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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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자로부터,

글ㆍ
그림 조혜성
사랑하는 민정이와 현성이를 생각하며 씀. 관측자로부터, 글ㆍ그림 조혜성

안녕, 나는 관측자야. 여기는 내 관측소지.

나는 오래전부터 너를 관측하고 있었던 사람이야.

내 망원경은
하늘이
덕분에 너를 아주 오랫동안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었지
특별해서,
아닌 곳의 별을 봐.
해가 저무는 것처럼 말이야, 시간이 들수록 사람들의 마음도 어둡게 저무는듯 해. 지친 눈들은 그 깜깜함에 점차 익숙해져서
네가 발하는 빛에, 유난스레 시선을 두는듯 해.

어두운 밤이 지극히 고요하여도, 변함없이 모습을 드러낸 너의 색깔이 얼마나 소중한 풍경을 만들어내는지를

늦지 않게 말해주고 싶었어.

나는 신이 아닌 그저 관측자라, 네가 빛을 내는 온도가 너에게 견딜만한 것일지

너무 뜨겁지는 않을지, 차갑지는 않을지. 또 너무 버겁지는 않을지 너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순 없겠지.

나는
어둑한 밤거리에서 네 빛을 보고 길을 찾아 걷는 어떤 아이를 보았어.
하지만
보았어.
한결같은 빛을 따라, 마침내 기지개를 켜는 오래된 별들도 보았어.
어떤 의미는 사실 너무 대단한 것이어서, 가까이에서 보려하면 잘 보이지 않잖아.
그 시절 그 순간의 네 선택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걸 바꾸었는지를 너에게 얘기해주고 싶었어.

혹여나 고단한 밤에 깊이 잠이 들어서, 다시 일어나 빛을 내는 것이 두려울 때면 나는 긴 시간동안, 내가 보아온 것들을 얘기해줄게.

-너의

관측자로부터.

2021. 04. 14.-2021. 06. 15. 봄에 처음 쓰고 여름에서야 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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