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itizen: Vol 3. 2024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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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VOL. 3 SPRING 2024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강경화 前 외교부 장관


표지정보

작품 류지선_푸른 꿈1 캔버스에 아크릴_43.6x60cm_2023

작품설명 어느 곳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나를 찾아서

통권 제3호 2024년 ISSN 2951-4916 발행일 2024년 2월 20일 발행처 (사)미래희망기구 발행인 정진환 편집장 하현경 자문위원 최두환, 조창범, 오준, 이상기 출력 및 인쇄 삼경광고기획

Copyrights © 2024 All Rights Reserved 미래희망기구 Hope to the Future Association http://www.hopetofuture.org/ 대표전화 02-6952-1616 주소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176 구독 및 광고문의 outreach@hopetofuture.org


세계시민 나와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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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움을 실감하는 오늘, 우리의 사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도전의 시대를 헤쳐나가며, 세계시민으로서의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공유합니다. - 발행인 인사말 중에서



LETTER from M A G AZ I N E

'Global Citizen: 세계시민'은 단 하나뿐인 지구에 함께 사는 사람과 그들의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며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사람을 꿈꿉니다.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움을 실감하는 오늘, 우리의 사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으로 지구 반대편과도 즉각적으로 소통하고 그들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반면, 세계화의 이면으로 대두되는 갈등과 분쟁이 서로에게 공유되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종종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우선하는 모습에, 우리의 지구에는 오해와 충돌의 커다란 균열에 의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의 시대를 헤쳐나가며, 우리는 다양한 문화와 민족에 깊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며 국제적 공동체의 초석을 이루는 상호연계성과 상호의존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Global Citizen: 세계시민'은 국제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에 청년 세대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알리고, 그들의 행동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국제사회의 곳곳에서 생겨나는 이야기와 인터뷰를 통해 자기 중심적 세계관이 아닌, 보다 포괄적이고 집단적인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세계시민으로서의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세계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내리는 선택과 결정은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우리의 유산이 될 것입니다. 전 세계 그 누구도 빠짐없이 동참해야 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달성이 불투명해지는 가운데, 우리는 이를 다가가기 어려운 이상이 아닌 함께 노력해야 할 책임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청소년들이 중심이 되길 바라며, 기후위기, 경제불평등, 인권 등 미래를 건설하는 데 있어 책임을 주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자 합니다. 세계의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스스로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고, 다름을 존중함으로써 협력할 수 있도록 그 여정에 함께하겠습니다. 이번 'Global Citizen: 세계시민'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기사를 담았습니다. 이것이 여러분의 관점을 확장시켜 더 높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내가 원하는 것'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추후 국제 사회를 무대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창조하는 청소년 독자로 성장하기를 늘 응원하겠습니다.

2024년 2월 20일 발행인

정 진 환


Letter from Global Citizen 발행인 레터

01 COV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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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_강경화 前 외교부 장관

MESSAGE 12

다자주의가 존중되는 다음 세대를 위하여 _이리나 보코바 前 유네스코 사무총장

미국 유명 의사보다는 빈곤국가 전염병 퇴치를 위한 삶 _존 클레멘스 국제백신연구소 선임 고문

환경 정의를 실천하는 변화의 주체가 되길 바랍니다 _도널드 리 前 유엔 경제사회국 국장

스스로 발전하는 인재가 글로벌 혁신 리더입니다 _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목표를 실현하며 미래를 함께 만들어갑니다 _이상일 용인특례시장

SDGs라는 계주의 바톤 체인지 _데니스 안토인 前 주유엔 그레나다 대사

유엔 최초의 시각 장애인 대사가 말하는 인권이란 _오브리 웹슨 주유엔 앤티가 바부다 대사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어요 _전혜경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

ART 58

익숙함을 낯섦으로 표현하다 _류지선 작가

STORY 62

국제 위기를 함께 해결하는 우리는 세계시민입니다 _이나라 유엔식량농업기구 한국협력연락사무소 부소장

여러분의 이노비는 무엇인가요 _강태욱 이노비(EnoB) 대표

겸손하되 열정적으로 차이를 배워나가기를 _압둘 와합 우송대학교 조교수

생태-평화 넥서스를 위한 우리의 활동과 역할 _최현아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수석연구원


MUSIC 86

선율이 가진 힘, '음악으로 전하는 마음' _주연경 바이올리니스트

ESG 92

사회적 책임이 만드는 올바른 경영, 동아쏘시오그룹 _정재훈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EDUCATION 96

SDGs 실현을 향한 글로벌 파이어니어 인재의 도약 _이상우 안양외국어고등학교 교사

나의 작은 움직임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이죠 _김정민 중앙예닮학교 교사

EMERGING 104

세계시민으로 나아가는 길 _황정호 학생

낯선 것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기 _이창주 학생

CIVIL SOCIETY 112

유엔 창설 이듬해부터, WFUNA _유엔협회세계연맹

가난이 없는 공정한 세상 _옥스팜

SDGsTOON 118

새싹이가 들려주는 세상을 바꾸는 17가지 목표: SDGs _황수아 학생

매거진 발행기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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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 강경화 前 외교부 장관 취재 두혜린, 한지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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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 협의체(G20) 특별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여 연설하는 모습 (2020)


강 전 장관은 여성 최초의 외교부 장관으로서, 외무고시를 거치지 않은 특채 출신의 외교부 여성 최초 국장이기도 했다. 코피 아난, 반기문, 안토니우 구테흐스, 최근 세 명의 유엔 사무총장과 모두 함께한 유일한 외교 전문가라고 하는데.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뷰해보았다.

정치외교, 미디어, 국제관계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신 것이 독특합니다. 변화가 있을 때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청년들을 위한 조언이 있을까요. 저는 학창시절부터 진로를 뚜렷이 정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제가 속해있는 학과나 동아리 외에 많 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성실히 하다 보니 일이 점점 주어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길이 열렸어 요. 사실 예상했던 길이 아니었거든요.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 이후 한국에 돌아와 교 수로 대학에 자리를 잡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KBS에서 1988 서울 올림픽을 준비 하면서 외국인 청취자들을 위해 다중 언어 뉴스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던 거예요. 올림픽 준비 기간인 2년 간 한국어 뉴스를 번역해서 동시 송출하는 영어 뉴스를 만들었고, 그 이후에는 국 회의장님을 보필하며 통역, 영어 연설문 작성 등의 일을 하는 국회의장실에서 근무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외교의 본류인 외교부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1998년부터는 외교부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 당시에 주어진 기회를 때에 맞게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청년들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다양한 일을 해보며 살아왔듯이 인생은 한 번의 선택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한 번의 선 택에 모든 것을 걸지 말고 조금 느긋하게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자신의 취 향, 재능을 찾는 노력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 은퇴했지만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시간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 많은 시간을 한 가지 일에만 투자한다면 재미가 없겠죠. 누구 에게나 다양한 재능이 있으니 변화에 유연함을 갖고 인생을 계획하면 좋겠어요.

외교부 장관 임기 동안 가장 자랑스러웠던,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모두 알고 있듯, 우리의 외교안보정책에 있어 제1이슈는 북핵문제겠죠. 그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의 안보를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외교안보축은 한미동맹이고요. 하지만 이것을 둘러싼 외교문제는 외교부만이 해결하는 일이 아닙니다. 외교부가 건의하는 대로 채택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 도 합니다. 대통령, 안보실, 통일부, 국방부 등 다양한 정부부처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에요. 일 단 채택이 되면 외교부는 그대로 이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신문에 많이 언급되는 외교안보사안은 외교부만의 업적으로도, 저만의 업적으로도 내세울 수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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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제3차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Global Engagement and Empowerment Forum)에서 축사를 전하는 모습 (2021)

외교부 장관 재임 당시 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영사 업무를 강화한 일입니다. 외교부 가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들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있는 주무부서거든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외교 에 비해 영사 업무에 대한 중요도가 낮게 여겨지는 것 같다고 느껴 이 업무의 중요성을 알리고 조 직을 많이 키웠습니다. 이 중 하나가 해외응급대응센터인데요. 해외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지원 인 력을 신속하게 파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초기에는 중국 우한 다음으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소외당했지만 곧 모범사례로 알려진 데에는 이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법을 강조하는 모습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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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의 역할이 컸어요. 5만 명이 넘는 해외 교민 들을 다시 우리나라로 모셔야 했고, 그 때 시행 한 영사 업무와 감염병 대처 방안과 정책을 국

강 전 장관의 커리어 살펴보기

제사회에 직접 알렸던 일이 아직도 정말 자랑스 럽습니다. 저 혼자 한 일이 아니고 많은 분들의

1976년

KBS 국제방송 라디오 프로듀서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

1977년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도 여성 장관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보수성에

1984년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대학원 커뮤니케이션학 석·박사 학위 취득

니라 여성으로 보려는 시선이 여럿 있었습니다.

1990년

국회의장 통역 겸 섭외담당비서관

'여성이라 그렇다'는 질문에 반박하기 위해 많이

1994년

세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조교수

1998년

외무부 외교안보연구원 연구관

서 오는 차별이 있기도 했어요. 저를 장관이 아

노력했습니다.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진 않으셨 나요? '여성 최초'라는 말은 저를 평생 따라다닌 수식 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말이 낯설고 부담스 럽게 느껴지기보다는 내가 이 자리에 처음으로 선 여자이기 때문에 더욱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적어도 여자이기 때문에 부족하다는 말

기사 출처: 한겨레

은 나오지 않게끔 하고 싶었어요. 이러한 마음가 짐이 제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가 되었다

1999년

고 생각합니다.

2005년 외교통상부 국제기구정책관 편집자 Tip.

성평등, 여성인권 문제는 제 평생의 과업이에요.

비(非)외무고시 출신의 첫 외교본부 국장급 진출이라고 해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성평등 지수가 꼴찌 수준입니다. 2023년엔 38개 회원국 중 뒤에서 7번째, 즉 32

2006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고등판무관 편집자 Tip.

위입니다. 우리나라도 서서히 변화하는 양상을

한국 여성으로서는

띄고 있긴 하지만 국제사회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스스로도 목소리

유엔 최고위직 진출이라고 해요.

2013년

유엔 인도지원조정관실(OCHA) 부긴급조정관

2014년

유엔 사무총장 인수위원장, 고위정책보좌관

2017년

제38대 외교부 장관

를 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젊은 여성들도 성평 등의 국제적 기준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요. 최 근 안티페미니스트 바람이 굉장히 거세고 여성 들이 스스로의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

외교통상부 장관 보좌관

렵지만,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각자 본인의 자 리에서 평등을 쟁취하고 요구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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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10년 전부터 '동료에게 신뢰를 보여라'라고 인터뷰를 많이 하셨는데요. '소통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으실 수 있었던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업무 공간에서 리더가 신뢰를 보이기 위해서는 북돋아주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일, 네 일, 상사의 일, 부하의 일, 이렇게 분업화된 체계 속에서 저는 직원들에게 '네 일을 잘 하 라'며 스스로의 위치에서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신뢰를 주었습니다. 영어로 일컫자면 'empowering leader'가 되려고 노력했죠.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서로의 일을 존중할 수 있 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일방적으로 지시하기 보다는 다른 의견일지라도 귀담아 듣고 진정성 있는 태 도로 경청해야 하는 거죠. 설령 틀린 결정이었다 할지라도 의도를 파악할 수 있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소통이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신뢰의 쳇바퀴를 돌리는 것은 아 랫사람보다 윗사람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솔선수범(leading by sample)하려 고 했을 뿐입니다. (웃음)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도전을 하신 것처럼 은퇴 이후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용기가 너무 멋있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시는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선거에 출마하기 전에, 사실 다른 후보들보다 늦게 준비를 시작하기도 했고 유관 분야의 활동량도 훨씬 적었기 때문에 전망이 그렇게 밝지는 않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결과를 알고 시 작한 도전이었죠. 국제사회의 리더를 목표하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 주고 싶더라고요. 사람은 살아가면서 무궁무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다양성을 모두 맛보고 겪어보는 것이 가장 풍요로운 삶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나의 경험을 스스로가 제한 하지 않고 기회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새로운 경험을 즐길 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의 초청으로 '제13차 발리 민주주의 포럼'에 참석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 사례를 발제하는 모습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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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에는 은퇴하면 집에서 휴식하며 책만 읽었겠지만 요즘은 100세 시 대니까요. (웃음) 저도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 가기 위해 때로운 어려운 시도일지라도 해보 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의 두뇌는 얼마든지 훈련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두뇌는 훈련하면 훈련 할수록, 쓰면 쓸수록 능력이 향상된다고 해요. 두뇌학자들이 얘기하기를, 우리는 두뇌의 일 부분만을 사용하고,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으 로 활용하지 못한 채로 평생을 살아간다고 합 니다. 이 나이쯤 되니 배우는 속도는 확실히 느려졌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하는 모습 (2018)

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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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다문화, 다인종, 글로벌 등의 수식어에 걸맞게 우리나라 청년들이 '세계시민' 일원으로 성장하 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도 점점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외국인 노동자 및 체류자 유입이 많아지고 있어요. 하지 만 아직까지 우리는 '우리나라에 왔으니 우리나라에 적응하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타 문화를 수용하려는 태도보다는 우리 문화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듯 하달까요. 예컨대, 외국인 노 동자의 경우 그들끼리 모여 사는 집단 거주지역을 형성하여 가까이 지내지만 그 지역 주민들과는 왕래나 소통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제조업 사업체가 밀집되어 있는 거제도에 갈 일이 있었는데, 외국인 노동자의 삶의 공간과 거제도 주민의 삶의 공간은 너무 다르더라고요. 공간과 공간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이 두텁게 존재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나라를 떠나 해외 로 이주하여 살고 있는 재외 한국인의 경우에도 각자의 지역에 한인타운을 형성합니다. 국가 내 소 수 민족의 집단화를 없앨 수는 없겠지만, 서서히 주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주민과 현지 주 민 간의 교류가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고 가족, 성(姓), 학연 등에서 소속감을 느끼죠. 사회학적 용어로는 '준거집단(reference group)'이 좁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세계시민이라면, "우리가 남 이가?"라는 문장에서 '우리'에 해당하는 준거집단을 세계로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세계가 아파할 때 같이 아파하고, 이에 대해 우리나라와 '나'라는 개인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기여 할 수 있을지 문제의식과 호기심을 늘 가지고 생활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자국민의 세계시민의식 이 더욱 중요하죠. 타오르는 자유 의식을 단순 해외여행보다는 국제사회와 교류를 하며 표출해보 기를 바랍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한국인을 넘어 국제사회의 주류가 되어보는 경험 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강경화 전 장관 pick

세계시민을 꿈꾸는 독자들을 위한 추천도서

『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제레드 다이아몬드 저) 세상은 왜 불평등하게 발전하는 걸까? 이 책은 나라와 대륙에 따라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자리잡은 지역의 생태학적 환경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 한다. 특정 인종이 가진 생물학적 특징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 려 동물과 식물이 잘 서식하는 환경에서 문명 발전의 속도 또한 빠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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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진출을 꿈꾸는 <세계시민> 청년 독자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해 조언 부탁드려요. 저는 국내에서 보낸 시간이 많은 편에 속하지만 유엔에 있었던 10년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 드리자면, 학업적인 것 하나와 태도적인 것 하나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외국어 능력입니 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190개 국가와 외교 관계를 맺고 있고,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며 국제 무대 의 주체적 역할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특히 외교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그 외에 프랑스 어, 스페인어와 같은 제2외국어를 잘 구사할 수 있다면 더욱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단순히 언어 활용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유엔의 193개 회원국 중 가장 관심 있는 몇몇 나라에 대해서는 더욱 깊이있게 탐구하려 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늘 강조하여 말씀드립니다. 추가로, 최근에는 모든 사람을 존엄하게 바라보고 존경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인간은 인간으로서 다 평등하고, 태어남으로써 천부적인 권리와 자유를 가지게 되는데,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 다르 고, 살아온 문화적 배경이 같을 리 없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다 똑같은 '사람'이 라는 사실이 바탕이 되어야 하거든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저는 이러 한 태도가 천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군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보다 미워하는 것이 훨씬 쉽지 않나요? (웃음)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마음의 습관으로 단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본인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 이에요.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이라면 인 종, 생김새, 언어를 불문하고 내가 마주하는 모두가 귀중한 존엄성을 가진 동등한 인간이라는 사실 을 항상 인지하기를 바랍니다.

강경화

KBS 국제방송 프로듀서 및 아나운서를 거쳐 외교통상부 국제전문가로 특채 입부하 였다. 외무고시를 거치지 않은 최초의 여성 국장, 한국 여성 유엔 최고위직 진출 등 다양한 이력을 남기며 제38대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강하고 평화로운 대한 민국'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헌신적인 장관직을 수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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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제11회 디지털 발전을 위한 브로드밴드위원회에서 | ⓒ ITU

다자주의가 존중되는 다음 세대를 위하여 인터뷰 이리나 보코바 前 유네스코 사무총장 취재 윤서연, 장준혁 학생

2016년 유엔 사무총장 물망에 오를 만큼 리더십과 결단력을 인정받은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 그녀가 생각하는 교육과 다자주의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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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옛 이야기부터 전해주세요. 어려서부터 '여성 리더'를 꿈꾸셨나요? 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먼 훗날 옛 역사를 연구하는 고고학자가 되 어 전 세계 다양한 문명을 두고 위대한 발견을 해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그렇게, 고대 이집 트, 고대 그리스에서 발견된 유적과 역사적 문헌을 공부하다보니 제가 태어나고 자란 불가리아라 는 나라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고대 국가이자, 국가명이 바뀌지 않은 채 유지되어 온 몇 안되는 나라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외국어 공부와 인류의 다양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때였는데, 마침 우리나라 밖의 세계와 수많은 역사적 사실, 문화적 배경에 대해 공부하고 더 널리 알리고 싶 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기자와 외교관이라는 새로운 꿈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했죠. 외교관으로서의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단순히 제가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 매일매일 다양성을 접 하게 되는 것 모두 제 성격과도 잘 맞았어요. 그러다 시간이 흘러 유엔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제 가 맡은 일은 제 삶의 열정과도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제 커리어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 또한 유 엔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리더가 되기 위해 일한 건 아니었어요. 누구나 이 세계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표면적인 지위와 명예보다는 본질을 생각 하며 일하곤 했습니다. 그렇기에 주프랑스 대사, 유네스코 상주대표부 대사를 거쳐 첫 여성 사무 총장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 에 서게 된 것은 '행복한 우연 (happy coincidence)'이었 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선거 당시에도 제가 가장 뛰어나서 선출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 았고요, 모두가 훌륭한 경쟁 을 펼쳤다고 생각해요. 그 후 유네스코는 저에게 세계의 평 화와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조직이 되었죠.

유네스코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교육은 인류 발전의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이 기초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달성할 수 없고요. 자유를 위해 투쟁하셨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도 "교육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Education is the most powerful weapon with which you can change the world.)"라고 말씀하셨죠. 이처럼,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한 나라의 지리·경제 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교육은 어느 상황에서도 최우선으로 여겨져야 합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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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를 채택하던 당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께서도 '글로벌교육우선구상(GEFI)'을 통해 유엔의 모 든 회원국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덕분에 최초로 교육이라는 분야 가 정치적 목표와 함께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적으로 글을 읽을 수조차 없는 7천 6백 만여 명을 대상으로 기초 문해 교육을 시행하는 것,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적 극적으로 활용하여 온라인 교실을 조성하는 것,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필수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중요하지 않은 게 있을까요?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갈 세상에 대한 가치를 전해주는 것이 교육이니까요. 이 매거진 <세계시민>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교육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메시지가 비슷한 듯 합니다. (웃음)

그렇다면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청소년의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유네스코가 달성해야 할 목표와 연관지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네스코는 2001년에 채택한 '문화 다양성 선언(Universal Declaration on Cultural Diversity)'을 통해 자연에 생태 다 양성이 필요한 것처럼 인류에게는 문화 다양성이 중요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저는 이 선언이 오 늘날의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 다양성이란, 서로 다 른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을 넘어 소수 민족이라도 존엄한 인권을 가진 존재라는 것 을 인식해야 함을 말합니다. 이러한 교육이 지 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이라고 여겨지는 이유 를 조금은 아시겠나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 람들을 포용하고자 하는 세계시민의식이 결 국 기후변화, 인권, 성평등에 공동으로 대응하 고자 하는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

양질의 교육과 지속 가능한 발전

니다. 특히, 코로나19, 종교적 갈등, 기후변화 의 영향을 겪어본 우리는 문화적 다양성이 얼 마나 중요한지 체감하였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다루는 세부 지표 SDG 4.7이야말로 지속가능 발전목표 4번 '양질의 교육' 목표의 핵심이라 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듯, 청소년들은 오늘날 인류 사회의 중심입니다. 여러분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스스로 새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로운 지식과 정보를 찾아나서기도 하고요. 여

은 환경, 사회, 경제 분야와 통합적으로 연결

러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일에 관

되어 있다. 국제사회의 정치·경제 및 환경 이

심을 가질 뿐만 아니라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 여 함께 고민하는 태도가 너무 감사하게 느껴 집니다. 청소년 세대가 현재를 만들어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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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에 따르면, 지속가능발전교육(ESD;

슈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교육은 평화 롭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아프리카 말리의 팀북투 유적지에 방문한 모습 ©UNESCO/P. Chiang-Joo

다고 생각해요. 기후변화, 국가 간 협의, 교육, 문화 다양성 등 수많은 분야에서 청소년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목소리를 내고, 더 많이 참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화 다양성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해볼까요? 예전에는 없던 세계화 덕분에 우리가 서로 가까워 지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과거에만 존재할 수 있던 사실을 역사로 만들어 보호하고 미래에 계승 할 필요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에서도 청소년들이 세계유산에 관심을 가지고 보존활동 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기 위함이 아 니더라도 본인이 속해있는 나라나 대륙, 문화권에 대해 공부하다보면 자부심이 생깁니다. 그 안에 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기도 하고요. 가정이나 학교, 지역사회에서 충 분히 가르치지 못하더라도 요즘은 SNS와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 다른 유형의 교류가 오고갈 수 있 을 거예요. 지난 2015년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졌을 때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에서 세계문화유산 에 등재된 유적들이 동시에 붕괴된 적이 있었습니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급진적 인 문화 말살 정책을 펼치면서 파괴한 것인데요. 그래서 유네스코에서는 SNS 플랫폼을 젊은 세대 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문화유산과 다양성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이용하였고, #Unite4Heritage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앞으로도 SNS가 청소년 사이에서 대의 (大義)와 평화, 공감을 위한 공간으로 긍정적으로 활용될 방안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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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국제 문제들이 양질의 교육으로 완화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그럼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중심에 교육 문제를 포함시키기 위해 모두가 끊임없이 노력한 이유 이기도 합니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건 사실 최근의 일인데, 유네스코 의 연구 과정에서 최빈국의 어린이들이 받게 되는 교육의 질이 고르지 못하다는 사실이 눈에 띄었 습니다. 교육 분야에 필요한 발전의 방향을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 고 간단한 계산조차 할 수 없는 문맹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가정의 소득을 책임지기 위한 생산 활동으로 인해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육받을 권리를 침 해당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서 법과 제도로 초등교육과 중등교 육을 의무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기금(Fund)에서도 적극 적으로 나서주었고요. 유네스코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었던 만큼 저는 교육 분야의 성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책임처럼 느껴졌습니다. 세계적으로 차 별이 생겨나는 이유는 인종, 언어, 종교, 부 등 너무 많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육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처한 현 실이 참담했습니다. 다행히, 대한민국 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를 포함하여 유엔여성기구, 세계인구기금 등 다양한 기관들이 여성 어린이 교육을 위해 연 대했고 실제로 네팔에서 프로젝트를 수 행하기도 했답니다.

