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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기 서울출판예비학교 교육발표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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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인회의


Seoul Book Institute 서울출판예비학교 제16기 교육발표회 개최에 붙여

우리 출판인 여러분, 반가운 소식 전합니다. 드디어 오는 10월 30일, 올 한해 우리가 함께 키운 예비출판인 61명이 2020년 학습 결과를 보고하는 교육발표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지난 15년, 이맘때면 매년 있던 일인데 왜 그리 호들갑이냐고 꾸짖지 말아 주십시오. 올해, 2020년은 우리 서울출판예비학교가 겪은 아주아주 특별한 한 해였기 때문입니다.

2020년은 코비드 19 팬더믹 사태가 나날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한 해입니다. 넉넉하지 못한 강의실 사정으로 교육과 학습의 어려움은 어느 해보다 심각했습니다. 정부 감독기관으로부터 질병 예방 조처 요구는 계속되었고 학교 운영팀의 걱정은 나날이 깊어졌습니다. 학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일시 휴교를 경험했습니다. 그래도 교수와 학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지난여름 강의실을 지켰습니다.

결과는? 성공입니다. 무엇이 성공인지는 제16기 교육발표회에서 직접 확인해주십시오. 우리 출판인들이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에 어떻게 맞서서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서울출판예비학교는 시대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판 인재를 육성하는 데 한층 더 노력할 것입니다. 열심히 훈련한 교육생들에게 그들의 배운 바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10월 30일에 열리는 교육발표회에 참여해 우리 출판의 현재 감각을 확인하시고 회사의 동량을 찾아주세요. 학생의 꿈은 현실이 되고 출판사의 미래는 밝아집니다. 서울출판예비학교의 목적은 한국출판인회의 출판사의 사업번창,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2020년 10월 서울출판예비학교장 겸 서울북인스티튜트 원장 박영률 올림


원장소개

제1대 원장 2005~2006

제2대 원장 2006~2008

제3대 원장 2008~2011

제4대 원장 2011~2012

제5대 원장 2012~2014

제6대 원장 2015~2016

제8대 원장 2019~현재

제7대 원장 2017~2018

홍지웅

박은주

고영은

정은숙

김학원

김태헌

주연선

박영률

(열린책들)

(김영사)

(뜨인돌)

(마음산책)

(휴머니스트)

(한빛미디어)

(은행나무)

(커뮤니케이션북스)

교육목표 ‣ 출판환경의 변화에 다른 창의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교육

‣ 최고 전문가 중심 교수진을 통한 출판에 대한 안목과 실력을 기르는 전문 교육 ‣ 출판인으로서 건전한 직업정신과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교육

‣ 이론과 현장의 창조적인 접목을 꾀하되 사례 연구에 역점을 둔 현장 중심의 교육

주요연혁 2005 - 개원(서울 마포구 서교동 464-53)

- 정규교육과정 신규교재 7종 발간

- 제1대 홍지웅 원장 취임

- 재직자 직무 능력 향상과정 22개로 확대

- 평생교육시설 등록

- 전자책(e-book) 관련 교육과정 편성

- 중소기업 훈련 컨소시엄 『서울출판예비학 교』 신규 운영기관 선정 - 서울북인스티튜트 홈페이지 (www.sbin.co.kr) 오픈 - 정규 교육과정 교재 7종 발간 2006 - 제2대 박은주 원장 취임 - 서울출판예비학교 홈페이지 (www.sbic.or.kr) 오픈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1기 입학식·수료식(출 판편집자) 2007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2기 입학식·수료식 - 제1회 편집교정능력 검정시험 실시 - 서울출판예비학교 교과반 확대(출판마케터) - 서울출판 예비학교 제3기 입학식 2008 - 제3대 고영은 원장 취임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3기 수료식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4기 입학식 2009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4기 수료식 - 서울출판예비학교 교과반 확대(출판디자인)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5기 입학식 - 출판인디자인 전문가(주말반) 교육과정 추가 2010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5기 수료식

2011 - 제4대 정은숙 원장 취임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6기 수료식 - 재직자 직무능력 향상과정 25개로 확대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7 기 입학식 2012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7 기 교육발표회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7 기 수료식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8기 입학식 2013 - 제5대 김학원 원장 취임 - 서울출판에비학교 제8기 수료식 - 백책백강 강좌(5강좌)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9기 입학식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9기 수료식 2014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10기 입학식

- 직무능력표준(NCS) 적용 - 서울출판예비학교 12기 수료식(예정) 2017 - 7대 주연선(도서출판 은행나무 대표) 원장 취임 - 서울출판예비학교 13기 입학 수료 (10월 예정) - 명강 시리즈1 진행 -한기호 - 명강 시리즈2 진행 -장은수, 정은숙, 김학원 - 제2회 서울북인스티튜트 출판콘퍼런스 개최 2018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14기 개강 - 아시아북어워드 특별상 수상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14기 수료식(예정) 2019 - 8대 박영률(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 원장 취임

- 백책백강 강좌 시즌2 - 5강좌

- 서울출판예비학교 15기 입학식

- 서울출판예비학교 제10기 수료식

- 예비출판인 출판사 탐방 프로그램

2015 - 제6대 김태헌 원장 취임 - 서울출판예비학교 11기 입학식 - SBI 개원 10주년 기념식 - 서울출판예비학교 11기 수료 2016 -서울출판예비학교 12기 입학식 - 제1회 SBI 출판콘퍼런스 - 출판교육과정

- 서울출판예비학교 15기 수료식(예정) 2020 - 서울출판예비학교 16기 입학식 - 제6회 서울북인스티튜트 출판콘퍼런스 개 최(예정)- 뉴노멀시대와 출판: 출판의 안 과 밖, 그리고 그 경계의 변화 - 서울출판예비학교 16기 수료식(예정)


Book Editor “실질적인 직무 연수를 위한 출판편집학교” 2020년 제16기 서울출판예비학교 편집자 과정 개요

서울출판예비학교 편집자 과정은 기능 중심의 실질적인 직무 연수를 중심으로 꾸린 명실상부한 출판편집학교다. 편집 자는 사회적 맥락을 배경으로 하여 출판사의 성격에 맞는 저자의 메시지를 원고로 수용하여 독자에게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하는 출판행위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여, 출판물 내측 협력자인 디자이너, 출판물 외측 협력자인 마케터와 소통한 다. 편집자 과정은 맥락을 꿰뚫는 실무 능력을 함양하는 기능 중심의 교육과정이다. 실무 경력이 풍부한 실력 있는 강사 들이 참여하여, 교육 내용에 따라 지식 전달 방식의 강의 외에 학생이 주도적으로 임하는 협업과 조사, 토의, 발표와 현 업 실무자의 피드백이 가능한 수업 방식을 폭넓게 수용함으로써 전반적으로 현장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 에 부합하도록 설계하였다. 학생 스스로 문제를 구안하고 해결책을 찾게 하는 워크숍 방식을 여러 수업에서 채용하였 고, 내용에서는 시장의 흐름과 독자의 트렌드에 주목하는 방향으로, 효율에서는 참여 학생 각자가 수업 결과를 과정이 진행되는 기간 안에 최대한 내재화하는 수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 전형: 1차 서류(지원서, 독서이력서, 자기소개서), 2차 시험(한국어, 문해능력), 3차 면접, 24명 선발 ‣ 기간: 2020년 5월 25일(월) 개강, 2020년 11월 26일(목) 수료. 총 6개월 ‣ 시간: 주 5일, 1일 8시간 09:30-17:30 ‣ 장소: 서교동 서울북인스티튜트, 장외

‣ 책임교수: 이옥란(교육과정 설계/편성/진행, 단행본 제작 워크숍, 강의 및 워크숍 수업, 상담, 탐방, 취업진행 등)

제16기 커리큘럼은 6개월 동안 크게 다음의 3개 트랙으로 진행되었다. ① 단행본 제작 워크숍: 협력사가 제공한 원고로 학생 각자가 1종의 단행본을 완성하는 ‘책임편집 과정’이다. 협력 출판 사에서 자사 출판용 원고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책임편집자인 학생들이 작성한 편집기획서를 평가한다. 편집기획에 서 신간 안내자료 작성 및 홍보자료 제작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중반 이후까지 진행된다. 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북디 자인 작업을 디자이너 과정의 예비 디자이너들과 협업함으로써 단행본 북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을 체험한다. ② 강의와 워크숍: 강의와 워크숍으로 진행되는 전공 수업이 또 하나의 트랙이다. 현업 종사자들이 진행하는 수업을 통 해 학생들은 한 권의 책이 기획되어 제작되고 판매되는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고 체험한다. 아이디어 구안, 기획 툴의 활 용, 출판기획, 편집기획, 독자분석, 원고판단, 저작권, 교정, 제작, 북디자인, 마케팅 개념, 홍보, 디지털콘텐츠, 출판시장 의 동향 분석 등을 주제로 꾸려진다. ③ 취업 준비: 예비학교 입학전형 과정에서부터 교육의 모든 내용은 철저하게 출판사 취업으로 수렴한다. 예비학교 지 원서와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직업 적합성을 판단하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책임교수와 2회 이상의 개별 상담을 거 치며 방향을 정돈하게 하며, ‘출판사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십여 곳 이상의 출판사를 방문하여 실무자를 만나거나 서면 인터뷰를 하여 현장의 실정과 요구를 실질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이후 자기소개서 작성과 교육발표회 준비를 통하여 편집자 지망생으로서 자신의 언어를 준비하도록 하였다.


Ⅰ. 단행본 제작 워크숍

① 개요 - 4개 협력사 원고 제공, 기획서 피드백 - 6인 1조, 4개 조 활동 - 1인 1종 책임편집 실습 - 북디자인 협업(디자이너 과정 협력)

② 2020년 제16기 협력 출판사 - 원고 제공, 협력사 특강, 편집기획서 발표회(편집자), 시장조사 발표회(마케터) ‣ 김남중 대표 | 한권의책 ‣ 조소정 대표 | 위고

‣ 이현화 대표 | 혜화1117

‣ 박성훈 편집장 | 시대의창 ③ 일정 (1인 1종 책임편집 실습) 조 구성(6인 1조, 4개 조) - 원고 검토 – 편집기획서 작성 – 편집기획서 1차 발표 - *출판 협업 워크숍[ 디자이너 포트폴 리오 발표회(디자이너) - 시장조사 발표회(마케터) - 편집 기획서 발표회(편집자) 및 디자인 조 짜기 - 디자인 의뢰(디자 이너 과정과 협업, 1인 1책 진행) ] - 교정, 조판 - 제목 결정 - [ 표지 디자인 ] - 교정 완료 - [ 제작 준비 완료 ] - 제작 발주 - 신간 안내자료 작성 – 홍보물 제작

※ 출판 협업 워크숍: 편집자-디자이너-마케터 합동 수업 - 내용: 단행본 제작 워크숍 북디자인 협업 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총 45시간 - 발표회: 디자이너 포트폴리오 발표회, 마케터 시장조사 발표회, 편집자 편집기획서 발표회 - 특강: 커뮤니케이션 특강 등

④ 조 구성 및 개별 책임편집 도서 [1] 동글안 (협력사: 한권의책)

‣ 조원: 박경완 원소윤 유현기 윤진호(조장) 이주현 황수진 ‣ 원고: 장우석 지음, 수학과 나 ‣ 단행본:

박경완 편집, 『나는 수학과 함께 어른이 되었다』, 북디자인: 서예린 원소윤 편집, 『내가 되는 수학 공부』, 북디자인: 민유리 유현기 편집, 『오십, 수학이 괜찮다고 말했다』, 북디자인: 민유리 윤진호 편집, 『수학 교사의 저녁』, 북디자인: 유향주 이주현 편집, 『나의 수학, 당신의 수학: 교육자가 들려주는, 수학과 건강한 관계 맺기』, 북디자인: 서예린 황수진 편집, 『수학이라는 우주: 우주는 신이 만든 거대한 수학책』, 북디자인: 유향주


[2] 웨이투고 (협력사: 위고)

‣ 조원: 구세주(조장) 김규리 김종찬 이현영 정민철 정윤경

‣ 원고: Mary Pipher 지음, 안진희 옮김, Letters to a Young Therapist ‣ 단행본:

구세주 편집, 『심리치료사의 마음』, 북디자인: 곽수진 김규리 편집, 『어느 심리치료사의 편지: 조금 서툰 당신에게』, 북디자인: 송은비 김종찬 편집, 『심리치료사, 그녀의 편지: 희망을 노래하는 심리치료사 선배의 따뜻한 편지』, 북디자인: 유승희(표지), 송은비(내지) 이현영 편집, 『당신은 어떤 심리치료사인가요』, 북디자인: 김단아 정민철 편집, 『젊은 심리치료사에게 보내는 편지』, 북디자인: 유승희 정윤경 편집, 『친애하는 당신에게: 심리치료사가 보내는 위로의 편지』, 북디자인: 곽수진(표지), 김단아(내지)

[3] 믈름 (협력사: 혜화1117)

‣ 조원: 김민경 박완희 신세빈(조장) 원지연 임헌 정유나 ‣ 원고: 한미화 지음, 동네책방 생존 탐구 ‣ 단행본:

김민경 편집, 『취향 공동체, 동네책방』, 북디자인: 오유진 박완희 편집, 『동네책방 생존 탐구: 동네책방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가?』, 북디자인: 최아영 신세빈 편집, 『왜, 서점은』, 북디자인: 최아영(표지), 유예지(내지) 원지연 편집, 『동네책방 잇다있다』, 북디자인: 유예지 임헌 편집, 『작은 책방들: 골목골목 숨어있는 동네책방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북디자인: 오유진(표지), 이세연(내지) 정유나 편집, 『뚜벅뚜벅 동네책방: 더 화창한 내일을 향한 동네책방의 여정』, 북디자인: 이세연

[4] 들여쓰기 (협력사: 시대의창)

‣ 조원: 강지수 김유영 민성원(조장) 이자영 진상원 하상민 ‣ 원고: 박유리 지음, 폐기된 사람들 ‣ 단행본:

강지수 편집, 『무균도시의 진실: 1987 형제복지원, 이후 우리 곁 ‘부랑인’들에 대하여』, 북디자인: 문상웅 김유영 편집, 『도난당한 삶: 국가가 폐기한 부랑인, 형제복지원에 관하여』, 북디자인: 문상웅(표지), 김소리(내지) 민성원 편집, 『인간 바깥 인간: 국가가 폐기하고 은폐한 목소리에 대한 르포와 소설』, 북디자인: 손상범(표지), 정명진(내지) 이자영 편집, 『폐기된 사람들: 끝나지 않은 형제복지원 이야기』, 북디자인: 김소리 진상원 편집, 『폐기된 사람들』, 북디자인: 정명진 하상민 편집, 『깨끗하고 명랑한 우리 도시: 거리의 빈곤을 청소해온』, 북디자인: 손상범


Ⅱ. 강의 및 주제 워크숍, 견학

※ 강의 및 주제 워크숍 기획과 편집의 기본: 김민기(휴머니스트 자기만의방 주간) 출판 기획의 개요: 박재호(생각정원 대표) 편집자의 업 무설계: 이현정(문학동네 해외문학팀 부장) 출판기획과 저자: 김진형(아카넷 교양팀 편집장) (편집의 이해1)출판 물의 제작 공정과 편집자의 일: 이옥란(편집자 과정 책임교수) (편집의 이해2)책의 설계와 북디자인 협업: 이옥란 (편집의 이해3)출판물의 교정이란 어떤 일인가: 이옥란 (편집의 이해4)출판계약과 저작권법: 이옥란 (편집의 이 해5)출판물의 제작, 원가와 손익분기: 이옥란 교양서사례연구: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시장조사 워크숍: 박태근 (알라딘 도서팀장) 뉴미디어 시대, 콘텐츠를 다루는 방법: 이정(길벗, 더퀘스트 단행본사업실 웹마케팅팀 팀장) 편 집자와 조형성: 정민영(아트북스 대표) 책임편집자의 일: 김지수(눌와 편집팀장) (특강)출판은 왜 미래산업인가: 박영률(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 - 3반 (특강)출판은 비즈니스다: 이지연(이지스퍼블리싱 대표) - 3반 디자인의 이해: 심우진(디자이너 과정 책임교수) - 2반 마케팅의 이해: 한대웅(마케터 과정 책임교수) - 2반 인디자인 실습: 윤여웅(f205 실장) 출판제작: 박찬수(책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 출판제작: 김종훈(지인팩토리 대표) 출판제작: 서동 관(삼호뮤직 경영지원부 차장) 출판제작: 이호철(한림출판사 과장) 출판제작: 김점준(위즈덤하우스 제작관리실 실장) 어문규범과 문법: 이옥란(편집자 과정 책임교수) 출판 교정의 실제: 최양순(책세상 주간) 번역문 다루기: 이현 정(문학동네 해외문학팀 부장) 분석적 교정 워크숍: 이옥란(편집자 과정 책임교수) 해외저작권 실무: 홍대규(대니 홍에이전시 대표) 저작권의 이해-지적재산권: 이동국(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 3반 사회서 기획 워크숍: 김희진 (전 민음사 반비 편집장) 논픽션 편집 워크숍: 김보희(휴머니스트 자기만의방 차장) 한국문학 워크숍: 김준섭(한 겨레출판사 문학팀장) 아동논픽션 워크숍: 김남중(한권의책 대표) (출판홍보1)홍보 영상 제작 실습: 김경태((주) 뉴원컨텐츠 대표) (출판홍보2)홍보 콘텐츠 제작과 활용: 이정(길벗, 더퀘스트 단행본사업실 웹마케팅팀 팀장) 출 판홍보3)출판 카피라이팅: 전진우(카피라이터) 전자책 제작 실습: 정동윤(닐다 대표) 신간 안내자료 쓰는 법: 이 옥란(편집자 과정 책임교수) 배열표와 제작발주서 작성: 이옥란 (특강)서점의 이해: 남성호(교보문고 구매팀장) 3반 (특강)온라인 서점의 이해: 박태근(알라딘 도서팀장) - 3반 (특강)전자책 시장의 이해: 서대진(다산북스 디지 털사업본부장) - 3반 (특강)문화산업과 출판: 김봉석(문화평론가) - 3반 (특강)출판 산업의 경향과 미래: 류영호 (교보문고 TF팀 부장) - 3반 (특강)오디오북 시장의 이해: 이화진((주)인플루엔셜 오디오북기획팀 윌라사업부 부장) - 3반 (특강)웹피디의 일: 이준근(위즈덤하우스 웹툰분사 저스툰 피디)

※ 견학 - 제16기의 오프라인 서점과 인쇄제작처, 물류센터 견학은 정부의 COVID-19 방역지침에 따라 전면 취소함.

※ 교재 - 열린책들 편집부 지음,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2020: 편집이 필요한 모든 현장의 필수 매뉴얼』(2020년 01월, 열린책들) - 이민기 지음, 『인디자인 CS6 무작정 따라하기: 자유로운 편집 디자인을 위한-무작정 따라하기』(2013년 02월, 길벗) - 한대웅 지음, 『잘 팔리는 책 vs. 안 팔리는 책: 출판마케팅이란 무엇인가』(2016년 05월, 써네스트) - 박찬수 지음, 『만만한 출판제작』(2014년 04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정민영 지음,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 디자이너와 소통하기 어려운 편집자에게』(2015년 08월, 아트북스) - 박보영, 김효선 지음: 『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 차별화된 기획을 위한 편집자들의 책 관찰법』 (2020년 03월, 예미)


Ⅲ. 취업 준비

개별 상담, 자기소개서 쓰는 법: 이옥란(편집자 과정 책임교수) 출판사의 이해: 조성웅(유유출판사 대표) (특강)편 집자로 산다는 것: 오승현(글로연 대표) 초년 편집자의 경력관리: 김보희(휴머니스트 자기만의방 차장)

※ 「예비 출판인 출판사 탐방」 - COVID-19 정부 지침에 대응하여 일부만 방문하고(일부는 취소, 중단) 서면 질의응답 진행함. - 「예비 출판인 출판사 탐방」이란? 편집자 과정 학생들이 방문계획을 마련하여, 출판사 대표 또는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취지를 전달하고 방문 허락을 받은 뒤에, 정한 일시에 출판사를 방문하여 질의응답 하는 프로그램. 5인 내외의 소그룹 으로 진행. - [탐방처]다산북스(진행: 정윤경), 돌베개(진행: 진상원), 동녘(진행: 민성원, 서면), 뜨인돌(진행: 박경완), 문학동네(진 행: 신세빈, 취소), 북이십일(진행: 유현기), 사계절(진행: 임헌), 어크로스(진행: 박완희, 서면), 오월의봄(진행: 하상민, 서 면), 창비-인문교양(진행: 민성원, 서면), 창비-청소년(진행: 김유영, 서면), 푸른숲(진행: 황수진, 서면)

Ⅳ. 교육발표회와 채용 전형

① 교육발표회 - 일시: 2020년 10월 30일(금) 오후 13-17시 - 장소: 한국출판인회의 서울북인스티튜트 건물 전체 - 진행: 학생 TF팀, 책임교수, 사무국 교육지원팀 - 자료집 제작(자기소개서, 단행본 제작 후기), 제16기 수업 결과 전시 및 자기 홍보 - 학생 포트폴리오: 실습 단행본, 편집기획서, 출판기획서, 교정원칙, 신간 안내자료, 표지 시안, 본문 시안, 제목 안, 배 열표, 제작발주서, 수업 과제, 수업 후기, 견학 후기 등 과정 학습 결과물

② 채용 전형: 교육발표회 전후로 진행 - 학생 준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외 - 출판사: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협약기업으로서 구인 신청서 제출. 채용요강 방문 설명회 등 - 전형 절차[편집자 과정]: (출판사)면접 신청서 제출 → (과정 책임교수)구인 출판사 공지 → (학생)구인 출판사 조사 및 지원 여부 결정 → (학생)지원서 작성 → (과정 책임교수)지원서 취합, 출판사로 전달 → (출판사)지원서 검토 후 1차 면 접 대상자 선정 → (과정 책임교수)1차 면접일 조정 → (출판사-학생)1차 면접. 이후 채용조건 및 출근일자 등 출판사와 학생 당사자가 협의하여 진행.


Ⅴ. 학생회

① 학생 대표 유현기: 책임교수 보고 및 협의, 사무국 협력, 3반 회의, 편집기획서 발표회 사회, 강의 조교, 수업 과제 관 리, 1박 워크숍 진행(COVID-19로 취소), 견학, 회식, 전 기수와의 연락 등 학생 활동 총괄 ② 단행본 제작 워크숍 조장 윤진호(한권의책, 동글안), 구세주(위고, 웨이투고), 신세빈(혜화1117, 믈름), 민성원(시대 의창, 들여쓰기): 협력사 및 책임교수 커뮤니케이션, 강의 조교 협력, 조 일정 관리, 편집기획서 1차 발표 및 발표회, 교 정원칙과 방향 정하기, 조별 단행본 제작 관리, 조 활동 기록 등 ③ 소셜홍보팀장 민성원, 팀원 - 김유영, 박경완: 편집자 과정 네이버 카페 신설, 관리, 서울출판예비학교 소셜 홍보 (3 반 회의), 학생 활동 취재 및 홍보 등 ④ ZOOM 생방송팀장 COVID-19 대응 특별팀 박경완: 합반 수업 및 발표회 강의실 생중계 진행 (3반 회의), ZOOM 설 비 세팅 및 시스템 확인 등 ⑤ 제작부장 박완희: 제16기 워크숍 단행본 제작 발주, 인쇄제작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조 통합관리 등 워크숍 단행 본 제작 진행 관리, 디자이너 과정의 제작 담당자와 커뮤니케이션 (2반 회의) ⑥ 교정부장 진상원, 팀원 - 구세주, 원지연, 황수진: 자료집 교정, 교정원칙 만들기, 교정 수업 조교, 분석적 교정 워크숍 진행 등 ⑦ 교육발표회 TF 팀장 이자영, 미술 하상민, 영상 유현기, 의전 김민경, 물류 정민철, 홍보 민성원: 교육발표회 준비 및 진행 총괄 (3반 회의), 편집자 과정 학생 작업물 전시 큐레이션, 발표회 홍보 영상물 기획 등 ⑧ 수업 조교: 하상민(인디자인), 이현영(영상제작실습)

※ 장외 활동 - 제16기 장외활동은 정부의 COVID-19 방역지침에 따라 전면 취소하였음. - 1박 워크숍, 전기수 선배 초청 회식, 서울국제도서전 참관, 아시아편집자 펠로십 참관 등

※ 학생 동아리 - 당신편: 당신의 신체가 편집을 좌우한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편집하고 싶은 사람들의 조깅 동아리. - 금서: 가늘고 길게 자유롭게! 금요일마다 서점으로 떠나는 작은 여행. - 나무딸기주스: 어른들의 금기를 깨뜨린 자리에 알록달록한 자유를 담다, 어린이·청소년책 동아리. - BOOK의영화: 책과 영화만 있다면 언제나 부귀영화. - 읽힘: 읽는 것이 힘이다! 독자의 읽기에서 편집자의 읽기로 나아가는 법을 고민합니다. - 장작長作: 곱씹어 읽고, 공들여 쓰다! 제대로 읽고 쓰는 편집자들의 이야기, 창작 동아리 ‘장작’입니다. - 번지점프: 번역서를 공부해 지식의 세계로 JUMP! 번역문 분석 동아리. - 팟캐스트 금요일의 서점: 예비 편집자들이 모여 나누는 책 이야기. 본격 도서 깔깔 예능! - 도도: 예비 편집자, 마케터, 디자이너가 각자의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나눕니다. 본격 3반 합동 동아리~!


제16기와 함께한 분들 [강사진] 김경태(뉴원컨텐츠 대표) 김남중(한권의책 대표) 김민기(휴머니스트 자기만의방 주간) 김보희(휴머니스트 자 기만의방 차장) 김점준(위즈덤하우스 제작관리실 실장) 김종훈(지인팩토리 대표) 김준섭(한겨레출판사 문학팀장, 8기) 김지수(눌와 편집팀장, 8기) 김진형(아카넷 교양팀 편집장)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김희진(전 민음사 반비 편집장) 남성 호(교보문고 구매팀장) 류영호(교보문고 TF팀 부장) 박성훈(시대의창 편집장) 박영률(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 박재호 (생각정원 대표) 박찬수(책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 박태근(알라딘 도서팀장, 1기) 서대진(다산북스 디지털사업본부장) 서동관(삼호뮤직 경영지원부 차장) 심우진(디자이너 과정 책임교수/산돌한글디자인연구소 소장) 안광욱(디자이너 과 정 책임교수/아르떼203 대표) 오승현(글로연 대표) 윤여웅(f205 실장) 이동국(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이옥란(편집자 과 정 책임교수) 이정(길벗, 더퀘스트 단행본사업실 웹마케팅팀 팀장) 이준근(위즈덤하우스 저스툰 피디, 8기) 이지연(이지 스퍼블리싱 대표) 이진우(뉴원컨텐츠 피디) 이현정(문학동네 해외문학팀 부장) 이현화 (혜화1117 대표) 이호철(한림출 판사 독자감동파트 과장) 전진우(카피라이터) 정동윤(닐다 대표) 정민영(문학동네 아트북스 대표) 조성웅(유유출판사 대 표) 조소정(위고 대표) 최양순(책세상 주간) 한대웅(마케터 과정 책임교수) 홍대규(대니홍 에이전시 대표) [탐방출판사] 다산북스 편집부 김대한 박혜원 | 돌베개 한철희 대표 | 뜨인돌 인영아 편집이사, 장영선·김현정·류효주 팀장 | 북이십일 이유남 대표, 마정훈 편집자(전쟁사셀), 이신지 편집자(융합1팀) | 사계절 김태희 기획편집부 총괄팀장, 이진 인문팀 팀 장 | (이하 서면 질답) 동녘 곽종구 주간, 구형민 부장 | 어크로스 김형보 대표 외 편집부 여러분 | 오월의봄 박재영 대표 | 창비 출판1본부 황혜숙 본부장 | 창비 청소년출판부 정소연 부서장 | 푸른숲 이은정 심심 편집장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 께 감사드립니다.



클래식한 밀레니얼 편집자를 꿈꾸다

Book Editor 강지수

편집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무작정 1박 2일 파주 여행을 떠났다.

직장생활을 오래 했다. 국내 금융기업에 서 영업지원 담당자로 2년, 외국계 서비

한다면, 사랑하는 일을 하며 요동치고 싶

집자 직무를 연결해 외연을 넓히고, 평소

스기업에서 인사 담당자로 1년 근무했던

었다. 나에겐 그 대상이 책을 읽고 만드는

문학과 인문서에 치중되었던 독서 취향

경력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열심히 일했

일이었다.

을 확장하고 싶었다. 지난 5개월간 읽고

고, 곧잘 했다. 성취의 기쁨과 인내의 쓴

나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주제를 추려

기록한 책으로는 핼 포스터의 『강박적 아

맛을 두루 맛봤다.

보니 얼추 하나로 수렴한다. 클래식의 힘

름다움』, 조주연의 『현대미술 강의』, 시릴

그렇게 뚜벅뚜벅 걷다가 ‘이제는 좋아하

을 믿는다는 것. 이제 그 이야기를 해 보

모라나·에릭 우댕의 『예술철학』 등이 있

는 것을 업으로 삼을 때가 되지 않았나’

겠다.

