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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신동엽 시 ‘산에 언덕에’, 《신동엽 시 전집》, 창비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립니다


2014년 봄 112호

우리 아이 함께 키우기,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기


차례

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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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합시다 그리고 바꿉시다 | 이경란

지금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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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 정병호

페다의 창

36 공동육아는 왜 아이들에게 바깥을 열어 주고자 했나 | 김기나, 장혜경

교육 나눔 생태와 공동육아

40 기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 서진숙 61 개미와 아이들 들여다보기 | 허인영

아이와 손잡고

76 아이가 내민 손 외 | 서진숙

내가 만난 아이

81 첫 만남 | 조봉호

제호 공동육아 신영복, 1996 표지 사진 ⓒ 안성일 (돌고래. 세발까마귀어린이집 교사) 물 건너는 아이 손을 어른이 잡아 주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오늘 우리를 돌아봅니다. 이 회보에 실린 글을 옮겨 실으려면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함께 가는 길 날적이 오늘의 교육 지역공동체학교 마을 공동체 세상을 보는 눈 인문학 읽기 졸업생 이야기 열린 창문

94 학철이 꽃이 피었습니다 | 소이경 98 형들에 대한 욕구가 있나 보군요 | 양명희, 정영화 102 아무리 봐도 이상한 선행학습금지법 | 이주영 106 스스로 생각하게 하라 | 김미아, 오영건 124 삶과 배움이 춤추는 동네 | 박준성 136 부모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 | 하승수 140 생명은 하나다 | 주요섭 144 나를 웃게 하는 아이, 다원이 | 정문경 150 라일락 향기 | 한민호

터전 주소록 154 2014년 봄, 112 호 | 펴낸날 2014년 5월 9일 | 등록번호 마포 바00111호 | 펴낸곳 (사)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펴낸이 박혜란 | 편집위원 김기언, 장희숙, 조현제, 황서현 | 편집 이송희 | 디자인 봄밤에별은 | 인쇄 마이컴프린팅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14 태복빌딩 201호 | 전화 02-323 - 0520 | 전송 02-323 -1695 전자우편 gongdong @ gongdong .or.kr | 누리집 gongdong .or.kr | 독자 커뮤니티 journal .gongdong .or.kr


여는 글

네팔의 박타푸르에서는 11월이면 사람들이 꽃으로 장식한 가마를 들고 아름 다운 왕궁 앞으로 모여드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광장에는 도시 구석구석에서 모여든 사람들과 그것을 보기 위해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유명한 박타푸르 축제입니다. 이 축제의 연원은 좀 놀랍습니다. 박타푸르 왕국의 왕비가 아이를 잃어 삶 을 포기할 정도로 슬픔에 빠져 있자 왕이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해에 식구가 죽은 사람들은 모두 가마를 들고 왕실 앞으로 모이라고요. 그날, 왕실 광장에 는 왕국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마를 들고 모였습니다. 그 순간 왕비는 자신 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식구를 잃은 슬픔을 겪고 있음을 깨닫고 그들과 함께 울고서는 일어섰습니다. 왕은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해마다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슬픔을 서로 보듬으며,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 하는 축제를 열기로 했습니다. 그 왕국이 사라진 지금까지 사람들은 이 축제 를 이어 오고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축제날 훨씬 전부터 집집마다 가마를 들 이, 가마를 만들 이, 축제를 기획할 이, 음식을 준비할 이를 정하고, 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이도

기억합시다 그리고 바꿉시다 이경란 올리브.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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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축제를 보고 즐기는 일을 합니다. 다른 곳에 나가 있는 이들도 이날은 돌아와 참석한다 하니, 모든 사람이 기획부터 뒤풀이까지 함께하는 진정한 마을 축 제가 열리는 것이겠지요. 손님으로 끼어 보기만 하는 이들도 축제에서 ‘진정 한 공동체’를 경험한답니다. 지금의 박타푸르는 오래도록 혼돈에 빠져 있는 네팔에서 드물게 안정되어 있고 공동체 정신을 살려 자신들의 생활과 문화를 유지하는 도시입니다. 오 래된 아름다운 건축물은 유적지라기보다는 이곳 사람들이 일상으로 이용하 는 생활공간이면서, 잘 보전된 유물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신전에서 기도하고 노래하며, 도로 곳곳에 있는 자그마한 신상에는 아침마다 꽃과 쌀을 갖다 놓 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많지만 곳곳에 협동조합과 시민단체를 만들어 생활을 개선하려 노력합니다. 이곳은 자부심이 넘치는 살아 있는 희망이 있습니다. 길게 박타푸르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실마리를 이곳에서 잡아 보고 싶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처구니없이 여린 생명들을 떠나보내면 서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부모와 형제와 친지, 학교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슬픔의 공동체를 그 슬픔을 기억하고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기억의 공동체로 바꾸는 일입니다.

기억합시다 그리고 바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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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친구, 마을 사람들만이 아니라 온 겨레가 슬픔의 공동체로서 슬픔과 분노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현대사를 생각하니 더 속상해집니다. 왜 한 마 을 사람들이 같은 날 장사를 지내는 역사가 되풀이되는지. 동학농민혁명기, 제주도 4・3항쟁, 한국전쟁, 4・19혁명, 그리고 광주민주항쟁이 그러했습니 다. 대구의 지하철이나 시랜드에서도 그러했습니다. 개인의 슬픔 뒤에 감춰진 수많은 죽음도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와 노인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말은 잘못된 제도와 무관심이 일상에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음을 말해 줍니다. 사라진 이들의 뒤에서 식구들은 그들을 가슴에 묻고 살 아갑니다. 그런 경험이 쌓여 우리는 오래전부터 집단 트라우마를 지니고 삽니다. 그것 이 더 깊어졌지요. 막힌 마음이 화로 나타납니다. 재난 구조 시스템이 운영되 지 않는 국가와 경찰, 책임지고 해결하려 하지 않는 듯한 정부, 부정부패의 유 착 관계와 돈의 논리만 난무하는 세상이 싫습니다. 유례없는 경제성장에 경 제협력개발기구 국가가 되었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선진국이 되었다고, 최고의 정보 통신 기술(아이티)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성공 신화에 헛웃음이 납니다. 때로는 외면하고 싶습니다. 분명히 한두 달 지나면 월드컵 경기나 아 시안 게임 때문에 다 잊어버릴 것이라며 냉소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잠깐 멈췄습니다. 슬퍼하고 화만 내고 있다고 이 트라우마가, 이 고 통이 치유될까? 아니라는 걸 잘 압니다. 그럼 또 다시 잠재의식 속에 가라앉 혀 버려야 하나? 그것은 참 싫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지? 답은 간단했습니다. 끊어 버리면 됩니다. 그 근본을 직면하고 끝까지 파고들어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만이 트라우마가 더 이상 남지 않고 우리를 슬픔과 고통에서 해방시킬 수 있음을 잘 압니다. 알면 해야지요. 일단 가장자리를 봅시다. 내 안에 슬픔이나 공포나 절망이 가득할 때, 안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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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힘을 내어 그 가장자리를 보라 합니다. 그때 발견합니다. 그것이 가장자리가 아니며, 거기에는 나의 아픔과 맞닿아 있는 사람들이 있고 비슷한 경험을 하 는 다른 이들이 있음을. 그렇게 발견한 이들과 손을 맞잡고 서로 위로합시다. 마음을 일으키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전쟁의 폐허에서 지금까지 우리 선 배들은 세상을 손수 일궈 왔지, 4・19와 전태일과 광주가 슬픔에 머물러 있었 다면 지금 이만큼이라도 말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국가도 시장도 제대로 아이를 돌봐 줄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우리는 공동육아를 시작해 협동의 힘 으로 아이들을 돌봤지. 죽음의 교육에 더 이상 아이를 방치할 수 없다 여겼을 때 교육의 다른 길을 찾았고. 그렇게 스스로 만든 것들이 지금의 제도가 되었 다는 걸 다시금 발견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벽을 뚫고 나갔습니다. 누가 해 주 길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러면 됩니다. 많은 이들이 생명과 윤리가 실현되는 사회가 당연하다 생각하고 행동합니 다. 광장에 노란 리본을 달고, 길게 늘어선 분향소에서 한없이 기다리는 그때 생명의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마음이 모아집니다. 생명의 순환 농업을 실천 하고, 동물과 인간의 생명권이 같음을 이야기하고, 죽음의 핵에서 벗어나는 데 동의하고, 자유와 해방으로 이끄는 교육을 실천하고, 사람답게 보살핌을 받고 존엄하게 죽을 수 있도록 하고, 사람과 사람・사람과 모든 생명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인 공존과 평화가 살아 있는 공생 사회를 실천하고, 또는 실천 하고자 결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슬픔의 공동체를 그 슬픔을 기억하고 되풀이하지 않 겠다고 마음먹는 기억의 공동체로 바꾸는 일입니다. 희망이 현실이 되는 순 간이 더 빨라질 것입니다. 진도와 안산을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이 마음 을 다잡는 기억의 공간으로 만듭시다. 그리하여 바꿉시다. 그리고 연대와 공 감으로 아파하며 기뻐하는 진정한 축제를 엽시다.

기억합시다 그리고 바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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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공동육아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1. 공동육아가 걸어온 길 오늘 이야기는 지난 시대의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우리가 함께 어떤 일을 모색하고 실천해 왔는지 되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지금 우리는 이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일은 이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 는지,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와 우리 아이들이 살아 나가야 할 그 시대는 어떻 게 준비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 공동육아의 시작 - 어린이걱정모임과 해송보육학교 오늘날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공동육아 운동은 어린이걱정모임(1978, 소파정 신구현회)에서 출발해서 야간 해송보육학교(1978, 신길동), 해송유아원(1980, 난 곡), 해송아기둥지(1984, 창신동), 탁아제도와 미래의 어린이 양육을 걱정하는

모임(1990), 공동육아연구회(1991),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1994, 우리어

정병호 괜찮아.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공동대표,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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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우리가 함께 만들어 온 다양한 공동체 교육기관의 실천 정신의 뿌리에는 남과 북의 어린이를 비롯해서 지역, 계층, 성별,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런 폭넓은 ‘공동’을 모색해 온 과정이 있습니다.

