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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CULTURE MAGAZINE for HONGDAE AREA

vol. 10

StH_03_통합_인쇄용.indd 1

2010.3.15 7:8:25 PM


Insider

Flash

Chat & Chatting

aA디자인뮤지엄 <캐비닛> 창간

인디, 상업음악에 경고장을 날리다

홍대앞에 새로운 문화잡지를 許한다

와이낫 VS. 씨앤블루 표절 공방

잡지 같기도 하고 단행본이나 도록 같기도 한 디자인 전문지

인디밴드 와이낫의 ‘파랑새’와 씨앤블루의 ‘외톨이야’를 둘러싼 표절공방이 드디어 법정으로 이어지게 됐다. 와이낫이 5천만 원의

Cabinet

<캐비닛

> vol.1이 창간되었다. 디자인이라는 분야보다는

디자인이 이뤄지고 소용되는 안팎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기 위해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 진실은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법. 시시비비야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표절’시비 그 자체보다 ‘인디밴드’라는 정체성을 홍보의 수단으로 여겼던 일부 소속사와 밴드의 뻔뻔한 행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을 낳았다.

6개월간 9개 나라, 20여 명의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이루면서 작업한 결과물. 김영한 발행인은 ‘오랜 시간 찾아다닌 것은 물건이었는데, 물건 옆에는 사람이 있었다’며, ‘나무의 완벽한 진화와

“이는 상대가 인디 밴드이므로 적합한 대응을 하지 않아도

“씨앤블루가 인디밴드라면 파리가 새다. 그

상관없다는 태도인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노래(외톨이야)가 표절이 아니면

– 2010년 2월 1일, 와이낫 리더 주몽 . 와이낫이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발표한 후 씨앤블루 소속사 대표가 어떤 해명도 내놓고 있지 않는데 대하여.

표절은 세상에서 사라진다. 씨앤블루가 진짜 밴드라면 내가

포용력처럼, 수많은 나무 같은 사람들을 통해 그들의 신념과 열정, 토양과 환경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완벽한 진화를 이뤄내려 했는가를 보여주고 싶다’며 이번 호의

은퇴한다.” - 2010년 2월 6일, 신해철, <신해철닷컴>. 힘없는 인디의 머리 위에 오줌을 싸고 침도 뱉는다고 개탄하며.

“이는 심각한 사실 왜곡이며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부분.” – 2010년 2월 5일, 씨앤블루의 소속사 FNC 뮤직의 공식 보도자료. 이번 사인에 대해 와이낫측과 만나 두 노래의 유사성이 없으며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며.

“인디 밴드의 ‘음악성’이란 이미지는 갖고 싶고, 활동은

주제를 ‘나무’로 정한 이유를 설명한다. 도록과 잡지가

아이돌처럼 하고 싶은 밴드. 그리고 1998년 데뷔한 인디

어우러진 듯한 지면을 넘나들다 보면, 이 취지에 걸맞게 다양한

“본인이 끓어오르는 분노와 정의감을 참지

문화권에서 깊이 뿌리를 내리고 저마다의 개성과 깊이를 보여주는

못하고 제안한다. 일명 ‘파랑새를 1위로’

밴드(와이낫-편집자주)를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무명

디자이너·큐레이터·장인들과 만나게 되는 <캐비닛>. 디자인

프로젝트”

그룹 취급하는 그 밴드의 소속사.”

관련 잡지들이 정보 소개에 비중을 두는 요즘의 추세에서 벗어나,

– 2010년 2월 9일, 커피천재바티스타, <딴지일보> 게시판.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파랑새’ 음원을 구매해 배경음악으로 깔자며.

앞으로도 디자인이 우리를 어떻게 즐겁게 하고 도울 수 있고 가까울

- 2010년 2월 11일, 강명석, <한국일보>. 씨앤블루를 일본에서 2장의 싱글과 100여 회 공연을 치른 인디밴드라 홍보했던 소속사의 기막힌 ‘반전’을 비꼬며.

수 있는지 보여주는 ‘디자인 이야기책’을 지향한다. 문의 02-3143-7311

Gig & Play

킹스턴 루디스카 2010 단독공연 vol.봄

원 테마 문화잡지 <매거진 미스홍> 창간 2010년 3월6일 토요일 ‘살롱드미스홍’에서 <Magazine Myth Hong> 창간 기념파티를 열렸다. <Magazine Myth Hong>은

브라스 스카밴드인 ‘킹스턴 루디스카’가 오는 3월 21일(일) 저녁 6시 숲의큐브릭에서 2010년 첫

문화벤처기업 ㈜이투가 양질의 인디문화를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고

단독공연을 연다. 자메이칸 선율을 한국적 감성으로 풀어내는 이들은 경쾌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고,

젊은 작가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창간했다. 격월로 발행될

재지Jazzy하면서도 춤출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기로 유명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2집에 실릴 신곡 발표도

<Magazine Myth Hong>은 매 호 한가지 테마를 선택하고, 그와

이뤄지며,‘10㎝ 우주히피’와 ‘미미시스터즈’도 무대에 설 예정. 공연 티켓은 70인 한정으로 판매된다.

연관된 문화예술 활동 등을 담아낼 예정이다. 문의 02-333-6230

문의 010 -8650 -3488

알립니다

3월의 문화 인덱스

<스트리트 H> 가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홍대앞을 대표하는 지역잡지라는 정체성을 보다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판형과 내용도 대폭 바꿨습니다. ‘독거남L의 영화

아트하우스모모_ <경계도시2>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가

견주기’,‘건어물녀C의 블랙 다이어리’, ‘마담고치의 카페 읽기’ 등의 칼럼과 ‘Eat

37년 만의 귀국해, 양심적인 학자에서 거물간첩으로

& Drink’, ‘Art&Culture’ ‘Neighborhood’ 등 섹션별 접근으로 보다 쫀쫀하고

추락하기까지의 열흘을 담은 다큐멘터리. 3월 18일부터.

다채로운 정보를 담아냅니다.

<언 애듀케이션> 옥스포드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소녀

<스트리트 H> 는 우리 동네 홍대앞과 그 문화를 사랑하는 디자인스튜디오 203이

‘제니’가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 매력적인 연상의 남자와

기획, 취재, 디자인하여 배포하는 홍대앞 문화 매거진입니다.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3월 18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_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 워홀의

Street H | vol. 10 | 2010.03 Independent local Culture Magazine for Hongdae area

자화상과 대중스타를 포함한 세계 유명인사의 110여 점에 달하는 초상화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많은 작품들로

Gallery & Contest

대안공간 도어, ‘Reflection’전 유형민과 채은미의 ‘Reflection’전이 3월 13일부터 19일까지 대안공간 도어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유형민은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을, 채은미는 ‘인간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자연’을 주제로 한 유리조형과 영상작업을 선보인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공간의 가변성을 보여주는 이들 작품은 유리에 다양한 오브제나 소재를 더한 것이 특징. 영상작업의 경우에는 인간을

구성된 회고전. 워홀과 관련된 다양한 영상과 사진,

대표하는 어린이들이 자연과 접촉을 갖는 정경을 활용하거나, 인간과 자연의

기념물까지 총 400여 점이 넘게 전시돼 그의 예술과 철학,

매개를 보여주고 있다. 문의 http://www.thedoor.co.kr

삶을 조망할 수 있다. 4월 4일까지 미디어극장 아이공_ ‘댄스필름의 창시자 마야 데렌과 오마주’전. 칸 영화제에서 독립영화 대상을 수상한 마야

상상 두:드림[Do Dream] 공모

발행인

장성환

데렌의 데뷔작 <오후의 올가미>를 비롯해 <카메라를 위한

기획취재

정지연 편집장 차선아 에디터 객원 윤한나

안무연구>, <밤의 눈> 등의 작품과, 마야 데렌에게 영감을

KT&G 상상마당의 창작 지원프로그램 상상 두:드림[Do Dream]이 공모

얻어 완성된 세계 댄스필름 페스티벌 수상작 등 20여 편

형태로 진행된다. 이번 공모는 기존의 문화예술지원 프로그램과 달리, 채택된

디자인 디자인스튜디오 203 포토그래퍼 김장현 발행 정기구독

디자인스튜디오 203 (tel 02-323-2569 fax 02-323-2562) 121-895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402-13 한스빌 3층 우편 정기구독 | 년 12회 12,000원

copyright© 2010 <스트리트 H>에 실린 내용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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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4월 24일까지 산울림소극장_ <한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소극장 산울림 개관 25주년 기념작품으로, 고령화 시대를 맞은 한국 노년층의 슬픈 자화상을 시적인 문장과 섬세하고 희극적인 터치로 그려냈다. 3월 25일부터

제안들은 상상마당 실무자들과의 멘토링을 통해 구체화되는 것이 특징. 일반 아마추어부터 신진 작가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공모할 수 있다. 분야도 비주얼·퍼포먼스·미디어·학술·다원 예술 등 장르의 구분이나 제한 없이 지원 가능하다. 홈페이지(http://www.sangsangmadang.com/dodream/)를 통해 4월

13일부터 5월 10일까지 공모제안서를 접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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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공부하는 인간, 홍대앞을 뒤흔들다

호모 쿵푸스 Homo Kungfus 공부功夫 Kungfus :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호모 쿵푸스Homo Kungfus : 공부하는 인간. 어떤 자격증이나 전문성을 위해 하는 축소된 공부가 아니라 일상 전체를 온몸으로 공부하는 인간. 책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그린비) 중에서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무언가를 학습한다.

‘어떤 자격증이나 전문성을 위해 하는 축소된 공부가 아니라 일상

힘’으로 위기를 뚫고나가자는 목적만큼은 같다. ‘다중지성의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것, 그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전체를 온몸으로 공부하는 인간’이다. 그들은 온몸으로 공부한다.

정원’, ‘문지연구원 사이’ 등은 대학을 비롯한 제도권 교육기관을

그래서 고미숙은 자신의 책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에서

지식이 단순한 수단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지식을 통해 인식의

벗어나 연구, 토론, 강연을 진행하는 지적담론의 생산기지

‘공부는 평생의 일대사’랬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 공부는

지평을 넓히길 꿈꾼다. 공부를 통해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상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학교에서만 하는 것으로 축소되어 버렸다. 학교에서 우리는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길 바란다.

그러니 지금 하는 일이 내 숨통을 조인다면, 더 나은 앎으로

배우고 깨닫는 즐거움을 잊고 자신만의 부와 영달을 추구하는

독학으로 깨달음에 다다른다면 좋으련만, 모두가 그럴 순 없다.

내 삶을 변혁하고 싶다면, 나 자신을 새로운 즐거움으로

수단으로써 지식을 채집할 것을 종용받아왔다. 사회 진출 후에도

그래서 우리는 선생이라는 가이드가 필요하고, 비슷한 생각을

해방시키고 싶다면, 잘못된 제도를 향해 칼끝을 겨누고 싶다면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배우고 이해하고 또한 채워 넣으며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길 원한다. ‘앎의 코뮌(앞의 책에서 인용)’이

공부하자. 길을 모르면, 물어서라도 가야 한다. 다행히 우리

일하고 싶은데, 그저 앞만 보고 달려야 했다. 발바닥에 땀나도록

필요한 이유다.

