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0

Page 91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세상에!" 케트가 말했다. "노예는 벌써 링컨 시절에 해방했잖아. 그 전화 받지 마. 우린 오늘 비번이야." "언제부터 레지던트에게 당번, 비번이 따로 있었어?" 페이지가 말했다. 마지못해 케트가 전화를 받았다. "닥터 헌터입니다." 잠시 상대방의 말을 듣더니 수화기를 페이지에게 건넸다. "닥터 테일러를 찾는데." 페이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았어. 그럴 줄 알았다구..." 수화기를 받아들었다. "닥터 테일러입니다. 여보세요... 아, 톰. 무슨 일... 뭐라구요?... 아니, 지금 막 나가려는... 그래, 그래서... 그 외에 또 다른 증세는... 알았어요... 아니, 괜찮아요... 15 분 내로 도착할 거예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오랜만에 피크닉 한 번 가나 보다 했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대?" 하니가 물었다. "그런 모양이야. 아무래도 오늘을 못 넘길 것 같대. 저녁식사 전에 돌아오도록 해볼게." 페이지가 병원 주차장에 도착해 빈자리에 주차했을 때 옆에 일전에 보았던 빨간 페라리 스포츠카가 있었다. 낮은 유선형 디자인의 차체가 번쩍이는 것이 신품이 분명했다. '대체 수술을 몇백 번이나 해야 저런 차를 살 수 있을까?' 20 분 후, 페이지는 방문객 대기실로 들어갔다. 짙은 색 정장차림의 한 남자가 창 밖을 내다보며 앉아 있었다. "뉴톤 씨?"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습니다." "제가 닥터 테일러입니다. 지금 막 응급실에서 아드님을 보고 나오는 길입니다. 심한 복통 때문에 병원에 왔다고 하더군요." "그랬지요. 하지만 이제는 집으로 데려가야겠습니다." "그럴 수 없어요. 지금 아드님은 비장이 파열되었어요. 당장 수혈하고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요." 뉴톤 씨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여호와 증인 신도입니다. 하느님은 저 아이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으실 거예요. 그리고 난 다른 사람 피로 저 아이의 몸을 더럽힐 수 없어요. 아내가 다급해서 아이를 이곳에 데리고 온 모양인데,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것입니다." "뉴톤 씨, 지금 상황이 얼마나 절박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시는 것 같군요.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아드님은 죽게 돼요." 그는 미소를 띠며 페이지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믿음이 없는 사람 같이 보이는군요." 페이지는 화가 치밀어오르지 시작했다. "하느님이 어떻게 하실는지는 잘 모르지만, 비장이 파열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고 있어요." 그녀는 서류 한 장을 내보였다. "아드님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수술동의서에 보호자가 서명해야 됩니다." 서류를 뉴톤에게 내밀었다.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요?" "그러면... 수술할 수 없지요." 뉴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의술이 하느님의 뜻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