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SE07,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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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장인정신과 완벽시공

삼협종합건설이 함께합니다

SAMHYUB CONSTRUCTION CO.,LTD.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로 220 홍성빌딩 4층 T. 02-575-9767 F. 02-562-0712 http://www.samhyub.kr
김효만作, 스텔라피오레(STELLA FIORE) ⓒSergio Pirrone

Contents & Flow Map

한국의 건축가들 ARCHITECTS IN KOREA · Ⅶ

EDITORIAL

한국 건축의 Emerging Power 전진삼

ARCHITECTS

전진홍, 최윤희-바래 [026]

김효영-김효영건축사사무소 [034]

김영배-드로잉웍스 [42]

조세연, 이복기, 최민욱-노말 [050]

김근혜, 박민성, 이원길-플라노건축사사무소[058]

서자민, 허근일-아지트스튜디오 [066]

김세진-지요건축사사무소 [074]

한지영, 황수용-라이프건축사사무소 [082]

고석홍, 김미희-소수건축사사무소 [090]

박정환, 송상헌-심플렉스건축사사무소 [098]

강승현, 김나운-스튜디오 인로코 [106]

ESSAYS & WORKS

리서치-인스톨레이션-프로젝트 전진홍,최윤희

표현과 낯선 어휘와 지나침의 수사 김효영

자연스런 건축 짓기 김영배

NOMAL+BALANCE=NOMALANCE 조세연, 이복기, 최민욱

플라노 홈즈의 추리 김근혜,박민성,이원길

덩어리와 텍토닉 서자민,허근일

개인적 집요함의 건축 김세진

사용자의 시선에 다가가는

건축의 의도 드러내기 한지영,황수용

어반 티슈의 개별성과 보편성 모색 고석홍,김미희

Simple+Complex=SIMPLEX 박정환,송상헌

목표 장면(들)을 향한 진심 지킴이 강승현,김나운

CREDITS

EPILOGUE

테이블 펠로우십, 땅집사향 ‘커튼콜 2022’ 박지일

SERIAL

김정동의 레코드 재킷에서 음악과 건축 읽기 11[116]

NOTICE

제15회 심원건축학술상 2차 본선 심사 안내[표2]

제32회 김태수 해외건축여행 장학제 공모[11]

2023 W/A 2차 학기 오리엔테이션(3차) [122]

2023 와이드AR 건축평론 공모 추천제 [123]

제185차-제186차 땅집사향 [123]

표지이미지설명:

2022땅집사향이야기손님들의사무소로고모음

구분콘텐트생산자지면 인물

가우디강병국122 강승현,김나운강승현106 고석홍,김미희고석홍90 김근혜,박민성,이원길김근혜58 김세진김기현122 김영배김나운106 김효영김명규16

박정환,송상헌김미현12 서자민,허근일김미희90 조세연,이복기,최민욱김세진74 전진홍,최윤희김승환표4 한지영,황수용김연흥표2 김영배42 김영철표2 김용남9 사무소

김효영건축사사무소김재경20 노말김정동116 드로잉웍스김창균10 라이프건축사사무소김태수12 바래김현섭표2 소수건축사사무소김효영34 스튜디오인로코박달영17 심플렉스건축사사무소박민성58 아지트스튜디오박민철123 지요건축사사무소박상일19 플라노건축사사무소박수정123 박정환98 박지일20,22,115,123 서자민66

문화예술유기체2015_11서정일표2 송상헌98

사건

제15회심원건축학술상2차본선심사안내신창훈18 제32회김태수해외건축여행장학제공모심희준123 제185차-제186차땅집사향오섬훈6 2023W/A2차학기오리엔테이션(3차)우의정8 2023와이드AR건축평론공모추천제이복기50 이세웅123 이원길58

파트너십

간향건축이윤정122 건축공감이치훈5 동양PC이태규표2,표3 마실와이드임근배123 메타건축임성필13 목천문화재단장윤규18 삼현도시건축전진삼20,22,122,123 삼협종합건설전진홍26 수류산방정승이11 시공문화사조세연50 심원문화사업회조진영18 어반엑스건축조택연14 에스오에이건축최민욱50 운생동건축최연웅123 원오원아키텍스최욱3

유하우스건축최원영15

유오스최윤희26

유타건축편집실123

집파트너스건축한동수표2 퓨즈랩한제임스정민7 헌터더글라스코리아한지영82

2 23 : 03-04, Special Edition vol.07
허근일66 황수용82
www.societyofarchitecture.com soa@soaaos.com Tel +82-2-6407-0559 Fax +82-2-6404-1559
「하이커 그라운드
www.u-haus.co.kr UHAUS ARCHITECTS

TSKAF

T.S.Kim Architectural Fellowship Foundation tskaf.org

자격요건

한국에서 건축학위를 받은 만35세 미만의 대한민국 국민 (단, 외국에서 공부하지 않은 자)

제출자료

1차 : 포트폴리오(자신이 직접 창작한 건축 작품 또는 예술 활동을 통해 만든 작품들로 구성)

지원서(웹사이트 내 지원양식 다운로드)

2차 : 여행계획서(목적, 계획)

선정방법

· 1차 제출된 포트폴리오 심사 후, 예선 통과자 선정 · 예선통과자는 여행계획서를 제출처에 제출, 2차 면접 후 최종 수상자 1명 선발

제출처 03041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119 목천빌딩 10층 (재)목천문화재단

김태수 해외건축여행 장학제 담당자 앞 tskaf.org에서 확인 요망

재단법인 목천문화재단 Mokchon Foundation

mokchon-kimjungsik.org· 미디어 후원 : 와이드AR

제출기한: 2023년 4월 28일 (우체국 소인 기준)
한국의 젊은 건축가에게 세계건축여행기금 $17,000 수여합니다.

Fu’s Lab

HYPER HOUSING

Cho,Taigyoun

Song,Injo

Lyu,Xin

Liang,Zhiqi

Ji,Zexin

Hwang,Jeongseok

Xiao,Xiaoyu

Yoon,Dami

Li,Xinyi

SuRyuSanBang

아주까리 수첩 ⑥ 이우성 산문집 『좋아서, 』 LEE Wooseong Essay 『I Like it,』

수류산방 樹流山房 SuRyuSanBang | 2023년 1월 30일 | 296쪽 | 18,000원

『GQ』 『아레나』 『데이즈드』 … 피처 에디터였던 시인 이우성의 10년의 기록! 세계를 다정한 호기심으로 읽어 내려는 45편의 이야기.

“나는 겨우겨우 사회 생활이라는 걸 해 나갔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늦은 밤이었다. […] 나는, 시간이 어디론가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시간

들이 어디로 가는 게 아니었다. 그 시간들이 나를 여기로 데려다준 것이다.”[275~277, 고백 3]

Photo © [Suryusanbang ] Lee Jheeyeung

ARCHITECTS IN KOREA Ⅶ

BARE-Bureau of Architecture Research & Environment

KHYarchitects

DRAWING WORKS

NOMAL

PLANO architects & associates

플라노건축(박민성,김근혜,이원길) 바래(최윤희,
전진홍) 드로잉웍스(김영배) 김효영건축(김효영) 노말(최민욱, 이복기, 조세연)

AGIT STUDIO

Jiyo Architects

LIFE architects

SOSU ARCHITECTS

Simplex Architecture

STUDIO IN LOCO

중계본동(2011) Ⓒ김재경
소수건축(김미희,
스튜디오 인로코(강승현,김나운)
한국의 건축가들 Ⅶ
라이프건축(황수용, 한지영)
고석홍) 아지트스튜디오(허근일, 서자민) 지요건축(김세진)
심플렉스(박정환,송상헌)

한국 건축의 Emerging Power

본지는 2017년 이래 매년 3-4월호를 [한국의 건축가들]

특별판(Special Edition)으로 제작해오고 있다. 올해의 이

책은 그 일곱 번째 결실이다. 2006년 10월에 첫 걸음을 뗀

땅집사향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건축가 초청 강의〉 시리즈의

이야기손님들을 본지의 지면에 초대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기

시작한 것은, 짐작하시겠지만 한국의 건축가를 집성하는 연속된 작업이라는 일차적 목표 외에 소개되는 건축가들 저마다가 그 시점의 한국 건축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오피니언으로서 지금, 여기의 문제의식을 대변함과 동시에 각자가 풀어나가는 건축의 해법을 공유하자는 데에 있다.

금번 특별판 기획을 통해 지난해 땅집사향에 출연했던 11건축가(팀)에게 아래 문항의 공통 질문지를 전달했다.

1-귀하(혹은 사무소)의 건축 뿌리(건축 학습과 실무의 계보)에 대해 기술해 주십시오.

2-귀하(혹은 사무소)의 건축의 취향 혹은 태도에 대해 기술해 주십시오.

3-기 발표한 땅집사향에서의 이야기주제를 중심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4-귀하(혹은 사무소)가 진단하는 오늘날 글로벌 건축의 핵심 키워드와 그 배경에 대해 기술해 주십시오.

5-기타; 상기 1)~4)항의 질의 방향이 마뜩치 않을 경우 귀하(혹은 사무소)가 발의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셔도 됩니다.

지난 1년, 땅집사향은 〈건축가 초청 강의〉(시즌6) 2라운드를 통해 ‘Emerging Power’라는 타이틀 아래 그에 부응하는 건축가(팀)을 초대하였다. 내용적으로는 현 시점에 한국 현대 건축의 중추로

역할하는 30~40대 건축가들을 선정하여 그들이 관심하는

건축의 주제를 듣고 묻는 자리였다. 시간과 장소의 여건상 전달의

한계가 있음을 전제로 지면에서 그들의 진술을 남기는 과정은

건축가(팀) 자신들의 건축 동선을 정리하는 기록의 의미를

넘어서서 건축의 장(場)에 비평과 담론의 자료를 공개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금번 특별판에 소개하는 건축가(팀)들은 한국 현대 건축 지형의

폭이 매우 다양하게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천명하는 작업의 태도에서 우리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가 있다. 동시대 건축가들의 공통된 주제어를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건축의 민도도 확인할 수 있을 터이다. >> 건축의 진짜 모습은 사용자의 시선이 공간과 마주할 때 드러난다는 것이다. 시선은 사용자와 무언가 사이의 눈길이다. 하나의 공간 안에서 다양한 종류의 시선, 서로 다른 깊이의 시선이 가능해지면, 그 공간은 더 풍요로워진다.-「라이프건축」

입면을 표피로 생각하지 않고, 도시의 움직임 속에서 경험되는 하나의 공간으로 간주한다. 벽돌, 석재, 금속, 유리 등 일상적인 재료들은 장소, 사람들의 다양한 움직임을 통한 시선의 변화, 자연, 시간 등 외부적 요소들과 반응하여 다양한 디테일로 변주된다. 도시의 시간과 함께 진화할 수 있도록 자연에서 오는 재료들을 선택하고, 변화를 담을 수 있는 질감을 재료와 재료의 의외의 만남 혹은 재료의 다양한 구축 방식 등으로 만들어 낸다.「소수건축」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도시 풍경에 단순함의 미학을 더하는 것이 도시 경관의 밸런스를 찾아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단순함의 미학이 가장 아름답다고 단정해서가 아니다.

과잉된 도시 풍경에서 환경과 사용자가 조금 더 드러날 수 있는 방법은 덜어냄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물질이 아닌 또 다른 풍요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플라노건축」

>> 순서대로 일관되고 명확한 지향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작업에 따라 지향하는 바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돋보이는 것보다는 건축에 생각을 담아낼지에 관심이 있는 것, 건축이 스스로 깊이를 가지고 폭은 넓어져 다수가 공감하고 그 감각이 선명해지기를 바라는 것.-「지요건축」

건축물이 배경처럼 존재해야 할 때와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때는 각 프로젝트와 대상지마다 각기 다르다. 계획을 진행하는 방향이 끊임없이 의도(주제)를 명료하게 하기 위한 과정이듯, 그 과정에서

EDITORIAL
22

형태를 만들고 매스를 논의함에 있어서 도형·조형적으로 불필요함 없이 명쾌해지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디벨롭을 한다. 그 과정에서 유지하고자 하는 고유한 미 혹은 감각이 있다면, 그것은 끝까지 지켜가는 치밀함 속에서도 가져갈 수 있는 러프(rough)함, 거칠기, 균형을 깬 균형 같은 것으로 대신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아지트스튜디오」

간절히 원하는 목소리는 때론 낯설고 불편하거나 혹은 좀 못생겨 보이더라도 무릅쓰고 용기를 낸다. 때문에 표현에 있어 지금의 소용이 있다면 건축에서든 바깥의 어디에서든 빌려오기도 하고, 강조와 대비·과장 등의 지나침의 수사를 동원하기도 하였으나, 내용이 가려질 정도로 복잡해지거나 유희적으로만 보이는 것은 애써 경계하여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 하였다.-「김효영건축」

나는 건물을 만들 때 지금 설치한 모습이 새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적당히 때가 타길 원한다. 건물 사진을 찍을 때도 준공하자마자 찍으면 너무나 어색하다. 잡초도 자라지

않았고 건물도 깨끗하기 때문에 땅과 건물 벽과 담장이 만나는

모습이 어색하다고 느껴진다. 망가지지 않았지만 적당히 자연스러워지는 것, 적당한 흔적이 묻었을 때 그 모습을 바라는 거다. 거기에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집기류가 놓이고 뭔가 보수를 하는 모습들이 앞으로의 미래의 건축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드로잉웍스」

지나간 작업과 건축가는 멀어져도 멀리 있을 수 없는 관계, 마음속으로 수시로 안부 묻는 사이가 된다. 집이 잘 지내기를, 공간이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일방향의

관계로 오래 남는다.-「스튜디오인로코」

우리는 건축에 담겨있는 ‘시간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불변의 가치에 대해 여러 건축학적인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우리가 더욱 탐구하고 싶은 지점은 그 어느 때보다 산업과 사회의 역학 관계가 빠르게 변모하는 오늘날의 환경과 조응하는 건축의 생산과 경험이다. 그런 맥락에서 어떻게 건물의 생애를 마치게 할지, 최대한의 재활용을 통해 어떻게 폐기물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건물을 지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바래」

예전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기후변화, 환경 문제들이 점점 우리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지속가능성은 건축가로서 계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인데, 때로는 ‘친환경’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겉보기에만 그럴싸해 보이는 요소들을 건물에 적용하는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는 실질적으로

환경에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심플렉스건축」 >> 건축 설계 업계에서 우리의 나이는 어렸고, 건축시장 안에서 젊은 디자이너에게 거는 기대는 새로움 보다는 저렴함의 기대였다. 부분적으로는 무료 업무를 요청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합리적인 선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제안서는 특정 의뢰인들에게

아쉬움 없는 배부른 청년들로 보였던 것 같다. 건축 설계라는 것에 대해 그림 몇 장 그려주는 일로 생각하거나 이해가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계획설계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보다 저렴한 제안서를 만드는 대신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충분히 그리고 쉽게 이해를 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노말」

건축의 의도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11건축가(팀)들이 축적해 온 방법론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이다.

건축인에게 30~40대는 세상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기임에 틀림없다. 그런 연유로 본지가 소규모 아틀리에 조직에

근간한 각자도생의 해법에 관심을 두는 것은 한국 현대 건축의

표정과 수준을 일별하는 것을 넘어서 이들이 헤쳐 나갈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에 대한 준비성에의 자기검열이 필요한 시기임을

역설하기 위함이다. 본지 또한 이들의 행보를 계속 저널링 하며

응원의 시선을 떼지 않을 것이다. ‘행복의 건축’을 위하여!

글. 전진삼 본지 발행인, 건축비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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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4 *본문에 사용된 모든 시각자료(사진, 도면 등)는 각 건축사사무소로부터 제공받았으며 건축 사진 및 건축가가 특정한 도판에 한하여 해당 페이지 내에 크레딧을 표기하였습니다. 상세 정보는 p.114 참조바랍니다.

ESSAYS+WORKS

BARE-Bureau of Architecture Research & Environment [26]

리서치-인스톨레이션-프로젝트

KHYarchitects [34]

DRAWING WORKS [42]

NOMAL+BALANCE=NOMALANCE

허근일

Jiyo Architects [74]

개인적 집요함의 건축 김세진

LIFE architects [82]

사용자의 시선에 다가가는 건축의 의도 드러내기 한지영, 황수용

SOSU ARCHITECTS [90]

Simplex Architecture

[98]

Simple+Complex=SIMPLEX 박정환, 송상헌

STUDIO IN LOCO [106]

목표

25
전진홍,
최윤희
표현과 낯선 어휘와 지나침의 수사 김효영
자연스런 건축 짓기 김영배
NOMAL [50]
플라노 홈즈의 추리 김근혜, 박민성, 이원길
텍토닉 서자민,
조세연, 이복기, 최민욱 PLANO architects & associates [58]
AGIT STUDIO [66] 덩어리와
어반 티슈의 개별성과 보편성 모색 고석홍, 김미희
장면(들)을 향한 진심 지킴이 강승현, 김나운

리서치-인스톨레이션-프로젝트

BARE Bureau of Architecture Research & Environment

글. 전진홍, 최윤희

바래(BARE—Bureau of Architecture

Research & Environment)는 전진홍과

최윤희가 2014년에 설립한 건축

스튜디오로, 역동적으로 변모하는 도시의

환경과 시간에 조응하는 사물의 생산과

순환 체계에 관심을 두고 리서치 기반의

건축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재료 분류

수집 로봇에서부터 키네틱 파빌리온, 장소 조건에 적응하며 형태를 달리하는

입체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환경에

개입하는 크고 작은 장치들을 고안하는

프로젝트를 다수 선보여 왔다.

전진홍은 AA스쿨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OMA와 공간그룹에서 실무를 쌓았다.

최윤희는 케임브리지대학교와

AA스쿨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윌킨슨

아이어 건축사사무소(Wilkinson

Eyre Architects), 제이슨 브루즈

스튜디오(Jason Bruges Studio)에서

실무를 쌓았다.

두 사람은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서울전 공동 큐레이터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2025년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개관전을 앞두고 전시 부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BARE의 시작

우리는 영국 AA스쿨에 재학 중에 참여한 후크파크(Hooke Park)에서 진행된 크로싱(Crossings)

워크숍에서 만났다. 이 워크숍은 방학 기간 동안 학생들이 함께 머물면서 숲에 필요한 것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자급자족 방식이었기에 숲에서 벌목할 나무를 고르고, 재단하고, 운반하고, 설치하는 모든 과정을 학생 스스로의 힘으로 해야 했다. 미리 무언가를 계획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하며 주어진 조건을 활용하는 자세가 중요했다. 그 과정에서 ‘머리로 만들고 손으로 생각하기’를 훈련할 수 있었고 디자인과 메이킹을 분리하는 대신 동시에 수행하며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었는데, 이는 지금 바래가 하는 작업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크로싱 워크숍을 통해 우리는 설치 작업 이후 3년간 전시를 몇 번 하면서, 일련의 과정을 기록한 자료들이 전시를 통해 또 하나의 프로젝트로 거듭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개념과 스케치 위주의 가벼운 전시가 나중에는 워크숍 과정을 기록한 사진전, 모형이 추가된 그룹전으로 발전하면서 전시가 또 다른 창작의 결과물로서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배웠다. 이 경험 또한 우리가 전시와 설치를 건축적 의미를 생산하는 창작물로 인지하고 작업하는 배경이 되었다.

AA스쿨 졸업 이후에 각자 실무를 하면서 거대자본의 흐름 속에서 탄생하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아닌 다른 방식의 사고와 생산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서로 공감하며 독립을 결심하게 됐다. 영국 윌킨슨아이어(WilkinsonEyre)와 같은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하는 동안 학생 때 접했던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건축과는 달리 현실 속 실무는 서비스 업무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크게 아쉬워했고, 이후 소규모 워크숍 공간에서 직접 인터랙티브 조명을 만들면서 예술 작업을 하는 제이슨 브루스 스튜디오(Jason Bruges Studio)에서 앞선 경험과는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다. 한국에서 재직 중이었던 공간그룹의 법정관리 사태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를 계기로 건축가가 거대 자본의 흐름에 기대어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적 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어렴풋하게나마 OMA와 같이 클라이언트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관심사를 연구하고 생각을 발전시켜 나아가는 능동적인 건축가의 모습을 그렸던 것 같다. 이 사건과 함께 앞선 경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주체적인 건축가로서

내적 논리를 갖추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을 품고 바래를 시작했다.

리서치와 연작

바래(BARE)는 ‘Bureau of Architecture, Research & Environment’의 약어다. 건축, 리서치, 환경이 순서대로 나오는데 이는 건축의 처음과 끝을 담아 이름을 지은 것이다. 우리에게

건축의 처음은 리서치인데, 리서치는 모두에게 각기 다른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맥락을 이해하려는 태도이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훈련이자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력을 위한 소통의 도구다. 우리는 리서치 결과를 토대로 크고 작은 장치를 제작해 다양한 환경에 개입하는 일련의 실험과 탐색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리서치-인스톨레이션-프로젝트 순으로 작업을 발전시켜 나가게 되는데, 리서치로 작업을 시작하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몇 개의 인스톨레이션을 통해 발전시키면서 프로젝트화 하여 우리가 가진 관심과 주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자 한다.

EMERGING POWER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하게 된 까닭은 앞선 영국에서 과정을 중요시하는 사고의 교육과 실무도 있었지만, 스튜디오를 연 초반에 진행했던 서울 우사단로 연작을 통해 하나의 프로젝트가 단일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의 무엇을 위한 씨앗이 되고, 서로 영향을 주면서 확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우사단로 연작은 2013년에 진행한 《촉촉 어반 프로젝트》라는 약 2개월 간의 이벤트/프로그램으로 시작해서 보다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도시적·건축적 제안을 담은 《크로싱 우사단로》(2014)로 발전했다. 이후 앞선 두 작업에서 축적한 우사단로에 대한 정보와 이해력을 바탕으로 지역에 잠재되어 있는 자생력을 찾아 단계별로 구체적인 상상을 한 결과가 〈도킹 시티(Docking City)〉(2015)였다.

재개발 계획으로 물리적인 변화가 멈추었지만, 거주민들이 필요에 의해 건축적 요소를 변용하고

그 지역 생태계가 작동되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종류의 이동망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서울과 같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계획이 실행되는 과정에 많은 변수가 있고, 그러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변화에 조응할 수 있는 체계와 형상에 대한 관심을 키워온 듯하다. 이러한 ‘건축적 요소의 변용’과 ‘도시적 요소의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설계스튜디오의 주제 (20152022)가 되어 학생들과 폭넓게 탐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지역 고유의 특성을 지닌 건축 자산을 보전·활용하는 연구용역과 전시장 안팎에서 설치되고 사라지는 사물/장치로 건축을 비추어 보며 생애주기에 대한 의미를 환기해주는 창작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27 1.
1 2
BARE, Docking City in Action(2014, Video)_stillcut 2. BARE, Docking City

우사단로 연작 외에도 세운상가군에 신설되는 보행 데크를 포함한 을지로 일대의 재활용 산업을 조명하며 로봇 운용시스템을 제안한 〈루핑 시티(Looping City)〉(2017~) 연작, 제1회 한국무역 박람회(1968)부터 구로지역의 변모 양태를 살펴보고 지역의 구체적 목소리를 입체미디어

설치물로 담아내며 ‘장소적응형(site-adaptable)’ 개념을 발전시킨 〈꿈 세포(Dream Cells)〉(2018~ ) 연작 등이 있다. 〈루핑 시티〉 연작은 컨셉 비디오와 드로잉으로 시작했다가 작은 크기의 프로토타입, 1:1 스케일의 실제로 작동하는 로봇을 탄생시켰고, 〈꿈 세포〉 연작의 경우는 여러 전시

공간에서 수차례 유연한 구조체로 펼쳐지며 각기 다른 환경에 조응해 왔다.

구축의 재료, 공기 우리가 건물에 가까운 스케일로 구축한 작업으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협업하여 설치한 〈에어빔 파빌리온(AirBeam Pavilion)〉(2020)이 있다. 코로나19가 심각해져 감염 환자들을 위한

음압 병실이 현저히 부족했던 시기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로, 예상치 못한 장소에 음압 병실이 긴급하게 필요할 경우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공간을 크기를 필요한 장소에 맞춰 다르게 할 수 있고 항공 이송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우리는 에어빔 모듈 개수의 변화를 통해 공간의 크기를 변형할 수 있는 ‘에어빔 모듈 시스템’을 고안했다. 여러 개선점이 과제로 남았지만 단 몇 시간 만에 대형 공간을 구축할 수 있었고, 6개월의 시범운영을 거치면서 임시병동으로 인증을 받게 되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사회적 결과물로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공기’를 구축의 재료로 관심 있게 살펴본 첫 번째 계기는 지진에 대응하여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에어 캡(Air Cap)〉(2016)과 〈에어 캡 파빌리온(Air Cap Pavilion)〉(2016)이었다. 〈에어 캡〉은 지진 시 머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모자로,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의 특성을 고려하여 평소에는 가방, 방석, 파우치와 같이 일상적인 용도로 휴대가 가능하고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 어디서나 신속하게 조립과 해체가 용이하도록 고안되었다. 필요에 맞게 최소 단위로 다양하게 결합되어 벤치, 침대 등의 가구나 보호소와 같은 대형 임시 공간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일정한 공기층의 형성은 내부 공간에 단열과 방음의 효과를 주고, 가구로서 다양한 체형에 맞게 변형되어 안락함을 제공한다는 점은 가구와 건물 사이의 그 무엇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에어빔 파빌리온〉과 〈에어 캡 파빌리온〉은 감염병과 지진이라는

서로 다른 상황을 배경으로 시작되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재난)이

발생할 경우 어디에나 존재하는 공기를 사용하여 필요한 자원의

이동을 최소화하며 대형 공간을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긴급한 용도를 다하면 해당 장소에서 사라져야 하는 숙명을 지닌 구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속도와 소멸, 그리고 소멸 이후의 재사용은 공기를 구축의 재료로 삼았기에 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구축의 재료로서 공기에 대한 관심은 개인전 《어셈블리

오브 에어(Assembly of Air)》(팩토리2, 2021)를 통해 ‘Assembly’라는 설계/제작 방법론과 ‘Air’로 표상되는 비건축적 재료의 결합으로 조망하는 기회를 가졌다. 나아가 건물로 존재하지 않는 건축, 건축의 생산과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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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ARE, Looping City_Waste Leftover(2017, Concept Image) 4. Looping City_Sampling of Sewoon(2019, Concept Image) 5. Looping City_TUBO 2020 (2020) Ⓒ배한솔
7 6 3 5 4
6. BARE, Dream Cells_Venice Biennale Korean Pavilion(2018) Ⓒ김경태 7. Dream Cells_MMCA(2019) Ⓒ신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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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BARE, Air Bean_air module Ⓒ배한솔 10. BARE, Air Cap Pavilion Ⓒ신경섭 11. BARE, Air Bean_collection of MMCA_installed at Assembly of Air Ⓒ신경섭 12 Air Bean_collection of MMCA_installed at Assembly of Air_detail Ⓒ배한솔 13. AirBeam Pavilion_Air Bean_installation view_Assembly of Air Ⓒ배한솔 14~17. BARE, AirBeam Pavilion Ⓒ배한솔 18. AirBeam structure Ⓒ배한솔
30 19, 21~22. BARE, Air Cell Ⓒ배한솔 20. Air Cell roll up Ⓒ배한솔 23. BARE, Air Rest Ⓒ배한솔 24. BARE, Watch and Chill 2.0_concept image_2022 25. Watch and Chill 2.0 Installation view Air Mount Ⓒ신경섭, Image courtsey of MMCA 26. Watch and Chill 2.0 Installation view Air Rest Ⓒ신경섭, Image courtsey of MMCA 22 2326 25 24 21 20 19

그리고 순환에 대한 질문을 보다 구체화 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 교류전인 《감각의 공간, 워치 앤 칠 2.0》을

통해 공기가 지닌 특성을 다른 방식으로 발현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늘

그곳에 존재하지만 시각적으로 인지하기 어려운 디지털 데이터의 순환을 이와

유사한 속성을 지닌 공기로 치환하고자 했다. 공기라는 재료의 특성이 디지털

세계에서 데이터가 순환하는 구조와 닮았다고 생각했고, 전시를 통해 항상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비가시적 존재를 어떻게 가시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전시에서 우리는 개별 단위인 〈숨 세포(Air Cell)〉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여

〈에어 레스트(Air Rest)〉와 〈에어 마운트(Air Mount)〉를 선보였다. 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생성하거나 분열하는 데이터를 은유하는 것이었지만, 단일한

오브제 단위를 넘어 여러 미디어 디바이스, 그리고 거기에 담긴 작품들과 맺는 관계를 고민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크고 작은 공간의 변화 속에서

단위 유닛의 조합이 변주되며 점진적인 체험이 연속되는 여정을 제안하고 싶었다. 하나의 〈숨 세포〉는 사운드와 이미지를 담는 기능을 하다가 그것이

모여 조합되면 〈에어 레스트〉가 되어 사람의 신체와 결합하여 감각을 촉진하는 장치이자 가구가 된다. 수십 개의 〈숨 세포〉를 쌓아 만든 〈에어 마운트〉는 마치 수많은 데이터가 증폭된 듯한 ‘감각의 지형’으로써 디지털 세계를 유영하는 듯한 공간 경험을 유도하고자 했다.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들은 모두 공기구조물이었기에 특히 가벼워 이동이

용이하고 설치와 해체가 쉽다는 점이 발휘되었다. 전시 종료 이후, 해외 협력기관에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 일부를 항공으로 보냈고, 사전에 전달한 가이드 영상(Air Rest Packing / Unpacking)만을 통해 손쉽게 설치되는 의외의 성과가 있었다. 이 전시를 통해 한 가지 더 발견할 수 있었던 가능성은 공기구조물이 가지는 한계를 새로운 방식을 통해 생명력을 이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공기가 얼마나 주입되느냐에 따라 그 모양과 크기가 달라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설계 단계에서 정확한 데이터를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시 종료 이후에 〈숨 세포〉 실물을 3D스캔하여 데이터화 했고, 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가상 공간의 애니메이션 〈Air Cells in the Glow〉을 제작했다. 은유의 대상이 되었던 ‘공기’를 ‘디지털 데이터’ 그 자체로 재탄생 시키며 흥미로운 방식의 이동과 순환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생동하는 건축의 순환

우리는 건축에 담겨있는 ‘시간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건축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영속성을 지닌

기념비적 건축에 대한 열망이 주요하게 자리 잡아왔다고 생각한다. 불변의 가치에 대해 여러 건축학적인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우리가 더욱 탐구하고 싶은 지점은 그 어느 때보다 산업과

사회의 역학 관계가 빠르게 변모하는 오늘날의 환경과 조응하는 건축의 생산과 경험이다. 그런

맥락에서 어떻게 건물의 생애를 마치게 할지, 최대한의 재활용을 통해 어떻게 폐기물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건물을 지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짧은

기간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시적인 작업들이 폐기되는 대신에 달라지는 장소의 성격에 맞춰 변형과 이동이 용이한 모듈을 고안하거나, 재사용/재활용이 용이한 구조물, 부분적 교체와 변형이 가능한 공간을 조직하는 방법 등을 탐구해오고 있다.

