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는 여성 226호 (2018년 하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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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하반기

2018, 거리에 선 페미니즘

함께가는 여성

기획. ① 180707 : 여기서 끝내자 ② 180810 : 절망의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아! ③ 180818 : 페미가 도로를 점거한 날 ④ 180818 : 용서 받지 못할 자들에게 민우ing. ① 그렇게 열, 길이 된다 ② 손목잡기·벽치기, ‘심쿵’? ③ 시계는 똑딱똑딱, #낙태죄는_위헌이다 ④ 직장에서 나를 빡치게 하는 것들 ⑤ 성폭력상담소에서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고민하게 된 사연

226th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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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2만 여명이 함께 했다.

2018년 8월 18일, 분노한 시민들이 다시 거리에 섰다.

무죄를 판결했다. 판결 당일 저녁, 그리고 사흘 뒤

안희정 전 도지사 성폭력 사건 1심에 사법부가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5차)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

08. 18

진짜 방조자는 경찰이다

불법촬영 유포·방조, 웹하드는 왜 처벌하지 않는가?

경찰 편파수사 규탄 긴급 기자회견-십수 년의

08. 10

여기서 끝내자’

낙태죄 위헌·폐지 촉구 퍼레이드 ‘낙태죄,

07. 07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4차)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2주기,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05. 17

전국 동시다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3차)

04. 21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2차)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들자’

04. 07

성차별·성폭력 끝장문화제(1차)

2018분 동안의 이어말하기/ 대자보 광장/

03. 22~23

-강간문화의 시대는 끝났다’ 발언-피켓-행진

‘달라진 우리는 당신의 세계를 부술 것이다

02. 23

전국 15개 지역 동시 기자회견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 촉구

01. 31


2018 하반기 〈함께가는 여성〉

2018, 거리에 선 페미니즘

발행처. 한국여성민우회 • 발행인. 김민문정 강혜란 • 편집인. 최진협 • 발행일. 2018년 11월 9일 통권 226호 • 편집위원. 강호연, 김진선, 류형림, 홍연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26길 39(성산동 249-10) 시민공간 나루 3층 • 전화. 02-737-5763 • 팩스. 02-736-5766 •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

디자인. 일상의실천 • 본문서체. 정인자(안삼열)

기획

180707 : 여기서 끝내자

3

180810 : 절망의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아!

6

180818 : 페미가 도로를 점거한 날

9

180818 : 용서 받지 못할 자들에게

12

그렇게 열, 길이 된다

15

손목잡기·벽치기, ‘심쿵’?

18

시계는 똑딱똑딱, #낙태죄는_위헌이다

21

직장에서 나를 빡치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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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상담소에서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고민하게 된 사연

27

민우ing

민우 스케치

함께 하는 순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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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민우회 활동보고

32

모람활짝

오픈소모임 : 회원공간 집들이

34

회원 이야기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미디어에 페미니즘을!

37

문화산책

FOR 유어 세이프 콘텐츠 : 페미니스트 잉여력 발산 코너

39

활동가다이어리

‘효쟁이’의 네 번째 효도여행 후기

42

아홉개의 시선

고양시 성평등지수, 차이? 차별!

44

지부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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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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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았고 미투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수만 명의 여성들이 거리에 섰다. 함께 모여 외치고, 말하고, 분노했다. 고통과 울음, 안도와 용기가 함께 선 거리 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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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Vol. 226


승짱(조승미) 오서방(오성민) 유이(이경숙) 서소(서소은희) 여는 민우회 회원/

180707 : 여기서 끝내자

페미니스트가 되고 행복해져 이제 이십여 년이 다 되어가는 사람들. 특히 근래 몇 년간은 여성운동에 관심 갖는 분들이 부쩍 늘어서 더욱 기쁩니다. 여성들의 절실한 바람이 결실을 맺어 ‘낙태죄’도

2018년, 대한민국 형법 269조 ‘낙태죄’ 위헌 심리가 진행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폐지되고, 일상의 성폭력과

임신중지권 확보를 위한 대규모집회가 열리고, 아일랜드는 국민투표를 통해

성차별도 사라진 날이 하루

낙태죄를 폐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뜨거웠던 여름, 통제와 관리 그리고

속히 오길 바랍니다.

국가형법의 처벌 대상으로 수십 년간 고통 받아 온 여성들의 분노가 광화문 광장에 가득 모였다.

일러두기 · 이번 기획은 편집팀의 질문에 답하는 서면 인터뷰 원고를 편집하여 실었습니다. · 인용된 발언 내용은 발언문 및 녹취록에서 발췌, 요약되었습니다.

친구들과 단체 카톡을 하다가 소식을 듣고 꼭 나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여성의 몸의 결정권자는 여성인데 왜 국가가 개입하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나온 세월이 너무 오래됐어요. 지칠 만큼 지쳤고, 더 이상 그런 명령에 따르기 싫어요. 저희는 어머니 세대가 아들 낳기를 강요당하느라 ‘여아낙태’ 경험이 많으신데,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며 어머니들의 피 끓는 분노까지 다 전하고 싶었어요. 7월 7일 광화문 광장, 낙태죄 위헌·폐지 촉구 퍼레이드 〈낙태죄, 여기서 끝내자〉

기획. 180707 : 여기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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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중단한 여성에게 벌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엉터리 지식을 가르친 학교, 제대로 여성의 임신을 연구하지 않은 국가가 저에게 벌을 주겠다는 것 아닙니까? 심지어 원치 않는 임신과 임신중단에 같은 책임을 지고 있는 남성조차 협박과 공갈로 여성을 벌하겠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가르친 지식을 믿었을

뿐인 저에게, 육아를 힘들게 한 직장과 사회에 대항할 힘이 없었을 뿐인 저에게, 임신중단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저에게 국가는 이토록 가혹해야 합니까?

임신중절은 여성에게 가장

치명적입니다.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임신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은 국가입니다. 그런데 되려 국가가 여성을 벌하는 낙태죄는 폐지되어야 마땅합니다. – 180707 집회 발언 중

집회 때 연단에 올라 임신중절 경험에 대해 말씀해주신 기혼여성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얘기를 듣고 있자니 동생 생각이 났어요. 동생이 여고를 다녔는데 학교에서 결혼 전까지 순결을 지킨다는 서약서를 전교생에게 쓰게 했어요. 그리고 조회 때 다 같이 낭독하는 행사 같은 것을 했다고 했습니다. 어처구니 없어하던 동생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대독 되었던 성매매 여성의 이야기도

기억납니다. 힘들게 성판매를 하면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성구매 남성들의 연대에 대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낱낱이 알려주었어요. 여성들의 몸을 매개로 남성들의 더러운 유대가 쌓이고 공고해지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언제까지 여성의 몸은 권력의 도구나 사회의 희생양, 성적인 도구로 취급당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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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Vol. 226


손님들은 ‘2차’를 하다가 못 싸겠다면서 콘돔을 뺍니다. 피임은 언제나 언니들의 몫이에요. 여성의 성관계는 숨겨야 하는 일이기에 어떻게 몸 관리를 해야 하는지 설명을 들을 길은 요원해요. 하혈 등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피임약 복용을 중단합니다. 그러다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합니다. 일을 쉰 기간만큼을 돈을 메우기 위해 또 성매매를 하고, 손님들은 늘 그렇듯 콘돔을 뺍니다. 손님들은 ‘내가 부인을 7번을 낙태시켰어’, ‘이 형이 그렇게 힘이 좋아, 쌌다 하면 다 임신이야’ 이런 말들을 농담으로 합니다. 남성연대 속에서 여성의 몸은 소모되고 있습니다.

문란한 성생활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낙태죄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요. 그런데 정말로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고 있는 이들은 누구입니까. 선임이 남성 동생들을 이끌고 룸살롱을 찾는 남성카르텔이 조직에서 힘을 발휘하는 사회입니다. 성관계는 개인들만의 것이라기보다는 남성 성역할 수행, 그로 인한 사회적 지위 획득 등 우리 사회 문화 제도가 작동하는 장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눈감아주고,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남성 간 연대가 공모되는 이 성관계에 이들은 무엇을 책임지고 있습니까. 여성에게만 주홍글씨를 남기는 낙태죄, 이제는 폐지해야 합니다. 낙태죄 폐지로 성관계와 임신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길 바랍니다. - 180707 집회 발언 대독 중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이후로 변화는 시작된 것 같다고 느낍니다. 사회가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 되었을지라도 더 이상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기간 여성집회에 참여해왔는데요. 광화문 광장이 ‘낙태죄 폐지’를 외치는 여성들로 가득 찬 모습을 보니 울컥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여성의 몸을 통제하려는 국가의

출산정책에 이바지할 생각이 1도 없습니다. 낙태죄 위헌 소송은 2012년 이후 두 번째입니다. 여성 인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요. 언제까지 밀리고 배제되어야 합니까?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위헌임을 하루빨리 판결하시오!

이날 집회는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인사동 길을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3.3km 행진 퍼레이드로 이어졌다. 마무리 집회에도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기획. 180707 : 여기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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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 여는 민우회 회원/ 고양이 하모와 함께 사는 페미니스트 모터바이크 라이더.

180810 : 절망의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아!

8월 8일, 경찰이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해외에 있는 운영자를 추적하기 위해 국제공조와 인터폴 적색 수배 요청을 검토한다고 했다. 적용된 혐의는 ‘음란물 유포 방조’. 홍대 남성 누드모델 사진유출 사건에 경찰이 유례없이 재빠른 수사를 진행하면서, 불법촬영과 성차별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수만 명의 목소리가 거리에 쏟아져 나온 지 채 석 달이 되지 않은 때였다. 이틀 뒤 서울 경찰청 앞에서 여성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9일 오후에 회사에서 일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전날 워마드 운영자를 체포해 수사 할 거라는 뉴스가 전해졌었죠. 그때부터 너무 화가 나서 머리와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그 많은 불법촬영물 수사는 진척이 그렇게나 더디더니. 기가 막혔습니다. 그러다 늦은 오후에 SNS를 보다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시간을 먼저 확인했습니다. 업무 시간에는 갈 수 없어서였죠. 오후 12시라는 것을 확인하고, 회사 동료이면서 친구인 지인과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회사 동료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더니 흔쾌히 함께 가겠다고 했어요. 뭐든 하고 싶었습니다. 편파수사와 불법촬영물의 신속한 수사 촉구에 대해서 목소리를 보태고 싶었어요.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기도 했고요.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였습니다.

8월 10일 서울 경찰청 앞, 경찰 편파수사 규탄 기자회견-십수 년의 불법촬영 유포·방조, 웹하드는 왜 처벌하지 않는가? 진짜 방조자는 경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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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Vol. 226


촬영물 속의 여성들은 소비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은 지속되고 있다. 여성들은 십수 년 동안 경찰에 찾아가 불법촬영물을 신고하고 처벌을 요구하였다. 그럴 때 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그거 못 잡아요”, “피의자를 특정할 수가 없어요”, “처벌 못해요”, “삭제 못해요”, “서버가 외국에 있어서 어쩔 수 없어요”, “포기해요”, “우리도 할 수 없는데 그냥 잊어요”라는 말들이었다.

촬영물 속의 여성이 동영상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에 좌절해 생을 마감하여도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엄벌하였다는 보도를 우리는 본 적이 없다. 일간베스트, 디씨인사이드 등 다수의 남성 중심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웹하드 및 파일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이 십수 년 동안 넘쳐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 웹하드 사업자들은 불법촬영물을 유통하면서 돈을 벌고, 콘텐츠 필터링 회사를 함께 운영하면서 불법촬영물 유통을 방조할 뿐만 아니라 본인들이 유통시킨 불법촬영물의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고 삭제해주는 ‘디지털장의사’ 일을 통해 몇 백억에 이르는 범죄수익을 축적하고 있다. 수익창출을 위한 웹하드 기반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십수 년간 불법촬영물이 게시·유통되고 있는 국내 커뮤니티, 파일 공유 사이트

- 180810 기자회견문 발췌

이름을 담아 제작한 현수막을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펼쳐들었다.

몇몇 발언자들과 참가자들의 눈물이 자꾸 떠오릅니다. 저도 분노와 절망감에 눈물이 났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철거민들의 시위에 함께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절박함이 느껴졌습니다. 불법촬영 수사와 엄벌, 저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와 다르지 않아요. 인간답게 안전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됐습니다. 불법촬영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더군요. 누구나 그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무겁고 힘듭니다. 회사는 그나마 안전한 공간이라고 느껴왔지만 이제 그 믿음도 사라졌어요. 집에서도 커튼을 열기가 두렵습니다. 맞은편 건물에서 망원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로 찍고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요. 그런 생각에 갑자기 몰입하다보면 힘이 쭉 빠지고, 눈물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그날 보았던 눈물이 겹쳐집니다. 절망의 눈물은 이제 그만 흘리고 싶어요.

기획. 180810 : 절망의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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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팀 : 그날, 할 수만 있다면 저지르고 싶은 일이 있나요?

편파수사라고 비판하는 이유에 대해서 경찰은 이해하고 있습니까? 성폭력은 구조화된 문제입니다.

문뜩 저 경찰청에서 나오는 경찰청장의 자동차 앞에 드러눕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경찰청 앞에서 외쳐도 듣지 않잖아요. 무전기를 들고 지켜보던 몇몇 경찰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싶었습니다.

불법촬영 불법유포가 사회문제가 되는 것은 이게 구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유포가 아니라 유통이고 산업입니다. 유인해서 찍는 사람이 전문적으로 있고, 이걸 도매로 사는 사람, 대량으로 올리는 사람, 수수료를 떼는 업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데 그 경찰은 윗선이 지시하지 않은 이상 바뀌지

다운 받는 사람 수십 만 명, 포인트가 올라가는

않잖아요. 경찰청장이라도 제대로 된 정보를 알기

사람이 있습니다. 광고 수십 개, 광고 클릭으로

바라요. 제발 우리가 펼침막에 친절히 적어놓은

팔리는 다른 물건들이 있습니다. 십수 년째 누군가는

불법촬영물 유포 사이트 이름 좀 똑바로 보고 기억하라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큰 돈을 벌어들여 왔습니다. 그 ‘재료’는 평범한 여성들이었습니다. - 180810 기자회견 발언 중

편집팀 : 현장에 1명을 소환할 수 있다면 누구를 소환하고

기자회견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싶었나요?

그러나 저는 그런 자리가 많이 고마워요. 나만 이렇게 화가 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내가 손잡을 수 있는

민갑룡 현 경찰청장.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이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기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작은 관심을 보이니

때문이지요. 혼자가 아니라는 그 사실에 안도할

경찰청장도 최근 ‘말’빠르게 움직이더군요. 말이

때가 있습니다. 여성단체 활동가로 보이는 사람도

빠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정감사에 나와서

많았지만, 저처럼 일반 참가자인 사람들도 기자회견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죠. 끝까지 지켜볼 것입니다.

