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 chi t12

Page 66

iSSUE│시의 뜨락에서 G 글 │김승봉 (시인│문학 평론가)

하장, 산길을 오르며

이곳에 와서 보니 험준한 산자락을 보듬고 올라가는 저 구불구불한 길들이 우리네 인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곧은 마음으로는 오히려 오를 수 없는 삶의 자리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짐짓 굽은 길을 택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첩첩산중에서 배우네. 먼 조상적부터 땀과 눈물로 다듬어왔을 길고 먼 길들을, 이 땅의 정직한 사람들의 숨결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며 조심스레 산길을 오르네. 그렇구나. 곧은 길이 늘 바른 길일 수 없고, 빠른 길이 모든 사람들이 달려가야 할 길만도 아니라는 사실을 늦은 시간에 이곳에 와서야 깨닫는다.

66

Dec. 2016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