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Le Tre Rane Int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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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사이자 화가이자 요리사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와 함께 운영했던

세 마리 개구리 식당


… 낮에는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작업을 하고, 밤이 되면

…처음에 접시 위에 예술작품을 놓았다고 탄성하던 이들은 이내

호시탐탐 주방을 넘보았다. 그는 이 술집의 안주와 음식들이 도무지

가게는 곧 텅 비었고, 주인의 눈치를 보던 레오나르도는

‘세 마리 달팽이’에서 술과 음식접시를 나르면서 레오나르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리법만 복잡할 뿐 완성되어 나오는 음식들을

불평을 하기 시작했고, 한달도 가지 않아 손님은 반으로 줄었다.

‘세마리 달팽이’ 주방을 떠나 베로키오 공방으로 도망쳤다.

볼품이라곤 없었다. 메뉴도 고기 일색이었다. 왜 요리에 채소를 사용하지 않는 걸까. 그럼 좀 더 담백하고 맛깔스러워 보일텐데,

어느 날, 보티첼리가 숨을 헐떡이며 레오나르도의 작업실로 달려왔다.

왜 메뉴를 혁신할 생각은 하지 않고 똑같은 것을 몇 년 째 내놓는 걸까? 레오나르도의 머릿속에서 늘 그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

보티첼리는 작업장 벽을 짚은 채 숨을 고르며 말했다.

“레오나르도, 지금 베키오 다리 근처가 온통 불바다가 되었어” 레오나르도는 붓을 내려놓고 작업복에서 팔을 빼내며 물었다.

레오나르도가 ‘세 마리 달팽이’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한 달 쯤 지난 어느 날이었다. 주방장이 요리 도중에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럼 ‘세 마리 달팽이’는?”

“아마 지금쯤 모두 타버렸을걸?”

얼마 후 베로키오의 공방을 찾아온 보티첼리가 어이없는 소식을

두사람은 베키오 다리 근처로 달려가 불구경을 했다. 다리를 사이에 둔

전했다. ‘세 마리 달팽이’의 주방 식구들이 모두 죽었다는 것이었다.

술집 두 개가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한동안 타닥거리며 연기를

레오나르도는 붓을 던지고 술집으로 달려가 주인을 붙들고

뿜어대던 건물은 얼마 못가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 순간에도

자신에게 주방을 맡겨줄 것을 부탁했다. 잠시 망설이던 주인은 레오나르도의 불타는 자신감에 곧 넘어가고 말았다 …

레오나르도의 머릿속에 새로운 구상이 떠오르고 있었다. 바로 새로 지을 술집의 설계도였다. 몇 날 며칠 동안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거듭하던 두 사람은 작업실을

며칠 후, ‘세마리 달팽이’가 다시 문을 열었다. 손님들이 몰려왔고, 꿈에

박차고 나가 술집을 지을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보티첼리는

그리던 주방에 서게 된 레오나르도는 야심차게 준비한 요리들을

술집을 짓는데 필요한 자금을 융통해 줄 투자자들을 만나러 다녔고,

선보였다. 이른바 신개념 요리였다. 레오나르도는 야채를 맛깔스럽게

레오나르도는 필요한 자재와 일꾼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썰어서 안초비와 함께 안주로 내놓았다. 식사는 검은 빵 위에

결재는 후불이라는 단서조항을 내걸었음은 물론이다. 두 사람은

알바아카 잎을 꽃문양으로 장식한 것이 전부였다. 걸쭉한 고깃덩이

‘세 마리 달팽이’가 있던 자리에 새로운 술집을 세웠다.상호는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였다.

요리는 메뉴에서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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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신개념 국수를 발명하기에 먹을 수 있는 끈

스파게티

이르렀다. 그는 이 연구에 어찌나 열심이었는지 면발 뽑는 기계와 탄력과 강도를 실험하는 기계와 면발 늘리는 기계까지 설계해서 제작할 정도였다. 반죽을 실처럼 길게

밀라노로 돌아간 레오나르도는 루이 왕으로부터 궁정화가들의

뽑는 데 성공한 레오나르도는 그것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지휘를 맡으라는 제안을 받았다. 레오나르도는 제안을

요리 재료로 썼다. 레오나르도는 이 신개념 국수에 ‘먹을 수

수락했다. 그 무렵 레오나르도는 루이 왕이 식도락가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루이 왕의 요리사로 발탁되기를 윈했던

있는 끈’ 스파고 만지아빌레라 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것이 오늘날의 스파게티의 기원이다.

