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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포럼: 전환

기본소득 전략, 복지국가 건설의 디딤돌인가, 걸림돌인가?

일시

| 2016

장소

|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주최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참여사회연구소

10

일(월) 오후 6시

17


프로그램

18:00

사회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 위원회 부위원장)

18:10기조발제

기본소득, 복지국가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윤홍식 참여사회연구소 소장(인하대 교수)

18:40

휴식

18:50

패널토론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이은주 더불어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우람 알바노조 정책국장 제갈현숙 박사(사회학, 포럼 사회복지와노동)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 원회 실행위원)

19:50

종합토론

20:30

폐회

2

2016. 10. 17.


목차

발제1 기본소득, 복지국가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윤홍식

04

토론1 토론문

/

김용신

41

토론2 토론문

/

김주온

46

토론3 토론

/

이은주

51

토론4 기본소득,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

우람

52

토론5 기본소득: 체제전환 이론으로서 부적절성과 복지국가 대안의 불가능 성

/

토론6 토론

제갈현숙

60

문진영

67

/

기본소득 전략, 복지국가 건설의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3


발제 1

기본소득, 복지국가 건설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탈상품화 대 탈노동화1) 윤홍식 / 참여사회연구소 소장, 인하대 교수

1. 문제제기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스위스에서는 성인에게 매달 2,500 스위스 프랑(한화 약 289만 원)을 지급하는 무조건적인 기본소득 실시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가 시행되었다. 국민투표는 반대 77%로 부결되었지만, 투표 참가자의 23%가 기본소득에 찬성표를 던졌다(오마이뉴스, 2016). 핀란드에서는 2017년부터 실 업급여를 받는 2,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월 560유로(한화 7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Annala, 2016).2) 국내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주요일간지는 기사, 사설, 칼럼 등을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기사와 주장을 싣고 있다. 더욱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전(前)비상대책 위원장은 지난 8월 22일 경제인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우리는 내수가 축소되는 상 황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한다”며 기본소득 도입 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했다(국민일보, 2016). 현재의 분위기라면 2017년 대선을 1) 본 글은 아직 완성된 글이 아닙니다. 2) 보편적 복지국가인 핀란드에서의 실험이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진영을 고무시키고 있지만, 핀란 드의 기획은 한국사회의 지지자들의 기대와는 매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핀란드 중도우파 정부가 기본소

득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이유는 복지확대로 인해 위협받는 국가재정을 보호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노동시장 에 참여시키기 위해서이다(Tiessalo, 2016). 핀란드 사회보건부 장관은 “기본소득시범사업을 시행하는 목적은 기본소득이 노동 동기를 감소시키는 문제가 있는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핀란드에서 2017년부터 시범적으로 실시될 기본소득이 ‘무조건 성’에 기초한 기본소득이 아닌 워크페어와 유사한 정책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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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두고 유력 대선후보 중 누군가는 기본소득을 선거공약으로 채택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특히 충분한 사회적 논의과정 없이 새로운 제도 도입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이 어느 날 갑자기 제도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 제로 한국은 보수정부 하에서 막대한 지출을 수반하는 “보편적 보육료지원”이 도입 된 경험이 있다. 그러면 왜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의가 이처럼 확대되고 있는 것일까? 기본소득을 지 지하는 많은 논자는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불평등과 빈곤의 확대는 전통적인 복 지체제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규직 고용을 전제로 제도화된 복지체제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에 고용과 관계없는 기본소득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 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매우 매력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제도화하기 이전에 우리가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그것은 이제 막 복지확대를 시작한 한국 복지체제에서 기본소득이 갖는 지위와 역할을 규명하는 작 업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해 그간 선행연구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복지국가의 관점에서 기본소득을 분석했다. 먼저 이론적 논의에서는 자본주의 분배체 계로서 복지국가가 왜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경제, 정치, 분배체계의 측 면에서 검토했다. 다음으로 기본소득의 특성을 검토한 후 좌우 진영의 논의와 이러한 논의가 갖는 한계에 대해 분석했다. 이어서 복지국가를 형성해가고 있는 한국복지체 제에서 기본소득이 갖는 의미에 대해 검토했다.

2. 이론적 논의: 복지국가의 위기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의가 퍼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전후 자본주의 분배체계로 구축된 복지국가가 1970년대 중반 이후 자본주의 체제가 야기하는 불평등과 빈곤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복지국가는 1970년대 중반이후 자본주의가 양산하는 불평등과 빈곤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론적 논의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복지국가의 역사적 성격으로부터 시작해 복 지국가의 토대가 되는 전후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을 경제, 정치, 분배체 계 차원에서 검토했다.

2-1. 역사적 복지국가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모든 생산체제는 그에 걸맞은 분배체계를 제도화했다. 자본주의

기본소득 전략, 복지국가 건설의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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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체제 또한 그 자신의 생산체제에 조응하는 분배체계로 복지체제를 구축했다. 복 지체제는 인간 노동력의 전면적인 상품화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에 대응하는 분배체 계라는 점에서 자본주의 이전 분배체계와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전제를 염두에 두고 자본주의 분배체계로서 복지국가를 정의해보자. 먼저 자본주의를 역사적 자본주의로 정의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시작과 끝이 있는 생산체제인 동시에 자본주 의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를 이렇게 이해하면 자본주의 역사 전체에 보편적으로 조응하는 ‘유일한’ 분배체계로서 복지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변화하는 시기마다 각각의 시기에 조응하는 분 배체계를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과 같은 복지국가의 모습은 제1차 세계대전과 1929-39년 대공황과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북서유럽과 북미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Derlugian, 1999: 177-8). 이 시기는 미국이 영국을 대신해 자본주의 세계체계의 패권국으로 등장한 시기이다. 미국은 비자본가 계급을 포섭하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수립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복 지국가는 미국이 자본주의 세계체계의 패권을 장악하면서 구축한 상품의 자유 교역 과 자본의 통제라는 경제 질서(브렌튼우드와 GATT 체제), 국민국가, 탈식민주의, 냉 전체제라는 국제관계에 기초해 형성된 자본주의 분배체계였다. 복지국가의 황금기가 미국 패권 질서의 황금시대(팍스 아메리카나)와 일치하고, 복지국가의 위기 또한, 미 국 패권 질서의 위기와 함께 시작되었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을 지지하는 근거이다. 또한 미국 패권의 시대는 산업자본주의가 황금시대를 구가했던 시대이기도 하다. 다 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자본주의 분배체계로서 복지국가는 미국 패권 시기 산업 자본주의 체제의 특수한 시기의 산물인 “역사적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자본주의 체제의 중심부에 위치한’ 이들 복지국가는 개별 국민국가 내의 권력자원, 생산체제의 성격, 제도적 유산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 전했다.

2-2. 전후 자본주의의 위기의 시작 왜 복지국가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는 끝이 났을까? 인플레이 션은 전후 사반세기에 이르는 자본주의 황금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965년 미국이 베트남전쟁에 전면적으로 개입하면서 군비지출이 급증하자 인플레이 션에 대한 압력이 나타났다(Heilbronre and Milberg, 2010: 381). 1958년부터 1962 년까지 연평균 1%대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지수는 베트남전쟁 개입 직후부터 상승 했다(Inflationdata.com, 2015). 더욱이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에 걸친 석유수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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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OPEC)의 감산 조치는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가뜩이나 상승압력을 받고 있던 인플레이션에 불을 지폈다. 황금시대 20년(1950-1969) 동안 연평균 인플레이션은 2.1%였던 것에 비해 1970년대에 들어서면 인플레이션은 연평균 7.3%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생산비용이 상승하자 기업들은 제품가격을 올려 이윤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가격상승과 함께 이윤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Heilbroner and Millberg, 2010: 380-5). 실업률도 높아졌다. OECD 국가들의 실업률은 1973년 3.1%에서 1983년 8.2%로 높 아졌다(OECD, 2016a; Infopleae, 2016). 일본과 북유럽의 소국의 실업률은 상대적 으로 낮았지만, 이들 또한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한데 불구하고 전 후 자본주의 황금시대를 주도했던 ‘국가’는 인플레이션을 동반하면서 나타나는 경제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갖고 있지 않았다. 전후 혼합경제를 주도했던 케 인스주의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절충(trade off) 관계에 있다는 전제하에 수립되 었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국가는 물가를 낮추기 위해 정부지출을 줄일 수도, 정부지출을 늘려 실업률을 낮출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했다. 더욱이 신자유주의를 주도했던 밀턴 프리드먼도, 보수주의자였던 닉슨도 1960년대에 는 모두가 케인스주의자였다(Barro, 2004: 132). 왜 1970년대 들어서면서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시작처럼 종말의 원인도 분명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인플레이션과 실업의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고, 케 인스주의 경제정책에 안주하고 있던 대부분의 국가는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는 대안 을 갖고 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황금시대의 종말은 전후 자본주의의 구조 적 문제로부터 야기되기 때문이다. 먼저 생산성 하락에 주목해야 한다(Heilbroner and Millberg, 2010).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자본주의 전 체의 생산성이 하락했다. 실제로 1950년부터 1973년까지 노동자 1인당 연평균 생산 량은 3%씩 증가했지만 1974년 이후에는 1.3%로 낮아졌다. 대부분의 선진 산업국에 서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Johnston, 2012) 감소했지만 서비스산업의 비중은 지속해서 증가했다(Julius, 1988). 더 심각한 문제는 투자증가율이 급격히 낮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부문의 투자는 미래에 자본이 얻 을 수 있는 기대수익에 크게 의존하는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생산비용이 급등하자 미래 이윤에 대한 기대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민간 투자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1979년 8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취임한 폴 볼커(Paul Volcker)는 인플레이 션을 잡기 위해 이자율을 수십 차례 인상해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21.5%로 높였다 (FedPrimeRate.com, 1996). 가장 큰 기업도 이러한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는 없었다 (Heilbroner and Millberg, 2010: 388). 성장과 고용을 희생시켜 인플레이션을 낮춘

기본소득 전략, 복지국가 건설의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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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왜 자본주의가 1973년 이후 지금까지 장기침체에 접어들게 되 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했다. 로버트 브레너(Brenner, 2002)는 1970년대에 나타난 자 본주의 황금시대의 종말에 대해 경청할만한 설명을 제시했다. 핵심은 전후 산업을 재 건한 서유럽과 일본의 성장에 더해 동아시아 신흥공업국의 성장이 과잉설비와 과잉 성장을 낳았고 이것이 장기침체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것이다(Brenner, 2002: 53-4). 자본주의 체제 전체의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은 제조업 이윤의 하락을 가져왔다. 선진 7개국의 제조업 이윤율은 1973년 21.9%에서 1980년 12.3%로 무려 43.8% 급감했 다. 이러한 자본의 이윤율 저하에 대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표 1>에서 보는 것 처럼 복지국가를 축소하고, 실질임금을 낮추는 것으로 대응했다. 미국은 전후 자본주 의 체계의 핵심 합의였던 달러화에 대한 고정환율제도(브레턴우즈 체제)를 파기해 달 러의 가치를 낮추고, 마르크화와 엔화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했다(Brenner, 2002; Amstrong, Glyn, and Harrison, 1993: 307-8).

<

1>

실질임금 증가율과 실질 사회복지지출 증가율의 변화 실질임금 증가율 (1인당)

실질 사회복지지출 증가율 (GDP 대비 %)

1961-73

1974-85

1965-75

1975-80

미국

2.7

0.7

6.5

2.0

일본

7.6

1.7

4.8

2.0

독일

5.5

1.4

8.5

8.2

EU-12

5.7

1.4

-

-

G7

-

-

7.6

4.2

출처: OECD. (1985). OECD. (1988). Brenner. (2002).

1970년대 유효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한 각국 정부의 케인스주의 정책은 바로 이러한 조건에서 실행되었고, 한계생산기업의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세계 자본주의의 과잉생 산과 과잉설비 문제를 지속시켰다(Brenner, 2002: 72-3). 대규모 한계기업이 존재하 는 가운데 정부의 수요 진작 정책은 산출물의 확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생산이 증가 하지 않는 상황에서 실행된 수요보조정책 확대는 생산증가 없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1970년대에 있었던 두 차례의 유가폭등은 단지 이윤율 저하로 인해 퇴출에 직면했던 한계기업의 비용을 상승시킴으로써 심각한 불황에 불 을 붙인 것이다.3) 그렇다고 케인스주의 정책을 중단할 수도 없었다. 케인스주의적 3) 급격한 유가 상승이 반드시 불황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1953년과 1957년 수에즈 위기로 급격한 유가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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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부양정책을 중단하자 심각한 불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1970년대의 상황 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대전환의 증후였고(Brenner, 2002: 73), 신자유주의는 이렇게 1970년대 후반 자본주의 세계에 찾아왔다. 이후 경제위기에 대한 자본주의의 대응은 케인스주의 없는 수요부양정책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반복했다. 2008년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3. 복지국가 권력관계의 위기 자본주의 황금시대가 막을 내리는 징후는 전후 복지국가를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좌파의 위기를 동반했다. 첫 번째 위기의 진원은 사민당의 전통적 지지 세력인 노동계급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서유럽은 파업의 물결에 휩싸였다 (Amstrong et al., 1993). 서유럽만이 아니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파업은 심각한 양상을 보였다. 양상도 이전과는 달랐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는 사업장 단위의 살쾡이 파업(wildcat strikes)이 파업의 지배적인 형태로 나타났 다. 독일 경우 살쾡이 파업의 비율이 1949-1952년 46.7%에서 1969-1972년 94.7% 로 높아졌다(Casutt, 2012: 26). 왜 갑자기 통제되지 않는 파업이 유럽 전역을 휩쓸면서 좌파 정치세력을 위기로 몰 아간 것일까?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1960년대 후반부 터 황금시대의 이익을 분배하는 계급(노동 대 자본) 간 합의가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 이다. 대부분의 파업은 임금인상과 같은 경제적인 이유로 발생했다. 독일의 경우 1969-1972년간 발생한 파업 중 정치적인 이유로 발생한 파업은 중앙노조가 주도한 파업의 0.2%, 살쾡이 파업의 1.4%에 불과했다(Casutt, 2012). 여기에 지난 20년간 자본주의의 장기호황으로 인해 완전고용은 일반화되어 있었다. 산업예비군이 존재하 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인상에 대한 노동자의 교섭력이 높아졌다. 노동자의 이러한 요 구는 자본주의 황금시대의 종말을 재촉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자본은 지난 20년 간 황금시대가 구조화한 과잉생산과 과잉설비로 인해 노동자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 결국, 노동자들의 경제투쟁은 전후 수정주의 좌파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 을 제기했고, 전통 마르크스주의 부활을 재촉했다. 두 번째 도전은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시작되었다. 월러스틴(Wallerstein, 1994: 116) 이 1848년 세계혁명과 함께 또 하나의 세계혁명이라고 부르는 68혁명이 발생한 것 이다. 급진적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학생운동의 부활은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믿었고, 미국 헤게모니 질서에 타협했던 수정주의자들을 공격했다. 학생운동은 서구의 모든 이 있었지만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황금시대’를 지속시킬 수 있었다(Hamilton,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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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서 좌파정당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Sassoon, 2014a: 771). 좌파 정당들은 놀라고 당황했다(Wallerstein, 1994: 121-2). 신좌파로 불리는 새로운 집단 은 제도권 사회주의자들에 대해 자본주의의 이해에 운명을 같이함으로써 부패했고, 하위계층에 고통에 둔감하며,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수정주의)를 과신하는 오만을 저 질렀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서구의 어떤 정당도 학생들이나 신좌파의 요구에 굴복하 지 않았다(Sassoon, 2014a: 796). 학생운동과 신좌파 또한 전후 자본주의를 대신하 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고, 1960년대 후반에 부활한 마르크스주의도 대학 이라는 지식인들의 제한된 공간을 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페미니즘의 부활은 성별분업을 전제한 전후 자본주의 체제와 복지국가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좌파는 언제나 “계급이 첫째이고, 여자는 둘째”라고 주장했다(Sassoon, 2014a: 825). 더욱이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면서 고등교육에 재학 중인 여성의 비중이 높아졌고, 제조업의 쇠퇴와 서비스업의 성장은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모든 서구 국가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증폭시켰다 (Sassoon, 2014a: 848-9). 여성들은 미국 헤게모니가 만들어낸 자본주의 소비사회에 서 여성성의 신화, 즉 가정주부의 지위를 거부하기 시작했다(Friedan, 1963). 이렇게 되자 성별분업에 의해 제도화되었던 전후 자본주의 체제가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 다. 계급관계에 기초해 전개되었던 전통적 사회주의 운동의 정당성이 약화되었고, 사 민주의 정당의 정치적 정당성도 약화되었다. 이제 사민주의 정당은 계급만이 아니라 페미니즘의 요구를 포함해 생태주의와 같은 다양한 급진적 요구에 부응해야 했다. 여 성해방이 노동계급의 승리에 달려있다는 사회주의와 페미니즘의 합의가 폐기된 것이 다. 하지만 페미니즘 역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자본주의의 황금기가 막을 내 리면서 분명해진 것은 조직노동과 좌파는 급격히 쇠약해졌고, 우파의 부활이 시작되 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변화된 조건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했던 좌파와 ‘시장’이 라는 분명한 대안을 손에 쥔 우파 간의 싸움에서 우파가 승리했고, 우리는 1980년대 이후 근 40년 가까이 시장원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현실을 봐야했다.

