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54, Design

Page 32

ARCHITECT SEUNG H-SANG

SCALE

A

1 완결하는

때에 딱 좋은 문진, 지금의 스케일자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과거 스케일자가 ‘필요했던’ 이유는 설계 도면을 손으로

그려야 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주택 평면도를 A4 용지에

스케일 = 현실감각

삼각 스케일자에는 1/100부터 1/600까지 여섯 가지 스케일 눈금이 표시되어 있다. 이 숫자들을 기본으로 1/400의

두 배인 1/800이나 1/100의 열 배인 1/1000이나 1/600의

담으려고 해도 100배 정도는 줄여야 가능하다. A 과거의

건축가가 겪는 작업이라는 현실은 언제나 설계 도면보다 일정한 비율로 큰 실체를 다루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스케일자가 ‘필요 없는’ 이유는 더 이상 설계 도면을 손으로

두 배인 1/1200 같은 스케일의 수치들도 파악할 수 있다.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핸드폰이 등장하면서 개인 간 연결은

캐드 Computer Aided Design 프로그램으로 설계를 하고

더욱 쉬워졌지만 몇십 개 쯤 보통으로 외우던 지인들의

컴퓨터의 휴대성이 점점 좋아지는 요즘은 작업 과정에서 이 스케일자를 쓸 일이 없다. 창호의 폭이나 벽의 길이, 최소한의 화장실 크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조정하는 치수들도 컴퓨터에서 바로 확인을 한다. 프로그램 화면에서 줌 인 Zoom in, 줌 아웃 Zoom out을 하는 이유도 스케일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니터 상의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출력을 위해 스케일 값을 정하지만, 그 또한

전화번호가 기억에서 방을 뺀 것처럼, 컴퓨터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설계 과정의 번거로움은 줄었지만 스케일에 대한 감각은 느슨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확한 내용보다 강한 인상이 더 오래 남는다. (또한, 내용보다 인상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또한 오늘날의 특징 중 하나다.) 일례로, 센티미터를 다투는

작은 스케일의 건물을 설계할 때는 3cm, 5cm 조정하는

결과물을 담는 매체인 종이의 한계, A4, A3, A2 등의 크기에

일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정확히 인식하려고 노력하는 게

스케일자를 대어 볼 일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수 있는 치수보다 도면의 중심선과 전체 면적의 총합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설계 과정에서 도면을 검토하다가 잠깐 요즘은 감각 感覺에 의거하여 가이드만 스케치하고 구체적인

보통이지만, 큰 규모의 건물을 설계해 보면 정확히 체감할 의거한 대략적인 치수로 적당히 인식하고 마는 게 보통이다.

조정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된다. 굳이 용도를

몇 센티미터 정도는 머릿속으로도 현실과의 갭을 느끼지

찾자면 문진 文鎭 정도랄까? 트레이싱 롤 페이퍼를 사용할

않는 사람도 몇 미터를 정확한 현실로 인지하기란 쉬운

30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