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소공도 044_2022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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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8월호 044일소공도

일소공도044

표지사진 여름 아침에는 짙어진 벼 이파리 위에 거미가 집을 짓는다. 2021년 7월, 홍성군 홍동면, 김세빈 촬영. 차례 마을학회 일소공도 활동 기록 마을학회 일소공도 회원 현황 회원 가입 및 학회지 『마을』 구입 안내 편집 후기109908679 삶과 앎 사이 20 관계적 농촌 공간/이혜림 25 무감각과 마주하기/김세빈 마을 소식 44 농장에서 농업 실습을 생각하다/구해강 57 마을을 사랑하는 세 가지 이유/한의진 31 홍성군 문당·도산지구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발자취/황바람 38 사회적 농업의 ‘ㅇ’이 두껍더라도/박성경 평민마을학교 강좌 지역재생과 농촌의 변화/조희정72 겹겹 4 조선원림의 원리/함성호4961 17살, 젊은협업농장에서의 18일/임금비 마을학회 일소공도 소식 5 마을학회 일소공도 사무국 소식 마을학회 일소공도 연구분과 소식6 마을학회 일소공도 교류분과 소식13 마을학회 일소공도 기획편집위원회 소식16

마을학회 일소공도 소식

2022년 6~8월에 줄기회원으로 열네 분이 가입해주셨습니다. 가입해주신 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경숙(당진시 신활력플러스사업단), 김윤미(의성읍사무소 지원 관), 김재원(지역활성화센터), 김지헌(목원대학교), 노용숙(전남마 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 센터장), 박성경(협동조합 행복농장), 송현 서 (이우고등학교 학생), 신혜영 (삼선재단), 이선희 (의성읍 주민자 치회 부회장), 임금비(이우고등학교 학생), 장옥진(완주자연지킴이 연대), 정나랑(국민대학교 학생), 정봉선(하동군 농촌협약센터), 정 회훈(대구경북연구원 스마트공간연구실 연구위원). 마을학회 일소공도의 줄기회원으로 가입해주셔서 진심으 로 감사드립니다. 사무국 체계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회원가 입 신청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지연된 점을 사과드립니다. 현 재, 회원 명부와 CMS 등을 다시 정리하고 있습니다. 주소 등 변 경사항이 있거나, 누락되신 분들은 마을학회 일소공도 사무국 (maeulogy@naver.com)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 사무국 소식 5

6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협동조합(이하 연구소로 약칭)은 마을학회 일소공도(이하 마을학회로 약칭)의 부설 조직이고, 장곡면 지역사 회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지난 6~7월 소식을 학회 회원들과 다음과 같이 공유합니다. 월례세미나 42차 월례세미나 〈농촌 ‘면’ 주민자치와 자치계획 수립, 주민총회 개최〉 42차 월례세미나는 6월 28일 〈농촌 ‘면’ 주민자치와 자치계획 수립, 주민총회 개최〉를 주제로 충남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다목 적회관에서 열렸습니다. 앞선 40차 월례세미나 〈농촌 지방자치 와 직접 민주주의, 마을자치〉(4월 26일), 41차 월례세미나 〈농촌 면사무소와 주민자치회의 협력〉(5월 31일)에 이은 지방자치 시 리즈 3탄에 해당하고, 연구소가 주관하는 6~7월 심화워크숍과 도 연계해 개최했습니다. 온라인 중계(zoom)도 병행했습니다. 주제발표는 ‘농촌 면 단위 주민자치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 마을학회 일소공도 연구분과 소식

마을학회 일소공도 연구분과 소식· 7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 서정민 센터장이 맡았습니다. 서정 민 센터장은 먼저 농촌 읍면 현실을 통계로 소개하면서 “왜 주민 자치회에 주목해야 하는가?”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기존 주민 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의 차별성을 대표성·민주성·자치성·권 한강화 네 측면에서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또 도시와 다른 농 촌 방식의 구성 절차와 운영 방식에 대해 충남 당진시, 충남 태 안군 이원면, 충남 청양군 운곡면, 전남 곡성군 죽곡면 등 다양 한 사례를 들어 발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진시 농촌신활력플 러스사업의 ‘면 단위 민관협력 모델’을 소개하면서 실행조직 중 하나인 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 방법론까지 소개했습니다. 지정토론과 종합토론은 연구소 구자인 소장이 진행했습니다. 먼저 충남 아산시 송악면 주민자치위원회 강영서 사무국장은 송 악면은 주민자치회로 전환하지 않았지만, 마을조사단과 마을계 획단을 운영하며 주민총회까지 개최했던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주민 모두가 행정리 마을을 뛰어넘어 면面 전체를 생각할 수 있 1 구자인 소장이 42차 월례세미나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2022년 6월 28일, 장곡면 오 누이다목적회관, 김세빈 촬영.

8 · 마을학회 일소공도 소식 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다만 행정과의 파 트너십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주민총회 개최를 오랫동안 지원해온 NGF연구소 박현미 대표는 도시와 농촌 방식의 차이점에 주목하고, 농촌형의 방법론을 찾아야 한 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마을’이란 용어에 혼선이 있음을 지적하 고, 자치계획 수립과정에 외부 전문가가 적절하게 결합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43차 월례세미나 〈농업과 환경 그리고 마을〉 43차 월례세미나는 7월 26일에 〈농업과 환경 그리고 마을〉이란 주제로 충남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에서 열렸습니다. 최근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즉 식량공급 이외에 생물서식처, 경관 가치, 전통문화 계승 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에 서도 국정 과제로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직불제 예 산을 대폭 확대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마을의 관 2 43차 월례세미나에서 농업과 환경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2022년 7월 26일, 장곡 면 오누이다목적회관, 김세빈 촬영.

마을학회 일소공도 연구분과 소식· 9 점에서 농업과 환경을 어떻게 보전·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 하는한국농촌경제연구원자리였습니다. 김정섭 선임연구위원은 ‘농업환경정책의 변화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국내 관련 정책의 변천 과정과 주요 쟁점을 소개하고, 앞으로 농업환경정책이 목표로 삼아야 할 과 제를 발표했습니다. 김정섭 선임연구위원은 1 지역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농업·농촌 환경관리 계획 수립이 필요하고, 2 이를 실 천할 수 있는 자발적이고 집합적인 주민조직화(농민에서 확장된 마을 단위 실행 주체)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 해 지역 자율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실험을 펼칠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인센티브 제공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어 홍성군 친환경농정발전기획단 정성웅 전문위원은 ‘네덜 란드의 농업환경계획과 지역 기반 환경 협동조합 활동 사례’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정성웅 위원은 유럽의 경우 공동농업정책 Common Agricultural Policy을 통해 농민들의 농업환경보전 활동에 대한 직접지불제도가 잘 발달해 있는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또, 네덜란드에서 지역협동조합territorial cooperative 방식으로 지역 농민을 포함한 주민들을 조직하고 자율적으로 실천한 사례를 소 개했습니다. 특히 1 조합이 정부(행정)와 농민(지역 주민) 사이 에서 환경보전 활동에 따른 보상 계약(이행협약) 체결을 중재한 다는 점, 2 조합에서 자율적으로 보전 활동 계획을 수립하여 계 획적으로 활동을 추진하고, 그 결과에 기반한 지불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은 연구소 황바람 책임연구원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습니 다. 한국유기농업연구소 김기흥 부소장은 현재 농림수산식품부 에서 추진 중인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이 앞서 소개한 주민조직 화를 통한 환경보전 실천 방법임을 강조하며, 이를 공익형직불 제(기본형, 선택형)에 확대 적용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홍성군 친

10 · 마을학회 일소공도 소식 환경농업팀 조순영 팀장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업지구(2022 년 기준 4개 지구, 총 8개 마을)가 홍성에서 추진 중인 것을 설명하 며, ‘홍성형’ 농업농촌 환경보전 시범사업을 진행할 것을 제안했 습니다. 홍성군친환경농업협회 김영규 사무국장은 국내 친환경 농업 육성정책이 농촌환경보전 문제에 관심이 적었음을 반성해 야 하며, 농민을 포함한 지역주민들의 구체적인 실천과 변화를 지원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 설치를 제안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1 농촌공간계획 수립 시에 환경보전 실 천계획을 담을 것, 2 현행 직불제(농업직불금)가 현실과 동떨어 진 의무 사항 및 관리 체계를 갖고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 3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사업이 다른 농업정책과 달리 5년이 라는 사업 연속성을 인정하는 장점을 이용해 마을공동체 활동으 로서 환경보전 실천이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는 점 등의 의견 등 이 *8월제안되었습니다.월례세미나는 강학회 개최와 연계하여 쉬어갑니다. 9월부 터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월례세미나가 개최됩니다. 많은 관 심과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11~12월 세미나 주제는 마을교육공 동체(마을학교), 마을 태양광, 농촌형 사회적경제, 마을 단위 생 산자 조직화 등의 제안이 있습니다. 12월은 격년으로 개최하는 〈일소공도 대회〉와 연계·개최할 예정이라 일시는 변경될 수 있 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44차(9월 27일) 〈영농폐기물 수거 정책개선과제 찾기〉 / 주 민자치회 생활환경분과 연계 - 45차(10월 25일) 〈면소재지에 공공임대주택단지를 조성한 다면?〉 / 홍성군수 공약 연계

마을학회 일소공도 연구분과 소식· 11 농촌정책 심화워크숍 2022년 3월부터 매월 1회 마지막 주에 1박2일간(매회 13시간) 농촌 정책 심화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기 3회차를 운영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2기 프로그램을 확정하고, 5회차까지 완 료했습니다. 6~7월 심화워크숍은 지방자치 역사와 읍면자치, 주민자치회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6월에는 동양대학교 황종규 교수가, 7월에는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 서정민 센 터장이 수고했습니다. 심화워크숍 자료집은 모두 공개할 수 있 으니 필요하신 회원은 연구소 사무국에 요청하기 바랍니다. 8월 6회차 심화워크숍은 마을학회 운영위원이기도 한 한국농 촌경제연구원 김정섭 선임위원이 사회적 농업을 주제로 진행합 니다. 회원 여러분도 주변에 널리 홍보해주시고 참석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1기3회차]-1차(3/30~31), 〈농촌 정책의 민관협치형 추진체계 구축〉 - 2차(4/27~28), 〈중간지원조직의 통합형 설치와 운영 경로 설계 워크숍〉 - 3차(5/25~26), 〈농촌 마을자치 시스템 구축 : 자치규약, 회 계, 주민조직 등〉 [2기 3회차] - 4차(6/29~30), 〈한국 지방자치와 농촌 읍면의 민관협치〉 - 5차(7/27~28), 〈농촌정책의 주민주도성 강화와 농촌재생 방법론〉 - 6차(8/24~25), 〈사회적 농업의 실천과 과 농촌사회 네트워 크 설계〉(사회적 농업 개념·변천 / 사회적 농업 정책, 현 단계 / 사회적 농업 실천사례 / 사회적 농업 지역 네트워크 구축 방법론)

12 · 마을학회 일소공도 소식 연구소 법인 소식 연구소 초기 운영에 참여하고, 조합원으로 활동하던 전영미 박사 님이 지난 8월 10일(수)에 돌아가셨습니다. 과로로 출장지에서 쓰러져 40여 일간 병상에서 사투하셨지만 결국 다시 일어나지 못하셨네요. 고인은 홍성군의 농정발전기획단과 ‘지역거버넌스 홍성통’의 기틀을 잡았습니다. 또 충남연구원 충남어촌특화지원 센터장을 역임하고,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행안 부 주공사업단 등에서 활약하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연구소 임원과 법인 정관, 주소지 등의 변경 절차가 필 요하여 법무사를 통해 행정 절차를 밟고 있는데 계속 늦어지고 있네요. 코로나19 상황도 겹치고, 뒤늦게 구자인 소장의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처리가 마무리되지 못한 것을 확인하여 새로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협조해주신 모든 분들게 사과 말씀을 올리고, 이번 기회에 협동조합의 운영 관련 하여 지나치게 행정 서류가 많고 불편하다는 점을 몸으로 느낍 니다. 번잡한 서류 작업을 9월중에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조합 원 여러 분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3/4분기 정기이사회는 여름휴가와 등기 변경 절차를 끝내고 9월 17일(토) 혹은 9월 24일(토)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사업 및 회계 결산 보고, 심화워크숍 3기를 포함한 하반기 일정 계획 협의 등이 주된 내용이 될 것입니다. 무더위가 한창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농장을 사랑하는 세 가지 이유 · 13 2022년 7월 16~17일(토~일)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오리농업을 하는 후루노 타카오古野隆雄, 후루노 쿠미코古野久美子, 후루노 아스 카古野明日香, 시라이시 마사아키 씨가 홍성군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충북유기농업연구소에서 열린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 아시아본부IFOAM Organics Aisa(이하 아이폼으로 약칭) 회의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하면서, 오랫동안 교류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몇 년간 만나지 못한 홍성군의 오리농업 농민들을 만나기 위해 방 문을 요청했다. 이번 모임은 마을학회 일소공도 교류분과에서 진행했다. 후루노 씨 일행은 7월 16일 저녁에 홍동면에 도착했 다. 17일 새벽에는 후루노 씨 집에서 몇 달간 생활하며 오리농법 을 배운 마을학회 일소공도 회원이자 장곡면 주민인 심재원 씨 의 안내로 오서산을 다녀오고, 평민마을학교 장유리 간사의 안 내로 홍동면·장곡면 일대를 둘러보았다. 오후에는 마을학회 일 소공도 주형로 공동운영위원장의 안내로 홍동면 문당리 오리논 을 둘러본 후, 유기재배 밭농사에서 가장 힘든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후루노 씨가 개발한 호우킹 기계를 케빈 갤러거 선생의 평 화나비정원(홍동면 팔괘리)에서 시연했다. 이후 홍동면 홍동밝맑 마을학회 일소공도 교류분과 소식 13

14 1 후루노 씨가 개발한 호우킹 기계를 시연하고 있다. 홍동면 평화나비정원, 정민철 제공. 3 오리농되살리기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홍동면 홍동밝맑도서관, 정민철 제공. 2 문당리의 오리논을 둘러보고 있다. 홍동면 문당리, 장유리 제공.

마을학회 일소공도 교류분과 소식· 15 도서관으로 이동해 오리농되살리기 모임과의 좌담회를 진행했 다. 환영 인사는 주형로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통역은 장유리 간사, 후루노 아스카 씨, 이주희 씨가 담당했다. 홍동면·장곡면 오리농업 경과 보고와 오리농법의 현실과 과제, 질의응답 등을 진행했다. 18일에 후루노 씨 일행은 아이폼 회의 참석을 위해 충 북 괴산군으로 이동했다. 이후 후루노 아스카 씨가 코로나19 확 진으로 장곡면으로 돌아와 일주일간 격리하고, 21일 귀국 예정 이었던 나머지 일행 중 후루노 타카오 씨와 시라이시 마사아키 씨도 코로나19 확진으로 28일에 일본으로 귀국했다.

16 · 마을학회 일소공도 소식 2022년 제2~3차 기획편집위원회 개최 2022년 5월 9일과 6월 26일에 2022년 제2~3차 기획편집위원 회를 비대면(Zoom)으로 진행했다. 안건으로는 『마을』 10호와 제9회 마을학회 일소공도 강학회를 논의했다. 『마을』 10호는 기 획 후 원고 청탁을 진행중이다. 제9회 마을학회 일소공도 강학 회는 사회학자인 김홍중 선생을 모시기로 결정했다. 기획 당시 엔 코로나19가 소강되면서 약 2년만에 대면 강학회를 준비하기 로 했다. 그 후 7월부터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면서 대면과 비대 면 강의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제9회 마을학회 일소공도 강학회 2022년 8월 12~13일(금~토), 제9회 마을학회 일소공도 강학회 가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에서 진행됐다. 이번 강학 회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비대면 강의(Zoom)과 대면 강의를 마을학회 기획편집위원회일소공도소식

마을학회 일소공도 기획편집위원회 소식· 17 1 김홍중 선생이 진정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2022년 8월 12일, 장곡면 오누이다 목적회관, 김세빈 촬영. 동시에 진행했다. 현장에는 30명, 비대면으로는 10명 정도 참석 했다.이번 강학회에는 사회학자 김홍중 선생을 초대해 〈서바이벌 그리고 파상력破像力—21세기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주제 로 함께 공부했다. 사회는 마을학회 일소공도 정민철 사무국장이 맡았다.1강에서는 ‘마음의 사회학’을 주제로 김홍중 선생의 저서인 『마음의 사회학』 (문학동네, 2009)을 중심으로 진정성과 파상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강에서는 ‘코로나19의 시대’를 주제로 「코로나19와 사회이론」(김홍중, 『한국사회학』, 2020)을 강 독하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와 관련해 개인과 사회, 그리고 바이러스 등에 대해 공부했다. 3강에서는 ‘인류세의 사상’을 주 제로 「녹색 계급이 온다」(브뤼노 라투르 외, 『녹색 계급의 출현』, 이 음, 2022)의 내용을 중심으로 인류세Anthropocene와 파국, 녹색 계 급 등에 관련해 이야기했다. 4강에서는 ‘플랫폼 사회의 논리’를 마을학회 일소공도 기획편집위원회 소식· 17

18 · 마을학회 일소공도 소식 2 강학회 참석자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2022년 8월 13일, 장곡면 오누이다 목적회관, 김세빈 촬영. 주제로 「플랫폼의 사회이론」(김홍중, 『사회와이론』, 2022)과 관련 해 알고리즘, 자본주의 정신, 통치성, 플랫폼 등에 대해 논의했 다. 5강에서는 ‘은둔기계’를 주제로 『은둔기계』(문학동네, 2020) 에서 논의한 페이션시patiency, 서바이벌, 글쓰기 등에 대해 이야 기를 나눴다. 제9회 강학회의 자세한 내용은 《일소공도》 45에 소 개할제9회예정이다.강학회 자료집과 풍경은 마을학회 일소공도 카페에서 볼 수 6articleid%3D542%2526referrerAllArticles%3Dfalsepage%3D1%2526menuid%3D13%2526boardtype%3DL%252utf8=%2FArticleRead.nhn%253Fclubid%3D28847046%2526https://cafe.naver.com/oolocalsociety?iframe_url_강학회있다.자료집:

무감각과 마주하기 · 19 삶과 앎 사이 마을의 삶에서 우러나는 생생한 앎과 성찰을 담습니다.

