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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서이기는 하지만, 이제까지 그늘에 가려져 왔던 우리 자신 (서양)의 철학적 사유의 차원을 밝혀 줄 것이다. <논어>, 적어도 좀더 논어다운 맛이 나는 <핵심> 부분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철학적 통찰은, (당대) 그것과 대립하였던 제자백가의 이념들이 공자의 학설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곧 바로 은폐되어 버렸다. <논어>속의 주술적, 종교적 측면들에 대한 일정한 강조를 요구하는 이런 통찰은 일반적으로 현대에 들어와서 서양 학문의 영향을 받은 해석들에서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은 결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오늘날 <논어> 독해의 주요한 흐름은 경험적, 인본주의적, 현대 지향적 가르침으로거나, 아니면 플라톤의 합리주의적 이론에 필적하는 또 다른 것(이상적 관념론)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사실 <논어>의 가르침은 <초자연적인 괴력>에 대한 미신 또는 진지한 믿음을 명백히 거부하는 주요한 첫걸음으로 자주 해석되어 왔다. 틀림없이 <논어>의 세계는 질적인 면에서 모세, 아이스퀼로스, 예수, 석가모니, 노자, 또는 우파니샤드 학자들의 세계와 상당히 다르다. 분명한 몇가지 면에서, 사실 <논어>는 인본주의자이며 동시에-여하튼 필요할 때 귀신들에게 제사를 지낼만큼 충분히 전통적이라는 의미의-전통주의자의 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공자는 말하였다. <백성들의 자기가 해야 할 일에 힘써라! 귀신은 거리를 두고 경외하라> 공자의 행동은 언제나 도리에 합당했으며, 그는 <괴이한 일이나, 억지 폭력으로 하는 일이나, 어지럽히는 일이나, (상식에 맞지 않는) 신기한 일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초월적,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노골적인 질문에는 <사람을 섬기는 일도 다 할 수 없는 데, 어찌 죽음을 알 수 있겠느냐?>고 대답하였다. <논어>의 중심 내용을 검토해 보면 주제나 핵심 개념들이 주로 인간의 본성, 도덕 행위, 인간 관계에 관한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당장 알 수 있다. 그 점은 바로 항상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몇가지 주제, 말하자면 예, 인, 서, 충, 학, 악 및 가족적, 사회적 관계나 '군주, 부친 등등에 대한' 의무 등을 규정하는 각종의 개념들을 열거하면 충분하다. 더 나아가서 <논어>의 이러한 현세 지향적, 실천적인 인본주의는 인간의 정신적, 도덕적 행위란 술수나, 행운이나, 신비적 주술이나 그 밖에 어떤 순전히 의타적인 권능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통하여 한층 더 심화되고 있다. 인간의 심성은 타고난 <본성> 성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근면한 학문과 실천적 연마의 질과 양에 따라서 심성을 <형성해 낼> 수 있다. 고상한 심성은 지속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첫째는 어려움이다> <지식인의 책임은 무겁고, 그가 갈 길은 멀다. 인의 실천을 자기 소임으로 삼았으니, 또한 힘들지 않겠는가?> 공자의 걱정은 <덕을 닦지 못하고, 학문을 강의하지 못하고, 의로운 일을 알고도 몸소 그곳으로 가지 못하며, 좋지 못한 것을 개선하지 못할가> 하는 것이다. 공자의 제자들은 자기의 할 일은 경이나 기적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충실하고 진실한 인간, 값진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하여 언제나 자신을 <갈고 닦고 쪼고 단련해야> 한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모든 면은 <논어>의 반주술적인 외양을 보여주는 듯싶다. 여기서는 초월적인 신의 후광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헌신적이고 분명히 세속적인 무미 건조한 도덕주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한 <논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묘한 힘에 대한 믿음을 나타내 주는 것 같은 언급들을 때때로 찾아 볼 수 있다. 여기서 <신묘함>이라는 말은, 어떤 특정인이 예를 올리는 그의 몸짓이나 음송 등을 통하여 자기의 의지를 아무런 억지나 무리없이 올바르고 (자연스럽게) 움직여 나가는 힘을 말한다. 심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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