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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파의 그 남자는 워낙 중과부적인지라 그 자리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지 만, 원체 고집불통이어서 자기 주장을 꺾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매주 일요일 아 침이면 일부러 목사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목사를 XX 씨라고 불렀다. 이 때문에 남자와 목사 사이는 갈수록 험악해져, 한번은 교회 뜰에서 몸싸움을 벌일 지경 에까지 이르렀다가 사람들이 뜯어말린 사건도 있었다. 나는 물과 관계된 종교상의 분쟁에 대해서는 절대 관여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 다. 또 나는 목사를 어떤 호칭으로도 부르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는 할아버지에 게, 이게 가장 안전한 방법인 것 같다, 그때그때마다 성경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 를 생각하다가는 어이없게 지옥으로 떨어지고 말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할아버지는 신이 그런 하찮은 일로 언쟁하는 멍청이들처럼 속이 좁다면 천당 이라도 그다지 살기 좋은 곳은 아닐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다니는 그 교회에는 성공회파에 속하는 가족도 있었다. 그들은 부자여 서 자가용을 타고 교회에 왔다. 교회 뜰에 세워진 차라고는 그 차 한대뿐이었다. 그 집의 뚱뚱한 남자는 일요일마다 거의 항상 양복을 바꿔입고 왔다. 여자는 커 다란 모자를 썼고, 몸집 역시 뚱뚱했다. 그들에게는 어린 외동딸이 있었는데, 언 제나 하얀 드레스에 작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 여자애는 항상 얼굴을 위로 쳐들고 뭔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로서는 무엇을 보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 다. 그들은 언제나 헌금함에 1 달러씩을 넣었다. 그것은 일요일마다 헌금함에 담 기는 유일한 1 달러짜리였다. 그들의 차가 들어서면 목사는 그 앞까지 달려가 차 문을 열어주며 그들을 반겼다. 그들은 언제나 맨 앞줄에 앉았다. 목사는 설교를 하다가 설교단에서 몸을 쑥 내밀고 맨 앞줄을 향해 이렇게 묻 곤 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존슨씨?” 그러면 존슨씨는 목사가 말한 게 사실이라는 걸 확인해주기 위해 고개를 끄덕 였다. 또 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목을 쭉 내밀고 존슨씨가 머리를 끄덕이는 것 을 지켜보고 나서야, 정말 그렇다고 만족스러워하며 다시 똑바로 앉곤 했다. 할아버지는 성공회파 사람들은 노련한 사람들이어서 물 같은 사소한 문제들로 다른 사람과 담을 쌓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선 지가 천당이라고 믿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그 길로 끌어들이기 위해 설득하지는 않았다. 목사는 깡마른 남자였는데, 언제 봐도 똑같은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사방으로 뻗쳐 있었으며, 항상 들뜬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그렇게 안정된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한번도 그의 곁으로 다가간 적이 없지만, 그는 교회 뜰에 모여 있는 사 람들에게 친근하게 대했다. 하지만 설교단에 올라서서 다른 사람들을 내려다보 는 위치에 서면, 그의 태도는 금방 잘난 척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할아버지의 말 에 따르면 설교중에 뛰어드는 무례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목사 가 그렇게 건방지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 목사는 한번도 `물`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실망했다. 나는 차라리 물을 아예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목 사는 바리새파(정통 율법을 중시하는 유대교의 일파. 예수는 그들의 편협함을 비 난해서 그들의 분노를 샀고, 로마 관헌에게 끌려가 처형당했다-옮긴이)에 대해서 는 자주 언급했다. 이야기가 바리새파에 이르면 흥분한 목사는 교단에서 내려와 사람들이 앉아 있는 통로로 들어서곤 했다. 어찌나 심하게 분개하는지 그가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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