2-4. 역사적 복지국가의 위기 자본주의 황금시대가 197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종말을 고한 것과 달리 복지국가의 위기는 1970년대 말이 돼서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자본축적의 위기는 복지국가의 가장 중요한 성과인 완전고용을 위협했고, 복지지출에 도 커다란 압력이 되었다. 보수 세력은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이 복지국가의 지나친 확대에 있다고 비난했다(Sassoon, 2014b:26). 노동조합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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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원흉으로 비난받았다. 복지국가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동시 에 고용을 보장하는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어야 했지만, 누구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 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가는 실업 확대를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였고, 인 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책에 몰두했다. 드디어 1945년 이후 30년 만에 시장주의가 지배적인 이념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업수당과 같은 복지제도가 실업을 높 이고,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은 실증적 근거가 부족했지만, 1970년대 자본주의 위기를 겪으면서 점차 힘을 얻어갔다(Sassoon, 2014b: 44). 그렇다고 모든 복지국가가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던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 위기로 부터 복지국가의 대응방식이 분기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예상과 달리 미국은 사회 지출의 확충으로 위기에 대응했다. 인플레이션에 의해 명목소득이 증가하고, 이러한 명목소득의

증가가

과세기준을

높임으로써

세수를

증대시킨

것이다

(Esping-Andersen, 1990: 180-1). 미국이 이러한 정책을 사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 는 여전히 달러가 자본주의 세계 경제에서 기축통화로 사용되었고, 달러의 평가절하 를 통해 자신의 경제적 위험을 독일, 일본 등으로 이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웨덴은 1970년대 위기 이후에도 완전고용에 기반 보편적 복지체제를 유지했지만, 선택지는 그리 넓지 않았다. 1976년은 1930년대 이래 처음으로 사민당이 권좌에서 물러나고 부르주아정당이 정권을 장악했지만, 완전고용과 복지국가에 대한 기존 정책 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은 아니었다. 낮은 투자율, 높은 인플레이션, 임금압박, 낮은 경제성장률 등으로 인해 부르주아 정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유일한 대안은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공공부문의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1960년대 초부터 대 부분의 고용증가분은 지방정부의 복지 관련 일자리가 증가한 것의 결과였다(Rosen, 1997: 79). 하지만 재정적자를 대가로 유지된 완전고용은 분배를 둘러싼 계급갈등을 간신히 봉합하고, 문제를 뒤로 넘기는 전략이었다. 독일의 대응은 세 가지로 나타났다. 외국노동력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노동자들의 조 기퇴직을 장려하며(Esping-Andersen, 1990:185-6), 마지막으로 통화 공급을 제한함 으로써 소비와 투자를 억제하는 것이었다. 독일에서 조기퇴직 정책은 1970년대부터 시작했다(황규성, 2011: 48-50). 고령 노동자가 퇴직한 자리에 청년 실업자를 고용 한다는 전략이었다. 이를 위해 1972년부터 35년 이상 장기가입자, 실업자 등은 65세 이전에 퇴직해도 감액되지 않은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연금개혁이 시행되었다. 이로 인해 60-65세 남성의 고용률은 1970년 75%에서 1981년 44%로 31%p나 낮아졌다 (Esping-Andersen, 1990: 185). 하지만 경제위기로 고용창출이 어려워지자 노동자들 의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높아짐으로써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더 어렵게 했다(황규성, 2011: 48). 결과적으로 스웨덴과 같은 대규모

기본소득 전략, 복지국가 건설의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11


재정적자가 발생했다. 2002년 슈뢰더 정부에 의해 추진된 하르츠 개혁은 이러한 문 제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대응이었다. 결국, 어떤 복지국가도 완전고용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전후 복지국가의 성과에 미치지 못했다. 재정적자를 통한 대응은 복지국가의 위기를 잠시 뒤로 미루었을 뿐이었다. 1980년대 이후 복지 국가가 직면할 도전은 1945년 이후 복지국가가 마주한 상황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모든 것이 변한 것처럼 보였고, 복지국가는 그 가운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했다.

3. 기본소득의 성격 자본주의의 위기와 이에 수반된 좌파의 위기는 결국 전후 자본주의와 좌파의 헤게모 니하에 구축되었던 복지국가의 위기를 초래했다. 복지국가의 위기가 거의 30년 이상 지속한 지금 우리는 그 위기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는 기본 소득의 특성에 대해 검토했다. 기본소득의 특성을 검토하면서 우리는 기본소득이 자 본주의, 정치, 분배체계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1. 기본소득의 핵심 원칙 ‘모두에게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소득은 “정치단위가 모든 개인에게 자 산조사와 일에 대한 요구 없이 지급하는 소득”이다(van Parijs, 2006: 7). 이 짧은 문 장에 기본소득의 핵심 원칙들이 잘 담겨 있다. 먼저 지급주체를 “정치단위”로 설정한 것은 기본소득이 국민국가 내의 각급 정부(중앙과 지역정부)는 물론 유럽연합과 같은 초국가적 정치단위도 기본소득의 지급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정치 단위가 기본소득을 지급한 것은 기본소득의 재원이 공적재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모두에게”의 의미는 기본소득이 인구학적 특성, 기여 여부, 소득수준 등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인구학적 특성에 따라 대상을 선별하는 정책도 보편적 정책이라고 분류하지만, 기본소득에서 보편성은 어떠한 선별성도 배제한다. 그것이 설령 인구학적 특성에 따른 급여라고 할 지라도 기본소득의 관점에서 보면 선별적 급여인 것이다(윤홍식, 2011). 기본소득의 급여단위가 “개인단위”라는 것은 기본소득이 추구하는 ‘실질적 자유’의 실현 단위를 가구가 아닌 개인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종 국내 연구자들은 기 본소득의 실현가능성을 강조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기본소득으로도 적절한 생활이 가 능하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급여액을 가구단위로 합산하는데 이는 기본소득의 원 칙을 정확하게 적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강남훈, 2014: 299; 김교성, 20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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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기본소득이 지급수준의 “충분성”을 명시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개인단위’라 는 의미에는 기본소득이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준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에 대한 요구 없이”는 임금노동은 물론 사 회적으로 유용한 무급노동에 대한 요구 또한 기본소득의 수급자격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기본소득에 대한 많은 비판은 이러한 기본소득의 무조건성에 대 한 비판이다. 말리브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없다는 주장 에서부터, 기본소득은 일하지 않은 사람이 일하는 사람을 착취하는 제도라는 비판 등 은 모두 기본소득의 무조건성에 대한 비판이다(Van Parijs, 2016[1995]). 특히 이러한 ‘무조건성’은 기본소득과 복지국가의 소득보장정책을 가르는 가장 중요 한 특성이다. 복지국가의 소득보장정책이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 원리를 실현 하는 정책이라면, 기본소득은 탈노동화(delaborization) 원리를 실현하는 정책이다. 탈 상품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시적으로 임금노동을 수행하지 않아도 적절한 생활을 보장 받는 권리로써, 권리의 유무가 아닌 수준이 중요하다. 반면 탈노동화는 임금노 동과 어떠한 직간접적인 연계를 갖지 않는다. 탈노동화는 탈상품화와 달리 수준이 아 닌 유무가 핵심인 권리이다. 일부 논자가 기본소득을 탈상품화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은 기본소득의 탈노동화 성격을 탈상품화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서정희·조광자, 2014: 132). 기본소득은 분배정책의 성격을 탈상품화에서 탈노동화로 전환하는 대안 적 분배체계의 성격을 가진 것이다.

3-2. 소득보장유형에서 본 기본소득 이번에는 기본소득을 현재 소득보장정책과 비교해보자. 기본소득을 보편성과 무조건 성이라는 두 축으로 비교하면 기본소득의 지위는 <표 2>와 같다. 좌측상단에 위치할 수록 노동에 대한 요구와 선별성이 강하고, 우측하단에 위치할수록 보편성과 무조건 성이 강한 정책이다. 대체로 자유주의 복지체제는 노동조건과 자산 및 소득조사가 엄 격한 소득보장 정책을 중심으로 제도화되어 있고, 보수주의 복지체제는 노동시장경력 과 기여여부에 따라 대상을 선별하는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제도화되어 있다. 반면 사 민주의 복지체제는 상대적으로 보편적 사회수당을 중심으로 제도화되어 있다. 이런 구도에서 보면 자유주의 체제에서 기본소득을 제도화한다는 것은 좌측상단에서 우측 하단으로 소득보장정책의 성격이 정반대로 변화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사민 주의 복지체제의 경우 이미 무조건성과 인구학적 특성으로만 선별하는 정책이 제도 화되어 있으므로 기본소득 체제로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이들에게 기본소득의 실현은 인구학적 특성에 따라 아동, 노인, 청년 등에게 지급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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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사회수당을 전체 시민으로 확대하면 되기 때문이다.

<

2>

선별성과 노동조건을 통해 본 소득보장정책의 유형분리 선별기준

임금노동 노동 조건

자산·소득조사

기여여부

근로연계복지A (EITC 등)

사회보험B

사회활동

자활, 공공근로 등A

무조건성

부(負)의 소득세

공공 부조 A

인구학적 특성

보편성

출산수당 양육수당

참여소득

사회수당c 사회적 지분

기본소득

참고: A: 자유주의 복지체제의 중심 소득보장제도, B: 보수주의 복지체제의 중심 소득보장제도, C: 사민주의 복지체제의 중심 소득보장제도. 굵은 이탤릭체: 아직 전면적으로 실현되고 있지 않은 대안적 소득보장정책.

하지만 이론적 논의와 달리 현실 세계에서 기본소득의 필요성과 요구는 사민주의 복 지체제가 아닌 자유주의나 저개발국 복지체제에서 더 크다. 1980년대 이후 불평등과 빈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체제수준의 보편주의에 근접한 사민주의 체 제는 다른 체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에 대한 요구 가 크지 않다(Andersson, 2000; Christensen and Loftager, 2000). 이는 현실 세계에 서 부분기본소득이라고 불리는 사회수당이 무조건적 기본소득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 리가 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반면 기존 복지체제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은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가의 경우 기본소득과 같은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인 제도의 필요성은 더 크다. 바르단(Bardhan, 2016)도 기본소득이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에 서 더 유용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인도 정부가 모든 시민들에게 공식빈곤선의 75% 수준인 연간 10,000루피(한화 167,600원)를 지급할 경우 총비용은 GDP의 10%에 해 당하는데, 이는 현재 인도 정부가 부유한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지급하는 보조금 보다 작은 규모라는 것이다.4) 더욱이 기본소득은 사각지대가 없다는 점에서 효과적 인 소득보장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의 상원의원이자 기본소득의 강력한 지지 자인 에두아르도 수플리시(Eduardo Suplicy)도 기본소득이 개발도상국가에 적절한 소득보장제도라고 주장한다(Suplicy, 2012). 실제로 공적 행정체계의 발달이 지체된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의 경우 잔여적 정책보다는 보편적 정책이 빈곤과 불평등 완화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Mkandawire, 2005). 더불어 아 4) 이 수치에는 기업에 대한 세금공제는 포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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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 복지체제의 역사적 경로가 굳어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이나 이제 복지체제를 구축 하기 시작한 국가의 경우도 기본소득의 제도화를 위해 기존 복지체제를 대체할 필요 가 없으므로 기본소득으로 인한 매몰 비용 자체가 서구 복지국가들에 비해 낮다. 즉 이들에게 기본소득은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선택하는 문제 인 것이다.

