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 171호 15 박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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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특집 |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핵선제공격을 막기 위한

미국 의회 및 시민의 견제 박기학 소장 (평화·통일연구소)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핵 선제공격을 막기 위한 미 의회 및 시민들의 견제 2016년 9월 오바마 대통령이 ‘핵선제사용’ 및 ‘경보 즉시 발사’(launching on warning) 정책의 포기 선언을 검토하였으나 미국 국방장관과 국무장관, 에너지부장관 그리고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동맹국의 반대로 결국 단념함. ●● 2016년 9월 마키 상원의원(민주)과 테드 리우 하원의원(민주)이 의회의 승인 없는 대통령의 핵무기 선제

사용 금지 법안을 발의함. ●● 2017년 1월 25일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4일 뒤 마키 의원과 리우 의원은 위 법안을 재발의 함.

2017년 6월에는 미국인 50만 명이 위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청원을 미의회에 전달하였음. ●● 2017년 5월 8일 미국 시민단체 ‘민주주의수호’(Protect Democracy)가 정보공개법에 의거하여 트럼프가

단행한 시리아 공습(2017. 4. 7)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를 공개해 달라는 법적 소송을 제기함. 트럼프의 시리아 공습은 자위권에 해당되지 않아 미국 국내법으로나 국제법으로나 법적 근거를 갖지 못하며 유엔 의 승인도 없었다는 것이 이 시민단체의 입장임. 이 소송에서 법원이 트럼프 정부에 정보를 공개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트럼프 정부는 응하지 않고 있음. ●● 2017년 6월 미 하원 세출위원회가 대통령의 무력사용권한법(AUMF, 9·11 테러를 계획, 승인, 실행, 지원

한 국가나 조직, 개인에 대한 대통령의 무력사용을 승인하는 법으로 2001년 제정됨)의 폐지를 결의함. 무력사용권한법이 폐지되려면 상원 및 하원 전체 회의에서 통과되어야 함. ●● 2017년 8월 10일 CNN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폭격을 막을 수 있나?”는 제목의 방송에서 “헌법

은 의회에 전쟁선포의 권한을 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공격을 결심하면 말릴 능 력은 거의 없다”고 보도. ●● 2017년 10월 26일 미 민주 및 공화 소속 하원의원 62명이 의회의 승인 없이 북한공격을 금지하는 ‘대

북 공격금지법안’을 하원에 제출. ●● 2017년 10월 26일 비영리단체 ‘민주주의 수호’가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북

한과의 전쟁을 일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지를 묻는 법적 소송을 제기 ●● 2017년 10월 30일 상원 외교위가 대통령의 무력사용권한(AUMF)에 관한 청문회 개최 ●● 2017년 11월 14일 상원 외교위가 대통령의 핵발사명령권한에 관한 청문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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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원 외교위, 대통령의 핵발사 명령권 청문회 열다 ‘북한은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 이라거나 ‘북한은 완전 파괴될 것’ 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에 놀란 미 의회(상원 외교위)는 대통령의 핵발사 명령권을 제한하기 위한 청문회를 2017년 11월 14 일 열었다. 청문회를 주도한 밥 코커 상원 외교위 의장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나라를 3차 세계 대전으로 끌고 가는 무모한 협박”(2017. 10. 8)이라고 비판하였다. 밥 코커는 청문회 때 미국의 현 핵발사 체계는 “우리가 핵공격에 대응할지 말지 하는 명령을 내리는 유일한 권한을 대통령이 갖게 끔 설치되어 있”으며 “일단 그 명령이 내려지면 취소할 방법이 없다”면서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권한 의 제한 필요성을 말했다. 민주당의 머피 의원은 트럼프의 말과 개성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의 예 외적 권한에 대한 문제제기가 긴급하다면서 청문회 개최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청문회에서 논점이 된 것은 두 가지 문제, 즉 '대통령이 핵선제사용을 하기 전에 의회와 협의해야 하는가'와 '법을 바꾸 는 것이 적에게 엇갈린 신호(적에게 미국의 핵 사용의지를 얕보일 수 있다는 뜻)를 주지 않는가' 하 는 문제였다.

