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 합시다












두 번째
책을 팔 때 벌어지는 가장 작은 일부터
가장 커다란 일까지
박태근 알라딘(온라인 서점) MD의 강연이 4월 16일 진행됐다. 편집자로
출판 경력을 시작해 온라인 서점 MD가 된 그는 담당 분야인 인문 서적이
독자와 다양한 접점에서 만날 수 있도록 대외적인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온라인 MD의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출판 노동과의 협업은 어떤 모습인지 들어봤다.
편집자에서
온라인 서점 MD로
편집자와 MD 업무의 가장 큰 차이는 일의 호흡. 매일 수십 종의 책이 나오 고 판매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펴야 하며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다 른 업체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 길게 고민하기보다 직관을 믿고 빠르게
실행해야 하는 상황이 대다수.
온라인 서점 MD의 일과
1 출근하자마자 웹브라우저를 열어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피며 판매 변 화를 확인하고 이를 타사와 비교 점검(주간 베스트셀러보다 일간 베스트
셀러에 주목하며 단기 변화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책 마련)
2 주문 파악 및 조정. 시스템이 자동으로 발주한 주문 내역을 확인하여 필요 혹은 예상 수량에 맞춰 개별 점검(통상의 판매 추이와 다른 예외 상황 등은 시스템이 아닌 사람의 손길이 필요.)
3 프로모션 기획 및 실행. 최근에는 굿즈 기획과 제작이 이 업무의 상당 부분 차지(같은 도서의 사은품을 서점마다 만드는 경우에는 무엇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담당자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함.)
4 웰컴/메인 페이지 노출 도서 선정 회의(출판사가 같은 시기 다른 책과 경 쟁하듯 MD 역시 다른 분야 MD와 늘 모자란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
5 오후 신간 미팅(하루 평균 15~20명 만남. 주로 마케터와 소통하는 자리이지
만 편집자도 한두 번 와보면 치열한 시장의 풍경을 맛볼 수 있으나 늘 함께하는
건 무리. 기본적으로는 마케터의 영역이니 존중 필요)
6 메일 및 전화 소통(하루에 메일은 백여 통, 전화는 수십 통. 분 단위로 확인하
고 처리 결과 회신. 다수의 MD는 불필요한 소통을 줄이고 기록도 남는 메일을 선호함)
온라인 서점 업무의 특성
1 함께하는 일은 거의 없고 MD 각자가 하나의 단위로 활동. 수시로 판단
하고 실행하는 일이 생겨 사전 승인보다는 사후 보고가 많음.(담당 MD
가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그 일에 대한 책임자이기도 하기에.)
2 내가 하는 일을 세상 모두가 알 수 있다.(MD가 하는 일은 모두 어딘가에
올려 알리기 위한 것이니 숨길 이유도 필요도 가능성도 없다. 그렇게 드러나는 것 자체가 내 일이라고 전제해야 한다. 그래서 부끄럽고 창피할 때도 있으나 많 은 일이 금방 지나가는 터라 나만 잊고 모른 척하며 견딘다.)
3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이 팔아야 한다.(특정 도서를 아무리 많이 판 매한다 해도 경쟁사가 더 많이 팔았다면 성공보다 실패에 가깝다. 물론 판매의
출발점이 되어 전체 규모를 키웠다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삼을 수는 있겠다.)
4 실패를 돌아볼 시간에 다음 일을 한다.(워낙 많은 시도를 끊임없이 하는 터 라 개별 시도의 성과를 따지기보다는 다음 시도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쉴 틈이 없고, 반성하지 않으니 나아지기도 쉽지가 않다.)
첫 번째
생각하는 편집자를 위한,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는 기술
정은경 프리랜서 북디자이너의 강연이 4월 9일 진행됐다. 편집자와 디 자이너는 같은 책을 만들기 위해 늘 협업해야 하는 밀접한 관계지만 소 통은 늘 어렵다. 우리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좀 더 명확히 안다면 더 즐겁게 좋은 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의 눈으로 본 프로 편집자 프로 편집자는 책의 가르마를 제대로 타주는 사람이다. 가르마를 잘 타지 않으면 제대로 된 머리 모양이 나오기 어렵다. 책도 마찬가지다. 어떤 책 을 만들어 누구에게 어떻게 팔지 전략을 수립한 후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디자인을 발주해야 성공적인 북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
몇 가지 기술
1 권당 제작비 산출 후 발주하기: 북디자인의 처음과 끝이라 할 수 있는 판형, 제본 방식의 결정은 제작비와 불가분의 관계다. 어디까지 가능 하고 어떤 것이 불가능한지 디자이너가 미리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 다. 따라서 편집자는 어느 매대에서, 누구에게, 얼마에 팔지, 미리 시뮬 레이션해서 구체적인 수치(손익분기, 제작비)를 갖고 디자이너를 만나 야 원하는 책꼴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2 부제목까지 확정 후 발주하기: 제목은 주위 환기의 역할만 하고 책의
콘셉트와 특장점이 부제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제목이 표지 톤을 결정하곤 한다. 부제목에 따라 삽입될 오브제가 달라지기도 한다. 급하다고 가제목으로 일단 발주부터 하면 시간에서나 결과물에 서나 낭패 보기 쉽다.