2019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인사하는 모습

시리아 난민을 위한 교육 지원 기관에서 학생과 함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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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커리어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유엔은 국제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데에 꼭 필요합니다. 인도주의, 개발, 평화 등 모든 분야에 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고, 그 일부였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한 단 어로 표현하자면, '다자주의(multilateralism)'가 가장 적절할 것 같아요. 외교란, 다양성을 모두 고 려한 공통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을 의미하니까요. 저는 국제사회에 서 생겨나는 크고 작은 의견을 존중하기 위해 유엔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가가 가지는 역사와 문화는 존귀한데 누군가가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에서의 기여도는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30 의제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개 발도상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직면한 공통된 도전 과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배경이 어떠한지 밝혀내는 과정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께서 "제2의 지구가 존재하지 않듯, 기후위기 대응에도 제2의 계획은 없 다. (We do not have a Plan B, because we do not have a Planet B either.)"라고 말씀하셨죠. 저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합니다. 연대와 합의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상황 에서 다자주의가 위협받는 것은 지구가 우리에게 남기는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갈등과 분열, 재해 와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오늘날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리나 보코바

모스크바 국립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 후 메릴랜드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수학하고 불가리아 외무부 장관을 역임하였다. 2009년부터 2017 년까지 유네스코(UNESCO)의 첫 여성 사무총장으로 재직하였으며 교육을 통한 인 간 존엄성 실현을 목표로 국제적으로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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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명 의사보다는 빈곤국가 전염병 퇴치를 위한 삶 인터뷰 존 클레멘스 국제백신연구소 선임 고문 취재 하현경 편집장

소득이 낮은 나라일수록 전염병 피해가 크다는 것을 깨닫고 평생을 빈곤국가 전염병 퇴치를 위한 백신 개발에 힘써왔다. 세계 최초의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개발하는 성과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는 그를 인터뷰했다.

베트남 나트랑에서 경구용 콜레라 백신 생산을 위해 대규모 임상 연구를 진행하던 모습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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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보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의료 분야의 학위를 취득하는 데에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 세계의 의료 체계, 인류가 가진 신체적 특성 등을 공부해야 하다 보니 어렵기도 했지만, 대학에서 공부한 수 년의 시간은 제가 보 다 폭넓은 시야를 갖출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당시 의학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어 여느 때처럼 카데바(cadaver)를 이용한 인체 해부학을 공부하고 있던 날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평화 봉사단 활 동에 참여하고 있는 친구들이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한 시골 마을 의료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경험 을 담은 편지를 보내주었는데, 그때 아차, 싶었어요. 제가 하는 의료와 연구 활동이 사람들에게 직 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예일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던 중, 탄자니아의 시라티 병원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미 임상 실습도 여러 번 경험해보았고 바쁜 병원 업무에도 익숙해졌던 때라 당당하게 찾아갔어 요. 하지만 도착해보니 제가 상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한 나라의 경 제적 지위가 국민들의 건강 상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정부가 재산과 소득을 균등하게 분배하는 사회주의 사상의 일환으로 시행한 '우자마 (Ujamaa) 정책' 때문에 그 지역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집단 설사병이 유행하였습니다. 깨끗한 물이 나 주거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곳에 강제 이주하여 모든 자원을 공유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없던 유행병이 새로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때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의 대부분이 예방 가능한 질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후 예일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취임한지 2년째 되던 해

사빈백신연구소(Sabin Vaccine Institute) 행사에 초청되어 연설하는 모습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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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최초의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방글라데시 지역 주민 임상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 습니다. 그 당시에는 혈관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의 백신밖에 없었기 때문에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10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임상 실험이 필요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주사 와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었으니까요. 이를 계기로 저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공공보건 분야 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초대 소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셨나요. 방글라데시에서의 임상 실험을 통해 개발한 경구용 콜레라 백신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가격이었습니다. 전염병이 자주 발생하 는 지역은 깨끗한 물이나 위생 시설조차 없는 가난한 동네였기 때문인데요. 말 그대로, 돈이 없어 약을 구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빌&멀린 다 게이츠 재단과 같은 기관의 지원이 필요했고, 6개 월 만에 '최빈국 질병(DOMI; Diseases of the Most Impoverished)' 프로젝트를 위해 4천만 달러에 달하 는 투자를 승인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빈곤국가 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질병인 만큼 수익성이 없는 분 야였기 때문에 수많은 기관에서 힘을 모아야만 대량 보급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민관협력사업 (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을 통해 재정과 자원 을 투자해줄 기금 단체, 낮은 이윤으로 공급해줄 수 있 는 기업, 그리고 시민들에게 보급해줄 수 있는 공공기 관을 섭외해야 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샨타 바이오테 크, 인도 콜레라 및 장감염연구소 등의 기관이 힘을 모 아 새로이 개발한 백신은 힘들었던 기간을 보상해주기 라도 하듯, 이전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덕분에 현재까지도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서 자금 을 지원해주고 있고, 아프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에서 만 이 백신이 1억 5천만 회 이상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상) 예일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임용 시절 (1983) (중) 방글라데시 매트랩 지역에서 최초의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함께 개발하던 동료들과 함께 (1985) (하) 태국 왕실의 마히돌 왕자 재단이 주관하는 공공보건 부문 본상을 수상하는 모습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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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와 국제백신연구소가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백신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 (2010)

경구용 백신이 개발된 이후 개발도상국에서의 콜레라 발병률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사실 콜레라는 물을 매개로 빠르게 전염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가장 단시간에 사람 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증상이 발현된 이후부터는 신체 내에서 급속도로 퍼지 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콜레라 바이러스는 더러운 물 을 통해 퍼져나가기 때문에 깨끗한 수질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상하수도를 깨끗하게 유지 하고 정수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도 효과적인 예방법입니다. 특히 양변기 가 없는 지역에서는 손 씻기, 끓인 물 마시기와 같이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민간의 노력만으로 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빈곤국가의 지방 병원에서는 콜레라를 진단할 수 있는 기 술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생물 실험실이 없기 때문이지요. 방글라데시는 매년 봄과 가을을 '콜레라 시즌'이라고 부를 정도로 여전히 발병률이 높지만, 현지 의료계가 경구용 백신 개발을 기 점으로 대응법을 꾸준히 연구해온 덕분에 잘 대비되어 있는 편에 속합니다. 그렇지 않은 나라들이 더 많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콜레라 종식은 달성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인 팬데믹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콜레라는 세균으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본질 적으로는 다르지만, 인류에 큰 위협을 가한 전염병임에는 분명합니다. 코로나19는 본래 박쥐의 유 전자 사이를 전이하는 바이러스입니다. 하지만 산림 파괴로 인해 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인 간의 거주지와 접촉하는 횟수가 증가하다보니 수용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증식하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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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되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과거에 한국에서도 대유행한 사스(SARS)와 메르스 (MERS)가 에피데믹이었던 반면 코로나19는 팬데믹으로 분류되었는데요, 몇 년 사이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속도와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봐서는 수 년 내에 또 다른 팬데믹이 닥칠 수 있 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기후변화나 해외여행 등으로 인해 인적 교류가 더 잦아질 테니 더 빠른 속도로 퍼져나갈 수도 있겠죠. 이러한 점에서 생명과학 분야의 기술 발전이 더욱 필요합니다. 유전학의 관점에서 고무적인 점은, 코로나19와 같은 mRNA 백신이 새롭게 개발되는 데 1년 여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기구(EMA) 의 승인을 취득하는 과정을 모두 포함하면 최소 12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했거든요. 이러한 백신 연 구 기술은 앞으로도 다양한 질병 연구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의 유전자 서열을 원하는 대로 편집하는 크리스퍼(CRISPR)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전 세계적인 감염병 대 응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은 백신 접근성이 여전히 낮다는 것이 참 안타깝네요. 맞아요.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제기구가 예전부터 아프리카 지역의 백신 개발 사업에 큰 공을 들이고 있지만, 생산 공장을 새로 건축하고 백신을 대량으로 제조한다고 하더라도 영유아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부작용 없이 안전한지를 평가받는 과정 또한 오랜 시간 이 소요됩니다. 저렴한 인건비와 보다 간단한 기술로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국가들도 있긴 하지만 낮은 품질로 인해 세계보건기구의 승인을 받지 못한 미허가 제품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각 국가별 연구 환경에 비례한 노력과 기술을 인정하고 지원해주는 방안 이 필요해보입니다.

얀 홈그렌 스웨덴 고덴버그 대학교 교수로부터 사빈 금메달을 수여받는 모습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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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돌연변이와 광범위 전염을 일으킬 수 있는 mRNA 백신은 개발하 는데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구 밀집도가 높고 소득이 낮은 아프리카의 국가들을은 생 산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미국이나 유럽, 호주, 일본, 한국 등 백신 주요 생산국 에서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려는 인도주의적 목적에 따른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 카와 미국의 백신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등의 방식(tiered pricing)을 통해 소득 수준이 높은 나 라가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와 같은 기관에서 도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자금이 한정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관들에 대한 자금 지 원을 강화하고, 부유한 국가들이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모든 국가와 기업, 국제기구들이 협력하여 백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청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여러분과 같은 미래 세대를 보면 기대감과 희망이 차오릅니다. 사회의 길흉을 모두 겪어온 어른들 과는 달리, 부나 명예와 같은 물질적인 성공에 중점을 두지 않고 선행을 베푸는 데에 초점을 두는 청년들이 많더라고요. 저 또한 어린 시절 또래들이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에 나서면서 사회 정의 를 위해 불의에 맞서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러한 이상주의적인 가치 가 중시되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기도 합니다. 제가 고문으로 있는 국제백신연구소에서도 공공보 건 분야에서 여러분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간애를 가지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희망적인 세대라는 생각이 드네요. 미래는 여러분의 손에 있습니다.

존 클레멘스

내과 전문의이자 감염병 전문가로서 개발도상국의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해 평생을 헌 신해 왔다. 프린스턴 대학교와 예일 대학교를 졸업한 후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초대 소장으로 활동하였으며, 방글라데시 국제 콜레라 및 설사병 연구소(icddr,b)의 행정 이사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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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정의를 실천하는 변화의 주체가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 도널드 리 前 유엔 경제사회국 국장 취재 김수빈 학생

말레이시아와 호주에서 경제학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쓰다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본부에서 첫 유엔 커리어를 시작하여 거시 경제의 관점에서 빈곤 문제를 논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은퇴 후에도 끊임없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힘쓰는 도널드 리 박사를 만났다.

‘국제 빈곤 퇴치의 날’ 기념 유엔 컨퍼런스에서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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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빈곤과 환경 관련 이슈가 있다면요.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우리 인류는 산 업혁명을 기점으로 지구 상의 모든 생물의 무게 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양의 탄소, 약1조 6천 억 톤 이상 배출하였습니다. 오늘날 대기 중 이 산화탄소 농도는 412ppm에 달하고, 이렇게 점 차 따뜻해지고 있는 대기의 온도는 지구온난화 를 급속화하게 되었죠. 2023년에는 전 세계 평 균 기온이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증가했고, 지금 지구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를 넘어 기후위기(climate crisis)를 맞 이하고 있습니다. 이상 기온 현상과 더불어, 천 연 자원을 채취하기 위한 개발이 생태계의 서식 지에 해를 끼치고, 인간의 편의를 위해 무분별하

'국제 빈곤 퇴치의 날' 관련 표어 (2023)

게 삼림을 깎아버리기도 하지요. 너무 많은 농산물이 생겨나고, 바닷 속의 물고기가 필요 이상으로 잡히며, 도시에는 매연이 가득합니다. 산업혁명이 인류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는 여전히 부의 불균형과 소득의 불평등으로 인해 빈곤을 겪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옥스팜이 지 난 2023년 발간한 '슈퍼리치의 생존(Survival of the Richest)'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의 부유 층이 전 세계 부의 63%를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200원을 버는 동안 상위 1% 부유층은 21억 원 정도 벌어들이고, 이는 국가 단위에서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뛰어 넘는 수치입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거의 50%를 차지한다고 하 니,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 다. 빈곤한 가정의 경우, 소득을 취하는 형태가 자연을 활용하는 1차, 2차 산업에 집중되어 있기에 환경 문제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를 입을 확률이 훨씬 높겠지요.

빈곤과 환경 문제는 어떻게 상호연결되어 있나요. 이 둘은 서로에게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의 고리에 있습니다. 어느 하나가 나빠지면 다 른 하나도 악화시킨다는 거죠. 앞서 잠깐 말씀드렸듯, 많은 빈곤층은 농업, 어업, 임업과 같은 천연 자원에 직접적으로 의존합니다.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거나, 해양 오염으로 인해 건강하지 않은 물고기가 잡히거나, 삼림 벌채로 목재량이 불충분해지면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결 과적으로는 더욱 빈곤해집니다. 빈곤층이 주로 자연재해에 취약한 지역에 산다는 것도 들어보셨 을 거예요. 이들은 홍수, 가뭄, 폭풍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데, 기후변화가 이러한 환경적 위 험 요소를 더 자주 야기하고, 한 번 재해가 일어날 때 그 규모도 키운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빈 곤한 사람들은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에 필수적인 깨끗한 물, 위생, 저렴하고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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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유엔 본부에서 개최된 '국제 빈곤 퇴치의 날'에 참여한 시민의 모습 (2023)

가능한 에너지와 같은 자원을 맘껏 사용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단순히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정수 할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연과 가까이에 살고 있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이나 수인 성 질병을 유발하는 대기와 수질 오염에 더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상황을 예로 들어볼게요. 가난한 주민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 관광 산업이 개발 되어 토양이 오염되고 더 이상 작물을 기를 수 없다면, 그들은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게 될 테지요. 이게 과연 완전한 해결책일까요? 이주민들은 옮겨간 지역에서 자원경쟁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 을 수 있습니다. 환경 오염의 피해와 책임을 가난한 사람이나 사회적 약자가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환경을 이용하는 혜택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와 책임을 공평 하게 나누어가지는 것을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라고 하는데요. 빈곤과 환경 간의 상 관관계를 다루기 위해서는 사회 및 환경적인 요인을 모두 고려하는 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빈곤의 악순환을 깨고,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 들 수 있게 되겠지요.

지속가능발전목표가 빈곤 완화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그 동안 변화를 얼마 나 체감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유엔은 1945년에 창설된 이후 빈곤 퇴치에 끊임없는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성공적 이었던 사례 중 하나를 꼽으라면 '새천년개발목표(MDGs)'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0년, 유엔 새 천년 정상회의(Millennium Summit)를 통해 수립한 여덟 가지의 개발 목표로, 구체적으로 ▲절대 빈곤 및 기아 퇴치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 ▲남녀평등 및 여성능력 고양 ▲아동 사망률 감소 ▲모 성 보건 증진 ▲HIV/AIDS, 말라리아 및 기타 각종 질병 퇴치 ▲지속 가능한 환경보전 ▲개발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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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범지구적 파트너십 구축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때부터 전 세계적 빈곤과 기아 문제를 해결하려 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행되었고, 목표를 수립한지 15년이 지났을 때에는 최빈곤층의 인구가 절반 으로 줄어들었을 정도로 유효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유엔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에서 특히 교 육, 의료, 고용 문제를 개선해나가며 빈곤 완화 움직임에 동참했습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를 향해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있지만, MDGs가 이행되었던 15년 동안 빈곤과의 범세계적 싸움에서 중 요한 진척을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MDGs의 성공을 기반으로 새로운 15년을 바라보며 수립된 것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이고, 앞으로 2030년까지는 7년 정도가 남아있네요. SDGs 는 인류의 생활 환경을 넘어 지구를 보호하고, 뒤처지는 사람이 없도록 모두가 번영하는 것을 목표 로 하는 제시된 보다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디지털 혁신을 달성하는 것 외에도 빈곤한 지역사 회를 안전하고 균형적으로 개발하는 것을 말합니다. 빈곤한 교외 지역에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과 같은 친환경 전력 생산 사업을 도입하면 탄소 배출량을 줄임과 동시에 저렴한 에너지원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 리를 창출하여 다른 측면에서도 빈곤을 완화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농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생산량 극대화만을 쫓아 산업화된 농업으로 인한 수질 오염, 토양 손실, 온실가스 배출, 화학 비료 의존 심화 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생명체의 유기성과 생물 다양성을 고려한 기술이 도입되면 좋을 것 같네요. 지금도 세계의 어느 쪽에서는 쓰레기 무역이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죠. 이처럼 쓰레기나 폐기물을 똑똑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기술화한 재활용 시스템도 누군가에게는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기술일 수 있습니다. 재활용 전문가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쓰레기를 더 이상 매립하지 않게 되어 화학 물질이 토양으로 유출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 지로, 숲이 파괴된 지역에 나무를 심는 것, 빗물을 축적해두었다가 다시 정수하여 필요한 때에 농 업 용수로 재활용하는 것, 천연 자원을 이용해 천연 공예품을 만드는 것 등 지구가 우리에게 제공 하는 자연을 지속 가능하게 활용하여 빈곤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여러분들이 제 글을 읽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지역사회 내에서 시민들의 인식 제 고를 위한 교육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새로운 정보와 올바른 가치 판단을 기 반으로 타당한 선택을 하게 되고, 그렇게 가치 관을 형성하여 친환경적인 습관을 실천하게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빈곤을 완화하고 지구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거예요.