주변엔 지도에 없는 길을 낸 용기 있는 선배들이 많다. “만약 더

달렸다. 부상자가 속출했다. 깃털처럼 폴폴 날리는 존재의

홍대가 있는 마포 부근은 호모 쿵푸스들의 은밀한 강호(江湖)

이상 배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가벼움 앞에서, 다들 우울증과 스트레스 같은 외상후증후군을

이다. 배우는 즐거움을 비전(秘傳)삼아, 지식을 무기로 벼러내는

치매이거나 죽음이 임박했거나.” 마지막으로, 다시 고미숙을

앓았다.

고수들, 그들의 코뮌이 2000년 중후반을 중심으로 서교동,

인용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그렇다. 죽을 때까지 하는 게

그렇게 고꾸라지기 직전, 브레이크를 건 사람들이 하나둘

동교동, 합정동 골목골목에 포진하기 시작했다. 대안지식공동체,

공부다. 그러니 공부에 관해서만큼은 우리, 늦었다는 동사는

생겨났다. 우린 그들을 호모 쿵푸스라 부른다. 호모 쿵푸스란

인문학강좌, 아카데미, 포럼…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공부하는

붙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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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호모 쿵푸스 8인의 습격

시작 하라, 그들 처럼 글 | 정지연

퇴근 후 동료들과의 술 한잔,

가의강 는부공 짜진 다된작시 후 난끝

조경숙 대학생 정성용 출판사 직원

이정진 J 영화제 홍보팀장

정성용은 《관용》, 《음식의 종말》 등을 펴낸 출판사 갈무리의 영업부

이정진은 영화를 전공했고 2005년부터 영화제 홍보팀장으로 활약

직원이며 ‘갱이’ 조경숙은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이다.

중. 1년에 단 9일 벌어지는 작은 축제를 위해 모든 걸 쏟아붓는

지난 2009년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을 펼친 오정민(현재 수감 중)의

영화제를 아직도 짝사랑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 자꾸만 반복되는

기자회견을 통해 ‘다중지성의 공간’(이하 다지원)을 알게 됐다는

소진되는 느낌에서 벗어나고자 지난해 처음 상상마당 아카데미

정씨와 평소 존경하던 교수님의 강의를 쫓아 이곳을 찾은 갱이는

강의를 들었고, 올해도 2개 강의를 선택한 열혈 호모 쿵푸스다.

1년째 이곳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사이좋은 친구다.

강의를 듣게 된 계기는?

강의를 들은 지는 얼마나 됐나?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인문학이나 예술 관련 책을 읽기

정 작년부터 시작해 4분기 강의를 모두 들었다. 지난 학기엔 ‘한국의

시작했는데, 혼자 공부하기엔 만만치 않은 분야에다가 강제성이

공동체 운동’, ‘레비나스와 마주하기’, ‘들뢰즈 이미지론’ 등을 들었다.

없으니 자꾸만 유야무야되더라. 온라인 강의에 익숙한 세대는

갱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고 지난 분기엔 ‘자본과 그 한계 : 맑스의

아니라서, 여타 기관들을 알아봤고 상상마당 아카데미가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읽기’를 들었다.

커리큘럼이나 후기가 괜찮았다. 지난 여름에 처음으로 수강을

이곳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

신청했다. 미학강좌와 한국예술, 그리고 ‘우리말 달인의 건방진

정 작년 1월 오정민 씨의 기자회견을 듣기 위해 다지원에 온 게 첫

글쓰기’ 등 3개 강의를 들었다.

만남이다. 뒷풀이에 따라갔다가 출판사 얘길 들었고, 입사 권유를

어떤 강의를 듣고 있는지 궁금하다.

받았다. 그때부터 일과 공부를 동시에 병행했다.

월요일 저녁 ‘미학의 눈으로 바라본 예술의 두 얼굴’과 일요일에

갱 평소 존경해온 천정환 교수님 강의가 있길래 신청했다. 종강하고

열리는 ‘세계문학 도보 여행’ 강의를 듣고 있다. 월요일의

작년 5월 2일 뒷풀이 삼아 촛불1주년 기념집회에 나갔는데 소중한

미학강좌는 지난 여름부터 꾸준히 이어 듣고 있다.

경험이었다. 그걸 계기로 성용이와도 알게 됐고.

강의 분위기는 어떤가?

다지원만의 강의 특징은?

대학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정적이고 집중도가 높다.

정 다른 아카데미와 달리 현장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생생한 증언을

특히 미학강좌는 수강생 중에 관련 전공자가 많아 깊이 있는 수업이

들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생활협동조합 관련 특강을

가능하다. 보통 2시간 수업인데 질문들이 연이어져 3시간을 넘기는

들었을 때는 직접 성미산 마을에 가서 물건도 사고, 운영자로

경우도 허다하다.

활약하시는 어머니들의 말씀도 듣고 했는데 이런 삶이 묻어나는

강의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

책을 읽어도 만만한 소설류에만 손이 갔었다. 조금이라도 어려운

갱 평소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다. 사실, 대학에서는 지적으로나

책을 접하면 머리에 구겨넣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인

실천면에서나 만족하기가 어려웠다. 다지원의 장점이라면, 지식만

강사들의 도움을 받으니, 알알이 흩어져 있던 정보가 꿰어져 지식이

키우는 일반 아카데미와 달리 대안교육기관으로서 대항지식을

되고, 내 안에 쌓이는 느낌이다. 또 다른 수강생들과의 토론을 통해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편향된 사고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해보기가 가능해졌다.

커리큘럼이 어려워 보이는데? 정 <레비나스와 마주하기> 강사님이

친구들과의 즐거운 수다, 소파에

100% 다 이해할 수 없어도 된다고

기대어 누리는 TV 시청….

했다. 중요한 건, 배운 걸 재구성해서

이 모든 즐거움을 외면하고 바쁘게

자기의 삶에 어떻게 적용시키느냐다.

강의실로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

갱 강의를 고르는 팁이 있다(웃음).

대체 이쯤되면 묻고 싶다.

예를 들어 ‘~를 읽기’라는

“공부가 뭐길래”. 그리고 그 공부, 나도 좀 하고 싶어진다. 리얼 호모 쿵푸스 8인이 털어놓은 ‘공부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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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명은 텍스트를 정해두고 강독하는 형식이다. 처음에 어려워도 갈수록 쉽다. 철학보다는 미술, 문학 관련 강좌가 쉽다.

2010.3.15 7:8:35 PM


야거별 이술예 !러질저 단일

쁨기 의통소 생인 드이메드핸

곽영민 프리랜서 이재상 프리랜서

이미령 프리랜서 카루 문창배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

안정아 대학생

영화를 전공한 곽영민은 연구공간 ‘수유 너머’의

시인을 꿈꾸는 ‘문청’ 이미령. 2008년 문지연구원 사이의 첫

철학 전공인 대학생 안정아 씨는 대구 출신. 잡지를 통해 홍대

연암픽쳐스(YAP)멤버였다가 이닥(IDAG)에 합류했다. 이재상은

강의를 듣고 전율을 느낀 이래 1년 넘게 한우물을 파고 있다.

프리마켓을 접했고 ‘언젠간 저기 가볼거야’ 하고 꿈꿨다. 서울의

매달 25일이면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을 포기하고, 가난한

‘카루’ 문창배는 전자음악에 관심이 많은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그꿈을 이뤘다.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한동안

‘영화인’의 길을 걷기 위해 이닥 멤버가 됐다.

미디어아트의 다양한 강좌를 섭렵하며, 예술과 네트워크에 대한

잊고 있던 그림에 대한 꿈을 되살려낸 그녀는 생활창작공간

이닥의 멤버이자 수강생인 이들은 같이 공부하고, 영화 찍고,

갈증을 풀고 있다.

새끼에서 그리기의 즐거움에 탐닉중이다. 문화이론을 제대로

밥해먹으며 영화에 진심을 담는 법을 익히는 중이다.

어떤 수업을 들었나?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이라는 귀여운 아가씨다.

이닥엔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

이 2008년 봄부터 2009년 가을까지 이원 선생의 시 수업을 들었다.

지금 듣고 있는 강좌는?

곽 군대시절, 우연히 동기가 읽던 책을 보고 연구공간 ‘수유

첫 강의 제목이 ‘소년들, 시를 쓰다’였는데 실제로 시를 쓰는 데 큰

‘헛쏘리와 함께하는 얼굴 그리기’. 총 3강이다. 첫 강의땐 자신의

너머'를 알게 됐다. 계속 관심을 두다가 제대 후에 그곳을 찾아갔다.

도움이 되었다. 거의 1년을 한 셈인데, 그동안 많이 성장한 듯하다.

얼굴을 거울을 통해 보고 객관화시키는 작업을 했고, 드로잉으로

영화과를 전공했지만, 영화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모르고

문 2007년 여름 ‘대중음악과 전위문학’을 시작으로 해서,

완성했다. 거울을 보고 그리는데, 자꾸 예쁘게만 그리려하는

방황하다가, YAP팀 멤버로 일하게 되었고 영상인문제작소를

미디어아트, 독립매거진 강좌 등 흥미로운 강좌들을 섭렵했다.

스스로를 깨닫고 겸연쩍었다. 드로잉 다음엔 도형을 이용해 나만의

표방하며 독립한 이닥에 합류했다.

전공이 컴퓨터 쪽이고 전자음악에 관심이 많아 미디어아트

특징을 포착하고, 사물로 나자신을 표현하기도 했다. 내 경우는

이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하는 게 꿈이었다. 더 이상 늦춰서는

관련해서는 ‘슈퍼콜리더’, ‘오디블 디자인’ 등을 수강했다.

볼은 빨갛고 얼굴은 동그랗고 딱 호빵이었다(웃음).

안되겠길래 직장을 덜컥 그만둬버렸다. 마침 이닥이 만들어지는

다른 강의기관 대신 이곳을 택한 이유는?

어떻게 이 공간을 알게 되었나?

시기와 잘 맞아 떨어졌다. 작년 9월 서교동으로 옮겨오면서 홍대 내

이 ‘한페이지 단편소설’이란 문학 웹사이트를 통해 습작하던 중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학원의 취미 미술반에 잠시 다닌 적이 있다.

인문모임인 ‘BIN'팀도 우리와 합류했다.

친한 회원이 이 공간을 추천해줬다. 체계적인 수업방식과 개별

하루에 5시간씩 앉아 그리는 게 만만치 않았다. 내가 이런 걸 원한

어떤 세미나에 참여하고 있는가?

평가를 받을 수 있어 마음에 들었고, 줄곧 듣고 있다.

건 아닌데 싶었는데, 같은 프리마켓 자원활동가

곽 벌써 7년째 영화 세미나에 참여 중이다. 1부에서는 관련 영화를

문 국제컴퓨터음악제가 계기가 됐다. 전자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언니가 여길 추천해줬다.