린이집), (사)공동육아연구원(1995), (사)남북어린이어깨동무(1996), (사)공

동육아와공동체교육(2001)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체를 만들어 가면서 오늘 에 이르렀습니다. 1978년에 시작한 일들을 되살려 보면서 2014년 올해 총회까지 햇수를 헤

아려 보니 36년이 되었더군요. 일제 36년이 떠올랐습니다. 20대 청년이 50대 후반 중년이 되는 그 기간이 36년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 36년이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기도 합니다만, 한 사람의 일생 가운데 어느 한

부분밖에 차지하지 않는, 사실 한순간에 지나가는 짧은 기간이기도 합니다. 공동육아 운동도 그 짧은 기간에 이렇게 다양한 단체를 만들어 내야만 했을 만큼 급격한 시대 변천과 함께해 왔습니다. 그 기간 동안 한국 사회는 전 인류 가 경험해 보지 못한 급속한 사회 변화, 문화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이런 초고 속 변동 상황에 5천만 인구 집단이 과연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해 왔는지, 많 은 해외 인류학자들이 궁금하게 여기면서 연구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소파정신구현회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공동육아 운동의 출발점을 야학 시 절로 잡고 있습니다만, 그 시절은 유신 시절이었습니다. 유신 시대, 그 엄혹한

공동육아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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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군사독재 상황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조금이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면 불순한 움직임으로 권력의 주목을 받고 제지당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군사독재 정권 도 쉽게 부정할 수 없는 민족사의 맥을 찾기 위해 우리 어린이 운동의 찬란한 전통을 발굴해 냈습니다. 바로 소파 방정환 선생이 시작한 어린이 운동입니 다. 그래서 1978년에 시작한 어린이걱정모임은 소파 방정환 선생으로 표현되 는 한국 어린이 운동의 원점을 찾아 그 뜻을 되새기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해송보육학교는 마해송 선생의 이름을 따서 지었습니다. 일제 암흑기에 아이 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고자 했던 우리 선배 어린이 운동가들의 선구적 모색 과 노력 속에서 유신 시대를 헤쳐 나갈 길을 열고자 했던 겁니다. 물론 어린이 운동은 혈기 넘기고 투쟁적인 젊은 대학생들이 흔히 택할 수 있는 주제는 아 니었습니다. 그 시절에 저희도 길거리에서 또 감옥에서 당할 만큼 당하고 좌 절도 경험했습니다. 어린이 운동은 완전히 꽁꽁 묶인 현실 속에서 미래를 움 트게 할 수 있는 씨앗을 심는 일, 새싹을 키우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젊은 혈기를 누르며 잡은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소파정신구현회라는 이름 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어린이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는 표현이었습니다. 그 뒤에, 분단 시대의 아픔과 그 극복을 이야기한 마해송 선생의 뜻을 기려, 해 송보육학교를 설립하면서 우리는 계속 ‘해송’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 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야간 해송보육학교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교육자 양성 모델이었습니다. 파 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의 ‘억압받는 사람들의 교육학(Pedagogy of the Oppressed)’이라고 하는 선구적인 연구에 큰 영감을 받았고, 인생의 출발점

에서 특별히 결핍된 불리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더 어린 시기 에 더욱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헤드스타드 운동(Head-Start Movement) 의 정신에서도 도움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처음 만든 것이 1980년 난곡의 해송유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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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2) 1980년 난곡의 해송유아원부터 해송아기둥지까지 공동육아의 역사는 무허가, 무인가의 역사입니다. 해송유아원은 ‘가난한 사 람들의 유아교육’ 모델이었습니다. 1980년, 관악산 기슭 난곡 달동네의 산꼭 대기에 ‘가난한 사람들의 유아교육’ 기관을 처음 만들었을 때, 그 현장은 ‘유 아원’이라는 이름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철거민촌 끝자락에 천막을 치��� 세운 무허가 유아교육 시설이 당시에도 있었던 유치원법과 어린이집법 에 저촉되지 않는 새로운 유아교육 기관이라는 뜻으로 만들어 쓴 용어가 바 로 ‘유아원’입니다. 너무 이름을 잘 만들면 도용당합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뒤에 민심 이 땅에 떨어졌을 때 전두환 대통령 부인 이순자가 해송유아원을 찾아왔습 니다. 달동네를 관통하는 콘크리트 도로를 내고 차를 타고 올라와서 한 번 돌 아보고, ‘아! 이 정도로 적은 비용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생색낼 수 있 는 사업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던지 바로 그 이름을 가져가서 ‘새마을 유아원’ 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유아원’이라는 이름을 도용당하면서 동시에 해송 유아원도 새마을 유아원 체제 아래 편입되어 버립니다. 그렇게 우리가 만들 어 놓은 새로운 공동체적 유아교육 현장을 뺏기는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1982 년에 유아교육진흥법을 제정・공포하면서 보건사회부(어린이집), 농업진흥청(농번기 탁아 소), 내무부(새마을 협동 유아원), 그리고 민간(민간 유아원)에서 관장하던 보육 관련 시설을 ‘새마을 유아원’으로 통일하고 유치원과 함께 유아교육 시설 기관으로 일원화했다. - 편집자).

1984년에 창신동에 해송아기둥지라고 하는 어린이집을 세웠습니다. ‘아기

둥지’라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낸 것은 그때는 탁아라든지, 보육이라든지 하는 종일 보육에 대한 아주 강한 편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걸 만들어 놨 을 때 종로경찰서와 안기부에서 몇 번 찾아왔습니다. “왜 빨갱이들이나 하는 탁아를 하느냐?”, “아, 이건 탁아가 아니다. 아기를 둥지에서 봐 주는 거다.” 이렇게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느라 애썼던 시절입니다.

공동육아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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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그러던 과정에 1987년에 한국 사회에 민주화가 일정한 성공을 거두면서 노태우 정부가 최초로 ‘88 탁아소’라는 것을 세우게 됩니다(1988년에 서울시는 영세민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저소득 탁아 시설로 ‘88 탁아소’를 설치하고 운영했다. - 편집 자). 탁아라는 말이 남한 사회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했습

니다.

3) ‘탁아 제도와 미래의 어린이 양육을 걱정하는 모임’에서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까지 1990년쯤 되었을 때 그동안 국가적으로 방기해 온 보육 제도를 수립해야 한

다는 사회적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었습니다. 이 보육법(영유아보육법은 1991년 에 제정되었다. - 편집자) 제정과 관련해서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전개되었습니

다. 그때 해송을 중심으로 어린이 운동을 해 오던 사람들이 여성해방 단체인 ‘또 하나의 문화’와 함께 ‘탁아 제도와 미래의 어린이 양육을 걱정하는 모임’ 을 만들어서 ‘사회적 공동육아’를 적극적으로 제도화할 것을 주장하게 되었 습니다. 그 뒤 이 모임을 모태로 1991년에 공동육아연구회가 출범했고, 1994 년에는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이 만들어졌습니다. 최초의 부모 참여 자 립 보육 모델이었습니다. 1996년에는 공동육아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사단 법인 등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동육아는 교육 운동, 사회 운동의 성격이 강 한 모임입니다만, 당시는 연구나 학술 활동 같은 것을 내세우지 않으면 사단 법인으로 등록이 잘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1996년에 공동육아연구원이 사단법인 설립을 한 바로 뒤에 지금의 공동

육아와공동체교육보다 몇 배나 큰 남북어린이어깨동무라는 단체를 만들어 나가게 됩니다. 이 단체를 만들기로 하는 결정을 둘러싸고 공동육아 내부에 서는 아주 심각한 고민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제 막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 은 공동육아협동조합의 확산과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 좀 더 매달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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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기근 상황 때문에 죽어 가고 있는 북쪽 아이들이 결국 지금 우리가 돌보는 남 쪽 아이들과 만나서 함께 살아갈 우리 모두의 아이들인데 그 아이들을 긴급 한 위기 상황에서 구하는 활동을 먼저 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선택을 둘러싼 논의를 거듭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 어린이 구호 활동을 위한 새로운 단체인 남북어린이어깨동무의 창립 작업에 (사)공동육아연구원의 거의 모든 역량 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남북어린이어깨동무 사업은 그 출발부터 전 체 진화 과정을 공동육아와 함께해 왔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 온 공동육 아 어린이집, 공동육아 방과 후 학교, 지역공동체학교 같은 다양한 공동체 교 육기관의 실천 정신의 뿌리에는 남과 북의 어린이를 비롯해서 지역, 계층, 성 별,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런 폭넓은 ‘공동’을 모색해 온 과정이 있습니다. 특히 공동육아는 새롭게 추진되기 시작한 초등과 중등 대안 학교 같은 주민 참여 공동체 교육과 적극 연계하기 위하여 2001년부터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2. 사회 변화와 육아 환경의 변화 1) 산업화・도시화・핵가족화와 생애 과정의 변화 어린이걱정모임이 해송보육학교를 만든 1978년은 한국이 기적 같은 천 불 국 민소득을 달성했다고 잔치를 했을 때입니다. 지금은 2만 불도 넘었지요. 국민 소득 20배, 도시화는 두 배쯤 되었습니다. 가족 유형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 로, 그리고 홀로 사는 사람들의 비율이 현격이 높아지는 시대로 급격히 변화 했습니다. 가족처럼 사회구조의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그렇 게 많이 변했다는 겁니다. 평균 수명은 20년 늘었습니다. 1978년에서 지금까지 수명이 예순네 살에

공동육아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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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지금 이 시대 공동육아 운동의 과제는 과잉되고 제도화된 상황과 경쟁으로 내몰려서 아동기와 청소년기가 침식되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하고, 망가진 몸과 마음을 ‘재활’시키는 운동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서 여든네 살로 20년 늘었습니다. 현대 인류 사회에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인간 수명이 확 늘어난 때도 많지 않습니다. 출산율은 더 획기적으로 변했습니다. 출산율은 당시 네 명쯤 되었는데 지금은 1.15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입니다. 자살률은 더 엽기적입니다. 2003년부터 한국은 자살 면에서 세계 최고를 놓친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일본 문화를 연구했던 사 람으로서 한국이 자살 면에서 일본을 추월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 도 못 했습니다. 이렇게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가족을 끔찍 이 알고 어른을 공경한다고 알려진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에서 일흔다섯 살 이후 노인들의 자살률은 2000년 이후 계속 두 배 이상 늘어서 다른 나라들보 다 네 배에서 스무 배 정도 높은 사회가 되었습니다. 소득을 20배 늘리면서, 수명도 20년 늘리면서, 가족은 점점 줄어들면서, 아이들은 점점 적게 낳는데, 아이들 자살률도 세계 최고, 노인들 자살률도 세 계 최고인 그런 나라, 그런 사회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여기에 우리 삶의 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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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핍박함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가족 구조와 생애 과정의 변화 속에서 우리 가족의 일상도 변했습니다. 육아 환경도 변했습니다.

