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Daily 2025년 8월 22일 금요일 A
제5637호
집 가진 '하우스 푸어', 노인들은 왜 부동산에 묶였나 <자산형 빈곤층>
버나비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최모(71)씨 부 부는 시가 200만 달러 가 넘는 단독주택에 살지만, 그의 통 장 잔고는 매달 바닥을 드러낸다. 캐 나다 정부 연금(CPP·OAS)으로 손에 쥐는 돈은 월 2,200달러 남짓. 여기 서 재산세와 각종 공과금, 차량 유지 비 등을 내고 나면 부부가 쓸 수 있 는 생활비는 1,000달러도 채 남지 않는 다. 김씨는 "자산 가치는 올랐지만 당 장 쓸 현금이 없어 자식들에게 손 벌 릴까 두렵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집 이라도 줄이는 건데…"라며 깊은 한숨 을 내쉬었다. 김씨의 사례는 캐나다, 특히 세계 적인 수준의 집값을 자랑하는 밴쿠버 한인 사회 은퇴자들이 마주한 냉엄한 현실이다. 평생 일궈 마련한 주택 자 산은 100만 달러대에 달하지만, 정작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해 외식과 여 행을 줄이고 휴대전화 요금제도 60달 러에서 40달러로 낮췄다. 집은 있지만 생활비가 빠듯해 소득 수준으로 보면 사실상 빈곤층과 다르지 않은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한인사회에서도 늘고 있다. 최근 RBC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캐 나다인들이 생각하는 안락한 은퇴 생 활에 필요한 자금은 평균 170만 달러 로, 20년 전보다 세 배 이상 급증했다. 여기에 통계청 자료를 보면 평균 은퇴 연령도 20년 전 61세에서 현재 65.4세 로 늦춰져, ‘황금빛 노년’의 문턱이 갈 수록 높아지고 있다.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방법은 집을 줄여 이사하는
▲캐나다인 연령대별 보유 부동산
'다운사이징'이지만, 밴쿠버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 씨는 주택을 줄여 보려다 포기했 다. 빚을 갚고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수십 년 살아온 큰 집을 팔아도, 천정 부지로 솟은 콘도 가격과 주택 양도 세(PTT), 신규 주택 취득세, 중개수수 료, 이사 비용 등 부담이 적지 않았다. 그는 “집을 줄여도 실제 손에 쥘 수 있 는 돈이 많지 않다. 집을 활용하고 싶 지만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캐나다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하면 서 한인 노년층의 부동산 고민도 깊 어지고 있다. 은퇴 이후 든든한 버팀 목이 될 것이라 믿었던 주택이 오히 려 짐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집 을 팔아 현금화해 생활비를 충당하 는 방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 지 않은 선택이다. 결국 집을 끝까 지 보유하다 사망하는 사례가 늘면
양도세·수수료 등 비용 큰 부담 은퇴자금 평균 170만달러 필요 다운사이징 현실적 어려움 커져
서, 60세가 넘은 자녀에게 상속되는 경 우가 흔해졌다. 이른바 ‘노노(老老) 상 속, 노노 자산 잠김’ 현상이 점점 심화 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 캐나다의 긴 기대수명이 있다고 지적 한다. 재정 전문가들은 “노년층이 집 을 ‘마지막 보루’로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재산을 일찍 넘기면 자녀 로부터 충분한 효를 받지 못할 것이 라는 심리적 부담도 크게 작용한다” 고 분석한다. 즉, 장수 시대가 불러온
불안감과 가족 관계에 대한 복합적인 요인이 부동산 활용을 어렵게 하고 있 는 셈이다. 게다가 주택 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노년층의 선택을 제약한다. 한 부동 산 업계 관계자는 “노년층이 선호하 는 저층 콘도나 타운하우스 매물 자 체가 부족하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 ‘ 갈 곳이 없다’고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자리 살기’ 현상은 노년층이 집을 쉽게 처분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매물 부족 을 심화시켜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 을 더욱 어렵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 어지고 있다. 자녀 세대에 대한 ‘조기 상속’ 문제 도 새로운 고민거리다. 피델리티 인베 스트먼트 조사에 따르면 은퇴를 앞둔 캐나다인의 60%는 살아 있는 동안 자 녀에게 재산 일부를 물려주고 싶다고
답했다. 자녀 세대가 겪는 극심한 주 택난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부모의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조사 에서는 부모의 57%가 “평생 모은 자 산을 내 노후를 위해 모두 쓸 것”이라 고 밝혀, 부모의 현실과 자녀의 기대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보여줬다. 실 제로 밀레니얼 세대의 55%는 상속을 기대하고 있으며, 34%는 “상속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고 답해,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질 가 능성도 커지고 있다. 결국 전문가들은 은퇴 설계의 패러 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조 건 집을 팔기보다는, 주택을 담보로 평 생 연금을 받는 '역모기지(주택연금)' 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금 흐름을 확 보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건강이 허락한다면 CPP와 OAS 수령 시점을 70세까지 연기해 평생 받는 연 금액을 최대 42%까지 늘리는 것도 현 명한 전략이다. 한 재정 전문가는 "65 세 이후의 삶이 길어진 만큼, 단순히 자산을 지키는 것을 넘어 잠자는 자산 을 '일하는 자산'으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콜센터 3,300명 잘랐더니… 국세청 전화는 '먹통', 납세자는 '분통' 국세청 인력감축 서비스 마비 정부 팬데믹전 인력 복귀 추진
국세청(CRA)의 대규모 인력 감축으 로 인해 납세자 서비스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세청 소속 근로자를 대표하
는 연방 조세노조는 지난 1년간 3,300 여 명의 콜센터 직원이 해고되면서 전 화 연결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 다며, '기다리는 캐나다(Canada On Hold)'라는 이름의 대국민 온라인 캠 페인에 돌입하며 투쟁을 선언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에만 1,300 명의 콜센터 직원이 일자리를 잃는 등
대규모 감원이 계속되면서 현재 국세 청 서비스는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전화 연결을 위한 평균 대기 시간이 급증하고 통화 중단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국민들의 불편이 극에 달 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정부의 인력 감축 즉각 중단, 콜센터 일자리 보호, 해고 직원 재고용을 캠페인의 주된 목
표로 내걸었다. 정부는 국세청 인력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이라는 지적 이 나온다. 국세청의 직원 수는 팬데 믹 기간을 거치며 2019년 약 4만4,000 명에서 2024년 5만9,000명까지 늘었다 가, 올해 5만2,5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노조는 팬데믹 이전에도 이 미 인력이 부족했으며, 그 사이 캐나 다 인구가 더 증가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다. 서비스해야 할 국민은 늘었는데 직원은 줄어드는 모순적인 상황이 서 비스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다 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