다. 편집자의 관점으로 책을 바라보기 위 해 노력했다. 목차는 어떻게 구성했는지,

싶었다. 일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 력은 기계적인 노력이나 타고난 재능이

클래식 1. 탐구정신과 끈기

도판은 어떻게 배치했고 디자인의 방향

아닌, 일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것

〈경향신문〉 연재 기사 ‘진중권의 현대미

은 무엇인지, 주석과 캡션은 어떻게 처리

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껏 맡은 일에

술 이야기’를 읽고 미술을 좋아하기 시작

했는지 등을 고루 살폈다.

최선을 다해 왔지만 냉정히 말해 그 알

했다. 대학은 국제통상 학사로 졸업했지

이 과정에서 비단 텍스트뿐 아니라 시각

맹이는 나의 것이 아니었다. 영혼이 담겨

만, 더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어 작

매체도 예리하게 판단하는 능력을 갈고

가슴 뛰게 만드는 나만의 알맹이를 찾기

년부터 디지털대 문예창작학과에 편입해

닦았고, 예술서라는 장르와도 부쩍 친해

위해 주변을 둘러보니, 희로애락의 순간

문학과 미술 이론 수업을 듣고 있다. ‘현

졌다.

마다 어깨를 빌려주거나 정신을 번쩍 들

대 미술론’, ‘서양 미술사’, ‘한국 현대작가

대상이 무엇이든 흥미가 생기면 끈기 있

게 했던 책들이 떠올랐다. 빅터 프랭클의

연구’ 수업을 특히 재미있게 들었다.

게 매달린다. 분석적으로 파고든다. 그 과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이런 구절이 있

올 6월부터는 예술서를 읽고 내용과 만

정은 때로 혹독하지만 분명한 즐거움을 준

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항상성이 아니

듦새를 정리하여 블로그에 기록하는 개

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큰 강점이다.

라 정신적인 역동성이다.” 이왕 요동쳐야

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술 공부와 편

014


교하며 더 나은 교정에 대해 토론했다.

‘좋은 취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편집자와 조형성’ 수업에서는 예술서의

우리는 우리 자신의 취향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출판 과정을 훑었다. 도판 저작권을 어떻

-프랑코 모스키노

게 처리하는지 배웠고, 책의 물성을 요모 조모 살피며 미적 요소의 중요성을 체감 했다.

클래식 2. 꼼꼼함

천해주면 여지없이 해 본다. 취향을 나누

6개월에 걸쳐 단행본 한 권을 제작했다.

회사에서 맡았던 업무 특성상 늘 꼼꼼해

는 마음들이 모여 단단한 연대가 된다고

이 책이 가닿을 익명의 독자에게 만족스

야 했다. 내가 만드는 자료가 팀의 실적,

믿는다.

러운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자 나를 비롯

또는 누군가의 채용이나 급여에 영향을

이런 마음가짐을 새기며 일하니 진심을

해 많은 사람이 마음과 시간을 기꺼이 원

미치기 때문이다. 한 번 할 때 제대로 하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를 여럿 만나

고에 녹여냈다. 독자일 때 책이란 단순히

고, 미처 못 잡은 오류는 두 번 세 번 보며

행복하게 일했다. 편집자가 되고 싶어 퇴

활자의 집합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내 손

모두 잡아내자는 마음으로 여러 번 검토

사한다고 했을 때, 팀원 모두에게 따뜻한

에 들린 책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하나

했다.

응원과 격려를 선물받았다.

의 생태계다.

인사 담당자로 근무할 때는 주로 영어

덧붙이자면 고구마 참 좋아한다. 새로운

를 사용했기에 일하는 틈틈이 전화 영어

일터에서도 직접 만든 고구마말랭이 나

정상에서 만나요

나 비즈니스 회화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

눠 먹으며 즐겁게 일하고 싶다.

스스로를 클래식한 사람으로 정의하지만 신문물에 어둡다거나 모험을 회피하지는

다. 무엇보다, 업무의 기한을 지키는 것이 1순위 원칙이었다.

클래식 4.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않는다. 호기심이 많아 여기저기 기웃거

이렇게 노력하니 뿌듯하게도 좋은 평가

지금껏 애독자의 관점으로만 책을 읽었

린다. 당당한 길치라 열심히 반대 방향으

와 동료들의 인정이 뒤따랐다. 이때의 경

다면, 출판학교에 입학한 후 편집자의 시

로 걷다가 낯선 풍경을 맞닥뜨릴 때가 많

험을 바탕으로, ‘하면 된다’라는 다소 고

선으로 책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큰 도움

은데, 그럴 때도 당황하기보다 즐긴다.

전적인 좌우명을 품고 느리더라도 꾸준

이 됐던 수업을 몇 꼽아보겠다.

다만 일을 대하는 태도와 이상은 클래식

한 발전을 지향한다.

먼저 ‘교정 워크숍’과 ‘번역문 다루기’ 수

해야 한다고 믿는다. 가파른 등산로를 오

업을 통해 최소의 교정으로 최선의 문장

를 때 단단한 밧줄을 움켜잡고 한 발 한

클래식 3. 경청

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교정에는 명확한

발 내디디는 것처럼, 잔뜩 힘준 손발은 나

편집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

근거가 필요하며, 글의 성격에 따라 교정

의 태도가 되고 밧줄은 이상이 되어 어느

의 일원으로서 기획부터 출간까지의 복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 가

새 목적한 곳에 다다를 것이라 기대해본

잡한 일정을 차질 없이 관리해야 한다. 협

장 인상 깊었다. 편집자반 친구들과 외서

다. 출발선에 서는 것은 언제나 긴장된다.

업할 때 생길 수 있는 갈등 상황을 현명히

교정 분석 동아리 ‘번지점프’를 만들어,

호흡과 자세를 가다듬고 기운차게 달려

극복하는 능력이 편집자가 갖춰야 할 중

한 책의 영문 원서-번역본-출간본을 비

보겠다.

요한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초년생일 때 그걸 어떻게 잘할 수 있 을까 많이 고민했다. 이상하게 고민할수 록 더 어려워졌다. 그러다 나만의 방법을 찾았는데,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냥 ‘잘 듣는 것’이 답이었다. 함께 일하는 사 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상대 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혹 도움이 필요하다면 나서서 함께 할 수 있 는 일을 찾아보게 된다. 내가 놓치고 있는 업무는 없는지 되돌아볼 수도 있다. 얘기를 나누다 공통의 취향을 발견할 때 특히 설렌다. ‘이거 정말 좋은데’ 하고 추

필름카메라로 찰나를 기록한다.

015


명랑한 우주주의자

Book Editor 구세주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2019년 5월 부산 망미동의 카페에서

저는 휴학생 신분으로 출판사에서 근무

디네이터’로 일했습니다. 영화제 카탈로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영작들의 크

저는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더 제대로 좋

편집자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어 한 선택

레딧 정보가 오류 없이 기입되는 것입니

아하고 싶어서 에너지를 투입합니다. 출

이었습니다. 그곳은 회사 안에 인쇄소와

다. 그렇기에 200편 가까이 되는 작품들

판학교에서 보냈던 시간은 좋아하는 것

제본실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처음으로

의 정보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일은 프로

을 어떻게 더 ‘잘’ 좋아할 수 있는지 배우

출판의 전체 과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직

그램팀은 물론이고 사무국 전체 인원이

는 과정이었습니다. 덧붙여 제가 지금까

접 시행착오를 겪고 여러 명의 선배들로

매달리는 업무기도 합니다. 개최가 가까

지 겪어본 적 없는 삶의 궤도에 올라섰다

부터 배운 일의 노하우는 지금까지도 제

워질수록 새벽까지 계속되는 교정에 고

는 생각도 자주 들었습니다. 편집기획서

몸에 남아 있습니다. 다만, 조금 더 전문

단했지만, 인쇄용 파일 전달 직전에 색인

발표회, 교정부 활동, 번역서 스터디, 영

지식을 갖춘 후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약

에서 감독 이름의 오자를 잡아냈을 때는

화감상 동아리, 서점 탐방 동아리 등 학교

8개월 동안의 근무를 마치고 다시 대학

피로가 다 가실 만큼 뿌듯했습니다. 영화

안팎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교로 돌아갔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

제 콘텐츠의 특성상 각 팀에서 보내오는

강의를 오신 많은 선생님들과 선배님

만으로는 편집자 일을 오래 지속할 수 없

다양한 형태의 원고를 갈무리하며 ‘다수

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두 가지는

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제가 바라

의 저자’와 소통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또

‘꾸준한 독서’와 ‘자신만의 데이터 쌓

는 것은 일과 삶의 명확한 분리보다는 원

한 출판과 영화 산업을 비교할 수 있게 되

기’였습니다. 그래서 북스타그램(@

하는 일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굳건히 하

면서, 책이 인쇄된 활자를 넘어 더 많은

heresmylibrarycard)을 본격적으로 운

기였고, 이를 위해서는 편집자적 사고에

사람에게 닿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

영했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편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했습니다.

민했습니다.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드

집자 혹은 제작자의 관점에서 책을 분석

가장 최근에는 부산에서 열리는 영화제

라마, 오디오북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책의 내용은 물론

에서 카탈로그 제작을 관리하는 ‘출판 코

도 의식적으로 접하려 했습니다.

이고 꼴(표지, 면지, 여백, 서체, 용지의

016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두 단어가 만나 묘한 특별함을 주는 것처럼, 저는 제가 만

우주 체험을 한 뒤에는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는 없다.

난 책, 사람, 음악 등등이 저의 무한한 여

-러셀 슈와이카트(우주비행사)

백을 아름답게 채워준다는 믿음을 갖고 삽니다. 세상의 슬픔에 무디지 않도록 애 쓰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삶을

종류 등)까지 총체적으로 관찰하려 했습

『말하기를 말하기』, p. 130) 이렇게 책 이

꾸려갈 줄 아는 사람. 기억해야 할 것을

니다. 마음에 드는 그림 작가나 번역가 등

야기가 좋아 팟캐스트 ‘금요일의 서점’을

기억하려고 애쓰되, 그것이 무조건적 비

이 있으면 다른 작업물을 찾아보고 SNS

개설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동아리원 세

관이나 근거 없는 낙관으로 치우치지 않

를 팔로우하는 등 추후 편집자로서 일할

명이 모여, 각자 추천하고 싶은 책을 골라

는 책을 만들 수 있는 사람. 그런 균형감

때 필요한 인적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

소개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북스

을 유지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고 있습니다. 입학 후 총 41개의 새 게시

타그램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예비 편

물을 업로드했고, 팔로워 수는 약 3배 증

집자의 관점에서 한 권의 책을 전달하고

우주적인 안녕

가했습니다. 또한 학기 초부터 기획 아이

자 합니다. 이미 유명한 다른 방송들에 비

출판학교에 다니며 저는 한 사람은 하

디어, 눈에 띄는 저자, 번역가, 디자이너

해 투박하긴 하지만, 시작하기에 완벽한

나의 우주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의 이름과 책의 표지 및 내지 분석, 주목

때를 기다리기보다는 몸소 겪으며 배워

COVID-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학교

할 만한 시리즈 등을 구글 시트에 기록하

가는 게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며 저만의 리스트를 채워 가는 작업을 꾸

싶은 말을 하려고 직접 ‘말할 자리’를 만

는 것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준히 하고 있습니다.

들었다는 만족감과 더불어, 내가 느꼈던

시간이 언젠가 끝날 것임을 잊지 않았기

‘좋음’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방법

에 현재를 더욱 후회없이 보내고자 했습

이 우주를 기억하자

을 연습한다는 생각이 활동을 이어나가

니다. 덕분에 좋아하는 일에 대해 배우고,

“결핍은 변화의 시작은 될 수 있으나 변

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일단 시작하는

책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으로 만난 인연

화를 지속시키는 에너지는 될 수 없다. 부

게 소질이고 계속하는 게 재능이라는 생

들과 저의 우주를 확장하는 행운을 누릴

족한 것을 채우기만 해서는 그 다음 스텝

각으로, 계속 해보겠습니다.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시간들을 기 억하며 씩씩하게 걷겠습니다.

을 밟을 수 없다. 다음으로 나아가려면 아 름다움과 기쁨이 필요하다.”(이지유, 『저

씩씩하게 슬프게

기 어딘가 블랙홀』, p. 62) 저는 누군가와

우주처럼 커다란 낱말을 좋아하는 제가

의 대화를 통해 하나의 주제가 확장되고

좌우명처럼 여기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

연결되는 감각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느

다. 바로 김소연 시인의 시집 『수학자의

날 하굣길에 동기와 함께 서점에 들렀고

아침』에 황현산 평론가가 쓴 발문의 제

저녁을 먹으며 내가 산 책, 표지가 눈에

목, “씩씩하게 슬프게”입니다. 떼어놓고

띄었던 책,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등을 실 컷 얘기했습니다. 그렇게 매주 금요일 방 과 후마다 출판학교 근처 서점을 탐방하 는 동아리 ‘금요일의 서점(이하 금서)’이 시작되었습니다. 서로의 독서 경험이 공 유되고 교차하며 각자의 책의 우주가 부 피를 늘려가는 감각은 생각보다 더 아름 답고 벅차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독서 후 기는 물론이고 누가 어떤 책을 어떤 이유 로 사는지를 듣는 것만으로도 미지의 독 자에게 한 발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습 니다. “나는 그럴 때가 참 좋다. 좋은 것을 좋다 고 말하는 데 에너지를 쓸 때가.”(김하나,

2020년 8월 금서 동아리원들과 땡스북스 앞에서

017


밑줄 긋는 편집자

Book Editor 김규리

덕질 인생

이다. 초등학생 때는 시공주니어의 문고

별을 두고자 했다. 5대 궁 답사를 통해 얻

내 인생은 차곡차곡 쌓인 덕질의 역사라

와 로알드 달에 푹 빠져 있었고, 중학생

은 정보를 ‘일제강점기 궁궐 수난사’라는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아하는 것이 생

때 편혜영과 함민복을, 고등학생 때 박민

하나의 콘셉트로 엮는 방식이었다. 무겁

기면 깊고 진득하게 파고드는 성향 때문

규와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좋아하기 시

지 않은 역사 인문서처럼 말이다. 이를테

에 가수는 물론이고 특정 영화와 드라마,

작했다. 대학에서는 국어국문학을 전공

면 ‘오쿠라 기하치로에게 헐려가 일본에

작가, 소설 심지어는 마술까지 다양한 분

했고, 현재는 출판학교에서 책을 업으로

서 조선관이라는 별채가 되었던 경복궁

야를 파고들었다. 특히 에픽하이를 12년

삼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자선당 이야기’와 같은 에피소드를 활용 해 경복궁의 과거와 현재, 복구 진행 현황

째 덕질 중이다. 내가 한 뼘씩 자라났던 순간마다 덕질이

나의 첫 기획

등을 정리하고, 궁과 약탈당한 문화재에

있었다. 스무 살이 되도록 혼자서는 수도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기획 비슷한 것

대한 관심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끝을 맺

권을 벗어난 적이 없던 내가, 전편을 수없

을 해 본 적이 있다. 역사 교양 수업에서

는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보고

이 돌려 본 드라마의 촬영지를 두 눈에 담

답사를 다녀와 조별로 보고서를 제출해

서 발표로 교수님과 학생들에게서 좋은

고 싶어 홀로 청산도 여행을 떠났던 순간

야 했는데, 우리 조원들은 학과도 일정도

평가를 받았으며, A+와 교내 리포트 공모

에도, 부모님께는 친구 집에 다녀오겠다

지역도 제각각이라 다른 조처럼 먼 곳으

전 최우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는 거짓말을 한 뒤 당일에 겨우 구한 티켓

로 떠날 시간이 없었다. 나는 팀원들의 상

출판학교에 있으면서 좋은 기획이란 무

을 들고 부산에 내려가 지오디 콘서트를

황을 고려해 모두에게 가까운 ‘5대 궁’이

엇인지를 고민하곤 한다. 그럴 때 대학 시

보고, 첫차를 타기 위해 부산역에서 노숙

라는 답사지를 제안했다. 문제는, 이 답사

절 답사 리포트를 작성했던 순간을 떠올

아닌 노숙을 했던 순간에도 그랬다. 그러

지가 다른 조와 겹친다는 것이었다. 이를

리면, 편집자로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

면서 좋아하는 것에 과감히 뛰어들 용기

해결하기 위해 ‘그곳에 궁은 없었다’라는

는지 깨닫는 바가 있다. 여러모로 유의미

를 배웠다.

제목으로 스토리텔링 형식의 보고서를

하다고 판단되는 소재를 찾고, 그 소재와

그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은 이야기와 책

구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내 다른 팀과 차

가치를 독자들에게 오롯이, 또 재미있게

018


작은 사람의 역사를 쓴다.” 나는 내 곁에 있는 작 은 사람들의 역사가 가장 흥미롭고, 그래서 한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 작은 사람의 역사를 쓴다.

사람의 삶이 담긴 에세이와 한국문학에도 관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이 많다. 편집자가 되어 이런 이야기를 발굴하 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전하고자 노력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편

능숙해졌고, 결국에는 함께 활동했던 취

“출판업에 뼈를 묻겠습니다.”

집자가 되고 싶다.

재원 중 가장 많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

내가 출판학교 면접장에서 마지막으로

었다.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는 사람

외친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합격이 간절

경험으로 얻은 확신

들을 만나는 자리가 즐거웠다. 그 사람들

해서 그랬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 내

본격적으로 출판 편집자가 되어야겠다고

이 내가 만든 책을 가운데 두고 독서 모임

뼈가 어디에 묻힐지 어떻게 알겠는가. 원

결심했을 무렵, 출판사 취업 준비의 일환

을 하는 상상을 하면 마음이 벅찼다. 좋은

래 좋아하면 간절해지는 법이다.

으로 김영사 서포터즈와 문화예술 플랫

편집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확고

출판 편집은 여전히 어렵다. 잘하고 싶은

폼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 활동을 했었

히 했던 순간이었다.

욕심이 큰 만큼, 부족한 내 모습이 아쉬울 때가 많다. 그렇지만 원고 앞에서 머리를

다. 서포터즈를 하면서 김영사의 신간과 베스트셀러 들을 읽고 글을 썼고, 네이버

할머니의 에세이

쥐어뜯을지언정 펜을 내려놓지는 않을

블로그용 콘텐츠를 만들었다. 아트인사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는 나

것이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너

이트 에디터로 활동했을 때는 문화예술

의 할머니다. 대학에 다닐 때 과제로 할머니를

무나도 많고, 나는 그런 이야기에 밑줄을

과 관련된 글을 기획하고 작성해 주기적

취재해 에세이를 썼던 일을 잊지 못한다. 일본

그을 준비가 되어 있다.

으로 기고했다. 이를 학교생활과 병행했

이름과 일본어를 쓰는 한국인 선생에게서 “집

음에도 일정을 단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주

에 가서 애나 봐!”라는 소리를 들으며 초등학교

기마다 꾸준히 콘텐츠를 작성했고, 동시

에 다녔던 이야기를 들으니 할머니가 연필로

에 성적 장학금도 챙겨 받았다. 틈틈이 토

꾹꾹 눌러 쓴 한글이 다르게 보였다. 피난길에

익과 오픽 점수도 취득했다.

마주친 인민군 앞에서 바보 행세를 하며 다리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값진 것

를 절어 겨우 풀려났다는 대목에서는 할머니의

은 나에 대한 확신이다. 누군가 나에게 출

기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판 편집자로서 일정에 맞춰 꾸준히 아이

그즈음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

디어를 제시하고 그것을 완성된 기획과

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책을 읽었다. 거

콘텐츠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느냐고 묻

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전쟁이나 한 나라의 역

는다면,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

사, 영웅들의 인생역정이 아닌, 그저 평범한 삶

신 있게 말할 것이다.

을 살다가 거대한 사건의 깊은 서사 속으로, 거 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

인터뷰 출판 편집자를 준비하면서 생각해보니, 나 혼자 공적인 자리에서 다수와 소통해 본 경험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청년 취재단 활동 을 시작했다. 전국의 독서 동아리를 찾아 가 인터뷰를 한 뒤 기사로 작성하는 활동 이었다. 첫 인터뷰 전에는 긴장을 엄청 했 다. 뻣뻣하게 앉아만 있을 내 모습이 떠올 랐다. 역시나 처음에는 서툴렀다. 몇 시간 동안 웃는 기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더 니 볼이 뻐근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터뷰이를 만나 이야기를 끌어내는 일에

019


서사가 나와 당신의 세계를 바꾼다고 감히 믿습니다

Book Editor 김민경

전지적 일인칭 시점

2012년 ‘중남미 문학의 이해’ 전공 수업

식을 익혔습니다. 중남미의 해방철학을

“우리는 한 번만 살 수 있고, 또 나로만 살

을 위해 『백년의 고독』을 만났습니다. 눈

바탕으로 한 마술적 사실주의, 중세문학

수 있다. 그래서 어리석고 편협하다.” 신

을 뗄 수 없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콜롬비

의 결정체이자 근대문학의 시작이 된 『돈

형철의 말에서 제가 왜 그토록 책을 읽었

아의 현실을 반영하는 ‘마술적 사실주의’

키호테』 등 수많은 작품을 접하며 작가와

는지 이유를 어렴풋이 찾았습니다. 이번

를 한 학기 내내 배웠습니다. 저는 이 책을

시대, 그리고 작품을 총체적으로 이해하

에도 역시, 다른 사람의 글에서 깨달음을

마음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이 전공을 택

는 법을 배웠습니다. 교환학생으로 1년간

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나일 수

한 것은 바로 이 책을 읽기 위한 것이 아닌

스페인 살라망카 대학에서 현대 문학 수

밖에 없기에’ 영원히 알 수 없을 여러 일

가 하는 운명론적인 생각마저 하게 되었

업과 스페인어의 역사 수업을 들었습니

을 알고 싶었습니다. 책의 결말까지 손에

습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

다. 어학원에 등록해 공부하며 스페인어

서 책을 떼지 못하며 수많은 날을 지새웠

꿔놓을 수 있다는 격언을 스스로 체험했

자격증을 취득하고 교수님, 현지인, 교환

고, 다 본 후에는 뒷얘기가 궁금해 먹먹해

습니다. 체험을 계속해나가고 싶었습니다.

학생들과 폭넓게 교류해 스페인 문화를

지곤 했습니다. ‘전지적 일인칭 시점’에서

세계문학전집을 한 권 한 권 사서 읽으며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보르헤스, 우나무

벗어나기 위해, 저는 읽고 또 읽었습니다.

모아놓겠다는 평생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노, 푸엔테스, 멘도사, 볼라뇨, 아옌데 등

어리석고 편협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현재 약 135권의 책을 사서 읽고 방 한쪽

의 작가가 쓴 세계문학전집을 찾아 읽으

읽었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다 너무 잘 쓴

에 꽂아놓았습니다. 제가 책을 읽는 속도

며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독서와 결

문장, 꼭 내가 쓴 것 같은 문장에서 덜컥

보다 전집이 나오는 속도가 훨씬 빠르지

합해 깊이 있게 책을 읽기 위해 노력했습

하고 마음이 멈추는 때면 태생적인 한계

만, 저는 행복하고 설레는 14살의 마음으

니다.

가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로 불가능한 도전에 임하고 있습니다. 책을 여러 관점에서 사유하고 생각하는

깊고 넓게 몰두하기

경이로운 사실, 마술적 사실주의

일을 지속해 나갔습니다. 대학에서 스페

이중전공인 사회학 수업을 들으며 전공

여러 책을 두서없이 읽어나가던 와중,

인과 중남미 지역의 문학에 대한 전공 지

서적이나 교수님이 언급하는 고전들을

020


직접 영상을 제작해본 경험은 새로운 형 식의 콘텐츠를 이해하는 시점을 나름대

읽고 싶은데 아직 쓰이지 않은 책이 있다면, 당신이 써야 한다.

로 터득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토니 모리슨 한 사람의 사회인이 되어 뿌듯한 잠을 자기 위해 집중적으로 탐독했습니다. 한 주에 한 번

을 접했습니다. 영상과 영상에 대한 감상

내가 쓴 문장, 내가 읽은 책, 내가 만난 사

은 대형 서점에 가 베스트셀러와 가판대

을 언어로 옮기는 일은 여러 콘텐츠의 교

람들…….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알뜰

에 놓인 책들을 살펴보고, 책을 소개하는

차점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일이기

하게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문장을

토요일판 신문도 꼼꼼히 읽으며 저만의

도 했습니다. 짐 자무시 영화 7편 전부를

옮겨 적으며 쓴 사람을 이해하려 하고, 경

리스트를 만들어갔습니다. 인문, 경제, 과

평론하는 ‘감독론’을 쓰면서 한 편의 글을

험의 한계를 넘고 세계와 호응하려고 했

학 등 비소설 분야의 책을 읽고 정리하는

더 준비했습니다. 주요 독자인 20대 초반

던 노력의 꼴은 편집자와 닮았다고 생각

독서 노트를 따로 만들어 한 달에 한 권은

대학생을 위해 데이트할 때 보기 좋은 영

합니다. 제가 만든 책을 읽은 누군가의 시

접해보지 않은 생소한 분야의 책을 읽는

화, 꿈을 찾는 과정을 그린 영화 등 상황

점이 바뀌는 상상을 한다면, 매일 밤 뿌듯

습관을 길렀습니다.

에 맞는 영화를 추천하는 글을 썼고 좋은

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자에서

약 3년간 언론사 입사 준비를 하며 보도

반응을 얻었습니다. 새로운 친구가 제 글

편집자로, 또 한 번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자료 쓰기, 인문·사회 서적 읽기, 논설문

을 보고 감명을 받아 동아리에 들어오기

시점을 바꿔보리라 결심했습니다. “나는

쓰기에 대한 연습을 지속했습니다. 특히

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영화에 대한 감상

세상을 바꾸지 못해도 당신의 세계를 조

칼럼이나 사설에서 계속해서 인용되는

이 활자가 되어 독자에게 읽히는 과정에

금쯤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황경신의 말

고전을 보며 사회 속에서 호응하는 고전

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읽히는’ 책임감을

처럼, 거창한 포부가 아닌 사려 깊은 목소

문학의 힘을 느꼈고, 그것을 읽는 사람에

느꼈습니다.

리를 책에 담아보겠습니다. 마지막도 역

게 정제된 언어로 전달해 책을 알리는 일

이번에는 다시, 글을 영상으로 옮기기도

시 누군가의 말을 빌려와야 했습니다. 나

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감

했습니다. 단편 영화 〈학관 좀비〉의 조연

의 말과 당신의 말을 빌려주고 빌려오기

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 현상과 시대적 흐

출을 맡아 한 달간 시나리오 작성, 장소

도 하면서, 조금씩 더 넓어진 서로의 세계

름에 호응하는 글을 쓰는 일을 계속해 나

및 배우 섭외, 콘티 작성, 촬영 현장 정리

가 마주친 국경에서 다시 만나 뵙기를 바

가며 새 책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편집자

등을 지휘했습니다. “좀비의 얼굴이 클로

라겠습니다.

의 글쓰기’ 역량을 익혔습니다.

즈업되며 슬픈 듯 웃는다.” 한 줄의 문장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기 위해 독서 소

이 영상으로 바뀌어 뷰파인더에 잡히기

모임과 교내 독서 토론 동아리에서 꾸준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모되

히 활동했습니다. 교내 독서 토론 동아리

는지 어렴풋이 알았습니다. 글과 영상이

에서 매주 20여 명의 사람과 3시간 동안

만나는 지점이 넓어지고 있는 지금, 제가

한 권의 책으로 발제문을 만들고 생각을 교류하는 활동을 2년간 해왔습니다. 혼 자 느낀 감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충돌 하고 맞물리면서 더욱더 다채로워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카뮈의 『페스트』 토론 때는 사회자를 맡아 서로 다른 의견을 정 리하고 요약하며 전달했습니다. 코로나 19의 유행 이후 재조명되는 이 책을 다 시 읽으며, 시대의 흐름 속에서 다시 읽히 는 고전의 가치를 깨닫기도 했습니다.

사람과 영상, 글의 시점을 체험하다 영화 동아리에서 1년에 2권 잡지를 만 들며 처음으로 ‘글을 만들어 파는’ 시점

영화, 전시, 공연, 여행, 우정……. 체험의 순간을 붙잡아놓기 위해 꾸며놓은 벽.

021


다채로운 세상을 향한 길

Book Editor

나의 든든한 길잡이

에게 와닿는 현대 희곡을 올리고 싶었습

김유영

저는 독서 교육이 활발한 영국 소도시에

니다. 또 관객이 20대 여성이라는 점을

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로렌 차일드, 로

고려해, 현재 활동 중인 젊은 여성 작가를

알드 달, 재클린 윌슨 등 2000년대 작가

선보이고자 했습니다. 해외 희곡 DB를

의 책을 원문으로 읽으며 어린이문학과

검토해 다양한 여성들 간의 유대를 그리

처음 조우했습니다. 따분한 학교생활과

는 극작가 세라 룰을 발굴했습니다. 작가

달리 책 속에선 환상적인 모험이 펼쳐졌

의 의도가 전달되도록 단원들과 텍스트

고, 주인공은 어른 몰래 소소한 일탈을 즐

를 해석하며 대사 연습을 진행했고, 번역

기며 자신의 욕망을 맘껏 실현했습니다.

