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지름길은 없다_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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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데이비스Scott Davis는 현재 멜리우스 리서치의 이사회 의장 겸 CEO로서

복합 기업 리서치 부문도 이끈다. 25년간 산업재 기업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합

산 시가총액이 1조 달러가 넘는 50군데 이상 기업을 담당했다. 20년 이상 매년

월스트리트 상위 10%에 든 소형 엘리트 리서치 부서를 이끌었다. 지난 17년간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가 선정한 복합 기업 부문 애널리스트 순위에서 1위

에 6번 올랐고 나머지 해에도 대부분 2, 3위를 기록했다 멜리우스 리서치를 설

립하기 전에는 글로벌 산업재 리서치 부문 책임자로 모건 스탠리에서 16년, 바

클레이즈에서 6년 근무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 〈포브스〉 〈포

춘〉 등 수백 군데 언론이 그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CNBC와 블룸버그, 폭스, CNN에 정기적으로 출연한다.

카터 코플런드Carter Copeland는 현재 항공우주 · 방위 산업에 시뮬레이터와 훈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CAE에서 글로벌 전략 총괄 임원으로 일한다. 이전에는 멜

리우스 리서치의 사장으로서 글로벌 항공우주 · 방위 리서치 부문도 이끌었다

멜리우스 리서치 설립 이전 12년간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가 선정한 최고

애널리스트에 매년 이름을 올렸다. 같은 잡지의 ‘알파 랭킹Alpha Rankings’이 선

정한 항공우주 · 방위 부문 애널리스트 순위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멜리우

스 리서치를 설립하기 전에는 리먼 브러더스와 바클레이즈에서 항공우주 · 방

위 리서치 부문 선임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셀사이드 애널리스트로 경력을

시작하기 전에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에서 연구 보조원으로 일하며 연방 공 개 시장 위원회(FOMC) 업무를 돕고 특히 연금 운용 등 기업 금융 분야의 다양 한 학술 연구를 수행했다.

랍 워트하이머Rob Wertheimer는 멜리우스 리서치의 창립 파트너로서 리서치 부

문을 총괄하고 글로벌 기계 장치 리서치 부문도 이끈다. 산업재 기업 리서치

경력이 10년이 넘고 모건 스탠리와 바클레이즈에서 일하는 동안 〈인스티튜셔

널 인베스터〉가 선정한 애널리스트 순위에서 3위 안에 들었다. 바클레이즈 전

에는 버티컬 리서치와 모건 스탠리에서 기계 장치 기업을 담당했다. 처음에는

라틴 아메리카 전역의 음료 · 유통 산업을 담당하는 업계 최고의 부서에서 경력

을 시작했다. 소형 제조 · 유통 기업 대상 전략 컨설팅 회사에서도 근무했다. 서

아프리카의 니제르에서 평화 봉사단으로 일하며 촌락의 농업과 임업, 수자원 관련 지원 활동을 수행했다.

더 상세한 정보는 www.meliusresearch.com을 참고하라

지름길은 없다

위대한

산업재 기업이

전하는

장기 승자의 길

스콧 데이비스

카터 코플런드

랍 워트하이머 지음

generalfox(변영진) 옮김

LESSONS FROM THE TITANS by Scott Davis, Carter Copeland

Copyright © 2020 by Melius Research LLC.

Korean translation copyright © 2025 by Horizon Press Inc.

All rights reserved.

This Korean edition was published by Horizon Press Inc. in 2025 by arrangement with McGraw Hill LLC through KCC(Korea Copyright Center Inc.), Seoul.

이 책은 ( 주 ) 한국저작권센터 ( KCC ) 를 통한 저작권자와의 독점계약으로 호라이즌프레스

주식회사에서 출간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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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 단행본은 겹화살괄호(《》)로, 잡지와 신문, TV 프로그램, 드라마는 홑화살괄호(〈〉)로

표기했다.

• 다른 언급이 없는 각주는 모두 옮긴이가 작성한 주석이다.

• 외래어 표기는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 및 표기 용례’를 따랐으나 일부는 대중

적으로 널리 쓰이는 표기나 해당 기업이 사용하는 표기를 따랐다

3.

5.

6.

7. 캐터필러

예측에 도사린 함정

8. 로퍼

브라이언 젤리슨 비화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정부 정책의 결함을 드러내고 현대 의학

의 한계를 시험하기 전에도 세상은 이미 섬뜩한 불균형 상태였다.

트위터 메시지가 얼굴을 맞댄 대화를 대체했고 ‘뉴스’는 스스럼없

이 한쪽으로 치우친 관점을 드러냈다. 구세대 사람만 높은 부채 수

준과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불러올 위험을 걱정했다. 값싼 자

금이 넘쳐나고 다양한 자산에 거품이 끼면서 막대한 부가 이동한

결과 혁명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정

치 극단주의가 빠르게 세를 확장했다. 마이너스 금리 국가 부채는

현재 적어도 15조 달러에 이르고 앞으로도 쭉 늘어날 것이다. 확실

히 우리가 알던 세상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경기가 침체하며 수

많은 기업이 망할 위기에 놓였다 얼마 전만 해도 ‘필승’ 카드라고

들 생각했던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주식 투자자가 앞다투어 빅테크* 기업 주식을 사

들인 결과 주가가 폭등했다. 독점력과 높은 이익률을 오랫동안 유

지하리라는 가정이 사실로 드러나야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른바 ‘승자독식’ 경제에서 시장 점유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들