장소 주변에 드문드문 서 있다 가는 것을 봤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이 어떤 심정과

마음속으로 정말 반가웠어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집회나 시위에 다녀온 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골몰할 때가 있습니다.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게 중간 결론이에요. 몸과 마음의 힘을 키우고, 그 힘을 갖고 계속 싸우고 외쳐야죠. 그리고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성차별을 조금이라도 없앨 수 있도록 회사 내 페미니스트 모임을 만들어 작지만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기운 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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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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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권박미숙) 여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화가 많은 사람. 하지만 다정한 것을 좋아합니다.

180818 : 페미가 도로를 점거한 날

8월 14일, 안희정 전 도지사 성폭력 사건 1심에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사법부는 피의자에게 위력은 있지만 위력을 행사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분노가 터져나왔다. 판결 당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과 긴급 규탄 집회가 이어졌고 사흘 뒤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는 외침이 도로를 점거했다.

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안희정 무죄판결로 일주일 당겨져 8월 18일,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렸다.

1심 방청을 간 적이 있습니다. 김지은 님이 최후진술을 한 날입니다. 진술문을 들으며 그날 방청석에 있던 사람들이 다 엉엉 울었습니다. 범행을 반복하던 중에도 공식석상에서 ‘미투’ 지지 발언을 하는 안희정을 보며, 그런 안희정이 지지받는 세상을 보며 느낀 공포와 참담함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과연 문제제기가 가능할까라는 두려움.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신을 움직이게 한 과정에 대한, 담담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눈물이 쏟아진 이유는 그것이 결국 정의로움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판결이 났던 그 날은, 그렇게 눈물을 쏟게 하는 정의로움이, 그리고 그 정의로움에 동감하는 더 많은 마음들이, 판사라는 편파적 권력 앞에 얼마나 하찮게 취급당하는지를 봐야 했던 날이었습니다. 분통이 터져서 뭐라도 해야 하는 심정. 뭐라도 하기 위해 집회를 당겨 열게 되었고, 집회에 가게 되었습니다.

기획. 180818 : 페미가 도로를 점거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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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조마조마 했습니다. 집회 시작 시간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많지 않았거든요. 이렇게나 분통 터지는 심정으로 나온 거리인데, 별로 모이지도 않았더라는

있어야 합니까. 우리가 왜 이렇게 나눠져야 합니까. 모여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듣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며 하나둘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공간을

자리가 찼고, 집회 허가가 났던 차선을 채우고도 남은

내어주십시오. 흩어져서 누가 왔는지,

사람들이 인도까지 메웠습니다. 그때 무대에 오른 발언자가

얼마나 왔는지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발언 할 수 없다며 경찰에게 도로를 열라고 요구했습니다. 차선을 열라는 함성들이 이어졌고, 계속됐고,

우리는 인도를 점거하고 싶지

않습니다. 거리를 점거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재판정의 어떤 자리도 허용되지

결국 폴리스라인 넘어 4차선 도로가 다 열렸습니다. 그때

않았고, 국민으로서 동등하게 대접받지

저는 집회 스탭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요. 막 훌쩍거리면서

못한 나라에서, 거리에서 조차도 이렇게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아는 분이 표정이 왜 그러냐고, “어디

구석에 몰려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안 좋으세요?” 하고 물으셔서, “넘 울컥해서요” 라고 대답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함께가는 여성

더 이상 얌전하게 시위할 수 없습니다. - 180818 집회 발언 중

도로를 열라는 외침은 수분 간 계속됐다. 앉아있던 참여자 모두 일어나 차선을 넓히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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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여성의 자리는 이렇게 구석에

Vol. 226


편집팀 :

그날 그 자리에 함께해서 너무나 힘이 났습니다. 안

그날,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었나요?

그랬으면 화병으로 내내 잠 못 잘 뻔했습니다. 그날의 집회는 끝났지만 안희정 사건은 2심으로 이어지고

판결문을 한 대목씩 큰 소리로 읽으면서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든 항소가 예상되니

찢어발기고 싶었습니다. 그 판결문은 판결 역사에

3심까지도 가겠지요. 긴 시간이 될 것입니다.

길이 남을, 어이를 잃게 하는, 뒷목을 잡게 하는 판결문이었는데요. 결론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2018년에 ‘미투’가 있었다면 25년 전, 1993년에는

이유는 그 판결문이 여성운동 과정에서 지난한 세월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속에 어렵게 만들어진, 여성주의의 언어를 사용해서

‘직장 내 성희롱’이 최초로 고발된 사건이었어요.

그런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침해받지 않을

민사손해배상 1심에서 가해교수에게 3천만 원을

인권이라는 의지를 담아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때 ‘이제는

말을 만들어냈는데 그 말이 ‘피해자도 원했고

직장에서 눈빛만 보내도 3천만 원’ 운운하며 엄청난

그렇다면 이건 연애’라는 프레임으로 범죄를

백래시가 쏟아졌어요. 그 사건의 3심 결과는 5년 뒤인

포장하려는 자들의 언어로 쓰인 것이지요. ‘모든

1998년에 나왔습니다. 최종 판결 결과는 고작 5백만

여성은 성적자기결정권을 가졌기 때문에 스스로

원 배상. 하지만 그 5년 사이에 사람들도 언론도 그

결정할 수 있고 그러니까 위력에 의한 일로 보기

사건을 잊어갔어요. 갑자기 25년 전 사건 이야기를

어렵다’라니. 도둑맞았다는 심정이 들더라고요. 그날

꺼내는 것은, 어쨌든 긴 싸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횃불을 들었는데요. 촛불로는 표현 안 되는 분노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도 잘 먹고,

담아서요. 그 횃불로 뭐라도 태워야 했다면, 그

잘 자고, 많이 웃으면서, 긴 싸움을 준비합시다.

판결문을 태울걸 그랬습니다. 편집팀 : 거리에 선 페미, 필수 아이템이나 장비가 있을까요? 뭔가, 페미들의 결기와 힘과 센스를 함께 보여주면서도, 거리라는 공간을 무척 ‘힙’하게 느껴지게 하는 동시에 꽤나 소소하고 일상적이라 어쩐지 호감이 가는 그런 아이템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사실 주로 집회를 준비하는 입장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스탭 위치에서 실무적으로 필요한 것만 생각이 나네요. 필요한 아이템은 설치와 수거가 편리한 성능 좋은 무선 앰프. 집회 참석 인원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서 앰프를 적게 설치하면 뒤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집회 내용 전달이 잘 안 되고, 상황을 봐서 현장에서 바로 설치하기에는 전원을 끌어오기 어렵거나 뒤쪽까지 연장할 수 있는 전선이 부족한 상황 등등 복잡한 과정이 있어서 타이밍 맞게 설치하기가 어렵거든요. 행진 때 함께 구호를 외치기 위해 필요한 확성기도 많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음… 이런 장비들을 갖추려면 아무래도 가장 필요한 아이템은 페미집회나 여성단체에 대한 후원...?

행진 후 밤늦게까지 2부 집회가 이어졌다. 함께 박살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편파수사/편파판결/피해자다움/남성연대/강간문화/성폭력/꽃뱀/2차피해/ 명예훼손’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기획. 180818 : 페미가 도로를 점거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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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김지영) 여는 민우회 회원/ 매일 인류애의 한계를 느끼며 불친절하게 살아가는 86년생 김지영.

180818 : 용서 받지 못할 자들에게

복싱을 하고, 화초를 키우며 심신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식덕’.

사실 나는 안희정의 1심 선고에 크게 관심을 두지

나를 DVD방에 데리고 가셨을 때, 그리고 어둠

못하고 있었다. 당시 담당 작품의 마감으로 바쁜

속에서 뻗어온 손이 내 가슴에 닿고, 물컹하고 축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유죄가

혀가 입 속으로 들어왔을 때까지도 나는 그 불편한

선고될 것이라는 사실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기

공기 속에서 그런 긴장감을 느끼는 내가 잘못하고

때문이다. 그래서 뉴스 속보로 1심 결과를 접했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눈물을 쏟으면서,

때, 눈을 의심했다. 온 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를

같은 감각 속에서 몇 번이고 선고 결과를 확인했다.

도망쳐 나왔다.

오래도록 덮어놓고 살았던 악몽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탓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처신을 똑바로 하지 못해서,

내가 더 일찍 이런 상황을 중단시키지 못해서, 내가

나는 10년 전, 믿고 따랐던 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창작을 했던 나는 대학

어린 여자아이라서 나를 믿어준 선생님에게 상처를

입학 이후 빨리 무언가를 이뤄야한다는 조바심과

주었고, 이 관계를 망쳤다고. 그리고 마음 한편에는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습작품을

혹시나 내가 나중에 문단에 나가게 되었을 때 이 일이

올려놓았던 인터넷 카페를 통해 한 통의 쪽지를

내게 불이익으로 돌아오면 어쩌나 하는 현실적인

받았다. 자신은 현직 소설가 아무개인데 내 작품을

두려움이 있었다. 나는 그래서 내가 비겁하고 더러운

좋게 읽었고, 혹시 필요하다면 작품에 대한 조언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고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내가 존경하던

나서야, 그 때의 사건이 ‘위력’에 의한 추행이었음을

소설가였고, 그런 분이 내 작품을 읽고 내 재능을

알았다.

인정해주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떨렸다. 선생님은

나의 재능을 의심하지 말라며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쏟아내는 말들 속에서 그때의 무력감이, 자책감이,

아끼지 않으셨고, 때로는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자기혐오가 되살아났다. 김지은 님에게 쏟아지는

조언도 해주셨다. 당연히 나는 선생님을 전적으로

모든 말들이 꼭 나를 향한 말처럼 칼날이 되어

믿고 따르게 되었다. 선생님이 만날 때마다 술을

꽂혔다. 며칠 밤잠을 이루지 못했고, 독한 술을

권해도, 술만 드시면 내 옆자리에 옮겨 앉으셔도,

마셔도 정신은 생생하기만 했다. 그러다 트위터를

볼을 쓰다듬거나 허벅지를 만져도 그냥 딸 같아서,

통해 집회 소식을 알게 되었고, 마음껏 소리라도

예뻐서, 술이 너무 취하셔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질러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충동적으로 집회에 나가게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됐다. 정말로 집회의 이름처럼 못 살겠다고, 소리치고

내 자신을 책망했고, 선생님의 선의에 내가 이런

무엇이든 박살내야 지금의 분노가 나를 부수지 않을

‘불손한’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다.

것 같았다.

그날, 작품 구상에 도움이 되는 영화를 같이 보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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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 이후, 오랫동안 나는 모든 것이 내

함께가는 여성

Vol. 226

선고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김지은 님에게


8월 18일, 안희정 무죄판결에 분노한 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 이날, 횃불을 들었다.

사실 나는 집회에 나간 경험이 많지 않았다. 대학 시절, 몇 번 집회에 나간 적이 있지만 집회의 집단적인 분노와 그것을 부추기는 선동성, 정형화된

1심 재판부는 위력은 있었으나, 위력을 실행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문재인 다음으로 지지를 받았던 사람, 다음

형식들과 과도한 프레임이 나에겐 와 닿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었을지 모르는 사람, 개헌이

하지만 서울역사박물관 앞 차도에 앉아 먼지와

되면 10년간 대통령을 할 거라고 했던

매연을 마시고 앉아있을 때, 못 살겠다고, 박살내자고

사람, 법원, 검찰, 국회, 정부, 청와대,

분노로 가득 찬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칠 때 나는

언론, 기업, 학계, 시민단체까지… 문자

어느 때보다도 편안함을 느꼈다. 특히 해질녘 광화문을 바라보며 함께 걸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한통, 전화 한통으로 다 연결되는 사람. 이런 사람에 대하여 위력은 있었으나, 그걸 실행한 건 아니라고 한다면 위력에

하늘은 높았고 노을이 드리우고 있는 고궁과 고궁을

의한 성폭력 형법 303조와 성폭력 특별법

받치고 있는 북한산은 무척 아름다웠다. 견고하게 선

제10조는 누구에게도 적용될 수 없습니다.

광화문을 바라보며 행진한 길이, 유모차를 끌고, 어린

1심 재판은 위력의 지형이 그대로 드러난

아이의 손을 잡고, 휠체어를 밀고 소리를 지르며 함께 걸어가고 있는 여성들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는

전시장 같았습니다. - 180818 집회 발언 중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깜박이며 한 순간 한 순간을 가슴에 담았다. 그리고 이상한 평화가 마음 속에 은은하게 번지는 것을 느꼈다. 혐오와 놀라움, 두려움과 몰이해가 뒤섞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을 하나하나 똑바로 바라보며 안희정의 유죄를, ‘미투’는 끝나지 않을 것임을, 당신들 모두 공범자임을 소리 높여 부르짖을 때. 일주일 내내 나를 고통스럽게 하던 분노가 힘이 되는 것을 느꼈다. 어느 때보다도 강한 확신과 용기가 나를 채우고 있었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기획. 180818 : 용서 받지 못할 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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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집회 후 도심을 행진하는 가운데 참여자가 2만을 넘겼다. 방송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인사동 길에서는 참여자들이 육성으로 구호를 이어갔다.

온갖 매연과 먼지를 마시며 목이 잠겨들었지만, 몇 그들이 말하는 일반적인 피해자는

시간을 소리 질러도 힘이 달리기보다는 계속해서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100명의 성범죄

힘이 솟아났다. 그리고 그 순간, 그동안 내게

가해자가 있으면 100가지의 성범죄

필요했던 것은 이렇게 있는 힘껏 소리 치고 분노를

방법이 존재하며, 그에 따른 피해를 입은 100명의 피해자가 있습니다. 왜 피해자를 일반화시키고 그 틀을 벗어난 이들을

나 있다고, 이대로 있지 않겠다고 고래고래 소리

피해자답지 않다면서 더욱 괴롭게 하는

지르고 악을 쓰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걸. 그리고 그

걸까요. 피해자다운 것은 무엇입니까.

날 마주쳤던 사람들의 눈, 함께 걷고 입을 맞췄던

그리고 그것의 기준은 누가 만드는

여성들의 눈을 보면서, 나는 오랫동안 10년 전 그

것입니까.

저는 제 스스로 성폭력 피해

생존자라는 것에 한 치 부끄러움이

시절의 나를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그 시절의 나를 온전히

없습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는 제가 입은

안아줄 수 있었다. 내가 나를 용서해야 하는 일이

것이 아니며 가해자가 씻을 수 없는 죄를

아니었다는 것을, 용서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따로

지은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저는 하늘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분명하게 안다. 그렇기에 나는

아래 당당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를 자책하고 의심하고 있을

- 180818 2부 집회 자유발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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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낼 자리였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 내가 화가

함께가는 여성

Vol. 226

수많은 그녀들을 위해, 몇 번이고 다시 그 길에 설 것이다.