보고, 2부에서는 책에서 뽑아낸 발제를 놓고 토론을 진행한다. 이런

공모전을 준비했는데 떨어졌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공이고

이곳 강좌의 특징을 말한다면?

세미나가 영화, 문학, 인문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상시 진행되고

작곡을 부전공으로 했기에 자신있었는데 충격이 컸다. 대체 뭐가

일단 부담이 적다. 3강 정도라면, 아무리

있다.

문제인지 알고 싶었고, 그렇게 해서 강의를 찾아다녔다.

‘그림초보’라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또

이 지난 2월엔 ‘이닥, 영화의 현장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영화

예술에 대한 목마름이 컸던 거 같다.

같이 하는 수강생이 남자 고등학생부터

투자제작사,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등 현장에 몸담은 이들의

이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장에 다니면서 계속 문학에 대한 갈증을

변호사 선생님까지 다양한데,

특강을 들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느꼈다. 대학 진학까지 고민했었다. 그런 내게 이런 강좌는 너무나

학교라면 절대로 만날 일 없는

수강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소중한 기회다. 수강생 다수가 등단을 꿈꾸는 예비 시인들이라 다들

사람들과 교류한다는 즐거움이 있다.

이 강의가 내 안의 약한 고리를 건드릴까 두려워 아예 피해다닌

절실하게 공부한다.

게다가 두 분 강사님이 너무 재밌다.

문 개인적으로 알고리즘 사운드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워낙 생경한

어눌한데도 한 번 말하면 빵 터진다.

적도 꽤 있었다. 꿈도 좋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 무조건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조금씩 천천히 관심 분야의

Cover Story

와내속 의상세 드키 마네시 은싶 고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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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다 보니 부모님의 이해를 바라기도 어렵고, 혼자 해나가기도 벅찼다. 이곳에서 모임(문지 사운드아트랩)을 통해 공부하고

강의를 찾아보고 들어보는 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내겐 힘이다.

어떨까? 그러다 보면 눈도

대안지식공동체라는 성격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열리고 귀도 뚫릴 것이다.

문 전혀. 학점의 노예가 되는 대신 자유의지로 소통하고 공부할 수 있다는 데 매료됐다. 이후 자유예술캠프, 기술미학연구회, 노들야학, 로사이드(http://

rawsiders.egloos.com, 신체가 불편한 장애우나 소수자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해주는 예술복지프로그램) 등을 찾아다니며 대안학습의 매력에 푹 빠졌다. 최근에는 지리산 예술학교에 관심이 생겨 참여할까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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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열정과 냉정 사이

일주일에 2시간, 인디 인문학 속으로!

우리도 그들처럼 공부 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

출판정원(웹저널 자율평론과 갈무리 출판사), 강좌정원(다지원),

여기, 홍대앞에 숨겨진 대안지식문화공동체.

사회연대정원, 활동가 공동정원이 있으며, 인문사회학 강좌는 다지원이 중심이 되어 운영한다.

이른바 ‘인디 인문학’ 집단들의 리스트가 있다.

삶과 예술, 배움이 함께 하는 그밖의 공간들

대학의 부패와 붕괴를 대신해 새로운 지성 주체들의 등장에

관심과 취향대로 꼼꼼히 묻고 따져, 우리도

주목하는 이 공간은 문학·철학·영화·과학·정치 등에 대한

열공하는 호모 쿵푸스가 되어봄이 어떨지.

대안적이고 실험적인 강좌를 진행하는 걸로 유명하다. 들뢰즈의 이미지론부터 맑스의 자본이론과 혁명이론, 사랑의 계보학에

생활창작공간 새끼 _ 일상예술창작센터가 마련한 생활창작공간. ‘만나기-연습하기-실천하기’ 3단계로 진행되며 드로잉 강좌, 도자강좌, 액세서리 제작 강좌, 바느질 강좌, 캐릭터 디자인 워크숍 등이 진행된다. 각 강좌당 수강 인원 5~10명. tel 070-8639-8550 web cafe.naver.com/spacesaekki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강좌가 시민들에게 인식의 지평을 넓혀줄

글 | 정지연

기회를 제공한다. 1년에 4번 개강하는 이곳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평균 8~10강 정도로 진행되며, 매주 월~토요일까지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한다. 수강료는 개별 문의. 2강좌 이상 들으면 각 강좌당 10%씩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서교동 서울북인스티튜트(SBI) 부근에 위치한다. 2분기 개강은 3월 29일부터. tel 02-325-2102 web daziwon.net

아트앤스터디 인문 숲_ 대중을 위한 온라인 인문강좌를 제공해온 아트앤스터디가 문을 연 오프라인 강의공간. 온-오프라인을 연계하여 방대한 인문학의 세계를 소개한다. 매월 새로운 강좌를 여는 게 특징. tel. 02-323-1082 web www.artnstudy.com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_ 마르크스주의를 중심으로 진보적 지식의 대중적인 확산을 지향하는 공간. 전문 연구자부터 일반 시민까지 누구나 참여 가능 하다. ‘세계 체계 분석 세미나’부터 ‘자본론 강독’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미나가 무료다. web club.cyworld.com/saeumnet

문학과 미디어의 접속

01

문지문화원 사이 02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게

2007년 문을 연 문지문화원 사이는 문학과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또 다른 장점.

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출판사인 ‘문학과지성’의 유관회사로

철학·미학·미술사·신화·문학 같은 인문학 커리큘럼 말고도

아카데미, 세미나, 프로젝트, 심포지엄, 이벤트, 전시 등 다양한

눈여겨봐야할 건, ‘독립문화기획자 학교’와 ‘스토리텔링 학교’다.

활동을 진행한다. 지적 담론의 생성이나 연구 결과에 집중하는 다른

일종의 ‘문화예술 인재 인큐베이팅’ 제도로 서류전형과 포트폴리오,

단체와 달리 사이는 문학과 미디어의 접속 같은, 문화 영역의 경계

면접을 거쳐 선발된 이들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집중교육을

타고 넘기를 추진하는 것이 특징. 강지웅 프로그래머는 “빠르게

실시한다. 수료 후에는 인턴십 등 활동기회를 제공하는 마켓

지형이 변하고 있는 학문과 예술의 지도를 전달하며 상업적인 요구

개념까지 아우른다.

때문에 소외된 분야들의 맥 잇기를 시도하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1년에 4번 개강한다. 봄학기는 4월 초 개강 예정으로, 이미 신청받는

이곳에서는 월~토요일까지 인문·사회·과학·문학· 디자인

강좌도 있으므로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수강료는 강의마다 다르며

예술·글쓰기 학교·이야기 창작학교와 미디어아트 랩 등의

10만 원~20만 원선.

커리큘럼이 펼쳐진다. 장정일 작가의 현대 희곡론과 김소연 시인의

tel 02-330-6227 web www.sangsangmadang.com/academy

‘시의 꽃잎을 뜯어내다’ 등 유명 강사들이 참여하는 문학 분야와

02

다른 인문지식공동체에서 는 찾아 볼 수 없는 미디어아트 분야가

영화, 인문학을 만나다

특화되어 있다. 문단의 유명 작가들이 강사로 참여하는 강연

영상인문제작소 이닥(IDAG) 03

‘이야기 창작 학교’도 인기리에 진행 중. 강의는 1년에 4회 개강하며

대안연구공간으로 유명한 ‘수유너머’의 연암픽처스(YAP)에서

2010 봄학기는 3월 23일부터 시작한다. 수강료는 강의에 따라

독립해나온 영상인문제작소 이닥. 이닥(IDAG)이란 스웨덴어로

다르며 16만 원부터. 산울림 소극장 건너편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

‘오늘’이란 뜻이다.

호평빌딩에 위치.

인문학 공부와 영화를 접목한 것이 이곳의 특징. 전문 강사 중심의

tel 02-332-4207 web saii.or.kr

기존 수강 시스템과 달리 모두가 함께하는 세미나가 주가 되며,

문화예술의 인큐베이터

10여 개의 세미나가 영화·문학·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상마당 아카데미

상시 진행되고 있으며 회비 1만5,000원만 내면 누구나 진행

‘크리에이티브 테라피’, ‘우리말 달인의 건방진 글쓰기’…. 상상마당

중인 세미나에 참여 가능하다. 3월의 강좌(특강)는 ‘한국에서

초빙 강사와 함께하는 강좌 시리즈, 워크숍 등의 활동이 이뤄진다.

03 파워 인문학 강좌의 매력

아카데미의 강연들은 이름부터 톡톡 튄다. 독창적인 강연 색깔

영화감독으로 사는 법’을 주제로 <은하해방전선> 윤성호 감독,

다중지성의 정원 01

때문인지, 상상마당 아카데미는 강좌가 빨리 마감되기로 유명하다.

<회오리바람> 장건재 감독, <미쓰 홍당무> 이경미 감독, <파주>

2007년에 문을 연 다중지성의 정원(이하 다지원)은

“‘박훈규의 행복한 화실’은 하룻만에 선착순 마감이 완료되었다”고

박찬옥 감독 등이 3월 5일부터 금요일 저녁마다 직접 강단에 선다.

다중네트워크(http://waam.net, 대표 조정환)가 운영하는

양미숙 부매니저가 귀뜸할 정도.

수강료는 회당 7만 원이며 정원은 30명.

인문학연구공동체다.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공저

상상마당이 낳은 최고의 스타강사는 ‘철학과 놀기’의 강신주다.

영화 제작 실무를 배울 수 있는 시네마 라이트(cinema lite) 시간은

《다중》과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철학의 정원’에서 이름을

그의 강연을 재구성한 《철학 vs 철학》은 현재 인터넷서점 분야

이곳만의 강점이다. HD급 캠코더를 포함해 EX 1대, XF 디브이

따왔다고 한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강의 내용이 워낙 탄탄하다 보니 수강생

캠코더 등 8대 가량의 카메라등 장비가 잘 갖춰져 있다.

이곳의 활동 영역은 다양하다. 크게 연구정원(다중넷),

중에는 출판 편집자들도 많다. 예비 대학생부터 50대 방송국 국장에

tel 070-8276-1049 web www.id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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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키의 아이콘 읽기

소규모 출판, 대규모 희망 더 북 소사이어티

헬베티카, 홍대티카!