본을 교정해 자막을 제작했습니다. 공연

주인공과 함께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낀

은 다양성과 페미니즘이 화두가 되던 학

이 시절의 독서 경험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내상황과 맞물려 전 회차가 매진되는 쾌

평생의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청소년기에

거를 이뤘습니다. 연출가로서 다양한 분

는 팀 보울러, 이금이 등의 성장 소설을 즐

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며 공연을 이끈 경

겨 읽었습니다.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과

험은 분명 편집자가 되는 데 큰 거름이 될

정을 주인공과 함께하며 저는 있는 그대

것입니다.

로의 ‘나’를 긍정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아동 · 청소년기에 읽은 책들이 제 성장에

변화를 일굴 어린이 · 청소년책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 것처럼, 저 역시

저는 봉사공연 극단을 창립해 장애아동,

독자들이 단단한 자아를 확립하는 데 도

대안학교 청소년 등 다양한 어린이 · 청소

움을 주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년을 만났습니다. 관객에게 공감과 포용 의 폭을 넓히는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변

네덜란드에서 만난 미피와 한 컷!

022

한 권의 ‘공연’을 만드는 책임편집자

두리에 있는 인물들이 서로 연대하고 성

편집자는 책 한 권이 나올 때까지 전체 과

장하는 과정을 극으로 썼습니다. 대사나

정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저는 학과 영

설정에 있어 선입견을 재생산하는 부분

어연극회 ‘BEINGs’ 회장으로 활동하며

은 없는지, 형식적인 측면에선 관객에게

공연을 총괄했습니다. 희곡을 무대에 올

재미를 주는 요소가 충분한지 꼼꼼히 검

리는 작업은 편집자의 업무와 닮았습니

토했습니다. 장면마다 뮤지컬 퍼포먼스

다. 연출가는 관객의 특징과 욕망을 파악

를 연출했고, 공연 후에는 학생들과 즉흥

해 작품을 고르고, 공연이 올라가기까지

연기를 해보는 연극놀이 워크숍을 진행

팀과 일정을 관리해야 합니다. 또 스무 명

했습니다. 공연은 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의 단원들과 협업해 관객에게 일관된 메

얻었었고, 이때 쓴 음악극은 학내 창작공

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앞 기수에서 셰익스피어와 같은 고전을

어린이 · 청소년 관객은 다른 어떤 연령대

주로 택하던 것과 달리, 저는 동시대 관객

보다 작품에 풍성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대안학교 청소년들과 함께한 연극놀이 시간! 학생들이 무대 위를 누비도록 오른쪽에서 지도 중이다.

서를 통해 어린이책 구조를 익혔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어른들이 내 주위에 그어 놓은 한계를 넘어

출판학교 ‘교정의 실제’ 수업에선 어린이

종횡무진 활약했다.

책 시리즈 『제로니모의 퍼니월드』 초고를

-김지현,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받아 출판본과 비교하며 교정을 공부했 습니다. 같은 분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모아 ‘나무딸기주스’라는 동아리도 만들

실감했습니다. 이야기의 빈틈에 상상을

아, 젠더 · 동물권 · 환경 등 사회 현안 중심

었습니다. 처음엔 어린이책을 공부하려

불어넣고 자신의 감정을 적극 표현해 내

에 있는 사람들을 섭외해 생생한 이야기

고 시작했지만, 더 많은 사람과 어린이책

는 모습에 창작자인 제가 더 큰 감동을 얻

를 취재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제 시각을

의 재미를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모임을

곤 했습니다. 가장 빠르고 유연하게 메시

넓혔습니다. 공연 · 전시 앱 스타트업에서

진행했습니다. 한 번은 ‘어릴 적 나를 위

지를 흡수하는 독자층을 눈앞에서 보며,

CMO(기획 · 마케팅 총괄)로 일하며 고객

한 동화 기획하기’ 활동을 직접 준비해 갔

저는 어린이 · 청소년책 편집자가 되고 싶

으로부터 기획의 첫 단계를 밟는 습관을

는데, 이 분야에 관심이 없던 친구들도 다

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이 · 청소년책은

배웠습니다. 앱은 철저히 사용자의 관점

수 참여해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동

사회로 첫걸음을 디딜 독자들에게 가닿

에 맞게 짜임새를 설계해야 하는 서비스

화의 세계에 푹 빠졌다는 후기를 들었습

는 책입니다. 따라서 사회의 편견과 혐오

입니다. 저는 고객의 특징, 습관 등을 고

니다.

를 답습하지 않고 한발 앞서 나간 관점을

려해 카피 · 디자인 · 기능을 짰고, K현대미

제안해야 합니다. 새로운 가치관을 흡수

술관에 이벤트를 제안해 사용자 모객과

‘책’을 여는 문지기

할 독자들에게 다양성과 공존에 관한 이

SNS 홍보를 진행했습니다. 편집자의 역

어린이책은 독자가 넓은 세상으로 나아

야기를 전해, 독자와 함께 다채롭고 포용

할이 갈수록 확장되고 있는 지금, 텍스트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네모난 통로입

적인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를 매만지는 일을 넘어서 새로운 이야깃

니다. 이 통로를 건너는 동안 독자들은 알

거리를 발굴하고 독자와 책을 연결하는

록달록한 감정을 느끼고 점차 자신의 세

편집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상을 확장해 나갑니다. 저는 세상에서 소

새로운 시대를 기획하는 편집자

외받던 어린이 · 청소년을 고유한 독자로

편집자는 역동적인 세상의 단면을 종이 에 담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대해 폭넓은

어린이책 세계로 풍덩

끌어내, 이 통로를 더욱 즐겁고 안전하게

관심을 두고 시대를 꿰뚫어 볼 수 있어

저는 어린이 · 청소년 신간 서평단으로 활

건널 수 있도록 안내하는 문지기가 되고

야 합니다. 저는 잡지사 인턴으로 일하며

동하며 SNS에 꾸준히 리뷰를 올리고 출

싶습니다.

《Chaeg》과 《더서울라이브》 월간지 기사

간 흐름을 파악해 왔습니다. 그림책 편집

를 기획했고, 트렌드에 맞게 새로운 아이

자들의 강연을 찾아다니며 장르와 역사

템과 인터뷰이를 발굴했습니다. 《더서울

에 대해 배우고, 『동화 쓰는 법』, 『청소년

라이브》에선 인터뷰 기사를 단독으로 맡

책 쓰는 법』, 『어린이책 읽는 법』 등 이론

023


수의 바다에서 글의 바다로

Book Editor 김종찬

카페에서 처음 만난 강아지, 분명 동물들은 나를 좋아한다.

새로운 바다, 출항 신호를 기다리는

간에도 성장을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며

오를 겪을수록 더 몰입했고 결국, 성공적

나는 특이한 학생이었다. 회로를 설계하

출항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으로 프로젝트를 끝맺을 수 있었다. 긴 시 간 동안 작업하며 제품은 고객의 요구를

며 어제 읽었던 좋은 문장을 떠올리는 독 특한 공학도였다. 어느 날 책을 좋아하는

공대, 적어도 나에게는

채웠을 때 그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배

공학도가 운명적으로 『배를 엮다』를 만났

공대라는 단어를 들으면 컴퓨터와 대화

울 수 있었다. 책도 독자들의 욕망을 제대

다. 늘 저자와 책의 내용만을 보던 나는

하며 기계를 다루는 이미지가 그려지지

로 해소해줄 때 좋은 책이 된다는 것을 알

이 만남으로 책을 제작하는 사람들과 과

만, 적어도 내게 그것은 사람을 위한 단어

고 있다. 나는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출판

정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글의 바다

다.

인이 될 나에게 분명 가치 있는 경험이자

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편집자들의 모

대학 시절 ‘정보통신전자공학’을 전공하

제작자로서의 첫 번째 경험이라고 생각

습을 통해 책을 제작하는 가치를 깨닫고

며 동기들과 참여한 교내 아두이노 프로

한다.

그들을 동경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편

젝트에서 조장을 맡았다. 약 6개월 동안

집자를 꿈꾸게 되었다. 목표가 정해진 후

IT 제품을 설계 및 제작해서 선보이는 프

군대, 노력으로 얻은 사회생활의 밑그림

그 꿈을 쟁취하기 위해 점점 더 욕심이 생

로젝트였다. 제품의 이름은 ‘모세-More

군 생활을 계획할 때 가치 있는 2년을 보

겼다. 좋은 작품과 문장을 더 많이 읽으려

Safety’였다. 핸들 움직임을 감지해 뒤에

내고 싶었다. 그래서 IT 업무를 하는 전

했고, 여러 분야의 책을 읽기 위해 서점을

오는 운전자에게 빛으로 방향을 표시하

문화관리병이 되길 희망했다. 내가 선택

더욱 자주 찾게 되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

고, 다른 자전거와의 거리를 측정해 소리

한 전략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정보처

면서 나에 대한 의심이 점차 확신으로 변

로 충돌방지를 유도하는 자전거였다. 자

리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었

해갔고 꿈이 명확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전거 동아리와 동호회 리서치를 통해 실

다. 전공지식으로 어렵지 않게 자격증을

제 나는 수의 바다를 벗어나 글의 바다로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하여 다수가 원하

취득한 나는 공군에서 전문화관리병으로

나아가려는 예비 편집자로서 지금, 이 순

는 기능을 구현하려 애썼다. 여러 시행착

군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공군 전체

024


감초, 나의 모습 감초는 모든 약을 조화롭게 만드는 역할

희망을 싣고, 넓은 바다를 가는 배의 항로에 끝은 없다.

로 다른 약재들과 같이 들어가는 경우가

- 『배를 엮다』

많다. 그래서 ‘약방의 감초’라는 속담도 있다. 나는 항상 웃음이 있는 곳을 찾아가 서 그 웃음에 감칠맛을 더하는 것을 즐기

인트라넷을 관리하는 IT 전문병으로서 매

되었다. 이후 수업을 오신 출판계 선배들

고 나름대로 잘 해낸다. 웃음엔 더 큰 웃

일 들어오는 기본적인 업무와 장기적인

의 값진 조언으로 내가 되고 싶은 편집자

음이 숨어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깨

프로젝트 그리고 다른 부서와의 협업 등,

의 구체적인 상을 떠올리게 되었고, 앞으

달아왔다. 같이 있으면 더 즐겁고, 모임의

일반 회사의 업무와 매우 유사한 군 생활

로 걸어갈 길을 그려보게 되었다.

재미가 살아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 랐고 이미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다고 생

을 했다. 2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조

각한다.

직의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협업의

역량, 관계와 소통 그리고 좋은 사람들

기본을 배울 수 있었다. 여러 장기 프로

출판학교에서 편집자에게 가장 필요한

젝트 중 선명한 기억은 ‘운영체제 교체 사

역량은 ‘관계와 소통’이라고 생각하게 되

지금, 이곳에

업’이었다. 운영체제의 변경으로 모든 웹

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여러

답이 정해진 문제를 좋아해서 방정식 풀

페이지와 체계의 코드를 분석해서 버전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편집자는 그 과

이를 즐겼던 학생, 회로를 그리며 어제 읽

에 맞게 교정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병사

정에 있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끊

었던 좋은 문장을 생각했던 특이한 공학

의 위치였지만 간부들과 팀으로 움직이

임없이 소통하며 협업해야 한다. 나는 이

도 그리고 책을 만들어 세상과 소통하기

며 작업을 했고, 다른 부서와 협업하며 하

미 출판학교에서 앞으로 계속 만나게 될

위해 글의 바다로 나아가려는 예비 편집

나의 거대한 작업을 끝마치는 귀중한 경

출판인들과 함께 호흡하며 좋은 관계를

자. 숫자와 글자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험을 할 수 있었다. 또, 전역할 때까지 신

맺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지난 4개

않았던 과거의 내가 쌓여 나는 지금 이곳

병 책임자로 일하며 부대의 첫인상을 담

월 동안 유독 행복한 기억은 어린이책 동

에 있다.

당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상

아리 ‘나무딸기주스’ 활동이다. 어린이 분

‘글을 다룰 줄 아는, 공학지식을 갖춘 편

대방을 편안하게 하는 대화법을 배웠다.

야의 지식이 전혀 없었던 나는 다소 가벼

집자’로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

덕분에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도 쉽게 다

운 마음으로 동아리에 들어갔지만, 이 선

수 있고 이과적 지식을 저자와 깊이 소통

가올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고 새로운

택은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재미와 좋은

할 수 있는 차별성을 가진 ‘편집자’. 누구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게 되었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나에게 큰 행

보다 자신을 믿으면서도 자신에 대한 의

복을 준다는 것을 알려줬고, 앞으로도 이

심을 거두지 않는, 실수하더라도 끝까지

를 경험하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함께 일을 하면 웃

새로운 무대, 출판학교 책을 제작하는 가치를 깨닫고 그 업을 꿈

음이 나는 ‘편집자’가 되고 싶다.

꾸게 되는 순간에 출판학교를 알게 되었 다. 차근차근 준비하며 막막하기만 했던 자기소개서와 독서 이력서를 최선을 다 해 작성했다. 걱정했던 1차 관문을 넘어 코로나로 연기된 기간을 활용해 2차 시 험을 더 준비했고, 합격했다. 그리고 마지 막 면접에서 출판인 선배들을 만나보게 되었다. 면접 시간 내내 너무나도 간절한 마음이 이어졌고, 마지막에는 나도 모르 게 말이 튀어나왔다. “잘 배워서 오랫동안 출판계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이 말이 유효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감사하게도 예비 편집자가 될 수 있었다. 공학도에서 편집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 처음으로 성취감을 맛본 나는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나의 시작, 배를 엮어 글의 바다로 갈 것이다.

025


마침내, 일등 항해사 같은 편집자로

Book Editor 민성원

군 복무 당시에 독서한 기록들

바닷가에 닿다 주 전공은 심리학입니다. 심리학은 인문

을 책임지며 살아가겠노라고 마음을 다

(五車書)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제게 독서

학과 자연과학의 중간에 위치한 학문입

잡게 되었습니다. 삶이 변하는 걸 몸소 느

는 사회적 참여이자 개인적 체험이었습니

니다. 심리학을 배운다는 것은 인간 사회

끼면서 한 권의 책에 이토록 큰 힘이 담

다. 타인들의 기준과 저 자신의 기준을 비

에 과학적 잣대를 함부로 들이밀지 않으

겨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

교하는 과정에서 저는 글을 판단하는 균

려 노력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다른 한편

는 누군가의 『이방인』이 될 책을 만들고

형 잡힌 안목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으로, 엄밀한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사태

자 합니다. 삶의 불행을 이겨내는 힘이 되

작가가 쓰는 글과 독자가 읽는 글에는 간

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려 애쓴다는 것을

는 책을 펴내고 싶습니다.

극이 있습니다. 글에는 겉으로 잘 드러나 지 않는, 작가 개개의 리듬과 분위기, 뉘

의미하기도 합니다. 얕게나마 심리학에 발을 담그며 저는 삶과 지식을 대하는 태

아귀힘을 기르다

앙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의도하

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배우기로, 교정은 ‘헤아려서[校] 바

는 바를 헤아릴 때, 글의 매력이 더 분명

병역은 공군에서 헌병으로 이행했습니

로 잡는 일[訂]’입니다. 편집자의 일은 원

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적극

다. 밤낮이 따로 없는 고된 직무였지만,

고 완성도를 헤아리는 것에서 시작됩니

적인 독자인 동시에 부지런한 작가였습

저는 독서에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군 복

다. 마땅히 무엇이 좋은 글인지 판단하는

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민숲’이라는 이

무 기간 동안, 120여 권의 책을 읽었고,

안목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저는 대학

름으로 서평과 수필을 썼습니다. 막바지

100개의 독후감을 작성했습니다. 그중

생활 4년간 독서 토론 동아리에서 활동했

에 무산된 일이지만, 제 수필을 본 기획자

제게 가장 큰 의미가 있는 책은 알베르 카

습니다. 입대 전에는 교내 동아리 ‘글터’에

에게서 철학 잡지 《Dasein》을 창간하는

뮈의 『이방인』입니다. 그 책을 계기로, 철

서, 전역 후에는 연합 동아리 ‘책장에 손이

데 필진으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학을 복수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비어’에서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받

적도 있습니다. 또한 소설과 시를 꾸준히

철학을 공부하고 실존주의 문학을 읽는

았습니다. 그리고 교내 독서 진흥 캠페인

써왔습니다. 2019년에 성균관대학교 신

동안, 저는 조금 더 주체적으로, 순간순간

에 참여해서 서평을 다수 게재해 오거서

문사에서 주관하는 ‘성대문학상’에서 「늙

026


워졌으며 메시지는 한층 개인화되었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바다, 나는 거기서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되찾는 것이었다. -알베르 카뮈, 『작가수첩 Ⅲ』

홋줄을 풀다 책은 단단한 불꽃입니다. 닫혀 있는 사고 방식을 깨뜨리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

은 노」라는 시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처음 SNS 활동에 발을 붙인 터라 익숙지

기 때문입니다. 사무국에서 출판학교의

출판학교에 들어와서는 창작 동아리 ‘장

는 않았지만, 팀원들과 함께 콘텐츠를 생

새로운 슬로건을 공모했을 때, 그런 생각

작(長作)’을 만들어 활동했습니다. 비록

산하며 뿌듯했습니다. 또 콘텐츠의 가치

을 문장에 담아 공모에 참여했습니다. 현

부족한 작가지만, 하나의 글은 긴 시간과

를 배가하는 것이 사람들과의 소통이라는

재 출판학교 건물에는 “책은 불꽃이다. 그

깊은 번민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단단함과 뜨거움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

습니다. 작가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는 편

내용과 형식이 훌륭한 책은 중쇄를 찍을

곳에서 자라난다.”라고 적힌 하늘색 현수

집자가 되겠습니다.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마케팅과 트렌

막이 걸려 있습니다. 제겐 무척 뜻깊은 일

글을 헤아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바로잡

드 같은 외부적 요소를 적극 참고하고 이

이었습니다.

기까지 할 수 있어야 편집자로서 기본기

용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베스트

저는 불꽃 같은 책을 만들겠습니다. 단단

를 갖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셀러 리스트를 통시적으로 분석하고, 그

한 기본기로 책의 만듦새를 꼼꼼하게 따

제게 편집자로서 강점이 무엇인지 묻는

중 눈에 띄는 베스트셀러 몇 권을 세밀하

지고, 우리 시대에 어떤 책이 울림을 줄

다면, 저는 ‘문장에 대한 감각’이라고 대

게 분석하며 느낀 점입니다. 김형보 어크

수 있을지 고민하겠습니다. 배를 항구에

답하겠습니다. 재학 중에 철학서 『삶의

로스 대표님의 ‘교양서 사례 연구’ 수업

매어둘 때 사용하는 줄을 ‘홋줄’이라고 합

지혜와 무기가 되는 철학의 ABC』(중원문

에서 저는 2011년부터 2020년 6월까

니다. 홋줄을 푸는 일은 곧 출항을 뜻합니

화, 2019) 일부를 교정했습니다. 서울출

지 YES24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를 분기

다. 저는 이곳에서 홋줄을 풀고자 합니다.

판예비학교 번역문 다루기 동아리 ‘번지

별로 추려서 독자의 욕망과 사회 트렌드

너른 바다로 나가 문학과 인문학 사이에

점프’에서 원서와 초벌 번역본, 출간 번역

를 일별했습니다. 또 베스트셀러 분석 동

서 독자로 이어지는 뱃길을 찾겠습니다.

서를 대조·분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번

아리 ‘읽힘’에서 『더 해빙』, 『선량한 차별

역가가 어느 층위까지 번역했는지, 편집

주의자』, ‘1일 1페이지’ 시리즈 등을 하나

자는 어떤 기준으로 빨간 펜을 긋는지 살

하나 분석했습니다. 출판 시장이 트렌드

펴보는 활동이었습니다. 국내외 텍스트

에 얼마나 예민한지, 최근에 와서 트렌드

의 완성도를 판단하고 바로잡으며 저는

가 판매 부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편집자의 기본기를 다져왔습니다.

지 이해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특정 세대를 타기팅하는

물때를 읽다

책이 늘어났다는 점, 톤과 매너가 부드러

제아무리 훌륭한 책이라도, 읽히지 않는 다면 밑바닥에 구멍이 뚫린 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는 금세 잊어버릴 것이 고, 가치는 퇴색될 것입니다. 따라서 편집 자는 책뿐만 아니라 독자, 나아가 시대와 도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저는 출판학교 에서 소셜홍보팀 팀장을 맡아 공식 SNS 채널을 운영했습니다. 학교 안팎에서 이 뤄지는 활동들을 SNS에 올렸습니다. 소 셜홍보팀 활동의 일환으로, 팀원들과 협 업하여 비대면 인터뷰 프로젝트 ‘자간(字 間) 편집자’를 진행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서 한 주에 서평 두세 편을 부지런히 게재했습니다.

밤의 선유도 공원에서

027


독자의 구석구석까지 상상하는 편집자

Book Editor

나를 읽어준 책, 책이 들려준 삶

고 깊이 공감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

박경완

책은 제 삶을 읽어주었습니다. 사회학 도

니다. 원칙이 필요했습니다. 글쓴이와 그

서들은 제 삶의 폭력과 불안을 설명할 언

의 글을 신뢰할 것, 원고와 객관적인 거리

어를 주었습니다. 저의 이야기가 자연스

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할 것. 그

러운 것이나 우연한 게 아니라, 이유를 찾

리고 무엇보다 제가 독자로서 텍스트를

을 수 있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건이

이해하고 느낀 바를 저자에게 세밀하게

되었을 때 저는 깊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전달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혼자서 읽는

또 책은 다른 이들의 삶을 제게 들려주었

것이 아니라, 함께 써 나간다는 느낌이 들

습니다. 동시대 한국문학 작품들을 읽으

때면 참을 수 없이 즐거웠습니다.

며 책을 통해 저는 제가 혼자가 아님을 알

직접 책을 기획해 보기도 했습니다. 10대

았고, 함께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청소년들의 참정권 요구가 활발했던 시

그렇게 책은 저를 사람들에게로 이끌어

기, 제도권 바깥으로 밀려난 ‘학교밖청소

주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 특히 사회에

년’들의 이야기를 엮은 인터뷰집을 기획

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했습니

하여 ‘삼삼오오 청년 인문실험 공모전’에

다. 한 가족의 삶을 25년간 추적하며 빈

도전했습니다. 결과는 탈락. 기획의 콘셉

곤의 대물림을 연구한 『사당동 더하기

트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

25』와 같은 책을 따라 읽으며 소외된 이

었고, 출판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 부족

들의 언어에 예민하게 귀 기울이는 일의

했습니다.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가치에 대해 배웠습니다. 가난을 경험하

편집과 출판에 관련된 책, 강의, 세미나까

지 않아도 가난을, 가난의 조건을 이해하

지 닥치는 대로 찾았습니다. 책을 만들고

게 하는 책이라니. 읽는 이로 하여금 직접

싶었습니다. 간절함을 안고 서울출판예

경험하지 않고도 상대를 깊이 이해하도

비학교에 지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록 돕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 다.

예비 편집자가 되었으니 출판학교의 프로그램은 기획과 편집, 출

최초의 독자 되기

판 공정 전반을 익힐 수 있는 기회였습니

언제나 글 속에서 한 사람의 인격을 찾고,

다. 학우들과 조를 이루어 진행했던 ‘사회

그를 존중하며 소통하고자 했습니다. 퀴

서 기획 워크숍’에선 아동/청소년의 노동

어페미니즘 문예집단 ‘일상과상상’을 꾸

문제를 중심으로 아이돌 산업을 분석하

리고, 최초의 독자가 되어 동료들과 글을

는 기획을 제안했습니다. ‘아이돌도 노동

쓰고 나누어 읽었습니다. 당시 제게 낯선

자다!’, ‘아동/청소년이 다수인 아이돌/연

세계였던 퀴어, ‘학교밖청소년’의 이야기

습생, 그들은 쉽게 노동인권의 사각지대

드레스를 입는 왕자와 자기만의 디자인을 꿈꾸

를 알아가는 게 즐거웠지만, 다양한 방식

에 놓이지 않는가?’ 하는 아이디어 수준

는 드레스메이커. “우리는 서로 도울 수 있어요.”

의 글쓰기로 표현된 동료들의 작업을 읽

에 머물렀던 기획이었지만, 동료들과의

028


습에 감응하고, 저자와 독자의 욕망을 적 절히 매개하는 사람. 이 점을 잊지 않고,

저 아이에게 어울릴 만한 꽃을 찾았어! -SPITZ, 꽃도둑[花泥棒]

한 권의 책을 책임감 있게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오래오래, 지치지 않고 협업을 통해 타깃 독자, 예상 저자와 구체

서 어떤 자세로 읽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책을 통해 우리는 서로 도울 수 있습니다.

적인 책의 상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발

떠올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근무 중 쉬는

용기 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평범하게 사

전시켰습니다.

시간엔 핸드폰 사용이 금지되고 ‘점잖은’

는 일을 응원하고. 저처럼 혼자가 아니라

낯선 독자의 시선으로 책을 보는 일은 특

책을 읽는 것만이 허용되었습니다. 고객

는 사실을 깨닫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을

히 흥미로웠습니다! ‘나무딸기주스’ 동아

들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고 가벼워

겁니다. 독자를 돕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

리의 일원으로 어린이/청소년 분야 도서

서서 읽는 일에도 무리가 없으며, 수시로

다. 잘 만들고, 잘 팔아서 책을 만드는 사

를 함께 읽으며, 각 분야에 고유한 독자,

감정노동의 현장에 복귀해야 하는 근무

람으로 ‘살아남고’ 싶고요. 끝까지 살아남

책이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에 관해

상황 역시 고려해야 했습니다. 또 20대

아, 책이 필요한 모든 사람이 적시에, 적

토론했습니다. 그림책, 동화, 청소년문학,

여성 근무자가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며

절한 방법으로 서로를 도울 수 있도록 하

동시까지! 어린 시절의 자신을 위한 동화

책을 골랐습니다. 『경찰관 속으로』, 『피구

는 편집자가 되겠습니다.

를 기획해보기도 했는데, 저마다 특별하

왕 서영』,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와

고, 무엇보다 다정한 기획들을 만났던 경

같은 책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독자

험은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독자가

의 일상과 마음을 헤아려 책을 고르는 일

‘나를 위한 책이구나’라고 여길 만한 책을

은 지금까지도 큰 기쁨입니다.

만들어, 그들의 손에 쥐여 주고 싶습니다. 편집자라면, 네게 어울릴 만한 책을 찾았어!

무주 공공건축물 프로젝트를 소상하게

책은 독자의 손 위에서 완성됩니다. 읽는

기록한 책 『감응의 건축』에서 ‘말하는 건

사람에게 책이 어떤 쓸모일지 항상 고민

축가’ 정기용은 자신의 일에 대해 이렇게

했습니다. 지역 문화센터에서 공연장 안

씁니다. “건축가는 변화하는 다양한 현재

내원으로 일하며, 그곳에서 동료들과 함

적 삶을 조직하기 위해 여러 분야를 이해

께 읽을 책을 큐레이션했습니다. 책을 고

하고, 매개하고, 그러면서 판단하고, 번역

르는 일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읽는 사람

하고, 형태화하는 사람이다.”

이 공감할 이야기, 그에게 지식이 되어줄

편집자의 일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

내용이어야 하는 것은 물론, 어떤 공간에

다. 편집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삶의 모

029


왆디터의 4가지 능력

Book Editor

별명은 왆. 미디어학과 사학을 전공했습

것입니다. 혜화1117 이현화 대표님의 판

박완희

니다. 대학 졸업 후 음식문화 전문 출판사

단력과 추진력이 일궈낸 결과이지만, 제

‘비알미디어’에서 6개월 동안 아르바이트

가 기획한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

를 하며 원고 교정, SNS 관리, 영상 편집

받은 듯해 뿌듯했습니다.

을 맡았습니다. 현재는 출판학교 편집자

‘출판 기획과 저자’ 시간에는 ‘청소년이 말

반의 제작부장으로서 ‘단행본 제작 워크

하는 청소년의 성’이라는 콘셉트로 인터

숍’을 이끌고 있습니다.

뷰집을 제안해 아카넷 김진형 편집장님

지금부터 예비 편집자 ‘왆디터’의 4가지

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청소년

능력을 소개하겠습니다.

의 성을 둘러싼 지나친 엄숙주의가 성의 음지화로 이어지는 현실을 비판하고 청소

하나, 기획 능력

년에게도 건강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음을

출판학교 과정 중 제가 두각을 나타낸 영

주장하는 기획물이었습니다. 신문 기사와

역은 기획입니다. 교실에서 기획을 연습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서툴지만 정성스럽

할 기회가 두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게 출간 의의를 작성했습니다.

‘단행본 제작 워크숍’의 편집기획서 발표,

“꼭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는 ‘출판 기획과 저자’ 수업의 출

김진형 편집장님께서 세심한 피드백 끝

간제안서 발표였습니다.

에 덧붙여주신 이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

‘단행본 제작 워크숍’에서 제가 받은 원고

습니다. 자신감을 얻었고 논픽션 기획 편

는 출판평론가 한미화 선생님께서 쓰신

집자라는 목표가 한결 뚜렷해졌습니다.

『동네책방 생존 탐구』였습니다. 편집기획

‘완희’가 보이시나요?

030

서 발표회 날, 저는 이 원고를 인문서로

둘, 언어 능력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겠다는 포부를 밝

한국어, 영어, 중국어. 3개 국어를 읽을

혔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누구를 통

수 있습니다.