그렇게 열, 길이 된다

바사(김진희)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회원팀/ 매순간 쉽게 넘어가는 일이 없는, 그래서 힘든, 그럼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2017년 민우회는 30주년을 맞아 ‘지금 여기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여성차별’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에서 겪고

다양했다. 학교, 집, 미디어, 커뮤니티, 친밀한

있는 차별 경험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온라인

관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여성혐오와 성차별에

설문작업을 진행했다. 설문에 두 번째로 많이

한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10대 당사자

참여한 세대는 10대였다. 10대들의 성차별 이슈에

페미니스트들이 함께 모여 ‘여성’, ‘청소년’으로서

대한 관심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민우회에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없어 안타깝다고

진행했던 대중강의, 인터뷰, 집회 등 여러 활동의

한결같이 이야기했다.

자리에서 10대 페미니스트를 자주 만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민우회는

“학교에서 무언가의 수식어처럼 ‘여자가~’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남자가~’ ‘여성스러운’ ‘남성스러운’ 등의

당사자들을 만나 힘을 줄 수 있는 활동, 그들이

성차별 발언들이 수두룩합니다. 성차별과

주체가 되어 지속적인 변화의 목소리를 낼 수

여성혐오가 없도록 주변을 바꾸기 위해서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10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페미니스트와 함께 해야 한다!

해보고 싶습니다”

10대 페미니스트를 만나다

“난 여고에 다님에도 불구하고 여혐을

‘열, 길’(이하 열길) 이라는 이름의 10대

시도 때도 없이 마주 한다. 특히 선생들이

페미니스트 모임이 만들어졌다. 2017년에는

여혐 발언을 할 때면 어떻게 대처할지에

학교에서 겪는 차별을 알려내고 변화의 목소리를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당한 게 너무

내는 활동을 하는데 힘을 쏟았다. 집담회

많아서…”

1)

〈성평등한 학교를 위해 달라져야 할 것들〉과 4회에 걸친 주제별 워크숍, 학교 안에서 겪는 여성혐오

- ‘10대, 페미니스트 여러분께 묻습니다’

발언과 성차별적 현실을 이야기하며 변화의

설문 응답 중

목소리를 내는 필리버스터 〈우리는 매일 사건을 겪고 있다〉를 진행했다. 첫 해의 열길 활동으로 10대 페미니스트들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8년에는 열길과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온라인 설문을 통해 10대 페미니스트에게

1) 열길이란? ‘10대, 페미니즘으로 길을 잇다’의 줄임말로 민우회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10대 페미니스트 네트워킹 활동이다.

민우ing. 그렇게 열,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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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페미니즘 캠프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리고 다시, 작당모의!

또래의 다양한 페미니스트가 만나 다양한 의견을

이어지는 ‘스쿨미투’ 운동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서로 나누고 배우며 표출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학생들의 증언을 매도하고 학생들이 학교의

것을 확인했고, 10대 페미니즘 캠프를 열기로 했다.

명예를 훼손했다며 생활기록부를 통해 압박하고

열길 2기 활동을 위해 모인 10대 페미니스트들이

있다. 또 제보자를 색출하겠다거나, 법적인 조치를

캠프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도맡아 했다. 캠프를

취하겠다며 부끄러움 없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준비 할 수 있는 기간은 딱 한 달 남짓. 촉박한

캠프는 끝났지만, 10대 페미니스트들은 변화된

시간이었다. 캠프를 준비하며 캠프에 참여한 10대

내일을 위해 <작당모의>라는 후속모임으로 다시

페미니스트 모두가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힘을

만났다. ‘스쿨미투’를 알려내고, 해결을 요구할 수

다질 수 있도록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을 나눴다.

있는 액션활동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함께,

즐겁게, 멋지게 그 걸음을 내딛으려고 한다.

캠프에서는 미디어 속 성차별, 학교 안

성차별, 퀴어 차별에 대해 주제별 토론을 하고, 탈코르셋 강의도 들었다. ‘아무도 안 오면 어떻게 하지?’, ‘시간이 너무 길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40명이 넘는 10대 페미니스트가 모여 10대 페미니스트에 의한, 10대 페미니스트를 위한, 10대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를 고민하는 즐거운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캠프 참여자들은 이런 소감을 남겨주었다. “최근에 여러 가지 페미니즘 관련 행사 또는 활동이 많이 보이지만 10대끼리 만날 수 있는 행사는 적어서 아쉬웠는데 너무 좋았어요. 어떻게 보면 성인들에 비해 활동범위나 10대끼리 주체적으로 만남을 주도하기는 어렵게 느껴지는데 이런 캠프로 만나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막연하게나마 이렇게 모인 분들과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고 현재에 대해서 발전을 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속적인 만남을 갖게 되면, 무어라도 남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어요. 내년에도 이 기획이 만남의 장소가 되었음 합니다. 이렇게 만난 사람들끼리 작지만 무엇이더라도 해낼 수 있도록, 연결고리가 되었음 좋겠어요!”

10월 27일,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스쿨미투_포스트잇_액션을 진행했다. ‘스쿨미투’의 목소리를 담은 포스트잇으로 ‘스쿨미투 해결하라’, ‘교육청은 응답하라’라는 문장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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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Vol. 226


민우ing. 그렇게 열,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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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잡기·벽치기, ‘심쿵’?

한국 드라마를 보다보면 생기는 궁금증. 왜

이를 로맨스의 정점으로 묘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남자주인공은 말을 걸 때나, 자신의 마음을 호소할

있다고 읽을 수 있다.

때 등등 여성의 손·팔목을 낚아채는 것일까?

손목을 잡는 행동이 다음 장면으로 가기 위한

〈병원선〉에서는 남성이 기습적인 키스를 하고 며칠

‘치트키(cheat key)’라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뒤, 그 남성과 상대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든다.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애정 고백을 빙자한

등장한다. 남성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여성을

선물공세, 기습키스·포옹도 로맨스 관계 속

답답해하며 팔목을 낚아챈다. 그리고 여성의

‘심쿵’포인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만약 이러한

움직임을 방해하면서 “할 말 없냐”, “선생님한테 나

장면들 없이 드라마가 진행되기 어려운 것이라면,

아무것도 아니냐”고 묻는다.

우리는 드라마에서 영원히 ‘로맨스로 포장된 폭력’

장면을 목격해야 하는 것일까?

여성의 반응을 확인하고자 하는 장면이다. 뒤이어

여성은 반응을 보이지 않은 자신의 행동을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있다’고

몇 가지 장면을 함께 보자. MBC

남성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며 반복해서

말하기 위해,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드라마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여성이 스스로의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발표회를

행동을 되돌아보면서 장면이 마무리된다는 것은

진행했다. 2017년 7월에서 2018년 6월 사이

중요한 시사점이다. 로맨스로 포장된 폭력이 남성

방영한 드라마를 대상으로, ‘로맨스로 포장된 폭력’이 어떤 양상으로 등장하는지를 분석하였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풍부하게 하는 행동으로 1)

적용된다면, 여성 등장인물에게는 로맨스적인

120개의 드라마에서 문제항목으로 총 625건이

요소로 작용하면서 남성의 애정을 받는 위치에만

집계되었다. 그동안 어렴풋이 ‘그런 장면 정말

머무르게 하기 때문이다.

많은데…’라고 생각해오던 것을 넘어, 구체적으로 그 장면들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많이

여성 캐릭터를 수동적으로 만드는

등장하는지를 분석하고 수치화하여 기록했다.

‘로맨스로 포장된 폭력’ ‘로맨스로 포장된 폭력’을 수행하는 드라마 속

최근 1년 치 총 2,964편의 드라마를 모니터링 하다

남성들은 소위 말하듯 ‘마초적’이다. 기습적인

이번 모니터링 결과, ‘로맨스로 포장된 폭력’ 739건

스킨십·갑작스러운 소리 지르기 등으로 상징되는

가운데, ‘강제적 신체접촉’이 425건(57.51%)으로

이런 장면은 여성의 수동성과 비주체성이

등장한 횟수가 가장 높았다. 이중에서도 특히 ‘손목

강조되는 효과를 낳는다. 여성이 “이거 놔”라는

및 팔목 잡거나 낚아채기’가 179건(34.29%)으로

식으로 항의를 한다 하더라도, 앞선 사례처럼 결국

드라마 장면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한 것으로

남성에게 애정을 표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거나

나타났다. 폭력행위의 주체 성별이 대부분이

다음 예시처럼 결국 남성에 의해, 남성이 원하는

남성으로 드러났다는 사실과 함께 보면 남성

곳으로 끌려가는 모습으로 장면이 마무리되기

캐릭터가 로맨스로 포장된 폭력을 재생산하고,

때문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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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Vol. 226


소연(황소연)

여는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재미난 옛날 한드와

미드를 보며

SBS 〈키스 먼저 할까요〉의 경우가 그렇다.

여성의 집에 침입한 남성이 여성을 보자마자 씩씩대며 화를 낸다. 여성이 상관하지 말라는 취지로 한 말에도 “이렇게라도 상관 안 하면 미칠 것 같아서 상관한다”고 소리를 지른다. 그 뒤 분위기를 제압하며 여성의 팔을 무작정 잡아끌어가는 장면이 이어진다. 등장인물이 ‘애정에 기반한 분노’를 폭발시킨다는 설정이지만 결국 마초적 남성성이 드러나는 장면일 뿐이다.

비슷한 장면은 다른 드라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성이 다친 상황에서 “누가 맘대로 다치래?”라고 말 하거나, 여성의 상견례 자리에 찾아가 “이 여자 제가 데려가겠습니다”라고 여성의 아버지에게 말하는 장면 등…. 모두 여성은 남성의 보호 안에 있어야만 안전한 존재이고, 그렇게 되어야만 로맨스는 완성되며, 여성이 ‘사랑받는 위치’에 놓여야 한다는 신호를 주는 장면들이다. 남성은 끊임없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강요하고, 그 행위의 대상인 여성은 수동적인 캐릭터에 머무르도록 만든다. 결과적으로 강한 남성성을 표출해 로맨스를 이뤄내는 것이 여성에게 마치 긍정적인 스토리 요소인 듯 작용하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1) KBS1, KBS2, MBC, SBS, JTBC, MBN, TV조선, OCN, tvN 총 9개방송사의 120개 드라마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모니터링단은 총 40명으로 모집 홍보를 보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2) ‘로맨스로 포장된 폭력’의 종류는 객관식 선택지를 (위쪽부터) MBC 〈병원선〉, 〈왕은 사랑한다〉, SBS 〈키스 먼저 할까요〉, KBS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드라마 화면 캡처

통해 중복 집계하였다. 그 중 ‘강제적 신체접촉’은 ‘손목·팔목 잡거나 낚아채기’, ‘기습 키스’, ‘기습 포옹’, ‘벽치기’ 등 세분화된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민우ing. 손목잡기·벽치기, ‘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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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손목 잡기 ‘손목잡기’는 한국의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특징적 장면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 ‘Korean drama wrist grabbing’이 라는 악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3) 한국 드라마 제작자들은 폭력적인 요소를 극의 중요한 장치로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손목을 잡지 않고도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 일방적으로 ‘좋아한다’고 강요하지 않고도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창작의 범위 안에서도 무궁무진하게 표현되고 또 발견될 수 있다.

‘찍다보니까 익숙해서’, ‘그 장면을 넣어야

시청률이 잘 나오니까’, ‘주 시청층이 여성이라서’ 같은 변명으로는 폭력이 로맨스로 포장되는 장면을 거부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출 수 없다. 드라마 제작자들은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문화적 파급력을 가진 드라마가 폭력을 로맨스로 포장하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끝없이 문제제기 할 것이다.

3) 포털사이트 구글 검색창에 ‘wrist grabbing(손목잡기)’을 입력하면 ‘wrist grabbing in korea’, ‘wrist grabbing in korea drama’가 추천 검색어로 뜬다. 한국드라마에 자꾸만 등장하는 손목잡기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지 외국인들도 궁금했던 것으로 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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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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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똑딱똑딱,

노새(홍연지) 여는 민우회 여성건강팀/ 올해 낙태죄가 폐지되면 기념타투를 하려던 사람. 활자중독의 생을 살다

#낙태죄는_위헌이다

몸에 활자(타투)를 새기기 시작했다.

‘(원치 않는 임신이란)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못했다. ‘일부 남성들이 병역문제로 그런 이야기를

결과인 임신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

한 것 같다. 남녀의 신체 차이로 인한 것이므로

- 2018년 법무부 의견서 중

문제없다’ …2018년에, 대한민국 법무부의 시계는 당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5월. 역사적인 낙태죄 2차 위헌소송의

바로 그 다음 날, 바다 건너 아일랜드에서는

공개변론을 앞두고 법무부가 작성한 의견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최대 14년 징역형을 내릴

내용이 보도되며 많은 이들의 심금에 분노의

수 있게 되어 있던 아일랜드의 낙태죄(수정헌법

불을 질렀다. 임신중절을 마약에 비유하는 등

제8조)의 폐지를 두고 국민투표가 열린 것이다.

전반적인 몰이해뿐만 아니라 스스로 ‘우리는

이 투표를 위해 해외에 나가 있던 아일랜드

구시대적이고 여성혐오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고

국민들이 비행기를 타고 아일랜드로 돌아와

고백하는 듯 참담한 수준이었다. 마치 법무부에서

YES(낙태죄 폐지 찬성)에 투표하자며 서로를

이 한 건의 의견서를 통해 관심 없던 국민들까지

격려하는 모습은 바다 건너 우리에게도 뜨거운

낙태죄 이슈에 뜨거운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

투지를 불태워주었으니… 감격스럽게도,

결국은 역사적인 낙태죄 전면 폐지에 기여하려는

아일랜드는 투표 결과 66.8%의 찬성으로

큰 그림이 있는 것은 아닌가(아니다) 의심이 될

낙태죄 폐지의 수순을 밟게 되었다. SNS에서

정도였으니 말이다.

공유되던 #폐지하라(#repealthe8th)

해시태그가 #폐지했다(#repealed)로

5월 24일, 형법 제269조 낙태죄의

위헌여부에 관한 공개변론이 뜨거운 관심 속에

바뀌는 모습을 온라인으로 지켜보며 어찌나

진행되었다. 2011년 1차 위헌소송 이후 6년 만에

감격스럽던지.(기다려요, 아일랜드!)