'국제 빈곤 퇴치의 날'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들과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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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빈곤 완화와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과제에 대해 국제기구에서 바라본 청소년들의 역할은 어 떠한가요. 빈곤과 환경 문제에 있어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생각보다 많답니다. SNS를 통해 자신의 생 각을 공유하여 타인에게 환경의식을 심어준다거 나,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새로운 네 트워크를 형성해 개인을 넘어선 집단 단위의 캠페 인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청소년들이 가진 힘이 대단하다고 느껴요. 저뿐만 아니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도 청소년들의 참여를 더욱 활발하 게 하기 위해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도입하려 노력 하고 있습니다. 주로 지속가능발전목표나 환경 전 략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의 역량 을 강화하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청 소년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멘토 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유관 분야의 지 식을 공유하고, 기술 개발에 필요한 공동의 플랫폼 을 물품이나 자금 지원의 형태로 보조해주기도 하 고요. 무엇보다 청년들 간의 협력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함께하고자 합 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가 개별적으로는 참 여하기 어려운 정책 토론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도 청소년 친화 정책을 안건화(agenda)하기도 합 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유엔 또한 올해 9월 개최 예정인 미래정상회의(The Summit of the Future)에서 '인류 미래를 위한 협약(Pact For the Future of Humanity)'을 발표하고자 합니다. 지속 가능한 의 사 결정을 위해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청년 타운홀(Youth Townhall) 등을 기 획하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상) 카삼 우팀 전 모리셔스 대통령과 토의 중인 모습 (중)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받은 우수 직원 표창장 (하) 유엔 본부에서 개최된 국제 빈곤 퇴치의 날 기념 컨퍼런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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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을 꿈꾸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세계시민의 뜻을 알고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열정에 큰 위로를 받습니다. (웃음) 여러 분이 지금 당장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가 유의미하게 눈에 띄진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 고 사소한 것부터 해나간다면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와 같이 유엔이나 국제기구에서 뜻을 펼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제 경험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먼저, 국제기구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탄탄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여기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모두 고려할 줄 아는 전략적인 사고방식과 세계 경제의 흐름을 빠르게 읽을 줄 아는 능력은 더욱 도움이 되겠지요. 그리고 무엇보 다 유엔은 193개의 회원국 모두를 위한 공동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에 편향된 시각보다는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이에 외국어 능력, 데이터 분석 경험, 협력적인 태도를 갖춘 지원자라면 실무에도 더욱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식은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Knowledge is your greatest tool). 여러분이 속한 곳보다 더 멀리 바라보는 연습을 꼭 하시기를 바라며, 다양 한 시각에서 빈곤과 환경 문제를 분석해보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직면한 도전 과제는 어느 한 명이 희생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해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진 사람은 바로 여러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이 여정을 시작한 이상 직접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주체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도널드 리

20여 년 간 경제학자로서 국제사회를 위해 헌신하였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 국장, 국제 빈곤 퇴치의 날 위원장을 거쳐 비영리단체 제4세계를 위한 연대(ATD Fourth World)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은퇴 후에도 빈곤층 인권 증진과 동물 복지 관 련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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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스스로 발전하는 인재가 글로벌 혁신 리더입니다 인터뷰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평생 교육인으로 지내며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적 사고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온 태재대학교 염재호 총장을 만나 교육에 대해 물었다. 그가 꿈꾸는 혁신은 무엇이며, 어떻게 실현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청소년 학습의 장을 전 세계로 확장하고자 하신다고요. 21세기는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교육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1400년대 중반에 유럽에서 금속활자가 나오면서 지식의 독점 시대에서 지식의 보편화 시대가 열렸듯이 이제는 인 공지능과 같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인류 문명사가 나타나게 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시 대적 변화로 인해 대륙 간, 국가 간 분절되어 있던 경계가 모호해지고 하나의 커다란 운명 공동체 로 편입되면서 글로벌 다양성과 화합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려대 총장 시절부터 학생들에게 "공부는 노동이 아니라 호기심이다. 세계를 무대로 바닷가 의 모래알 같은 수많은 지식을 찾아 여러분 나름의 여행을 떠나길 바란다. 세상을 멀리, 더 넓게 보 라."고 말해왔습니다. 청소년들은 미래의 주역답게 이제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할 시점입니다. 태재대학교 학생들은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5개 국에서 지내면서 직접 현장 경험을 통해 문제와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한 학기씩 각 나라별로 체류하면서 20세기에 한반도를 둘러싼 나라들이 어떻게 강대국이 될 수 있었는지 이해하고, 그 나라의 리더들 이 중요한 시기에 어떤 의사결정을 했는가를 살펴보게 됩니다. 학기별로 체류하는 도시에서 학생 들은 시빅 프로젝트(Civic Project)를 수행하며 교수진과 해당 도시 기관 실무자의 자문을 받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해당 도시와 지역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고안하면서 이론적 지식과 실천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글로벌 테 크 기업과 스타트업의 중심지를 탐방하는 '실리콘밸리 투어'와 아테네, 로마, 피렌체, 베니스, 이스 탄불 등 유럽 문명사의 핵심을 이해하는 5주 정도의 '유럽 그랜드 투어'와 같은 스터디 투어(Study Tour)를 통해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서의 소양과 기초지식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태재대학교 학습 의 장은 한 나라, 한 도시가 아니라 바로 전 세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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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혁신 리더'라는 단어가 생소한데요. 태재대학교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태재대학교는 지난 9월 1일 개교한 4년제 사립대학으 로 21세기형 글로벌 미래 혁신대학으로 일컬어지고 있 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학교육의 인식을 바꾸는 메기 역할을 해주어 고맙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우리는 '학생 중심의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핵심 교육 철학을 토대로 미래 인류 공영에 기여하는 혁신적 리더 를 양성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태재라는 이름의 한자를 살펴보면, 클 '태(泰)'의 어원은 음과 양, 서양과 동양이 최고의 조화를 이루는 '그레이트 하모니(Great Harmony)'입니다. 그리고 집 '재(齋)'를 더해, 동서양을 잇는 인재를 키우는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태재대학교 는 초일류 대학을 지향하면서 잠재력 있는 인재들을 모 아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설립자이신 조창걸 이사 장님이 강조하듯, 20세기까지는 서양 문명이 세계를 지배했지만 이제는 동양의 힘이 우세해지고 있어서 동 서양의 다름을 이해하면서 세계 질서를 창조해낼 수 있 는 미래지향적인 인류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래서 태재의 인재상은 첫 번째가 글로벌 인재, 두 번째 가 미래 인재, 세 번째가 자기 혁신 인재입니다. 이런 혁신적 리더들을 양성하기 위해서 태재대학교 는 창의적 사고, 비판적 사고, 자기주도학습, 다양성 과 공감, 소통과 협업, 글로벌 화합과 지속가능성 등 6 대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액티 브 러닝(Active Learning), 학생 맞춤형 성공 지원 프 VISIO N. .

로그램, 그리고 글로벌 인게이지먼트 프로그램(Global Engagement Program)과 스터디 투어(Study Tour)

M ISSIO N. .

등 태재만의 특별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개발했습 21

니다. 학습의 장을 전 세계로 확장하고 온라인과 오프 라인 캠퍼스를 동시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형 캠퍼스 형태의 국내 최초 대학이기도 합니다.

Active Learning

(상) 태재대학교 정문에서 (중) 태재대학교 집무실에서 (하) 태재대학교 비전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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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태재대학교는 입학할 때 전공을 정하지 않습니다. 모든 학생들은 1학년 때 혁신기초학부 과정을 필수적으로 이수하여 개인적 역량과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수업을 듣습니다. 일종의 지식 에 대한 기초 근력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2학년에 올라가면 전공을 자율적으로 선택 하게 됩니다. 4개의 전공학부(인문사회학부, 자연과학학부,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 비즈니스 혁신학부)가 있지만, 미국의 많은 대학들처럼 7개의 전공 과목만 들으면 전공으로 인정해주는 시 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복수전공도 가능하고 부전공 및 자기설계전공도 가능하도록 매우 유연 하게 전공 시스템을 구성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장중심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교과 못지 않게 해외 체류를 포함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참여해야 하는 비교과가 약 50% 정도 의 비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태재대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지식을 내재화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학부 과정에서 학생들이 심도 깊은 토론을 통해 문제 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 대한 현실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합니다. 처음부 터 좁고 깊은 영역을 학습하는 것보다 문제를 보는 눈을 먼저 기르게 한 후 세부적인 전문 지식에 대한 연구는 대학원에서 이어가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교육 제도라는게 한 번에 바꾸기가 어렵다 보니 힘든 부분도 많을 것 같은데요. 힘들면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디지털 혁명과 인공지능, 시대가 빠르게 변해가고 있음에도 불구 하고, 교육 방식과 제도는 여전히 20세기 그대로였으니까요. 우리의 고등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고 고려대학교에서도 계속 시도를 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고려대 총장 시절에 1년에 걸친 준비위원회를 통해 미래학부, 크림슨 칼리지(Crimson College)를 만들려고 했 는데, 반대가 심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은 기초학부를 강조하는 미래형 엘리트 학부 에 대한 반감이 심했기 때문입니다. 출석부, 상대평가, 시험감독을 없애는 3무(無) 정책이라든가 성적 장학금, 교수 임용 시 학과 T/O제를 없애는 등의 정책은 일부 정착됐는데, 미래학부 신설은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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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신질서정립협의체 회의를 의장으로서 주재하는 모습 (2023)

고려대 총장 임기를 마치고 나서 십여 명의 전직 대학 총장님들과 만나서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미 래에 대해 논의하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샘의 조창걸 명예회장께서 미네르바 대학 (Minerva University) 스타일의 새로운 대학을 만드는 것을 제안하셨어요. 저는 약간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미네르바 모델을 기초로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대학을 만들어보자고 했 습니다. 약 2년 정도 준비했고, 지난 4월 20일에 교육부로부터 대학 인가 승인을 받았습니다. 교 육부도 새로운 혁신 교육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공감한 것 같아요. 많은 난제들이 있었지만, 진정한 교육에 대한 고민과 고등교육의 혁신을 원하는 분들의 열망이 하 나의 동력이 되었고, 비전과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이 모이면서 마침내 2023년 9월 태재대학교가 개교하였습니다. 지금의 대입 제도는 수능 점수로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줄 세우고 있어, 그 줄에 서 앞서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현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 하고,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고등교육의 역사를 써내려 간다는 사명이야말로 끊임없이 정진하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됩니다. 태재대학교의 앞으로의 행보에서 디지털 시대에 고등교육이 혁신을 통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엿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고려대 총장 시절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리투아니아 비타우타스 매그너스 대학교, 필란드 헬싱키 대학교 총장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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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최근 국내외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도 글로벌 혁신 리더 양성에 도움이 될까요. 물론입니다. 세상을 좀 더 폭넓게,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세계시민교육 이 세계 평화와 인권, 문화 다양성에 대해 폭넓게 이 해하고 실천하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인 만큼 지 구촌의 일원으로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기초 교 양과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전 세계는 디지털 기술의 혁명 속에 정치, 사회, 경제가 하나로 연결되어 상호 작용을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 을 끼치고 있습니다. 세계를 이해하고, 지구적 난제 를 공동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노력, 문화 다양성을 실천하려는 자세는 모든 인류가 지닌 의무이며 책 임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 가 되려면 다양성과 공감, 글로벌 화합과 인류애, 지 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태재대학교도 물론 세계시민의식을 함양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글로벌 리더십 능력 을 배양하는 전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퍼플 태재 프로그램(Purple Taejae Program) 을 통해 성별이나 국가, 종교, 이념 등의 다양한 집 단 간의 차이를 극복하고, 인류 사회의 지속성을 추 구하는 내용을 습득하도록 합니다. 또 다양한 개인 이 모여 한 집단을 이루는 만큼, 서로 이해하고 공감 하는 이타성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블루 태재 프로그램(Blue Taejae Program)도 실시하고 있습 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지구촌의 시민으로 21세 기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세계시민교육이 필 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 태재미래교육포럼에서 환영사하는 모습 (중) 아테네 민주주의 포럼에서 주제발표하는 모습 (하) 태재대학교 첫 입학식에서 입장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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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을 꿈꾸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한 마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불확실성은 커지고 사회는 날로 복잡해지면서 세계화 에 따른 인접 국가들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동향 또한 우리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 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콘텐츠와 지식을 만들 것을 조언 해드립니다. 미래를 이끌 디지털 사회의 인재는 '창의성'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전문 지식은 이제 사람보다 AI가 더 잘 압니다. 전문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운 지식을 창의적으 로 해석하고 실생활에 적용하여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세를 갖춘 인재로 거듭나기 를 바랍니다. 또 개인의 차원을 넘어 타인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인재, 다양성과 공감의 가치를 존중하고 실천하는 인재, 글로벌 화합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인재로 성장하여 미래 사회를 선도하는 글로벌 혁신 리더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여러분이 바로 세계 무대의 주인공입니다.

염재호

제19대 고려대학교 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퇴임 후 태재대학교 초대 총장 및 SK(주)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하였다. 고려대학교 학사 및 동대 석사 졸업 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교육 제도 개혁 및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해 활동 하고 있다. 저서에는 『개척하는 지성 - 21세기 뉴 노멀 사회의 도전』 (2018)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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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실현하며 미래를 함께 만들어갑니다 인터뷰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오랜 시간 언론인으로서 전문성을 발휘하였으나 정치인으로서의 제2의 삶을 시작한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의 하루는 24시간으로도 모자란 듯하다. '함께 만드는 미래'를 어떻게 실현하고자 하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용인특례시청에서 열린 탄소중립 명사 초청 특강에서 이상일 용인특례시장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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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탄소중립 명사 초청 특강을 개최하셨는데, 기후 위기 극복에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어떤 면에서 부족하고, 어떤 면에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특강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님께서도 "기업과 정부와 정치인 에 게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더 노력하 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 셨는데, 이처럼 용인특례시도 기후 위기 극복에 앞장서 2050 탄소중 립 실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정 책 의지를 다지는 것에 주력했습니 다. 지역사회 내의 탄소중립 녹색성 장 기본계획과 기후 위기 적응 대책 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였고, 2023 년 12월 8일 '용인시 기후 위기 대응 탄소중립 가을 피크닉에서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

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 례'도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시민

들의 인식 확산을 위해 탄소중립 관련 행사(탄소중립 가을피크닉, 탄소중립 비전 선포식, 탄소중립 명사 특강, NGO 역량강화 교육, 캠페인, 탄소중립 이야기 활동가 육성 등)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 기도 하였죠. 이처럼 작년까지는 법적 기준 마련, 대응기반 구축, 탄소중립 생활화 인식 확산에 주 력했다면 올해부터는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사업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명품도시, 용인특례시"를 비전으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비산업 부 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건물, 도로·수송, 흡수원, 농축 산, 폐기물, 대응기반 등 6개 분야의 69개 세부 사업을 촘촘히 추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632만 1 천 톤에서 379만 3천 톤으로 낮추고자 합니다. 또 탄소중립 관련 계획과 혁신기술을 적극 활용해 탄소중립을 공간적으 로 구현하는 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할 계획입니 다. 온실가스 발생량과 감축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온실가스를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할 예정이고요. 그 외에, 저희가 경기도 내에서 진행한 '2023년 미니 수소 도시 조성 사업' 공모에서 제1호 도시로 선정되었는데요. 안정적이고 저렴한 수소 에너지 보급 환경 을 구축하고 수소 혼소 발전을 통한 전력생산으로 에너지 자 립도를 향상시키려고 합니다. 이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온실가 스 발생을 저감하는 사업들을 추진하면 멀지 않은 시기에 탄 소중립도시 조성이 더 이상 목표가 아닌 실현이 될 것입니다. 용인특례시의 탄소중립 관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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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탄소중립지원센터'도 개관 예정이라고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이행 주체이자 경제·사회·생활 변화의 주역인 지방자치단체 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용인특례시는 탄소중립 전담 조직인 탄소중립지원센 터를 설치해 관련 정책 이행을 전문적이고 지속성 있게 추진해 가고자 합니다. 센터에선 탄소중립 관련 계획 수립 및 이행 평가를 지원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분석 및 배출권거래제 컨설팅, 온 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제도 컨설팅, 탄소중립 관련 조사·연구 및 교육·홍보(포럼 등) 추진 등의 역 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은 우리 모두 함께해야 할 의무입니다. 따라서, 탄소중립지 원센터에서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교육과 홍보, 포럼 개최를 추진하고, 청소년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기획할 예정이니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미래교육을 주제로 한 강의나 토론회에 자주 참석하셔서 격려와 다짐의 말씀을 전해주시는데 요. 청소년을 위해서는 어떤 주제의 교육이나 방향성이 가장 필요할까요. 청소년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려면 다양한 문화와 인종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문화 교류와 다문화에 대한 교육, 인종 평등에 대한 교육을 통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 람들이 공존하고 서로 협력하도록 청소년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또 세계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이 해를 키우는 교육도 필요합니다. 환경 문제, 기후변화, 빈곤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교육을 통해 청 소년들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습니 다. 세계시민으로서 인권과 사회 정의에 대한 이해와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인권 교육,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이해, 참여적 시민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 고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이런 주제에 대한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 은 세계시민으로서 성장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변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용인특례시는 이를 위해 관내 초·중학 교를 대상으로 청소년국제매너캠프 프 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 의 세계시민의식을 키우고 세계 각국의 예절, 문화, 지구촌 인권 등 글로벌 역 량 강화를 위해 내·외국인 강사들이 구 성되어 있습니다. 교육 내용은 다양한 나라의 테이블 매너와 일상 에티켓 교 육, 세계시민의식 향상을 위한 인권, 평 화,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 교육, 글로 벌 역량 강화를 위한 공공외교 이해, 국 제 비즈니스의 이해, 남수단 국가 어린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희망나눔 운동 '관찰하고 상상하고 물음을 던져라'라는 주제로 특강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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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그리기 등입니다.


2024 용인 글로컬 공유학교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용인특례시의 추진 방향을 알려주세요. 용인특례시는 대학, 산업체 등 지역 자원이 풍부해 기존의 교육과정 체제와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학교 밖으로 배움터를 확장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여 개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용인의 공유학교 브랜드가 '용 인 글로컬 공유학교'입니다. 용인교육지원청은 지난 12월 8일 '용인, 모든 곳이 학교다. 지역과 함 께 학생맞춤교육의 길을 찾자'라는 주제로 '용인 글로컬 공유학교' 토론회를 연 바 있습니다. 그때 우리 시는 지역이 가진 모든 인프라를 교육 장소로 개방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 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지요. 김희정 용인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용인의 모든 곳이 학교이며, 시민 모두가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데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지역 내 공공기관을 활용해 학생들이 더 많이 배우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용인의 미래교육 발전 정책을 수립해 적극 협력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미래 세대의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정책 활동 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어떤 방법이나 플랫폼이 마련되어 있나요. 전 세계 각국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은 지역이나 학교에서 운영되는 청소년 단체나 청소년 자치기구에 참여할 수도 있고, 시민단체에 참여해 정책 관련 활동 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정책 관련 토론이나 공청회, 정책 제안서 작성 대회 등에 참가해 자 기 생각이나 주장을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를 통해 정책에 관련된 정보를 얻고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책 관련 플랫폼이나 온라인 토론 그룹에 가입해 청소년 들끼리 의견을 공유하고 정책 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청소년들은 정

'용인미래교육 대토론회'에 참석하여 교육 분야 지원 정책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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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또 성숙한 사고와 리더 십을 발휘하여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용인특례시는 '용인시 청소년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와 '용인시 청소년육성위원회 운영 조 례' 등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지역 청소년의 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데, 시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거나 관내 초·중·고등학교 및 대안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19세 미만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용인시청소년수 련관은 청소년 참여기구인 용인시참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위원회 위원을 모집하는데, 위원은 용인시에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14~19세의 청소년들이 대상입니다.

청년들에게 '꿈'이란 무엇일까요. 지난 8월, 자립준비청년들과 식사를 하는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화가 걸려왔고, 한 청년 이 반 전 총장의 사인을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2월 5일 용인에서 열린 반 전 총장의 특강 후 직접 저술하신 책 '결단의 시간들'에 사인을 받아 다음 날 다시 만나 점심을 나누는 자리에 서 책을 전달했습니다. 그 때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반 전 총장의 일화를 들려주며 "여러분도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실패해도 실망하지 않고 또 도전하면서 노력하면 뜻하는 성취를 할 수 있 을 것"이라고 응원했는데, 비단 자립준비청년들에게만 해주고 싶은 말은 아닙니다. 요즘 꿈이 없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경제·환경적인 이유가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 도 우리는 꿈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꿈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BOYS BE AMBITIOUS!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이 말은 언어학자인 오오시마 마사타케의 저 서 '클라크 선생과 그의 제자들'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로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이 한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하는 오찬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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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가 가진 영향력은 매우 큽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뜻 을 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윌리엄 클라크 선생처럼 저도 우리 청년들에게 이야기하 고 싶습니다. "청년들이여, 꿈을 가져라!" 지금의 경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집값 상승, 전세사기 등으로 주거에 대한 불안감도 높은 상황입니다. 이에 저희는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고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합 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한 마디처럼 청년들이 꿈을 갖고 신명나게 미래를 설계하고 도전해 나 갈 수 있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청소년들이 미래 세대로서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청소년들은 교육과 자기계발을 통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시민이 되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합니 다. 이를 위해 교육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자신의 역량을 향상하고 역 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여야 합니다. 더불어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재활용, 환경 보존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도 해야 합니다. 지역사회 와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자원봉사, 지역사회 프로젝트, 사 회운동 등을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며 평등과 인권을 중시하여야 합 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이처럼 사회적 책임을 느끼면서 세계시민으로 자란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야 하는 이 나라의 미래 세대로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일

대학 시절 무역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오랜 기간 언론계에서 정치 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정치부장 등으로 일했다. 이후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목 표를 가지게 되어 정계에 입문하였으며, 제19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후 제9대 용인 시장으로서 '함께 만드는 미래, 용인 르네상스'를 비전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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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Gs라는 계주의 바톤 체인지 인터뷰 데니스 안토인 前 주유엔 그레나다 대사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풍부한 외교에 힘을 쏟으며 다음 세대를 위한 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던 안토인 대사를 만났다. SDGs라는 계주의 첫 번째 주자로서 그는 어떤 사람일까.