핵지휘 통제체계가 신뢰할 만하다는 이유로 현상유지로 결론 청문회 증인으로 존 켈러 전 전략사령관, 브리안 맥컨 전 국방정책 차관대리, 피터 피버 전 NSC(국 가안보회의) 요원이 출석했다. 켈러(예비역 공군대장)는 “미국에 대한 임박한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핵공격을 내리는 대통령에 대 해선 견제장치가 있다”면서 “나부터 의문을 제기할 것이며 발사 절차를 계속 진행할 준비가 안 됐 다고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군은 합법적이고 비례적 대응으로서 핵공격 명령은 따르겠지만 불 법적이거나 절차상 문제가 있을 경우 불복하게 될 것”이라고 증언하였다. 맥컨은 대통령이 혼자서 핵무기 사용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며 “핵 발사체계는 대통령이 NSC(국 가안보회의) 및 그의 고위 민간 및 군 보좌관과 협의하는 것을 보장하게끔” 설계되어 있다는 것, 대통령이 임박한 위협을 야기하지 않는 다른 핵보유국과 전쟁을 시작하는 것을 검토한다면 그 경 우에는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증언하였다. 피터 피버는 “핵 지휘통제 체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때”라고 하면서 “어떤 상황 하에서 발 사명령에 대한 추가적인 각료의 인증을 요구하는 등의 많은 가능한 개선을 고려해 봄직하다”고 증 언하였다. 그런데 톰 유달 의원이 “핵선제사용 결정에 대해서 대통령 이외에 최소한 다른 한명이 서 명하자는 말이냐”고 묻자 세 명의 증인은 모두 그에 반대하였다고 한다. 증인들은 현재의 핵 지휘·통제 체계가 이미 여러 겹의 안전장치와 점검을 갖추고 있어 미국의 핵 억제체계를 신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또 핵사용 절차를 변경하게 되면 적(북한 등)에게 엇갈 린 신호(미국이 핵 사용을 안할거라는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절차를 변경하는데 신중해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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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대통령이 누가 됐든 변화는 없다는 것이 오늘밤(청문회)의 일치된 의견” (NBC 뉴스, 2017. 11. 14)이라는 미 언론 보도처럼 현행 핵지휘 통체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 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대통령의 핵발사 명령권을 제한하고자 하였던 애초 취지에 반하 는 결과라 하겠다.

청문회의 한계와 미국 핵억제 정책의 불법성 증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임박한 위협’이 있는 경우에는 의회의 사전승인 없이 미국 대통령이 핵발 사 명령을 내릴 수 있고 그 경우에는 전략사령관 등(핵발사 명령 집행자)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무력공격을 받지 않고 단순히 (북한의) 핵공격이 임박하였다고 하여 북한을 공격한다면 이는 무력공격이 일어났을 때에 한해서 자위권을 인정하는 유엔헌장 51조의 명백한 위 배다. 이 경우 미국의 대북선제공격은 자위권에 해당되지 않으며 침략행위가 된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 청문회에서는 아무런 지적이 없었다. 미국의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 1973년 제정)에 의하면 교전지역(hostitilies) 혹은 교 전에 연루될 임박한 상황에 미군을 파병할 대통령의 권한은 ① 전쟁선포(의회의 권한임 : 필자 주) ② 법률적 승인 ③ 미국 또는 미군에 대한 공격에 따른 국가비상사태에 한해서 행사되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이 세 경우에는 대통령은 먼저 무력을 행사하고 의회의 승인을 60~90일 내에 구하게 되 어있다. 만약 트럼프가 북한의 임박한 위협을 명분으로 미 의회의 전쟁선포나 법률적 승인 없이 북 한을 공격한다면 이는 미국 국내법 위반이 된다. 2001년 제정된 무력사용권한법(AMUF)은 9.11테 러와 관련된 법이어서 북한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 미 국내법으로 보더라도 북한에 대 한 임박한 위협을 명분으로 미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이는 불법이지만 이런 사실 또한 청문 회에서 지적되지 않고 오히려 합법인 것으로 증언되었다.

