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n Se Hwan ROH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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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러 간 자리에서 그는 우리의 ‘깊다면 깊고, 얕다면 얕은’ 관계를 닮은 전시를 내밀었다. 그 건 버튼의 전시가 늘 그러했듯 내가 그와 그의 작품을 ‘안다고 느끼는 순간_The moment that I feel that I know’을 철저히 배신하는 기획이었다. 반듯한 그의 작업이 벽에 여남은 개 걸려있고, 얌전히 자 리 보전하고 앉아 작품을 팔거나 설명하는 그 뻔하고 일반적인 전시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러나 결국 ‘어딘가 편집증적이지만 그렇다고 어수선하지는 않은’ 전시를 하게 되었고, 가만 돌아보니 그건 작가를, 그리고 나와 그의 관계를 쏙 빼 닮았다. 적어도 전시가 열리는 지점에선 깊이가 있고 없 고, 담론이 어느 지점에서 생기는지 따위의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작가가 자기 얘기를 할 수 있고, 내가 그 얘기를 받아 멋대로 말할 수 있는 전시가 되는 것. 깊지도 얕지도 않은 관계를 닮았다고 킥킥 대며 대화할 수 있는 것. 일년에 몇 번 대낮부터 마시며 수다 떠는 그런 날이, 전시가 되었다고 생각하 면 이 전시는 충분히 괜찮다.

대화가 좀 겉도는 것 같나? 그건 우리가 ‘깊다면 깊고, 얕다면 얕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 0.000007456 mile_Under the Sea (Ceruleaan Blue) archival pigment prizznt 52x5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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