모듈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표준을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 운반, 설치 체계로서 근대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의 (대량)생산 체계에서 추구했던 경제성과 효율성을 위해 만들어진 (어쩌면 지금은 폐기된) 개념을 우리는 다른 차원으로 이어 보고자 하는 탐색의 일환으로 접근하고 있다. 고정된 절대적인 미를 위한 특정 형상을 디자인하는 방법론 대신에 가변식 모듈을

통해 ‘변화가능한 시스템’ 디자인의 가능성을 열어보고자 한다. 단일한 무엇을 제공하는

31 27. BARE, Air Rest Unpacking Packing title 28~33. BARE, Air Rest Unpacking stillcut
28 27 29 30 31 32 33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의 필요나 참여를 통해 형상이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차 복합적이고 다원화되는 사회에서 디자인의 민주화, 여러 종류의 사용성, 자원순환성 등에 대한 모색이기도

하다. 어느 조건에 적합한 최적의 설계안이라 할지라도 어느 시점이 지나면 최선의 설계안이라 부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어떻게 잘 만들고 잘 쓰이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인식의 범주를 넘어 어떻게 잘 사라질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면, 우리가 안고 있는 전지구적 환경 문제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현대건축이 천착한 여러 논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보다 발전시킨 것이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선보였던 미래 탄소중립 시대의 지속가능한 쉘터에 관한 〈인해비팅 에어(Inhabiting Air)〉와 〈에어 오브 블룸(Air of Blooms)〉 (2022) 작업이다. 공기에 에너지(e)를 품었다,라는 의미의 〈에어리(Air(e))〉라는 작은 크기의

모듈형 로봇 유닛을 개발하고, 이 유닛들이 모여서 구축하는 두 종류의 쉘터를 선보였다.

〈에어리〉는 이동가능한 사물이 지능을 가져 스스로 자기 조직이 가능한 방식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 되었는데, 사람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스스로 이동해서 필요한 공간 만큼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고, 인터랙티브한 입체 멀티미디어 장치로 기능하기를 기대했다. 더 나아가 온도나 일조량에 따라 모듈에 부착된 공기 보호막이 부풀었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하며 변화되는 내외부 환경에 맞춰 안락한 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이러한 생각은 에너지의 자급자족을 탄소중립 시대의 중요한 동인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생산하는 전기 에너지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건축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자 하는 시도였다. 전시를 통해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운 자연을 대상으로 한 맞춤 거주지로 모든 생명체들이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인해비팅 에어(Inhabiting Air)〉와 과밀화된 도심에서 필요한 만큼의 공공 휴게 공간을 형성하는 〈에어 오브 블룸(Air of Blooms)〉으로 구체화했다.

리서치 과정에서 우리는 젬퍼(G. Semper)가 이야기한 ‘건축의 4요소’ 중 모든 요소의 중심이 되는 화로(hearth)를 시작으로, 밴험(R. Banham)과 달그레(F. Dallegret)가 통합적인 설비기계만 있으면 최소한의 주거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 〈Environment-Bubble〉(1965)에 주목했다. ‘화로’를 ‘설비(standard living package)’로 해석한 〈Environment-Bubble〉을 선례로 두고, 6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어떠한 것이 변화했는지 살펴봤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인류가 맞이한 환경적 위기에 대한 의식이 고취되었고, 기술이 하루 단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 시대와 다른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사람 간의 연결을 도와주던 기술이 이제는 사물 간의 연결을 촉진하고 있는 점을 주요한 변화 조건으로 상정하여 ‘가구적인 건축’의 관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가전적인 건축’으로 똑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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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E, Air of Blooms Ⓒimage courtesy of Hyundai Motorstudio 37~38. BARE, Inhabiting Air Ⓒimage courtesy of Hyundai Motor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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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물들이 스스로 공간을 생성하고, 에너지를 생산하고, 기후에 조응하고, 내외부에 열려 있고, 쉼과 휴식이 있고, 너와 내가 교감하며 어울려 살 수 있는 ‘유연한 쉘터’를 제안하고자 했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의미 있게 바라보는 점은 그간 공적 기금 성격의 예산으로 여러 기술적 시도에 일정 부분 제약이 존재했는데, 이 커미션 작업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공기에

대한 관심을 깊게 탐구하고 다양한 재료와 기술의 접목을 복합적으로 시도함으로써 스튜디오의 지향점을 가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건축적 실험들이 보다 적극적인 차원의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시의 제한적인 조건들을 넘어서 전시장 밖 실제 우리 삶과 함께 해야 하는 도전적인 과제들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33 39~40. BARE, Inhabiting Air_detail Ⓒimage courtesy of Hyundai Motorstudio 41~42. BARE, Air(e) nature Ⓒ바래 43. Air(e) Ⓒ바래 44~45. Air(e) urban Ⓒ바래
39 4045 42 44 43 41

글. 김효영

김효영은 단국대학교와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여러 젊은

건축가의 아틀리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다가 김효영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였다.

건축이 만들어지는 상황에 감정이입하여

성격을 찾아내고 표현하며, 이를 통해

드러나는 질문으로 건축과 지금의 우리를

묶어내려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2022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였고, 영주시, 서울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공공건축가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건축학과의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 〈울산 바닷가 벽집〉, 〈자람터

어린이집〉, 〈점촌 기와올린집〉, 〈문경

복터진집〉, 〈압구정 근린생활시설〉, 〈동해

무릉3지구 폐쇄석장 리모델링〉, 〈인제

스마트복합쉼터〉 등이 있다.

표현과 낯선 어휘와 지나침의 수사

김효영KHYarchitects건축사사무소

EMERGING POWER

두 집

처음 기억하는 집은 방이 세 개인 ㄱ자 한옥집이다. 부모님과 함께 자던 나는 누나들의 방을

가려면 신발을 신어야 했고 밤에는 떨어져 있는 재래식 화장실에 가기를 끔찍이 싫어할 만큼 불편했지만, 화단에서 담장을 타고 자란 포도를 따먹고 겨울엔 처마의 고드름을 따서 놀고 일 년에 몇 번은 장독대에 올라 불꽃놀이를 관람하기도 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5학년 때 토목설계를 하던 아버지께서 계획하여 지은 양옥집으로 이사했다. 도로에 면한 상가건물의 2층에서 뒤쪽으로 출입구가 연결된 탓에 그럴듯한 대문과 마당을 통해 들어오는 경험이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중층에 있는 거실의 높은 천장과 계단을 비춰주는 지붕의 창문이 무척 신기했다. 드디어 생긴 2층의 내 방문을 열면 반 층 아래 거실에서 부모님이 소파에 앉아 계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잦은 누수와 고장으로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집에서 어머니는 아직도 살고 계시지만 곧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 가까이 있는 두 집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나는 아직 공간을 생각할 때면 두 집의 기억을 번갈아 떠올리곤 한다.

1~2.동해 무릉3지구 폐쇄석장 리모델링 Ⓒ황효철
1 2

두 학교

미술을 공부한 두 누나들과 같이 미대로 진학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쳐 비슷한 것을 찾아 막연히 건축을 선택했지만 고집스런 성격 탓인지

그 이후에는 다른 길을 고민하지 않았다. 건축학도를 꿈꾸던 고등학생 시절 미학을 공부하던

큰누나의 책꽂이에서 꺼내 읽은 철학과 미학의 개론서들은 아직도 나에게 지도가 되어준다.

그렇게 진학한 단국대학교 건축과에서 김수근 선생님의 제자로 알려진 이범재 교수님 한 분에게 선택의 여지없이 졸업할 때까지 설계를 배웠는데 운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한 학기에 4~5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특별한 이론이나 사례의 언급 없이 여러 상황의 기본이 되는 내용들을 전달하려고 노력하셨고, 내 학점은 좋지 못했지만 형형한 눈빛과 함께 건축에 대한 진지하고 열정적인 태도를 배운 것 같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잡지나 외국서적을 통해 접하게 된 새로운

건축의 경향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우연히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의 졸업작품집을 보게 된

후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김준성 선생님, 김우일 선생님, 헬렌 박주현 선생님과 또한 열정적인 건축의 동료들을 만나 새롭고 다양한 건축의 방향을 배울 수 있었고, 특히 건축의 자율성과 비판성에 대한 관심을 분명히 할 수 있게 되어 지금도 그 계보 안에 내 작업의 위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35 3~5.동해 무릉3지구 폐쇄석장 리모델링 Ⓒ황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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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무실 대학원의 논문학기 지도교수님이던 헬렌 선생님의 부름으로 라스(LARS)에서 실무를 시작했는데 주로 진행되던 프로젝트의 실시도면 작성과 현장 감리 등을 수행했다. 헬렌 선생님이 미국으로 가시면서 김우일 선생님과 이민아 선생님이 운영하던 협동원으로 가게 되었고 일 년 남짓의 기간 동안 크고 작은 공모전을 했지만 아쉽게도 성과가 없었다. 소개로 가게 된 신혜원 선생님의 로컬디자인(lokaldesign)에서는 막 시작하던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고 대상이 확대되며 리모델링에서 신설까지 이어져 꽤 많은 수의 나들목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개소하기 전 마지막 사무소였던 김광수 선생님의 스튜디오 케이웍스(studio K-works)에서는 주택의 감리에서 공공 프로젝트의 설계, 연구용역과 전시에 이르는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게 되었는데, 〈달로 문학관〉이라는 전시 프로젝트가 무척 재미있었고, 김광수 선생님과 지방을 함께 다니며 많을 얘기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네 사무소의 작업영역(라스의 소규모 민간 프로젝트, 협동원의 공모전, 로컬디자인의 토목구조물, 케이웍스의 다양한 작업들)도 모두 다르고, 소장님들의 성향도 많이 다르지만 이 모두가 자양분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돌아보니 서로 다른 것들 - 한옥과 양옥의 두 집의 기억, 두 학교의 서로 다른 교육, 네 사무소의 서로 다른 성향의 작업에 대한 경험이 쌓여있는 듯하다. 여기에서 출발한 것들이 어떤 것도 큰 위계를 가지지 않은 채로 뒤엉켜 근본 없음으로 이야기되는 나의 정체성이 된 것일까?

36 8 9 6. 동해 무릉3지구 폐쇄석장 리모델링, 드로잉_2층 전시공간 7. 4층 전망카페 8. 중앙홀 계단 9. 증축 코어
6 7

태도

딱히 어떤 방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항상 ‘건축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건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려고 했고 그것은

‘건축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는 많이 다른 태도임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대상을 탐구하는 학자나 보이지 않는 이상을 추구하는 구도자가 아니라 만들어짐에 관여하는 작자로서의 태도이다. 작자가 만든 무엇은 우리와 관계한다. 이것은 관계지향적인 태도이다.

37 12 13 10~11. 문경 복터진집 Ⓒ진효숙 12. 문경 복터진집, 형태스터디 드로잉 13. 공간개념 드로잉
10 11

문제의식 나의 문제의식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지금 건축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가? 건축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한쪽으로 종속되어 계속 소비되거나 복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관계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주거나 받는 것이고, 좋은 관계는 서로 상호적이어야 한다. 친구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예술작품은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우리와 건축이 어떤 가치를 주고받으려면 각자 주체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주체적인 존재는 성격을 가지고 발화한다. 좋은 사물은 말을 건다고 하질 않던가.

상황과 성격 사실은 엉성한 질문으로 꽤 오랜 시간 한 바퀴를 돌아 생각보다 뻔한 결론에 도달하다보니, 이것은 논리의 문제라기보다 온도와 강도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질문은 ‘내가 건축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고, 이 관계지향적인 태도는 나-건축-우리 사이의 상황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건축이 주체성을 가지기 위해 어떤 성격을 가져야 한다면 작자로서의 내가 건축이 태어나는 상황을 배척함 없이 얼마나 긍정하고 포용하는가와 함께 그 상황 안에 감정이입하여 우리와 관계하는 성격을 찾아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게 느껴졌다.

38 14~15. 압구정 근린생활시설 Ⓒ진효숙 16. 압구정 근린생활시설, 내부공간 Ⓒ진효숙 17. 압구정 근린생활시설, 구조 엑소노 18. 입면 엑소노 19. 입면도 1819
14 16 15 17
39 20~22, 25~26. 인제 스마트복합쉼터 Ⓒ진효숙 23~24. 인제 스마트복합쉼터 드로잉 26 21 22 20 25 23 24

긍정의 태도와 감정이입

긍정의 태도와 감정이입은 건축을 뜨겁게 만들어준다. 사람이 태어날 때 성별과 피부색, 나라와 지역, 부모와 가족 무엇 하나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건축의 태어남도 대지와 용도, 각종 법규와 제약, 건축주의 의도와 취향, 예산의 한계와 자본의 논리 등 싫다고 쉽게 부정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긍정한다는

것은 좋은 것만 취하는 것이 아니라 싫은

것도 이해하고 포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감정이입은 나를 그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그 부대낌 안에서 녹아든 상황들은 마치

신화의 인물들의 탄생설화처럼 하나의 서사가 되고, 그 서사를 통해 어떤 성격이 태어난다.

1.식당

2.주방

3.거실

4.다용도실

5.보일러실

6.화장실

27. 점촌 기와올린집, 엑소노 28. 점촌 기와올린집 평면도 40 28 27
7.현관 8.방1 9.방2 10.방3 11.화장실

표현과 낯선 어휘와 지나침의 정도

성격이 서로 다름을 바탕으로 관계를 목적한다면, 그 성격을 가진 건축의 이야기가 전달되기

위하여 얼마의 강도로 표현되어야 하는가가 내용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강도의 세기는 간절함의 크기이다. 간절히 원하는 목소리는 때론 낯설고 불편하거나 혹은 좀 못생겨 보이더라도

무릅쓰고 용기를 낸다. 때문에 표현에 있어 지금의 소용이 있다면 건축에서든 바깥의 어디에서든

빌려오기도 하고, 강조와 대비·과장 등의 지나침의 수사를 동원하기도 하였으나, 내용이 가려질 정도로 복잡해지거나 유희적으로만 보이는 것은 애써 경계하여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 하였다.

의심(결심)

사물이 성격을 가진다는 것, 건축이 말을 한다는 것은 시적인 일이다. 한편으로 발언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든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은 정치적인 일이다. 시적인 것이 마음을 움직이고 정치적인 것이 행동을 불러일으키기까지는 요원하겠지만 당장 크게 뱉은 목소리에 누가 눈길이라도

주었는지 아니면 눈살을 찌푸렸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더 크게 소리를 질러야 할지도 고민해볼 일이다.

41 29. 교차하는벽 Ⓒ황효철 30. 울산 바닷가 벽집 31. 자람터 어린이집 Ⓒ황효철 32. 과학기술대학교 수연관 환경개선 Ⓒ김효영 33. 등원초 꿈담 놀이터 Ⓒ김효영 34. 등원초 꿈담교실 Ⓒ김효영 32 34 33 30 31 29

글. 김영배

드로잉웍스는 밀집된 도시-건축과 자연

환경의 인상으로부터 잠재된 희미해진

흔적을 재해석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연을

환기시키는데목적을 두고 실현하는 건축

기반의 디자인 사무소이다. 건축을 더불어

설치 미술, 전시, 공공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 경우에 따라서 여러

분야 전문가와 협업 디자이너들을 통한

탄력적인 운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작업은 〈공유부엌 리틀아씨시〉,

〈고민정 국회의원 지역사무소〉, 〈기아

미래 전기차컨셉 연구〉, 〈제천 고라미집〉,

〈썸북스 갤러리〉 등이 있다.

김영배는 대전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메타에서 9년간 실무를 한 뒤

2018년 드로잉웍스를 설립했다. 설계와

제작의 긴밀한 협업 체계를 위해 2021년

시공관리 전문회사(PM)인 공정도가를

공동 설립해서 디자인-빌드 오피스로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있다.

자연스런 건축 짓기 드로잉웍스DRAWING

스튜디오 메타

WORKS

2005년 2월 양구에서 군복무 시절 우연히 〈박수근 미술관〉을 봤다. 토속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선을 가지고 있는 건물이라 생각했다. 이후

졸업을 앞두고 사무실을 고민하던 중 당시 양구의 〈박수근 미술관〉을 스튜디오 메타에서 설계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들고 무작정 사무실을 찾아가 두 번 만에 우의정 소장님을 뵙고, 이후 한예종 연구실로 가서 이종호 교수님과 인터뷰를 하고 출근을 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며 설계를 배웠던 시간보다 메타에서

모든 것을 학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타는 내가 학창시절부터

고민하던 현대의 한국 건축을 이끄는 이상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도시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속에 깊이 내재하는 현실성을 읽어낸다. 소박하지만 일상적인 우리 삶의 모습 속에 여유로움을

선사하기도 하고, 땅을 치유하며 작은 도시가 문화를 내세우며 새롭게 생성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종호라는 건축가이자 교수를 알고 찾아 갔지만 지난

2005년 이후부터 주로 대학의 도시건축연구소에서 작업을 하셨기에

나도 프로젝트 진행시에만 사무실에서 소통하곤 했다. 반면 9년 넘게 옆에 붙어서 지낸 우의정 소장님은 내게는 사수이자스승 같은 분이시다. 건축을 대하는 관점과 기본계획의 전개, 문화적 소양, 사람을 대하는 자세, 인성까지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따라했고 엄중한 조언도

많이 들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의정 소장님 또한 메타

설립 시점부터 이종호 교수님과 함께 작업해 오셨기에 그의 사상이

자연스레 반영된 모습을 배웠다고 생각된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데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근무시절 틈틈이 국내외 공모전에 참여하여 수상하기도 하고

예술 작업 및 전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실무 경험을 해나가며 나는

이론 작업을 더 다지고 설계 경험을 더 쌓고 싶어서 여러 공모전에 참여했다. 협업을 통해 예술, 건축, 조경, 공공디자인 등 다양한 디자인

영역에 도전을 했다. 공모전마다 수십 팀이 참가해 당선 확률은 낮았지만 그 결과물은 아이디어 폴더에 하나씩 쌓아 놓고 언제든

디자인 대안으로 활용하며 발전시킨다. 이렇게 아이디어가 모이면서 내

건축적 사고의 발전 과정을 스스로 깨달아 왔다. 1년 정도 메타에서 퇴사를 고민하다 2018년에 독립을 했다. 메타 내에서 성장하길 바라는 우의정 소장님의 조언도 크게 고민이

되었지만, 나만의 작업 방식 또는 건축관을 펼쳐내고 싶다는 욕심이

매우

컸다. 퇴사 후 6개월간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치며 메타와 우의정 소장님의 곁에서 진정 독립을 하게 되었다.
EMERGING POWER

디자인 스튜디오 드로잉웍스

갑자기 떠오르는 건축적 발상에 기대어 작업하기보다는 대지에 내재되어 있는 잠재력을 발굴하고

지역성을 토대로 극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건축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창의적이며 또한

추상적인 것을 풀어내는 작업이다. 다소 모호할 수도 있는 예술에 비해 현실적인 건축에서 초기 컨셉과 실제 실무 간의 간극은 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건축 실무에서 ‘컨셉’의 단계는 소모되고, 심지어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건축 작업도 그 아이디어의 출발이 다른 예술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즉 예술이지만 그것을 건축물로 드러내는 것, 컨셉에 집중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에 주목한다. 이것은 드로잉웍스가 건축과 인테리어의 구분 없이 초기에 설정했던 컨셉을 실내의 분위기까지 이끌어가려고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는 지속가능한 건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모든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건축은 책임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을에 집 한 채를 짓더라도 단순히 그 건물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을의 역사와 지속적 분위기를 건축가가 만든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성을 기반으로 사고하고 새로운 것들이 추가되었을 때 벌어질 먼 미래를 바라보는 예측을 하며 주변과 같이 상생하고 공유하는 건축, 그것이 바로 드로잉웍스가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건축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최대의 고민은 드로잉웍스 만의 일관적 색깔을 어떻게 매 작업물에 녹여낼지가 고민이다. 이것이 매번 다른 건축주와 대지 그리고 닥쳐올 많은 도전에도 방향성을 가지고

모험을 멈추지 않을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 모두를 고려한 책임감을 가지고 자연과 소통하고 공공에 기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드로잉웍스는 앞으로도지속가능한 건축을 향한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작업의 태도

먼저 우리가 수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클라이언트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도시와 건축의 관계 그리고 태도에 대한 생각들은 건축가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이라면 우리에게

의뢰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지도 중요하다. 구상한 개념을

해석한 계획안과 함께 주요 재료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모형과 추상적인 조감도 작업을 진행한다. 이는 준공 시까지 시공자와도 공유되어 초기 개념을 이루어내기 위한 우리의 간절함이

담긴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시공자에게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이상을 설명하기 위한 두 가지 결의

결과물을 제시한다. 모든 프로젝트는 건축과

인테리어 팀이 전담해서 도면을 작성하고

주요한 디테일 도면들은 시공 시까지 계속해서

그려 나간다. 디테일은 부분이라기보다는

전체와 같다고 본다. 부분에 한정하지 않고

전체의 분위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43 1. 서프하우스 모형 2~3. 서프하우스 ⓒ윤준환 4. 산본 파빌리온 투시도 5. 산본 파빌리온 ⓒ윤준환 45
12 3

우편함, 도시가스, 계량기 덮개, 전열, 전등의 방식 등 사소한 것까지 다 계획하지만 이런 도면은 현실(시공비, 작업 여건)에 타협하기 십상이다. 처음 구상 단계부터 노력해왔던 개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모형과 추상적인 투시도를 전달하고 이것을 만들이 위한 고민을 소통한다.

그동안 함께 작업해온 팀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최재덕 실장] 건축물이 주변의 환경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지를 고려하며, 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모형 및 3D로 건물의 형태를 검토하고 모형을 제작하면서 어떤 부분이 시공상 어려움이 있는지 혹은 주변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고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내는지를 확인 후 클라이언트와 소통을 통해 실시설계를 진행한다. 실시설계 진행 시 건축물 내외부의 디테일을 신경 쓰며,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는지 고민을 하며 진행한다. 또한, 감리를 통해 시공 시 놓친 부분은 없는지, 설계단계와 시공단계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없는지, 달라지면 어떻게 하면 주변과 어울릴 수 있는지를 다시 확인하며

진행한다.

[석진주 실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눈여겨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자연의 질감과 선형들을 오마주 해서 건축주도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서현지] 첫 영감을 받는 자연의 인상을 설계에 담고자 한다. 허나 완전한 자연이 아닌 우리의 신경을 담아 가공된 자연을 건축에 머물게 한다.

땅집사향에서는 ‘자연스러운 건축’ 이라는 대주제 아래 다섯 가지의 소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영감을 주는 장소, 자연스러운 풍경, 표면의 깊이, 그리고 의도된 투박함, 오래된 미래 이러한 것들이 자연스러운 건축을 만드는데 생각하는 주제들이다.

영감을 주는 장소

영감을 주는 장소라는 것은 도시나 자연으로부터 잠식되어 있는 흔적이나 그 순간의 장면들 보고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또는 누군가 모를 사람이 만든 오래되어 방치된 흔적들을 통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작업과 연관되어 주변 환경이나 자연을 환기시키는데 많은 영향력이 있다.

가장 최근에 제천의 주택을 설계하면서 첫날 뒷산을 갔다가 돌아오는데 오미자 터널을 보았다.

오미자를 재배할 때 터널의 형태를 활용하는데 오후 4-5시쯤 해가 나무에 가려서 저 끝에만 해가 떨어지는 사진 못지않게 실제로도 터널이 끝나는 지점의 빛이 화사했다. 이 앞에서 보면 가지와 줄기, 열매가 그냥 말라 있고 복잡하긴 한데 터널의 끝은 자연의

44 6. 제천주택 모형 7. 제천주택 8. 오미자밭 터널 ⓒ김영배 8
조명을 통해서 영화에서 본 천국을 가는 통로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자연스러운 조명이나 조도가 내는 색감을 내 작업에 적용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6 7

2021년 양양에 주택을 설계하고 시공하면서 1년 반에서 2년 정도 계속 가던 곳이었는데 그날 해가 질 때의 모습을 봤는데 모든 곳이 주황빛이었다. 길이며 사물이며 모두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그 모습이 황홀했고 이런 모습을 가끔 서울 한강변에서 본 적은 있었다. 내가 늘 오던 곳이었는데 또 다른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구나, 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강화도를 지나서 석모도를 들어가는 제방 길을 달리고 있었는데 제방 너머가 궁금했다. 지도에는 바다가 있었다. 그날 순간적인 호기심으로

넘어갔는데, 위에서 보니까 그 끝이 하얗다. 당연히 서해안이니까 갯벌 때문에 검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순간 여름인데 눈인가 생각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까 염분이 빠지고 마르고 남은 흔적이었다. 천천히 물이 빠지면서 진흙이 마르고 염분도 그 위에 자연스럽게 그러데이션을 만든 땅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건물을 설계하고 마지막에 재료를 표현할 때 어떻게 하면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가 양산한 제품을 계속 찍어 놓으면 오와 열을 맞추게 되고 틀어지면 꼴 보기 싫은데 자연은 항상 무질서해 보이는데도 질서를 가지고 있다.

2018년 부여의 부소산성을 들어가게 되었는데 입구 초입부터 박석을

하나하나 깔아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깔려있는 박석과 울창한 숲길을 올라가는데 누군가는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지막하며 가파른

경사가 아닌데 박석을 깔은 이유가 뭘까, 란 생각을 했다. 지역의 재료로

만들면서 당시에 의미가 있었나? 깔려있는 패턴들이 너무 자연스럽다.

사이즈도 다 다르지만 고르게 쭉 깔려있는 모습이 세잎클로버의 밭을 보는 느낌이었다.