2) 육아 환경의 변화와 육아의 제도화 과거에는 아이들이 대여섯쯤 되는 집안에서 자라고(1965년 평균 출산율 5.6명), 바깥에서 놀고, 형제간에 함께 크고, 마을 공동체 안에서 어른이나 아이들이 서로 어디서 무엇을 하고 노는지 함께 눈여겨보고 함께 생활하는 그런 생활을 해 왔습니다. 다시 말하면 과거 아이들이 물질적인 면에서는 지금 아이들에 비하여 갖고 있는 것이 적었을지 몰라도 인간관계나 경험의 세계에서만은 아 주 풍부한 환경에서 아동기를 보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육아 환경의 변화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제도적 환경이 확대된 것입니다. 더구나 취학 전 유아기의 아동이 유치원 같은 제도적 환경을 경험하는 것은, 1978년 무렵, 즉 36년 전에는 약 5퍼센트 정도였습니다. 그것이 지금은 80퍼

공동육아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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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센트를 넘어선 수준으로 비약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렇게 더 많은 아이들 이 더 오랜 시간 제도적 환경 속에서 지내게 되었다는 것을 발전의 지표로 볼 수도 있고, 새로운 도전적 과제로 볼 수도 있습니다. 보육에 대한 관심은 두드러집니다만,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제대로 대응해 왔는지는 의문입니다.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가족과 이웃 간의 보호 의 맥이 끊어져 고립된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 갇힌 방에서 불에 타 죽는 사 건이 곳곳에서 터진 다음에야 그동안 금기시 했던 ‘88 탁아소’를 겨우 만들었 고, 민주화 이후에야 사회적 보육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논의하기 시작했습 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바람직한 제도적 보육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어려움 을 겪은 다음에 갑자기 졸속으로 양적으로 팽창시킨 한국식 보육 제도는 본 질적으로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다시 한 번에 돈으 로 해결하겠다고 ‘무상보육’이나, ‘보육료 바우처’라는 식의 공약을 앞 다투어 이야기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아동기, 청소년기가 되면 제도화의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대개 공교육 체제에서는 각 연령층의 아이들에게 적정한 제도적 환경, 시간, 공식 교육 시 간이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만, 언제나 그 교육 시간을 넘겨서 0교시부터 수 업을 하는 학교가 있고, 야간 ‘자율’학습까지 ‘강요’하는 학교 문화가 있습니 다. 그것도 모자라 심야 학원까지 보내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현대사회에 서 경쟁, 특히 교육을 통한 경쟁은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 상입니다만, 한국 사회같이 그것을 가장 극단적으로 실현하여 전 국민이 모 든 어린 연령층을 그렇게 억눌린 환경 속에서 집단적으로 지내도록 하는 기이 한 사회는 별로 없습니다.

3) 사교육 경쟁의 심화와 ‘위기의 아동들’ 국민교육의 확대와 사교육 경쟁의 심화, 장시간 학습, 교육 게임이라고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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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전 국민적인 교육을 통한 사회적인 서열 경쟁과 같은 한국 사회에서 일 어나고 있는 일들은 제가 되풀이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이들은 ‘위기의 아동들’이라는 개념으로 표현될 수 있는 아 동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학습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만, 사실은 부 모의 사랑을 얻기 위해 스스로 바라지 않는 공부와 삶에 매달리고 있는 아이 들이 있습니다. 그런 도구적 사랑으로 강요된 학습 과정과 아동 학대・아동 자살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비극입니다.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저소득층 유아교육으로 출발한 공동육아의 초심 으로 돌아가 지난 36년 동안의 한국 사회의 변화와 그 변화에 대응해 온 실천 경험을 토대로 이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할 것입니다. 방 정환, 김기전, 마해송, 윤석중 선생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초기 어린이 운동, 일제하 어린이 운동의 목표가 제국주의적인 억압과 지긋지긋한 가난・결핍 속에서 아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노력이었다면, 지금 이 시대 공동육아 운 동의 과제는 과잉되고 제도화된 상황과 경쟁으로 내몰려서 아동기와 청소년 기가 침식되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하고, 망가진 몸과 마음을 ‘재활’시키는 운 동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3. 현대의 아동 개념과 아동기의 위기 1) ‘아동기’는 문화적 창조물 현대의 ‘아동기’의 문제, 즉, 아동의 시기, 아동의 생활, ‘아동’이라는 개념 자 체는 현대적 발명품입니다. ‘아동기’가 문화적 창조물이라는 이야기는, 아동 기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다 다르고 사회마다, 문화마다 다 다르다는 말입니 다. 같은 사회에서도 아이들은 이래야 한다, 아이들은 이런 것이다, 몇 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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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가 아이다, 몇 살짜리는 어떻게 행동하는 거다, 어떻게 사는 게 좋은 거다 하 는 생각, 인식이나 기대, 대응 방식은 계급적, 지역적, 문화적 배경, 종교적으 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아동, 아동 시기, 어린아이 개념은 현대 의 발명품입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만들었고, 또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 라고 프랑스의 아리에스(Philippe Aries)라는 사람이 이야기했습니다. 그가 연구한 프랑스 사회에서 18세기까지 어린이는 단순히 ‘작은 성인(little adult)’ 이었을 뿐, 특별히 어느 연령보다 어리다고 해서 다른 존재로 여기거나, 특별 한 보호나 배려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후 주로 학교 제도 를 통해 특정 연령 이하의 아동의 일상을 사회에서 분리하고 별도의 교육 대 상이 되도록 하면서 ‘아동기’의 개념이 구성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현대적인 아동의 개념이 초기에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무자비한 초기 산업혁명 시기에 아동은 ‘작은 어른(사람)’으로서, 사회적 약자로서 작 고 힘없고 미숙했기 때문에 무자비한 노동 착취와 학대의 대상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이런 (작고, 어린) 사람들이 어른과 다른 존재라는 개념을 확립하는 것 에는 이들에 대한 ‘특별한’ 인권 의식을 요구하는 시대적 배경이 있었습니다. 즉, 어린 사람들은 어른과 다른 특별한 존재라고 아동기의 특수성을 강조하 였습니다. 카넬라(Gaile Sloan Cannella)는 현대의 아동기 개념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어른과 아이를 인위적으로 분리해서 특수화하는 ‘이분법(duality)’ 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공동체적 인간관계로부터 단절된 개인을 절대시 하는 ‘개별성(individuality)’의 문제, 사회 문화적인 다양성과 개인의 차이를 무시하는 ‘보편성(universality)’의 문제, 단선적인 발달의 속도와 효율만 중시 하는 ‘진행성(progression)’에 대한 맹신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런 현대적 아동기의 개념은 산업화・도시화 되고 극도로 관료화된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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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산업사회 속에서는 억압성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사회도 현대성이란 인식의 틀을 바탕으로 한다는 측면에서는 자유 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계적인 현대성・합리성을 폭넓게 제도화시키고 있 다는 점에서는 사회주의 체제도 자본주의 못지않은 억압성을 동반하고 있습 니다. 문제는 한국처럼 현대성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과도하게 스스로 현대 화되려고 짧은 기간에 노력해 온 사회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는 것입 니다. 우리가 저질러 놓은 아동기의 상실 문제를 좀 더 냉엄하게 볼 필요가 있 습니다.

2) 아동기의 상실 수란스키(Valerie Polakow Suransky)는 현대적 아동기 개념을 바탕으로 심 화된 어린이들의 삶의 문제를 “아동기의 상실(Erosion of Childhood)”이라고 했습니다. 즉, 현대의 아동들이 일상의 삶의 흐름(특히 어른들의 세계와 일반 사회 의 보통의 삶의 흐름)에서 유리된 학교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나 학원 같은 제

도적인 환경 속에서 지내게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얘기한 겁니다. 그 속에 서 아이들은 “의미 있고 적절한 사회적 활동을 하는 작업(일)과 놀이의 기회 를 잃게 되었다.”는 겁니다. 제도적인 환경 속에서 놀이는 아주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프로그램 이라는 경우로. 더 이상 자발적인 탐색의 경험이 되지 못하고 계획된 시간표 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관심이 있어도 “이제 됐어, 다음 시 간이야.”, “그만 해.”, “너는 왜 맨날 늦니, 진도를 못 맞춰.” 이런 이야기가 됩 니다. 몰아가는 거지요. 이 계획된 시간표의 문제는 아주 심각합니다. 거기다 공간 활동 영역과 대인 관계의 양상이 일상으로 제약되게 되어 있습니다. 당 연히 그렇습니다. 아이들만의 공간은 어른들의 공간보다 훨씬 적고, 그걸 염 두에 두면 더욱 더 조정된 상황 속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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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도 늘 일정한 이들뿐입니다. 이런 공간과 사회와 시간의 제약 속에서 아이들 은 실존적인 세상 탐색을 위한 필수적인 저항이나 일탈의 가능성조차 봉쇄 된, ‘길들이기 교육’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우리가 지금 순종적인 젊은이들을 눈앞에 보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겁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의 탓만도 아닙니다. ‘길들이기 교육’의 시간・공간적 제약 속에서, 아주 제한 된 경험과 상황 속에서 20년 남짓한 시간을 살아 낸 그 존재들이 성인기를 맞 이했을 뿐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권위와 질서에 순종하는 회사원 같은 가치와 효율성을 내면화시키는 자본주의적인 기업 체계의 모델이 학교를 넘어서서 더 낮은 연 령층의 교육기관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아동을 위 해 만든 현대의 유아교육 기관에 깊숙이 내재된 학교교육이라는 사회적 이념 이 사실상 아동기를 침식시키고, 상실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들 유 아교육 기관들이 아동의 존재와 발달에 대해서도 왜곡된 의미를 부여하고 있 다고 합니다. 수란스키가 이론으로 정리한 말이지만, 우리가 늘 해 오던 이야기이기도 합 니다. ‘아동’을 특화된 주제로 삼고 있는 학문 분야로서는 심각한 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그 현장에서 아동을 주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다시 근본부터 재검토해 봐야 한다는 뜻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4. 미래 사회와 바람직한 아동기 한국 사회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초고속 현대화의 성공 사례이자, 가장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현대적 가치의 실천 사례이기도 합니다. 여러 들쭉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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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현대성의 추구와 실현 면에서 인류 사회의 최정점 가 까이 와 있습니다. 이른바 정보 통신 기술(아이티)만이 아니라, 현대성의 논리 와 생활 구조가 관철된 부분이 수없이 많습니다. 우리는 인생과 일과 놀이와 노동 모든 걸 합리적으로 체계화한 구조 속에서 살고자 가장 참을성 없이 서 두르고 있습니다. 이는 특히 학교교육을 전체 아동에게 확대시키고, 경쟁적 교육 프로그램을 더 낮은 연령층의 아동들의 내면까지 심화시키는 과정이기 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갈 미래,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지난 시 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근본부터 변화한 다른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살아갈 미래는 지금까지 우리가 선진 산업국가와 현대적인 삶의 양식을 따라잡느라고 베끼고 학습하기만 했던 지난 시대와는 달리 모델이 없습니다. 우리가 앞서 겪으면서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 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는 세 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고령화와 전 생 애적 관점, 탈제도화와 생태적 관점, 세계화와 다문화적 관점입니다. 이 세 가 지 관점은 인류의 중요한 도전적 주제입니다. 현대성에 지친, 현대성의 문제 를 체감하고 있는 산업사회의 보편적 문제의식이자 해법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한 바람직한 아동기의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래 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앞서서 살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 고 싶습니다.