Neighborhood

동네 마실 나가다

홍대앞 풍경의 큰 부분을 이루는 것은 간판, 그 간판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글씨체다. 간판의 글씨체, 즉 로고타이프는 그 업소를 대표하는 시각물이다. 따라서 간판의 글씨체는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한다. 그 업소의 업태를 분명하게 표현해야 하며, 신뢰감을 줘야 하는 건 기본이다. 카페와 민속주점이 시각적으로 다르듯이 로고타이프에도 역시 그 느낌이 반영되야 하는 것이다. 친구의 졸업앨범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앨범 속의 인물을 보며 ‘얜 우등생이었지? 앤 좀 놀았을 것 같은데’ 인상평을 하면 ‘맞아맞아’라는 맞장구를 듣게될 것이다. 사람의 인상을 두고 학자 같다느니, 예술가 같다느니 하는 품평이 존재하는 건, 이 모든 것이 표정과 스타일을 통해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글씨체에도 사람처럼 표정과 스타일이 있다. 글씨체의 스타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돌기가 있는 세리프Serif체와 돌기가 없는 산세리프San serif체다. 세리프체의 대표주자는 패션잡지 <보그>의 제호를 장식하는 보도니Bondoni이고, 산세리프체의 대표는 삼성의 심볼에 쓰인 헬베티카Helvetica다. 대학로의 이음서점, 종로의 가가린, 부산의 인디고 서원 …. 진짜 문화 얼리어답터라면 이 이름들과 친할 것이다. ‘교보문고에서 파는 책은 안 팝니다’라는 배짱으로, 소규모 자주 출판을 하는 독립서점들이다. 홍대앞에도 이런 서점이 생겼다. 지난 3월 5일 상수동에 문을 연 더 북 소사이어티The book Society.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었더니, 어디서 본듯한 얼굴이 반긴다. 지난 겨울 뉴욕 아트 북페어에서 만난 미디어버스Media bus

의 구정연 기획자다. 영화 <헬베티카Helvetica> 2007_감독 게리 허스트윗Gary Hustwit

독립 출판물을 위한 플랫폼 zine

더 북 소사이어티는 독립적인 진 과 예술 관련 프로젝트를 주로 작업해온 독립 출판사 미디어버스가 운영하는 서점이다. 작년 10월,

오랜 역사적 전통에서 만들어진 세리프체가 보다

소규모 출판, 예술 출판에 대한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서점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곳엔 다른 서점에서는 접할

장식적이라면, 산세리프체는 보다 신뢰감을 주고

수 없는 해외의 다양한 출판물과 잡지, 아티스트 북 등이 가득하다. 뉴질랜드의 실험예술 잡지 <White Fungus>, 벨기에에 거점을 두고

현대적이다. 이런 성격 때문에 유럽과 북미에서는

1년에 2회 발간되는 <GAGARIN>, 로테크적 접근이 돋보이는 아일랜드 독립매거진 <Coracle> 등이 이곳의 색깔을 짐작케 한다. 물론

병원·소방서·구급차·공공기관 대부분이

국내의 작은 독립매거진들도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임경용 대표는 “소규모 독립출판물들의 홍보와 판매, 그리고 관련 이벤트를

헬베티카를 사용한다. 글씨와 기관 이미지의

묶어내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며 “대형서점에서 만날 수 없는 작고 다양한 출판물들이 당당하게 커밍아웃할 수 있는 공간,

상호작용으로 헬베티카는 공공디자인의 대표

자유로운 소통과 유통이 이뤄지는 공간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폐쇄적인 출판시스템에 질려버린 사람들, 자신의 가진 콘텐츠를

서체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기업들이 헬베티카를

출판하고 공유하는 싶은 사람들에게 이곳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로고타이프로 택하는 이유는 이 서체가 가진

때로 내용보다는 스타일에만 치중하며,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자족적인 표현에 그친다는 비판도 있지만, 주류와 다른 취향과

안정감, 신뢰감, 공공성에 기업 이미지를 기대기

목소리를 내는 소규모 출판은 문화의 다양성을 넓힌다는 그 자체로도 큰 의미다. 갇힌 문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넣어줄 북 소사이어티의

위해서다.

부지런한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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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지연

Bodoni Helvetica

글씨체에 있어 표정이란 듬직한가, 부드러운가, 가냘픈가 등의 부분이다. 이런 글씨체의 스타일과 표정으로 생각보다 더 많은 느낌이 전달된다. 간판만 봐도 업소의

옛날 홍대로 갔다

청춘의 죽음 ‘홍씨상가’

“1975년 2월, 친구가 내일 졸업식이니 꽃다발 들고 축하해주러 오라고 전화를 했다. (중략) 축하는 무슨. 졸업이야말로 청춘의 죽음, 꿈의 죽음이 아닌가. 이제

예를 들면 빈티지스타일의 카페는 역사성이 있는 세리프체가

기성세대로 들어가 진정으로 타락할 일만 기다리는 것을 진정으로 슬퍼해야

적당하다. 액세서리 전문점이라면 세리프체 중에서도 장식적인

할 것이다. 결국 나는 조각하는 여섯 명의 남자애들을 이끌고 관과 광목, 빈

글씨체가, 병원이나 약국은 당연히 산세리프체다. 이런 간단한

액자를 구해서 졸업식날 홍익대로 향했다. 친구를 관 속에 넣어서 나올 생각에.

공식이 현실에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빈티지풍의 카페에 너무도

홍익대를 따서 ‘홍씨상가(弘氏喪家)’라고 적은 종이 수백 장을 교문부터

모던한 산세리프가 쓰이고, 인더스트리얼풍의 투박한 카페에

붙여나갔다 ….”

가냘픈 세리프체가 쓰이는 등 겉과 속이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지난 2월 27일 신촌과 홍대 부근은 3개 학교의 졸업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종종 등장한다. 지금부터라도 주위에 보이는 간판과 업소의 짝이

이 대목에서 작고한 화가 김점선의 ‘홍씨상가’(홍익대 졸업식장, 1975.2.22)를

어울리는지 살펴보라. 짝이 맞는 곳은 분명 서비스나 음식 등 모든

떠올려봤다. ‘사회 진출 = 무덤’이라 비유했던 ‘홍씨상가’는 스펙과 트랙이라는

면에서 만족도도 높을 것이다.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이런 세밀한

덫에 갇힌 요즘 세대에 대한 불길한 예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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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취급대상, 분위기가 짐작될 수 있으니, 선택은 신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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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차선아

부분에까지 이르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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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성환

06 07

2010.3.15 7:8:44 PM


정지연이 만난 사람 2

‘홍대앞 산증인’ 클럽 빵 대표

김영등

당신의 홍대앞, 나의 홍대앞

구분되는, 독특한 경향을 보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별히 모던 록만을 좋아했던 건 아니에요. 제 음악 취향을 한가지로 규정하기도 어렵고요. 조용한 음악을 공연하는 날, 빵을 찾은 분들은 ‘어, 여긴 락킹한 건 안 하나봐’하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아시겠지만 빵 밴드가 다 그런 건 아니거든요. 물론 특정 경향이 출발하면서 ‘모던 클럽’이니 하는 말들을 듣긴 했죠.” 신발 끝을 바라보며 자폐적인 노래를 읊조리는, 이른바 ‘슈게이징’파들만 빵의 정체성은 아니란 소리다. 물론 푸른 새벽, 라이너스 담요, 로로스 같은 모던록 계열의 밴드들이 무대에 자주 서긴 했다. 알고 보면, 그건 고집스런 취향 탓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에 늘 열려 있는 귀와 가슴 때문이다. 여기에 한번 관계 맺은 밴드들에 대한 인간적인 호의가 더해진 결과기도 하고. “오래된 밴드들에겐 정이 안 갈수가 없죠. 안타까운 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아서, 밴드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거고요. 음악을 계속하고 싶은데 주변 여건이나 처한 상황 때문에 포기하는 애들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안 좋아요.” 지난 2004년, 그는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적은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도리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행복하다고도 했다. 아이러니한 건, 당시 그가 밝힌 월 생활비. 채 50만 원이 안됐다. 이쯤 되면 행복의 기준치가 아주 낮거나, 불행의 기준치가 아주 높거나 둘 중 하나다. “제가 생활하는데 큰돈이 필요하진 않거든요. 또 지금 하는 일들이 경제적인 보상을 바라고 하는 건 아니고요. 물론 넉넉하지 못하죠. 그러다보니 돈이 힘들게 할 때가 분명히 있죠.”

클럽 빵 사장,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라음협) 전 대표,

적어도 빵의 운영을 보면, 나아졌다는 말은 하진 못할 듯싶다.

홍대앞 놀이터 프리마켓을 운영하는 일상예술창작센터 대표.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유명세는 그 일대에 월세 폭등이라는

이 모든 직함은 한 사람을 향한다. ‘홍대앞 인디문화 지킴이’로 잘 알려진 김영등 씨다. 다들 변했다며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홍대의 한복판에서 아직도 희망을 얘기하는 이 미련한 남자의 진심에 대하여.

후폭풍을 남겼고, 지금도 가파른 인상폭을 피해가기 어렵다. 공연 입장료가 주된 수입원인 구조상 대형 수익을 내는 건 꿈도 꾸기 어렵다. 한동안 품고 있었던 레이블 사업도 탈출구는 되지 못했다. 빵의 자매 레이블처럼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던 B-레코드를 현실화하기엔,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았다. 결국 현재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낼 때만 그 이름을 쓰는 정도로 마음을 접었다.

모던 록의 산실, ‘언더 중의 언더’라는 클럽 빵. 이곳의 김영등 대표를 보면 ‘뚝배기’생각이 난다.

빵은 현재까지 총 3장의 컴필레이션 앨범(이하 컴필)을 냈다.

난데없이 왜 뚝배기 타령이냐고? 그건 온도의 문제와 상관 있다. 너무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2007년 출시된 3집은 무려 30여 밴드들의 수록곡을 담으며, 음악적

식는 양은냄비와 달리 뚝배기는 천천히 달궈지고, 오래도록 온기가 유지된다. 들고남이 잦은

완성도 측면에서나 인지도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4집 컴필을

홍대앞에서, 10년 넘도록 버티고 있는 우직함이 뚝배기를 닮았다.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낼 거냐는 독촉을 심심치 않게 받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오래하는 건 자신 있다’던 그의 목소리가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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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을 노리고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끼리의 소박한 기록에 의미를

김영등 대표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빵 사장님, 홍대앞 프리마켓을 운영하는

두고 있는 만큼, 내긴 낼거예요. 그런데 아직 정확한 일정은 안

일상예술창작센터의 대표, 그리고 2004년까지는 라이브클럽음악협의회(라음협)의 대표.

나왔어요. 올해는 넘기지 말자고 생각하는데… 3집이 워낙 반응이

‘감투’라고 해도 어느 것 하나 돈 되는 일 없는, 따지고 보면 골치투성이인 일들만 골라 맡았다.

좋아서, 그것도 어깨가 무겁네요(웃음)”

정작 당사자는 ‘자연스런 일’이라고 덤덤하지만 말이다.

김대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프리마켓이다. 3월부터

김대표는 건국대 88학번이다. 문화평론가 김종휘씨와 언더그라운드 음악잡지 <팬진공>을

11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놀이터에서 열리는 프리마켓은

만들기도 했던 그가 이대 후문 맞은편에 문을 연 빵을 물려받은 건 1998년. 산울림소극장 근처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창작 예술과 대중이 만나는 일종의

지금의 자리로 옮긴 건 2004년이다. 때마침 불어 닥친 라이브클럽 합법화 운동으로 개방적

예술시장이며, 작은 축제의 공간이다. 그 프리마켓이 내년이면 벌써

클럽문화연대(개클연)에도 적극 참여했다. 또 월드컵 시즌, ‘신촌홍대문화포럼’의 중추로

10주년이다.

