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적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한국 미술
2025-2026한국미술전시<유동하는지속성:현대적시선으로다시바라보는한국 미술>은전근대부터현대에이르는한국미술의서사를한국고유의여섯가지미술 양식과재료들을서로연결함으로써재조명합니다.이에는조선시대백자와분청사 기그리고고려청자로부터기인한도예작품들과한지와비단,그리고목재를사용한 작품들이있습니다.본전시의목적은20세기전후의한국미술사를풍부한문화유 산과영향,그리고그에대한현대적해석들로다양하게이루어진역사로새롭게조 망하는데있습니다.
허완구·영자전시관에서는전통의시기부터현대시점까지다양한형태로제작된한 국 도예 작품들에 주목합니다. 한국의 도자기는 일상 기물로서 제작되기 시작하 여,고려청자의 은은한 비색부터 분청사기의 독특한 미감과 조선백자의 단아함까 지시대에 따라 다른 미감을 반영하여 발전해 왔습니다. 현대의 작가들은 이러한 재료를단순히과거의것으로다루지않고,동시대적인감각으로새롭게탐구합니다. 이러한예술적표현의재료로서도자의사용은한국미술에서지속적으로찾아볼수 있으며,앞으로의예술적표현방식에도새로운가능성을제시합니다.
진주갤러리에서는한지와목재,그리고비단으로창작된전시품들을선보이며,조선 시대병풍,의복,가구등의문화재들부터현대의회화,서예,그리고혼합매체작업 까지다양한범위의작품들이전시됩니다.각부문에서는재료가미적이고문화적인 맥락에서다양하게활용된점에주목하는데,이에는조선시대에이루어진재료의생 산,유통,공예미술및용도의역사적배경부터현시대의미적인변형과적용의예시 들까지포함됩니다.19세기말-20세기초의시기가한국에서전통과근대화의중요 한전환점이됨에따라,전근대작품들은역사·문화적맥락의엄격한조사를선보이 는한편,현대작품들은한국과근현대문화에모두영향을받은각작가의개인적인 작업과철학에대한통찰을제공합니다. 결과적으로 <유동하는 지속성> 전시는 새로운 관점으로 한국미술을 재해석하는 데,이는
주제안에서전근대와현대미 술의미적·관념적인담론의장을마련해주는것입니다.본전시는2023-2025동아 시아미술큐레이터펠로우정수진과2024-2025JSMA/한국국제교류재단글로벌 챌린저박물관인턴황수현에의해공동기획되었습니다.
Fluid Continuity highlights the narrative of pre-modern to present-day Korean art by interrelating six time-honored traditional art practices and mediums: celadon ceramics of the Goryeo dynasty (918-1392), buncheong ceramics and white porcelains of the Joseon dynasty (1392-1910), and works created using Korean paper, silk, and wood. The aim of this exhibition is to reenvision Korean art history since the turn of the 20th century (which is often addressed in a linear fashion with a series of divided timeframes) as a continuous multifaceted story comprised of rich cultural heritages and influences and their modern interpretations.
The Wan Koo and Young Ja Huh Wing Gallery presents an exploration of Korean ceramics created in various forms by traditional craftsmen and modern artists. Beginning as early, unglazed utilitarian objects, Korean ceramics evolved over time into the ethereal bluishgreen celadon vessels of the Goryeo dynasty and later into rustic buncheong wares and refined white porcelains of the Joseon dynasty. Contemporary artists still engage with these hallowed ceramic traditions, reinterpreting them through a modern lens. The continuous use of clay in Korea reflects its versatility and endless possibilities for artistic expression.
The Jin Joo Gallery features a diverse constellation of objects made of Korean paper, wood, and silk, including Joseon-dynasty folding screens, costumes, and furniture, as well as contemporary paintings, calligraphy, and mixed media works. Each section presents the given material’s artistic and cultural significance, ranging from its production, distribution, crafts, and uses during the late Joseon to its current aesthetic adaptation and transformation. As the late 19th-early 20th century marked a significant transition between tradition and modernization in Korea, the earlier works offer a rigorous survey of historical and cultural context, whereas the contemporary ones provide insight into each artist’s individual practice and philosophy inspired by Korean and modern cultures.
Fluid Continuity reinterprets Korean art with fresh perspective, creating the aesthetic and conceptual dialogue between premodern and contemporary art within a continuous lineage. The exhibition was curated by Soojin Jeong, the JSMA’s 2023-2025 Post-Graduate Curatorial Fellow in East Asian Art, as well as Suhyun Hwang, 2024-2025 JSMA/Korea Foundation Global Challengers Museum Intern.
청자는주로아시아에서생산했던자기로,철분이조금섞인점토위에장석질의유약 을입혀����-����℃정도에서환원염으로구운것을일컫는다.청자는기원천�천 년경중국에서우연히자연유가입혀진조각에서부터유래되었으며,시간이지나며 다양한색의범위와예술적인효과를나타내기위해서유약을조절하며바르는것이 가능해졌다.한국에서는이러한기술을받아들여한국만의청자를발전시켰으며,고 려시대에그절정을이루어ʻ비색(翡色)’으로불리는청자의아름다운푸른색을구현 해내었다.
한국의청자는�세기부터본격적으로전라도강진과부안에위치한가마에서생산되 었으며,��-��세기에전성기를맞이하였다.청자는주로고급다기,식기와용기뿐 만아니라전(塼)으로도만들어졌으며음각이나양각등의기법으로장식되었다.한
국의청자장식기법중가장유명한것은ʻ상감’이라고불리는독특한기법이다.고려
청자의오묘하고신비로운빛깔은중국의전문가들도극찬할정도로뛰어났다.
��세기초반에는고려청자의유적이나가마터를발굴하면서다시한번청자에대한
관심이증가하였고,한국미술의수집가들의애호와맞물리며고려청자의인기가다 시한번높아졌다.이는전통고려청자의색채를재현하고자하는시도로이어졌으 며,특히나ʻ비색’을재현하기위해철분의함량을조절하는실험을하거나전통가마 를재현하려는시도가있었다.
1960-70년대에는한국의전통문화복원정책에따라청자의제작이활성화되었으며, 현대에는청자를현대적으로재해석한작품이많이만들어지고있다.이들은전통적 인형태에서벗어나,자신만의스타일대로청자를예술작품의소재로서발전시켰다. 이번 섹션에서는 고려시대의청자음각연화문발,청자상감국화문마상배부터,20 세기의 청자완, 그리고 현대 작품인 신상호 작가의 "학무늬세장병"과 유 혜자 작가의"SittingbytheLakeside"를만나볼수있다.