다시 이뤄진 2차 위헌 심사. 공개변론일 오전에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헌재

법 감정과 맞지 않기 때문에 낙태죄가 유지되어야

정문 앞의 좁은 인도를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무부가 귀 기울이고

가득 메웠다. 헌재의 변론에 앞서 시민들이 먼저,

있는 ‘국민들’은 과연 누구인가? 그 국민들에 이

낙태죄의 위헌을 선언했다.

수많은 여성들은 없는 걸까? 형법 상 낙태죄를

폐지하라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사회적 합의’를

이번 변론에서는 2011년 1차 위헌소송

2011년 위헌소송 당시 법무부는 ‘국민들의

공개변론 당시 질문과 대동소이한 질문이

핑계로 매번 미루고 저버리는 정부와 마찬가지로,

법무부에 던져졌다. ‘낙태죄가 여성만 처벌하고

‘국민들의 법 감정’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남성은 처벌대상에서 빠져 있어 성차별적인

여성들의 목소리와 현실을 국가가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태를 되풀이할 수 없었다.

법무부의 답변은 의견서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민우ing. 시계는 똑딱똑딱, #낙태죄는_위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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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그야말로, ‘국민들의 법 감정은

대형현수막을 제작했다, ‘낙태죄 위헌 미루지

낙태죄의 폐지’라는 사실을 더 널리 천명하기 위해

마라’. 헌재 앞으로 가 긴급 퍼포먼스를 펼쳤다.

대규모 집회 〈낙태죄, 여기서 끝내자〉를 열었다.

멀리 아르헨티나의 임신중지권 확보를 위한

#낙태죄폐지하러갑니다 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투쟁에 연대하는 날이기도 했다.(아르헨티나는

온라인에서 먼저 연대의 목소리가 뜨거웠고, 7월

아쉬운 표차로 관련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하지

7일 광장은 천 명이 훨씬 넘는 많은 이들로 가득

못했다)

찼다. ‘성모와 성녀와 페미의 이름으로’ 낙태죄를

폐지하러 온 천주교 신자들(내가 포함된다),

임신중절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여아낙태가 기승부리던 시절에 살아남은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을 시행한다고

88용띠·90백말띠의 여성들(여기도 내가 포함된다)

발표해버렸다. 모자보건법을 담당하고 있어

등등 이 싸움에 기꺼이 함께 하고자 거리로 나온

임신중절 문제에 관한 주요주관부처이면서도,

이들로 가득했던 이 날, ‘낙태죄폐지뽕’을 잔뜩

낙태죄 위헌 심리 때는 ‘의견 없음’으로 일관한

맞고 페미니즘에 감염되어(?) 믿음이 자라났다.

다음 행보라 더욱 기가 막혔다. 게다가 의료규칙

이 싸움의 승리는 우리 것이며, 머지않았을 거라고.

개정안은 바로 2016년 첫 번째 ‘검은 시위’가

있게 했던 바로 그 시행안이 아니던가! 그러한

이제나 저제나 헌재의 판결 소식만을

이러한 와중에 보건복지부는

기다리고 있던 우리에게 도착한 8월의 비보,

법안을, 그것도 낙태죄 위헌심사 중에, 헌재가

‘낙태죄 판결을 차기 재판부로 미룬다’. 급히

판결을 미룬다고 하자마자 날치기로 넘겨버린

함께가는 여성

Vol. 226


보건복지부의 행태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에

투쟁하고 있는 이 많은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반발하며 ‘수술 전면 거부’를 선언을 한 산부인과

한국에서의 우리 또한, 이 싸움을 멈추지

의사들의 소식 또한 황망하긴 마찬가지였다.

않을 것이며 낙태죄 폐지를 위해 지치지 않고

수술이 필요한 이들이 병원 찾기는 더욱

연대하겠다는 다짐의 하루가 또 지나갔다.

어려워질 것이고, 결국 또 다시 이 모든 위험

부담은 여성들의 몫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심정으로 올 한 해를

순간이었다.

지내왔다.(사실 지금쯤 평행우주 속에서 낙태죄

폐지의 기쁜 소식에 환호하고 있는 우리가 있을 것

9월. 질 수 없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올해는 진짜 낙태죄 폐지되겠지?!’ 두근두근

임신중지권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매년 28일)’을

같기도 하다) 그러나 형법은 어제와 같고, 역사의

맞이한 토요일, 청계천 한빛광장에 모였다. 정신을

시계(?)는 흐르고 있고, 우리는 알고 있지! 이

차려보니(?) 나는 9.6미터 상공 유압식사다리 위에

시계는 결국 낙태죄의 폐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올라가 있었고, 내 발아래는 269명의 시민들이

것을. 임신중지권의 확보라는 전 지구적(?) 흐름

형법 제 269조 낙태죄의 삭제를 기원하며 2·6·9

속에서 전 세계 자매님들과 공유하고 있는 이

대형숫자를 만들며 펼치는 퍼포먼스가 이어지고

마음은 바로, 끝까지 함께 싸우며 절대 지지 않는

있었다. 빨간 천이 대형 숫자를 가르며, 낙태죄의

마음이라는 것을.

‘삭제’와 폐지를 촉구했다. 아르헨티나, 멕시코, 폴란드, 에콰도르, 칠레… 임신중지권을 위해

8월 8일, 헌재 앞 긴급 퍼포먼스 ‘낙태죄 위헌 미루지마라’

민우ing. 시계는 똑딱똑딱, #낙태죄는_위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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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쎄러(서지영) 여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소소한 성취를 만들어 가는 것을 배우는 중입니다.

나를 빡치게 하는 것들

일러두기 · 인용 문장은 집담회 〈직장에서 나를 빡치게 하는 것들-여자도 일 좀 하자!〉 여성 직장인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편집한 것입니다. · 집담회 참여자들이 사용한 단어를 그대로 인용한 단어 옆에는 *표기 하였습니다.

여성 직장인 집담회 〈직장에서 나를 빡치게 하는 것들 - 여자도 일 좀 하자!〉 키워드 토크 중

남녀고용평등법을 통해 연 1회의

내용은 마련이 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예방교육도

성희롱예방교육은 기업 내에서 의무화되었고,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성희롱과 성차별을

조직 내 성희롱 사건 처리에 대한 제도적 장치

허용해왔던 조직문화는 무엇이며, 이러한 문화를

역시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외에 다른 건?

유지해왔던 조직에 대한 실질적 점검 없이 변화는

법적인 제도들이 갖추어질 동안 조직은 얼마나

없다.

바뀌었나 돌아보면 긍정적인 답을 하긴 어렵다.

성희롱예방교육을 하지 않은 기업은 최근 3년

일하기 어렵게 만드는 조직문화를 낱낱이 뜯어보는

동안 해마다 늘고 있으며, 성희롱예방교육

이에 대한 고민으로 노동팀에서는 여성을

여성 직장인 집담회 〈직장에서 나를 빡치게 하는

점검을 받은 기업은 고작 몇 백 곳에 불과하다.

것들-여자도 일 좀 하자!〉와 인터뷰를 통해,

오히려 강의나 교육 영상에 피해자와 가해자의

21명의 여성 직장인들을 만나 여성을 밀어내는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문제적 발언이 등장하기도

문제적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1)

하고, 무료교육 진행 후 상품 끼워 팔기2)를 하는 등 문제적인 성희롱예방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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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은 기본, 직함 대신 여성은 “○○야”, “○○씨”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고작 1년에 한번 진행되는

남자는 신입사원이 들어와요. 그러면 좀만

예방교육에서조차 성차별적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지나도 대리라고 불러요. 여자는 하도 승진을

함께가는 여성

Vol. 226


안 시켜줘 갖고 막 8년차에 대리가 되도 그냥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사 때부터 시작된 '평가'는

누구, 누구누구 씨예요.

높은 직급에 올라도 계속된다. 회사의 뚜렷한 위계 안에서도 여성은 예외적 존재다. 여성이기 때문에

다른 팀 여직원을 지칭해 ‘여자애’라는 말을

칭찬받거나, 여성이고 막내인데 “건방지게 왜 안

쓰는 거예요. … 어느 날은 좀 나이 많은

하냐”는 말을 듣기도 하고, 승진할 욕심을 보이면

여직원을 아줌마라고…

“독한 년”으로, 상급자 자리에 올라도 “여자는 역시 높은 자리에 올라가선 안 돼”라며 이유 없이 부정적인

참여자들이 바꾸고 싶은 조직문화로 가장 많이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오직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늘

언급한 것은 회사에서의 반말, 함부로 불리는

평가 받는 위치에 놓인다.

호칭이었다. 상급자에게는 ‘권위가 산다’는 이유로

본인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에게 반말할 것을

‘업무 사이클’에는, 남성에게는 없는 추가된 업무가

조직적으로 권유하기도 하기도 하며, 여성을 부르는

있다. 커피머신, 과일 깎기, 다과 정리 같은 잡무로

호칭은 남성과 다르다. 남성은 직급이 낮아도 새로운

취급되는 일은 ‘여자들이 잘 하니까~’라는 이유로

직급을 만들며 부르기도 하지만 여성 직원은 직급

여성 직원에게 맡겨지곤 한다. 탕비실은 ‘금남의

대신 친근함으로 가장된 반말로 “○○씨” 혹은

구역’*처럼 여겨진다. 심지어 여성이 하면 당연하고

“○○아”로 불리곤 한다. ‘여직원’으로 통칭되거나

사소한 일로 취급되던 업무가 남성이 담당했다는

결혼한 여성은 ‘아줌마’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이유로 ‘매니징(Managing)을 잘했다’는 평가를

호칭부터 동료라는 인식은 없다.

받기도 한다.

여성 직장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여성의

막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칭찬을 빙자한 외모 평가와 중요한 미팅이 있으니 화장을 시키는 문화. “싹싹해라”, “웃어라”, “상냥해라”라는 말들은 여성 직장인들이 공식처럼 항상 듣게 되는 말이다. 직장 안에서 ‘마스코트’로, 엔터테인먼트 역할을 하도록 강요받고 이는 여성에 대한 하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성희롱이 포함된 사생활 참견, 무례한 농담은 상사라는 이유로 던질 수 있는 ‘권력자의 스몰토크(Small Talk)’3)이기도 하다. 이는 ‘상사이기에 나는 너에게 관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는데 남자친구랑 같이 걸어왔다는 거를 과장님이 말하는 거예요. 옆에 차장님한테 “○○이 아침에 남자친구랑 같이 걸어오던데? 크크크 … 쟤 자취방에서 같이 잤나보다”

1) 〈국회입법조사처 “성희롱 예방교육 위반 매년 증가···감독체계 정비해야”〉, 월간노동법률, 2018.08.07. 2) 〈성희롱 의무교육이 보험판매장?… “갑자기 로또를 뿌리더니”〉, 뉴스핌, 2018.07.12.

“근데 김 과장님, 진짜 일 잘하시는 것 같아요. … 보통 남자들보다 혹은 그보다 일을 더 잘하시는 것 같아요. 남자였으면 되게 대단할 거 같아. 여자치고 되게 일을 잘하세요”

3) 날씨, 스포츠 등 일상적 소재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가리켜 ‘Small Talk’라고 한다. 그런데 집담회 결과 상사들은 외모평가, 성희롱적 농담을 일상적으로 가볍게 던지고 있었다. 이를 ‘권력자의 Small Talk’로 이름 붙여보았다.

민우ing. 직장에서 나를 빡치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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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주요업무 담당, 위쪽은 다 남자

조직 내 군대문화, 의견을 내기 어렵고 상사의

채용에서부터 여성을 아예 배제하거나 남초/여초

눈치를 보며 알아서 비위를 맞춰야하는 분위기,

부서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같은 부서에서도

여성을 대상화하고 일상적으로 배제하는 발언을

남성에게는 주요 업무가, 여성에게는 보조 업무가

허용하는 문화, 그런 문화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주어진다. 고위직은 다 남성들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현실이 문제이다. 여성을 밀어내도록 세팅되어

될 때, 여성 직장인들은 회사 안에서 ‘언제든지

있는 문화가 무엇인지, 여성들을 숨 막히게 하는

물갈이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직장에서

조직문화는 아닌지 이제 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여성의 위치는 그렇게 체감된다.

‘우리 조직은 괜찮다’고 말하기 전에,

집담회와 인터뷰를 통해서 나온, 여성들을 배제하는 “여자 뽑지마. 말 나오니까 어차피 뽑지마”

조직문화에 대한 체크리스트로 조직에 대한 진단을 우선 해보자.

대표님도 남자고, 이사님도 남자고, 팀장님도 남자고, 과장님도 남자고 다 남자예요. 주요 미팅은 꼭 남자만 참석을 해요. 거기서 이미 성별이 나뉘었다는 게.

여성 직장인 집담회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해본 〈성차별적 조직문화 점검 체크리스트〉 잠깐! 체크해 볼까요?

이미 위쪽은 다 남초구나 ☑ 남성직원은 직함으로, 여성 직원은 직함 대신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과장님이

저를 격려하면서 하신다는 말이, “회사는

☑ “여자니까”, “막내니까”라는 이유로 다과 접대,

기본적으로 남자들의 세계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잘 다녀봐”

“OO아”, “OO씨”라고 불리곤 한다. 탕비실 청소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한다.

☑ 여성에게 외모 칭찬을 비롯한 화장 및 복장 등에

대한 평가가 이어진다.

☑ 여성을 대상화하는 영상을 같이 보거나 공유하는

“여직원들은 회식 때 2차 가지 마세요.

가도 별거 없고 안 좋은 일 일어나는 상황

☑ 이상하게 여성 채용자가 적다. 그리고 여자라서

많으니깐 그냥 가지 마시고…”

문화가 있다. 안 뽑는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다 알고 있다.

☑ 회사 내 여초 직군은 주로 관리나 보조 업무,

남초 직군은 성과가 나는 주요 업무로 구성되어 있다.

채용부터 남성을 대놓고 선호하는 회사, 주요 업무는

☑ 같은 팀에서 주로 남성은 주요 업무, 여성은 보조

남성을 배치하고, ‘여초 부서’에서도 관리직은 언제나

남성! 사소한 농담들로 대변되는 일상생활 문화

☑ “여자들은 결혼하면 금방 그만 두니까~”라며

역시도 애초에 남성 중심적으로 만들어져 여성들은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다.

업무를 담당하게 한다. 여성은 아예 키우지 않는 직장 분위기가 있다.

☑ 남성연대의 대화로 여성 직원이 소외될 때가 있다. ☑ 상사 눈치를 보느라 꼭 필요하지 않는 야근을 하는

여성을 밀어내는 이상한 유대감

경우가 많다.

☑ 과장급 이상은 여성이 한 명도 없다.