가평의 통나무가 쌓여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이 물건을 적재하려고

쌓아놓은 것이다. 이런 장면들도 보면 유사한 형태지만 사이즈도 다르고

나이테들도 표현이 다르다. 이런 것들이 모여 있는 모습에서 유사성이 확장된 느낌이 들어 인상적이었다. 건축물로 말하자면 아파트의 입면 창호가 이런 것들처럼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2018년 거제도에 전망대를 설계하면서 통영을 지날 때 일이다. 굴 껍데기가 쌓여있고 저 너머에 산이 같이 있는 모습을 봤다. 우리가 산 그리고 나무의 잎을 점점 들여다볼수록 세밀한데 굴도 마찬가지였다.

하나하나 보면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굴 껍데기들이 쌓여 있으면서 내

눈에는 굴 껍데기 산으로 보였고 마침 저 뒤에 있는 산과 구름과 함께

겹쳐져 있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것도 무심하게 던져 쌓았지만 조화로울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45 9. 양양 죽도해변 2021 ⓒ김영배 10. 석모도 갯벌 ⓒ김영배 11. 부소산성 박석 ⓒ김영배 12. 가평 통나무 ⓒ김영배 13. 굴껍데기 ⓒ김영배 13 12 11
9 10

자연스러운 풍경 언제부터인가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을만한 장면들을 계속 모아오고 있다. 최근에도 이런 장면을 보고 건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몇 개 있었다. 자연과 건축 사이에 그리고 자연의 재료와 우리가 새로 만드는 재료들이 어떻게 풍경으로 조화를 이룰지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자연을 모방하는 건축을 만들겠다는 뜻은 아니다. 자연이라는 말을 표현하는 게 우리가 일상의 삶을 지내면서 정서적으로 자연과 건축의 인공물의 중간 영역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돌아다니면서 인상적인 장면들을 계속 봤는데 때로는 그런 경우가 있었다. 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그날의 기후, 온도, 나의 컨디션에 따라 그 장소를 특별하게 볼 때가 있다. 그러다 건축을 통한 어떤 풍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는 지극히 주관적이면 안 되겠단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수 있을만한 풍경이 무엇일까. 누구나 저건 절경이다, 진짜 자연의 절경. 어떤 건축물이나 구조물을 만들었을 때 그 곳은 모나지 않고 자연스럽다, 라는 말을 듣고 싶다.

46 14. 거제 전망대 ⓒ이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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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의 깊이

표면의 깊이를 이야기할 때 처음 볼 때는 입면에 대한 얘기이지 싶지만 그 얘기를 포함해서 볼 때 건축의 표면 뒤에는 다른 공간이 있다고 여긴다. 그 공간 너머에 양피지 같이 여러 결의 공간이

있을 거다. 그 공간은 계절에 따른 것으로 우리가 어떤 조명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다르고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깊이감이 있는 안쪽의 깊은 한 공간을 계속 찾아가면서

우리가 오솔길을 걸을 때 보면 다른 장면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계속

작업을 하게 되고 재료를 하나 선택을 하더라도 재료가 창과 개구부 관계를 통해서 좀 더 깊이감 있게 만들어지는 방식을 고려한다.

곡면의 금속패널에 소나무 그림자가 맺힌다.

파도가 넘실되는 선형을 오마주로 울퉁불퉁한 선을 가지고 왔다.

47 15~19. 산본 파빌리온 ⓒ윤준환 20. 산본 파빌리온 ⓒ드로잉웍스 19 18 17 16 20 15

의도된 투박함 자연의 모습들은 무질서해 보이기도 하고 다양하다. 복잡한 질서와 대척된다. 예전에는 건축은 단순하고 모던하게 건축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다. 디테일은 투박하긴 하지만 짜임새만큼은 세밀하고 허술하지 않게 해야 된다고 한다. 재료가 어떻게 그 형상과 함께 절제된 선을 강조해서 만들어야 되나, 투박함이 가지는 재료의 성질이 어떡하면 잘 드러날 수 있을까. 이런 작업들을 하게 된 것이 도시에서의 작업들이었다. 주변을 보면 오랜 시간, 시대를 풍미하는 건축 양식들과 자기들만의 건축 사업적 목적에 따라 조화롭지 않은 모습들이 많았다. 그 곳에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건물은 어떤 모습으로 이 땅의 맥락과 같이 만들어져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을 때 내가 내리는 결론은 투박하지만 세밀하게 보면 디테일이 상당한 건축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그게 오히려 앞으로의 풍경을 다시 정화시켜줄 수 있는 방법이지 않나 생각했다.

21. BT1 ⓒ윤준환 22~24. 썸북스 갤러리 ⓒ드로잉웍스 25. 썸북스 갤러리, 매스다이어그렘
21 2425 23 22 48

오래된 미래 앞으로 지속적으로 관찰시키지 않을까 한다. 앞에 부분의 자연스러운 풍경이나 의도된 투박함의 결과에는 미래도 현재진행형으로 있어야 되는 건물로 인지하고 설계를 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다

보면 흔적도 사라지고 또는 흔적이 살짝 남아 있기도 하지만 새로운 재료를 덧씌우기도 하고

그걸 통해서 모호함이 연출되기도 한다. 과거는 언제를 말하는 건가란 생각을 하면 지금 말하는 순간에도 1초만 지나도 과거가 되는 거고 이 공간을 벗어나면 과거가 된다. 오랜 시간 대지에 있던 건축 그리고 자연과 동화되고 있는 것들이 주변 모습과 다시 새로운 재료를 통해서 만나게 될 것이다. 기존 재료와 새로운 재료 또는 기존 모습과 새로운 모습의 시간 차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나는 건물을 만들 때 지금 설치한 모습이 새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적당히 때가 타길 원한다. 건물 사진을 찍을 때도 준공하자마자 찍으면 너무나 어색하다. 잡초도 자라지 않았고

건물도 깨끗하기 때문에 땅과 건물 벽과 담장이 만나는 모습이 어색하다고 느껴진다. 1년이 지나도 쉽게 망가지지 않게 하는 것은 설계자의 디테일과 기술력의 기본기이다. 망가지지 않았지만 적당히 자연스러워지는 것, 적당한 흔적이 묻었을 때 그 모습을 바라는 거다. 거기에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집기류가 놓이고 뭔가 보수를 하는 모습들이 앞으로의 미래의 건축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나가며

글로벌 건축의 화두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어 모른다. 한때 국외로 프로젝트를 알릴 방법이

없을지 고민한 적이 있지만 글로벌 화두에 맞춰서 작업을 할 수 없지 않나, 란 생각과 세계에서

한국 건축의 위상은 경제, 과학 분야에 비하면 변방국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서였던 것 같다.

그래서 보다 한국적 건축에 대한 고민에 집중할 것이고 언젠가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이 필요로

할 때 준비가 되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질문은 한국 건축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었던 것 같다. 현존하는 건축의 가치에 대해서라기보다는 한국의 현대 건축가들의 작업 속에서 나름 그 인자를 인식하려 했다. 이런 물음에 현대 건축을 만드는 해외 유명 건축가들의 파장은 우리가 유지하고 가꾸어 온 토양마저 위협하고 있으나 우리가 가야할 길을 우리가 모르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 김수근의 건축과 그 뒤를 잇는 많은 건축가들의 작업이 지닌 사고의 앙금은 이 건축 토양의 밑바닥에 깊숙이 자리한 공통의 배양체이지만 한국적 정체성을 펼쳐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현 시대 한국의 젊은 건축가로서 융합과 인문학적 인식을 통해 그 돌파구를 열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경계 없이 폭넓은 작업 영역과 다양한 건축 어휘들이 요즘 젊은 건축가들로부터

보여지고 있다. 잘 정리된다면 디자인 말고도 다른 방식을 통해서 우리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49 26. 고민정 국회원 지역사무소 ⓒ윤준환 27. 리틀아씨시 ⓒ김재경 28~29. 제천주택 ⓒ윤준환 30. 합정동 프로젝트, 컨셉 스케치(Ink wash on Canson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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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세연, 이복기, 최민욱

조세연

Parsons school of design 건축과를

졸업하고 studio ai New York과

와이즈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NOMAL을

설립, 일상 속에서 사람과 공간이 접하는

요소들을 기획하고 채워 나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이복기

경희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와이즈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NOMAL에

합류, 건축을 구성하는 재료와 물성이라는

관점을 통하여 일상 속 공간안에서

보여지는 좋은 만듦새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최민욱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와이즈건축과 터미널7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익혔다. NOMAL을 설립, 도시와

사회적 현상에 관심을 두고 일상 속에서

건축과 공간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NOMAL + BALANCE = NOMALANCE

노말NOMAL건축사사무소

섞임/새로움/편안함 기술의 발전과 산업으로의 파생은 우리 삶 전반에 걸쳐 많은 것들을 다양화 시키고 가속화 시켰다. ‘투잡’이라는 단어는 이제 경제적인 목적을 넘어 자아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부캐(부캐릭터)’라는 의미가 강해졌다. 하나의 분야로의 깊은 고민의 시대를 넘어 다방면에서의 접근과 고민의 결과물이 많은 이들과 공유되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인정해주는 시대이다. 공유의 과정은 자연스럽게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이제는 익숙한 마케팅 요소가 된 ‘섞임’, 즉 ‘콜라보레이션’을 탄생시켰다. 밀가루 브랜드와 맥주 브랜드의 협업, 패션 브랜드와 식료품 브랜드의

협업 등의 사례를 보면 분야에 국한이 없다.

한편으로 우리의 음식인 비빔밥을 떠올려 본다면 섞임에 대한 가치는 이미 우리에게 자리 잡힌 익숙한 문화가 아닐지, K-culture가 주목받는 이유도 ‘섞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관심이 아닐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한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상상하지도 못한 협업이 많은 관심을 갖는 시대. 익숙하고 다양한 요소들이 ‘섞임’에 의한 ‘새로움’의 가치는 ‘편안한 새로움’에 있지 않을까? 다양한 ‘섞임’에서 우리가 평소에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요소들로부터 처음 보는 신비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NOMAL은 다양한 건축주들과 NOMAL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평범한 요소들을 서로 조율하고 맞추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만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요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우리는 이 과정을 ‘balance’를 이루어 가는 과정, 즉 오늘날 ‘섞임’의 과정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NOMAL approach

NOMAL의 정식 명칭은 ‘(주)노말 건축사사무소’이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면 당연히 가지게 되는 ‘건축사사무소’ 호칭은 우리에게는 달갑지 않았다. 무거웠고 딱딱했다. NOMAL의 운영자로서 건축설계를 주업으로 하는 건축사사무소이지만 조금 더 포괄적이고 넓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면서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건축사사무소’는 분야를 한정시키는 섞이기 힘든 단어 같아서 design studio가 조금 더 가볍고 유연하게 받아들여졌다. design studio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테리어, 가구, 그래픽, 브랜딩 모든 것으로 너그러이 이해된다. 너그러이 보다 명확한 ‘건축사사무소’라는 호칭은 설계, 브랜딩, 협업을 자유로이 하려는 NOMAL에게는 고민이었다. 가볍게 불리고 싶었다. 그리고 가벼운 이름으로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디자이너, 엔지니어 분들과 협업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노말 건축사사무소’이지만 ‘NOMAL(노말)’로 불리길 바란다.

POWER
EMERGING

NOMAL은 3명의 소장과 디자이너들이 함께 운영한다. 하나의 스튜디오에 3명의 소장은 요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구성이지만, NOMAL만의 시스템은 프로젝트마다 디자인 유닛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1명이 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닌, 2명의 소장이 한 유닛으로

디자이너들과 프로젝트를 이끌어 간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2인 체계는 진행과정 안에서 다양한

고민들과 서로 다른 의견들로 1인 체계보다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프로젝트를 좀 더 3자 입장으로 바라볼 수 있는 외 1명의 역할이 이 상황을 정리해준다. 쉽게 말하면 다수결이지만, 생각보다 생산적이며 합리적인 결정이 되고 있다. 디자인 유닛 시스템의 또 다른 장점은 디자인 관성에 의한 자기 복제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이다. 개인의 성향 또는 단독의 사고방식은 무엇인가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기도 하지만 무엇인가로 굳어가게 되는 위험도 따른다. 이러한 이유로 NOMAL이 스스로 이야기하는 NOMALANCE는 형태나 철학으로 완결된 무엇이 아닌 다양함의 공존과 적절함에서 나오는 좋음(편안함)에 그 고민을 두고 있기에 디자인 유닛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디자인 유닛은 사내 디자이너들이나 여러 협업과정을 통해 보다 풍부해진다.

51 1 2 3 1. NOMAL brand identity Ⓒdesign by VA 2~3. 무우운 brand identity Ⓒ최용준

NOMAL+BALANCE=NOMALANCE 시작부터 지금까지 NOMAL의 고민은 나아갈 방향성에 밸런스(이하, balance)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말랑말랑하고 유연함에도 우리만의 단단한 것이 있어야 한다. ‘건축사사무소’라는 본질은

잃지 않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에 집착하지 않는 것. 그렇게 작은 일들 안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며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balance를 맞추어야 할 곳은 비단

내적인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건축 설계 업계에서 우리의 나이는 어렸고, 건축시장 안에서 젊은 디자이너에게 거는 기대는

새로움 보다는 저렴함의 기대였다. 부분적으로는 무료 업무를 요청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합리적인 선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제안서는 특정 의뢰인들에게 아쉬움 없는 배부른 청년들로 보였던 것 같다. 건축 설계라는 것에 대해 그림 몇 장 그려주는 일로 생각하거나 이해가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계획설계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보다 저렴한 제안서를 만드는 대신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충분히 그리고 쉽게 이해를 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과 그래픽들을 만들었고 SNS를 통해 특정 건축물들을 사진과 함께 어떤 부분들이 좋다고 느끼는지 적기도 했다. 제작한 과거프로젝트의 사이트 답사 영상과 건축가가 무엇을 하는지 계획, 기본, 실시 단계 시리즈 영상을 제안서와 함께 전달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를 바로 이야기하자면 ‘본질에 집착하지 않기’로 한 노력과 ‘본질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 모두를 알아주신 분이 <적호재> 건축주이다. 현장 답사에 대한 영상을 본 건축주는 젊음의 패기를 인정해주었고, 협의 과정에서 우린 건축주가 다른 상담에서도 알지 못했던 지구단위계획 안에 숨겨진 땅의 가치를 찾아 주었다. 그렇게 <적호재>는 우리에게 어떻게 대외적인 관계의 balance를 잡아가야 할 지 일깨워주었다.

52 4~6. 유튜브 자료 7. D museum 일러스트 8. 섬모루 일러스트
78 456

NOMAL의 건축 프로젝트는 대부분 사무실과 거리가 먼 지역이다. 제주, 경주, 김해, 파주 등 현장을 오가며 생긴 고민은 환경적인 요인에 대응하는 balance였다. 서울은 자연과 도시가 섞여 있고, 전통과 현대 건축도 뒤섞여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자연과 도시는

서로 다른 경계와 환경으로 구분되어지고, 사계절이라는 변화로 덥고 습한 여름과 춥고 건조한

겨울이라는 양극화된 기후에 놓여있다.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듯해야 하며, 몇 주간의

장마와 몇 달간의 혹한으로부터 안전한 건축이 기본이어야 한다. 스페인, 멕시코와 같은 나라의

건축은 왜 다를까? 라는 끝나지 않는 고민과 열등감에도 단열 규정에 맞는 두꺼운 벽체와 밀실한 창호는 우리에게 필수였다. 이러한 환경을 둘러보다 보니 안전한 건축의 모범 답안은 벽돌 또는 외단열시스템의 벽체와 칼라강판의 지붕재인 것 같았다. 우리는 모범 답안을 NOMAL의 아이디어로 해석해보기도 하였고, 다른 답안을 찾기 위해 노력도 해보았다.

53 9. 오픈하우스 포스터 10. 적호재 11. 가평 프로젝트(진행 중) 12. 과학자의 집 다이어그램 13. 신이화
91011 1213

진행형 NOMALANCE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고민 아래 모두 같은 벽돌 마감으로 개발된 마을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변화 없던 마을 한 모퉁이가 20년 된 기존건물을 철거하고 같은 자리에 신축 주택을 짓게 된 것이다. 〈적호재〉는 가장 흔한 붉은 벽돌과 칼라강판 지붕이라는 공식을 따른다. 그 자리 기존 풍경 안에서 새로운 주택은 마을의 기존 주택들의 재료를 따르되, 다른 색감과 새로운 벽돌쌓기 패턴으로 입면을 구성한다. 지붕재인 칼라강판은 클립 간격을 절반으로 줄여 밀도와 비례를 다르게 했다. 〈적호재〉에서 balance는 기존과 새로움의 고민이기도 했지만, 주거공간으로서의 NOMAL의 제안과 건축주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율하는 과정도 의미 깊었다. 제안과 설득은 우리를 위한 노력이었고, 이해와 반영은 건축주를 위한 우리의 의무였다.

54 14. 적호재 전경 Ⓒ노경 15. 적호재 외벽면 Ⓒ노경 16. 적호재 마당 Ⓒ노경
14 1516

다양한 건축주와 NOMAL 사이의 balance를 맞추는 과정 가운데 기억에 남는 소통은 〈과학자의 집〉이다. 그 과정은 도면, 회의록보다 주고받은

100여 통 이상의 메일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물리학자인 건축주는

30분 분량의 도면 위 실시간 스케치 영상을 통해 피드백을 공유했다.

코로나 시기였던 당시 학자와의 비대면 화상회의와 영상자료는 유익하고 놀라웠다. 치수와 스케일에 익숙한 NOMAL과 수치와 결과값에 익숙한

건축주가 ‘치수’와 ‘수치’를 주고받다 보니 〈과학자의 집〉은 자연스레 패시브하우스에 준하는 홈IOT가 갖춰진 주택으로 완성되었다. 과학자

부부인 건축주와 함께한 이 집에 기록은 NOMAL이 생각했던 건축의

‘본질’보다 ‘더 본질적’인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전통과 한국성에 대한 이야기는 젊은 우리에게 더 어려운 주제이다. NOMAL은 전통문화와 건축에 관한 것들을 ‘온지음 집공방’에게 자문하고 협업한다. 도시형 한옥 인테리어 작업 후 많은 분들이 한옥에 관한 문의를 주셨고, 신축 한옥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가 생겼다. 진행 과정을 ‘온지음 집공방’과 함께 하여 NOMAL이 바라던 우리를 ‘NOMAL(노말)’로 편하게 불러주는 협업관계가 되었다. ‘온지음 집공방’과 나눈 전통에 관한 이야기는 오히려 우리를 전통에 대한 제약으로부터 더 자유롭게 해주었다. 다양한 배치, 지붕, 입면, 구성, 디테일 등 모든 질문에는 사례와 이유 그리고 가능성을 확인해 주었다.

전통과 현대의 상대적인 맹목적의 존중보다는 재료와 요소에 집중하여 본질의 가치에 대한 balance를 잡아가며 한옥 프로젝트 〈무우운〉을 완성해 갈 수 있었다.

55 17~18. 과학자의 집 Ⓒ노경 19. 온지음 집공방 연구 공유 자료 일부
1718 19

삼청동 도시형 한옥을 리모델링한 〈만가타〉의 경우 공법이 비슷한 현대건축의 콘크리트와 한옥의 회벽을 치환하여 내부 벽체를 콘크리트 마감으로 대신한다. 그와 다르게 〈무우운〉에서는 현대건축의 배치방식으로 전통한옥을 계획하고 콘크리트와 비슷한 색상의 색지한지를 이용하여 전통재료와 전통방식으로 인테리어를 계획하였다. 외부는 반침이라는 한옥의 요소를 입면으로 반복, 확장시켜 전통방식의 한옥임에도 〈무우운〉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나타내었다.

그 밖에도 파주 주택단지에 위치한 근린생활시설 〈신이화〉는 외부에서 보여지는 창을 없애 솔리드한 존재감을 유지함과 동시에 인접 주거시설과의 시각적 간섭을 완전히 차단시켰고,

56 20~21. 만가타 Ⓒ최용준 22~23. 무우운 Ⓒ최용준
제주도 사계리의 〈섬모루〉주택은 비워진 국유지의 자연을 시각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배치하여 앞마당 대신 확보한 면적으로 주거공간과 도로를 이격시킬 수 있었다. 20 22 23 21

미완의 NOMALANCE balance를 잡는 과정은 노력(제안과 설득)의 반복이다. 우리는 건축주에게 꿈꿔온 아름다움보다 효율적인 제안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제약에서 오는 현실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그 과정은 불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감정적인 편의를 위한 의무(이해와 반영) 수행은 우리가 가장 경계하는 방치이자 포기이다. NOMAL은 여전히 흔들린다. 좌우, 앞뒤도 아닌 전방위로 흔들린다. 그래서 NOMALANCE는 완전한 balance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프로젝트에서 과학자를 만나고, 사업가를 만나고,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를 만나듯 그때마다 NOMAL은 적정한 balance를 잡기위해 애쓴다. 그리고 다시 사회, 시대, 산업, 시장에서 살아 남기위해 또 애쓴다. NOMAL은 이렇게 생존하며 변화 중이다.

57 24~25. 신이화 Ⓒ노경 26~27. 섬모루 Ⓒ노경
26 27 24 25

글. 김근혜, 박민성, 이원길

김근혜는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한울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2017년 플라노건축사사무소를

공동 설립했다. 현재 책임건축가로

플라노건축사사무소의 혁신적 발상을

담당하고 있다. 아이디어나 이론 개념을

수집하는 것을 즐기고 언뜻 보기에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현상들의 연관성을 잘

찾아낸다.

박민성은 2010년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금성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2017년 플라노건축사사무소를

공동 설립했다. 현재 책임건축가로

플라노건축사사무소의 해결사를 담당하고

있다. 높은 책임감과 왕성한 에너지로 팀을

리드하고 건축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상황을 조율해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능력이 있다.

이원길은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아뜰리에17에서 실무를

익혔다. 2017년 플라노건축사사무소를

공동 설립했다. 현재 책임건축가로

플라노건축사사무소의 심사숙고를

담당하고 있다. 의사결정과 선택을

함에 있어 제반사항을 누구보다

신중하게 고려하고 장애 요인을

예측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친밀한

사람들과 함께 목표를 향해 열심히

일하는 데에서

플라노 홈즈의 추리

플라노PLANO architects & associates건축사사무소

건축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있어 첫 사랑 만큼 강렬한 영향을 받았던 ‘첫 건축’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김근혜) 르토르네 수도원과 병산서원의 만대루. 두 건축물의 공통점은 건축물 자체가 아니라 건축물에 ‘의한’ 빛과 풍경에 압도당했다는 것이다. 건축물을 보러갔는데, 건축물이 안 보이는 경험을 했다. 시의 행간을 공간화 한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박성일) 알바알토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집. 알바알토답고, 미스다워서 좋았다. 자신의 공간적 욕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만든 집이었기 때문이다.

(이원길) 어렸을 때 우리 동네 미끄럼틀. 지붕과 기둥, 벽, 계단으로 만들어진 미끄럼틀은 어린 시절 나에게 가장 재미있는 건축물이었다. 판과 기둥과 계단 등 단순한 구조체들의 단순한 결합은 디자이너는 상상했을 리 없는, 온갖 창의적인 놀이 행위들을 가능케 했다.

1. CafeDK Ⓒ최용준
깊은 만족감을 얻는다.
플라노 세 소장의 첫 건축 이야기 우리가 건축이라는 세계에 발을 딛게 된 근원적 경험은 무엇이었을까? 그 경험은 아직까지 살아있어서 이 일을 하는 이유와 태도에 대한 답을 줄지도 모른다.
EMERGING POWER
1

본질에 충실한 최소한의 건축

노래하듯이 노래하지 말고, 말하듯이 노래하라는 말이 있다. 노래란 음정, 박자 등의 기교가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결국 노래의 본질은 노랫말, 마음의 전달이기 때문에 그것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건축을 하는 사람으로서 건축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항상 생각한다. 인간은 스스로를 외부환경으로부터 쾌적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건축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외부로부터 독립된

인간은 동시에 외부를 갈망한다. 계절의 변화와 빛과 바람의 변화를

느끼는 풍요로운 경험을 원한다. 건축은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그

모순을 조율해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을 기능적으로

보호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일이다. 플라노는

건축적 장식의 절제를 통해 환경과 사용자가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며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한다.

공간을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설계는 평면으로 시작한다. 땅과 사용자가 요구하는 기능에 입각하여 평면을 만들어 나간다. 평면 작업 중에서도 외부공간을 배치하는 일을 먼저 한다. 마당을 전체 공간의 구심점으로 두고 내부와 연결시킨다. 하나의 마당을 하나의 내부 공간과 연결시키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직/간접적으로 내외부가 중첩되는 연결을 만들어낸다. 설계 초기에는 형태가 없다. 다만 평면을 통해 볼륨감과 공간감을 어렴풋이 상상하는 정도이다. 어느 정도 기능적으로 평면이 풀렸을 때 형태 작업을 시작한다. 기능적 평면과 외부 환경을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공간과 형태가 생성된다. 이 단계에서는 감각에 기반한 선들이 무수히 생성되기 시작하는데, 무엇을 취할지보다 무엇을 취하지 않을지를 찾아내는 인고의 과정을 보낸다. 물론 이것들은 작가의 개성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대상이지만, 다만 그것이 지나쳐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경우를 두려워한다.

그 선들이 환경과 사용자의 자기표현을 제약하는 요소는 아닌지 반문하며 검증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건축의 태도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자본주의의 삶과 우리네 도시 풍경으로부터 생겨난 건지도 모르겠다.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도시 풍경에 단순함의 미학을 더하는 것이 도시 경관의 밸런스를 찾아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단순함의 미학이 가장 아름답다고 단정해서가 아니다. 과잉된 도시 풍경에서 환경과

사용자가 조금 더 드러날 수 있는 방법은 덜어냄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물질이 아닌

또 다른 풍요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관점도, 밸런스의 무게 중심도 사람마다 다르다. 다양한 관점과 해석으로 다양한 건축물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플라노의 건축적 태도 또한 시대적 변화나 내부적 변화에 따라 흘러갈 것이고, 결말은 열려 있다.

59 2~4. CafeDK Ⓒ최용준
2 3 4

건축하는 재미

지난여름, 땅집사향의 이야기손님으로 나와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덜컥 수락하고 돌아서는데 도무지 이야깃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나. 우리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기나 한가. 감동이 없으면 재미라도 있어야 할 텐데, 재미라고는 없어 보이는, 어쩌면 혼자만 재미있는 플라노 아닌가. 일단 혼자만 재미 있는 플라노의 지난 작업물들을 곱씹어 보기로 했다. 작업 과정에서 만나는 무수한 기로와 선택들. 그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는 개별 현상이지만 그것들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60 5~7. villa J Ⓒ최용준 8. villa O Ⓒ최용준 8 6 5 7

플라노 홈즈의 시작

2017년 단독주택 하나를 의뢰받아 문을 연 플라노는 여전히 단독주택을 열심히 짓고 있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주택 일이 계속 들어왔고 그렇게 5년간 플라노 홈즈(homes)가 꾸준히 탄생되었다.(플라노의 작업물로서 단독주택을 소개할 때 ‘하우스’보다는 ‘홈’이라고 부르고 싶다. 하우스(house)는 물리적 존재로서의 집을 이야기하는 뉘앙스인 반면, 홈(home)은 추상적 의미로 내가 사는 공간, 가장 편한 곳을 뜻하기도 해서다.)

61 9~12. 긴여름집 Ⓒ최용준 13~15. 느티나무집 Ⓒ최용준
9 11 10 12 13 15 14

단독주택의 매력 : 다양한 삶의 이야기 단독주택은 매력적인 프로젝트다. 특히 사용자의 내밀한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는 내가 그어놓은 삶의 외연을 끊임없이 확장시킨다. 심리상담가나 탐정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개인의 이야기를 공간으로 풀어내려면 온갖 단서를 수집해 내면에 잠재된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지 ‘방 3개, 화장실 2개의 60평집’을 주문한 것이 아니라면 왜 집을 짓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오랜 시간 나누어야 한다.