일하면서 프리마켓을 기획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자연발생적인 행보’라는 말 속엔 홍대앞을

프리마켓의 탄생은 2002년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턱이

둘러싼 시대적 변화가 오롯이 묻어난다.

낮은 공공 축제를 고민하던 ‘신촌홍대문화포럼’에서 김영등 대표와

홍대로 오면서 빵 역시 변화를 겪었다. 보다 공연중심적인 공간으로 진화했고 다른 클럽과

조윤석 씨를 중심으로 ‘예술가 벼룩시장’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2010.3.15 7:31:13 PM


Think & Talk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홍대지역의 문화 풀뿌리를 살리는 자생의

“당장은 도움이 될 거에요. 문제는 나중이죠. 약속한 기간이

움직임은 홍대신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월드컵의 열기가 사라진

끝나 지원이 끊어지면, 규모가 작아지는 걸 과연 견딜

후, 여타 프로젝트처럼 표류의 기로에 섰던 프리마켓의 중심을 잡은

수 있을까 자문해봐요. 아예 작게 시작해서 계속 작게 간

건, 김대표였다. 일상예술창작센터라는 일종의 사무국 역할을 겸할

곳들은 견딜 수 있거든요. 그리고 수익을 내야 할텐데,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과연 우리가 그런 구조에 적응할 수 있을까도 걱정되고요.

“프리마켓의 바탕엔, 홍대 작업실 문화가 있어요. 아는 이만 알고

과연 수익을 내면서, 우리 고유의 영역과 가치도 지킬 수

즐기는, 홍대의 작업실이라는 공간을 밖으로 끌어내보고 싶었고,

있을까…?”

창작과 일상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싶었어요.”

그동안 일상예술창작센터는 문화재단의 지원기금을

프리마켓은 벼룩시장(Flee Market)과는 다르다. 중고 제품을

통해 저소득층 문화지원사업을 아울러왔다. 얼마 전에는

재활용하는 벼룩시장이 아니라,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손수 만든

노원구의 공부방 지원 사업도 나갔다. 프리마켓의 능력

작은 예술품들이 거래되는 예술시장에 가깝다. 그런 시장이

있는 작가들을 강사로 영입해 나눔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하나 더 있다. 일요일에 문 여는 희망시장. 아는 이들은 다 아는,

아름다운 시도가 과연 자본 투하라는 변화 속에서 ���전할 수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사실,

있을까? 때로 섣부른 진단보단 기다려주는 미덕이 소중할

알고 싶었던 건 그들끼리의 ‘지지고 볶는’ 드라마가 아니었다.

터다.

왜 ‘문화예술인’들은 ‘홍대문화’라는 그 거대한 파이를 모두

“빵도 그렇고, 프리마켓도 그렇고 애정이나 쏟는 시간이나

쪼개서 나눠가지려고만 하는지, 왜 모두들 그렇게 ‘독자노선’만을

거의 동급이라고 생각되거든요. 그만큼 소중해요. 사실 처음

고집하는지 평소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시작할 땐 이렇게 오래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죠. 요즘 이런 생각 많이 해요. 옛날엔 몸만 던지는 용기만 있으면 할 수

내년이면 10년 예술의 풀뿌리, 프리마켓 “그게 이 바닥에서 느끼는 딜레마에요. 같이 힘을 합치고 싶은데,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홍대앞에 틈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환경 자체가 고비용을 필요로 하고, 경쟁도 치열하죠.

잘 안되거든요. 씨어터 제로 문제나 월드컵 시즌 빼고는 무성한

그러다보니, 오래하는 게 잘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논의들이 실제적인 연대로 나아가질 못하는 형편이죠.”

그런 한편, 얼마나 내가 더 할 수 있을까 자문하죠. 경제적인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의 차이는 토요일과 일요일이라는 요일의

문제뿐만 아니라 체력, 관심사 모든 면에서….”

차이 이상이다. 그건 홍대문화예술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과

지금까진 잘해왔다. 문제는,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시각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너나없이 홍대앞의 문화발전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단언하기엔 미래가 너무 불확실하다.

얘기하지만, 정작 이해와 목적이 일치하지 않으면, 그 연대는

그래서 그는 공부가 절실하다고 했다. 일하면서, 가장 많이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만 못하다는 씁쓸한 결론도.

부족함을 느꼈던 비즈니스와 마케팅 관련 공부. 문화와

결론적으로 말해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의 통합은 어려워 보인다.

관련해서도 이런 저런 사례와 현장을 접하고 싶다는 생각을

아니, 어쩌면 ‘따로 또 같이’를 인정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프리마켓이 희망시장을 먹으려 한다는 둥 작가 선정 기준이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못 읽은 책들을 쌓아놓고 읽고 싶다. “사실, 작년에 재충전 겸 쉴까 했어요. 그런데 결국 못했죠.

뭐냐는 둥 각종 구설수에 시달렸던 김대표도 지금은 웃어넘긴다.

막상 손에서 일을 놓으려니까 잘 안되더라고요. 그렇지만

‘프리마켓엔 자유가 없고, 희망시장엔 희망이 없다’는 유언비어가

이젠 정말 감 잃지 않고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책 좀

횡횡했던 시절도, 이제는 다 지나갔다.

읽어야할 것 같아요.”

“초창기엔 벼룩시장 판매자들도 순수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절세미인도 모진 세월 앞에선 쭈그렁노파가 된다. 세월엔 그렇듯

물건을 떼다 파는, 돈벌이에 관심이 많은 판매자들이 차츰 끼기

장사가 없는 법이다. 홍대앞도 예외는 아니다. 자본의 때깔에

시작했고 그들을 강제하기 위해 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면서 욕을

세련된 외양을 하고 있지만, 정이 가지 않는 요즘의 홍대앞. 악화가

먹었죠. 그들 중 일부는 노점상으로 빠져서 돈을 많이 벌었고요.

양화를 구축하는 건 아닐까 싶으면서도, 김대표는 희망을 잃지

그러면서 365번지가 지금처럼 됐고요.”

않으려 한다.

관공서들과의 협조도 원할하지 않았다. 2004년까지만 해도 단속반과의 실강이는 노점상 저리가라였다. 지금은 암묵적 합의가

“솔직히 현재의 모습이 썩 유쾌하진 않아요. 변화과정이 생각했던 대로 아름다웠으면 더 좋았을 거 같고요. 그러니 우리가 더 잘해야

있지만, 현재도 구청의 정식 허가를 받고 하는 행사는 아니다.

할 거 같아요.”

‘홍대문화’라는 값진 콘텐츠를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지자체의

상대방이 잘못 했다고 손가락질하기는 쉽다. 제도가 틀려먹었다고

융통성과 지원이 아쉬운 대목이다.

욕하기도 쉽다. 그러나 비난과 욕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순 없다.

요즘 김대표는 일상예술창작센터의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의

상대방의 진심을 바꾸고, 제도의 토대를 뒤집어 엎으려면 수많은

전환을 모색 중이다. 3년이라는 한시적 지원이지만, 열악한

진심과 노력이 스며야 한다. 생각해보라. 거대한 물난리를 막았던

문화예술단체에게는 큰 도움이 될 터. 문제는 ‘양날의 칼’이라는

건, 밤새 둑의 구멍을 막고 있던 한 아이의 갸날픈 손이었다. 어쩌면

사실이다. 의미 있는 대안일 것이냐, 자생력을 해치는 악수(惡手)가

지금, 우리 동네 홍대앞엔 수십 아니 수백 개의, 손이 필요한 지도

될 것이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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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어물녀C의 블랙 다이어리

미혼도 비혼도 아냐, 독거일 뿐이지 보다는 왜 혼자 살고 싶은가를 물어볼 때다. 그녀들이 독거녀 혹은 건어물녀들로 살아가는 이유는 자신을 제외한 어떤 존재나 상황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독거녀란 ‘‘자기만의 공간에서 우주의 중심이 되는 생활을 하는 사람’을 말하니까. 일드 <꺾이지 않는 여자>의 주인공 오기하라가 그렇다. 그녀의 방은 결혼과 일, 우정, 사회적 관습과 홀로 맞서며 꿈을 이뤄가는 ‘자기만의 인큐베이터’가 된다. 이런 오기하라를 두고 고교동창인 리코는 ‘불손하다’고 했지만, 여기에 대한 답은 지금 방영 중인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신영이 인용한 《제인 에어》의 한 구절로도 충분할 것이다. “외로울수록, 홀로 남겨질수록, 골드미스, 건어물녀 등등 사회문화적인 변화에 따라 분류학상

의지할 이가 없을수록 난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길 것이다.”

명칭이 바뀌는 노처녀들은 이상한 생명체다. 드라마 <막돼먹은

아직도 결혼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어쩌다 결혼을 하지 않은 것도

영애씨>나 <내 이름은 김삼순>처럼 명랑한 생명체가 있는가

아니고, 애써 결혼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 이순간 나를

하면, <섹스 앤 더 시티>의 언니들처럼 화려한 일족도 있다.

사랑할 뿐이다. 그게 ‘독거녀’다.

H

비굴한 솔로에서 잘나가는 골드미스까지 노처녀의 스펙트럼은 광대하건만, 그래도 공통점은 있다. ‘도시’다. 상상해 보라.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언니 일당과 <위험한 주부들>의 아줌마 무리들이 서로 거주지를 바꿔서 살면 어떻게 될지. <골드미스 다이어리>의 그녀들이 지방 소도시나 읍에서 그렇게 생활할 수 있을까? 노처녀들은 도시를 주요 서식지 삼고, 환경오염만큼이나 곳곳에 분포하며 시티라이프를 이끈다. 누구 말대로 ‘도시의 풍토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건만, ‘막돼먹은 백신’ 같은 편견에 시달린다.

독거남L의 영화 견주기

인빅터스 VS 국가대표

몸을 쓰는 쾌감은 순수하다

‘지금이야 좋지만 그러다가 독거노인으로 혼자 죽는다’는 협박, ‘저만 아는 이기적인 존재’라는 홀대, ‘성격 까칠해서 저렇게 살 것’이라는 인간성에 대한 의심까지… 이 편견은 효과를 알 수

스포츠는 남자의 클래식한 로망이다. 체육시간이면 교실 귀퉁이에

청명하고 통쾌하니 영화는 성공.

없는 백신만큼이나 무섭다. 일 열심히 해서 세금 꼬박꼬박 내고,

남아 낙서를 하던 찌질한 사춘기를 보낸 내가 할 말은 아니겠지만.

그에 비해 남아공의 영화 <인빅터스>는 기묘하게도 럭비에 도대체

쇼핑과 외식으로 경기부양하고, 문화활동으로 예술도 후원하고….

함께 몸을 쓰며 겨루는 순수한 쾌감, 몸으로 쌓는 우정, 사회라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 스포츠영화다. 오히려 넬슨 만델라가 럭비를

한마디로 노처녀 없는 대한민국의 앞날은 어두컴컴한데, 몇 해

정글의 질서를 운동을 통해 먼저 배우는 것이 스포츠의 엑기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더 관심을 둔 영화랄까?