최근 청소년들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시작부터 희망찬 이야기네요. 2015년을 시작으로 15년 이내에 달성하기로 결의한 목표인 지속가 능발전목표(이하 SDGs)는 우리 인류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과제였습니 다. 청소년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위한 목표인 만큼, 미래에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게 될, 미래 세대가 동참해야 하는 거죠. 역사는 계속 흐르고, 그 흐름에 주축이 되는 세대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세대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외교관으로서 은퇴 후 청소년을 위한 책을 쓰시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까요? 1996년에 처음으로 미국 주재 대사가 된 후, 외교 업무를 위해 해외에 자주 다니곤 했지만 일 때문 이 아니더라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카리브해의 아주 작은 섬 나라인 그레나다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것 투성이였습니다. 그 문 화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는 이해하지 못했을 전통이나 풍습을 접하기도 했고, 그 레나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를 소개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도 우리가 가진 가치와 비전은 공유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어요. 막연한 듯하지만 꼭 이루어내고 싶었던 '세계 평화'와 '국제 연대'에 대한 꿈을 향해 달려올 수 있었던 동기이기도 합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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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엔 그레나다 대사로 임명되는 모습 | © UN Photo/Eskinder Debebe

제가 베이징 주재 대사였을 때,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입학식에 초청을 해 주셨어요. 어린 학생들 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였으니 '몰래 온 손님'처럼 놀래켜야 한다고 해서 가기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어린 나이의 학생들에게 어렵고 지루한 외교 강의를 할 수는 없으니 어떤 내용을 다루어 야 좋아할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제가 나눠줄 수 있는 지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결국에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제가 살아오면서 겪은 이야기를 몇 가지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수 십 명의 학생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저를 바라보더군요. 제 삶에서는 일부일 뿐인데 누군가에게는 아주 즐거운 이야깃거리였던 거죠. 그때 찍은 사진을 아직도 휴대폰 앨범에 저장하여 가지고 있을 정도로 매우 인상깊은 순간이었습니다. 계주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내게 주어진 거리를 뛰고 다음 주자에게 바톤을 넘겨주어야 하잖아요, SDGs를 달성해나가는 과정 또한 계주와도 비슷합니다. 제

어린이를 위한 SDGs 책 『떠나볼까요, 세계의 어린이 여러분!』의 모티브가 된 종관쿤 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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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거의 날'을 기념해 개최된 고위급 회담에서 | © UN Photo/Amanda Voisard

가 경험하고 배운 만큼 출발선에서 멀어져왔지만, 골인 지점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후발 주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제 첫 번째 동화책의 배경이 된 베이징에서, 저는 SDGs라는 계주의 첫 번째 주자가 되어 청소년들에게 바톤을 넘겨준 거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다음 주자인 청소년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전 세계의 역사를 되짚어보아도 지금 의 우리와 같은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자기 자신은 세상에 유일하기에, 여러 분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흔적은 무엇 일지를 먼저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평화를 위해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되 고 싶은가요? 아니면 훌륭한 의사소 통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 은가요? '나'를 중심으로 한 목표를 설 정하고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스스로 목표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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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의 이야기가 방황하는 누군가에게 길잡이 역할 을 하는 날이 오겠지요. 어떤 흔적을 남기고 싶은지 결정하기 어렵다면, SDGs를 크게 다섯 가지(5P)로 나누어 분류해보세 요.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의식주를 누리길 바란다면 사람(People)을 중시하는 편이겠네요. 그보다 전쟁을 종식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면 평화(Peace)에 관심이 많아 보이네요. 과학 기술의 혁신이 인류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면 번영(Prosperity)하기 위한 여 러 요인을 더욱 공부하면 좋을 것 같고요. 하나뿐인 지구를 아끼고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해본 적이 있다면 환경(Planet) 중심적인 청년일 테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혼자서는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협력(Partnership)이 필요한 사람일 것입니다. 어떤 선택이든 간에, 내가 발전하는 만 큼 세상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하며 옳은 선택을 한 사람으로 기억되기 위해 애 쓰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세계시민을 꿈꾸는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은퇴한 외교관이지만, 여전히 대사입니다. 그레나다를 대표하는 대사는 아니지만, SDGs가 전 하는 메시지를 널리 알리는 대사로서의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제 이름을 들 으면 'SDGs와 평화를 외치던 사람'으로 기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모든 사람은 이름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나를 소개할 때, 우리나라를 소개할 때, 꿈을 소개할 때, 모두 이름을 먼저 말하고 시 작하죠. 여러분이 가진 이름을 소중한 가치로 인식하고, 그 이름 앞에 자랑스러운 지구촌의 일원이 되고자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데니스 안토인

제69차 유엔 총회의 부의장으로서 유엔 주재 대사 및 상임대표로 활동하였으며, 그 레나다 최초로 미주기구(OAS) 상임 대표와 멕시코-파나마의 비상주대사를 동시에 역임했다. 미래 세대 후학 양성을 위해 청소년을 위한 책을 저술한 바 있으며 저서에 는 『현직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외교 지침서』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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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최초의 시각 장애인 대사가 말하는 인권이란 인터뷰 오브리 웹슨 주유엔 앤티가 바부다 대사 취재 하현경 편집장

사회학, 경영학, 법학 등 학문적 열정이 가득한 유년 시절을 보내며 보다 평등하고 장애인 포용적인 사회를 꿈꿔왔다. 평생에 걸쳐 장애인 인권과 눈 건강에 관한 인식 개선 활동에 참여한 그는 2023 부산 세계장애인대회에도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첫 시각장애인 대사로서의 커리어를 완벽하게 해내고 있으신데요. 그 시작이 궁금합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앤티가 바부다의 작은 항구 마을에서 태어나 현재는 10년째 주유엔 앤티가 바부다 대사로 일하고 있는 오브리 웹슨입니다. '어떻게 첫 시각장애인 대사가 될 수 있었 냐'고 많이 질문해주시는데, 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되어야겠다는 꿈을 꿀 만큼 야망 있는 어린이는 아니었습니다. 최초의 시각장애인 대사가 될 줄도 당연히 몰랐고요. 오히려 국가 전 체의 인구가 10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섬나라에서 자랐기 때문에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공부 했고, 국제 관계나 정치에 조금 관심이 있는 정도였다고 할까요.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관 심을 가지는 국한된 시각을 가진 저를 보고 어른들께서 '더 넓은 세상을 보라'고 말씀해주신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서너 살 즈음에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장애의 원인은 아직도 확실하 게는 알지 못하고, 여러 전문의가 추측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당시 저는 아마 동네에서 유일 한 시각장애 어린이였을 거예요. 심지어 가족 중에서도 제가 유일한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어느 누 구도 장애인이 마주하게 될 상황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현실적으로 시각장 애 어린이를 어떻게 '평범하게' 키워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셨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 움을 주셨습니다. 또, 여섯 명의 형제 자매가 있었고, 삼촌, 고모 등과 모두 같이 사는 대가족 형태 였기 때문에 장애로 인해 차별받기는커녕 사랑과 배려를 받으며 지냈습니다. 어린 시절은 다른 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 때까지는 앞으로의 학교 생활에 걱정도 없었고요. 그런데 제가 다섯 살이 되던 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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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각장애정상회의 (World Blindness Summit)에 참여하여 발언하는 모습

를 위한 맹학교를 설립할 수도 없을 뿐더러, 시각보조장치나 대체 자료조차 없었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할 줄 알았어요. 다행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앤티가우애조합(Antigua Friendly Society for the Blind)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앤티가 남쪽의 섬인 트리니다드 토바고에 위치한 맹 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야 했고, 너무나 새롭고 도전적인 환경에 버려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때 어머니께서 공항까지 데려다주셨는데, 나 중에 알고보니 어머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항에 가보시는 건데, 아들을 떠나보내야 한다니 너 무 속상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첫 학교 생활을 친구도 이웃도 가족도 없 는 새로운 곳에서 시작해야 했던 기억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어요. 하루종일 엉엉 소리내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잘 정착되어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제가 생활하기에는 더 적합한 곳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했고, 가 족들이 있는 앤티가에는 일 년에 두 번 정도밖에 가지 못했어요. 갈 때마다 온 동네에서 환영 파티 를 해 주었고,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청소년으로 성장하게 된 시간들로 기억합니다.

지금의 커리어에 영향을 준 또 다른 사건이 있었는지요. 외교관의 길을 선택하시게 된 된 계 기가 무엇인지요. 한 번 적응하고 나니 그 뒤로는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가족끼리만 지냈기 때문에 접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았고, 세상의 모든 것이 오히려 새롭고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장애 인으로서 혼자 해내지 못하는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그 단계를 넘어 이겨내는 즐거움을 깨닫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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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에 도전을 즐기게 되었어요. 특히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서 거의 모든 스포츠 대회에 다 참여해본 것 같네요. (웃음)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았어요. 처음에는 제가 겪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비슷 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싶어 사회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는데, 당시 멘토께서 경영 학을 추천해주셔서 둘을 함께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법학에도 흥미가 생겨 법을 공부하기 시작했 고, 성적이 좋아서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분야에 관심이 생긴 거예요. 곧바로 비영리단체의 활동이 활발하기로 알려진 뉴욕으로 유학길에 올라 뉴스쿨(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조직 개발 전공 학사와 석사, 준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여러 분야 를 공부한 이력이 다행히 도움이 되어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였습니다. 사실 이런 학창 시절 전체가 제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기 때문에 리더십 을 기를 수 있었고, 장애인으로서 사회의 기대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 겼고, 언젠가 꼭 성공해서 다른 장애인들에게 가능성을 증명해보이고 싶어졌습니다. 관심있는 분 야를 모두 공부해보니 결국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론에 다다랐지만, 스스로의 목표가 더욱 뚜렷 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스스로의 목표가 장애인 전체를 대표하는 일이 되었는데, 얼마나 잘 해왔다고 생각하시나요.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다섯 살의 제 가 울면서 다녔던 맹학교가 있던 지역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시각장애인 지 원 센터가 저의 첫 직장이었거든요. 그런데 일을 시작하고 보니, 장애인을 위한 기관임에도 장애인 이 일하기에는 너무 힘든 노동 환경이었습니다.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지 못하는 비장애인 이 입법한 정책과 제도 아래에서 설립된 기관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사회나 위원회에 시각장애인이 참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해야만 자신 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해 우리가 처한 환경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고 건의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카리브해의 시각장 애인 권리 증진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온 덕분에 영국인만 임명하던 세계 최대 규모의 시각장애 비영리단체인 사이트세이버스(Sightsavers)의 첫 카리브인 이사장이 되었습니다.

(좌) 주유엔 앤티가 바부다 대사로서 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 IISD ENB Kiara Worth (우) 군소 도서 국가 연합 (AOSIS) 의장인 오브리 웹슨 대사가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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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서의 외교 활동 중에서 시각장애인으로서 마주해야 했던 어려움이 있었나요. 두 가지 상황에서 가장 힘들었습니다. 누군가 저와 함께 있을 때 불편해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 그 리고 반대로 제가 편안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상대방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서로를 가르쳐주면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비장애인이 배워나 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제가 장애인으로서 수용해야 하는 부분도 당연히 있었고요. 모두를 위한 환경으로 바꾸어나갈 수 있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엔도 아직 완벽하지는 않습니 다. 꾸준히 구조적인 차원을 개선하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요. 제73차 유엔 총회 의장 이었던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가 지난 2018년 장애인권리위원회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주었 기 때문에 앞으로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장애인이 외교 활동에 참여하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자주 마련된다면 이러한 변화가 가속화할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이나 상호연결성 등 최근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장애인의 권리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나요. 저는 장애인에게 기술이란 산업화 시대의 증기기관 만큼이나 혁신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손끝으로 한 글자씩 읽어야 했던 점자책이 오디오북으로 발전했고, 말을 하면 텍스트로 변환되는 기술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자눈(electronic eye)이 시각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가진 장애를 보완하고 극복하는 데에 매우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명확하죠. 친구나 동료들과 협력할

글래스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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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또 하나의 능력이 생기는 셈이니, 이러한 발전이 최대치에 이르면 장애인을 덜 소외시키는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여러 측면이 서로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기에 사람 간의 의사소통 또한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 권리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 지에 따라 얼마나 장애인 친화적인 환경인지를 알 수 있고, 그 집단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장애인에게는 '사람 우선 언어(People-first Language)'가 존중의 표현입니다. 그저 장애 유형을 지칭하는 '맹인(blind)'과 편하고 친근하게 '시 각장애를 가진 사람(person with visual impariment)'이라고 부르는 것에 차이가 있듯이요. 장애 를 가진 사람으로 따로 분류하지 않고 같은 인간으로서 포용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면 모두를 위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국제사회의 미래는 여러분과 같은 청년들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기후변화에의 대응,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국제 연대와 협력 등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 람도 바로 미래 세대, 여러분입니다. 처음부터 외교관이 되어야겠다는 무리한 목표를 세우지 않더 라도 학교나 지역사회처럼 보다 작은 규모에서 시작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양한 문화 적 배경을 경험하고 주변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의사소통 능력 또한 중요하겠지요. 자신이 노력한 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원칙을 잊지 마세요. 우리 모두의 미래 를 위해 연대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브리 웹슨

사이트세이버스, 헬렌켈러, 퍼킨스 인터내셔널 등 장애인의 권리 신장을 위한 다수 의 국제기구에서 근무하였다. 특히 2014년 주유엔 안티가 바부다 대사로 임명된 후 에는 장애인 재활에 관한 국제 활동을 주도하였으며, 시각에 관한 최초의 유엔 결의 안을 마련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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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어요 인터뷰 전혜경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 취재 최윤선 학생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역사상 첫 한국인 수장인 전혜경 대표를 만나 20여 년 간의 난민을 위해 걸어온 길에 대해 물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난민의 정의는 무엇일지, 그녀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지 들어보자.

유엔난민기구 켈리 클레멘츠(Kelly Clements) 부대표 방한 당시 논의 중인 전혜경 대표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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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난민'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인종, 종교 또는 정치적, 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죠. 이때 국경을 넘지 않은 사람들은 '국내 실 향민'이라 하고, 국경을 넘은 사람들은 '난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를 떠나, 우리 중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예시로, 2년 간 집을 잃은 채 지하철에 서 자게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뜻밖의 상황을 마 주해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야 하고, 심지어는 국경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 된 거죠.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고, 어디에서나 난민이 생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사전적 정의보다 우선해야 합니다.

유엔난민기구에서 근무하시는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제가 난민 캠프에 처음 가본 게 2001년 10월이었어요. 잠비아의 낭웨시 난민 캠프였는데, 당시 이웃 국가인 앙골라 내전으로 인해 하루에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의 앙골라인들이 국경을 넘어 잠비아로 피난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짐은 하나도 없고 말 그대로 '몸만' 이끌고 오셨죠. 우리나라 6·25 전쟁 당시에도 급히 대피하느라 포대기 안에 아기인 줄 알고 업어온 것이 베개였다는 이야기 도 있을 정도로요. 길게는 몇 주 동안 걸어오신 분들이 데려온 5개월 남짓 된 아기는 뼈가 너무 앙 상해서 만지면 부러질 것 같았어요. 제 딸도 마침 비슷한 나이였는데, 지갑 속에 있던 딸 사진의 살 이 복스럽게 올라 뺨이 토실토실한 모습과는 너무 달랐던 거예요. 엄마들 마음은 똑같아서, 그 모 습을 떠올리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죠. 어려서부터 부모님께서 6·25 전쟁에 얽힌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는데 본 적이 없어 상상으로만 알 수 있었던 상황이 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가 않았습니다.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는데, 7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이러한 비극이 되 풀이되고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에 있었던 미얀 마에서의 일입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실향민의 생존 을 위한 여러 물품으로 구성된 긴급구호 키트를 전달 하는데, 이불, 옷, 수건, 세면도구, 주방용품, 모기장 등 4~5명 정도로 구성된 가족을 위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거든요. 키트를 건네받은 한 가족이 피난길에 챙겨 온 이불이 있다며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라며 되돌 려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몇 명만 그러려니 했는데, 1 년 동안 이러한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하루아침에 갑 자기 집을 떠나왔으니 다들 여전히 어렵고 힘들텐데, 더 있어도 좋을 이불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모습 에서 엄청난 인류애와 희망을 보았어요. 인간의 너그 러움을 그런 곳에서 발견하는 게 놀라웠습니다. 저도 미얀마 현장에서 활동 중인 전혜경 대표 (2022)

그에 더 힘을 얻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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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국가 상황에 따라 구호 현장에 직접 관여하시기도 하고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포용성을 높이 기 위한 포럼의 역할도 하시는 것 같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두 가지가 서로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전 세계 193 개의 유엔 회원국들을 위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요. 어느 나라에서든 그 중심은 동일합니다. '국제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난민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죠. 그런데 저희가 일하는 환경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분쟁 지역이나 자연재해 피해 지역에서 일하게 되면 난민 캠프를 구성하 고, 모닥불을 피우고, 창고에 물품을 채워두는 직접적인 구호활동을 하게 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는 다행히 난민이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죠. 우리나라 사무소에서는 난민 관련 제도를 보완하거 나, 국가, 정부, 민간 부문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타 국가를 지원할 수 있도록 모금활동을 하고 있습 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전 세계의 난민 현황에 기여할 수 있는 임무를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내의 난민 수용률이 OECD 평균의 1/10에도 못 미친다는 수치에 대해 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그런데 통계 자료가 나타내는 수치 하나만 보고 상황을 판단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제2차 세계 대전 때문에 유럽 내에서 발생한 수백만 명의 난민을 자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1950년에 생겨났습니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서양 국가 들은 우리나라가 6·25 전쟁을 겪던 때부터 난민 문제를 논의했던 거죠. 우리나라의 난민법은 10년 전에 만들어졌어요. 올해가 난민법 시행 10주년이죠. 그때가 아시아 최초였으니, 그런 면에서는 우 리나라가 난민 이슈에 있어 앞서가는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법안을 처음 발의했을 때를 신생아기에 빗댄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틀린 것을 고쳐나가는 청소년기로 볼 수 있죠. 성장통을 겪는 시기인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

겁니다. 물론 노력을 수치라는 결과로도 증명

대한민국의 난민 수용 정책과 역사

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요.

민 협약'과 및 '1967 난민 의정서'에 서명하여

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수치는 최상위 국가

이듬해부터 난민보호의 의무를 부담하게 되

들에 비해 낮지만 증가율은 높다고 보여집니 다. 코로나19 의료 협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

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2001년에 비로 소 최초의 난민을 인정해 난민협약 가입국이 되었다. 이후 출입국 관리법 등 난민을 위한

쟁 난민 지원, 봉사단 파견 등 적극적으로 지원

제도 개편을 거쳐 아시아 최초로 독자적인 난

방법을 다양화하고 규모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민법을 제정하였으며, 법무부 산하에 난민과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맞추어 정부

를 설립하는 등 세계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증

기여금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부합하는 환경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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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2월 3일, 대한민국 정부는 '1951 난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액도 이

가하는 역할과 위상에 일치하는 난민 정책을 추진하고 실행하고 있다.


들기 위해서는 민간의 참여도 중요한데요. 난민 수용에 따른 민간 차원의 경제적 부담, 범죄 등 사 회 문제의 발생, 일자리 경쟁 등의 오해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 니다.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다고 바르게 인식하기 시작하면 인정률도 높아지지 않을까요.

환경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작년 한 해 동안 새로 발생한 난민 중 지진, 홍수 등의 자연재해에 따른 난민이 전쟁 난민보다 많 았다는 추산 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난민의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직접적인 근거는 아직 없어요. 환경 재난이 분쟁을 더 악화시키거나, 난민촌의 상황이 더 복잡하고 열악해지는 경 우(complex displacement)는 있죠. 실향한 사람들이 새로 정착한 곳에 가뭄으로 인해 물이 없어 진다거나, 홍수로 인해 식량이 부족해지면 상황이 점점 나빠지는 것입니다. 유엔난민기구에 환경 문제 해결의 의무는 없지만, 기후 위기 가 심화할수록 난민들의 피난 기간이 길 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기관들과의 협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 니다. 예를 들어, 미얀마 폭력과 박해를 피해 100만여 명의 로힝야족 난민들이 방글 라데시로 이주한 적이 있었습니다. 선택 지가 없는 난민들을 수용하긴 했지만 부 유한 동네가 아니었어요. 요리를 하기 위해 땔감이 필요했는데, 한꺼번에 너 무 많은 인구 유입이 발생하다 보니 숲 이 사라지고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되어버려 기존 정착민들에 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 거예요. 이런 상 황에 대처하기 위해 산림을 보강하고 녹 지를 보호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 관련 단체들과 함께 일하기도 했습 니다. 그 이후 숲에서 에너지 자원을 얻 는 대신 액화석유가스(LPG; Liquefied Petroleum Gas)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죠. 앞으로는 더욱 효과적이고 환 경친화적인 대책으로 난민들이 새로운 정착지에 더욱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하여 개최된 '청년들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에서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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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rom Global Citizens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 활동이 있다면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정부보다 민간 후원금의 규모가 더 큽니다. 민간 후원이란 독자 여러 분들과 같은 개인 후원자 분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해주시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민간 후원의 규 모가 커진다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의 난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그 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프로젝트에 따라 정기·일시적으로 현금성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우리 기구의 정우성 친선대사님과 젊은 학생들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나 문화행사에 참여하셔서 저희와 함께해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2024년 1월에는 다국적 기업인 이케아(IKEA) 와 함께 이대훈 선수 사인회를 개최하고, 앞으로도 많은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에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고,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언제든 건의해주세요. (웃음)

다가올 2월부터 아시아-태평양국 본부장으로 영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 엇인가요? 제게 주어지는 더 많은 책임감에 부응해야죠. 사실 조금 갑작스러워서 놀랍기도 하고요.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는 대륙 전체를 담당하기에 서로 다른 상황의 나라들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우 리나라, 일본, 미얀마에서 일해본 저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난민이 발생하는 나라, 그 난민들이 제3 국으로 재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나라, 그리고 그런 난민들을 수용해주는 나라 — 이렇게 정 밀하게 따져 볼 필요도 있어 보여요. 가장 기대되는 점은, 어떻게 하면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이 크 고 넓은 지역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작년의 글로벌 동향 보고서(Global Trends in Forced Displacement)에 따르면, 강제 이주를 당하 여 집을 떠나게 된 사람들의 수가 약 1억 8백만 명이라고 합니다. 지난 15년간 매년 최고 수치를 경 신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이 발생했고, 지 금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 쟁이 진행 중이고요. 전 세계 유 엔난민기구 직원의 수가 작년 에 7천 명 정도였는데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2만 명 으로 늘어났어요. 우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좋지 않은 현상이죠. 앞 으로 우리 직원의 수가 줄어들 어도 될 정도로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방문한 전혜경 대표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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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커리어를 되돌아보며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한 마디. 저는 2001년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Junior Professional Officer) 시험을 통해 유엔난민기구 에 처음 왔어요. 우리 기구 말고 다른 선택지도 당연히 있었죠. 저희처럼 인도주의 사업을 하는 곳 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사명감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대표부처럼 깨끗하고 잘 정돈된 사무 실에서 일할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덩그러이 놓인 컨테이너 한 채에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없 이 그저 라디오 뉴스만 나오는 곳이 될 수도 있고요. 폭격이 일어나는 곳 주변, 난민지위를 신청하 고 판정하는 곳 등에서 일하게 된다면 계속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고 힘든 이야기를 들어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는 이런 임무도 커리어라고 생각하지만요. 이 글을 읽는 청년 여러분 누구라도 세계시민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벌써 세계시민인 거예요. 국경이라는 경계는 있지만 SNS 등 여러 매체들을 통해 서로의 생각이나 정보를 공유하고 교환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 각합니다. 어떤 일을 어디에서 할지 결정할 때에도, 재미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해야 잘할 수 있 게 되고, 좋아하는 일이 결국 경험과 경력이 되어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의 활동에도 기여할 수 있 습니다. 유엔난민기구에도 국제법, 현장 지휘, 기금 조성, 통계 분석 등 수많은 직업군의 사람들이 필요하기에 어떤 공부를 하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하면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공부를 찾 아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으로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고민해보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적인 것을 알고 한국의 좋은 것을 세계화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저는 외국에서 오래 살아왔고 또 외국에서 일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입니다. 한국인으로서 어떤 역할 을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라요.