62 16~19. 안은집 Ⓒ최용준 20.푸른집 Ⓒ최용준
16 19 1718 20

집을 짓는 이유 : 자아실현의 주거욕구

과거 주택은 단순하게 거주를 위한 공간이었다면 현대사회에서의 주택은 거주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인간이 집에 바라는 기대나 욕구를 주거욕구라고 하며, 주거욕구의 개념은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H. Maslow, 1908~70)의

욕구 단계이론 혹은 인간 동기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욕구는 중요도별로 일련의 단계를 형성한다는 이론이다. 주거욕구는 단계별로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자아존중 욕구, 자아실현 욕구로 구분되며 가장 원초적이고 낮은 단계인 생리적 욕구에서 가장 높은 단계의 자아실현 욕구로 위계가 상승한다. 주거욕구의 가장 상위 단계에는

자아실현 욕구가 나타난다. 자아실현 욕구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발휘해

실현함으로써 자기만족을 느끼고 완성된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다. 자아실현 욕구는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구체적이다.

실무에서도 사용자와 대화를 해보면 자아실현의 욕구가 점점 더 구체적이고 강해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일상적인 삶에 의미를 두는 집, 손님 접대에 의미를 두는 집, 고급스러운 부엌과

욕실에 의미를 두는 집, 휴식처로서의 의미를 강조한 집,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집, 취미생활에 의미를 두는 집 등 개인의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 주거욕구를 가지고 있다. 건축물의 용도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다 같은 단독주택인데, 어떤 집은 미술관 같고, 어떤 집은 호텔 같다. 땅집사향에서도 관련된 질문을 받았던 것 같다. 젊은 건축가로서 더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지 않냐고. 사람 하나하나가 장르라고 생각하면 주거 프로젝트도 충분히 다채롭다고 느껴진다.

63 21~24. 푸른집 Ⓒ최용준
21 24 23 22

자아실현의 집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 플라노 홈즈의 추리

자아실현의 욕구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공간으로 풀어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사용자와의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 무엇을

원하는지는 사용자가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용자와

건축가의 언어와 경험이 서로 달라서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층에 공용공간이 있고 2층에 침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침실과 공용공간이 ‘분리’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침실이 1층인지 2층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분리’되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실제로 그런 프로젝트가 있었다. (〈긴 여름집〉) 건축주는

2층 집만 상상해왔던 터라 당연히 영역이 분리되려면 2층에 침실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대지는 산으로 둘러싸인 200평의 너른

환경이었는데, 도심지에서 볼 수 있는 콤팩트한 2층 집보다는 단층의

긴 집을 펼쳐 놓는 것이 편안해 보였다. 형태적으로 그랬고, 내외부와의

접점을 많이 만들 수 있는 것도 좋았다. 긴 집의 양쪽으로 공용 공간과

침실 공간을 배치하고 사용에 따라 분리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더니

계단을 오르는 불편함이 없고 모든 실이 마당을 가질 수 있어서 훨씬 좋다는 건축주의 답변을 들었다.

땅집사향에서 사용자 분석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던 것 같다. 사용자의 말을 너무 따라가다 보면 작가의 색이 옅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사용자의 문장과 단어 하나하나를 뜯어보는 이유는 문자 그대로의 공간을 구현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군더더기 표현을 가려내고 핵심만 취하기 위해서이다. 핵심만 남겨 두어야, 작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층에 있는 침실이라는 단서와 공용공간과 분리된 침실이라는 단서는 서로 다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핵심을 잘 파악해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놓으면 재미있는 설계 시간이 시작된다. 핵심을 놓친 자리에 예술성을 불어넣는 오만한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숨은 진짜 의미를 추리하는 과정은 플라노의 모토이자 즐거움이다.

64 25. 푸른집 1층 평면도 26. 푸른집 2층 평면도 27~28. 푸른집 입단면도
25 26 27 28
65 29~33. 화순별장 Ⓒ최용준 34. 화순별장 평면도 35~36. 화순별장
35 34 29 30 36 31 32 33
5.침실1 6.욕실1 7.욕실2 8.침실2 9.창고 10.마당
단면도
1.입구 2.복도 3.주방및식당 4.거실

덩어리와 텍토닉

글. 서자민

서자민은 연세대학교 건축학과(B.arch)를

졸업하고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SAMOO

Architect & Engineers)에서 일한 후

UPENN(University of Pennsylvania)

건축대학원(M.arch)을 졸업, 원오원아키텍스 건축사사무소(ONE O ONE architects)에서 다양한 스케일의

실무를 쌓았다. 2013년 아지트스튜디오를

공동 설립하였으며, 2017년 이후

아지트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의 대표

건축가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국토부 건축인재육성사업에 선정되어

한국과 스위스를 오가며 활동하였다.

대한민국 건축사이며 현재,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이다.

허근일은 고려대학교 건축학과(B.arch)를

졸업하고,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SAMOO

Architect & Engineers)에 재직

중이다. 2013년 아지트스튜디오의

공동 설립자이며 현재 객원 파트너

건축가로 참여하고 있다. 2016년 제25회

김태수 해외건축여행 장학제(T. S. Kim Architectural Fellowship) 수상자이다.

2021년 국토부 건축인재육성사업의

재직자 전형에 선발되어 스위스 Stockerlee

Architetti에서 근무하였다. 대한민국

건축사이다.

건축의 뿌리 나의 건축의 뿌리는 견고한 답을 만들어 놓기보다, 아마도 노마드적인 변화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상황과 그에 대한 도전에 기초하지 않을까 싶다. 연세대학교에서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을 시작한 곳은 대형 설계사무소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이었다. 당시 꽤 괜찮았던 시장 상황과 좋은 조직문화, 건축환경을 바탕으로 몇 년간 경험을 쌓았지만, 어떤 결핍이 미국 유학길로 오르게 했다. 미국에서 내가 공부한 과정은 구축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건축어휘를 다루고 만들어내는 분야의 중심에 있었다. 그 후에 내가 스스로 고민했던 질문은 건축가라는 본연의 길 혹은 태도, 그리고 수련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에 관한 당시 나의 갈증에 대한 선택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원오원아키텍스에 입사해 독립하기 전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맡으며 실무를 쌓았다. 이 일련의 자취는, 건축이라는 큰 한 방향 속에서도 꽤나 다른, 혹은 상반된 지점의 특성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과정에서 때로는 공격적으로, 때로는 방어적으로 앞서 경험하고 가진 것들에 대해 계속 질문하고, 그 의미를 스스로 소화해 내는 작업을 해야 했던 것 같다.

‘AGIT STUDIO’는 첫 회사 사회초년생 때 작업실 개념으로 만든 건축 ‘아지트’였다. 그 시절 소중했던 작업들이 지금 사무소의 기초가 되기도 했고, 그 시작의 의미를 지키고 싶어 정식 사무실의 이름으로 유지했다. 작업실이었던 ‘AGIT STUDIO’의 공동 설립자인 허근일은 현재 객원 파트너로서 작업과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김태수 건축 펠로우십김태수 해외건축여행 장학제(2016)’

수상자로 현재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 재직 중이다.

아지트스튜디오AGIT STUDIO건축사사무소 EMERGING POWER

2017년 남미 건축 기행을 기점으로 공식적인 AGIT SUTUDIO 사무실을 열게 되었다. 사회·문화·교육적으로 단단히 한국사회에 내리고 있는 뿌리와 이해를 바탕으로 건축에 접근하지만, 그 간의 다양하고 다른 경험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특성들이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상충하는 상황, 감각, 바탕들을 어떤 방식으로 견고하고 명료하게, 원초적으로 접근하고 도전하고 싶은 것이 기본적인 욕구인 것 같다.

건축적 내러티브를 만드는 것 AGIT STUDIO의 건축 작업 방식은 고유한 해석과 질문에서 비롯된, ‘의도’를 만드는 것을 중요시한다. ‘의도’는 생각의 시작점인 동시에 구체적 계획의 끝까지 이어져 나가는 중심 생각(주제, 컨셉)이다.

질문은 상황에 대한 사회적이고 동시에 개인적인 해석에서 나오는 것인데, 개별적 특징을 가지는 우리 프로젝트들의 질문은 건축과 관련된 도시 사회적인 관찰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은, 공공 건축물이냐 민간 건축물이냐를 말하기에 앞서, 건축물이라는 태생적 존재에 대한 AGIT STUDIO의 관점인 것 같다.(저 푸른 초원 위에 집을 짓는 궁리에 앞서), 복잡한 현대 대도심의 밀도와 좁은 필지 안에서 의미를 가지는 의도를 생각하고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지금 건축가들의 현주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의도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건축적 내러티브는 힘을 가진다. 단순한 아이디어로 시작해 평면과 입면, 단면에서 그려지는 선들, 매싱, 디테일, 구축까지 일관성 있고 명료한 한 궤로 끌고 가기 위한

방법론이다. 이것은 ‘왜/무엇이/어떻게’에 관한 우리의 생각이고, 곧 AGIT STUDIO의 태도이다.

건축적 미에 대한 생각(못생김에 대하여)

못생김에 대한 논의는 조금 용기를 가져야 하는 것 같다. 여기서 뜻하는

바는, 건축적 미학에 대한 태도이다. AGIT STUDIO의 작업은 절대적인

미학적 기준을 설정하거나 추구하지 않는다.

건축물이 배경처럼 존재해야 할 때와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때는 각 프로젝트와 대상지마다 각기 다르다. 계획을 진행하는 방향이 끊임없이 의도(주제)를 명료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앞서 말했듯, 그 과정에서 형태를 만들고 매스를 논의함에 있어서도 도형·조형적으로 불필요함 없이 명쾌해지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디벨롭을 한다. 그 과정에서 유지하고자 하는 고유한 미 혹은 감각이 있다면, 그것은 끝까지 지켜가는 치밀함 속에서도 가져갈 수 있는 러프(rough)함, 거칠기, 균형을 깬 균형 같은 것으로 대신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축과 실현

AGIT STUDIO의 건축적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과 구축적 어휘를

결정하는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있는 과정이다. 우리의 건축 작업이 구조, 구성, 재료 등 영속되는 ‘건축물’이라는 본연적 특성과 책임을 잘 발할 수

있는 방향을 지향하기 때문에 건축을 구성하는 구축요소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실현에 관해, 건축이 한정된 리소스를 바탕으로 진행된다는

이해를 기반으로 설계를 한다. 건축에 대한 합리적인 태도와 방식이 구축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이어진다. 좋은 건축물/작업이 되기 위해서

의도의 중심이 되는 부분에 집중을 하고 반면,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계획함으로써 그 균형을 잡는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재해석’에서 구조적 해결이 프로젝트의 주된 의도였다면, 구조적 해결 방식 자체가 건축적인 표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한다. 중심이 되어야 하는 부분을 충분히 강조함으로써 그 의도가 더 잘 드러날 수 있기를 바란다. 모든 요소에 대해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작업 전체의 퀄리티에 그 목표를 둘 수 있겠지만, 현재 부딪히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집중과 선택을 통해 의도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덩어리 텍토닉

땅집사향 발표 주제어였던 ‘덩어리와 텍토닉’은 AGIT STUDIO의 건축 태도로 만든 건축물이 결과물로서 드러나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덩어리’는 설계할 때 내부적으로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Mass’라는 단어에서는 조금 결여된 어떤 감각을 ‘덩어리’가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좀 더 분명하게는, ‘덩어리’는 건축물을 매싱(massing)하는 것으로 주변

맥락과 영향 또는 힘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각각의 건축 작업들은

그 질문에 따라, 대상지의 맥락에서 무엇이, 왜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덩어리로

나타낸다. ‘텍토닉’은 그 대답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가깝다. 텍토닉의 의미처럼, 구조적·구축적 본연의 미가 의도를 담아낼 수 있도록 고민한다.

Site : 공통적 배경 땅집사향에서 2017-2020년까지 진행된 작업들을 소개하였다. 제각각의

모습을 한 세 프로젝트들은 그 바탕에 공통적인 지점을 가지고 있다.

모두, 도심에 흔히 남겨진 주거지역(제1 2종 주거단지)을 대상지로 한다. 일부는 리노베이션(renovation), 일부는 신축 프로젝트이다.

1970~80대 국가주도의 개발방식으로 대규모 주택·상업용지 등이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효율성과 속도를 강조한 개발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양적인 도시 인프라 성장에 큰 역할을 하였지만, 모든 지역에 차별성 없이 전개된 방식은-동일한 도로관계, 필지규모, 유사한 재료와 구조형태, 구축방식들이-지금 노후화 된 채 도시의 단면으로 남아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에 대한 AGIT STUDIO의 태도를 나타내는 작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노력과 의지들은 단지, 노후 건축물의 리노베이션 혹은 재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건축가의 고유한 질문과 해결책을 제안함으로써 도시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프로젝트들이다.

Concrete Library(콘크리트

도서관)

1980년대 급격히 공급한 도시주택의 전형적 모습인 2층 소규모 벽돌조(연와조) 주택이 놓여있었다. 지반침하가 진행되고 있는, 폭 2m 남짓의 협소하고 긴 골목길 끝에 앉은 도시 사각지대의 땅이었다. 법적으로 신축 불가능한 사실상 맹지이기 때문에, 40년 연식의 노후

67 1. 콘크리트 도서관, 외관 상세 @신경섭 2. 내외부공간 @신경섭
1 2

1.도서관/2.창고/3.화장실1/4.화장실2/5.복도/6.교습소1/7.교습소2/ 8.교습소3/9.교습소4/10.외부창고

1.도서관/2.담장조경/3.화장실/4.복도/5.교습소/6.거실/7.테라스/ 8.방1/9.옥상테라스

1.도서관/2.담장조경/3.화장실/4.복도/5.교습소/6.주방/7.다용도실 /8.화장실1/9.방1/10.화장실2/11.다락방/12.옥상테라스

1.도서관/2.마당/3.뒷마당/4.거실/5.주방/6.테라스/7.옥상테라스

68 3. 콘크리트 도서관, 1층 평면도 4. 2층 평면도 5. 3층 평면도 6. 실내공간 @신경섭 7~9. 단면도 5 9 3 7 8 1 2 3 4 5 6 7 8 9 10 1 3245 6 7 8 9 10 11
4 1 2 3
134 6 52 8 9 7 2 134 689 5 11 12 22 710 12 545 7 3 6
1.거실/2.주방/3.다용도실/4.화장실1/5.방1/6.방2/7.화장실2/ 8.테라스1/9.테라스2/10.테라스3/11.테라스4 1.다락방/2.옥상테라스/3.옥상조경1036m

주택을 온전히 끌어안은 채 근본적 접근이 필요했다.

기존 시멘트 벽돌조 건물은 안전상의 문제를 포함, 인력으로 벽체

해체가 어렵고, 장비 또한 제역할 하기 어려운 협소한 장소적 문제가

있는 조건 속에서, 먼저 기초부를 포함한 근본적 구조 해결이 가능한

새로운 구축방식을 고민해야 했다. 우리는 기존 건물을 ‘거푸집’과 같이

해석하여 활용하기로 했다.

기존 시멘트 벽돌 벽체를 신설 콘크리트 양생을 위한 폼으로 사용하는

이 접근은, ‘기존 건물’의 구조와 레이아웃을 버려야 할 요소로

보는 대신, 기존 벽돌 레이어에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레이어를 더해

나가겠다는 의도였다. 과감히 적용한 습식 공법의 ‘콘크리트’를 구조적

해결을 넘어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콘크리트 도서관>의 새로운 기능을

담은 공간, 담장과의 관계, 깊이, 질감과 서로 다른 시간의 켜를 두는

데까지 연속하여 일관성 있게 발전, 적용시켰다. 기존 벽체는 붉은색

스토를 칠해 신설 구체와 구분된다. ‘콘크리트’ 물성의 다양한 변주로서

꿰어 낼 수 있기에, 우리는 이 작업을 ‘Concrete Tectonic’이라고도 부른다.

건축적 의도가 디자인과 구축방식 하나로 이어진 프로젝트로, 관심

받지 못한 도시문제를 독특한 해석과 방식으로 하나의 새로운 접근안을

만들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Project ; Re-interpret(프로젝트 ; 재해석)

상업용 간판으로 온 거리가 뒤덮인 ‘구도심 대학가 상권’이다. 연식으로 낙후되고 있는 중심상권으로서 다분히 노골적인 ‘기능 중심적’ 장소다. 오랜 세월 이 거리는 건축도, 공간도, 정체성도 부족하였다. 여전히

기능적 노후화와 더 많은 상업적 욕망에 대한 해결만을 필요로 하는 듯 보인다. 과밀한 이 곳에서 옛 건물과 새롭게 증축·연결된 건물은 어떤 구축방식으로 새로운 기능을 담아낼 수 있는가, 또 주변에 어떤 의미로서 존재해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반전’을 설계 아이디어로 제안하였다. ‘기능적’ 요구사항, 두 개의 건물을 단일화 하여 가용 바닥면적을 늘리고, 수직 증축과 설비를 증설하는 목표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드러냄으로써 계획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강조된 시설 ‘코어부’는 구조·기능적 해결

장치를 넘어 건축물의 새로운 정체성이 된다. 붉은색 콘크리트 코어 덩어리로 익명의 상업 간판으로 도배된 상업 가로에 새로운 해석을

던지고 싶었다.

‘기능적·상업적인’이라는 개념을 뒤집는 유희는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프로젝트에서 사용한 구축방식–기존

구체를 잘라내고 기초와 구조체를 접합하는 방식-은 <콘크리트 도서관>

이후에 진화된 AGIT STUDIO의 방법론을 보여주는 것이다.

69 10. 장전동 리노베이션, 가로 전경 @신경섭 11~12. 외관 상세 @신경섭 13. 외부계단 @신경섭 14. 모형이미지 @아지트스튜디오
10 11 12 14 13
70 15. 프로젝트 재해석(장전동 리노베이션), 지하층 평면도 16. 1층 평면도 17. 2~4층 평면도 18. 5층 평면도 19. 단면도 20. 장전동 리노베이션, 실내공간 @신경섭 2 2 2 2 22 22 22 22 1 1 1 1 1 1 20 15
2 1 5 3 3 4 2 5 4 21 3 3 5 22 33 4 4 21 4 3 3 5 2 3 3 4 21 4 3 3 5 2 4 3 3 15m N 0 17 18 16 19
1.홀2.소매점/사무실3.화장실4.계단5.기계실 1.홀/복도2.소매점/사무실

Mottagi 99(모따기 99)

일괄적 규제가 만들어낸 도시의 천편일률적 타이폴로지(Typology, 사선의 필로티 형식 빌라건물)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에서 시작했다.

도시건축과 ‘공동주택’에 관한 고민은 사실, 개인 주거공간의 질에 대한 것보다 우선하여 일괄적인

규제로서 근본적인 환경적 제약을 만드는 수많은

물리적 규제 장치들과, 또 한편 수익성이라는

도시생태계의 지배적인 욕망을 동시에 해석하고

극복해야하는 고민에서부터 시작한다.

‘모따기’는 우리가 적용한 하나의 방식으로, 이러한

환경에서 비롯된 경직된 경계들을 모호하게

만드는 시도이다. 적층 구조를 와해하는 다각적인

모따기와 그로 인한 매스 덩어리의 조형성이 더욱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규제와 경제성의 논리로

복제되는 공동주택의 존재형식에 의문을 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따기’ 덩어리는 마치 흙을 조물하듯 주변과의

밀도 관계를 재정의 하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빽빽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내어주고

끌어당기는 지상부 곡선매스, 보행자에게 내어주는

지상층과 상층부의 시각적·물리적 비움, 사적인 거리를 확보하는 각 세대의 깊은 테라스, 건축적 산책을 만들며 주택 내부로 연속되는 ‘모따기’

건축 어휘 등이 모딴 덩어리가 만들어 내는 건축의 부분들이다. 이 모딴 덩어리가 거주자와 지역주민들에게 유연함으로 유용되길 바랐다.

3.입구

4.거실및식당 5.침실

6.옷장/창고

7.테라스

8.복도

71 21. 모따기 99, 외관 @신경섭 22. 실내공간 @신경섭 23~24. 단면도
21 23 24 7 74 4 2 2 5 5 2 025m 857 13 1 1 1 0 0 0 0 7 5 5 2 0.계단 1.홀
2.소매점
22
72 25. 모따기 99, 1층 평면도 26. 2층 평면도 27. 3층 평면도 28. 4층 평면도 29. 5층 평면도 30. 외벽 상세 @신경섭 31. 내부계단과 실내공간 @신경섭 32. 내부계단 @신경섭 6 5 1 33 44 5 7 7 6 1 33 4 5 7 5 4 7 13 6 4 5 7 6 5 7 5 5 1 2 1.홀 2.소매점 3.입구
5.침실 6.옷장/창고 7.테라스 2628 25 30 2729 32 31 025m N
4.거실및식당

Archived Mass(연희동 갤러리)

서울의 서북쪽 조그만 시장 골목길에 있는 노후 건물을 갤러리로

변경하는 프로젝트였다. 저층 상가+상부 주택의 일반적 형식의 기존

건물은 특히,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옆 건물과 공유하는 쌍둥이

건물로 지어져 있어, 1970~80년대 또 하나의 ‘전형’에 대한 해석이

필요했다.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할 수 없을 때, 무엇을 어떻게 걷어내어야 그

본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기존’이라는

구성에 대한 재정의를 시작하였다. 구조/비구조 요소, 주거/비주거 공간, 창호/벽/담장 등의 요소를 보존 혹은 신설이라는 양단의 방식이 아닌, 그

가운데에 있는 모호한 경계쯤을 목표로 했다. 기존의 흔적을 지우기보다

의미 있게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정리하였고, 이에 따라 기존 창의

흔적은 입면의 디자인 요소로, 신설 입구는 새로운 색을 입힌 제스처로, 지하에 남은 벽면 모르타르 미장은 갤러리의 아이덴티티로 드러나게 되었다. 흔적들을 찾아가는 방식이 시간의 레이어를 드러내고, 골목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리지널리티 그리고 다양성

글로벌 건축이라는 의미가 더 이상 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나, 혹은 세계적으로 ‘먹히는’ 특징을 말하는 것과는 멀다고 생각을 한다. 과거에 글로벌이라는 의미가 앞서 발전된 국가·도시를 따라가는

지향점으로서 생각되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각각의 빠르고 다양한 현상 변화에 대한 해석과 대응이 그 유효한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건축가로서 오늘날의 도시와 건축에 접근하는 지향적인 방향은 ‘다양성’

추구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다양한 문제와 이슈에 대해 건축가가 유기적인 방식으로 답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이론을 정립하고 몇 가지 주요 원칙들을 일률적으로 적용해서 적정

이상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었거나 문제를 개선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팽창된 복잡한 도시 층위의 요구

상황에 놓여 있고, 그것은 사회적 요구, 개인적 가치, 자본, 법, 생존 등의 문제와 깊게 얽혀 있으므로 매 순간 가치판단과 실행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단일한 방식이 아닌, 건축가가 고유하고 독창적으로

만드는 각각의 답안들이 앞으로의 도시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다양성을 만들어 낼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 각 건축가들의 ‘오리지널리티’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73 33~35. 연희동 갤러리, 외관 @Joel Moritz 36~37. 실내공간 @Joel Moritz 3537
34 33 36

글. 김세진

김세진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2015년

지요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였다. 종이의

면으로 시작한 건축이 존재의 개별성과

감각의 보편성을 가지고 스스로 깊이

있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서울대학교

설계스튜디오에 출강한 바 있으며 젊은

건축가상(2020),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우수상(2022) 등을

수상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서울시립미술관

〈노실의 천사〉 전시를 디자인했다.

개인적 집요함의 건축

지요JIYO Architects건축사사무소

건축의 뿌리 나의 건축이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과연 나의 건축이 있기는 한 것인가, 라는 의문과 동시에 생각나는 어릴 적 경험이 있다. 비가 오기 시작했을 때 방에서 누나가 했던 질문. 이 방이 유난히 빗소리가 잘 들리지 않니? 그래서 비오면 난 이 방이 더 좋아. 나도 건넌방 보다 빗소리가 잘 들린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했다. 비오면 땅에서 흙냄새가 나기 시작한다는 것도, 살살 걷지 않으면 바지 뒤에 물이 튄 자국이 남는다는 것도 말이다. 그럼에도 빗소리가 잘 들려서 ‘좋다’는 말은 어린 나이에도 특별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때 즈음부터 남이 아닌 스스로의 것에 관심이 생긴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부분 우리 세대가 그랬겠지만 나는 건축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그 곳을 졸업하면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거의 알지 못한 채 학교에 입학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대학시절의 나는 설계를 하는 것 이외에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설계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하기 싫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았고 그냥 무덤덤하게 스튜디오 수업을 듣고, 과제를 내고, 마감을 하면서 지냈다. 그럼에도 대학원은 건축사연구실에 들어갔는데 그 이유의 대부분은 지도교수님 때문이었다. 대학 전공으로 건축학과를 선택한 무모함에 비할 수는 없지만, 촘촘한 생각이나 따져봄 없이 대학원 방을 정했다. 대학원 생활을 통해 나는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 배운 듯하다. 지식을 습득하고 소비하는 사람에서 나의 노력과 애씀을 통해 사회에 무언가를 내어놓는 사람으로의 역할이 주어졌다. 졸업전도 하고 여러 학기 설계마감도 했지만 대학원 이전의 것은 내가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일이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나의 기여는 보잘 것 없을 만큼 미미하고 작았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일단 결정적인 오류가 없어야 했고 생각의 위계가 필요했다. 무엇이 중요하고 어느 것이 덜 한지, 그래서 그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설득력이 있는지를 더듬더듬 알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학생 시절은 알만 하면 끝이 나는 경험의 반복이었고 유학의 기회는 없었다.

졸업 후 3년 반 무영, 공간과 같은 대형설계사무소를 다니는 동안 대규모 건축이

지어지는 신기함과 분야별로 전문화된 시스템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우재건축사사무소에 입사하였는데 그 선택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작더라도 집을 온전하게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그 곳에서 건축의 기본을 배우고 익혔다. 흔히 아틀리에라 불리는 설계사무소에서 요구되는 실무의 대부분을 오우재에서 경험했다. 도면의 선두께를 정리하는 일에서부터 현장소장과의 협의에 이르기까지 사무실 대부분의 일은 집을 설계하는 능력과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것이었고 하루하루 아는 것이 늘어나는 즐거운 날들이었다. 시간은 빨리 흘러갔고 어느덧 입사 8년이 되던 해에 스스로의 사무소를 개소했다. 오픈을 간절히 바라던 것도 아니어서 시험을 통과하고도 2년 정도 더 실무를 하면서 지냈다. 계보를 찾아내거나, 나에게 영향을 주고받은 것을 헤아리는 일은 스스로 할 수도 있으나 다른 사람의 눈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위에 말씀드린 분은 물론이거니와 건축설계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나에게 따뜻함을

보여주신 분들에게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MERGING POWER

지요건축의 지향점

지요건축을 소개하는 글이 홈페이지에 있다. 처음 홈페이지를 만든

시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같은 내용을 담고 있고 그와 같은 사실은

지요건축이 지향하는 바가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문장들을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이 오히려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요건축사사무소는

건축이 사회적 조건 내에서 다수의 합의의 지난한 과정 끝에 탄생하게

된다는

실현의 엄정함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건축의 재료와 물성, 구축과 체계, 기능과 맥락에 의미가 깃들 수 있도록

생각의 두터움을 가지기 위해 애씁니다.

건축이 개념에서부터, 삶과 방법의 탐구를 거쳐, 작도하고 짓기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수고에 기반함을 알고

땀의 정직함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건축이 분위기를 만들고, 특정한 심상을 불러일으키며, 가치를 담은

대상이기를 바라며

존재의 신비로움을 동경합니다.