전에는 ‘독신세’를 만들자는 말까지 돌았다. 노처녀의 권익신장과

아니던가.

이 작품에서 럭비는 남아공의 복잡한 인종차별이 빚어낸 국민

복지개선을 위해 ‘독신녀당’을 만들어 정치세력화하고 싶을

특히 축구라는 종목 앞에서 ‘스포츠는 남자가 아닌 인간의 로망’이

갈등을 해결하는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인지 럭비를 하는

정도였다. 하나 행동력과 자금력, 전문성에서 밀리지 않겠지만

다. 월드컵 열기로 달뜬 서울시청 광장에 운집한 군중들은 그

주체인 프랑소와(마구 살이 쪄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인 줄 알았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독신으로 산다는 것은 개인을

사실을 입증했다. 2002 월드컵 그때 , 시청광장에 몰려든 사람들을

맷 데이먼)의 내면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려는 별다른 시도조차

발견하고 음미하는, 선택이자 과정 그 자체니 뭉칠 이유가 없다. 뭐,

보며, 나, 솔직히 걱정 많았다. 중국인들이 일제히 발을 구르면 그 힘

하지 않는다. 보통의 상업적인 스포츠영화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꼭 모여야 저항인가? 지금처럼 개체수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지.

때문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운집한 대중의 힘은

‘인물들끼리의 갈등’이나 대결 구도도 없고, 그러니 드라마틱한 전개

그렇다면 그녀들은 왜 독신의 이름으로 ‘개인’을 추구하게

세다는 소리인데, 생각해보라. 중국이 월드컵에서 우승이라도 하면

같은 걸 기대할 수도 없다. 오로지 부각되는 건, 만델라의 인간적인

되었을까? ‘건어물녀’의 어원이 된 일드 <호타루의 빛>을 보면,

어쩌지? 다행히 중국은 우승을 하지 않았고, 지구 멸망도 없었다.

면모.

주인공 호타루는 코믹 캐릭터가 아니라 여성도 회사형 인간일

덕분에 나는 살아서 <인빅터스>와 <국가대표>를 보고 스포츠 영화에

암만 봐도 굳이 럭비가 아니어도 영화를 만드는 데 별 문제가 없다는

뿐이라는 현실의 자화상이다. 주말 내내 베개를 애첩 삼고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고.

의심만 든다. 그래서인지 이 대목에서 나는 문득 불손하게도 작고한

TV리모컨을 조강지처보다 아끼는 대한민국의 보편적 남편들처럼

월드컵에 대한 열광과 스포츠 영화에 대한 우리의 마음은 다를

대통령을 떠올렸다. IMF의 위기 속에서 국민화합의 돌파구를

주말이면 잠으로 몸에서 독을 빼야 하는 존재다. 그녀에게

바 없다. 마음을 고양시키고, 해방시키고, 함께 성공을 거둔 듯한

마련하기 위해 월드컵을 (이하 생략) … 쿨럭.

난장판 같은 방구석과 퇴근 후 맥주 한 캔은 휴식이자 방심의

쾌감을 누리는 것. 그렇게 해서 억눌린 감정을 치유해주는 것이

각설하자. 칼럼이든 영화든 결말과 요지가 중요한 법이다.

조건인 셈이다. 이런 점은 일드 <독신>의 사토미도 마찬가지다.

핵심이다.

그동안 국내 영화 흥행경기에서 비인기종목이라고 설움받았던

남자·요리·가사가 없는 골드미스 라이프를 보여주는 그녀의

그러나 <인빅터스>와 <국가대표>는 스포츠를 다루는 방식에서 꽤

스포츠영화는 <우생순>을 거쳐 <국가대표> 같은 작품으로 편견을

낙은 퇴근 후 안마의자에 앉아서 사극을 시청하면서 사케를 마시는

차이를 보인다. <국가대표>는 대중영화답게 스포츠가 갖는 해소의

없앴다. 더해 바라는 바는, 스포츠영화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것. 이 드라마들은 그녀들이 ‘사랑에 서툰 은둔형 외톨이’라고

기능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영화 시작부터 중반까지 주구장창

열광과 공감을 넘어선 ‘몸을 쓰는 순수한 쾌감’이라는 걸 기억해줬음

우기는 찌질한 태도를 포기하지 못하고, 키다리 아저씨의 아류작인

강조되는 것은 개개인의 억눌린 감정, 해소와 폭발이 필요한

하는 것이다. 배우의 몸에 카메라를 달아 ‘역동적인 스포츠 장면을

‘부장님’과 우렁도령 ‘신이치군’을 등장시킨다. 그러나 핵심은 독신이

현실이다. 코믹한 톤으로 그려지는 인물들과 상황을 따라가다 보면,

구현했다’고 광고했던 <슈퍼스타 감사용>처럼 말이다. 역시

아니라 독거에 있다. 시대는 이미 달라졌고,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

그들은 우리가 되고 우리는 기어이 함께 하늘을 난다. 그 하늘이

스포츠영화는 스포츠다운 역동적인 맛이 있어야 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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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디자이너 오진경

명확한 ‘말걸기’가 완성되는 곳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처럼, 공간은 그 사람이 하는 일과 해나갈 일을 보여주는 정겨운 증거물이다. 북디자이너 오진경의 작업실, 그곳은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옆방 출근에서 무박 작업실로

“북디자인을 하는 곳이라서 책이 계속 쌓이게 되어요. 그래서

“길드 같기도 하고, 소호 같기도 한 홍대앞 지역을 두고

나눠주거나 정리해서 다음 책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디자이너들은 전철역 쪽은 강북 디자이너, 주차장 쪽은 강남

‘저자 서명’ 때문에 혼자 웃을 때가 있어요. 예를 들면 남진우

디자이너로 나눠서 부른다”고 웃으면서 설명해주는 북디자이너

선생님께서 책을 주셨는데 문득 보니 시인 최승자 선생님께

오진경.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드린다고 적혀 있는 거에요. 그렇다면 제 이름이 들어간 책은

팬클럽》·《지문 사냥꾼》·《연금술사》·《공중그네》·《즐거운 나의

누구에게,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지잖아요. 가끔 아는 사람이 책을

집》 같은 베스트셀러의 ‘모습’을 만든 사람이다.

가져갔다가 ‘이 책 누구의 서명본’이라고 할 때도 있고요. 어디론가

북디자이너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고, 되고 싶어하는

가버린 서명본들도 이야기가 되는 셈이죠.”

이 인기 디자이너의 공간은 올해로 여덟 해를 맞았다. 대부분의

자요. 30분을 일해도 집중력이 떨어진 밤과 말똥말똥한 아침에 하는

경우 여러 번 옮겼음직한데 처음 낸 작업실을 계속 운영 중.

것은 다르잖아요?”

“처음에 프리랜서로 독립했을 때는 집에 작업하는 방을 뒀어요. 저는

이면지, 한없이 열린 자유 사물들이 추억을 담고 서로 말을 거는 공간, 이곳에서 그녀가 가장

‘옆방으로 출근한다’고 표현했는데, 언제인가 북디자이너들이 모인

모여든 당신들의 ‘컬���션’

가까이하는 사물은 무엇일까?

자리였어요. 다들 인사 겸 자기소개를 하면서 그러잖아요. ‘저는

오진경의 작업실은 벽을 따라 쌓은 원색 책장과 쓰임새 좋아 보이는

“음… 저는 이면지를 굉장히 좋아해요. 좀 의외죠? 노트는

000의 누구입니다’하는 식으로요. 저는 ‘집에서 옆방으로 출근하는

아담한 카우치, 회의나 작업용으로 쓰이는 테이블, 그리고 세 명이

약간이라도 긴장해야 할 것 같고 뭔가 값있게 써야 할 것 같잖아요.

오진경입니다’ 하고 인사를 했더니 정병규 선생님께서 ‘이야… 저

저마다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개인 책상이 놓인 곳이다. 여기에

그런데 이면지는 메모를 하거나 스케치를 하면서도 자유롭고 편한

잘난척’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쑥스러웠죠.

개성만큼은 서로 뒤지지 않는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기분이랄까, 제약이나 약간의 죄책감 같은 것이 없어지거든요.

한동안 그렇게 집에서 작업을 하다가 7년 전에 지금의 작업실을

곳곳에 있는데, 어쩐지 이 공간의 인상은 이 사물들이 자아내는 것이

그리고 출판사에 대지를 보낼 때도 이면지에 출력하는데, 한번은

냈어요. 한쪽 벽면이 창이라서 홍대 인근이 모두 보이는 것이 좋아서

아니라 정갈함에서 오는 것 같다.

어느 출판사에서 이면지가 너무 쌓여 있다는 거예요. 그걸

선택했죠.”

“가끔 작업실이 이렇게 깨끗하냐는 분들도 계셔요. 북디자이너들이

가져가도 좋다는 말에 파주 출판단지까지 갔는데, ‘다들 왜 왔냐’고

집에서 작업하는 것과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것의 차이는 설명하지

원래 작업공간을 깔끔하게 쓰는 편이고, 저도 그래요. 그리고

반가워해서 쑥스러워진 적도 있고요.”

않아도 알겠지만, 그녀의 경우에는 ‘정말 다른 두 공간’이 된다.

책장이나 천장에 있는 소품들은 제가 모은 것이 아니라, 이

종이에 대한 애정 혹은 예우가 남다른 것이 이 작업실의 특징이라면

“저는 북디자이너가 최초의 독자, 누구를 위한 책인가를 명확하게

작업실에서 찾아오거나 일을 같이 한 친구나 지인들이 가져다

특징. 이면지 애호가인 오진경과 함께 일하는 후배 디자이너는

만드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역할과 책임에 의한

준 것이에요. 듣고 보니, 다들 손수 만들어주거나 세계 어딘가를

자투리 종이의 달인이라고.

커뮤니케이션인데, 이 방향성이 맞는 것인지 순간순간의 판단과

다녀오면서 가져다준 것들이네요.”

“저는 이면지를 좋아하는데, 저 친구는 자르고 남은 자투리 종이를

결정이 중요하고요. 작업실은 그 판단과 집중으로 ‘명확하게 말을

많은 디자이너들이 작업실이나 자신의 책상에 다양한 사물과

바느질 제본해서 다이어리를 만들어요. 우리는 그걸 ‘자투리 종이

거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작업을 하는

이미지로 ‘나만의 컬렉션’을 펼쳐낸다. 하지만 그녀의 공간에 놓인

페티시즘’이라고 부르는데, 그냥 파는 다이어리보다 섬세하고,

동시에 작업을 위한 뭔가를 하는 곳이죠.

사물들은 ‘모여든 당신들의 컬렉션’이다. 현관에 걸린 유럽풍의

저마다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어져서 늘 새로운 기분이 들더라고요.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경력을 쌓을수록 실제 작업 시간을 줄이고

반투명 비닐커튼, 천장에 달린 모빌과 종이조형물, 책장과 테이블

종이는 그냥 버려지기에는 소중하잖아요.”