(靑磁陰刻蓮花文鉢)
구연에넓은전이달린속이깊은발로,내저면에는넓은원과연화문이음각으로새겨져있 다.동체의외면은일정간격을두고여섯곳에세로로선이새겨져구획을나누고있다.높 은굽은바깥쪽으로살짝벌어져있으며번조과정에서생긴균열이있다.형태와장식적인 특징에따르면,이발은뚜껑과함께제작되었던세트였을가능성이높다. 청자
청자음각연화문발(靑磁陰刻蓮花文鉢) 고려,12세기.회색토에음각후청자유약.
Dr.DonE.·CarolSteichenDumond기증,1999:2.2
(靑磁象嵌菊花文馬上盃)
청자상감국화문마상배(靑磁象嵌菊花文馬上盃) 고려,12세기 상감청자;회색토에흑백상감후청자유약.Sturdy컬렉션으로부터이전,1993:4
독특한유형의고려시대잔으로,저부가뾰족하여바닥에똑바로내려놓을수없도록제작 되었다.이는연회나전장에서술을다마신후잔을뒤집어자신들이술잔을비운것을보 여줄수있도록위한목적으로추정된다.이잔은세련된상감기법을사용하여,구연부에 백토로뇌문을장식하였고,외면의동체면에는국화문을,저부에는연판문을장식하였다. 이러한유형의잔들은주로전라북도부안의유천리가마에서제작되었으며,13세기에많 이제작되다가이후점차사라지게되었다.
청자완(靑磁椀).조선·일제강점기,20세기초반 청자.
RichardPaulin유산기증,2020:34.14-15
20세기초반에제작된완으로,외면동체부에날카로운도구를사용하여음각한짧은 선문이시문되어있다.이시기에는일본인고고학자와미술사학자들에의해한국유물 의발굴과조사가진행되기도하고,일본인미술품수집가들의영향을받아고려시대청 자의애호가심화되었다.따라서고려청자의비색을재현하기위해철분의함량을조정 하는등의기술적인실험과연구가진행되었다.이러한노력들은20세기후반한국도 자의발전에중요한기반이되었다.
신상호(b.1947).학무늬세장병(細長甁),1973년경.상감청자;회색토에백토상감후청자유약.
신치식·조해순을기리며JohnGregor·조경숙(Mrs.KyungsookChoGregor)기증,2021:6.1
볼륨감있는동체와좁은구연부를가진이청자병은신상호의초기작품이다.신상호는 한국현대도예가이자,서울홍익대학교미술대학의학장을지내기도하였다.상감기법을 사용하여학모티프를그려넣고유약을바른이작품은작가의예술적인접근을잘보여주 는예시이다.신상호는현대적인미감을통해전통한국도자기의기법을재해석하고자하 였다.한번만든작품은다시만들지않는다는그의철학에따라,그는끊임없이새로운예 술적실험을추구한다.그의작품은전통한국도자기술과현대의공예적감각을융합하 여현대의시선으로과거를보여준다.이청자병은13세기상감청자에서영감을받았지 만,회화로부터받은영향도포함하였다.고려시대에는청자들이국화나학등의문양과 함께유려한곡선이강조된형태였지만,이작품에서는비색의표면이창공을나타내고, 그위를날아오르는학이표현되었다.
유혜자(b.1945) SittingbytheLakeside,2000.회색토에음각후청자유약.
작가기증(국제예술가협회,한국국제교류재단,E.로즈&리오나B.카펜터재단의지원),2010:1.1
유혜자의작품은자연에서많은영감을얻어제작되었다.그녀의작품에는자연의모티프 와패턴이포함되어있다.유혜자의작품은연꽃,연잎,물고기등전통문양을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독특한회화적표현을보여주어,전통적인한국도예의미를현대적인감각으 로재해석한다."SittingbytheLakeside"에는청자로제작한기물에양각과음각으로 물가의모습을다양한모티프를사용하여표현하였다.전통적으로한국도자에서많이사 용되었던연꽃의모티프를현대적으로재해석하여자신의감정과내면을표현하였다.이 처럼그녀는도예작품에회화적인요소를접목시켜독특한스타일을발전시켰다.그녀의 작품은일상에서사용될수있는형태를지니면서도,회화적인표현으로확장하는데에중 점을두며예술적인가치를지니고있다.이처럼그녀의작품은전통의깊이를유지하면 서도현대적인미감을제공한다.
분청사기는15세기조선시대무렵에발전한한국고유의도자기이다.회색의태토위에 정선된백토를사용하여다양한기법으로표면을분장한뒤에유약을씌워환원염에서구
운도자기이다.분청사기의태토는청자의그것과비슷하지만조금더어두운색을띄고 있다.
ʻ분청사기’용어는1930년대한국의미술사학자고유섭이고안한단어로,“분장회청사기 (粉粧灰靑沙器)”의줄임말이다.이는“분(粉)으로장식한회청사기”라는뜻이다.분청 사기의특징은백토의분장(粉粧)기법에있으며,다양한방식의분장기법이있다.대표적 인것이인화기법으로,도장을이용해서반복적인문양을찍어낸뒤,백토로그부분을메 우는것이다.이외에도음각기법이나박지기법(백토를바른그릇의표면에무늬이외의 배경을긁어내는기법),철화(鐵畵)기법,귀얄기법,덤벙기법등이있다.
분청사기는고려말청자로부터영향을받아발전하여,15-16세기동안활발하게제작되 었다.생산되는가마터의지역과사용처및수요처가특정되었던청자와는달리,분청사 기는한반도전역에서모든사회계층에의해소비되었으며,왕실의례용기물부터일상 의생활용품까지다양한용도로사용되었다.분청사기의기형은주로풍만하고,안정감 있는실용적인기형들이많다.비록16세기임진왜란이후생산이중단되었지만,분청사 기는이후일본의도자기생산에도영향을미치게된다.
오늘날에는분청사기만의대담하면서도투박한미감을이어받아,현대도예가들도분청 사기를활용하여작품을만들고있다.그들은분청사기의전통제작기법을활용하여현대
적인미감을더해현대적인분청사기작품을제작하고있다.이번섹션에서는조선시대의 분청사기당초문병과분청사기인화문발,그리고전통분청사기제작기법을활용하여 현대적인미감을더한유병호의"꽃무늬가장식된원형대접"과최성재의"새벽"작품을 만나볼수있다.