담담함 너머의 것

지요건축의 땅집사향 이야기주제는 ‘담담함 너머의 것’이었다. 일전에

나는 담담함에 대해 유연한 태도, 간결하게 드러나는 것, 마음을 움직이는 고요함이라는 소제목을 가지고 짧은 글을 쓴 적이 있다. 순서대로 일관되고 명확한 지향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작업에 따라 지향하는 바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돋보이는 것보다는

건축에 생각을 담아낼지에 관심이 있는 것, 건축이 스스로 깊이를

가지고 폭은 넓어져 다수가 공감하고 그 감각이 선명해지기를 바라는

것에 대해 말하였다. 이 시점에서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내

생각의 틀은 비슷하였기에 땅집사향의 주제로 선택하였다. 이제 개별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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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두의 마을활력소 Ⓒ남궁선

모두의 마을활력소

〈모두의 마을활력소〉는 거점형 마을공동체 시설이다. 자치구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른 공동체 시설과 협력하며 각 시설에 자문과 조정, 교육을 지원한다. 500m2 남짓의 공공시설이지만 두

개의 공영주차장과 하나의 부설주차장, 라운지, 방송국과 기록관, 다목적홀, 마을경제지원센터, 마을자치팀 사무실 등 다양한 기능이 모여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건물의 각 층 바닥면 높이를 설정하는 과정은 곧 계획의 기본 틀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대지는 두 개의 길에 면한다. 동서 방향의 길은 그 일대의 주요한 4차선 도로이다. 반면 남북 방향의 길은 중앙선 없이 차 두 대가 교차할 수 있는 정도의 너비로 마을 안쪽과 이어지는 경사가 급한 길이다. 서로 다른 두 기준 레벨에 의해 기존 공영주차장과 덧대어진 시설이 수직적으로 구분되고 각각의 열리는 방향을 길의 상황에 대응해 결정한다. <모두의 마을활력소>의 얼굴은 희고 말갛다. 희고 말간 표정은 자문, 조정, 협력이라는 마을활력소의 고유한 기능과 맞닿아 있다. 자문하며 조정하고 협력함은 어떤 것의 사이를 다루어 비슷함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반투명의 기성재는 벽체에 고정하지 않고 슬래브에 걸어 부착해 진폭이 작지만 빛의 변화를 내외부에서 충분히 느끼고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밤이 되면 밝고 경쾌한 백색 외피가 빛을 담는 오브제로 바뀐다. 극적이기에 매력적인 순간이다. 반투명 면의 이면에는 빛이 있다. 빛은 반투명함을 인지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지요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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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모두의 마을활력소 다이어그램
77 3. 모두의 마을활력소 Ⓒ남궁선 4. 모두의 마을활력소 개념모형 사진 Ⓒ우종덕 3 4

노실의 천사

〈노실의 천사〉 전시 디자인은 보는 재미를

뒤로 하고 보편과 별스럽지 않음에 집중한다.

전시 디자인은 주로 조각과 소조를 놓아두는

높이를 다룬다. 이는 작품을 탐색하고 계열화한

전시기획자에 기대고 있다. 그 높이의 차이가

작품을 묶는 자연스러운 기준이 되고 미세한

리듬을 만들어 낸다. 작품과 대면하는 감각은

작품과 떨어진 거리와 각기 다른 개인의

눈높이에 따라 모두 다르지만 전시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와 틀로 작동한다. 높이가

다르기에 좌대의 형상은 사각형이고 부조를

기대는 벽과 테라코타와 건칠의 방을 둘러싼 낮은 벽은 무던한 직선이다. 좌대와 낮은 벽은 작품의 조소성을 해치지 않는 배경이 된다. 작품과 닿은 좌대의 상판은 작가의 작업과 관련되어야 하지만 상판아래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전시장 바닥은 평평하고 작품의 근원이 되었던 우물이나 가마를 형상화한 오브제가 놓인다.

1.전시입구2.입산3.테라코타4.수행5.건칠6.피안7.아카이브8.전시출구

78 5~6. 노실의 천사 Ⓒ남궁선 7. 노실의 천사 개념평면도 Ⓒ지요건축사사무소
6 5 7 3 2 1 4 8 7 6 5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자존하고 독립적일 것 같은 예술작품도 실은 관계의 형태로 존재한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의 전시 대상은 예술작품과 아울러 작품의 복원 도구와 과정, 이에 필요한 광학기기와 과학적 데이터까지 포함한다. 다소 낯선, 작품의 이러한 관계 항목들은 엄밀히 말해 작품의 외연이다. 그렇지만 작품과 관계 항목 사이에 위계를 두지 않는 것을 전시 설계의 기본 원칙으로 했다. 모든 전시물을 개별 존재로 두고, 그 사물 사이의 수평적 연결이 만들어지길 바랐다. 전시 대상을 벽에 거는 것, 좌대에 놓는 것, 자립하는 것으로 나누어 생각했다. 전시물은 중립성이라는 원칙에 따라 세 면으로 구성된 벽의 각 중앙, 서로 대칭인 좌대 위, 닫힌 영역 한가운데에 놓기를 제안했다. 전시장은 비교적 정형적이고 치우침이 덜하며 일정 정도 질서를 가진다. 전시물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작품이라기보다 하나의 체계 안에서 서로 작용하기를 기다리는 사물에 가깝다. 원형을 잃어버린 작품의 본디 자리에 다가가는 가장 강력한 힘은 아마도 보존과학자의 상상과 사유일 것이다. 전시장에서는 이를 부유하는 날선 판으로 형상화했다. 사고의 은유 아래 보존과 복원의 도구와 방법, 교차하는 논의와 기술, 그 결과물인 작품이 위치한다.

79 8~9. 보존과학자 C의 하루 Ⓒ남궁선 10. 보존과학자 C의 하루 다이어그램 Ⓒ지요건축사사무소
8 9 10

체부동 생활문화센터

이 프로젝트는 옛 체부동교회를 지역 주민 공간인

<체부동 생활문화센터>로 변모시킨 것이다. 그래서

주로 기존 건축물의 보존과 그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체부동교회의 붉은 벽돌 벽은 예배당과 부속

한옥의 증개축 과정에서 시대별로 다른 벽돌 쌓기

방식을 사용해 그 체적을 늘려왔다. 붉은 벽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조적 방식의 변이를 그대로 담고 있는

기록일 뿐만 아니라 장소의 고유함을 규정하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계획 대지는 흔히 상정하는 빈 땅이

아니라, 시간과 맥락을 담아 수직으로 서 있는 차원의

붉은 벽을 포함하는 일단의 영역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체부동교회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건축 요소는 붉은

벽돌 벽과 목조 트러스다. 두 요소는 북측 붉은 벽의 상단에서 접합된다. 이는 무주공간으로 구성된 기존

건축의 원형과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신축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90년 정도 오랜 시간 지속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붉은 벽의 안쪽은 검은 벽돌 치장쌓기하여

음향 중심의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응하고, 트러스

사이는 백색 면으로 채워 조성 시기가 다름을 강조했다.

이번 작업은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가치판단의 한

결절점으로서 시간의 대비와 평행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진행했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변모를 정비하고 미래의 변화를 담아낼 기초가 마련되기를 희망했다. 이을 것과 단절할 것의 가치판단은 시대에 따른 변화에 열려 있고 새로운 결절점이 될 작업 또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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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체부동 생활문화센터 Ⓒ남궁선 13. 체부동 생활문화센터 다이어그램 Ⓒ지요건축사사무소 13 11 12 목재트러스(존치) 영롱치장쌓기프랑스식치장쌓기 (마구리돌출) 프랑스식쌓기 치장쌓기 영국식쌓기 통줄눈 치장쌓기 붉은벽(존치)

글로벌 건축의 키워드

‘개인적 집요함’이다. 오늘날 글로벌 건축이라는 단어가 지금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건축 혹은 건축가 중에서 내가 발견한 키워드를 서술하라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그렇게 대답해야 할 것 같다. 물론 대상도, 유사점도

내가 고른 것이니 동의하지 않을지 모른다. 경향이 사라진 각자의 시대이다. 그러한 상황은 얼추 반세기 전에 등장해서 새로울 것이 없지만, 끈질기고 반복적으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비판적 지역주의에 기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천, 장소, 구축, 지역, 촉각, 이접, 틈새. 편향된 선택일지 조심스러우나

비판적 지역주의에 대한 특징 또는 사고방식을 요약한 프램튼의 항목

순서대로 한 단어씩 고른 것이다. 현재의 건축을 논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익숙하고 보편적인 단어들이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이 생각에 가까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만약 저 단어들을 제외한 채 건축을 말하려 한다면 지금의 우리가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근래의 케레, 라카통과 바살, 페럴과 맥너마라, 이소자키, 도시에게서 위 단어들이 떠오른다.

비판적 지역주의는 범주일 뿐 양식이 아니라는 주장은 설계하는 이에게 자유를 제공한다. 스타일이 아니라 지향이 중요하다면 관용도는 높아진다. 제약이 느슨해지면 개인은 각자의 세계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런 토대는 규율보다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성보다는 감정을 선호하며, 이상을 좇기보다는 일상을 소중히 하는 시대의 분위기에 어울린다.

자유로운 분위기는 전 세계적인 정보의 공유에 의해 가속화 된다. 수평적 공유는 개인의 자유도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만 그 압도적인 양에 의해서 개인적 특질을 약화시키는 효과로 작동하기도 한다. 나에게 놀라움을 주는 건축, 그리고 그 건축가는 스스로의 것에 무척이나 집중한 사람인 것 같다. 나는 단독자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단독자는 다른 이와 비교하지도, 서로 우열이나 위계를 가지지도

않고 스스로 존재하는 심상을 준다. 그들은 세계인이지만 단독자이다.

의도적으로 영역을 확대하거나 확장성을 고려했다기보다는 자신에

집중하여 대상을 만들고 그것이 저절로 외연을 넓히는 것 같다. 건축을

취향, 태도, 의지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인간의 저작물로 보는 관점은

그 설득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듯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시각은

나에게 스스로의 작업에 있어 분명한 입장을 요구한다. 그 간극은

멀고 아득하지만 이상하게도 차분해지고 침착함이 생긴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마음을 움직이는 건축을 대할 때면 엄청난 수고와 시도, 수많은 경험과 시간이 그 뒤에 있었을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한 사람만의 것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모두가

소임을 다할 때 그 가능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전문적이고 분화된 직능은

저절로 하나의 궤로 엮이지는 않는다. 결을 맞추려는 의지, 스스로의 것을 찾는 험난한 항해, 감동적인 건축과 건축가. 그것은 개인적 집요함에서 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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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체부동 생활문화센터 개념모형사진 Ⓒ우종덕

사용자의 시선에 다가가는

건축의 의도 드러내기

라이프LIFE architects건축사사무소

글. 한지영, 황수용

한지영은 공간이 사용되는 순간 지각되는

요소들에 집중하고 그 관계를 공간에

풀어낸다.

황수용은 건축가의 의도가 잘 드러날 수

있는 이해하기 쉬운 건축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두 사람은 연세대학교에서

만나 석사학위를 받고 2016년

라이프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여

운영해오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

〈성수동 A빌딩〉, 〈제주 오형재〉, 〈동교동

브레이스(The Brace)〉, 〈파주 4+1주택〉,

〈서울시립농아인복지관 설계공모

당선작〉, 〈강서수도사업소〉, 〈파주

래티스(Lattice)〉등을 설계하였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부문

우수상(2021), 제주건축문화대상(2021), 경기도건축문화대상(2020), 푸르지오

디자인 공모전(2011) 대상을 수상했다.

건축의 뿌리 (황수용) 한 번도 건축을 전공하겠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이 자율전공이라는 입시방법으로 대학교에 입학을 했었고 항상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건축설계도 디자인의 영역이라는 말에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학부 때는

건축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부분을 배웠던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학기 중 프로젝트마다 굉장히 진지하게 작업했고 스튜디오 안에서

경쟁하며 서로 많이 배웠던 것 같다.

건축을 공부해 가면서 스스로 갖게 되는 의문에 대해서 답을 줄 수 있는 스승이 필요하다고 느꼈었고 기회가 될 때마다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직접 찾아다니며 배우려고 했던 것 같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을 생각해 보면 건축설계의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나에게 생각의 자유로움을 알게 해주신 SAKIA(한국건축가학교)에서

만났던 봉일범 교수님, 그리고 “이성적인 생각을 위해 내 안의 감성을 소거해 버리고 싶다.” 라는 글을 읽고 너무나 큰 공감을 얻어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하신 최문규 교수님, 아직도 설계하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그때의 노트를 꺼내어 놓고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 건축을 이성적인 영역 안에서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시던 그의

강의는 내가 들었던 어떤 이론보다 명쾌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업에 빠지지 않으려고 반장을 자처하며 1년 정도 공동건축학교에서 들었던 김광현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건축이론의

전반적인 내용과 건축의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배웠던 것 같다.

(한지영) 『건축가들의 20대』라는 책이 있는데 20대에 읽었다. 대가들의

이야기 중 렌조 피아노의 파트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부분은 사람은 어린

시절에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다 한다고. 아이 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남은 삶을 사는 거라고. 자기만의 고유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말라고. 그

누구처럼도 아닌 자기 자신처럼 하라는 부분이다.

당시 그 책을 읽고 나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6·25때 북한군도 그냥

지나쳤다는 산세가 있는 시골집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 동네에 아이가

없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구를 하며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 그냥

동네를 돌아다니며 자연에 있는 돌멩이를 가지고 흙바닥에서 놀았다.

유년기는 평범한 동네에서 보냈다. 그 때 나에게 건축을 알려준 친구가 있었다. 나는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가 사는 마을을 연습장에

시리즈처럼 그리는 작업을 좋아했는데, 그 친구를 만나고서는 매일

EMERGING POWER

둘이 경쟁하듯 평면도 비슷한 것을 그리면서 놀았다. 좋은 건축을 접해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실 그 때 그렸던 것들이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었지만 쉬는 시간만 되면 열정적으로 서로의 안을 보여주면서 설명하고 그랬다. 서로의 집에 가서도 열심히 그러고 놀았다. 그렇게 노는 걸 어머니가 보시고 공간 디자이너가 되려나 보다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갑자기 전학을 갔던 것 같고, 그러고서 나는 더 이상 평면도 비슷한 걸 그리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올라갔다. 나는 바이올린을 엄청 싫어하면서도 꾸역꾸역 6년이나 했고 그러다가 노래가 너무 좋아져서 매일 노래를 부르러 다녔다. 목소리가 모여서 하나의 노래가 되는 것이 너무 짜릿했다. 그리고 대학에 갈 때쯤, 같이 노래를 하던 친구들은 성악을 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나는 너무 당연한 듯 건축학과에

원서를 쓰게 되었다.

건축과에서 사람의 흐름에 대해 상상하는 법과 나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법을 배웠다. 교수님은 그러셨다. 설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어디서 뭘 하든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대학을

졸업하고 아틀리에에 들어갔다. 내 사수는 유명 대학이나 사무소를 나오진 않았지만, 디테일에

대해 진지한 분이었고, 아는 것도 많아서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그 덕에 3년 차가 되었을 때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가 설계를 평생 해도 되겠다고 판단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좋은 교수님을 선생님으로 만났고, 시간을 쪼개서 쓰는 법을 배웠다. 다양한 연구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바쁘게 보냈다. 주거에 관심이 많았고, 신도시 아파트의 재생 시기가 올 경우를 대비할 수 있는 공동주거의 재생에 대한 석사논문을 썼다. 다양한 외국 사례를 보면서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못할까, 싶었다.

석사를 마치고 경력자로서 중견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너무 지친 나머지 건축을 그만할 생각으로 건축사 라이선스는 따고 그만두자 하고 건축사 시험을 치렀다.

83 1 1. expressive system Ⓒ라이프건축

건축의 본질은 외피에 있다 (황수용) 나의 건축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 혹은 사무소의 취향은 같은 면도 있고 좀 다를 수도 있다 물론 프로젝트마다 서로의 생각이 좀 더 반영되는 차이는 조금 있을 수 있지만 한지영

소장과 같이 진행하면서 서로의 생각에 생각을 더해가며 완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취향을 갖고 있고 각자의 장점이 프로젝트마다

각자의 장점이 잘 발현되도록 노력한다.

나의 개인적인 건축적 취향이라면 건축적인 의도를 외피로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나는 고트프리드 젬퍼(Gottfried Semper)가 이야기했던 “건축의 본질은 외피에 있다”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건축물의 의도가 외피에서 드러나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 그것이 구축적인 의도를 드러내는 외피와 구조의 일체화된 표현이거나 거리와의 관계를 유도해 공공성을 드러내는 방법이든 외부로 노출되는 시스템이 건축적 의도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외부로 드러난 건축적 의도는 건축을 보는 사람이 좀 더 쉽게 건축을 이해하는 도구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지금 상황은 아주 조금 다른 것 같긴 하지만 개소 초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리에게 주어졌던 설계조건은 주변의 일반적인 건축들이 가진 유형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꽉 짜여진 어느 정도 답이 나와 있는 건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건축가가 꿈꾸는 이상과 건축주가 원하는 건물이 다를 때 건축가는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해 설득을 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꿀 수 없는 조건들이 존재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기본조건을 고정한 채 아이디어가 담긴 수많은 변수들을 조정해 가면서 여러 가지 유형을 만들어 내었다. 진화론의 신봉자는 아니지만 이런 작은 유형의 변화는 분명 새로운 진화를 통해 우월한 종이 되지 못할지라도 다양한 종을 만들어 실패하고 도태되어 없어지더라도 그래도 하나쯤 살아남아 우리의 생존가능성을 넓혀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지영) 건축의 중심은 사용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건축이 사용되어지는 순간에 집중한다. 사이트와 도면을 보면서 내가 사용자가 되어 끊임없이 상상한다. 입면이나 단면계획도 상상한 결과에 따른다. 끊임없이 상상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외부에 대한 사용자의 시선은 늘 놓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라 세심함이 더 필요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입면이나 단면에 대한 비중을 더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외부에 대한 사용자의 시선은 설계하면서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공사 중에 변경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부분에 대한 생각을 보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84 2. 동교동 브레이스 Ⓒ신경섭 3. 모형사진 Ⓒ라이프건축 4. 개념 스케치 34 2
85 5. 파주 Lattice Ⓒ신경섭 6. 라이프 Office, 모형사진 Ⓒ라이프건축 7. 강서수도사업소 Ⓒ신경섭 6 7 5

지난 땅집사향에서 5개의 준공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우리가 직면한 현실적인 상황과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건축적 아이디어들을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었다. 그중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텍토닉(Tectonic)

현재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서울이란

거대도시는 세계 어느 유명 도시보다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정확히 무엇이라 정의

내리기 어려울 만큼 복합적이다. 케네스

프램튼(Kenneth Frampton)이 얘기했던

비판적 지역주의의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되었던

텍토닉(tectonic)은 사회적 관계에 빠져

86 8. 성수 A빌딩, 평면도 9. 성수 A빌딩, 1층 내부 Ⓒ신경섭 10. 내부계단 Ⓒ신경섭
8 10 9 1.근린생활시설 2.화장실 3.옥상정원 4.테라스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3층 평면도 4-8층 평면도 9층 평면도 10층 평면도

소홀해지기 쉬운 건축적 본질에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비판적 지역주의에서 생산적 건축의 특징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이런 생각은 우리가

건축가로서 처음 사회를 마주했을 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 되었다. 대지와 사용자

그리고 법적인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건축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해법을 찾으려고 했던 시도는 기본으로 돌아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건축의 구축적인

면에서부터 시작하여 다시 더 넓은 영역인

더 복합적인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외부로 드러내는 시스템(Expressive system)

근대 건축가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파사드(Facade)의 자유로움은 불과 몇 십 년이 지나지 않아 구조가 외피가 되고 다시 공간이 된다는 외피와 공간과 구조의 일체화 경향으로 다시 회귀된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이런 현상 안에서 우리의 작업들은 어떤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 만들어 내고 있는 소규모 건축물들은 내부공간 활용에 대한 해법으로 구조를 밖으로 밀어낼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며, 구조화된 외피의 사이 공간을 통해 공공성을

드러내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또한 구조체의 변형을 통해 주된 구조이면서 거리에 대응하는 건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형태로 해석하려고 시도하였다. 외부로 노출되는 시스템

그것이 구조체이든 공공공간이든 거리에 대응하는 얼굴이든 간에 밖으로 드러낸다는 의미가

우리에겐 건축적 의도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던 것 같다.

87 11. 성수 A빌딩, 외부 입면 Ⓒ신경섭 12. 전경 13. 단면도
12 1113 2 2 2 2 2 1 1 1 3 4 5 2 2 2 1 1 1 1
보면 최소한의 예산과 건축주의 욕망이 반 강제적으로 우리를 그 곳에서부터 시작하게 했는지 모른다. 1.제1종근린생활시설2.제2종근린생활시설3.정화조4.기계식주차장5. 펌프실6.DA7.집수정

사용자 중심의 시선

누군가 건축의 진정한 모습은 사람이 그 안에

설 때 비로소 이해된다고 했다. 그러니 건축의

진짜 모습은 사용자의 시선이 공간과 마주할

때 드러난다는 것이다. 시선은 사용자와

무언가 사이의 눈길이다. 하나의 공간 안에서

다양한 종류의 시선, 서로 다른 깊이의 시선이

가능해지면, 그 공간은 더 풍요로워 진다.

실제 점유하는 면적을 뛰어넘게 된다. 그래서

극도로 작은 규모에서 시선의 다양화를 위해

스킵플로어(skip floor)도 하고 공간의 구획을

아예 없애기도 하는 것이다. 작은 규모일수록

시선이 닿는, 경우의 개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사용자의 시선에 대해 상상해보기도 한다. 어떤 공간으로 들어가서

어떤 것을 보고 싶을지. 지나가면서 어둡지 않을까, 좁아서 답답하지는 않을까, 이쪽으로 돌면 창밖으로 저게 보이면 좋겠는데, 여기서 저기까지는 한 번에 보이면 좋겠다, 여기서 보면 재밌는 그림자가 생기겠다, 등등의 생각을 이어 나간다. 이런 상상을 하면서 계속 사이트를 기웃하고, 계획안을 뒤적이며 3D 모델링과 모형을 들여다본다. 도면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사용자의 감각적인 부분들을 상상하는

공간적 배려가 실제 건축이 사용되어질 때 사용자의 시선으로 드러나게 된다.

사실 오늘날 글로벌 건축의 핵심 키워드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는 별로 글로벌한 것에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주목받는 ChatGPT에게 물어보았더니 ‘지속가능성, 스마트시티, 유기적 건축, 혁신적 기술, 사회적 책임’ 이라고 답해 주었고 그중에 관심 있게 보았던 키워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88 14. 제주 오형재, 평면도 15. 단면도 16. 스케치
14 15 16 1층 평면도
다락층 평면도

지속가능성

우리는 건축 설계업 그리고 중소규모

공사현장에 대한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해

본 것 같다. 언젠가 중소규모 건축을 해오고

있는 시공사 대표님과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건축현장에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고 근로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안전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요즘 누가 이런

데서 일하려고 하겠는가? 더 이상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현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대안은 무엇일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지만

요즘 현장들을 다니며 심각하게 우리가

건축을 하는 방식을 바꿔야 하고 바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설계사무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경력사원은

구할 수가 없고 신입사원들도 점점 채용이

어려워진다. 저출산으로 2027년이면

청년실업이 해소된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들었다. 앞으로 4년인데 그때 우리는 어떻게

변해 있을지 상상해 본다. 요즘 사무실에서는

3D프린터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사람이

만들기 어려운 모형은 출력하여 사람이 하는

부분을 줄여가고 있다. 뉴스에서는 건축

현장에도 3D프린터가 들어간다고 하던데 우리

같이 영세한 업자들이 혁신을 꿈꾸기는 참

요원한 일이다.

혁신적 기술

우리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항상 관심이

많았고 누구보다 빨리 사용해 보고 싶어 하는

이른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다. 몇 해

전 VR기기가 개발되고 해외의 몇몇 업체들이

건축설계에 도입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건축 프레젠테이션에 도입해 보았고 내부적으로

상당한 만족도를 경험했다. 아직 현실의 감각을

대체한다는 것은 어렵겠지만 설계자로서

고려해야할 부분을 더 많이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활용 가능한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새로운 우리의

업무공간을 계획하고 있는데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항상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일하는 장소가 현장이든 사무실이든 카페든 서로 협업할 수 있는 가상공간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고 가상공간인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물리적 공간들과 지속적으로 연동되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89 17~18. 제주 오형재 전경 Ⓒ신경섭 19. 담장과 지붕 Ⓒ신경섭 20. 실내공간 Ⓒ신경섭
17 18 1920

글. 고석홍, 김미희

고석홍과 김미희는 한양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각각 ㈜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았다. 2012년 광주 비엔날레 폴리 Ⅱ

현상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기억의

상자〉 설치 작업을 계기로 협업을 시작했다.

2016년에 소수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고

〈동심원〉, 〈일삶 빌딩〉, 〈신선길〉, 〈양평

송학리 생각 단독주택단지〉, 〈글로우 빌딩〉,

〈티루프(T roof)〉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대표작인 〈동심원〉으로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지품팡팡

놀이터〉로 2018년 따듯한 공간상 대상,

〈흔연재〉로 2022년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부문에서 수상하였다.

고석홍은 2021년부터 남서울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객원교수로 출강 중이며,

김미희는 2019년부터 한양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인천광역시

공공건축가, 서울특별시 신속통합기획가로

활동 중이다.

어반 티슈의 개별성과 보편성 모색

소수SOSU ARCHITECTS건축사사무소

소수?

학창 시절 수학 시간에 배우는 소수(素數)는 특별한 정수이다. 소수는 자기 자신과 1을 제외하고는 인수가 없는(어떤 수로도 나눠지지 않는) 수이다.

소수(Prime number)의 특성은 SOSU ARCHITECTS가 지향하는 건축의 개념과 많은 부분에서 맞닿아 있다.

보편성과 개별성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떨어지는 소수는 보편성과 개별성을 동시에 가진다. 건축은 물리적 환경이 다른 대지에 다양한 목적을 가진 건축주의 요구와 각기 다른 예산 등 많은 서로 다른 조건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 그 조건들을 다각적으로 조직해 나가다보면 모든 건축물은 각기 서로 다른 고유의 특성을 가지는 개별적인 결과물로 도출된다. 모든 소수가 자신뿐 아니라 1로도 나누어지는 것처럼 우리는 단위 개체로서 건축물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도시의 작은 조직(tissue)으로서의 보편성도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한다.

무한성

소수는 무한히 확장되는 숫자이다. 지금도 가장 큰 소수를 찾아내기 위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SOSU ARCHITECTS는 프로젝트마다 현재에 가지는 경계를 정의하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통해 새로움을 찾아간다. 그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 끝은 항상 열려 있다.

유연성 소수는 다의적인 의미를 가진다. 소수(少數, Minority)는 특별함을 가지는 개개인의 다름을 존중하는 유연함을 지향한다. 이러한 유연함은 SOSU ARCHITECTS가 일하는 일상의 공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소수건축의 사무실은 고정된 벽체로 구획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무실의 공간 개념은 수평적 소통을 위함이다. 우리는 건축의 과정을 통해 만나는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들과의 소통을 중요시 생각한다. 그 소통의 과정에서 사고의 범위가 확장되고, 우리의 건축적 고민과 의도가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고 공감된다. 이러한 태도로 사람, 건축, 도시 간의 많은 접점을 만들고 유연한 경계를 만드는 것이 SOSU ARCHITECTS가 추구하는 주요 가치이다.

EMERGING POWER

소수! 작은 것으로부터의 시작

소수건축의 최초의 시작은 2012년 고석홍과 김미희가 광주 폴리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부터이다. 2016년 사무소 개소 이전에도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작은 공모전에 참여하며 함께 작업하던 것이 지금의 소수건축사사무소로 이어졌다. 2012년 5월 광주 폴리에 제안했던 〈기억의 상자〉는 구 전남 도청 앞 분수대의 지하 아케이드에 설치되어 있다. 과거 수많은 이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목소리를 내던 장소 바로 아래에 다수의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들을 다시 모으는 기억의 보관함을 지하철 로커 형식으로 제안한 작업이다.

과거 아픈 역사의 현장으로 유물화 되어 버린 장소를 과거 그 곳을 채웠던 평범한 개인의 사소한 이야기들로 다시 채움으로써 끔찍한 사건 이전의 일상의 공간으로 되돌리고자 했다.

광주 폴리 작업은 작은 사소한 것들의 응집이 가져다주는 큰 움직임과 작은 것들이 만들어 내는 일상성과의 관계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소수의 건축에 있어 개체가 중요한 시작이 되는 이유가 되었다.

91 1. N주택 외관 ⓒ노경 2. N주택 외벽 디테일 ⓒ노경 3. 기억의 상자 설치 사진 ⓒ소수건축 4. 기억의 상자 다이어그램 ⓒ소수건축
1 2 4 3

다양한 인자의 조직을 통한 도시 조직으로서의 건축

건축가는 하나의 건축물을 짓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의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건축주의 요구와 예산, 건물이 들어설 땅이 가지는 물리적 여건, 주변 환경과의 관계 등 건축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인자들이 무수히 많다. 우리는 이런 단위 요소들

각각이 가지는 의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요소들 간의 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자 한다.