‘학연/지연/흡연’*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흡연, 술자리 등을 통해 남성들 사이의 비공식적

당신의 회사는 몇 개나 해당되나요?

의사소통이 이어진다. 이를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는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동아줄’이 되기도 한다. 단톡방에서 신입 여직원 외모 순위를 매기고, 부장님께 ‘야동공유’4)하기도 하고, ‘소라넷’을 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여성은 대체 무얼 할 수 있을까.

4) 조직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말의 맥락을 살려 ‘야동공유’로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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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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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상담소에서

은사자(신혜정) 여는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요즘 즐겨 듣는 노래는 선우정아의 구애 ( 입니다.

)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고민하게 된 사연

“조직문화는 어떻게 바꾸죠?” 상담소에는 종종 이런 전화가 오곤 한다. “성폭력이 가해자, 피해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공동체 문화를 살펴보고, 바꿔나가고 싶은데 막막합니다. 혹시 민우회에서 ‘성평등한 조직문화 만드는 법’ 강의를 해주나요?”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페이지 ‘시민사회활동가 대나무숲’에 게시되는 상당수 글은 조직문화 이야기다. 권위적인 ‘선배’, 동료와의 관계, 일방적인 소통, 높은 노동 강도, 업무 중 듣게 되는 성차별적인 언사… 누군가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조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는 사연을 제보하기도 한다.

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2012)

토론회를 통해 공동체 내부 ‘해결 과정’을 거친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 성폭력 사건 이후 함께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일지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반성폭력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2차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라는 개념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미와 필요로 공동체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현재를 평가하고 합의를 만들어가고자 〈‘2차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2017)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성폭력 사건 해결이 공동체의 경험으로 축적되고 정의로운 해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성평등한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해온 일련의 과정 속에서, 공동체가 스스로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토론할 수 있는 워크북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워크북 만들기 전에 ‘우리’부터 이야기해보자 상담소 활동가 다섯 명이 머릴 맞대고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그래, 할 수 있어!(끄덕끄덕)’하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보이지 않는 조직문화를 어떻게 손에 잡히는 형태로 드러낼지 막막했다. 고민 끝에 우리부터 이야기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민우회의, 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조직문화는 어떤지, 각자 어떤 것을 조직문화라 느끼고 있는지 논의하며 실마리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민우ing. 성폭력상담소에서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고민하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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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민우회에 왔을 때 각자 이 공동체를 어떻게

느꼈는지부터 이야기해봤는데, 활동가B는 작은 것들을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게 적응이 안 됐다고 했다. 행사를 준비할 때 전시물은 어디 쯤 어떤 각도로 세울지, 간식은 몇 개를 살지, 챙길 준비물 리스트에 ‘청테이프, 스카치 테이프(얇은 거, 두꺼운 거)’ 이런 식으로 작은 부분까지 기록해두는 게 독특했다는 것이다. 활동가R은 총회 평가회의 때 했던 ‘점심 메뉴에 만두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피드백이 다음해 총회 때 반영되어서 ‘평가가 그냥 평가로 그치지 않고 반영 되는구나’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활동가D는 동료가 요즘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지, 주말엔 뭘 했는지 서로의 일상을 살펴보는 시간을 통해 관계가 쌓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내부 집담회를 했다고 조직문화를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회의 안건지를 만드는 방법부터 사업 평가 때 어떤 것을 평가하는지, 동료와는 어떻게 친해지는지, 어떤 농담에 웃고 어떤 농담엔 정색하는지, 화장실 청소는 누가 하고 얼마간의 빈도로 하는지, 손님은 어떻게 맞이할지 등 이런 구체적인 장면이 모이고 쌓여 조직문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작은 변화를 읽어내는 것 내부 집담회 이후 11명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만나 조직문화를 바꿔나가려고 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어렵고 고민이 됐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해본 사람의 고민지점을 잘 정리해서 워크북에 담아내고 싶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조직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해 여러 가지 작업을 해 본 공동체 구성원을 만났을 때 “구성원 대다수가 페미니즘이라는 큰 방향에 동의했기 때문에 시도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공동체 리더라고 할 만한 사람이 어느 정도 성평등 감수성이 있던 상황이었다”라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막연하게 ‘조직문화는 어떻게 성평등하게 바꿀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다가 조직문화는 (당연하게도) 조직문화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이 성평등한 감수성을 가질 때, 공동체 구성원이 변할 때 가능한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그럼 더 문제(?)였다. 도대체, 사람은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 거지? 이거 애초부터 안 되는 걸 붙잡고 있었던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금세 쫓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결국 인터뷰 중 한 인터뷰이에게도 질문해버렸다. “많은 조직에서 조직문화를 이야기하는데, 왜 변화가 없을까요? 왜 조직문화가 바뀌기 어려울까요?” 인터뷰이는 몇 초간 침묵하다 이렇게 답했다. “저는 0.1씩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워크북을 만들면서 마음이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았던 건 내심 ‘그런데 이거 한다고 정말 바뀔까?’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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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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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불쑥불쑥 들었기 때문이었다. 혹은 ‘이 워크북을 하고 나면 눈에 띄는 변화가 있어야 할 텐데, 단번에 변해야 할 텐데’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그렇듯, 한 번에 뒤집힌 듯 보이는 변화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 한 번을 만들어내기 위해 쌓여온 ‘0.1’들이 있다. 공동체 안에서 변화를 만들고자 할 때는 함께 하는 동료, 고민을 꺼냈을 때 그것을 혼자만의 고민으로 두지 않고 같이 고민하려는 공동체의 태도, 그리고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또, 작은 변화를 읽어내고, 그 변화를 의미 있게 평가하고, 그 다음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니까 워크북은 ‘누가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니까 이/가 직접 만드는 조직문화’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변화를 만드는 것은 누군가 대신 해줄 수도, 매뉴얼을 줄 수도 없는 일이지만 모두가 함께 한다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워크북에는 조직문화의 현재를 점검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와 앞서 언급한 11명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이야기, 구체적으로 고민을 시작할 수 있는 워크시트, 그리고 참고할 수 있는 다른 공동체의 규칙과 약속문을 실었다.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보다 평등하고 안전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 어떤 실천이 필요할지 점검하고 싶다면? 민우회 성폭력상담소(02-7398858)로 연락주세요!

민우ing. 성폭력상담소에서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고민하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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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순간의 힘 2018년 6월 18일 서울역~청와대 앞 KTX 해고 승무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행진했다. 폭염의 여름날에 서울역 천막 농성장에서 청와대까지, 승무원 정복을 갖춰 입고 구두를 신고서 3.8Km를 걸었다. 부당해고에 맞서 싸워온 해고 승무원들은 13년 만에 복직되었다.

2018년 8월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안희정 전 도지사 성폭력 사건 1심이 진행되는 동안 방청연대가 이어졌다. 선고일에도 재판 방청을 하기 위해 새벽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법원 앞에는 유죄를 촉구하는 피켓팅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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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Vol. 226


2018년 9월 14일 대법원 정문 앞 ‘남배우A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피고인 남배우A에게 ‘유죄확정’을 판결했다.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의 기준점을 제시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8년 9월 14일 서울, 19일 인천 ‘비혼 딸의 부모돌봄’을 키워드로 진행된 〈딸을 넘어 시민을 상상하다〉 프로젝트. 5월~8월에는 부모 돌봄의 경험이 있는 스무 명의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9월에는 비혼 여성에게 필요한 복지제도를 주제로 총 4강의 대중강좌를 열었다.

민우스케치. 함께 하는 순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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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해시태그 액션] #학교에서_겪은_성차별

9일

민우회 주관 제1334차 정기수요시위

10일~6월 19일

전국 10개 지역에서 진행된 낙태죄 폐지 워크숍 〈자, 이제 폐지타임!〉

15일

거리 캠페인 #우리에겐_페미니스트_선생님이_필요합니다 #우리는_페미니스트_선생님을_응원합니다

16일

2018 민우상담네트워크 활동가 워크숍 ‘쟁점충전’ [공개질의] 고용노동부는 고용상 성차별에 대한 직무유기를 멈추고 조속히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17일

EBS 〈까칠남녀〉 폐지 인권침해·차별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1만인 선언 신문 광고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2주기,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4차)

18일

[카드뉴스] 여성모델 대상 비공개촬영회 성폭력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24일

낙태죄 위헌 소송 공개변론에 앞선 위헌 선언 ‘낙태죄는 위헌이다’ 기자회견

25일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 시작

28일

‘최저임금삭감법 폐기하라!’ 기자회견 [논평] 법무부는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가-우리는 2018년에 걸맞는 정부를 원한다

30일

[카드뉴스] KTX 해고 승무원 대법원 판결, 정치적 거래임이 드러났습니다! 5월, 신입회원 만남의 날

6월

4일

[카드뉴스] 복잡해 보여도 꼭 따져봐야 할 내 월급문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 왜 ‘최저임금 삭감법’이라 말하는 거죠? [공동성명] 성폭력 고발된 연예인 조기복귀를 규탄한다

12일

‘10대, 페미니스트 여러분께 묻습니다’ 설문조사 [해시태그 액션] #2018지방선거_열받는다 #2018지방선거_답답하다

12일~7월 5일

기획강좌 〈성폭력, 입체적으로 읽기〉

18일

‘은행연합회는 채용 성비 공개하는 ‘채용모범규준’을 만들어야 한다!’ 기자회견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청와대 행진 참여

22일

민우회와 함께 하는 영화 〈거룩한 분노〉 시사회

~29일

페미니즘 입문 강좌 〈다시 만난 세계 Season 3 : 동네에서 페미니스트 친구 만들기〉 파주/원주/고양

20일

[카드뉴스] 신한이 또! 성차별적 모집채용공고 무엇이 문제인지 아직도 모르나?

28일~

[카드뉴스] 낙태죄, 여기서 끝내는 10개의 Q&A

7월

32

3일

[해시태그 액션] #7월7일 #낙태죄폐지하러갑니다

3~11일

연속특강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 시즌2

5일

[국회토론회] 낙태죄에서 재생산건강으로 : 현행 낙태죄의 문제점과 해외사례를 통해 본 개선방안

함께가는 여성

Vol. 226


6일

[다큐상영+강연회] 전세계적 연대로 만들어나가는 성 /재생산 건강과 권리-아일랜드로부터의 교훈,

7일

낙태죄 위헌·폐지 촉구 퍼레이드 〈낙태죄, 여기서 끝내자〉

10일

[성명] ‘의전’을 가장한 여성노동자 성희롱, 성추행, 성적 대상화!-금호아시아나 항공 박삼구 회장은 즉각 사퇴하라.

12일

[카드뉴스] 안희정 전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 제4차 재판 방청기

14일

서울퀴어문화축제 QUEEROUND 참여

16일

[긴급 토론회] 공영방송 이사의 조건

17일, 26일

페미니즘 입문 강좌 〈10대를 위한 다시 만난 세계〉 서울/수원

23~27일

페미니즘×미디어 〈10대 여성, 페미니즘 미디어제작학교〉

25일

[카드뉴스] KTX승무원의 복직을 환영합니다!

26일

[긴급 토론회] 위력에 의한 성폭력과 2차 피해 -안희정 전 지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중심으로

다음은 한국이다!

‘직장내성희롱 신고 이후, 불이익을 겪었다면 전화하세요’ 기획상담 30일

7월, 신입회원 만남의 날

31일

[카드뉴스] #미투_이후_그_사건들은_어떻게_진행되고_있을까? [카드뉴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사건 언론보도에 보내는 경고장

8월

8일

[긴급 퍼포먼스] 헌재는 낙태죄위헌 미루지마라! 아르헨티나의 임신중지권 확보를 위한 국제연대! #8A #SeraLey #Aborto_Legal

10일

경찰 편파수사 규탄 긴급 기자회견-십수년의 불법촬영 유포·방조, 웹하드는 왜 처벌하지 않는가? 진짜 방조자는 경찰이다 [성명] 김기덕, 조재현 등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이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대한 마땅한 응답이다 : 〈PD수첩〉 ‘거장의 민낯, 그후’에 부쳐

11일

10대 페미니즘 캠프 〈나로 말할 것 같으면〉

13일

[카드뉴스] 구직과정에서 ‘여자라서’ 이런 말까지 듣고/겪어야만 했다! 제보받은 성차별 기업과 해당 기업의 사례를 공개(고발) 합니다.

14일

안희정 성폭력사건 1심 ‘무죄’판결 규탄 기자회견

18일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5차)

21일~9월 4일

여성 직장인 집담회 〈직장에서 나를 빡치게 하는 것들- 여자도 일 좀 하자!〉

23일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공동대응을 위한 기자회견-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이다 [성명] 낙태죄 위헌 심리에는 ‘의견없음’, 의료법에는 ‘낙태는 비도덕적 진료행위’ 규정… 여성은 국민이 아닌가? 보건복지부 장관 박능후는 사퇴하라

28일~9월 17일

[포럼/영화제] 복지×페미니즘 : ‘불안없이 오늘을 살 수 있다면’

25일

몸 다양성 확보를 위한 다다름 네트워크 : 〈4th 다다름 필름파티-100개의 몸, 100개의 삶〉

9월 3일

[성명] 여성, 지역, 시청자 관련 공영방송 이사회의 다양성 외면한 방통위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

7일

[카드뉴스] 서울시는 얼마나 성평등할까?

11일

[인포그래픽] 지방자치단체, 얼마나 성평등할까 민우회 31년/ 미디어운동본부 20주년 후원의 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13~15일

민우회 사무국장 워크숍

14일

‘남배우 A사건’ 대법원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

29일

[시민참여액션] 형법 제269조 낙태죄를 삭제하는 269명의 피켓 퍼포먼스

민우스케치. 월별 민우회 활동 보고

33


오픈소모임 :

회원공간 집들이

모람활짝 코너가 드리는 막간 퀴즈, 행사를 끝마친 활동가를 기분 좋게 만드는 회원의 말은 무엇일까요? 딱 잘라 하나만 꼽을 수는 없겠지만 단연코 빠트릴 수 없는 말이 있습니다. “이 행사 매년 했으면 좋겠어요!” 이 말은 지난 10월 11일 민우회 회원들과 회원의 친구들이 모인 〈오픈소모임 : 회원공간 집들이〉가 끝나고 마주친 회원들마다 빼놓지 않고 덧붙여준 말이기도 합니다. 대체 어떤 행사였기에 참가자 모두 입을 모아 정례화를 강조했는지 그날의 후기를 전해드릴 텐데요. 그 전에 ‘민우회가 이사를 간 것도 아닌데 웬 집들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먼저 짧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시간을 거슬러 때는 2017년, 30주년을 맞은 민우회(별칭

‘여는’)에게는 큰 고민이 있었습니다. ‘회원들이 편하게 쉬다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선뜻 이사를 결정하기에는 주머니가 가벼웠던 슬픈 민우회. 민우회는 상심에 잠겨 사무실을 둘러보던 중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래, 이사를 갈 수 없다면 공간을 만들면 되잖아!’ 그렇게 민우회는 10년 치 자료를 정리하고(영차영차), 책상 사이즈를 줄이고(뚝딱뚝딱), 다섯 개 팀·소의 테이블 배치를 다시 하는(으랏차차!) 과정을 거쳐 짜잔, 회원공간을 만들었답니다!

