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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수술 이후로 더욱 탁해진 음성이 들려왔다. - 예, 저예요. 어머니도 잘 지내고 계시죠? - 내가 잘 지내고 있을 것 같니? 넌 매일매일을 즐기며 사니까 잘 모르 겠지만 난 하루 종일 냄새나는 침대에 누워서 한숨만 내 쉬고 있다. 수술 후에 성격이 약간 이상해진 어머니는 에디한테 시비조로 말했다. - 죄송해요.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고. -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길래 병원에 한번 다녀갈 시간도 없는 거냐? 에 디, 설마 어떤 년한테 푹 빠져서 에미를 아예 잊은 건 아니겠지? - 그럴 리가 있겠어요? 제가 좀 바빠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 주세요. - 그래 그래. 사랑하는 에디야 언제 올 거니? 너 내가 쿠키 좋아하는 거 알고 있지? 연갈색으로 적당히 구워낸 쿠키 말이다. - 그럼요. 나중에 쿠키 사 가지고 찾아뵐 테니까 건강하게 잘 계세요. 에디는 대사도 몇 마디 없는 단역을 맡아서 외국에 간다는 말은 하지 않 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 옆에 있는 간이 의자에 앉은 에디는 어머니 생 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보죠? 에디 옆에 앉아 있던 건장하고 잘생긴 젊은 청년이 말을 걸어왔다. - 아, 예...... - 죄송합니다만, 본의 아니게 전화 내용을 들었습니다. 아, 참 이거 초면 에 제가 괜한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아, 아닙니다. 편찮으신 어머니를 병원에 두고 떠나자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만........ - 네, 어디 멀리 가시는 모양이죠? - 골드다이아코스트 공화국에 갑니다. 전 배우인데, 그곳에서 뮤지컬 공 연을 하거든요. - 아, 뮤지컬 배우시군요? 반갑습니다. 뮤지컬이라면 저도 아주 좋아하거 든요.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 아, 에디 패커입니다. 이번에 공연하는 뮤지컬 제목은<마이페어 레이 디>입니다. 시간이 되면 꼭 한번 오십시오. - 그러죠, 저는 골드다이아코스트 공화국 육군 중위 마이크 머서입니다. 이번에 미국에서 휴가를 즐기고 귀국하는 길이죠. - 아, 군인이셨군요? - 그렇습니다. 그런데 골드다이아코스트에는 처음 가시는 겁니까? - 예, 그렇죠. 실은 그래서 걱정입니다. 그 나라 군인 앞에서 이런 이야 기를 하는 것은 실례겠지만 골드다이아코스트가 유명한 독재국가라서....... - 독재국가라......그렇죠. 청년은 우울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 저도 어쩔 수 없는 나라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에디는 마이크 머서 중위가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머서 중위가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내밀면서 일어섰다. 출국 절차가 시작되고 있었다. - 제 집이 존스톤시에 있거든요. 꼭 한번 연락 주십시오. 제가 한 잔 사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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