믿었다. 성장하기 위해 몹시 많은 돈을 쓰지만 정작 그 아득한 미래

에 어떻게 이익을 남길지는 외면한 기업 행태는 실리콘 밸리를 넘

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모두가 ‘파괴적 혁신disruption’**과 시장

* ‘technology’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 통신망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정보기술을 뜻할 때는 ‘테크’로 옮겼고, 경제에서 기술을 활용하는 성격이 두드러지는 부문 을 통칭할 때는 ‘기술’로 옮겼다

** ‘파괴(와해)적 혁신’에는 소형 기업이 저렴하고 편리한 제품을 출시해 신규 시장 을 창출함으로써 기존 시장을 뒤흔든다는 맥락이 담겨 있다. 이후에는 ‘(시장) 파 괴’로 옮겼다

독점에만 초점을 두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두고

과거에 세웠던 원칙은 이미 폐기되었다고 느낄 사람이 많을 것이

다. 2008~2009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처절히 배운 교훈을 벌써 까먹

은 듯하다. 그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또 언제 닥칠지 모르는데도. 새로운 세상에서 투자자는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시장 파괴와 독점이 약속하는 미래 앞에서 진정한 장

기 승자가 누구인지 가늠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린다. 그러면 2019 년이 끝날 때쯤 망할 뻔했던 위워크는 아니더라도 어질어질한 변

동성을 보이는 우버나 테슬라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될는지도

모른다. 2020년에 주식 시장을 강타한 심각한 변동성이 지속하면

서 1930년대 대공황 때나 보았을 법한 수준으로 밸류에이션이 하

락한 섹터가 있는가 하면 아무 영향이 없었던 섹터도 있다. 결국 최

적 상태는 아닌 불안정한 구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은 10년이 흘러도 구글이 계속해서 승승장구할지, 애플

이 미래를 내다보는 창업자 없이도 번성할지, 페이스북이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확실히 알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새로운 전기차

가 연달아 출시하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계속 혁신을 주도할지 판

단하려면 5년은 더 흘러야 할 것이다. 천연육과 신선육 수요가 커

지는 변화 속에서 인공육이 산업 판도를 바꿀지 아니면 시대에 뒤

처질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헬스케어나 소비재 섹터의 거대 기업

간 합병이 규모의 경제를 불러올지 아니면 비대한 관료 조직을 낳

을지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세상의 후배 기업 역시 한때 빛나는 명

성을 자랑하다 무너진 선배 기업처럼 불안정하다. 오늘의 파괴자

는 언젠가 파괴 대상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멜리우스 리서치Melius Research를 함께 설립한 우리는 월스트

리트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기업의 성공이 얼마나 일시적인지

를 현장에서 생생히 목격했다. 엄밀히 말해서 성공이 아니라 실패

한 기업 사례를 훨씬 더 많이 보았는데, 앞으로는 승자 비율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S&P500 지수 구성 기업의 평균 수명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수십 년간 60년가량이었지만 오늘날 20년

으로 줄었고 앞으로 10년 동안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다른 기업에

인수되거나 파산해서 정말 사라졌기에 지수에서 제외된 기업은 모 두 한 국가를 대표할 만큼 빼어났던 모습을 지속하지 못했다. 자원

이 넘쳐나는 거대 기업이 경쟁우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도

대체 무엇인가? 전문가가 흔히 답으로 내놓는 시장 파괴는 이 책의 관심사인 기업 성패 예측에 별 도움이 안 될뿐더러 자기 합리화에

가깝다. 들여다보면 문제는 보기보다 더 복잡하고 기업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즉 기업은 자만한 경영진이 현재에 안주하고 무능

력해서 실패하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해서 실패하지 않는다. 예측은 아무런 성과가 없는 시간 낭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매일 마주하는 무작위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가 당장 생각날 텐데 사실 예전에도 그랬다. 우리가 대학에 다니던

1980년대에 미래학자는 1990년대 후반쯤이면 전기차가 보편적인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실제로 제너럴 모터

스는 벌써 1996년에 전기차 콘셉트카 ‘EV 1’을 발표했다. 이후 수

십 년이 흘렀지만 전기차 보편화는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

지만 언론을 수놓는 기사는 ‘빠른’ 혁신 덕분에 미래가 기대된다는

전망 일색이다. 과연 그럴까? 현 보급률이 자동차 업계의 선두 기업

이나 투자자가 기대한 수준을 뛰어넘는 속도라면, 30여 년 전 사람

들은 상상외로 무지렁이에 가까웠음이 틀림없다. 물론 장차 현 수

준의 컴퓨터 성능이 가능하리라거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전방위

에 영향을 미치리라고 올바로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넷스케이프를

공동 창업한 실리콘 밸리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은 2011년 신문에

실은 칼럼에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킨다”라고 선언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적확한 예측이었지만, 당시에는 소프트웨어가

이렇게나 파급력이 막강해질 것으로 예상한 이는 없었다. 대다수가

앤드리슨의 예측을 무시했기에 이제 그는 비범한 선지자로 추앙받

는다. 아무리 세계 최고의 경영자라고 해도 스스로 언제나 한 치 앞

보다 더 멀리 내다보는 능력이 있다고 느낀다면 착각에 불과하다.