레오나르도는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특별한 요리를 궁리 하던 중 200년 전에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도입해 왔다는 국수라는 것에 눈길이 갔다. 식탁 장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국수라는 것이 실은 음식재료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 것이다. 그는 국수를 구워도 보고, 기름에 튀겨도 보고,

물에 삶아도 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해도 먹을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거기에다 약간의 소스와 볶은 야채를 곁들이면 더욱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다

삼지 포크의 개발 루이 왕은 ‘먹을 수 있는 끈’에 흥미를 보였다. 그러나

이 음식을 먹는 일이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삶아서 기름에

맛이 좋아졌다. 특히 물에 삶아 부드럽게 된 국수는 다른

볶은 면은 미끌 거리고 당시 이가 두 개 뿐인 커다란

어떤 곡물음식보다도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포크로는 잡을 수가 없었다. 나이프까지 동원해서 가지런히

포크로 집으려면 뚝뚝 끊어지고 잘 집히지 않는데다가 국수

정리하여 포크에 올려도 곧 미끄러져 내렸다. 이 까탈스러운

자체는 별다른 맛이 없다는 것이 흠이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요리를 먹기 위해 루이 왕은 열심히 노력하다가 지쳐서 그만

나폴리 사람들이 먹는 넓적한 빈대떡 모양의 파스타 반죽을

포크를 내려놓고 말았다. 레오나르도는 이 음식을 위한 도구

생각해 내고, 그것을 국수와 유사한 형태로 만들기로 했다.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을 깨닫고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는

굵기와 형태도 중국의 국수와는 조금 다른 동그랗고 통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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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를 개발하는데 매달렸다. 이가 네 개인 것은 너무 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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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서 먹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고, 톱니모양은 면발을

끝나고 나면 토끼를 세면장으로 데려가서 목욕을 시켜야

끊어버려서 좋지 않았다. 결국 이가 세 개이면서 길이가

했지. 레오나르도 선생은 그 광경을 보고 이맛살을

조금 길어진 것이 선택되었다. 이의 간격은 면발의 굵기와

찌푸리더니 당장 식탁보와 냅킨 이란 것 말들었어. 처음

같아야 했다. 그렇게 제작한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서 들어

식탁보를 깔고 냅킨을 한 사람 앞에 한 장씩 놓아두었던

올리자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았다.

날,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알아? 모두들 냅킨의

용도를 몰랐어. 레오나르도 선생은 접시에 놓아두기만 하면 알아서 사용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아무도 그 더러운 식탁보를 대신할 수 있는 것

냅킨의 등장 … 레오나르도는 부모로 독립한 이후 가족과의 왕래가 없었으므로 젊은 시절 타향에서 한 세월을 같이 했던 이들이 그의 친척이나 다름없었다… 만찬 준비가 거의 끝나갈 무렵

용도를 짐작하지 못했지. 어떤 사람은 그것을 의자 위에 깔고 앉았고, 어떤 사람은 코를 풀었고, 또 어떤 사람은 냅킨에 음식을 싸서 주머니에 써여 넣었지 하하.” 살라이는 새 포도주통을 주방으로 들여오다가 냅킨 이야기를 듣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레오나르도가 친구들을 몰고 주방으로 들어섰다.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은 그들은 요리에 포도주를 마시며 루도비코 궁에서 벌어졌던 온갖 사건들을 들추어내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갈레아초가 냅킨을 들고 잔뜩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젠 이것의 용도를 알아. 레오나르도 선생이 이것을 만들기 전에는 루도비코 각하께서 토끼 한 마리를 언제나 옆자리에 묶어두고 식사를 하셨지. 식사를 하다가 손이 더러워지면 토끼의 털에 문질러 닦기 위해서였어. 식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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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마세요. 선생님이 식탁보와 냅킨을 깨끗하게 준비 하는 기계를 만드시겠다고 저를 얼마나 닦달하셨는지 결국 냅킨을 위한 기계를 세 가지나 만들었잖아요. 냅킨 세탁기에, 건조기도 두 가지나 만들었어요.”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에서 요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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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도비코 루도비코 스포르차(Ludovico Sforza). 모로인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밀라노 총독으로

1481년에서 1499년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후견이었음. 살라이 잔 자코모 카프로티 디 오레노(Gian Giacomo Paprotti di Oreno)

1490년부터 다빈치의 견습공으로 일함.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요리에 대해서 쓴 짤막한 글들을 모아둔

〈코덱스 로마노프 Codes Romanoff 〉라는 소책자에는

레오나르도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요리는 물론 주방, 조리기구, 요리법, 식이요법 등에 대한 메모들이 가득하다.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 레오나르도 다빈치 지음, 김현철 옮김, 박미정 각색, 책이 있는 마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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