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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 어깨를 잡고 소파에 앉히며 말했다. "별로......" 나는 그녀를 뿌리치지 못하고 앉으면서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예쁘기도 해라. 한창 나이지.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가 싶어." 그녀는 내 어깨며 팔을 만져보면서 부러운 듯이 말했다. "어때 힘들어요?"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였다. 조윤호가 들어왔다. 퇴근길인 모양이었다. "어머니 다녀왔습니다." 조윤호는 국민학교 학생처럼 양 여사에게 공손히 절을 하고는 나한테도 목례로 인사를 했다. 어쩌면 동생인 조석호와 저렇게도 다를 수가 있을까 싶은 태도였다. "너 혹시 허 양한테 검은 맘 가지고 있는 것 아니니? 어쩐지 네 태도가 이상해. 하지만 똑똑히 알아둬. 허정화 같은 미천한 집 딸을 며느리로 삼을 생각 없어." 나는 양 여사의 그 소리를 들으며 놀라 입을 딱 벌렸다. 양 여사는 나같은 존재는 안중에 없는 것처럼 떠들었다.

4. 형제의 비극 일을 꾸미는 것은 언제나 겁이 없는 정화였다. 우리는 춘천 가는 새 포장도로 입구에서 민훈이 서 있는 것을 목격했다. 나는 반갑고 놀라워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정화의 장난기가 그때처럼 나를 즐겁게 해준 일은 없었다. 그날 정화는 우리들의 차를 끌고 나와 조윤호와 함께 1 박 2 일 코스 드라이브를 가자고 했다. 나와 합자해서 산 자동차지만 나보다 정화가 더 많이 타고 다녔다. 나는 운전솜씨도 서툴 뿐 아니라 차를 몰고 길에 나갔다가 교통순경이나 경찰차만 보아도 그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오금이 저려 차를 더 몰고 나갈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 차는 정화의 독점물이 되다시피했다. "우리 오늘 윤호 씨 싣고 드라이브 가지 않을래? 서울서 춘천까지 1 시간 50 분이면 갈 수 있어. 춘천 못 미처 강촌이란 데까지 가도 좋고." 그녀는 나와 상의하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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