해 어떤 일본 출판사와 접촉할 것인지 설

대학생 때 이주노동자 한국어교실과 모

명했습니다. ‘동네책방 수가 600개 미만

교의 한국어센터에서 봉사 활동을 했습

인 한국보다 1만 개 이상인 일본에서 동

니다. 이주노동자와 외국인 유학생의 한

네책방의 생존 이야기가 더 주목받지 않

국어 공부를 도우면서 한국어가 매우 어

을까?’라는 단순한 착상에서 시작한 기획

려운 언어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외

이었습니다. 자신만만한 태도로 발표를

국인 친구들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해주

마쳤지만, 속으로는 뜬구름 잡는 순진한

고 싶은 마음에 국어사전과 한국어 문법

기획을 한 게 아닐까 불안했습니다.

교재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제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한

가 외국인 친구들 앞에서 사용하는 말과

달 뒤 협력사 대표님께서 일본 출판사와

글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평소에

판권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신

정확한 발음과 맞춤법을 구사하고자 노


멍때리다 ‘인생샷’을 건졌습니다.

이것이 제작부의 장(長)으로서 제가 가장

‘할 수 있을까?’ 하고 망설이는 순간

높이 평가받은 부분입니다.

가능성은 절반 이하로 떨어져 버려요. -『부디 계속해주세요』

넷, 대인관계 능력 사람을 좋아하고 활동적입니다. ‘혼자’보 다 ‘함께’가 더 좋습니다. 관심사가 생기

력했습니다. 이러한 습관이 몸에 밴 덕분

필품’은 종이 다이어리와 구글 스프레드

면 관련 단체에 들어갑니다. 지금까지 야

에 출판학교 입학전형 한국어 시험을 수

시트입니다. 종이 다이어리에 굵직한 목

구부, 복싱부, 여자축구부 등 스포츠 동

석으로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표를 적고, 세세한 할 일은 구글 스프레드

아리부터 인문학 세미나, 편집자 독서 스

영어의 경우, 대학 전공 수업과 국제특허

시트에 정리합니다. 저의 하루는 구글 스

터디, 한중 언어교환 모임을 비롯한 학

법률사무소 아르바이트로 실력을 닦았습

프레드시트 앱으로 그날의 ‘투 두 리스트

습 소모임까지 여러 단체의 사람들과 어

니다. 제가 다닌 미디어학부는 모든 이론

(to do list)’를 조정하고 실천하는 과정

울려왔습니다. 출판학교에서는 베스트셀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었습니다. 4년 동안

의 연속입니다.

러 분석 동아리 ‘읽힘’, 영화 토론 동아리

영어 원서를 읽고 영어로 시험을 치르다

사람들과 협업을 할 때도 체계적인 일정

‘BOOK의 영화’, 문예 창작 동아리 ‘장작’,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 텍스트에 익숙해

관리에 가장 신경 씁니다. 협업자들에게

역사 속으로 사라진 역사 토론 동아리 ‘뇌

졌습니다. 이 경험을 살려 졸업 후 국제특

큰 그림을 제시하고, 각자가 전체 구조 속

빨간 史춘기’의 멤버로 활동했습니다.

허법률사무소에서 8개월 동안 영어 자료

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깨닫도록 돕

사람을 만나면 상대를 유심히 관찰하고

를 조사하고 문서로 정리하는 일을 했습

습니다. 출판학교 편집자반 제작부의 사

그 사람의 특징이나 취향을 기억해둡니

니다.

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다. 그렇게 차곡차곡 ‘인간 표본’을 모읍

중국어는 중국인 친구들에게 배웠습니

저는 매주 월요일 아침 편집자반 단체 톡

니다. 책도 사람도 골고루 겪어야 삶이 풍

다. 올해 여름 HSK 4급을 취득했으며 특

방에 ‘이번 주 우리의 할 일’을 안내합니

요로워진다고 믿습니다.

히 독해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한

다. 출판학교 월간·주간 학사일정에 맞춘

편집자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국어센터 봉사 활동 때 연을 맺은 중국인

‘투 두 리스트’입니다. 하지만 학생마다 작

다양한 사람과 함께해야 하는 직업입니

친구들과는 5년째 한중 언어교환 모임을

업 속도가 다르게 마련이고, 코로나바이

다. 한 권의 책이 기획돼 독자에게 읽히기

이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중국어 공

러스로 인한 휴교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까지 무수한 사람이 관여합니다. 그래서

부를 계속해 중화권과 활발히 교류하는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언제든 일정

저는 이 업에 매력을 느낍니다. 편집자로

출판인이 되고 싶습니다.

을 조율할 수 있도록 매주 개인별 실제 제

살아갈 나날이 기대됩니다. 쉽지 않겠지

작 진도를 조사해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셋, 일정 관리 능력

기록 및 공유하고 있습니다. 계획과 기록

계획과 기록을 매우 중시합니다. 저의 ‘생

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프로젝트 운영.

031


덕후는 편집자가 되고 싶다

Book Editor

0. 덕후를 아시나요

가 아니다. 2019년 교보문고 종합 베스

신세빈

덕후: 일본어 오타쿠(御宅)를 한국식으

트셀러를 보면, 10위에 있는 흔한 남매

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현재는 어

를 시작으로 푸, 빨강 머리 앤, 박막례를

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활용한 에세이, 설민석, 카카오프렌즈, 엉

흥미를 가진 사람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덩이 탐정을 활용한 학습만화처럼 캐릭

사용된다. 키덜트, 팬덤으로 대체하여 사

터 IP를 이용한 도서가 100위 안에만 10

용될 때도 있다. ‘덕질 장려 잡지’ 《더 쿠

권이다. 황금가지를 비롯한 장르문학 브

(THE KOOH)》를 만드는 고성배 편집장

랜드, 덕질 장려 잡지 《더 쿠 The Kooh》

은 “사실은 누구나, 어딘가에 덕후 기질을

의 지속과 레드리버 같은 전쟁사 브랜드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집착하는

의 등장도 덕후가 주요 독자층으로 떠올

무언가를 하나씩 가지고 있죠? 패션, 음

랐음을 시사한다.

식, 맛집, 사진 등” 무엇이든 집착하고, 열

덕후가 책을 읽고 싶게, 사고 싶게 하려면

정을 쏟는 대상이 있다면 덕후라고 정의

그들을 잘 아는, 덕후인 편집자가 책을 만

한다.

들어야 한다. 그들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 족하고, 그들이 모르는 정보까지 제공해

1. 나는 덕후다

야 하기 때문이다. 책을 기획, 편집할 때

물론 나도 덕후다. 아이돌 레드벨벳이 그

덕후가 어느 정도 깊이의 내용을 원하고,

대상 중 하나다. 2019년에만 7장의 앨

어떤 부분을 다루길 원하고, 어떤 굿즈가

범 구매비로 16만 2천9백 원, 굿즈 구매

있으면 좋을지 아는 편집자. 덕후가 편집

비 등으로 8만 1천 원, 콘서트 비용으로

에 잘 맞는 이유다.

17만 1천6백 원 약 41만 5천5백 원(가

덕후는 오늘도 굿즈를 하나 샀다.

032

격을 모르거나 언제 샀는지 모를 굿즈까

2. 덕후는 삶이 교양이다

지 포함하면 그 이상)을 지출했다. 펭수와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삶의 목표

BTS가 성공한 IP가 된 것은 이런 덕후 덕

를 위해 일상에서 반복되는 행위가 쌓이

분이다. 덕후가 견인하는 대표적 분야인

면 그것이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캐릭터산업은 2014년 이후 꾸준히 성장

라고 말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말하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콘텐

는 교양은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

츠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캐릭터산업

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

의 매출액은 12조 2천70억 원으로 전체

넓은 지식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

콘텐츠산업 매출액의 10.2%를 차지하며

된 교양은 아들러의 라이프 스타일에 지

연평균 7.8% 증가했다. 수출액은 연평균

적 능력이 더해진 개념이다.

11.1% 증가해 콘텐츠산업 분야 중 가장

한유석이 『술 마시고 우리가 하는 말』에

크게 상승했다.

서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

바야흐로 덕후의 시대다. 출판계도 예외

다. 발을 딛는 순간, 좋아하는 마음이 도


예비 편집자는 오늘도 배우러 간다.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 전에 샀던 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내

덕후는 삶이 교양이다.

가 만드는 책에 뭐가 필요할지 생각했다. 책을 네 권째 제작하면서는 어느새 구체 적 기획을 바탕으로 책과 굿즈 디자인, 편 집 방향, 마감 기한 설정, 제작 사양 결정,

움닫기 발판이 되어 더 멀리, 더 깊이 가

상, 문화의 세부 요소까지 파고드는 학문

간기면이며, 책등, 로고, 약표제면을 신경

게 된다”라고 말한 것처럼 덕후는 대상

이라 교양서를 만들 때 도움이 될 것 같

쓰고 있었다. 출판학교에서는 더 나아졌

을 탐구하는 것이 라이프 스타일이고, 그

았다. 고전이 된, 어려운 텍스트를 읽었던

다. 텍스트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트렌드

러면서 지식이 는다. 덕후가 SNS와 웹사

경험이 생소한 내용의 텍스트를 읽는 부

를 파악하는 능력도 있다. 덕후로서 어떤

이트를 순회하며 정보를 모으는 것은 일

담감을 덜어준 것도 장점이다. 덕분에 교

책이 타깃에게 유효할지도 떠올릴 수 있

상이고, 콘텐츠를 이해하기 위해 인문 고

양서 독서량과 구매량도 늘렸다. 올해 구

다. 출판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혼자

전을 읽기도 한다. BTS의 앨범을 이해하

매한 책 50권 중 21권이 교양 분야의 책

생각할 때와는 딴판이었다.

려는 팬덤이 『데미안』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다.

이현정 선생님의 ‘편집자의 업무 설계’를

온갖 TV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 서점, 출

교양서를 구매하면서 교양 분야가 유

들었다. 출판계 선배가 쌓아온 경험이자

판사에서 데미안과 BTS를 엮어 마케팅에

행에 민감하다는 것도 느꼈다. 주식, 언

시스템이 담긴 수업이었다. 편집자가 책

나섰던 것이 대표적이다. 교양 분야는 출

택트, 철학적 분석으로 죽음에 대한 대

을 만들 때 기획 단계에서는 정확히 무엇

판계에서 가장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때

중적 인식을 바꿔놓은 『죽음이란 무엇

을 생각하고, 마감 기간은 어떤 근거로 얼

문에 가장 넓은 독자층과 만난다. 교양서

인가』에서 시작된 죽음, 한국채식연합

마를 잡을지 배웠고, 편집자반 학생들도

를 편집하려면 폭넓은 지식과 탐구 정신

에 따르면 150만 명을 넘어선 국내 비

같은 고민을 하여 공통된 일정표에 맞춰

이 필요하다. 교양서 편집자는 방대한 교

건 인구와 『아무튼 비건』이 촉발한 비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양순 선생님의 ‘출

양 세계에서 독자에게 맞는 정보를 특정

『지.대.넓.얕』이 일으킨 숏폼 인문학 열풍

판 교정의 실제’에서는 교정의 순서, 방

하여 기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덕후가 교

까지. 매일 찾아 읽던 시사, 트렌드와 출

법, 주의점을 배웠다. 교정 원칙을 세우

양서 편집에 잘 맞는 이유다.

판의 연결점을 발견하면서 흥미를 느낌

고, 이 단어를 복합명사로 볼 것인가 등을

문화비평학을 공부하며 ‘문화비평이론 세

과 동시에 이 습관을 교양서 편집에 활용

단행본 제작에 직접 활용하면서 추상적으

미나’, ‘문화학의 기본이론’, ‘문화현상에

할 수 있을 것이라 느꼈다.

로 실행했던 교정을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 수행했다. 나는 예비 편집자

대한 비평적 글쓰기’를 들을 때 읽었던 롤 랑 바르트, 발터 벤야민 등을 다시 읽어봤

3. 배움의 자세로

로서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 배우고 싶은

다. 그렇게나 읽기 싫었던 글이 읽을 만해

동아리에서 책을 만들면서 책을 만드는

것도 많다. 그리고 그럴 준비도 돼 있다.

졌다. 문화비평학은 문화 전반과 문화 현

어려움과 기쁨을 느꼈다. 그때 편집에는

033


책으로 선업(善業)을 쌓는 편집자

Book Editor

당장 급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종교

로 요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백 페이지

원소윤

학과에 진학했다. ‘생은 한 번뿐일까’, ‘어

의 책을 통과한 경험 자체를 요약할 수는

떻게 살아야 할까’, ‘마음 내줄 종교를 찾

없을 것이다. 여력을 투자해 며칠에 걸쳐

을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안고. 그래서

한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인 경험을. 그렇게

답을 구했냐 하면, 그저 웃겠지만 마지막

귀 기울인 까닭에, 책이 다루는 문제는 나

질문에 대해서만큼은 선뜻 답하겠다. “찾

와 더는 무관하지 않은 문제가 된다. 혹

았습니다!”라고.

은 본래 무관하지 않았음을, 타인의 삶에

첫 학기 전공 수업에서 만난 불교는 모든

우리 모두는 간과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

게 덧없다느니, 누군가를 미워 말고 사랑

고 있으며 따라서 책임이 있음을 깨닫게

도 말라느니 하며 신입생 마음에 찬물을

된다.

끼얹었다. 부처님 말씀이 다 옳다는 걸 알

모든 책이 양질의 지식, 삶의 비기를 담

면서도 심통이 나서였을까, 조목조목 반

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각각의

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고 나는

책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정성스럽

만점을 받았다. 그렇게 자비를 직접 경험

게 전한다. 상대가 신중하게 말을 이어갈

한 뒤 불교를 좋아하게 되었다.

때 자세를 고쳐 앉게 되듯, 책이라는 매체 가 이야기하는 방식에 의해 독자는 신뢰

책을 통해 연기(緣起)를 깨닫다

받는 측근의 위치에 서서 연기적 세계관

반성매매 운동을 하는 시립상담센터에서

을 체득하게 된다. 중요한 이야기를 제대

일할 당시, 시민과의 소통 방식에 대해 깊

로 전하기 위해 책의 방식을 택해야 함을,

이 고민했다. 기관의 메시지를 명료하게

상대의 경청을 기대하기 위해 한 권의 책

전하면서도 성매매 문제의 복잡한 결을

을 만들 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그

축약해서는 안 되었다. 무엇보다 성매매

때 깨달았다.

여성을 향한 대상화를 극복할 방안이 필

보리수 대신 야자수 아래에서 feat. 서울식물원

034

요했는데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나 자신

구업(口業), 의업(意業), 신업(身業)을 쌓다

이 그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편집자는 저자·독자는 물론 마케터·디자이

공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내 독서 모

너와 말과 글로 소통하고, 신간 기획과 함

임을 결성했고 그곳에서 당사자의 육성

께 독서 경험을 설계하며, 편집자 업무 특

이 담긴 책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을

유의 모순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만났다. 점심시간에, 잠들기 전에 책을 읽

따라서 ‘소통력’과 ‘기획력’, ‘체력’을 갖춰

으며 저자의 지난 20여 년간의 삶을 함

야 한다. 공교롭게도 나는 세 가지 역량을

께 되짚었다. 사안과 관련된 강의를 듣고

모두 지니고 있는데, 이를 갖추기까지 부

시위에 나갔을 때보다도 더 당사자와 연

지런히 마음 쓰고 행동해왔다. 다시 말해

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많은 업을 쌓아왔다. 쌓아온 업을 소상히

누군가는 그 책의 메시지를 한 줄의 표어

보고하겠다.


돈오(頓悟)의 기쁨

싶다. 불교에서 선업은 부정의 표현으로 정의된다. 즉, 악업을 쌓지 않음이 곧 선

This is what you get. 이게 네가 짊어질 업보야.

업이다. 그러니 참되고 조화로운 책을 만

-Radiohead, Karma Police

들려 하기보다 거짓[妄語]되지 않고 이간 질[兩舌]하지 않는 책을 만드는 것에서부 터 시작하겠다.

학부 때 ‘말하기와 토론’, ‘인문학 글쓰기’

수를 받았다. 강도 높은 업무 중에 쌓인

언젠가는 소박한 목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수업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었다. 하이데

긴장을 풀 기회를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어 있음을 확인하게

거의 『예술작품의 근원』 영어 번역본을

사내 문화복지 프로그램의 기획을 담당

하는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 그러기

강독하는 ‘현대미학특강’, 『노자』와 『장

하였고 타 부서 동료들과 현장에서 활동

위해 독자가 오래 머무르며 경청할 가치가

자』를 읽는 ‘도가철학’ 수업에서 리터러시

한 뒤 기사를 작성하는 연대업무의 총 책

있다고 판단할 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를 학습했고 마찬가지로 최고 성적을 거

임자로도 활약했다.

어쩐지 목표가 점점 커지고 의욕이 생겨난

두었다. 인문대학 전체 신입생이 수강한

모순을 관리하는 데에 필요한 체력을 키

다. 이것이 중생을 번뇌하게 하는 삼독(三

고전 읽기 프로그램에서 서평 우수상을

워왔다. 편집자 업무의 모순이란 다음과

毒) 가운데 하나인 탐(貪)의 시작인가.

받았으며,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그 밖의

같다. 편집자는 저자의 작업물에 뜨겁게

부처님이 뭐라 하시든 이번 생에는 이 일

수업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성적 우등

호응하되 원고의 완성도를 파악하고 면밀

에 욕심을 낼 것이다. 무명(無明)한 탓에

상을 받고 졸업했다. 《캠퍼스 씨네21》에

히 검토해야 한다. 환원되지 않는 책의 가

결국 윤회를 할 테지만 열반은 다음 생에

서 대학생 기자로 활동하며 트렌드를 스

치를 존중하는 한편 책이 상품으로서의

해도 되겠지. 정진하다 보면 부처님 마음

케치하는 기사부터 직업인 인터뷰, 대학

매력을 발산해 그 가치가 많은 이에게 전

에 흡족한 책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가 시위를 다루는 취재 기사까지 폭넓게

달될 수 있도록 시장의 관점으로 고민해

먼 훗날 귓전을 때릴 부처님의 목소리를

작성했다. 졸업 후, 서울식물원에서 전시

야 한다. 이렇듯 충돌 가능성이 있는 사항

멋대로 상상해본다.

공간 매니저로 일하며 시민을 상대로 설

들을 집요하게 고려하여 시너지 효과를

Sadhu! Sadhu! Sadhu!

치미술과 등록문화재 제363호인 마곡

끌어내기 위해 편집자는 중심을 단단히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문화관을 해설했다.

잡고 두 배로 분주해야 한다. 평소 체력 관

시립상담센터에서 활동가로 일하며 기획

리에 힘쓰는 나는 운동 중의 운동이라 할

력을 계발했다. 센터에 소속되어 활동하

수 있는 스쿼트를 400번은 거뜬히 한다.

는 시민감시단을 초청해 감사를 표하고, 이후 활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시민참여

Sadhu! Sadhu! Sadhu!

형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였다. 프로그

업에는 악업뿐 아니라 선업도 있다. 바라

램 후 취합한 만족도 조사에서 늘 좋은 점

건대, 책으로 선업을 쌓는 편집자가 되고

035


삶의 화두를 건네는 편집자

Book Editor 원지연

희미한 존재에게로 가는 사랑

의적 공학 설계 입문’이라는 수업을 들었

편집자의 기획과 공학도의 기획은 결과

“강함보다 약함을 편애하고, 뚜렷한 것보

습니다. ‘창의적’, ‘공학’, ‘설계’. 수업 명을

물에 있어 완전히 다르지만, 사실 같은 과

다 희미한 것을 먼저 보며, 진한 향기보

이루는 단어들이 하나같이 어려워 보였던

정을 거치는 것 같습니다. 스쳐 지나가고

다 연한 향기를 선호하는, 세상의 모든 희

이 수업은 제 대학 생활 중 가장 재미있었

말 수도 있는 요소들을 발견하고, 완성할

미한 존재들을 사랑하는 문제는 김장우

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첫 수업에서

때까지 계속해서 사고를 확장해 나가는

가 가지고 있는 삶의 화두다.”(p.102) 『모

교수님은 어떤 재료를 사용해도 좋으니 한

과정. 늘 그렇듯 칠판 한쪽에 붙어있던 자

순』에 나오는 이 구절을 보고 크게 공감

학기 동안 블레이드 코터(blade coater)를

석이 블레이드 코터의 핵심 역할을 맡게

했습니다. 책 속의 인물 김장우가 가지고

만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한 학기 내내

되었던 것처럼, 평범한 사건과 사람들에

있는 삶의 화두가 저와 같다고 느꼈습니

주변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다른 전공 수

게도 시선을 두고 새 역할, 새 이름을 부

다. 언제나 특별히 주목받는 것보다는 평

업에서 배우는 재료들을 검색하며 팀원

여해주고 싶습니다.

범한 것들에게 더 관심이 갔습니다. 소외

들과 매일 만나 회의했습니다. 저희 팀은

된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 좋았습

칠판에 붙어있던 자석을 본 뒤 ‘자석의 반

내가 보는 것이 곧 나 자신

니다. 화려한 매체들이 등장하며 책을 좋

발력을 이용한 블레이드 코터’를 만들어

“지연이 눈에 선택된 중요 화두가 지연이

아하는 사람은 줄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보자고 의견을 모았고, 필통 속의 자, 실

가 얼마나 유대를 중시하는 다감한 사람

렇다고 해서 책의 가치가 줄어들지는 않

험 수업에서 보고 주문 제작한 아크릴 실

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지요. 수업에

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반도체를

린더와 PVC 판, 서랍에 붙어있던 서랍 레

서 우리 친구들이 결국 자기 자신의 면모

공부하던 저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

일 등 일상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모아 블

도 발견하기를 바랐는데, 지연이도 텍스

로 결정했습니다.

레이드 코터를 완성했습니다. 이 프로젝

트를 넘어 자기 삶의 화두로 나아간 것 같

트는 ‘창의적’이라는 단어에 겁부터 먹었

아 좋아요.”

새 이름을 붙여주는 일

던 제가 처음으로 무언가를 기획 단계부

국어국문학과로 전과한 뒤, ‘문예비평론’

대학교에서 신소재공학을 공부할 때 ‘창

터 만들어낸 경험이었습니다.

수업에서 텍스트 분석 보고서를 쓸 때마

036


려 찾아갔을 때 뵌 할아버지는 거동이 불

짧은 인생 속에서, 서로의 삶이 맞물리면서

편하신데도 항상 현관문 바깥까지 나오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셔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

일생 최대의 기쁨이 아닐까요?

셨습니다. 필리핀 카바나투안에 있는 한

-레오 버스카글리아,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초등학교에 갔을 때는 아직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았는데도 달려 나와 반겨주던 아 이들을 만났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

다 공생, 연대 등 비슷한 주제를 잡게 되

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p.392)를 만들

제야 보이는 삶의 면면들을 마주하면서,

는 것에 대해 선생님께 말씀드렸을 때 받

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한

그 이면의 이야기와 숨겨진 모습까지 살

은 답변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주신 답

눈에 주목받을 만한 인생은 아닐 수 있지

펴보아야 비로소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을 통해 책은 독자가 텍스트를 넘어 자기

만 치열한 각자의 삶을 인정해주는 듯한

것을 배웠습니다.

삶의 화두로 나아가도록, 자신이 중요시

그 말이 좋았습니다. 제가 만났던 모든 사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도록 이끌어

람, 특히 봉사 활동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

지치지 않고 독자에게 말을 건네기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

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기획과 편집의 기본’ 수업에서 마지막으

다. 공대에서 공부하며 단 하나의 정답만

스무 살이 된 이후로 매주 봉사 활동을 해

로 들었던 질문이 기억에 남습니다. “편집

을 찾아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모

왔습니다. 미혼모자공동생활가정부터 굿

자인 나에게 고객은 무엇입니까?” 자세하

든 답이 정답이라는 사실 자체가 낯설었

네이버스 봉사 동아리까지 수많은 활동

게 독자 프로파일링을 한 출판사 브랜딩

지만, 독자 자신이 쌓아온 경험을 통해 도

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에 대한 소개부터 공급자 중심의 기획이

출해낸 서로 다른 답이 모두 인정된다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 맺는 시간

아닌 소비자 중심의 기획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글이 가진 포용력을 지

을 통해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관

말씀까지, 글을 살피는 일이 편집자의 주

키며, 독자들이 저마다 자신의 삶을 관통

심이 생겼습니다. 사회에서 외면받는 사

요한 업무라고 생각했던 제 생각이 깨지

하는 화두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을

람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제 편견이 깨

는 순간이었습니다. 편집자는 글뿐 아니

기획하고 싶습니다.

진 순간부터, 매주 토요일 5시 30분에 일

라 사람을 살펴야 한다는 것, 독자를 잊으

선생님께서는 ‘내가 보는 것’이 ‘나’라고

어나 노숙인 급식 봉사에 가는 일, 피곤

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편집자는

말해주셨습니다. 글을 거울삼아 제가 어

한 목요일 저녁 독거노인 어르신께 방문

독자와 마음이 통하기를 소망하며 끊임없

떤 사람인지에 대해 분명하게 알게 되었

하는 일은 제 일상의 루틴이 되었습니다.

이 말을 건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

습니다. 저는 글을 매개로 그 너머에 있을

그 시간을 보내며,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

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편집자’라는 직업

사람에 대해 생각합니다. ‘직장 내 호칭

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노숙

에 대한 자신이 생겼습니다. 사람에 대한

파괴의 효과’에 대한 글을 읽을 때는 업무

인 급식 봉사에서 만난 할머니는 식사하

관심과 사랑을 잃지 않고 끝까지 독자들

의 효율에 대한 내용보다 ‘그래서 호칭 파

신 후 자신의 사탕 하나를 제게 선물해주

과 호흡하는 편집자가 되고 싶습니다.

괴를 통해 직원들이 더 편해졌는지’가 궁

셨고, 독거노인 가정에 말벗이 되어드리

금해졌고, 김세희 작가의 소설집 『가만 한 나날』을 읽으면서는 이 소설집의 주인 공들처럼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회초 년생들을 막연히 응원했습니다. 저는 책 을 통해 발견한 제 삶의 화두, ‘타인과 연 대하는 삶’을 기억하며, 글 바깥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을 잊지 않는 편집 자로 남을 것입니다.

모두가 주인공이라서 『피프티 피플』의 ‘작가의 말’에서 정세랑 작가는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 명쯤 되는 소설, 한사람 한사람은 미색밖 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

필사 노트에 받은 선생님의 격려 메시지

037


일벌은 꽃을 가리지 않는다

Book Editor 유현기

몽골. 관광과 여행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나는 보는 걸 넘어 느끼고 싶었다.

1. 역사적 편집자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학 개론’의 교재

2. 사페레 아우데!

3. 임자, 해봤어?

였다. 수업을 듣고 나서야 “역사란 역사가

“사페레 아우데. 감히 알려고 하라!” 대학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인상 깊게 읽은

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현

교 인문학 커리큘럼 ‘후마니타스’의 교재

구절이 있다. “만일 역사가가 자신의 서술

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

『우리가 사는 세계』 첫 장의 제목이었다.

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어떤

는 유명한 구절의 의미를 이해했다. 역사

나는 전공 밖으로도 관심을 뻗쳤다. 인문

식으로든 접촉할 수 없다면 역사는 쓰일

는 조선 왕조의 이름이나 임진왜란이 일

학을 강조하는 독특한 커리큘럼은 지적

수 없다.” 수업과 책만으로는 충분치 않

어난 연도를 외우는 게 아니었다. 역사는

호기심을 촉발하고 충족시켜줬다. 고대

다. 지식은 인간을 위한 것이었다. 아르바

관점이고 행위였다.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사상의 발전을 배

이트로 돈을 벌어 여행을 떠났다. 내일로,

내가 다닌 사학과는 세부 전공을 나누지

우는 ‘우리가 사는 세계’, 살아가기 위한

몽골 오프로드, 러시아 알타이 산맥, 스페

않아 아프리카 대륙의 구석기인부터 고

철학적 고민을 배우는 ‘인간의 가치 탐색’

인 순례자의 길처럼 고행에 가까운 여행

대 이집트, 황하 문명을 거쳐 고대 로마

등의 과목과, 그 외에 다섯 개의 다른 분

을 즐겼다. 사람들이 현실에서 무슨 생각

와 고구려, 르네상스와 피비린내 나는 한

야에서 과목을 하나씩 이수했다. ‘섹스란

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 싶었다.

국 근현대사까지 원한다면 모두 배울 수

무엇인가’에서 진화심리학을, ‘영국희극: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이것을 누구

있었다.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카가 역사

아이러니, 블랙유머, 풍자’에서 희극을,

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넓은 의미의 편집

를 거대한 산에 비유한 이유를 몸으로 느

‘인간 장소 지명’에서 인문지리학을 배웠

을 고민했다.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리고

꼈다. 지류에서 본류로, 나무에서 숲으로.

다. 흥미로운 지식이 넘쳐났다. 두려워할

포토샵과 편집 프로그램을 배워 여행 영

거대한 맥락을 찾아가는 것. 그렇게 삶을

시간 따위 없었다. 흥미가 생기면 감히 알

상을 제작했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일하

이해하고, 살고 싶었다.

려고 했다.