우리는 국제법과 심지어 미국내법을 위반하여 북한에 대한 핵선제공격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미 국의 핵억제 정책이 한반도,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따라서 결코 신뢰할 수 없는 것임을 이 번 청문회 과정에서 확인하였다고 할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청문회에서 톰 유달 의원이 ‘임박한 위협’을 어떻게 정의하는가고 묻자 맥컨은 상황에 달렸다는 식의 대답을 하였다. 세 명의 증인들은 ‘임박한’(위협)에 대한 엄격한 정의가 없다 는 데 동의하였다. 그들은 발사대에 있는 북한 미사일이 임박한 위협이 될 수 있고 다른 시나리오 는 불분명하다는 시사를 하였다. 미 대통령이 임박한 위협에 대해서 얼마든지 자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서 한반도가 언제든지 핵전쟁터 로 변할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핵억제 정책은 결코 신뢰할 수 없는, 위험천만 한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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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미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합법적이지만 불필요하고 현명하지 못한 핵사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장 크게 우려하였다. ‘대통령의 불법 명령에 대해서는 불복할 수 있다’는 켈러 전 사령관의 증언에 대해 “장군들이 대통령에 대한 하나의 견제장치가 될 거라고 믿으면 안 된다”는 마키 의원의 경고는 대통령의 불법명령을 군인들이 실제상황에서 거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정당한 의문이자 합법적 명령의 형태를 취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얼마든지 정당성을 결여한 명령일 가능성 이 있음을 경계하는 발언이라 할 수 있다. 명심할 점은 핵지휘·통제체계(또는 핵발사 명령체계)가 핵사용을 위한 체계이지 핵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체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핵억제론이 성립하려면 상대가 언제든 즉각 핵보복을 받을거란 믿음 을 상대에 주어야 한다. 이것이 ‘신뢰성’ 문제다. 미국이 즉각적인 핵보복 실행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 으면 상대가 미국의 핵보복 공격의지를 의심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억제가 실패한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핵지휘 통제체계는 적(상대)이 핵무기 공격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선제공격하는 체계 로 되어 있다. 또 적의 핵무기 발사를 감지하면 즉 적의 핵미사일이 발사만 되어도 즉각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체계(경보 즉시 발사)로 되어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핵보유국들이 핵선제 사용전략(First Use)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상대를 최대한 위협함으로써 상대를 억제하려는 억제전 략의 본질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1962년 이후 기술적 오작동과 잘못된 신호를 야기한 통신두 절 등으로 미국과 러시아(소련)에서 핵무기 발사 직전까지 간 적이 13차례였다(한겨레, 2014. 4. 30.) 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핵억제 체계에 내재한 위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미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는 법을 변경하는 것(대통령의 핵발사명령권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서 부정적이었는데 그 이유가 북한에게 엇갈린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1인에게 핵발 사 명령권이 주어져 있는 현행 핵지휘 통제체계가 갖는 위험성을 뻔히 알면서도 미국의 핵사용의지 의 약화로 받아들여질까 우려해 이를 제한하거나 바꾸지 못하는 것은 핵억제론에 내재한 모순 때 문이다. 핵억제론과 그에 의거한 핵억제체계는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상대에 대해 핵무기 사용(보복) 위 협을 통해서 자신의 안보를 추구하며 평시부터 핵전쟁수행체계를 갖춘다는 점에서 지역 및 세계 평 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다. 이번 청문회에서 대통령의 핵발사 명령권을 제한하고자 하는 의회 내 일부의 시도가 별무소득이었 지만 미국 제일주의와 힘을 앞세우는 트럼프 정부 들어서서 대통령의 핵발사 명령권을 제한하고 대 북한 핵선제공격을 막아야 하고 대화를 앞세워야 한다는 미국내 및 국제사회의 여론이 크게 높아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의 불법적인 핵발사 명령에 대해서는 거부할 수 있다는 전임 및 현 직 미 전략사령관의 발언은 현행 미 핵지휘 통제체계의 신뢰성을 옹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미국 대 통령에 의한 핵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미국 및 세계의 우려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도 하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국내적 및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 력을 배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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