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칼럼에 대한 여러 노동자들의 의견을 편집해서 공동 작성했습니다.
다섯 해 전 일이다. 책다운 책, 편집다운 편집으로 유명했던 한 출판
사에서 노동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집 프로세스를 요구했다. ‘초교
하루 50쪽, 재교 하루 100쪽, 최종 OK교 없음’. 이렇게 하면 ‘350쪽
짜리 책을 3주에’ 만들 수 있다. 노조는 저항했다. 이들은 좋은 책을
만들고 싶은,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무엇이 출판을 죽이는가’ 묻는 칼럼의 그 ‘출판’에 노동자들은 빠져 있다. 마찬가지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가?’도 빠져 있다. 출판노
동조건과 실태에 대한 진단 없이 산업과 유통의 문제를 말할 수는 없 다. ‘출판물의 질적 저하’ 문제는 더더욱 우리 노동의 질과 직결된다.
우리 중 많은 수가 ‘대형출판사’에 다닌 적이 있다. 한 달에 두 권씩 책
을 낸 경험도 드물지 않다. 진짜 생산 과점을 하고 있는 건 어느 쪽인
가? 그리고 “영세”하지 않은 회사들은 과연 그 자본에 힘입어 “기획 력 있는 편집자”를 길러 “차별성” 있는 “볼만한” 책들을 펴내왔는가?
규모와 역사와 체계를 갖춘 회사들에서조차 바로 그 ‘기획력’을 펼칠
수 없음에 절망하고 많은 노동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지 않은가?
출판사 수가 늘고, 이렇게 늘어난 출판사의 규모가 작으며 영세한 것 이 왜인지는 우리 모두가 안다. 연차가 쌓이고 연봉이 부담된다 싶으 면 사람을 내치는 출판계의 전반적인 고용 문화 때문이다. 대부분 회 사가 10년 차는 부담스러워하는 반면 2~5년 일한, 높지 않은 연봉에 열심히 일하고 또 젊은 시각을 지닌 사람을 찾는다. 부서장 급이 아 닌 노동자들끼리는 마흔 넘어가면 더는 출판사에서 버틸 수 없을 거 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하곤 한다. 그러니 먹고살려고 출판사를 차리 는 경우도 많다. 다행스럽게도 다른 분야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은 적 다. 하지만 책은 점점 안 팔리고 말마따나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데 에 들일 시간은 부족하다. 악순환이다.
전체 출판 시장의 수익 구조를 쳐다봐야 하지 않을까? 책의 평균 판 매량 감소에 따라 책 가격이 책정되기보다는 주로 제작비와 물가상 승 대비일 때가 많지 않은가. (인건비가 늘 제자리라는 문제는 일단 제외해
보기로 하자) 또한 현재 책 가격도 ‘비싸다’라고 하기엔 실질적으로 출
판사의 이익률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지 않은가.
출판계에서 힘의 불균형 문제는 자율적 생산 판매자를 절멸시키고, 그로 인해 책 다양성은 실종될 것이며, 책방 혹은 책모임을 매개로
한 독자 커뮤니티가 무너질 것이다. ‘규모의 출판’과 ‘독자의 진흥’은
함께 갈 수 없다.
우리는 이렇게 또 한 번 더 집약적이고 규모화된 출판을 요구받는다.
이는 실상 더욱 자본화된 출판의 요구이다. 이런 흐름은 결국 출판노 동자들과 다양한 중소 출판인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생계 불안, 자기 착취 노동, 불완전 고용 문제...
제대로 묻자. 무엇이 출판을 죽이는가?
우리도 묻는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무엇이 출판을 죽이는가”, <서울신문>, 2018.10.11.
스무 해 전 일이다. 6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는데도 일
본의 1년 신간 도서 종수가 7만종을 넘어섰다. ‘누가 책을 죽이
는가’에서 일본의 출판평론가 사노 신이치는 이 사태를 한마디
로 정리했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생산이 꾸준히 증가하면 언젠
가는 ‘공황’이 오고 ‘파멸’을 대가로 치른다. ‘출판 대붕괴!’
그런데 현재 한국 출판 역시 ‘다산다사’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7년도 출판산업동향’을 보면 한국의
서적출판업 규모는 2013년 1조 2490억원, 2014년 1조 2238억
원, 2015년 1조 840억원, 2016년 1조 1732억원으로 해마다 줄
어들었다.
(…) 그러나 신간 도서의 발행 종수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2013년 6만 1548종이었던 발행 종수는 2015년 7만 91종으로
7만종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다시 8만 130종으로 사상
처음 8만종을 돌파했다. 시장 전체 규모는 줄어드는데, 신간 발
행 종수는 2년마다 1만종씩 증가하는 기현상이다.