3-3. 현실 세계에서 기본소득 기본소득은 실현 가능한 제도일까? 국내 문헌들을 검토하면 마치 기본소득이 서구 복지국가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제도인 것처럼 소개되고 있 다. 또한, 성남시의 청년배당을 보면 기본소득이 단순히 유토피아적인 제도가 아니라 실현 가능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기본소득의 원형에 가까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은 미국 알래스카 주가 유일하다. 사실이 이와 같 은데도 불구하고 현실 논의에서는 매우 다양한 소득보장정책들이 기본소득으로 불리 고 있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여기서는 기본소득으로 불리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들이 “모두에게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소득”의 핵심 원칙을 포괄하 고 있는지를 검토했다.5)

<

3>

기본소득과 다양한 소득보장정책

5) 보편성은 두 가지로 구분했는데 보편성A 자산소득조사 실시 여부를, 보편성B는 인구학적 특성에 따른 선별여

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권리성은 법제화되어 있을 경우 권리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간주했고, 정기성은 연간 또는 월간 구분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경우로, 적절성은 1인 가구의 빈곤선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빈곤선 을 넘으면 충족하는 것으로 그렇지 않으면 불충분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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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의 맨 우측에 있는 스위스에서 국민투표에 부쳐진 기본소득을 기준으로 다양 한 제도들을 기본소득의 원칙과 비교했다. 먼저 무조건적 기본소득과 가장 유사한 형 태인 알래스카 영구기금(APF)은 거의 모든 조건에서 기본소득의 원칙을 충족하고 있 다. 다만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급여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APF의 연간급여액은 미화 2,072달러로 1982년 이래 가장 높은 급 여를 지급했다(APFC, 2016). 하지만 2,072달러는 2015년 미국의 1인 가구의 공식 빈곤선인 $11,700의 17.8%에 불과한 금액이다(U.S. DH HS, 2015). APF만으로는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APF 다음으로 기본소득과 유사한 제도는 기본소득의 대안적 형태로 논의되고 있는 참여소득이나 사회적 지분이 아니라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과 같은 사회수당이다. 사 회수당은 인구학적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별하는 것과 불충분한 급여를 제외하고는 기본소득과 유사했다. 뉴질랜드는 독신 노인에게 월 평균 NZ$ 886.86(중위소득의 36% 수준, 2016)의 기초연금(Superannuation)을 지급하는데, 이는 빈곤가구를 구분 하기 위해 사용되는 중위소득의 60%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2016; Statistics New Zealand, 2015). 브라질의 보우싸 파밀리 아는 자산조사를 거치며, 가구단위로 지급되는 점과 급여수준이 빈곤을 벗어날 정도 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신재성, 2014). 나미비아에서 실험했던 기본소득은 극단적인 빈곤상태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성공적 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지급주체(민간재단)와 권리성(시범사업)이라는 측면에서 기본소득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Kaufmann, 2010). 급여 또한 극빈수준(184.56 나미비아 달러)의 54.2%인 월 100 나미비아 달러로 노동과 무관하게 개인의 독립적 인 생활을 보장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핀란드에서 2017년에 시행할 시범사업은 실업급여 수급자 중 2,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한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충족시키지 못 하고 있고, 급여수준(560유로, 한화 70만원) 또한 개인이 빈곤선 이상으로 살아가기 에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다(Tiessalo, 2016). 참여소득은 기본소득의 무조건성과 보편 성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급여수준 또한 모호하다. 부의 소득세는 기본소득의 원형 또 는 유사한 정책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교 대상 정책 중 기본소득과 가장 관련이 없는 정책이다. 임금소득 수준에 따라 급여가 연동되기 때문에 무조건성을 충 족했다고 볼 수도 없고, 자산조사를 해 보편적이지도 않다. 또한 권리적 성격이 약한 것도 부의 소득세가 기본소득과 다른 점이다. 한국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확산되면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성 남시의 청년배당은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제도이다. 청년수당은 자산조사를 하는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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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제도이자 구직활동을 지원한다는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보편성과 무조건성을 원칙으로 하는 기본소득과 가장 거리가 먼 정책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개인단위, 지급주체, 권리성(서울시 청년수당 조례)이라는 3가지 요건에서만 기본소득의 원칙을 충족하고 있다. 청년수당은 말이 수당이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시적인 잔여적 소득보장정책이다. 반면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무조건성, 자산조사 없는 급여, 정기성, 개인단위, 권리성(성남시 청년배당 지급 조례), 시정부가 지급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 의 원칙을 가장 많이 담고 있다. 다만 지역화폐로 지급되고(연간 50만 원), 24세의 청년들에게만 지급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과 차이가 있다. 정리하면 현실 세계에서 기본소득을 시행하는 국민국가는 없으며, 가장 유사한 정책 으로는 알래스카 영구기금만이 있을 뿐이다. 더욱이 기본소득과 유사한 소득보장정책 은 역설적으로 기본소득과 대체관계에 있는 복지국가의 보편적 사회수당이다. 결국, 현실세계에서 기본소득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탈노동화(delaborization)를 보장하는 분배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유사한 정책들이 있지만, 이들 모두 임금노 동 없이는 개인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복지국가의 탈상품화 (decommodification) 정책의 아류일 뿐이다.

4. 대안으로서 기본소득 탈노동화 정책인 기본소득은 복지국가의 탈상품화 정책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1970년대 자본주의 위기 이후 명백해진 사실 중 하나는 복지국가가 자본주의가 야기 하는 불평등, 빈곤, 실업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니계 수로 측정한 OECD 국가들의 불평등 지수는 1980년대 중반 0.264에서 2012년 0.315로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OECD, 2016a). 실업률도 2014년 현재 7.3%(OECD 평균)로 1970년대 이전 실업률(대략 2~3% 수준) 보다 대략 3~4배 가 까이 높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지난 35년간 복지국가의 GDP 대비 공적 사회지출 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음에도 나타난 현상이라는데 있다.6)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의 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이렇듯 현실 자본주의 분배체계로서 복지국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본소득이 대안으로 검토되기 시작한 시점도 자 본주의 체제의 신자유주의 성격이 강화되고, 복지국가가 약화되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부터이다(Bardhan, 2013).7) 논의의 초점은 대안으로 등장한 기본소득이 복지국 6)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사회지출 규모는 1980년 15.4%에서 2014년 현재 21.6%로 40.2% 증가했다(OECD, 2016a). 7) 예를 들어, 197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조지 맥거번(George McGovern)은 대통령 선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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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맞추어져 있다. 기본소득을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다양하 므로 모든 논의와 주장을 검토할 수는 없다. 여기서는 좌파, 우파, 기능적 접근이라 는 세 측면에서 기본소득과 복지국가의 관계를 검토했다.

4-1. 좌파진영에서 기본소득 좌파진영의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기본소 득을 체제이행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경우이다. 판 파레이스(van Parijs)와 판 더 빈 (van der Veen)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본소득을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이행하 기 위한 사회정책으로 이해하고 있다(van der Veen and van Parijs, 1986). 특히 주 목할 점은 이들은 공산주의로 이행에서 반드시 사회주의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으며, 기본소득의 실현을 통해 자본주의를 곧바로 공산주의로 이행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 고 있다.

결과적으로 만약 공산주의가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면, 공산주의는 될 수 있는 한 보편적 수당 형태의 소득보장을 높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공산주의 는 각자의 몫이 각자의 기여와 관계없이 일정한 절대적 수준에 이를 때가 아니라 모 든 사회적 생산물이 각자의 기여와 관계없이 분배될 때 이루어질 것이다(van der Veen and van Parijs, 1986: 664).

이러한 주장은 마르크스(Marx, 1995: 377)가 고타강령초안비판에서 제기한 “자본 주의 사회로부터 방금 생겨난 공산주의 사회의 첫 번째 단계”(사회주의단계)에서 “불 가피한 각자의 노동에 따른 분배”를 거쳐, “각자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공산주의의 더 높은 단계로의 순차적 이행과정이 필요 없다고 주장 하는 것이다. 논쟁적인 주장이다. 왜냐하면 마르크스주의자에게 자본주의에서 공산주 의로의 이행은 반드시 사회·경제조직의 사회주의화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Fitzpatrick, 1999: 133).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에릭 라이트(Erik O. Wright)와 조 셉 카렌(Joseph H. Carens)에 의해 즉시 반박되었다(Wright, 1987: 666; Carens, 1987: 679). 이후 판 파레이스는 “공산주의” 대신 “기본소득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다(Fitzpatrick, 1999: 133).8) 독일과 오스트리아 좌파당 내 분파도 최 약으로 보편적 수당형태(demogrant)의 기본소득을 검토했다(Bardhan, 2013). 8) 흥미로운 사실은 판 더 빈과 판 파레이스는 1986년에 발표한 논문과 같은 논문(A capitalist road to communism)을 2006년 새로운 저널(Basic Income Research)에 다시 게재해 기본소득의 실현으로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공산주의로 이행할 수 있다는 자신들의 1986년 주장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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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제도와 결합한 기본소득이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연대경제라는 사회주의 경제 를 실현함으로써, 자본주의를 ‘사회주의’로 이끄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것이라고 주 장한다(곽노완, 2008:165). 국내에서는 곽노완(2007, 2008)이 기본소득을 사회주의와 코뮌주의(공산주의)로 이행하기 위한 대안정책으로 이해하고 있다.9) 사민주의 진영에서는 기본소득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 존재한다. 우호적인 입장은 기 본소득이 자유 시장 자본주의와 구(舊)사회주의 국가들의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보다 현재 사회를 우월한 체제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은 누구도 저임금으로 착취 받으면서 일할 필요도 없고, 강제로 가내노동을 수행할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 든다는 것이다(Jordan, 1987, Fitzpatrick, 1999: 131, 재인용; Jordan, 2008: 6). 더 욱이 기본소득은 저임금 일자리에 대한 노동공급을 감소시킴으로써 저임금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변화시켜, 노동자들의 힘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Wright, 2005; Fitzpatrick, 1999:132). 사민주의 진영의 논리는 기본소득이 자본과 노동 간 의 권력관계에서 노동의 힘을 강화함으로써 현재 자본주의를 노동계급에 유리한 방 향으로 개혁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19세기 수정주의의 출현 이래 자본주의 내에서 사회주의적 개혁을 실현하려는 사민주의자들의 일관된 입장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입장은 사민당의 주류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민당은 기 본소득을 도입하는 것보다 기존 복지국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 독일 사민 당은 사민주의 복지국가를 보완하는 개혁을 지지하며, 기본소득은 노동시장에서 저임 금 일자리를 확산시키는 일종의 콤비임금이라고 비판한다(최승호, 2013:115-6; 이명 헌, 2014:27). 북유럽 사민당도 사민주의 복지체제를 대신하는 기본소득에 부정적이 다. 스웨덴과 덴마크 사민당은 기본소득에 대해 전혀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 (Andersson, 2000: 226-7; Christensen and Loftager, 2000: 263). 2017년부터 중 도우파 정부에서 의해 시범사업이 시행되는 핀란드도 상황은 유사하다. 핀란드 사민 당은 한 번도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Andersson,

2000:

231-233). 핀란드 사민당은 기본소득이 너무 비용이 많이 들고, 핀란드 사회를 일하 는 사람과 기본소득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으로 분열시킬 것이라고 비판한다. 전국 노동조합도 기본소득에 반대한다. 노동조합은 복지국가가 완전고용을 실현해야 한다 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북유럽 사민당이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구축한 사민주의 복지국가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자리하고 있다. 더욱이 북유럽 복지국가가 노동계급과 중간계급 9) 곽노완은 공산주의(Communism)라는 용어대신 코뮌주의(Communism)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아마도 한국의

반공주의 정서를 의식해 기본소득이 공산주의로 이행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을 우회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으로 보인다.

기본소득 전략, 복지국가 건설의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19


의 연대에 기초해 구축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민당으로서는 북유럽 복지국가를 탈노동화한 분배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기본소득을 받아들 인다는 것은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스스로 해체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에도 사민당이 기본소득에 반대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사민당이 북유럽 자본주의와 계급구조가 기본소득에 유리한 구조로 변화했다(한다)고 판단하면, 자신들의 정치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지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사민당의 기본소득의지지 여부는 현재와 미래 자본주의 체제의 성격 변화에 달려있다.

4-2. 우파진영에서 기본소득 좌·우파 모두 기본소득에 대한 합의는 없다.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우파진영은 기본소 득이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복지국가를 대신해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 을 보장할 수 있는 분배체계라고 믿는다. 이들의 논거는 크게 4가지이다. 첫째, 기본 소득은 시장 임금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Fitzpatrick, 1999: 84). 기본소득이 로트(Roth)의 비판과 같이 일종의 콤비임금(Kombilohn)으로 기능함 으로써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을 수용할 수 있게 되고, 자본의 이윤은 그만큼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Blaschke, 2009: 304). 좌파진영에서 기본소득을 노동자들의 협상 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과는 상반된 해석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본소 득의 성격이다. 만약 기본소득이 탈노동화를 실현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지급된다면 좌 파진영의 주장처럼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이 되겠지만, 기본소득이 생활비용 일부를 보조하는 수준이라면, 기본소득은 콤비임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기본소득이 미국식 노동시장 유연화를 실현하는 전략적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는 생각이다(Fitzpatrick, 1999: 85). 기본소득이 미국식 노동시장 유연화와 유럽식 사회보호제도를 결합하는 수단이 됨으로써 자본주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다. 세 번째 논거는 도덕적 차원에서 기본소득이 가족구조의 형태에 중립적이기 때문 이다(Fitzpatrick, 1999: 86). 복지국가에 대한 우파의 오래된 비판 중 하나가 바로 복지국가의 관대한 지원이 가족해체를 조장한다는 것이었다(Murray, 1984). 그런데 기본소득은 개인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복지급여를 더 받기 위해 굳이 이혼, 별거 등 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 논거는 기본소득이 복지국가의 복잡한 급여구조를 단순화시킴으로써 국가개 입과 복지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파진영에서 구상하고 있는 기본소득 모형의 대부분이 이러한 주장을 반영하고 있다. 독일 기업가 베르너(Werner)는 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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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주택수당 등을 기본소득으로 통합해 행정비용을 줄여 기본소득을 지급하자 고 주장한다(곽노완, 2007: 200-1).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학자인 찰스 머레이 (Charles Murray)도 연방정부가 매년 2조 달러가 넘는 돈을 빈곤감소, 보건의료, 연 금 등에 지출하고 있는데 이를 통합하면 연간 13,000달러의 기본소득을 모든 시민에 게 지급하면서도 복지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Murray, 2016:1, 11). 2014년 기준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연간 2,120억 달러의 복지비용을 줄일 수 있고, 2020 년이 되면 그 규모가 9,31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머레이와 베르너의 차이는 머레이는 의료서비스와 같은 현물급여도 기본소득으로 통합하자고 주장하는데 반해 베르너의 기본소득 구상에는 이러한 생각이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머레이의 구상은 현행 복지급여를 모두 기본소득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우파정치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 복지 담당 공무원과 공공사업을 줄여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총 선공약을 발표했다(경향신문, 2012). 하시모토 구상의 특징은 기존의 현금급여를 대 체하는 방식이 아닌 복지 행정비용과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일자리 비용을 줄여 기본 소득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기본소득에 대한 우파진영의 공식적인 대응은 없다. 다만 중도우파라고 할 수 있는 김종인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정도이다. 하지만 김종인은 전통적인 케인스주의에 따라 내수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에서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다. 우파진영에게 기본소득은 완전고용을 대신해 노 동시장 유연화와 국가기능을 축소하는 핵심 도구로 상정되고 있다. 이를 통해 우파진 영은 전후 케인스주의 자본주의에 조응하는 분배체계로서 복지국가를 유산을 완전히 해체하고,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에 조응하는 새로운 신자유주의 분배체계를 구축 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여러 차례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체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우파진영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4-3. 보완정책으로서 기본소득 세 번째 관점은 기본소득을 복지국가의 탈상품화 정책의 하나로 제도화하려는 시도 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사회복지학계에서 주장하는 것으로 기본소득을 불평등과 빈곤 을 완화하는 새로운 탈상품화 정책의 하나로 접근하고 있다(김교성, 2009; 백승호, 2010; 서정희·조광자, 2014).10) 핵심논거는 완전고용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는 상황 에서 완전고용을 전제한 전통적 탈상품화 방식의 사회보장정책으로는 불평등과 빈곤 10) 최근 기능주의 관점에서 접근했던 논자 중 일부는 기본소득을 1970년 중반이후 변화된 현대 자본주의 체제의

특성에 조응하는 사회정책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김교성,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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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완화할 수 없으므로, 고용과 무관한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소득보장방식이 요구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본소득을 제도화했을 경우 빈곤율이 몇 % 감소한다는 결과 를 제시하거나(김교성, 2009), 여러 가지 기본소득 모델 중 어떤 모델이 불평등 감소 에 더 효과적인지 등을 분석했다(백승호, 2010). 이러한 국내의 기능주의적 논의는 서구 복지집산주의자들의 입장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서구 복지집산주의자들이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기본소 득이 사회보험 또는 공공부조와 달리 사각지대 없이 모든 사람을 탈상품화 제도의 대상으로 포괄할 수 있기 때문이다(Fitzpatrick, 1999: 112). 하지만 국내 기능주의적 논의가 서구 집산주의자와 같이 기본소득을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Fitzpatrick, 1999: 112-3). 오히려 국내 기능주의적 접근은 기본소득을 후기산업사회의 새로운 고용형태에 적응하는 새로운 탈상품화 전 략으로 이해하는 오페(Offe, 2009)와 같은 사회(민주)주의자의 접근방식과 문제의식 을 공유하고 있다.