나머지 시간을 늘리는 게 중요해지잖아요. 그래서 제가 이 공간에서

위에 자리한 독특한 인형들과 오리가미(종이접기공예), 창가에

사람과 대화, 그리고 종이가 행복한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공간.

하는 것은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은 줄이고 딴짓을 하는 시간을

놓인 젠 스타일의 미니분수 등등 모두가 관계와 추억을 하나하나

어떤 사물도 저마다의 목소리로 각자의 쓰임새로 존재하는 이

늘리는 거랄까…. 그래서 작업실에서 자지 않아요. 낮잠은 자도

일깨워준다. 이렇듯 사람과 만남을 컬렉션한 이 공간을 지탱하는

작업실에서 ‘읽고 싶고 신뢰할 수 있는 북디자인’이 오늘도 진행되고

밤잠은 자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 원칙이랄까. 꼭 집에 가서 제대로

것은 뭐니뭐니해도 책이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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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

그들의 공간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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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차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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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릴레이-홍대앞 문화 매거진 <STREET H>가 묻습니다.

한달 동안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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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에게 시간과 비용이 모두 주어진다. 그리고 자유로운 시간이 생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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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Street Interview

Interview, Photo, Design_Lee, Hye-ryung, Jang, Su-bi

2010.3.15 7:9:2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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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 문화 매거진 <STREET H> 지도

1 o 육완순무용원 1 f KOREA DESIGN MUSEUM 1 c Museum Cafe ELYSION(1F)

ARTMOMDE Art Center 아트몽드 갤러리 뷰 1 f

Ssamzie space 1 f 1 o 포스트 극장

손끝세상 c 1 c SUKARA 1 1 o 산울림소극장(B1)

Sanulim Theater

la main douce 1 c 목요일 1 c

gi Da og

MOBSSIE 1 c DODONA 1 c

What’s your name(2F) 1 c

모과나무 위(2F)

ro hwa ang

1 c Television 12

1 c

1 c

Mongto Danchu ciel 1 c loose

3rd STORY(3F) 1 c Amato 1 c

새물

egro coffee 1 c 1 c 소굴 1 c dog cafe sunnyne(3F) 1 c with coffee

1 c

1 d SOUND HOLIC 1 c Merry go round

1 c

cafe atre

Thanks Nature CAFE(B1) 1 c

화경전통찻집(3F) 1 c

Ann house

1 c 키체 1 c 1 c cafe RUM 1 d Velvet Banan

1 c 1010

1 c

Bean tree 20025 BEANS 1 c Coffee Brown 1 c BINS Party(2F) 1 c 나무그늘(2F) 1 c 1 c1 d SOUND HOLIC

1 c Coffee Prince 1 o THEATRE CHOO(B1)

퀴즈피플 珈琲豆林 1 c 1 c

noriter

eotgosi e n eori

고싶은 거리

1 c 커피와 사람들

c ESPANA 1

헬로키티카페 1 c

Namaste 1 c

1 d ROY

1 c lomograph GENERAL DOCTOR(2F)

1 c Chalie Brown d 공감 1 cSPOT 1 2Ns 1 d About the cafe 1 c 공주가 쓰는 침실같은 카페 1 c 공주가 사는 궁전같은 카페(2 we wii cafe 1 c 1 c 1 c Elliott WaterCock 1 c SULTANG 커피 Space 1 c1 c Plan B 1 d1 c 볶는 곰다방 1 d The Hole 재미난조각가 1 d JESS ZIBE 1 c Chocolatyum 1 c 1 c Oi 오아이 1 c TRINITEA 1 d COCOON Vanilla cupcake 1 c 1 c Bean tre 1 c c Margie 1 1 c HIMAWARI 베아트리스 1 c Siam

Auntie Anne's 1 c ESPANA 1 c 이뜰(2F) 1 c

GOZO 1 c 그리다 꿈 1 c

1 c Book Nook 1 d MWG 명월관

1 c

cafe SOURCE 1 c

Cup n Plate

i ng sa

1 c

1 c 차 마시는 고양이(2F) 1 c puzzle(3F) 라휘 사주카페(3F) 1 c 1 d 엉클 찰스 1 c Felicita 1 c 미래안 사주카페(3F) 1 c 75˚COFFEE

g eo 1 gi

a

길 우산

SugarSpoon(3F)

1 f

푸른 굴뚝 1 d

ae

FOCACINO 1 c

1 c 홍대에서 우회전

Brownie(B1) 1 c cafe Fuente 1 c Terrace(2F) c TORONTO c 작 1 c1 cafe HooAaa 1 c1

coffee Mong 1 c

BUTTERCUP CAFE(B1) 1 c

1 c in cloud

d Art gallery(B1)

1 c 퐁포네뜨

d NB2 1

1 c LE.A

1 c 커피향창고

1 c

B# Bakery Cafe 1 c Root(B1) 1 c balicat(B1) 1 c

1 c Be Sweet On 1 c acafe 1 c 1 c 뒤;빵 ssobom

koona 1 c

화로

gi

1 c didi’s gaufres

JOEY’S cafe 1 c 1 c 1 c 1 c SUDA Shim’s Market M* OVEN Tapas 1 f 띄어쓰기 1 c l Fausa Middle Gray cafe Oui 1 1 c cafe URARA c 1 1 c c Maki terrace (2F) 1 c1 n1 1 c Cloud 9 미디어 극장 아이공 ding dong KALDI 1 c 1 c the Quattro(2F) 고양이 시간(2F) 1 c 1 c Dining forest 1 c Zzam 1 c 1 c 1 c HIDDEN Usine farm KAMILLE 1 f 1 c off˚c(B1) 1 c PAkiTo WONDERLAND(2F) 1 c c Tora_b 1 c buccella 봄날(2F) 1 1 c1 c 물의 정원(1F) 1 c cafe OZ

1 c Dansk cafe

1 c

sa n

cafe undo

1 c

cafe SandPark

may june

a

1 c Olina

다복길

n iseo eoe

경의

cafe WITH THEE 1 c

Loop Gallery

1 c La Tupina 1 c Petit arbre 1 c h.

ohoo 1 c

1 c E-cafe

1 f

by eun Comer 1 c salon de Loop 1 c cafe Ronin

1 c tea terrace 1 f 뽈랄라수집관

Anny cafe 1 c Dia 1 c

1 c

BINARIO.16

1 f

1 g 비보이극장(B1)

1 c

1 c cafe 9

1 c

door gallery

1 d Jammers 1 c pinocchio

no name 1 c imemine 1 c

1 c TASTE BEAN PRADO @ Rainbow 1 c (2F) UNIT BLUE SPIRIT Cream Sunday salon 1 c 1 c c 1 d winer lee 1 1 c SEMO Min's p

1 f 성갤러리

CACAOBOOM 1 c

og gi

1 c cafe lo onbom

The Heaven book cafe

1 c CALIFORNIA 1 c 수다떠는 도서관

오복길

1 c

아름다운 세상 1 c Live club 빵 1 d c COFFE LAB 1

gallery 꽃 1 f 1 c Coffee Prince No.1 Gateaux et M’amie 1 c 1 c 日日(2F)

서교예술

1 c GREEN BEAN

COFFEE(2F)

eog o 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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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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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dy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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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갤러리 1 f 준(2F] 1 c 1 c ARIST COFFEE

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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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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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 CHauD 1 c

The Blessing

JASS 1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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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공장 2An 1 c1 c 1 c cafe D.I. 꽃커피

El Table 1 c

StH_03_통합_인쇄용.indd 15

SONO FACTORY

cafe Ruby&Julie (루비n줄리) c CITTA SLOW 1 c 1 1 c il Pastore 1 c cacao green

서 로

집.사람 1 c

1 c 정글 디자인

cafe Michaya 1 c

Hou

잔디와 소나무 1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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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15 7:9:31 PM


1 k

1 c Vele cafe

1 c 요술살롱

THE BOOK SOCIETY

Cover Story Street H map

1 c dalgona 1 c cafe KOALA

1 c 상수동카페 1 c 이리 CAFE 1 f 달링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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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상

Salon de la Sorci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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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oa Balim 1 c the Blues 1 c 1 c sweetpea 1 f LIGHT BOX(B1) 1 c 그림책 상상

cafe made 人 in 1 c c DD-DA 1

HOHO MYOLL 1 c

Anthracite

냐오옹's Book cafe 1 c 1 c Afternoon tea

Rock ‘N’Roll high school 1 c

Mr.Homless 1 c

1 c 타이포그래피 ‘공간ㅎ’

갸하하 1 c 1 c LOFT²多樂²(2F) 1 c snob 1 c 1Act 1Scene

1 c TASTE BEAN

병아리콩 1 c MAISON 1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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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륙(2F) 1 c 시연 1 c 1 c peco

ST.255

1 c conan 동경맑음 1 1 c c 1 c M puce 1 f 제일갤러리(4F) 1 c 18gram Rainbow UNIT@ 아뜰리에 데코아발림 1 c 꽃多방 BLUE SPIRIT Cream 1 d SK@ c 1 c 작은거인(2F) 1 c1 c1 c winer lee 1 1 c D’AVANT c 1 1 d 1 d music CLUB KIRAKIRA 1 c Miz moren cafe 318-1 Min's place THE BALE 1 d EVANS HIKARU MINON 1 c T . E . A Table 1 c CUP CAKES 1 c 1 l OYORI 1 d Ting Tings Hot1 c VonG's c 1 d Hooper 1 c 1 c 1 d Studio80’s1 c c 지후니 작은 섬 Journey 1 1 d SAAB1 d JOKER RED de GORILLA 창밖을 봐… 1 1 g ROLLING HALL(B1) 1 d 500 삼단변신 미스홍 1 c 打[ta:] 1 d 2hands 1 c NB2 1 d 별 1 c e 1 c n o F.F 1 d 1 c aA cafe ing2ND Muy Bien 1 c On the 6 r Pa FLOOR(2F) 1 d dd ic Veloso(2F) 1 c SKA2 1 d 1 c P 은하항공 c BROWN haru 1 c1 1 c 501 i 장 c Luci alma ng 1 c WOODY(2F) 여행사(2F) 1 c SCENT 1 차 sa 1 c For Rest a 토끼의 지혜 (2호점) 주 VIA 1 d 1 c Brasserie LaJoie 영 1 c at Home 길 공 (2F) 1 c 산 1 c cafe I do c FILAMENT 1 c 1 와우 1 c danchu 5st horizon AGIO ToTo's noda 해화당 1 1 c c 1 c c 내빠강(4F) 1 c Book Nook(2F) 1 감싸롱 1 c cafe EAT Gallery Ctrt 1 c 1 c arSpoon(3F) 1 c 하늘을 꿈꾸는 물고기 J’s recipe 1 c 1 d MWG 명월관 1 c1 c JENNY’S Cafe Spannew1 1 f 몽마르뜨 언덕 위 c 1 c 1 c [ha : n] 1 c Blossom Land OMAO 1 c 1 c commons 1 c 은하수다방 1 c 물고기 1 d 1 c lomography GENERAL c 1 c HOSITAMTAM AISLE B-hind 1 플로랄고양이 DOCTOR(2F) 1 c cafe TOY(3F) O Bloom 1 c 1 c NO STRESS KITCHEN 나비 (2F) 1 c 즐거운 북카페(2F) 1 o Sangsang Madang & Theater Zero c RJ Pot c1 1 c SIRU 시루 EAT 405 Kitchen 1 c 1 c 틈1 1 c ARISTA COFFEE 1 c Chalie Brown del mundo 1 c작업실 1 c 1 c Show & Gallery Bar 1 c Republic 2Ns 1 d 1 f 표현 갤러리 요기가 1 f커피잔 속 에테르 1 c 침실같은 카페 1 c Paul 1 f 그문화(2F) 1 c 그앞 1 c TANIA 1 c Art Space Hue 1 c 공주가 사는 궁전같은 카페(2F) 아수라발발타 1 c 1 c 1 c Zari 1 c WILL(B1) CLOCKWISE(2F) 1 c SULTANG MIDNIGHT STITCH 1 c gi OOO g 1 c B Cafe(B1) 1 c The cupcake factory an Sangsanga 1 n 1 d The Hole S1 d o Madang 1 d JESS 1 d Tess 1 c 길 1 c tyche 1 d 1 c Oi 오아이 1 오뙤르 1 d Q*VO 1 c HOLA LISA d FREEbird a grave 1 c 마 1 d COCOON DGBD 1 d M2 울 어 1 d papa Gorilla 1 c 사이애 42ae D. Moment 1 c 25 1 c pain pain pain Paris Jeffrey 1 c 1 c Bean tree 200 1 c 다문화 박물관 Departure THE GALLERY 베아트리스 1 c 니가 그리운 날엔 1 f Lounge 1 f