따라서 경영진은 실제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두어야 한

다. 지속 개선을 장려하는 겸손한 문화를 세우고 간접 비용을 늘리

지 않아야 한다. 뛰어난 제조 역량과 고객 중심주의를 추구하고 자

본 배분의 원칙을 수립하며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자산으로 포트폴

리오를 이동해야 한다. 동시에 임직원이 당장 할 일에 집중하도록

인센티브 구조도 설계해야 한다. 여기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사실 모든 기업은 파괴자에 도전받는 중에도 사업을 발전시

킬 수단을 이미 넉넉히 갖추었다. 값싼 자금이 상시 대기 중인 세

상에서는 속도가 다소 느린 경영진도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필요

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 신규 사업을 개척하려 기업 인수합병

(M&A)을 택하든 기존 핵심 사업 투자를 확충하든 마찬가지다. 우

리가 목격한 성공 사례가 두 경로에 모두 존재하는 만큼 수단 선택

보다는 다른 기업에 선두를 뺏길 동안 우두커니 지켜보지 않고 투

자하는 결정 자체가 중요하다.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제품이나

시장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서가 아니라 경쟁자의 빠른 속

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주와 자만, 제국 건설을 향한 야

망, 허울뿐인 비전 제시는 패자 기업의 공통점이다 우리가 지금껏

분석한 모든 실패 사례에서 네 요소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반대로 최고의 기업이 공유하는 다소 케케묵은 대원칙에 더

욱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사례로 존재를 확인

했을 뿐 아니라 시간 검증도 통과한 성공 원칙을 여러분과 공유하

는 것이 우리 목표다

산업재 섹터가 분석에 가장 적합한 이유

우리는 지난 20년간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시장 파괴와 디지털 전

환, 독점, 리더십을 향한 종교적 숭배에 가까운 시장의 집착을 현장

에서 생생히 지켜봤다. 하지만 이른바 ‘신경제’가 성장 정체 조짐을

보이면서 계속 성장하고 오래갈 기업과 방법론으로 초점이 바뀌었

다. 아이러니하게도 시대에 가장 뒤떨어져 보이는 곳에 해결책이

있다 주인공은 지금껏 수십 년간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한 거대 산

업재industrial* 기업이다. 산업재는 시장 역사를 통틀어 처음 등장한

기술 섹터였다(그림Ⅰ). 이들도 오늘날 기적에 가까운 업적을 이룬 신

경제의 빅테크 기업과 똑 닮은 야심 찬 신생 기업일 때가 있었다.

뛰어난 혁신을 계기로 삼거나 사업가의 꿈을 실현하거나 다른 핵

심 경쟁우위에 바탕을 두는 등 기업마다 설립 배경은 다양하다 제

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은 토머스 에디슨의 전구 발명에 기원

한 섹터로서 산업재는 건축 · 기계 · 항공 · 우주 · 방위 등 자본재 제조 · 유통 산업 과 건설 · 설계 · 운송 등 상업 서비스 관련 산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세계산업 분류기준 표기를 따랐다

아메리칸 코튼 오일(식용유)

아메리칸 슈거(설탕)

아메리칸 타바코(담배)

시카고 가스(석유)

라클레드 가스(천연가스)

내셔널 리드(페인트)

노스 아메리칸(전력, 철도)

테네시 콜, 아이언 앤드 레일로드(제강, 철도)

디스틸링 앤드 캐틀 피드(양조) US레더(피혁)

제너럴 일렉트릭(전기)

3M

US러버(타이어)

JP모건 체이스 아메리칸

보잉

캐터필러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쉐브론 화이자

시스코 시스템즈

프록터 앤드 갬블 코카콜라 트래블러스

다우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엑손모빌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골드만삭스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 홈디포

비자

IBM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 인텔 월마트

존슨 앤드 존슨

월트디즈니

출처: 다우존스,

을 둔다 보잉Boeing은 비행기 발명, 하니웰Honeywell은 온도 조절 장

치 탄생과 관련 있다. 스탠리 블랙 앤드 데커Stanley Black & Decker는 무려 1840년대부터 시작한 공구 사업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파괴 단계가 끝난 후에는 예전에 창업자가

러들인다 뒤늦게 합류한 경쟁자는 대개 먼저 자리 잡은 기업의 성

공 사례를 얄미울 정도로 손쉽게 베껴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뿐

더러 갓 조달한 투자금도 넉넉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이

나 프로세스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득세할 때 으레 뒤

따르는 산만함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과 형편없는 리더십,

말만 번지르르한 비전도 이겨내야 한다

그런데도 이 책에 실은 산업재 기업은 어려움을 뚫고 기업 세

계의 부침에서 살아남아 영화를 누렸다. 오랫동안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세계 최고의 사업 시스템도 세웠다. 그중에는 희박한 확

률을 뚫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남긴 기업도 있다. 지속적인 개

선과 철저한 벤치마킹benchmarking, 원칙을 따르는 투자, 탄탄한 사

업 시스템까지 이들이 최고가 된 비결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하지

만 기업 세계는 그동안 구글과 아마존, 애플로 이어지는 꿈만 같은

물결에 흠뻑 젖어 그 존재를 잊거나 애써 무시하며 폐기했다. 우리

는 최고의 산업재 기업에 영감받아 이 책까지 쓰게 되었다.