사실 올해 초반만 해도 회원공간 집들이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회원공간을 회원들에게 소개하는 소박한 자리 정도로 상상되었습니다. ‘집들이’ 하면 떠오르는 장면들 다들 있으시죠? 두루마리 휴지 선물과 맛있는 음식, 훈훈한 덕담 같은 것들이요. 이편(이지원)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회원팀/

2018년이 끝나간다는 것을 도무지 믿기 어려운 사람.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르는데 왜 나만 고인 물…….

하지만 명색이 민우회 회원공간 집들이에 진부함이 무슨 말이냐며 회원들의 어마어마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고, 그 덕분에 깨알재미가 넘치는 〈오픈소모임 : 회원공간 집들이〉가 될 수 있었습니다. 과연 어떤 프로그램들로 꾸며졌는지 안 볼 수가 없겠죠? 아낌없이 주는 마음, 포틀럭1) 파티! 회원들이 오기 전 공간 구성을 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포틀럭 파티 음식을 둘 테이블은 이정도 크기면 되겠지?’ 하나 둘 도착한 회원들이 나눠 먹을 음식을 풀어놓기 시작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 저는 회원들의 마음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테이블을 가득 채운 치즈와 와인, 샌드위치, 떡볶이, 각종 튀김, 치킨, 피자, 빵, 애플파이, 치즈케이크, 호두파이, etc…….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던가요. ‘우리 동네에서 소문난 떡볶이’, ‘나눠 먹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등등의 이유로 양손에 보따리를 바리바리 챙겨온 회원들의 마음이 담긴 음식은 맛있고, 즐거운 파티의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1)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란 미국·유럽에서 보편화된 파티형태로서 초대받은 사람들이 한 두가지 종류의 식사, 요리를 갖고 와서 함께 즐기는 형태의 파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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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Vol. 226


사무실 안에 마련된 회원공간 모습

바자회 취소의 아쉬움을 딛고, 민우야시장! 민우회 회원들이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민우바자회. 올해는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열띤 활동을 펼쳐가기 위한 고민 끝에 아쉽게도 열리지 못했습니다. 활동가도, 회원들도, 민우바자회에서 보물을 발굴하고 싶었던 비회원마저 아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회원들이 내준 특급 아이디어가 바로 민우야시장이었습니다. 바자회와 다른 점은 회원들이 각자 물건의 판매자가 되어 직접 구매자와 만나는 것이었어요. 회원들이 직접 만든 컵과 엽서, 직접 짠 무지개 담요, 정성스레 포장한 페미니즘 잡지 등 물건을 통해 회원의 시간과 정성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습니다. 야시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평소 만날 기회가 없었던 회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야말로 민우야시장의 특별한 기억이었습니다. 회심의 메인 코너, 책 경매! 민우회에는 세 개의 독서 소모임이 있습니다. 〈너머〉, 〈순하리〉, 〈여:백〉이 그것인데요,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의 개성과 매력이 있는 이 소모임들이 모여 책 경매를 추진하자던 아이디어가 이 프로그램의 시작이었습니다. 책 경매라고 하니, 자본금이 여유로운 사람이 유리할 것 같다고요? 민우 책 경매는 조금 달랐습니다. 참여자가 한 명씩 앞에 나와 책을 선정한 이유를 말하면 그 책을 원하는 사람들이 손을 들고 책을 원하는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책의 원래 주인이 이유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한 명에게 책을 선물하는 방식이었거든요. 어쩌다보니 처음에는 ‘이 책을 원하는 이유’로 시작했던 것이 점점 ‘이 책이 나와 운명인 이유’로 변해가는 것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였습니다.

모람활짝. 오픈소모임 : 회원공간 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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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맥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회원 숨이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페미니즘 고전, 〈자기만의 방〉을 소개할 때였습니다. 소개가 끝난 뒤 책을 원하는 세 명의 사람이 손을 들어 차례로 그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자기 차례를 맞은 회원 은하수는 말을 하는 대신 사무실을 가로질러 어딘가로 모습을 감췄습니다. 다들 의아해하고 있던 와중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은하수의 어깨에는 못 보던 가방이 들려 있었습니다. ‘VIRGINIA WOOLF’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인 가방이 말이죠. 저자의 이름을 담은 가방을 맨 채 그 책이 자신의 운명임을 주장한 은하수, 지켜보던 모두가 빵 터짐과 동시에 새로운 책의 주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다정함과 재미가 가득했던 〈오픈소모임 : 회원공간 집들이〉,

태풍 때문에 한 번 연기되기까지 했던 이 행사가 마련되기까지 시간과 노력, 아이디어를 아까지 않았던 숨은 주역들이 있었는데요. 바로 회원 참여 기획단 다다다의 회원들입니다. 활동가들의 탄성을 터지게 만들 만큼(“귀여워~!”) 귀여움이 터지는 행사홍보 그림을 그려준 조, 집들이를 방문한 회원 한 명 한 명을 기록하고 이름표를 건네줬던 청오리, 섬세하고 센스 있는 진행으로 매끄러운 행사를 이끌어준 박집사와 안녕, 기획부터 참여까지 든든히 자리를 지켜주었던 라임과 일정상 참여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함께 준비한 미나까지. 민우회 활동 첫 해에 어디선가 들었던, ‘민우회의 활동은 회원들이 만들어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집들이를 마친 회원공간, 서로 만나고 관계를 맺어가고자 하는

민우회원들이 있는 한 공부방, 놀이터, 사랑방, 카페 등등 다양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함께여서 즐거운 그 날, 우리 다시 만나요.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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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Vol. 226


이진영 여는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모니터링팀 회원/ ‘가정에도 페미니즘을!’

그 어느 때 보다 지금, 미디어에 페미니즘을!

외치며 세 남자와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4월은 한미FTA가

뿐이었다. 지금처럼 방송 다시보기 서비스가 잘

타결되면서 미국의 거대 미디어 자본 역시 국내로

되어있지 않던 시기라, 모니터링을 하려면 방송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시기였다. 군소 프로그램

시간에 맞추어 일일이 비디오 녹화를 해야 하는

제작업체는 물론, CJ나 온미디어 계열의 대형

물리적인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디어 업체들도 밀려오는 거대 미디어자본과

방송 모니터를 하면서 나를 괴롭힌 것은 영혼에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그

스크래치가 날 것 같은 문제적 장면들을 자세히

결과가 프로그램의 내용과 질에도 고스란히

보고, 돌려보고, 대사를 받아 적기 위해 멈춰가며

반영되었는데, 국내 미디어 업체들은 경쟁에서

돌려 봐야 했던 순간들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앞 다투어 자극적이고 질 낮은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

성인지적 관점에서 자체제작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최초의 시도이기도 했다.

2007년부터 5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이 달의 나쁜 프로그램〉 선정 운동은

1년 2개월 동안 미디어운동본부는 자체제작

그리고 성차별적인 프로그램 제작자들로부터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이달의

시청자 사과를 받아 내거나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나쁜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운동을 진행했다.

직접적인 성과를 낳기도 했다. 〈무조건 기준, 그

미디어운동본부 모니터링팀 활동을 이어오던 나는

속이 알고 싶다〉는 결국 폐지되었고, 대한민국

이 운동에 참여했다. 당시 선정된 프로그램들은

1% 상류층의 문화를 보여주겠다며 여성의 알몸

포맷이나 기획의 문제뿐만 아니라 선정적인 내용,

위에 초밥을 올려놓고 먹는 장면을 방송했던

자극적인 영상, 특히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거나

ETN의 〈백만장자의 쇼핑백-네이키드 스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왜곡하는

편〉,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부분이 많았다.

유포한 남성을 오히려 동정의 대상으로 비추어

방송한 Comedy TV의 〈데미지〉는 시청자

나쁜 프로그램을 선정하기 위해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와서 회의가 열리는 날은

사과를 해야 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모니터링

서로 앞 다투어 모니터링한 프로그램의 문제에

결과를 발표하는데 그치지 않고 선정된 일부

대해 성토하기 바빴다. ‘남성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을 찾아가 간담회를 하고,

여성의 노출 기준’을 실험으로 규명하겠다는

동북여성민우회와 함께 동북지역에서 유료방송

미명하에 성희롱이 난무했던 프로그램, YTN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을 위한 거리 캠페인을

Star 〈무조건 기준, 그 속이 알고 싶다〉. 성폭력

벌이기도 했다.

피해자가 저항하며 발버둥 치는 상황을 자극적이고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묘사하며 여과 없이 내보냈던

〈한국여성민우회 31주년, 미디어운동본부

E-채널 〈블라인드 스토리 주홍 글씨〉 등등. 미디어

20주년 후원의 밤〉 행사에서 미디어운동본부

자본의 시청률 경쟁 앞에서 여성은 존중받아야 할

회원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지난 20년간

존재가 아니라, 성적으로 소비되는 몸으로 그려질

미디어운동본부의 활동들을 소개하는 순서가

지난 9월 11일 화요일 저녁

회원 이야기. 그 어느 때 보다 지금, 미디어에 페미니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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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 나에게도 〈이 달의 나쁜 프로그램〉 선정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새삼 모니터링을 하느라 시간을 투여하고 스트레스도 받았던 그 순간들이, 성차별적인 방송문화를 개선해가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생스러웠던 기억보다 뿌듯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이래서 또 그 모니터링 지옥으로 알아서 걸어 들어가겠구나 생각했다. 미투운동과 더불어 2018년 한국사회는 페미니즘으로 폭발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연예인이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으로 고통받는 상황이 앞다투어 보도되고,

〈백만장자의 쇼핑백-네이키드 스시 편〉(2008) 방송 화면

넘쳐나는 1인 미디어 시장 속에서 여성에 대한 비하와 혐오가 거침없이 재생산되기도 한다. 지난 20년간 미디어운동본부의 활동과 그 활동이 불러온 변화를 돌아본 그날 밤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었던 한편, 그 어느 때 보다 지금! 미디어 속의 더 많은 페미니즘을 위해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디어운동본부의 활동을 기대하게 되었다.

〈무조건 기준, 그 속이 알고 싶다〉(2007)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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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Vol. 226


FOR 유어 세이프 콘텐츠 :

낙타, 춘(이예진) 여는 민우회 회원/ (낙타)

페미니스트 잉여력 발산 코너

여성에게 국가가 없어서 민우회원이 되었습니다. (춘)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도

콘텐츠의 홍수라지만 여전히 목이 타는 페미니스트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합니다. 민우회에서는

짜잔! 이라고 말하기엔 지난 호 ‘문화산책’을 읽고 새가슴이 되었어요. 소식지를

나무를 깎고 있어요.

접하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실지 걱정이 한 가득이지만, 더 많은 페미니스트와 즐기고 싶은 마음에 낙타와 춘이 ‘티끌 모아 큰 티끌’ 콘텐츠를 소개하려 합니다.

이 콘텐츠 추천은 민우회 팟캐스트 〈거침없는 해장상담소〉의

‘해장 PICK!’을 동경한 민우회 소모임 〈딱따구리〉의 ‘딱따구리 PICK!’에서 시작됐습니다. 나무 깎는 페미들의 타는 목마름으로, 안전제일 콘텐츠! 함께 즐기면 우리가 메이저!

팟캐스트 1. 낙’s Pick

2. 춘’s Pick

3. 낙’s Pick

세 여성 패널이 말하는

누가 샐럽 맷을 키워줄거죠?

수많은 그리고 단 하나의

책 너머의 썰 〈책읽아웃〉

〈영혼의 노숙자〉

이야기 〈서늘한 마음썰〉

김하나 작가의 단정한 진행에

팟캐스트 〈독일 언니들〉

세 여성 패널이 마음에 대한

여태껏 남성판 교양 볼 때의

시절부터 차곡차곡 MC로서의

주제로 이야기 나눕니다. 각자

한숨이 싹 가셔요. 저자 인터뷰

내공을 쌓아 온 ‘셀럽 맷’이

캐릭터가 있어서 듣다 보면 한

‘측면 돌파’, 세 여성의 ‘삼천포

진행하는 코미디 팟캐스트.

패널에게 공감되어 끄덕이게

책방’은 혼자 작업하거나 이동할

여자도 누군가를 웃길 수 있는

돼요. 편안함과 은은한 유머에

때 듣기 좋습니다.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그녀가

반해 반복 청취하게 됩니다.

증명하고 있죠. Special Comments

Special Comments

김하나: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Special Comments

하트를 많이 받은 ‘51화 더

안 가질 수 없는 운명이라고

페미니즘 매거진 ‘헤이메이트’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인터뷰에서 말씀하신 바가

팀과 만들어 갈 네이버 오디오

싶다’, ‘59화 나를 하찮게 여기는

있어요” 이진송: “이게 어떤...

클립 〈시스터후드〉도 함께

나를 만나서’, ‘60화 꼬인 마음도

영웅 탄생설화처럼, ‘구라’를 친

주목해보아요!

풀어질까?’

건데…” - [37-1회 ‘계간홀로’ 편집장 이진송의 차녀 힙합 대방출] 에피소드 중

문화산책. FOR 유어 세이프 콘텐츠 : 페미니스트 잉여력 발산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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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1. 춘’s Pick

2. 낙’s Pick

3. 춘’s Pick

무사히 할머니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최애와 최애가 만났다!

될 수 있을까?

경쾌한 코미디

〈닷페이스X봄알람〉

〈생각 많은 둘째 언니〉

〈시트콤 협동조합〉 미디어 콘텐츠 채널 ‘닷페이스’와

생각 많은 둘째 언니(장혜영)는

극사실주의 온갖 이슈 총집합

페미니즘 출판사 ‘봄알람’이

발달장애인 동생 혜정과 함께

블랙 코미디. 기승전‘노조’

텀블벅 펀딩에 성공하며 낙태죄

‘불행을 연민하지 말고 불평등에

시트콤은 물론 달달한 퀴어까지!

폐지를 말하는 〈세탁소의

함께 분노하자’고 말합니다.

다음 에피소드 제작을 위해 구독,

여자들〉 프로젝트 첫발을

진솔하고 유려한 말솜씨로

좋아요를 누르고 널리 인간

내디뎠습니다. 9월 말부터 총

풀어내는 장애, 여성, 퀴어 등의

세상이 이롭도록 전파해보아요.