(粉靑沙器唐草文甁)
분청사기당초문병(粉靑沙器唐草文甁)조선,15-16세기.분청사기;회색토에철화및백토분장후청자유약. JohnGregor·조경숙(Mrs.KyungsookChoGregor)기증,2017:49.15
구연부가외반하였고,좁은경부에서동체부까지하부로점점넓어져굽으로이어지는형 태의병이다.경부부터동체부까지넓은붓을이용하여백토를빠르게붓칠하여표면을장 식하는기법인귀얄백토분장을하였다.이때붓의결이그대로남아백토가불규칙하게 발리면서거친질감이표현되는것이특징이다.백토분장위에는철안료로가로선을두 르고당초무늬를그려넣었다.이병은분청사기의조형적,장식적인특징을잘보여줄수 있는기물이다.
분청사기 인화문 발
(粉靑沙器印花文鉢)
분청사기인화문발(粉靑沙器印花文鉢)조선,15세기전반경 분청사기;회색토에백토로인화상감장식후청자유약.FarwestSteel한국미술기금구입,2015:32.1
이분청사기인화문발은 동체부에서 구연부에 이르는 곡선이 완만하게 안쪽을 향하고 있다.회색의기면위에인화기법으로백토를감입하여장식하였고,그위에녹색의유약 을두껍게시유하였다.동체부의외면은반복적인문양을도장으로표면에찍어내는인화 기법으로 장식하였으며, 외면의 저부는 연판문(연꽃잎무늬)과 띠문양을 둘러 장식하였 다.인화기법으로장식된부분은유약을시유하기전에백토를감입하여기면의어두운색 과대비를이루었다.이장식기법은고려시대청자의상감기법으로부터발전된것으로,분 청사기만의투박하고소박한양식으로변화하였다.이인화문발은분청사기의전형적인 유형이며,세심한표면장식을통해뛰어난장인정신을보여주는동시에소박함을포용하 는한국의미감을잘보여주는예시이다.
꽃무늬가
청림유병호(b.1947).꽃무늬가장식된원형대접,20-21세기경. 인화분청사기;회색토에인화상감장식후청자유약.조정현기증(유병호헌정),2017:15.2
유병호는미국과일본등지에서한국의전통문화를널리알리며활발한활동을하고있는 작가이다.그는순수한전통기법을사용하여도자기를만들어내며,한국인의정서를반 영하고자노력한다.유병호는주로빗살무늬,인화문,철화문,귀얄문등한국의전통적인 도자장식기법을사용한다.이러한전통적인요소와현대적인미감의조화를이루면서, 자신만의독특한도자예술의세계를만들어낸다.그의표면장식문양은특히나정교하 고복잡하여섬세한장인정신을보여주기도한다.이작품에서유병호는내면과외면에 분청사기의인화기법을섬세하게사용하여정교한장식효과를더하였다.그는 자연의 질감과색감을최대한지키고자하여,자연의색감을사용하는것을선호하였다.이러한 자신만의접근방식을현대적인감각과접목하여,유병호는한국도예의영역을끊임없이 확장해나가고있다.
최성재는도예가이자교수로,기물과도화(陶畵)의조화를추구한다.그는분청사기에
백토를분장한후손가락이나나뭇가지같은도구를사용하여백토분장을긁어내어 회화적인이미지를만들어내며,유약을바르기전태토의회색과백토의흰색간의대 비를활용한다.그의회화적인이미지는주로단순하지만,그들의구성은추상적인느 낌을준다.최성재의표현성은분청사기의투박한미감을현대적인맥락에서재해석하 는그의가능성을보여주는것이다.
최성재(b.1962) 새벽,2001.분청사기;회색토에백토로귀얄장식후청자유약.
작가기증(국제예술가협회,한국국제교류재단,E.로즈&리오나B.카펜터재단의지원),2010:1.3
백자는고령토와장석이일부포함된백토로모양을만든뒤에무색투명의유약을시 유하여����-����℃에서환원염으로구워낸자기로,기원후�세기경무렵부터중국 에서유래하였다.한국에서백자는주로조선시대를대표하는도자기로널리알려져있 다.백자는조선시대왕실과사대부층을중심으로발전하기시작하면서식기류와문방 구류등다양한용도로사용되었다.조선시대백자는기형의아름다움과단정함,그리 고최소한으로사용한색채에그특징이있다.
조선초기에왕실은백자를선호하며이를왕실및관청의공식도자기로지정하였다. 특히수도서울과근접한경기도광주에위치한분원(分院)에서고급백자가생산되어 왕실과양반층의의례용기물,공예품,제기등으로사용되었다.그러나16세기말,임 진왜란으로인해나라가황폐화되며조선의도자기
그럼에도불구하고17-18세기부터백자가다양화되기시작하였으며왕실이나관청뿐 만아니라민간에도제기로백자가사용되기시작하였다.또한연적과필통등각종문 방구류를백자로제작하여널리사용하였다.뿐만아니라청화백자와철화백자와같이 문양이가미된형태도유행하며백자의예술적인표현이더욱다양해졌다.
현대에들어서며,백자는전통공예를넘어현대도예와미술의영역에서새롭게조명 되었다.한국의도예가들은전통기법을현대적으로해석하며예술작품으로서백자를 제작하고있으며,해외에서도한국백자의미학이주목받고있다.이번섹션에서는조 선시대부터21세기까지백자의활용과변화를살펴보고자한다.조선시대의백자호, 백자청화병,백자연적부터 백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인 이영호 작가의 "능선무늬병" , "점선무늬반구형원형연적" , "오악형태의소형필가"와,홍순정작가 의《1977HappyBirthday》를감상할수있다.
백자호(白磁壺).조선중기-후기,17-18세기경.백자에투명유약. Robert&SandraMattielli소장품대여,L2025:26.1
문양이없는무문의백자호로,곧게뻗은구연부를가지고있다.둥글게부풀어있는어 깨에서부터동체하부로갈수록점차좁아지는형태이다.조선후기로갈수록호는구연 부가직립해있으며,어깨가부풀어올랐다가굽으로내려가면서폭이줄어드는경향이 있는데,이호는그러한특징을잘보여주는예시이다.또한상부와하부가결합된흔적 을찾아볼수있다.하부는굽가까이에서살짝외반하는형태이며,굽은호의바닥을파 내어서만들었다.또한굽바닥에는가마에서소성할때사용했던모래받침의흔적을찾 아볼수있고,ʻ율(栗)’이라는글자가청화안료로새겨져있어이호와관련되어있는관 청이나소비지를가리키는것으로보인다.발굴조사에따르면,이호는17세기또는18 세기에경기도광주신대리의관요지에서만들어진것으로추정되며,조선후기무문백 자의뛰어난예시로볼수있다.