다우존스 지수 구성 기업은 대대로 당대 주식시장을 주도했

지만 그중에서도 산업재 기업보다 파괴와 역사가 깊은 섹터는 없

다. 주도하는 쪽이었는지 당하는 쪽이었는지 처지는 시대마다 달

랐지만. 최근 팬데믹도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100년을 훌

쩍 넘는 기간에 걸쳐 위대한 성공과 실패 데이터가 쌓였으니 산업

재야말로 우리 분석에 완벽한 섹터다 디젤 기관차와 제트 엔진, 곡

물 수확기, 공장 로봇, 엑스선 진단기기 등으로 엄청난 성공을 이루

당시에는 산업재 기업이 탄탄한 입지를 영원히 지속할 것처 럼 보였다. 그러나 대다수는 우위를 탕진해 버렸다. 자만해서 헤프 게 투자를 결정했고 노사 관계는 나빠졌으며 끊임없이 추문에 휘

말렸다 탐욕에 젖어 대기질과 수질을 오염했다 국내외 경쟁자가

품질이 더 뛰어나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출시하는 상황에서 적응과

변화를 거부한 기업은 숱하게 선두 자리를 내주었다. 하지만 이 시

험대를 통과할 방법을 깨친 몇몇 기업은 훌륭한 연구 대상이다.

미국 기업사를 보면 성공보다 실패 사례를 건져 내기가 더 어

렵다 곤경에 빠진 기업은 고객 규모 · 목록과 보유 기술, 인력이 매

력적이라면 대개 더 큰 기업에 초특가로 인수되어 서서히 사라졌

다. 엄격하게는 피인수 기업을 실패 범주에 집어넣지 않는다. 실제

로 피인수 기업 경영진은 거액을 쥔 채 퇴사했고 심지어 성공한 사

람으로 칭송받기도 했다 . 하지만 매각하거나 합병되지 않았다면

앞날을 쉽사리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피인수로 마지막을 장식

한 사례는 산업재 섹터만 해도 수천 개에 달한다. 100년이 넘는 데

이터를 직접 들여다보니 출발점을 그렇게 오랜 과거로 두지 않아

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예나 지금이나 실패 원인과 성공 비결은 변

함이 없다. 1950년을 들여다보든 1980년이나 2020년을 들여다보

든 결론은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여러분이 관심을 둘 짧은 이야기를 덧붙인다. 곤경에 빠지거

나 실패한 기업이 매각 또는 합병되는 일이 반복하면서 지난 수십

년간 가장 성공한 기업은 아이러니하게도 M&A 에 더 집착했다 .

워런 버핏이 가치에 집중하는 M&A 전략을 일군 덕분에 사모투

자 분야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다른 경영진이 망쳐버린 기업을

인수해 실수를 바로잡고 원치 않는 사업을 중단하거나 팔아버리는

전략에 힘입어 업계 경쟁자보다 이익이 빠르게 증가하고 복리 성

장까지 이룬 기업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산업재 섹터는 오랫동안 M&A 전략을 완벽히 가다듬은 덕

분에 전 세계 경쟁이 치열해져 자력 성장이 비교적 정체하고 경쟁

자가 끊임없이 시장을 파괴하며 위협을 가한 수십 년 동안에도 이

익률이 계속 상승했다(그림Ⅱ). S&P500 지수를 구성하는 섹터 중에

서 지난 50년간 순이익률이 줄곧 상승한 섹터는 테크(정보기술)를 제

외하면 산업재밖에 없다. 이 지수를 구성하는 섹터로 들어온 순서

상 맏이와 막내는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다른 비결로 성공을 구가

했다. 산업재 섹터는 실패자를 게걸스레 집어삼켜 기존 운영 방식

을 개선하는 산업 내 통합 방식으로 성숙한 시장을 지켜냈다. 반면

테크 섹터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독점하는 파괴에

험이 담긴 생생한 교훈은 현재 그 자리를 차지한 테크 섹터에 도움

될 것이 분명하다. 테크 기업도 언젠가 초기 파괴 단계를 지나 장기

지속성이 더 중요한 단계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값진 사례

를 분석해 시대를 관통하는 다소 충격적인 교훈을 도출한다.

산업재 섹터를 20년가량 분석한 경험을 살려 GE가 휘청였던

이유와, 2001년만 해도 전망이 암울했던 하니웰이 결국 자기 힘으

로 살아남은 방법을 다루었다. 다나허Danaher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창조해 역사상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등극한 이야기뿐 아니라

스탠리 블랙 앤드 데커가 뛰어난 제조 역량을 몇몇 분야에만 집중

하여 수동 공구 사업에서 적수가 없는 경쟁력을 갖춘 이야기도 있

다. 위험 관리를 다루는 직업에 종사하는 우리가 보기에 보잉처럼

영예로운 정점에 올랐다가 수직 낙하한 기업은 또 없다. 나아가 복

리의 힘을 활용해 경이로운 가치를 창출한 두 기업, 로퍼Roper와 트

랜스다임TransDigm도 깊이 분석했다.

100 여 년의 데이터를 살펴보며 결국 살아남는 기업 유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승자와 패자, 길 잃은 영혼과 제자리로 돌아온

회개자까지 다양한 이야기에서 표본도 추출했다 . 산업재 섹터의

생존자는 수십 년짜리 경쟁과 경기 순환, 지정학적 변동 속에서도

장기 성공 비결을 알아냈다. 이 회복력은 다른 기업도 배울 만하다.

산업을 한 번 흔들었다고 해서 시험이 끝나지는 않는다. 종류만 바

꿔 시험이 계속될 뿐이다.

분석의 주안점

먼저 기업에 자만 징후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본다. 현실 안주보다

훨씬 심각한 자만은 실패를 낳는 가장 흔한 속성이다. 겸손을 북돋

을 방법을 알면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기업이 발을 땅에 붙인 채 오랫동안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사

업 시스템과 철저한 벤치마킹이 중요한 이유도 설명한다. 운영 방

식을 계속 개선하는 기업이 창출한 현금흐름을 신제품 개발과 기

회에 대응한 인수 전략에 더 창의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에도 초점

을 둔다. 그렇게 지속 개선 프로세스를 세우면 추가 투자에서 얻는

이익과 현금이 증가한다 과연 어떻게 가능했는지 , 체계적이고도

반복할 수 있는 방식을 다룬다.