4편 5~10분가량의 영상이

소수자 인권 이야기. 함께 보고 들어요!

Special Comments “드라마에 노조가 나오면

Special Comments

Special Comments

가슴이 뛰겠니?”, “‘연대’라면

페미니즘 실용서 〈우리에겐

세바시 강연 〈당신에게 장애인

그… 연세대? 세브란스?”, “왜

언어가 필요하다〉의 이민경

친구가 없는 이유〉, 둘째

자꾸! 운동권이야?? 아니 나도

작가의 팬이라면!

언니의 책 〈어른이 되면〉과

그 촛불집회 다 나갔거든??”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도 함께

- 노조 시트콤 〈그 새끼를

영업합니다. 겨울에 영화관에서

죽였어야 했는데〉 대사 중

정식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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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차적으로 업로드되었어요.

함께가는 여성

Vol. 226


도서 1. 춘’s Pick

2. 춘’s Pick

니 연애 니나 재밌지!

우주의 먼지로 태어난 우리에게

〈계간홀로〉

〈혼자를 기르는 법〉

자칭 독립 출판계의 ‘투 머치 토커(Too

서울에서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사회

Much Talker)’ 이진송(a.k.a 짐송) 님의

초년생 여성의 서사에 블랙 유머를 얹은

비연애인구 전용 잡지. 한글 2010으로

1도 인쇄 만화책. 햄스터 ‘쥐윤발’과 함께

편집한 〈계간 홀로〉가 나오게 된

회색 톤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시다’의

과정을 담은 책 〈이것도 책인가요?〉와

이야기를 통찰력 있게 그려냅니다.

유머러스한 언어들로 쉽게 읽히는 에세이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도 함께

Special Comments

추천드려요.

책 두께에 겁먹지 마시고 일단 한 번 잡솨보세요.

Special Comments 디자이너라면 이 책의 디자인에 주의하십시오.

뮤지션 1. 낙’s Pick

2. 춘’s Pick

마이너 중의 메이저

나는 너의 용기야

〈이랑〉

〈키라라X슬릭〉

공연장에서 “못 살겠다! 박살내자!”를 외친

과거에 힙합을 즐겨듣다가 페미니즘을

싱어송라이터 + 작가 + 일러스트레이터

만난 후, 여성 혐오적인 가사에 불편함을

+ 독립영화감독. 상금이 없는

느끼고 저 멀리 떠나보냈죠. 하지만

대중음악상에서 트로피 경매 퍼포먼스로

우리에겐 슬릭… 슬릭이 있었다고요! /

많은 응원과 공격을 받았어요.

‘이쁘고 강한’ 전자음악가 키라라의 음악은 어쩐지 우울과 절망 위에서 신나게 춤을

Special Comments

추는 듯해요.

‘50만 원’ 언니 시상식 영상 →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이랑 편 → 노래 〈신의

Special Comments

놀이〉 순서로 접하면 이랑의 매력이 잘

장르가 다른 두 여성 아티스트를 굳이

느껴질 거예요.

하나로 합친 이유는… 제가 이 둘의 합동 공연을 봤기 때문입니다^^

문화산책. FOR 유어 세이프 콘텐츠 : 페미니스트 잉여력 발산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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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쟁이’의

네 번째 효도여행 후기

어쩌다 가게 되었나? 올해 7월, 민우회 팟캐스트 〈거침없는 해장상담소〉 효도여행 편에 게스트로 초대 받았다. 서로의 효도여행 경험을 나누었는데 내가 효도여행을 세 차례 다녀왔고, 모두 자유여행이었으며 심지어 나의 제안으로 성사되었었다는 말을 듣고 출연진들은 나에게 ‘효쟁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효녀’로 불릴 때마다 수치스러웠던 나는 그 이름이 썩 맘에 들었다.) 많은 썰을 풀어놓지 못해 아쉬웠던 팟캐스트 녹음 이후, 지난 추석에 유럽으로 또 효도여행을 다녀왔다. 이 글은 효쟁이의 네 번째 효도여행 후기이다.

이번에도 내가 먼저 제안했다. 명절마다 여성이 노동을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지긋지긋했던 나는 다년 간 ‘명절에 외식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 가족들도 많더라~’라며 엄빠1)에게 꾸준히 말을 건넸다.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한다는 반응이었다.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가족 모두가 즐겁게 명절을 보낼 수 있다’는 말은 명절마다 힘에 부쳐하는 엄마에게서 나온 소리였고, ‘오랜만에 다 같이 얼굴 보는 자린데 어떻게 쏙 빠지냐’는 말은 한 달에 한 번은 친척모임을 주최하는 아빠에게서 나온 소리였다. 이러한 반응을 예상 못했던바가 아니었던 나는 지치지 않고, 때로는 싸워가며 계속 말을 꺼냈다. 거기에 더해 평소 지인들에게 추천을 즐겨하는 성향인 탓에 작년에 홀로 유럽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부터는 엄빠 앞에서 수도 없이 유럽에 대해 감탄했다. 그래서 종합해보면 네 번째 효도여행은 달래(이가희)

여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올해 잘 살았다. 기억해두자.

내 안의 페미니스트와 ‘투 머치 토커’의 합작품이다. 왜 네 번씩이나? 세 번의 효도여행을 하는 동안 별별 일이 다 있었다. 같은 비행기를 두 번 놓쳐 엄빠를 데리고 외국 공항에서 밤을 새기도 하고, 새로 배정된 비행기에 자리가 없어 엄빠만 먼저 보내기도 하고, 현지 음식을 1도 못 먹는 엄마와 현지 음식을 좋아하는 아빠와 함께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두 번째 효도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그 후유증으로 엄빠와 세 달 정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효도여행이 힘들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전제하면

부모님은 내 말에 잘 따라주는 편이었고, 서로 감정 상하는 일이야 하루에도 몇 번씩 겪었지만 실수가 잦은 나에게 화를 낸 적도 없었다. 이러한 여행을 세 번 하고나자 나는 이제 효도여행에는 도가 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녹록한 효도여행이란 결코 있을 수가 없나보다. 네 번째 여행은? 명절이라 비행기표며 숙소며 자리도 없고 비싼 와중에 최소한의 예산 짜기, 치열했던 비행기 티케팅, 위치와 가격과 조식과 청결과 만족도를 고려한 숙소 예약하기, 여행후기 읽고 또 읽기, 교통편 검색 및 예약하기, 박물관 투어 예약하기, 이것들을 모두 고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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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Vol. 226


동선 짜기 등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홀로 진행해 나갔다. 부모님은 딱히 의견이 없었고, 그래서 관여하지 않았다. 나는 평일에는 거의 짬을 내지 못해 주말에 몰아서 여행을 준비했는데, 이리 정신없는 와중에 놓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 여행이 효도여행이라는 것! ‘명절날 가족을 데리고 튀는(?) 유럽여행’이라는 나의 성취에 취해 그 당연하게 예정된 고난의 길을 잊고 있었던 거다.

네 번째 여행을 하며 겪은 어려움이야 이루 말할 순 없지만,

활동가 다이어리의 지면의 한계 상 간략하게 적어보자면 엄마의 새로운 모습으로, 아빠의 평소의 모습으로 고통 받았다. 아빠는 여행을 와서도 집에서처럼 공동의 일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 했고, 다들 일할 때엔 자기가 하고 싶은 걸(사진 찍기, 사진 정리) 했으며, 그걸 마치면 홀로 편안히 잠들었다. 한편 집의 모든 일을 리드하던 효도여행 중인 효쟁이

엄마는 여행을 가자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친화력 갑’인 엄마는 간혹 언어를 뛰어넘는 소통을 시도하긴 했지만 나의 실무가 덜어지는 소통은 아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궁금한 것들을 외국인에게 물어보라며 팔꿈치로 찌르는 바람에 낯가림과 영어울렁증으로 나는 멀미가 날 것만 같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모두가 어떻게 ‘부모’와 ‘10일 동안 유럽’을

그것도 ‘자유여행’으로 하냐며 놀라워한 만큼, 딱 그만큼 놀라울 정도로 힘든 여행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또 효도여행을 갈 거냐고 묻는다면 바로 아니라는 답이 나오진 않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효쟁이여서인가 보다.(씁쓸) 나조차도 신기해서 여행의 좋았던 점을 한 번 뽑아봤는데 삶의 쉼표가 없는 엄마에게 꽤 긴 쉼표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것과 엄빠도 막상 닥치니 명절 해방을 즐거워했다는 것 그리고 엄빠 챙기고 일정 챙기느라 계속 핸드폰만 보고 다니던 나에게도 스위스는 정말 좋았다는 것 정도가 있겠다. 그런데 여행하는 동안 인내심이 바닥나고, 체력이 바닥나고, 다녀와서는 통장의 잔액이 바닥났다. 그래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월급날을 기다리고 있다.

1) ‘부모님’라는 말 대신 엄마, 아빠의 줄임말인 ‘엄빠’를 사용했다. 부모(

)의 병렬 순서를 바꾸고,

호칭에서 '님'을 사용하지 않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

활동가다이어리. ‘효쟁이’의 네 번째 효도여행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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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성평등지수, 차이? 차별!

‘100:64’

수준은 충격적이고 참담했다. 조사결과의 특징을

‘3시 STOP, 우리는 3시까지만 일한다’

요약해 보면 여성은 돌봄 등 전통적인 성역할과

‘한국 성 격차 지수 세계 118위’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주변부에 주로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고위직에 갈수록 여성의 숫자가 현저히

3.8여성대회에서 외쳤던 구호들에 대해

줄어든다.

좀 더 구체적인 질문들이 생겼다. 우리나라

전체 고양시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성 격차 지수(Gender Inequality Index)’

46.4%를 차지하지만 고양시 본청은 36.5%로

144개국 중 118위? 그렇다면 내가 살고 있는

전체에서 가장 여성이 적게 배치되어 있다. 본청

지역의 성평등 수준은 어느 정도 될까? 때마침

안에서도 여성의 주요 부서 배치 비율은 2017년

고양파주여성민우회에서 지역 성평등지수에 대한

통계에 따르면 34.5%이다. 반면 본청 여성가족국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우리 지부는 공무원과

내 아동청소년과와 위생정책과는 각각 71%이었다.

산하기관의 성별직급과 시에서 운영하는 위원회,

고양시 본청 부서장의 여성비율은 8.9%로 우리나라

학교운영위원회, 주민자치위원회, 그리고 아파트가

평균 12.6%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장급은

많은 지역 특성상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조직의

16명 중 단 1명에 불과했다. 고양시 12개의

성별과 대표성 조사, 그리고 당사자 인터뷰를

산하기관 중 여성기관장 또한 단 1명, 아동청소년

진행하였다. 조사와 인터뷰는 약 2개월 간

정신건강센터장이었다.

진행되었는데, 정보공개 청구 한 번으로 끝날

것이라 착각했지만 취합 과정은 쉽지 않았고, 좁은

152개의 위원회 중 여성위원 비율은 28.5%,

지역사회에서 행정기관 인터뷰어를 찾기도 쉽지

여성위원장은 고작 4명이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않아 애를 먹었다.

보육정책위원회처럼 주로 돌봄관련 심의기관은

시 산하위원회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여성비율이 60%가 넘었고, 15개의 위원회에는 ‘조그만 조직을 보더라도 다 여자들이 일해.

여성이 한 명도 없었는데 쌀직불제, 세입징수,

근데 대표는 남자야. 그건 너무 불합리한 거

공유재산심의 등 예산비중이 크거나 주요부서

아니야?’

위원회인 경우가 많았다. 주민자치위원회의 경우는 여성비율이 51.7%. 과반을 넘었으나 전체위원장

‘이사를 왔는데, 관리비가 의심스럽더라구요.

39명 중 여성위원장은 10명으로 25.6%이며, 아파트

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왜 더 나오는 것 같지?’

입주자대표회의 또한 여성비율이 39%로 최소기준을 넘겼지만 여성대표는 22.5%에 불과했다. 구성원과

‘여자로서 뭔가 위원장이 됐다는 것도 …

여성대표성 두 가지 비율 모두 30%를 넘는 조직은

이름은 남잖아. 되게 의미 없지는 않겠구나’

학교운영위원회로 전체의 3분의 2가 여성이었다. 위원장의 경우도 초등학교 70%, 중학교 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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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했던 사람들은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고등학교 56%로 여성 운영위원장이 훨씬 많았다.

문제의식, 비전과 명예 등의 이유로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이 마주해야 했던 조직의 성평등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함께가는 여성

Vol. 226

이번 조사는 여성의 역할이 살림, 돌봄으로


쏠(손홍만)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사무국장/

소개가 쑥스러워서

소개가 없는 사람…….

우리 지역 전반 주요정책 결정구조에서 계속

‘저 여시 같은 게, 화장하고 짠다(운다)’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결과였다. 승진시킬 여성이 없다는, 능력 있는 여성이 없어 어쩔

‘000동은 언젠가부터 극성맞고 힘들어!’

수 없이 남성이 대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그럴싸한 포장들이 얼마나 무색한지…. 채용부터 승진까지

자치조직부터 행정조직까지 내가 살고 있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차별의 고리는 이어지고 있었다.

지역사회가 온통 남성들의 경험과 입을 통해 정책이

여성들이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기회가

결정된다. 영역을 불문하고 여성의 역할이 살림과

주어지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 또한 적다는

돌봄의 주체 ‘어머니’였다가 때에 따라 ‘여자’로

것이다. 일할 만한 여성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소환되고 있었다. 지금의 남성독점구조와 문화 속에

인재가 클 만한 토대가 없거나 배제되는 것이었다.

더 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공공조직은 물론 자치조직에서도 더 많은 여성 대표가

‘얼마나 좋아, 젊은 막내야, 그것도 여자야!’

필요하다. 이번에 진행한 조사처럼 계속해서 여성 대표성과 관련한 모니터링을 하고, 정책적인 제언도

‘우리 키 크고 늘씬한 소장이 따라 주는 술 먹고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느리지만 인식을 바꾸고

오늘 회의에서 기분 나빴던 거 다 잊겠다’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믿는다.

