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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보도 김정남 암살

2017년 2월 17일 2017년 2월금요일 17일 금요일

제29891호

조선일보 조선일보

“우린 몰라, 아무 말도 못해”‐ 말레이 겗종업원들 공포에 파르르 가 식당 문을 두드렸더니 하늘색 유니폼

이민석 특파원 을 입은 여직원이“오늘 수령님(김정일) 쿠알라룸푸르 르포 기념일이라 닫게 됐다”고 했다.‘김정남 김정남 살해 용의자들이 묵었던 곳으 로 알려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인근 엠프레스 호텔 세팡은 16일 용의자 흔적 을 쫓는 경찰 수사로 어수선했다. 오후 4 시쯤 호텔 주차장에 순찰용 경찰 차량과 포렌식 SUV 차량 등이 들어섰다. 차에서 경찰관 6명이 내렸고, 이들 중 2명은 검 은색 철제 가방을 메고 있었다. 경찰관은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한 호 텔 직원은“동료 직원이 최근‘LOL’로 고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여성을 호텔 로 비에서 봤다고 했다”며“체구가 매우 작 고, 조용한 성격으로 보여 누구를 살해할 만한 사람인 줄 몰랐는데 굉장히 놀랐다 고 하더라”고 전했다. 주차장에 있던 다 른 직원은“어제 오전에도 경찰이 이곳을 다녀와 숙박객 리스트를 체크하느라 소 란스러웠다”며“숙박객이 아니면 호텔을 나가달라”고 했다. ◇‘김정은 공포’에 떨고 있는 현지 겗 노 동자들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쿠알라룸푸르 로 내보낸 식당 노동자들도 이번 사태로 움츠러들어 있었다. 이날 오전 쿠알라룸 푸르 시내 잘란 자티에 있는 북한 식당 ‘고려관’은 영업 시작 시각인 오전 11시 가 지났는데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식 당 경비원은“오전까지만 해도 식당 종업 원들이 식사를 준비 중이었는데 10시 30 분쯤 갑자기 문을 닫았다”고 했다. 기자

피살에 대해 알고 있냐’고 묻자 종업원은 한숨을 쉬며“저희는 아무 말도 못 한다. 우리는 잘못이 없다”고 했다. 다른 여종 업원 10여 명이 식당 안에서 기자를 노려 보고 있었다. 현지 관계자는“김정남의 편의를 봐주 던 북한 고위 관료는 물론 여행과 짐 운반

단골 한인 식당 주인

“김정남, 식당까지 경호원 대동 CCTV 무력화 장비 갖고 다녀궧 현지 관계자 궦IT 사업 한 듯궧 VOA 홈페이지

궨LOL궩 암살녀 묵던 호텔 직원들

궦최근 호텔 로비서 목격 체구 매우 작고 조용했는데‐ 김정남 살해 알고 깜짝 놀라궧 들을 돕던 실무자들까지 숙청됐다는 이야 기가 퍼지고 있어 현지 노동자들도 자신 들에게 해가 갈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 다. 식당 인근 공사 현장 관계자는“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과일을 사 가는 걸 자주 봤는데 (피살 이 후엔)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식당 떠난 자리 CCTV 기록 안 남아” 김정남은 생전에 쿠알라룸푸르 시내 중심가인 부킷 빈탕의 JW 메리어트 호텔 지하 1층에 자리한 한인 식당인 고려원을

김정남의 청년₩소년시절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16일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당한 김정남의 청년₩소년 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제일 왼쪽은 김정남이 16세 때 북한 원산 해수욕장에서 제트스키를 타는 모 습이고, 왼쪽 두 번째는 당시 같은 곳에서 김정남이 외사촌 이남옥과 함께 찍은 사진. VOA는 이날 김정남이 1979년 8세 생일을 맞아 당시 이남옥과 함께 찍은 사진(맨 오른쪽 위)과 1980년 이모인 성혜랑, 외할 머니 김원주, 이남옥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그 아래)도 공개했다.

자주 찾았다. 이 식당 종업원들에 따르면 가 운영하고 있다. A씨는 이날 기자와의 김정남은 몇 개월 전에도 이곳에 와 젊은 전화 통화에서“김정남은 폐쇄회로(CC) 여성과 식사를 했다고 한다. 한 종업원은 카메라를 무력화하는 장비도 가지고 다니 “식당 구석에서 갈비와 파전을 먹고 갔는 는 등 암살 위험에 대비하던 사람”이라고 데 아주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이었 했다. 김정남이 다녀간 뒤 식당 내 CCTV 다”고 했다. 김정남은 당시 경호원으로 를 확인해 보면 녹화가 돼 있지 않았다는 보이는 남자 2명도 대동했다고 한다. 고 것이다. A씨는“김정남이 2010년부터 려원 식당 바로 옆에 있는 주점의 남성 매 2013년까지 정기적으로 말레이시아를 찾 니저도“중국 갑부 같은 사람이 지난해 았다”고 했다. 이때는 김정남의 후견인으 덩치 큰 사람들(big guys)을 데리고 왔 로 알려진 장성택의 조카 장영철이 말레 길래 중국에서 왔나 싶었다”며“그런데 이시아 대사직을 맡고 있었다. A씨는“김 피살됐다는 뉴스를 보니 그 사람(김정남) 정남은 부킷 다만사라에 위치한 북한 대 이었다”고 했다. 사관과 가까운 복층 집에 머물렀다”며 이 음식점은 말레이시아 교민 A씨 부부 “한번 오면 가족들과 10~15일 정도 있었

다”고 했다. 김정남은 인근 시내에서 클 럽과 술집에서 수시로 파티를 여는 등 자 유로운 생활을 즐겼지만, 2013년 12월 장 영철이 평양으로 불려가고 난 뒤에는 말 레이시아에 수년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 다. 그러나 김정남은 지난 2015~2016년 에는 다시 말레이시아를 오갔다. 한 현지 관계자는“김정남이 아마도 IT(정보통 신) 사업과 연관돼 있었던 것 같다”고 했 다. A씨는“김정남은 북한으로부터 경제 적 지원을 받아왔지만, 그의 아버지인 김 정일이 죽고 난 뒤부턴 그 지원도 끊긴 것 으로 안다”면서“한국행을 설득하기도 했 지만, 그는 별말이 없었다”고 했다.