이 책은 기업 문화에 관심을 두지만, 현실과 괴리가 큰 대중

문학류 경영서와는 결이 다르다. 지원을 아끼지 않는 건전한 문화

는 당연히 장기 성공에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문화가 행동과 인

센티브의 결과물이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여긴다 달리 말

해 문화는 기업 최고위층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를 어떤 단어로 규정하든 중요한 것은 실제 행동이다.

문화를 계속 떠드는 기업에는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좋

은 문화가 아닌 것은 틀림없다. 문화는 사명 선언문을 작성하거나

CEO가 영상을 촬영해 배포한다고 해서 탄생하지 않는다 최고위

층은 성원하는 역할일 뿐 문화는 작업장이나 칸막이 책상처럼 진짜

업무를 처리하는 저 아래 현장에서부터 만들어진다. 물론 직원이

안전하게 일하고 행복해야만 가능한 일이고, 영업 · 마케팅 부서의 고객 중심주의도 중요하다. 그래서 다음 질문을 던지고 확인한다.

• R&D 부서는 고객이 지금 겪는 문제에 몰두하여 해결하

는가 ? 해결을 위한 계획에 맞춰 매일 기본 업무를 수행

하는가?

• 직원이 지속 개선에 동기를 두고 집중하며, 필요한 권한을

갖추고 열심히 일하는가?

• 리더는 최고의 기업을 벤치마킹하고, 자사가 뒤처질 때 문

제를 기꺼이 해결하는가?

• 어떤 상황에서도 기업 윤리를 거스르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가?

•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빨리 퍼지는가? 문제가 있을 때 리

더가 달려들어 해결하는가 아니면 비난 대상을 찾느라 에

너지를 허비하는가?

아늑한 임원 회의실 상석에 앉아 문화를 떠들기는 쉬워도 말

단 관리자가 진심을 다해 실천하지 않거나 조직의 가장 아래까지

스며들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기업 최고위층은 행동과 인센티브를 통해 문화에 영향을 미

친다. 행실이 좋지 않은 CEO는 대개 자기랑 똑 닮은 조직에서 일

한다. 옳은 일을 한 직원을 보상하다 보면 규범으로 굳어진다. 금전

인센티브도 중요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성공한 기업이 많

으니 사실 문화에 옳고 그름은 없다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

하려고 탁구대와 낮잠 방을 두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누군

가는 정반대로 느낄 수도 있다. 경영진과 조직 역량, 마주한 과제에

딱 적합한 문화인지가 중요하다.

시장 파괴는 우리가 분석한 기업이나 각자 다녔던 회사에

서 수없이 맞닥뜨렸던 주제다 코플런드가 다녔던 리먼 브러더스

는 월스트리트의 ‘총아’에서 ‘탕아’로 파산하기까지 반년밖에 안 걸

렸다 . 데이비스와 워트하이머가 다녔던 모건 스탠리는 파산까지

몇 시간밖에 안 남았을 때 미국 정부 지원금과 한 일본 은행(미쓰비

시 UFJ 옮긴이 ) 의 투자를 끌어내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 우리는

2008년 위기 전에 1999~2001년 닷컴 버블도 겪었다 갓 입사한 신

입 애널리스트도 줄지어 선 리무진을 타고 퇴근하던 시절이었지만, 몇 년 뒤에는 모두가 직장만 있어도 감사할 지경으로 상황이 변했

다. 2020년 현재 팬데믹 위기로 인해 앞으로는 전혀 다른 시험이 등

장할 것이다. 시장이 파괴당할 위험이 급증했고 미래 서사는 아직 결론을 내릴 때가 아니다 수십 년간 기업 분석 일을 한 우리가 보기에 오늘날 사람들은

시장 파괴를 지나치게 중시한다. 기성 기업이 파괴자에 당해서 죽

음을 맞는 일이 몹시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

은 다르다. 2008년에 무너진 금융사는 이전에도 위험 수준이 내내

높았다 공시 재무제표에서도 치솟는 부채 수준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었다. 2020년 팬데믹은 갑자기 일어났지만 비슷한 사건이 일

어나리라고 수십 년간 외친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귀를 닫은 정부

는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기사 제목을 장식해 시선을 끄는 파괴

보다는 그날그날 할 일이 훨씬 중요하다. 사업 시스템이 없으면 조

직이 산만해지고, 벤치마킹하지 않으면 최고의 경쟁자를 이기기는

커녕 다람쥐 쳇바퀴만 돌 뿐이다. 무엇보다 복리의 힘을 얕보면 안

된다. 1년에 1~2%만 나아져도 시간이 쌓이면 어마어마한 성과를

이룬다. 운영 방식을 꾸준히 효율적으로 개선하면 미래 성장에 투

자할 현금이 늘어나고, 투자의 결과로 이익률이 다시 높아지는 선

그림 Ⅲ 오늘날의 ‘플라이휠’

투자자의 지지 덕분에

경영진이 변혁기에 대처할

시간과 여유 확보

탁월한 운영 역량으로

현금흐름 창출

플라이휠이 작동해 성과가

복리 성장, 투자자 관심 유지

현금흐름을 재투자해 성장, 해자 확장

경영진 교체에도 끄떡없이

문화 덕분에 성공 반복

출처: 멜리우스 리서치

순환이 작동한다. 덕분에 기업은 파괴나 다른 위협을 마주했을 때

유연하고도 재빠르게 방향을 틀 수 있다. 짐 콜린스가 베스트셀러

《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 에서 처음 사용해 유명해진

‘플라이휠fywheel’이 작동하는 것이다(그림 Ⅲ).