20 전국적으로 생활SOCSocial Overhead Capital1) 복합화 사업으로 복 합커뮤니티센터 건립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재생뿐 만 아니라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 등에 서도 주민 참여와 공동체 회복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이 다. 사업의 목표와 연결성을 위해 하드웨어 세부 사업은 대부분 복합커뮤니티센터나 주민자치센터로 귀결된다. 대개 생활SOC 복합커뮤니티센터는 제1종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는 주민 이용시설로 세부 용도로는 공유 주방, 목공 작업 장, 다목적실, 미용실, 빨래방, 목욕장, 주민카페, 작은도서관 등 이 있다. 우리 마을에 하나쯤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용도의 공간 들이 하나의 건물 안에 들어있다. 원래 목적인 복합 편의시설로 서의 기능은 충분히 하겠지만, 농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사 업 방식과 건축 기획을 접하며 과연 기대만큼 커뮤니티를 제대 관계적 농촌 경관 이혜림 오우서 건축사사무소 1) SOC는 사회간접자본이란 뜻으로, 생활 SOC는 사람들이 먹고, 자고, 자녀를 키우고, 노인을 부양하고, 일하고 쉬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필수 인프라를 의 미한다(출처: 국무조정실 생활SOC추진단, 편집자 주).

관계적 농촌 경관 · 21 로 담고,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생활을 이루는 관계의 모양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을 목표로 한 건축 기획 단계에서는 주 민들의 수요를 조사하고 건축 규모와 프로그램을 정한다. 건축 계획 단계 및 준공 후에는 복합커뮤니티센터 운영을 위한 주민 운영 주체를 구성하기도 하고, 주민을 모집해 프로그램을 운영 한다.이러한 일련의 절차는 커뮤니티는 공간 안에서 발생한다는 가정과 프로그램을 통해 활발해진다는 전제하에 합리화된다. 하지만 실제 농촌의 커뮤니티는 실외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인위적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관계가 형 성되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농촌에서의 관계는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작고 소소하게 흩뿌려져 있고, 다양하고 긴 밀해서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해야 발견된다. 마을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관계들을 알게 된다. 바람을 쐬다 가 길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길을 가 다가 목적 없이 지인들과 수다를 떨며 관계가 생기기도 한다. 때로는 시간 약속을 하지 않고도 삼삼오오 나무 밑에서 모이게 되는 관계도 있다. 농번기마다 함께 품앗이하는 관계도 있고, 분명한 목적을 갖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회의를 하며 형성 되는 관계도 있다. 이런 관계의 모양은 아파트 단지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노인 정, 어린이집, 헬스장과 같은 주민이용시설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고, 단지 내 조경 공간에 벤치와 야외 휴게 공간이 있어 입주 민이 빈번하게 이용한다. 자주 마주친다면 삭막한 아파트 숲 안

22 · 삶과 앎 사이 에서도 반가운 인사는 이루어진다. 농촌 마을과 아파트 단지의 공통점은 우연한 마주침이 일어나는 공간이 곳곳에 있고, 빈번 한 마주침으로부터 관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단일 건물로서의 복합커뮤니티센터만으로도 효 용성이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마주침의 기회가 촘촘하게 짜여 있고, 때로는 너무 과해서 오히려 공간 내부에서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것이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밖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필연적으로 많은 농촌에서는 복합커뮤니티센 터로 대변되는 건축물 너머의 공간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 을까 최근관계의생각한다.공간정책에관해 조사를 하면서 지금의 농촌 환경을 개선해보 려는 여러 움직임을 만났다.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기초생활 거점조성사업, 신활력플러스사업, 민속마을조성사업, 취약지역 생활여건개조사업 등 정책을 수립하고, 하드웨어 관련 기본 및 세부 설계가 준공되기까지 투입된 많은 에너지들이 숨이 벅차 게 느껴졌다.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말 한마디로 쉽게 평가할 수 는 있어도,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각 분야의 주체들이 치열 하게 이야기하고 계획을 세우고 고민했을 노고와 에너지는 결 코 가볍지 그럼에도않다.농촌 환경이 왜 개선되지 않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무겁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시기에 설득적이었던 정책을 다시 점검하고 되돌아보며 실행한 사업들을 보완해 겹 겹이 쌓이고 견고해지는 것이 아니라, 왜 다른 방향을 주장하고 새로운 방향 찾기를 반복해야 하는 것일까.

관계적 농촌 경관 · 23 노후화된 건물의 수리는 개별적이고 부분적으로 이루어진 다. 커뮤니티 건물의 신축은 새로운 건물과 공간을 만들고, 새 로운 프로그램을 담는다. 그 커뮤니티 건물을 운영하기 위한 새 로운 관리 주체도 구성한다. 새로운 프로그램들은 ‘만남’이라는 관계를 지향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무엇을 하기 위한 목적 지 향성이어쩌면강하다.노후화된 건물의 개별적이고 부분적인 수리가 시급 하고, 농촌 중심지 내에 없는 커뮤니티 건물의 신축이 무엇보다 우선임을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 살기가 급한데 이웃과의 관계를 생각할 겨를이 없는 생활과 닮아있다고 할까? 그럼에도 이러한 방식의 정책과 사업이 10년 이상 지속된 지금은 마을을 이루는 본질인 ‘관계’를 조금 더 들여다보기 시작해야 할 때라 고 생각한다. 관계를 더 촉진하거나, 관계가 자주 일어날 만한 공간을 다루는 일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관계가 어떤 모양으로 형성되어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얼마나 자주, 혹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지, 그 결절점이 어디인지, 관계의 만남이 부족하다면 왜 부족한지 관 심을 기울여야 한다. 공간에서 경관으로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복합용도의 건물은 언뜻 생각하면 관계 적인 공간이라고 받아들이기 쉽지만,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어 려운 경우가 더 많다. 사람들은 공간을 목적을 분명히 가지고 이 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용도가 정해진 공간이 복합되어 있다고 해서 사람들의 관계까지 결합되지는 않는 것이다. 자연스럽고 우연히 그리고 즐겁게 관계가 엮이도록 섬세한

24 · 삶과 앎 사이 공간의 계획이 필요하다. 농촌처럼 외부에서 더 빈번하게 커뮤 니티가 일어나는 곳에서는 공간에서 경관으로 범위를 넓혀 고 민해야 한다. 건물 바깥의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공간, 주민들이 오고 가는 보행로, 그리고 보행로를 아름답게 해줄 우리 집과 이웃집의 담장, 버스를 기다리면서 같이 잠시 머물게 되는 정류 장, 농사 중에 잠깐 쉴 수 있는 나무 그늘 밑. 그런 곳들이 주민 이용시설이나 집 등의 건물과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즐겁게 마주치고 머무를 수 있는 경관 이 만들어지고 난 후에는, 안식이 되는 삶의 터전을 배경으로 휴식을 누리고 싶어 농촌 마을을 찾는 손님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25 국제 서바이벌 음악 경연 프로그램인 더 보이스The voice를 종종 본다. 심사위원은 관객 쪽을 향해 뒤를 돌아 앉아 있고, 무대에 경연자가 올라 노래를 시작한다. 심사위원은 목소리(the voice) 만 듣다 그 목소리가 마음에 들면 의자가 돌아가는 버튼을 눌러 (동시에 경연자는 다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경연자 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2021년 어느 시기에는 2016년 더 보 이스 키즈 오브 우크라이나The voice kids of Ukrine에서 엘리나 이 바시첸코 Elina Ivaschenko 라는 10대 여성이 〈1944〉라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자주 봤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듣는 이의 손 짓·표정·눈빛·음정 같은 게 영상을 계속 재생하게 했다. 알아들 을 수는 없는 먼 타국의 언어로 노래를 하지만 무언가 나도 알아 듣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엘리나 이바시첸코가 부른 〈1944〉는 2016년 스웨덴 스톡홀 름에서 열린 유로비젼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에서 우 크라이나 가수 자말라Jamala가 우승을 할 때 부른 자작곡이다. 자말라는 1944년 러시아에 의해 크림반도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한 타타르Tartars족 증조할머니를 위해 이 노래를 무감각과 마주하기 김세빈 사단법인 홍동밝맑도서관 간사 25

26 · 삶과 앎 사이 1) 수잔 손택, 『타인의 고통』, 이재원 옮김, 39쪽, 이후, 2003. 만들었다.“낯선이들이 / 집으로 들이닥쳤고 / 그들은 모두를 죽였다 / 그들은 정당하다고, 죄가 없다고 / 말했다 / 당신의 마음은 어 디 있는가? / 휴머니즘은 통곡한다When strangers are coming/They come to your house/They kill you all/and say/We’re not guilty/not guilty/ Where is your mind?/Humanity cries” 자말라는 “나는 정말로 평화를 원하며, 모두 사랑하길 원한 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다. 자말라의 우승 7년 후인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를 침공했다. 전쟁이 시작된 직후, 뉴스와 SNS에서는 전쟁의 참혹한 실태를 전하는 사진·기사·영상 들이 올라왔다. 건물이 무너지고, 평범한 사람들이 죽고, 사람들은 단촐한 짐을 싸서 집을 떠나고, 떠나는 도중 기차역에 포탄이 터져 많은 사람들이 죽고. 많은 사람들은 러시아에게 분노하고, 우크라이나의 상황 을 우크라이나에서안타까워했다. 일어나고 있는 전쟁뿐만 아니다. 2021년 시 작된 미얀마의 민주화운동, 2019년의 홍콩 민주화 운동, 아프 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예멘, 레바논, 에티오피아, 시리아…. 수 많은 이들의 집에 “낯선 이들이 / 집으로 들이닥쳤고 / 그들은 모두를 죽였다” 사람들은 (또 나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소식을 듣고 분노하고, 안타까워하고, 충격을 받는다. 타국에서 발생한 재앙을 구경하는 것은 지난 1세기 하고도 반세기 동안 [오늘날의] 언론인과 같다고 알려진 전문적인 직업여행자들이 촘촘히 쌓아 올린 본질적으로 현대적인 경험이다. 오늘날 우리는 거

무감각과 마주하기 · 27 실에서도 전쟁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1) 하지만 이 충격, 분노, 안타까움의 길이는 매우 짧다. 뉴스 기사 를 닫고, SNS에서 다른 즐거운 소식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하 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동안 충격의 파동은 점점 짧아져 희미 해진다. 충격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충격은 점점 엷어지는 것이 다.2) 충격의 파동은 짧아지고, 나는 분쟁이 없는 곳에 살아, 저들 처럼 고통받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더 시간이 지나 면 사람들은 그 충격과 분노와 안타까움을 잊는다. 약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계속 되고 있지만 전처럼 그 전쟁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적다. 손택 이 사라예보 Sarajeva 에서 만난 한 여인은 사라예보가 침략되기 전(1992년 5월~1996년 2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인 사라예 보가 유고슬라비아 인민군과 스릅스카 공화국군에게 포위당했다. 이 포위전에서는 민간인 5,434명을 포함해 13,952명이 사망했다) 부코 바르Vukovar에서 일어난 사건(1991년 8~11월 크로아티아 동부 도 시 부코바르에서 유고슬라비아 인민군과 세르비아인계 준군사, 크로아 티아 사이에 일어난 전투. 크로아티아군 포로와 민간인 300명 이상이 죽고, 부코바르 주민 2만 명 이상이 강제로 추방당했다)들을 저녁 뉴 스에서 보고, 자신이 안전한 곳에 있다고 느끼곤 무관심하게 딴 프로그램을 보았다고 말했다. 어마어마한 (여러 사건 사고를 담 은) 이미지 더미가 쏟아진다.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닥친 이미지 를 받아들이고, 잊어버린다. 나는 이미지 더미에서 본 고통에 스 스로가 연루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미얀마, 홍 콩,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예멘, 레바논, 에티오피아, 시리 2) 같은 책, 126쪽.

28 · 삶과 앎 사이 아 그리고 또 다른 온갖 곳에 전쟁, 범죄, 고문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 들이 있다. 나는 타인의 고통을 그저 쳐다만 보는 구경꾼3)이 된다. 구경꾼이 되어 타인의 고통을 냉소로 받아낸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며, 인간은 고쳐 쓸 수 없는 쓰레기들뿐이며, 사 람들은 (그리고 나는) 고통에 찬 사진과 영상 들을 연민의 감정을 담아 소비할 뿐이라고, 그리고 이 소비에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 을 뿐이라고 거리를 두게 된다. 사진이 먼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통을 우리 눈앞에 가져온다는 걸 알았다고 해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흔히 사람들은 타인 의 고통이 자신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 한다. 관음증적인 향락 (그리고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다, 나는 아프지 않다, 나는 아직 죽지 않는다, 나는 전쟁터에 있지 않다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그럴싸한 만족감)을 보건대, 흔히 사람들은 타인의 시련, 그것도 쉽사리 자신과의 일체감을 느낄 법한 타인의 시련에 관 해서도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듯하다.4)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해주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연민은 어느 정도 뻔뻔한(그렇지 않다면 부적절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특권 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 으며 우리의 특권이 (우리가 상상하고 싶어하지 않는 식으로, 가령 우리 의 부가 타인의 궁핍을 수반하는 식으로)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3) 같은 책, 163쪽. 4) 같은 책, 150쪽. 5) 같은 책, 154쪽.

무감각과 마주하기 · 29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 이야 말로 우리의 과제이다.5) 언제까지나 구경꾼으로서, 안전한 곳에서 연민만을 느끼며, 스 펙터클한 충격들을 마주하거나, 금방 잊어버리거나, 무감하거 나, 숙고하거나, 절망한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판에 박 힌 상투어들이 승리를 획득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적은 걸 어 느 책에서 보았다. 또다시 마주하고, 무감하고, 숙고하고, 절망 하기를 반복하면서, 사건과 상투어의 배후에는, 사진의 배후에 는 무엇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손택의 말처럼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두고, 그들의 고통과 나의 특 권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숙고해보고, 무감각의 속에, 사진 의 뒤에 어떤 게 감춰져 있는지 상상하고 탐구해봐야 할 것이다. 수잔 손택, 『타인의 고통』, 이재원 옮김, 이후, 2003.

30 마을 소식 마을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31 홍성군 발자취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문당·도산지구(2019~2022년) 황바람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협동조합 책임연구원 홍성군에서는 2019년부터 홍동저수지 상하류에 위치한 홍동면 문당리(문산·동곡마을)와 장곡면 도산2리가 한 사업지구로 농업 환경보전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홍성군 문당 리·도산2리 일대에서 추진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활동의 발 자취를 간략히 돌아보고, 향후 방향을 정리하고자 한다.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배경과 추진 이유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은 〈제4차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계획 (2016~2020년)〉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었다. 2017년 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도입 방안 연구, 2018년 3개 지역에서의 현장 실증(전남 보령시, 전남 함평군, 경북 문경시)을 거 쳐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로 약칭) 정책 사업으로 제도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강조된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째, 오늘날 관행농업 방식은 생산성 중심의 고高투입 농법이 주 를 이루다보니 농업에 따른 환경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그 반면 친환경농업 정책은 인증농산물 육성에 대부분 집중되어 있다.

32 · 마을 소식 따라서 환경 과부하를 줄일 수 있는 농민 실천에 대한 정책 지원 이 필요하다. 둘째, 농촌 공간은 더 이상 전통적인 식량 생산 기 지가 아닌 보전이 필요한 생물서식처이자 환경 서비스를 제공 하는 공간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따라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환경 관리 정책을 강화한다. 셋째, 주민들의 농업환경보전 활동은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이행협약을 체결하 도록 하고, 실천을 통해 발생한 편익을 당사자에게 직접 지원하 는 농업환경지불agri-environmental payment 방식을 취한다. 전국 유일의 유기농업특구인 홍성군은 일찍이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사업에 참여해 2022년에 4년차를 보 내고 있다. 특히 이 사업에 주목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농 식품부의 다른 농업 정책과 달리 ‘농업인’만을 사업 참여 대상 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에서 설명한 정책 배경에 따라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은 공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실천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 개별 농민이 참여하는 활동 (17개 종류)과 별개로 마을 쓰레기 수거, 생태계 유해종 제거, 마을 정 원 조성 및 불량시설 정비 등 공동활동(15개 종류)을 필요에 따 라 자율적으로 선택해 실천할 수 있고, 여기엔 농업 활동 유무 에 상관없이 주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둘째, 농업환경의 범위를 농지農地에 한정하지 않고 산림, 수 水환경, 마을 경관요소, 전통 농업문화 계승 등 포괄적으로 선 정하여, 생태계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한 보전 활동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토지 이용에 따른 구획이나 행정경계에 얽매이지 않 고 보전·관리가 필요한 지역을 계획할 수 있다. 홍성군의 경우 친환경농업이 집중되어 있는 홍동면 문당리 일대의 주된 용수 원인 홍동저수지 수계 水系에 따라 상·하류에 위치한 마을(홍동 면 문당리, 장곡면 도산2리)을 하나의 사업지구로 묶어 사업을 추 진하고 있다.