고, 이를 계기로 ‘너멍굴 영화제’ 기획팀 에 들어갔다. 기획팀 중 한 명이 ‘팟캐스 트’를 언급했다. 다음 학기 직접 팟캐스트

038


에게 새로운 능력을 요구한다. 기획의 중 요성은 전에 없이 커졌다. 교정이라는 편

막 날개를 말린 일벌은 너무나 설렌다.

집자의 근본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미디 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트랜스 미디어’ 시대에 책만 잘 만들면 그만일까? ‘마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했다. 배움은 배

고 문화, 종교, 도덕적 가치가 다시금 부

은 그냥 만화책 출판사가 아니고, ‘디즈

움으로 이어졌다.

각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슈들은 경제

니’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아니

졸업을 두 학기 남기고 들은 ‘현대 동아시

와 상호 작용하는 것이지 종속하는 것이

다. 편집자가 탐구할 지식의 경계도, 창조

아의 역사지리’라는 수업에서 동아시아

아니”었다. 양적 분석을 위해 친구 두 명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도 사라졌다. 창의적

지역 중 한 곳을 정해 책을 만드는 프로젝

과 함께 10년치 인문 베스트셀러를 분류

인 편집자가 되는 것. 그 일에 내 젊음을

트를 했다. 나는 홍콩을 여행할 때 홍콩인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저자의 지명

바치고 싶다.

친구와 나눴던 이야기에 착안해 ‘홍콩인

도(유명, 신규), 지식의 유형(신규, 고전),

의 정체성’을 주제로 소설 형식의 여행서

내서와 외서, 책의 밀도(하드, 소프트)를

6. 1킬로그램의 꿀은 560만 송이의

를 만들었다(홍콩 국가보안법 사태가 터

기준으로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데이

꽃에서 온다

지기 2년 전이었다). 직접 쓰고 제작했다.

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시장주의자가 되

출판학교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에 붙

A+를 받았다. 즐거웠다. 존경하는 작가

고 싶었다. 책 한 권의 가치를 더욱 많은

인 제목이다. 편집자는 꿀벌이라 생각했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글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선량한 시장주

다. 발로 뛰어 작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한

쓰기는 인간의 일이고 편집은 신의 일이

의자가.

권의 책으로 정제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책이 전부는 아니다. 꿀벌은 전

다.”라고 얘기했고, 나는 신의 일이 주는 희열을 느꼈다. 긴 여행을 마치고 책으로

5. 심심한 천국보다 즐거운 지옥

세계에서 약 30%가 넘는 식물의 꽃가

돌아왔다. 언제나 손에서 놓지 않았던 책

출판사 탐방 때, 한 선배님이 세트 상품을

루받이를 담당하고 있으며, 인류 식량의

으로.

만들면서 포장지 교정을 봤던 얘기를 해

60~70%는 꿀벌 덕분에 열매를 맺는다.

주셨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편집자가

꿀은 꿀벌의 진정한 가치가 아니다. 편집

4. 선량한 시장주의자

이젠 이런 일도 할 수 있구나! 내가 꿈꾸

자가 지식과 지식,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

출판학교 입학 후, ‘시장 조사 워크숍’ 수

는 편집자는 전통적인 편집자와 다르다.

갈 때 공감과 이해, 소통과 화합이 일어나

업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강사님은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므로 예상치 못한

고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내가 전하고자 하는 걸 100이라고 할

업무가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매력

막 날개를 말린 일벌은 너무나 설렌다.

때, 10명에게 90이 전해지는 것과 100

이라 생각한다.

명에게 20이 전해지는 것 중 뭐가 나은

나는 물질적 성공이나 안락한 삶이 아니

지 고민해보라.”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관

라 배움과 성장을 원한다. 세상은 편집자

점에서 책을 분석해보라는 얘기였다. 강 만길 선생님의 『역사가의 시간』의 한 구 절을 떠올렸다. “학문은 모름지기 세간과 함께할 때 그 값어치를 발휘하게 마련이 며, (…) 학문이 상아탑에 갇혀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나치게 가치와 의미에 갇혀 있던 나를 반성했다. 고민 끝에 아무리 좋은 의미라 도 전달되지 않으면 무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매일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리며 베스트셀러를 유심히 살폈다. 팔고 싶은 책과 팔리는 책을 냉정히 파악할 수 있어 야 했다.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말했 듯 “바람직하든, 바람직하지 않든 경제적

친구 두 명과 함께 양적 분석을 시도했다.

가치가 큰 시스템 체계의 일부로 돌아가

2010년 1월~2020년 1월까지의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를 총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039


까도 까도 짜릿하고 늘 새로운 담아내기형 편집자

Book Editor 윤진호

내 이름은 진호, 진호죠.

담아내는 일에 진심인 순간들 “진짜 담아내는 일 좋아하네요?”

험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역시 기술은

렇게 말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

H에게 답사의 추억을 담아낸 사진집을

인간의 삶을 담아낼 수 있는 도구로 사용

는 회의에서 모두의 정신줄을 잡으려고

제작하여 선물했을 때 들은 말입니다. 실

될 때 가장 빛이 납니다.

노력하는 제 모습에 대해 편집 위원들이

제로 무언가 담아내기를 좋아하고 다마

빛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사진은 담아내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학과지의 매력은

네기(양파)도 좋아합니다. 국문학을 전공

기 기술의 절정입니다. 담아내기 덕후로

일 년의 결실을 ‘담아낸다’는 점에 있습니

으로 선택한 이유도 누군가의 사유를 책

서 사진은 못 참죠. 조금이라도 ‘아앗!’ 하

다. 역시나 담아내기에 버튼을 눌려버린

으로 담아내고 싶어서였습니다. 모르긴

는 순간이 있다면 일단 찍고 봅니다. 그러

저는 졸업하기 전까지 네 번의 편집 위원

몰라도 그런 기회가 더 많지 않겠냐는 생

니 취미가 사진 찍기라고 당당히 말하고

회에 참가했으며, 삼 년 차에는 편집 위원

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소모임의 문

다닙니다. 사진의 매력은 같은 순간을 담

장으로 진급했습니다.

집을 편집하며 학우들의 사유를 담아내

아내도 촬영자가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

막 진급해 패기만만한 위원장과 열정 넘

기도 해서 결과적으로 나쁜 선택은 아니

선에 따라 전혀 다른 사진이 찍힌다는 점

치는 편집 위원들은 최고의 퀄리티로 책

었습니다.

입니다. 한 사람이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을 만들어 보자는 의지에 불타올라 매주

담아낼 때 실용성을 추구합니다. 이 글을

통해 삶에 대한 그의 시선을 엿볼 수 있습

월요일 늦은 여섯 시부터 아홉 시까지 세

컴퓨터로 쓰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합니

니다. 그런 의미로 네 컷의 사진으로 담아

시간 동안이나 쉬지도 않고 편집 회의를

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우개가 남아나지

낸 저의 삶을 풀어내고자 합니다.

복작복작하게 했습니다. 그러다 가끔 줄 이 끊어져 정신이 날아가기도 했습니다.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면 갑 자기 얼리어답터가 됩니다. ‘개발할 수는

첫 번째 컷 #신뢰의_다과_위원회

디자이너가 자신의 작업에 대해 만족하지

없어도 제대로 사용할 줄은 알아야 한다.’

“말하자면 끊어진 정신을 잡아내는 대장

못해서 줄이 끊어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라는 생각으로 ‘웹 프로그래밍 기초’, ‘데

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당분을 먹어야 해

이터베이스론’ 수업 등 IT의 순한 맛을 경

학과지 편집 위원회에 참가했던 W는 이

요. 그래야 힘낼 수 있어요.” 한두 명씩 가

040


넘쳐납니다. 소중하지 않은 취향은 없으 며, 가치 없는 책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담아내고 또 풀어냅니다.

취향을 어떻게 잡아내고 또 담아낼지 예비

그렇게 하면 기분이 좋거든요.

편집자로서 즐거운 고민을 해봅니다.

네 번째 컷 #또_하나의_○ ○내기 지고 온 다과를 주섬주섬 꺼내며 편집 위

상이 참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난 그럴 땐 힙합을 춰… 아니 캐리어를 생각해”

원회는 갑자기 분위기 ‘다과 위원회’로 둔 갑했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작업물을 다

세 번째 컷 #모여봐요_취향의_숲

출판학교에서 마케팅 수업을 한창 들을

른 친구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절대 이상

“우리는 취향을 발견하고 나눈다!”

때 한 생각이었습니다. 캐리어에 짐을 잘

하지 않아!”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그를

L 그리고 K와 함께 선언하듯이 독서 모임

담아서 추가금을 내지 않으면 기분이 좋

독려하는 일도 까먹지 않고 해냈습니다.

을 만들었습니다.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

거든요. 하지만 너무 꾹꾹 담으면 필요할

책을 만들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신뢰

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비슷한 취향의 사

때 귀찮아서 여행이 끝날 때까지 꺼내지

입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람을 만나면 반갑고 취향이 다른 사람을

도 않습니다. 그럴 때면 이러려고 열심히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며, 서로가 맡은 부

만나면 미지의 세계를 발견한 것 같아서

담았나 자괴감 들고 괴롭기도 합니다. 책

분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또 잘할 것이라

설레기 때문입니다.

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모든 책이 나름

고 신뢰해야 합니다. 신뢰로 똘똘 뭉치면

설렘은 눈빛도 변하게 합니다. 책에 대한

의 가치를 가진다고 할지라도, 독자가 그

제아무리 다과 위원회가 된다고 해도, 지

간단한 서평을 작성하고 일 분 정도의 책

것을 집어내지 못한다면 그 가치를 영원

나가던 K 교수가 “자네들 대단한 일을 해

소개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일을 할

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냈구먼!”이라고 말할 만큼 탁월한 결과가

때마다 사람들의 눈이 빛났습니다. 물론

저자와 독자의 양면적인 시각을 모두 가지

나옵니다. 그렇지만 학과에서 따로 장학

제 눈도 빛났습니다. 그 눈빛에는 기대가

고, 저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주제를 부

금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담겨있습니다. 그 기대는 보물을 찾는 모

각하여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험을 향합니다. 미로 같은 숲, 깊숙한 곳

풀어내는 일은 편집자의 역할입니다. 담아

두 번째 컷 #눈(0-0)의_힘

에 묻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책을 발견하

내기로만은 부족합니다. ‘풀어내기’도 할

“서류 볼 때, 쌤 눈빛 세상 변하는 거 아세

고 나누고 싶어 하는 그런 모험 말입니다.

줄 알아야 합니다. 고추장이 덜 풀린 떡볶

요?”

에세이를 싫어하던 K가 일기를 쓰게 된

이는 맛이 없으니까요. 그러니 사람들에게

용역계약서를 뚫어져라 보고 있을 때, 지

것도 모험에서 찾은 나름의 보물이었을

필요한 주제를 쉽게 풀어줄 수 있는 편집

나가던 D가 말했습니다. 지역의 중간지원

것입니다. 물론 K에게 있어 최고의 보물

자가 되고 싶습니다. 아, 물론 저는 애당초

조직에서 약 이 년간 회계· 행정업무를 담

은 다른 것이지만요. 아무튼.

떡볶이를 좋아하진 않지만요.

당했을 때의 일입니다. 입사 이 년 차 때

독자는 발견을 원합니다. 공감을 원하며

기관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예산에서

소통을 원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이

부터 성과까지 기관에 대해 전반적인 평 가를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소한 자료도 놓치지 않도록 NAS를 탈 탈 털어서 1kb짜리 txt 파일도 수합하고 정리했습니다. 혹시 잘못된 자료가 포함 되어 있지는 않은지, 지표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오타나 오자가 있는 건 아닌지, A4 약 150장이 넘는 무지막지한 자료들 을 제출일 아침까지 계속 체크했습니다. 석 달 후 평가 결과가 발표되었고 저희는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시상 식이 끝나자 센터장은 “자네는 일할 때는 참 끈덕져!”라고 말하며, 제 손을 꼭 잡고 성과금을 쥐여 주었습니다. 그날따라 세

다과 위… 아니, 편집 위원회의 순간, 그래도 먹은 만큼 열심히 했습니다.

041


성실하게 살아남아, 편집의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싶다

Book Editor

지금, 여기에 필요한 이야기를

공부하고 읽고 쓰는 사람

이자영

구상해둔 기획 중에 꼭 만들고 싶은 책들

대학에서는 독어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했

이 있어요. 2030세대가 옛날에 하다가

습니다. 독문학을 공부하면서 엘프리데

그만두었던 피아노나 수영, 뜨개질 등의

옐리네크를 사랑했고, 철학과에서는 하

취미나 공부를 다시 해보자는 의미를 살

이데거의 실존철학을 공부하면서 『존재

린 국내저자들의 에세이 실용서 ‘다시 해

와 시간』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입학

봐도 될까(줄여서 다시해)’ 시리즈와, 정

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인문대 죽순이

말 수능이라는 제도가 ‘공정’한지 짚으면

로 살아온 덕분에 텍스트를 해석할 기본

서 한국 청소년들의 공부가 어딜 향하고

적인 능력을 갖췄습니다.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국내저자의 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싶은 마음

회비평서 ‘공정 수능 신화’입니다. 두 기

에 2년 반 동안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했

획의 주제 모두 제가 읽고 싶다는 데서 출

습니다. 매주 돌아가면서 발제와 토론을

발한 아이디어였지만, 기획 강의를 들으

했기 때문에 문학 외에도 논문, 신문 사

면서 이 글이, 혹은 이 이야기가 지금 소

설, 논픽션 등 다양한 글을 읽고 동아리원

비자에게 필요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들과 밤새도록 토론을 하면서 첨예한 사

‘다시해’ 시리즈는 어릴 적 학원에 다니면

회 문제에 대한 관점을 세웠습니다. 이때

서 배웠던 악기나 취미 등을 다시 해보고

다양한 글을 읽은 영향으로 단편소설을

싶어하는 20대 후반의 소비자를 상정하

써서 ‘반도문학’이라는 동아리 문집에 실

고 기획했고, ‘공정 수능 신화’는 현재 우

었고, 그 소설로 2017년 이화여대 인문

리나라를 달구고 있는 ‘공정’이라는 키워

과학대학 창작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

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30대

았습니다. 이후에도 글을 잘 쓰고 싶어서

후반 소비자를 생각하면서 기획했기 때

작법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고, 현직 작가

문입니다. ‘다시해’ 시리즈는 취미를 가져

들이 진행하는 창작 강의를 들었어요. 이

보고 싶지만 뭘 해봐야할지 갈피를 잡지

런 경험이 글의 구조를 익히는 데 큰 도움

못하는 소비자에게 이걸 다시 해보라는

이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거예요. ‘공정 수 능 신화’는 코로나로 인해 다시 대두된 교

편집자의 습관을 나의 습관으로

육 격차, 교육 불평등 문제를 다시 생각해

졸업 후 편집자가 되고 싶어서, 그리고 제

보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가 편집자로 살아도 되는 사람인지 알고

합니다. 저는 이렇게 지금, 여기에 필요한

싶어서 출판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편집

이야기가 무엇인지 찾아내어 전달하는

자 직무 강의를 들으러 다녔습니다. ‘한겨

편집자가 되고자 합니다.

레출판편집스쿨’, ‘논픽션 기획: 될 만한 이야기’ 등 다양한 강의를 들으면서 막연

언젠가 내가 만든 책을 이곳에서 보고 싶다.

042

하게만 그렸던 편집자의 상을 구체적으


당인리 책발전소 앞에서. 서점에 가는 건 항상 즐겁다.

할 책에도 이런 이야기에 대한 감각이 꼭

그녀는 열심히 꿈을 꾸었고,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더욱 열심히 꿈을 꾸었다. -다이애나 애실

대형 프로젝트: 내 출판사 만들기 출판학교에 오기 전에 시작한 대형 프로 젝트가 있습니다. 바로 제 출판사 만들기

로 그리기 시작했고, 점점 편집이라는 일

셀러 중 기획이 돋보이는 한 권을 선정해

예요. 당장은 아니고 15년 뒤에 말이죠.

에 빠졌어요. 제가 소비의 대상으로만 봤

동아리원들과 함께 그 책을 심층적으로

그 프로젝트가 생긴 계기는 한겨레문화

던 책이 철저한 분석과 기획, 그리고 협업

분석했습니다. 기획 의도, 저자 선정, 콘

센터에서 들었던 ‘논픽션 기획: 될 만한

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고 책이 갖

셉트, 표지와 내지 디자인, 마케팅 방법,

이야기’라는 강의였습니다. 그때 선생님

는 영향력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제가 읽

표지와 띠지의 문구를 분석하고 동아리

께서는 예비 편집자들에게 “편집자는 미

었던 책이 기획의 결과물이라면, 저도 제

원들과 서로의 해석을 공유하면서 기획

래를 그려야 한다. 30대 후반, 40대가 된

기획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의 다양한 결을 익혔습니다. 책은 오롯이

편집자는 세 가지 길을 놓고 고민한다. 업

싶었어요. 그래서 출판학교에 들어와 편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존

계를 떠날지, 회사의 관리자가 될지, 아니

집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예

재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읽힘 활동 덕분

면 자기 회사를 차릴지.”라고 말씀하셨습

비 편집자이지만 이미 편집자가 된 것처

입니다.

니다. 저는 평생을 편집자로 살고 싶기에

럼 편집자의 습관을 연습했습니다. 매일

읽힘 활동을 하면서 분석한 베스트셀러

업계를 떠날 수는 없고, 회사의 관리자가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와 신간 목록을

들은 공통적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꿰뚫

되면 만들고 싶은 책을 마음껏 만들지 못

살피고, 자주 서점에 가고, 규칙적으로 운

는 콘셉트를 갖고 있었고, 어떤 메시지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앞으

동하고, 원서를 거뜬히 검토해 낼 수 있는

담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로 15년 뒤에 제 출판사를 만들기로 마

수준을 목표로 영어와 독일어 공부를 다

있었습니다. 『더 해빙』처럼 이야기와 거

음먹었어요. 저는 평생 책을 만들고 싶고,

시 시작했습니다. 꾸준히 오래 가는 편집

리가 멀게 느껴지는 경제경영서나 실용

그럴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자신합니다. 소

자가 되려고 합니다. 빠르진 않더라도 성

서에도 이야기가 필요했습니다. 제가 유

비자가 지금 읽어야 하는 이야기가 담긴

실하게 해 내는 건 제 특기거든요.

튜브와 신문은 물론 브런치, 퍼블리, 뉴

책을 내는 편집자로, 오래도록 편집의 기

닉, 넷플릭스, 《우먼카인드》, 민음사 《한

쁨과 슬픔을 느끼면서 성실하게 살아남고

베스트셀러를 톺아보는 시간

편》 등 다양한 매체에서 많은 이야기 방

싶습니다.

베스트셀러를 통해 소비자의 욕망을 파

식을 보고 즐기면서 지금, 여기에 필요한

헤치고 싶어서 ‘읽힘’이라는 베스트셀러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고민했던 시

분석 동아리를 만들어 매주 한 분야의 베

간은 베스트셀러의 이야기 구조를 파악

스트셀러 동향을 파악했고, 종합 베스트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 기획

043


시선을 찾아 삶을 여는 편집자

Book Editor

프롤로그

이 소개되는 등 예상치 못한 독자의 호응

이주현

가볍지만 가까운 이야기가 삶을 풍요롭

에 용기를 얻어 직접 출판사를 등록해 사

게 한다. 무겁지만 명료한 이야기라면 기

진에세이집 『마음의 공원』과 동화집 『나

꺼이 귀 기울이게 된다. 출판 편집자는 그

무라지 않는 나무, 바라지 않는 바람』을

런 이야기를 마음껏 찾고 들여다볼 수 있

출간하기도 했다. 텀블벅 펀딩을 진행하

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듯 책과

며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독립 서점에 책

함께했던 시간이 쌓여 출판 편집이라는

을 입고하는 등의 과정까지 경험하고 나

새로운 길목에 다다랐다.

니,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졌다. 다른 플랫폼에서 주목받은 콘텐츠가 상

방송에서 출판으로

업 출판으로 출간되기도 하고, 상업 출판

예능 피디가 되고자 커뮤니케이션 미디

으로 나온 책이 독립 서점과 협업하는 마

어학과에 진학했다. 당시 ‘꽃보다 시리즈’,

케팅 덕에 대중적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삼시세끼’ 등 꾸미지 않은 웃음을 주고 유

독립 출판으로 알려진 작가가 직접 출판

명인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는 방송에

사를 만들어 성황리에 운영하는 사례도

매료됐다. 방송마다 메시지를 전하는 방

있다. 콘텐츠가 책이 되고 책이 독자에게

식을 살피는 일이 나름의 공부였다. 구성

닿는 경로가 다양해진 만큼, 책 자체를 만

과 전달에 대한 관심은 과내 ‘라디오 방송

드는 과정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출판을

동아리’를 통해 확장됐다. 4학기 동안 라

둘러싼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책은 기

디오 작가로 활동하며 방송을 구상하고

획부터 편집, 디자인, 제작, 마케팅까지

제작하는 과정의 즐거움을 경험했다.

출판의 전 과정을 잘 밟아 만들어진 책이

대본을 작성하며 텍스트를 다루다 보

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나를 출판 편집이

니 글이 주가 되는 콘텐츠를 찾게 됐다.

라는 일로 이끌어 주었다.

2015년 6월, 카카오에서 런칭한 온라인

044

콘텐츠 연재 플랫폼 ‘브런치’를 통해 콘텐

심리학과 책

츠 제작자로부터 시작되는 출판을 경험

TV와 라디오 방송에서 출판으로 이어진

할 수 있었다. 브런치는 작가가 매거진을

관심은 모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

기획하고 자율적으로 글을 발행하도록

에 있었다.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기 전에

한 창구로 일곱 번의 출판 프로젝트를 진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고자 심리학을 복

행하며 『90년대생이 온다』, 『하마터면 열

수 전공했다.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 사회

심히 살 뻔했다』 등 여러 분야의 베스트

적 관점에서 다뤄볼 수 있었으며 특히 신

셀러를 배출했다.

체 발달과 정신 작용의 연결을 다루는 발

브런치 서비스가 시작될 당시, 첫 유럽 여

달 심리학에 매료되어 발달 장애 강의까

여행과 책, 나의 시선을

행에서 기록했던 글과 사진을 통해 브런

지 수강했다. 이때 서평 과제로 읽은 『대

넓혀 준 최고의 조합이다.

치 작가에 선정됐다. 카카오 페이지에 글

학교수가 된 ADHD 소년, 리틀 몬스터』는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두 권의 책과 굿즈. 왼쪽은 텀블벅 홍보용 사진, 오른쪽은 서점 입고를 위한 소개 사진이다.

한 권의 책이 제공한 것이다. 이처럼 책만 의 장점을 극대화한 편집이 독자로부터

책이여, 너를 닫을 때 나는 삶을 연다.

긍정적 반응을 유도했다고 생각한다.

-파블로 네루다 「책을 기리는 노래 1」 콘텐츠의 힘, 책으로 확장하다 사회적으로 논의할 만한 이야기가 한 사 책만이 전할 수 있는 사람 이야기를 경험

먼저, 광고를 최대한 줄이고 뚜렷한 브랜

람의 삶의 방식을 빌려 전해질 때의 힘을

하게 해주었다. 2005년에 출간된 심리학

딩에 기반한 기획 기사로 지면을 채운 매

믿는다. 공들여 편집한 한 권의 책을 통해

서적으로 저자 자신의 성장 과정을 서술

거진들을 접했다. ‘닮고 싶은 삶의 방식을

그 힘을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천천

한 책이다. 저자가 자라던 1970년대 당

이야기하는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인 어

히 출판에 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는 동안,

시 ADHD를 향한 미국 사회의 부족한 인

라운드 매거진은 5년 이상 꾸준히 운영

여러 형태의 콘텐츠는 삶의 방식에 관한

식을 설명하고 그 현실을 자기만의 방식

되고 있다. 올해 6월 출간된 산문집 『어

호기심을 채워주었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으로 극복한 과정을 담았다. 수업 과정에

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는 어

방법을 제시했다. 책을 단단한 중심으로

서 배운 학술 개념과 실험 결과만으로는

라운드 매거진에서 에디터로 일했던 박

삼고 다양한 플랫폼의 콘텐츠를 탐구하

접할 수 없었던 실제 삶 이야기를 통해 단

선아 작가의 세 번째 책으로 저자가 ‘월간

며 지속 가능한 출판에 기여하는 편집자

순한 공부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채널예스’에 연재한 원고에서 시작됐다.

로 일하고 싶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한 덕에 세 SNS와 책

번째 책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출간 한

에필로그

1,286개. 지난 5년간 인스타그램을 애용

달 만에 4쇄를 찍는다는 소식에도 기뻐

누군가에게 책은 존재 자체로 힘이 된다.

하며 팔로우한 계정의 수이다. 국내외 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책을 닫고 책에서 얻은 메시지를

양한 사람들의 계정을 발견하고 탐독하다

지난해 2월에 출간된 김하나 작가와 황선

삶에 적용할 때 더 큰 힘이 발생한다. 결국

보니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우 에디터의 산문집 『여자 둘이 살고 있습

누구든 일단 책을 펼쳐 읽어야 한다는 것

이들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만나고 있다.

니다』는 이미 SNS상에 노출된 삶의 모습

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려 한

또한, ‘미디어경영론’, ‘인터랙티브 미디어

을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

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마음을 늘이는 명

론’, ‘광고카피라이팅’ 등 다양한 플랫폼의

게 전달한 책이다. 생활 방식의 독특하고

상을 하고 몸을 늘이는 요가를 한다. 건강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다루는 전공 강의를

즐거운 부분만을 부각하기보다는 어떤 형

한 사람일 때, 건강한 편집자가 될 것이다.

통해 플랫폼 사용자에서부터 운영자까지

태의 가족에게든 투영할 수 있는 이야기

기꺼이 펼쳐 읽고, 마침내 책을 닫았을 때,

의 입장을 분석해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

를 담아 삶 자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

삶에 작거나 큰 변화를 줄 동기를 부여하

서 신기하게도 더 폭넓은 시선으로 여러

다. 짧은 글과 이미지로 삶의 단편만을 드

는 책을 꿈꾼다. 건강한 편집자가 되어 누

분야의 책을 접해 읽을 수 있게 됐다.

러내는 SNS에서는 접할 수 없는 경험을

군가의 삶을 여는 책을 만들고 싶다.

045


독자의 욕망을 발굴하는 역사인문 편집자

Book Editor 이현영

독자로서 방문했던 서점을 이제는 편집자의 시선을 가지고 갑니다.

편집자라는 기획

유홍준 교수의 말처럼, 이제 서점은 제게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보입니다.

플랫폼의 시대이고 동시에 콘텐츠의 시 대입니다. 많은 플랫폼이 오리지널 콘텐

Why 왜 편집자가 되려 하는가

는데 주식은 너무 어렵습니다. 목표를 향

츠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너무나 뻔한 이야기이지만 책이 좋아서

해 뭔가 멀리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머리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OTT 시장의 왓챠

출판학교에 왔습니다. “영화와 사랑에 빠

는 복잡하지만 일단 제 직관을 믿고 편집

나 넷플릭스를 들 수 있습니다. 출판계도

지는 세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같은 영

자로서 버티기로 했습니다. 버티기는 제

마찬가지입니다. 출판사가 플랫폼이고

화를 두 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영화

가 몇 안 되게 잘하는 겁니다.

저자와 책이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할 수

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며 마지막 세 번

있겠지요. 저는 저자와 마찬가지로 편집

째는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프랑

What 무엇을 독자에게 줄 것인가

자가 되려는 저 자신도 하나의 콘텐츠라

스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가 말한 시

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

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세상에서 유일한

네필 3단계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헤비독

떤 사람들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

콘텐츠입니다. 출판학교를 통해서 이현

자 3단계로 여기고 책을 만들어야 한다

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영이라는 평범한 사람이 편집자로 ‘기획’

고 생각했습니다. 이쪽 길이 맞다고 생각

우리는 고객들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서 왔는데 강의를 오시는 분마다 출판

엇을 원할지 먼저 알아내야 한다. 사람들

자기만의방 김민기 주간님이 수업하

계가 어렵고, 편집자가 힘들다고 하니 불

은 우리가 보여주기 전에는 자신이 무엇

신 ‘기획과 편집의 기본’에서 배운 게 하

안감과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경제/경

을 원하는지 모른다.” 대중보다 먼저 대

나 있습니다. 3W1H(Why, What, Who,

영 분야의 어떤 선배님은 우스갯소리로,

중의 욕망을 알고 제시하는 것은 무척이

How)입니다. 기획할 때 꼭 생각해야 하

출판편집자는 주식을 잘해야 한다고 하

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스티

는 것입니다. 이걸 토대로 제가 저를 어떤

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주식 차트

브 잡스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말합니다.

편집자로 기획했는지 써보려고 합니다.

를 기웃거리고 주식 책을 살펴봤습니다.

편집자는 독자의 욕망을 누구보다 먼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경제학을 부전공했

알아내서 독자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046


이야기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건강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은 작가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작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가와 협업해야 하는 편집자에게도 마찬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 남도답사 일번지>

가지입니다. 매일 공원을 뜁니다. 체력 관 리를 하고 있습니다. 트렌드를 포착하기 위해 뉴스를 꼼꼼히

저는 출판학교 지원서에 ‘역사 교양 분야

교에 다니는 내내 고민했습니다.