성공의 척도

이상적으로는 재무와 비재무 지표를 아울러 성공을 측정해야 한

다. 하지만 비재무 지표는 정확성은커녕 측정 자체가 불가할 때도

많고 임의로 판단할 여지가 있으며 산업별로 중요도가 제각각이

만족, 제품의 사회적 가치, 지역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같은 지

표가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다

양한 층위에서 활용성 문제를 맞닥뜨렸다. 성공한 기업은 직원에

게 발전 기회뿐 아니라 급여도 꽤 많이 줬지만, 동시에 비용이 저렴

한 지역으로 사업장을 이전했다. 사회에 미친 순영향이 어떨지는

확실치 않지만 살아남으려면 비용 구조를 완전히 바꾸어야 했다

1970년대 이후 의류 산업이 좋은 사례다. 미국에 계속 남았다면 십

중팔구 파산했을 테니 공장을 해외로 옮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

다.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버릴 때가 지난 원칙을 고수하다

망하기보다는 생존책을 택하는 편이 낫다. 직원 참여는 잠깐 유행에 그칠지도 모르고 외부자는 관련 데

이터를 구할 수도 없다. 우리도 경영진이 매긴 점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기에 분석 지표로 삼을 수 없다. 성과급 산정식

에 포함된 변수는 모름지기 값을 신뢰할 수 없다. 대다수 비재무 지표도 비슷한 상황이기에 성공의 척도를 재

무 지표로 정의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기업 생존과 상관관계

가 가장 높은 지표는 바로 주가 장기 등락률이다. 주식시장은 길게

보면 공정한 심판에 가깝다. 가치 창출 기업은 현금흐름이 늘어나

고 가치 훼손 기업은 줄어든다. 단기에는 과열과 투기가 일어나기

도 하지만 장기에는 기업 성공과 주가 등락률의 상관관계가 높다. 그래서 우리는 기업 전략의 장기 성공 척도로 주주 수익shareholder return을 사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이 중

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최고의 기업은 주주와 이해관계자 간 균형을 아주 잘 맞춘다. 장기적으로 생존이 중요한 상황에서 기업이 망한다면 직원과 공급사, 고객 집단은 아무런 이득이 없다. 엔론과

아서 앤더슨, 리먼 브러더스처럼 기업이 처참히 실패하면 직원은 일

자리를 잃고 그간 쌓은 시간이 ‘물경력’으로 전락한다. 의료보험도

적용받지 못하고 퇴직 연금은 공수표가 되어 버린다. 비자발적 백수

가 된 것만도 서러운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런데 실패는 주주의

평균적인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기업에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현

금 창출력을 훼손한 기업은 자산과 직원, 공급사, 고객에 투자할 자

금이 모자라 악순환에 빠진다. 더 지켜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좋은 대안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우리 분석의 척도로 생존과

상관관계가 아주 높은 주주 가치를 고수할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다른 이해관계 집단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집단이 상당

히 중요할 때만 언급하는 정도로 보완했다. 이해관계 집단은 제로

섬zero-sum 게임에 참여한 경쟁자가 아니다. 장기 승자 기업은 한결

같이 고객이 원하는 바에 치열히 집중하고 공급사를 파트너로 대

하며, 직원을 가장 값진 자산으로 대우하고 지역사회에 투자한다.

그렇지 않은 사례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주주 가치를 가장

우선해야 한다. 기업이 계속 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숫

자로 입증하지 못하면 과소 투자할 가능성이 커서 결국 모든 이해

관계 집단이 불운한 결말을 맞을 것이다.

정성적인 측면에서는 단기와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의사 결

정에 바탕을 둔 운영 효율이 중요하다. 기업 인수와 R&D 집중 지

출을 통해 효율성을 강화하는 기업이 많다. 우리는 소유주 이익과

부합하는 보상 체계와 주주 의사소통 능력이 탁월한 IR 활동이 특 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효과적으로 소통하면 장기 전략적 결정 을 촉진하고 경영진이 계획을 실행할 값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올바른 일은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 다룬 기업 하

나는 전략을 온전히 실행하기까지 7년이나 걸렸다 상당한 성과를

창출할 사업 계획이라면 응당 한결같이 집중해야 하지만 대다수는

산만해진다 ( 그러니 승자가 더 강력한 성과를 누리는 법이다 ).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허구한 날 얼굴을 들이미는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동시

에 경기 변동의 부침을 겪는 와중에도 전략을 놓지 않으려면 엄청

난 집중이 필요하다

애널리스트의 특권

우리는 세계 초일류 투자은행에서 애널리스트로 오랫동안 일한 후

몇 년 전에야 알을 깨고 나와서 작은 회사를 함께 설립해 주식 리서

치와 데이터 분석, 컨설팅 사업을 한다. 각자 다양한 유형과 규모의

상장 산업재 기업을 오랜 기간 담당했다. 애널리스트는 담당 기업

이 영위하는 사업을 깊이 파고들어 상세한 실적 분석을 제공하고

가치를 평가해 경쟁자나 전체 시장과 비교하며 매수 · 보류 · 매도 등

급을 매긴다. 우리 같은 직업을 두고 그저 돈 잘 버는 기자라고 혹

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해관계가 충돌하기에 명쾌히 판단

하기 어렵겠다고 점잖게 평하는 사람도 있다. 둘 다 어느 정도는 사

실이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악랄한 애널리스트도 있지만, 다른 직

업도 상황이 비슷할뿐더러 그 숫자는 극히 일부에 그친다 그래도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애널리스트에게 배운 행운아다. 어

