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37,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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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7 | Wide AR no.37

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성 주거지 정비 프로젝

도록 하지만 으레 건물 내부에서의 공간 배분 문제로

트의 딜레마는, 정비를 통해 주거지 환경이 좋아지

접근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것은 이러

면 당연히 임대료가 올라갈 텐데 그러면 지금 살고

한 공용 시설을 어반 쉐어(urban share), 어반 스페이

있던 돈 없는 사람들은 어디 가서 사는가 하는 문제

스(urban space)로 확장한 개념이다. 훨씬 재미있고

다. 이것은 사적 영역에서는 풀 수 없는 딜레마다. 그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다.

래서 이런 소규모 프로젝트 중 몇 개는 공공 임대 주

민현식: 요즘 목욕탕이 많이 없어진 이유는 집집

택으로 만들어서 해소할 수밖에 없다. 이번 공모전은

마다 욕실이 있기 때문이다. 동숭동에 있는 목욕탕이

이것저것 전제를 달지 않고 사적 영역에서 자발적으

사무실로 변한 것도 근처 시민아파트를 헐면서 이용

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의 모델을 한번 제시해 보는

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고. 정기용 선생이 무주의 동

것으로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개

사무소에 목욕탕을 만든 것도 굉장히 중요한 아이디

별 필지에서 일어나는 행위라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어였다. 사는 사람들의 의식주 해결 방법에 관심을

않겠지만, 합필을 하는 경우에는 다르다. 합필로 인

가지게 되면 상당히 기발한 집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한 에너지가 발생할 텐데 그런 에너지를 몽땅 사적인 것으로 전유하는 게 우려되기 때문에 문제로 삼는 것

그들은 어떻게 사는가

아니겠는가. 사적 전유만이 아닌 뭔가 다른 것이 필

김봉렬 : 대상지에 집합 주택이 형성되면 어떤 사

요한데 그것을 제안해 달라는 거다. 합필을 모두 해

람들이 살 것 같은가? 왠지 4인 가구는 살 것 같지 않다.

도 좋고, 부분적으로 서너 개로 나눠서 해도 좋고, 한 두 개는 놔두고 나머지만 합필해도 좋으니 그것으로

와이드 REPORT

생기는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어디에다가 배분할 것인가, 그것을 중요한 주제로 삼아야 할 것 이다. 김봉렬 : 다세대주택은 계단실 빼고는 공적 영역 이 전혀 없기 때문에 비판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누구를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가 민현식 : 진해에서 1년 여 지냈던 적이 있다. 진해

송인호

에는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는 ‘하숙집’이 없고 단 순히 방만 빌려주는 집만 있을 따름이어서 식사는 밥 집에서, 샤워 등은 인근 목욕탕에서 하곤 했다. 차량

민현식 : 요즘엔 4인 가구 자체가 없지 않나 싶다.

이 출근 시 밥집으로 데리러 오고 퇴근 시 밥집에 데

김봉렬 : 부부만 있는 가구, 1인 가구들이 도시에

려다 주었고, 목욕비는 월급날 약속한 금액을 지불했

가까운 쪽을 주로 찾는데 이 사람들 사는 걸 보면 주

다. 궁색한 샤워실보다 훨씬 나았고, 목욕탕은 안정적

말에도 거의 밥을 안 해 먹는다.

인 수입을 올릴 수 있어서 좋았을 것이다. 이미 그곳

박인석 : 2010년 센서스상으로도 부부와 자녀가

은 ‘방의 도시’였다. 주거 생활에 필요한 기능들이 대

포함된 가구가 반이 안 된다. 자녀가 있든 없든 ‘부부’

부분 도시가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요즈음 다가구,

가 포함된 가구를 다 합쳐도 전체 가구의 56% 정도

다세대주택, 원룸 등을 만들면서 모든 기능들을 갖추

로 절반이 겨우 넘는 수준이고, 이것도 금방 50% 이

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수월한 해결 방법이 아닐

하로 떨어질 것이다. 이미 부부가 있는 가구가 보편

까 여겨진다. 그것이 현대적 노마드(nomade)들의 가

적이지 않은 상황이 됐다.

장 자연스런 ‘공동체’를 만들고 있었다. 따라서 대상

민현식 : 4인 가구라 조사된 가구라도 자녀가, 아

지에 사는 사람을 어떤 사람으로 설정하는가에 따라

버지 또는 어머니가 다른 곳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

‘특별한 주거’를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이다. 이것이 현재의 일반적 가족의 모습이 아니겠

박인석 : 재미있는 말씀이다. 요즘 관심을 모으 는 쉐어 하우징(share housing) 개념은 개인 영역으 로는 방만 제공하고 공용 시설은 한데 몰아서 공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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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가. 김봉렬 : 홍콩은 오래 전부터 부엌이 없더라. 음식 을 사와서 함께 먹을 수 있는 장소, 식당 정도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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