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0

Page 110

뭐가 바빠요. 그건 그렇고 내일 우리 좀 만나야겠어요." "예?" 그는 마치 자기 아내에게 명령하는 듯한 무식한 남편 같은 말투를 썼다. "내일 용인 별장에 갑시다. 아침 열 시쯤 만나 슬슬 가다가 고속도로변서 점심 먹고 우리 아버지 별장에서 하루 놀다 오지 뭐. 요즘 그곳 뜰의 단풍나무도 꽤 볼 만할 꺼고......" "내일은 좀......" 나는 거절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으나 말이 미처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다. "좀은 뭐가 좀입니까? 그럼 내일 10 시 롯데월드 커피숍에서 만나요. 시간 지키고...... 을자 씨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섹시한 옷으로 입고 나오시요. 그럼 잘 자요." 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딱 끊어버렸다. 언제나처럼 자신 만만한 폭군이었다. 내가 자기에게 무엇이기에 이런 무레한 전화를 한단 말인가? 나는 은근히 화가 났으나 다시 전화를 걸어 거절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쩌면 허정화의 죽음에 관한 무엇인가를 캐낼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딴 별장에 단둘이 있게 되면 그 무뢰한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머리를 스쳤다. 그의 거친 행동으로 보아 분명히 나를 곱게 보내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민훈을 떠올렸다. 민훈으로부터 친구인 조석호와 언젠가 용인 별장에 갔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금세 민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훈 씨 내일 뭐해?" 나는 그의 목소리를 확인하자 대뜸 질문부터 했다. "나? 글쎄...... 근데 밤중에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 "아니, 별일 없으면 용인 좀 와 줘." "용인? 거긴 왜? 우리 속담에 살아서는 서울, 죽어서는 용인이라는 말이 있는데......" "엉뚱한 얘기하지 말고...... 용인 조석호 씨네 별장 알지?" "별장? 응, 언젠가 가본 일 있어. 용인이 아니고 양지라는 데야." "내일 그곳에 좀 가보아 줘." "그곳은 왜?"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