홍성군 문당·도산지구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발자취(2019~2022년) · 33 더디지만 변화하는 주민 인식과 참여 좋은 취지와 방향 속에 시작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이지만, 현장의 첫 걸음은 순탄치 않았다. 우선 참여 주민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가장 큰 숙제였다. 2019년 당시 에는 지금과 달리 사업 첫해부터 주민 활동을 시작했다. 사업 초 창기이다보니 참고할만한 다른 지역 사례도 부족했고, 마을 주 민이나 담당 공무원 또한 복잡한 성격의 세부 내용을 충분히 숙 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홍성군 현장지 원조직 역할을 맡은 컨설팅 기관(지역활성화센터)이 정책 설계에 참여한 경험을 갖추고 있어 밀도 있는 교육과 논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취지와 방법에 대한 주민교육(3회) 및 세미나(3회), 개별 면담 방식의 환경보전 활동 컨설팅(4회), 마을 핵심관리 자원 발굴 워크숍(1회), 생태 조사 진행 상황 및 주민 활동 모니터링 점검 등 회의(6회)를 집 중적으로 추진했다. 우여곡절이 많긴 했지만 문당·장곡 지역 일 대의 토양·용수·생태·경관 등 환경을 종합적으로 진단할 수 있 었고, 총 14개 유형의 개인 활동(92명 참여)과 33회 공동 활동(누 적 628명 참여)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주민 주도적으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일에 집중했다. 사업 지침에는 없던 사항이 지만, 홍성군에서는 2019년부터 ‘모니터링 반장’을 지정해 활 동을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역 외부에 있는 컨설팅 기관이 갖는 현장 지원 역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함이다. 모니 터링 반장은 마을 사정을 상세히 알고 있는 청장년층 농민(총 5 명)으로 구성해, 단순히 활동 이행을 점검하는 일에 그치지 않 고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계획한 활동이 실질적으로 잘 추 진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편 2020~2021년에

34 · 마을 소식 는 컨설팅 기관과 협의를 통해 현장지원조직의 업무 일부를 지 역에 상주하는 전문 인력이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즉 홍동 면 활동은 지역활성화센터에서, 장곡면 활동은 마을연구소 일 소공도 협동조합이 전체적인 사업 진행과정을 살피고 자료 정 리 및 분석을 해서, 지역 안팎의 전문성을 현장에 전수할 수 있 는 구조를 갖췄다. 이는 친환경농업 및 마을공동체 역량이 축적 되어 있는 홍동·장곡 지역의 특수성에 따른 면이 크겠지만, 장 기적으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의 안정적 정착과 확산을 위해 현장 지원 기능을 담당할 지역주민 조직화(추진 주체 육성)를 적 극 추진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연차를 거듭하며 조금씩이나마 주민들의 참여와 긍정적인 인 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사업 시행 1년 경과 시점 (2020년 2월)에 지역의 환경이 좋아졌다고 응답 한 비중이 77.3%(매우 좋아짐 8.9%, 좋아짐 68.4%)이었는데, 가장 최근 조사(2021년 12월)에서는 91.7%(매우 좋아짐 29.2%, 좋아짐 62.5%)로 대폭 높아졌다. 이 설문조사의 수치가 절대적이지 않 겠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주민들의 변화는 더욱 생생히 느껴진 다. 이젠 마을길 풀을 깎거나 여기저기 방치된 쓰레기를 치우는 공동 활동이 있는 날이면 꽤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새로 이사를 들어온 사람이나, 평소 자주 뵙지 못했던 어르신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당연히 여겼던 가정 쓰레기 불법 소각이나 논 둑 제초제 사용과 같은 행위도 제법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 기가 생겼다. 주민들이 수시로 마을 구석구석을 살피고, 환경 관 리가 필요한 일이 눈에 띄노라면 “환경 프로그램 뭐시기 한번 합 시다!”라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홍성군 문당·도산지구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발자취(2019~2022년) · 35 주민 주도 농업·농촌 환경 보전 활동체계를 만들자 2022년부터는 보다 적극적인 주민 주도 추진체계를 갖추었다. 첫해부터 3년간 외부 컨설팅 기관에서 맡았던 현장지원조직 역 할 전체를 주민협의체가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그림 1 참고). 2019년 당시 홍성군에는 사업 추진지구가 유일했기에 ‘홍성농업환경보전협의회’란 이름으로 결성되었고, 대표 마을 (도산2리)에서 사무국을 맡고 있다.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사업 지침에 따라 연중 진행할 일을 주민과 지역단체가 협력해 수행 하는 체계를 꾸렸다.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주민들의 개인 및 공동 활동 이행을 지원하고 모니터링하는 일이 있다. 기존 모니터링 반장의 활동 은 유지하되, 체계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계획표를 만들 고 행정 서류 작성 일을 사무국과 나누어 수행하는 형태로 역할 을 강화했다. 두 번째로 농업환경조사 부문이다. 작년까지 외부 1 2022년 홍성군 문당·도산지구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추진체계. 황바람 제공.

36 · 마을 소식 에 위치한 기관·단체(용수: 천안 소재 수질분석업체, 생물: 서울 소 재 생물조사단체, 기타: 컨설팅업체)에 모든 과정을 맡기는 방식에 서, 가능한 주민들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예컨대 마을에 사는 청년들이 직접 하천·지하수를 채수해 가까 운 기관(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하고, 매뉴얼을 숙지 하고, 생물조사단을 창업해 활동하는 등의 형태를 갖추었다. 마 지막으로 연차별 활동계획 수립, 주민교육 운영·컨설팅, 이행결 과 분석, 보고서 작성 등의 역할은 마을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 는 지역단체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협동조합)가 수행하는 체계를 구성했다.이러한 추진체계는 전국에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찍이 유기농업과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여 축적된 지역사회 역량, 전 문성을 갖춘 현장지원조직, 행정 협력 등을 발판으로 주민 모두 가 열심히 노력한 까닭이리라. 그래서인지 올해 선정된 신규 지 구(전국 40개)가 3개(화신·모전리, 도산1리·화계2리, 행정1·2리)로, 2 2022년 홍성군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시행지구(4개). 황바람 제공.

홍성군 문당·도산지구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발자취(2019~2022년) · 37 단일 지자체 중 가장 많은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마을이 분포 하게 되었다(그림 2 참고). 정부 정책의 흐름에 비추면 앞으로 더 욱 많은 관심과 활동의 확산을 전망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집중해야 할 두 가지 방향을 다음과 같이 생각 해본다. 첫째, 새로운 추진체계를 도입한 문당·도산지구는 사업 마지막 해인 내년까지 현장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하고 장단점 을 분석하는 일에 집중해야한다. 전국 농촌에 주민 주도로 농업 환경을 보전·관리하는 문화가 정착하길 희망한다면, 이곳에서 의 실험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홍성군 차원에서 농업환경보전 활동을 지원하는 체계 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개인·공동 활동의 경 우 마을 단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주민 교육, 농 업환경 조사·분석, 보고서 작성과 같은 일은 전문조직을 육성해 집약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효과가 클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지구 개별로 현장지원조직(컨설팅 업체)을 입 찰해 계약하는 현재의 방식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사업지구가 늘어날수록 상호 협력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 례 제정을 통해 공공성과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위탁 방식으 로 홍성군 주민들의 농업환경보전 활동을 지원하는 중간지원 조직을 설치하는 경로를 검토할 수 있겠다. 또한 ‘홍성형 농업 환경보전 시범사업’을 진행해 농식품부 사업 신청 전부터 작은 규모의 훈련 기간을 확보하는 것도 제안한다. 이와 같은 준비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사업뿐 아니라 농업·농촌 공익직불제, 저탄소농산물인증제, 생태계서비스지불제계약 사업 등과 같이 향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무엇보다 농촌 주민들과 농업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길 이리라 생각한다.

38 2022년 7월 8일부터 10일까지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제4회 대 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이하 박람회로 약칭)에 참여했다. 박 람회는 기획재정부, 교육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부처와 민간조 직이 공동 주최했고, 협동조합 행복농장(이하 행복농장으로 약칭) 은 그 중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로 약칭) 소속으로 대전· 충남 권역 사회적 농업 부스를 운영했다. 애초에 박람회를 통해 위대한 업적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고, 부스 운영도 너무 무겁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래 서 행복농장이 준비한 내용은 대전·충남 권역 내 사회적 농장과 지역서비스공동체 단체 전시, 포토존 운영과 사회적 농업 응원 메시지 남기기, 홍보물 뽑기 이벤트 등이었다. 행복농장 내부 계획서에 적은 박람회 참가 기대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1 사회적 농장 실천 사례 홍보를 통한 사회적 농업 가치 확산 2 업무 지식과 능력 향상을 통한 실무자 역량 강화 3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유관기관 확대 및 협업 체계 마련 사회적 농업의 ‘ㅇ’이 두껍더라도 박성경 협동조합 행복농장 거점농장팀

사회적 농업의 ‘ㅇ’이 두껍더라도 · 39 계획서에 적은 기대 효과는 딱딱했지만, 결과만큼은 부드럽 게 적어보고 싶다. 사회적 농장 실천 사례 홍보를 통한 사회적 농업의 가치 확산 농식품부는 2018년부터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을 추진 하고 있다. 사회적 농업이란 사회적으로 배제되기 쉬운 노인이 나 장애인에게 농업을 매개로 돌봄이나 교육, 고용을 제공하는 농업이다. 비즈니스라기보다는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나누는 실천에 가깝다. 관련해 행복농장은 와일드루꼴라, 바질, 애플민 트 등 여러 허브를 유기농으로 재배하며 만성정신질환자와 함 께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의 경험과 역량을 인정받아 2020년부터는 사회적 농업 ‘거점농장’으로 선정되어 1 대전 충남 권역 사회적 농업 부스 모습. 2022년 7월, 박성경 제공.

40 · 마을 소식 대전·충남 권역의 사회적 농장 교육과 자문, 네트워크 구축을 지 원하고 있다. 행복농장에서는 대전·충남 권역 내 사회적 농장들 의 홍보물을 모으고 사회적 농장 리플릿을 제작해 전시했다(박 람회 전까지 리플릿을 완성하기 위해 바쁘게 방문을 다니고 인터뷰를 한 행복농장 이이수 선생님이 많은 수고를 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부스를 찾았다. 양손 가득 여기저기서 받은 홍보물을 들고 와서 여기는 무엇을 주냐고 묻는 사람, 분명 아까 홍보물을 받아갔는데 처음 왔다면서 또 홍보물을 달라는 사람, 아이가 선물 뽑기를 하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 근처에서 부스를 운영하는데 궁금해서 온 사람 등. 모두에게 사회적 농업의 가치를 알리는 것은 분명히 불가능 했다. 심지어 사회적 농업을 향한 응원 메시지를 적어둔 포스트 잇 중에는 ‘사회적 농업’ 대신 ‘사회적 농협’이라 적혀있는 것도 몇 개 있었다. ‘ㅇ’ 대신 적혀 있는 ‘ㅎ’을 볼 때마다 힘이 빠지면 서 한숨이 나왔다.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허탈함 2 3 박람회 부스 방문객들이 붙인 사회적 농업 응원 메시지. 2022년 7월, 박성경 제공.

사회적 농업의 ‘ㅇ’이 두껍더라도 · 41 을 느끼며 사람이 없는 틈에 ‘ㅎ’을 두꺼운 ‘ㅇ’로 고치기도 했다. 그래도 힘 빠지는 일만 있지는 않았다. 부스를 찾아오는 여러 사람 중 실천 사례를 꽤 주의 깊게 듣는 분도 계셨다. 여러 농장 들의 설명을 듣고 단순히 “좋은 일 하시네요”가 아니라, “주변에 농사를 짓는 친구들이 많은데 사회적 농업을 알려줘야겠어요” 라며 사회적 농장 리플릿을 다섯 장 넘게 가져가기도 했다. 응원 메시지 또한 진심으로 써주신 분들이 많았다. 업무 지식과 능력 향상을 통한 실무자 역량 강화 박람회 둘째날에는 사단법인 한국사회적농업협회에서 주최한 〈사회적 농업 성과 공유회〉(이하 성과 공유회로 약칭)가 있었다. 성과 공유회는 5년 간의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행복농장을 포함해 총 네 곳의 사례 발표가 있 었다. 충북 청송군 청송해뜨는농장 농업회사법인에서는 청년과 농장, 농장과 청년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발표했고, 인천 강화군 농업회사법인 콩세알에서는 강화특수교육지원센 터와 협력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참여와 지역의 관심을 확대시 킨 사례를 발표했다. 전북 완주군 사회적협동조합 완주사회적 경제네트워크에서는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를 비롯해 사회적 농 업에 참여·실천하는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를 전했다. 행복농장 은 사회적 농업 실천을 통해 어떻게 지역의 농가가 협력했고, 마 을 돌봄으로 확대 되었는지 발표했다. 성과 공유회 이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선임연구위원 이 ‘만남·환대·협동·연대’라는 네 가지 열쇳말로 사회적 농업을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말들을 적어보자면 ‘연대가 협동과 다른 점은 나와는 다른 사람과 하는 것이며, 농장에서는 연대하는 사

42 · 마을 소식 람과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 ‘사회를 만 드는 것은 규범이나 제도가 아니라 환대라는 것’ 등이다. 그리고 숙소 예약에 대한 지식도 쌓았다. 예약할 때 ‘특실’이 라는 말만 보고 어쨌든 더 좋겠거니 냉큼 예약을 했는데 아, 천 장에 거울이 달려있고, 화장실 문이 투명했다. 숙소에서 주무신 분들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유체이탈한 것 같았다”, “자다 깼는데 깜짝 놀랐다”고 말하셔서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유머에 대한 역량 강화(?)도 할 수 있었다. 진행 중 쉬는 시간이 짧아지자 “사회적 농업 성과 공유회인데 진행은 반사회적”이라는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정민철 선생님의 농담 네트워크덕분이다. 구축을 통한 유관기관 확대 및 협업 체계 마련 박람회를 통해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사회적 농업 실무자도 만 4 2022년 사단법인 한국사회적농업협회 주최 〈사회적 농업 성과 공유회〉. 2022년 7월 9일, 박성경 제공.

사회적 농업의 ‘ㅇ’이 두껍더라도 · 43 났다. 물론 정기 회의나 모임 때 뵌 적은 있었지만, 농장에서 어 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사회적 농업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등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번 기회에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내 생각보다 다양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존재하고, 젊 은 사람들 또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은 청년들이 모인 예술협동조합이었다. 리플릿과 로고 제작, 영 상 제작까지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었는데, 박람회 후 행복농장 으로 포트폴리오를 보내주기도 했다. 박람회가 끝난 뒤에 사회적 농업에는 당연하게도 큰 변화가 없다. 신문 1면에 나올 만큼 큰 화제가 되지도 않았고, 사회적 농 업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난 5개월을 돌아보면,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는 사회적 농업 실무자인 동시 에 사회적 농업 당사자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연고도 없는 홍 성군 장곡면으로 이주한 사회적 약자였지만, 행복농장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또한 어딘가에 소속되 기 위해 분주할 필요 없이 마을 사람들의 환대를 느끼며 느긋하 게 지내는 날들이 쌓이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장곡을 떠나려면 손가락 하나를 잘라라”고 농담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곳을 떠나면 손가락을 자른 것만큼 아프고 허전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자르지 않을 것 같아서 적는 건 절대 아니다. 박람회 3일 동안, 행복농장 부스에는 4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다녀갔다. 그들이 본 사회적 농업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어설펐 더라도, 내가 경험하는 사회적 농업과 우리가 품고 싶은 가치가 전달되었기를 바란다.

44 저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이하 풀무학교) 근처에서 ‘풀무배움 농장’이라는 조금은 거창한 이름으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농사 를 짓고 있습니다. 풀무배움농장은 협동조합처럼 일하는 일꾼 이 주인이 되는 농장입니다. 여러 목적과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 다만 그 중 하나가 풀무학교 2~3학년 실습 수업의 한 축을 담당 하는 것입니다. 처음 이 역할을 맡게 되었던 2019년도에는 ‘선 생님’이라는 호칭이 무척 무거운 무언가로 느껴져 스스로 ‘선생 님’이라 소개하지 못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여전히 학생을 가르 치기에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호칭에는 점점 익숙해져 가는 듯합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던가요. 농장 도 수업도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면서 최근에는 실습 수업을 어 떻게 하면 좋을지, 학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조금 더 고민하고 농장에서있습니다.농업 실습을 생각하다 구해강 풀무배움농장 매니저

농장에서 농업 실습을 생각하다 · 45 풀무배움농장과 풀무학교의 실습 풀무배움농장에서 풀무학교 실습 수업을 맡게 된 건 2019년이 었습니다. 2018년 풀무제의 주제가 ‘농업 교육’이었습니다. 지 난 풀무학교의 농업 교육을 조사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 야하는지를 제시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풀무제를 시작으로 학 교에서도 농업 교육 방향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그 결과 일 주일에 2번 진행했던 실습 수업을 4번으로 늘렸습니다. 또 기 존엔 학교 안에 있는 논과 밭에서만 진행했던 실습 수업을 학교 밖 현장과 연결했습니다. 학교 논과 밭이 넓지도 않고, 많은 인 원이 함께 움직이다보니 수업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것과 농업 을 배운다기보다 체험을 했다는 의견이 있어 학교 밖 농업 현장 의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청년 농부의 농업 현장이자, 풀무학교 학생들이 실습할 수 있는 풀무배움농장이 만들어졌 1 풀무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농장과 수업 소개를 하고 있다. 2019년, 풀무배움농장, 오 선재 촬영.

