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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자 A3면에서 계속

제국전쟁박물관(TheImperial WarMuseum)의 한 평범한 유리

진열장이 필자의 발을 한 시간 가

량 묶어 두었다. 더 정확히는“休

業(휴업)”이라 쓰인 나무 팻말에

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이 팻말

은 제2차 대전 당시 버마 전선의

일본군 위안소에 걸려있었다. 일

본과 싸운 영국군의 전리품일 가

능성이 높다.

◆ 일본군의“성노예”

팻말에 적힌 모두 100 단어도

안되는 설명이 가슴을 짓누른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

을 옮긴다.

“(일본군은 여성과 소녀들을

성노예로 삼았고, 일본군에 의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강간을 당했

다. 특히 중국과 한국에서 온 약 20 만 명의 여성들이‘이안푸(위안

부)’- 매춘부를 가리키는 일본의

완곡한 표현(?)으로 강제 감금되

어 있었다. 이 팻말은 버마의 [일

본군] 위안소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쪽에는‘더 이상 자리가

없다’고 쓰여 있고 다른 쪽에는 ‘폐쇄/임시 휴식’이라고 적혀 있 다.(TheJapanesemilitary forcedwomenandgirlsinto sexualslavery. Theywereheld captiveandcouldberaped multipletimesadayby Japanesesoldiers. Some200,000 womenfromJapaneseoccupied territories, especiallyChinaand Korea, wereforciblyheld captiveasianfu(often translatedas‘comfortwomen’), aJapaneseeuphemismfor prostitutes. Thissignislikely froma‘ComfortStation’in Burma. Onesidereads‘sold out’ whiletheothersays ‘closed/temporaryrest.’)”

종군 위안부란 일본의 만행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제대로 말 을 못하고, 일각에서는 말을 못하

는 정도가 아니라, 위안부을 취업

여성으로 모독, 폄훼하는 상황이

다. 하지만 이역만리 영국, 런던의

전쟁 박물관이 할 소리를 하고 있 었다.“여성과 소녀,”“성노예”

“거듭된 강간”“강제 감금”종군

위안부들의 인간 존엄을 짓밟은 사실을 명백하게 묘사하는 표현들 이다.

이 설명을 읽으면서 필자는 2 년 전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수상의 2015년 하버드 대학 방문 을 떠올렸다. 당시 이 대학 재학 중인 한국계 학생의 종군위안부에 대한 질문에 아베 수상은 다음의 답을 내놨었다.

“위안부 문제에 관해 인신매매 로 피해를 입고 헤아릴 수 없는 고 통과 괴로움을 겪었던 분들을 생 각하면 마음이 아프다.(Whenit comestothecomfortwomen issue, myheartacheswhenI thinkaboutthosepeoplewho werevictimizedbyhuman traffickingandweresubjectto immeasurablepainand suffering.)”

종군 위안부를 인신매매의 피 해자로 설정하면 일본 정부는 책 임을 피해 갈 수 있다. 가해자는 같은 조선인을 포함한 인신매매 업자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 지만 제국 전쟁 박물관의 설명은 문장의 주어를 “일본군(The Japanesemilitary)”이라 못 박았 다.

◆“집에서 끌려간”박영심

그 옆의 사진과 설명은 슬픔과

분노를 느끼게 한다. 사진 속의, 임신한 종군 위안부 박영심. ‘한겨 레’보도(2005년 4월 27일)를 인용 한다. “1921년 평안남도

zones )”이다. 집에서 끌려 갔다 는 표현이 강하게 눈에 들어왔다. 사진에서 보듯 박영심 여인은 임신을 했다. 마지막 문장의 행간 에서 일본군의 비인간성을 읽어낼 수 있다. “1944년 9월, 버마에 주둔한 일 본군이 퇴각한다. 영심은 임신 중 이다. 그녀는 연합군에 의해 발견 된다.(InSeptember1944 JapanesetroopsinBurma retreat. Young-shimis pregnant. Sheisfoundby Allied

“모든 군대는 성폭력을 저질렀 다. 여성과 소녀 수십만 명에게 조 직적인 강간과 성노예의 피해를 가했다. 일본군은 만주에 있는 생 물 연구 시설 731부대에서 여성을 강제로 임신시키고 질병이 어머니 로부터 아이에게 어떻게 전염되는 지 조사했다. (All armies committedactsofsexual violenceTheJapanese Army inflictedsystematicrapeand sexualslaveryuponhundreds andthousandsofwomenand

집에서 끌려 나와 수많은 다른‘위안부’들과 함께 일본 전투 지역으로 이송되 었다 (Sheistakenfromher homeandtransported, along withcountlessother‘comfort women’toJapanesecombat

Forces.)”성폭행 결과 임신해 거 의 만삭이 된 여인을 버리고 갔다 는 뉘앙스를 필자만 느낄 것 같지 는 않다. 종군 위안부란 반인륜적 행위 를 확실하게 전쟁 범죄로 규정하 는 설명서도 있다. 범죄인“성폭력 (Sexual Violence)”이란 제목이 보인다.

impregnatedwomenand investigatedhowdiseasewas transferredfrommotherto child.)”

역사학도로서

girls. Atthe biological research facility Unit 731 in Manchuria, theJapanese A rmy forcib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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