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 171호 19 김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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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특집 |

핵무기 금지조약의 의미와 한계 김예숙 연구위원 (평화·통일연구소)

2017년 7월 7일 인류는 생존과 평화를 향하는 큰 발걸음을 이루어 냈다. 핵무기의 사용 뿐 아니라 사용 위협과 보유 자체를 금지하고 핵무기와 관련된 개발 착수, 실험, 생산, 제조, 획득, 핵무기나 그 외 다른 핵폭발장치의 보유 또는 비축 활동 모두를 금지한다는 역사적 합의를 유엔 총회 표결로 이루어낸 것이다. 122개국의 찬성과, 반대 1개국(네덜란드), 기권 1개국(싱가포르)으로 핵무기 금지 조약이 채택되었다.

50개국이 서명, 비준하면 이 조약은 발효되고 핵무기는 이제 불법이 된다. 2018년 1월 5일 현재 56 개국이 서명하고, 3개국이 비준하였다. 이 조약은 기존의 핵확산방지조약(이하 NPT)의 불완전성을 보충하는 의미가 크다. 다수 국내 언론은 기존 핵보유국들의 불참을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 며 이 조약 체결의 의미를 축소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인류가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든 지 72년이 지나 핵무기 보유 자체를 불법화한 것으로서 인류의 희망이 되어줄 새로운 시작으 로 보아야 한다.

1945년 미국이 핵무기를 만들고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이 그 뒤를 따르는 동안 핵통제의 필요성 을 모두 느끼면서도 각국의 상반되는 이해관계로 진통을 겪고 1968년 7월 1일에서야 NPT가 체결 되었다. 1970년 3월 5일 정식 발효된 이 조약은 발효 당시 43개국이 가입한 상태였지만 2017년 현 재 189개국이 가입해 있다. NPT는 이미 핵실험을 한 국가들에게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하고 더 이상 다른 나라로의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내용인 만큼 태생부터 불완전하고 불공평한 조약 이었다. 핵무기의 비확산과 군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설정하였으나 비확산을 위한 의무사항에 비 해 핵보유국에 대한 군축 의무는 구체적이지 않고 지향점을 밝히는 정도에 머물렀다. 불공정성에 대한 우려는 처음부터 제기되었으나 조약에 반영되지 못했다. NPT 6조는 핵보유국이 군축을 위해 진정성 있는 협상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핵무기 경쟁 중지 및 핵 군비 축소를 위한 교섭과 엄격 하고 효과적인 국제적 통제하의 군축에 관한 조약 체결을 위해 교섭을 성실히 수행하는 의무’가 그 것이다. 하지만 각국은 군축을 위한 조약 체결로 나아가기는커녕 오히려 아무런 제재 없이 핵무기 의 무력을 강화하고 현대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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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T가 불공정할 뿐더러 세계 안보를 이루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국가가 대다수인 오늘날, 핵보 유국의 지위를 부정하고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 자체를 불법화한 핵무기 금지조약이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었다는 사실은 국제사회가 핵무기에 대하는 방법 상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생긴 것을 의 미한다.

2010년 NPT 검토회의 최종보고서에서 회원국들은 핵무기 사용의 재앙적 결과에 대한 우려를 표하 며 원천적으로 핵무기를 금지하는 조약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다. 협상 과정에서 핵보유국 들은 현실성이 없는 순진한 생각이라거나 자국의 안보를 위해 핵무기가 불가피하다며 불참하였다. 여러 국가의 정부, 외교부와 양심 있는 세계인들이 나섰고, 101개국의 468개의 시민단체가 소속되 어 조약 체결을 위해 노력한 ICAN(핵무기폐기국제운동)은 2017년 12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결국 공식 핵보유 5개국과 비공식 핵보유 4개국, 그리고 소위 핵우산 하에 있는 국가들은 핵무기 금지조 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조약은 인류의 생존과 지구 보전이라는 관점에서 크게 진일보한 것이며 핵보유국들은 차츰 군축협상에 나서도록 재촉을 받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음은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핵무기금지조약에 관한 글 ‘72년이 지 나고 핵무기가 금지되었다’(After 72 years, nuclear weapons have been prohibited, 2017. 7. 21) 에서 핵무기 금지조약의 의미와 한계를 간추린 것이다.

의미 ■■ 이 조약은 핵무기를 불법화하고 낙인찍는 규범적 조약이다. ■■ NPT 개혁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개혁의 방향에 대해 두 기류가 있다. 하나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주장인데 핵무기 비보유국들에 대해 농축과 재처리의 권한을 제한하고, 수출 제어, 보다 엄격한 사찰 실시, 추가의정서 강제, 조약 탈퇴를 불가능하게 하는 등의 제약을 가 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비 동맹국들(Non-Aligned Movement)의 의제로 이들은 현 보호 장치가 충분하며 기술진입 제한을 수용할 수 없고 조약탈퇴의 권리를 지키고자 한다. 이들은 군축 의무가 진지하게 행해져야한다고 주장한다. 2000년 NPT 검토회의에서 합의된 13개 실행 조치와 2010년 회의에서 제시된 64개 행동 계획이 구체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고, 2005년 과 2015년에는 검토회의 최종 보고서 발행 자체가 불가능했으며, 핵 군축의 속도가 지극히 느 리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선택한 길은 UN 안에서 그러나 NPT라는 맥락 바깥에서 새로 운 조약을 만들기 위해 협상을 시작하는 길이었다. 이 조약은 두 번째 부류, 즉 비동맹국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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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이 실현된 것이다. ■■ 핵무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사용 위협도 금지. ■■ 희생자 지원, 환경 복구, 젠더 등의 이슈가 도입되었다. ■■ 핵무기 보유국들과 핵무기를 자국영토에 배치한 국가들도 이 조약을 비준할 수 있는 특별 절차

들이 마련되었다. 모든 국가는 최소한의 안전기준에 따라야하고 당사국은 핵 프로그램과 시설 의 불가역적 제거를 위해, 권한을 부여받은 국제 당국과 협상하고 검증을 받아야한다. ■■ NPT는 본래 비확산과 군축을 균형 있게 이루고자 했으나 균형이 깨지고 비확산만을 위한

약이 되었다. 이 조약으로 인해 핵무기보유 국가들에게 군축을 이루라는 추가 압력이 시

될 것이다. ■■ 시민사회가 새로운 도구를 갖게 되었다. ■■ 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함.

한계 ■■ 핵무기 통과 및 핵무기 프로그램 금융 지원에 대한 금지 등의 이슈는 ‘지원’이란 개념으로 간접

적으로만 포함되고,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못함. ■■ 핵무기와 핵무기 실험에 대한 정의가 없다는 점. ■■ 검증’ 은 중요한 이슈인데 IAEA 추가 의정서를 최소한의 기준으로 명시하지 않은 점. ■■ 조약 탈퇴 절차가 너무 쉽다는 점.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이 핵무기 금지조약의 비준절차가 다음번 NPT 검토회의가 열리는 2020년까지는 종료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 조약이 체결되었다하여 핵무기 보유국들이 짧은 시 간 내에 핵무기 폐기를 선포하거나 이 조약을 비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변 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NPT의 가입국이 조약 체결 이후 크게 확장된 것처럼 핵무기금지조약 가입국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약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한계를 보완해가야 할 것이다. 세계의 진 정한 안보를 위해 새로 태어난 이 핵무기 금지조약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모두의 협력이 필 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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