커피발전소 1 c 1 c 카페 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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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정부 1 c

1 c MILLO

au bon pain 1 c 1 c mellow 1 c J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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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 1 c avec nous

이야기 1 c 1 c 용다방

Bunning Heart(2F) 1 c 게으른고양이 1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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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 서교예술실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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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O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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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 Page A 1 c 얼렁뚱땅 공작소(2F) 1 c beattipreviee 1 c M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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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 소극장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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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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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H_03_통합_인쇄용.indd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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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 Drink

STH가 주목한 곳

마담고치의 카페에서 책읽기

Anthracite Coffee Roasters

내 안의 망명정부

당인리 커피공장에서 만나요 당인리발전소 근처에 독특한 카페가

삶의 궤적이 무척 길고 복잡한 여자를 알고 있다. 1960년대에

생겼다. 카페 앤트러사이트 커피 로스터Cafe

일본에서 태어나 러시아 문학을 배운 여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Anthracite Coffee Roasters

. 아는 이들은 줄여서

타고 대륙을 건너가 함부르크에 내렸다. 그곳에서 계속 살면서

‘당인리 커피공장’이라 부르는곳. 국내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자신에 대한 글을 썼다. 안락한

최초의 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특성을

보금자리의 꿈도 버렸으며 고국이라는 안전장치도 떼어냈다. 그저

반영해 카페 이름을 ‘무연탄’이라 지었다.

타국의 언어로 쓰는 글이 모든 것인 그녀의 이름은 ‘요코 타와다’.

1층에 있는 두 대의 육중한 로스팅 머신은

《디아스포라 기행》의 서경식 선생과 그녀가 나눈 짧은 서한집

공간 전체에 구수하고 쌉싸름한 커피향을

《경계에서 춤추다》가 번역되지 않았다면 그녀를 상상의 존재처럼

부여한다. 계단을 타고 오르면 홍대 어느

여겼을지도 모른다.

카페에서도 만날 수 없는 탁 트인 공간이

아나키스트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카페 ‘망명정부’(문의 070-7743-

펼쳐진다. 이곳은 신발을 만들던 공장. 더

6115)에서 이방인의 삶을 선택한 요코 타와다의 글을 읽었다.

전엔 슬롯머신을 만들었다고 한다. ���러운

책을 읽기에 카페만한 데가 없다. 단, 비스듬히 기대어도 무방한,

벽과 목욕탕을 떠올리게 하는 녹색 타일 바닥을 보고 처음엔 고개를 저었던 김평래 사장은, 이내 이곳의 가치를

읽는 데 몰두하느라 이맛살을 찌푸려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읽어냈다. “원래는 천정이 막혀 있었다. 뜯어내보았더니 이렇게 높이가 나오는 걸 보고 마음을 굳혔다.” 재즈 뮤지션

자유의 입자가 가득한 곳, 구석에 구겨 앉으면 나도 인테리어

출신인 그가 커피공부에 본격적으로 빠진 건 2년 전. 전문적으로 로스팅을 배웠고 작은 커피가게도 내봤다. 그리고 드디어 대학생

오브제가 되는 곳이라야 한다.

때부터의 꿈인 카페 사장이 되기 위해 홍대앞으로 진출했다. 개조 작업도 직접 했다. 1층을 갤러리로 내주면서, 의기투합한 그래픽 디자이너 김가람씨와 힘을 합해 손수 벽을 긁어내고, 바닥 타일을 걷어내고 우레탄 도장까지 마쳤다. 황학동 시장에서 무턱대고 사온 40여 개의 의자 커버링을 마치자, 두 남자는 몸살에 뻗어버렸다. 칼바람과 폭설이 난무했던 1월의 눈물 나는 에피소드다. 이곳의 경쟁력은 품질과 가격. 손수 볶은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아 바로 추출해내는 에스프레소가 한 잔에 3,500원. 핸드드립으로 진하게 내려주는 레귤러 커피는 케냐, 예가체프 같은 아프리카 원두를 베이스로한 향미에 묵직한 목넘김이 예술이다. 벌써 대량구매를 시작한 근처 가게나 회사들이 꽤 생겼다. 브루클린의 로프트 저리가라인 독특한 인테리어 때문에 대관이나 파티문의도 심심찮다. 3월에 벌써 2개의 파티가 예정돼 있다. 작가들의 낭독회 무대로 이곳을 점찍은 출판사들도 있다. “1층은 갤러리, 2층은 음악과 미술, 문학이 소통하는 카페이자

‘망명정부’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모두 찬 바람을 몰고 오는

문화살롱으로 만들고 싶다”는 이곳 대표의 바람대로 이곳이 홍대 피플들의 ‘문화 아지트’가 되는 날, 머지 않은 듯 싶다.

망명정객일 것만 같다. 느슨하고 거친 분위기를 벗삼아 혼란한

tel 02-322-0009 address 서울 마포구 합정동 357-6 open 12~12시

마음을 진정시키는 그들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신맛이 담뿍

price 에스프레소 더블 3,500원 마끼아토 4,500원 카페라떼 5,000원 핸드드립 커피 5,000원

H

글 ㅣ 정지연

올라오는 커피를 마시며 바깥을 응시한다. 이곳은 주인이 직접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만들어준다. 에티오피아 ·케냐·콜롬비아·브라질·과테말라·파푸아뉴기니·인도네시

먹거리 탐색

홍대앞 이색 길거리 메뉴

아 등에서 온 원두가 손님들을 반긴다. 내가 주문한 것은 메뉴판 맨

이스탄불 케밥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다 양고기나 쇠고기, 닭고기 등을 불에 구워 각종 야채와 소스를 곁들여 먹는 케밥은 터키의 대표 음식. 으깬

Bella Tortilla 토르티야에 중독되다 멕시코 대표음식 토르티야에 신선한 재료를 넣어 싸먹는 랩 샌드위치. 새우, 치킨, 버섯

등이 없던 시절에 즐기던 고전적인 방식이다. 체즈베에 담긴 진득한 커피의 가루가 가라앉을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가 작은 잔에 조금씩

매운맛 메뉴도 개발해 인기몰이 중이다. 올리삐( 올리삐(Olibi BEST BEST_닭고기 Chicken, 4,500원) tel 02_3142_9136

국내 최초 타코 트럭가게

마일드하다. 커피잔을 금세 비웠고, 한잔에 3천 원이라는 착한 가격

차와 커피의 역사에서 터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커피를

Bob's barbie 절묘한 호주식 핫도그 호주식 소시지와 미트 파이를 파는 홍대앞 명물가게. 베이커리에서

하바네로 타코

붓는다. 신맛이 톡 솟아오르며 코를 자극한다. 그 외 에는 모든 것이

덕분에 한 잔 더 주문한다.

꽤 된다. 영국의 호텔과 한국의 레스토랑에서

원) BEST _그릴에 구운 보섭살 토르티아 랩(5,500원) tel 070_8779_6675

반복해서 커피를 우려낸다.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드립용 필터 기구

한국말이 유창한 터키 청년들이 우리 입맛에 맞게

접목시켰다. 한끼 식사로도 든든해 단골이

솜씨가 일품.

기구에 곱게 간 커피와 물을 넣고 끓이고 식히기를 서너 번

감자와 야채를 가르키는 올리삐는 이곳에서 인기다.

등 신선한 재료와 직접 개발한 소스를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주인장의 정성스런

위에 오른 터키커피. 동으로 된 잔에 손잡이를 단 ‘체즈베Cezve’라는

직접 구운 빵은 물론 각종 재료와 호주산 고기를 그릴에 직접 구워 본토

마신 역사만 해도 오스만 투르크 제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체즈베에 담긴 커피의 맛은,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온 오랜 역사 속에서 빚어진 것이다. 경계에 서 있다는 것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말이지만, 양쪽을 모두 갖고 있다는 뜻도 된다. 언제든지 자신의 일부에 다른 것을 이식할 수 있다는 오픈 마인드.

맛 그대로 만든다. 오징어먹물빵을

복잡다단한 감정과 행동과 이념이 저절로 섞이도록 마음을 열고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 이름을 딴 하바네로 타코. 작은

이용한 블랙도그처럼 독특한 신메뉴가

고추가 맵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타코와 브리토를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런 후 그 앙금이 다 가라앉으면 한

고르는 재미를 안겨준다. 가격은

판매하는데, 벌써 입소문이 쫙 났다. 미국에서

~ 2,700~ 2,700~6,000원선.

소프트 타코 맛에 반해버린 주인장이 작년

BEST BEST_ 블랙도그(Black Dog, 3,000 3,000원) 02 tel 02_6405_7950

런칭했는데, 직접 개발했다는 스페셜 소스는 느끼함마저 딱 잡아준다. BEST_ 치킨 타코 (Chicken Taco, 작은 것 2,000원 큰 것 3,000원) tel 010_9939-8456

StH_03_통합_인쇄용.indd 12

모금의 터키커피처럼 맑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러니, 경계에 서 있음이야말로 진정 풍요로운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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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_ ‘마담고치’ 최예선은 ≪홍차, 느리게 매혹되다≫의 저자로 글

| 윤한나 (객원기자)

미술, 건축, 여행, 문화와 어우러지는 삶의 풍경들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www.lena_choi@naver.com

2010.3.15 7:9:1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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