전혜경

2001년 대한민국 외교부의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선발시험을 통해 유엔에 진 출하였다. 유니세프, 아프가니스탄, 칠레 등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엔난민기 구 한국대표부의 16년 역사상 첫 한국인 대표로 임명되었으며, 전 세계의 인도주의 사업에 진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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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for Global Citizens

익숙함을

낯 섦 으로 표현하다 그림 류지선 작가

"작품을 통해 나만의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기억을 이끌어내고 싶다."

작가 류지선은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끼는 전부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다. 창 밖의 들판, 과일나무, 주거지 등 기억 속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되 사실적이지 않은 화려 한 색감과 창조적인 형태를 표현한다. 익숙한 이미지를 사용하되, 새로이 조합하고 구성하여 이미지 너머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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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순간들 _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2cm, 2023

풍요의 꿈 _ 캔버스에 아크릴, 50x170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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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for Global Citizens

세상을 새롭게 보는 것 작가 류지선은 여행을 하며 만난 풍경을 사진으로 먼저 담고, 작업실로 돌아와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붓질을 이어간다고 한다. 누군가 수많은 사연을 안고 지나갔을 특별하지 않은 곳을 다시 구 성하여 이상적인 모습으로 화폭에 옮기고, 선과 색채를 통해 보는 이의 정서를 자극하는 상징 언 어로서의 미술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집> 연작에서는 다양한 집의 형태를 이고 있는 말의 모습이 나타난다. 가장 안정적인 주거 공간인 집과 전통적인 이동 수단인 말, 즉 서로 다른 듯 보이는 두 사물을 사용하였다.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끊임없이 옮겨다니며 어느 집에도 머물지 못하는 현대인의 애환과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설렘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에 작가 본인이 가진 예술인으로서의 소신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잠시라도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자, 오직 한길 순수예술에 매진되어 달려온 그의 역할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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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캔버스에 아크릴 80.5x130.5cm, 2023

목마의 꿈 캔버스에 아크릴 117x91cm, 2018

류지선

류지선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진주교육 대학교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대한민국, 홍콩, 인도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에 참여하였으며,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외교부, 서울동부지방법원 등 다 수의 기관에서 류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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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from Global Citizens

국제 위기를 함께 해결하는 우리는 세계시민입니다 인터뷰 이나라 유엔식량농업기구 한국협력연락사무소 부소장

도미니카 공화국, 멕시코, 미국 생활에서 만난 아름다운 숲을 꿈꾸며 산림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데에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부소장은 전 세계의 식량 불안정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한국 협력연락사무소(Partnership and Liason Office)에서 부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유엔식량농 업기구는 1945년에 설립된 유엔 산하의 가장 오래된 국제기구 중 하나로써, 세계 곳곳의 모든 사 람들이 지속적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저는 지난 15년 간 국제기구, 정부 기관, 비영리단체 등에서 근무하면서 산림과 기후변화, 국제협력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일들을 주로 해 왔습니다. 현재는 전 세계의 식량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에 있어 유엔식량농업기구를 통해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의 경험과 기술을 아시아 전역, 나아가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활동을 기 획하고 이행해나가고 있습니다.

근무하시는 한국협력연락사무소에서 하시는 일은 어떻게 다른가요. 식량 안보는 단순히 농업이나 임업과 같은 1차 산업 이외에도 최근의 기후위기나 갈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기후의 영향으로 인해 식량의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전쟁 때문에 식량의 공 급망이 불안정해지거나,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위협이 증가함으로써 위협받기도 합니다. 이러 한 현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필수적인 국제 동향과 정보를 공유하고, 제도 수 립을 위한 제언을 하고, 정책을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역량 배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 동의 해결 방안을 위해 서로의 경험과 모범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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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기후분야와 환경산업'을 주제로 개최된 제2회 울산 글로벌 ODA 포럼에서 (2023)

이러한 큰 맥락에서 우리 사무소에서 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도 상국에서 선진국으로 탈바꿈한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의 관련 분야 기술과 사례를 배우고 싶어하 는 국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관련 정보와 자료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교류의 플랫폼으로 서 워크숍을 개최하거나 자료집을 제작하기도 하고, 외국인을 초청한 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도 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와 대한민국이 협력하여 전 세계의 식량 안보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 고 있죠. 물론, 힘든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말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웃음)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전 세계에 사무소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근무 시간이 아닌 때에도 회의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고, 서로 다른 시차 속에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메일도 자주 오는 편 이에요. 흔히 말하는 '워라밸'을 이루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 아닐까 싶어요. 휴가 는 많은데 거의 쓰지 못할 정도로 업무가 많아 아쉽지만, 우크라이나와 같은 전시의 상황에서 도움

유엔식량농업기구 한국협력연락사무소에서 여러 유관 기관과 협력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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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from Global Citizens

1. 도미니카 공화국 주민을 대상으로 산불 예방·진화 교육하는 모습 (2009) 2. 우리나라 정부와 공동 주관한 제15차 세계산림총회에서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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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나라의 산림녹화 성공 경험을 배우고 떠나는 파키스탄 대표단의 선물 (2022)

이 필요한 현지의 식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동기가 됩니다. 우리 나라의 지자체와 협력하여 관개·정수 장비를 보급하고, 농업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기 후위기로 인해 상승한 해수면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태평양 섬나라에는 수직 농장 기법을 전수했고요. 이런 사업을 수행하면서 얻게 되는 보람으로 매일 매일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게 전공 분야를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결정을 할 것 같냐고 질문해주셨는 데, 저는 다시 또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기후위기를 비롯해 식량 안보의 심각성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 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기에, 진로를 모색 중이라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보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학생에서 벗어나 사회인이 되었을 때의 첫 커리어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제 첫 번째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옛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저는 경남 산청, 시 골의 대안학교를 나왔어요. 학교 다닐 때 산과 들에서 뛰어놀던 추억이 좋아서 산림환경과학을 학 부 전공으로 선택했는데,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건 '숲을 어떻게 잘 가꾸어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 떻게 하면 목재를 많이 생산할 수 있는지'더라고요. 막상 다니다 보니 배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흥미가 없어져서 학교를 한 학기 휴학하고 포항의 한 식물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했고, 그렇게 번 돈 으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인도로 배낭 여행을 떠났어요. 짧았던 두 달 동안 이곳저곳 돌아다니 다가 우연히, 쓰나미로 인해 파괴된 후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복구 흔적 없이 방치 된 마을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마을과 바다 사이에 맹그로브 숲이 있어 완충 작용을 해주 었는데, 숲을 베어내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 지면서 관광 산업으로 수익성이 높은 새우 양식장을 늘리기 위해 중간 방파제 역할을 하던 나무들 이 사라지게 된 거예요. 그 순간 '아, 나는 앞으로 숲이 가진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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겠다.'고 생각했고,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열대림을 연구하는 연구실에 지원해 '필리핀 혼농임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학부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교수님께서 열대림을 더 이상 연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신 덕분에(?) 지금까지 배운 이론이 실제로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경험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임업직 봉사 단원으 로 도미니카 공화국의 환경천연자원부 라 레오놀(La Leonor) 지역의 지역사무소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거죠. 사실 학부를 갓 마친 상황이라 지식과 경험이 많지도 않았고,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에는 스페인어가 유창하지도 않아서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하지만 열대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론적인 사실을 넘 어,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으로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도록 숲을 지속 가능하게 경영해 야 한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또, 저의 젊은 패기로, 나무 심기 사업, 산불 예방·진화 교육 등 전공과 관련된 일부터 근처 학교에서의 영어, 컴퓨터 수업까지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음만 먹 으면 현실화할 수 있는, 신나는 경험을 가득 할 수 있었던 곳으로 기억합니다. 이때 제가 얻은 교훈 은, 더 큰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활동이 아닌, 정책 차원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저의 역량을 더 쌓아보기 로 했고, 미국에서 산림경영학 석사를 취득하고 돌아와 우리나라의 산림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할 수 있는 산림청에서의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동남아시아 4개 국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산림녹화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산림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고, 온실가스를 흡수할 수 있는 기능을 극대화 하도록 돕는 국제협력사업을 맡아 진행했어요. 서로 다른 나라 간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고, 유엔식량농업기구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국제 표준을 수립하고 이를 각 국가에 반영 하는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고, 지금은 농림수 산업의 전반적인 국제 동향을 공유하고, 선진국의 경험을 개발도상국의 역량으로 활용하는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한 협력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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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와 진학에 대한 선택지가 여러가지일 때, 어떤 것을 선택과 결정의 기준으로 삼으셨나요. 저는 무언가를 선택해야 했을 때, 제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본 것 같 아요. 그런 다음, 앞에 놓인 각각의 선택지가 그 목표와 얼마나 부합하는지,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 지 등과 같은 요소들을 최대한 분석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주위의 멘토와 상의할 때에는 무조건 많은 사람을 만나 서로 다른 의견을 들어보기보다는 내가 목표하는 길을 먼저 걸어본 선배 들께 조언을 구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요인을 알 수 있게 되고, 때로는 그것 때문에 결정이 뒤바뀌기도 하니까요. 다만, 이런 과정을 거쳐 어렵게 도달한 결론에 대해서는 무조 건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나고 보니 조금 우회하는 길이었다 하더라도, 결국 그 과정에 서 얻게 되는 것들이 있고, 그로 인해 또 새로운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제 삶을 설계하는 데 있어 크게 도움을 받은 방법은 30년 후의 내가 되어 나의 이력서 를 미리 써보는 거예요. '몇 년도의 나는 이런 직업을 가지고 어떤 일을 했다'와 같이 써내려가다 보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막연히 계획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더라고요. 또 그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동기 부여도 되고요. 저는 제 첫 직장이었 던 도미니카 공화국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할 무렵 썼던 미래 이력서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그 때 계획과 얼추 비슷하게 나아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웃음)

국제기구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타 언어권 적응 팁을 전하신다면요. 사실 저는 스페인어도, 영어도, 늦은 시 기에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어려서부터 유학을 간 것도 아니고, 여 행을 자주 다닐 기회가 있었던 것도 아 니었거든요. 현지에서 처음 접하는 활 동을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가진 현 지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니 오히려 도 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도미니카 공화 국에서 처음 스페인어를 배울 때에는 마을 회의에 열심히 참석했어요. 처음 에는 당연히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그냥 따라했고,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문화를 조금씩 접하게 되었고, 점차 이 해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어요. 빨리 달성해야 한다는 단기적인 목표로 스트 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더 많 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도구로서 동 기부여가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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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 생활 중 친구들과 함께 (2011)


미국에서의 유학 생활 때에도 사실 같은 생각으로, 학교를 대표해서 추수감사절 맞이 칠면조 요리 도 해봤고, 할로윈에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탕을 받아보기도 했어요. 친구들에 비해 나이가 좀 많 기는 했지만 문화 체험을 하고 싶어 하는 저를 배려해주었다고 생각해요. (웃음) 아, 교수님 댁에서 초등학생 시절처럼 피자 파티도 했어요. 이게 정답은 아니지만, 더 많은, 더 깊은 지식을 얻기 위한 공부가 아니더라도 많은 경험을 해본다는 생각으로 알찬 시간을 보내기를 바랍니다. 어느새 조금 은 나아진 나의 말하기와 듣기 실력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세계시민이 되고 싶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가 생각하는 세계시민이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특히 우리가 공통으 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를 되 돌아보면, 지구 전체가 맞닥뜨리고 있는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 고, 매일 성실히 노력하고 있으니,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꼭 지금 당장 위대한 발명을 하지 않더 라도, 우리가 함께 소속되어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 고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이미 갖춘 역량과 환경 속에서 해결책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시민의 정의가 무엇일지 질문하고, 또 세계시 민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여러분 역시 이미 세계시민이지 않을까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전 세계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면, 다양한 경험 과 지식을 쌓아 국제기구에서 함께 일해보는 건 어떨지 조심스레 제안해봅니다.

이나라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으로 시작해 산림청 해외자원담당관실을 거쳐 지금까지 약 15년 간 국제사회의 산림과 식량 안보를 연구하고 있다. 예일대학교 산림환경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미국 코네티컷주의 The Forests Dialogue 프로그램 전문관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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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이노비는 무엇인가요 EnoB; Innovative Bridge 인터뷰 강태욱 이노비(EnoB) 대표

공익을 위한 사회봉사의 꿈을 좇아 뉴욕 한가운데에서 비영리단체를 설립한 강태욱 대표를 인터뷰했다. 강 대표가 음악을 매개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런 그에게 어떤 목표가 남아있을까.

이노비가 추구하는 문화복지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EnoB Spreads Happiness through Music and Arts to Build a More Beautiful World! 저는 2006년 미국 뉴욕에서 '이노비(EnoB)'라는 문화복지 비영리단체를 설립하여 일상에서 소외 된 분들을 직접 찾아가 음악회 및 문화 프로그램을 경험하실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 다. 흔히 '내가 큰 돈을 벌면' 혹은 '무언가를 이루고 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고 말합니다. 그 러나 이노비는 처음부터 큰 자산이나 여유가 있어서 시작하게 된 단체는 아닙니다. 정성을 담아 고 민하고 노력하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작하여, '변화를 이끄는 아름다운 다리(Innovative Bridge)'라는 뜻을 담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저희는 다리로서, 재능 을 가진 이들과 필요를 가진 분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재능은 가장 위로가 필요한 분들께 공유되어야 한다는 사명을 바탕으로 행복은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한다는 '행복 나눔 (Spreading Happiness)'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누구나 문화생활을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으로 인해 그러한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학부생이었던 시절 장애인 복 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한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그때 저는 지적장애를 가진 성인 두 분의 사회 적응 훈련을 위해 함께 버스를 타고 영화관에 다녀오는 보조 역할을 하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영화 관까지는 그럭저럭 잘 갔지만, 집중을 하기 힘든 지라 영화를 보던 중 주변 관객들에게 실례가 되 어 중간에 나와야만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경험은 제 마음 속에 큰 인상을 남겼답니다. 누군가에 게는 희망과 기쁨이 될 수 있는 문화생활이 정작 가장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닿지 않는다는 것 을 명백히 깨닫고 나서 이노비의 설립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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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노비는 문화복지, 즉 문화를 활용해 행복을 누리게 하자는 다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 가는 중입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저희만의 정서에 맞는 양질의 예술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기획하 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미국을 시작으로, 현재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도 400여 명의 예술가와 함 께 활동하고 있는데요. 특히 국내에서는 중증 복합 장애 및 뇌성마비 환아 병실, 소아암 병실, 고위 험 산모 집중 치료실, 호스피스 병동 등에서 입원 환자와 가족을 위한 콘서트를 중점적으로 진행하 였으며, 장애인 및 노인복지시설에서도 소외된 사회 약자를 만나왔습니다. 보통 저희 관객 분들은 오랜 시간 앉아있거나 집중하기가 어려우신 경우가 많아, 주어진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입니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모든 분들을 한 데 모아 기쁨과 희망을 나눌 수 있는 도구로 음악만큼 좋은 것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문화복지 단체를 설립하는 것이 대표님의 오랜 목표였던 것일까요. 대학 시절, 지역 뮤지션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 며 뉴욕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요. 2004년 당시 지 인을 통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근무하는 다섯 명의 의사들이 입원 중인 환아를 위해 크리스마스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 병원의 어린이 환자들은 소아암 등 중병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입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병동을 지켜 야 했고, 가족과의 오붓한 크리스마스 연휴를 꿈꾸 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공연을 위한 반주자를 찾 는 그 분들을 보고, 음악의 위로와 힘이 가장 필요 한 곳에 그만한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 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암 병동에서 크리스마스 공연 중인 모습 (2018)

그로부터 2년 뒤, 뉴욕 퀸즈의 재미 한국인 장애 아동을 지원하는 특수교육 단체에서 아이들을 위 한 라이브 음악회 경비 800달러를 모았다고 하 시며 음악회를 요청하셨어요. 이를 계기로 전부 터 생각해 왔던 아이디어를 본격적으로 현실화하 기로 결심했고, 차츰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 며 음악으로 희망을 공유하는 비영리단체를 설립 하게 되었습니다. 그 해 11월 11일, 이노비의 첫 번 째 공연인 'Let's Play with Music and Arts'를 개 최할 수 있었고, 240여 명의 장애 아동들과 가족 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연주자들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면서 음악을 즐기고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을

버려진 중증 장애 어린이 병동이 위치한 서울특별시 어린이 병원에서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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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로비 공연 후 (2019)

2. 삼성서울병원 소아암 병실에서 환아들을 위한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는 모습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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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애인 직접재활시설 강화도 우리마을에서 외부 공연 및 문화행사하는 모습 (2023)

보았습니다. 문화 예술의 혜택이 모두에게 닿아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확신을 가지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그때 저는 국제행정대학원을 졸업한 후 전 세계 적인 비영리단체인 YWCA 뉴욕 퀸즈 지사의 사무행정 담당 디렉터 직무도 제안받았습니다. 비영 리단체가 어느 나라보다 많고 복지 사업으로 앞서는 미국에서 현장 경험을 해보고 싶어 입사하게 되었는데,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사무총장의 공석으로 인해 부사무총장으로 단체의 운영을 총괄하 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을 병행하면서 이노비를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 해나갈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이 들었습니다. 결국 1년의 고민 끝에 YWCA를 그만두고 2011년 5월, 맨해튼 37번가의 세 평 남짓한 공간에 사비를 들여 사무실을 마련하였습니다. 오랜 기간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이노비를 통해 보다 행복하고 따스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명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 기 때문에 올인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랬기에 더 전념하기 쉬웠고, 돌이켜봐도 잘한 결정이었 다고 생각합니다.