2018년 8월 22일, 고양시 성평등지수, 차이? 차별! ‘여성대표성을 중심으로’ 토론회

아홉개의 시선. 고양시 성평등지수, 차이?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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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소식

➋ 광주여성민우회

〈예민해도 괜찮아〉 작가 이은의 변호사를 초청하여 예민한 감각으로

지금 여기의 페미니스트 모먼트 2018

포착한 한국사회의 차별과 혐오에

민우소풍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투운동과

7월 14일~15일(1박 2일) / 한마음자연학교

안희정 성폭력 사건 등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 봐야하는지를 회원들과 토론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활동하는 신입회원이 증가하여 회원 간 교류의 장을 마련하였다. 회원들이

➊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직접 준비한 ‘나의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모두를 위한 성평등’ 강의 및 파주시 성인지 여성정책찾기 워크숍 6월 15일~7월 13일 매주 금 /

그들의 자서전을 보는 것 같은 시간이 되었다. 저녁 시간에는 회원들이 직접

페미! 비디오스타 10월 16일~18일 오후2시, 오후7시 / 군포여성민우회 교육장

운영하는 부스, ‘민우노래방’ 등 웃음

〈오션스8〉, 〈히든 피겨스〉, 〈허스토리〉,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

파주성폭력상담소‘함께’ 교육장

〈쓰리빌보드〉, 〈결혼하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단어들이 갖고 있는 다른 이야기, 역사에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들과 만나기, 사회적 이슈에 여성의 목소리 얹어내기 등의 내용으로 4회 강의 후 파주시 성인지 정책 찾기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후 모아진 의견을 당선된 시장, 도의원, 시의원에게 전달하는

반복되는 학교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괜찮아〉 등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집담회

위한 영화를 본 후 이야기 나누는

8월 16일 오후 2시 / 광주광역시 교육청 최근 계속되는 광주시 ‘스쿨미투’에

➍ 서울남서여성민우회

응답하기 위해 청소년 및 성폭력 지원 단체들과 교육당국이 모여 대응방안과

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

예방책에 관한 논의를 나누었다.

낙태죄 폐지 서명전

퍼포먼스 시간을 가졌다. 민선 7기 성평등 정책 방향성 모색을 위한 토론회

제8회 고양여성영화제

시간을 가졌다.

7월 6일 / 해누리타운(양천구청 별관) 2층 로비 활동가 및 회원들과 양성평등기금

‘질문의 재구성’ 토크콘서트

10월 12일 오후 3시 / 광주광역시의회

7월 6일 / 롯데시네마 라페스타

광주지역 여성단체들이 모여 꾸려진

양성평등주간 행사에 참여해 낙태죄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정책위원회에서

폐지 서명전을 진행했다.

성평등 주간에 진행된 제8회

사업의 일환으로 양천구가 주최한

광주광역시 양성평등정책을

고양여성영화제에서는 #MeToo, #WithYou를 주제로 총 23편의 영화 상영과 토크콘서트가 진행되었다. 영화관람 후 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등 공동체 내 성폭력의 현실과 쟁점, 필요한 제도적 변화 등에

모니터링하였다. 이후 평가와 제언들을

‘다시 여는 성평등교육 - 학교에서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토론회를

페미니즘을’ 초등성평등연구회 집담회

진행하였다.

➌ 군포여성민우회

8월 6일 / 사람과사람 교육장 회원 및 활동가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초등성평등연구회 선생님 여덟

대한 열띤 토크가 진행되었다. 고양시 성평등지수, 차이? 차별! ‘여성대표성을 중심으로’ 토론회

‘너와 나의 연결고리’-한부모

분을 모시고 실제 학교 수업에 적용하고

가족관계증진 프로그램

있는 성평등 교안 사례를 듣는 시간을

7월~ 9월 / 군포여성민우회 교육장,

8월 22일 / 고양시의회 영상회의실

양평 솔펜션

고양시의 성평등 지수는 어느 정도

교육과 가족캠프를 통해 한부모와

될까?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우리

자녀들의 소통의 시간을 마련하고 쉼의

아파트, 학교 등 나의 삶에 직접적으로

시간을 가졌다.

가졌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가치 있는 후원, 민우회와 같이 GIVE데이! 10월 25일 / 항아리보쌈(양천구 신목로48)

영향을 미치는 주요결정에 여성의 참여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조사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는 토론회가

9월 17일 / 군포여성민우회 교육장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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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여성

‘with 여성’ 북콘서트

Vol. 226

서울남서여성민우회와 부설기관 아름드리지역아동센터의 재정 마련을 위한 밥상 후원행사를 열었다.


➎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릴레이 수다회

민우후원행사 ‘민우, 다시 만난 닭’ 8월 27일 / 도봉구 방학로 210 신동아타워 상가

10월 1일~31일 / 원주여성민우회 외 여성들의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상상하며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의

성평등 강사양성 교육-성평등한 학교가 성평등한 사회를 만든다. 10월 5일 / 진주여성민우회 교육장

창립 26주년을 맞이하여 후원밥집을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성평등 강사양성 교육 6강 중 1강

진행했다. 민우회원, 지역사회

수다를 통해 유대감과 친밀감을 만들며

‘성소수자와 우리사회(강사 한채윤)’이

구성원들과 올해의 여성주의 이슈를

여성들의 필요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진행되었다. 열린 강좌로 진행된 이번

돌아보고, 앞으로의 활동을 그려보면서

되었다.

강의에서는 성소수자가 핍박받게 된 역사와 현재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폭염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쿨한 연대의 시간을 보냈다.

➐ 인천여성민우회

현상에 대해 쉽고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다.

2018 도봉구 여성정책 간담회

독서소모임-지:비

10월 하순 / 도봉구청

6월 25일~ / 인천여성민우회

‘여성친화도시’로 재선정된 도봉구에

지난 4월 진행된 강좌 〈다시 만난 세계〉

안희정 무죄판결에 항의하는

지금 당장 필요한 성평등 정책을

참가자들과 다시 모여 매월 1-2회

피케팅액션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또한

정도 페미니즘 독서모임을 가지고

도시공간개선의 맥락에서 성산업

있다. 〈여성혐오, 그 후〉, 〈한국남성을

문제를 바라보는 구청의 행정에

분석한다〉, 〈나는 페미니스트인가〉등을

춘천의 여성단체들과 연대하여

문제제기하며 성매매 피해여성 관점의

읽으며 지역여성들과 교감하고 있다.

‘춘천미투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안희정

정책을 제안했다.

10월 30일 / 서울시동북권 NPO 지원센터 교육장

8월 20일 / 춘천지방법원 앞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피케팅 액션을 우리에겐 월경 액션이 필요해

2018 민우여성학교

➒ 춘천여성민우회

7월 7일~ / 인천아트플랫폼 만국시장 거리에서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둘러 앉아 월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법원 앞에서 펼쳤다. 한여름밤의 민우영화제 8월 21일 / 달팽이지역아동센터

회원 대상 여성주의 강좌프로그램,

면월경대를 같이 만드는 액션활동을

낙태죄 폐지 촉구 분위기 조성을 위해

민우여성학교가 이번엔 토크쇼

하였다.

영화 〈파도 위의 여성들〉 공동체 상영을

형식으로 진행됐다. ‘생생토크 인권감수성-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이란 주제로 청소년, 성소수자 당사자를 초청하여 지역사회에서

진행했다. 영화를 본 후 참여자들과 부평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 집담회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8월 10일 / 인천여성민우회

각자의 소수자성을 가지고/드러내고/

여성 폭력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여성의 이사하기, 쉼터

이야기 나누었다.

이용기, 쉐어하우스 찾기 등 인천 지역 안에서의 여성의 생활환경에 관한

➏ 원주여성민우회

집담회를 가졌다.

제7회 원주여성영화제

➑ 진주여성민우회

7월 4일~8일 / 옛 원주여고 진달래관 강원도를 대표하는 여성영화제로 다양한 페미특강, 씨네토크 등이 진행됐다. 영화제를 통해 일상

여성주의 학교-공공부문 여성대표성 확대 간담회 10월 4일 / 진주여성민우회 교육장

속 여성들의 삶을 자연스럽게

지방선거를 맞아 조사했던 지자체

들여다봄으로써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산하/위탁기관 남녀 고용현황을

자리가 되었다.

토대로 서은애 진주시의원 등 지역내의

지부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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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알림

2018년 5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집계한 명단입니다

한국여성민우회 결산보고서

신입회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사무처, 성폭력상담소,

강미나 강수경 강승빈 강아인 강영화 강유정 강지원 강지희 강지희 강진순

미디어운동본부 합산

강호연 강희원 고영표 고예린 고창희 고혜선 공보경 곽선정 곽한주 곽호선

(2018.1.1.—6.30.)

구종만 권가현 권다영 권유정 권혜정 권효은 김경내 김경미 김경민 김계순 김고은 김광래 김나연 김나정 김나희 김남영 김대건 김리아 김명하 김미란

Ⅰ. 수입내역 회비수입

금액(단위: 원) 198,062,696

후원금

75,882,325

사업수입

김미지 김민경 김민영 김민영 김민주 김민지 김민지 김석기 김세영 김소정 김소희 김솔희 김수민 김수연 김수연 김수영 김수영 김수현 김순호 김싱싱 김아현 김영은 김예리 김옥란 김용자 김우연 김유림 김유진 김윤경 김윤정 김은정 김은진 김은혜 김이정 김인경 김정옥 김정은 김정은 김정이 김지수

176,091,919

김지아 김지연 김지영 김지영 김지원 김지윤 김진선 김진아 김해온 김현수

기타수입

1,277,721

김현숙 김현지 김현지 김현진 김현희 김혜진 김호영 김희정 김희주 남경순

수입합계

451,314,661

Ⅱ. 지출내역 인건비

금액(단위: 원)

남다영 남성식 남인숙 남충진 노수진 노헬레나

도희정 두세르 류미진

류연옥 마지윤 명소희 문기현 문대경 문지선 문지은 박가윤 박경희 박그림 박미예 박미우 박민경 박산아 박상원 박선경 박선영 박선영 박소희 박수진

279,154,457

박신영 박신정 박아영 박영주 박예솔 박우미 박은정 박은지 박이슬 박지은

복리후생비

3,297,840

박진수 박하정 박해인 박효리 방소영 배윤아 배재영 배주연 배진숙 배한주

사무용품비

304,700

배현주 백지윤 복지혁 서보일 서여경 선경수 성노들 성옥연 성지현 성현림

사무행정잡비

3,095,620

손민정 손소원 손용혁 손우현 손점애 손현욱 송민아 송민지 송아람 송유진

사회보험금비

25,205,925

송정은 송지윤 송지향 송혜인 승정연 신경숙 신민경 신소은 신정수 신채현 신현암 신현화 신혜연 심가현 심경이 심성훈 심희연 안나경 안세희 안예진

소모품비

933,480

시설관리비

844,673

제세공과금

4,502,449

유도영 유승희 유은경 유은미 유은혜 유지선 유형하 윤경옥 윤미경 윤민화

지급수수료

3,710,404

윤비원 윤상석 윤상한 윤소희 윤태영 윤현종 윤혜린 윤혜원 윤화리 윤효근

지급이자

1,516,829

이기연 이다인 이다현 이동은 이명옥 이별님 이서희 이석민 선희

안준리 안진희 양다연 양선화 양지유 양혜진 염지은 오경은 오대양 오미라 오송이 오수진 오연화 오은비 오지연 오휘수 옥나래 우해영 원경묵 유경진

이세인

통신비

520,730

이소민 이소아 이수정 이수진 이수현 이순업 이승란 이승주 이승한 이어진

회의비

682,900

이연화 이예은 이유경 이윤진 이은상 이인실 이자연 이재양 이주석 이주희

조직활동비

12,893,970

정책사업비

36,429,901

이지은 이지혜 이지희 이진주 이찬우 이춘화 이하늘 이한솔 이현주 이혜랑 이혜령 이혜인 이혜정 이혜현 이호정 이환희 이희구 이희정 임미경 임민경 임선윤 임설아 임수진 임우성 임유은 임종식 임지은 임채린 임청빈 임해솔

정보홍보사업비

9,935,505

교육사업비

7,176,020

연대활동비

2,955,900

정은주 정은하 정인경 정종혁 정지혜 정진우 정해연 정혜진 정화성 조남은

재정사업비

1,790,300

조동숙 조상내 조성은 조수현 조영수 조윤진 조은샘 조은혜 조인성 조지선

394,951,603

주민성 주선옥 주현지 진미영 진유경 진현주 차경희 차효선 채유진 최경옥

지출합계 Ⅲ. 당기수지차

56,363,058

장서란 장성연 장솔

장우정 장은지 장정언 전예솔 전진철 전화영 정다원

정두순 정명진 정민성 정선아 정연일 정영미 정영재 정우진 정유아 정윤희

최계영 최미영 최연경 최은영 최이정 최종미 최지원 최지희 최한서 최한솔 최향숙 탁영주 탁주영 편지수 하은님 한선진 한수경 한수연 한윤선 한재현 허심양 허예원 허윤희 허정순 허초롱 홍근하 홍순영 홍순원 홍찬숙 홍희나 황다혜 황서연 황예지 황태령 황혜림 (주)제이스토리 (총 375명)

회비 인상으로 함께 해주신 회원님 감사합니다! 강유정 강태윤 권효경 김영신 김지윤 김치균 배성혜 서명숙 신지이 양선인 오성민 오혜진 위정미 유은

이본미 이상미 이슬기 이은숙 임미경 임보라

전은미 정새힘 정지철 조미숙 조민지 조봉규 조윤진 조은하 최혜진 홍주옥 (총 30명)

48

함께가는 여성

Vol. 226


차별없는 세상을 여는 #2540-3838 횃불이 타오르듯 뜨거웠던 2018년! 2018년 1월부터 7월까지 민우회 문자후원은 총 5,220통이었습니다. 문자후원으로 함께 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려는 움직임에 굴하지 맙시다 (**83님) 오늘 저의 분노가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78님) 내 사랑하는 친구들 지난한 시간을 버텨내고 지치지말자 (**09님) 여성에게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가능케하기 위해 싸워온 모든 여자들에게 감사하며 (**60님) Girls can do anything (**68님)

더 많은 문자후원 메세지는 민우회 홈페이지 > 참여 > 후원이야기 #2540-3838으로 응원의 한마디와 함께 문자를 보내주세요. 작지만 큰 의미, 3천원이 민우회로 전달됩니다.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26길 39 시민공간 나루 3층(03969) Tel 02.737.5763 Fax 02.736.5766 E-mail minwoo@womenlink.or.kr 미디어운동본부 02.734.1046 성폭력상담소 02.739.8858 일고민상담 02.706.5050 성폭력상담 02.335.1858 여성연예인인권상담 02.736.1366 고양파주여성민우회 031.907.1003 광주여성민우회 062.529.0383 군포여성민우회 031.396.0201 서울남서여성민우회 02.2643.1253 서울동북여성민우회 02.3492.7141 원주여성민우회 033.732.4116 인천여성민우회 032.525.2219 진주여성민우회 055.743.0410 춘천여성민우회 033.255.5557

2018년 9월 29일, 형법 제269조 낙태죄를 삭제하는 피켓 퍼포먼스. 시민 269명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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