1) 고령화와 전생애적 관점 고령화를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요? 경제 이외에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 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돈만 있으면 오래 살면 좋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오 래 사는 게 새로운 문제도 가져올 수 있고, 또 뜻밖에 새로운 즐거움도 가져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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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은 대개 오래 살 겁니 다. 모두 한꺼번에 몇 살 때 자살하지 않는 한, 집단 자살이 문화적 양식이 되 지 않는 한 병원이 살려 낼 것입니다. 큰 병에 걸려도 생명을 연장시켜 낼 겁니 다. 물론 교통사고나 전쟁이 있을 수 있으나, 일단 노년기는 연장된다고 합니 다. 그러나 우리가 좋아하건 싫어하건 그렇게 늘어난 노년기에 대한, 인생의 그 뒷부분에 대한 문화적 각본이 없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노년기 연장 문제는 모든 인류의 과제입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한 연구소 가 추정한 바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서 2020년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평균 기대 수명을 백 살로 봅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자기 나라의 어린이 들은 백스무 살까지 살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자살률과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만, 우리 아이들, 우리가 어린이집에서 보고 있는 아이들이 백 살에 서 백스무 살까지도 산다는 걸 전제하고 이 아이들 일생을 책임질 육아를 해 야 합니다. 서울대만 가면 인생이 풀린다든지, 삼성에만 들어가면 일류로 산 다든지 하는 것이 전혀 맥락에 닿지 않는 그런 삶을 백 살쯤까지 살아야 할 아 이들을 키우는 겁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지금 이 사회가 겪고 있고 또는 이 사회의 다수・주류가 상식처럼 믿고 있는 그 얘기가 몇 년이 지나면 뜬구름 같은 얘기가 될 것입니다. 다른 시대를 살 겁니다. 슈퍼시니어에 대한 연구가 지금 맹렬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간 두뇌에 대 한 연구도 2000년, 2005년 이후로 해마다 달라지고 있습니다. 인간 두뇌, 나 이, 삶에 대한 인식이 지난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너무나도 바뀌고 있는 겁니 다. 해마다 새로운 연구 결과가 그 이전의 상식을 뒤집고 있는 상황입니다. 슈 퍼시니어의 출현으로 더 많은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백 살 넘는 노인들이 10년 전에 2만 명 수준이었던 것이 10년 만에 두 배로 늘어 4만을 넘어섰습니다. 10년 이내에 다시 두 배, 또는 그보다 더 높은 가속도로 불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백 살까지 살면, 골골하게 살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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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들 가운데 백 살을 넘어서도 충실하게 즐 겁게 사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백 살에 해발 3천 미터 높이의 만 년설이 있는 곳까지 스키를 지고 올라간 뒤에 2천 미터 높이의 산장까지 타고 내려와서 여든 살, 아흔 살 후배 노인들과 같이 축배를 드는 모습을 일본의 한 다큐멘터리가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백두 살 때 교통사고가 났 는데, 끊어질 것 같은 아픔을 참고 열심히 재활 운동을 하더라는 겁니다. 왜 그렇게 아픈데 무리하느냐는 질문에, “스키 시즌이 석 달밖에 안 남아서”라고 대답했습니다. 잘 만 회복하면 또 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할아버지들과 함 께, 백 살이 넘도록 고전무용 선생을 하거나, 백 살 기념으로 시집을 출판하는 할머니들도 소개되었습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새로운 일에 즐거움을 느 끼는 슈퍼시니어의 사례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장애우를 키우는 어느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의 사례는 인간 두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아흔다섯 살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해서, 아흔여덟 살에 중국 장춘에 가서 중국어로 강연을 했습니다. 그 나이에 새로운 외국어 를 공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할아버지는 중국을 침략했던 일본군에 가 담한 내가 뻔뻔하게 중국 사람들 앞에서 일본 말 하기 미안하다, 할 수 있는 만큼 중국 말 공부를 해서 중국어로 강의하겠다고 했답니다. 이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장애 아동을 위한 재활용 놀잇감을 만들어 내는 분입니 다. 장애 아동들은 한 아이 한 아이가 겪고 있는 장애가 다 다릅니다. 그 장애 를 극복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아이들마다에 맞는 장난감을 새롭 게 만들어 주다 보니까 할아버지 뇌가 백 살까지 엄청나게 활성화된 겁니다. 그 할아버지는 예순 살 때 한국어도 배웠어요. 한국어는 잘합니다. 인간 두뇌 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달라지는 겁니다. 우리가 키우는 어린이집의 아이들은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인가, 그 기나긴 인생을 어떤 존재로 살아야 할 것 인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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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고령화 사회의 노년의 뇌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서 인간 두뇌에 대한 고정관 념을 바꾸는 연구는 폭넓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가지는 고령화 가 죽는 날만 연장하는 게 아니라 중년 시기도 넓히고 이동시킨다는 것입니 다. 이제는 마흔에서 예순여덟 살까지를 중년으로 봅니다. 2008년에 그렇게 봤는데, 그렇답니다. 지금은 일흔 살까지 되었을 겁니다. 가속도가 붙어서 계 속 중년기가 넓어지고 늘어나고 있는 중이지요. 그런가 하면 아동기는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동권리조약에서 규정하고 있 는 아동기의 범위는 스물네 살까지였습니다. 아동・청소년기를 한데 아우르 는 개념입니다. 지금 마흔이 넘어서도 부모한테서 독립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이런 현상을 ‘연장된 사춘기’, ‘연장된 청소년기(prolonged youth)’라고 합니다. 청소년기 자체도 확산되고 있고, 아동과 청소년과 어른

이라고 하는 경계선이 계속 이동하고 있습니다. 보통 나이에 해 왔던 일을 뒤 죽박죽으로 하는 세대들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대학교수들도 힘듭니다. 신체 는 어른 이상으로 크고, 때로는 의젓할 때도 있는데 아주 유치할 때도 있고, 이상하게 취약하고 나약하고 허물어질 때가 있고, 기본 경험이 아예 없거나, 심리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너무 억 압된 상황에서 사춘기를 겪어 보지 못하고 대학에 온 뒤에 아주 유치한 사춘 기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얌전하게 말 잘 듣고 공부만 열심히 한 아이들 가 운데 특히 심각한 사례가 나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보통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해서 성장과 발달의 토대가 되는 아동기를 연상했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각 시기, 즉 생애 주기가 계속 이 동하고 확산하고 있으며, 그 과정, 즉 생애 과정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러한 삶을 준비하고, 살고, 누리는 방법이 정말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전 생애적인 관점에서 아동기를 다시 봐야 하고, 그리고 사회적으로 가장 큰 역 할을 하는 중년기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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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스트로치(Barbara Strauch)가 쓴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라는 책 을 읽고 크게 고무되었습니다. 지금 남자의 경우 두뇌가 가장 활성화되고 뛰 어난 때가 50대 후반이라는 겁니다. 바로 지금의 제 경우입니다. 단순 암기력 과 계산속도 면에서는 20대가 정점이었는데, 그동안 우리는 그것만 계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인간 두뇌에 대해서 여섯 가지 정도 되는 측정 도 구가 나오면서 가장 뛰어난 순간은 여자는 60대 초반, 남자는 50대 후반이라 는 겁니다. 가장 두뇌가 활성화되어 있고, 가장 뛰어난 상태가. 어휘력과 귀납 적 추리력, 공간 지각성, 통합적인 지식 체계 또는 인지 체계가 중년 때 훨씬 활성화되고, 축적・개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년기에 대해 좀 더 희망을 가지고, 노년기를 포기하지 말고, 우리 아이들도 당연히 그것보 다도 더 확산되거나 더 이동된 아동기 청소년기 중년기 노년기를 살아 낼 사람 으로서 조망하고 아동기를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두뇌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신체 운동과 뇌 기능에 대 한 최근 연구 결과입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책 한 권 외우는 것보다 공 한 번 차는 게 두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행동과학연구소의 이 성진 박사는 “세 살 때 운동 능력이 있는 아이가 세 살 때 어휘력이 있는 아 이보다 열여덟 살 때 지능이 더 높다.”는 장기간 추적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 니다. 공동육아에서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도록 한 것이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팔다리가 굵은 우리 아이들을 보고 뿌듯해했는데, 두뇌도 그만큼 성장한 겁 니다. 일리노이 대학, 시카고 대학, 도쿄 대학 같은 데서 고령화에 대한 연구 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예전의 두뇌 발달과 기능에 대한 인식을 바꾸 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 특히 노년기와 중년기의 두뇌를 연구하던 사람들은 새로운 연구 결과에 놀라 바로 운동화로 갈아 신고 뛰어 나가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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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아이들이 나들이를 중심으로 일상을 구성하게 된 것은 우리의 생명에 대한 감수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최근의 두뇌 연구, 두뇌 성장과 발 달에 대한 연구 결과로 볼 때 우리의 직관은 옳았다, 더욱 소신껏 밀고 나가자,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2) 아동기의 탈제도화와 생태적 관점 수란스키(1992)는 ‘아동기의 탈제도화’가 이 시대의 아동들이 겪는 곤경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안이자 가능성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여기 서 중요한 것은 현대의 지배 가치, 지배 이념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성이니 합리니 관료적 효율성이니 하는 것들에 대한 지배 가치를 좀 더 자신 있게 극복하라는 것입니다. 분리가 주는 효율을 너무 숭상하지 말고 통합의 어려움을 겪어 내라, 개별화에서 관계론 회복이 아주 중요한 과제다. 이렇게 발달과 진보에 대한 강박에서 생태와 순환을 찾는 여유를 강조하고 있습니 다. 이는 ‘교육의 생태적 관점’을 제시한 브론펜브루너(Urie Bronfenbrenner, 1970)나 ‘탈학교 사회’를 주장한 일리치(Ivan Illich, 1970)의 견해와 연장선상

