비극, 문제비극, 정치극이라고까지는 불리고 있음을 모두가 그처럼 제각기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해석의 차이 때문이다. 문학의 감동이 창작자와 독자와 만나는 자리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삶의 호흡이라면 '햄릿'은 우리의 가슴에 가장 깊은 감명을 새겨놓을 수 있는 작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셰익스피어의 시적 창작 예술이야말로 너무나 뛰어나기 때문에 신비적인 느낌은 물론이거니와 종교적인 느낌마저도 느끼게 된다. 그 작품에는 매우 현실적인 세계와 매우 낭만주의적이라는 서로 상반된 세계가 씨와 날이 되어 직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등을 맞댔던 빛의 소리와 어둠의 소리가 서로 부딪쳤다가 다시 얽히고 설켜 끝내는 새로운 빛의 소리를 터트리게 된다. 여기서 새로운 빛의 소리란 셰익스피어의 휴머니즘 정신을 말한다. 비극적 리듬에 충만한 '햄릿'이야말로 셰익스피어의 휴머니즘 정신을 가장 심도있게 드러내 보인 희곡이라고 하겠다. 엘시노성의 망대에는 어둠이 죽음처럼 고였다. 찬바람이 불때마다 온 몸의 살갗이 선뜩거렸다. 차디찬 달빛이 서리만큼이나 하얗게 쏟아지는 으스스한 이 희곡의 모두에 나오는 "누구냐?"이라는 대사가 지니는 의미는'햄릿'의 문학세계를 발상에서부터 지배하는 긴요한 단서의 구실을 할 뿐 아니라 극 전체의 상징적인 의미를 띤 주조음으로 끝까지 울려퍼져 나간다는 사실이다. 햄릿은 자기 부친의 죽음이 잔악한 모살이며, 그 모살의 범인이 현재 덴마크의 왕위에 올라 있고, 자기 모친을 왕비로 삼은 숙부 클로디어스라는 것을 망부의 망령으로부터 듣게 되며, 망령의 말은 햄릿으로 하여금 복수의 본능을 자극할 만큼 절절한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햄릿의 뇌리에 이상한 섬광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망령 자체에 관한 의심이었다. 엘리자베드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망령에 대한 두 가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 하나는 선의 망령이요, 또 하나는 악의 망령이다. 그러나 햄릿의 시선 속에는 한 번만이라고 더 보고 싶은 망령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다. 망령이 이들 중에 어떤 것인지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연 망령이 선과 악 둘 중에 어느 것이며 적어도 망령이 한 말의 진실성을 따져 보기 위하여 햄릿이 꾸민 계략이 바로 극중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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