46 · 마을 소식 습니다.1학년 땐 풀무학교의 논과 밭에서 농사의 전반적인 이론과 실습을 하고, 2학년 땐 화훼와 동물자원, 친환경재배를 배웁니 다. 3학년 땐 1~2학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심화해서 배우 고 싶은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실습 수업의 체계가 만들어졌습 니다. 벌써 풀무학교 학생들의 수업을 시작한지 4년이 되었습 니다. 그동안 여러 번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실습 수업 시간 조 정부터 한 반에 인원은 몇 명이 적당할지, 학년별로 어떤 내용 을 배워야하는지 등을 계속 논의해가며 만들어왔습니다. 매년 학생들은 바뀌기 때문에 올해는 이 방식이 맞는 것 같다가도 내 년이 되면 또 바뀝니다. 지금도 계속 학생들을 만나고, 학교와 의논하며 풀무학교의 실습 수업 체계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풀무배움농장 실습 수업의 목적 학생들이 굳이 학교 밖 풀무배움농장까지 와서 실습 수업을 하 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생각은 조금씩 다를 것 같습 니다만 저는 학생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농업 현장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라 생각합니다. 대게 학생들이 생각하는 농업과 농 민의 삶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자급자 족, 텃밭농사, 토종종자 재배, 땅과 환경을 위한 무투입 무경운 농법, 여유로운 반농반X의 삶 등 불가능하거나 거짓인 것은 아 니지만 막연하고 단편적인 경우가 많죠. 그런 오해(혹은 환상)를 풀무배움농장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것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농민이 되길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농촌·농업·농민에 대해서 ‘책에서 읽은 이야기’나 ‘어디서 들은 이야기’로 이해하

농장에서 농업 실습을 생각하다 · 47 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시간을 바탕으로 생각하 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농장에서 수업을 하면 좋을까요? 사실 이 부분이 가장 고민이 많은 지점입니다. 앞서 농업 현장에서의 실습을 통한 경험을 이야기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해 보면 쌈채소 파종, 정식, 수확, 납품, 관리기 운용, 삽질, 레이크 질, 제초, 하우스 유지 관리 등 자칫 배움보다는 노동으로 받아 들여질 수 있는 농작업이 많습니다. 이런 농작업을 어떻게 수업 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때로는 일을 몰아붙여 해보 기도 하고 때로는 농장을 둘러보며 관찰하고 기록해보는 등 여 러 방법을 시도해보며 균형을 잡아보려 하고 있습니다. 다만 무 엇을 하더라도 잊지 않으려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가르치 려 하기보다 보여주기’입니다. 2 풀무학교 3학년들과 모내기를 하고 있다. 2021년 6월, 풀무배움농장, 오선재 촬영.

48 · 마을 소식 수업을 위한 농장이 아닌 농업 현장 풀무배움농장은 수업을 위한 농장이 되지 않으려 합니다. 학생 들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워갈 수 있는 수업적 장치를 고 민하고 만들지만, 어디까지나 농장을 제대로 운영하는 현장이 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것은 실습 수업을 포함해 풀무배움농 장이 추구하는 여러 목적과 역할을 해내기 위한 전제 조건이 농 업을 통해 돌아가는 농장을 만들고 지속하는 것이기 때문입니 다. 그리고 그런 농장을 만드는 과정이 학생들에게 더욱 현장 감과 밀도를 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농장을 잘 운영하는 것이 곧 수업이 잘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 에 ‘가르치려 하기보다 보여주기’를 실습 수업의 주안점으로 생 각하고한편으로있습니다.수업을 떠나서 다른 점에서 떠오르는 것도 있습니 다. 풀무학교의 졸업생으로서, 홍동에서 살고 있는 청년으로서, 인생의 아주 조금 선배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더 있지 않을 까 하는 것입니다. 저는 풀무학교 학생들이 졸업 후의 진로를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그 중 농적 진로는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 지만 제가 보았을 때 큰 이유는 농적 진로를 선택한 후의 미래 가 잘 그려지지 않고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풀무배움농장에서는 저를 포함해 여러 청년이 일하고 있으며 주변 지역에도 꽤 많은 청년들이 다양한 형태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 청년들을 학생들이 풀무배움농장을 통해 농장에서, 지역 에서 만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이 글은 풀무학교 소식지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49 최초의 초록색 기억 그리고 논밭 옆의 흙길 나는 서울시에서 태어났지만 인천시과 서울시 사이 작은 도시 인 경기도 부천시에서 자랐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최초의 초 록색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충북 괴산군 산골의 할머니의 매실밭이 떠오른다. 나는 8살에 처음 시골에 가봤다. 매미가맴맴- 거리며 우는 소리를 자명종 삼아 일어나면 더운 여름날 의 햇살이 볼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산 위에서 내려온 얼음장 같 이 차가운 계곡물로 세수를 하면 여름 내 우거진 풀과 나무들이 서로 얽히고 얽힌 게 보였다. 가시에 찔릴까, 벌레에 물릴까 긴 팔과 긴바지를 입고 매실을 딸 때 맡은 그 시큼한 냄새는 이상하 게도 기분이 나쁘다기보다 오히려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었 다. 더위가 한 풀 물러난 늦은 오후에 사촌 언니와 함께 따먹은 빨간 앵두는 역시나 달콤했고, 주홍빛 보리수는 이상하게도 떫 었다.최초의 초록색 기억을 떠올릴 때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어릴 적, 나무와 꽃 대신 건물과 아스팔트로 가득했던 동네의 길가를 젊은협업농장에서의17살, 18일임금비 이우고등학교 1학년, 평민마을학교 단기학습생 49

50 · 마을 소식 걸을 때도, 삐거덕거리는 작은 오두막의 나무 바닥 대신 튼튼한 아파트의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을 때도, 그 초록색 기억을 떠올 리면 그 순간은 충북 괴산의 어느 산골이 보인다. 14살이 되던 해, 김제시의 작은 시골 학교에 입학을 했다. 묘가 많 아 묘라리라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시골에 있는 학교였다. 학교는 앞문으로 나가도 논밭, 뒷문으로 나가도 논밭, 옆문으로 나가도 사방이 논밭인 곳이었다. 어느 날은 친구들과 함께 학교 앞 논밭으로 둘러싸인 흙길을 걸었다. 또 어떤 날은 선생님과 함께 비가 와 질퍽거리는 흙길을 함께 걸었다. 또 다른 날은 혼자서 그 흙길을 걸었다. 그 흙길을 걸으며 언젠간 나도 이렇게 드넓은, 앞에는 황금빛의 벼들이 일렁 이는, 참새들은 시도 때도 없이 조잘거리고, 옆에서는 깨 터는 향 이 나고, 겨울이 되면 누구 하나 살아있지 않은 것처럼 조용한 이 곳, 묘라리가 아니더라도 꼭 시골에서라고 살겠다고 생각했다. 1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에서 치커리 수확하는 모습. 2022년 7월, 임금비 촬영..

17살, 젊은협업농장에서의 18일 · 51 5월의 농촌배움활동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다. 막연하게 꿈을 꾸기만 할 것이 아니 라 언젠가는 이루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막연한’ 꿈이라 그랬던 것인지, 아님 또 다른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런 지 아무리 생각해도 농촌에서의 다채로운 삶과 미래가 그려지 지 않았다. 뭔가 시골이나 농촌에서 살아야 한다면 일이 없을 때 는 가만히 누워서 쉬고, 하루 종일 농사 일만 해야 하는 것은 아 닌가 하는 이상한 걱정들이 들었다. 시골에서 살고 싶을 뿐이었 지,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농사만 지으며 살고 싶지 않았다. 농촌 에서 공부도 하고 싶었고, 책도 읽고 싶었으며, 사람들과 이야기 도 나누고 싶었고, 다른 일도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과연 그 것을 시골에서도 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 뜻밖의 기회가 생겼다. 코로나19로 못갈 줄 알았던 농촌배움활동이 2년 만에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비록 당일로 진 행되는 농촌배움활동이었으나 기대를 많이 했다. 당일 오전에 홍성군으로 출발했고, 도착하자마자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이 하 협업농장으로 약칭)으로 향했다. 우리가 한 일은 쌈채소를 뜯고 모종을 심은 것이다. 비닐하우스 2개 정도 했으려나, 처음 에 조잘조잘 떠들던 입들이 점점 닫혀가기 시작했다. 엄지손가 락은 진액 때문에 누군가 일부로 흙을 묻혀놓은 것처럼 까매졌 고, 검지손가락은 모종을 심기 위해 거친 흙을 파느라 상처가 났 다. 쪼그려 앉아서 몇 시간을 지낸 건 처음이었기에 누가 다리를 치고 가는 듯 저렸고, 자라보다 더 튀어나온 목은 너무 아프고 불편했지만, 그마저도 좋았다. 손에 만져지는 거친 흙과 싱그러 운 채소는 새로운 공간에서 공부를 시작하며 지쳐있던 나의 마 음을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어떤 이에게 이 시간은 그저 귀찮고

52 · 마을 소식 힘든 시간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정말 명상하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며 동시에 여러 감각으로 느끼는 게 진짜 명상을 하는 것 같았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농촌에서의 삶이 잘 그려지지 않아 막막 했다. 하지만 5월 초의 어느 하루, 홍성으로 농촌배움활동을 다 녀오며 농촌에서의 다양한 삶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홍성에서 의 사람들은 농사를 짓기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마을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거나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학회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다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 아 각자의 삶을 꾸리고 있었다. 이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여기에 다시 오고 싶 쉼과다’고. 꿈을 찾아 온 협업농장 ‘쉼’이라는 키워드는 고1 1학기 내내 고민하던 것이었다. 할 일 이 없을 땐 침대에 누워 고양이를 한 팔에 끼고 하루 종일 핸드 폰을 보는 것이 쉬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쉰 날은 그렇게 몸이 편하다거나, 기분이 좋다거나 하지 않았다. 유튜브 도 보고, SNS도 구경하고,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온갖 것을 다 하는데도 즐겁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진짜 쉼이란 무 엇인지를 알아가고 싶었다. 또 이젠 앞으로 남은 2년 반을 무엇에 열정을 갖고 지낼 것인 지를 결정할 때였다. 남들은 너무 이르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나 에게는 적어도 앞으로의 2년 반을 무언가에 푹 빠져 지내고 싶 었다. 그리고 그 열정을 ‘농촌 살이’라는 그 막연한 꿈에 쏟고 싶

17살, 젊은협업농장에서의 18일 · 53 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올라와 처음 맞는 여름방학을 홍성군 장곡면 도산2리의 오누이권역과 협업농장에서 지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2022년 7월 19일, 홍성역에 발을 디뎠다. 막상 친한 사람 하나 없는 홍성에 무작정 내려왔을 땐 어색해 죽 을 지경이었으나, 모순적이게도 이 순간이 너무 익숙하고 편안 했다. 지난 6개월간 도시에서 지냈던 나는 자신도 모르게 김제 에서도 시골 중 시골로 여겨지는 묘라리에서 지냈던 시간들이 그리웠던 것이다. 주변에 작은 언덕 하나 없어 막힘없이 불었던, 군산에서 날아온 비릿한 바람과 조잘거리는 새들의 목소리를 음악 삼아 지냈던, 밤에는 가로등 하나 키지 않아 밤하늘의 별과 달이 그 무엇보다 아름답게 빛났던 묘라리. 그리고 도산2리도 그 곳과 다를 게 없었다. 이 낯선 공간에서 몇 년씩 지내온 것과 같은 익숙함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는 하루살이와 나방, 날파 리들이 방 밖과 안을 논하지 않고 날아다니는 것도 반가울 지경 이었다.풀벌레 소리를 자장가 삼아 푹 자고 새벽 5시 30분에 맞추어 세미나실로 향했다. 낯선 이들과 어색한 아침 인사를 하고, 처 2 첫날 도착하자마자 양치밭에 제초하러 갔다. 2022년 7월, 임금비 촬영.

54 · 마을 소식 음 보는 이들과 익숙한 아침 모임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이게 뭔 말인가 싶었다. 정식은 뭐고 모둠은 뭔지, 또 예초기는 잡초 뽑 는 기계인가? 첫날 아침 모임에서 정말 멀뚱멀뚱 앉아만 있었 다. 그러곤 6시가 되자 비닐하우스에서 청상추를 수확하기 시작 했다. 오른손 끝에 느껴지는, 더운 날씨에 지쳐있는 아기 손바 닥만한 청상추 잎사귀를 행여나 찢어져버릴까 조심스럽게 따서 왼손 위에 올려 정리했다. 몇 박스의 청상추를 따고 나서는 사람 들을 따라 양치밭의 잡초를 뽑았다. 정말이지 힘든 날이었다. 저 하늘 한 가운데 ‘나 여기 있어’하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뜨거 운 태양은 목 뒤를 까맣게 태웠고, 온 몸에서는 비 오듯 땀이 났 다. 어느덧 오후 5시가 되었고, 사람들을 따라 계속해서 잡초를 뽑았다. 엉덩이방석에 앉아있지만,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 자세는 가뜩이나 느리게 가는 시간을 더 더디게 흐르도록 했다. 5시 반이 되자 드디어 오늘의 일이 끝이 났다. 사실 농사일은 끝 났지만 몇 시간의 평민강좌가 남아있었다. 재빨리 씻고 나와 홍 동면의 홍동밝맑도서관으로 향했다. 수요일은 〈《생명수いのちの 水》 읽기 모임〉을 하는 날이다. 《생명수》는 일본의 무교회 잡지 다. 여기서 무교회는 성경을 중심으로 신앙 생활을 하는 기독교 사상을 말한다. 사실 나는 그놈의 신앙이 싫어서 성당을 제 발로 나온 사람이었기에 이 수업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잡지는 일본어로 되어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너무 어려웠다. 수 업을 마치며 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성경은 꼭 신 앙 때문이 아니라 고전을 읽기 위해서라도 한 번 즈음은 꼭 읽어 보아야 한다고. 이 말을 듣고 조금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그래도 성경을 다시 읽고 싶지는 않았다. 16년 간 성당에서 지겹도록 들 은 그 성경 따위의 것들은 여전히 부담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다양한 공부를 위해서 꼭 읽어야 하는 중요한

17살, 젊은협업농장에서의 18일 · 55 책이기에 머릿속에 ‘언젠가는 이걸 읽게 되겠구나’ 싶었다. 뭐, 그래도 언젠가 자신이 성경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 성 경을 꼭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날이라면 〈《생명수》 읽기 모임〉 후에 바로 숙소로 돌아 갔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농업과 기후위기 관련 간담회가 예정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전까지 아무리 기후변화로 인 해 올해 벼농사가 어떻고, 밭농사가 저쩌고 하는 이야기를 뉴 스에서 심심찮게 접했었지만 크게 ‘나의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 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에서의 어려움, 그리고 농민들 의 당혹함을 들으며 이게 작은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기후위기 는 병충해를 확산시킨다. 이전에 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곤충들이 날아다니며 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고, 비가 오지 않아 흙이 마르기도 한다. 반대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작물이 다 녹 아버리게도 한다. 간담회를 들으며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채식 을 지향하는 이유는 정말 다양했는데, 그 중 하나가 ‘기후위기’ 였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 미치는 표면적인 영향만 주 목했지, 그것이 농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생 각을 해보지도, 관심을 갖지도, 찾아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간담회를 들으며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말로만 ‘기후 위기’라고 외치지 않기 위해 더 공부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 겠노라 다짐했다. 많이 배우고 협업농장에서의갑니다18일이 끝이 났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조금씩 성 장했던 것처럼 비닐하우스 안의 트레비소도 열심히 성장하고 있었다. 5월에 와서 친구들과 심었던 트레비소는 어느새 자라

56 · 마을 소식 풀내음 가득한 기름기가 쭉 빠진 아보카도 내음을 내뿜고 있었 다. 그런 트레비소를 보며 ‘진짜 쉼’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협 업농장의 네 번째 하우스 안 트레비소는 겉으로 보기에는 가만 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젖 먹던 힘을 다 해 깨알보다 작은 씨앗에서 아기 손바닥 만 한 새싹을 피운 후 잠시 쉬고 있는 것이다. 비단 쉬는 것이 가 만히 있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쉬는 와중에 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트레비소에게 진짜 쉼이란 나의 몸과 마 음을 더 풍요롭게, 그리고 무척이나 크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걸 또배웠다.홍성에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며 생각지도 못한 다양 한 삶의 형태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농촌이라고 무조건 농업을 하거나, 혹은 하루 종일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다. 농사를 짓더 라도 뙤약볕 아래 일하기 힘든 낮에는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저녁에는 공부모임이나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사무실이 나 도서관에서 일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저마다 의 다채로운 삶을 보며 나의 미래를 상상하고 꾸리는 데 큰 도움 을 협업농장에서의받았다. 모든 날이 무척이나 행복하고 즐거웠다고만은 할 수 없다. 짜증나고 힘든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다양한 감 정을 느꼈다는 것은 여기가 정말 사람 사는 곳이었기 때문이라 고 생각한다. 18일간의 협업농장과 마을에서의 배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앞으로 내 삶의 초록색 기억들을 만들어가는 씨앗 이 될 것 같다.

