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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죽은 사내가 핸들 위로 몸을 숙인 모양이 마치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고도 빠른 여행길에 나설 준비가 끝난 듯했다. 그레이브스의 차는 주유소의 펌프 곁에 서 있었다. 내가 나타나자 그 곁에 서 있던 그레이브스와 태거트가 달려나왔다. 그들의 얼굴은 핼쓱했으나 흥분으로 빛나고 있었다. "검은 승용차였네." 그레이브스가 말했다. "우리는 천천히 차를 몰아 떠나면서 그자가 모퉁이에서 멈추는 걸 봤지.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캡을 쓰고 가죽 점퍼를 입고 있더군." "지금도 입고 있습니다." "놈이 지나가는 걸 봤습니까?" 태거트의 음성은 긴장이 지나쳐서 속삭이는 소리를 냈다. "내 앞에서 차를 돌렸소. 다음번 샛길에 차를 세우고 앉아 있지.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말이오." "아니 뭐라고!" 그레이브스가 소리쳤다. "설마 자네가 쏜 건 아니겠지, 루?" "딴 작자가 그랬소. 총성이 울리고 1 분쯤 지나자 그 샛길에서 크림빛 컨버터블이 나오더군요. 여자가 운전하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로스앤젤레스로 갔어요. 그런데 놈은 확실히 돈을 집었나요?" "녀석이 집는 걸 봤어." "지금은 갖고 있지 않아요. 결국 두 가지 일 중 하나가 일어난 거야. 강도였거나, 동료의 배신이지. 만일 놈이 노상강도에게 당한 거라면 그 패거리들은 그 10 만 달러를 손에 넣지 못한 게 돼. 한편, 놈들이 자기 편을 배신한 거라면 당연히 우리도 배신할 테지. 어느 쪽이든 샘프슨에게는 불리하게 됐는걸." "이제 어떻게 하죠?"하고 태거트가 물었다. 그레이브스가 그에게 대답했다. "공개적으로 나서야지. 경찰에게 나설 기회를 주는 거야. 현상금을 걸고. 그 문제로 샘프슨 부인을 만나야겠군." "한 가지만은 잊지 마시오, 버트."하고 나는 말했다. "이 싸움은 조용히 벌이지 않으면 안돼요. 신문에 나는 일만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만일 노상강도의 소행이라면 놈의 패거리는 우리를 탓할 거요. 그렇게 되면 샘프슨은 끝장이지." "더러운 새끼들!" 그레이브스의 음성은 침울했다. "우리는 약속을 지켰어. 이 자식들을 잡기만 하면 그냥 -" "아직 일의 전말은 모르죠. 확실한 건 어떤 사내가 렌트가 속에서 죽어 있다는 것 뿐이죠. 보안관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겁니다. 별로 쓸모는 없겠지만 그럴 듯한 시위는 되거든. 그 다음에 고속도로 순찰대와 FBI 를 불러요. 가능한 한 많은 인원을 동원하시오." 나는 비상 브레이크를 풀고 차를 약간 움직였다. 그레이브스는 창에서 떨어져 뒤로 물러섰다. "자네 또 어디로 갈 셈인가?" "목표도 모르는 사냥길에 나서려는 거요. 사태가 샘프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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