요즘 SOSU ARCHITECTS가 주목하는 관계는 모여 사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모여 사는 방식을 관찰하는 것은 사회적, 물리적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서 공감되는

생각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다. 우리를 찾아오는 많은 건축주들은 각양각색의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유형의 모여 사는 방식을 모색한다. 이러한 모색의 과정에서 우리는 다른 유형의

건축물보다 더더욱 관계의 조율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물리적으로 한정된 밀도의 도시에서 가족 혹은 불특정 다수들이 모여 사는 유형의 대표적인

예는 소위 빌라라고 불리는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다. 획일화된 한국 주거 문화의 문제로 언급되는 아파트 다음으로 많은 주거 유형인 것이다. 우리가 동네를 거닐며 쉽게 마주치는 도시 풍경의 중요한 요소로서 이 주거 유형이 가지는 잠재성은 크다. 또한 과거의 다가구, 다세대주택 유형과 다르게 상업, 업무, 문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조합되어 도시에서 그 기능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개인 건축주의 자본의 한계와 건축 법규적 제약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보다 더 열악한 도시 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현실이다. 소규모 공동주택은 높은 지가의 도시에서 개성 있는 개인의 삶을 담을 수 있는 경제적이고 유연한 구조의 주거 형식이다. 도심에서 사람의 관계를 조금 더 가깝게 할 수 있는 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 시점에서 유용한 형태의 주거유형이다. 또한 저층형으로 골목길과의 관계도 밀접해 일상에서 풍부한 경험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도심 대안 주거로서의 다가구, 다세대 주택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그 생태계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관계들을 건강하고 조화롭게 조직하는 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 시대, 우리 세대 건축가들의 공통의 관심사가 된 소규모 공동주택 시장의 변화는 1970~80년대 대량으로 공급되었던 노후된 다가구, 다세대 주택들로 채워진 도시의 풍경을 다시 한 번 바꾸는 좋은 기회이다. 작은 개체들의 집단적인 변화를 통해 도시의 이미지가 진화하고 있다.

92 5~6. P HQ. 저층 공용공간 ⓒ노경 7. 외벽 디테일 ⓒ노경 8. 외관 ⓒ노경 9. 외벽 디테일 개념 ⓒ소수건축
7 89 6 5

작은 공공성 소규모의 민간 개발 프로젝트는 경제성과 효율성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이슈이다. 과거에 비해 보이지 않는 것들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이해는 많이 좋아진 편이지만, 평당 지가로 얘기되는 부동산의 영역 속의 건축은 여전히 건폐율, 용적률이라는 숫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최대의

경제적 숫자 속에서 소극적이지만 공공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작업은 여전히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일삶 빌딩〉은 아래로 작아지는 형태로 좁은 골목길을 수직적으로 확장시켜준다. 저층을

비워내면서 주변 건물과의 거리를 기존보다 넓혀주어 기존 이웃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하고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풍경을 제공한다.

〈글로우 빌딩〉은 오랜 시간 마당이 남겨져 있던 도심에서 보기 드문 단독주택이었다. 예전의

큰 마당을 유지할 수는 없지만 주변과 면하는 사이공간에 작은 마당이 생길 수 있도록 건물을

안으로 오목하게 하고, 특히 과거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드나들던 마당이 있던 가로변은 좀 더

넓은 외부 공간이 생길 수 있도록 더 깊은 유선형으로 건물을 안으로 끌어들였다. 기존 가로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가로변에 마당을 만들기 위해 건물의 양 끝은 기존 건물들과 열을 맞추고, 건물의 중심이 대지의 내부로 깊이 들어오면서 가로의 행위를 담는 마당과 유선형의 건물 형태를 계획하였다.

〈P HQ.〉는 일반 주거지 내에 IT기업의 사옥이다. 서로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이 공존할 수 있도록 재료의 투시성의 단계 및 창의 디테일 등을 조율하여 주변과의 다층적인 관계를 설정하였다.

가로변에는 지하까지 연속되는 라운지 공간을 계획하여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지역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제안하였다.

93 10. 글로우빌딩 주경 외관 ⓒ노경 11. 야경 외관 ⓒ노경 12. 마당의 재해석 다이어그램 ⓒ소수건축 13. 외벽 디테일 목업 ⓒ소수건축 14. 외벽 디테일 ⓒ노경 14 1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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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재료가 만드는 비일상적 경험 50~100평 이내의 도시의 소규모 필지에서의 건축은 그 용도가 공공적 성격을 가지지 않는 이상 공간적 경험을 도시민들과 공유하기 쉽지 않다. 협소한 대지의 물리적 한계로 땅의 대부분이 건물로 채워지고 도시와 건물은

외벽만을 공유하게 된다. 내부 공간은 건축주의 전유물이지만 건축물의 입면은 도시민과의 공유물이다. 이러한 생각은 건축물의 표면과 그 표면을 구성하는 재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입면을 표피로 생각하지 않고, 도시의 움직임 속에서 경험되는 하나의 공간으로 간주한다. 벽돌, 석재, 금속, 유리 등 일상적인 재료들은 장소, 사람들의 다양한 움직임을 통한 시선의

변화, 자연, 시간 등 외부적 요소들과 반응하여 다양한 디테일로 변주된다.

도시의 시간과 함께 진화할 수 있도록 자연에서 오는 재료들을 선택하고, 변화를 담을 수 있는 질감을 재료와 재료의 의외의 만남 혹은 재료의 다양한

구축 방식 등으로 만들어 낸다.

〈글로우 빌딩〉은 입면에 빛의 변화에 반응할 수 있는 5,400개의 금속 바를

벽돌의 줄눈으로 사용하였다. 황금색의 금속 줄눈은 시간의 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그림자를 입면에 드리우고, 시시각각 빛에 반응하여 반짝이는

도시의 윤슬을 만든다.

〈윤슬재〉의 길에 면한 1층 외벽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풍경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격자형의 석재 루버와 미세하게 조율된 곡선

벽면의 만남은 서로 다른 패턴의 깊이감이 있는 그림자를 만든다. 그림자는

빛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며 시간에 따라 움직이며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중첩된 변화의 요소는 일상의 풍경을 더 풍요롭게 한다.

〈N주택〉은 보기 드문 서울 도심 속 단독주택이다. 여러 길이 교차되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대지에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해 열림과 닫힘의

깊이와 밀도에 대해 많이 고민하였다. 공적 성격이 강한 공간의 큰 창은 좀 더 깊은 깊이감으로 외부와 시선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창의 깊이감을 위한 벽면의 두께 변화는 자연스럽게 입면을 수평적으로 분절하게 된다. 열림과 닫힘의 밀도를 조절하기 위해 벽돌의 형태를 다양한 각도로 재단하고 틈의 밀도를 달리하였다. 이러한 쌓기를 통해 내부에서는 많이 열려 빛을

94 15~16. 소풍 외관 ⓒ노경 17. 거실-대청마루 ⓒ노경 18. 대청마루 ⓒ노경 19. 마당-대청 ⓒ노경 20. 마당 ⓒ노경 21. 디테일 ⓒ노경 19 18 2021
17 16 15

받아들이고, 외부에서는 닫혀 시선을 피하는 열린 동시에 닫힌 있는 입면이 된다.

〈티루프〉는 세 개의 지붕(three roof)이 특징적이다. 기존 도시의 스케일 감을 고려하여 수직적으로 분절된 매스는 주변 높은 오피스에서의 풍경으로서의 중요성을 감안해 지붕 역시 하나의 입면으로 고려하여 외벽과 같은 재료로 마감하였다. 지붕은 외벽과는 다른 환경적 조건을 가지므로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기 위한 새로운 디테일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지붕-외벽-1층 외부

공간에 이르는 건물 전체를 백색 콘크리트 블록의 단일 재료로 계획하여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하였다. 이는 재료가 혼재되어 복잡한 기존 도시 풍경에 여백을 만들고

골목길 풍경을 담는 배경이 된다.

〈핀오크 백암〉은 용인 근교에 위치한 문화와 자연이 함께하는 상업공간이다. 거대한 매스가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은 건물이 자연을 담는 배경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료를 최소화하고 균질화 하였다. 〈핀오크 백암〉에서 처음 시도되어 소수패널이라고 불리는 반사값이 있는 금속

패널은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빛과 그림자를 담아내는 스크린 역할을 한다.

95 22. 윤슬재 외관 ⓒ노경 23. 외벽 닫힘 ⓒ노경 24. 외벽 반열림 ⓒ노경 25. 외벽 열림 ⓒ노경 26~28. 별채 ⓒ노경 29. 별채, 지붕 디테일 ⓒ노경 2827 29
23 24 22 25 26

쓸모없는 공간의 쓸모 건축은 건축주의 요구에 의한 기능으로 채워진다. 특히 매일 공간을 사용하는 주택의 경우, 익숙한 삶의 방식을 지키려는 보수적인 접근으로 건축주의 요구들이 아주 촘촘하다. 오래 머무르는 시간만큼 집의 기억은 삶의 가치를 만들고 한 사람의 인생을 넘어 다음 세대까지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집에는 기능이 없는 기억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기능이 배제된 무용의 공간은 순수하게 가족들의 사건들로 채워지고 기억의 공간으로 남게 된다. 〈윤슬재〉 마당 한 켠에 떨어져 있는 방은 기능이 없는 무명의 방이다. 찬바람에 외투를 걸치고

때론 비를 맞으면서 건너가야 하는 이 방은 모두를 위한 여지의 공간이다. 창이 완전히 열리고 벽이 사라지면 방은 지붕이 덮인 마당이 되고, 마당은 하늘이 열린 방이 된다.

〈흔연재〉의 마당에는 서로 다른 높이의 두 개의 시선이 공존한다. 빛과 선택된 풍경을 들일 수 있도록 사람 눈높이 부분의 담장은 일부 낮추고, 가족의 또 다른 가족인 고양이들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땅에 닿아 있는 담장의 일부를 살짝 들어 열어주었다. 고양이의 마당은 가족들에게

96 30. 일삶 빌딩 가로 전경 ⓒ노경 31. 1층 오픈스페이스 ⓒ노경 32~34. BIM SECTION PERSPECTIVE ⓒ소수건축 31 3032 3334

다른 시선의 풍경을 더해주고, 가족의 열린 담장은 때에 따라 다른 형태의 그림자를 만들어 마당에 시간의 풍경을 담아낸다. 〈소풍〉은 과거 한옥의 대청마루의 기억을 소환한다. 거실 크기만한 반(半)외부 공간은 마당과 거실을 연결하여 실내외 경계를 흐리게 해주는 매개 공간이며, 계절의 변화를 가장 잘 담아내는 시간의 공간이다.

꽃과 새, 바람과 달을 담아내는 집이다. 가족의 요구 기능으로 채워진 본채는 먼 산을 배경으로 꽃의 작은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도록 경계를 가지는 마당을 계획하였다. 집의 중심에는 거대한 반원형의 볼륨을 띄어 만든 천장 계획으로 사면의 틈으로 빛을 들여 시시각각 변하는 표면의 그림자를 만들어 달을 은유하는 시적 공간을 계획하였다. 산과 대지의 경계에는 나무로 된 자연에 좀 더 가까운 잉여 공간을 두어 집에서의 다양한 여정을 만들었다. 이런 가족들마다의 다른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무용의 공간이 집을 짓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97 35~36. 티루프 외부전경 ⓒ노경 37. 티루프 지붕 디테일 ⓒ노경 38. 티루프 골목풍경 ⓒ노경 39. 흔연재 외관 ⓒ노경 40. 흔연재, 마당과 담장 ⓒ노경 41. 흔연재, 고양이 마당 ⓒ노경 42. 흔연재, 캣워크 풍경 ⓒ노경 39 42 41 3537 36
38 40
〈화조풍월〉은

글. 박정환, 송상헌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는 2014년에

뉴욕에서 설립되었으며, 2017년 서울로

사무실을 이전하여 건축, 도시, 인테리어, 제품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건축과 디자인의 복잡한(complex)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단순한(simple) 해결책을 도출해 내며,

높은 퀄리티의 디자인을 이루기 위해 이를

면밀히 탐구한다. 디자인의 기본 요소인

조화, 비율 등과 함께 건축의 근간을 이루는

구축 시스템과 디테일에 대해 연구하며, 내부 공간의 구성, 계획, 동선 등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그 경제 논리를 함께

탐구한다. 2022 문화체육관광부 젊은

건축가상, 2022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 대상, 2022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최우수상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하였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이사부독도기념관〉, 〈리버티라운지〉, 〈아나키아 카페 레스토랑〉,

〈종암스퀘어〉 등이 있다

박정환은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자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로서 건축, 도시, 인테리어 등 폭넓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하버드 건축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서울의 매스스터디스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뉴욕의 Richard Meier & Partners와 Asymptote Architecture에서

Seamarq Hotel, Vitr vm, ZIL Tower등의 Project Architect로서 활동하였다.

미국 건축사이며 LEED AP이고, 서울시

공공건축가이다.

송상헌은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의 대표로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서울 소재의 여러 건축사사무소를 거치며

공공 시설물에서부터 공동주택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규모, 다양한

용도의 건축 프로젝트의 경험을 쌓았다.

이를 토대로 도시, 건축, 조경 등 폭넓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이다. 대한민국 건축사이다.

Simple+Complex=SIMPLEX 심플렉스Simplex Architecture건축사사무소

EMERGING POWER

SIMPLEX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는 여러가지 많은 고민과 탐구들이 이루어지게 된다. 건축을 풀어내다 보면 평면, 구조, 디테일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슈들에 직면을 하게 되는데, 우리는 여러 고민과 탐구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세밀하고 명쾌한 해결책을 만들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우리의 디자인 철학은 사무실 이름인 “SIMPLEX”에도 드러나고 있다. 또한, 우리는 건축과 공간을 디자인함에 있어,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건축적 의도를 중심에 두고 있다. 건축가로서 가장 큰 보람은 본인이 설계한 프로젝트가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잘 이용되는 것이다. 앞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즐기고 좋아할 수 있는 그런 건축과 공간들을 만들고자 한다.

1. 리버티라운지 전경 Ⓒ신경섭 2~3. 실내공간 Ⓒ김영 2 1 3

리버티라운지

2015년에 시작하여 2016년도에 완공한 프로젝트로, 심플렉스의 첫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기존에 카페로 쓰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라운지바로 변경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는데, 기존의 건물은 중정이 있는 심플한 형태의 2층 규모의 건물로, 이 건물을 3층으로 증축하고 라운지바로 바꾸는 것이 건축주의 요구사항이었다. 또한, 라운지바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내외부가 서로 차단되어 내부에서는 외부가 보이지 않고 외부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게 해야 했다. 이 때문에 외피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오프닝을 둘 수 없는 건물의 입면을

어떤 논리로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민 끝에 커튼메쉬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스틸의 강한 물성과 곡선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했다. 서로 엇갈려 배치된 형태가 서로 연결되도록 하였고, 차단된 외벽 앞에 커튼메쉬로 구성된 또다른 레이어의 외피를 형성하여, 외피의 모호한 특성을 나타내도록 하였다. 이 스킨의 전면에는 LED라이팅을 통해 커튼메쉬의 곡선형태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필요에 따라 조명의 색상을 변화시켜, 낮에는 다소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밤이 되면 보다 다채로운 모습을 하도록 하였다.

99 4 9 8 7 6 5 4~5. 리버티라운지 실내공간 Ⓒ김영 6~7. 야경 Ⓒ김영 8~9. 수공간 Ⓒ김영
<리버티라운지>는

이러한 커튼메쉬 소재는 추후 2019년도에 <경기도미술관 전시공간>을 디자인을 하는데 다시 도입되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기존 미술관의 화이트 큐브(white cube)개념의

전시에서 벗어나, 커튼메쉬와 색상이 있는 패브릭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전시벽체,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그것 자체가 전시의 일부가 되고, 전시품과 뒷배경이 서로 관계를 맺도록 의도했다. 이 전시에 쓰인 커튼메쉬는 <리버티라운지> 때와는 달리 굴곡이 없이 팽팽하게 잡아당긴 상태로 활용해보았으며, 그에 따라 투과율이 극대화되면서 벽체 건너편의 피사체들이 시각적으로는 완전히 소통되고, 가까이 갔을 때는 일부 차단되는 효과를 기대했다.

100 10~19. 경기도미술관 전시공간 Ⓒ경기도미술관
10 13 16 17 11 14 18 12 15 19

이사부독도기념관

건축설계공모는 건축가가 자유롭게 본인의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수단임과 동시에

아직 실적이 많지 않은 젊은 건축가들이

수주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는 2014년부터 꾸준히 설계공모에

도전했었는데, 그중 2017년도에 했던 이사부독도기념공원 국제건축공모전에

당선이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대상지는 삼척시 정라동 일대로, 과거 신라장군 이사부가 지금의 울릉도, 독도인 우산국을 정벌하기 위해 출항한 곳이었다.

이 곳은 과거에는 바다 위의 섬이었으나, 현재는 매립되어 산이 된 곳으로, 우리는 이러한 육향산 하부를 발굴하고 대상지를 과거 땅의 레벨로 낮추어, 이 곳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드러내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이 곳에 물을 다시 도입하여, 육향산과 함께

바다 위 섬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이를 통해, 이사부 장군이 우산국으로 출정할

당시의 상황, 환경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독도의

이미지를 상기시키고자 했다. <이사부독도기념관>은 관광안내센터, 영토수호기념관, 독도체험공간, 복합휴게공간의

총 4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분절된 4개의 건물과 그 사이사이에

조경으로 채워진 경관을 함께 감상하며, 전시장 내부의 전시품뿐 아니라 주변의

외부 공간과도 서로 소통하며 즐기게 된다.

관람객들은 관광안내센터를 시작으로

<이사부독도기념관>의 관람을 시작하게

되며, 계단을 따라 하부 레벨로 내려가면

영토수호기념관과 독도체험공간에서 이사부와

독도와 관련된 전시를 감상하게 된다. 또한, 두

건물 사이에 있는 바위마당에서는 육향산을

바라보며 과거의 지형을 감상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복합휴게공간은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북카페, 강연, 이벤트 등의

다용도 시설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관람객들의 경험은, 건축레벨의 연속적인

변화와 실내외 공간의 교차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러한 건축적 산책은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101 20. 이사부독도기념관 전경 Ⓒ신경섭 21. 내부공간 Ⓒ신경섭 22. 외부공간 Ⓒ신경섭 23. 전시공간 Ⓒ신경섭 24. 스카이뷰 Ⓒ신경섭 24 23
20 21 22
102 25. 이사부독도기념관, 지하1층 평면도 26. 1층 평면도 27~28. 엑소노 28 25 27 26
센터
토수호기념관로비
4. 육향지
위마당
독도체험공간로비
적 계단식 열람실
육향산 2.미수사 3.산책로 4.진입마당 5.성곽길
광안내센터로비
휴게공간로비 9. 북카페 ENT EXIT 복합휴게공간 독도체험공간 영토수호기념관 관광안내센터 concrete
steel alu
iniu
curtain wall
1.안내
2.영
3.전시실1
5.바
6.
7.전시실2 8.다목
9.도서관 1.
6.주차장 7.관
8.복합
lime stone lime stone pre-cast concrete
m
m

종암스퀘어 <종암스퀘어>는 심플렉스가 2019년에 설계공모로 당선이 되어 2020년 말에 완공한 프로젝트이다. 서울에는 총 183개의 고가 하부공간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특별한 쓰임새 없이 방치되고 있다. 이에, 가용지가 부족한 서울시에서는, 이러한 고가 하부의 유휴부지를 입체적으로 활용하여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조성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었고, 종암 고가하부 프로젝트도 그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이 곳은 높이 10m의 고가도로 하부에 위치해 있고, 15~20m 도로에 둘러싸여 북부간선도로와 내부순환로의 교차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상습적으로 차량이 정체되는 곳이었다. 또, 대지 동쪽으로 정릉천이 있지만,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악취가 나기도 하고 그 자체로 좋아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대지의 주변상황에 대응하면서도 주변지역을 서로 연결하는 커뮤니티 공간 겸 휴게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대지에 분절된 매스들을 놓고 그 사이의 공간들을 공공보행로로 계획하여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외부의 휴게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분절된 매스들은 각각의 고정 프로그램을 가지면서도 이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게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공모 당시에는 건물 전체를 목구조로 구성하여 구조와 마감 모두 목재를 활용하고자 했으나, 구조적 비용적 한계로 인하여, 전체 구조는 철골조로 하고 거기에 목재를 덧대는 방식으로 구조시스템과 디테일을 풀게 되었고, 철골 프레임 양쪽에 덧대어진 적삼목 사이로 보이는 철골프레임이 구조미를 드러내면서도 목재의 따뜻한 분위기를 강조하도록 했다.

103 29~31. 종암스퀘어 전경 Ⓒ신경섭 32. 진입구 Ⓒ신경섭 33. 중간통로 Ⓒ신경섭 34. 작업 전 전경 30 29 3134 32 33
104 35. 종암스퀘어, 1층 평면도 36. 구조체 분해도
1.화장실 2.관리실및창고 3. 커뮤니티 공간 4.창작마당
1 2 3 4 5 35 36 025m
5.다목적 문화공간 1.다목적 문화공간 2. 커뮤니티 공간 3.창작마당 4.환영마당 5.관리실및창고 6. 휴게쉼터 7.화장실

지속가능한 건축에의 관심

최근의 여러 자연재해들을 보면서, 예전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기후변화, 환경 문제들이 점점 우리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지속가능성은 건축가로서 계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인데, 때로는 ‘친환경’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겉보기에만 그럴싸해 보이는 요소들을 건물에 적용하는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는 실질적으로 환경에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건축과 도시는 기본적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탄소배출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러한 건축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건물의 생애주기(life cycle)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모색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가며

현재 심플렉스는 호텔, 카페, 전시관, 클럽하우스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각각의 프로젝트들이

잘 완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또 앞으로도 더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좋은 건축과 공간을 제공해드리고 싶다.

105 37~40. 종암스퀘어 내부공간 Ⓒ신경섭 41. 텍토닉 다이어그램
1 2 3 4 5 6 7 41 38 39 40 37

글. 강승현, 김나운

IN LOCO는 원래 자리에’라는 뜻으로, 다양한 건축 요소의 적합한 자리를 찾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공간의 두께와

장면의 깊이, 요소 간 관계를 탐구하는

노력을 통해 〈성석동 두 가구집〉, 〈후암동

작은집〉, 〈옥수동 근린생활시설〉, 〈칠보

청소년 문화의 집〉, 〈신한은행 입면재생〉,

〈여주 청소년휴카페〉 공간재생, 〈월락동

여러집〉 등의 작업을 이어왔다.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극적으로 다른 두 명의 성향과

태도가 작업 안에서 발하는 작용하고

반작용하는 힘을 통해 앞으로 가고 있다.

강승현은 고려대학교 건축 공학과를

졸업하고 진아건축과 어반엑스에서

일했다, 델프트 공과대학 건축학 석사를

취득한 후 덴하그 소재의 Geurst & Schulze 건축사무소에서 일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를 역임했고, 현재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이다. 공간의

구조와 질서에서 비롯하는 풍부하고

쾌적한 경험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김나운은 버지니아 테크(Virginia Polytechnic Institute and State

University, U.S)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워싱턴 디씨 소재 Sorg and Associates

에서 실무를 했으며,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에서 건축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Mei Architecten en Stedenbouwers에서

로테르담 항구재생과 군산 /부산/인천

등 도시재생 프로젝트 간 교류를 도왔다.

2018년 남원시 아트센터재생사업의

총괄건축가였으며,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이다.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목표 장면(들)을 향한 진심

스튜디오 인로코STUDIO IN LOCO건축사사무소

지킴이

위치와 관계 모든 건축은 자리에 태어난다. 장소와 건축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건축가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특정 자리와 환경 안에서 건축은 장소와 고유하고 불가분한 관계를 맺는다. 함께 작업하는 집단을 “본연의 자리에, 제 자리에” 라고 이름 짓고 나니 건축에 등장하는 다양한 위치와 관계에 관한 고민을 더 넓고 깊게 하려는 부담이 늘 있다. 어떤 것의 제 자리를 찾는 일, 제 자리가 반드시 좋은 자리인지 분별하는 일, 본연의 자리를 벗어난 요소의 의미를 탐색하는 일, 그리고 각자 위치에 놓인 여러 요소 간 관계를 헤아리는 일에는 묘수나 정답이 없다는 것을 작업이 쌓여갈수록 알게 된다. 과정마다 최선의 답을 찾아가며 마침내 결과가 실체로 구현되기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 건축가의 일일 것이다.

원래 자리 장소를 이루는 요소나 주변 환경의 가능성을 비롯해 건축가가 대지에 관해 분석하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고, 발견한 내용을 대하는 관점과 입장은 그보다 더 다양하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지점에 주어지는 복합적인 상황과 배경 중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 것인가,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에 관해 진지하게 분별하고 결정하는 훈련을 반복하고 학교를 벗어나면 실무에서 프로젝트의 큰 방향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결정은 오히려 사소한 순간에 이루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그리고 발주처가 확실하거나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호(好) 혹은 불호(不好), 단계별 작업에 허락된 시간, 프로젝트에 주어진 예산 등 촘촘하고 현실적인 조건 안에서 가장 안전한 지점을 조금이라도 벗어나, 굳이 한 발자국이라도 멀어진 자리에 의미를 심고 거두려고 노력한다. 보편타당하고 상식적인 위치로부터 한 발자국이라도 떨어진 곳에 착지하려는 건축가의 시도는 고무적으로 여겨져야 할 것이다. 의미 있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거나 묵직한 제언을 던지는 건축 작업을 접하면서, 동시대에 태어나는 건축이 이루는 광활한 세계에서 우리 작업의 자리는 과연 어디일까 자문한다. 그리고 그 답은 작업에 관한 평단의 기고문이나 완공작이 소개된 온라인 게시물의 댓글, 참가한 공모전 결과 순위표가 아닌 곳에서 찾고 싶다. 자아비판과 자기기만 사이를 진자 운동하는 자답은 시간을 통과해도 변함없이 받는 몇 가지 질문에 비해 도무지 일관성 없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진행하고 마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지만, 어쨌든 완성된 건축은 그 자리에 오래 남는다. 우리가 설계한 건축이 주어진 자리에 꼭 맞게 지어졌다고 평가받으면 좋겠다. 아니, 처음엔 주변과의 어울림이 조금 껄끄럽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그곳의 바람직한 일부가 되면 좋겠다. 아니 그보다, 우리가 계획한 건물이 그 자리와 주변을 전에 없이 빛나게 하는 재기발랄한 존재이면 좋겠다. “그곳에 어울린다” 혹은 “원래 거기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하기에 따라 긍정적인 평가인 것도, 그 반대인 것도 같다. 대지를 확보하기 전에 어머니의 집 평면도를 완성한 르코르뷔지에가, 오랫동안 물색하다가 마침내 찾은 대지에 계획안이 “손에 장갑을 끼듯이” 꼭 맞았다고 했다는데, 사실 꼭 맞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작업 초기에 건축가가 검토하는 복수의 대안이 각자 다른 방법과 강점으로 프로젝트의 상황과 목적에 맞는 것처럼. 작업 단계마다 무엇이, 어떻게, 왜 가장 최선인지를 분별하는 일은 때로 건축가의 주도적인 결정이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 크고 작은 건축적 결정들은 공간을 실제로 쓸 사람, 소유할 사람, 관리할 사람처럼 다양한 목적으로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주체 간 협의 과정에서 파생하는 인력과 장력을 통해 결국 자기 자리를 찾는다.

EMERGING POWER

제 때 고민을 오래 하고 대안을 더 많이 검토하는 노력에 정비례해서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서 가능한 오래 응시하고 신중히 선택하고 싶다. 계획하는 공간에

과몰입 하거나 예상하는 공간을 과대해석 하는 바람에 발생하는 여분의 에너지도 버리지 않고

기회를 기다렸다 사용하고 싶다. 적정 시간 안에 정해진 일의 단위를 끌지 않고 과감히 끊어

내는 것이 소규모 건축 집단의 생존 혹은 지속여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노력하는데 어떤 사안은 그 때가 아니면 다시 다룰 수 없기에 한 번 더 조금 더, 다시 꺼내본다.