57 농장과의 첫 인연은 2018년, 대학교 새내기 시절 과에서 갔던 농 촌활동 (이하 농활로 약칭)이었습니다. 대학교에 갓 입학해 모든 것이 설렜던 저는 농활에 대한 큰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 론 마을을 만나기 전 제가 갖고 있던 농활의 이미지는 인력이 부 족한 농가에서 일손을 돕는, ‘연대’에 치중된 모습이었습니다. 그 러나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이하 젊은협업농장으로 약칭)과 평민 마을학교, 행복부엌에서 경험한 농활은 농촌의 새로운 모습들을 만나고, 제 자신을 채우고 성장시키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저는 이후 매년 여름마다 젊은협업농장을 찾았습니다. 이번 가을부터 는 살면서 농촌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그대라서 참 행복합니다1) 제가 이 농장을 사랑하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농장을 사랑하는 세 가지 이유 한의진 평민마을학교 예비 학습생 1) 이석훈의 〈그대를 사랑하는 10가지 이유〉에서 차용. 57

58 · 마을 소식 첫째는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라는 점입니다. 젊은협업 농장은 ‘신규 농업인에게 유기농 교육을 제공’2)하고 청년 농부 들의 독립을 돕고 있습니다. 바로 이웃에 위치한 협동조합 행복 농장은 마찬가지로 유기농법을 통해 허브와 꽃, 채소 모종을 키 우며 ‘성인 만성정신질환자들의 직업재활과 사회복귀’3)를 돕고 있습니다.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동체의 가치를 위해서 여러 협 동조합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 다. 시장의 작동원리가 공간과 자본을 배치하는 도시에서는 불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이 실현되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 를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학을 공부하는 저로서는 정 말 흥미로운 농장입니다. 둘째는 노동이 끝나고 듣는 평민강좌입니다. 매일 다양한 주 2) 젊은협업농장 홈페이지(https://collabofarm.com). 3) 협동조합 행복농장 홈페이지(http://happyhada.com). 1 2018년 처음 농활로 장곡면에 방문했을 때 복실이와 함께 찍은 사진. 2019년, 장곡면 도산2리, 한의진 제공.

농장을 사랑하는 세 가지 이유 · 59 제로 공부를 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젊은협업농장의 정민철 선생님과 지역을 연구한 논문들을 읽으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밌고, 유기농업에 대한 수업도 참 유익합니다. 하루 종일 힘 을 쏟았던 이 ‘농사’라는 행위를 다시 돌아보게 해 주고 세상의 다양한 농업에 열린 마음을 갖게 해줍니다. 무엇보다 제가 제일 기다려지는 수업은 무교회 성서 잡지인 《생명수 いのちの水 》를 읽는 시간입니다. 자기를 낮추고 생명을 높이는, 포용과 관용의 가치로 살아가는 사람들. 모태신앙으로 인생의 대부분을 그리 스도교의 딱딱하고 배타적인 모습만을 봐왔던 저에게는 너무 도 신선하고 위안이 되는 구절들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활 동한 사상가 김교신金敎臣, 1901~1945 선생님의 책 속에서도 지금 의 저에게 저릿하게 다가오는 말씀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가 사랑했던 조국은 조선이었지만, 마치 지금의 대한민국 사람들 에게 말씀하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셋째는 행복부엌에서의 맛있는 시간입니다. 농장에서 살아 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알차고 뿌듯 한 밥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년 농장에 갈 때마다 사모님이 해 주시는 음식을 먹고 감탄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친숙한 메뉴 들부터 농장에서 재배한 신선한 재료들로 만든 반찬들까지. 감 히 제가 행복부엌의 요리를 한 줄로 표현하자면 ‘조화로우면서 도 귀엽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식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 다. 맛있는 것을 먹는 일도 기쁘지만 식사를 함께 하며 농장의 선생님,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코로나19 를 겪으며 그런 작은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깨달 았습니다.

60 · 마을 소식 일터이자마치며 학교이자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는 이곳을 찾아가는 것이 참 행복합니다. 물론 일과 배움을 함께 한다는 것이 참 쉬 운 일이 아닙니다. 이곳에서도 그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합치된 삶을 살아가긴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함께해주는 사 람들이 있다는 것에 참 든든합니다. 이번에 시작할 농촌 생활이 작은 씨앗이 되어 이 좋은 땅에 잘 심기우면 좋겠습니다.

61 2022년 6월 27일 오후 5시, 《겹겹 4: 의문 속에 머무르기》 연속 강좌 가운데, 건축가이자 시인인 함성호 선생의 강연 〈조선원림 의 원리〉가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에서 열렸다. 조선집에 대한 오해 서양은 집과 정원을 같은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반대로 조선집 은 집과 정원의 구분이 없다. 조선의 ‘정자亭子’도 서구식으로 보 면 건축이지만, 조선에서는 정원의 일부다. 서양 정원에 가면 겨 울에 뿌리 식물을 저장하기 위해 온실이 있는데, 서양은 온실을 하나의 건축으로 생각한다. 기둥과 지붕이 있으면 건축으로 본 다. 반대로 동아시아나,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구분을 잘 안한다.사람들은 ‘배흘림기둥’을 조선의 고유 양식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기둥이 길면 착시로 인해 똑바르더라도 꺾여 보이는데, 이걸 보정하기 위해 살을 두툼하게 만든 게 배흘림기 겹겹 4 조선원림의 원리

62 · 마을 소식 둥이다. 의도적으로 좀 더 뚱뚱하게 보이게 만드는 기법인 것이 다. 하지만 이건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양식이다. 또 온돌에 엄 청나게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로마시대 기록에도 온돌은 있었 다. 온돌은 로마시대 때부터 오랜 시간, 넓은 지역에서 광범위하 게 사용된 난방 방식이다. 지금 서양 사람들이 안 쓸 뿐이다. 온 돌 난방 방식은 너무 복잡해서 중국에서도 사라졌다. 이 복잡한 것을 조선 사람들은 끈질기게 매달려서 굉장한 과학적 발전으 로 이룬 것 뿐이다. 조선집: 시간을 세우고, 공간을 두르다 집의 원리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서까래’를 떠올린다. 이건 전 세 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동아시아 문명에서는 서까래를 ‘시간 1 함성호 선생이 조선집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년 6월 27일, 장곡면 오누 이다목적회관, 김세빈 촬영.

조선원림의 원리 · 63 을 세운다’고 생각했다. 조선 사람의 생각뿐 아니라 동아시아에 넓게 퍼져있는 생각이다. 시간을 세우고(서까래), 거기에 공간을 두른다(지붕 등)고 생각했다. 서구에서는 고전 물리학이 파괴되고 상대성 이론이 나타나면 서 시간과 공간이 하나라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다. 상대성 이론 에 따르면 공간은 X, Y, Z 세 개의 차원을 갖고 있고, 여기에 시 간이라는 차원이 더해졌다. 동아시아에서는 일찍이 공간과 시 간이 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걸 생각했다. 《중용中庸》에는 ‘시중時中’이라는 말이 나온다. 시중은 때에 따라 딱딱 들어맞는 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라도 뭔가를 계획했으면 그 계획에 맞는 시간이 있고, 그 시간에 따라서 딱 맞아 떨어질 때 모든 일이 풀 린다는 것이다. 시중이라는 건 조선 사람들한테도 중요한데, 여 기서 은유라는 게 나타난다. 이성계李成桂, 1335~1408는 왕이 되려면 모든 조선 산신령에게 허락을 맡아야 했다. 그래서 모든 산신령을 찾아가 다 허락을 받 았는데, 딱 한 산신령이 허락을 안해서 매우 유명한 점쟁이를 찾 아갔다. 줄을 서 있는데 자기 앞에 거지 차림을 한 사람이 기다 리고 있었다. 그 사람에게 사주를 물어보니 자기랑 똑같았다. 점 쟁이가 하는 말이 “넌 평생 거지로 살아야 해”라고 했다. 앞 사람 이 자기랑 사주가 똑같은데 평생 거지로 살아야 한다는 말에 이 성계는 낙담을 했다. 그 후에 이성계 차례가 되어 점쟁이에게 자 신의 사주를 말하니까, 이번엔 점쟁이가 “당신은 왕이 될 상이 다”라고 했다. 사주라는 건 연월일시 年月日時 로 나눠져 있는데, 연월일시가 움직이지 않는 공간에서는 늘 똑같이 적용이 된다 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시간이 작동한다. 이성계는 “저 사람과 내 사주가 똑같은데 왜 다른 거냐”고 물었다. 그러니까 점쟁이가 “내가 당신의 사주를 묻고, 당신이 말할 때 지게 작대 기가 쓰러지고, 뭔가가 움직였다”고 말했다. 사주가 같으면 같은

64 · 마을 소식 운명을 살 거라는 건 틀린 얘기다. 이성계는 용기를 얻어 자기 가 왕이 되는 걸 반대한 산신령을 찾아간다. 가서 “내가 왕이 되 는 걸 허락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걸 들어준다”고 말한다. 산신령 이 허락하는 조건으로 “내 몸에 비단을 둘러달라”고 말한다. 왕 이 된 후 이성계는 저 넓은 산에 어떻게 비단을 둘러야 하나 고 민을 하고 있는데, 산신 하나가 좋은 생각이 있다며, “비단 금錦 자를 써서 산 이름을 금산이라고 지어줍시다”라고 했다. 이 이름 을 들은 산신령은 흐뭇해했다고 한다. 이 산이 바로 남해 금산이 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이름 짓기 좋아하는 정서가 있다. 이름만 바꿨을 뿐인데, 이름이 공간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 닌 공간에다가 이름을 붙이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조선 사람들 이 이름 붙이는 걸 좋아하는 이유가 이름을 지을 때 공간에 성격 이 생기기 때문이다. 2 해양길과 초원길. 함성호 제공.

조선원림의 원리 · 65 조선집 제1의 원리: 남방문화와 북방문화 깍지끼기 한반도는 지역적·지리적 특성상 북방구의 문화가 계속 유입이 된다. 또 해류를 통해 해양문화도 들어온다. 조선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북방문화와 남방문화가 만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절묘하게 융합해낸 게 조선의 문화다. 남방문화는 해양문화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 해양문 화에는 땅과 떨어져 있는 고상주거 형태가 많다. 습기와 벌레를 막기 위해 고상주거 형태가 생겼다. 동남아시아에 가면 수상가 옥이 많다. 미얀마 어느 호수에는 도시 전체가 물 위에 떠있다. 해충과 습기를 피해 일부러 바다로 가는 것이다. 집 한가운데는 마루가 있다. 사람들은 마루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한다. 밥도 먹 고 누워 있기도 하고, 얘기도 하고, 자기도 한다. 또 공기가 통하 게끔 지붕이 뾰족하게 되어 있다. 안에 있는 더운 공기를 위로 빠져나가게 하기 위한 것이다. 북방문화의 대표적인 집은 몽골에서 볼 수 있는 게르Ger다. 집을 3·4 해양문화권과 북방문화권의 주거 형태. 함성호 제공.

66 · 마을 소식 지을 때 한 시간, 해체할 때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게르 안은 벽 같은 유형의 구분이 없고, 무형의 구분은 있다. 생활하는 사람들 나름의 구분이 있는 것이다. 한옥은 이 게르에 칸막이를 만들어 유형 구분을 한 것이다. 해양문화 사람들은 춥지 않으니까 고상주거 형태에서 살지 만, 북방문화 사람들은 춥기 때문에 난방을 한다. 유럽에는 난방 벽난로가 있다. 18세기 전까지는 굴뚝이 없어서 방 안에 연기가 차면 창문을 열어야 했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잘 때 모자까 지 쓰고 잔다. 중국의 집도 굴뚝이 없다. 대신 층고가 높다. 중국 은 서까래를 놓고 그 위에 대충 기왓장을 얹는다. 조선집은 바닥 난방을 하기 때문에 진흙으로 지붕을 잘 만들어야 한다. 집이라 는 건 문명의 척도다. 서양을 보면 식사할 때 정장입고 먹는데, 춥기도 하고 입는 김에 제대로 입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따뜻하 게 산다. 서구 사람들은 에너지를 별로 안 쓰고 산다. 일제시대 5 맹사성 고택 배치도. 함성호 제공.

조선원림의 원리 · 67 때 도쿄 제국호텔 주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바닥 난방을 보고 너 무 신기해했다. 그래서 그 바닥 난방을 뜯어 자기 집 정원에 설 치했다. 그 후 시간이 지나고 호텔 주인은 미국 건축가인 프랭 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를 불러 제국호텔 설 계를 부탁했다. 라이트는 화로에 불을 못 붙여서 계속 추워했고, 이걸 본 주인은 라이트에게 바닥 난방을 보여줬다. 그때 라이트 가 쓴 글에 “이건 난방이 뿐만이 아니라 방 전체의 기류가 바뀐 것 같다”고 말한다. 그 후 라이트는 바닥 난방을 연구해서 보일 러를 만들었고, 우리는 그걸 수입해서 쓰고 있다. 정작 미국에서 는 안 조선집은쓴다.서까래로 시간을 펼치고, 기둥을 덮어 나가는 방식이 다. 기둥, 대들보, 서까래를 세우고 벽을 만든다. 서양은 쌓아 올 린다. 충남 아산시의 맹사성 고택은 양쪽이 방이고, 가운데는 마 루다. 남방계의 마루문화가 조선집에 들어와 있다. 맹사성 고택 의 배치도를 보면 집이 작다. 한 나라의 정승을 지낸 사람이 돈 이 없어서 작은 집을 짓고 살았던 건 아니다. 고려시대 때 성리 학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공부하는 사람의 집은 세 칸을 넘어서 는 안 된다는 ‘삼칸제’라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맹사성 고택의 배치도를 보면 집과 사당이 있고, 정원을 가꾼다. 집과 사당, 정 원의 단차가 다르다. 우리나라 집들은 다 배산임수背山臨水다. 산 아래 집이 있으면 그 산을 자기네 정원이라고 이름 짓는다. 그럼 정원이 된다. 또, 자기 소유를 주장하지 않는다. 마루라는 해양문화와 바닥 난방이라는 북방문화가 조선집에 서 이렇게 융합한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워서 당 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가 목조 집에 불을 피울 생각을 할 까. 그게 조선집에서는 융합이 된다. 또 옆에 보면 누마루가 떡 하니 있다. 이게 조선집의 특징이다.

68 · 마을 소식 조선집 제2의 원리: 기후를 만드는 집 대청마루에 앉아 뒷문을 열어두면 안이 환해진다. 또 여름엔 산 에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고, 공기가 더워지면 빨리 빼낼 수 있 다. 처마선이 중요한 것이다. 조선집의 처마는 멋을 위해 만들어 진 게 아니다. 이 처마선은 최소한의 곡선이다. 처마는 더운 공 기가 빨리 빠지게 만든다. 또 동지 때와 하지 때 태양의 남중고 도를 고려해 처마 길이를 결정한다. 겨울에는 구들을 이용해 난방을 한다. 그래서 열기가 세어나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붕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또 집 뒤에 대 나무 숲을 조성해놓는데, 대나무가 워낙 잘 자라기도 하지만 겨 울에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경북 달성군의 도동서원 단 면도를 보면, 산비탈을 깎아서 집을 지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렇 게 집을 만들게 되면 집 뒤는 바로 정원이 된다. 그 뒤에 여러 가 지 꽃과 나무를 심어 시각적 요소를 만든다. 이게 조선의 개발 방법이다. 6 도동서원 단면도. 함성호 제공.