(…) 출판사의 세포분열도 가속화한다. 매년 1종 이상 도서를 발 행한 실적이 있는 출판사 숫자는 2013년 5740곳에서 2014년 6414곳으로, 2017년에는 7775곳으로 증가했다.
특히 1년에 5종 이내 발행하는 소출판사가 69.4%나 되는 게 문 제다. 영세해서 기획력 있는 편집자를 확보하기 힘든 탓인지 종 수는 많아도 차별성 없는 유사한 책이 흔하고, 볼만한 책은 번역 서 비중이 아주 높다.
정체된 시장에서 비슷한 책을 많이 출판하면 당연히 팔리지 않 는 책도 많아진다. 치열한 경쟁 탓에 책의 평균 판매량이 떨어지
고, 그에 따른 생산비를 보전하려 책 가격이 높아진다. 책 가격
상승은 다시 독자 감소로 이어진다. (…)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선 출판산업 진흥 전략을 다시 짜고, ‘비
전’을 마련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과잉생산 탓에 출판계 전체가
몸살을 앓는데, ‘생산의 진흥’에 예산을 집중하고 이를 놓고 출
판계 전체가 분쟁하는 것은 어리석지 않은가.
도서관 자료구입비를 파격적으로
확충해 좋은 콘텐츠에 대한 국
민의 독서권을 보장하고, 독서공동체 활성화 등 독자개발사업을
통해 비독자를 독자로 만드는 공적 기반을 확충하는 등 ‘독자의
진흥’에 진력하는 한편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혁신적 출판 모
델을 실험하고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을 도울 수
있는 비전이 마련됐으면 한다.
집행부 당신은 대체
안 죽고, 노조
지부장 성현
총회가 끝난 밤, 심장이 두근거려 잠을 잘 수 없었다. 밤새도록 내가 지부장 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곱씹었다. 회사 업무가 폭발하는 총체적 난국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루푸스라는 면역 체계 질환을 앓고 있는 내 몸은 조금만 피곤해도 마비 증세가 오며, 몇 년 동안 출판 노동자가 아닌 다 른 일에 도전하고 싶어 마음이 들끓는 상태였다.
날이 밝고 거실에 앉아 사랑하는 고양이 두 마리의 등을 한참 쓰다듬은 뒤 생
각은 이렇게 바뀌었다. 그렇다면 지부장을 해 마땅한 사람은 누구인가? 회
사 업무, 체력, 개인의 소망 등을 모두 유예해도 마땅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
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며 설사 누가 그렇게 하겠다고 나서도 뜯어말려야 하는 게 아닐까?
‘지독한 마감러’의 굴레를 진 우리는 모두 어렵게 시간과 관심을 내어 우리 지부를 받치고 있다. 그런 ‘우리’를 믿고 너무 마음 졸이지 않고 발을 편하게
뻗기로 했다. 앞으로 1년 동안 지부장으로서 어떻게든 행복하고 즐겁게 지 내겠다. 내년 총회 때는 임원 선거에서 사퇴의 변보다 출마의 변을 더 많이 듣길 기대하며!
부지부장 원중
2007년 여름, 전주시청 앞. 날씨만큼 데워진 농민들의 분노가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노무현 정권 퇴진’ 현수막 앞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태 어나 첫 집회. 대오가 걸어서 도착한 곳은 한나라당 전북도당 앞이었다. 방 패를 든 전경들이 줄 서 있고, 여전히 내 몸만 거기 있을 뿐이었다.
1년 뒤 청운동사무소 앞 기자회견. 나와 비슷한 또래의 총학생회장들이 나 란히 앉아 머리를 밀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더 당연한 세상에 화가 났 고, 날씨는 좋았다. 손에 꼽을 만큼 많은 눈물을 흘렸다. 억울해서.
이듬해에는 내 친구가 머리를 밀었고, 나는 경찰서에 붙잡혀 갔다.
나는 흔히 말하는 ‘꿘’ 출신이다. 10년 전 민주노총에서 일하다 세상을 떠난, 일면식도 없던 박윤정 열사. 그의 추모사업을 준비하던 캠프에서 했던 결심 은 딱 한 가지였다. 운동가가 될 것이 아니라면 건강한 노동자가 되자.
그래서 여기까지 와 버렸다. 남은 임기가 걱정이지만, 도와주세요 여러분.
부지부장 선화
2008년, 스물넷에 입사한 첫 출판사. 소처럼 일하고, 해고당했다. 내 앞에 열
명 가까이 쫓겨나갔지만 내 차례는 안 올 줄 알았다. 나는 주말마다 광장이 사람들로 터져나가든 말든 시위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그냥 회사원’이었는 데. 내가 왜?