매듭지은 생각이나 완성한 계획처럼 시간을 쌓아 얻는 것과, 다시 고민할 기회 혹은 새로 그릴 여유같이 시간에게 빼앗기는 것들 사이에서 고심하는데, 과거형 선택의 여집합이 책상에 놓이거나 서랍에 쌓이거나 머릿속에서 맴도는 와중에도 프로젝트는 서둘러 다음 단계로 넘어가 다른 수고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어떤 손해를 감수하고도 제 때가 지난 일을 다시 꺼내어 만지작거리는 일은 작가의 집요함인지 초보의 미숙함인지 종종 헷갈리지만 한정된 자원 안에서 가장 좋은 풀이를 찾는 것이 건축가의 일이라고 배웠고 이제는 그렇게 가르치고 있으므로, 정해진 시간 범위에서

역량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나(우리)에게는, 나(우리)에게만 시간이 조금 더 있으면, 제 때가 한 번쯤 더 주어지면 좋겠다.

다양한 건축적 고민들의 적절한 시간적 위치를 잘 알고 지키려는 와중에 가끔 제 때의 바깥에서 기어이 다시 고민한 결과가 긍정적으로 등장한 장면을 만나면, 제 때란 과연 정해져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107 1. 남원 다가구주택 단면개념도 2. 남원 다가구주택 입구 Ⓒ스튜디오 인로코 3. 남원 다가구주택 UNIT C Ⓒ황효철
고군분투하는
1 2 3

벗어난 위치, 틀린 시간

지나간 건축적 결정을 돌아보면 어딘지 낯설고 새삼스럽다.

현장이나 재료가 등장하기 전에 마감재와 조명을 고르고 방을

상상하면서, 작지만 집요하게 구체적으로 만들고 섬세한 사진을

찍고 그 안에서 오래 고민했다. 충분히 질문하고 답하고 확신했다.

그 때에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분명하고 충분했는데, 탐구한

과정의 중요한 지점들과 그 사이를 잇는 선 모두 기억하는데

지금 다시 한다면 어쩐지 조금 다를 것 같다. 건축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완성되는 동안 건축가의 생각과 가치관(신체적/정신적

상태, 사무소 상황...), 대지 현황, 그 주변 환경, 작업 진행 상황, 발주처의 기대와 요구 등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무수한 요인 중

시간을 통과하면서 변하지 않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린 것인지. 미세하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세상

속에 태어난 건축적 결정이 시점과 관점을 타지 않고 오래도록

유효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최대한 넓게 살피고 두드려 본다.

10년 후, 20년 후에도 여전히 좋은 곳을 위해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먼 나중을 생각하기 전에, 착공을 앞두고 애써

고른 좋은 재료가 바뀌지 않으면 좋겠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중에 명확하게 달라지는 상황이나 조건에는 주저 않고 합리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섬세하게 자리를 옮기는 요소들의

기척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할지 분별하는 일이 항상 까다롭다.

같은 작업 안 하나의 상황을 대하는 두 건축가의 입장은 항상

다른 거나 종종 반대에 놓이는데, 어디든 두 명이 이루는 세계에서

그 둘이 상극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비슷한 성향 안에서 더욱

극명한 상대성이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에

비해 회의실 공기 흐름에 예민하고, 담당자 표정 변화를 감지하고,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예상하고 미리 걱정하는

덕분에 건축가 둘은 자꾸 하나의 프로젝트 같은 시간 안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 있다. 그리고 두 위치 사이공간은 대화로 채워지거나

타협으로 좁아지거나, 적당히 방치되었다 시간에 마모되기도

한다. 충돌도 잦다. 작은 사안이나 상황 앞에서 줄곧 의견이

달라짐에도 늘 공유하는 태도는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물리적인

요소들의 위치관계 못지않게 건축적 결정의 우선순위와 질서에

민감하려는 노력이다. 이는 건축가의 신념과 가치관을 선연히

드러내기 때문에, 작업과정에서 나와 우리가 무엇을 반복적으로

혹은 심도 있게 이야기하는 가를 통해 건축가로서의 자아에 관해

조금 더 객관적으로 알고 깨달을 수 있다. 중요한 순서에 따라

적절한 시점에 최대한 정리해둔 내용이 조금씩 움직여 제 자리를

벗어나면, 그 총합이 연출하는 장면은 의외로 괜찮거나 다소

실망스러운 초기 계획과는 다른 결과 값이 된다.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므로, 틀린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므로 우리는

과거의 자아와 대화하거나 서로를 비평하며 여전히 앞으로, 또

조금 앞으로.

108 4. 남원 다가구주택 4층 평면도 5. 3층 평면도 6. 2층 평면도 7. 1층 평면도 8. 지하1층 평면도
6 8 7 4 5
109 9~12. 여주 청소년휴카페 Ⓒ스튜디오 인로코 13. 2층 평면도 14. 3층 평면도 11 12 10 9 13 14

관계와 거리 문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벽, 벽을 밝히는 빛, 빛을 유인하는 창을 생각한다. 거시적으로는 도시와 대지와 건축의 관계, 줌인 해서는 현관으로부터 방문까지 거리처럼 공간을 이루는 다층적인 요소 간

관계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건축의 경험적 측면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완성된 건축 작업은 건축가의 의지나 역량에 따라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서사로 소개될 수 있지만 어떤 게시물이나 작품집보다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결과 값은 공간에 찾아와서 머무르는 사람의

경험치일 것이다. 부피와 물질로 구현된 공간이 사람의 감각에 닿는

방법을 탐구하는 노력은 프로젝트의 성격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항상

가치 있고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믿긴 믿는데 과정 중에 아무리

노력하고 확인하고 검토해도 실제 공간이 등장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큰, 기대한 것보다 좁은, 예상보다 어두운 지점들을 발견하고 만다. 우리가

부단히 그려보고 꿈꾸는 부분과 전체의 결과가 실제로부터 제법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거다. 그 간극에서 얻는 것이 있다면 어떤 배움이나

깨달음, 사적인 감탄이나 탄식,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

건축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물리적 거리관계 못지않게 상하위 요소

간의 개념적 거리에도 주의를 기울이려고 하는데, 이 과정은 한없이

추상적인 결로 확장하거나 복잡한 생각이 더 복잡한 생각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프로그램과 공간형태의 관계가 적절한지에 관한 논의는

유형이나 기호를 마냥 찾아보게 하고, 건축 개념과 재료가 상응하는지

검토하다가 각자 최근에 본 좋은 재료 이야기에 빠지고 만다. 그렇기에

어떤 것이 다른 것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어떤 식의 어울림이 적절한지, 어울림 보다는 대치가 더 필요한지 집중해서 탐구할수록 실제로

도착해야 하는 지점은 머릿속과 손끝에서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다양한 궤적을 그리며 운행하는 건축적 고민들 중심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작업 초기에 머릿속에 그렸고 과정을 거치며 점점 선연해지는 목표 장면(들), 그리고 완성된 공간에 찾아오는 사람이 반드시 경험하기를 기대하는 내용이다. 반대로 쓰면, 작업의 초기부터 목표하는 핵심 장면과 그 곳에서의 경험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건축적 결정이 이루어지게 하려고 노력한다. 건축 작업 초기에 확인한 항공사진 속 대지 모퉁이가 마침내 경험자가 실제로 몸을 돌려 건물의 인상을 눈앞에 마주하는 중요한 지점이 되기까지 길고 다난한 과정을 무사히 건너 모두가 쾌적하고 즐거운 진입로를 만날 수 있기를 내내 바란다. 공간 안팎에서 누군가는 건축적 개념을 발견할 것이다. 누군가는 내적 질서와 함의를 읽고 누군가는 디테일을 관찰할 것이다. 그리나 모든 사람들이 모퉁이에서 입구까지 걸어가고, 신발이 바닥에 닿았다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두리번거리면서 걷다가 높은 창과 밝은 벽을 볼 것이다. 부분과 전체를 감각하고 인지하고 감상할 것이다. 각자의 방법으로 기억하거나 기록할 것이다. 완성되어 손을 떠난 공간에서 어떤 경험이 이루어질지 마음껏 상상하고 기대한다. 지나간 작업과 건축가는 멀어져도 멀리 있을 수 없는 관계, 마음속으로 수시로 안부 묻는 사이가 된다. 집이 잘 지내기를, 공간이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일방향의 관계로 오래 남는다.

110 15~16. 후암동 작은집 단면도 17. 1층 평면도 18. 2층 평면도 19. 3층 평면도 25. 4층 평면도 26. 다락방 평면도
17 19 18 15 16
111 20. 후암동 작은집 전경 Ⓒ이충건 21~24. 후암동 작은집 실내공간 Ⓒ이충건 22 23 24 26 25 20 21
112 27. 성석동 두 가구집 지하1층 평면도 28. 1층 평면도 29. 2층 평면도 30. 다락방 평면도 31~32. 단면도 31 29 30 27 28 32
1.다목적 마당2.다목적 창고3.화장실 1.침실2.화장실3.부부침실4.테라스5.드레스룸 6.세탁실7.가족서재 1.다목적 창고2.진입로3.출입문4.주방5.화장실6.다락서재7.부부침실 1.다목적 마당2.다목적 창고3.가족실4.화장실5.창고6.주방7.거실 8.부부침실9.드레스룸 10.침실11.다락창고12.침실다락 1.거실2.주방3.가족실4.진입마당5.창고6.지하층으로내려가는 계단 1.다락2.다락서재3.침실다락4.창고

앞으로

사무소 혹은 작업에 관해 글을 쓰는 것은 건축가로서 민낯을 거울에 비추어 응시하는 것과 비슷해서, 그럴듯한 자세를 잡아보고

얼굴 각도를 이리저리 돌려보아도 여전히 고민하면서 갸웃거리는 자아상이 또렷해지기만 한다. 과거에 완성한 것들을 반추할지, 지금 우리는 여기쯤 있다고 써야할지, 앞으로 어디를 향할 거라고 선언할지 고민한다. 조금씩 골고루 언급해야 하나, 그래도 한 가지에

더 무게를 두는 게 좋을까. 지나간 작업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어느 시점에 무슨 글을

쓰든 과감하고 선언적이기보다 다소 뭉툭하고

관조적인 투가 나을 것 같다. 혹은 선명한

글을 짧게라도 비교적 자주 남겨서 그것들이 촘촘하게 이어지는 연속 기록을 저장해두는

것이 좋겠다. 현재 위치를 점검하는 일은

앞으로 어떤 속도와 방향으로 지속할지에 관한

고민으로 인도한다. 글로 쓸 다음 기회에는 좀

더 분명한 필적을 남길 수 있도록, 얼만큼 멀리

갈지 혹은 무엇에 가까이 갈지 더 부지런히 묻고 답해야겠다.

113 33~34. 성석동 두 가구집 Ⓒ이충건 35. 성석동 두 가구집 꼴라쥬 36~38. 옥수동 근생 DAL07_INTUNE ARCHITECTS 협업 Ⓒ황효철
35 34 37 38 36 33

Image Credits & Contributors

도면 & 드로잉

Ⓒ 바래 : p.27, p.28, p.30, p.33

Ⓒ 김효영건축 : pp.36-37, pp.38-39, pp.40-41

Ⓒ 드로잉웍스 : p.43, pp.48-49,

Ⓒ VA : p.51

Ⓒ 노말 : pp.52-53

Ⓒ 아지트스튜디오 : p.68, pp.70-71, p.72

Ⓒ 지요건축 : p.76, pp.78-79, p.80

Ⓒ 라이프건축 : p.84, pp.86-87, p.88

Ⓒ 소수건축 : pp.92-93, p.96

Ⓒ 심플렉스건축 : p.102, pp.104-105

Ⓒ 스튜디오 인로코 : p.107, pp.108-109, pp.110-111, pp.112-113

인물 사진

Ⓒ 김재경 : pp.20-21

모형 사진

Ⓒ 드로잉웍스 : p.43, p.44

Ⓒ 아지트스튜디오 : p.69

Ⓒ 우종덕 : p.77, p.81

Ⓒ 라이프건축 : pp.84-85

자료 사진

Ⓒ 김영배 : pp.44-45

Ⓒ 노말 : p.52, p.55

Ⓒ 라이프건축 : p.83

Ⓒ 소수건축 : p.91, p.93

전시 & 제품 사진

Ⓒ 바래 : p.27, p.31, p.33

Ⓒ 김경태 : p.28

Ⓒ 배한솔 : p.28, p.29, p.30

Ⓒ 신경섭 : p.28, p.29, p.30

Ⓒ MMCA : p.30

Ⓒ Hyundai Motorstudio : pp.32-33

Ⓒ 최용준 : p.51

Ⓒ 소수건축 : p.91

Ⓒ 경기도미술관 : p.100

건축 사진

Ⓒ 김영 : pp.98-99

Ⓒ 김효영 : p.41

Ⓒ 남궁선 : p.75, p.77, pp.78-79, p.80

Ⓒ 노경 : pp.54-55, p.57, p.91, pp.92-93, pp.94-95, pp.96-97

Ⓒ 드로잉웍스 : p.47, p.48

Ⓒ 배한솔 : p.29

Ⓒ 스튜디오 인로코 : p.109

Ⓒ 신경섭 : p.67, pp.68-69, pp.70-71, p.72, pp.84-85, pp.86-87, p.89, p.98, p.101, p.103, p.105

Ⓒ 윤준환 : p.43, p.44, p.47, pp.48-49

Ⓒ 이충건 : p.111, p.113

Ⓒ 이한울 : p.46

Ⓒ 진효숙 : p.37, pp.38-39

Ⓒ 최용준 : p.56, pp.58-59, pp.60-61, pp.62-63, p.65

Ⓒ 황효철 : pp.34-35, p.41, p.107, p.113

Ⓒ Joel Moritz : p.73

본문 전체 자료 제공

11건축가(팀) 건축사사무소

114

펠로우십, 땅집사향 ‘커튼콜 2022’

땅집사향의 2022년도 프로그램은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6〉의 두 번째 라운드로 운영되었다. 이야기손님 대부분은 1970년대에서 80년대에 걸쳐 태어난 소위 ‘X세대’와 ‘MZ세대’다. 기성세대의 문화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개성과 문화를 중시하는 것이 특징으로, 디지털 환경에 능숙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다. 달라진 세대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건축이라는 범주 안에서 이들의 활동은 생존을 고민하며 전시에 참여하거나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며 인지도를 높이는 등 치열하게 활동한 이전의 동년배 건축가들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번 시즌 이야기손님들의 활동 반경이 조금은 더 넓어 보이는 것은 생존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의 것을 더욱 드러내기 위한 과정을 중요시하고 그 속에서 나름의 여유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재료 본연의 성질을 탐구하며 공간의 안과 밖에서 보이는 장면에 관심을 두는가 하면 모빌리티를 통한

사회관계의 재구성과 장소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과감하고 다양한 시도보다는 단순하면서 진지한 미학을 보여주기도 하며 복합한 문제에 대한 단순한 해결책을 도출하기도 한다. 평범함을 통해 비범함에 닿고자 하는 이도 있는 반면, 확고한 자기 신념으로 할 말을 하는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낯선 건축에 주목하는가 하면 지속가능한 건축을 향한 여정을 계속하기도 한다.

2022년의 땅집사향은 여러 부분에서 이전과 다르게 조금은 특별한 한 해로 기억할 수 있다. 가장 특별한 것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땅집사향의 말판이 열렸던 홍대 앞 이건하우스를 떠나 중구 을지로변의 오래된 건물 한켠에서 건축가 박민철에 의해 재생된 간향건축 워크룸 ‘Lighthouse’에서 새롭게 시작했다는 점이다. 쾌적하지만 다소 경직됐던 이전의 환경과 대비되는 투박하지만 온기 넘치는 공간은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라는 땅집사향의 존재 의의를 다시 상기시키는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장소였다.

요즘의 건축계는 건축가를 하나로 묶을 키워드가 없다고 회자된다. 한창 일할 나이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기도 하겠지만 이야기손님 대부분이 말하듯 특별히 누군가를 만날 계기나 이유가 없는 까닭이기도 하겠다. 그런 점에서 올해 1월 처음으로

땅집사향 전년도 이야기손님 모두를 한 자리에 초대한 ‘커튼콜'은 의미 있는 자리였다. 땅집사향이 테이블 펠로우십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매회 차 이야기손님들의 무대는 그들 만의 시간일 때가 많아 같은 라운드에 초대되는 이야기손님들끼리의 교류가 생각만큼 쉽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신년 1월의 ‘땅집사향’을 ‘커튼콜’ 자리로 마련하여 형식이 없는 파티의 자리를 통해 이야기손님들끼리의 교류의 장을 만들고 각자가 가진 고민과 기술과 경험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네트워킹 하는 동시에 그 자리를 찾아준 여러 다양한 성격의 건축인들 간의 교류 또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은 그 자체로 뜻깊은 것이었다. 땅집사향의 ‘커튼콜’이 또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분위기를 탄 듯하다.

매회 차 땅집사향의 토크 끝머리에 나는 이야기손님들에게 앞으로 어떤 건축을 지향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공통된 질문을 던졌다. 자칫

고루해 보이는 이 질문을 통해 매번 이야기손님의 행보를 엿볼 수 있었는데, 돌아온 답변은 늘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거트루드

스타인이 그의 시에서 일갈한 내용을 떠올리게 했다. ‘해답은 없다. 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 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분명한 것은 정답을 찾기보다는 묵묵하게 자신들의 건축적 에고(EGO)를 만드는 이들을 통해 한국 현대 건축을

말하는 층위는 어제까지 쌓은 시간만큼 오늘은 더욱 두터워져 있을 것이란 점이다. 글. 박지일 본지 섹션편집장, 땅집사향MC EPILOGUE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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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동 교수의 라이브러리

건축가 가우디, 건축의 근원을 찾아서

레코드 재킷에서 음악과 건축 읽기 11

글, 자료. 김정동 우리근대건축연구소 대표, 건축사가

지중해의 도시

지금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리고 가우디에

대한 자료는 차고 넘친다. 가우디는 이제

낡기조차 하다. 또한, 건축가라기보다 오히려

대중 예술가, 조각가가 되어 있다. 그에 대한

관심은 건축외적인데 쏠려 있다. 그러나 나름

다시 가우디와 그의 건축에 대해 훑어보고자 한다.

카탈루냐(Catalonia)주는 지중해에 면하고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스페인에서는

가장 이국적이다. 수도 마드리드에서 700km

이상 떨어져 있어 심리적 거리도 멀다.

카탈루냐인들은 스페인으로부터 떨어지려

독립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카탈루냐는 건축가

가우디(1852-1926), 화가 피카소(1881-1973),

호안 미로(1893-1983), 살바도르 달리(190489) 그리고 음악가 파블로 카잘스(1876-1973)

등의 본거지이다.1)

스페인의 항구 중 하나가

바르셀로나(Barcelona)이다. 스페인의 두 번째

도시이다. 카르타고와 로마가 이 도시를 개척한

이래, 15세기까지만 해도 동양과 무역을 하는

지중해 6대 항구의 하나였다. 더구나 카탈루냐

해군은 당시 세계 최강이었다. 지금도 항구

해안에는 50미터짜리 콜럼버스 탑(Mirador de Colon)이 아메리카를 향해 서 있다.

바르셀로나 시내에는 가우디와 그의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그리고 그의 여러

건물이 있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라

할 수 있다. 100여 년의 시간을 지나며

아직도 지어지고 있는 그의 성당이 건축가, 1) 오래전 ‘위대한 스페인인(El Espanol De LA Historia) 50인’이란

뉴스(2007, 스페인 안테나 3방송국 선정)가 있었다. 그 중 우리가

잘 아는 예술인 중에는 피카소(8위), 달리(16위), 가우디(17위), 고야(21위), 벨라스케스(31위)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중 건축가로는 가우디가 유일했다.

순례자들의 몸과 마음을 잡아당기고 있다.2)

이 성당은 공사 초기부터 기존 종교 건축물과 다른 점, 그 기묘함, 원도심과의 이질감 등으로

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그로테스크(奇怪)한 느낌을 주는

탑들과 조각의 파사드 때문에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성당에 나타난 오리엔탈 요소는 지중해 연변 아라비아, 이슬람의 건축을 보여준다.

좀 다른 얘기지만 일본 건축가들도 1957년부터 유럽 여행을 시작하고 있다. UIA 방문 형식이다. 서양 건축사의 본거지 방문이 주였다. 그리스, 로마, 파리, 런던, 독일 여행 등이다. 가우디와 그의 성당은 1960년대 이후 조명되었다. 가우디의 건축 정신을 기리려고

현재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 동우회(Los Amigos ed Gaudi)’가 있고 구미(歐美)는

물론 일본에도 그 지부 ‘가우디 친구의 모임’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늦었지만 2002년 초 가우디 아시아재단(Gaudi Asia Foundation)이 활동했다.3) 2002년은 ‘국제 가우디의 해(Gaudi International Year)’였고, 그해 6월 24일은 가우디 탄생 1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스페인을 중심으로 100개 이상의 이벤트가 열렸다. 도코모모 인터내셔널과 도코모모 스페인도 활동했다. 도코모모 체제가 없었던

2) 일본의 ‘가우디 붐’은 1970년대 일본 예술가가 주도했다. 일본에는 ‘가우디 친구의 모임(友의 會)지회’가 있을 정도이다. 도쿄(皇居, 音樂堂)와 나가사키(日本26聖人殉敎記念館)에 가우디의

요소를 넣은 와세다대 이마이 겐지(今井兼次, 1895-1987)교수, 작년 별세한 이소자키 아라타(磯崎 新, 1931-2022)가 한몫했다. (일본)근대예술연구회가 가우디 강연, 전시 등을 이끌었다.

어쨌든 우리는 1980년대에 들어서서야 ‘가우디’를 찾아가 볼 수가 있었다. 우리 건축인의 우선 관심 순위는 뉴욕, 파리, 런던일 때였다.

3) 대표 정미수, 활동 당시 소재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 4가 291번지 501호

한국은 도외시되었다. 우리나라는 홍익대학교 윤도근 교수가 자문위원이었고 필자도 따라 관여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미 가우디 관련

글을 두 번 쓴 바 있고4) 도코모모 코리아의 창립(2004.2.19.) 준비를 하던 때여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재킷1,2,3)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나는 기차를 타고 그 도시로 들어갔다. 출발지는 파리로부터였다. 40년 전 그때의 여행 메모를 다시 꺼내 본다.

1984년 7월 21일

파리 지하철로 오스테리쯔(Austerlitz)

역에 갔다. 바르셀로나, 가우디를 보러 가는 것이다. 오떼쓰(Hôtesse) 라는 곳에서

티켓을 받았다. No 45. 예약을 하기 위해서이다. 저녁 9시 ‘탈고(Talgo)’라고

쓰여진 바르셀로나 행 특급 트레인을 탔다. 남행열차(南行列車)이다. 지금까지 타본 기차 중에서 가장 좋은 것 같았다. 침대도 있고…. 여객전무가 타자마자 카드를 적으라며 유레일 패스, 여권을 가져갔다. 한참 후 서비스맨이 와서 침대를 만들어 주고 갔다. 초행길 혼자서 가는 여행길이라 어설프다. 그러나 가우디라는 이름이 나를 이끌고 있다. ‘밤 12시 22분 리모즈(Limoges)에 도착, 프랑스 국유철도(SNCF)가 정차해 있다. 아침 8시 40분 탈고는 바르셀로나역(Barcelona Sants, Central)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에 가서 버스를 타다. 조금 가니 ‘La Sagrada Familia’가 보인다.

버스 운전사도 택시 운전사도 가우디를 잘

알고 있었다. 타워까지 올라가 보다. 공사 중, 4) 《파인 힐》, 1983. 여름호, 「안토니오 가우디」와 《대우건설》 사보, 「안토니오 가우디」, 19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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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1 ; 지중해를 중심으로 본 지도. 아래 주먹같이 생긴 부분이 포르투갈과 스페인, 위로 프랑 스와 이탈리아가 자리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아프리카와 연결되고 있다. 고대 로마 초기, 카르 타고의 한니발 장군이 로마 침공 길은 좌로 가나 우로 가나 어차피 지중해 해안선을 가는 길이 었다. LP는 여행객의 길을 보여준다. 판은 조지 멜라크리노 악단의 현악 연주곡이다.

재킷2 ; 돈 있는 늙은이들에게 크루즈가 대세란다. 배 타고 유유자적, 생각만 해도 부럽다. 며칠

전 신문에 ‘지중해 크루즈(Mediterranean cruise)’라는 광고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레코드는

그 지중해 기항지와 관계된 음악을 수록한 것이다. 지중해의 중심이 리비에라(Riviera)이다. 포르

투갈+스페인 그리고 프랑스, 이탈리아가 이어지고 있다. 카탈루냐주는 친불적(親佛的)이다.

재킷3 ; 역시 지중해 크루즈 선상에서 연주되는 음악이다. 오케스트라가 동원될 정도이다. 이

연주는 프랭키 칼(Frankie Carle, 1903-2001) 악단. 바르셀로나 항구의 해안선 코스타 브라 바(Costa Brava)도 들른다. 사진은 해안선의 집들이다. 창문을 아름답게 치장했다. 1956년 RCA VICTOR판이다. 국내 대학의 56년생들은 이미 정년퇴직했다는데….

재킷4; 스페인을 여행하다 보면 유럽과 다른 유럽을 보게 된다. 스페인 건축의 하트(Heart of Spain), 아랍, 이슬람 요소가 가득하다. 서튼판이다.

재킷5 ; 사진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탄생의 파사드 클로즈업이다. 1983년 찍은 것이다.

탄생의 파사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어렸을 때 행적이 기록된 것이다. 사진 위쪽은 가브

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수태를 알리는 장면을 조각한 것이다. 판은 ’사이런스(Sirens)‘란 타이

들의 일본 것이다(CODA). 앨범 재킷 사진 밑에 아주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존 시미즈(John Themis)가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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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 4 2 5

바르셀로나까지 찾아온 사람은 이것을 보려

함이라. 방명록에 사인을 했다.

항구 근처의 호텔(Hotel Suizo)에 방을

정하고…. 바르셀로나 항구로 나갔다. 무적의

함대 스페인의 흔적은 동상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110페세타(1$: 72pta)를 주고 유람선을

탔다. 정말 동양인은 나 혼자뿐인 것 같았다.

왁자지껄하고, 야단들이다.

1854년 교황 비오(Pius) 9세(1846-78)는

‘마리아가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고 선포했다.

우리는 철종(哲宗, 1849-1863)기간으로 안동

김씨들의 세도가 한창이던 때였다. 안토니오

가우디 꼬르넷(Antoni Gaudi Cornet)은

1852년 태어났다. 영국의 수정궁 박람회가

한창일 때이기도 했다. 1852년 6월 25일

수요일이었다. 안토니오 가우디 꼬르넷이란

이름은 아버지(프란시스코 가우디 세라)와

어머니(안토니오아 꼬르넷 베르뜨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의 가정은 가난한 장인(匠人)

집안으로 3대가 내리 구리 대장장이 즉, 솥, 그릇 만드는 일에 종사해 왔다. 설계나

스케치 없이도 돌을 떡 주무르듯 한 그의 건축

스타일은 그런 집안의 내력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가우디의 이미지 근원

카탈루냐, 타라고나(Tarragona) 현

레우스(Reus)의 카타란(Catalan)에서

태어난 가우디는 16세 때 바르셀로나로 나와

고학으로 바르셀로나 현립 건축전문학교를

다녔다.5) 1878년 3월 15일, 25세 때 졸업과

동시에 건축가가 되었다. 가우디는 1876년

건축전문학교의 비리얄 교수 밑에서

몬트세라트(Montserrat) 산6) 중턱에 있는

수도원의 앱스와 성모의 벽감을 설계했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이 산은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영장(靈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가우디 건축의 근원이기도 했다.

가우디는 1895년과 1906년에 걸쳐 그곳에

성모 마리아(로사리오) 기념비를 설치했다. 산

5) 현, 바르셀로나 공과대학 건축과. 이 과에는 ‘가우디 기념강좌’가

개설되어있고, 주임 교수도 따로 있다. 여기서 가우디 건축 모든

것이 다뤄지고 있다. 우리의 대학들도 ‘한국건축가기념강좌’같은

것을 만들면 좋을 텐데... 박길룡, 김중업, 김수근 전공 교수를 기대해 본다. 지방대학들은 그 지역의 건축가를 다루면 의미가

있고, 자매결연 도시의 건축가들도….

6) 몬트세라트 산은 바르셀로나 북서쪽 60km 지점에 있는 해발

1,340m짜리 험산이다.