이노비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나요. 운영하시는 동안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사실 설립 초기에는 봉사자가 많지 않았습니다. 지적 장애인 지원 시설에서 뮤지컬 콘서트를 개최 하였는데 아내와 둘이 모든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음향기기를 다루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기록하 는 것까지요. 하지만 꾸준히 장애 아동, 입원 환자, 노숙자, 호스피스 병동의 노인 등 여러 곳에서 저희를 필요로 하시는 분들을 찾아가다보니 같은 마음을 지닌 분들이 하나 둘 더해졌습니다. 그렇 게 뉴욕과 뉴저지 지역에 이노비가 점차 알려지게 되었고, 어느새 행복 나눔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 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분들을 모두 '이노비언(EnoBian)'이라고 부르는데요. 요 즘은 뉴욕에서 후원 음악회를 열면 100여 명의 이노비언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주십니다. 저희의 활동을 통해 수많은 분들이 행복해하셨고, 저와 저희 가정 또한 귀한 나눔과 행복을 전달받았기에 힘들었던 시기의 후회는 없고 이러한 기회가 제게 주어졌다는 부분에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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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로나19 이전에는 미국 뉴욕, 대한민국 서울, 중국 심천 등에서 매년 150회의 공연을 진행했 고, 재능기부를 통해 함께해주신 뮤지션이 400여 명이 됩니다. 장르도 클래식, 재즈, 뮤지컬, 퓨전 으로 매우 다양하고요. 포르테 디 콰트로의 테너 김현수 씨,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씨, 우리나라 최초로 드러머 앨범을 발매한 재즈 드러머 이상민 씨, 호피폴라의 첼리스트 홍진호 씨와 같은 유명인들부터 학부생들까지 가치관을 공유하는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이렇게 함께 해주시게 된 데에는 이노비 아웃리치 콘서트만의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자신이 가진 재능을 일방적으로 보여주고 베푸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 어가며 감정을 주고받거든요. 콘서트를 마친 후에는 관객뿐 아니라 뮤지션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나는 거예요. 이런 경험을 널리 알려주시고, 함께할 분들을 많이 소개해주셔서 더욱 횟수를 늘 리고, 규모를 키워갈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노비는 저희의 가치에 공감하는 새로운 뮤지 션들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세계 최초의 호스피스 병원인 뉴욕 브롱스에 위치한 캘버리 병원 (Calvary Hospital)에서 콘서트 후 병원 스탭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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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과 같은 길을 걷고 싶은 청소년 혹은 뮤지션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은. 저는 2024년 올해, 140회 이상의 찾아가는 콘서트를 진행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분들을 한 번이라도 더 찾아가 서로가 가진 경험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횟수를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죠. 그리고 더욱 중 요한 것은, 멈춤과 쉼 없이 꾸준하게 하는 것입니다. 저에게 의미있는 일, 제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통해 다양한 이유로 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이웃들에게 문화복지를 제공하고 싶어요. 이런 의미에서 이 글을 읽는 청소년들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와 '내가 잘하는 일이 무 엇인지'를 잘 이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최근 자주 회자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라는 개념 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합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너무나 많은 직업의 종류가 존재하고, 또 같은 목 표라 할지라도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다양해졌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마주하는 상황에서 유연하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불 어 주변의 이웃과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의 나라, 나의 민족, 나의 문화를 경계로 삼지 않고 온 지구로 나의 지평을 넓히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시기를 바라요. 그럼으로써 더욱 세계화되는 시기에 고립되지 않고 모두와 협력하려는 태 도를 연마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세대인 여러분들이 앞서나갈 수 있는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강태욱

YWCA 뉴욕 퀸즈 지사(YWCA of Queens) 부사무총장을 역임 후 문화복지 비영리단 체 이노비(EnoB)를 설립하여 세계 곳곳에서 아웃리치 콘서트를 기획하고 운영한다. 음악과 예술을 통해 소외 계층과 함께한다는 문화복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명으로 일한 바 2015년 세계 한인의 날에 외교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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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되 열정적으로 차이를 배워나가기를 인터뷰 압둘 와합 우송대학교 조교수

가나에서 태어나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학교에 가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며 일찍이 불평등을 접했다는데, 대한민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건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지금까지의 이색적인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저는 가나에서 태어나 대학교 과정까지 마쳤으니 어린 시절은 모두 동네에서 보냈습니다. 제가 자란 동네는 이주민이 많이 모여있어 그리 부유하지는 않은 곳이었고 몇몇 친구들은 학교에조차 가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부모 님께서 책임지고 고등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셨으니 운이 정말 좋았던 거죠. 그런데 일찍 부터 모두가 똑같이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어린 나이에 세상의 불평등과 부당함에 관심 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불합리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누가 멈추거나 바꿀 수는 없을지를 고민하며 해결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깊이 공부하게 되면서 특히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 성장에 대해 연구할 기 회가 있었고, 그때 처음 '한강의 기적'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가나는 영국, 대한민국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는데 독립 이후 두 나라가 겪어온 길의 차이가 너무나 인상적이 었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두 나라 모 두 후진국에 속해 있었는데 대한민국은 고작 몇 세대 만에 세계적인 강국으로 성장한 거 죠. 이 변혁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세세하게 파헤치고, 가나에 적용할 수 녹색기후기금(GCF) 독립평가부 인턴십 기간 중 동료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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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전략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공 사례를 직접 겪은 분들께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한국개발연수원(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수 년 간 의 과정을 거쳐 졸업까지 하는 동안, 유관 분야의 전문가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정치 제도와 경제 상황의 관련성을 배우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인의 부지런한 태도, 공공기관의 운영 방식 을 알게 된 것입니다. 가나에서 얻을 수 없었던 학문적인 경험이었고, 이러한 시간이 바탕이 되어 세계은행과 녹색기후기금 등과 함께하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대전의 우송대학교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인데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있습니다. 일을 하며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만큼 의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요? 무엇보다, 많진 않지만, 아프리카 출신으로서 한국에서 교수로 일한다는 것은 그만큼 학계의 글로벌한 변화와, 세계의 연결성을 확인하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벌써 한국에 발을 디 딘지 6년이 지났지만, 이곳에서의 저의 여정은 단순히 학문적인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습득하여 그 조각을 모아 하나의 모자이크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까요. 앞으로도 함께 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 습니다.

다양한 문화권을 접하신 경험이 시각을 국제화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나요? 그럼요. 여러 국가에서 생활하고 일한 경험, 그리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저의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 라 여러분들도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세계관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예전 기억을 좀 돌아보았는데요, 사실 저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모든 사람들의 인식 기저 에 뿌리잡힌 유교적 가치관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서로를 위한 예의와 보 이지 않는 규칙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학교나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친구나 가족을 대할 때 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공 동체 생활에서의 책임의식이자 전체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자리잡혀 온 문화이자 습관이었어요.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의 정서를 이해할 때 특 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근로자들의 직업 의식이 었습니다. 직종과 관계없이, 한국인의 직업에 대한 책임감, 맡은 일을 다하기 위한 노력과 헌 신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특징입 니다. 여러분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선 생님을 통해 많이 봐왔기 때문에 새롭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웃음)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인 은 모든 역할이 갖는 가치를 존중하고, 모두가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 고 있었습니다.

한국개발연수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졸업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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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십 기간 중 참석했던 2022 제주 IUCN 리더스 포럼에서 | © LF IUCN

1997년,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던 사건이 있죠. 태국, 홍콩 등 아시아 전 역에 찾아온 외환 위기가 이어진 건데, 국가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전 국민이 가지고 있던 금을 국 가를 위해 자발적으로 내어놓은 '금 모으기 운동'이 저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349만 명의 단합력 있는 모습도 결국 '나'보다 더 큰 집단인 국가를 위한 공동체 의식이 기반이 되지 않았을까 요?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개인이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 았습니다. 집단의 노력이 어떻게 사회의 특성을 형성하고, 혁신적인 발전을 촉진하는데 영향을 미 치는지 몸소 느끼게 된 것이지요. 제게는 이러한 경험이 강력한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물론 경제 모델과 정책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혁신적인 성장을 이끄는 것은 구성원의 집단을 향한 책임의 식, 가치관, 회복력, 그리고 통일성입니다.

그러한 '한국적인' 것도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문화일텐데요. 문화 다양성에 대한 생각이 궁금 합니다. '문화 다양성(cultural diversity)'이라는 단어는 사회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와 그 가치를 인식 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가진 다양함이 어우러질 때 조화 로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죠. 특히 오늘날의 국제화된 세계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갖춘 사람들이 경쟁력을 갖추어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적 측면에서는 경제 성장도 가능할 테고요, 여러분이 혹 자연의 섭 리를 공부하고자 한다면 이 또한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한 작은 실천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분 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서로와 가까워지는 상호의존적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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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학교나 직장처럼 실제로 소속되어 있지 않더라도 SNS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을 겁 니다. 서로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속해 있는 교육, 기후, 경제 환경은 어떻게 다른지 배우고, 이러한 문제를 협력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세계시민의식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호문화역량을 함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상호문화역량(intercultural competitiveness)'이란 상호 간의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알 고,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합니다. 무엇이든 처음 하는 것에는 시행착오가 생기기 마련이고, 겪어보지 못한 채 책에서만 배운 내용으로 상대를 대하게 되 면 선입견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정관념이나 편견도 결국에는 의사소통을 통해 해결 할 수 있는 일시적인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소통을 잘 하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 요? 단어를 많이 알고 알아들을 수만 있다고 해서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의사소통이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에 대한 것인데, 이때 문화 간에는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 전달 신호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것이 메시지의 해석과 수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죠. 따라서 다양한 문화 간 의사소통 스타일의 차이를 인식하고 그에 맞게 적응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함부로 자신의 문화적 선입견에 근거하여 판단하지 않도록 개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고, 상대방의 관점이 나와 다르다고 하여 거리를 두는 일이 없도록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물건을 사려고 점원에게 질문을 했는데 완전히 무시당한 적이 있습니 다. 제가 질문한 내용이 맞는지 틀린지에 대해 대답조차 하지 않았고, 저는 외국인인 데다가 흑인 이라서 차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나중에서야 한국에서는 상황에 따라 침묵이 여러 의미 를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화 중에 생기는 잠깐의 공백은 때로는 답변 내용을 고민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고,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적인 멈춤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하더라

국내 가나 학생 연합회인 GHASKA에서 개최한 컨퍼런스에 참여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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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소통할 때에는 의도치 않게 오해를 불러일으 키는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청소년 여러분들이 보다 잘 의사소통에 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단편적일 수 있다는 겸손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어느 한 사례로 섣부르게 일반화하거나 규정짓지 않아야 합 니다. 흔히 X세대와 Z세대의 세대 간 갈등 사례가 보이는 것처럼 같은 나라 안에서도 시대의 흐름 에 따라 문화가 변화하기도 하고요, 서로가 살아온 가정환경이나 신념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 기 때문입니다.

최근 청년들의 역량이 무궁무진한데요. 인상적인 경험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요즘 젊은 세대가 가진 잠재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얼마든지 스스로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 어나갈 수 있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잇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청년들의 열정과 창의성, 융통성, 이 삼박자가 고루 발휘된다면 우리가 지금 당장 직면한 전 지구적 문제에 쉽게 대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역사적으로도 사회의 흐름을 바꾸는 움직임의 중심에는 항상 청년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무려 15세의 나이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1인 시위를 펼친 그레타 툰베리 이야기가 세상을 들썩였죠. 실제로 그레타 툰베리가 플래카드에 작성했던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은 전 세 계 108개 국가의 7천 5백여 개 도시에서 동참하는 대규모 청년 캠페인으로 성장했습니다. 각 국가 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 수를 합하면 2천만 명 이상이라고 하니, 청년 한 명이 이토록 큰 나비효과 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데에는 이만한 사례가 없어요. (웃음) 이처럼 청년 세대는 세계적인 차별과 편견 문제를 타파하기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개인 SNS 계정에 올린 게시물 하나가 얼마나 큰 사회 움직임으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저 또한 한국에서 청년 중심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해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졸업한 KDI 국제 정책대학원에서는 아프리카 개발 포럼, 아세안(ASEAN) 포럼,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포럼(The Latin American and the Caribbean Forum) 등과 같이 각 지역과 문화를 기반으로 학생들이 직 접 기획하여 연구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가나 출신의 학생 연합회인 GHASKA(Ghanaian Students in South Korea and Associates)도 있지요. 출생 국가에 관계없이

한국에서 개최된 다문화 프로젝트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한데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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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지역이나 정책 분야에 따라 전문가 초청 워크샵을 개최할 수도 있고, 서로 다른 국적의 학생 들이 모여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활동이 참여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차원의 공익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매우 유익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데요. 지속적으로 참여해 온 학생들은 다국적, 다언어, 다문화 환경에 익숙해질 것이고, 앞으로도 대화와 협력을 올 바르게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스스로 또 다른 캠페인이나 이니셔티브를 기획할 수도 있을 테고요. 학생들이 수동적인 피학습자에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교육기관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청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매일 더 국제화되고, 매일 더 가까워지는 세상에서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득 표 출하시기를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늘 배우려는 마음가짐으로 타 문화를 바라보려는 태도입 니다. 아주 사소한 특징일지라도, 여러분이 살아가며 마주칠 모든 문화와 사람에서 배울 점이 많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방문한 건물이 유구한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지어졌을지도 모르죠. 해외여행을 다녀온 횟수가 많다고 해서 전 세계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없고, 외국인 친구가 많다고 해서 모든 문화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 여러분에게 대한민국의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를 직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행운의 기회가 찾아온다면, 지금까지 경험해본 것과 어떤 것 이 비슷하고 다른지를 찾아보고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가 까워지지 못할 듯 보여도 공통점으로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의 열정으로 더욱 밝 고 포용적인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압둘 와합

2018년에 한국개발연수원(KDI) 국제정책대학원에 입학하여 정책학 석사 과정을 수 석으로 졸업 후 동대에서 개발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세계은행, 녹색 기후기금 등 국제기구에서 근무하였으며 다양한 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우송대학교 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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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평화 넥서스를 위한 우리의 활동과 역할 글 최현아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수석연구원

새로운 안보 환경, 변화하는 국제질서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 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속 불안감이 커지면서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기후변화를 포함해서 다양한 환경, 생태 위협에 대비 또는 대응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network)'를 통한 공조 — 즉, 협력이 필요하다. 그 범위는 전 지구적(global) 차원이 될 수도 있고, 지역(regional) 차원이 될 수도 있으며, 국가(national), 지역(local), 또는 개인 간의 협 력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세계시민으로서 같이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스자이델재단(Hanns Seidel Foundation) 한스자이델재단은 1967년에 설립된 독일정치재단으로 기독교사회당(Christian Social Union in Bavaria)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으며, '민주주의와 평화 및 발전을 위한 봉사'를 모토로 독일 및 해 외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수행해오고 있다. 한국사무소는 30년 이상 한반도 화해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DMZ와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발전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 여 독일 분단 및 통일 경험을 공유하면서 국제 환경 레짐(regime) 안에서 국경을 초월한 생태환경협력 을 진행하고 있다.

넥서스(Nexus)의 의미 넥서스의 사전적 정의는 연결, 연계, 그룹 및 연속의 관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연구 분야에서의 넥서스는 분야별 통합, 상호관계, 주체별 상호관계, 통합적 관계, 공통분모, 상호 의지적 관계 등의 다 양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범국가적 기후변화, 인구증가, 도시화, 자원고갈에 따른 물, 에너지, 식량 등 필수 자원의 수요량 증가로 인한 수급 불균형으로 전 지구적 자원안보 위기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 데 녹색경제(green economy)에 대한 하나의 해법으로 물-식량-에너지 넥서스가 2011년 본(Bonn)에 서 개최된 넥서스 회의(Nexus Conference)를 계기로 의제화되었다. 물-식량-에너지 넥서스는 정책, 개발, 연구관련 전 지구적 이슈의 중심에 있으며, 자원 한계에 도달하는 현 상황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자원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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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에서 함께 모니터링하고, 협동 연구와 활동을 하면서 해결 방향을 찾아가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동 대응에 한 나라라도 빠지면 인류 전체의 위험이 될 수가 있 다. 한 예로, 북한이 우리의 노력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는 전체 기후변화 감시 체계에 구멍이 생 기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북한의 참여가 없다면 한반도, 동아시아, 더 나아가 전 지구적인 차원에 서의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위협 요인을 감소하기 위해 한스자이델재단은 환경협력을 통한 한 반도 화해 정착과 평화, 민주주의 그리고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산 림, 습지 생태계 보전과 화해 정착을 위한 활동을 유기적인 관계인 넥서스 접근을 바탕으로 진행하 고 있다. 필자는 산림, 습지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연구와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산림보다도 중요한 탄 소 저장고(블루 카본, blue carbon)로서의 역할을 하는 갯벌과 갯벌을 서식지, 휴식지, 번식지로 이 용하는 이동성 조류 보전 관련 활동과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서·남해안이 포함된 황해보전 관련 협력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때도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이다. 갯벌이라 하면 대부분 우리가 이용하는 장소로서 갯벌체험을 많이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갯벌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다 더 많은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갯벌의 어류 생산성은 소, 돼지와 비교하 면 9배 이상의 가치가 있으며, 이동성 물새와 철새를 포함한 다양한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탄소 저장고로서 역할하고 있으 며, 우리나라 갯벌이 연간 26만 톤(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발표되었다. 그러나 갯벌이 주는 다양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갯벌의 도시화로 인한 압력이 상당하다. 한 예로, 올 여름 많이 회자된 새만금 간척사업을 떠올리면 좋을 듯하다.

관련 전문과들과 함께 한강 하구 조류 조사를 진행하는 모습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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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락꼬리마도요(Far Eastern Curlew) | © Birds Korea

우리의 갯벌이 지속해서 줄어든다면 생물다양성 감소의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 예로, 국제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마도요(Far Eastern Curlew)가 번식을 위해 호주와 러시아까지 이동하는 데, 그때 우리의 서해안 갯벌에서 잠시 쉬어간다. 2020년과 2021년 5월 한스자이델재단에서 진 행한 자체 조사에서 이 멸종위기종이 송도갯벌에서 한 시간 동안 50여 마리 이상 관찰된 바 있다. 이처럼 철새 이동경로 상 우리의 서해안 갯벌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갯벌을 가로질러 도로를 놓는다면 또는 무분별하게 주변을 개발하게 된다면 알락꼬리마도요는 어 디로 가야 할까. 쉼 없이 호주와 러시아까지 이동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갯벌을 보전함과 동시에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넥서스를 통한 협력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특히, 갯벌을 현명하게 이용하지 못한다면 다시 한 번 새만금 갯벌의 복수(revenge)와 유사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음에 우리의 활동과 역할이 중요하다. 갯벌을 포함한 연안습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난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옌청에서 2023 세계연안포럼(World Coastal Forum)이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은 연안습지 보전과 습지를 이 용하는 야생 동·식물 보호를 논의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Harmony between People and Nature)'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사전회의 및 본회의, 동시행사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3일 동안 진 행되었으며, 필자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연안습지 보전을 비롯하여 그곳을 서식지, 휴식지로 이용 하는 조류와 해양 생물 보전을 위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인식 제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였다. 우리의 자연환경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2021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순천만 갯벌을 이용하는 새들은 위로는 고창 습지, 화성 습지, 인천 습지, 한강 하구를 지나, 북한 옹진만, 문덕 습 지, 그리고 옆으로는 옌청 습지 등에서 국경을 넘어 휴식을 취하고 이동한다. 이처럼 갯벌을 보전 하는 데 있어 갯벌을 우리 모두의 공동 자산으로서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지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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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해야 한다. 이해관계를 떠나 생태-평화 넥서 스 접근방식을 도입하여 갯벌의 가치를 서해/황해 보전 협력을 통해 진행한다면 현 세대가 미래 세대 를 위한 자연자산을 남겨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 2019년 개최된 제25차 당사국회의 (COP; Conference of Party)부터 현재까지 참석 하여 기후환경 협력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우 리가 무엇을 더해야 하는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하 는지에 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중 가장 기 억에 남는 것이 2021년 COP 26에서 처음 논의 된 습지의 유형 중 하나인 이탄지 관련 파빌리온 (Peatland Pavilion at COP 26)이다. 그리고 2022 년 COP 27에서는 공정 전환(Just Transition) 파 빌리온이다. 특히, 정상회의에서 공정 전환, 식 량 안보, 기후와 개발을 위한 혁신 금융, 미래 에 너지 투자, 물 안보, 기후변화와 취약 커뮤니티의 지속 가능성, 이 6개 라운드 테이블에서 각 주제 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으며, 합의문 역시 기후 변화 적응에 있어 수자원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 조하는 한편 해양, 산림, 농업을 별도의 장으로 적 시하여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에 해당 이 슈들을 고려하도록 장려하였다. COP 27 총회에 서는 통일부, 산림청, 아시아녹화기구가 남북 그 린 데탕트(Inter-Korean Green D é tente) 관 련 부대행사를 열어 산림전용 및 산림황폐화 방

지를 위한 REDD+(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였다.

(상)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5차 당사국회의에서 | 스페인 (중) 중앙아시아 철새이동경로 국가 회의에서 | 인도 (하) 세계자연보전연맹 기러기류 전문가 그룹 회의에서 | 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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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제적으로 봤을 때, 그동안 기업에서는 자연생태환경 보호와 보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 었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을 추구하고 있지 만, 금융계와 코카콜라를 포함한 청량음료 제조업체의 기후환경, 생물다양성에 관한 관심은 환경 보호에 연간 7,000억 달러(약 911조 원)의 재정적 격차가 벌어지면서 시작됐다. 큰 금액처럼 들리 지만, 이는 GDP의 1% 미만이고 전 세계가 일 년 동안 청량음료에 지출하는 금액보다 적다. 본고 를 읽고 있는 분들은 일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청량음료를 마시는지 궁금하다. 새해로 맞이한 2024 년에는 청량음료를 섭취하는 횟수의 10% 정도 생태환경 보호 또는 기후변화 대응 관련 활동에 관 심을 가지고 활동하면서 생태-평화 넥서스를 직접 이행하고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생태환경, 기후변화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같이 고민하고 논의하면서 네트 워크를 통한 활동을 했으면 한다.