백자
백자청화병(白磁靑畵甁).조선·일제강점기,19세기후반-20세기초반경.백자에청화. JohnGregor·조경숙(Mrs.KyungsookChoGregor)기증,2017:49.16
몸통에각이져있는청화백자병으로,넓은동체하부에서길고가느다란경부까지부드럽 게이어져있다.바닥에는한자로ʻ안(安)’자가새겨져있으며,동체외면에는앞면과뒷면 에각각청화안료로난초가그려져있다.고려시대의청자나조선초기의분청사기와비교 하면,조선시대의백자는장식의재료와기법에있어서비교적단순한편이라고할수있 다.파내거나도장을찍는방식이아니라붓으로그림을그리는방식이주를이루었기때 문이다.특히나,순백자위에푸른색으로장식하기
회청(回靑)이라고
코발 트안료를사용하는청화기법은중국에서유래된중요한장식기법이었다.백자에는주 로사군자나포도등사대부층에서선호되던모티프가장식되었다.이병은조선백자만의 청화백자의미적감각을잘보여주는좋은예시이다.
백자 청채 물고기모양 연적 (白磁靑彩魚形硯滴)
백자 청화 산수문 연적 (白磁靑畫山水文硯滴)
백자 청화 칠보문 연적 (白磁靑畫七寶文硯滴)
백자청채물고기모양연적(白磁靑彩魚形硯滴)
백자청화산수문연적(白磁靑畫山水文硯滴)
백자청화칠보문연적(白磁靑畫七寶文硯滴)
조선후기,19세기.청화백자;백자에청화.Robert&SandraMattielli소장품대여,L2025:26.2-4
연적은벼루에먹을갈때물을공급하기위한기물이다.연적은특히나조선시대선비들 에게중요한문방구였다.서예를할때물의양을조절하는것이매우중요했는데,먹의농 담을조절함으로써다양한표현효과를줄수있었기때문이다.조선시대에글을숭상하 게됨으로서,연적에대한수요가늘어났고그에맞춰생산량과형태의다양성이증가하 였다.현전하는백자연적은원형,4각,6각,8각등다각형연적과,복숭아,감,동식물,집, 산등을본뜬상형연적등이있다.또한백자에청화로사군자나칠보문,산수문을그려넣 은것도있다.
이영호(b.1958).능선무늬병,2017.백자에투명유약.이영호기증,2017:26.1
도예가이영호의작품들은실용성과예술성을조화하여현대적인감각으로한국백자의 미를재해석한다.그의작품들은과장되거나지나친것을배제하고,조선시대의겸손한미 감을반영하고있다.단순성과간결성이자연과인간본성의고유한것이라고믿으며,그 는최소한의장식성으로자신의작품에내재된아름다움이빛나도록한다.
그의작품“능선무늬병”에는복잡함을덜어내고조선백자의간결성을담아내고자하였 다.작품의규모나기술적인역량을과시하기보다는,ʻ한국의백자’라고하면떠오르는보 편적인미감인단순성과간결성을이작품을통해보여주고자한것이다.
청화백자;백자에청화안료로장식.FarwestSteel한국미술기금구입,2013:1.1-2 점선무늬
이영호(b.1958).
점선무늬반구형원형연적,2012.
오악형태의소형필가,2012.
고스란히부활시키 고자하였다.
홍순정은한국전통의도예기법을바탕으로하여현대적인조형미를접목한자신만의작 품세계를선보인다.그녀는한국의도자기를공예조형물의소재로차용하여,자신의추 억을도자를소재로하여작품으로탄생시켰다.그녀의기억속의사물들은사라졌지만, 사물에대한기억을도자라는형태를통해남긴것이다.《1977HappyBirthday》는 그녀의생일날잔치상에놓여있던밤과자를형상화한것이다.그녀는밤과자로석고틀 을만든후백색의흙으로석고틀에성형하여초벌하였고,유약을시유한후재벌한것을 반짝이물감으로장식하였다.그때의밤과자는더이상존재하지않지만,스테인리스접 시위에도자기로재탄생한밤과자는기억속에영원히남을것이다.
홍순정(b.1968).1977HappyBirthday,2012.백자및스테인리스접시. 홍순정기증,2017:14.1
비단은천연단백질섬유로,고급원단의주재료로널리알려져있다.한국에서는조 선시대 시장 경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으며, 전근대부터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용도로생산되고사용되어왔다.
비단의원료인견사는기원전4세기경중국에서양잠(養蠶)기술을통해개발되었으 며,1세기까지국가기밀로유지되었다가이후한국과일본등동아시아전역으로 전파되었고, 실크 로드를 따라 중앙아시아와 유럽까지 확산되었다. 조선시대중앙 정부는국가재정과백성의생계안정을위해양잠을장려하는정책을펼쳤으며,전국 곳곳에뽕나무밭이조성되었다.길쌈은특히사대부가여성들에게유교적덕목의일 환으로 권장되었고, 왕실 전용 최고급 비단은 국가 직영의직조 시설에서 생산되 었다.동시에,양반층의높은수요에따라민간수공업도크게발달하였다.
가내수공업에서는사대부가여성들이누에고치에서실을뽑아내고베틀로직조하여 비단을제작하였다.이처럼만들어진비단은주로양반층의의복제작에사용되었으 며,일부는시장을통해판매되어가계의경제기반을유지하고강화하는데기여하 였다.서민들이입었던면직물이나삼베옷과달리,비단은품질과가격이월등히높 아상류층의주요소비품목으로자리잡았다.
17세기에서 19세기 사이에는 중국과 서구로부터의 비단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에서고급비단생산은다소위축되었지만,비단의활용범위는더욱확장되었다.의 복뿐아니라서화의바탕,병풍과족자의장황(裝潢)등예술과생활전반에걸쳐 다 양하게사용되었다.일제강점기를전후해비단은공장생산체계로전환되었고,이 후에는패션산업뿐아니라시각예술에서도그미적가능성을넓혀나갔다.
이번섹션에서는19세기부터21세기까지한국과그너머에서사용된비단의다채 로운 양상을 조명한다. 소개되는 작품에는「십장생도」 병풍,「무관초상」
십장생도(十長生圖) 조선,1879-1880년.