정상에는 전람대를 만들고 카탈루냐의 문장을

붙였다. 몬트세라트 산의 암벽 사이에 종을

달아매기도 했다. 그가 카사밀라 성당 외벽에

새겨 놓은 동·식물인 선인장과 도마뱀 등은

그 산에서 본 것들이다.(재킷6)

가우디는 이렇다 할 학파에 속하지도, 학파를 만들지도 않았다. 그의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의 고향 친구들이었다. 재학 중에는 영국 빅토리아니즘(Victorianism)에서 시작해

무어주의(Moorish)로 이어져 역사적인

스타일의 다이내믹한 가능성을 실험했다. 이후

그는 고딕과 바로크 양식을 합쳐 사용했다.

가우디는 1878년 졸업하던 해 비센스

저택(Casa Vicens)을 색채가 풍부한 타일로

설계하며 시작했다. 그는 1883년 처음 외국

여행을 하는데 그곳은 프랑스였다. 그때

비올레 르 똛의 카르카손(Carcasone) 성(城)

수복공사 현장을 방문, 유럽의 중세시대 건축 토목 등 공작(工作) 구축물(構築物)에 관심을 갖는다.7)

아프리카의 모로코는 1887년에 갔다. 모로코는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그가

프랑스에 관심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가우디는 건축물 천정 볼트구조에 흥미를 갖고 공부했다. 벽돌로 볼트를 만드는 것이다. 이후 구엘 관계 구축물에 소소연와(素燒煉瓦)를 사용하기도 한다.

가우디의 성당 바르셀로나 시내에는 그의 작품 13개가 있다. 구엘 궁전(팔라우 구엘, 1886-88, 현 바르셀로나 연극연구소 본부), 구엘 공원(1900-14), 치우다 델라 공원, 레알 광장의 가로등, 테레지안 대학 등이 있고 주택으로는 카사 칼베, 카사 바뜨요(190406), 그리고 여름 별장 카사 비센스(188388) 등이 그것이다. 카사 바뜨요는 후에 영화 〈스타워즈〉의 모티브가 되었고, 화가 달리의 〈츄파춥스(Chupa Chups)〉의 이미지가 되었다. 구엘 공원은 은행가인 에우제비오 구엘(Eusebio Guell, 1846-1918) 공작이 클라이언트가 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마치 ‘고드름 형상의 건축물’이라 눈길을 끈다.

13개 작품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밀라 가(家)의 주문에 의해 그라시아(Gracia)

7) 필자는 2007년 11월, 문화재 관련자들과 피레네 산맥 부근의 카르카손 성을 방문했을 때, 비올레 르 뒥과 가우디의 현장을 재견한 바 있다.

거리에 세워진 카사 밀라(Casa Mila, 190510)이다. 카사(Casa)는 집을 말하나 여기서는 공동주택 즉, 아파트를 말한다. 이 아파트는 채석장(라 페드레라, La Pedrera)이란 애칭을

갖고 있다. 가우디의 작품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들었다.

이제 우리는 가우디의 성당(La Sagrada Familia, 혹은 Church of S.F.)을

찾아가 보기로 하자. 바르셀로나의 부자

서적상(書籍商) 요셉 보카벨라는 신자들이 성가정을 공경하고 본받는 성당을 짓기로 하고 바르셀로나 중심부에 대지를 확보했다. 이때가 지금으로부터 140여 년 전인 1881년이었다.

설립자 보카벨라는 건축자문관이 되었다. 보카벨라가 새 건축가로 30세의 젊은 건축가

가우디를 뽑음으로써 오늘의 건축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던 것이다. 가우디는

보카벨라를 만남으로써 역사에 등장하는

기회를 얻었다.

카탈루냐를 강조하는 그들이 ‘영광 중의

영광’으로 내세우는 것이 시 ‘영광의 광장’

옆에 세워지고 있는 이 성당이다. 한

시인(Joan Margall)은 그 성당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우리들은 나아갔다. 우리들의 소리는 시간을 초월한 신령의 소리같이 밤하늘에 사라져 갔다. 이 교회의 거대한 큐빅(容積)은 지금부터 무엇인가가 부가(附加)될 듯 아직도 숭고한 비례를 갖는 적나라한 그대로, 달빛을 받으며 우리들의 배후에 희미하게 떠올랐다. 적나라한 뼈와 같은 기괴한 건축물...”

이 성당의 정식 명칭은 성가(聖家)의 속죄 성당(Templo Expiatorio de la Sagrada Familia) 즉, 성(聖) 가족 성당이다. 영어로는 ‘Holy Family’, 예수와 그의 어머니 성모(聖母) 마리아, 그리고 그 남편 요셉의 성가정을 상징한다.

1882년 이후 돌에 새겨진 가우디 정신

1882년 성 요셉 축일에 있은 기공식에서

프란시스코 데비아르 주교는 다음과 같은 초석을 놓았다. ‘이 속죄(贖罪)교회는...

성가정에 바치는 최대의 영광과 경의다’. 성당은 ‘속죄의 대성당’으로 시작된 것이다.

1882년 이곳의 성 요셉협회가 착공, 당시

지방 교구의 건축가 빌라르(Francisco de P. del Villar)에게 의뢰했던 것이다. 그는 원래

118

로레토 성당과 유사하게 네오고딕(NeoGothic) 즉, 신고딕 양식으로 이 성당을

설계했던 것이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건축자문관 보카벨라와의 의견충돌 때문에

물러나게 되었다. 처음 시작은 그가 했으나

기초 공사단계에서 사임하게 된 것이다.

사실 빌라르는 가우디의 스승이었다. 가우디는

스승이 설계한 성당 일을 맡은 것이다. “그는

열광적으로 이 일에 빠져들었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이 성당의 새로운 설계는

1903년부터 26년까지 이루어졌다. 가우디는

원 설계도를 대폭 수정함으로써 그의

대표작품으로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가우디의 새 성당 설계안은 스승의 것과

마찬가지로 네오 고딕양식이었다. 제단

성가대석, 현관, 계단 등의 형태에서부터

완공 후 외부 소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새로 설계했다. 그는 설계에 임하면서 구약의

창세기에서 야곱이 꿈속에서 신과의 해후를

가능케 한 하늘로 치솟는 층계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고심 끝에 그는 후니쿨라형의

탑으로 고딕의 수직선을 극복했다 한다.

탑은 3개가 주체가 되게 했다. 즉, 남쪽 탑은 그리스도의 영광, 서쪽 탑은 수난과 죽음,

재킷6 ; 우리는 계획각론 시간에 자연과 건축에 대해 배운다. 그런데 아 무런 감흥 없이 넘어간다. 여기 몬트세라트산과 수도원을 항상 접한 가 우디는 조각하듯 건축을 만들어 갔다. 우리 동네 뒷산은 다 아파트 차지 인데... 스페인 알함브라(Alhambra) 레코드판이다. 아베 마리아가 수 록되어 있다. 1969년 것이다. 50년이 넘은 것이다.

119 6

재킷7-8 ; 알란 파슨스의 가우디 판이다. 전면에는 ‘Gaudi’란 본인의 사인과 종탑(Bell tower)에 오르는 나선 계단(Spiral staircase) 하나가 수록되어 있다. 뒷면에는 1987년 당시의 공사 진행 사항이 9장의 사진으로 실려 있다. 이 판은 1987년 뉴욕과 도쿄에서 동시에 출반되었다. 영 국인 리드 보컬 존 마일스(John Miles, 1949-2021)가 부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대표곡이다

갖춰진 것 같았다. 3대째의 건축가(Amadeo Cunchillos)가 그 일에 매달리고 있다고 한다. 바르셀로나 건축대학에서 컴퓨터로 도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하늘에 매달린 타워

크레인이 공사 중인 것을 알려 주는 증거였다.9)

가우디와 음악 그리고 영화와 책

1980년대 영국의 진보적인 음악그룹, 알란 파슨스(Alan Parsons)는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노래,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가우디와 그의 건축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985년 알란은 휴가차 찾은 가우디의 건물에 매료되어 가우디를 타이틀로 한 앨범을 낸다. 작곡, 연주, 녹음, 출반 2년이 걸린 것이다. 건축가와 그의 작품을 갖고 만든 LP로는 첫 번째 것이다. CD도 동시에 나왔다. 건축인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출간되지 않았다. 라이선스판은 물론이고 해적판도 없다.(재킷5, 7-8)

그동안 가우디의 건축에 대해서는 20여 편의 영화가 만들어졌으며 60여 권의 관계 서적이 출판되었고 이는 5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고 한다. 한 사람의 건축가가 이렇게 다루어진 예도 드물다. 그에 버금가는 건축가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르코르뷔지에 정도가 있을 뿐이다.

다시 그곳을 떠나던 날의 기록이다.

1984년 7월 23일 “아침 일찍 일어나 역에 가서 11번 개찰구로 갔다. ‘끼에로 이라 막세여(마르세유로 가려고 하는데...)’라고 하니 오후 3시 차를 타라고 한다. 7월 23일 15시 2분 카르베르(Carbere) 행 기차를 탔다. 2박 3일은 끝났다. 아디오스 가우디!”

사람은 아무것도 ‘창조’할 수 없다. 다만 ‘발견’할 뿐이다. 가우디의 말이다. 지금 가우디는 신의 차원으로 올라서고 있다. 1922년 마드리드에서 열린 전국건축가회의에서 가우디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결을 했다. 바르셀로나 대주교는 1998년 가우디의 성인(聖人)화 작업도 벌리기 시작했다. 만약 이뤄진다면 건축가로는 첫 성인이 되는 셈이다.

사실 스페인 예술가들이 그 땅의 금 숟가락이라면 정치 권력자들은 나무젓가락도 안 된다….

9) 이 성당의 조각 분야 일에는 한 일본인 조각가가 참여하고 있다.

그는 교토시립예대(京都市立藝大)에서 조각을 전공한 소토

에슈라(外尾悅郎, 1953- )이다. 후쿠오카(福岡) 출신인 그는 1978년

24세 때 이 성당 조각 일에 자원 조각 일에 참여하고 있다. 정면 탄생의

문을 장식한 〈악기를 연주하는 천사들〉이 그가 참여 한 것이다.(일본 《AERA》, 1997.4.28)

121 7 8

『가까이 있는 건축』

정태종

WIDE [영화로 건축 읽기] Academy 2023

2차 학기 프로그램 발표 ; 3월 오리엔테이션 3차 ; 4월 정규과정 5차

주관 와이드AR 주최 간향클럽 조직 전진삼(organizer, 와이드AR 발행인), 강병국(instructor, WIDE건축 대표), 허은광(film theorist,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사무국장), 이윤정(sponsor, 현일건축 대표, 대한여성건축사회 회장), 주성진(sponsor, 성학건축 대표)

문의 02-2235-1960, widear@naver.com

*W/A는 회원제로 운영됩니다. 프로그램 관련 정보는 네이버카페 <와이드A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페 주소: https:// cafe.naver.com/aqlab) 참여을 원하는 분들은 상기 이메일주소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인공지능시대의 건축』

> 2023년 3월 W/A 2차 학기 오리엔테이션 3차 프로그램

프로그램 : 바우하우스(BAUHAUS SPIRIT: 100 YEARS OF BAUHAUS,2018)

일시 : 2023년 3월 27일(월) 7:00pm

장소 : 노아빌딩 3층 아카데미홀(인천광역시 연수구 인권로 27)

> 2023년 4월 W/A 정규과정 5차 프로그램

http://www.spacetime.co.kr | spacetime@korea.com

T : 02) 3147-1212, 2323 | F : 02) 3147-2626

프로그램 : 지붕(Il tetto)

일시 : 2023년 4월 24일(월) 7:00pm

장소 : 노아빌딩 3층 아카데미홀(인천광역시 연수구 인권로 27)

지음, 1만8000원
송종은 옮김, 1만5000원
건축가들을
위한 AI 입문

와이드AR 건축평론 공모 추천제

2023년도 시행안

본지는 2010년 이래 ‘꾸밈 건축평론상’과 ‘공간 건축평론 신인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을 제정하여 한국 건축평단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신진 비평가의 발굴을 모색해왔습니다.

그동안 3회(박정현), 5회(이경창), 6회(송종열), 10회(최우용)에 걸쳐 현 단계 한국

건축평단의 새얼굴을 배출한 통로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 제11회에 수상자를 내지 못한 채 지나온 것에 이어서 2021년에 공모한 제12회에는 응모자가 한 사람도 없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종전까지의 건축비평상 공모제 시스템이 날로 무한 확장되는 개인 미디어 세계에서는 1년 주기의 시간적 형식성이 경쟁력을 잃었고, ‘비평상’이란

구시대적 발상의 제도 자체도 이미 낡아버린 양 합니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여 지난해부터 본지는 건축비평상 제도에서 탈피하여

‘건축평론 공모 추천제’로 선회하였습니다.

건축평단에 관심 있는 건축인들에게 활짝 문을 열고, 일련의 단계를 거쳐 등단이 가능한 공모 추천제를 시행합니다. 종전의 건축비평상 응모자격에서 만 40세 이하로

제한했던 나이 제한도 없앴습니다. 건축평론 공모 추천 3회(작가론, 작품비평, 시론 각 1회)를 통과한 응모자(제출 순서는 자유)에게는 본지가 발행하는 등단 증서와 함께 《와이드AR》 필자로 대우하여, 지속적으로 집필 기회를 제공합니다. 매번 추천된

응모작은 본지에 게재하고,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건축가 초청강의’

〈시즌6〉 Architects in Korea

3라운드; The Middle Generation

주관 와이드AR

주최 그림건축, 간향클럽

협찬 시공문화사Spacetime, 수류산방, 유오스Knollkorea

후원 간향건축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s://cafe.naver.com/aqlab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2023년 3월(제185차) Architects in Korea 20

[접수]

widear@naver.com

- 응모작 제목 앞에 ‘[건축평론 응모]’라고 기입 바람

- 응모작은 ‘한글 또는 워드’ 파일과 ‘pdf’ 파일을 동시에 제출 바람

[접수 마감]

- 매월 25일

[응모 부문 및 분량]

1) 작가론 또는 작품비평(200자 원고지 50~60매 분량으로, 본문 10폰트 사용

A4용지 출력 시 6~7매 분량)

2) 시론(200자 원고지 25매 내외 분량으로, 본문 10폰트 사용 A4용지 출력 시

3매 분량)

- 참고 도판 및 사진은 분량에서 제외하며 별도로 제공 바람

- 각 부문 원고의 분량 초과 제출은 가능하며, 이 경우 원고료 산정에서는 제외함

- 원고 말미에는 ‘휴대전화번호’와 ‘성명’을 기입하기 바람

- 추천 통과 여부는 접수 시점 기준으로 1개월 내에 개인 e메일 또는 문자메시지로 통보함

이야기손님 : 박수정, 심희준(건축공방 공동대표)

주제 : 쇼미더건축

일시 : 3월 15일(수) 7:30pm | 장소 : Lighthouse(서울시 중구 을지로 146-1, 5층)

> 2023년 4월(제186차) Architects in Korea 21

이야기손님 : 이세웅, 최연웅(아파랏.체 공동대표)

주제 : engineered beauty

일시 : 4월 19일(수) 7:30pm | 장소 : Lighthouse(서울시

중구 을지로 146-1, 5층)

[기타]

간향클럽, 미디어랩 & 커뮤니티

GANYANG CLUB, Media Lab. & Community

우리는

건축가와 비평가 및 다방면 건축의 파트너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건축한다는 것만으로 반갑고

행복한 세상을 짓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우리는

건축계 안팎의 현안을 주시하며 이슈를 발굴-

공론화하고, 나아가 건축동네의 계층, 세대, 업역 간의 골 깊은 갈등 구조를 중재하는 매개자 역할을 통해

우리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견인하는 통합의 지렛대가 되겠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 필요한 건강한 건축 저널리즘을 구현함은

물론 건축과 대중 사회를 연결하는 미디어 커뮤니티가 되겠습니다.

우리는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땅집사향)》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BCD Party》

지역 건축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응원하는 《ICON

Party》

인천건축의 디자인 리딩 그룹을 선정하는 《Incheon

Architect 5(I.A.5)》

건축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축학술상》

신예 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건축평론

공모 추천제》

내일의 건축에디터&저널리스트를 위한 《와이드AR

건축저널리즘워크숍》

건축 비평 무크 《critica(크리티카)》

건축가(집단)의 모노그래프 출판 《wide document》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WIDE 아키버스》

인간·시간·공간의 이슈를 영상으로 따라잡는

《WIDE[영화로 건축 읽기]Academy(W/A)》

실시간 ZOOM으로 진행하는 건축 대화의 창

《와이드AR [LIVE 티백]》

건축 잡지&저널리즘을 아카이빙하고 연구하는 《한국건축저널리즘연구회》

인천도시건축의 건강한 생태계를 준비하는

《인천건축발전연구소》

등 일련의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간향클럽 사람들

mc 1 프로듀서 전진삼 사진총괄 김재경

섹션 편집장 박지일 편집위원 김태형, 백승한, 이태현, 최우용 디자이너 심현일, 디자인·현

mc 2 사진위원 남궁선, 노경, 진효숙 비평위원 김현섭, 박성용, 박정현, 송종열, 이경창, 이종우, 현명석

mc 3 제작자문 김기현, 시공문화사spacetime 종이공급 박희진, 신안지류유통

인쇄처 서울문화인쇄 인쇄인 강영숙 제작국장 김은태 관리부장 손운일

mc 4 독자지원 및 마케팅 박미담 과월호 공급 심상하, 선인장 서점관리 심상호, 정광도서

직판관리 박상영, 삼우문화사

mc 5 자문 고영직, 고충환, 김영철, 김정후, 박병상, 손장원, 신용덕, 신창훈, 안철흥, 우종훈, 이중용, 이정범, 허은광

고문 강병국, 김종헌, 박민철, 박영채, 박진호, 이충기, 전진성, 정귀원, 함성호, 황순우

명예고문 곽재환, 구영민, 김연흥, 김인수, 김정동, 박길룡, 박승홍, 우경국, 이백화, 이상해, 이종건, 임창복, 최동규

대표고문 임근배

mc 6 운영위원 강승희, 김종수, 김창균, 박유진, 손도문, 이윤정, 최원영 부발행위원 이수열, 이치훈, 임성필 발행위원 김기중, 김태만, 우의정, 이승용, 임재용, 조남호, 하광수

패트롱 김용남, 오섬훈, 이태규, 장윤규, 정승이, 조택연, 최욱, 한승윤

mc 7 부편집인 김재경 부발행인 이주연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mc 8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자 박성형, 서정일, 이강민, 이연경, 이길훈, 강난형, 도연정, 서효원, 이상명 심원건축학술상 심사위원회 김영철, 김현섭, 서정일, 한동수 심원문화사업회 사무장 신정환 심원문화사업회 이사장 이태규

mc 9 마실와이드 대표 김명규 팀원 최지희, 고현경, 김현경, 김정아, 김찬양, 윤은지

124

《와이드AR》 2022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6

PARTNERS

ARCHITECTS IN KOREA . Ⅵ

EDITORIAL

강호의 고수들

ARCHITECTS

구승민, 스튜디오 꾸시노

김종수, 원스퀘어미터 건축연구소

김태성, ㈜간삼건축

이수열, ㈜토문건축

이재혁, ㈜에이디모베건축사사무소

임성필, ㈜집파트너스건축사사무소

홍만식, ㈜리슈건축

ESSAYS & WORKS

내 건축의 주 종목

솔기의 상상 구승민; 갤러리, 주택, 펜션 무심한 아름다움 김종수; 대사관, 골프 클럽하우스, 목조주택 인간 시간 공간 김태성; 오피스, 연수원, 연구소, 학교, 상업시설 유형의 건축 이수열; 관공서, 캠퍼스시설, 가톨릭교회 놀이터 같은 최소한의 집짓기 이재혁; 협소주택, 상가주택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종교건축 임성필; 교회건축, 공공도서관, 교육시설 좌향 여백 표층 홍만식; 주거, 근린 복합시설, 일상건축

NOTICE

제14회 심원건축학술상 2차 본선 심사 안내 제31회 김태수 해외건축여행 장학제 공모 제173차-제174차 땅집사향

PARTNERS

ARCHITECTS IN KOREA . Ⅴ

EDITORIAL

한국 건축의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 리더들에게 묻다

PROLOGUE

이제는 건축가의 호칭에서 ‘젊은’ 수식어를 빼자!

ESSAYS

건축이란 무엇인가?

& INTERVIEW

김남건축(김진휴, 남호진)

OA-LAB(남정민)

아이디알건축(이승환, 전보림)

준 아키텍츠(김현석)

이용주건축스튜디오(이용주)

착착 스튜디오(김대균)

포머티브건축(고영성, 이성범)

비유에스건축(박지현, 조성학) vs. 박지일 NOTICE

125 《
3-4
Special Edition Vol.05
와이드AR》 2021년
월호,
심원건축학술상 2차 본선 심사 안내 제30회 김태수 해외건축여행 장학제 공모 제12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제13회

《와이드AR》 2020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4

《와이드AR》 2019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3

강병국

Kang Byungkuk

최문규

Choi Moongyu

정재헌

Jeong Jaeheon

이관직

Lee Kwanjic

이한종

Lee Hanjong

손진

Son Jean 임형남, 노은주 Lim Hyoungnam, Roh Eunjoo

김광수

Kim Kwangsoo

김재관

Kim Jaegwan

이은석

Lee Eunseok

강승희

Kang Seunghee

김동원 Kim Dongwon

PARTNERS

ARCHITECTS IN KOREA Ⅳ

EDITORIAL

나의 건축 인생작Masterwork

ESSAYS

강병국 Kang Byungkuk_광양장도박물관

최문규 Choi Moongyu_KIST 숲속 어린이집

정재헌 Jeong Jaeheon_양평 펼친집

이관직 Lee Kwanjic_영남대60주년기념 천마아트센터

이한종 Lee Hanjong_가르멜의 모후 수도원

손진 Son Jean_아이뜰유치원

임형남, 노은주 Lim Hyoungnam, Roh Eunjoo_제따와나 선원

김광수 Kim Kwangsoo_부천아트벙커 B39

김재관 Kim Jaegwan_유진이네집

이은석 Lee Eunseok_새문안교회

강승희 Kang Seunghee_여목헌

김동원 Kim Dongwon_분당메모리얼파크 사옥

NOTICE

제12회 심원건축학술상 추천작 발표

제29회 김태수 해외건축여행 장학제 공모

PARTNERS

ARCHITECTS IN KOREA Ⅲ

EDITORIAL

X세대 건축가들의 자서전Architect’s Autobiography

ESSAYS

김주경 OUJAE Architects : 나의 건축 인생 연대기 혹은 기억조작

김범준 TOPOS Architectural Firm : 오리지낼러티 탐문의 건축여정

김태만 HAEAHN ARCHITECTURE : 실패의 역사 (to be) unbuilt

이상대 spaceyeon architects : 어느 건축 마라토너의 방백傍白

임영환 D·LIM architects : ‘지속가능한’ 아마추어 건축

김선현 D·LIM architects : 꿈꾸는 자의 행복한 건축

조성익 TRU Architects : 냅킨 드로잉

박창현 a round architects : 몇 가지 단서들

김세경 MMKM : 건축이라는 올가미

민서홍 MMKM : 건축 짓는 농사꾼의 길

조진만 JO JINMAN ARCHITECTS : 어느 젊은 건축가의 회상

홍재승, 최수연, 이강희 PLAT/FORM : 풍경風景, 반 풍경 그러나 알레고리

NOTICE 제12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제28회 김태수 해외건축여행장학제 공모
SE 03 한국의 건축가들 SE 04
제11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와이드AR》 2018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2

《와이드AR》 2017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1

PUBLISHER’S COLUMN – ABCD파티–올해의 발견

ARCHITECTS IN KOREA Ⅱ

EDITORIAL

한국 건축의 새 판을 여는 젊은 리더들의 12가지 화법

ESSAYS

건축의 엄밀성과 농담, 혹은 사랑과 체념 : aoa architects

건축이 남긴 이야기들 : CHAE–PEREIRA architects

새로운 프로세스와 시스템 : EMER–SYS

경계에서의 점진성 : EUS+ architects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리드하는 건축, 건축가 : johsungwook architects

엘리스의 비눗방울 놀이, 그리고 일상 속 이야기 생성 : L’EAU Design

스타일의 전략–작업의 방법에 대한 근본적 이해 : Min Workshop

근대 건축, 수용과 변용의 미 : OFFICE ARCHITEKTON

들띄우기와 흰색 그리고 부산 : RAUM architects

새로운 눈을 갖기 위한 발견의 방식, 질문 : Samhyun Urban & Architecture

길, 에움길, 샛길 : SUPA schweitzer song

따뜻한 건축 그리고 10+ : UTAA

NOTICE

제10회 심원건축학술상 심사결과 발표

당선작 : 해당작 없음

심사위원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PUBLISHER’S COLUMN – 친구

ARCHITECTS IN KOREA . Ⅰ

EDITORIAL

젊은, 내일의 건축 리더들이 말하는 우리 건축 장場의 단면

#1. 건축의 뿌리 혹은 공부의 배경에 대하여

#2. 한국 건축 비평(계)에 대한 바람

#3. 귀 사무소(팀)의 작업 화두는?

#4. 현대건축을 수행함에 있어서 ‘전통’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5. 귀하(또는 사무소, 팀)가 이해하고 있는 ‘개념’이란 무엇인가?

#6. 현 단계 한국 건축계, 무엇이 문제인가?

PROJECTS : OFFICE INFORMATION

a.co.lab : 휴먼 네트워크의 수행자

BOUNDLESS : 관계의 진화를 엮는 전술가들

designband YOAP : 3인 3색의 피보나치 수열로 건축하는 집단

FHHH Friends : 좌충우돌 화려한 팀플레이 집단

HG–Architecture : 디지로그의 세계를 실천하는 스튜디오

JYA–rchitects : 함께 흘리는 땀의 가치로 무장한 팀워크

mmk+ : 한 방의 장외홈런 다음을 준비하는 히어로

OBBA : 건축, 내러티브의 소중함으로 승부하는 사무소

stpmj : 아트와 건축의 경계를 넘나드는 파이어니어

Z–Lab : A to Z, 콜라보&커뮤니케이션스 컴퍼니

NOTICE

제9회 심원건축학술상 당선작 발표

경복궁 궁역의 모던 프로젝트 발전국가시기 광화문과

국립종합박물관을 중심으로(1962~1973)

수상자 : 강난형

127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Special Edition vol.07, 2023년 3-4월호, 격월간

2023년 3월 15일 발행, ISSN 1976-7412

잡지창간 등록일|2008년 1월 2일

창간호 발행일|2008년 1월 15일

잡지사업 변경 등록일|2021년 1월 7일

등록 번호|서대문, 마00029

발행인 겸 편집인|전진삼

발행처|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주소|03733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독립문공원길 13, 5층 (현저동, 극동프라자) Spacetime 전화|02-2235-1960

홈페이지|간향클럽

ganyangclub.com

; 《와이드AR》 창간호부터 최근호까지 PDF지면 읽기 Free 이용 서비스

네이버 카페|와이드AR cafe.naver.com/aqlab ; 《와이드AR》의 오프라인 활동 소식 등 건축 관련 다양한 콘텐츠 이용 가능 커뮤니티

네이버 밴드|와이드AR 프렌즈 band.us/@widearfriends ; 《와이드AR》 구독자, 후원자, 건축 팬덤 대상

건축계 정보 직배송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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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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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이메일|wide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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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전진삼(간향 미디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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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의 광고는 본 잡지를 함께 만드는

건축(가)네트워크와의 연계를 지원합니다. 지면

위에서의 1차적 홍보 효과를 넘어, 실질적 수익 효과의

창출을 위해 데스크가 함께 고민해 드립니다.

제작사양

표지 지질: 아트지 300g 횡목

내지 지질: 미스틱 105g 횡목

주 활용서체 및 라인선스

표지 및 본문: SM/직지폰트

라이선스 명: 프리 라이선스

사용기간: 2022.04.27.~2023.04.27.

인증코드: RW20220427BXXXXX

《와이드AR》 주요 배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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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판 정광도서

매대명: 선인장

·담당자: 심상하 방장(문의: 02-725-9470)

·소재지: 서울특별시 종로구 필운대로 56 (통인동) 1층

* 2008년~2010년 발행본: 현재 1호~18호까지

품절되어 구입 불가합니다.

* 그 외 과월호 구입: 2011년~2022년에 발행된

《와이드AR》을 할인가로 구입 가능합니다.

* 본지의 오프라인 매대인 〈선인장〉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본지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 특정 발행호의 다량 구입이 필요한 경우 위 매대 담당자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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