에 있는 것으로, 단순한 아동교육 방법론의 문제를 넘어서 현대사회의 지배 이념인 ‘근대성(modernity)’ 자체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아동기의 탈제도화를 위한 이들의 대안적 방법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들은 모두 ‘분리에서 통합’을 주장했습니다. 어른과 아이, 공간과 시간, 일과 놀이, 연령별 분류와 인위적 분리를 극복하고 일상생활의 회복과 재통합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개별화에서 관계망 회복’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개인으로서의 아동 발달, 개별 가정의 아동으로서의 존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상 호작용과 관계망 속에서의 성장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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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참여를 활성화하여 교육 전문가(교사)와 부모 간의 분리를 극복하고, 교 육 현장과 지역사회가 일상적으로 교류하는 가운데 지역의 인간 관계망과 공 동체성을 되살려야 할 것입니다. 셋째, ‘보편성에서 다양성으로’ 아동기 개념을 바꾸어야 합니다. 가상의 평 균적 발달 척도를 보편적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다양한 연령, 계급, 성, 장애 정도, 언어, 종교적 배경이 다른 아이들의 서로 다른 다양한 아동기의 존재와 가능성을 인정하는 문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발달과 진보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생태적이고 순환적인 삶의 여유’를 되찾자는 것입니다. 근대적 합리성과 효율성, 그리고 속도를 절 대시하는 근대적 가치관의 속박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차별과 억압 없이 공존 하는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아이들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란스키는 유아기의 탈제도화를 위한 시도의 의미 있는 사례로 부모들이 협동하여 운영하는 아동보육센터를 몇 군데 소개하면서, 불행히도 그 숫자가 너무 적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미시 세계가 거시 세계보다 더 흥미롭고, 그러한 미시 세계에 바로 우리 인간의 삶에 대한 계획이 있다는 것 을 깨닫게 될 것(수란스키, 1992: 《아동기의 실종》, 273~276)”이라고 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그러한 공동체적 부모 협동 보육을 ‘공동육아’라는 이름 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1994년, 첫 번째 공동육아 우리어린이집을 신촌에 세우고 반 년 정도 지나자 조합원들이 가까운 동네로 이사 오기 시작했습니 다. 조금 일이 늦어지면, “누구네 집에 가서 놀고 있어

.” 하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가족, 친척보다 가까운 이 웃이 된 것입니다. 이때부터 공동육아 현장에서는 ‘공동체’라는 말을 자주 듣 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힘을 모아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방법을 익힌 사람들 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떠날 나이가 되었다고 그냥 헤어지지 못했습니다. 아 이들이 성장하면서 방과 후 교실과 마을 공부방을 만들고, 결국은 중・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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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의 공동체 학교인 성미산학교까지 만들었습니다. 또한, 이들은 어른들의 일상생활과 삶의 주기의 요구에 맞추어 마을 생협을 만들고, 마을 야산을 지 키고, 반찬 가게, 카센터에 결국은 카페와 공방을 만들고, 또 만들고

침내 아이들을 다 키운 어른들이 함께 살고자 강원도 산촌에 ‘공동의 노년’을 준비하는 삶의 터전까지 함께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동육아 우리어린이집은 어린이집 밖으로 날마다 나들이를 가는 생활을 하면서 ‘나들이’란 말을 처음 쓰기 시작한 곳입니다. 1년에 두어 차례 가는 ‘소 풍’은 있었지만, 주로 실내에서 ‘수업’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상가 건물의 학원과 놀이방 같은 데서는 온 종일 아이들을 방 안에 가두어 두 는 것이 안전하게 잘 보호하는 것이라고 여길 때였습니다. 그때 ‘아마(아빠 엄 마)’라는 말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엄마의 일일 ‘뿐’이라

고 여기지 않도록 아버지가 월차를 내서라도 어린이집 일에 참여하여야 한다 는 ‘아마’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아마’로 온 아버지들이 기저귀 갈고, 설거지 하고, 낮잠 재우고, 아이들과 노는 하루의 일상을 경험하고는 어린이집 선생 님들과 일체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공동육아 우리어린이집의 개원 15주년 행사장에서는 장애우 통합 보육의 첫 세대로 ‘공동육아’로 함께 큰 수진이가 자기가 만든 과자와 양초를 팔고 있 었습니다. 성미산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적 기업인 마을 공방에서 일하면서 마 을 카페에 납품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대학에 다니게 된 초기 어린 이집 아이들이 마침 그날 아파서 개원 잔치에 참석하지 못한 뇌성마비인 친구 요한이를 꼭 만나 보고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휠체어에 탄 채 친구들과 옛날 선생님을 만난 요한이는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공동육아에서 나들 이로 단련된 요한이는 나중에 특수학교에 다닐 때도 감기 한 번 앓지 않았다 고 어머니가 자랑했습니다. 공동육아에서 함께 큰 요한이는 만나면 펄펄 뛰 도록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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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계화와 다문화적 관점 한국 사회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가 통합성을 갖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는 이 주가 대부분이고, 국가와 국민을 넘어 가는 초국가성의 영역이 깊어지고 넓어 지고 있습니다. 19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 명을 타고 이 땅에 태어났다.” 이런 걸 외우면서 국민적 정체성과 민족적 정체 성이 인생을 사는 중요한 의미이자 가치라고 여기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는 초국가성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국가, 국경을 넘나드는 개인들의 무수 한 전략과 새로운 자기 정체성의 구성, 이런 것들이 중요한 삶의 구조가 되는 시대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또는 어떻게 살아 나가야 되는 아이들을 키울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문화의 획일화, 영어 헤게모 니의 획일화, 또는 상업주의적인 문화의 획일화, 세계적인 문화 획일화 현상 이 큰 흐름으로 있지만, 동시에 지역적인 문화적 저항도 함께 경합하고 있는 그런 시대입니다. 어느 한쪽의 선택이라기보다도 이 두 흐름에서 우리 아이들 이 인생을 구성하면서 나가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역시 급진적으로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기업의 해외 진출, 수출, 유학, 이민처럼 외부로 향하는 세계화와 아울러 한국 사회 내부 도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민족, 언어, 종교를 배경 으로 한 이주 노동자들과 결혼 이주자가 급증하여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변 화가 시작되고 있고, 동시에 그보다 더 큰 규모로 중국 조선족, 러시아 고려인, 사할린 귀환 동포, 탈북 이주민 들이 이주하여 ‘한민족 다문화’ 사회로 이행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지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남한 인구의 반 이 넘는 2천5백만 북한 동포들과 교류하고, 나란히 일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 다는 새로운 과제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냉전과 분단으로 인해 지정 학적 섬으로 살아왔던 남한 사회로서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공동육아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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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수 있습니다. 선진사회만 바라보는 세계화 의식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다문 화적 관점과 감수성을 어린 시절부터 경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초국가적 공동체 의식과 다문화 감수성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이런 부분에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초국가적인 공 동체라는 게 우리한테 실감이 안 갑니다. 대통령조차도 “통일이 대박” 이라 는 표현을 했습니다. 공동육아는 남북어린이어깨동무와 함께 20년 넘게 대 북 구호 사업에 참여해 오면서 그 과정의 어려움을 절실히 경험하였습니다. 통 일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 얼마나 오랜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로토 당첨같이 사행심을 북돋는 “대박” 같은 말이 어 떤 꿈을 흔들고 있는지 경계도 됩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게 될, 특히 우리 아이들이 인생의 어느 순간 마주하게 될 북쪽의 아이들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여생이라고 할 것도 없 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그 세월 중 어느 시기엔가 우리 인생을 완전히 지각변 동시킬 그런 일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남북어린이어깨동무가 북한 평 양에 갔을 때 찍은 동영상(아이들이 옷을 곱게 차려입고 이른바 ‘장군님’, ‘아버지’를 찬 양하는 노래 ‘행복해요(We are happy)’를 부르고 있다. - 편집자)을 보여 드리겠습니

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전형적인 북한 유치원의 공연 모습입니다. 그러 나 북한에 그런 아이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또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들만 사는 곳이 평양도 아닙니다. 다음은 북한의 렴형미 시인이 쓴 시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바쁘게 고삐 없는 새끼 염소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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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강으로 내닫는 그 애를 두고 시어머니도 남편도 나를 탓합니다. 다른 집 애들처럼 붙들어 놓고 무슨 재간이든 배워 줘야 하지 않는가고.

그런 때면 나는 그저 못 들은 척 새까맣게 탄 그 애 몸에 비누거품 일구어 댑니다 뭐랍니까. 그 애 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데 정다운 이 땅에 축구공마냥 그 애 맘껏 뒹구는데.

눈 올 때면 눈사람도 되어 보고 비올 때면 꽃잎마냥 비도 흠뻑 맞거라. 고추잠자리 메뚜기도 따라잡고 따끔따끔 솔쐐기에 찔려도 보려무나.

푸르른 이 땅 아름다운 모든 것을 백지같이 깨끗한 네 마음속에 또렷이 소중히 새겨 넣거라.

이 엄마 너의 심장은 낳아 주었지만 그중에서 한 생 뜨거이 뛰여야 할 피는 다름 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단다. (<조선문학>, 2002. 11.)

