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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곤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면 노단은 이틀이고 사흘이고 이불을 쓰고 들어 누운채 충혈된 눈동자로 미친 사람처럼 멀거니 천정을 쳐다 보면서 "백추는 나에게 있어서는 인간의 적(敵)인 동시에 예술의 적이다! 그렇다! 따를 재주가 없고나!" 그리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벽에 걸린 백추의 작품---이년 전 제전에 입선되었던 [투쟁]과 마주 앉아서 시간 가는 줄도 잊어 버리고 들여다 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노단은 모든 것에 있어서 지금까지 백추에게 이겨 왔습니다마는 단 한 가지 백추의 예술에는 아무리 아득바득 하여 보아도 이길 수가 없었다는 것만은 술김 수 없는 사실인 듯 하였습니다.

24. 걸작(傑作) '빈사(瀕死)의 마리아' 이리하여 노단과 루리가 그러한 결혼생활을 약 석달 동안이나 계속한 그 해 가을, 루리가 마침내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말았다는 이상한 사건이 돌발하였습니다. 그 때 노단 부부는 못했던 신혼여행을 겸하는 의미로서 금강산 가을 풍경을 향락하고저 약 한 달 동안 해금강 어떤 조그마한 절에 투숙하고 있었는데 어떤 날 아침, 잠깐 산보를 나갔다 온다던 루리가 어디로 갔는지 나간 채 통 돌아 오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노단의 말을 들으면 불이야 불이야 사람을 내세워서 근방 일대를 수색해 것이었습니다. 전보를 받고 나도 달려가 보았습니다마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지요. 결국 소할 경찰서에 수색원 한 장을 제출하고 꿈결처럼 돌아왔을 따름이었습니다. 나의 슬픔도 슬픔이려니와 루리의 이 뜻하지 않은 도회(韜?)로 말미암아 받은 노단의 비탄은 참말 형용할 수 없으리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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