3 우선 순위 정하기 / 상충되는 것 걸러내기: 긴 제목으로 단순하고 강렬 하며 썸네일에서도 제목이 잘 읽히는 표지가 나오기란 어렵다. 제목이 덜 읽혀도 색이나 오브제로 사로잡든가, 제목을 크게 가고 다른 걸 포 기하든가 해야 한다. 아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다른 시안이 필 요한 게 아니라 제목을 바꿔야 한다. 타깃독자와 확산독자 둘 다 잡겠 다며 어중간한 표지를 만들었다 낭패 본 경험들 있지 않은가. 사장님 을 설득하자.
4 약은 약사에게, Solution은 디자이너에게: ‘노란 바탕에 홀씨가 날아 다니게 해주세요’는 ‘화사한 봄 느낌이 났으면 좋겠어요’라는 Problem(문제)에 대한 한 가지 Solution(해답)일 뿐이다. 봄 느낌이 나게 하 는 방법은 다양하고 디자이너는 몇몇 Solution을 편집자에게 제시하
는 약사(해결사)다. 창의성을 원하다면, 디자이너에게 Problem 의 언 어로 말하자. 물론 ‘저자가 빨간색은 싫대요’와 같이 피해야 할 것이나
‘사장님이 타이포 중심의 표지를 원하시는 거 같아요’라는 힌트는 구체 적으로 미리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5 표지 컨폄은 디자이너와 함께: 결정권자와 디자이너의 거리는 가까울 수록 좋다. 디자인 설명, 질문에 대한 대답과 수정 방향의 구체적 논의 가 디자이너 없이 이뤄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넌센스다.
6 조판 원고는 편집자의 손길을 싣고: 역자나 저자에게 받은 원고는 PC 에서 편집자의
누가 몰라 싶지만 모르기도 하고
알아도 안 지키는 서로를 위한 행동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할 때, 혹은 ‘안’의 일을 ‘밖’에 내보낼 때,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할 때, 서로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적어봤다. 당연한 소
리 아니냐고? 그 당연함이 당연하게 무시되는 현실을 잊지 않기 위해.
계약
계약서를 쓰자. 쫌쫌쫌!!
▶ 뭐 그런 일에까지 계약서를 써? 같은 말은 이제 그만하자. 교정교열, 디자인, 기획, 일러스트 등. 조금 번거로워도 일을 하기 위한 서로의
약속이 중요하다면 계약서는 필요하다. 저자와 쓰는 계약서만 그렇게 중요한가? 우리 이제 서로에게 중요한 관계가 되자.
구인
서류 면접을 보고 난 후 지원자에게 문자나 메일로라도 결과를 알려주자. ▶ 우리는 지원자가 그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빠르게 파악
하고 그다음 단계를 위한 선택을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언제까지 연 락이 없다면 서류 면접에서 탈락한 것인지는 알 수 있어야 하지 않을
외주 청탁
책은 아무리 일정을 짜도 좀처럼 일정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외주자에게 바뀐 상황과 일정을 공유하자.
▶ 외주자는 당신이 맡기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 여러 일정을 파악하
고 업무의 우선 순위를 파악하는 것이 맡기는 당신에게도, 그에게도 좋다.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외주 작업비를 언제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싶다면
솔직하게 상황을 공유하자.
▶ 책이 나와야 돈을 줄 수 있다는 논리에 익숙해지지 말자. 그게 일을 마
쳤으면 돈을 줘야 한다는 논리보다 앞설 수는 없다. 책을 깔아야 회사
가 돌아간다면 작업비를 받아야 외주자가 생존할 수 있다.
존중
우리는 분명히 지금보다 상대를 더 존중할 수 있다.