북한의 극장 국가적인 문화 구도 안에서 살고 있는 한 어머니 시인이 쓴 시

공동육아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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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입니다. 남북이 서로 만나고 교류하게 될 때, 우리가 손잡고 만나야 할 사람들 은 북쪽에서도 대안적인 현대를 모색하고 꿈꾸고 있는 바로 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5. 공동육아의 대응과 과제 그동안 공동육아는 생애 과정의 통합, 공동체의 통합을 위해서 ‘아마’ 활동 을 해 왔습니다. 아주 중요한 활동입니다. 이 사회의 지배 이념은 남성들이나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직장을 우선하게 하 고, 가정이나 육아를 주변부로 또는 의미 없는 것으로 여기게 했습니다. 그 러나 공동육아의 아마 활동은 생애 과정에 따라 육아 공동체의 요구에 적절 히 대응하며 진화해 왔습니다. 요즘은 어린이집, 방과 후 공부방, 학교 만들 기, 마을 만들기를 다 하고, 다 같이 노년을 살자고 공동 노년까지 모색하고 있습니다. 생태적 생활의 치유와 부활이라는 의미에서 나들이의 생활화가 지난 36년 동안 공동육아가 이룩한 가장 큰 해방적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적 환 경 속에서 갇혀 있었던 아이들을 치유하고 재활시키는 아주 훌륭한 프로그램 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적 저항과 다문화 감수성으로 그동안 대안적인 삶을 살아 볼 수 있도 록 했습니다. 다름에 대한 이해와 공존, 특히 남녀와 장애와 인종, 종교, 문화 의 차이를 넘는 통합적인 생활 경험을 아이들이 더 일찍이 더 폭넓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터전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한 모색을 꾸준히 해 온 경험과 사회 변화에 대응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현장을 만들어 나온 과정이 그동안 공동육아가 걸어온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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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크는 우리 아이”는 1994년에 만든 책 제목입니다만, 한 마디 한 마디 많이 생각해서 만든 말입니다. 흔히 아이들을 “기른다.”고 합니다. 의식적으 로 노력해서 쓰는 말도 “키운다.”고 했습니다. 공동육아의 첫 책을 내면서 아 이들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좀 더 어른들이 인식하고 받아들이자는 의미에서 “크는”이라고 했습니다. 즉, ‘우리” 아이들은, “함께”하며, 스스로 “크는” 존 재라는 의미를 다시금 새기고자 한 것입니다. ‘교육’에서 ‘생활’로, ‘계몽’에서 ‘참여’로, 그리고 ‘우리’를 어떻게 확장해 나 갈 수 있느냐 하는 주제로 공동육아의 실천은 진화해 왔습니다. 사실 ‘우리’ 는 ‘울타리’와 비슷한 말로, ‘울타리’를 열어 놓으면 잘될 때는 모이고 안 될 때 는 먼저 빠져나가서 관리가 어렵습니다. 그 ‘우리’를 어떻게 적절히 유지하고, 확장하고, 다양한 ‘우리’를 폭넓게 확산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도전적인 과제 입니다. 우리 아이부터 우리 노년까지,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에서 공동체 적인 생애 과정 전체를 창조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공동육아가 지금까지 이 시대의 문제를 선구적으로 감지하고, 어려운 여건 을 극복하며 앞장서서 실천 모델을 만들어 왔듯이, 이제 이것을 좀 더 사회적 으로 확산해 나가는 운동을 전개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집 한 곳에서 아무리 아이들을 잘 키워도 온 지구상의 생태적 환경 구도 속에 서 우리 아이들의 운명이 결정 납니다. 고리핵발전소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동해안의 원자력 발전소 하나만 잘못되어도 우리 삶 전체가, 우리 아이들의 삶까지 한꺼번에, 상실되는 것입니다. 전쟁과 같은 시대적 위기와 사회적 갈 등 상황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운명이 결정 납니다. 남북관계가 잘못돼서 포 탄이 오가면 그동안 우리가 이룩한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삶의 현장에서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동육아의 과제입니다. 자본과 상업주의 문화가 주도하는 일방적

공동육아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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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삶의 현장에서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동육아의 과제입니다. 자본과 상업주의 문화가 주도하는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세계화의 조류 속에서 스스로를 대상화하지 않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 긴요합니다.

이고 획일적인 세계화의 조류 속에서 스스로를 대상화하지 않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 긴요합니 다. 다문화 감수성을 바탕으로 전쟁과 재난 같은 위기 상황에 대한 극복 능력 과 갈등 해결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지금까지 거시적인 시대적 과제를 이야기 했습니다만, 실제로 일견 거창해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이 우리 개인사와 바로 관계를 맺게 되는 그런 상황 속에 서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것인가. 그동안 우 리 이념 세대들은 거시적인 주제를 걸고 거창한 현장에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자 활동했습니다. 수란스키는 지적했습니다. 미시적인 과제, 미시적인 현장 에서 거시적인 주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잡히고, 미시적인 현장에서 미시적인 과제들을 어떻게 음미하고 충실하게 하느냐에 따라서 세상이 달라진다는 겁 니다. 우리의 미래는 그렇게 준비됩니다. 충실하게 순간순간의 삶을 누리고, 음미하고, 다시 고쳐 충실하게 하며, 그렇게 살아 봅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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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 안성일

| 참고 문헌 | 정병호 2006. ‘함께 크는 삶의 시작, 공동육아’. 이부미, 이기범, 정병호 공편. 함께 크는 삶의 시작, 공동육아. 서울: 또 하나의문화. 329~349.

2008. ‘서열 경쟁과 교육 게임’. 정병호, 김찬호, 이수광, 이민경 공저. 교육 개혁은 왜 매번 실패하는가. 서울: 창비. 65~124 .

2009. ‘우리의 꿈, 우리의 길’. 공동육아. 제18권 4 호. 조한혜정. 2007. 다시 마을이다: 위험 사회에서 살아남기. 서울: 또하나의문화.

Aries, Philippe. 1962. Centuries of Childhood: A Social History of Family Life (아동의 탄생. 필립 아리에스 글. 문지영 옮김. 2003. 새물결). NY: Vantage Books .

Bronfenbrenner, Urie. 1970. Two Worlds of Childhood: U.S. and U.S.S.R. NY: Russell Sage Foundation. Cannella, Gaile Sloan. 1997. Deconstructing Early Childhood Education: Social Justice and Revolution (유아교육 이론 해체하기: 비판적 접근. 게일 슬로안 카넬라 글. 유혜령 옮김. 2002. 창지사). NY: Peter Lang.

Chung, Byung - Ho. 2003. Changes in Korean Family Structure and the Conflicts of Ideology and Practice in Early Socialization. Korea Journal 41(4): 123~143. Illich, Ivan. 1970. Deschooling Society. Marion Boyards. Strauch, Barbara. 2010. The Secret Life of the Grown-up Brain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바버라 스트로치 글, 김미선 옮김. 2011, 해나무). NY: Bookhouse Publisher.

Suransky, Valery Polakaw. 1982. The Erosion of Childhood (아동기의 실종. 발레리 폴라코우 수란스키 글. 윤종희, 이재연 옮김. 1992. 교보문고).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

이 글은 2014년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총회 강연 녹취록이다.

공동육아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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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다의 창

ⓒ 안성일

공동육아는 왜 아이들에게 바깥을 열어 주고자 했나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에서 현장교육지원전문가를 일컫는 말이다. * ‘페다’는 * 이 글은 그동안 페다회의 안에서 논의되어 온 내용으로, 김기나(진달래)와 장혜경(무지개꽃)이 함께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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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는 나들이가 부각되면서 마당의 의미가 퇴색되 고 나들이조차도 형식화된 프로그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마당’과 ‘나들이’를 포괄하는 의미의 ‘바깥’이라는 말을 씀으로써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공동육아 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이 무르익던 1970~8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저소득층과 여성이라는 소수자 집단 어른들의 수요에 맞 춰 만들어진 우리나라 보육 현실은 너무도 열악했다. 급기야 1980년대 말, 최 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던 어린 남매가 밖에서 잠긴 문을 붙든 채 방안에 서 화마로 희생되는 사건과 같은 비극적 사건이 잇따르면서 여론이 물 끓듯 하자 정부는 이에 떠밀려 서둘러 영유아보육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이는 중 산층까지 확대된 보육 수요를 미봉책으로 해결하는 양적 확대 정책의 시작이 었을 뿐 정작 아이들을 온 종일 비좁은 실내에서 생활하게 하고, 어른들이 보 호・관리・통제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현실은 그 뒤로도 크게 달라진 것 이 없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공동육아의 초기 구성원들은 아이들에게 왜 바깥을 열어 주고자 했는지 생각해 본다. 공동육아 초기의 철학과 방법론을 담아 놓은 이기범의 글(《함께 크는 우리 아 이》)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듯이 초기 공동육아의 부모와 교사들은

어른 중심의 인식 틀을 뛰어넘어 아이들을 보육의 대상과 객체가 아닌 주체 로서 바라보고자 했다. 어린이집이라는 실내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아이들에 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열어 보여 주고자 했고, 공동체 의식이 희박 해지고 있는 회색빛 도시 안에서 다시금 자연과 지역사회라는 관계망을 회복 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하고자 했다. 이러한 생각에 바탕을 두고 시작한 공동육아 현장의 초기 모습은 지금과 는 많이 달랐다. 모든 생활은 아이들의 자유 의지에 맞춰 이루어졌다. 낮잠도

공동육아는 왜 아이들에게 바깥을 열어 주고자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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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다의 창