찌 되었든 애널리스트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누리는 것은 사실이

다. 특히 영향력이 막강한 이는 합병 거래를 파투내거나 상장 예정 기업이 마지못해 공모가를 낮추게 하거나 이사회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래서 초일류 투자은행 애널리스트 명함만 있으면 세계

최대 기업의 최고 경영진에게 직통으로 전화를 걸 수 있다. 상장 기

업 경영진과 비상장 기업 소유주가 자기 아이디어와 계획, 근심거

리나 비전을 터놓고 의견을 묻기도 한다. 일대일 통화가 몇 시간씩

이어질 때도 있다. 우리가 대화한 경영진 중에는 뛰어난 책략가도

있고 운영의 달인도 있다(이도 저도 아닌 사례도 몹시 많다) 왕년의 이야

기만 풀어도 책 한 권은 족히 채울 듯하다.

이 책의 개요

주인공으로 뽑은 기업은 대부분 한 세대 전 기술 중심 고성장 기업

으로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치열한 경쟁과 짧아진 제품 수명,

격렬한 경기 변동 시기를 이겨냈다. 제국 건설의 야망이 불타오르

는 기간을 거치며 경영진은 산만해졌지만, 시간이 흘러 생존을 담

보할 방법을 알아냈다

주인공과 달리 경쟁자는 이익과 자본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

한 승자에 흡수되거나 파산해 이제 세상에서 사라졌다. 승자는 변

화에 맞추어 생존 도구를 더 날카롭게 갈고닦았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 공업화 초기에는 단순한 지휘통제 시스템을 갖추기만 해도

성공했다 이후 비용을 대폭 절감하지 않으면 업계에 계속 남을 수

없는 고통스러운 시기도 있었다. 세계 무역과 경쟁 구도에 변화를

주려면 과감한 조처가 필요했다. 지금은 더욱 엄격한 원칙이 필요

한 만큼 예전과 또 달라졌다. 한 세기를 넘나드는 데이터베이스에서 배운 가장 확실한 교

훈은 원칙 없는 운영이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핵심 사업에서 원칙

이 없는 기업은 제품이 몹시 적거나 많아져 비효율적이므로 조만간

이익이 줄어든다. 기업 인수도 마찬가지다. CEO의 호기로운 결정

과 예측에 바탕을 두는 전략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경영진이

경기와 소비자 수요를 남들보다 앞서 예측하려다가 날려버린 돈이

얼마나 많았던지 언젠가 예측이 틀리면 뒤처질 운명만이 기다린다

우리는 100 년짜리 데이터에 바탕을 두고 장기 승자 기업을

정의하고 성공과 상관관계가 높은 지표를 파악한다. 나아가 지표

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업이 택할 길과 피할 길을

알아본다. 비용을 통제하고 직원의 집중을 높이며 보유 현금을 활

용해 이익을 내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업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

도 다룬다. 벤치마킹은 필요하다면 조직의 모든 층위에 걸쳐 이루

어져야 한다는 점도 다시 강조한다. 이 책은 시간이 흐르며 시장 입지를 유지하느라 고군분투하

며 실패하고 또 성공한 기업에 관한 사례 연구서다. 인적 요인도 중

요한 역할을 맡았기에 모든 기업의 리더가 곱씹어볼 만하다 1장과 2장에서 제너럴 일렉트릭을 다루며 분석의 토대를 다

진다. 120여 년 전 GE 설립 시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초점은

지난 40년에 둔다. 잭 웰치Jack Welch는 CEO로서 놀라운 비전을 실

행해 거대 기업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동시에 자만을 향한 문

도 활짝 열어젖혔다 웰치의 뒤를 이은 제프 이멜트Jef Immelt는 결 국 처참한 결말을 맞았다. 이 책 전반에서 경영자 개인의 다채로운

면모를 다루지만, 조직 구성원이 순간의 열정에 휩쓸리지 않으려

면 검증된 업무 도구를 활용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

조할 것이다.

3장에서는 영예로웠던 이익률을 되찾으려 고생한 끝에 성공

했지만, 운이 다했는지 결국 눈부신 성취를 죄다 탕진한 기업을 다

룬다. 보잉은 1997년 에어버스와 함께 세계 여객기 시장을 지배하

는 독점 체제를 세웠다 . 하지만 경영진은 첨단 기술을 향한 엔지

니어의 순수한 열망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성과는 끽해야 평범했

다 단순하고 덜 위험한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 중

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나서야 회복했지만 끝이 아니었다. 불과 몇

년 전 737 맥스기를 둘러싼 치명적인 실수도 파본다. 성공이 따 놓

은 당상처럼 보일 때 조직에 자만의 기운이 스며들면 지름길을 택

하게 된다. 규모와 이익 면에서 가장 중요한 기종을 운항할 수 없어

이미 얻어맞은 상황에서 2020년 초 팬데믹 대응책으로 나온 운항

전면 금지 조처까지. 그렇게 무릎을 꿇은 보잉은 세계 최고에서 심

연으로 추락하기까지 몇 년밖에 안 걸린 극단적인 사례다. 보잉의

기나긴 역사와 비교해 찰나에 불과한 시간 동안 전 세계에 정말 많

은 소비자를 둔 산업이 완전히 재편했다. 여기에서 배울 중요한 교

훈이 무엇일지 기대하시라

4장의 다나허는 제조에 필요한 자원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린Lean’ 프로세스를 운영뿐 아니라 인수에도 적용해 현금과 부채를

