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VietNam 2019 Vol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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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Story

두 번째 연에서부터 화자는 바로 그 애콩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다. 이 연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이미지는 후각적인 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날 비린내’가 바로 그것이다. 덜 여문 콩에서 나는 냄새, 그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 해서 화자는 그 색을 푸른색으로 덧칠한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화자는‘생의 우기(雨期)를 건너다 눅눅해져 애를 태우는 것들’이 라고 설명한다. 이쯤 해서 화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단순히 식물로서의‘애콩’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이라는 것을 넌지시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곧바로 이어지는 세 번째 연에서 화자는 드디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심 소재인‘엄마’를 등장시킨다. 앞 연에서 말한‘생의 우기 (雨期)를 건너다 눅눅해져 애를 태우는 것들’은 기실‘엄마’와 관련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화자는 오랜 옛날, 어딘가에 자신을 몰 래 숨긴 채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엄마가 밤에 불도 안 켜고 콩을 까는 이유가 궁금한 것이다. 어머니의 콩을 까는 행위가 어린 화 자에게는 이해될 수 없는 것이었으리라. 어둠 속에서 콩을 까는 엄마의 그 행위는 고된 삶 속에서 계속되고 있는 노동의 연장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어렵고 고귀한, 생명을 낳아 기르는 행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린 화자는 엄마가 어둠 속에서 콩 을 까는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네 번째 연에서, 화자는 콩을 까고 있는 엄마의 행동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엄마의 행동을 자세히 볼 수 없는 화자는 청각과 상상을 통하여 묘사할 수밖에 없다. 그릇 위로 떨어지는 콩알의 소리를 들으면서 화자는 그 사건 속에서‘텅 빈 시간’을 발견한다. 한 알의 콩알이 그릇에 떨어지기까지 진지하게 진행되었을 엄마의 행동을 화자는 놓치지 않는다. 화자는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으로‘한숨을 고르고’나서야‘알맹이들을 쓸어 모으는’엄마의‘손길’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다섯 번째 연에서는, 알맹이와 꼬투리의 분리 상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운명인 것처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었던‘알맹이’와‘꼬투리’, 그 둘의 분리(分離)는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화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러한 자연의 법칙을 거부해서라도 둘 사이의 일치를 유지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분리될 수밖에 없는 둘 사이에 너무나도 넓 게 벌어져버린 것처럼 보이는 정서적 공간이다. 원래 알맹이를 담아 키우던 꼬투리의 존재는 알맹이의 떠남으로 인하여‘허부랭해지 고 말 것’이라는 사실이, 화자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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