10폭병풍;비단에먹,채색및금박.MurrayWarner동양미술컬렉션,MWK68:3
고귀한아름다움을지닌이병풍은조선시대궁중화가들에의해제작된십장생도로,자 연과동물,식물에담긴길상적의미를통해장수와번영을상징하는회화형식이다.본래 왕실의례와기념행사에서왕비의어좌뒤에놓이는병풍으로사용되었으며,왕과공신들 사이에교환되기도했다.이러한기념비적병풍은태양,산,물,구름,바위,소나무,불로 초,학,사슴,거북등십장생을구성하는자연요소를묘사하며,이를통해군주의장수와 국가의안녕을기원하였다.본작품의웅장한크기,섬세한필선,두껍고풍부한안료의사 용은 이 병풍이 궁중 회화로 제작되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두 폭에 는 1879년 이후 천연두에서 회복한 왕세자 이척(훗날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 재위 1907‒1910)의치료를담당했던내의원관련관료14인의이름이새겨져있다.이를통해 이병풍이당시국왕고종또는관련관료들에의해의뢰되었으며,고종의유일한후계 자였던세자의건강과장수를기원하는의미로제작되었을가능성을짐작할수있다.작 품에서는여러조형적특징들이눈에띈다.기념비적인규모,평평하고정적인구도,다양 한시점의
무관초상(武官肖像).조선,18-19세기.
족자;비단에먹과채색.MurrayWarner동양미술컬렉션;MWK32:1
조선시대국가이념이었던유교사상은조상과스승에대한깊은존경을표현하는방식으 로서,세밀한초상화제작의전통을낳았다.18세기이후조선은중국을매개로근대문명 과서구의회화기법을점차받아들이게되었고,이로인해실학사상이발달하면서시각 예술을포함한과학·문화전반에사실주의적표현이확산되었다.당시의인물화들을살 펴보면,서양의사실묘사기법이수용되어음영법(색채안료를물방울위에떨어뜨려은 은한명암을표현하는방식)이사용되었음을확인할수있다.이를통해인물의얼굴은더 욱세밀하고입체적으로묘사되었으며,회화기법역시한층정교해졌다.본초상화에서 도인물의얼굴에나타나는생리학적특징들이음영법에의해섬세하게강조되어있으 며,반면의복은보다대담하고평면적으로표현되어얼굴과의대비가더욱뚜렷하다.또 한인물주변에그려진의자와발받침대는원근법을적용해배치되었으며,그소실점은 화면후면의배경을향하고있어서구회화의공간인식을반영한다.이작품은전통적인 배채법을사용하여완성되었다.배채법은견직물의뒷면에윤곽선을그리고,앞면에서 색을채워넣는방식으로,안료를견직물에고착시키면서도은은한색채효과를연출하 는기법이다.이러한기법이가능했던것은비단이지닌투명하면서도견고한물성덕분 으로,조선의초상화가서구기법을수용하면서도고유의전통과재료를창의적으로활용 했음을보여준다.
저고리와
저고리와치마(襦裳) 20세기.청·백색의테트론폴리에스터.
김행자기증,서울,대한민국;1972:38.5a-e.
이전시품은조선후기에유래한한복의대표적인유형을보여준다.짧은저고리와긴치
마로구성된이한복은전통적인실루엣을바탕으로하면서도,1953년이후발전된단순 화된형태를반영하고있다.특히저고리는카프탄(caftan)*형식의구조에서영향을받 은듯한우아한곡선을지니며,전체적으로절제되고품위있는인상을준다.청색과백색 의조화는담백한아름다움을드러내는동시에,동양의음양사상을기반으로한오방색체 계속에서도의미있는색상으로해석된다.이와같은검소한곡선미는자연에대한조선 인의정서적동경을반영하며,전통복식의미학을잘보여준다.한복은본래비단,면,리 넨 등의 천연 섬유로 제작되었으며, 이러한 소재는 자연의 질감과 미감을 그대로 담 아냈다.본전시품에서는비단의투명성과은은한색광을모사한고급폴리에스터소재가 사용되었는데,이는현대섬유기술을통해전통의미감을재해석한예라할수있다.
*카프탄(Caftan):아시아의고대유목민들이착용했던긴소매의길고헐렁한겉옷.
모시저고리와
모시저고리와치마(薄絹襦裳).1930년경.비단과모시(리넨).
조경숙(Mrs.KyungsookChoGregor)기증,1984:6.5a-b
이전시품은한복이근대화되기시작한시기,즉일제강점기의변화상을잘보여준다.당 시애국계몽운동가들은국가의자주권회복과신교육을목표로다수의학교와단체를설 립하였으며,이과정에서여성들의사회적활동이활발해졌다.이에따라여성들은실용성 과활동성을고려한한복을입기시작했고,치마는짧아지고저고리는길어지는등새로운 형태로발전해나갔다.오른편에함께전시된또다른전통한복과비교해보면,이의복은 단지길이의변화뿐아니라현대적인디자인과색감,그리고리넨소재의사용을통해한 복의근대적전환을더욱분명히드러낸다.특히치마위에펼쳐진이국적인원형문양은 당시일본의영향을반영하는요소로해석될수있으며,저고리가장자리에는한자“福 (복)”자가섬세하게일곱번자수로수놓아져길상적의미를더하고있다.또한조선시대 전통한복의특징이었던유려한곡선실루엣은이의복에서는일자형실루엣으로단순화 되었으며,이는당시한복이점차현대의일상복과유사한형태로변화하고있었음을보여 준다.
이지선(b.1974).Circuits(보자기),2007.명주,무명실;손바느질과기계바느질. FarwestSteel한국미술기금구입,2008:7.1
이지선은느리고명상적인섬유작업을통해자신의기억,감정,노동,시간을한땀한땀엮어 내며,미국에서여성이민자작가로서살아가는정체성과경험을탐구한다.그녀에게있어섬 유라는재료는유년시절한국에서매일자수를놓으시던할머니의모습을떠올리게하며,가 족과고향에대한깊은향수를불러일으키는감성적인매개체이기도하다.이지선의반복적 인작업과정은그녀가일상에서마주하는문화적·사회적경계들사이의긴장감과도전을은 유적으로구현한다.마치천을짜는일이형태를만드는데있어수많은제약과섬세함을요구 하듯,그녀는한국,미국,터키라는세문화권속에서작가,교수,엄마로서부여받는다양 한기대와역할사이에서끊임없이자신을표현하려는시도를이어간다.작가에게섬유작업 은내면을정리하고감각을확장시키는
목재는한국의전근대문화에서가장친숙하고널리사용된재료중하나로,주택, 궁궐,사찰등다양한건축물에귀하게쓰였다.조선시대에는이러한목재를활용한
우아한가구들이상류층은물론일반서민들에게도널리환영받았다.
