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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까지 키를 잡고 있었습니다. 피곤하니 빨리 끝내 주시기 바랍니다." 카노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겐모치는 두말도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당신, 오리엔탈호와 부딪친 유조선의 선원이었다면서?" 그러자 카노우의 얼굴색이 하얗게 변했다. "누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자, 그것보다 어째서 그런 자네가 오리엔탈호의 선원이었던 두 사람과 함께 이 배를 타게 되었는지 말해 보게." 겐모치의 질문은 더 이상 카노우의 귀에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카노우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 소리쳤다. "오오츠키 영감이야! 그 영감탱이가 나불나불 지껄인 거야!" "이봐, 진정해!" "개자식! 죽여 버리겠어!" "카노우!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 겐모치는 당황해 잽싸게 카노우의 겨드랑이 밑으로 팔을 넣고는 힘을 주었다. 건장한 겐모치의 팔에 눌려 움직일 수 없게 된 카노우는 차츰 진정을 되찾았다. "아,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놔 줘요! 아야야야! 팔이 부러지겠어요!" "그러니까 날뛰지 마." 겐모치가 팔을 풀어 주자 카노우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나는 선장을 죽이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경감님. 믿어주세요." "믿게 하고 싶으면 질문에 똑바로 대답해, 알았나?" "아, 알았어요." "자, 먼저 어째서 자네가 이 배에 타게 되었는지부터 말해 봐. 어떤 지병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는 들었는데, 그렇다 해서 끔찍한 인연이 있는 사람들과 같은 배를 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그건...." 카노우가 우물쭈물하자 겐모치는 더욱 다그쳤다. "처음 자네를 이 배에 끌어들인 사람이 오리엔탈호의 선원이었던 와카오지 맞나? 그리고 그 이유는 뭐지? 당신이 타고 있던 유조선 때문에 오리엔탈호가 침몰했을 텐데." "그것은 내 탓이 아닙니다. 나는 그저 견습 선원이었기 때문에.... 내가 나르코렙시(NARCOLEPSIE)의 일종인,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힘들ㅇ오늘날 하자, 도와 준 겁니다." "나르코렙시? 그게 네가 잠들면 깨지 못한다는 병인가?" "아니에요. 나르코렙시는 대낮에 갑자기 잠이 와 자기 시작해 버리는 병인데 내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의사는 그 병의 일종이 아닐까 하던데. 1 년에 두세 번이지만 밤에 잠든 채 만 하루 정도 잠에서 깨지 못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전에 회사에 다닐 때도 몇 번 근무를 빼먹어서.... 잠깐만요, 그런데 내 병이 이 사건과 무슨 관계사 있죠?" "글쎄, 아직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지... 아무튼 그 병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신을 와카오지가 구해 주었다는 얘기지?" "그래요, 그것뿐이에요." "흠... 좋아. 당신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배에서 내리는 대로 자세히 조사해 보기로 하고, 그럼 마지막으로 당신이 오늘 아침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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