4-4. 대안적 분배체계로서 기본소득 논의의 한계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와 반대는 매우 다양한 관점에서 제기되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특정 이념을 대변하는 분배체계의 기획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본소득은 누가 어떤 정치·경제적 맥락에서 어떤 수준으로 제기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정치경제적 의미가 있게 된다. 한국에서 일부 논자의 주장과 달리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가 진보를, 반대 가 보수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더욱이 기본소득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별주의자’라 고 단정하는 것은 더더욱 부적절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지하는 사람이건 반대하는 사람이건 현재 복지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고 있으며, 복지국가 를 대신할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기본소득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문제 는 그 누구도 기본소득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이유로 복지국가 위기의 근원에 대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전후 구축된 복지국가가 전후 자본주의의 정치경 제에 기초해 형성된 역사적 복지국가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복지국가의 위기는 곧 전후 자본주의 체제의 정치경제적 위기로 설명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대안 또한 변 화된 자본주의 체제의 정치경제적 성격에 조응하는 새로운 분배체계의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이 복지국가의 위기에 대한 실제적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먼저 우리가 기본소득을 대안적 분배체계로 주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본주의 체제와 분배체계로서 기본소득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는 것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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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해야 한다. 전후 복지국가는 시민들의 가처분소득을 확대함으로써 자본의 생산물이 소비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전후 공적 사회서비스지출 증 가율은 생산성 증가율보다 50% 이상, 현금급여의 증가율은 생산성 증가율 보다 무 려 두 배 이상 높았다(Amstrong et. al., 1993: 192-9). 정부지출의 증가가 전후 자 본주의의 황금시대를 지속시킨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되었고, 이렇게 지속된 황금시 대는 전후 복지국가의 황금시대를 지속시켰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본소득이 현재 자 본주의 생산체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답해야 한다. 앙드레 고르(André Gorz)는 “기계가 일하기 때문에 인간이 더 이상 일하지 않을 시 대가 왔다”는 마르크스의 글을 인용하면서 우리가 생산의 문제에 의존하지 않고, 분 배의 문제만 의식하면 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했다(Gorz, 2011: 228). 하지만 그 생산이 어떤 것이든 간에 생산이 지속되지 않는 사회는 지속될 수 없고, 역사상 생 산과 무관한 분배체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더욱이 자본의 확대 재생산은 자본주의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제이기 때문에 생산의 감소와 중단이 자본의 확대 재생 산의 중단을 의미한다면 이는 곧 자본주의의 몰락을 의미한다. 사실이 이와 같다면 기본소득은 지금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가 생산과 관계없는 ‘기본소득’이라는 분배체 계를 구축하고도 생산과 소비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지 설명해야한다. 하지만 기본 소득 지지자들은 이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제시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기본소득의 정치적 주체가 누구인지 답해야 한다. 현재 복지국가가 위기에 처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역사적 복지국가를 지지하고 지켜나갈 정치세력으로서 사민당과 조직노동이 정치적으로 힘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복지국가 를 대신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 복지국 가가 노동계급과 중간계급의 연대를 통해 구축된 분배체계인 것처럼 기본소득을 중 심으로 재편되는 새로운 분배체계 또한 어떤 권력자원에 의해 만들어지고 지속될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현재 기본소득을 둘러싼 권력관계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복지 국가를 만들었던 핵심 정치세력인 사민당이 기본소득에 반대하고, 1968년 이후 새로 운 좌파 정치세력으로 부상한 녹색당, 일부 좌파정당, 중도(우파)정당, 자유주의 정 당, 자본가계급과 보수정치인이 지지하는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최승호, 2013; Andersson, 2000; Christensen and Loftager, 2000). 문제는 이들 지지집단 내에서 도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이유는 다르고, 누가 주체가 되어, 누구를 동원하고, 누구와 함께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를 세력화할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노동계급의 입장도 갈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노동은 기본소득이 단체협상을 통한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노동조합의 전통적 역할을 약화시키고, 복지급여를 노동으로부터 분리함으로써 노동계급의 조직된 힘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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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경력과 연동되지 않는 기본소득을 지지한다 (최광은, 2011: 136). 특히 복지수급권을 확보하기 위해 (복지국가의 핵심제도인) 사 회보험 등에 안정적인 기여를 할 수 없는 프레카리아트(Prekariat)라는 불안정 노동 자에게 기본소득은 대안적 사회보장체계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1970년대 중반이 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보험과 같은 복지수급권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 년간 안정 적으로 기여금을 낼 수 있는 노동계급은 급격히 감소했다. 칸디이아스(Candeias)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전체 독일인 중 75%가 정규직, 비정규직, 실업 등이 반복되는 비연속적인 고용경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곽노완, 2013: 97). 물론 이러한 불안 정 노동자가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핵심 권력자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레카리아 트가 동질적 정체성을 갖는 단일한 정치세력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 확한 답을 하고 못 하고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단일한 정체성을 갖는 노동계급의 존재 자체가 신화이지만 복지국가 역사에서 노동계급의 세력화는 고용과 연계된 전 후 복지국가의 확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한편 20세기 접어들면서 사민당을 포함해 대부분의 정당이 국민정당화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적 기반을 특정 계급과 연계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 접근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조직하고, 동원하지 않는 한 기본소득이 대안적 분배체계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자본주의 체 제 내에서 민주적으로 기본소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직된 주체’는 반드시 필요하 다.11) 일회적으로 선거에서 승리해 기본소득이 제도화될 수도 있지만 기본소득의 정 치적 기반이 취약하다면 기본소득의 지속가능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일부 기본소득 지지자는 기본소득은 제도의 무조건성과 보편성으로 인해 상위 1%를 제외한 99% 모두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기본소득 을 확장하고 지켜나갈 분명한 정치세력이 없다는 사실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분명 한 것은 기본소득을 지지할 새로운 주체와 조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이 중심이 되는 분배체계가 어떤 점에서 현재 북유럽을 중심으로 제도화된 체제수준의 보편적 복지 체제 보다 우월한 분배체계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판 빠레이스의 주장과 달리 현재 자본주의 체제에서 스웨덴식 복지체제와 기본소득 체제를 동시에 제도화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van Parijs, 2016; Bergmann, 2010). 핀란드에서 11) 물론 조직된 주체라는 것이 반드시 노동조합과 같은 경성권력자원의 형태일 필요는 없다. 네트워크 방식의

느슨한 연대체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방식일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기본소득이 단지 하나의 정책이 아니라 노동과 복지 간의 관계를 단절하는 새로운 분배체계라면, 이러한 분배체계와 이해를 지속적으로 같이하는 지 속가능한 조직된 주체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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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하기 이전까지 서유럽 복지 국가에서 기본소득은 한 번도 사회정책의 핵심 의제가 된 적이 없다. 대신 일부는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당장 복지국가를 대신하는 완전한 기 본소득을 실시하는 것 대신 특정 인구집단에만 지급되는 사회수당이나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다(Groot and van der Veen, 2000). 하지만 특정 인구집단 에게 지급되는 형태의 기본소득은 현재 복지국가에서도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보편 적 사회수당으로 이미 실현되고 있어 새로울 것이 없다. 또한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 은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초기 형태로 이미 제2차 대전 이후 영국과 일부 유럽국가에 서 실현된 역사가 있다. 현재 보편적 복지국가는 낮은 수준의 정액급여가 중간계급의 이해에 조응하지 못해 시장의 역할이 확대되는 문제를 야기하자 1950년대 말부터 소 득비례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Eley, 2008: 582). 그런데 다시 낮은 수준의 보편적 정액급여 방식으로부터 출발하자는 것은 복지국가의 발전을 거슬러 올라가자는 것으 로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기본소득의 제도적 우월성을 공공부조(또는 잔여적 정책) 와 비교해 찾는 것도(강남훈, 2016), 체제수준의 보편주의와 정책수준의 보편주의를 구별하지 않고 모든 복지국가를 “선별적 복지 패러다임을 전제한 역사적인 복지국 가”로 전제하는 것도(곽노완, 2014: 344) 적절하지 않다. 기본소득의 지지자들은 왜 기본소득이 중심이 되는 분배체계가 체제수준의 보편주의 보다 더 우월한 분배체계 인지를 경제적, 정치적, 분배체계의 관점에서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 로 이제 기본소득과 한국복지체제에 대해 검토해보자.

5. 기본소득과 한국복지체제 기본소득의 제도화는 한국 복지체제의 성격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여기서는 기본소득이 현재 한국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분배체계인지 아닌지와 기본소 득을 중심으로 분배체계를 만들어갈 권력자원에 대한 진단,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이 초래할 한국 복지체제의 성격변화를 다루었다.

5-1. 한국 자본주의와 기본소득 한국경제는 앞서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검토한 것과 같이 197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 지 내수와 투자가 불균형적인 과잉설비와 과잉투자가 지속되었다. 실제로 OECD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의 민간소비는 GDP 대비 53.4%로 OECD 국가 중 21위였는데 반해 GDP 대비 총 고정자본형성은 32.0%로 1위를 기록했다(김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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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1). 이러한 현상은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GDP 대비 최종 가구지출 비율 은 2011년 49.2%에서 2015년 47.1%로 감소했다(OECD, 2016b). 물론 민간소비 비 중이 작다는 것이 곧 불평등과 빈곤을 확산시키는 것은 아니다. 북유럽처럼 GDP 대 비 높은 수준의 사회서비스 지출로 국민의 부족한 구매력을 보완할 수도 있기 때문 이다.12) 협소한 내수역량과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특성과 취약한 국가복지가 한 국사회의 불평등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과적으로 수출중심의 대기업과 내수중심의 중소기업의 연관관계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 주도의 성장이 한국 사회 내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보다는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김상조, 2012: 105). 실제로 자본집약적인 수출중심의 대기업에 의한 성 장이 국내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과 무관해지면서 성장을 해도 불평등이 확대되는 양 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의 변화는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는 핵심지표이 다.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지난 20여년 가까이 OECD 국가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이병희, 2015:36-7).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효율성 격차 또한 2011년 기준 으로 비교 대상 56개국 중 51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최석현·김군수·이재광, 2012: 2). 이와 같은 상태에서 성장을 통한 낙수효과는 실현될 수 없다. 문제는 한국 자본주의가 직면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갈 역량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세계체계에서 한국의 지위는 일본에서 수입한 자본재를 가공해 직 접 또는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미국과 유럽연합으로 수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김 상조, 2012: 87). 물론 한국이 선진 자본주의와 경쟁하는 부문도 있지만, 한국 자본 주의 전체를 보았을 때 선진 자본주의와 개발도상국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이는 세 계경제가 한국 자본주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국 자본주의 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역 또한 제한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1980 년대부터 시작된 한국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화도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추진동 력이 내부에서 국제통화기금으로 대표되는 외부로 전환되었다(김상조, 2012: 36-7).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주의 세계체계의 이해에 따라 지속된 한국경제의 신자유 주의화가 현재 한국 자본주의가 직면한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화는 복지국가가 성숙되지 않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는 점에서 서구의 신자유주의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한국사회 에서 1990년대 이후 소득, 자산,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불평등 증가도 바로 이 러한 한국 자본주의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전병유 편, 2016). 12) 2014년을 기준으로 스웨덴와 덴마크의 GDP 대비 사회서비스 지출은 각각 16.1%(현금 12.1%)와 15.8%(현금 14.3%)로 OECD 최고의 수준이다(OECD, 2016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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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식에 기초해 만약 우리가 기본소득을 지지한다면 왜 기본소득이 이러한 한 국 자본주의가 양산한 결과를 해소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인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더 나아가 분배체계와 경제체계 간의 관계가 (경제체계가 분배체계를 결정하는) 일방 적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라면 기본소득 중심의 분배체계가 한국 자본주의의 변화와 어떤 전망을 공유해야하는지도 이야기해야 한다. 단순히 정규직 일자리가 줄 어들고, 비정규직 일자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복지급여의 수급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사회보장체제를 대신해 노동과 무관한 기본소득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은 현상에 대한 대증적 처방은 될 수 있는지만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근 본적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기본소득을 이렇게 대증적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게 되면 기본소득의 체제 전환적 성격은 사라지고, 기본소득은 그저 돈 많이 드는 관대한 소득보장정책 중 하나가 될 뿐이다. 기본소득의 정당성은 어쩌면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으로부터 찾을 수 있 을지도 모른다. 1980년대 이후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화에 대한 좌파의 대안 담론으 로 제기된 인지자본주의가 그 대답의 실마리를 내재하고 있다. 인지자본주의는 현대 자본주의의 지배적인 생산물을 물질에서 찾지 않고 ‘인지’ 또는 ‘정보’라는 생산물에 서 찾고 있으며, 생산관계 또한 임금노동자와 자본이라는 특정한 계급간의 생산관계 가 아닌 자본과 집단지성에 의한 생산에서