14세기후반부터조선정부는수도주변의울창한녹지를보호하고국가자원을안정
적으로확보하기위해,특정산림과산지를국유지로지정하고벌목을제한하는정 책을시행하였다.이로인해목재수급은국가의관리하에이루어졌으며,중앙관청 소속의목공전문공장청에서는왕실과귀족층의수요에맞춘고급가구를제작하며 기술을발전시켜나갔다.특히귀족층은왕실의취향을반영한정교하고 고급스러운 목가구의 주요 수요층이었다. 이러한 관장 수공업은 국가 경제가침체되기시작한 임진왜란(1592‒1598)이전까지안정적으로성장하였다.
이후신분제개혁과시장경제의확산은목공산업에큰전환점을가져왔다.새로운 상류장인계층과소비자층이등장하면서민간작업장이생겨났고,농기구나생활용 품뿐아니라양반가정용고급목가구도제작되기시작하였다.이러한흐름은18세기
초까지이어졌으며,점차관영수공업의기술과자원이민간으로이양되는계기가되 었다.이변화에는복식규제의완화로인해함과장롱같은가정용수납가구의수요 가증가한,이른바ʻ의복혁명’의영향도크게작용하였다.이러한배경속에서목가구 산업은19세기말까지더욱확장되었고,신흥상류층소비자의증가에따라고급가 구는점차신분에관계없이대중을위해생산되고보급되었다.
오늘날목재는전통과현대를잇는미술및디자인재료로서,주재료또는보조재료로 다양하게활용되고있다.본섹션은조선후기목가구의대표적예들과함께,목판 이라는재료를활용하여한국적정체성을탐구한현대회화및서예작품들을소개한 다. 고급스러운 나전칠기 가구인받침장과경상, 단아한 아름다움을지닌 소반 두 점, 이층농,「목조좌불상」외에도, 강익중의 회화 작품 《행복한 부처》와정도 준의현대서예작품인《노자『도덕경』제51장》이전시된다.
나비모양자물쇠장식이있는이층농(二層籠)20세기.
느티나무,백동장식.조경숙(Mrs.KyungsookChoGregor)기증,1987:195
이우아한이층농은조선시대여성들이옷,이불,직물등을보관하기위해안방에두고 사용하던수납용가구의예이다.조선후기로접어들며복식규제가완화되고,이른바ʻ의 복혁명’이라불리는사회적변화속에서직물의생산과유통이급격히증가하였다.그에 따라이러한수납용가구의제작도활발해졌다.이층농은본래이동이용이한고리농(쇠 고리가달려뚜껑을여닫을수있는형태)에서발전한유형으로,사용의편의를위해중간 에여닫이문을달아두단으로구성된구조를가진다.외형곳곳에는백동으로제작된정 교한장석들이장식되어있으며,나비모양의자물쇠와경첩,그리고번영과장수를상징 하는길상문양의수구와모서리
목조좌불상 (木造坐佛像)
목조좌불상(木造坐佛像)조선·일제강점기,19세기후반-20세기초 Robert&SandraMattielli소장품대여,L2025:26.6
이불상은하나의통나무를이용해조각하는일목조(one-blockcarving)기법으로제작 되었다.목재의자연스러운결과나이테가작품표면에뚜렷하게드러난다.재료로사용된 소나무는조각이용이하고내구성이높아불교조각에널리쓰이는목재중하나이다.불 상은반쯤감은눈과온화한미소를지은얼굴로좌선하는부처의모습을표현하고있다. 머리카락은작은소라모양의나발로정교하게조각되었으며,머리는신체에비해다소크 게묘사되었다.한국의많은불상들이금박으로장식되었던것과달리,이작품은금박이 입혀지지않아목재고유의질감과아름다움을
감상할수있다.금박이없는점은 예술적선택이었을수도있고,이불상이사찰이아닌개인적인신앙용(사불용)으로제작 되었음을암시할수도있다.
세계적인작가강익중은3인치크기의작은캔버스나목판을수백개이어붙여만든드로 잉과페인팅으로잘알려져있다.이러한작업은거대한벽면을채우는기념비적규모로 제작되며,작가의개인적경험과세계관을담아낸다.1984년부터뉴욕에거주하며이민 작가로활동해온그는,초기에도시의빠른일상속에서도지하철을타고다니며손바닥 만한캔버스에도시의풍경을매일그렸다.초기의도시전경은시간이지나며부처상,한 국도자기,한글,어린이의그림과같은상징적이미지로전환되었고,이를통해그는전세 계관람객들과보다깊이있는소통을시도해왔다.《행복한부처》는작가자신을투영 한ʻ부처’의이미지를100개의작은목판위에그려낸작품이다.미국이라는국제적문화 권에서다양한영감을수용하며지혜를추구하는작가의태도를반영한다.부처의형상은 동양의오방색을포함한다채로운색으로표현되었으며,이는1990년대이후다문화사 회속에서활발히교류해온그의한국적정체성과문화적혼종성을상징한다.특히목재 라는재료를선택한이유는,시력이좋지않았던아버지가손의감각을통해작품을느끼 길바랐던작가의깊은효심에서비롯되었다.이처럼강익중의작품은개인적인기억과감 성,정체성과세계성의교차점위에서독창적인시각언어를형성한다. 행복한 부처
강익중(b.1960).행복한부처,2007.소나무판위에크레용,템페라,엔바이로텍스라이트폴리머코팅. JamesandHayaWallace인수기금구입,2008:13.1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제51장
소헌정도준(b.1948).노자(老子)『도덕경(道德經)』제51장,2006.
끈으로엮은나무판위에먹으로쓴한자서예.MurrayWarner인수기금구입,2007:2.3
현대서예가정도준은동양의서예전통을계승하면서도,독창적인미적언어로자신만의 표현세계를구축해온작가이다.그의작업은주로한글과한자의전서체(篆書體)를바탕 으로이루어지며,절제된형식안에서조형성과감성을동시에드러낸다.이작품은중국 도교의핵심경전인『도덕경』제51장을작가특유의정교한전서체로옮겨적은것으 로,섬세하고조형적인문자들이목판위에세로로엄격하게정렬되어있다.이러한구성 은자유로운예술적표현과통제된질서사이의긴장과조화를시각적으로구현한다.배경 으로사용된끈으로엮은나무판은종이생산이본격화되기이전인삼국시대에필사나서 예의매체로쓰이던전통을떠올리게하며,고대서예의정신을현대적으로재해석하려는 작가의시도를보여준다.
소반(小盤).20세기.소나무.