자고 싶은 아이만 자고, 활동도 하고 싶은 아이만 했다. 밖에 나갈 때는 언제 나 신발을 신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고, 실내에서 실내화를 신게 하지 않 았다. 아이들은 아무 때나 안과 밖을 드나들었다. 마루는 언제나 모래와 흙먼 지로 뒤덮였고 서걱거렸다. 이렇듯 공동육아의 초기 어른들은 아이들을 형식에 끼워 맞춰 교육하지 않았다. 대신 바깥을 열어 주고 아이들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가게 했다. 실 내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살아갈 만큼 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실내는 아이들에게 자유를 허락하기에는 많은 제약 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바깥은 자연과 지역사회로 열려 있어 아이들이 스스 로 놀 자리를 잡을 수 있고, 놀잇감 또한 둘레에 널려 있는 자연물과 물건을 찾아 쓰고 만들어 쓰면 된다. 바깥, 그 가운데서도 작지만 살아 숨 쉬는 마당 과 가까이 있는 숲은 아이들에게는 풍성한 자원을 지닌 열려 있는 배움의 공 간이다. 아무리 빈약한 바깥이라도 실내보다는 풍성하다. 때문에 공동육아 가 초기부터 작아도 자연에 열려 있는 마당, 그리고 숲이나 산으로 나가는 나 들이를 강조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공동육아는 가깝고 친숙한 자리인 마당에서부터 아이들에게 바깥을 열어 주고자 했다. 마당은 아이들에게는 아무리 가까워도 나들이를 나가야 만날 수 있는 산이나 숲과는 다른 의미에서 중요하다. 일상의 마당 놀이에서 만나 는 흙, 모래, 돌, 잡초, 나무, 벌레, 햇빛, 바람, 비 같은 가까이 있는 자연과 관 계를 맺어 본 아이들은 더 넓은 바깥으로 나가 자연과 더욱 친숙하고 풍성한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언제나 가까이 열려 있는 마당 안으로 더 넓은 바깥을 들여 와 새로 알게 된 것을 다시 익히고 표현해 낸다. 마당은 좁지만 좁지만은 않은 아이들의 세상이 된다. 이렇게 아이들은 마당 놀이와 나들이를 경험하 면서 어린이집 바깥세상을 넘나들며 세상을 조금씩 이해해 가고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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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유를 한껏 열어 주고자 했던 초기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모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어른들 자신이 바깥의 의미를 충분히 찾지 못한 채 아 이들에게 자유를 줬기에 그 자유는 방임과 연결되어 불안을 불러왔고 불안 이 커져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자유와 공동체 생활의 질서 사이에서 거 의 밤새워 토론하고 논쟁했지만 이러한 바깥의 의미를 제대로 정리하지도, 충분히 함께하지도 못했다. 공동육아 제도화의 시기 즈음, 보육에 대한 국가의 관심 아래 이루어진 평 가인증, 공공형 인증 같은 외부 상황의 변화와 함께 교육의 형식성과 관리의 효율성이라는 가치가 더욱 더 빠르게 공동육아 안으로 밀려들어 오고 있다. 그리고 이제 공동육아가 초기부터 지향해 온 가치들조차 흔들어 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역시 《함께 크는 우리 아이》에서 그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정병호는 “아이 하나하나 의 호기심과 자발적인 움직임의 자연스런 시간 흐름을 어른의 감각에서, 또는 형식적인 교육으로 단체 생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조각조각 끊지 않도록 참 을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참고 기다리고 아이들로부터 배울 줄 아는 것은 육아에 대한 이론이나 지식보다 익히기 어려운 일이다. 끝없는 자기반성 과 자기 수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육아 전문가의 몸짓이다.”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 공동육아의 어른들은 마당과 나들이, 더 넓은 의미의 바깥 을 통해 아이들로 하여금 세상을 스스로 인식하고 의미를 구성할 수 있는 환 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지, 그리고 아이들의 호기심과 자발적인 움직임에 따 라 시간을 구성하고 아이들에게서 배울 줄 아는 어른이 되기 위해 끝없는 자 기반성과 자기 수련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누 리는 자유의 시간과, 또 우리가 열어 준 바깥 더구나 자연 속에서 맺은 관계의 밀도만큼 자란다. 그리고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내는 생태적 관계망 만큼 우리 사회에서 공동육아의 가치와 의미는 더 넓게 확산될 수 있다.

공동육아는 왜 아이들에게 바깥을 열어 주고자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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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나눔

기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먼지와 같다

서진숙 소금꽃. 해와달어린이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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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그동안 기록을 많이 해 왔지만 아이들을 평가하고, 끌고 가고, 기다리지 못하고, 내가 그리고 싶은 세상만 기록하려 했다. 이제는 아이들이 그려 가는 세상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기록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들어가며 이 글은 일지나 날적이를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아이들이 그 려 가고 있는 세상을 기록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기록으로 공동육 아의 교육 장면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공동육아 일곱 살 교육연구모임(2012. 2013년부터 공동육아교육연구모임. 다음부터 교육연구모임)’에 참여하면서 기록의 참

뜻을 제대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연구모임과 함께 기록을 해 가면서 나는 ‘기 록을 왜 해야 하나.’,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나.’ 하는 물음이 생겼다. 이 글에서는 그 물음에 답을 찾아간 과정을 교사에게 기록이 왜 중요한지, 왜 기 록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로 나눠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교사에게 힘이 되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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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사의 뒷배 교사 생활을 시작해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어려움이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평가서, 계획서, 일지, 날적이

. 그 가운데서도 일지와 날적이는 날마다 어

려웠다. 이때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기록해야 하나 하는 어려움이 있었 다. 그러다 보니 무작정 기억나는 것 모두를 일지에 기록했다. 이렇게 해 둔 기 록이 나를 살린 적도 있다. 한 아마가 “신입 교사가 우리 아이에 대해 부정적 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면담을 요청해 왔다. 그때 내가 시시콜콜하게 기록 해 둔 일지, 교사로서의 생각, 일기, 사진 자료, 회의록 같은 것을 모두 가져와 내 입장을 설명했던 기억이 있다. 어찌 되었건 그때그때 써 둔 기록이 아이를 바라보는 교사의 입장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근거이며 힘이 된다는 생각을 하

기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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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나눔

게 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무작정, 많이, 모든 것을 기록하려고 했다.

2) 기록의 힘 ‘일곱 살 방 교사 모임’에 나가다가 그 뒷모임인 ‘공동육아 일곱 살 교육연구모 임’에 참여했다. 이 모임에서는 현장에서 기록한 글로 현장의 교육을 들여다 보았다. 기록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싫건 좋건 간에 일화를 들고 가야 했다. 그러다 보니 기록하는 버릇을 들여야 했다. 수첩, 볼펜, 녹음 기를 늘 걸고 다니는 것을 습관화하려고 했다. 아이들과 겪는 일을 멀리서, 가 까이서 보려는 노력과 그 상황을 수첩에 기록하려는 노력을 같이 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첩에 적은 내용을 글로 옮겨야 마무리가 된다는 것을 잊 지 않으려고 했다. 이 마지막 단계는 시간과 공력이 필요한 만큼 무엇보다도 곤욕스러웠고 지금도 곤욕스럽다. ‘글과 사진을 엮어서 공유할 수 있을 때 비 로소 제대로 기록이 되는 것’인데, 가장 습관화되기 어렵고 인내가 필요한 작 업이다. 상황을 메모하고 집에서 옮기면서 어떤 기록은 아이들의 관계를 읽을 수 있 게 해 주고, 어떤 기록은 아이들의 관심사를 읽게 해 주고, 어떤 기록은 아이 들의 성장 정도를 읽게 해 주고, 어떤 기록은 아이들의 놀이 문화를 읽게 해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본격으로 기록을 하기 시작하면서 기록이 아이들 을 대강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낱낱이 세심하게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깨 달아 갔다. 이렇게 아이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게 되면서 일곱 살 아이들이 서로 도 움을 주고받으면서 철봉에서 노는 모습을 기록하여 공유한 적이 있다. 이 기 록 속에는 아이들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있었다. 마침 이 무렵은 ���주 도적인 아이와 이를 따라하는 아이들’이라는 이야기가 내가 맡은 방 아마들 사이에서 번지고 번져 ‘관계가 굳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극에 달할 즈음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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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때 공유했던 일화로 아이들의 관계가 굳어 있다고 보는 것은 어른의 편 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무렵 끓어오르던 어른들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친구 생각

현이, 정이가 철봉 위에서 놀이를 하고 있어요. 서윤이도 올라가려고 하는데 잘 안 올라가지나 봐요(요새 서윤이가 손, 발에 땀이 많아서 철봉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터라.). “서윤아, 미끄러져?” 하고 물어봅니다. 그러자 서윤이가 “어, 땀 때문에 자 꾸

어, 이렇게

. 어어, 올려 줘.” 합니다. 그래서 “다시 해 봐. 자꾸 미끄

러지면 손에 흙을 묻히고 해 봐.” 했더니 서윤이는 흙을 묻혀 봅니다. 서윤이가 손에 흙을 묻혀도 잘 올라가지지 않자 정이랑 현이가 (저에게) “올려 줘.” 합니다. 그래서 “싫어.” 하고는 그냥 보고 있었죠. 그랬더니 정이가 “내가 올 려 줄게.” 하더니 서윤이를 있는 힘껏 올려 줍니다. 정이가 서윤이를 올려 줬는데 철봉 위까지 다다르지는 않네요. 그러자 서윤이는 철봉 옆에서 매달리며 “와, 여 기 매달렸다!” 하고 외치더니 이내 내려오네요. 서윤이가 내려오자 아이들의 원성이 높아만 가네요. “올려 줘!”, “올려 줘!!”, “올려 줘!!!” “알았어.” 하고는 서윤이가 올라가는 걸 도와줬죠. 그러자 아이들 이 “와, 다 올라왔다!” 하며 철봉 위에서 놀이를 시작하네요. (2012. 9. 5. 양화진놀이터)

철봉 올라타기

일곱 살(바닷물방) 아이들과 오후 나들이를 갔어요. 양화진놀이터로 나가 보았지 요. 한참을 얼음땡을 하다가 서윤이가 ‘철봉에 올라타기’를 연습하네요. 와, 드디 어 성공했어요!! 철봉을 올라탄 서윤이가 “오호

. 예! 아싸!” 하네요. 그러

자 하나둘 아이들이 모여듭니다. 후가 올라가 보려고 매달려 봅니다. 뒤에서 현

기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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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나눔

이가 도와주려고 안아 올려 주며 낑낑. 아이들이 “정이가 더 힘세. 정이한테 도 와달라고 해.” 하지만 후는 ‘도와 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네요. 그러자 명조도 달려들어 현이와 함께 낑낑 올려 보려고 합니다. 드디어 후가 올라가는 데 성공했 네요. 나영이도 “나도 나도

.” 하면서 올라가려고 하는데 자꾸만 발이 미끄

러집니다. 아이들이 나영이를 올려 보려고 하지만 잘 올라가지지 않네요. 어느 새 명조는 매달리기를 하고 있고 후는 다시 한 번 올라가려고 하네요. 그 러자 이번에는 정이가 (후의) 뒤에서 올려 주려고 합니다. 진짜, 정이 힘이 더 센 걸까요. 한 번에 버쩍 들어 올려 주네요. 나영이는 계속 올라가려고 노력합니다. 올라가려고 하는 나영이 뒤에서 서윤이가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하여 도와주려 고 하네요.