찾고 있다(조정환, 2011; Hardt and

Negri, 2001; 이명헌, 2014: 61). 생산이 더는 개인의 임금노동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고, 집단지성이라는 형태로 사회전체가 참여하기 때문에 개인 노동과 연계된 분배 체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일정한 소 득을 무조건 보장하는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분배체계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자본은 이윤확보를 위해 더는 노동계급을 포섭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마르크스는 『정치경제학 비판요강』에서 부의 창조가 노동시간이 아닌 기술진보 때문에 이루어 지는 사회에서 사회의 필요노동시간은 최소한으로 단축되고, 개인은 자유롭게 예술, 과학, 교양활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Marx, 2000[1857/8]: 380-1). 「고타강령초안 비판」에서도 마르크스는 다시 노동이 부의 유일한 원천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Marx, 1995[1891]: 370). 직접적인 노동이 더는

부의 원칙이 되지 않는 사회의

도래를 예견한 것이다. 실제로 다음, 네이버, 구글 등이 창출하는 부는 “직접적인 형태의 노동”이 아닌 전 세계에서 이들을 사용하는 셀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생산과 분배 의 연계가 불가능한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만약 이것이 현대 자본주의 체제의 지배 적인 부의 창출 형태라면, 노동과 연계된 복지체제의 해체는 필연적이고, 노동과 무 관한 기본소득과 같은 분배체계의 도래는 (그 실현 여부는 권력관계에 의해 결정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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겠지만)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지지자는 단지 현대 자본주의의 높은 생산 력의 발달수준을 반복해서 이야기할 뿐이다.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많은 사람이 일하 지 않고도 충분히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과 무관한 분배체계의 구축이 가능하 다고 주장하는 것은 단지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의 현상적인 모습만을 보고 있는 것 이다. 더 나아가 생태주의 관점에서는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고, 기본소득은 이러한 수준에서 제도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이러한 체제 를 대다수 시민이 받아들인다면 이런 분배체계가 실현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현실정치는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서구에서 녹색당으로 대표되는 생태주의자가 주목 할 만한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 정치에서 당분간 이들이 우리 시대를 주도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기본소득과 관련해 한국사 회의 권력자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5-2. 한국 복지체제의 권력자원과 기본소득 전후 서구 자본주의의 분배체계로 구축된 역사적 복지국가가 노동계급과 중간계급의 연대에 기초해 형성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연대의 약화가 복지국 가의 위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것도 이미 검토한 바 있다. 이러한 인식으로 부터 우리는 기본소득 중심의 복지체제 구축과 관련해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누가 기본소득 중심의 복지체제를 구축할 핵심 권력자원인가? 물론 권력자원은 고정 된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체제의 변화에 따라 그 구성을 달리한다. 제조업 중심의 자 본주의 경제에서 조직된 산업노동자는 복지국가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핵심 권력자원 이었지만, 후기 산업자본주의에서도 산업노동자가 복지체제를 만들어가는 핵심 주체 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과 노동이라는 계급구조와 이 둘 간의 갈등을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정당정치와 민주주의가 복지국가를 발전시켰듯이, 기본 소득 중심의 분배체계를 발전시킬 지지계급이 누구인지를 밝혀야 한다. 쉘리브 (Shalev, 1983: 323)의 지적처럼 “거의 모두가 동의하듯 의회 사회주의의 강도는 다 른 어떤 이유보다 복지국가 발전에 더 중요하다.” 기본소득 중심의 복지체제는 어떤 계급(집단)의 문제이고, 어떤 계급의 정치적 기획인가? 예상할 수 있는 답은 복지국가가 더는 완전고용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2016년 3월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의 43.6%가 비정규직이고, 근속연수의 중위 값이 2년 밖에 되지 않은 등 OECD 국가 중 고용이 가장 불안정한 한국에서(김유선, 2016), 기여와 연동된 사회보장체계는 대다수 임금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할 수 없다. 익숙한 수치이지만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적용률은 국민연금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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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에 불과하고, 가장 높은 건강보험(직장)도 40.4%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본소득은 어쩌면 현재 한국 복지체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 고, 당연히 그 주체는 사회보험으로부터 배제되고, 고용불안정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또는 프레카리아트)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비정규직의 노조조직률이 2016년 3월 현재 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김유선, 2016: 31). 2%의 조직률로 기존 의 복지체제를 대신하는 기본소득 중심의 분배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 다. 더욱이 한국 사회에서는 유력 정당 중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정당도 없다. 녹색당 이 지난 총선에서 기본소득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녹색당의 득표율은 지역구 기준으로 0.1%, 비례대표 기준으로 0.76%에 불과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16). 무의미한 수치이다. 설령 비정규직 노동자가 조직화되고, 이를 대표하는 어떤 정당이 기본소득을 핵심 공 약으로 채택한다고 해도 당장 기본소득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복지국가의 발 달과정에서 제조업 노동자가 그랬듯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유권자 전체로 보면 여 전히 소수이다.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핵심 계급으로서 비정규직은 자신과 함께할 연 대 대상을 찾아야 한다. 과거 조직노동과 같이 그 대상이 중간계급일지, 영세자영업 자들일지, 누가 기본소득 중심의 새로운 분배체계에 동의할 수 있을지는 매우 불분명 하다. 강남훈(2016: 2)의 주장처럼 단순히 선별복지와 기본소득을 비교해 기본소득이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기본소득 을 지지하는 정치적 연대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정치적 지지의 문제를 경제적 동인으 로 단순화한 현실성 없는 주장이다. 저소득층이 자신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않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진영은 단순히 기본소득이 현재 한국 복지체제가 야기하는 불 평등과 빈곤에 대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진영은 한국 사회에 서 기본소득을 지지할 정치세력을 누구이며, 이들이 어떻게 하나의 정체성을 형성하 고, 다른 이해집단과 연대해 지지기반을 확장할 것인가를 이야기해야한다. 더욱이 이 들 집단이 새로운 분배체계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신의 이해 를 위해 권력자원을 행사하는 즉자적 계급을 넘어 대자적 계급의 면모를 보여야 한 다. 하지만 가이 스탠딩(Guy Standing)의 지적처럼 기본소득과 밀접한 이해를 갖고 있는 프레카리아트는 아직 대자적 계급의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했다(Standing, 2014[2011]: 23).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노동계급이 그랬던 것처럼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정치집단도 본래부터 존재했던 그 무엇이 아니라 역사적 과정 에서 구성되어가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의 정당성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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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당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현할 주체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이 야기해야 한다.

5-3. 현금급여 중심의 복지체제화 만약 기본소득이 제도화된다면 한국 복지체제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 기본소득논자 가 주장하는 데로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기본소득이 사회서비스를 대체하지 않는 다고 해도, 기본소득의 제도화는 한국복지체제의 성격을 동유럽 또는 남유럽 복지체 제보다 더 현금 중심적인 체제로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강남훈(2014: 282, 292)이 추계한대로 ‘높은 수준의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현금급여가 추가로 대략 305조 정도 가 늘어나고,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179조 정도가 확대된다.13) 먼저 기 본소득이 기존의 현금급여를 대체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높은 수준의 기본소 득을 도입할 경우 <그림 1>에서 보는 것과 같이 사회지출은 GDP 대비 대략 30%수 준이 되고, 현물과 현금지출의 비율은 대략 6% 대 24%가 되어 한국은 <그림 1>에 서 [H1]에 위치해 OECD 국가 중 가장 극단적인 현금중심의 복지체제가 된다.14)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한국은 [L1]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 또한 현 물과 현금의 구성비율이 6% 대 16%가 되어 그리스, 슬로베니아와 유사한 지출구조 를 갖는다. 다음으로 기본소득이 기존의 현금급여를 완전히 대체할 경우 ‘높은 수준의 기본소득’ 은 현물과 현금지출구조가 6% 대 21% 되어 한국은 [H2]에 위치하게 된다. 이 또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현금지출구조를 갖는 복지체제이다. ‘낮은 수준’의 경우 는 현물 대 현금구성이 6% 대 12%가 되어 한국의 지출구조는 [L2]에 위치해 현재 슬로바키아와 아일랜드와 유사한 지출구조를 갖게 된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기본소 득을 핵심공약으로 제기한 녹색당의 기본소득 1단계 안을 적용해도 결과는 크게 달 라지지 않는다. 녹색당의 1단계 기본소득 안이 실현되면 현금지출 증가분은 (기초연 금 대체분을 제외한) 95.1조 원(GDP 대비 대략 6%수준)으로 GDP 대비 현금비중은 2014년 기준으로 4%에서 10%로 높아진다(녹색당, 2016). 한국의 현금급여 대 서비 스급여의 지출구조는 10:6으로 2014년 에스토니아 유사한 구조를 갖게 된다. 공적 사회서비스의 균형적 확대가 없는 한 어떤 수준의 기본소득이 도입되더라도 한 13) 높은 수준은 39세까지 연간 400만원, 40~54세까지 600만 원, 55세 이후 800만 원으로 설계되어 있다. 낮은 수

준은 연령과 관계없이 연간 3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강남훈(2014)의 추계는 2012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2014년을 기준으로 작성되면 실재 기본소득의 명목규모는 더 커진다. 그러므로 현재 추정한 GDP 대비 현금지출 비율은 다소 과소추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4)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GDP는 1,485조원 규모이다(통계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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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복지체제는 동유럽과 남유럽 복지체제와 같은 현금 중심형 복지체제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북유럽형 복지체제와 남유럽형 복지체제의 가장 큰 차이가 공적 사회 서비스의 규모와 관련되고, 현금 중심의 남유럽 복지체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복지체제를 남유럽형 또는 더 극단적인 현금중 심체제로 가져가는 것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만약 기본소득과 함께 공적사회 서비스를 확대한다면 GDP 대비 사회지출은 30%를 넘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 할 수밖에 없다. 핀란드에서도 기본소득이 핀란드 복지국가를 사회서비스 중심 복지 체제에서 현금급여(재분배) 중심의 복지체제로 전환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Andersson, 2000: 232).

그림

<

1>

기본소득 도입으로 인한 한국복지체제의 사회지출수준 및 구성변화:

지출구성 비교

OECD

국가들의

년)

(2014

자료: OECD. (2016). OECD Social Expenditure Database.

물론 한국에서 현금급여의 확대는 필수적이다. 핵심은 현물과 현금급여의 균형적 확 대를 모색하는 것이고, 기본소득 또한 현재 복지체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는 한 이러한 범위 내에서 구상될 필요가 있다. 현실적 대안을 단계적으로 생각해 보면 먼 저 한국복지체제의 지출수준을 GDP 대비 20%수준으로 확대한다고 했을 때, GDP대 비 사회서비스 지출은 현재 6%에서 11%로, 현금 급여는 현재 4%에서 9%로 확대 하는 수준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는 현재 뉴질랜드와 호주의 GDP 대비 사회지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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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음으로 GDP 대비 사회지출수준을 30%까지 확대해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수준이 된다면 공적 사회서비스는 현재보다 대략 9%포인트, 현급 급 여는 11%포인트 확대하는 수준에서 사회지출구조가 형성된다면 현물과 현급 급여가 균형을 이루는 복지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2014년 기준으로 스 웨덴과 핀란드의 중간정도에 위치하게 된다. 이때 현금급여규모는 기존의 현금급여를 기본소득이 모두 대체했을 경우로 강남훈(2014)이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이라고 언급 한 규모가 된다. 결국 한국복지체제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면 기본소득의 규모는 현재 현금급여를 기본소득이 모두 대체한다는 전제하에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이 되 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기본소득을 이러한 수준으로 도입했을 때 판 빠레이스(van Parijs, 2016)가 이야기하는 “실질적 자유”는 보장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운 ‘탈노동화’를 실현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기본소득은 체제를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복지체제를 보완하는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과 같은 보편적 사회수당의 성격의 탈상품화 정책이 된다.

6. 정리 및 결론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매우 다양한 이론, 가치, 철학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한편의 논문에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기본소득에 내 재된 체제 변혁적인 동력을 생각한다면 기본소득에 대한 깊은 성찰과 논의가 필요하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논문은 기본소득을 자본주의, 권력자원, 복지국가의 관점 에서 조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먼저 본 연구는 기본소득이 현재 복지국가 가 처한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것과 그 목적이 정치적 이념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우리는 기본소득이 진보와 보수 등 특정 이념을 대변하는 분배체계의 기획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더불어 불평등, 빈곤, 불안정한 고용은 복지국가 위기의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라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한 국 사회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진영은 불평등, 빈곤, 불안정 고용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 대안으로써 기본소득을 제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문제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제시하는 않는 담론이 지배적인 담론이 된 역사를 알지 못한다. 1960년대 후 반 소위 ‘68혁명’이 전후 질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제기했지만, 기존질서에 균열을 내는 것 이외에 68혁명은 어떠한 실현 가능한 근본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 우리는 시장이라는 분명한 대안을 가진 신자유주의 세력에 게 권력을 내줘야했다. 기본소득이 또 다시 신자유주의 체제의 기획이 되지 않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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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는 기본소득이 현재 한국 자본주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근본적 대안으로써 기 획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현재 검토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기본소득은 사실상 기본소득의 핵심원 리인 ‘탈노동화’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낮은 수준 또는 인구학적 기 준이 적용되는 사회수당 형식의 기본소득은 탈노동화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 소득이 복지국가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탈상품화 정책이 아닌 탈노동화 정책이 되 어야한다. 하지만 기본소득 지지자는 이와 관련해 분명한 답을 주지 않는다. 더불어 탈노동화 정책으로서 기본소득이 왜 현재와 미래 한국 자본주의에 조응하는 분배체 계인지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또한 본 연구는 만약 한국 복지체제가 기본소득을 제도 화했을 경우 한국 복지체제가 매우 현금중심적인 복지체제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 다. 누구도 한국 복지체제에서 현금급여를 확대해야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 복지체제를 현금중심의 복지체제로 가져가자는 것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잘 알고 있듯이 현금 중심 복지체제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 황에서 한국이 극단적인 현금 중심의 복지체제로 가야될 어떠한 정당성도 없다. 기본 소득 지지자들은 한국 분배체제에서 현금과 서비스 간의 관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이 한국사회에서 대다수 시민의 인간다운 삶 을 보장하는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누구의 정치적 힘과 기획에 의해 제 도화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전망도 제시해야한다. 분배체계로서 복지국가가 그 랬듯이 기본소득과 같이 기존의 질서를 새롭게 재편하는 새로운 분배체계의 출현은 강력한 권력자원의 동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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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1

토론문

김용신 /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1. 정의당, 부분적 ‘기본소득’ 도입 제안 관련

1-1. 국회 연설에서 아동· 청년· 노인 기본소득 도입 제안 ○ 지난 9월 20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 국회 정당대표 연설을 통해 소득불평등 해소 방안의 일환으로 아동·청년·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도입을 제안함. (토론문 마지막 [참고 자료] 참조) ○ 제안의 주요 요지는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동시장 안에서는 ①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및 최저임금에 연동해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 임원 보수에 제한을 두는 최고임금제 실시, ② 대·중소기업(원청업체와 협력업체) 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초과이익공유제 실시. 노동시장 밖의 경제적 취약계층인 ③ 아동·청년·노인에 대해 서는 기본소득 도입을 통해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 나가자는 것이었음.