최현아

환경공학자로서,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 박사 학위 취득 후 동대 오정리질리언스 연구원 연구교수를 역임하였다. 2015년부터 생태환경 조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 속가능발전목표와 연계한 국제협력, 산림 및 습지 생태계 보전과 환경협력 관련 연 구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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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이 가진 힘,

'음악으로 전하는 마음’

글 주연경 바이올리니스트

탄탄한 실력과 뛰어난 음악적 재치로 인정받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주연경은 7세 때 한국일보 콩쿠르 입상을 시작으로 음악인으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그녀가 음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어보자.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찍어 바이올리니스트 주연경의 연주를 감상해보세요

주연경의 Pick 01. 헨델-할보르센 파사칼리아 Handel-Halvorsen: Passacaglia

가장 먼저 소개해드릴 곡은 헨델-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Passacaglia)입니다. 저는 세 자매 중 막 내인데요, 저희는 모두 음악을 전공했어요. 흔히 '주 트리오'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피아노를 전공 하신 어머니께서는 저희를 키우시며 음악 학원을 운영하셨는데, 앙상블로 누군가와 함께 연주하 는 연주자들을 늘 부러워하셨대요. 그래서 저희들은 현악기를 전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고, 그래서 저희 셋은 피아노와 더불어 바이올린, 첼로, 플룻을 배웠어요. 그러다 4학년 때 악기를 하 나만 선택해야 했는데 큰 언니와 저는 바이올린, 둘째 언니는 첼로를 선택한거죠. 평생 음악을 공 부하며 수많은 무대에 서 봤는데, 둘째 언니와 단둘이 공연을 한 적은 이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이 무대를 준비하면서 자매가 함께 한 무대에서 연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고 행복한 일인지 느꼈 답니다. 어렸을 때에는 음악을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연스레 따른 길이었지만 누구나 처럼 어려운 순간들은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같이 바이올린을 전공한 첫째 언니에게 모르는 것을 많이 물어보며 배웠고, 유학 생활을 할 때에는 다행히 둘째 언니와 함께였어요. 많이 의지가 되었죠. 그런 시간들이 많기 때문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주제도 많답니다. 언니들과 함께 음악활 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제겐 정말 큰 축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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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경의 Pick 02. 바흐 파르티타 2번 사라방드 Bach: Partita No.2 Sarabande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곡은 바흐의 파르티타 2번 사라방드(Sarabande)입니다. 2년 전, 서울대학 교에서 박사 학위 논문을 작성하고 그 내용을 중심으로 렉쳐 리사이틀(lecture recital)을 열었는데 그 당시 연주한 곡이예요. 처음으로 바로크 바이올린을 시도했던 공연이었고, 모던 바이올린과 바 로크 바이올린을 한 무대에서 다루고자 연습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또, 전체 무대가 무반주 솔로 리사이틀인 데다가 곡 설명을 위한 PPT 슬라이드도 함께 준비했어야 했어요. 다시 떠올려 보 아도 도전적인 시간들이었지만 그만큼 기억에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첫 3년 간은 휴스턴에서, 2년 간은 맨해튼에서 공부를 했어요. 그 당시 스스로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옛말에 딱 맞는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시와 콩쿨, 실기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실력 있는 연주자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공부하던 제 모습 에 비해 그 친구들은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것 같았거든요. 그때 연습량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 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음악 캠프에서 파티를 하던 날,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선율에 이끌려 다가 가니 바이올린 전공생 한 명과 피아노 전공생 한 명이 브람스 소나타를 연주하며 행복해 하고 있더 라고요. 공부가 아닌 즐거움을 위해 연주한다는 게 새로웠어요. 이렇게 우리나라 밖으로 시야를 넓 히니 그동안 겪었던 것과 너무 달라 새로 시작하는 듯한 기분으로 좌절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 시 절 만난 교수님 루카(Sergiu Luca)와 로젠버그(Sylvia Rosenberg) 두 분도 오히려 당근보다는 채 찍을 주시는 엄격한 스타일이셨어요. 그래서 열심히 배웠고 그 덕분에 이토록 성장했죠. 그리고 감 사하게도, 그렇게나 엄하셨던 로젠버그 교수님이 제 연주 후에 칭찬을 해주셔서 그 말씀을 제 프로 필에도 담았답니다.

“음악의 시대별로 그 시대에 맞게 색깔을 바꿀 줄 아는 연주자의 레벨에 이르렀다.”

- Sylvia Rosenberg

“주연경은 협주곡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전문연주자로서의 탁월함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기립박수를 받을 만한 뛰어난 연주를 보여주었다.”

“주연경의 명연주는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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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mes Herald–Record

- Mid Hudson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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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경의 Pick 03. 피아졸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봄 Piazzolla: The Four Seasons of BuenosAires, Spring

세 번째 곡은 제가 소속되어 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퇴근길 토크 콘서트: 시와 음악, 새봄을 만 나다'에서 협연한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봄(Spring)이라는 곡입니다. 서울시립 교향악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관현악단이며 자랑스러운 연주자들이 많은 곳입니다. 많은 훌륭한 연주자들과 공연을 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음악은 언어와 같아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제가 영어가 서툴렀 음에도 미국에서 교수님께 레슨을 받을 때, 또는 외국 친구들과 앙상블을 할 때 전혀 문제가 없었 죠. 그 이유는 음악 자체로 소통이 되고 연결이 되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언어, 국적, 인종, 나이가 다른 연주자들끼리 한 무대에서 협연할 수 있다는 것은 음악으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하 는 게 아닐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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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경의 Pick 04. 폴 쇤필드 네 개의 추억, 탱고 Paul Schoenfield: Four Souveniers, Tango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올해 초 독주회에서 연주한 폴 쇤필드 네 개의 추억 중 탱고(Tango)입 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이때가 출산 2주전이었어요. 만삭인 채로도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 이 감사한 순간이었죠. 이번 독주회의 주제는 <추억(Souvenir)>이었는데요. 모차르트가 어머니 를 여의고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K. 304>에 담긴 어머니와의 추억에 대한 그리움을 시 작으로 드르들라(Drdla)의 <추억>, 라벨(Ravel)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M.77>, 차이코프스키 (Tchaikovsky)의 <소중한 곳에 대한 추억>을 연주하고 마지막으로 쇤필드(Shoenfield)의 <네 개 의 추억>을 연주했습니다. 결국 폭 넓은 드레스를 입고 중간중간 의자에 앉아 연주하게 되는 새로 운 경험도 해보았답니다. 저는 요즘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오케스트라 과정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음악 가를 꿈꾸는 학생들 중에서는 오케스트라에 입단하여 단원으로 활동하는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제가 겪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오디션에 제시된 곡들과 오디션에 필요한 많은 사항 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전 예술의 전당 영재 아카데미에서는 그보다 더 어린 초등학생들을 가 르치고 있습니다. 실력도 있고, 음악을 즐길 줄도 아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꿈나무들이라 우리나 라 음악계가 더욱 기대가 되고, 이 학생들이 끝까지 음악을 사랑하고 공부를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 어요. 어릴 때 악기를 잘 다루다가도 동기가 희미해지는 순간 놓아버리는 경우도 많이 봤고, 두각 을 보이지 않다가 끝까지 노력한 끝에 훌륭하게 성장하여 평생 음악인으로서의 길을 걷는 경우도 있거든요. 궁극적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 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겉으로는 화려하고 즐거워 보이지만, 드러나 지 않는 연습 과정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되기도 합니다. 비유하자면 물 위에 우아하게 떠 있 기 위해 쉴 새 없이 물장구를 치는 백조와 같다고 할 까요. 많은 격려와 동기부여가 필요할 청소년 시절부 터 입시와 콩쿨이라는 경쟁을 거치다 보니 좌절감을 많이 겪기도 하고요. 음악은 듣는 사람의 개인적인 경 험과 살아온 환경, 배경지식에 따라 전해지는 메시지 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이유로 연습량에 성적이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음악을 사랑하 피츠버그 심포니 음악감독이자 지휘자 만프레트 호네크(Manfred Honeck)와 함께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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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마음이 닳지 않도록, 때로는 굳건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스스로를 엄격히 대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열린 시각을 갖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미국에서 음악 공부를 했던 때 느 꼈던 그 충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좋은 의미로요. 일곱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켰는데 대학원생이 되 어서야 그런 환경을 겪어볼 수 있었던 거죠. 국내 에서는 경험하지 못했을 감정인데 그 때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전공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을 너무 작은 '우 물'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렸을 때 '커 서 뭐 될래'라는 질문에 '대통령'이나 '배우'라고 답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많은 매체물 을 접하면서 현실과 너무 빨리 타협하고, 담대함을 잃고 도전을 주저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 역시도 그러한 경험이 있기 에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고요. 막상 부딪혀보면 충 서울시립교향악단 협연 악보 (2023)

주연경

분히 감당해낼 수 있는 일들이 많답니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두각을 나타내며 2012년 예술의 전당 아티스트로 선발되었으며, 솔리스트이자 실내악 연주자로서 국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현재 서울시립 교향악단 제1바이올린 부수석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예원 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등에서 후학 양성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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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for Global Citizens

사회적 책임이 만드는 올바른 경영, 동아쏘시오그룹 인터뷰 정재훈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취재 황지선 학생

안녕하세요,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정재훈입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동아쏘시오그 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이며 산하에 12개의 사업 회사가 있습니다. 동아제약 의 대표 상품인 박카스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동아제약이 친숙하실 겁니다. 동아제약 이 동아쏘시오그룹의 모태이기도 하고요. 동아쏘시오그룹의 '쏘시오(Socio)'는 영어 단어 'Social(사회적인)'을 라틴어로 표기한 것입니다. 지난 1994년, 故 강신호 명예회장께서 기 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회'라는 의미가 담긴 단어를 넣어 동아제약그룹 의 명칭을 동아쏘시오그룹으로 바꾸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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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쏘시오그룹의 사업 영역 중 동아ST와 동아제약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동아ST 는 전문의약품, 동아제약은 일반의약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제약회사는 우수한 효과의 의약품을 개발하여 사람들의 질병을 고쳐야 하는 숙명이자 사명, 모태적 책임을 가지고 있 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경영철학이자 회사 입구 초석에도 '생명존중(生命尊重)'이라 새겨져 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고, 그 생명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신약 개발을 통 해 인류의 건강에 이바지하고 복지를 향상하는 것이 저희의 가장 근본적인 기업적 사명이 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로 통용되는 핵심 가치입니다. 특히, 1975년, 故 강신호 명예회장께서 사 장으로 취임하시던 해에 만드신 '사시(社 是)'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정의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우수한 의약 품을 생산하여 인류의 건강과 복지향상에 이바지한다.'가 그 내용입니다. 당시 정의 된 사회적 책임의 대상은 직원, 사회, 정부, 주주, 소비자였습니다. 제가 동아쏘시오홀 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이 철학을 고스 란히 계승하며 글로벌 기준에 맞춰 현대적 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국제표 준화기구에서 개발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ISO 26000; Guidance on Social Responsibility)에 저희 그룹의 철학을 대입해 보니, ISO 26000에서 제시한 7대 핵심 주제와 저희의 5개의 사회적 책임 대상이 크게 다 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것을 발전시켜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동아쏘 시오그룹의 5가지 사회적 책임 경영 기준을 '인권, 환경, 준법, 소비자중심, CSR'로 정의하 였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전 그룹 대표이사들이 참여하는 '사회적책임협의회'를 구성 하였고, 각 카테고리별로 실행 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이후 저희 그룹은 가장 먼저 '반(反)부패' 정책을 도입하였습니다. 예산 시스템도 전부 신규 로 도입했고, 의약품 처방 및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불공정한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 는 제약업계의 관행인 리베이트를 전면 근절하였습니다. 여파로 매출의 40%가 줄어드는 출혈이 있었음에도 감행하였고, 그 결과 ISO 27001 부패경영시스템에 관하여 국내 인증기 준을 넘어 미국표준협회(ANSI) 및 국가승인위원회(ANAB)의 기준에 부합하다는 인증을 취 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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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for Global Citizens

발췌 I 가마솥 통합보고서

또한, 지난 2022년에는 동아쏘시오그룹 90주년을 맞이하여 세 가지 책임(직원에 대한 책 임, 투자자에 대한 책임,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주축으로 하는 '인권경영'을 선포하였습니 다. 임직원이 만족하는 회사가 근본이 되어야 즐거운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나아가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사회에도 공헌 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10년 후, 우리 그룹이 100주년을 기념하게 될 때에 과연 어떤 아이덴티티를 가지게 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경영 원칙에서 '매출 1조 원 달성'과 같은 정량적인 목표는 제외하고 직원 복지와 인권을 중심으로 한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제1원칙으로 규정하였습니다. 하여, 올해부터 인권 실사를 그룹 차원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동아쏘시오그룹은 기업의 사시(社是)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반드시 지켜나갈 것입니다.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표리부동이지요. 최근 기업의 사회·환경적 성과를 평가하여 가치를 높이는 ESG 경영이 중요시되고 있는데, 저희 는 ESG라는 제도가 국내에 처음 마련된 2016년보다 이전부터 유관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 기 때문에 '사회적책임경영'이라 통칭합니다. 아직까지는 국내 지역사회에 집중하여 공헌활 동을 운영하고 있는데, 서울시 동대문구 장애인 복지회관과 지속적으로 협력하여 장애인을 위한 사회 체험 및 놀이공원 방문 프로젝트가 주요 사업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동대문구 중소상공인과 함께 사회복지협의회를 구성하여 기부활동도 진행하고 있고요. 또한, 창업주 이신 故 강중희 회장과 故 강신호 명예회장의 고향인 상주에서도 취약계층 여학생 생리대 지원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 향교를 통해 유교와 같은 전통 사상을 발전시키 거나, 상주학원을 설립하여 상주고등학교가 명문 사학으로서 명맥을 이어가고 투명하게 운 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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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 프로젝트로, 저희는 미얀마 국립 양곤약학대학에 매년 약학 기구와 실습 도구를 기부 해왔습니다. 단순히 물품 지원으로 그치지 않도록 R&D 직원들의 신약 개발 경험을 바탕으 로 무료 강의를 진행하면 단과대학의 200여 명의 학생들이 강의실을 가득 채우기도 했습 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모든 활동이 중지된 상황입니다. 이처럼 해외에서의 사회공헌사업은 영역이 광범위하기도 하고, 저희가 통제할 수 없는 국가 적 상황으로 예기치 못하게 중단되기도 하니 난감한 적도 있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 지만, 저희가 가진 가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자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저희가 추구해 온 철학이 ESG 평가 체계에 부합하 여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고,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 회원 자격도 매년 갱신되고 있지만, 이러한 국제적 평가와 관계없이 계속 이어나갈 것입니다. 앞으로도 지금 과 같이, 혹은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입니다. 최근 '세계시민'이라는 키워드에 맞추어 기업인의 세계시민 역량 또한 강조되고 있는 것으 로 알고 있습니다. 기업도 시민의 연장선이며, 세계시민의식이 기반이 된 운영을 이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올바른 경영이 청소년들의 인격 형성 시기에 선하게 작용하도록 노력하는 것 또한 미래 세대의 성장을 위한 가치 있는 일이자 기성 세대인 어른들의 의무라고 생각합 니다. 기업인의 역할에 더불어, 성장하는 청소년 여러분들도 좋은 꿈, 좋은 생각, 좋은 행동 으로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긍정적인 노력을 퍼뜨려가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세계시민으로 성장하셔서 또다른 세계시민을 양성하게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정재훈

성균관대학교 임상약학대학원을 졸업한 전문 경영인으로서, 동아제약의 운영기획 팀장을 거쳐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비서실장, 정도경영실장, 부사장을 역임한 후 대표 이사로 선임되었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환경과 가치 를 만들고자 기업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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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for Global Citizens

안양외국어고등학교

SDGs 실현을 향한 글로벌 파이어니어 인재의 도약 글 이상우 안양외국어고등학교 교사

안양외국어고등학교는 1997년 개교하여 "교육입국(Education is the foundation of the nation), 인재대본(The talented lead the world)" 이라는 건학 이념을 바탕으로 전인적 인간을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실시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문 외국어 교육 과정을 바탕으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교-교사-학생의 노력이 결집한 결과물로써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주제로 개최된 학생 주도형 독서 디베이트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래는 독서 디베이트 프로그램 초기 기획 당시 달성코자 목표한 항목입니다.

첫째. 학생들의 사고력과 발표력을 배양하고자 한다. 둘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지식을 습득하도록 한다. 셋째. 중학교와 연계하여 지역 중심 미래교육 생태계 구축에 이바지한다.

안양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유엔이 권고한 지방의제21 추진 정신과 지속가능발전법의 취지에 따라 1998년부터 안양시의 의제를 실천해나가는 기구로서, 안양시의 다음 세대를 위한 쾌적한 자연환경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발전, 나아가 지구환경 보전 및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설립된 민관협력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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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디베이트 프로그램 (1학기) 2023년 1학기에는 안양외국어고등학교 1학년 전 학생을 대상으로 독서 디베이트 교육을 마련하 였습니다. 총 3개 차시로 운영되었는데, 도서를 선정하는 사전 준비 기간을 거쳐 다음과 같은 일정 과 내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차시 - 6월 9일(금) 디베이트 형식 및 진행 방법 결정 2차시 - 7월 14일(금) 독후 논제 발제, 팀 구성, 자료조사 등 반별 실전 토론 준비 3차시 - 7월 18일(화) 반별 실전 토론 연습 및 피드백

영어과 디베이트 필독서

일본어과 디베이트 필독서

중국어과 디베이트 필독서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의 세상에서 평등을 외치는 당신을 위한 안내서

사회 각계 전문가 10인이 이야기하는 기후위기와 사회 변화의 흐름

학교에서도 언론에서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기아의 진실을 알려주는 책

▲ 책을 선정하여 읽고, 그 책에서 토론 주제를 반별로 선정하여 진행함.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경제의 성장, 사회의 안정과 통합, 환경의 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 성을 지향하는 발전을 의미합니다. 이 중 '발전'이란 양질의 교육을 통해 청소년의 교육권을 보장 하는 것을 포함하며,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며 성장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재정립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많은 학생들이 의사 표현 방법으로서의 디베이트의 중요 성을 이해하고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토론을 준비하는 자세,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소통의 기술,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하여 2학기에 진 행될 독서 디베이트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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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for Global Citizens

독서 디베이트 페스티벌 (2학기) 2023년 2학기에 진행된 독서 디베이트 페스티벌은 지역 중학생과 연계한 커리큘럼으로 구성하였 는데, 지역 중학생 중 희망자를 선발하여 고등학생 선배들과 하나의 토론 팀을 꾸려 참석할 수 있 도록 하였습니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중학생이 포함된 3개 팀,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11개 팀, 총 14 개 팀이 참여하여 '탄소배출기준을 초과하는 기업과 가정에 징벌적 탄소세를 부과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3대 3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토론의 공정한 평가를 위한 심사위원으로는 안양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 9명이 참석해 주셨 으며, 중학생 옵저버 및 학부모 20명이 참관 인원으로 자리를 채웠습니다. 또한 대학생 운영위원 7명이 토론 진행에 도움을 주어, 많은 분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독서 디베이트'는 지정 도서를 읽은 후 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취해 주장을 펼치는 형 식으로 진행되었고, 안양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고안한 안양외고식 토론 방식을 채택하였습 니다. 입론 (3분 ) - 교차질의 (1회) - 반박 (3분) - 교차질의 (1회) - 최종발언 (4분)

▶ 토론 태도(객관식) – 상대방에 대한 태도와 매너, 토론 시간 준수 등 ▶ 형식 및 전략(객관식) – 토론 주제의 이해, 적절한 논리와 근거 제시 등 ▶ 스피치 능력(객관식) – 목소리 크기, 정확한 발음, 제스쳐 등 ▶ 종합 평가(서술식) – 잘한 점, 아쉬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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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 평가기준 항목)


안양 미래교육협력지구 성과 나눔회 2023년 11월, 안양외국어고등학교는 '2023 안양 미래교육협력지구 성과 나눔회'에 참석하여 교 육 성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자리에는 안양과천교육지원청 고아영 교육장, 안양시 최대호 시장, 안양과천교육지원청 한혜주 교육국장, 안양시인재육성재단 관계자, 경기도 국회의원, 학교별 대표 교사 및 학부모께서 참석해주셨습니다. 안양외국어고등학교는 이번 성과 나눔회에 참석하여 본교에서 진행했던 독서 디베이트 활동 (1학 년) 및 비판적 사고 프로젝트, 독서 토론, 학생주도포럼 (2학년)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2023 안양 미래교육협력지구 사업의 일환으로 본교는 예산을 지원받아 학생들에게 의미 있고 유 익한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고, 이러한 활동의 결과를 발표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 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 프로그램 적용할 수 있게 도와주신 안양과천교육지원청 과 안양시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마무리하는 말 안양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은 독서 디베이트를 비롯한 다양한 창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하여 다양한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의사소통 실전 연습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토론 및 설득에 임하는 자세 및 준비 과정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 속에서 규율을 지켜 의견을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을 경험하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TV나 인터넷을 보면 의견 차로 인하여 다양한 사회적 문제 및 전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하며 상대방의 의견을 듣지 않는 모습이 큰 원인의 하나라고 보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이번 과정을 통해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도 자유롭고 즐겁게 토론하여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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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움직임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이죠 글 김정민 중앙예닮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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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교육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을 바람직한 관점으로 바라보며 공동체 의식을 동반한 사람이 되도록 돕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세계시민교육은 '나의 작은 움직임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확신을 학생들에게 몸소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세계시민교육은 삶의 반경을 넓혀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공감하는 가운데 자신이 지구촌 공동체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고 방향성을 잡아 이것이 긍정적인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중앙예닮학교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있고 교육 여건상 지역 주민들은 우리 학교에 관한 관심이 높아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분야로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시민교육이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져 나가기 위한 첫걸음은 스스로의 실천 행동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기에 시작은 학생들 각자가 가진 재능을 나누는 재능기부 활동을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영향력 있는 세계시민이 되기 위한 사회적 실천의 시작점을 교실부터 학교, 그리고 지역으로, 결과적으로는 지구촌까지 영역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비전 발견하기 중앙예닮학교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시는 전문가와 강연자를 매주 학교로 직접 초청하여 학생들 에게 영감을 주는 시간을 갖습니다. 학생들은 글로벌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멘토들을 통해 확장된 시각을 기르고 국제 사회의 이슈를 배우고 소통하며 자신의 비전을 찾고 이를 실천하 기 위한 계획을 합니다.

