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1,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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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과감한 건축과 조절된 힘

W O R K I review 3 : song, boksub D yoo kerl, daedeok church E

project

| 김재관 | 소 설가 김훈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싸움 앞에서 지나 간 모든 싸움은 무효였다고. 동감하는 이야기인데, 건축가들에게는

리뷰 3 | 문제 해결(problem solving)과 대덕 교회 | 송복섭

누구든지 기억이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일정한 참고나 어휘가 없 다고 하셨지만, 프로젝트 앞에서 늘 새로운 자세로 임한다는 뜻인 것

유혹(?)의 교회 건축

같고요. 정확히 짚어 낼 수는 없지만 선생님의 작품들에서도 뭔가 일 정하게 쌓여가는 것이 있는 듯합니다. 특히 교회 건축을 유심히 보게

교회가 지어진 지 수 개월이 흘렀음에도, 대 전 시민으로서 대덕대로를 여러 번 달려봤음

되는데 강변교회(1993), 전주대학교회(1994)를 비롯하여 밀레니엄 커

에도 와이드가 창간 특집 집담회를 기획하여

뮤니티 센터, 대덕교회, 그리고 계산교회에 이르기까지의 작품 속에

찾아 볼 기회를 마련해줄 때까지 나는 대덕

는 일정한 유형들이 발견됩니다. 앞서 언급된 번쩍 들어 올려진 예배

교회의 존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내

당, 열린 공간과 공용 공간, 구조재의 노출과 유리의 사용, 그리고 계

무심의 소치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거리로부터 보이는 대덕교회가 숨기고 있는

단, 램프, 브릿지 같은 서큘레이션 스페이스 등등. 다섯 개의 교회 공

가치에 비해 수수한 탓이기도 했다. “목적지

간 안에 몇몇 요소들이 계속 응용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좀 다

에 도착하였습니다”라는 내비게이션의 안내

른 이야기지만 저는 그 이전에 선생님의 기질과 연관되는 특징들을

를 듣고 멈췄을 때는 이미 주차장 입구를 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까 선생님은 드라마틱한 빛을 별로 안 좋아

나쳐 온 길을 다시 돌아와야 했다.

한고 하셨지요. 저는 어쩌면 흐르는 빛을 좋아하실지도 모르겠다, 라

거대한 어둠의 통로를 내려가는 백화점 지하

고 생각했어요. 지난번 대덕교회 현장에서 사용자들에게 질문을 던

주차장과는 달리 대덕교회 주차장은 지루하

져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이 공간들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랬더

지 않은 짧은 여행을 선사한다. 스킵 플로어

니 “좋아합니다” 그러더군요. “다들 좋아하나요?” 그랬더니 “다들 좋

(skip floor) 주차 방식을 통해 연속적으로 변

아합니다” 그러더라고요.(웃음) 과연 이 사람들에게 대덕교회의 좋은

하는 새로운 장면들, 주차장과 그 외의 공간 을 유리벽으로 구분한 지하 1층은 진입 과정

느낌들은 뭘까를 생각했어요. 공간의 독해를 정확히 하지 못했기 때

중에 오늘도 소그룹의 모임과 학생들의 운동

문에 오는 생경스러움 같은 것도 있을 거라 봅니다. 또 기둥의 경우,

경기 등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미리

계산교회도 그렇던데 예배 공간 안에 기둥이 박혀 있어요. 사실은 피 할 방법이 있었을 것 같은 데도요. 지붕 트러스를 꺾음으로 인해 응력

알린다. 건물을 전면 도로에 끌어 맞추어 배 치함으로써 얻어지는 건물과 뒷산 사이의 공 간은 이어지는 숲을 배경으로 번잡한 도로와

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곳에 기둥을 꽂은 것을 보고 박수를 쳤죠. 저

격리되어 극적인 조용한 공간을 제공한다. 1

건 굉장히 노골적이다! 저 노골성 때문에 사람들이 파악을 못하는 것

층 홀은 투명하게 출입구와 데크를 시각적으

이다! 그 힘에 의해 확 밀려 버리는 것이죠. 그것을 수법이라고 이야기

로 연결하면서 카페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하는 것은 이상하겠지만 어쨌든 힘을 늘 정확하게 조절하고 있는 것 은 아닌가 싶어요.

내는데, 이 곳이 예배를 마친 교인들이 함께 식사를 나누는 식당이라고 한다. 좁은 간격으 로 배치된 흰색 사각 테이블은 이 곳이 식당

| 유 걸 | 건축할 때 생각하는 것들, 수직과 수평, 벽과 바닥, 이런 것들에 대한

인지 모르고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거슬

고정 관념을 깨트리고 싶은 겁니다. 물론 어떤 건물이나 쉽게 적용될

릴지도 모르겠지만 건물의 중심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빌딩 타입에 따라 다르겠죠.

수 있는 홀을 교인들이 식사를 나누는 장소로 배려한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 2층의 예배실은 교회의 규모나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크기가 작다고 느꼈는데, 평소 큰 교회에 불만이 많던 내 기호와 딱 맞아떨어졌

WIDE ARCHITECTURE no.1 : january-february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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