챙겨보고 어피티, 뉴닉, 대학내일, 까탈로 그 같은 다양한 뉴스레터를 구독했습니

에서 유발 하라리,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 해외 저자의 책이 스테디셀러로 사랑받

How 어떻게 독자의 욕망을

다. 영어 공부를 하고 일본어 공부도 시작

고 있다. 이들의 책은 분명 명작이지만 서

발굴할 것인가

했습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slow but

구 중심적이라고 비판받는다. 국내 역사

편집자들이 생각하는 독자의 모습과 실

steady) 하고 있습니다.

저자를 발굴하겠다’라고 썼습니다. 그 당

제 독자의 욕망 사이에는 간극이 있습니

시에 저는 독자가 자신들의 욕망을 모른

다. 결국 그 간극은 상상력으로 채워야 하

독자의 욕망 안에 진실이 있다

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저만

는 것 같습니다. 상상력만이 독자와 편집

“상상력은 종종 우리를 과거에는 결코 없

의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책이 왜 없

자를 이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독

었던 세계로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상상력

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은 독자들

자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 독자의 욕망을

없이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칼 세이건

에게 그런 욕망 자체가 있을까 하는 의문

또 상상해서, 그에 맞는 저자의 통찰력을

쓰고 보니 계속 모른다고만 하는 이상한

이 듭니다. 욕망 자체가 없는 건지, 독자

전달해야 합니다. 작가뿐 아니라 편집자

자기소개서가 되었습니다. 스스로 기획

들이 욕망을 모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

도 상상력이 있어야 합니다. 편집자의 상

한 편집자 이현영을 종합해서 결론 내리

니다. 결국 독자만이 알고 있는 것이지요.

상이 현실이 되길 바라면서, 자신의 상상

면, 독자와 독자의 욕망을 상상해서 역사,

결국 독자를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

에 확신을 갖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 같습

인문, 교양 책을 출판하는 편집자라고 할

서 또 문제가 발생합니다.

니다. (‘같습니다’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

수 있습니다. 그저 독자의 욕망 안에 진실

네요.) 물론 그렇다고 오로지 상상력만으

이 있다는 말을 나침반 삼아 우직하게 나

Who 누구를 위해 책을 만들 것인가

로는 할 수 없습니다. 분명 땅에 발을 딛

아가겠습니다. 독자의 욕망에서 진실을

출판사 북이십일을 방문했을 때 이유남

고 멀리 내다보아야 할 것입니다. 편집자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치열한

대표님께서는, 출판계의 가장 큰 문제는

의 시선과 태도를 가지고 현실에 발을 붙

현실감각과 끊임없는 상상력으로 독자들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독자를 모른다는

이며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치열한 현실

의 숨어있는 욕망을 발굴하는 편집자가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독자를 알기 위해

감각과 발칙한 상상력 사이에서 균형을

되겠습니다.

많은 시도를 하지만 구체적으로 알 수가

잡기란 참 어렵습니다. 그저 꾸준히 노력

없습니다. 유령처럼 실체가 없는 것 같기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도 합니다. 독자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이가 아프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SNS를 활용하고, 작가와의 만남을 열기 도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독자들이 점 점 준다고 하는데 그들이 누구인지조차 정확히 모르고 있습니다. 편집기획서를 작성할 때 가장 큰 고민은 핵심독자 설정 이었습니다. 독자를 ‘심리학에 관심 있는 30대 여성 독자’라고 설정하자, 한 선생 님은 그렇게 따지면 예상 독자가 백만 명 쯤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우 리의 독자들은 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요. ‘독자의 욕망을 발굴하는 편집자’라고 멋 들어지게 제목을 썼지만, 독자가 누군지 도 모르고, 독자의 욕망도 잘 모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출판학

행운목을 키우고 있습니다. 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047


자라나는 어린이, 자라고 싶지 않은 어른

Book Editor 임헌

인턴 시절 받았던 소중한 책 편지. 책의 세계로 나아가는 용기가 돼주었다.

삶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마다 초등학교 6학년 새 학기 첫날, 저는 교실

‘동화’를 공부하는 대학생

오는 과제였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어린

문을 열지 못하고 계속 망설이기만 했습

동화미디어콘텐츠학과. 듣는 사람 누구나

이들은 제가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편

니다. 친한 친구들과 모두 헤어진 채 혼자

궁금해하는 생소한 이름의 학과에서 어

견을 깨트려줬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로

서만 다른 반이 됐기 때문입니다. 아는 사

린이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즐거운 동화와

직접 듣게 된 어린이의 세계는 놀라웠습

람 하나 없는 낯선 공간이 무척 두렵게 느

딱딱한 이론, 오래된 민담부터 현대의 유

니다. 그곳엔 즐거움뿐 아니라, 두려움과

껴졌습니다. “잎싹은 스스로 텃밭에서 나

명한 그림책까지, 어린이책의 세계를 넓

슬픔도 함께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밝은

왔다. 그런데 밭은 거기에만 있는 게 아니

고 깊게 여행했습니다. 학교 도서관은 조

색부터 어두운색까지, 갖가지 색으로 칠

었다.” 그 순간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읽

그만 배이자 통로였습니다. 그곳에서 샤

해진 어린이의 세계엔 더욱 다양한 이야

었던 한 문장이 제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를 페로와 그림 형제, 안데르센의 동화집

기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

감당하기 벅찬 두려움과 마주할 때마다

과 루이스 캐럴, 로알드 달, 아스트리드 린

으니까 괜찮아요.” 가난 때문에 일찍 어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잎싹, 앤 셜

드그렌의 작품을 만났습니다. 마해송, 권

른이 되어버린 한 친구가 제게 들려줬던

리, 해리포터, 마틸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생, 황선미 등 우리나라의 어린이 문학

이야기는 마음 깊은 곳에서 작은 별이 되

어려움을 극복하는 그들의 모습은 거대

도 함께 읽었습니다. 어린이책을 읽고, 그

었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것이 다름

한 벽 너머에 존재하는 희망을 바라보게

세계를 학문적으로 고민하는 경험은 낯

아닌 누군가의 ‘희망’이라는 사실이 무겁

합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들의 목소리

설기도 했지만 동시에 감동적이었습니다.

게 다가왔습니다. 대학 시절 동화를 공부

는 여전히 저와 함께하며 낯섦을 견디고

모든 고민의 끝엔 항상 어린이에게 더 좋

했던 경험은 제가 어린이책 편집자를 꿈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됩니다. 두려

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

꾸고, 그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 계

움 앞에서 나답게 행동하는 법을 알려준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기가 되었습니다.

어린이책. 그 소중한 기억은 편집자가 되

과제를 위해서 초등학교에 찾아가기도

고 싶은 첫 번째 이유가 되었습니다.

했습니다. 어린이의 ‘진짜 목소리’를 담아

048


니다.

나에게 동화는 삶을 표현하는 한 방식이며, 아이들과 더불어

앤과 다이애나가 포도주를 마시는 장면

나 또한 성장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하나의 행위이다.

에서 따온 나무딸기주스라는 이름. 어른

-황선미

들의 금기를 깬 그 장면처럼, 어린이와 청 소년에게 낯선 영감을 주는 책을 꼭 만들 어 보자는 꿈을 함께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린이책 전문가

사회 정서와 부합하는지, 좀 더 세세한 요

새롭게 꾸는 꿈이 제가 사는 오늘을 더욱

대학교 마지막 겨울방학, ‘행복한아침독

소들도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꼭 선

빛나게 합니다.

서’라는 월간지 회사에서 편집부 인턴 생

정되기를 바랐던 책을 추천 목록에서 확

활을 했습니다. 초·중·고 독서교육과 그

인했을 때 마음 가득 따뜻함이 퍼져나갔

우르술라 노드스트롬이라는 북극성

림책, 동네책방에 관한 전문지를 발행하

습니다. 어린이를 위해서 작지만 좋은 일

올 여름, 알부스갤러리에서 Summer

는 곳이었습니다. 인턴 첫날에 들었던,

을 해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Lecture 특강을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우르술라 노드스트롬이라는 전설적인 어

“대학생 인턴으로 들어왔지만, 전공을 살 려 어린이책 전문가로서 역할을 해주면

『빨간 머리 앤』의 이야기 클럽, 편집자반

린이책 편집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

좋겠다”라는 편집장님의 말이 아직도 기

의 나무딸기주스

니다. 도덕주의적 작품으로 가득하던 시

억에 남아있습니다. 인턴의 주된 업무는

어린이·청소년 분야에 관심 있는 친구들

절에, ‘나쁜 어린이’를 위한 좋은 책을 펴

책 정리였습니다. 매주 편집부로 쏟아지

과 ‘나무딸기주스’라는 동아리를 만들고,

냈던 편집자. 책을 통해 어린이의 세계에

는 신간 도서를 꼼꼼히 읽고 정리했습니

함께 책을 읽고 공부했습니다. 그림책과

자유를 가져온 그의 이야기가 무척 감동

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책을 편집장님과

어린이문학, 이론서와 평론집까지. 한 주

적이었습니다.

기자님에게 추천했습니다. 지면 기획을

마다 주제를 정하고 다양한 활동을 했습

저도 그 별빛을 좇아가며 ‘나쁜 어린이’들

위해 어린이책과 청소년책을 각각 8권씩

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즐

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삶이 낯설

고르고, 직접 소개글을 작성해보기도 했

거웠습니다. 혼자 읽을 때는 미처 발견하

어지는 순간 친구가 되어주는 책을 만들

습니다. 제가 고르는 책이 어린이와 청소

지 못했던 의미들을 함께 나누고 생각해

고자 합니다. 어린이의 일상에서 환상을

년에게 작더라도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

볼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책을 바라보는

발견하고 책 속에 어린이의 삶을 담는, 살

는 사실을 알았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업

시야가 조금씩 더 넓어졌습니다. ‘어린 시

아있는 어린이책을 만드는 편집자가 되

무를 진행했습니다. 책을 추천하거나, 지

절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동화’를 기획했

고 싶습니다.

면 기획에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도 단순

던 활동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한 감상이 아닌 근거가 있는 의견이 될 수

독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를 통해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인턴 생활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경험

주변에 어린이책으로 기획해볼 만한 이야

은 ‘아침독서 추천도서’ 선정 작업에서 어

기가 정말 많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습

린이 문학 분야를 담당했던 일입니다. 처 음엔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과연 제게 자 격이 있는지 막막함부터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어린이 책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좀 더 자 신감을 가지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우선 100권이 넘는 검토 목록을 받아들고, 한 권 한 권 차분히 읽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저만의 기준을 세 우고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떤 점이 부족한 지 의견을 정리해나갔습니다. 목록을 지 워나갈 때마다 모호했던 기준이 점점 구 체적으로 변해갔습니다. 편견을 심어주 거나 성차별적인 내용이 있는지, 지금의

그동안 어린이책을 통해 받았던 위로를 조금이나마 세상에 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049


도그마를 넘어서

Book Editor

나는 스물 이전에 한 마리의 개였다

도미닉 크로산과 역사적 예수

정민철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 마리

그 이후로 예수에 대한 여러 책을 거쳐 도

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미닉 크로산을 찾았습니다. 아마도 도올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댔던 것이

선생님의 『도올의 도마복음한글역주』(통

다.” 명 말의 사상가 이탁오는 본인의 인

나무)에서 그 이름을 보았던 것이 계기였

생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저 역시 이탁

습니다. 이후에 군대에서 도미닉 크로산

오와 마찬가지로, 앞의 개가 짖으면 따라

의 역작인 『역사적 예수』(한국기독교연구

서 짖었습니다. 짖는 데 이유는 딱히 없었

소)를 접하게 되었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

습니다. 그저 남들이 다 하니까, 저도 따

니다. 크로산은 그 책에서 1세기 지중해

라 해야 하는 줄 알았던 것입니다. 돌이

유대 지방을 거닐던 예수를 갈릴리 출신

켜 보니 그것은 정말로 굳건하게 형성되

의 유대인 농민 견유 철학자로 정의했습

어 있는 도그마였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

니다. 그의 규정은 논의의 여지가 많은 것

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 많은 돈을 받으면

이겠지만, 저는 그것보다 ‘브로커 없는 하

서 잘 사는 삶이 하나의 도그마였다는 것

나님 나라’를 선포하려 했다는 예수의 모

을 뒤늦게야 깨달았습니다.

습에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도그마의 부정, 그것이야말로 제가 꿈꾸던 것이고,

개에서 인간으로

역사적 예수가 꿈꾸던 것이었으리라 생

어쨌든 남들을 따라 짖으면서 쑥스럽게

각합니다.

대학을 들어갔습니다. 들어가고 보니 이 룬 것 하나 없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

함석헌 선생님과의 만남

습니다. 힘들게 재수까지 했건만, 들어간

그렇게 크로산과의 만남 이후에 저는 군

대학은 막상 달라지지 않았고, ‘무엇을 위

대에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계속 중요

해 이 고생을 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

하게 품고 있던 생각은 ‘어떻게 예수의 비

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도그마는 너무

전을 삶으로 옮길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

나 굳건했고, 스스로 입시의 미련에서 빠

니다. 1세기 유대 지방의 사람과 21세기

져나오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

한국에 살고 있는 저는 생각하는 방식도,

렸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원래부터 관심

환경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느꼈습니다.

을 가졌던 종교를 공부를 해보기로 했습

그 틈을 메울 누군가가 필요했습니다. 그

니다. 그 기원은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비

래서 저는 함석헌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롯된 것이지만, 사실은 ‘어떻게 살아야 할

함석헌 선생님의 이름은 어릴 적 읽었던

까’ 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휘젓고 있기 때

『만화로 만나는 20세기의 큰 인물』(웅진

문이기도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접했었습니다. 그때도 선생 님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진을 찍어준 구세주 학우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050

사상이나 행적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벽돌책이었다.

랑은 시대를 뛰어넘어 깊은 감동을 주었

들사람이여, 옵시사! 와서 이 다 썩어져 가는 가슴에

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자신을 갈고 닦아

싱싱한 숨을 불어넣어 줍시사!

다른 사람도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함석헌, 「들사람 얼」

하게 되었습니다.

삼십, 이립의 자세로 습니다. 그러다 문득 고민하던 차에 그 이

합니다. 특히나 외국 사상가들의 첨예한

여기까지 저의 사상적 여정에 대해 서술

름이 떠올라 관련된 책을 찾다 본 것이 김

사상도 수용하면서 그것을 당시 한국의

해 보았습니다. 수많은 책과 생각이 여정

삼웅 선생님이 쓴 『저항인 함석헌 평전』

실정에 맞게 민중의 관점에서 사고해낼

의 사이사이에 존재했습니다. 도그마를

(현암사)이었습니다. ‘이런 삶이라니! 이

수 있는 그 능력이야말로 선생의 본령이

뛰어넘는 과정에서 저는 역사, 정치, 사

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라 생각합니다.

회, 문화 등 다양한 부분에서 존재하는 도 그마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로베스피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저를 둘러싼 도그마의 껍데기를 깨고 함석헌 선생을

하학이상달의 삶

에르, 혁명의 탄생』(교양인), 『중국 문화대

정신적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길게 다른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저는 머

혁명과 정치의 아포리아』(그린비)와 같은

문 곳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드는 것을 삶

책들을 보면서 도그마처럼 자리잡은 학설

생각하는 사람이라야 산다!

의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지금은 예전과

을 뛰어넘는 텍스트를 만들고 싶다고 생

물론 저는 함 선생님의 사상을 무비판적

는 다르게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수 없고,

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텍스트를

으로 수용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뜻으로

또 일어나서도 안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저자의 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본 한국역사』(한길사)는 큰 감흥을 주지

그렇기 때문에 생활에서부터 점진적인

편집자인 저 스스로도 상당한 공부를 해

못했습니다. 오히려 저는 선생님이 《사

변화로, 스스로의 삶을 바꾸는 것부터 시

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도그마를

상계》에 쓴 글, 간디의 자서전을 옮긴 것,

작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 계기를

넘어서며 쌓아온 스스로의 호학 정신으로

지브란의 『예언자』(한길사)를 옮기면서

찾게 된 것은 공자와 논어였습니다. 수업

이 과정을 계속해나가고 싶습니다.

자신의 죄책감에 맞서 발버둥치는 모습

시간에 접한 논어를 공부하면서 공자에

을 더 좋아합니다. 그야말로 선생님이 말

대한 도그마를 깨나갔습니다. 그리고 공

하던 씨알에 대한 사랑, 새로운 시대의 정

자 특유의 유연함과 미련할 정도로 이상

신, 들사람의 얼이 제대로 담겨있기 때문

을 좇는 모습, 끊임없는 호학의 인생까지

입니다. 선생님의 장점은 무수히 많겠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

만, 시대와 환경에 따라 자신의 사상을 계

해 예수와 공자는 참 생각하는 방식도 행

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야말로 후

동도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럼에

학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라 확신

도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인간에 대한 사

051


준비 끝

Book Editor 정유나

출판학교로 가는 길. 가끔은 다시 고등학생이 된 것 같다.

기획자가 될 준비 기획 편집자를 목표로 융합콘텐츠, 커뮤

금 이 순간 책은 단지 지식만이 아니라 완

한 검은색, 짙은 회색 계열로 디자인했다.

니케이션미디어, 인문예술미디어, 이렇게

전히 새로운 경험을 전하는 매개다.

또, 타깃이 복잡한 디지털 환경을 자유롭

세 전공을 이수했다. 디지털에서 아날로

그런 순간에 서 있는 나는 어떤 책을, 아

게 탐색할 수 있는 디지털 세대임을 고려

그까지, 콘텐츠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 배

니 어떤 경험을 만들어야 할까.

해 사이트를 구조화하고 비교적 중요도 가 낮은 요소를 화면에서 숨기는 등의 방

웠다. 기획, 디자인, 마케팅… 안 한 것이 없다. 대학에서의 첫 수업이 기억난다. 처

첫 번째, 누구에게나 유용한

식으로 편리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을

음 배운 것은 ‘사용자경험(UX)’이었다. 그

학부생끼리 학과 홈페이지를 만드는 프로

적용했다. 운 좋게도 최종적으로 나의 디

용어를 설명하시면서 교수님은 이렇게

젝트에 참여했다. 난 메인 페이지의 UI 디

자인이 채택되어 프로젝트에 쓰였다.

말씀하셨다.

자인을 맡았다. 대입을 앞둔 시기임을 고

홈페이지를 쓸 이를 떠올리며 그 동선을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가 아니라 사용자

려해, 우리 학과에 관심이 있는 입시생을

하나하나 짜는 것이 즐거웠다. 나의 작은

를 위해 어떤 경험을 만들지를 먼저 생각

타깃으로 정하고 주요 과제를 정리했다.

아이디어 하나에 그의 경험이 확 바뀔 수

할 때 기획자가 될 준비가 끝난 것이다.”

첫째, 학과 정보를 쉽게 볼 수 있게 할 것.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이런 것을

당시엔 뉴미디어 쪽 용어인 사용자경험

둘째, 학과의 이미지를 반영할 것. 셋째,

책에서 해 볼 수는 없을까? 내가 배운 것

과 올드미디어인 책이 꼭 동떨어진 것처

타깃의 웹 이용 행태에 맞는 디자인일 것.

을 책에 적용할 순 없나? 『두 아이』는 그

럼 느껴졌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그렇지

우선 기존엔 바로 확인할 수 없던 학과 정

질문에서 시작됐다.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최초의 시 큐레이

보를 종스크롤로 메인 페이지에서 볼 수

션 앱인 창비의 ‘시요일’, AR기술을 활용

있게 배치하고 직관적인 인포그래픽으로

두 번째, 누구에게나 편리한

한 보림의 ‘아티비티’ 시리즈, 사용자가 직

꾸몄다. 학과에서 주로 다루는 디지털 콘

전엔 책은 무조건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

접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네이버와 아울북

텐츠와 뉴미디어의 세련되고 미래적인

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도 콘텐츠고 독자

의 ‘동화 만들기’…. 책은 변하고 있다. 지

이미지를 반영하기 위해 깔끔하고 차분

도 사용자라면, 책 또한 독자를 만족스럽

052


그 외에 내가 놓친 또 하나는 바로 나 자

젊은이들 뒤로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신이었다. 나 역시 동아리를 즐기려는 사

그들은 파도를 즐길 준비가 돼 있었다.

용자였는데, 어떻게든 전시를 성공시켜

-이금이, 『알로하, 나의 엄마들』

야 한다는 압박에 그러질 못했다. 누구도 아닌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전부터 해보고 싶던 문예조를 만

게 해줘야 할 것이다.

나는 창작과 전시를 하는 동아리에 들어

들어 글로써 나를 표현하고, 직접 책을 만

한국점자도서관에서 잠시 일하면서 시각

갔다가 예기치 않게 곧바로 동아리장이

드는 즐거움을 누렸다.

장애인의 독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기

됐다. 집단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그

세상 모든 것은 콘텐츠다. 세상 모든 사람

회가 있었다. 점자책은 제작비용도 시간

집단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부

은 사용자다. 나는 항상 그 생각을 하며

도 많이 들어 출간이 힘들다. 게다가 시각

담스럽고 막중하게 느껴졌다. 활동을 성

그들에게 최고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

장애인용 아동서는 품이 더 들기 때문에

공적으로 마쳐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

려 노력하고 있다.

묵자책에 점자 라벨을 붙이는 정도로 만

던 나는 부원들과 의견 충돌이 잦았다. 첫

족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했다. 하

학기를 마치고 부원들에게 리더로서 내가

마지막으로, 누구에게나 소중한

지만 그렇게 되면 비장애인 독자만 누릴

개선했으면 하는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출판학교에서 ‘나무딸기주스’에 들었다.

수 있는 색과 그림이 있을 텐데, 과연 두

나는 당연히 잦은 의견 충돌일 거라 예상

그림책, 그래픽노블, 동화책 등 테마에 따

독자 모두 만족스러운 독서를 했다고 할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나 혼자 하려는 것

라 매주 아동서를 공부하고 그에 관해 이

수 있을까?

같아 아쉬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충격이

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그 모임에서 읽

그 이야기를 듣고 무장애 촉각 그림책

었다. 난 대표는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한다

은 책엔 행복, 용기, 사랑, 선행이 있었다.

『두 아이』를 기획했다. 시각장애인과 비

믿었고, 그래야만 다른 모두가 동아리 활

소중한 가치를 품었기에 그 책이, 그걸 읽

장애인이 함께 읽는, 두 독자의 독서 경험

동을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결국 동

은 경험이 소중했다. 나아가 그 책을 함께

차이를 최소화한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아리도 콘텐츠와 같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읽은 사람들이 소중했다. 책이 그런 것까

서였다. 색맹, 색약인을 위해 색을 흑백으

들은 단지 구경꾼이 아니라 동아리라는

지 할 수 있다니.

로 통일하고, 텍스트 없이 그림만으로도

콘텐츠를 이용하려는 사용자구나. 그리고

그쯤에서 나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

내용을 상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텍스

나는 그들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는 사

아갔다. 어떤 책, 어떤 경험을 만들어야

트는 각각 묵자와 점자로 된 카드를 만들

람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을 설계하는 기

할까. 누구에게나 유용하고 편리하고 즐

어 자유롭게 붙이고 뗄 수 있게 했다. 책

획자구나. 그걸 간과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운, 그래서 소중한. 그런 경험을 만들어

은 말이 통하지 않는 옷장 밖 아이와 옷장

그 후로는 작은 것 하나라도 부원의 의견

야겠다. 그런 것까지 할 수 있는 책을 만

안 괴물이 친구가 되는 내용으로, 시각장

을 묻고 결정에 반영하려 노력했다. 덕분

들어야겠다. 수많은 경험이 쌓여서 겨우

애인과 비장애인도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에 나도 부담을 덜었고, 부원들도 더 적극

그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됐다.

있다는 교훈을 담았다. 도서출판 점자의

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제 준비가 끝났다.

도움으로 책을 실제로 제작하기도 했다. 어느 콘텐츠든 사용자는 한 명이 아니다. 책도 예외가 아니다. 독자는 한 명이 아 니다. 모두를 생각해야 한다. 모두가 편히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두 아이』가 그 사실을 일깨워줬다.

세 번째, 누구에게나 즐거운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사용자경험 기획 을 했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동아리의 장을 했던 일이다. 그 둘이 무슨 관련이 있냐고 하겠지만, 동아리에서처럼 사람 을 대하는 일이 사용자경험 기획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달은 일이 있다.

『두 아이』의 주인공들. 심심해서 한 낙서가 한 권의 책이 됐다.

053


나는 나를 넘는 사람

Book Editor

책을 살리고 싶다

좋아하고 잘하고

정윤경

그날도 어김없이 인터넷 서점을 뒤지고

처음 철학에 관심을 가진 건 『소피의 세

있었다. 나는 전 직장에서 어린이 교재를

계』를 읽고 난 후다. 인간의 본질과 세상

만들었고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교재

의 원리를 해명하려 애쓰는 철학의 탐구

에 필요한 책을 선정하는 건 중요한 업무

정신에 매료됐다. 내가 그랬듯 다른 사람

중 하나였다. 주제가 뚜렷하고 무엇보다

들 역시 철학으로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

아이들이 생각할 만한 질문이 담겨있는

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철학 교직 이수를

책을 찾기 위해 책소개부터 독자 리뷰까

했고 아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기 시작했

지 샅샅이 살폈다. 그런데도 마음에 쏙 드

다. 책에서 철학적 문제를 찾고 교수법을

는 책이 나오지 않아 가슴이 답답해질 때

연구하여 현장으로 나갔다. 아이들과 열

였다. 캐럴 캐릭의 『아빠가 내게 남긴 것』

띤 토론을 하며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

이라는 책이 눈에 밟혔다. 아빠의 죽음 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수

후 아이에게 벌어진 일을 다룬다는 점이

업이 끝날 때마다 부족한 점을 복기하여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슬픔을 지혜롭게

노트에 정리했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만

극복할 수 있는 사고가 아이들에게 필요

나면 그것을 더 잘하고 싶어 피가 끓었다.

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나는 그 책을

장르소설에 빠졌을 땐 전자책 책장을

교재에 싣기로 했다. ‘슬픔’을 주제로 교

500권 넘게 채우며 리뷰를 남겼다. 출판

재를 기획하고 문항을 개발했다. 그러나

공정을 배우고 싶어 무작정 인쇄소 면접

얼마 뒤 책이 절판되면서 내 계획 역시 이

을 봤던 적도 있었다. 영상에 관심이 생겼

어나갈 수 없었다.

을 땐 다큐멘터리를 찍는답시고 수중에

이 일을 계기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카메라를 샀다. 소외

는 책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놓였다.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고 외국인

좋은 원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근로자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촬영을 하

들었다. 책을 기획하여 세상에 내놓는 사

러 가도 되겠냐고 묻고 촬영 의도가 담긴

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편집자

기획안을 작성해서 보냈다. 결국 허락이

가 되어 책의 수명을 결정짓는 일에 동참

떨어졌다. 촬영부터 영상 편집까지 하나

하고 싶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출판학교

씩 배워가며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내

를 준비하며 『상어 지느러미 여행사』의

겐 좋아하는 걸 넘어서 잘 해내고 싶은 간

물고기 하루를 생각했다. 안락한 세계를

절함이 있었다. 편집자도 마찬가지다. 출

깨고 나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 에비 블

판학교에 들어와서 했던 일 모두 좋아하

루로 향했던 하루가 나 자신과 닮았다고

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단계였다.

생각했다. 편집자는 내가 그토록 바라던 에비 블루였다. 가르친 것보다 배운 것이 많았던 선생님.

054

사람을 사랑하기 『새집머리 아모스』의 하마 아모스는 벌레


보고 읽고 느끼며 성장한다.

했다. 『광합성 소년』,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과 같은 책을 편집자의 시각에서 분

모르는 것을 발견할 때 앎이 시작된다.

석했다. 첫 녹음에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프랭크 허버트

횟수를 거듭하고 나니 요령이 생겼다. 기 획 단계부터 철저히 대본을 쓰면 실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마나 준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그래서 진드기

간과 베스트셀러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비됐느냐에 따라 그날의 녹음이 좌우된

새 쿰바의 도움이 간절하다. 쿰바야말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받으며 내 세계

다. 책을 만드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는

아모스의 몸에 달라붙은 벌레를 떼어낼

가 무한히 팽창했다. 혼자였으면 결코 알

생각이 들었다. 편집자는 책이 놓일 환경

수 있기 때문이다. 쿰바 또한 둥지를 짓고

지 못했을 것들을 동료들로부터 배워갔

을 정확하게 이해한 뒤 저자와 독자를 연

알을 낳기 위해 아모스가 필요하다. 아모

다. 결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결해야 한다. 팟캐스트는 내게 기획의 재

스와 쿰바의 관계처럼 나 역시 다른 사람

의 이야기를 모을 줄 아는 편집자가 되고

미를 주는 동시에 편집자의 역할까지도

의 존재가 절실하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싶다.

알려준 값진 경험이었다.

한다. 사람들과 상생을 도모할 때마다 삶

기획의 맛

내일은 다르게

의 활력을 얻는다.

독립출판물을 내기로 하고 관심 분야가

매일 아침 1호선에 몸을 싣는다. 전례 없

내겐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과 친해질

같은 친구들을 모았다. ‘장소’를 주제로

는 질병으로 마스크까지 낀 상태다. 꼼짝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나는 태생적으로 사

각자 생각하는 바를 정리해 원고를 썼다.

