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no.74,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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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는 동의하는데 디자인의 수단이나 테크닉은 여러 가지로 바뀔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 프로젝트는 운 좋게도 입찰로 계약에 이르렀던 것으로

그럼 그 즈음에 재료에 관한 많은 스터디를 하셨겠군요.

기억되는데 그러다보니 내 입장에서는 디자인을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벽산125는 워낙 스케일이 큰 건물이었던 관계로 주재료로 알루미늄을 정해놓은 상태여서 내 위치에서는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같아요.

그 대신 패턴에 대한 스터디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벽산125에서는 수평 그 프로젝트가 어반엑스로까지 이어지나요?

패턴을 많이 스터디 했는데 건물의 입면이 워낙 꼬불꼬불하다보니까 수직바를

나중에 감리할 때 일정기간 어반엑스와 겹쳐지지만 설계 끝날

써야하는데 그렇게 하면 건물의 외관이 엉망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많았어요.

때까지는 공간에서 작업된 것이죠.

근데 설계 마지막 무렵에 잡지를 보다보니까 스트럭춰럴 글레이징시스템의 커튼월에 구조용 실리콘코킹재료가 나와서 외부 노출되는 알루미늄바 없이

미추홀타워는 그 후의 작업이죠?

유리 접착하는 제품이 출시됐다고 해서 급하게 연락했더니 풍동 테스트

맞아요. 그건 어반엑스에서 작업하게 되지요. 그 때 당시에

등을 해야 하는데 그러러면 미국에 갔다 와야 하고 그 기간이 족히 3개월은

갯벌타워의 경우 AA스쿨에서 많이 얘기됐던 것 중 하나가 학교의 치프였던

걸린다는 거예요. 그런데 당장은 도면 납품하고 공사해야하는데 할 수 없이

제프리 킵니스 선생이 현대건축에서 필요한 건축적인 원칙이 도대체

수직바는 스텐레스미러로 그려놓고 나중에 공사하면서 바꾼다, 그리고

무엇일까? 를 몇 번에 걸쳐 얘기하면서 두 가지 단어를 꺼내든 적이 있었는데

수평만 알루미늄바로 해놓는 거로 한다 그랬던 거죠. 다행히 건설회사가

인콩그리티(incongruity) 부조화, 모순 그런 의미였던 거 같은데, 그리고

직영이었어요. 정우개발이라고. 그래서 뒤에 바꾸는 게 가능했던 거죠. 안

아주 강력하게 같이 있다는 의미에서의 인텐시브 코히어런스(intensive

그랬으면 입면에 워낙 꼬불꼬불한 변곡점이 많아서 수직바를 일일이 넣었으면

coherence)를 얘기하는데 그게 그 양반 말로는 근대건축과 현대건축의

수평 패턴이 다 죽었을 거예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디테일 스터디를 많이

큰 차이가 근대건축은 여러 가지 동질성이 강하다고 보면 현대에 와서는

했었던 것 같아요.

이질성이 훨씬 더 많은 차이가 있는데 그렇지만 그게 이질적인 상태로 다 떨어져있는 것이 아니라 네오 모더니즘처럼 동질적인 틀 안에 있었으면

벽산125 빌딩을 보면서 김수근 선생님의 하신 말씀이 떠오르는

좋겠다고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다양하고 복합적이긴

데요, ‘현대건축=리치니스=멋=맛’이라고 하시던. 그 때의

하지만 보이는 부분들은 심플하게 보여서 하나의 모습으로 보이는 게

리치니스와 디테일이 많은 부분 통하는 건가요?

좋겠다고 했어요. 나는 그와 같은 방향에서 프로젝트를 해석하여 갯벌타워의

선생님이 벽산125 모형을 보시면서 리치니스 말씀하셨을 때,

경우 아주 심플한 스킴(sheme)이긴 하지만 스킨(skin)에 몇 개의 레이어를

그게 벽돌건축에서의 리치니스와 어떻게 같은 가 생각하기도 했는데 지금

개입시키는 디테일한 장치를 넣었지요. 그 건물 꼭대기의 모습도 다른

생각해보면 대형의 알루미늄 외장재 건물에서도 리치니스를 구현하면 좋지

프로그램을 들어 있지만 의도적으로 사각박스 안에 넣으려고 한 결과이지요.