1-2. 아동· 청년· 노인 기본소득 제안의 몇 가지를 전제들 ① 전면적 기본소득으로 가기 위한 단계적 접근이나, 이행전략으로서의 기본소득론 등 특정 담론이나 이론 체계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음.

기본소득 전략, 복지국가 건설의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41


② 취약계층에 대한 기초 복지나, 교육 의료 주거 등 공공 사회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의 강화를 전제로 병행 추진하자는 것. ③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높은 아동 청년 노인으로 대상을 특정해, 부분적으로 실시 하자는 것으로 아동수당, 청(소)년 수당, 노령수당(기초연금) 등 사회수당 강화와 다르지 않음. ○ GDP대비 사회복지 지출이 10.4%인 한국과 30%를 넘는 유럽 복지국가에 있어, 기본소득과 전통적 복지시스템과의 상호관계(대체 여부 및 충돌) 등 여러 조건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음. - 특히 한국에서 사회수당 수준의 부분적 기본소득이, 장애인과 빈곤층 등 취약계 층에 대한 기초복지 강화나 교육 의료 주거 등 공공의 사회복지 서비스의 확대, 그리고 고용보험의 강화와 실업부조의 도입 등의 전통적 복지의제를 대체할 수는 없음. - 다만, 향후 4차 산업혁명 등 일자리(노동)와 시장질서가 급격히 재조직된 경제시 스템에 조응하는 대안이 여전히 일자리와 임금소득 중심의 복지국가 페러다임(완 전고용에 기반한 복지국가 모델)인지 (다양한 층위의)기본소득과 결합된 그 무엇 인지는 열린 대안 모색이 필요함. ○ “아동 청년 노인 기본소득”이라는 하나의 틀로 묶어서 이슈화 하는 것이 대상별 로 각각의 개별 수당으로 제기하는 것 보다 좀 더 공세적이고 다수의 동의를 얻 기에 효과적인 면과 함께 당사자들의 수용성이 큼.(특히 장애인 농민 문화예술인 등에 있어 OO수당보다 OO기본소득에 대한 수용성이 큰 것이 사실임) - 부분적이던, 제한적이던, 먼 미래의 문제던, 우파적 고민이던, 이름만 사칭한 것 이던 알파고와 성남시 청년배당을 계기로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 고 있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도 정치권(원내 정당)과 대선 주자들이 의제로 제 기할 가능성이 높아짐. 진보진영에 있어 전통적 사회복지체제의 강화와 부분적 기 본소득(사회수당론) 등이 상호 보완적 과제로서 논의되고 공론화 될 수 있도록 해 야할 책무가 더욱 커짐.

1-3. 당 연구소를 중심으로 당내 논의와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 ○ 지난 9.25일 임시 당대회 특별결의문(“불평등과 전쟁위협 원전불안을 넘어 정의 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갑시다”)의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해) 최고임금제,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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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공유제, 아동·청년·노인 기본소득 도입 3대 대압착 플랜으로 제시한다.”는 문 구가 “아동·청년·노인에 대한 기본적인 소득 보장”으로 수정됨. 이는 ‘기본소득’ 위 상과 의미가 분명해지기 위해서는 당내 논의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 영된 결과임. - 하반기에 당 정책연구소를 중심으로 부분적 기본소득과 한국 복지체제 과제에 대 한 당내 논의와 함께 다양한 측면에서의 검토를 진행할 계획임.

2. 발제문에 대한 몇 가지 의견 ○ 현재 한국사회에서 도입 가능한 기본소득의 수준과 방식이 보편적 사회수당의 성 격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점. 현금과 서비스 간의 관계 설정, 즉 (부분적)기본소득 도입이 복지 서비스의 확대 강화 문제를 대체하거나 이를 약화시키는 방식이 되 어서는 안 된다는 점. 기본소득이 보수세력의 구상과 방식으로 접근돼 신자유주의 체제의 또 다른 기획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점 등 주요 문제의식과 결론에 동 의함. ○ “3-2. 소득보장유형에서 본 기본소득”에 있어 기계적 구분이 갖는 장점도 있겠지 만, (순수)완전기본소득 – 부분기본소득(사회수당형) - 음의 소득세 - 참여(참가) 소득에 대해 각각의 실효성을 비교 검토함과 함께 상호 결합 모델(노동시장 밖은 부분 소득 + 노동시장 내는 음의 소득세 or 사회배당 + 음의 소득세 결합 모델)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 있겠음. 단, 음의 소득세의 경우 과소 소득(연봉 외 소득) 등록(파악) 문제나, 소득 및 음의 소득세를 실시간 데이터 주기화가 가능 한 사회적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할 전제 등이 필요. - “3-3. 현실 세계에서의 기본소득”을 구분한 8개 지표 중, 어떤 지표에 가중치(의 미 부여 정도) 줄지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 주체형성 측면 등을 종합하는 것이 필 요해 보임. ○ 결론적으론, 종합적 구상과 체계가 필요함. 불평등한 한국사회를 대체할 노동(임 금)소득-조세·사회보험료-복지(간접임금) 체제에 대한 진보진영 장기, 중기 비전 속에서 사회복지 서비스와 부분 기본소득(사회수당)의 비중과 상호 관계를 분명히 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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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심상정 대표, 국회 정당대표 연설(2016.09.20.) (중략) 정의당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3대 대압착 플랜」을 추진하겠습니다. 노동시장 안에서는 ‘최고-최저임금연동제(일명 살찐고양이법)’를 적용하고, 대·중소기 업 간의 격차해소를 위해 ‘초과이익공유제’를 실현하며, 노동시장 밖은 ‘아동·청년·노 인 기본소득제’ 도입을 제안합니다.

첫째, 민간기업 임원은 최저임금의 30배, 공기업 임원은 10배 이내로 제한하는 최고 임금제를 도입합시다. 2014년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받은 보수는 216억 원이었습니다. 216억 원은 최저임 금의 1,650배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10대 그룹 상장사 78곳의 경영자 보수는 일반직 원의 35배, 최저임금의 180배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인상요구는 매년 좌절 돼 왔습니다. 재벌기업들은 뒤로 숨고, 중소영세상공인들을 앞세웁니다. 그러나 정부 가 최저임금 인상에 진정으로 의지가 있다면, 중소영세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을 뒷받침 할 강력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병행 추진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최고임금과 최저임금 의 연동이 필요합니다. 고통분담은 상위 1%에서 먼저 시작되어야 합니다. 불평등의 문제를 키운 장본인들이 결자해지해야 고통분담도 사회적대타협을 위한 논의도 실질 적으로 가능해질 것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탐욕스런 CEO의 과도한 임금을 제한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정치권이 적정한 소득 분배를 위해 강력히 나서줄 것을 열망하고 있습니다. 최고임금제를 도입해 불평등 해 소의 첫발을 내딛을 수 있게 힘 모아 주시기를 이 자리에 계신 의원님들께 호소 드 립니다.

둘째, 기업 간 격차해소를 위한 초과이익공유제를 실현합시다. 2015년 3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710조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만, 중소기업은 늘 허덕이며, 영세자영업자는 생존의 기로에 처해 있습니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노 동자들은 절반의 임금 밖에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독식구조를 깨지 않고 소 득 불평등은 완화될 수 없습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중소기업이 함께 노력해서 전 체 파이를 키우고, 공정하게 분배해서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사업확장, 고용안정을 꾀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그동안 ‘상생협력’, ‘동반성장’ 등 정치적 수사들은 많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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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그러나 기업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왔습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이미 정치권에 충분히 공유되어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관련 법안이 제출되어 있습니다. 이번 국회에서 초과이익공유제를 반드시 실현해 대·중소기업 양 극화 해소의 원년으로 삼읍시다.

셋째, 아동, 청년, 노인 기본소득 도입을 제안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까지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주로 진보진영에서 진행되 어 왔습니다만,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표 연설에서 거론한 이후, 정 치권에서도 논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넘어, 4 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중부담-중복지 국가로 나아가는 대 안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전면적 실시에는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현행 사회복지제도의 강화와 함께,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아동과 청년, 그리고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본 소득을 부분적으로 우선 실시할 것을 제안합니다. 아동은 0~5세부터, 청년은 19~24 세부터, 그리고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을 1단계로 시작해 봅 시다. 더 나아가 노동소득이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는 농민, 장애인, 문화예술인들에 게도 단계적 확대적용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기본소득은 이미 부분적 으로 실행되고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노인들에게 20만원씩 기초연 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있었고, 여야를 막론하고 아동수당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도 기본소득 정신에 입각한 것입니다. 작지만 농가직불금을 기본소득 형태로 지급하겠다는 안희정 충남 도지사의 발표도 있었습니 다. 우리 가정에는 대부분 아동, 청년, 노인이 있습니다. 아동, 청년, 노인 기본소득은 중산층 대부분이 그 혜택을 보게 될 것입니다. 수십조를 쏟아 부어도 해결되지 않는 저출산 문제에 무엇보다 효과적입니다. 가난한 청년들에게 귀중한 시간과 기회를 제 공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내수와 중산층을 살려서 장기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의 새로 운 길을 열게 될 것입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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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2

토론문

김주온 /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지금까지 기본소득과 관련해 나올 수 있는 한계와 과제들을 망라해주셨다. 나도 늘 고민하는 주제들이기 때문에 이런 토론의 자리가 열리는 것이 무척 반갑다. 직접적으 로 얘기하자면, 내가 관심 있는 것은 기본소득 정책의 이론적, 독립적 완결성 보다는 기본소득 운동을 통해 그 전 과정에서 어떤 주체를 형성하고(조직하고) 어떤 사회 변 화를 추동해 내느냐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복지국가 논의에서 주요하게 다뤄져야 할 주제로서 직접민주주의 제도 및 문화 강화, 성평등 사회로의 지향, (임)노동 중심 주의 약화, 공유재 확대 및 생태적 전환을 견인하기 위한 정치적 의제로서 기본소득 을 간략히 제안하고자 한다.

지난 총선 때 ‘찾아가는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작은 규모의 기본소득 정책 설명회를 여러 차례 열면서 만난 사람들이 있다. 녹색당은 20대 총선 정책에서 단계별 기본소 득을 제안했고, 구체적으로 1단계에서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해 임금소득을 얻기 어 렵다고 여겨지는 청년, 청소년, 노인, 장애인, 농어민 우선 지급을 주장했다. 동시에 이들에게 기본소득 운동의 주체로 함께 하자는 제안을 던지고 싶었기에 관련한 지역 조직, 공동체 모임 등을 위주로 찾아갔다. 또한 기존 복지 제도와의 교통 정리를 중 요한 과제로 안고 복지운동 당사자들을 만났다. 기본소득 자체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이들이 대다수였고, 한 두 번의 만남으로 이들을 당장 ‘조직’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매번 그 자리에서부터 자신의 삶에 기본소득이라는, 이질적이지만 직관적으로 이해되 는 무언가를 직접 개입시켜보는 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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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기본소득 전국투어를 기획해 다니면서 부당해고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장 기투쟁 중인 노동자들, 당장의 생계 때문에 애초에 부당한 노동요구나 성차별에 맞서 지 못하는 알바 노동자들, 오랜 세월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경제적 기반이 없어 독립하지 못하는 수많은 여성들, 서울을 떠나 지역에서 소박한 삶을 꾸려가고 싶어도 당장의 소득이 없어 단기적 일자리가 많은 서울에 머물 수밖에 없는 청년들 등 다양 한 사람들을 만나 기본소득이 삶에 어떤 전망을 주고, 그 전과 어떻게 다른 생애기 획을 가능케 하는지 이야기 나눴다.

기본소득이 왜 민주주의의 소득이자 권리인지 이해해가는 사람들, 자신이 운동의 주 체가 될 수 있음을 상상하고 희망을 품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부터가 손쉬운 냉소나 허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단지 호명하는 것만으로는 정치적 주체가 탄생 하지 않은 탓에, 구체적 개인들을 떠올리지 않고서 대자적 계급, 프레카리아트 등의 논의에서 정해진 답처럼 도달해버리는 힘 빠지는 결론을 어느 정도 상대화할 수 있 게 되었다. 기본소득을 이야기 주제로 사람들은 만나러 가는 것, 그 하나하나의 자리 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집중하고 반짝이는 눈빛 안에서만 느껴지는 게 있다. 심지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토론에서도 그렇다. 기본소득은 현재와 미래의 노 동, 복지와 증세, 사회적 신뢰와 정치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현재 그 어떤 다른 주제 보다 모두를 논의에 참여시키면서, 흥분시키는 정동을 가진 주제다. 이것이 기본소득 이 가진 큰 장점으로서 의제의 확장가능성, 곧 대중성이라 생각한다.

성남시 청년배당 정책을 모니터링 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본 소득 제도의 관점에서 이를 평가하고 제도의 결점, 중앙정부 정책으로의 확대 가능성 등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컸으나, 수령자 인터뷰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서 오히려 다른 의미들을 생각하게 된다. 예컨대 청년들의 “복지 인식”과 같은 측면이다. 복지 인식 이 제도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제도가 복지 인식을 바꾸는데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청년배당이 소득보장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간접효과로서 당사자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긍정적이었다. 금액이 적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소득에 큰 도움이 되는 등 극적인 변화를 보기 어려울 거라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가 오히려 다른 측면에서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청년배당이 당사자 청년들 사이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 동 세대 및 다른 세대와의 사회적 연대가 시작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었다.15) 제도 도입과 시행의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신뢰’를 형성 15) 녹색전환연구소/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가 작성한 <성남시 청년배당 대상자 모니터링 조사결과>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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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가능성을 드러낸다. 이 역시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복지 확대를 위한 정치적 의지,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아닌가.

또한 최근 새롭게 조직된 흐름을 보여주는 그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여성들 이다. 그것도 온라인을 통해 촉발되어 오프라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며 관련한 사회 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실질적 제도 개선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 는 경제적 위기마다 성차별적 방식으로 그 리스크를 여성이 떠안으며 문제를 표면적 으로 해소해왔다. 구조조정시 여성을 우선 해고한다거나, 구조조정 후 늘어난 저임금 계약직 일자리에는 주로 여성을 고용하고(빈곤의 여성화, 여성의 빈곤화), 사회 안전 망 부재로 인한 사회적 불만을 여성과 소수자 혐오를 통해 해소하기를 방치하고 장 려해왔으며, 사회적 재생산에서의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모른 채하고 출산과 육아, 가정 내 무급 가사노동 등 거의 모든 책임을 여성 개인에게 떠맡기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 제도로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젠더 불 평등을 해결할 가능성이 도무지 안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 정규직 임금노동자 중심의 정상가족을 기본 단위로 구성된 복지국가 담론 역시 문화적으로도, 경제적으 로도 균열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공적영역, 사적영역 모두에서 남성 가부장에 경제 적으로 의존적인 존재로만 여겨지던 여성 개인을 독립된 경제적 시민권을 가진 주체 로 조명하고 가시화할 수 있는 제도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현재로서 이에 가장 걸 맞은 제도가 기본소득이라 생각하고, 장차 정치적 세력화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도 높 다고 본다.

