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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류오마루 항해일지. 7 월 27 일, 오후 4 시. 날씨, 흐림. 옅은 안개 발생. 파도, 고요함. 항해 계획, 순조로움. 딸아, 항해는 계획대로 되러 가는데도 왠지 나는 불안감이 가득하구나. 불길한 예감이 떨쳐지질 않는다. 오늘 아침까지는 피로가 쌓여 그럴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기상 예보와는 달리 싫어하는 안개까지 끼가 시작했다. 비릿한 안개가 낀 속에서 항해는 또 밤으로 접어들고 있다. 류오마루여. 너는 알고 있는가, 이 항해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나의 마지막 항해의 끝을-나는 일지를 덮고 안개가 낀 바다에 눈길을 돌렸다. 나의 항해 계획은 순조롭게 끝나고 있다. 마지막 한 명이 죽은 것을 확인한 후 독약이 든 작은 병도 바다에 던져 버렸다. 다카모리 선장의 피가 묻은 옷도 구두도 모두 처분했고, 샤워도 수십 번 했다. 완벽하다. 불안해할 요소는 어디에도 없다. 이것은 완전 범죄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 배가 항구에 들어가면 나의 항해는 끝난다. 그것으로 '유령 선장'은 어느 번 다시 나타나지 않게 될 것이다--. 12 배는 오가사와라 해역까지 앞으로 1 시간 반 걸리는 거리에 임박해 있었다. 멀리 오가사와라 섬들이 보이는 거리였다. 그러나 바다는 짙은 안개에 둘러싸여 지금은 섬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짙은 우윳빛 안개 속으로 표류하듯이 나아가는 이 배는 정확하게 항구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어느새 무한한 환상 세계에 빠져든 건 아닐까. 모두가 이런 생각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다. 그래서 조타실에 모두 집합해 달라는 겐모치 경감의 요청이 있었을 때는 오히려 안심한 표정들이었다. 여럿이 모여 있으면 불안한 생각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10 분 후에, 사라진 세 사람과 기관실에 남아 있는 오오츠키를 뺀 전원이 조타실에 모였다. 그중에는 승선한 이래 한 번도 보습을 볼 수 없었던 그 '나카무라 이치로'라는 남자도 섞여 있었다. 방에서 나오길 완강히 거부했던 이 남자는 여전히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합시다."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한 겐모치가 거드름을 피우는 말투로 선언했다. "시작한다고요, 무엇을요? 이제 사건은 다 해결된 것 아닙니까?" 아카이가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아카이만은 사건이 해결된 것을 기뻐하지 않는 것 같다. 취재 대상이 예상을 빗나가 매우 실망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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