않겠는가 하는 정도의 의미가 깔려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어요. 제가 김수근 선생님을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동아일보사옥도 벽돌로 해보자고 하셨을

그랬군요. 갯벌타워의 작업 태도에 비추어 봤을 때 그것과 공간의

때 개인적으론 깜짝 놀랐어요. 그 큰 건물을 어떻게 벽돌로 짓는다는 거지?

작업 연대기 속에서 연속성을 찾을 수 있다면 무엇과 연결 지을

하면서 말이죠. 근데 선생님의 생각을 따라가 보면 벽산125빌딩에서 벽돌과

수 있을까요?

같은 리치니스가 어떻게 가능할까? 선생님 투병기간에 가끔 휠체어타고

그 문제는 오랫동안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공간에 있을 때는 두

설계실에 오신 적이 있었는데, 장 소장님이 양남철 씨에게 입면도를 100분의

가지였던 것 같아요. 한 가지는 공간 시퀀스에 대하여 많이 얘기했던 것 같고,

1로 그리게 했는데 하루는 그걸 보시고 리치니스를 말씀하신 적이 있었어요.

두 번째는 리치니스에 대해 많이 생각했는데 갯벌타워는 공간적 변화를 많이

그 후에 디벱롭 하는 과정에서 수평으로 두르는 띠들을 좀 더 풍성하게 해서

개입시키고 있다는 점에선 공간의 시퀀스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같이 하지만

리치니스의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결과적으로 그 건물엔 여러

상대적으로 리치니스적이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리치니스라는

타입의 수평띠가 있어요. 문 여는 데 수평은 조금 셋백하는 타입으로 하고,

느낌은 벽돌이 주는 재료의 느낌과 같은 데서 오는 것이라서, 벽산125처럼

다섯 개 층켜마다 재료를 다르게 하고, 층마다 한 칸에는 스텐레스미러를

알루미늄 재료로는 스케일이나 촉감 등에서 리치니스가 제대로 구현되지

사용하는 등 상대적으로 일반의 고층건물보다는 자상한 디자인이라고 해야

못했는데 갯벌타워도 그랬던 것 같아요. 대신에 생각해봤는데 시퀀스의

할까? 많은 부분에서 섬세함을 담긴 했어요.

문제는 여전히 다양한 공간들이 있을 때 휘젓고 다니는 동선의 흐름은 같은데 그 시퀀스가 장면 전환의 시퀀스이기 보다는 통으로 되어 있는 건물 안에서

공간과 연결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끝맺지요, 어반엑스로 독립한

어디를 가든지 갈 수 있는 길들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하지요. 꼭 같다고는 볼

배경이 궁금해지네요. 공간 말년에 경영전선에 참여할 만큼

수 없지만 그 면에서 연속성을 찾을 수는 있다고 봅니다.

공간의 헤드로서 역할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공간에 계속 있었으면 어떻게든 했겠죠. 근데 그 때 생각에

공간 재직 시 참여했거나 직접 수행했던 작업 중 가장 인상 깊은

공간에 있으면 잘 안 될 거란 생각이 많았어요. 독립할 무렵에 효성, 한국통신,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삼정호텔 등 공간에서 관계해왔던 세 개의 큰 클라이언트들이 힘을

아무래도 벽산125가 제일 앞서고요 그 다음으론 두리예식장을

모아주었어요. 어찌 보면 공간에서 일하는 거나 나와서 일하는 거나 매양

꼽을 수 있습니다. 장 소장님의 밑에서 책임 디자이너 역할을 했었지요.

마찬가지 상태였어요. 솔직히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내가 어디에 있든

런던 다녀온 후에는 앞에서 약간 언급한 공간 신사옥이 마지막으로 같이 한

설계를 열심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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