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123A

Page 1

212.255.6969 (ww w k 255-6969, office@ny k orean.or 19 ‘4/14 ’ NASA ‘ NASA (Sup (Blue M EarthS 344㎞) 242㎞ 968㎞ NASA CNN 1 30㎝ A3 THE KOREAN NEW YORK DAILY

삶의향기

나의 가는 길, 바보의 길

나의 가는 길은 정직한 바보와

무식하고 비천한 의인들이 세미

한 음성을 듣고 따라 가는 길이

다. 나는 체력단련을 위해서 아침

새벽기도가 끝나면 그 길로 뉴저

지 리지필드에 있는 Overpeck 공

원으로 가서 두 바뀌를 돌며 걷곤

하였다. 일상의 관행으로 그렇게 걷는

운동을 하다 보니 나중에는 너무

단조롭고 지루하여 실증이 났다.

목회를 할 때에는 하지 않던 골프

를 시작하였다.

이발소나 관공서를 갈 때에도

나는 아내와 같이 가곤했다. 어디

를 가도 아내와 같이 길을 가는

것은 나의 인생관습이었다. 골프

장에 갈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의당 골프 빽을 메고 아내와 같이

푸른 초장을 걸었다.

여름엔 푸르름과, 가을에는 색

색으로 물들은 단풍들이 말할 수

없이 상쾌하고 신선하고 아름답

고 좋았다.

찬란한 태양 아래에서 깨끗한

풀밭을 걸으면서 신선한 대기를

마음껏 드려 마셔 가며 공을 쳤

다. 공이 도착할 목표와 길을 모

색(摸索)하며, 공을 힘껏 쳐 날리

고 공을 찾아 걷는 것이었다.

멀리 있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

해서 힘껏 세게 쳐서 공이 멀리

날아가도록 치지만 목표와는 엉

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일이 많

다. 어딘지도 모르게 딴 방향으로

뉴욕일보 기사제보 / 광고문의 718-939-0047 edit@newyorkilbo.com

전문가칼럼 독자한마당

멀리 날아간 공을 찾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는 일이다. 궤도(軌道)를 벗어난 공은 찾

는 일은 많은 인생의 교훈을 주기

도 했다. 정상(頂上 green)에 가

서는, 그렇게 힘 있게 때려 쳤던

공을, 잠자리를 잡듯이 사알 살, 또는 농촌의 개울에서 송사리를

몰듯이 조심스럽게 공을 굴려야

하는 것이었다. Hall in(穴入), 그것은 한

course의 마지막 단계의 성공의

길이다.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고 하는 인생, 요즘 세상에

서는 강건하면 90, 또는 100세 까

지도 향수(享壽)하는 시대이지만

인생의 마지막 코스에서는, 마치

골프 코스의 green 에서와 같이

정말 어리석다 할 만큼 신중하고

바보라 할 만큼 낮은 자세로

hole(종혈 終穴), 인생의 종말에

접근해야 한다.

이것이 신사적인 운동이라는

골프인 것으로 이해한다. 공을 멀

리 떨어져 있는 목표 지점에 근접

시키려고 힘껏 치나, 방향이 잘못

되면 공은 멀리 날아갔어도 목표

지점과는 상거가 먼 곳으로 떨어

진다. Golf를 거꾸로 친 것이 된

다. Golf를 거꾸로 표기하면 Flog

한번은 산에 같이 갔던 외손자 아이가 할아버지를 주의하는 말이 이러하였다. 대학을 나온 손자의 한국 말 수준은 가히 놀라운 것이었다.“할아버지, 할머니, 이제 더 이상 산에 오 지 말아요. 넘어지면 죽어요 죽어….”최고 수준의 선의의 경고이지만 웃음이 안 나올 수 없는 수준의 표현이다. 그래 노인이 산돌짝 길에서,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면 치사율(致死 律)인 것이다. 이와 유사한 세상길을 90을 바라보며, 80을 앞둔 노인들이 가야한다는 것은, 정직한 바보와 무식하고 비천한 의인이나 갈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그런 세상 길을 가야하 는 우리 내외는 바보요 의인인가!? 사진은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이 된다. Flog은 아무렇게나 마구 쳤다는 것이다. 당구에서는 이렇 게 마구 친 공을 프로그( Flog) 라 고 말한다. 인생행로에 비유했던 골프를 나는 중단해야만 했다. 어딜 가나 무엇을 하나 동반자였던 집사람 이 오래 동안 가보지 못하고 세월 을 보내고 있던 우리 내외는, 프 랑스 아들의 목회지를 다녀온 후, 아내의 손목에 이상이 생겨 더 이 상 골프를 계속할수 없었기 때문 이었다.

그래서 다시 걷기를 시작했는 데 이전에 걷던 Overpeck 공원이 아니라 Englewood에 있는 납작 바위공원(Flatt Rock Park)을 걷 기로 했다. 납작바위공원은 평평 한 언덕과 동산이었으나 나이 많 은 우리에게는 상당한 험로였다. 울퉁불퉁한 돌들이 산재해있고

땅위로 노출된 나무뿌리들이 발 뿌리에 걸리기도 하고, 발바닥의 균형을 힘들게 하여 넘어질 뻔한 일이 여러 번 있었다. 한번은 같이 갔던 외손자 아이 가 할아버지를 주의하는 말이 이 러하였다. 대학을 나온 손자의 한 국 말 수준은 가히 놀라운 것이었 다. “할아버지, 할머니, 이제 더 이 상 산에 오지 말아요. 넘어지면 죽어요 죽어

최고 수준의 선의의 경고이지 만 웃음이 안 나올 수 없는 수준

의 표현이다. 그래 노인이 산돌짝

길에서,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

면 치사율(致死律)인 것이다.

이와 유사한 세상길을 90을 바

라보며, 80을 앞둔 노인들이 가야

한다는 것은, 정직한 바보와 무식

하고 비천한 의인이나 갈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그런 세상 길을 가

야하는 우리 내외는 바보요 의인 인가!?

독자 여러분들의 투고를 환영합니다.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난 1970년 대 후반, 한국일보 장명수 칼럼

에 실린 바보클럽 이란 글이 지 금도 기억되고 있다.

이태리의 어느 시골에 바보 클 럽이 있었는데, 그 마을 사람들은 모두 바보 클럽회원이었다. 그들 은 모두가 바보들이었는데도 그 마을은 모두가 화평하고 즐겁고 명랑하기만 하였다고 한다. 바보 가 되는 길이 어떻게 하는 일인가 를 배울 일이다.

뉴욕일보는 독자 여러분들이 신문제작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합니다.

그 하나의 방법이 독자면에 투고하는 것입니다.

단상, 주장, 수필, 시, 사진, 분야에 관계없이 많은 투고 바랍니다.

◆ 보내실 곳: 뉴욕일보 편집국 이메일 edit@newyorkilbo.com

A10 THURSDAY, AUGUST 31, 2023 뉴욕일보 THE KOREAN NEW YORK DAILY
주진경 <뉴저지 거주 독자>
A11 2023년 8월
31일(목요일)
A12 THURSDAY, AUGUST 31, 2023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