적극 활용하며 전망이 우수한 기업을 인수했다. 강력한 사업 시스

템에 바탕을 두고 끊임없이 변화한 결과 수많은 기업의 집합으로

변모했다 팬데믹이 바꿔놓은 세상을 고려할 때 다나허의 헬스케

어 산업 진출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5장의 하니웰은 길을 잃

고 망할 뻔했으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CEO를 만나 책무성과 의

미를 되살려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결국 성공한 두 기업은 6장

에서 다루는 기업과 대조를 이룬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United

Technologies는 주당 순이익 증대가 만병통치약이 아닌데도 단 하나

의 목표를 향해 경주마처럼 달렸다. 계획은 거창했지만 기업 변화

상에 맞춰 사업 시스템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7장에서 다루는 캐터필러Caterpillar도 흥미로운 사례다. 이 기

업은 첨단 제품과 강력한 대리점망 덕분에 건설 장비 시장을 지배

하며 세계 최정상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 하지만 수요의 큰 변동

을 예측하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면서 한동안 심각한

변동성에 시달렸다. 수요 변동은 급속한 세계화 때문이었다. 경영

진을 교체한 캐터필러는 린 제조 등 체계적인 원칙을 받아들여 비

용 절감에 성공하며 원래 경로로 돌아왔다. 면도날처럼 예리한 감각으로 가치 창출에 몰입하여 투자자

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 기업도 다룬다. 8장에서는 로퍼가 산업

용 펌프 제조사에서 기업 · 인프라 소프트웨어 회사로 재탄생한 과

정을 알아본다. 비결은 끊임없이 현금을 더 나은 기회에 배치한 덕

분이었다 . 9 장에서는 트랜스다임이 레버리지를 활용한 M&A 전

략으로 항공우주 부품 시장의 소형 틈새 제조사를 쓸어 담아 복리

의 힘을 실현한 이야기를 돌아본다. 가격 책정 원칙과 비용 절감 계

획 덕분에 이익이 그래프를 뚫을 정도로 상승했다. 두 기업 주주는

모두 엄청난 수익을 올렸고 직원과 다른 이해관계 집단 역시 끝없

는 기회를 누렸다.

이어서 특별한 교훈이 담긴 두 기업 이야기를 알아본다. 10장

의 스탠리 블랙 앤드 데커는 한때 수동 공구 시장을 지배하다 마진

이 급락하는 시기를 겪었지만 린 방식을 받아들이고 혁신 방식을

바꾸어 몇몇 제품에 집중한 결과 입지를 되찾았다. 기업이 사업 시

스템을 강화하는 일과 산업을 혁신하는 위업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한편 11장의 유나이티드 렌털United Rentals

은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타사에서 중장비를 매입해 건설 · 산

업재 기업에 빌려준다. 주먹구구로 운영하는 고만고만한 기업이 난

립한 산업에서 몇몇 기업을 인수한 후 운영과 자본 배분 면에서 모

두 체계적인 고객 가치 창출에 전념했다. 성과는 놀라웠다. S&P500

기업 중 고성장 유형만 모은 S&P500 성장주 지수 중에서도 상위

10%에 해당하는 성장률을 10년간 지속했다. 특히 기술 발전이 어렵

고 차별화가 불가능하다는 산업에 속한지라 더 놀랍다. 마지막 12

장에서는 열 군데 기업 분석에 바탕을 두고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며 현실 사례도 살펴본다.

우리가 다룬 기업에는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프로젝트의 가치를 잘 설

명한다. 거대 산업재 기업이 들려주는 교훈은 감히 헤아리기 어려

운 가치가 있다. GE가 실패하는 세상이 가능하다면 어떤 기업이

나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잉이 미국 최대 수출기업이자 부러

움을 사는 돈 벌어다 주는 기계에서 몇 년 만에 정부 지원금이나 구

걸하는 처지로 추락하는 세상이 가능하다면 어떤 기업이나 실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나허가 뛰어난 제조 역량과 현금 창

출에 집중하여 성공하는 세상이 가능하다면 어떤 기업이나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가올 환경에서 기업이 성공을 지속하려면 할

일이 무엇인지, 가슴이 아닌 머리로 써낸 이 책에 신경제의 승자 기

업 목록에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필요한 혜안과 전술, 전략을 잔

뜩 준비했다.

generalfox(변영진)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컨설팅, 가치 평가, 디자인 제품,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컴퍼니 빌딩, 출판사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했다

《지름길은 없다》 《노마드 투자자 서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재탄생》 《비즈니

스 오너 펀드 투자자 서한》(비매품) 등을 번역했고 《퀄리티 투자, 그 증명의 기

록》을 감수했다.

지름길은 없다

위대한 산업재 기업이 전하는 장기 승자의 길

초판 1쇄 2025년 4월 30일

지은이 스콧 데이비스, 카터 코플런드, 랍 워트하이머

옮긴이 generalfox(변영진)

펴낸곳 호라이즌프레스

펴낸이 변영진 기획 BZCF, 김태진

디자인 이연휘

신고 2024년 8월 20일 제2024-000061호

주소 서울시 관악구 봉천로 408-1, 3층-제이118호

이메일 horizonpresskr@gmail.com

ISBN 979-11-989289-1-7 (03320)

정가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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