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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4, 2010

VANCOUVER LIFE WEEKLY

라이프 11일은 다섯번째 맞는 ‘입양의 날’이다. 지난해 국내와 국외에 입양된 우리 아동은 2439명으로 2001년 이후 9년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입양의 날을 제정한 의미가 무색한 실정이다. 특히 국내 장애아 입양은 3%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수준이 낮다. 장애아를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국내 장애아동 입 양 실태를 점검해 보고, 실제 입양 사례와 전문가 대책을 들어본다.

뇌성마

비 1급

장애아

입양

김진미

“분신으로 산 1 0년… 영운이는 내 인생 최고 선물” 포대기로 업고 다녔어요. 3학년 때 처음으로 혼자 기저귀 없이 화장실에 간 날은 가족들이 다 소리 지르면서 환호했어요. 그날이 지금까지 가장 기 뻤던 날인 것 같아요.”라며 미소지었다. 그는 “일 반애들이 한 가지 배워가고 깨우치는 것과 장애 아가 하는 것과는 천지차이예요. 걷는 것, 말하는 것, 화장실 가는 것, 다 눈물나죠. 못할 줄 알았는 데, 안될 줄 알았는데 하니까.”라며 옛 생각에 눈 시울을 붉혔다. ‘복덩어리’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하는 가족들의 사랑 덕에 오군은 날로 상태가 좋아졌다. 잇단 고 관절 수술과 재활치료 때문에 아직도 오전엔 학교 에 갔다가 오후 2시부터 5시반까지 병원에 있지 만 지금은 절뚝거리면서도 잘 걷고, 어눌한 말투 로 의사표현도 분명하게 한다. 10일 만난 오군의 모습도 걷거나 말하는 것만 약간 불편할 뿐 큰 문 제가 없어 보였다. 미용사 출신의 엄마가 직접 다 듬어준 바람머리와 이제 여드름이 갓 생기기 시작 한 하얀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오군의 이런 상태 “ 6살까지 업고 다녀… 가족사랑 덕에 호전” 는 의사들도 놀랄 정도다. 보통 오군처럼 편마비 를 동반한 뇌성마비 1급은 나이가 들수록 인지·운 김씨는 “영운이 분신으로 10여년을 살았던 것 동능력이 떨어지는데 오군은 갈수록 상태가 호전 같아요. 걸음을 못 걸어서 여섯 살이 될 때까지도 되기 때문. 김씨는 “저한테 의존하게 될까봐 혼 “위탁가정 봉사를 하면서 이틀 동안 영운이를 맡았다가 복지시설로 돌려보냈는데 밤새 울고 저 만 찾더래요. 그래서 다시 집으로 데려오게 됐고 그때부터 아예 우리 가족이 됐죠.” 입양의 날을 하루 앞둔 10일 경기 광주에 있 는 재활병원에서 장애 입양아 오영운(12)군과 어 머니 김진미(52)씨를 만났다. 오군은 2000년 4월, 16개월이 되던 때 처음 김씨 집에 왔다. 움직이지 도, 머리를 가누지도 못하는 뇌성마비 1급 장애 아동이었다. 짝짝이인 귀에 뒤통수가 움푹 파이 고 머리도 또래 아기들보다 2배가량 컸지만 김씨 와 가족들에겐 방긋 웃는 그 모습이 천사처럼 예 쁘기만 했다. 김씨만 찾으며 보채는 오군을 집에 서 계속 위탁 받아 기르던 김씨네 가족은 2002년 12월 정식으로 입양신청을 밟았다. 이미 장성한 아이들과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24시간 눈에 밟히는 오군을 아예 호적에 올려 진짜 ‘막내 아들’로 삼은 것이다.

이 상태까지 온 거예요.”라고 말했다.

건강하기만 바랐는데… 이젠 공부도 욕심나요

김진미씨가 경기 광주 삼육재활병원 뜰에서 8년 전 에 입양한 영운이를 업고 즐겁게 대화하고 있다 .

자 걸으라고 계단에서 떼놓고 올라오게 했어요. 그랬더니 아들이 앉아서 다리를 포갠 뒤 계단을 올라오더라고요. 왈칵 눈물나서 끌어안고 그랬죠. 엄마 없이도 혼자 살 수 있게 하려고 이러는 거 라고 하면서 붙잡고 한참을 울었죠. 그렇게 지금

5학년인 오군은 경기 광주 초월초등학교에 다 닌다. ‘공부를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주위의 우 려와 달리 공부도 제법 한다. 김씨는 “건강하게 자라기만 바랐는데 이제 공부도 욕심내 보려고 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장애아 입양에 있 어서 가장 힘든 점으로 부족한 정부 지원과 부정 적인 사회 인식을 꼽았다. “장애아들은 어릴 때 치료가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장애아를 위해 마련 돼 있는 집중적인 치료 프로그램이 거의 없어요. 게다가 의료비 등 지원금도 턱없이 모자란 실정 이고요.”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난 8일 오군이 어버이날 선물로 준 종 이 카네이션을 꺼내 보이며 자랑했다. “우리 아들 이 만들어 준 거예요. 사춘기가 왔는지 이제 ‘아 가’라고 부르면 싫어하고 ‘아들’이라고 불러달라 고 할 정도로 컸어요.”라면서 “이렇게 잘 커줘서 너무 고맙고 대견해요. 영운이를 만난 게 저나 가 족들 모두 인생 최대의 축복이자 최고의 선물이 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장애아 입양 현황과 대책 해외입양 , 국내의 2 5배… 양육·의료비 지원 절실 ‘201명 VS 5095명’. 지난 9년간 국내와 국외로 각각 입양된 장애아동 숫자다. 보건복지부에 따 르면 2001~2009년 국내에 입양된 장애 아동은 201명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가정에 입양된 장애아는 5095명으로 무려 25배의 차이를 보였다. 부족한 정부 지원책과 부정적인 사회 인 식 때문이다. 실제 국내 입양가정은 양육보조금으 로 월 55만여원(중증 57만원, 경증 55만 1000원)과 연간 252만원의 의료비를 받지만 양육비와 병원비

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언어·놀이·정신 과 치료 등과 같은 전문적 치료는 비급여로 처리돼 지원받지 못한다. 그러나 정부는 선진국의 해외 입 양 시스템 체계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 을 만큼 장애아 입양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 를 취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입양 관련 문턱을 낮추거나 정 부가 직접 나서 입양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영 국의 경우엔 정부와 민간 단체, 입양 부모가 ‘삼위

일체’를 이뤄 지원책을 만드는 등 입양을 독려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민경태 홀트아동복지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불임 가정이 대를 잇겠다는 생각으로 입양을 하고 이를 주변에서 알까 쉬쉬하며 숨기는 경향이 강하 다. 전반적으로 입양에 대한 인식이나 지원시스템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면서 “(장애 입양아에 대한)재활치료가 어렵고 지원이 부족한 것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또 장애아동은 대개

복합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여러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데 치료센터가 각각 떨어져 있어 거 리나 시간 제약이 많다. 선혜경 대한사회복지회 국외입양부장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과 같은 경우 입양 전 단계에서의 심리치료가 수반돼야 하는 등 체계 적인 장애아 전문 진료 시스템과 정부 차원의 지 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 안석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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