“보편복지제도의 확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시민들의 복지 경험이다.

설문결과를 보면 청년배당이 청년들에게 성남시의 청년정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보편적 복지의 효과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청년배당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청년들은 95.3%이며, 이를 통해 성남시와 청년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 청년들은 각각 95.6%, 95.9%에 달했다. 이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청년배당이 주는 복지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의 대부분은 청년배당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고, 성남시가 청년의 삶을 배려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로 인해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

하고 있었다. 청년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재정운용에 있어서도 청년배당은 예산의 적절한 사용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동일하게 금액을 지급(보편적 지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만족하고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청 년들은 본인이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청년배당 정책은 계속 유지되길 희망하고 있었다. 청년배당은 청년들 에게 보편적 복지 경험을 제공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청년배당이 더 발전된 복지정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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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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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나는 이혼한다!”

1> “

또 한 가지 기존의 자본주의-복지국가 체제가 주요하게 성찰하고 해결해야할 과제는 기후변화를 포함해 축적되고 있는 생태위기의 측면이다. 사회학자 사스키아 사센은 사회적 배제보다 훨씬 적극적인 개념으로서 오늘날 전지구적으로 작동하는 “축출”의 논리를 설명한다.16) 경제적 불평등은 축출의 한 형태로서 “빈곤층이나 서민층에게 삶의 공간으로부터의 퇴출”을 의미하며 내전이나 자연재해, 토지 수탈로 인한 축출 역시 폭넓게 제시된다. 한편 축출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들 여다봐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제도권의 변두리에서부터 자연자원의 축출이 광범위하 게 일어나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피터 반스는 <시민배당>에서 미국에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된 구조를 파이프라인에 비유해 설명한다.17) 축출이라는 말만 쓰 지 않았을 뿐 어딘가에 한 번 꽂아둔 파이프는 빨대처럼 부의 극단적 편중을 강화하 는 장치로 기능한다. 그러므로 자원 분배를 위한 다른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민배당을 그 방법론으로 소개한다. 분배할 자원은 땅, 지하수, 맑은 공기, 광물 자원, 주파수 등 이미 충분하다는 것이며 이 방법 자체가 공유자원의 상품화, 시장화를 막고 지속가능하게 보존할 수 있는 장치가 될 거라는 주장이다.

기후변화를 막고, 재생에너지로의 시스템 전환을 견인해낼 수 있는 방안으로 탄소세 16) 사스키아 사센(박슬라 역), <축출 자본주의>, 글항아리, 2016 17) 피터반스(위대선 역), <우리의 당연한 권리, 시민배당 : 기본소득으로 위기의 중산층을 구하다> 갈마바람,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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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기후부담금, 생태부담금을 시민배당으로 나눠주는 것이 감세보다 훨씬 효과적이 라는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에서는 2008 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탄소세를 걷어서 그 중 일부를 탄소배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1년에 100달러 정도(저소득층의 경우에는 100달러 추가 지급)의 작은 규모이 지만, 생태부담금-시민배당 지급을 현실화하고 있는 사례다. 녹색당도 총선 공약에서 생태세를 통한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얘기했지만, 앞으로 더욱 강조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생태 위기와 관련하여 논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점차 확대되고 최근의 지진으로 인해 핵발전소 안전성이 더욱 문제되는 현재 의 상황은 결코 한가롭지 않다. 지구 자원의 정의로운 분배 방법론으로서 시민배당, 즉 기본소득이 더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녹색당이 받은 수치 자체만 놓고 보면 그간의 활동이 일견 무의미하 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대착오적이지 않은 판단과 이에 따르는 과감한 행보로 계속해서 가보겠다. 호기심으로 지켜봐주시는 것도 좋지만, 함께 걸어주시면 더 좋겠다. 일어나리라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연일 발생하고, 기대했던 일들은 하 나도 이루어지지 않는 날들에 지쳐간다. 그렇다고 낙담할 수만은 없다. 기대하는 미 래가 성큼 다가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시간을 달려가 붙잡아야 하지 않을까. 더 많이 함께할수록 더 빨리 도착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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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3

토론

이은주 / 더불어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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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4

기본소득,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우람 / 알바노조 정책국장

본문에서는 기본소득을 기존 복지국가의 실패를 극복할 하나의 대안으로서 검토하고 있다. 발제자는 기본소득에 회의적 입장을 취하며 기본소득이 복지국가의 대안이 되 기 위해서는 대답해야 할 몇 가지 질문이 있다고 말한다. 본문에서는 여러 가지 질 문을 제시하지만 결국 핵심은 두 가지다.

- 기본소득이 자본주의(현재는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어야 한다. - 기본소득의 정치적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

대안이라고 등장한 개념이 현실에 맞지 않다면, 발제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본주의 체제와 분배체계로서 기본소득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지 않다면, 기본소득은 시대 에 조응하지 않는 무모한 도전에 그칠 것이다. 기본소득은 가장 먼저 이를 증명해야 하며, 또한 이를 실행할 정치적 주체가 있음을, 즉 그것의 실현가능성을 보일 수 있 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첫 번째 질문이라면, 이미 기본소득론자들이 충분히 대답하 고 있다고 생각한다. 발제자는 생산을 배제한 채 기본소득이라는 분배만 논의한다면 이는 자본주의의 몰 락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펼친다. ‘자본주의가 몰락한다면 좋은 것이 아 닌가?’라는 나의 개인적 의문은 일단 미뤄두자. 순전히 ‘생산’이라는 영역만 놓고 본 다면 자본주의 체제는 기술발전을 통해 점점 더 다양한 종류, 막대한 양의 생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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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케 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생산의 중단과 감소를 이야기하는 것은 도저히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발제자가 말하는 생산이란 ‘생산’ 그 자체가 아니라 생산물을 전부 소비하고, 자본이 더 많은 양을 재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 두 포함하는 것이리라. 기존의 복지국가는 생산량의 증대와 이를 모두 소비할 수 있 을 정도의 노동소득 증가라는 분배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서 이를 가능케 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이 역시 약간의 논쟁이 있지만 생산의 영역에서 인간이 점점 추방되고 있고, 이러한 추세가 더욱 급속도로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 다. 신자유주의 자체가 인간노동이 생산에서 추방되기 시작한 시점에 등장한 경제체 제이기도 하다. 나는 근미래에 대부분의 생산영역에서 인간이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노동기반소득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나는 발 제자가 인용한 앙드레 고르를 발제자가 스스로 무시할 수 있는 그 근거를 찾지 못했 다. 기본소득은 생산과 무관한 분배체계가 아니라, 생산에서 쫓겨난 프롤레타리아가 생산에 개입하기 위한 권력투쟁이 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 면 왜 기존의 복지체계가 아니라 기본소득이어야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두 번째 질문은 사실 첫 번째보다 더 중요하다. 발제자는 ‘프레카리아트는 아직 대자 적 계급의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가이 스탠딩을 인용하며 기본소득을 지지할 강력한 정치적 주체가 등장하지 않았다며 실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정치적 주체는 필요하며,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발제자의 말도 틀리지 않았 다. 이 조건이 충족되었다면 이미 기본소득은 한국 정치의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을 것이다. 나는 여기서 관점을 바꿀 것을 제안한다. 기본소득의 지지자로서의 (결집된)프레카리 아트가 아니라 프레카리아트를 결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본소득이 그것이다. 발제자의 말처럼 경제·사회적 조건만으로 이들은 결집하지 않는다. 이들의 삶은 항상 유동적이고, 고정점을 찾기 매우 힘들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조건보다 정 치적 의제로 더 결집시켜야 한다. 또한 기본소득은 이들의 단결의 실제적 조건이 될 수 있다. 프레카리아트, 그 중에서 도 내가 속해있는 알바노조의 조직대상인 알바노동자들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삶 을 살고 있다. 기본소득은 이들에게 최소한의 안정성을 가져다준다. 이는 유럽의 경 우와 달리 알바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노조활동의 핵 심은 단체행동이다. 단체행동을 한다는 것은 동시에 노동조건을 위협받는다는 것이기 도 하다. 이는 모든 노동자에게 위협적이지만, 특히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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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동자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기본소득은 이런 부분에서 오히려 알바노동자 들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될 수 있다. (토론문 마지막 [참 고 자료] 참조)

기본소득은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고, 그만큼 다양한 변형태들이 존재하는 정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는 기본소득이 진보와 보수 등 특정 이념을 대변하는 분배체계의 기획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기본소득의 필요성, 아니 적어도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합의가 필요하다. 인간노동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유연화되며, 무용해지고 있다. 복지체제는 더 이 상 작동하지 않고, 작동할 수 있게 고칠 수도 없다. 또한 기존의 프롤레타리아(조직 노동자)가 아닌 새로운 정치적 주체가 필요하다. 이 주체의 조건은 경제적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나는 이 패러다 임이 반드시 기본소득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기본소득이 가장 유력한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좀 더 진지하고, 다양한 관점에선 고민해볼 시기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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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알바노동자에게 기본소득의 의미18) 보편적 기본소득은 알바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찾고 노동 현장에서의 단결권을 획득하며 정치적 시민권을 획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이는 반드시 최저임금의 극적인 상승과 동반되어야 할 것을 강조하며 저임금 체제를 유지하고 최저임금 상승을 회피하는 데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저임금 문제가 가장 우선적인 극복과제이며 노동소득분배율을 끌어올리는 형태로 분배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자본가에게 주는 보조금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19).

1. 인간다운 삶의 충족 보편적 기본소득은 당연히 알바노동자의 생존과 인간다운 삶에 기여한다. 시간제 노 동자의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미혼단신근로자의 생계비에는 턱없이 미달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은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자 금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알바노동자들에게 기본소득 이 외의 다른 제도에 비한 기본소득의 이점이다. 기본소득은 노동이나 소득, 자산을 조건으로 하는 선별적 복지제도에 비해 노동유인 이 사라지거나 소득이 역전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특정 소득 이하에게 지원금 을 제공하는 경우 경계선 부근 소득자는 노동을 포기할 강력한 유인을 갖게 된다. 기본소득은 노동소득을 비롯한 다른 소득과 관계없이 추가적으로 주어지므로 추가소 득을 위해 임노동시장에 뛰어들 유인은 어느 소득대에서도 유지될 수 있다. 선별을 위한 막대한 행정비용이 들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강남훈, 2013) 기본소득은 실업 상태에서도 주어진다는 사실이 알바에게는 매우 중요한 점이다. 원 치 않는 일을 하며 자신의 창조성을 낭비하고 잠재력을 축소시키는 경향을 방지한다. 이는 기본소득의 수준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금액이라는 점을 전제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한국사회에 만연한 생계를 위한 강제노동 상태를 종식시키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휴식과 충전의 기회 역시 생존에 18) 이 글은 최기원, 꿀알바보다 기본소득 - 한국의 알바노동과 기본소득 ,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대회 발표문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19) 현행 최저임금법이 근로자의 생계 안정을 최저임금의 목표로 설정했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받게 되는 순간임

금소득에서 기본소득만큼을 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알바노조는 근로자의 생계안 정만이 최저임금의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최저임금제의 극적인 상승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기본 소득이 도입될 경우 최저임금 자체의 감액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 감액분은 기본소득이 사실상자본가에 대한 보조금으로 전락한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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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적인 시간으로서 헌법적 권리에 포함되어야 한다. 사실상 노동이 실질적 ‘의무’ 로 시민들에게 부과되고 있는 현실을 전환시켜야 한다. 이것 자체로도 헌법적 권리이 기도 하지만, 이것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여지가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해 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생산성과 노동시간이 역의 상관관계임을 밝힌 적이 있으 며, 휴가나 휴식을 갖는 것이 생산성에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일리노이 대학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노동투입이 아니라 오히려 삶과 일의 균형이 중요한 것이며, 노동투입으로만 가치를 억지로 생산하며 삶의 가치 를 훼손당하는 알바노동의 악순환을 멈춰야 한다. 기본소득은 알바들에게 만연한 야간노동, 장시간노동, 위험노동을 회피할 수 있게 하 는 힘이 되며 사업주에게 환경개선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현재 이러한 노 동이 성행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이다. 알바들은 불안정 한 미래 때문에 학업과 병행하며 노동을 해야 하며 낮은 시급 때문에 긴 시간 동안 일해야 하며 거부하면 해고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위험한 노동이나 모욕 적인 상황을 감내해야만 한다. 이런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게 되면 이런 일자리들은 자연스럽게 노동공급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2. 단결권의 보장 알바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나 통상적인 기간제 노동자들에 비해 상당히 취약한 점 을 꼽는다면 노동자의 단결권이 배제된 채 대부분의 부당한 일에 대한 대응을 개인 적으로 개별화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단 ‘알바’를 대상으로 하는 노 동조합은 대한민국에 알바노조밖에 없으며, 개별 알바노동자들이 노조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청년유니온이나 노후희망유니온과 같은 세대가입 일반노동조합, 지역 일반 노동조합에 가입해야하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비정규직 전체의 노조조직률은 2%에 불과하다. 심지어 알바노조조차도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교섭에 나서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일단 교섭하려면 한 사업장에 두 명의 조합원이 있어야 하며, 단체교섭권이 위임될 때까지 고용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한데 이 조건은 알바노동자들에게 대단히 어려운 조건이다. 일단 5인 미만 사업장은 부당해고구제신청이 불가능해서 해고가 자유롭다. 즉 노조를 하고 단체교섭을 하겠다고 나서면 자르면 그만이다. 5인 이상이 라 하더라도 시간을 끌면서 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단체교섭권을 자연스럽게 상 실하게 된다. 시간을 끌면서 다른 노조를 만들어 교섭권을 먼저 가져가는 수법도 있 다.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알바노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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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프랜차이즈에 투쟁을 통한 지부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상기한 어려 움 때문에 조합원이 상시적인 노조활동조차 할 수 없다. 알바노조의 전략은 투쟁을 통해 선도적인 모델을 만들어 알바들도 상시적인 노동조 합 활동을 지부에서 해낼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가능하게끔 하는 여 건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노동관계법과 근로기준법 개정과 우호적 판 례의 축적이고 또 하나는 기본소득과 같은 실질적 해고기금의 조성이다. 알바노동자 들이 부당한 노동조건에 쉽게 문제제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생계가 온전히 본인의 노 동에 저당 잡혀 있기 때문이며 고용보험 미가입이나 급여지급 조건 불충분으로 실업 급여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중요한 배경이다. 노동조합의 투쟁이 아니라 노동청 진정을 통해 사건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최소 1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대응에 준비 가 많이 필요한 경우는 일을 쉬어야 하는데 이것이 부담되어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 가 상당히 많다. 기본소득이 있다면 이렇게 주저하는 현상이 상당히 완화되어 알바노 동자들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데 주요한 물적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추 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고용보험을 자발적 이직자와 고용보험 미가입 청년에게까지 확장시키 는 정책이 지난 총선에서 등장한 바 있다. 노동시장에서 청년들의 낮은 협상력을 제 고하고 낮은 일자리를 거부할 힘을 제공한다는 명분에서다. 물론 제한적으로 이런 효 과가 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정책대상이 청년층에 한정되었다는 점에 서, 결국은 노동에 포섭된 상태를 상정한다는 데에서 결국은 통상의 정규직 일자리를 전제로 한 정책으로 알바노동을 일시적인 생애사이클의 하나로 인정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기본소득은 통상적인 정규직 일자리에 포섭되지 않을 가능성까지 열어 둠으로서 협상력 강화와 단결권의 실질적 제고에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 한다20). 기본소득이 노동조합의 교섭역량을 약화시키고 임금체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 기존의 복지제도를 변형시킬 것이라는 점 때문에 유럽에서는 노동조합이 기 본소득의 주요 반대자로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사회복지영역이 지나치게 취약해서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고 얼개를 처음부터 짜야 한다는 점에서, 노조조 직률이 지나치게 낮은 배경에는 생존에 노동이 저당잡혀 있고 사회안전망이 없다시 피 하여 단체행동에 나설 수 없는 조건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알바노동 20) 고용보험 확장론은 정의당에서 총선정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는 최종적으로 수혜자들이 준비기간을 거쳐