2013년,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하는 출판사에서 꼬박 4년을 일했는데, 결 국 ‘살려고’ 기어 나왔다. 또 열 명 가까이, 좋아하는 동료들이 이미 회사를 떠난 뒤였다. 당시 노조 분회장이었던 나에 대해 사장이 말했다. 걔가 직원 들을 다 망쳐놓고 그만두게 만들었어. 내가 뭘?
이 밖에도 여러 번, 매번 울면서 회사들을 떠났다. 오늘도
어떤 회사에서 책 을 만든다. 나는 어디서 책을 만들든 출판노동자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회 사에 다니지 않아도 서로 이어져 있다. 연결될수록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연 결되어야만 나는 노동자로서 존재한다.
출판계에서 일하면서 죽을 것
같았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 오늘. 출간 동시에 진행하라는데. (그 외에도 진행 중인 게 몇 건이냐...)
숨도 못 쉬고 이렇게 꾸역꾸역하다 숨막혀 죽거나 터져 죽겠지 싶다.
… 사장이 고의 부도 내고 월급 안 줬을 때, 작가가 원고 안 주는데 사장은 왜 책이 안 나오냐며, 일을 왜 안 하냐며 닦달할 때, 남자 상사가 친목 을 핑계로 성적 농담할 때.
… 편집장에게 폭언을 들으며 책을 편집할 때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습 니다. ‘눈알이 있으면 이 하시라 디자인이 예쁜 것 같냐’, ‘요즘 책 안 읽 죠? 티 나요’, ‘편집자 하기 싫으면 때려쳐요. 나도 키울 생각 없으니
까’ 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의미 없는 행사와 내 업무가 아닌 업무에 매달리고 있을 때, 저작권법
위반 업무를 상사가 지시했을 때, 매일매일 주말까지 근무하고 수당도
전혀 받지 못했을 때, 월급 밀릴 때
… 수금을 받아야만 돌아가는 회사, 그러려면 기획과 편집을 쉴 새 없이
해야 한다. 경력이 있어도 월급은 제자리. 물가 반영 안 된다.
… 사장이 혼자 모든 걸 결정하면서도 끝까지 다수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말하는 위선. 50대가 넘은 남자 사장이 20~30대 여성 취향의 책을 만 들 때도 제목과 표지까지 모두 본인 마음에 들어야 하는 아이러니. 내
년 트렌드를 말하면서도 여전히 80년대, 90년대 사고방식으로 책을 만들고 있는 고루함 때문에 독자들이 책을 외면하고 결국 시장이 죽고 있다.
… ‘책임’편집자라는 말들을 즐겨 쓴다. 에디터십이라는 말도 많이 들어 봤다. 물론 나도 그런 주체적인 편집자가 되고 싶다. 그런데 정작 현실
에서는 사장과 저자와 디자이너와 삽화가 등 사이에서 ‘말을 옮기는’
사람처럼 느낄 때가 많다. 연결고리가 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
작업이 반복되는 가운데 내가 사라진다(죽는다)고 느낀다. 내 의견이
수용되지 않는 것은 괜찮은데, 내 의견 자체가 뭔지 스스로 알 수 없어
지는 게 문제다.
… “다 마음에 안 들어.” “그럼 다시 뽑아볼게요. 어떤 방향이 좋을까 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냥 다 별로라고.” (그렇게 3차 제목회의를 거친 후 처음의 제목으로 결정했다.)
… 매출과 실적에 등 떠밀려 무리하게 마감하고 있을 때, 도서 매출에 따
라 내가 한 일이 평가될 때, 좋은 책을 만들고 싶어 이 직업을 택했는데
어느새 기계의 부속품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열심히 기계
를 작동시켰고 고장 나지도 않았는데, 다른 공장의 기계에서 만든 제
품이 더 잘 팔린다고 나를 갖다버릴 것 같은 기분. 노동자로서 이게 죽
을 것 같은 기분이 아니면 뭘까.
누가, 무엇이 출판을 죽이고 있나요?
… 누군지 모르겠지만 범인 꼭 잡고 싶다.
… 수금을 받아야만 돌아가는 회사, 그러려면 기획과 편집을 쉴 새 없이
해야 한다. 경력이 있어도 월급은 제자리. 물가 반영 안 된다.
… 후배들의 미래를 짓밟는 꼰대적 마인드입니다. 출판계 선배라는 이유
로 능력을 평가절하하고, 실수를 트집 삼아 인격적으로 내리깎는 언행
과 뒷담화들이 많은 젊은 편집자를 업계 밖으로 내몬다고 생각합니다.