국제 활동 전문가 초청 강연(미얀마 선교사, 주한 이스라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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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활동 실천 부문 학교와 지역이 연계하여 나, 너, 우리 학교, 우리 지역이 함께 성장하고 연계되는 과정 속에서의 배 움으로 세계시민으로서 자신의 역할과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성장하길 기대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시민교육의 일환으로 학생 주도 기획 활동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한 기부 및 후원

미얀마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메시지 전달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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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교류 활동 중앙예닮학교는 미국의 Concordia University Irvine, 중국의 Guanghua Education Group, 케냐 의 AIC Ebenezer Academy, 남수단의 Straight Link School, 인도네시아의 Kalimantan Christian School 등과 연계하여 글로벌 교류 활동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화상 플랫폼을 활용하여 진행하고 있는 학생 간 교류 프로그램은 의사소통 능력을 크 게 향상하고 국제적인 이해력과 공감 능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지구 공동체의 일원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평화 와 조화를 이루는 데 이바지할 것입니다.

세계 곳곳의 교육기관과 업무협약을 통해 교류하는 모습(인도네시아, 미국)

세계시민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교육의 지평을 넓혀 인류 공영의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가는 것이기에 우리 학교에서는 매년 아프리카 케냐에 있는 에벤에셀 학교 학생들 에게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나눔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선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사려 깊고 행동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며 지구촌 변화 에 리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사랑의 필통 만들기' 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케냐에서의 감사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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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GING Global Citizens

세계시민으로 나아가는 길 글 황정호 학생

우리는 어떤 사람을 두고 세계시민이라고 할까요? 누군가는 다른 나라에 살면서 정착했거나, 여 러 나라를 여행하며 새로운 것을 많이 겪어 잘 알게 된 사람을 세계시민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 지만 저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 더 크고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요. 진정한 세계시민이란, 마주하는 새로운 문화들의 다른 점을 인식하고 이를 이해하며 존중하려 는 태도를 갖춘 사람이자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 국제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입 하고자 하는 주체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 것 같아요. 즉, 해외에 살고 있지 않더라도, 세계 여러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다름을 배우며 포용하는 것 또한 세계시민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에서 보냈습니다. 우리가 흔히 '토종 한국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처럼 대한민국의 교육 체제 아래, 대한민국 학생들과, 한국어로 소통하는 생활을 했죠. 당시

하버드 대학교 한인 연합회 학생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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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공부를 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간다는 유학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속한 학교나 동네를 중심으 로 지냈기 때문에 다른 문화나 국제 이슈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중학생 때, 아버지 의 주재원 발령으로 말레이시아에 약 2년 간 살게 되었는데, 그 때 전혀 다른 세상을 보게 되었어 요.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진 곳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유교나 불교는 물론이 고 중동의 이슬람교, 인도의 힌두교, 서양의 기독교까지, 수많은 종교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이 었습니다. 그래서 공휴일이면 각 종교의 기 념일을 함께 축하하며 서로의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특히 제가 다닌 국 제학교에는 서로 다른 국적의 외국인 학생 들이 꽤 있었습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말레 이시아 국적인 친구, 둘 중 한 분만 말레이시 아 국적인 친구, 두 분 다 말레이시아 국적이 아닌 친구 등등 다양했죠. 그런데 '신기하다' 는 감정보다는 '다채롭다'는 표현이 더 잘 어 울리는 곳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각자가 가진 다른 환경을 궁금해했고, 내 것과 같지 않더라도 놀라거나 배척하지 않았어요. 이러 한 시간들을 거쳐 자연스럽게 제가 살아가는 세상의 수많은 다양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 했습니다. 고등학교는 한국에서 다녔지만, 유학을 하 겠다는 결심은 바뀌지 않았고, 지금은 미국 에서 하버드 대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오 래 꿈꿔왔던 드림 스쿨이기에 학업적인 명성 은 물론이고 세계시민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제 개인적인 목표에서도 자랑스러운 점이 많 습니다. 지금까지의 학교 생활 중 어느 누구 도 인종이나 문화에 대해 차별하거나 차별받 는 것을 보지 못했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 는 천재지변이나 전쟁, 테러와 같은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기부 활동을 하곤 합니다. 이러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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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GING Global Citizens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에서 햇살 좋은 날

분에 세계시민으로서의 시야를 넓히고 배우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컴퓨터 공학 분야에도 이러한 세계시민의 가치가 녹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자 인코딩이란, 사용자(사람)가 입력한 문자나 기호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신호로 바꾸 는 과정을 말합니다. 데이터를 변환할 때에는 미리 정해져 있는 코드표를 이용해야 하는데요, 초 기에는 알파벳과 숫자로 구성된 아스키 코드(ASCII; American Standard Code for Information Interchange)가 활용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접하게 되면서, 영어가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지 못한다는 한계를 마주한 거예요. 알파벳의 개수가 26개인데 비해 한자는 1만 개가 넘기도 하고요. 그렇게 개발자들은 아프리카 문자, 중동아시아 문자, 유럽 문자, 오세아니아 문자, 기호 등 보다 많은 언어를 담기 위해 확장 아스키 코드(extended ASCII), 가변 너비 인코딩 (multibyte encoding) 등을 거쳐 현재의 유니코드(Unicode)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지구상 거의 모든 문자를 표현할 수 있고, 심지어는 악보나 이모지도 다룰 수 있게 되었죠. 이처럼 조별 과제나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용자의 접근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장애 를 가진 사용자를 배려하는 것뿐 아니라, 내가 모르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고려하고, 나이로 인해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것 등 모든 사용자가 보다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컴퓨터 공학에서의 세계시민적 가치는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전 세계 사용자 간의 소통과 이 해를 강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기술은 문화와 언어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세계 각지의 사용자들이 기술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이러한 가치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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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전공생으로서, 제가 세계시민으로 나아가는 길은 지속 가 능한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 되고, 다양성을 포용함으로써 인류 공동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에서 출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터 공학이라는 분야가 그렇듯, 다른 수많은 학문 또한 세 계시민으로서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을 지니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사라져가는 곤 충을 보호하고, 또 누군가는 굳어져 가는

와이드너 도서관(Widener Memorial Library) 앞 전교생 학생행사 모습

논밭을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계시민은, 지금 이 순간부터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다른 것이 틀린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나의 가치관과 상반되는 가치일 때도 있겠지만 그러한 경험이 세계 시민을 이루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결국 '내게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 '모두가 살기 좋은 환경'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학생 분들이 매일 조금씩,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하시 면 좋겠습니다. 혼자 해낼 수 없는 목표가 있다면 주변에서 도움을 청하면 되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느껴진다면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내재화하는 시간도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여정 에서 자신의 역할과 의미를 고민하면서, 다양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유지하시기를 바 랍니다. 저도 세계시민으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갈게요!

여러 나라에서의 학창 시절을 바탕으로 하버드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수학과 과학, 디지털 논리가 국제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실마리 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 이슈를 바라보는 학생이다.

황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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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기 글 이창주 학생

'왜?' 라는 질문은 언제나 우리를 따라옵니다. 여러분은 왜 지금, 그 자리에 있나요? 저도 스스로 독 어교육학과 외교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되돌아봅니다. 고등학교에서 독일어를 배우며 그 언어가 가진 체계와 아름다움에 체계성과 아름다움에 빠졌습니다. 모두들 독일어를 딱딱한 언어라고 생 각하실 텐데요, 사실 굉장히 부드럽고 매력적인 언어입니다. 저는 단지 그 매력에 빠졌을 뿐만 아 니라, 언어를 배우며 발견하는 새로운 제 모습이 신기해서, 그 언어를 가르치는 독어교육과에 진학 하게 되었습니다. 고학년이 되었더니 어느덧 친구들은 '문과'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경영학과로 떠나거나 고 시의 길에 뛰어들더군요. 그들과 달리 저는 외교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전 공인 독일어를 살리고, 평소에 관심있었던 국 제 분야를 경험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언어 를 매개로 세계를 더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었습니다. 단지 '멋있어 보여서' 또 는 '취업을 위해서' 외교학과를 선택했다면 그 압박에 좀 더 일찍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 다. 엄청난 과제와 수업은 주전공생도 버티기 힘든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기 때문이죠. 흥미 만으로 뛰어들었던 외교학과 전공은 물론 힘 들었지만, 사회과학이 추구하는 parsimony 속에는 결여된 인문학적 시각을 접목하며 저 만의 시각을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3학년 겨울, 독일어를 향상시킨다는 명분으 대학교 정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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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훌쩍 떠난 교환학기는 사실, 그 어떤 것도 신 경쓰지 않고 나 자신만을 바라보기 위해 도망친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경쟁사회, 피로사회 속에 서 나마저 자신을 옭아매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특히 나의 눈치를 보지 않고 쉬기 위해 떠난 독일입니다. 따라서 교환학기 동안 강의실 안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는, 강의실 밖에서 마음껏 누리고 배우자는 생 각으로 경험을 쌓았습니다. 제가 파견나간 곳은 과거 서독의 수도였기에 유엔 캠퍼스와 한국 대 사관이 있었습니다. 저는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 관에서 열리는 행사들을 주도적으로 찾아 참석 하고, 외교관과의 대화, 유엔 견학 등을 통해, 한 국에서 외교학을 공부하며 생겼던 궁금증을 직 접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 교환학생 시절 본 대학교 잔디에 앉아

그리고 독일의 지리적 장점을 적극 활용해서 6 개월 동안 약 10개 국을 돌아다녔습니다. 화려 한 랜드마크를 구경하고 관광지를 다니기도 했 지만, 유럽의 외국인 거주자로서, 단지 여행자 였다면 몰랐을 어려움과 방황을 경험할 수 있었 습니다. 지난한 행정절차와 인종차별, 거친 날 씨는 저를 우울하게도 만들었습니다. 불법체류 자가 되기 이틀 전이 되어서야 비자 허가가 떨 어졌고, 거주지 등록은 했지만 외국을 나갈 때 매번 더 철저하게 검문받았습니다. 하지만 오히

유럽의 이곳저곳을 정복하며

려 힘든 상황 속의 '나' 자신을 바라보며 내적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소수자로서의 나는 어 떤 모습인지,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의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기록하면서 당시에는 주관적인 감정을 정리하고, 이후에는 객관적인 '나'를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뻔한 말일 수도 있지만 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볍게 옷차림부터, 정치 적, 종교적 사고에 이르기까지요. 처음 독일에 도착한 9월, 사람들의 개방적인 옷차림에 많이 놀랐 었다면 이제는 국적, 종교, 체형, 피부색, 장애는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느껴집니다. 이건 남들 에게도 그렇고, 저 자신을 볼 때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선 고민하던 새로운 스타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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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하고 저 자신에게 훨씬 관대해졌습니다. 나아가 많은 친구들을 만나며 한국에서는 꺼 렸을 주제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 니다. 민트초코, 깻잎논쟁을 꺼내던 예전과는 다르게, 젠더이슈, 종교갈등, 전쟁 등 다양하 고 폭넓은 이야기를 부담없이 하고,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삶의 군상과 그에 따른 생각은 참으로 다채롭다는 것을 깨달았 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부딪혀보아야 인턴십 도중 참여한 유엔 전문가 교육에서

깨닫는 것이 있음을 배웠습니다. 한편 교환학생 말미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 가는 것에 대한 막막함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컸습니다. 특히 외교학과 교육학 사이에서 갈 피를 잡기 어려웠는데 마침 미래희망기구에 서 두 분야 모두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아 인턴 십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시민교육을 하는 국제 NGO, 미래희망기구에서 직접 부딪 혀보면 깨닫고 배우는 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 라는 기대였습니다. 첫 사회생활은 쉽지만은

미래희망기구 인턴십을 수료하며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실수는 나 혼자서 책임질 수 있었지만, 업무 중의 실수는 스스로 에게만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 만 모든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사내 분위기 속 에서 유엔 전문가교육, GLEC 영어경연대회, SDG 북클럽 코리아 등의 행사를 기획하고 실 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보람과 배움이었습 니다.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보며 과거의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자극도 받았습니다. 특히 여러 행사를 다니며 외교부 인사, 전문 가 분들과의 네트워킹을 할 수 있어 유익했습 니다. 여러분이 현재 읽고 있는 <세계시민> 계간지의 인터뷰를 보조하며 전현직자의 조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통일 세미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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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을 듣고 제 고민을 현실화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유엔 전문가 교육을 통해 유엔 본부 및 각국 대 사관에 직접 방문하여 강연을 듣고, 일정을 진행하며 국제기구와 유엔의 실제 모습을 엿볼 수 있 었습니다. 이렇게 학생, 학부모, 미래희망기구 직원, 전문가와의 치열한 소통을 하며 어느덧 6개월 동안의 인턴십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인턴십 기간은 마무리되었지만 그 경험과 기회는 끝나 지 않아, 유엔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 한국청년대표로 활동하고 있고, 국내 소재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독일어에는 'Fremdverstehen' 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직역하자면 '낯선 것을 이해하기'인데, 사 실 속에는 낯선 것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고 반성하며 발전한다는 뜻이 숨어있습니다. 전공을 선 택하고 교환학생을 다녀오며 미래희망기구 인턴십을 수료한 매 과정은 낯선 상황을 통해 저를 발 전시키는 여정이었습니다. 세계시민이라면 낯선 것을 낯설게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 들이고 새로운 나 자신을 찾아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계시민이 꼭 외교부, 국제기구에 서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있는 그 자리에서 어떤 세계시민이 될 것인 지, 낯선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끊임없이 고민하셨으면 좋겠습니 다. 저의 걸음에는 미래희망기구 인턴십이 하나의 디딤돌이 되어주었듯이 직접 경험하는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여러분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지금 무엇을 위해, 왜 그 자리에 있나요?

서울대학교에서 독어교육학과, 외교학과를 전공하고 있다. 언어를 매개로 하는 국제 적인 소통인 외교와 이를 가르치는 교육에 관심이 많아 2023 상반기 미래희망기구 인턴십과 21기 유엔 전문가 교육을 수료 후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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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창설 이듬해부터, WFUNA World Federation of United Nations Associations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은 유엔의 아젠다 달성을 촉진하고자 'Working globally for a more effective United Nations'라는 비전 아래 유엔 창설 이듬해에 설립된 국제비영리기구입니다. 유럽(스위스 제네바), 북미(미국 뉴욕), 그리고 아시아(대한민국 서울)에 사무국을 두고 있으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교육, 캠페인, 그리고 창업-투자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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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1. Educatio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한 기본 교육을 통해 미래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유엔 본부 대학생 대표단 프로그램 (College Leaders at the UN: Korea (CLUN)) 교육기관과 대학생의 유엔 의제 참여를 확대하여 참가국의 국가 경쟁력과 미래인재 양성에 기여합니다. 청년의 유엔 및 SDGs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정책 제안서 작성을 통해 국제기구 진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글로벌 인재양성 프로그램입니다.

유엔 청소년 환경 총회 (UN Youth Environmental Conference) 미래의 글로벌 리더들이 모여 모의유엔총회를 경험하며 환경보전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청소년의 눈으로 글로벌 환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을 도출하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10+ 총 참가 국가 수

2200+ 총 참가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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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2. Impact 시티프레뉴어(Citypreneurs) 도시(City) 문제 해결을 위한 수익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창업가(Entrepreneur)를 지원하는 성장 플랫폼으로서, 공공-민간 협업 및 정책 발전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변화를 추구합니다.

Citypreneurs Kinshasa

Impact Collective

- Citypreneurs Seoul - CES Asia 2019

정책간담회

- Impact Collective - Techstars

임팩트 액설러레이션

피치 클리닉

Citypreneurs Ulsan

데모데이

후속지원 투자연계

북커뮤니티(Book Communi-Tea) 저자 및 명사들을 초청하여 개최하는 문화 체험 커뮤니티 행사로, 청소년 리더부터 정책 결정자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입니다. 계절에 어울리는 차와 함께하여 편안하게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저자 및 명사 초청 임팩트 분야의 저명한 저자와 명사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경험과 통찰을 듣고 나누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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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네트워킹

다양한 주제

토크 콘서트 형식의 대담회를 통해 참여자들은 주요 이슈에 대한 양질의 네트워킹을 경험합니다.

임팩트 & 기업가 정신에 대한 주제를 모든 참여자들이 종합적인 시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가난이 없는 공정한 세상 옥스팜은 가난이 사라지고 삶에 대한 희망이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세상을 위해 꾸준히 변화를 추구해 온 세계 최대의 국제구호개발기구입니다. 실제로 지구 곳곳에서 이러한 정의가 실현된 놀라운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2014년부터 옥스팜은 한국에서 변화의 역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에서 시작 옥스팜은 2차 세계대전 중반 1942년, 영국 옥스퍼드 학술위원회가 기근 구제를 위해 시작한 세계 최대 국제구호개발기구로 2014년 한국사무소를 설립했습니다.

가난을 이겨내는 정의 가난은 타고나는 것도 당연한 것도 아닙니다. 지금 가난을 겪고 있는 모두에게 희망이 공평하게 적용될 때 마침내 정의가 시작될 것입니 다. 옥스팜은 계속해서 가난과 싸워왔으며 세계 많은 곳에서 정의를 실현해 왔습니다.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전략 옥스팜은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식수문제해결, 식량 원조와 같은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에 있어 가장 실용적이고 효과적이며 혁신적 인 방법을 사용해왔습니다. 특히 가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 해 지역사회 개발과 교육은 물론, 현지 정부와 영향력 있는 다양한 국제기구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정책 입안 등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위한 사람의 힘 옥스팜이 가난에 맞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수백만 옥스팜 후 원자님과 이를 통해 일어선 사람들의 삶의 변화로 부터 나옵니다. 옥스팜은 도움을 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반 영하고 그들이 자산의 권리를 깨달아 스스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 어 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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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

Our vision is a just and equitable world, free from inequality, poverty and patriarchy, where people fully realise their rights on a healthy planet. 옥스팜의 비전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완전히 실현하고, 불평등, 빈곤, 차별 이 없는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가난이 없는 공정한 세상', 옥스팜이 꿈꾸는 세상입니다.

MISSION

We connect, mobilise and stand with others as part of a global social justice movement to end the injustice of poverty. 옥스팜은 불평등하며 불공정한 가난을 끝내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국제적, 사회적인 무브먼트(변화를 위한 움직임 및 활동)에 전 세계 모든 사람들과 교류하고, 변화시키며, 함께 협력합니다.

GOAL

옥스팜은 가장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재난, 재해 현장에서 '인도주의적 긴급구호' 로부터, 생계유지 프로그램 및 지역 개발 등의 '국제 개발 프로그램'을 통한 지속적이 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난을 심화시키는 구조적인 불평 등을 개선하고자 '캠페인 및 옹호활동'을 함께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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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삶의 영위를 위한 재정지원

공정한 자원분배

Money for basic service

Fairer share of natural resources

적극적인 시민

생명살리기

식량 공급

여성 인권 옹호

Active Citizen

Save Lives

Global food supplies

Equal rights for women


예멘 타이즈 지역의 실향민 캠프에서 위생키트를 보급하는 옥스팜 | © Hitham Ahmed/Oxfam

공정 무역 상품을 판매하는 옥스팜 채리티숍 | © Glen Arkadieff/Oxfam

LIFE AND SECURITY I 안전한 삶 옥스팜은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과 위험이 없는, 안전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자연재해 및 분쟁과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합니다.

BASIS SERVICES I 기본적인 서비스 옥스팜은 의료, 교육,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 등의 서비스를 모든 사람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로 여기며 이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A SUSTAINABLE LIVELIHOOD I 지속적인 생계유지 옥스팜은 모든 사람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BE HEARD I 소수의 목소리 옥스팜은 가난한 사람들의 의견이 소외되지 않고, 사회의 의사결정에 함께 반영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들이 스스로의 권리에 대해 인식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일어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LIVE EQUALLY I 동등한 삶 옥스팜은 차별과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 사회 모든 분야에 여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그 외의 빈곤의 주요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라가사 연결 도로 재건 사업에 함께하는 지역민들

글로벌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옥스팜x샘킴 셰프의 푸드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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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만화의 저작권은 (사)미래희망기구에 있으나 개인, 가정, 기관 등 상업적 활용을 제외한 모든 비영리적 목적으로 별도의 이용허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황수아

디자인 역량과 디지털 활용기술을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를 목표하는 디 자인 전공생이다. 한세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이며, 캐릭터, 웹툰, 배 너, 일러스트 등 다양한 연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일러스트협회에서 주관 한 대회에서 김교만 특별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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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 나와 우리의 이야기 9 77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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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951-4916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움을 실감하는 오늘, 우리의 사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도전의 시대를 헤쳐나가며, 세계시민으로서의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공유합니다. ㅡ 발행인 인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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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02-6952-1616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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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빌딩 4층 (사)미래희망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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