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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무기력한 대답이었습니다. "아, 제전에? 그럼 이게 백 형의 그림이로구려!" "네---왜, 가망이 없습니까?" "아아니---." 나는 그 때 나의 눈 앞에 걸린 그 괴상한 그림이 제전에 입선될 가망이 있는지 없는지---그러한 문제에 관심할 여유를 갖지 못하리만큼, 그림 전푹에서 떠오르는 강렬한 귀기(鬼氣), 일종의 잔인한 악마적 [스릴]을 전신에 느끼고 브르르 떨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투쟁(鬪爭)]이라는 제목을 붙인 그림인데 한 개의 [마이트(權力)]을 상징하는 악마와 같은 거인(巨人)이 배리배리 말라붙은 글자 그대로 해골처럼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거인의 그 커다란 발 밑에서 소인의 복부(腹部)가 마치 행인의 발에 짓밟힌 개구리처럼 시뻘건 내장(內臟)을 배앝어 버리면서 툭 터져 나가는 순간이었습니다. 거인의 얼굴에는 힘과 분노와 악이 엉킬대로 서로 엉키어져 있었습니다마는, 그러나 거인의 발바닥 아래서 무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그 작은 사나이의 얼굴에서 나는 그러한 순간에 우리들이 보통 상상하는 비참한 공포의 표정을 발견하는 대신에 조소---창백한 입가에 떠도는 쇠힘줄같은 비웃음을 발견하였습니다. "무서운 그림! 무서운 필치!" 중학시대에서부터 가지고 온 나의 아름다운 이상---선(善)의 미(美)에 입각한 [로맨티시즘]은 백추의 이 너무나 혹독하고 강렬한 악마주의적 경향에 접함으로써 뿌리채, 송두리째 갈피갈피 찢어져 버리고 마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실로 나에게 있어서는 한 개의 경이(驚異)인 동시에 또한 무서운 협위가 아닐 수 없었지요. 얼마동안 머엉하니 그림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나에게 백추는 누룽지를 쩝쩝 먹으면서 "취미지요. 나의 취미래두 그르셔?" 하고 그는 아까 노단에게 얻어맞은 콧등을 한 번 쓸어 만져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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