조선원림의 원리 · 69 조선집 제3의 원리: 소리의 집 조선집의 중요한 원리 중 하나는 소리다. 집에 풍경을 다는 것도 한 예이다. 또 문이 창호지인 이유도 있다. 창호지는 악기 노릇 을 한다. 집 뒤에 대나무를 심어 놓는 이유가 겨울이 되면 대나 무가 바짝 마르기 때문이다. 싸래기눈이 내리면 대나무 숲으로 눈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람에 창호지 떨리는 소리와 함께소리들린다.정원이라고 할 때 대표적으로 나오는 곳이 전남 담양군 의 소세원이다. 소세원에 올라가는 왼쪽은 대나무 숲이다. 물은 대나무 숲 반대쪽에서 떨어진다. 그 물은 두 갈래로 떨어진다. 한 줄기는 방풍각 위쪽에서 떨어지는데, 낙차로 폭포처럼 큰 소 리를 내며 떨어진다. 또 한 줄기는 오른쪽으로 빼 두었는데, 거 기에는 물을 졸졸 흐른다. 또 바람소리와 대나무 소리도 들린다. 이 모든 소리를 한 번에 듣기에 가장 좋은 곳이 광풍각이다. 광 풍각에서 더 위인 제월당으로 올라가면 물소리가 희미해지고, 숲 전체의 바람 소리가 잘 들린다. 제월당에 가면 안정적인 배경 음악이 들린다. 제4의 원리 : 풍수지리 풍수지리가 빠질 수 없다. 한양을 둘러싸는 한강을 외수外水라고 하고, 도성 한가운데 흐르는 청계천을 내수內水라고 한다. 청계 천은 서에서 동으로, 한강은 동에서 서로 흐른다. 내수에는 도성 안에 있는 사람들의 오물이 담긴다. 이 오물은 흘러가면서 자연 적으로 정화가 된 이후에 외수로 빠져나간다. 세종1397-1450 때 청계천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논의를 했다. 그때 사직동 부

70 · 마을 소식 근에 오수종말처리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 양에 있는 모든 오물을 모아 침전시키고, 깨끗한 물만 청계천으 로 보내자는 의견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산골짜기에 사는 무 명 시골 선비가 상소를 올렸다. 풍수지리 같은 미신을 믿고 인민 들을 혹사시키는 건 부당하다고 말이다. 어쨌든 땅과 물을 보는 법 등이 풍수지리다. 이게 조선 원림의 원리가 된다. 사진 7에 그려진 산이 호랑이라고 하는데, 은유적으로 가정하 는 것이다. 저 호랑이가 먹을 만한 짐승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 로 호랑이가 먹을 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어내 자기의 심리 상태, 마을의 안녕을 바라는 것이다. 풍수 지리에서 물을 보는 방법 중에 물가에서 파수破水 쪽이 보이는 곳에서는 살면 안 된다는 게 있다. 호수 같이 잔잔하게 물이 흐 르는 데가 가장 좋다. 그래서 마포 앞을 지나가는 한강을 마호라 고 했다. 7 호랑이산. 함성호 제공.

조선원림의 원리 · 71 서양 정원을 보면 정확히 가운데를 가르는 축이 있고, 양 옆을 같게 만든다. 분명한 선이 있다. 반대로 덕수궁이나 창경궁을 보 면 축이 없다. 덕수궁 배치도를 보면 산세를 그대로 살렸다. 전 남 구례군 화엄사에 가보면 나무 둥치를 그대로 잘라 만든 기둥 을 볼 수 있다. 이 대들보는 휘어져 있다. 조선의 집은 집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 집이 어디에 있고, 어느 자리에 있는가가 중요하다. 좋은 터는 그 자리가 집이 되고 원림 이 된다. 편집팀 정리 8 덕수궁 배치도. 함성호 제공.

72 2022년 7월 5일 오후 3시, 평민마을학교 학습협의회 역량강화 특강의 일환으로 서강대학교 SSK 지역재생연구팀 전임연구원· 더가능연구소 연구실장 조희정 선생의 강연 〈지역재생과 농촌 의 변화〉가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에서 열렸다. 조희정 선생은 『마을의 진화』(간다 세이지神田誠司, 류석진·윤정구· 조희정 옮김, 반비, 2020)를 바탕으로 일본 가미야마 神山 사례와 근래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한국의 지역재생 흐름을 소 개했다.한국에서는 IMF와 경제위기 이후 취업난 속에서 청년 창업, 로컬 크리에이터 분야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경영학을 공부 한 청년들이 직접 돈을 벌기 위해서 창업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 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성취감을 높이려고 하는 청 년들의 욕구가 창업으로 이어졌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2012년부터 제3의 창업 시대가 시작되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전역이 초토화되 었지만 지자체에서는 정부의 도움보다 시민단체나 자발적 봉사 평민마을학교 강좌 지역재생과 농촌의 변화

지역재생과 농촌의 변화 · 73 1 조희정 선생이 지역재생의 우수한 행위자, 자원, 방식, 성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2 년 7월 5일,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 김세빈 촬영. 자 들의 도움이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이때부터 다양한 지역 간 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대도시에 살던 청년들이 피해 지역을 찾 고 관계를 맺으면서 기존의 삶터와는 다른 매력을 느끼고 오가 며, 이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통해서 최근 한국에서도 이 야기되고 있는 ‘관계인구’가 형성되었다. 아베 정권 2기로 들어 가면서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지역창생創生정책을 펼쳤다. 한국 에도 많이 알려진 ‘지역부흥협력대’를 포함해 지역재생 매니저· 로컬벤처·고향납세 등의 정책이 진행되었다. 그 속에서 무수한 행위자·방식·성과·자원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기서 자원은 돈만 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사회적 가치·사람 등도 포함된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행위자는 정부나 중간지원조직 뿐만 아 니라 다양한 기업들도 지역 생태계 조성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 다. 이 안에서 정주인구, 이주인구만이 아닌 관계인구가 행위자 로 참여한다.

74 · 마을 소식 『마을의 진화』는 《아사히 신문朝日新聞》 기자 간다 세이지가 가 미야마에 들어가서 100명의 주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후 정리 한 책이다. 저자는 지역재생 분야를 20년 이상 연구했고 기존의 책들과는 다르게 지역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움직임을 깊이 있 게 가미야마는파고들었다.2022년 2월 기준 인구 4,493명의 산골마을로, 다 양한 마을 활동이 이어진 지 30년 정도 되었다. 인구수가 급증하 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고, 지역사회 가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사람 모으기(가 미야마 쥬쿠, 외국인 교류), 결론없는 개방적인 회의 (리빙랩 워크 샵), 공간 만들기(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공동주택), 기업 모으기 (위성 사무길, 코워킹 스페이스), 제품 만들기(수제맥주, 삼나무 가공 품), 고향납세사업(식농프로젝트, 교육응원사업, 고등전문학교 프로 젝트) 등을 진행해왔다. 『마을의 진화』 발간 이후 가미야마에서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것은 후속 세대 양성에 대한 고민, 특히 고등전문학교를 만드는 일이다. 학교는 2018년부터 준비해서 2023년에 개교를 앞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향납세제도’를 통해서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면 소득 관련 조세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지자체별로 납부금 액의 일부를 답례품으로 증정한다. 답례품은 다양하지만 대부 분 지역 특산품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서 지역 간 경쟁이 진행되 었다. 그러한 가운데 이 기부금을 활용해서 지역창생사업을 벌 이는 지자체도 있다. 가미야마에서는 기부금을 활용해 앞으로 의 30년을 내다보면 교육이 핵심이라는 생각으로 식농프로젝 트·교육응원사업·고등전문학교 프로젝트를 펼치게 되었다. 고 등전문학교는 5년제로 한 학년 정원이 40명이다. 학교 건축과 급식에 지역산 자재를 사용하고 학생들은 기술, 디자인, 기업가 정신 등을 배우게 된다. 지역 안에 있는 청소년의 유출을 방지하

지역재생과 농촌의 변화 · 75 고 외부에서의 유입을 유도하면서 지역에서 일하는 청년을 육 성하는 계획을 세웠이다. 일본이나 한국에는 지역창생·지역재생과 청년들의 활동 사례 가 많지만 제도를 통한 유입과 초기 지원, 기존 주민들과의 연결 (관계)이 중요하다. 청년들의 아이디어나 활기만이 아닌 지역 멘 토나 중간지원조직·공무원 등 지자체의 지원에 따라서 장기적 인 결과가 달라진다. 한국의 경우 지역 내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 하는 초반인 3~5년간 지원이 이루어지고, 낯선 곳에서 지역 주 민들과 관계를 맺으며 동시에 이후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답까 지 내려야 한다. 청년들의 유입, 창업 그 자체의 의미보다는 그 로 인해서 지역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지켜보고 연구해 야 일본한다.가미야마의 구체적인 활동과 역사는 『마을의 진화』를 통 해 엿볼 수 있다. 평민마을학교 사무국 정리

창립선언문 마을학회 일소공도, 21세기 농촌의 삶과 앎을 위하여 21세기에 들어 마을과 마을에서의 삶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마을은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이래 수천수만 년 이상 지속되어온 삶의 터전입니다. 그러나 마을은 한 동안 기억되지 않았습니다. 도시 문명의 위기와 마을 지난 20세기 자본주의 문명은 강대국, 대도시, 산업, 전문가 중심의 개발과 발전 논리 를 바탕으로 건설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약소국, 지방, 농어산촌, 마을, 보통사람은 일방적으로 무시되고 희생되었습니다. 강자와 약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사이의 나눔 과 차별이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당연시되었습니다. 이런 논리는 심각한 폐해를 불러 사람들은왔습니다.상품으로 가득 찬 대도시에 뿔뿔이 흩어져, 신상품을 구매할 돈 버는 일에 몰 두하는 이기적인 소비자들이 되어갔습니다. 자연환경은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을 채우 기 위해 무제한으로 개발되고 파괴되었습니다. 이제 농촌과 도시, 지역과 국가를 가릴 것 없이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가뭄, 고에너지 생활로 인한 대기오염, 나누어 진 삶이 뿌린 폭력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우리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 뀌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지구가 결정적으로 파괴될 것이며 인류라는 종은 절멸 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학자들의 경고가 아니어도, 우리는 이미 그 위기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일소공도의 문명사적 가치 근대 도시 문명이 초래한 이 같은 중대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세계적으로 다양 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20세기 문명에서 ‘낡고 뒤떨어진’ 것으로 무시되어온 농촌 공동체, 마을에서의 삶과 잊힌 전통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나 아가 ‘변두리’로 치부되었던 농어산촌, 지방, 시골, 마을이 지금의 문명적 위기를 해결 하고 21세기의 새로운 가치를 탐색하고 구현할 ‘살아있는 장場’으로 떠오르고 있습니 76

창립선언문 · 77 다. 크고 작은 것들, 서로 다른 것들 사이의 평등하고 생태적인 공존과 통합의 삶을 실 현하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려는 노력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에서나 공부하는 사람 따로 있고 일하는 사람 따로 있는 근대적 분업 의 한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근대적 분업은 일하는 사람들을 멍에에 묶여 밭 만 가는 소로 만들었고, 공부만 하는 사람들을 삶이 없는 공허한 지식을 앞세워 특권을 누리는 도깨비로 만들었습니다. 소와 도깨비 사이에는 분업과 전문성과 효율의 이름 으로 넘을 수 없는 장벽이 가로놓여 있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일만 하다보니 소가 되 었고 공부만 하다보니 도깨비가 되었습니다. 온전한 사람이 되려면 일과 공부가 나누 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농農과 21세기 ‘농農’이라는 오래된 글자는 우리에게 열린 공부, 온전한 삶이 무엇인지 새롭게 기억하 도록 이끕니다. 농農은 ‘때맞추어辰 밭田을 가는 삶’과 그런 삶의 윤리성을 그려내고 있 습니다. 문명의 축이 바뀌고 있는 21세기에 요청되는 통합과 공존의 가치가 ‘농農’이라 는 이 오래된 한 개의 글자 안에 움트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을 이루고 있는 바탕은 농경 공동체의 오랜 기억과 역사, 그리고 이름 모를 온갖 생물이 살아 숨 쉬는 흙입니다. 그리고 그 흙의 생명을 느끼며 일구어온 농農의 삶 입니다. 여기에서, 근현대적 시민 평등과 절제와 부조의 생태적 공존 가치를 실천하는 농민교육과 유기농업, 생활협동조합의 새로운 전통이 뿌리를 뻗어왔습니다. 수많은 분들의 노고와 참여로 이루어진 이 독특하고 소중한 조건은, 21세기가 추구하는 평등 과 통합의 삶을 공부하고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인 농사짓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즉 농촌農村입니다. 이제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우리 마을의 깊고 귀한 경험과 특별한 조건을 되살리고, 마을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사건들을 때맞추어 충실히 기록하며, 마을의 삶과 앎을 아 우를 열린 공부를 시작할 때입니다. 그리고 이 공부의 과정과 성과를 잘 정리해서 여러

78 · 마을학회 일소공도 소개와 활동 이름 모를 마을과 함께 나눌 때입니다. 마을마다 쌓아온 특수한 경험과 조건을 더불어 배우며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면서 지속 가능한 보편 경험으로 넓혀나갈 때입니다. 20세기 산업자본주의가 초래한 닫힌 마을 닫힌 지역들의 고립과 문명적 위기를 넘어 21세기의 열린 마을 열린 지역들의 살아있는 연대와 새로운 삶을 모색할 때입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 이러한 때에 맞추어, 우리는 일과 공부가 하나인 21세기 ‘농農’의 삶과 앎을 위하여 ‘마 을학회 일소공도’를 창립합니다. 마을에서 학회라는 형식이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하 지만 ‘마을의 학회學會’는 별다른 것이 아닙니다. 오래된 앎을 나누고 새로운 앎에 이르 기 위해 마을에서 짜임새 있게 운영되는 ‘공부모임學會’입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에서 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때맞추어 풀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는 삶과 열 린 밭田을 일구려 합니다. 우리에게 닥쳐오는 21세기의 현실과 한동안 망각된 농農의 가치를 새롭게 연결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그간의 단절되고 편향된 관계를 넘어 함께 공부해 가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얻어진 앎을 여투고 짜고 퍼뜨려서 마을의 삶으 로 새롭게 되돌리려 합니다. 이 같은 되살림과 되돌림의 과정을 통해 마을의 공공성과 자치력을 북돋워가려 합니다. 오래된 농農의 가치를 새롭게 공부할 21세기 농촌의 문명적 가능성에 관심을 가진 모 든 분과의 연대와 참여 속에서, 이제 마을학회 일소공도는 그 첫 걸음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잘 자라나면서 모든 마을 모든 공부모임과 만나는 꿈을 키워가겠습 니다. 2017년 6월 24일 마을학회 일소공도대표집필운영위원회박영선

활동 기록 연혁 학회 설립 구상과 제안 2015.08.23/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 위해 ‘홍동학회’를 제안/스즈끼 토시마사鈴木敏正 2016.08.22/토론회 〈(가칭)학교와지역학회의 구상과 과제〉/스즈끼 토시마사鈴木敏正 , 2016.10~2017.1정민철 (가칭)지역학회 설립 제안 준비모임/구자인, 박영선, 정민철, 신소희 학회 설립 준비 과정 2017.01.11/〈(가칭)지역학회◯◯ 설립을 제안합니다〉/구자인, 박영선 2017.02~06/학회 설립 준비회의 총 8차례 2017.04~05/공개학습모임01)2017.04.08/〈지역연구, 어떻게 하고 있는가?〉/박영선, 이관률 02) 2017.04.22/〈농촌 현장에서 지식 생산이 가능할까?〉/김정섭, 주형로, 김기흥 03) 2017.05.13/〈지역활동의 기록과 공유, 함께 하기〉/김명숙, 정영은, 문수영, 황바람 04) 2017.05.27/〈지역기반학습: 학교와 마을을 넘어〉/양병찬, 최수영, 정민철 마을학회 일소공도 창립 2017.06.24/마을학회 일소공도 창립총회 및 창립기념 토론회 〈더불어 사는 마을에서 무엇을 공부할까?〉/박영선, 김기흥 주요 활동 1. 월례세미나 01) 2017.09.26/〈농촌정책의 역사와 주민의 대응〉/송미령, 오형은 02) 2017.10.30/〈농촌 마을과 교통〉/김정섭 79

80 · 마을학회 일소공도 소개와 활동 03) 2017.11.30/〈농지제도의 이해〉/박석두 04) 2018.03.27/〈농촌 지역의 변화와 조직 활동 : 조직의 탄생과 연결망〉/김정섭 05) 2018.04.24/〈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과 네덜란드 환경협동조합〉/조원주 06) 2018.05.31/〈국내 리빙랩 추진현황과 과제〉/성지은 07) 2018.06.19/〈지역사회개발의 이해〉/박덕병 08) 2018.08.28/〈농업환경보전 정책과 농촌 현실〉/이관률, 김정섭 09) 2018.09.08/〈홍성 지역 재래종 벼와 활용방안〉/금창영 10) 2018.10.23/〈마을 조사의 경험과 과제〉/구자인, 심상용 11) 2018.11.26/〈친환경농업직불제 개편방안〉/강마야 12) 2019.02.18/〈홍동 장곡 지역의 농업 구조 변화〉/김정섭 13) 2019.03.27/〈청년의 지방 이주 및 정착을 돕기 위한 정책과 지역사회의 역할〉/신 소희 14) 2019.04.15/〈마을복지 실천과 지역복지정책의 연계 가능성〉/최문철, 최정선, 최돈 정, 김기흥 15) 2019.06.26/〈농촌 마을과 주민자치〉/서정민 16) 2019.08.30/〈토종씨앗, 다음을 생각하다〉/박영재, 금창영, 유준재 17) 2019.09.27/〈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왜, 어떻게 할 것인가〉 18) 2019.10.12/〈마을농업, 다음을 준비하다〉/유정규 19) 2019.12.13/〈농촌지역의 농지 문제〉/강마야, 권봉관, 김기흥 20) 2020.03.13/〈사회적농업의 확산 전략〉/김도윤 21) 2020.04.24/〈홍동면·장곡면 지역연구〉/김태완, 황바람 22) 2020.05.22/〈농촌 지역사회 통합돌봄 방향과 과제〉/김남훈, 조미형 23) 2020.06.23/〈청년농 지원정책 개선방안〉/유리나, 김기흥 24) 2020.08.21/〈장곡면 2030 발전계획〉/구자인, 서정민 25) 2020.09.22/〈장곡면 2030 발전계획〉/서정민, 신소희