Robert&SandraMattielli소장품대여;L2025:26.5a,L2025:26.5b
이두개의소반은조선시대유교적신분제와온돌구조에기반한좌식생활문화속에서 보편화된한국식식탁의전형을보여준다.조선후기로갈수록유교이념은더욱강화되 었고,그에따라엄격한신분제와ʻ남녀유별’,ʻ장유유서’등의가치관이자리잡으면서, 양반가정에서는성별과나이에따라공간을구분하여사용하는문화가형성되었다.예 컨대,부엌은여성만사용하는공간이었으며,남성은독립된공간에서개별적으로식사 하는경우가많았다.이러한생활방식은작고가벼운소반의형태에반영되어,여성들 이부엌에서여러방으로음식을운반하는데용이하게제작되었다.이탁자들은호랑이 의유려한다리형태를닮은다리들을갖추고
ʻ호족반(虎足盤)’이라불리며,상판 은12각형으로,전라남도를제외한전국대부분지역에서흔히제작된전형적인양식이 다.
장수와길상상징문양이새겨진받침장.조선,19세기후반.
나전칠기,장석.LauraMiller기증,1969:10.16a-c
이받침장은조선후기널리제작·보급된나전칠기양식의대표적인예로,그장식성과 기법에서뛰어난아름다움을보여준다.한국의나전기법은고려시대불교의화려한문양 에서유래하였으며,조선시대에들어더욱실용적이고단순한장식형태로발전하였다. 조선초기ʻ함(函)’이라불린수납용가구는왕실전용으로제작되었지만,조선후기에는 민간공방에서신흥상류층의취향을반영한다양한형태가제작되었다.이받침장은당 대민화적요소들이장식문양으로어떻게적용되었는지를잘보여주는사례로,서민층 에까지퍼졌던기복문화의전통을반영한다.전면의여닫이문에는구름,해와달,느티나 무,사슴,학,대나무등이새겨져있으며,이는장수를상징한다.하단에는복숭아,국화, 모란문양이장식되어번영과풍요의의미를담고있다.나전기법에사용된주요재료는 경상도,전라도,강원도일대해안에서채취한전복껍데기로,장인들은이를얇게깎거나 미세하게분쇄하여목재표면에판홈에정교하게박아넣었다.이러한세밀한장식기법 은당시공예의높은수준과미적감각을보여준다.
경상(經床).중국,연대미상.나전칠기.
MurrayWarner동양미술컬렉션,MWK13:6
한지는기원전2세기중국에서유래한전통적인수작업방식으로제작된다.닥나무 껍질에서추출한질긴섬유를물에풀어대나무틀로뜬뒤,오랜시간에걸쳐말리며 종이를형성한다.껍질을자르고,찌고,삶고,벗기고,두드리고,뜨고,말리는이섬세 하고도복합적인제작과정은고도의장인기술뿐아니라,막대한시간과노동력을필 요로한다.한지의문화적가치는국제적으로도인정받고있다.실제로한국의유네스 코세계기록유산11건중8건이한지로제작되었으며,그중가장오래된기록물은8 세기제작된『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다.
한국에서종이제작이시작된것은삼국시대(1~7세기)로거슬러올라가지만,종이산 업이본격적으로발전한시점은조선초기에국영기관ʻ조지소’가설립되면서부터이 다.조지소는닥종이화폐의생산과함께왕실및관청,외교목적의문서나서적제작 을위한고급한지를생산하였으며,유교가국가이념으로채택되면서,이를전파하기 위한유교서적의인쇄가주요제작목적이되었다.그결과,조선중기까지한지기술
은점진적으로발전하며고품질종이의안정적인생산체계를갖추게되었다. 그러나15세기에들어서면서중국에대한조공의증가와같은외교적요인으로한지 의품질과생산력은점차저하되기시작했다.이어진임진왜란(1592-1598)으로인 한경제적타격은조지소에필요한원료와인력공급의감소로이어졌고,결국조선 후기로갈수록국영제지산업은쇠퇴하게되었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러한변화는 민간제지업의성장을촉진시키는계기가되었다.18세기후반조선의문예부흥기와 함께활발한학문활동과자유로운시장거래가이루어지면서한지의민간수요는크 게증가하였다.
오늘날한지는높은셀룰로스함량에서비롯된보존성,빛에대한안정성,그리고친 환경적인재질로주목받으며세계적으로도그가치를인정받고있다.현재는국가및 지방무형문화재로지정된장인들에의해다양한전통공방에서제작되고있으며,한 국의시각예술과디자인분야에서도전통과현대를잇는독창적인재료로활발히사 용되고있다.
본전시섹션에서는조선후기부터현대에이르기까지한지로제작된작품들을조명 한다.이에는한글로번역된유교서적『중용언해』,지식과예술을상징하는「책 거리도」 병풍, 그리고 한지의 조형적 잠재력을 확장한 현대 작품인《집합 17 ‒DE098》과《ForeverCouplehoodII》가포함되어있다.이들작품은한지가단 순한기록매체를넘어,시대와문화의감성을담는예술적재료로지속적으로변모하 고있음을보여준다.
중용언해(中庸諺解;한글번역본) 조선,1810년(1590년원본편찬).
목판화서적;종이에먹.박물관컬렉션,XDXX3
『중용언해』는기원전1세기경중국에서유래한유교경전『중용』을조선에서한글로 번역하고해석한판본으로,1584년조선선조의명에따라필사및번역되었다.이책은유 교사상의핵심교재인사서오경중하나로,예의범절과인간관계에서의조화와절제를가 르치는대표적인경전이다.ʻ중용(中庸)’은유교에서모든말과행동,감정의표현에있어 적절함을유지하고균형을지키는삶의태도를뜻하며,인간관계속에서자신의역할과 처신을돌아보는근본적인윤리적지침으로여겨져왔다.『중용언해』는1590년조선에 서최초의한글판으로간행된이후,중앙의주자소와지방의다양한활자소에서편집과구 성이조금씩다른여러개정판으로인쇄되었다.본전시의판본은한자로된각구절을한 글번역문을덧붙여
전달하기위 한노력의일환이다.이책은고도의목판인쇄기술을통해대량으로제작되었으며,이는 조선시대유교경전의전국적보급과함께,유교경서의의미를해석하고풀이하는학문 인경학(經學)이활발히전개되었음을보여준다.『중용언해』는단순한교육용텍스트 를넘어,조선후기지식의보급과문자생활의확산을상징하는귀중한자료로평가된다.
책거리도(冊巨里圖) 조선,19-20세기.