없이 서서 뉴스레터를 읽다 보면 앨빈 토

람들과 만나는 걸 좋아했다. 혼자 하는 작

그 후 회의를 거듭하며 책의 콘셉트를 명

플러의 말이 떠오른다. “변화란 미래가 우

업보다 여럿이 협력해서 결과물을 만들

확하게 정했고 카드뉴스와 홍보 영상을

리의 삶을 침공하는 과정이다.” 걷잡을

어낼 때 더 큰 보람을 느꼈다. 부산국제영

제작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기세를

수 없는 속도로 달라지는 세상 속에 편집

화제에 다녀와 축제를 주제로 논문을 쓰

몰아 디자이너와 협업한 표지를 공개했

자로서 내가 서 있을 위치를 생각한다. 지

게 되었을 때 공동 논문을 결심한 것도 순

고 정성껏 준비한 굿즈를 선보였다. 그 결

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요

전히 내 선택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머리

과 책을 300권 가까이 팔 수 있었다. 예

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싶다. 즐거운 마

를 맞대고 논문을 완성하며 동행의 의미

비 편집자로서 기획이란 무엇인지를 작

음으로 변화를 맞이하고 그것을 책에 담

를 배울 수 있었다. 출판학교에서 서점 탐

게나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아낼 힘이 내게 있다고 믿는다.

방 동아리 ‘금서’를 만든 것도 사람이 좋

팟캐스트를 하며 가장 즐거웠던 때도 기

아서다. 매주 서점에 들러 출판 시장의 동

획 회의 시간이었다. 전반부와 후반부로

향을 짚는 것은 내 오래된 습관이었고 이

녹음 시간을 나누고 이야깃거리가 될 만

제 이것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신

한 단어를 골라 그와 어울리는 책을 소개

만나러 다니는 것도 다 여기서부터 출발

055


책이라는 퍼레이드 한가운데로

Book Editor 진상원

공연 사진밖에 없지만 연주보다는 책 만드는 일이 더 좋습니다.

저의 이름은 제 이름은 진상원, 서로 상(相) 자에 으뜸

사람들 사이에서

표에 매진하는 것. 5) 개인적인 에너지를

원(元) 자를 씁니다. 혼자보다는 다른 이

어쩌다 이런 사람이 됐는지를 설명하려

언제,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지 파악하

들과 함께 으뜸이 되라는 뜻입니다. 출판

면 재즈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습니다. 저

는 것.

의 길에 들어온 건 이름 덕인지도 모르겠

는 지금도 15인 내외 규모의 브라스 밴

좋은 편집자의 자질과 다를 게 없어 보입

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중요한 것을 만들

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6년차 테너 색소

니다. 무대를 준비하는 매 순간 그런 자질

어내는 삶, 상원(相元)이라는 이름값을

폰 연주자입니다(최근까지 리더였다가

들을 충분히 개발해왔다고 확신합니다.

하는 삶만 살아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

편집자의 길에 집중하기 위해 자리를 내

저는 의견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좋

전에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즘 들

려놨습니다). 군악대 복무 기간까지 합치

은 결과를 위해 갈등을 중재하는 법을 압

어서는 이름 뜻이 참 고맙습니다.

면 무대에 수백 번은 섰을 겁니다. 연주자

니다. 당면한 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걸 파

자료집에 넣을 사진을 찾으면서도 그런

로서의 경험은 편집자의 일을 배우는 데

악하는 일에 자신 있습니다. 필요 이상 드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찍은 사진이 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러나지 않으면서도 제 역할을 다해왔습

의 없습니다. 술자리에서 함께 이야기를

이를테면 현존 최고의 재즈 트럼페터 중

니다. 그리고, 함께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나누는 사진, 카페에서 뭔가를 열심히 토

한 명인 윈튼 마살리스는 재즈 연주로 다

게 얼마나 지난하면서도 행복한 일인지

론하는 사진, 공연장이나 야외에서 수많

음과 같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연주하는 사진, 하

(『재즈 선언』, p.53).

나같이 다른 이들과 함께 있는 사진들뿐

1) 균형을 잃지 않은 채 변화에 적응하는

함께 읽고 쓰는 일

이었습니다. 이름대로 저는 사람들과 함

것. 2) 명료한 사고로 중요한 순간을 통제

연구공동체 ‘지평(L’Horizon)’을 꾸린 것

께여야만 빛나는가 봅니다.

하는 것. 3) 내 방식을 고집하는 대신 순

도 그런 일 중 하나입니다. 마음 맞는 동

간을 살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4) 내

료들과 함께 삼 년째 활동하는 중입니다.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전체의 목

웹진의 편집장을 맡아 한 달에 대여섯 편

056


스24에서 지난 10년치 월별 베스트셀러 를 분석하는 중입니다. 저자의 지명도, 책

저는 함께일 때 비로소 빛나는 사람입니다

의 난이도 등 4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책 의 16가지 성격유형을 만들어 변화 추이 를 그래프화하는 작업입니다. 출판학교 활동으로만 끝내지 않고 앞으로도 공들

의 글을 검토, 교정하고 있습니다. ‘파상

의 연속입니다. 꿈을 공유하는 동기들과

여 연구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독자의 시

(破像)’이라는 필명으로 집필하고 있기도

함께이기도 하지만, 저의 ‘함께’라는 부사

선에 한 걸음씩 다가가기를 기대하고 있

합니다.

에 ‘독자’들이 들어왔다는 것도 오래 기억

습니다.

처음에는 각자의 연구를 아카이빙하는

해야 할 일입니다.

공간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참여하

‘출판기획의 개요’, ‘기획과 편집의 기본’,

책이라는 퍼레이드

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구체적 방향성이

‘시장조사 워크숍’ 등의 강의가 가장 기억

작년 초가을의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은 아

필요하다고 느꼈고 여러 차례의 회의를

에 남습니다. 편집은 독자에서 출발한다

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백 명이 넘는 사

통해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습니다. 저

는 원칙을 배운 강의들입니다. ‘책도 어디

람들이 우리 뒤를 따라 퍼레이드를 만들

를 포함한 기획부 셋의 성향과 지향이 달

까지나 상품이다’ 같은 말은 원래 알고 있

었습니다. 저와 동료들의 음악에 맞춰, 수

라서 매 결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하지

었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듣다 보니, 그

많은 사람들이 같은 박자로 걷고 같은 리

만 끝내, ‘서로를 자극해 각자의 지평을

말이 그저 ‘팔아야 한다’는 뜻만은 아니라

듬으로 춤췄습니다. 그날 이후로 ‘함께’라

넓히는 연구자들의 공동체’라는 확고한

는 걸 느꼈습니다.

는 감각은 제 삶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사

정체성을 합의할 수 있었습니다.

편집자의 주관을 가지더라도, 책은 ‘독자

람들과 함께,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을

그 과정에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다

들과 함께’ 만드는 것이다. 제가 내린 결

위하여 빛나는 제 모습을 자꾸만 상상하

른 요소를 조율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연

론은 이렇습니다. ‘책을 팔기 위해 독자를

곤 합니다.

구자들의 공동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상상하는 일’과 ‘처음부터 독자와 함께 감

편집자의 일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

난 후, 우리는 ‘그렇다면 웹진의 형태는

각하는 일’은 분명 다릅니다. 오랜 시간

니다. 한 권의 책은 제게 한 무리의 퍼레

꼭 필요한가?’, ‘지금의 운영 방식은 우리

독자였는데도 편집자의 시선과 독자의

이드입니다. 저자와 편집자, 디자이너, 마

의 상호작용에 도움이 되는가?’ 등등 모

시선을 일치시키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케터와 제작부,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든 질문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걸 깨달았습니다.

손을 거쳐 책이 만들어지면, 수천 수만 명

가능한 한 모든 요소가 하나의 목적을 위

동기들과 함께 ‘키워딩 프로젝트’를 시작

의 독자들이 그 뒤를 따를 겁니다. 저는

해 기능하도록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불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QR코드를

제 이름처럼, 그 거대한 퍼레이드의 일원

필요한 것들을 가지치기했습니다. 한 치

참고해 주세요). 독자들이 책의 어떤 요소

으로서 계속 걸어가려 합니다.

의 양보도 없는 회의를 통해, 이미 기획과

에 반응하는지, 그 반응이 어떻게 달라져

콘셉팅의 개념을 서투르게나마 예습해본

왔는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알라딘과 예

셈입니다. 게다가 예비 편집자로서는 흔치 않게 저 자교의 과정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편집 장을 맡은 덕입니다. 교정은 마냥 문장을 정리하는 일만이 아님을 일찍 깨달았습 니다. 아무리 섬세한 시각으로 문장의 오 류를 지적하고 개선을 제안한다 해도, 원 고는 결국 저자의 것입니다. 글을 잘 다듬 는 일 이상으로 저자와 적절하게 소통하 고 상호작용하는 일 또한 교정의 큰 부분 을 차지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넓어지는 ‘함께’ 지금 출판학교에서 보내는 날들도 ‘함께’

2019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 맨 앞 빨간 옷이 접니다.

057


쏟아지는 비를 멈출 수 없다면

Book Editor 하상민

장편소설 『아잘드』 표지

사회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문과대학 여학생위원회에서 일하며 퀴

운동에 반발하여 ‘펜스 룰’을 지지하는 일

있다. 또한 만성질환과 함께 살며 아픔을

어·페미니즘 이론과 장애학을 접했다. 사

부 남성을 비판한 글(2018)과 타인의 젠

직시하고 솔직하게 기록하는 에세이 ‘12

회가 ‘비정상적’ 신체로 규정하는 퀴어와

더 정체성을 임의로 판단하는 관습의 문

시가 되면 등을 대고 눕는다(가제)’를 기

장애인의 몸을 주제로 『트랜스젠더의 역

제점을 지적한 글(2019)을 실었다. 독서

획했다. 저자에게 출간 제안 메일을 보내

사』, 『젠더 무법자』, 『거부당한 몸』을 읽고

를 통해 내 관점을 찾고 사회현상을 해석

면서 전혜은 연구자의 논문 「수전 웬델─

토론하는 세미나를 기획했다. 그리고 『거

하는 훈련을 거친 덕분이었다.

손상의 현상학자」를 언급해, 저자의 글을 사려 깊게 읽었음을 어필했다. 예상대로

부당한 몸』의 저자 수전 웬델의 논문을 번역한 전혜은 연구자를 초빙해 페미니

단행본 기획과 저자 관리 연습

저자는 에세이를 쓰기 전에 이 논문을 읽

즘과 장애학의 교차성에 대한 강연을 열

토마토출판사 편집기획팀에서 두 달간

었으며, 글의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한 제

었다. 이 시기의 공부를 발판 삼아, 사회

인턴으로 근무했을 때, 인문·사회학과 에

안서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미팅 날짜를

적 소수자와 동물권 이슈를 다룬 인문·사

세이, 동화책 분야 위주로 기획서를 작성

잡을 수 있었고, 저자와 원고의 강점과 편

회 분야의 책(『동물 해방』, 『혐오와 수치

했다. 학생에게 반말을 권하는 고등학교

집 방향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이를 계

심』, 『아픔이 길이 되려면』, 『실격당한 자

교사의 사회서 ‘사랑하는 선생님께 반말

기로 저자의 마음을 얻어 순조롭게 소통

들을 위한 변론』, 『낙인찍힌 몸』, 『퀴어는

하기(가제)’, 닷페이스가 인터뷰한 여러

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등)을 읽어나

직종의 노동자 이야기를 엮은 ‘말하라고

갔다. 차별과 혐오가 사라진 세상을 상상

뚫린 입(가제)’, 축사 밖으로 나온 돼지와

독립출판 및 북토크 기획

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책이 어

아이의 만남을 그린 그림책 ‘돼지, 고기

2017년 9월, SF소설 『가발』을 출간하면

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

(가제)’, 성별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육아

서 가상의 1인 출판사 ‘어패류’를 만들었

다. 동국대학원신문 젠더비평 코너에 칼

법으로 유명한 봉태규의 아들을 위한 동

다. 책을 통해 사람다운 삶의 조건을 질

럼을 두 차례 기고한 경험도 있는데, 미투

화 ‘나도 공주가 될 수 있어!(가제)’ 등이

문하며, 모두가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세

058


도 했다. 어린이의 몸짓을 ‘여자다움’이나 ‘남자다움’이라는 잣대로 통제하는 사회

피하지 않고 함께 있을게요. 감사합니다.

에 맞설 힘을 길러주는 책이었다. 독자가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자기답게 산다는 이유로 수치심을 느끼 지 않기를 바랐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내가 어떤 책으로 성장했고 고민거리가

상을 지향하는 출판사다. 이후 『가발』의

전시를 보러 다니며 체득한 미적 감각을

있을 때 어떤 책이 필요했는지 되돌아보

개정판 『아잘드』(2019)와 소설집 『항문

십분 활용했다. 1년간 (패션)사진 모델로

았다. 나는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

이 예쁜 사람』(2019)을 펴냈다. 『아잘드』

활동하면서 얻은 안목도 밑거름이 되었

기』와 『모모』를 읽으면서 꿈을 키웠고 지

는 외계 생명체의 시선으로 인간 사회의

다. 시집 『고고보이』(2020)의 편집을 맡

난한 학교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 다양성

젠더 이분법과 비장애중심주의에 문제

았을 때는, 책의 콘셉트를 명확하게 설명

과 공존을 이야기하는 책을 미리 접했다

를 제기하는 작품이고, 『항문이 예쁜 사

하되 디자이너의 작업 영역을 존중하는

면 남과 다른 내 모습을 확인하며 괴로워

람』은 성적 매력과 존엄의 관계를 탐구하

방법을 깨달았다. 디자이너와 효율적으

했던 시기가 훨씬 짧았을지도 모른다. 어

는 작품이다. 두 책의 인쇄비를 마련하기

로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을 익힌 것

린이책은 현실에서 ‘약자’인 어린이가 얼

위해 텀블벅 프로젝트(tumblbug.com/

이다. 평소에 성인과 어린이 분야를 막론

마든지 서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분

queernovel)를 진행했다. 리워드로 책갈

하고 출판물에 어울리는 이미지 작업자

야다. 그런 만큼 젠더, 장애, 인종, 동물,

피와 스티커, 삽화 엽서를 제작했고 문학

의 목록을 틈틈이 채우는 중이다. 표지에

환경 등 다양한 사회 이슈를 아우르는 포

팟캐스트에 광고를 의뢰해 프로젝트를

넣을 이미지를 선정하고 디자이너와 즐

용력이 강하다. 나는 쏟아지는 비를 멈출

홍보했다. 남은 책은 독립출판 페어 ‘퍼블

겁게 일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수 없다면 비를 피하지 않고 함께 있겠다 는 김승섭 작가의 말을 좋아한다. 인문학,

리셔스 테이블’에서 판매했다. 편집에서 유통과 마케팅에 이르는 출판의 전 과정

어린이책 동아리 활동

사회학 소양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편견

을 미리 체험했다. 한편, 동네책방 ‘달리,

출판학교 편집자 반 동아리 ‘나무딸기주

과 선입견을 재생산하지 않고 어린 이, 아

봄’에서 『아잘드』와 『항문이 예쁜 사람』

스’에 참여해, 어린이책을 소개하고 비평

픈 이, 차별받는 이의 편에 서는 책을 만

북토크를 열었다. 책방 대표와 쇼케이스

했다. 씩씩하고 용감한 공주가 등장하는

들고 싶다. 그것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

형식의 행사를 기획했다. ‘어패류’가 처음

『망나니 공주처럼』과 드레스 입기를 즐기

회를 앞당기는 데 편집자가 맡을 수 있는

만든 책부터 신간까지 손님이 열람할 수

는 왕자와 그를 존중하는 디자이너의 이

역할이라 믿는다.

있도록 전시하고, 리플릿을 만들어 각각

야기 『왕자와 드레스메이커』를 읽었는데,

의 작품 설명을 곁들였다. 또 『아잘드』의

기존의 왕자, 공주 서사를 지금의 인권 감

표지 디자인에 사용한 재료와 본문에 삽

수성에 맞게 비틀면서도 재미있는 작품

입한 일러스트를 선보였다. 어떻게 하면

이었다. ‘어린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동화

(예비) 독자의 흥미를 끌면서 출판사의

책’으로 ‘자세의 요정(가제)’을 기획하기

방향성과 디자인 과정을 소개할지 고민 한 결과였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온/ 오프라인 작가 행사를 기획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디자인 감각과 소통 능력 편집자는 디자이너와 함께 책에 물성을 부여하므로, 조형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 다. 나는 앞에서 얘기한 ‘어패류’의 소설 책을 직접 디자인했다. 『가발』의 표지에 는 일러스트를, 『아잘드』와 『항문이 예쁜 사람』의 표지에는 각각 자개를 촬영해서 만든 이미지와 임창곤 작가의 회화 작품 을 실었다.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미술

책을 50권 넘게 팔았던 전설적인 부스

059


내공이 깊은 편집자

Book Editor 황수진

제주 동네책방에서 산 신간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강가의 징검다리 프로이트라는 이름과 인터넷에 돌아다니

연구자와 일반 독자 사이를 잇는 징검다

의 과목을 찾아다니게 했고, 호기심으로

는 MBTI 검사지밖에 모르던 내가 심리학

리로서의 편집자가 되고자 한다.

인해 오랜 세월 동안 집으로 돌아오지 못 하고 여행해야 했던 오디세우스처럼 학

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무렵이다. 전 공 수업 시간에 ‘지식의 섬이 커질수록 무

호기심 천국

업 이외의 딴짓을 하다가 졸업이 늦어지

지의 해안선도 길어진다’라는 격언을 들

나는 심리학을 좋아한다. 심리학과 학번

기도 했다.

었다. 진리를 탐구하는 연구자가 필연적

대표와 ‘싸이연’의 학회장을 맡아 연구 논

현대시를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으로 맞닥뜨릴 도전 과제와 연구자가 마

문을 비판적으로 읽고 토론하는 활동을

무작정 대학에서 국문과 수업인 ‘시쓰기’

땅히 가져야 할 겸손한 자세를 암시하는

했으며 심지어는 단일전공(!)으로 졸업했

를 들었다. 첫 시간에 문학하는 마음이 과

것이었다. ‘연구자가 최전선에서 앎을 발

다. 졸업 후에도 꾸준히 최신 동향을 모니

학적 사실과 상상력에 기초한다는 것을

굴하는 작업을 한다면, 그 앎을 전달하는

터링했다. 웹진 《마인드》의 기사를 탐독

알게 됐다. (수업을 담당했던 김소연 시인

일은 누가 하는 것일까?’라는 물음이 생

하여 SNS에 공유하기도 하고, 자살이라

의 산문집 『시옷의 세계』에서 내용을 확

겼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잠정

는 현상을 각각 심리학과 문학의 관점에

인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전공에 구애받

적인 결론은 연구자가 아니어도 관련하

서 다룬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를 읽기

지 않으면서 과학과 인문학 공부를 이어

여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나아가 연구자

도 했다. 전공에 애착을 느꼈던 이유는 한

갔다. 생물학과 철학의 창조적 접점을 찾

가 아니어서 비로소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번 시작한 것은 끝장을 보는 집념 때문이

는 ‘활과 리라’, 과학철학 분야의 고전읽

있다는 것이었다. 대중에게 널리 읽힐 수

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호기심 탓이 컸

기를 통해 정치적인 렌즈로 과학을 들여

있는 교양서에 매력을 느꼈고, 학문의 내

다. 인간의 마음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

다보는 ‘독서와 토론’, 카프카의 『유형지

외적 조건을 살피며 학계와 대중 사이의

는지 그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밝혀내

에서』,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에

간극을 메우는 일이 하고 싶었다. 나는 인

는 과정에 매혹된 것이었다. 호기심은 내

서 시작해 인지신경과학을 경유하여 새

간과 세상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가 심리학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공 이외

로운 윤리를 검토하는 ‘고통의 문화와 신

060


소개하는 동명의 팟캐스트까지 손을 뻗

깊이에 들어가는 것은 정반대의 입장에

쳤다.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들어가기 위한 나의 방식이다.

단순히 유희에 그치지만은 않았다. 책을

- 발터 벤야민

매개로 대화를 나누면서, 나만의 좁은 세 계관에서 한 발짝 벗어나 인식을 확장할 수 있었다.

경윤리’ 수업을 들었다. 정규 커리큘럼 바

드라인’ 제작의 총괄을 맡았고, 독립매거

깥에서는 전기가오리에서 번역한 『도덕

진 《2gether》의 편집팀에 참여하여 5호

내공이 깊은 편집자

과 진화생물학』과 장하석 교수의 『온도

까지 펴냈다. 특히 매거진은 텀블벅을 통

내가 생각하기에 편집자가 가져야 할 깊

계의 철학』을 읽으며 과학철학을 익혔고,

해 후원받았으며 2019년에는 북페어에

이란 읽기와 쓰기에서 드러나는 내공이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와 『통념과 상식

참가하여 직접 판매했다. 책의 내용적인

다. 활자 매체뿐 아니라 영상 매체도, 물

을 거스르는 과학사』를 읽으며 과학사 교

가치뿐 아니라 물성까지 고민해보는 계

성을 가진 책뿐 아니라 웹툰과 웹소설도

양을 쌓았다. 어슐러 르 귄의 『세상의 생

기였다. ‘혼자서만 읽는 책’이 아닌 ‘잘 팔

즐겨 보는 나는 깊이에 들어가는 것을 좋

일』, 듀나의 『민트의 세계』는 SF적 상상력

리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야심도 커졌다.

아했다. 이야기에 깊이 빠지는 것은 내가

으로 인류의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

각종 ‘감투’를 맡아 현장을 종횡무진하는

미처 생각지 못한 정반대의 입장을 고려

시해줬다.

동안 책임 있는 소통과 갈등 관리에 관한

하게 했다. 이렇듯 낯설고 불편한 이야기

이처럼 독서는 나에게 과학주의에 매몰

능력 역시 키울 수 있었다.

에 귀를 기울이며 교조주의에 갇히지 않 는 태도는 상담심리학에서 요구하는 상담

되지 않으면서 과학하는 마음을 일러주 었다. ‘시인과 과학자는 모두 세계의 비밀

나 바깥의 세상에 귀를 기울이기

사의 자격과도 일치했다. 김희진 선배님

을 풀어내려 한다는 욕망을 품고 있다. 즉

출판학교에 입학한 후 동네책방을 다니

과 함께한 ‘사회서 기획 워크숍’에서 좋은

시인은 과학하는 상상력에서 아름다움을

고 책 수다를 떠는 서점 탐방 동아리 ‘금

평가를 받았던 것도 몰입하는 버릇 덕분

발견하고, 과학자는 주관을 사용하여 세

요일의 서점(이하 금서)’에 들었다. 금서

이었다. 전공이 아닌 분야였지만 다량의

계를 자기 안으로 포섭하려고 한다. 그러

멤버들끼리 각자 책을 빌려주고 후기를

논문을 읽으며 공부하고 소비자에게 어필

한 시도는 돈키호테처럼 무모해 보이지

남기는 활동을 주축으로 하는 ‘우리 각자

할 만한 패키징을 고민하다 보니 편집자

만 한편 놀라운 발명을 가능케 한다.’ 영

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열었다. 도서 대출

라는 직업에 한층 더 매료되었다. 교정부

화 〈커피와 담배〉를 보고 쓴 감상문이다.

이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원으로서 쓰는이와 읽는이 사이를 조율하

나는 과학과 인문학이 교차하며 직조해

는 기치로 서점을 비롯한 출판 생태계가

는 법을 질문하게 되는 요즘이다. 공들여

내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굴하여 한 권

활성화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

읽기, 섬세하게 쓰기가 답이 되리라 믿는

의 책으로 펴내고 싶다.

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금

다. 내공이 깊은 편집자가 되고 싶다.

서에서의 책 수다가 즐거웠던 나머지, 범 중쇄를 찍자!

위를 넓혀 예비 편집자의 시선으로 책을

앎이 곧 힘이라고 할 때 아직 힘을 충분 히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읽기와 쓰기 를 통하여 힘을 기르는 동시에 서로 연대 할 수 있다는 믿음은 독서와 기록의 동 력이 되어왔다. 주디스 버틀러의 『윤리 적 폭력 비판』과 허먼의 『트라우마』를 읽 고 이론과 실천을 긴밀하게 연계시킬 방 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활동가 정신건 강 세미나’를 기획했다. 인권 동아리와 학 생회 의제국에서 임원으로 일하면서, 대 학생 아마추어 출판물을 펴내고 기획, 교 정교열에서부터 디자인, 제작,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출판 과정을 두루 경험해보 게 되었다. 의제국 사업이었던 ‘인권가이

카페에서 새로 산 시집을 읽고 있다.

061


Co-Workshop 제16기 출판 협업 워크숍 개요

‣ 편집자-디자이너-마케터 합동 수업: 도서 제작 워크숍으로서 북디자인 협업 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 발표회: 디자이너 포트폴리오 발표회, 마케터 시장조사 발표회, 편집자 편집기획서 발표회 ‣ 특강: 커뮤니케이션 특강 등

‣ 편집자 45시간, 디자이너 35시간, 마케터 21시간

I. 협력 출판사

① 김남중 대표 | 한권의책 ② 조소정 대표 | 위고 ③ 이현화 대표 | 혜화1117 ④ 박성훈 편집장 | 시대의창

II. 조 구성 및 원고

① 동글안 ―― 협력사: 한권의책 [원고] 장우석 지음, 수학과 나 - 편집자: 박경완 원소윤 유현기 윤진호(조장) 이주현 황수진 - 디자이너: 민유리 서예린 유향주 - 마케터: 강주영 김효준(조장) 도우리 박인지 이혜진

② 웨이투고 ―― 협력사: 위고 [원고] Mary Pipher 지음, 안진희 옮김, Letters to a Young Therapist - 편집자: 구세주(조장) 김규리 김종찬 이현영 정민철 정윤경 - 디자이너: 곽수진 김단아 송은비 유승희 - 마케터: 김현아 송임선(조장) 유현재 이나리 홍지성

③ 믈름 ―― 협력사: 혜화1117 [원고] 한미화 지음, 동네책방 생존 탐구 - 편집자: 김민경 박완희 신세빈(조장) 원지연 임헌 정유나 - 디자이너: 오유진 유예지 이세연 최아영 - 마케터: 김수연 김지우 이가윤 이태희 한지훈 한홍비(조장)

④ 들여쓰기 ―― 협력사: 시대의창 [원고] 박유리 지음, 폐기된 사람들 - 편집자: 강지수 김유영 민성원(조장) 이자영 진상원 하상민 - 디자이너: 김소리 문상웅 손상범 정명진 - 마케터: 김은비 김지윤 문서희 유준상(조장) 이규림 최종일


III. 제작 도서

- 제작부장: 박완희(편집자), 손상범(디자이너)

① 동글안 『나는 수학과 함께 어른이 되었다』 『나의 수학, 당신의 수학: 교육자가 들려주는, 수학과 건강한 관계 맺기』 『내가 되는 수학 공부』 『수학 교사의 저녁』 『수학이라는 우주: 우주는 신이 만든 거대한 수학책』 『오십, 수학이 괜찮다고 말했다』

② 웨이투고 『당신은 어떤 심리치료사인가요』 『심리치료사, 그녀의 편지: 희망을 노래하는 심리치료사 선배의 따뜻한 편지』 『심리치료사의 마음』 『어느 심리치료사의 편지: 조금 서툰 당신에게』 『젊은 심리치료사에게 보내는 편지』 『친애하는 당신에게: 심리치료사가 보내는 위로의 편지』

③ 믈름 『동네책방 생존 탐구: 동네책방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가?』 『동네책방 잇다있다』 『뚜벅뚜벅 동네책방: 더 화창한 내일을 향한 동네책방의 여정』 『왜, 서점은』 『작은 책방들: 골목골목 숨어있는 동네책방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취향 공동체, 동네책방』

④ 들여쓰기 『깨끗하고 명랑한 우리 도시: 거리의 빈곤을 청소해온』 『도난당한 삶: 국가가 폐기한 부랑인, 형제복지원에 관하여』 『무균도시의 진실: 1987 형제복지원, 이후 우리 곁 ‘부랑인’들에 대하여』 『인간 바깥 인간: 국가가 폐기하고 은폐한 목소리에 대한 르포와 소설』 『폐기된 사람들: 끝나지 않은 형제복지원 이야기』 『폐기된 사람들』


출판비평실습

본 원고는 수학 교사인 저자가 수학과 함께한 삶을 되돌아보는 회고록이다. 50세를 맞 이한 저자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의미를 찾는 과정은 퇴직에 맞닿은 4·50대의 중년에게, 어려워했던 수학을 받아들이고 교사가 된 이야기는 수학교육에 관심 많은 학

동글안

부모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하나의 원고를 저마다의 독자에게 전하기 위해 서로 다 른 여섯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장우석 지음 · 한권의책 제공

『나는 수학과 함께 어른이 되었다』

『나의 수학, 당신의 수학』

『내가 되는 수학 공부』

편집 의도 ‘어른’과 ‘수학’을 핵심 키워드

편집 의도

편집 의도

로 삼았다. 길지 않은 분량의 에세이로 소

가 필요로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독자

려해 편집했다. ‘대안 교육에 관심 있는

설을 읽는 듯한 경험을 설계하는 데에 집

가 책을 통해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부담

학부모’를 핵심독자로 설정했기에 저자의

중했다. 에피소드를 따라 소설처럼 빠르

을 덜고 에세이 형식의 글을 따라 생각을

개성 있는 관점이 드러나는 문장을 강조

게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각 장을 구성하

정리할 수 있길 바랐다. 원고의 장점인 매

처리하였고, 저자의 통통 튀는 캐릭터가

고, 독립적인 주제의 에피소드는 따로 엮

끄러운 사고의 흐름을 부각해 그에 적합

압축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각 장의 메

어내 독자가 호흡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한 독서 경험을 설계했다. 문단 구분과 강

시지를 요약해 장 제목으로 달았다. 서사

패키징에선 인물과 함께 진중하고 감성적

조 서식 등을 활용했으며 장 제목을 짓는

가 두드러지는 에세이라는 점을 고려해

인 분위기를 제시하고자 했다. (박경완)

대신 각 장에서 중심 문장을 발췌해 장표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원고의 각주를 본

디자인 의도 [본문] 본문에 수식과 도형

제에 실었다. (이주현)

문 안에 녹여냈다. (원소윤)

이 많이 나와서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글

디자인 의도

[본문] 수학을 어려워하는

디자인 의도 [본문] 밑줄을 그으며 문제

줄 사이를 넓게 조정했고 편집자의 의도

독자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 위

를 푸는것에서 착안해 밑줄을 디자인 요

에 맞춰 각각의 에피소드가 구별되도록

해 가볍게 디자인하였다. 넓은 여백과 행

소로 사용했다. 어려운 책이라는 인상을

선과 면을 이용해 디자인 헀다.