… 노동권에 전혀 관심이 없고 개선할 의지조차 없는 출판사 대표와 시스템
… 우리 모두. 정확히 지칭하지 않고 우리라고 말하는 일이 다소 비겁하
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우리 모두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더욱 비겁해 질 것만 같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다. 함께 일하지만 내가 너
무 옳아 다른 사람의 ‘틀린’ 의견을 수용해 그것을 검증해볼 기회를 갖
지 않는다. 설사 조금 틀리면 어떤가. 틀리면 그렇게 큰일이 나나? 우 리의 일은 다른 일에 비해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 튀는 책을 만들어야 하지만 튀는 직원이 되면 여러 회사를 튀어 다니 게 되는 노동문화의 기형성, 책의 물성에 대해서는 숭고하게 얘기하면 서도 노동자의 개별적 특성은 무시하는 이중성, 연봉 협상은 1년에 한 번 할까 말까지만 매출 실적 분석표는 매달 작성해야 하는 불평등함, 능력과 실력을 기르라고 말하지만 그럴 시간은 18시 이후밖엔 없다는 난감함, 경영자 마인드를 가지라고 하지만 정작 권한은 하나도 없는 자괴감.
…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 출판사 어르신들
… 출판은 모르겠고, 무엇이 출판사 직원을 죽이는지는 압니다.
… 장시간노동-대량생산-품질저하-독자외면의 악순환
… 내 책이다!라는 착각
… ‘출판인=사용자’인 상황
… 너무 적은 월급과 너무 과한 허세 … 포괄임금제!!!!!!!
… 저는 출판이 죽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패스합니다ㅎㅎ
… 사장의 독단적 경영방식과 사고, 출판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적은 임 금, 국가 차원의 장시간 근로로 인한 여유 시간 부재와 전반적으로 낮 은 임금체계,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과 장시간 학습시간, 소수 유통사 의 독과점과 횡포.
전혀 쿨하지 않은 리뷰
죽음의 원인이 되는 몇몇 장면들
무엇이 출판을 죽이고 어떤 길이 출판을 살릴지 이야기하는 데에 진흥 이니 혁신이니 비전이니 하는 거추장스러운 낱말을 가져올 필요가 있 을까. 출판계에서 일하거나 활동하는 이들이라면 익히 들어 알고 있을
몇몇 장면만 살펴봐도 죽음의 원인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선 출판계 신규 인력 양성소로 자리 잡은 서울출판예비학교를 살펴 보자. 이곳에서는 매해 수십 명의 수료생이 과정을 마치고 이 가운데 상
당수가 출판사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는 연차 사용이 보장되 지 않거나 허용되지 않는 출판사에 또는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하는 소 위 ‘13분의 1’ 출판사에 취업한다. 다들 그렇게 하는데 무슨 문제냐고?
이 과정을 누가 운영하는가. 단행본 출판사를 대표하는 한국출판인회 의의 부설교육기관 서울북인스티튜트가 고용노동부 국가인적자원개 발컨소시엄 사업으로 운영하는 과정이다. 정리하자면 자신들이 쓸 인 력을 세금으로 가르치는데, 현행법조차도 지키지 않는 상식 이하의 노 동 조건에 수료생을 보내고는, 그것을 성과로 다시 세금을 얻는 구조라 는 말이다.(말이라고 했지만 말이 안 되는 현실이다.) 출판사 단체 이야기가 나왔으니 대한출판문화협회도 살펴보자. 정확하
게 말하자면 대한출판문화협회라기보다는 현재 그곳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 이가 운영하는 출판사의 이야기 혹은 그 사람의 이야기라 하겠다. 이 출판사에서는 몇 년 전 어린이 한국사 시리즈를 펴냈고 시장에서 성 공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그런데 앞서 같은 시장에서 한국사 시리즈를 판매하던 다른 출판사가 해당 출판사의 시리즈가 자사 도서를 표절했 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몇 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지난 8월 대법원이 표절을 확정했다.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출판계에서 상식을 다시 언급하자니 심 히 민망하지만) 상식대로라면 저작자의 권리를 엄격히 지키고 존중해야 하는 출판계에서, 그것도 한국 출판계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의 회장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표절을 했다면, 당연히 공식 사과와 회장 사퇴가
이루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아니다. 출판을 살리는 방법을 말할 때 늘 나오는 이야기가 도서관 예산 확충이 다. 이 자연스러운 해법의 근거는 무엇인가. 바로 책이 갖는 공공성이 다. 앞서 언급한 두 사례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가치다. 책과 출 판의 기초적인 의미, 아니 의무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어떤 미래를 상상 할 수 있겠는가. 미래는 진흥, 혁신, 비전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에서 찾 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시작할 수밖 에 없다. 이 비루한 현실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방관하는 출판계(와 이를 주도하는 대표들과 그들을 동료로 인정하며 함께 출판계를 이루는 또 다른 대표들) 에 제발 더 바라지도 않으니 기본만 하자고 외치고 싶다. (아니 이미 외치 고 있으니 제발 귀를 열고 듣기 바란다.)
조합원 박태근
오늘의 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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