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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래? 그런데 왜 캐런하고 결혼했지? 난 뭐야? 필요없을 때는 떠나갔다가 생각나면 다시 찾는 편리한 존재야?' 알프레드는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렇게 생각 안해?" 페이지는 그의 얼굴을 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난 잘 모르겠어요." 너무나 갑작스럽게 알프레드가 나타났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알프레드는 페이지의 손을 잡았다. "틀림없이 네 마음도 그럴 거야." "캐런은 어떻게 됐어요?" "캐런과의 결혼은 실수였어. 난 계속 당신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어. 우리의 즐거웠던 추억 때문에 몹시 괴로워했어...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자라났잖아?" 알프레드를 쳐다보는 페이지의 눈길은 옛날 같지 않았다. 어느 틈엔가 거리가 생겼고 경계심마저 나타났다. "알프레드..." "페이지, 난 이제 여기에 남을 거야. 샌프란시스코를 말하는 건 아니야. 우리 같이 뉴욕으로 가는 게 어때?" "뉴욕?" "그래. 자세히 얘기해 줄게. 커피라도 한잔 마실 수 있을까?" "물론이에요. 곧 끓일게요. 잠깐이면 돼요." 알프레드는 페이지를 따라 주방으로 갔다. 페이지는 커피 끓일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해 보았다. 그렇게도 그리던 알프레드가 돌아왔는데도 착잡한 느낌만 들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난 많은 것을 깨달았어. 페이지, 그만큼 난 더 성장한 거야." 알프레드가 말했다. "그래요?" "그래. 나는 의사가 된 후에도 계속 WHO 에서 근무했잖아." "알아요." "그렇게 봉사해도 그 나라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와 조금도 달라진게 없어. 어떤 곳은 더 나빠졌지. 온갖 질병과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하지만 당신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었잖아요." 페이지가 말했다. "그랬었지. 그러나 이제는 꿈에서 깨어났어."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오랫동안 내 인생을 허송세월했다는 것을 깨달았어.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하면서 제 앞도 못 추스르는 야만인들을 돌보느라고 하루 24 시간이 모자랐었지. 여기서 개업하면 편안하게 돈 잘 벌면서 살 수 있었는데 말이야." 페이지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뉴욕의 파크 애브뉴에서 개업한 의사 한 사람을 만났어. 그 사람이 연간 얼마나 벌어들이는지 알아? 50 만 달러도 더 된대! 알겠어? 연간 50 만 달러 이상 번단 말이야!" 페이지는 말없이 알프레드의 얼굴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난 생각했지.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가고 나는 여태까지 거지꼴로 살아왔나?' 그런데 그 의사가 나에게 동업하자고 제의해 왔어." 알프레드는 자랑스러운 표정이었다. "난 그 제의를 받아들였어. 그래서 같이 뉴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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