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53,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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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이번 <와이드AR> 53호 건축가, 김찬중의 과정이 이와 달랐을까?

일입니다. 사회적인 부분이죠. 만약 거기까지 건축가 개인이

받았고, 한울건축에서 일했던 2년 여의 시간 동안 말 그대로

임호텝(B.C. 2600년경)처럼 권력과 부의 한 가운데서 살아야

남은 기록을 보면 엄청 꼼꼼해서 소장해도 보람이 있을 것

관련된 모든 물자와 사람을 끌고 가려는 건 이제 만용 蠻勇으로

같지만 지금의 그를 떠올릴 만한 흔적은 거의 없습니다.

취급되거나 아주 먼 동경憧憬 의 대상입니다. 수평적인 사회에서,

한국의 시스템 안에서 그의 안에 잠재돼 있었을 건축은 싹을

건축가는 현실의 많은 요소들을 조직하고 설득하여 최적의

틔우지 못합니다. 변화는 오히려 다른 교육 시스템 안에서

성과를 달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사회적인 약속과

아니요. 아닙니다. 그는 고려대 재학 당시 실무 위주의 교육을

‘실무’라는 표현에 적합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포트폴리오에

만들어집니다. 하버드 GSD 과정의 결과로 남은 그의 논문에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몇 가지 키워드들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컴포넌트 component, 시스템 system, 그리고

할 겁니다. 이미 그런 사회도 아니고, 건축가의 비전 만으로

결과가 균일均一할 때 힘을 받는 방식이고, 무엇보다 사람들

사이에 ‘우리’라는 믿음이 전제돼야 합니다. 건축가가 좋은 건축

작업 시스템을 구축하려 노력한다는 건, 사회 안에서 공동체에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mass customization입니다. 그중에서도

대한 믿음의 크기를 키우는 또 다른 방법일 수 있습니다.

부품)였습니다. 공간과 재료, 형태 등 건축의 모든 요소들이

건축가 김찬중은 시스템 바깥에서 만든 ‘시스템’이라는 자신만의

제작 fabrication에만 몰두하던 그에게 당시 산업 이슈인

만들고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그는 이전 세대와 질적으로

그가 스스로 소화한 최초의 건축적 개념은 컴포넌트 (구성 요소,

그의 작업 안에서는 부품으로 다뤄졌습니다. 그렇게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그의 관심을 보다 종합적으로 ARCHITECT KIM CHAN JOONG

컨트롤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현대의 건축가는 피라미드를 지은

확대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의 핵심

주제를 가지고 다시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 자신만의 시스템을 다르다는 측면에서 젊은 건축가 세대에 가깝지만, 대부분의 젊은

건축가들과 달리 자기 주제가 확고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키워드인 ‘시스템’이 싹을 틔웁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현실을

변주하고 확대하려 한다는 측면에서 이전 세대에 가깝습니다.

가능성을 포함한 ‘각각의 프로젝트에 내재되어 있는 최적화된

있습니다. 이번 53호 작업을 하면서, 이전 세대가 그의 과학적인

겪어내는 과정에서 ‘시스템’은 제작 및 여타 餘他 모든

솔루션’이라는 총체적 해법의 의미로 확장되고, 그는 이것을

‘더_ 시스템’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아는 많은 유명한

건축가들의 과정이 그렇듯, 그는 자신만의 건축적 주제로 세상의 벽에 틈을 내기 위한 시간들을 거쳐 오늘에

마치 뼈와 뼈 사이 관절처럼, 그는 한국 건축의 중간계 어디쯤

방식을 흡수하고 이후 세대가 그의 건축적 주제에 대한 집념을 나눠 가질 수 있다면 달각거리며 위아래가 잘 맞물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요즘의 우리 건축도 좀 더 튼튼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마찬가지로 건축계에도

이르렀습니다.

‘우리’라는 믿음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시스템이란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그렇다면 건축가 김찬중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의 과정은

합리적으로 연계 작동해 문제 처리를 실행하는 수단과 규칙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그가 ‘디스맨 This-Man’이라고 불렸던

위해서 질서가 잡힌 요소의 모임을 말하며, 또는 그들 요소가

의미”(환경공학용어사전)한다고 합니다. 이 단어를 떠올리면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나 기계가 떠오릅니다. 이 단어의

이미지는 대체로 ‘요소의 모임’이나 ‘연계 작동해 문제 처리를 실행하는 수단과 규칙’에 관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들이 있습니다. ‘질서’, ‘합리’, 그리고 그것들의 바탕에 깔린 ‘사회적 약속’입니다. (산업에서는 흔히 프로토콜 protocol이라고도 합니다.) 부품과 부품 간의 질서는

제작자의 컨트롤에 달렸습니다. 건축가 김찬중의 초기 작업을

보면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 그리고 현실에서의

건축이란 부품으로 볼 수 있는 대상들을 넘어 다양한 인간 군상들 속에서 움직이는 감정과 상황들을 컨트롤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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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달랐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그리고 그걸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거기가 바로 건축가 김찬중의

건축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泉 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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