8폭병풍;종이에채색.허완구·김영자 기증,2004:9.1
이작품은궁중회화의전통이중인과서민층으로확산되며독자적으로발전한책거리도 의한유형을보여준다.왕실에서제작된책거리도는대개화폭전체를책장으로가득채 우고,화려한서적과고급기물들을빼곡히배치하는정연한궁중양식을따랐다.그러나 이병풍은책과장식기물들을쌓아올린8개의더미(단)로구성되어있으며,길상적사물 과독특한회화기법이강조되어중인계층의미적취향과회화적양식이반영되었음을보 여준다.책거리도는전통적으로중국고서와도자기,문방구등을화려하고정교하게묘사 해왔으며,이는유교학문과중국골동문화를동경하던양반·지식인계층의애호문화를 반영한다.반면,복을기원하는과일이나동물형상의도자기,조각품등이등장하는작품 들은서민층의기복신앙을반영하는데,이는조선말기신분제도의완화와사회변화속 에서나타난시각문화의흐름중하나다.이병풍은짙고세밀한안료표현이특징인데,이 는흡수력이뛰어나고번짐이적은한지의재질적특성덕분에가능했다.실제로이러한 특성은당시회화제작에서한지가중요한재료로쓰이게된주요한이유이기도하다.작 품은여러겹의한지를목판에정교하게겹쳐붙인후,각폭을두터운한지경첩으로연결 해하나의병풍으로완성되었다.이처럼책거리도는단순한장식화가아니라,계층별취향 과시대적변화,재료의특성까지아우르는복합적인문화적산물이라할수있다.
집합 17 - DE098
전광영(b.1944).집합17-DE098,2017 한지·혼합매체.MarkSponenburgh기금구입,2018:19.1
전광영은����년부터인류역사속이념과사회적연합,그리고대립의구조를형상화한ʻ 집합’시리즈를제작해왔다.그는유년시절전통한지로포장된한약재에서영감을받아, 수천개의스티로폼조각을고서,족보,신문등에서직접뜯어낸한지조각들로감싸는독 창적인방식을개발하였다.이번전시작인《집합��‒DE���》은마치역사적기록들로 이루어진거대한회오리처럼보이며,이는수만년전대륙간의물리적충돌과전쟁을통 해나뉘어진지정학적긴장과갈등을시각적으로암시한다.작품의입자들은어두운안료 로그림자효과를더해마치땅위의균열이나고랑을연상시키며,본질적으로ʻ해체와재 구성’이라는주제를내포하고있다.이러한한지조각들의밀도높은집합은분화구나지 형의굴곡을연상시키는입체적인형상으로,충돌,소멸,생성이반복되는정보와시간의 흐름속에서재탄생하는인류의역사를담아낸다.동시에,작가는이과정을통해한국적 정체성의층위를물질성과시공간의전환속에시각화한다.
문지하(b.1973).ForeverCouplehoodII(Day),2014.
한지위잉크,아크릴,실크스크린프린트.FarwestSteel한국미술기금구입,2018:34.2
디아스포라작가문지하(JihaMoon)는동양의전통,유럽계미국미술의정전,그리고디 지털문화에서비롯된다양한상징과아이콘을역동적으로결합함으로써,글로벌동시대 속 문화 구성 요소들의 유동적이고 혼종적인 특성을 탐구한다. 이 작품《Forever CouplehoodII》에서작가는꿈결같은생동감을띠는형상들을구성하며,한국전통에 서부부의금슬을상징하는원앙새한쌍을그려넣어연인관계라는주제를중심에둔다. 이주제는작가가참고한한국민화와고전문학,디즈니애니메이션,디지털브랜드로고, 그리고다양한현대적상징체계의이미지들을차곡차곡쌓아표현함으로써한층풍성하게 확장된다.문지하에게있어갈색한지는그녀의한국적이면서도다문화적인정체성을시 각적으로구현하는핵심적인재료이다.이한지는고서와골동품,역사적유물들로부터떠 오르는향수어린감성을환기시키며,작가의기억과문화적배경을담아내는개인적이자 집단적인정체성의상징으로기능한다.
조던 슈니처 미술관 소장 한국 문화재·미술품
오리건대학교조던슈니처미술관(JSMA)은미국내대학미술관가운
데가장먼저한국미술전용상설전시공간을마련한기관중하나입니
다.본미술관은기원전1세기부터현대에이르기까지,회화,서예,도
자,조각,금속공예,직물,가구,판화,사진,시간기반매체등폭넓은 장르를아우르는500여점의한국소장품을보유하고있습니다.
JSMA는설립자거트루드배스워너(GertrudeBassWarner)가수집 한초기한국유물에,조경숙(KyungsookChoGregor),로버트&산 드라마티엘리(Robert&SandraMattielli)등주요수집가의기증및 대여품을더해,역사적·근현대한국미술을주제로한기획전시를허 완구-김영자윙(WanKooandYoungJaHuhWing)과진주갤러리 (JinJooGallery)에서꾸준히선보이고있습니다.
또한,본미술관은20세기초한국의일상풍경을세밀하게기록한스코 틀랜드출신작가엘리자베스키스(ElizabethKeith)의판화,회화,드 로잉등을세계에서가장풍부하게소장한기관으로도알려져있습니 다.
그동안JSMA의한국미술교육및전시활동은KF글로벌챌린저인턴
십프로그램을통해파견된유능한인턴들의활약으로더욱풍성해졌으 며,국립문화재연구원과국립중앙박물관의후원은소장한국회화두점 의보존처리,DB갱신및재촬영,그리고2종의한·영이중언어도록제 작을가능하게하였습니다.
이번 전시 《Fluid Continuity》는 본 미술관 동아시아미술 부문 2023‒2025년석사후큐레이터펠로우정수진,그리고2024‒2025년 KF글로벌챌린저인턴황수현의장기적인연구와기획의결실로완성 되었습니다.JSMA는이처럼재능있는차세대연구자들의여정에동행 하고,그성과를전시로선보이게된것을매우뜻깊게생각합니다.
앤로즈키타가와(AnneRoseKitagawa) 소장품및아시아미술수석큐레이터겸학술프로그램디렉터
슈니처 미술관에 관하여
오리건주에서 미국 박물관협회(AAM)의 정식 인가를 받은 유 일한 대학 미술관인 오리건대학교 조던 슈니처 미술관(JSMA)은 대학의 학문적 사명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관심을 반영하는 흥미로운 전시, 주요 소장품, 그리고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JSMA의 소장품 전시실 에서는 중국, 일본, 한국, 미국 미술을 중심으로 방대한 소장품 중 엄선된 작품들을 소개하며, 특별전시실에서는 자체 소장품과 국내외 대여작을 통해 전 세계 다양한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아 우르는 예술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