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B6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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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덕성은 즐겨보았고 그런 덕성을 외눈의 노인 이 보았다. 덕성의 집은 산기슭에 있어 마을과 멀었고 야철 지에서도 멀었다. 공장들은 그곳에 초가가 있는 줄 몰랐으나 외눈의 노인은 알았다. 그리고 그곳 에 아기가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덕성은 실마루 밑의 디딤돌에 푹신하게 짚을 깔고 있었다. 아기 와 손잡고 디딤돌을 넘어 논두렁을 걷길 바랐다. 올 가을엔 추수도 넉넉하게 해서 두 입이 먹기에 부족하지 않을 듯했다. 짚을 깔고 허리를 펴자 마 당에 손님이 들어왔다. 덕성은 노인을 한참 바라봤다. 노인의 한쪽 눈 에는 흰 천이 둘러져 있었고 머리는 삭발했다. 회 색빛 옷이 두꺼워 보였다. 탁발을 받을 광주리나 보따리가 없는 걸로 보아 수행 중인 스님은 아닌 듯했다. 덕성은 합장으로 인사했고 스님은 받았 다. 스님의 입이 벙긋 거리는데 덕성은 들을 수가 없었다. 덕성은 자기 귀를 가리켰다가 고개를 저 었다. 스님은 몇 마디를 더 했지만 덕성이 계속 같은 행동을 하자 한숨을 쉬었다. 덕성은 스님을 지나 집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마을 방향을 가리 키며 스님을 보았다. 스님은 신발을 신은 채로 실 마루를 밟고 방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덕성이 뛰어 들어와 실마루에 오를 때 스님이 방에서 나 왔는데 아기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또 뭔가 말했 다. 덕성은 손사래를 쳤다. 아기를 넘겨받으려고 다가가니 스님이 뒤로 물러섰다. 덕성은 거칠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아기를 빼앗았다. 스님은 다 시 한숨을 내쉬고 서 있다가 이내 합장을 하고 돌 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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