· 81활동 소식 ·81활동 기록 · 81 26) 2020.10.19/〈마을연구소 일소공도 협동조합 현재와 미래 구상〉/구자인, 신소희 27) 2020.12.03/〈농업인과 농민은 누구인가〉/강마야 28) 2021.01.29/〈마을학회 일소공도 3년 회고와 전망〉/구자인 29) 2021.02.19/〈우리 마을 경관, 어떻게 가꿀까: 경관협정 알아보기〉/박혜은 30) 2021.02.26/〈농촌 지역 재생을 위한 준비〉/이미홍, 황길식 31) 2021.03.12/〈공익직불제 시행경과와 개선방안〉/강마야 32) 2021.04.09/〈마을형 퇴비자원화, 경축순환지역농업 연결고리 만들기〉/서일환, 주교종 33) 2021.05.15/〈농촌 면 단위 돌봄망 구축을 위한 지역조사〉/ 김영란, 권혁범, 신소희 34) 2021.06.11/〈농촌 면 단위 주거복지 체계, 누가 도전할 것인가〉/ 최대영, 박소진, 이혜림 35) 2021.07.09/〈농촌 생활환경과 쓰레기〉/ 이재철, 신은미 36) 2021.10.29/〈귀농·귀촌 정책과 관계인구〉/ 유학열, 신소희 37) 2021.12.22/〈전국 농촌 면 단위 우수 지역 교류회〉 38) 2021.02.24/〈지역균형발전의 핵심공간, 농촌재생〉 39) 2021.03.20/〈농업계 고등학교 학생의 졸업 후 진로 설계〉/김도현 40) 2021.04.24/〈농촌 지방자치와 직접 민주주의, 마을자치〉/하승수, 이번영 41) 2021.05.31/〈농촌 면사무소와 주민자치회의 협력〉/황종규, 황바람 42) 2022.06.28/〈농촌 ‘면’ 주민자치회와 자치계획 수립, 주민총회 개최〉/서정민 43) 2022.07.26/〈농업과 환경 그리고 마을〉/김정섭, 정성웅 2. 특별세미나 01) 2017.04~10/2017 사회적농업 연속 세미나 〈한국의 농업현실과 사회적농업〉 02) 2017.12.15/2017 사회적농업 세미나 갈무리 〈한국의 농업현실과 사회적농업〉/ 김정섭, 권혁범

82 · 마을학회 일소공도 소개와 활동 03) 2017.12.21/청년들의 농업·농촌 컨퍼런스 〈여럿이 농사〉 04) 2018.02.13/2018년 홍동면 농촌 사업 함께 알기/김정섭, 정진규, 주형로, 안현경 05) 2018.07~10/2018 돌봄농업 연속 세미나 〈어떻게 만날 것인가?〉 06) 2018.06~07/연속 토론회 〈풀무학교는 어떻게 지역을 바꾸나〉 07) 2019.05.22/2019 농촌마을정책 작은 국제학술행사 3 〈농민 스스로 지역 만들기: NFW와 BESH〉/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Jan Douwe van der Ploeg 3. 지역 방문 특별강연 01) 2017.08.22/일본 시민교육 동향과 전환도시 운동/마츠바구치 레이코松葉口 玲子 , 코다마 토시야小玉 敏也 02) 2017.09.24/한·중 농촌의 지속가능성 모색/원톄쥔溫鐵軍 03) 2017.12.05/생물다양성과 유기 벼 재배기술/이나바 미츠쿠니稲葉 光圀 04) 2018.08.12/2018 정농회 여름연수 〈무경운 유기농업 및 로데일 유기농업 교육 과정〉/엠마뉴엘 오먼디Emmanuel Omondi 05) 2019.02.16/흙과 유기농업/레이 웨일Ray R.Weil, 존 레거놀드John P. Reganold 4. 마을학회 일소공도 대회 〈새로운 바람〉 01) 2018.12.13/서로 돌보는 농업 02) 2018.12.14/함께 키우는 마을 03) 2018.12.15/모두 바라는 내일 5. 일소공도 주간 〈꾸준하게 새로이〉 01) 2020.12.07/앞으로의 교육, 새로운 학교 02) 2020.12.08/장곡마을학교 발표회 03) 2020.12.08/장곡면 2030, 디딤돌 놓기

· 83활동 소식 ·83활동 기록 · 83 04) 2020.12.09/마을, 공동체, 예술 05) 2020.12.09/농업·농촌 청년창업, 맨땅에 헤딩해보니 06) 2020.12.10/농촌의 삶과 마을경관 07) 2020.12.11/지역사회와 사회적농업 08) 2020.12.12/동네 한바퀴 6. 마을학회 일소공도 강학회講學會 01) 2017.07.28~29/농민의 자율성, 체계의 변화/김정섭 02) 2018.01.19~20/현대한국지성사: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을 중심으로/김건우 03) 2018.07.27~28/한국농업사: 땅과 농민의 삶/박석두 04) 2019.01.25~26/문명사: 우리는 누구인가?/함성호 05) 2019.07.19~20/농촌마을정책, 우리 스스로 만드는 정책 설계/구자인 06) 2020.02.21~22/유라시아 견문부터 개벽파 선언까지/이병한 07) 2020.07.25/농촌에 농민만 살았던 적도 없었고 농민이 농사만 지었던 적도 없었 다/임경수 08) 2022.02.18~19/기술 자본주의와 우리의 삶/박승일 09) 2022.08.12~13/서바이벌 그리고 파상력破像力/김홍중 간행물 1. 학회지 『마을』 01) 2017.12.17/창간호 ‘농촌에서 공부하다’/196쪽/10,000원(품절) 02) 2018.07.27/제2호 ‘마을, 교육, 마을교육공동체’/216쪽/12,000원 03) 2019.02.24/제3호 ‘농지, 미래의 농農을 위한 땅’/336쪽/15,000원 04) 2019.08.30/제4호 ‘농민과 주민은 누구인가’/208쪽/15,000원

84 · 마을학회 일소공도 소개와 활동 05) 2020.02.20/제5호 ‘마을농업을 제안한다’/200쪽/15,000원 06) 2020.09.18/제6호 ‘코로나 이후 사회와 농촌의 가능성’/252쪽/15,000원 07) 2021.03.19/제7호 ‘21세기 농촌 마을 문화의 재구성’/248쪽/15,000원 08) 2021.10.20/제8호 ‘마을을 살리는 먹거리 운동’/244쪽/15,000원 09) 2022.03.19/제9호 ‘마을, 돌봄, 직접민주주의’/264쪽/15,000원 2. 《일소공도》 01) 2018.10.03/《일소공도》 001 02) 2018.11.07/《일소공도》 002 03) 2018.12.11/《일소공도》 003 04) 2019.01.17/《일소공도》 004 05) 2019.02.20/《일소공도》 005 06) 2019.03.25/《일소공도》 006 07) 2019.04.29/《일소공도》 007 08) 2019.05.26/《일소공도》 008 09) 2019.06.22/《일소공도》 009 10) 2019.07.11/《일소공도》 010 11) 2019.08.10/《일소공도》 011 12) 2019.09.11/《일소공도》 012 13) 2019.10.17/《일소공도》 013 14) 2019.11.19/《일소공도》 014 15) 2019.12.19/《일소공도》 015 16) 2020.01.18/《일소공도》 016 17) 2020.02.25/《일소공도》 017 18) 2020.03.26/《일소공도》 018

19) 2020.04.18/《일소공도》 019 20) 2020.05.25/《일소공도》 020 21) 2020.06.16/《일소공도》 021 22) 2020.07.16/《일소공도》 022 23) 2020.08.26/《일소공도》 023 24) 2020.09.19/《일소공도》 024 25) 2020.10.27/《일소공도》 025 26) 2020.11.26/《일소공도》 026 27) 2020.12.26/《일소공도》 027 28) 2021.01.17/《일소공도》 028 29) 2021.02.16/《일소공도》 029 30) 2021.03.16/《일소공도》 030 31) 2021.04.16/《일소공도》 031 32) 2021.05.16/《일소공도》 032 33) 2021.06.17/《일소공도》 033 34) 2021.07.16/《일소공도》 034 35) 2021.08.15/《일소공도》 035 36) 2021.09.20/《일소공도》 036 37) 2021.10.20/《일소공도》 037 38) 2021.11.17/《일소공도》 038 39) 2021.12.21/《일소공도》 039 40) 2022.01.21/《일소공도》 040 41) 2022.02.16/《일소공도》 041 42) 2022.04.21/《일소공도》 042 43) 2022.06.23/《일소공도》 043

86 회원 현황  명단에서 누락된 경우 사무국(maeulogy@naver.com)으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줄기회원 거창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금산마을만들기지원센터 마을인생대(두레) 사단법인농정연구센터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단체 강마야 강석민 강용수 고경호 고길섶 고두환 구본경 구자인 국승용 곽현근 권병준 권봉관 권지훈 금창영 김강산 김경숙 김기언 김기업 김기흥 김달현 김도윤 김동영 김명숙 김명희 김미진 김봉균 김석규 김선아 김선웅 김성규 김성균 김세빈 김수진 김순임 김영규 김영란 김영숙 김영준 김오수 김윤미 김익조 김인경 김정섭 김정연 김종진 김창훈 김태완 김향자 김현곤 김현희 김형수 김홍상 김홍연 김흥주 김희수 모종린 민병선 박다니엘 박미정 박복선 박상언 박상정 박신자 박영선 박 완 박윤정 박지연 박지연 박현미 배균기 배지현 백의숙 변강훈 복권승 서정민 손정란 송원규 신관호 신소희 신수복 신유정 신철경 신현돈 심재원 안경아 안규미 안병은 안병주 안현경 양병찬 양영순 양희준 엄소희 오선재 오은숙 오혜정 원선준 우성희 유찬희 유혜선 윤후영 이광동 이도헌 이민형 이번영 이상미 이선희 이순미 이아롬 이영배 이윤정 이원석 이은정 이이수 이정훈 이재덕 이진주 이창신 임경수 장미옥 장유리 장옥진 장은성 전영미 정남수 정문수 정민철 정상진 정석호 정성웅 정승관 정쌍은 정영환 정천섭 정 철 조권영 조대성 조숙영 조순영 조원주 조원지 주형로 지희숙 진명숙 채승병 최경미 최대영 최성재 최정선 최현삼 한석주 한영덕 함성호 허헌중 홍순명 홍화숙 황바람 황성수 황영모 황정임 우치다 카즈히로 개인 강국주 강영림 고학준 권영희 김가영 김귀영 김금화 김도한 김부영 김진아 김유익 김인경 김형미 김화영 박경철 박동범 박형일 서경화 안민지 안재형 안중신 양순보 엄진영 염창선 유리환 유재완 윤수관 이관률 이군옥 이동근 이동주 이명순 이승지 이인협 이정해 이진영 이창조 이혜란 이혜림 이혜진 임영아 장윤수 장현우 정도현 정영은 정진규 조가은 지희숙 주정민 최치훈 한두석 한미정 홍수민 황혜경 홍성군지역협력네트워크 뿌리회원과 후원회원 총 221명(줄기회원 166명 / 뿌리·후원회원 55명)

2022년 6월 월회비 납부회원 강석민 강용수 고경호 고두환 곽현근 구본경 구자인 국승용 권병준 권봉관 금창영 김강산 김경숙 김기언 김기업 김기흥 김대헌 김명숙 김명희 김미진 김봉균 김상신 김석규 김선아 김선웅 김성규 김세빈 김수진 김영규 김영란 김영숙 김영준 김오수 김익조 김인경 김정섭 김정연 김종진 김창훈 김태완 김현희 김형수 김홍상 김홍연 김희수 모종린 민병선 박미정 박다니엘 박복선 박상언 박상정 박신자 박 완 박지연 박지연 박현미 배균기 배지현 백의숙 변강훈 복권승 서정민 송정란 송원규 신관호 신소희 신수복 신철경 신현돈 심재원 안경아 안규미 안병은 안병주 안현경 양병찬 양영순 양희준 엄소희 오선재 오은숙 오형은 오혜정 우성희 원선준 유찬희 유혜선 윤후영 이광동 이도헌 이민형 이상미 이순미 이아롬 이영배 이원석 이윤정 이은정 이이수 이인협 이재덕 이진주 이창신 이창조 임경수 장미옥 장옥진 장유리 장은성 장태순 전영미 정남수 정문수 정민철 정상진 정석호 정성웅 정쌍은 정영환 정 철 조권영 조대성 조숙영 조순영 조원주 조원지 지희숙 진명숙 채승병 최경미 최대영 최성재 최정선 최현삼 한석주 한영덕 함성호 허원혜 허헌중 홍화숙 황바람 황성수 황영모 황정임 개인 금산마을만들기지원센터 사단법인농정연구센터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협)함께이룸 단체

금산마을만들기지원센터 사단법인농정연구센터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협)함께이룸 강석민 강용수 고경호 고두환 곽현근 구본경 구자인 국승용 권병준 권봉관 권지훈 금창영 김강산 김경숙 김기언 김기업 김기흥 김달현 김대헌 김명숙 김명희 김미진 김봉균 김상신 김석규 김선아 김선웅 김세빈 김수진 김영규 김영란 김영숙 김영준 김오수 김익조 김인경 김정섭 김정연 김종진 김창훈 김태완 김현희 김형수 김홍상 김홍연 김희수 모종린 민병선 박미정 박다니엘 박복선 박상언 박상정 박신자 박 완 박윤정 박지연 박지연 박현미 배균기 배지현 백의숙 변강훈 변창흠 복권승 서정민 송정란 송원규 신관호 신소희 신수복 신현돈 심재원 안경아 안규미 안병은 안병주 안현경 양병찬 양영순 양희준 엄소희 오선재 오은숙 오형은 오혜정 우성희 원선준 유찬희 유혜선 윤후영 이광동 이도헌 이민형 이상미 이순미 이아롬 이영배 이원석 이윤정 이은정 이이수 이인협 이재덕 이진주 이창신 이창조 임경수 장미옥 장유리 장은성 장태순 전영미 정남수 정문수 정민철 정상진 정석호 정성웅 정쌍은 정영환 정 철 조권영 조대성 조숙영 조순영 조원주 조원지 지희숙 진명숙 채승병 최경미 최대영 최성재 최정선 최현삼 한석주 한영덕 함성호 허원혜 허헌중 홍화숙 황바람 황성수 황영모 황정임 2022년개인 7월 월회비 납부회원 단체  명단에서 누락된 경우 사무국(maeulogy@naver.com)으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 사무국 사무국 간사 김경숙 / maeulogy@naver.com 마을학회 일소공도 연구분과 연구분과 간사 황바람 / maeul1505@gmail.com 마을학회 일소공도 교류분과 교류분과 간사 정영환 / thinkingfarmer@gmail.com 마을학회 일소공도 기록분과 마을학회 일소공도 기획편집위원회 기획편집위원회 간사 오선재 / maeulogy@naver.com 마을학회 일소공도는 두 개의 위원회(운영위원회, 기획편집위원회)와 세 개의 분 과(연구분과, 기록분과, 교류분과)로 조직되어 있습니다. 기획편집위원회에서는 학회지 『마을』을 발간하고, 《일소공도》를 발행하고, 강학회 기획과 진행을 맡습니다. 연구분과는 주제 제안 수렴 및 연구, 주제 기획 학습 설계 및 진행을 맡습니다. 기록분과는 마을학회 일소공도의 행사 기록 정리와 관리, 마 을사 기록물 수집과 분류 보존을 맡습니다. 교류분과는 국내외 지역 연구 교류 창 구, 외국 연구자료 번역 정리, 지역 네트워크 참여를 맡습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에게 연락이 필요하신 회원 분들께서는 각 분과의 간사에게 연 락주세요. 마을학회 일소공도 분과별 연락처

마을학회 일소공도의 뿌리와 되어주세요줄기가 마을학회 일소공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농촌 마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제 힘으로 제때에 제대로 풀어가기 위해 마을 안팎 사람들이 힘을 합해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공부하지 않는 소, 일하지 않는 도깨비 사이의 오랜 단절을 연결해서 일과 공부, 삶과 앎이 하나인 21세기 농農의 가치를 마을의 삶 속에서 다시 상상하려 합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의 뜻을 지지하신다면 회원이 되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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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삶은 연결되어모두가 있다는 시작됩니다공감하면서부터진실에

