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7

Page 34

오른손을 치켜올렸다. "이젠 다시는 이 근처를 어슬렁거리지 말게. 여기서 어슬렁거릴 일은 없을 테니까." 그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 눈은 거친 빛을 띠고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금이 가고 주름이 진 입 가장 자리에 투명한 침이 한 줄 흘러나와 있었다. 주먹으로 살아가는 싸움꾼들은 불독보다도 예상하기가 어려웠고, 위험하기는 그 갑절이었다. "이것 봐." 나는 기름 깡통을 치켜들었다. 이 물건이 자네 눈을 멀게 할지도 몰라." 나는 그의 눈에 기름을 뿌렸다. 그는 지레 겁을 먹고 고통에 찬 비명을 토했다. 나는 잽싸게 옆으로 빠져나갔다. 그의 오른 주먹이 내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귓대기가 불에 덴 듯 얼얼했다. 내 와이셔츠의 칼라가 찢겨나가 그의 손아귀에서 디룽거렸다. 그는 오른손으로 기름에 흠뻑 젖은 두 눈을 싸쥐고 어린애처럼 끙끙거렸다. 그는 장님이 될까봐 겁내고 있었다. 차도를 반쯤 내려갔을 때 뒷전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얼굴을 보이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생울타리 가장자리를 돌아 내 차가 있는 곳과는 반대방향으로 냅다 뛰었다. 그리고는 걸어서 그 구역을 한 바퀴 빙 돌았다. 컨버터블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을 때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고 문은 닫혀 있었지만 뷔크는 여전히 현관 차도에 서 있었다. 초저녁의 놀 속에서 나무숲 속의 그 하얀 집은 무척이나 평화롭고 아늑해 보였다. 그 집 안주인이 점박이 무늬의 모피 코트를 입고 집에서 나온 것은 주위가 어둑어둑할 무렵이었다. 나는 바퀴가 뒷걸음질쳐나오기 전에 차도 입구를 지나 선세트 대로상에서 뷔크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앞서보다도 훨씬 맹렬히 그러나 보다 어설픈 솜씨로 차를 몰며, 온 길을 거슬러 할리우드로 향했다. 웨스트우드, 벨 에어, 그리고 비벌리 힐스를 통과했다. 나는 한 번도 놓치지 않고 그녀의 뒤를 쫓았다. 모든 것의 종착점이자 또한 수많은 사연의 시발점이기도 한 할리우드와 바인의 모퉁이 근처에서 그녀는 방향을 돌려 어느 사설주차장으로 들어가서는 차에서 내렸다. 나는 거리에 주차한 다른 차들 곁에 차를 세우고서 그녀가 스위프트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의기양양한 숙녀처럼 화려한 모습이었다. 나는 집으로 가서 와이셔츠를 갈아입었다. 벽장 속의 권총이 나를 유혹했지만 나는 권총을 휴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생각 끝에 총집에서 총만 뽑아내어 차 안의 장갑함 속에 집어넣었다.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