김정남 신원 확인, 우리 정보당국이 넘긴 지문이 결정적 지문 정보 언제 얻었을까

2001년 일본 불법 입국 체포 때 日, 갏과 가족들 생체 정보 얻어 미국₩한국 등과 공유 가능성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 항에서‘김철’이란 가명 여권을 지닌 채 숨진 북한 남성이‘김정은의 이복형 김정 남’이란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우리 정보 당국이 제공한 지문(指紋) 등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대조할 수 있는 ‘생체 정보’들이 있었기에 김정남이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며 “그 밖에 김정남이 평소 사용하던 가명 여권 정보 등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이나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 등 도 해외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생 체 정보가 축적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 다”며“김정철이 싱가포르₩런던 등의 에 릭 클랩턴 공연에 왔을 때 사진만 찍었겠 느냐”고 했다. 우리 정부가 말레이시아 측에 김정남 의 지문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서 일각에서는“김정남의 지문을 어떻게 갖고 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김정남의 지문 정도 는 그렇게 구하기 힘든 정보가 아니다”며 “김정남이 일본에 불법 입국했을 때 채취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은 지난 2001년 5월 1일 도미 니카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불법 입국하

려다가 체포당해 3일간 조사받은 뒤 추 방당했다. 당시 김정남은 첫번째 부인 신정희와 아들 김금솔도 대동하고 있었 으며 이바라키현(茨城縣)의 불법 입국 자 수용 시설에서 머물렀다. 이때 일본 당국이 김정남과 가족들의 지문을 채취 해서 미국₩한국 등과 공유했다는 얘기 다. 자국 구금 시설에 있는 인물들의 머 리카락₩타액 등을 수집하는 것은 비교 적 쉬운 일이기 때문에 김정남이나 아들 금솔의 생체 정보를 더 갖고 있을 가능 성도 있다. 각국 정보 당국은 주요 인물의 지문₩머 리카락₩타액 등은 물론 배설물까지 수집 해서 DNA 유전자 정보 등 생체 정보 데 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

정보기관인 CIA에‘의료심리분석실’ (MPAC)이란 조직이 있으며 이곳 전문 가들이 세계 지도자들의 건강₩정신 상태 를 분석한다고 보도했다. 2010년에는 위 키리크스의 전문 폭로로 미국 국무부가 각국 지도자의 통신 비밀번호 등은 물론 DNA, 지문, 홍채 인식 같은 생체 정보 수 집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해 김 정일이 중국을 방문했는데 당시 생체 정 보나 건강 상태 노출을 막기 위해 대소변 도 수거해서 북한으로 가져갔다는 보도 가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김씨 일가’의 생체 정보를 수집₩축적해야 할 구체적 필요성이 있다. 외교 소식통은“만 에 하나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해 김씨 일가의 일원이 죽고 그 시신을 확인해야

연합뉴스

2001년 일본서 쓴 가짜 여권 일본 교도 통 신이 16일 입수한 김정남의 옛 가짜 여권 사본. 김정남은 지난 2001년 5월 도미니카공화국 국적 이 표기된 이 가짜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가 체포돼 추방됐다.

하는 상황이 오면 죽은 인물이 누구인지 어떻게 확인하겠느냐”며“한국뿐만 아니 라 미₩일₩중₩러도 다 같은 이유에서 김씨 일가의 DNA 등 생체 정보에 눈독 들일 이 유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 일가의 생체 정보가 어느 정도 확 보됐는지는 극비 사항이기 때문에 정보 당국에서도 극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명 기자

궦겗, 개입 흔적 지우려 제3국인 고용 가능성궧 탈북자₩전문가들 밝혀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암살 용의자 들이 베트남₩인도네시아 여권 소지자라고 밝혔다. 북한 전문가들과 북에서 공작 업무 를 했던 탈북자들은“북한이 김정남 암살 에 자신들이 관여했다는 증거를 남기지 않 기 위해‘제3국 국적자’를 고용해‘청부 살 인’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 특수 공작원 출신 A씨는“북한 공 작원들은 요인 암살 훈련을 받을 때 제3자 를 포섭하는 방법도 학습한다”면서“일반 적인 수법은 아니고 지극히 한정적인 작전 목적 아래서 이 같은 수법을 활용한다”고 했다. 그는“북한 당국이 직접 개입돼 있다 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파장이 커질 것을 우 려해 신분이 깨끗한 여성들이 우발적으로 암살에 가담했다는 식의 작전을 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공작원 출신 탈북자는“두 여성 이 현지 범죄 조직과 연관된‘프로’일 수도 있다”며“정보총국 등 북한 당국이 직접 개 입할 경우 말레이시아 정부와의 마찰 등을 우려해 동남아 범죄 조직원들을 고용했을 수 있다”고 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KAL 기 폭발사건 때 김현희도 일본사람 행세하 다 들통나고 아웅산 테러 때도 강민철이 북 한 사람 아닌 척하다가 들통났다”면서“이 런 경험 때문에 그런 일(테러)을 저지를 때 자신들의 관여를 부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마 련하기 위해 국제범죄단체에 하도급을 줬 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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