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회보 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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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는 나들이가 부각되면서 마당의 의미가 퇴색되 고 나들이조차도 형식화된 프로그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마당’과 ‘나들이’를 포괄하는 의미의 ‘바깥’이라는 말을 씀으로써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공동육아 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이 무르익던 1970~8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저소득층과 여성이라는 소수자 집단 어른들의 수요에 맞 춰 만들어진 우리나라 보육 현실은 너무도 열악했다. 급기야 1980년대 말, 최 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던 어린 남매가 밖에서 잠긴 문을 붙든 채 방안에 서 화마로 희생되는 사건과 같은 비극적 사건이 잇따르면서 여론이 물 끓듯 하자 정부는 이에 떠밀려 서둘러 영유아보육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이는 중 산층까지 확대된 보육 수요를 미봉책으로 해결하는 양적 확대 정책의 시작이 었을 뿐 정작 아이들을 온 종일 비좁은 실내에서 생활하게 하고, 어른들이 보 호・관리・통제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현실은 그 뒤로도 크게 달라진 것 이 없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공동육아의 초기 구성원들은 아이들에게 왜 바깥을 열어 주고자 했는지 생각해 본다. 공동육아 초기의 철학과 방법론을 담아 놓은 이기범의 글(《함께 크는 우리 아 이》)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듯이 초기 공동육아의 부모와 교사들은

어른 중심의 인식 틀을 뛰어넘어 아이들을 보육의 대상과 객체가 아닌 주체 로서 바라보고자 했다. 어린이집이라는 실내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아이들에 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열어 보여 주고자 했고, 공동체 의식이 희박 해지고 있는 회색빛 도시 안에서 다시금 자연과 지역사회라는 관계망을 회복 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하고자 했다. 이러한 생각에 바탕을 두고 시작한 공동육아 현장의 초기 모습은 지금과 는 많이 달랐다. 모든 생활은 아이들의 자유 의지에 맞춰 이루어졌다. 낮잠도

공동육아는 왜 아이들에게 바깥을 열어 주고자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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