갈이를 통해 쉽게 읽게 읽힐 수 있도록 조

피하기 위해 여백과 글줄 사이를 넓혀 가

[표지] 수학과 함께 성장하는 한 사람의

판했다.

볍게 읽을 수 있게 했다.

이야기를 표지에 담고자 했다. 저자가 자

[표지] 수학과 관련된 에세이지만 수학보

[표지] 제목이 주는 인상을 그대로 표현

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겪은 우여곡

다는 개인의 감정의 변화, 의지에 초점을

하고자 했다. 통통 튀는 분위기를 위해 여

절들을 깊은 산에서 걷는 남자의 뒷모습

두어 디자인했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

러 색을 사용하였고 소년이 수학세계로

으로 표현하였다. (서예린)

가 핵심 독자였기 때문에 아기자기한 도

걸어들어가는 일러스트를 크게 배치하여

형들로 표지를 구성했다. (서예린)

시선이 집중되도록 하였다. (민유리)

148

수학 교육이 어려운 학부모

핵심독자와 도서 분야를 고


마케팅 의도

본 원고의 마케팅은 현실가능성에 중점을 두었다.1인 출판사로서 자사

의 마케팅 창구와 별도의 sns 채널이 없기 때문에 카페를 통한 서평단 모집을 기획했 고, 책의 교육적 특성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수학카페, 맘 카페 위주로 잡았다. 그리고 예 산이 적은 점을 고려하여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 주력했다. 이 책의 경우 ‘질문’이라 는 키워드가 책의 핵심인 점을 고려, 수학 유튜브 채널 이상엽 math의 지식in 카테고리 에 책 광고를 한다면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수학 교사의 저녁』

『수학이라는 우주』

『오십, 수학이 괜찮다고 말했다』

편집 의도

편집 의도

편집 의도

수학이 어려웠던 저자가 그

원고가 수학 개념별로 단원

원고를 읽고 아버지를 떠올

것을 받아들이고 또 가르치게 된 상황을

이 구분되는 학습도서가 아닌 수학 ‘에세

렸다. 저자는 수학을 통해 완벽하지 않았

회고하면서 자신의 삶을 담담히 돌아보

이’가 되도록 표지와 내지 디자인에서 명

지만 그래도 나름 잘 살아온 자신을 긍정

고 있다. 수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랑한 분위기를 살리고자 했다. 사건 순으

하고 있었다. 오십 이전과 이후 총 2장으

가르치는 순서로 총 3장으로 구성했다.

로 전개되는 특성을 고려하여 다섯 장으

로 구성했다. 자신감이 드러나게 문장을

추리소설가로도 활동하는 저자의 유쾌한

로 묶었다. 장 제목을 붙이지 않음으로써

고치고 옛 추억을 자극할 수 있게 저자의

문체를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너무 어려

독자가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회상을 최대한 살렸다. 어려운 수식은 줄

운 수학지식은 일부 삭제하였다. 수학의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독서 경험을 설계

이고 그것이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작동방식보다는 저자의 삶을 느낄 수 있

했다. (황수진)

강조하려 노력했다. (유현기)

도록 편집하려고 노력했다. (윤진호)

디자인 의도

디자인 의도

[본문] 타깃 독자층이 40

층으로 하는 유일한 책이어서 폰트의 무

과 타깃 독자층을 고려해 안정적인 여백

대인 것을 고려해 폰트의 크기를 키워 시

게를 가볍게 하고 긴 핸디 북 스타일로 디

과 판면을 구성하였다. 2개의 장으로 구

원하게 배치했고, 장표제를 끼워 넣어 중

자인함으로써 쉽게 접근해 가볍게 읽을

분되기 때문에 각 장의 끝에 일러스트를

간중간 내용을 갈무리해 가독성을 최대

수 있도록 했다.

삽입해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했다.

한 높이고자 했다.

[표지] 멈춰있지 않고 끊임없이 탐구하며

[표지] 수학을 통해 인생을 회고하는 원

[표지] 수학 교사인 저자의 인생 회고록

어딘가로 향하는 저자의 모습을 제목에

고의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하고자 했다.

인 만큼, 해 질 녘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

드러난 ‘우주’라는 단어와 수학을 균형 있

수학 기호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도록 조

점으로 디자인했다. 책상 위엔 구판 수학

게 조합해 디자인했다. (유향주)

형적으로 구성 하였고 인물이 적절하게

의 정석을 놓아 독자층과 공감대를 형성

[본문] 20대를 타깃 독자

디자인 의도

[본문] 편집자의 편집방향

그 사이에 배치 되도록 하였다. (민유리)

하고자 했다. (유향주)

149


출판비평실습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 고아 등을 불법 감금하고 강 제로 노역을 시키며 각종 학대를 가한 인권 유린 사건이다. 하지만 형제복지원 사건은 국가적으로 은폐되었고, 국가가 저지른 폭력의 역사는 점차 잊혀갔다. 본 원고는 형제

들여쓰기

복지원 사건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벌어진 국가폭력을 르포르타주, 소설 등 의 다양한 형식으로 재조명한다.

박유리 지음 · 시대의창 제공

『깨끗하고 명랑한 우리 도시』

『도난당한 삶』

『무균도시의 진실』

편집 의도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빈곤

편집 의도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의 기억

편집 의도

청소의 근현대사로 시야가 넓어지도록 목

을 서사로 풀어낸 기록 문학이자, 사건을

삼아 근현대 국가폭력의 역사를 훑고 지

차를 구성했다. 독자가 사고의 흐름을 따

‘국가 폭력’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분석

금-여기를 환기한다는 점에 집중했다. 타

라갈 수 있게, 각 장의 내용을 안내하는

한 사회비평서로 편집하고자 했다. 독자

깃 독자는 40대 여성, 콘셉트는 ‘눈으로

프롤로그를 장표제면에 삽입했다. 용산역

가 사건을 생생하게 접한 후, 역사 및 사

읽는 기념관’이다. 사회복지법인과 국가

노숙인촌 르포를 3장 마지막에 배치하고,

회적 맥락까지 이해하는 방향으로 목차

폭력의 연관성을 조명한 논문을 발췌해

비교적 최근의 시설 수용 이슈를 다룬 평

를 재구성했다. 소수자 이슈에 관심이 많

서론으로 삼았다. 피해생존자의 이야기

론을 부록에 실었다. 부랑인 수용의 역사

은 밀레니얼 세대를 독자로 상정해, 사회

가 담긴 1부에 사진 자료를 많이 삽입해

를 지금의 도시 풍경에 겹쳐 보는 경험을

문제를 표면화한 한국 문학과 같은 인상

몰입도를 높였으며 시기별, 글쓰기 형식

제공하고 싶었다. (하상민)

을 주고자 했다. (김유영)

별로 장을 재구성했다. (강지수)

디자인 의도 [본문] 중립적 텍스트 전달

디자인 의도 [본문] 스토리 위주의 본문

디자인 의도 [본문] 타깃 독자를 고려하

을 위해 고딕계열 서체 적용을 시도했다.

은 문학의 내지처럼 편안하고 담백하게

여 서체의 크기와 행간, 글줄을 답답하지

국가폭력의 시각적 상징인 인덱스와 장

조판했다. 에필로그, 부록 등은 본문과 결

않게 디자인했다. 비교적 느린 호흡으로

표제면은 누적된 경험으로 깨끗하고 명

이 확실히 구분될 수 있도록 바탕색을 넣

각 에피소드에 진중하게 몰입할 수 있도

랑한 우리도시의 역설을 강조한다.

어 조판했다. (김소리)

록 사이사이 여백을 넉넉하게 주었다.

[표지] 빌딩이 압도하는 수직적 시선과

[표지] 문학적인 인상을 주고자 하는 편

[표지] ‘무균도시’와 ‘진실’을 타이포, 이미

쪽방촌의 수평적 시선 대비는 화려함이

집 의도를 타이포와 일러스트에 담아냈

지, 색감의 측면에서 강렬하게 대비시키

주는 폭력성을 제시한다. 빌딩을 덮은 초

고, 어두운 보랏빛의 색감과 수직으로 내

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새하얀 도시는 뒤

록색은 수직, 수평의 두 개체에 대한 상관

리누르는 구도를 통해 피해자의 분노와

틀려있고, 진실이 뿜어내는 붉은 빛은 부

관계의 궁금증을 극대화시킨다. (손상범)

상실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문상웅)

제를 가리킨다. (문상웅)

150

형제복지원 사건을 큰 줄기


마케팅 의도 ‘기자가 본 국가폭력’과 ‘저자의 문학적 저널리즘’ 문체를 차별성으로 기 획했다. 사회문제에 관심 많은 3040여성을 타겟독자로 시장성을 확인했으며 목표 판 매 부수는 6개월간 3,000부로 설정했다. 원고의 시의성을 고려해 과거사법 진상규명 위원회 활동 시작 시기인 12월 초 출간한다. 출간 전 북펀딩, 언론사/인플루언서 서평 으로 사전노출을 확보한다. 출간 후 부산(형제복지원 사건 발생지) 오프라인 행사, 타겟 독자를 노린 책읽아웃 광고, SNS 필사챌린지를 통한 이슈화를 도모한다.

『인간 바깥 인간』

『폐기된 사람들』

『폐기된사람들-끝나지 않은 형제복지원 이야기』

편집 의도

편집 의도

편집 의도

본 원고는 근현대사에 벌어

여러 형식과 말투가 혼재하

형제복지원 사건이 과거로

진 국가폭력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개

는 원고라서 애먹었다. 기교를 부리지 않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각하려 했다.

괄했다는 측면에서 무거운 주제를 비교

고 정석적인 책을 만들기로 했다. 스토리

이 책을 선택할 30대의 핵심독자가 사건

적 쉽게 다룬다. 그런 강점을 극대화하기

텔링에서 르포로, 개인의 증언에서 비평

에 강한 흥미를 갖도록 만들기 위해 책 앞

위해 원고를 짧게 쪼개고 불필요한 대목

적 텍스트로 나아가도록 목차를 짰다. 인

부분에 사건을 개괄하는 권두 트레일러

을 삭제했다. 연대기순으로 원고를 재배

용 자료가 많아 판면을 설계하기 까다로

를 만들어 삽입했고, 책 전반부에 서사를

열하고, 서사성이 강조되도록 소제목을

웠다. 내용이 내용이라서 교정하기 위해

부여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사실 자료와

크게 수정했다. 인권도서를 처음 접하는

원고와 거리를 두는 일도 쉽지 않았다. 시

현재에 가까워지게 배치하여 독자가 사

독자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편

간을 들여 사건과 함께하고 공들여 읽는

건의 과거에서부터 현재를 고루 경험할

집했다. (민성원)

경험을 기획했다. (진상원)

수 있도록 편집했다. (이자영)

디자인 의도

디자인 의도

디자인 의도

[본문] 20대 독자가 읽으

[본문] 각 장의 텍스트 길

[본문] 권두트레일러는 사

며 거부감이 들지 않는 작은 판형과 판면

이를 다르게 주었다. 처음 과거 이야기는

진에 인터뷰 문구를 삽입해 서사가 느껴

을 사용했다. 하지만 사건의 무게감이 있

편안한 글 읽기가 되었으면 했고 이후 비

지도록 디자인했다. 본문은 사건 관련 자

어 단단한 느낌의 두께감으로, 적당한 부

평적 텍스트는 촘촘한 판면으로 진지한

료의 성격을 최대한 살리면서 객관적인

담감이 느껴지도록 제작 했다. (정명진)

독자 경험이 되었으면 했다.

인상을 주도록 조판했다.

[표지] ‘인간’과 ‘인간’의 속성을 구분하기

[표지] 띠지 전면에 긴 세로형의 철창을

[표지] ‘개인의 폐기’라는 키워드를 표현

위한 강조된 타이포는 위압감을 드러내

배치하여 형제복지원의 권력과 억압을

하기 위해 요소를 적극적으로 훼손하여

는 반면, 군중의 흐릿한 뒷모습은 폭력의

담담하게 표현했다. 철창 뒤로 밝은 배경

사용했다. 주제를 전면에 부각하여 무게

어렴풋한 잔상으로써 ‘바깥’의 의미를 환

의 모습은 철창과 대비되어 내용의 주제

감을 강조하되, 사건을 전시하는 듯한 뉘

기시키고자 한다. (손상범)

가 극대화된다. (정명진)

앙스는 경계하고자 했다. (김소리)

151


출판비평실습

책 생태계에 오래 종사한 저자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책방 주인들에게 따뜻한 충고가 담긴 응원을 건넨다. 출판이 전성기였던 시절부터 출판계와 서점계의 현주소에 이르기 까지 저자는 때로는 추억을 담아, 때로는 분석의 날을 날카롭게 세워서 글을 전개한다.

믈름

결론에 이르러 저자는 책방의 커뮤니티를 강조하며 이를 책방의 미래로 제시한다. 각

한미화 지음 · 혜화1117 제공

원과 따뜻한 응원에 주목한 조원까지 그 스펙트럼 사이에서 여섯 권의 책이 탄생했다.

『동네책방 생존 탐구』

『동네책방 잇다있다』

『뚜벅뚜벅 동네책방』

편집 의도

편집 의도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

편집 의도 동네책방을 가장 매력적으로

제와 공급률 등 제도적인 이야기를 책의

는 동네책방의 연결성과 현실적인 어려

느낄 이가 누구인가를 먼저 생각했다. 아

중심 줄기로 만들자고 결심했다. 출판 평

움에도 자리를 지키는 동네책방의 모습

날로그 책방을 사랑하는 2030. 콘셉트는

론가라는 저자의 정체성이 가장 두드러지

을 각각 ‘잇다’, ‘있다’라는 키워드로 묶어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달리기 장면에

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서점 및 출판 업계

편집했다. 키워드별로 내용을 나눠 글 초

서 영감을 얻었다.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

종사자를 예상 독자로 삼은 인문서로 방

반과 중반의 분위기가 다르다는 약점을

고 앞으로 나아가는 포레스트와 그와 함

향을 잡았다. 편집의 콘셉트는 간소함과

보완했다. 책과 독자, 독자와 독자를 연결

께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동네책방과 우

정갈함이었다. 일본에서도 주목받을 만한

하는 동네책방의 모습을 최대한 강조하

리가 겹쳐 보였다. 이 책의 독자도 동네책

콘텐츠라는 판단 아래, 일본 수출 방안까

여, 동네책방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남

방의 여정에 함께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

지 구상해보았다. (박완희)

기고자 했다. (원지연)

을 담아 편집했다. (정유나)

디자인 의도 [본문] 판형이 작고 두께가

디자인 의도

[본문] 편하게 다가갈 수

디자인 의도 [본문] 편집 의도를 그대로

얇기 때문에 너무 답답하지 않되 담백하

있는 책이라는 인상을 주고자 했다. 가볍

담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자 했다. 독자

게 내용이 알차있어 보이도록 글줄과 여

게 쥘 수 있는 작은 판형에, 본문 글자를

도 여정에 함께함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

백을 구성했고 차례와 장은 간결하고 깔

크게, 글줄 사이는 넓게 하여 부담스럽지

노선도의 이미지를 활용해 장표제 마다

끔해 보이게 하고 싶었다.

않고 쉬운 느낌을 의도했다.

넣어 진행의 느낌을 담았다.

[표지] 출판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표지] 편집 의도와 컨셉에 따라, 단순하

[표지] 제목을 의인화한 캐릭터를 만들어

인문서였기 때문에 컬러에서 특징을 주

고 쉬운 라인 일러스트에 연결성을 시각

호감과 함께 이목을 끌 수 있는 디자인을

기보다 그래픽적으로 제목과 이미지를

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핵심독자

하려고 했다. 밝은 노란색으로 화창함을

돋보이도록 했고 스크린 톤으로 시선을

가 20대 여성인 점을 고려해서 가벼운

표현하려 했으며 그에 걸맞게 제목을 자

집중시켰다. (최아영)

파스텔톤 색채를 사용했다. (유예지)

유롭게 배치하였다. (이세연)

152

조원은 저자가 동네책방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에 주목했다. 차가운 분석에 주목한 조

원고를 처음 읽고, 도서정가


마케팅 의도

원고는 오늘날 ‘동네 책방’이 각자의 자리에서 수행하고 있는 역할을 여

러 각도에서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이러한 원고의 주제와 방향성을 고려하여 동네 책 방의 상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의 마케팅 기획을 수립하였다. 본 마케팅 기획 을 통하여 예상 독자들의 관심이 도서에 대한 구매로 이어지게끔 할 뿐만 아니라, ‘도서 정가제’ 등의 사회적 이슈와, ‘동네 책방’ 자체에 관한 관심 증대로도 이어져 원고가 ‘동 네 책방’ 생태계에서 의미 있는 도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왜, 서점은』 편집 의도

저자가 동네책방의 환경을

『작은 책방들』

『취향 공동체, 동네 책방』

편집 의도

편집 의도

동네책방에 관한 자기만의

원고를 읽으며 동네책방이

분석하면서 서점계의 구조까지 범위를

담론을 지닌 원고라고 판단했다. 동네책

가질 미래의 역할에 주목했다. 동네책방

넓혔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네책방 수준

방을 문화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을 넘어,

이 지역 커뮤니티와 북클럽으로 새로운

에서 논의를 멈추지 않고 서점계와 출판

책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산업으로

‘독서 생태계’를 만들어 갈 거점이 되기를

계로 논의를 확장할 수 있다고 여겼다. 독

조명한 대목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다양

바라는 저자의 목소리를 강조하는 데 중

자가 이 책을 동네책방과 서점계에 관한

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동네책방을 종합

점을 뒀다. 동네책방이 취향 공동체로 우

이야기로 읽을 수 있게 편집하였다. 동시

적으로 바라본 관점이 잘 드러나도록 편

리 옆에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

에 서점 환경을 다면적으로 분석한다는

집의 방향을 정했다. 편집의 콘셉트는 ‘젊

을 담았다. 많은 난관을 헤쳐나가며 책을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례와 제목을

은 고전’이었다. 오래도록 읽히는 동네책

아끼는 사람들만의 피난 공간이 동네마

육하원칙에 따라 구성하였다. (신세빈)

방 인문서를 만들고자 했다. (임헌)

다 남아있기를 소망한다. (김민경)

디자인 의도 [본문] 편집 의도에 어울리

디자인 의도

디자인 의도

는 단정하고 간결한 느낌을 내고자 했다.

에서 느낄 수 있는 차분함을 담기 위해 꾸

안쪽과 아래 여백을 넉넉하게 주고 행간

분석적인 글을 읽을 때의 긴 호흡을 고려

밈 요소를 덜어낸 내지를 디자인하고자

도 넓게 설정했다. 표지에 활용한 색과 타

하여 판면을 좁지 않게 하고 불필요하게

했다.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부분은 선

원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고

장식적인 요소는 배제하였다. (유예지)

요소로 보완하려 했다. (이세연)

자 했다.

[표지] 제목이 짧고 간결하기 때문에 육하

[표지] ‘젊은 고전’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표지] 원들이 모여 새로운 모양을 만들

원칙의 목차를 표1에 넣어 설명을 더하는

클래식하고 트렌디한 느낌을 함께 가진

고, 원들의 만남 사이에서도 또 다른 모양

느낌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교양서

체크무늬를 활용했다. 큰 형태는 북마크

이 생겨나는 모습을 통해 취향 공동체, 즉

같은 인상을 위해 화려하기 보다 정적이

표시처럼, 출판사 로고 위는 책방 지붕처

동네책방의 역할을 표현하고자 했다. (오

고 단정한 느낌을 주려 했다. (최아영)

럼 보이도록 했다. (오유진)

유진)

[본문] 젊은 고전, 인문서

[본문] 쉽게 읽을 수 있게

153


출판비평실습

메리 파이퍼는 베테랑 심리치료사로서, 대학원생이자 예비 심리치료사 ‘로라’에게 보내 는 편지 형식으로 다양한 내담자의 사례를 들려준다. 특히 자신의 구체적 경험을 통해 예비 심리치료사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들을 짚고 심리치료의 전체적 상을 제시한다. 그

웨이투고

녀는 이렇게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예비 심리치료사들이 본인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기

메리 파이퍼 지음 · 위고 제공

도 믿음직한 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떤 심리치료사인가요』

『심리치료사, 그녀의 편지』

『심리치료사의 마음』

편집 의도

편집 의도

편집 의도

메리 파이퍼가 후배 심리치

를 바란다. 이는 직업적으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결국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신입 심리치료사를 위한 조

예비 혹은 초보 심리치료사

료사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

언으로 구성된 편지지만, 이 원고가 주는

를 주요 독자로 설정하고 작성된 글이긴

까를 고민하면서 편집했다. 원고를 읽고

위로는 더 다양한 독자가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

나서 ‘질문’과 ‘연결’을 중요한 키워드로

판단했다. 그래서 원고의 전문성을 부각

각하는 다수의 독자 또한 이 책에 쉽게 접

뽑았다. 목차에서 각 부를 메리 파이퍼가

하지 않으려 전문적인 용어들의 각주를

근할 수 있기를 바랐다. 장 구분을 생략해

던진 질문으로 구성했다. 표4에는 연결에

최대한 추가했고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

‘편지 묶음’의 느낌을 강화했다. 각주는

관한 말을 인용해 넣었다. 핵심 독자인 예

지 않기 위해 일상적인 용어의 각주는 제

최대한 생략하고 본문 내에 두어, 전문서

비 심리치료사뿐만 아니라 확산 독자들도

거했다. 그리고 짧은 호흡으로 편하게 읽

적의 인상은 줄이되 읽는 시선이 덜 분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주를 추가했다.

을 수 있게 비교적 짧은 문단으로 구성했

되도록 유도했다. (구세주)

(이현영)

다. (김종찬)

디자인 의도 [본문] 장표제의 역할을 시

디자인 의도 [본문] 편지의 느낌을 살리

디자인 의도 [본문] 짧은 호흡으로 쉽게

원한 여백으로 대신했다. 장제목과 글줄

기 위해 손글씨와 비슷한 날렵한 명조 계

읽을 수 있도록 판형을 길고 좁게 잡고,

시작 사이에 넓은 간격을 두어 장제목은

열의 서체를 선정했고, 빠르고 가볍게 읽

서체의 크기와 행간도 여유 있게 설정했

한 눈에 들어오고, 책의 딱딱한 인상은 줄

어나갈 수 있도록 좁은 판면과 넓은 여백

다. 손글씨 형태의 서체를 사용해 편지글

어들게 했다.

으로 페이지를 구성하였다.

의 느낌을 더했다. (송은비)

[표지] 심리치료=내면 탐구 여행이란 콘

[표지] 프레임을 사용해 시간의 흐름에 따

[표지] 마음이 지친 독자를 위해 먼 곳에

셉트에서 차창 밖 풍경이 보이는 여행 중

른 심리 치유 과정을 표현했다. 제목과 연

서 보내온 엽서를 콘셉트로 잡았다. 책에

기차안 이미지를 떠올렸다. 책 내용의 깊

결 지어 심리치료사의 시선에서 보는 듯

언급된 동식물과 풍경으로 우표와 도장

이를 고려해 표지 일부는 묵직한 네이비

한 구도를 사용했고, 내담자에게 건네는

을 만들어 표지와 본문을 긴밀하게 연결

톤으로 마무리했다. (곽수진)

따뜻한 손길을 보여주고자 했다. (김단아)

하고, 찾아보는 재미를 더했다. (유승희)

154


마케팅 의도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 원고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했다. 온라인 편지 발송 이벤트, 오프라인 편지 이벤트를 기획했다. 메일링 서비스와 더불어 SNS 인증 이벤트 를 기획하여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또한, 심리학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층을 겨냥했다. 인지도 있는 심리학자를 섭외하고, 도서 데이터베이스를 쌓기 위해 트위터와 팟캐스트, 유튜브 마케팅을 계획했다. 특히, <심리학자 잇다> 채널과 제휴, 유튜브 채널 개설 및 영상 제작의 부담 없이 프로모션 영상을 확보하고자 했다.

『어느 심리치료사의 편지』

『젋은 심리치료사에게 보내는 편지』

『친애하는 당신에게』

편집 의도

편집 의도

편집 의도

독자들이 이 책에서 초보 심

핵심 독자이자 한국의 심리

저자가 사계절에 걸쳐 편지

리치료사에게 필요한 조언뿐만 아니라

치료사인 임상심리사와 상담심리사에게

를 보냈다는 점, 예비 심리치료사뿐 아니

저자의 유연하고 능숙한 소통법을 읽어

와닿도록 슈퍼비전의 경험을 되살리려

라 일반 독자들까지도 읽길 바라며 편지

낼 수 있기를 바랐다. 소제목을 문장 위주

노력했다. 핵심 독자가 수련 기간에 경험

를 썼다는 점을 고려하여 편집했다. 각 장

로 수정하여 저자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하는 슈퍼비전을 따듯한 느낌으로 반추

마다 ‘계절’과 ‘편지’라는 키워드를 넣어 독

편지글의 문체를 살렸다. 장을 사계절로

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외적인 구성

자가 실제로 따뜻한 편지 한 통을 받는 것

구분하여 시간의 흐름을 강조하고, 독자

요소와 편지의 형태로 편안하게 전달되

과 같은 경험을 얻길 바랐다. 또한 각주와

들이 계절과 상황에 맞는 편지를 바로 찾

는 내용을 통해 핵심 독자가 좌절을 극복

전문용어의 사용을 최소화하여 에세이처

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김규리)

하고 자신의 초심을 되돌아볼 수 있게 편

럼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정윤경)

디자인 의도

집했다. (정민철)

디자인 의도 [본문] 가볍고 따뜻한 에세

인상을 주고자 했다. 판형을 약간 넓게 잡

디자인 의도

[본문] 언제든 부담 없이

이의 느낌을 주기 위해 산뜻한 색감의 포

고, 여백을 여유 있게 두어 안정적인 판면

읽을 수 있도록 가로가 좁아 한 손에 들어

인트 컬러를 사용했고, 안정감 있는 판면

을 잡았다. 장표제에도 일러스트를 사용

오는 판형과 가벼운 내지를 선택했다. 또

과 둥근 꼴의 명조체의 사용을 통해 전체

해 따둣한 분위기를 더했다.

한 계절에 따라 진행되는 본문에 맞춰 지

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주고자 했다. (김

[표지]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따스하고

면의 사이사이에 압화를 삽입했다.

단아)

여유로운 공간이란 콘셉트를 잡았다. 따

[표지] 원고를 읽고, 직접 말린 꽃과 단풍

[표지] 정성들여 편지를 썼을 저자가 앉

스한 색감, 부드러운 빛과 그림자를 사용

을 끼워 보낸 다정한 편지 꾸러미를 떠올

아 있던 책상일지도, 그 편지를 읽게 될

해 저자의 따뜻한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렸다. 편지가 쌓인 모양 안에 압화를 자연

독자가 마련한 아늑한 자리일수도 있는

전달하고자 했다. (송은비)

스럽게 배치하여 한 눈에 편지를 연상할

공간. 따뜻한 색감으로 감성적인 에세이

수 있도록 표현하였다. (유승희)

의 분위기를 살렸다. (곽수진)

[본문] 부담 없이 편안한

155


Seoul Book Institute

제16기 서울출판예비학교 교육발표회 발행일

2020년 10월 19일

발행인

김학원

편집인

박영률 심우진, 안광욱, 이옥란, 한대웅

지은이

서울출판예비학교 16기

디자인

곽수진, 송은비, 이세연

활자

Sandoll 고딕Neo2유니코드, 아리따 돋움, IBM Plex Sans KR

Adobe Indesign CC (한국어판), Adobe Photoshop CC (한국어판)

용지

내지 미색모조 100g/m2 표지 스노우지 250g/m2

인쇄

중앙칼라

〈한국출판인회의〉 04030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22길 44, 02-3142-2333~6 〈서울북인스티튜트·서울출판예비학교〉 02-3142-5807~8, 02-3142-2663 출판전문인력양성과정 (고용노동부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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