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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세번째 방입니다." 아담은 접수직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녀가 가르쳐준 곳으로 갔다. 방은 멋지게 장식되어 있었으며, 책꽂이는 여러 가지의 책들과 의학 잡지들 로 가듣 차 있었다. 줄지어 늘어선 태아 표본들을 보자 이 안을 몽땅 뒤엎 어버리고 싶다는 기묘한 충동이 일었다. 아담은 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진 커 다란 책상 주위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는 타자로 친 수술 보고서 가 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닥터 반데르머가 방에 들어섰다. 그의 겨드랑이에는 반으로 접은 마닐라지 가 끼어져 있었다. "앉으시지요." "아뇨. 괜찮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제 아내의 진단 결과를 확 인하러 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 아내가 유전학적으로 결함이 있는 아기 를 가졌다고 하셨다는데요." "유감스런 일이지만 그렇습니다." "하지만 조직 배양을 하려면 몇 주일이 걸릴 텐데요." 닥터 반데르머는 아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보통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숀버그 부인의 경우는 양수 속에서 바로 관찰 이 가능한 세포들을 얻을 수가 있었지요. 당신도 의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하 지만 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다시피 두 분이 다 아직 젊지 않습니까? 아기는 얼마든지 다시 가질 수 있습니다." "슬라이드를 보고 싶습니다." 반데르머가 고개를 까딱거리며 말했다. "저를 따라 오시지요." 아담에게 자신의 판단이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 다. 반데르머는 나쁜 소식을 전하게 된 것에 대해 진정으로 유감스럽게 생 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반데르머는 아담을 4 층에 있는 세포검사실로 데려갔다. 아담은 안으로 들 어서며 눈을 한참 껌벅였다. 벽도, 바닥도, 천정도 모든 것들이 하얗게 칠 해져 있었다. 방 뒤쪽에는 현미경이 네 대 줄지어 놓인 테이블이 있었다. 그중 하나를 들여다보고 있던 갈색머리의 한 중년 여인이 반데르머 박사를 바라보았다. "코라, 방해해서 미안합니다만 제니퍼 숀버그의 슬라이드를 좀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코라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아담에게 접안렌즈가 두 개 달린 현미경 앞 에 앉도록 지시했다. "혹시 B 스캔 초음파 필름을 원하실가 봐 갖고 왔는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닥터 반데르머는 겨드랑이 사이에 끼우고 다니던 마닐라지를 열어 아담에 게 보여주었다. 의대에서 아직까지 초음파 촬영을 접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아다미 보고 있는 필름을 반데르머가 다시 뺏더니 뒤집은 후 태아의 윤곽을 손가락으로 짚어 보였다.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지요. 여기 고환이 여럼풋하게 보입니다. 이맘때 면 초음팔르 통해서 성 판별을 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만, 이 아기는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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