열며 오래된-새로운 삶의 문턱 / 박영선 트임 1 / 마을과 돌봄 마을복지―서로돌봄의 이상과 현실 / 김영란 지역사회와 노인돌봄 / 권혁범 삶의 마지막 거소를 짓다 / 안병은 왜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고자 하는가 / 김정섭 스밈 / 농촌으로부터 죽곡면 마을자치공동체 이야기 / 박진숙 농민이 바라보는 기후위기 / 금창영 청년에게 농촌은 무엇인가 / 김이선 벼림 / 농업·농촌·농민 연속좌담 8 마을과 돌봄 / 구자인·정민철·김정섭·신소희 지상전시 2 실재하는 두꺼비가 사는 상상의 정원 ―『우화집: 달-두꺼비의 정원들』 / 임고은, 귀네비 어 고은 임 체이스, 김단비, 이한범 트임 2 / 직접민주주의와 마을자치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농촌 면 자치 / 황종규 마을과 면읍, 직접민주주의와 선거 / 하승수 독립운동 지도자들, 면 자치에 참여하다 / 이번영 농촌 마을에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 박종관 연재 / 마을살이를 위한 개념어사전 3 / 회복력 제모습으로 제자리에 돌아가려는 힘 / 유대칠 서평 / 책 너머 삶을 읽다 돌봄을 ‘보이게’ 하기 / 장정일 이대남을 위한 변명 / 오준호 “21세기 마을의 삶을 모색한다” 마을학회 일소공도가 연2회 발간하는 『마을』은 협동과 자치의 삶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갑니다. 국가가 일방적·위계적으로 주도해온 복지제도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살핀다. 그리고 이로부터 배제되어온 농촌 마을과 면 단위 지역 주민들이 ‘서로돌봄’과 ‘직 접민주주의 즉 마을자치’로의 전환을 도모하는 주도적 실천의 세부와 그 가능성 및 사회적 의미를 다룬다. 『마을』 9호 마을, 돌봄, 직접민주주의 1) 줄기회원 가입시 『마을』 2~9호 무료 증정 2) 학회 구입시 20% 할인과 『마을』 3호 무료 증정 3) 알라딘/인터파크도서/예스24/교보문고 판매 중 4) 문의/마을학회 일소공도 사무국(010-4402-4906) 5) 구입 링크/https://forms.gle/nzoLoYRKcP1ap2Af7 『마을』 구입 안내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에게 삶의 방식과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을 요청한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에서 농촌이 시스템 전환을 모색하는 삶터가 될 가능성 을 다각도로 탐색하고, 정부 보조금이 농업과 농촌 에 불러 일으키는 문제를 다층적으로 진단한다. 6호 코로나 이후 사회와 농촌의 가능성 국가는 농민을 자본주의적 경영주체인 ‘농업인’으로 호명하고 그 자격에 맞는 사람들에게만 지원금을 준 다. 법률은 ‘주민’을 지방자치단체 안의 구역에 주소 를 가진 자로만 규정한다. 이런 국가 프레임의 작동 이 농촌 현실에서 불러일으키는 혼란과 착시현상을 다각도로 다룬다. 나아가 농민과 주민의 관점에서 농민과 주민의 정체성을 재정의하기를 시도한다. 4호 농민과 주민은 누구인가 농촌은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가 정책의 근본 적 변화만을 기다리기에 지금 농촌의 상황은 너무 위급하다. 따라서 농민과 주민을 주체로 조직하는 공동 활동과 마을자치를 통해 농업·농촌을 지속해 갈 포괄적 실천 방안이 필요하다. 그 방안으로 농업 과 농촌의 상호지속을 위한 통합적 기획인 ‘마을농 업’을 제안하고 그 기본 개념과 실천의 층위 및 세부 를 다룬다. 5호 마을농업을 제안한다 농촌공동체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공유자산인 농 지農地문제에 주목한다. 먼저 강요된 근대화와 개발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땅의 사유화가 심화되어온 제도사적·정책적 맥락을 짚어본다. 이어서 농민의 자발적 농지공유운동에서부터 농사지을 땅을 구하 기 위한 귀농청년들의 분투 경험에 이르기까지 ‘농 지’ 문제에 다층적으로 접근한다. 3호 농지, 미래의 농農을 위한 땅 마을을 수동적인 교육환경이 아니라 적극적인 교육 주체로 재발견하고, 마을과 학교의 경계를 넘나들 며 지역과 마을의 인재를 키우는 바람직한 마을교 육공동체를 상상해본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에 서부터 농촌의 미래를 이끌 청년 농민을 키워내는 문제, 마을과 학교의 상호작용을 재검토하고 마을 의 교육력을 재배치하는 문제 등을 검토하고 그 미 래를 전망한다. 2호 마을, 교육, 마을교육공동체 대부분의 사람이 공부는 대도시의 학군 좋은 곳이 나 국내외 명문 학교에서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촌은 공부와는 상관없는, 뼈 빠지게 일 하고도 먹고살기 힘든 곳이라고 여긴다. 이 통념과 현실을 뒤집는 농촌, 근대문명의 한계를 성찰하고 문명의 전환을 탐색하는 공부마당이 베풀어지는 흥 미로운 농촌을 상상해본다. 창간호 농촌에서 공부하다 21세기 농촌 문화를 재구성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 의 조건들에 대해 공통성과 자율·자생성, 개방·다양 성, 생태·적정성의 맥락에서 다각적으로 물음을 던 지고 중층적으로 검토한다.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 지를 제안한다. 7호 21세기 농촌 마을 문화의 재구성 글로벌 먹거리 제국에 의해 전 세계 농민-농업-농촌 이 재식민화되는 상황에서, ‘지구환경-농민-농업-농 촌의 상호지속’을 추구하는 먹거리 운동은 무엇보다 ‘마을의 먹거리 순환 관계망’을 살리는 확장된 맥락 에서 실천되어야 함을 제안한다. 안전한 먹거리와 먹 거리 주권을 위해 전개된 기존 대안 먹거리 운동의 다양한 세부와 문제점 들을 재검토한 뒤, 각자 이익 을 추구하는 생산-유통-소비라는 자본주의적 관계 에 저항하는 농민 재조직화를 통해 먹거리 문제에 새 롭게 접근할 실천 방안을 모색한다. 8호 마을을 살리는 먹거리 운동

강학회일소공도마을학회 언젠가부터 공부는 대처로 나가서 해야 하고, 농 촌은 못 배운 사람들이 힘겹게 일만 하는 곳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러한 통념을 뒤집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농촌이야말로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바쁜 삶을 되돌아보는 휴식의 시간과 공 부의 시간이 행복하게 만나는 생성적 공간일 수 있습니다. 한겨울과 한여름은 농촌에서나 도시에서나 비교적 여유로운 때입니다. 이런 때에 도 시와 농촌 사람들이 경계 없이 모여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의 공부와 삶을 깊 고 밀도 있게 만나고 대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소비하는 휴가가 아니라 공부와 친 교를 통해 삶을 성찰하고 변화하는 휴가를 농촌에서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마을학회 일소공도는 농촌을 공동학습과 성장의 공간으로 재발견하고, 길고 여유로운 호흡 속에서 공부와 휴식의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여름과 겨울 휴가철에 1인 1박2일 (12시간)의 연속강좌인 강학회講學會를 엽니다. 2회 현대한국지성사: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을 중심으로/2018.1.19~20 김건우/대전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3회 한국농업사: 땅과 농민의 삶/2018.7.27~28 박석두/한국농업사학회 회장,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4회 문명사: 우리는 누구인가?/2019.1.25~26 함성호/건축가, 시인, 건축실험집단EON 대표 *소리도움/권병준/다매체 예술가 5회 농촌마을정책, 우리 스스로 만드는 정책 설계/2019.7.19~20 구자인/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 1회 농민의 자율성, 체계의 변화/2017.7.28~29 김정섭/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6회 유라시아 견문부터 개벽파 선언까지/2020.2.21~22 이병한/EARTH+ 대표, 원강대학교 동북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 7회 농촌에 농민만 살았던 적도 없었고 농민이 농사만 지었던 적도 없었다/2020.7.25 임경수/협동조합 이장 대표 8회 기술 자본주의와 우리의 삶/2022.2.18~19 박승일/서강대학교 미디어융합연구소 선임연구원

문화를생활삶,앎과마을의농촌21세기통해일x학습x만들기x놀이를학습은생각하는평민마을학교가 다양하면서도필요한,데모색하는방식을삶의새로운마을에서농촌젊은이들이과정입니다.생성해가는 이루어집니다.학습이내용들로통합적연결된서로

농사, 학습, 놀이를 더불어하며 삶과 앎이 만나는 21세기 농촌의 새로운 마을학습생태계

평민마을학교는 농촌으로 들어오는 젊은이들에게 농사 일과 농촌 마을살이, 자기 성장에 필요한 학습 기회를 제 공합니다. 마을로 들어온 청년들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평생에 걸쳐 학습과 성장을 이어갈 열린 학습생태계를 온 마을로 펼칩니다.  마을이 교정이고 마을 자체가 학교가 됩니다.  농사가 농촌 삶의 시작입니다.  21세기의 농사와 농촌살이에 필요한 모든 일과 주제 가 학습 내용이 됩니다.  서로 가르치며 서로 배우고, 어울려 놀면서 더불어 성 장합니다.  입학은 있지만 졸업은 없습니다. 사단법인 홍동밝맑도서관 마을학회 마을연구소일소공도일소공도 학교법인풀무교육연구소오누이친환경마을협동조합협동조합풀무학원 함께하는 단체 월천농장채소농장풀무배움농장협동조합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행복농장

특별강좌평민강좌 겹겹 4 〈의문 속에 머무르기〉 여름현장실습농진로 학습회 겨울 농진로 캠프 마을학회 일소공도의 월례세미나·강학회·일소공도대회 마을 단체들의 특별세미나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정규강좌 월 마을과 문명4: 읽고 쓰다 수 《생명수》 읽기 모임 목 유기농업 금 마을의 이해 토 바이시끌(월 1회) 마을로 들어오기 평민마을학교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농촌 마을에서 살아가며 학 습하는 농민의 일상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마을학습생태계입니다. 문의 사무국 충남 홍성군 홍동면 광금남로 658-8 창작소(평민마을학교 공유공간) 홈페이지 commulearn.org 메일 commulearn.org@gmail.com

발행/충청남도·충남연구원·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값 10,000원 구독문의/시골문화사 010-3191-0477(창간준비1호~제4호, 제7호 절판) 『마을독본』 창간준비2호창간준비1호제1호제2호제3호제4호제5호제6호제7호제8호제9호제10호제11호제12호제13호제14호제15호제16호제17호제18호 마을의 주민조직 마을의 공동재산 관리 마을공동체마을마을자치규약회의와기록관리농업:초고령화 시대의 농업 마을공동체 복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농촌복지의 길 마을교육공동체: 학교와 마을은 어떻게 만날까? 마을의 후계자: 누가 마을을 이어갈 것인가? 읍면과 행정리: 주민자치회 전환과 직접민주주의 농촌마을교통: 우리에게도 이동할 권리가 있다 마을회관: 농촌공동체 복지의 중심공간 마을 경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주민들의 약속 농촌 마을 건축, 마을공동체의 삶을 담는 그릇 마을계획, 5년 앞을 내다보는 실천 마을만들기협의회, 마을과 마을의 연대와 협력 마을 네트워크 법인, 농촌마을정책의 주인공 마을만들기 행정, 공무원도 마을활동가 마을만들기 중간지원조직, 농촌 마을의 친구 마을만들기 행정보조사업, ‘독’인가 ‘약’인가 마을 사업의 새로운 관점과 방법론을 제안하다 다함께 공부하는모여마을

충남연구원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는 농촌 마을 지도자들이 읽을 만한 학습용 잡지로 1년에 네 번 『마을독본』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마을독본』은 단순히 활동 소식을 전하는 뉴스레터나 신문이 아니라,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고 책꽂이에도 보관할 수 있는 실용적인 잡지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잡지 명칭은 윤봉길 의사(1908~1932)의 『농민독본』에서 따왔습니다. 이 잡지가 농촌 마을을 지키고 이끌어가야 할 마을 지도자들이 마을만들기를 학습하는 데 밝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협동조합 행복농장 사회적 농업 뉴스레터 사이통신 003 지역사회에 바탕을 둔 사회적 농업,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 사 이 통 신 6전하는담론을실천과농업의사회적 협동조합 행복농장 사회적 농업 뉴스레터 사이통신 005

사 이 통 신 8전하는담론을실천과농업의사회적

마을은 깊다. 겹겹의 시간과 사유와 실천의 보이지 않는 무수하고 무한한 지층들이 하나의 작은 마 을을 떠받친다. ‘겹겹’은, 21세기 농촌 마을의 자생적·자율적인 삶과 공동의 문화를 이루어가기 위해, 내용과 형식이 겹겹으로 포개지고 또 열리는 상호학습의 장을 마련한다. 다각적 연구와 창의적 실 험, 예술적 탐구와 제작의 실천들이 겹을 이루며 섞이는 통합학습을 통해, 21세기에 적정한 농촌 마 을 문화를 모색한다. 겹겹, 21세기 농촌 마을의 삶과 문화를 위한 상호학습

겹겹 3 농촌 마을을 위한 적정기술, 적정예술, 적정문화/ 2021년 3~12월 공동체와 미술/박용석/작가/2021.3.5 한물간 사물과 함께 놀기/오준호/매체학자/2021.4.15 적정과 공정, 그리고 능력주의/함성호/건축가, 시인/2021.5.14 농촌의 적정문화를 위한 적정기술 만들기/권병준/음악가/2021.6.18 최고의 건축은 아무것도 건축하지 않는다/함성호/건축가, 시인/2021.09.17 뒹굴뒹굴 하기/함성호/건축가, 시인/2021.11.20 농촌의 적정문화를 위한 적정기술 만들기 2/권병준/음악가/2021.12.16 그림 그리며 놀기/김학량/작가, 전시기획자/3~12월총10회7회6회5회4회3회2회1회 겹겹 2 농촌의 인문-예술-과학을 준비한다/ 2020년 9~11월 대한민국철학사, 더불어삶을 궁리한다/유대칠/철학자/2020.9.25 농촌의 건축과 삶의 경관/함성호/건축가, 시인/2020.10.16 농민의 물리학/유상균/물리학자/2020.10.27 우리는 구조될 수 있을까?―시집 『눈속의 구조대』 전작 해설/장정일/시인, 그대에게소설가/2020.11.13가는길―그림 그리며 놀기/김학량/작가, 큐레이터/2020.11.275회4회3회2회1회 겹겹 1 마을에서 예술적으로 연구하기/2019년 3~7월 마을 소리 채집과 제작―듣고 기록하고 만들기/권병준/작가 모든 곳이 극장이다―몸으로 표현하기/김제민/작가 마을아카이브 연습―상상하기 위해 기억하라/박영선/작가, 연구자총7회총4회총5회 겹겹 4 의문 속에 머무르기/ 2022년 4~11월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박보나/미술작가, 저술가/2022.4.25 농촌의 적정문화를 위한 적정기술 만들기/권병준/음악가/2022.5.27~28 조선원림의 원리/함성호/건축가, 시인/2022.6.17 은둔기계와 농촌마을의 삶/김홍중/사회학자/2022.7 여행이란 무엇인가/함성호/건축가, 시인/2022.10.315회4회3회2회1회

독자후기를《일소공도》 모집합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에서 매달 발송하는 마을학회《일소공도》는일소공도의 활동 소식과 농촌 마을이 직면한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일소공도》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후기와 의견,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일소공도》를 읽어보신 후 다양한 후기와 의견을 보내주세요.  원고 보내실 곳 이메일 / maeulogy@naver.com 전화 / 원고에010-3461-5332소속(지역/마을등), 성명, 연락처를 적어주세요.

이번김세빈달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서가 지나고 날씨가 제법, 특히 아침 저녁으로는 가을 같이 시원해지고 있습니다. 논에 는 벌써 이삭이 패고 고개를 점점 숙이는 벼, 한창 벼꽃을 피우는 벼가 있습니다. 제가 일 하는 도서관 마당에는, 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벚나무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그 나 무에서 낙엽이 떨어져, 가을이 오고있구나 실감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시는 여러분에게도 가을이 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매해 여름은 길고 덥습니다. 이번 여름도 매우 길고 덥고, 어려운 일들이 많이 저를 지나 쳐갔습니다. 어서 가을이 오길 바라고 있었는데, 가을 바람이 부는 듯하니 또 지나가는 시간이 야속합니다. 다음 인사를 드릴 때에는 완연한 가을일 듯합니다. 이번 호에는 많은 글이 실려 읽을 거리가 꽤나 많습니다. 이번 호에 실린 글과 함께 여름 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시며, 모쪼록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 처서가오선재 지나자 바람부터 달라졌습니다. 2022년도 벌써 반이 지나 겨울을 향해가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지난 호 편집후기에 기후변화로 인해 올 여름이 어떨지 걱 정이 된다고 썼는데, 역시나 폭염과 폭우로 인해 쉽지 않은 여름을 보냈습니다. 7월 말부터 쌈채소들이 잘 자라지 않습니다. 낮에 작업을 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작물이 그만큼 잘 자라지 않으니 할 일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빈 시간을 이용해 바빠서 못했 던 밀린 일들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반년을 돌아보고, 다가올 반년과 내년을 준비하 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겹겹:의문 속에 머무르기 4》 강연을 정리했습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 사 무국에서 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농업·농촌의 용어 조차도 잘 몰랐을 때, 월례 세미나를 정리하며 많은 걸 배웠습니다. 2시간 짜리 세미나를 진행하면, 4시간에 걸 쳐 녹취록을 풀고, 다시 글을 쓰면서 모르는 것을 찾아보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며 공부를 열심히 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다시 글을 정리하며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차분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호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 립니다! “ 편집 후기

일소공도 044 2022년 7·8월호 펴낸날 / 2022년 8월 25일 펴낸곳 / 마을학회 일소공도 편집팀 / 김세빈 오선재 글 / 구해강 김세빈 박성경 이혜림 장유리 임금비 한의진 황바람 사진 / 김세빈 박성경 오선재 정민철 임금비 한의진 황바람 주소 / 충남 홍성군 홍동면 광금남로 654-10 전화번호 / 010-3461-5332 전자우편 / maeulogy@naver.com 홈페이지 / http://cafe.naver.com/oolocalsociety © 이 웹진에 사용된 모든 글과 사진은 창작물 저작권이 적용됩니다. 사진 사용에 대한 문의는 마을학회 일소공도 편집부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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