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리포트 201602 - 불안한 청춘, 대학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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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오늘날의 대학이 “불안을 재생산하는 곳”이지만, 그럼에도 불안의 조건을 이해하고 고민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학은 사회 내의 다양한 ‘권리’를 배우는 곳이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취업 중심의 학교 분위기로 인해 다양한 사회진출의 가능성이 획일적인 경로로 축소되고 있는 현실에서, 많은 학생이 대학에서 대안적이고 지속가능한 삶을 꿈꿀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주체는 학생-자기 자신들-이라는 공통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대학의 문제를 자신이 당장 개입해야 하는 절실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성 향이 강했다. 그럼에도, 학생자치조직과 그 활동이 갖는 잠재적 가능성, 학내 공론장을 형성하려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 다. ‘위기의 소산물’이라고 평가받는 중앙대 학생들의 ‘자유인문캠프’와 인문 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희대의 ‘후마니타스 칼리지’ 등은 대학 구성원이 함께 연대하고 문제의식을 나누며 대학의 공공성을 증진하고 있는 사례이다.

오늘날 대학은 학문적 지성과 비판적 사유의 공간이 아니라, 자본과 시장의 논리가 깊이 이식된 지배의 공간이자 공공적 자원을 착취하는 기계로 기능하 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학구조조정에 따라 일률적인 대학평가 기준이 강제되고 있고, 이에 따른 정원감축 및 학과통폐합이 지방대학교, 기초학문, 비인기 학과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기본 적인 교육권’이 위협받고 있으며, 경쟁의 공간이자 취업공장으로 변해버린 것 이 현재 한국 대학의 풍경이다. 그럼에도 대학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여전히 대학의 공공 성과 사회적 책임을 회복하는 작업이 너무나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는 원래 학생들의 것이어야 할 자원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쟁취해야 하고, 비 판적 지식과 삶을 교류하는 장으로서 대학은 여전히 투쟁이 필요한 장소이다. 따라서 대학 구성원의 연대와 작은 실천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현재의 대학생이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하는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의 문제에 개입하는 실천적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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