▶ 당신이 당신 분야의 전문가라면 상대도 상대 분야의 전문가다. 상대
가 너무 허술하고 믿을 수 없다고? 그렇다면 상대는 당신을 어떻게 생
각할까? 어찌 보면 우리의 일은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끼리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다.
내가 보기에 완벽한 무엇이 아닌, 같이 보기에
책이 당신의 손에 닿기까지
경영지원/제작관리 주문관리, 인사지원, 총무
출판 협업 인포그래픽
디자인
조판 오퍼레이터
디자이너(내/외부)
홍보/광고 담당
원고 콘셉트 논의 표지/본문 디자인 의뢰
교정원고 수정 의뢰
도서 상세페이지/배너 각종 홍보물 의뢰
마케팅
서점 담당
온라인/SNS 홍보 담당
언론 담당 (홍보대행)
도서출고 담당(창고임대)
도서 마케팅 회의
이벤트/사은품 논의
도서 제작부수 논의
도서 이벤트 협의 신간 소개/배본 부수 협의
매대 진열/메인페이지 노출 광고 협의
월말 수금액 확정
온·오프 대형서점 매장MD, 분야MD
도매서점(총판) /소매서점
출판마케터의 생존법
최소비용 최대효과. 마케팅의 절대조건이자, 마케터의 사고방식을 구 성하는 지배논리다. 불행히도 예산을 제법 책정할 수 있는 출판사는 많 지 않다. 최소비용으로 마케팅해야 할 때, 마케터의 비극이 시작된다.
경영자들은 늘 그렇게 요구한다. 자기계발식 문법으로 풀어보면, 일부 러 10을 얘기해야(목표를 높게 잡아야) 7이나 6이라도 채울 수 있다고(노 력하면서 발전함) 생각한다. 가용예산이 최소라면 마케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맞닥뜨리면, 마케터는 존재론적 회의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출판사에서는 핵심도서, 전략도서 등의 현란한 이름으로 마케팅에 힘 줄 책과 그냥 내는 데 의의를 두는 책을 구분한다. 소수의 베스트셀러로 나머지 책을 먹여 살리는 전략이다. 책의 질이나 가치와 상관없이 마케 터에게는 팔리는 책이 중요하다. 꽤 불쾌한 방식이지만 어쩔 수 없다. 마케팅해서 팔리면 다행인데, 문제는 뭘 해도 별로일 때다. “당신 급여
도 마케팅 비용에 포함돼요.” 많은 경영자가 마케터에게 말한다. 매출 에 관한 워딩은 마케터에게 더 노골적이다. 마케터가 출근해서 키보드 를 두드리는 행위, 화장실에 가거나 커피 마시는 시간, 어쩌면 퇴근 이 후도 회사는 마케팅의 일부로 여긴다. 저 숫자 논리에 사로잡히면 한정 없이 초조해진다. 이때 마케터에겐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① 새로운 마케팅 툴(수익모델) 을 개발해서 매출에 이바지하기. 역대급 마케터만이 가능한 방법이다. ② 관성적으로 일하기. 나처럼 평범한 마케터가 고르는 방법이다. ③ 경 영자(결정권자)와 자신을 일치시키기. ‘사장이 곧 나’인 물아일체의 경지 다. 관리자급 마케터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결정권자의 입과 손발이 되 어 회사의 경영논리를 부하 직원에게 주입한다. 다른 말로 ‘사내정치’라 고도 한다. 이들은 대체로 경영논리에 따르며 일한다. 매출이 별로면 마 케터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니까. 마케터의 역할도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납품 비중이 높은 곳은 ‘인맥관 리’나 ‘접대’ 영업이 주 업무다. 어떤 곳은 마케터에게 교정교열이나 본 문 디자인을 맡기는 사례도 있단다. 대개 저비용 고효율에 목매는 중소 규모 출판사다. 책 좀 읽었다니까, 인디자인 다룰 줄 안다니까, 대충 이 것저것 시키는 거다. 그래놓고 업무 영역이 넓으면 다 도움된다고 다독 인다. 이럴 때 그는 마케터인가, 편집자인가, 디자이너인가, 아니면 인 맥관리자인가. 또다시 존재론적 회의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 내적 분 열을 어떻게 감당하며 책을 팔 수 있는가. 출판마케터의 생명력은 거기 에 달렸다.
조합원 오창록
함께 만든 사람들
편집

강준선 양선화 윤정기 이지은
디자인
강준선 나영선


표지 일러스트

엠버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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