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közelrő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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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i irodalom – 한국 문학 그림이 첨부되어 있다. 김중혁은 손수 그린 카세트 테이프 일러스트에 손 글씨로 글을 적어 놓았다. 이 글은 문학과 음악 사이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어 우리를 특별한 발견으로의 여행에 초대한다. 이 소설집은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녹음 테이프입니다. 테이프 속에는 모두 여덟 곡의 노래가 녹음되어 있습니다. 저에겐 특별한 노래들입니다. 오래전 친구의 생일선물로 만들던 녹음 테이프가 기억납니다. 나만의 특별한 노래들을 모아 만들었던 녹음 테이프도 생각납니다. LP나 CD를 재생시킨 후 카세트 데크의 빨간색 녹음버튼을 누르면 ’실시간’으로 소리를 이동시킬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소리를 붙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소리란, 그리고 음악이란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요? 사라진 소리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이 녹음테이프 속에는 제가 2년동안 세상 여러 곳에서 붙잡아 둔 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저의 취향과 마음과 선택이 담겨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카세트데크에 있는 파란색 플레이버튼을 눌러 제가 녹음한 소리를 들어봐 주십시오. 김중혁 카세트 테이프의 첫 곡으로 수록된 „자동피아노”라는 단편소설은 밝은 미래 앞에 서있는 피아니스트가 베일에 쌓인 한 이탈리아 피아니스트를 알게 되면서 음악과 놀이의 개념들을 완전히 재정의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있다. 이탈리아 피아니스트의 이름은 악명높은 마피아를 연상시킨다. 그는 매우 신비로운 인물로 묘사되는데, 언론에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 적도 없고, 단독연주회 한번 가진 적이 없다. 그 이유는 그가 출연한 다큐멘터리에 나온 인터뷰와 주인공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저는 지난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콘서트홀에 가지 않았습니다. 무수히 많은 초대를 받았지만 단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 나는 노트북을 가까이 끌어당겼던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궁금했다. „음악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되는 것입니다. 어디에나 음악이 있습니다. 그 음악들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로 사라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지금 이곳 어딘가에도 음악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아니스트는 음을 만들어내서는 안 됩니다. 이 세상에 있는 음을 자신의 몸으로 소멸시키는 것이 피아니스트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저는 멀고 아스라한 소리들이 좋습니다. 콘서트홀에 가지 않는 이유는, 모든 소리들이 너무 가깝게 들리고 음악을 만들어내려는 피아니스트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자동피아노> 중 이 단편소설은 두 피아니스트 사이의 친밀한 우정의 형성과정을 그리는 동시에, 세대 간의 대화를 통한 매우 긴밀한 순간들을 통찰력 있게 표현해 나간다. 우연한 계기로 형성된 사제관계의 진짜 „가르침”은 글을 읽어 나갈수록 우리 눈앞에 더 가까이 다가온다. 깊이 잠들어 있을 때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연주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들을 수 있겠어요?” 나는 잠결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친한 친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멀리서, 정말 먼 곳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집이 얼마나 넓은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를 잡아내기 위해 애쓰다보니 어느새 잠은 달아났고, 나는 귀를 전화기에 바싹 붙이고 그의 연주를 듣고 있었다. (중략) 30분 정도의 연주가 끝났을 때 나는 진심으로 박수를 쳤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수화기를 목과 어깨 사이에 끼고 박수를 쳤다. 내가 누운 채 박수를 치는지 기립박수를 치는지 그는 알지 못하겠지만 나는 박수에 존경의 마음을 담았다. <자동피아노> 중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한 „악기들의 도서관” 이라는 작품은 교통사고 후 삶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로, 그는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며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된다. 주변에서 가장 싼 와인을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한 악기 점 앞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다음날 흥분되는 마음으로 여자친구에게 손도 대지 않은 사고합의금과 퇴직금으로 좋은 바이올린을 선물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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