안정적으로 노동시장에 정규직 일자리를 얻는 양상을 상정한다. 즉 이는 일자리 할당과 같은 취업정책과 함께 제시될 수밖에 없는데, 저성장 국면에서 노동시간단축 이외의 취업정책은 사실상 그 효과가 심각히 제한적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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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들에게는 노동조합 조직률의 강화로 이어지고 교섭력을 확장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과 불안정 노동자의 조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민주노총과 같은 대형 연맹조직은 기본소득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3. 알바노동의 해체인가 진보인가 알바노조는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강력히 요구하며 싸우고 있으며 알바노 동의 인간적인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진전이 알바노동 의 해체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유형의 노동이 강화되는 것으로 직결될 것 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한국사회의 알바노동은 비인간적이고 마땅 히 청산되어야 하는 형태지만, 기본적인 소득과 안정성의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남는 유연화된 고용 형태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바인 것인지, 아니면 모든 비정규직이 철폐되어 사실상 알바노조가 해산해야 하는 상황(?)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길에서 해방적, 보편적 기본소득의 개념은 이러한 대립구도를 전환시 키는 힘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강제적 노동이 부과된 현실을 전복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지금의 정년이 보장된 대기업 일자리나 공공일자리를 중 심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상상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사 회적 필요노동을 모두에게 재분배하고 기본소득으로 소득안정성을 확대하고 노동시 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사실상 종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선을 의미 없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주당 28시간, 하루 7시간, 주 4일 노동을 하는 현실을 가정해보자. 상당수는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에서 일하겠지만 노동시간은 현저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줄어 든 노동시간에 따른 소득하락은 기본소득으로 보전된다. 종래 비정규직의 상당수는 늘어난 안정적 일자리로 옮기게 되면서 동시에 소득상승과 노동시간 감소를 경험하 게 될 것이다. 스스로 노동시장에서 탈출하며 기본소득만으로 삶을 영위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보조적인 소득을 위해 시간제 노동에 참 여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높아진 최저임금으로 장기노동은 필요 없는 상태가 된다. 기 업 입장에서도 노동을 외주화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환할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과 거에는 우리가 생계를 위해 노동에 매달렸다면 이제 우리가 노동을 선택할 자유를 얻게 되면서 비정규노동은 기업의 비용절감에 봉사하는 형식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 적 필요노동을 스스로의 의지로 분배할 수 있는 기회의 형식으로 정착하게 될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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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자동화, AI의 발전이 단순화된 알바노동에 위협적인 요인일 수 있으며, 이는 최저임금의 상승과는 별개로 조용히 차근차근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본가들은 임금상승을 핑계로 수시로 자동화를 하겠다고 협박하지만, 사실은 인건비 상승보다도 자동화와 AI 비용의 하락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이는 거부하기 힘든 흐름으로 생각된 다. 맥도날드의 전 사장 에드 렌시가 최저임금인상운동에 대해 ‘로봇 팔을 도입하는 게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프렌치프라이 굽는 점원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며 협박했는 데, 사실 이런 협박은 할 필요가 없다. 이미 맥도날드에 가면 주문을 받는 패널이 설 치되어 있는데, 곧 무인점포로 바뀔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산업에서 이 미 조용히 자동화를 통해 계속 사람을 내보내 온 역사가 있다. 때문에 기계와 인공 지능으로부터 나오는 이윤과 소득을 소유주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게 분배하는 차원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은 사회의 물적 변화에까지 알바노동 자들이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논리적 개념이자 현실적 정책으로 부각될 것이다. 알바노조는 우리의 인간적인 삶을 쟁취하는 것이 1차 과제이며 종래에는 노동사회의 심대한 변화에서 알바노동자들의 배제를 막고 공동체의 정치적 주체로 등장하는 것 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옥과도 같은 한국의 알바노동이 출구를 찾을 수 있는 계기, 바로 보편적 기본소득이 그런 역할을 해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모든 알 바에게 기본소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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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5

기본소득: 체제전환 이론으로서 부적절성과 복지국가 대안의 불가능성 제갈현숙 / 사회학 박사, 포럼 사회복지와 노동

Social security was not meant to promote equality – we have a tax system for this – but it does reduce inequality all the same. With a basic income, giving the same amount to everyone, irrespective of income or resources, means that inequality remains unchanged. - Francine Mestrum, “Why Basic Income Can Never Be A Progressive Solution”. 14 April 2016.

1. 기본소득 등장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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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본소득의 체제이행담론으로서의 부적절성 ○ K. Marx 고타강령비판에 대한 오역 - 공산주의 초기 단계의 분배원리: 기여에 따른 분배 - 공산주의 성숙 단계의 분배원리: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 * 노동착취를 기본에 둔 생산체계 및 노동 소외 극복을 위한 사적소유철폐, 노동자 민주주의(프롤레타리아 독재) 실현이 대전제가 됨. 분배는 자본주의 체제전환의 주요 동인이거나 방식이 아닌 생산체제전환에 따른 결과임 - 그러나 Philippe van Pariji 코뮌주의로 향하는 자본주의적 길: 자본주의 사회에 서 기본소득을 도입하고, 기본소득이 점차 확대되면 최종적으로 모든 소득이 기본 소득으로 전환하게 되어 ‘필요에 따른 분배’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로 변화. → 이는 공상적 사회주의의 또 다른 버전. 자본주의 생산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없이 분배의 원리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이 모호하고, 또한 자본주의 생산체제가 유 지되는 구조에서 기본소득의 재정이 확보되기 위해서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의 이윤 추구로 빚어지는 모순은 지속됨.

3. 사회정책의 관점에서 기본소득의 문제점들

3-1. 기본소득의 모호한 개념(독일 좌파당 키핑의 논거) ○ 모든 구성원에게(일정 인구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부분기본소득을 단계적으로 도 입할 수도 있음) ○ 심사(자산, 소득, 욕구 등)와 조건(노동 강제 조항 등) 없이 ○ 기초생활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수준으로 ○ 급여의 형태는 현금(기본소득에서 현물은 ‘검정색 백마’) ○ 부부, 가족,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로 균등하게(아동이나 청소년에게는 약간의 감액은 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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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급권이 하나의 ‘권리’로 보장되어야 함. 여기에서 ‘권리’라는 말은 자선이나 시 혜가 아니며, 반사적 이익으로 인한 혜택이 아님 ○ 국가(또는 지방정부, 지자체들, EU 등)는 사회권으로 보장하고, 급여의 제공은 법 과 제도에 따라 지속가능해야 함. 한 두 해 주다가 지급을 중단한 사례는 ‘기본소 득이 아닌 것’으로 봐야 함 ※ 이 같은 기준 적용 시, 기본소득이라고 언급되는 대다수 사례는 ‘기본소득이 아닌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함. 아동수당이나 노인수당과 같은 데모그란트적 사회 수당의 급여수준이 기초생활 이상을 충분히 보장해 줄 경우에 한해 ‘부분 기본소 득’으로 적용가능. 그러나 이 경우 기본소득은 기존의 보편주의적 복지국가의 지 향과 어떠한 구별을 가질 수 있고, 복지국가의 요구에서는 안 되는 것이 왜 기본 소득으로는 가능한지를 설명해야 함.

3-2. 사회정책 및 복지국가와 충돌지점 ○ 사회정책의 소득보장 원리와 기본소득

- 사회수당과 사회부조: 필요의 원칙에 따라 - 사회보험: 기여의 원칙과 필요충족의 원칙에 기초 ⇒ 이러한 소득보장원칙과 비교할 때, 기본소득과의 충돌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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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국가의 소득보장과 기본소득 원칙 비교

※ 기본소득의 대표적인 난점(신정완, 2014) -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지급해야 하므로 생활 영위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지급할 경우 엄청난 재원 소요, 반면 재원조달의 어려움으로 적은 금액을 지원할 경우 사 회복지제도로서의 의미 상실 - 현금급여 중심에 따른 제도의 가역성이 큼. 경제상황이 나빠지거나 기본소득에 대 한 사회적 여론이 나빠지게 되면 급격히 약화되거나 없어지기 쉬움 - 복지국가가 잘 정비된 사회의 경우 기존 제도와의 충돌 문제가 심각해짐(기본소득 도입으로 기존 사회복지제도가 폐지될 경우, 단적으로 해당 부문 종사자의 일자리 가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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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versal basic income in the OECD (http://www.economist.com/blogs/graphicdetail/2016/06/daily-chart-1)

- 이코노미스트지가 올 해, 의료보장을 제외한 사회보장제도를 폐지하고 기존의 재 원을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면 얼마의 급여가 기본소득으로 제공되 는지 계산함. 그 결과 오스트리아와 북유럽 국가들은 1인당 10,000달러 정도, 미 국은 6,000달러, 멕시코는 900달러, 한국은 2,200달러 수준(연간). 한국만 두고 볼 경우, 월 20만원이 안 되는 수준으로 이는 현행 최저생계비에도 크게 도달하지 못 하는 수준임

4. 노동으로부터 탈주, 노동사회 문제 회피

4-1. 노동사회로부터 기계적 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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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소득은 임금노동 중심의 ‘노동사회’로부터 탈출하는 방식 제시. 핵심에는 임 금노동과 생계 분리. 고르(Andre Gorz)는 노동시간의 감축을 통해 모두에게 일자 리를 나누고, 노동시간 감축으로 줄어든 임금은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의 지급을 통 해 보충해 주자고 제안. 고르는 임금노동과 상품소비가 중심인 노동사회에서 사람 들은 상품소비의 욕망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경제적 가치가 최우선이 며, 돈을 벌기 위한 노동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고 가정. 이때 노동사회는 ‘일 중독 사회’와 거의 동의어로 사용. ○ 문화사회에는 노동사회의 위기와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사회로서의 위치가 부여. 문화사회는 개인에게 임금노동에 투자하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자유 시간의 최대한 확보와 강제적인 임금노동과 다른 자율적인 활동들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사회. ○ 기본소득은 노동시간의 단축과 연동되면서 일에 얽매인 노동사회에서 벗어나서 자유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는 문화사회로 이행하는데 필수적인 제도로 수용. 그러 나 노동과 자유에 대해 기계적으로 분리, 노동사회를 단지 극복의 대상으로만 상 정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사회의 현실 모순에 개입할 가능성과 계기를 주목하지 않음. 즉 현실에서 노동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회 피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발제문에서 탈노동으로 표현됨)

4-2. 복지국가 해체 초래의 가능성 ○ 신자유주의적 복지국가의 한계 극복이 아닌, 그나마 계급투쟁의 결과물로 존재한 역사적 산물로서 복지국가 해체의 가능성

8월 25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은 내년부 터 복지수당을 수령하는 생산가능인구 중 2천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월 560유로(70만 4천원)의 기본소득을 의무적으로 지급하기로 결정, 전국민에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 안에 대한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한다. 기본소득 대상자에는 노령연금 수령자나 학생들 도 포함된다. 기본소득에는 세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이번 시험운영은 기본소득이 보 장되면 실업률을 낮출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기획됐다. KELA는 “시험운영의 주 요 목표는 고용 증진과 관련돼 있다”며 “기본소득 지급으로 현 사회보장제도를 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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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할 수 있는지도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표적 복지국가로 거론되는 핀란드의 실업률은 올 초 9%를 넘어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실업상태에 서만 주어지는 복지급여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저임금 임시직을 꺼리는 국민이 있어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도 우파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 지급이 국민을 이러한 ‘인센티브의 함정’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결국 일자리로 돌아가 게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KELA는 기본소득이 지급되지 않은 통제집단도 함 께 구성해 두 집단의 비교를 통해 기본소득 안의 실효성을 평가할 계획이다(연합뉴스 2016. 8.26.).

○ 자본주의 체제에서 빈곤과 실업 등 사회적 위험의 상당수는 노동시장에서 발생.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은 소득상실 수반, 이는 사회적 위험에 직면한 계층에게서 생존과 직결된 필요(needs) 충족 창출. ○ 고전적 복지국가는 완전고용을 통해 노동시장의 안정화 추구, 소득보장제도를 통 해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에 대처. 임노동시장에 기초한 자본주의체 제에서 소득보장제도가 노동시장과 확연히 구별된 이유임. ○ 기본소득은 소득보장제도를 조세지출로 통폐합 추구. 임노동시장이 현존하는 상 황에서 기본소득 계획은 사회정책의 필요충족 원칙을 침식시키며, 이에 따라 복지 의 탈상품화 기능 철폐, 복지의 시장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 통합형 조 세지출의 성격상 기본소득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민의 필요충족이 아닌, 소비력증 진과 시장 활성화가 될 것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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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6

토론

문진영 /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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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포럼: 전환> 기본소득 전략, 복지국가 건설의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발행일 2016. 10. 17. 발행처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소장 : 윤홍식 교수) 담 당 이기찬 간사 02-6712-5248~9 ips@pspd.org Copyright ⓒ참여연대, 2016 ※본 자료는 참여연대 웹사이트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정부보조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대표전화 02-723-5300 회원가입 02-723-4251 홈페이지 www.peoplepower21.org 공식SNS 트위터 페이스북 @peoplepower21 주소 110-043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16 (통인동)

[참여사회포럼: 전환] 기본소득 전략, 복지국가 건설의 디딤돌인가, 걸림돌인가?  

2016년 10월 17일(월) 18:00~20:30 /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참여사회연구소 공동주최 사회: 김진석 발제: 윤홍식 토론: 김용신, 김주온, 이은주, 우람, 제갈현숙, 문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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