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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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집 임세은



거대한 돌과 날카로운 상처, 내가 그곳에서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절벽뿐이다.



커다란 절벽은 우리집을 품고 있었고 거칠게 잘려나간 돌은 항상 그 자리에서 위협적이었다.



다만 한여름, 나무와 풀이 가득한 순간만은 마치 거대한 생명체 같아서 코를 벌름거리거나 따뜻한 숨을 내쉬기라도 할 것 같아 보였다. 그것은 그 자리에 서서 생을 반복했다.



여섯 살 이후 처음으로 그것을 다시 마주하게 된 건 마흔살, 여름 무렵이었다.



다시 방문한 그곳엔 기둥이 있었다.



그것이 그 자리에 원래 있던 것인지, 새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건 거대한 절벽뿐이다.



나는 그것을 기억하려 애썼다.



그것을 가르켜 어느 사람들은 '건물을 짓던 중 지반에 돌이 너무 많이 나와 짓다 만 건물'이라 했고



어느 누군 절벽을 깎아 만든 것이라 했고



어느 누군 돌을 쌓아 만든 것이라 했다.



사실 그건 내게 별로 중요치 않았다.

그것이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인지 난 끝까지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그것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마을을 떠났던 여섯 살의 12월, 풀 하나 없이 날카로웠던 절벽처럼.



안은 쓰레기로 가득했다.



안은 아무것도 없었다.



거대한 녹지만이 덩치를 키워 더 큰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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