(2012. 11. 15. 양화진놀이터)

이 두 기록은 터전 게시판에 올려 함께한 기록이다. 두 기록을 통해 일곱 살 아이들의 관계와 모습이 그려졌다. 네 살 때부터 놀이를 주도하던 나영이가 철봉에 올라가려고 시도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런 나영이를 도와주려는 친구들이 있고, 그 가운데서도 서윤이는 오랫동안 나영이에게 자기가 터득한 방법을 차근히 알려 주며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런 모습에서 나 영이가 언제나 모든 상황을 주도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 아이들에게 친구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서열이 매겨지고 또 그에 따라서 움직이는 관계만은 아니라는 것을 방 모임에서 아마들에게 이 야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윤이가 그즈음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해 냈을 때 성취감이나 만족감이 어떠했나를 보여 줄 수 있었다. 후는 친구들의 도움도 받지만 스스로 해 보려고 하고, 철봉에 올라갈 수 있는 현이, 정이, 명 조는 올라가려고 하는 후를 도와주고 있다. 기록 속의 아이들 모습으로 아이 들이 스스로, 제 속도대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아마들에게 공감시킬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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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다. 그러면서 자기 힘으로 방법을 알아 가고 있는 아이들을 철봉에 올려 주는 것보다는 지켜봐 주는 것이 교사가 할 일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경험으로 기록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 록 그 자체가 교사에게는 든든한 뒷배가 되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 들을 바라보는 시선, 교사의 가치관이 기록을 근거로 해서 드러나고 설명되 기 때문에 기록이 중요하다.

왜 기록해야 하나

02

교사에게 기록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갈 즈음 새로운 어려움이 생겼 다. 새로 옮긴 터전에서 “교사 자신의 입장과 의도가 드러나는 기록.”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교육연구모임에서도 “교사의 주관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기록.”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면서 교육연구모임에서는 “상황에 대한 순 수한 기록과 해석을 따로 기록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때부터는 ‘무엇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사실-해석’을 구분해서 기록해 보았다. 다섯 달쯤 아주 많은 기록을 해 보았지만 별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도대체 왜 기록을 해야 하는 거야?’ 하는 반항 어린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러다 그즈음 어떤 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왜 기록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기회를 얻었다.

4월 중순부터 다섯 살 진호라는 아이와 단둘이 지렁이를 찾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 아이에게 “저기 형들이랑 찾아봐

.” 하며 ‘벌레팀’이라 하는 데 들어가서

기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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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나눔

함께해 볼 것을 제안했지만, 그럴 때마다 “으으음, 소금꽃이랑 할래.” 했다. 둘이 서 벌레를 찾다가 동갑내기인 안정이나 창이가 오면 같이 찾으러 다니는 것을 거 부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동안 진호랑 단둘이 또는 셋이서 벌레를 찾는 일이 많 았다. 그렇게 벌레를 찾으러 다니는 동안 진호에 대해 ‘스스로 힘을 키워 가고 있 는 과정인가?’, ‘친구가 아닌 어른 도움을 받아 힘을 키우고 싶은 건가?’, ‘그렇게 힘을 키우면 친구들이나 형들 모둠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6월 26일 아침, 진호가 무당벌레를 찾았다며 들고 왔다. 진호

풍뎅이 잡았어! 처음이야!

어린이집에 오자마자 관찰 통을 들고 숲으로 나갔던 진호가 들어온다. 소금꽃

진호가 발견하는 기술이 점점 느나 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사와만 단둘이 상호작용하며 지렁이를 찾던 진호다. 진호

안 움직이니까 안 따가워. 죽었어.

소금꽃

죽었어?

진호

죽은 거 같아. 자나? 앗, 움직인다! 풍뎅이가 움직인다! 풍뎅이가 왜 움

직이지? 소금꽃

왜 움직일까?

진호

대개 따가워. 움직이면 따가워. (한참을 보다가) 내가 돌을 치웠더니 풍뎅

이가 나왔어. 소금꽃

. 돌을 치웠더니 나왔어?

진호

어. 윤오가 그랬어. 내가 잡았어. 다른 벌레도 잡아야지.

풍뎅이가 움직이는 것을 같이 보고 있다. 관찰 통 안에서 움직이는 풍뎅이를 보니 한쪽 다리가 축 늘어져 있어서 걷다가 뒤집어졌다, 힘줘 다시 몸을 뒤집고를 반복한다.

46

소금꽃

다리 다쳤나? 한쪽 다리가 축 처지고 걷다가 뒤집어지고.

진호

미끄러운가 봐. 다리 깨진 거 아니야?

공동육아 112호


또 한참을 보다가 진호가 혼잣말로 “놔 줘야겠다.” 한다. 풍뎅이가 걷다, 뒤집 혔다 다시 뒤집는 모습을 보다가 또 “에구

.” 한다. 그리고는 또 손에 올려놓

고 풍뎅이가 걸어가게 한다. 진호

근데 풍뎅이 따갑다. 아래를 만지면 따가워.

소금꽃

아래? 어디?

진호가 자기 팔에 있던 풍뎅이를 잡아 뒤집으니 다리가 버둥버둥한다. 그것을 다시 뒤집어 내 손등에도 올려 준다. 진호

원래 다리가 따가워. 윤오도 원래 따갑대.

진호가 내 팔 위에 올려놓은 풍뎅이가 걷는데 진호 말대로 걸을 때마다 따끔 따끔하다.(뒤 줄임)

(2013. 6. 26. 수. 이른 시간. 마당)

진호가 무당벌레를 찾아 들고 오는 모습을 보면서 ‘아, 진호가 예전과 달라 졌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이전 기록을 찾아보게 되었다.

날짜

기록

2013. 4.30.

[한 아이 기록]

해석

(진호는) 관찰 통을 들고 지렁이, 지네 같은

동물을 잡는다. 관찰 통을 들고 다니는 다른 형, 친구들 무리 속에 들어가지 않고 혼자 하거나 교사와 단둘이 한다.

4.30.

[일지 ] 오후 바깥놀이

교사가 개입하여 놀이를 엮어

나무껍질을 벗기고 흙을 모아 발견한 지렁이와

주려고 했던 상황.

지네의 집을 지어 주고 먹이를 줘 본다. 다섯 살 진호, 안정, 소금꽃.

5.8.

[일지 ] 오후 바깥놀이

무당벌레 찾는 형들 속에

곤충찾기 : 다섯 살 진호, 윤오, 여섯 살 율이,

들어가 있음.

일곱 살 장호. 나중에는 무당벌레 키우기로 바뀜.

기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47


교육

나눔

5.9.

[일지 ] 오전 공터 나들이

벌레 찾는 큰 모둠 안에

곤충잡기 : 곤충을 잡고 도감을 보면서

들어가 여러 가지 곤충을

아이들이 곤충을 잡음. 메뚜기, 거미, 딱정벌레

찾고 있음.

들을 잡으면서 놀았음. 일곱 살 민규, 여섯 살 승이, 율이, 민이, 윤이, 다섯 살 윤오, 청호, 경우, 진호, 언이.

5.14.

[일지 ] 점심 바깥놀이

벌레 모둠에 속한 여섯 살

지렁이 발견 : 해와달숲 (해와달어린이집

형과 둘이서 지렁이를 찾음.

뒷마당 쪽 숲의 이름)의 축축한 낙엽과 돌을

들추어 지렁이를 발견하고 관찰 통에 모아 본다. 다섯 살 진호, 여섯 살 율이, 소금꽃.

5.16.

[일지 ] 오전 바깥놀이

지네와 공벌레를 찾음.

지렁이, 지네, 공벌레를 찾는다. 다섯 살 진호, 창이, 안정.

5.16.

[관찰 기록]

진호와 창이의 지렁이

진호가 바깥놀이를 시작하면서 “지렁이

잡는 모습.(뒤 줄임) (뒤에 온)

찾고 싶어.” 한다. 그래서 또 단둘이

안정이. 서로 다른 맥락으로

해와달숲으로 간다. 창이가 보고 뒤따라온다.

지렁이를 보고 있다.

그렇게 셋이 앉아서 축축한 흙과 낙엽을 뒤적거리며 지렁이를 찾는다.(뒤 줄임)

5.22.

[일지 ] 점심 바깥놀이

개미에 관심.

개미잡기. 다섯 살 진호, 창이.

5.23.

[일지 ] 오전 바깥놀이

형과도 함께 어울림.

개미, 애벌레, 딱정벌레, 송충이를 발견하여 관찰하고. 여섯 살 경이, 다섯 살 진호, 윤오.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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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활동 기록]

윤오는 두 달째 벌레 잡는 형들

비. 오전 바깥놀이. 해와달숲.

을 따라다니며 지냈다. 형들은

창이 무당벌레다.

가끔 가다 이런 윤오가 귀찮다고

(윤오가 무당벌레 잡음.)

한다. 자기네들은 다른 걸 잡고

진호 나 하나도 없는데.

싶은데 윤오는 만날 지렁이를

(윤오가 진호에게 주려고 함.)

잡아 달라고 해서 불편하다고

창이 야, 내가 발견했어!

했다. 그렇게 벌레를 잡는 비법을

(윤오가 창이에게 줌.)

전수받은 윤오가 같은 다섯 살들

진호 어, 지렁이다.

안에서는 지렁이, 무당벌레를

공동육아 112호


창이 이거 너 해.

잡는 시범을 보여 주고 있다.

(창이는 진호에게 무당벌레를 내밀어

아이들에게는 벌레를 잡을 때

주고 지렁이를 받으려고 하는데)

지렁이, 공벌레, 무당벌레,

윤오 자…….

무당벌레 애벌레, 애벌레 따위

(지렁이를 잡아 진호에게 건넨다.)

등급이 있다. 윤오는 친구들

윤오 무당벌레 애벌레 찾아야지.

사이에서 ‘무당벌레 애벌레’를

(내려가는 길에 다른 쪽 길로 간다.)

찾자고 이야기하고, 그 모습을

진호 나는 공벌레 잡아야지.

보여 주려고 하나 되지는

창이 나도.

않았다. 막상 동갑인 진호,

진호 너, 왜 나 따라 찾냐?

창이가 공벌레, 지렁이를

(두 아이는 윤오를 따르지 않는다.)

잡으러 가자고 하자 시시하다며

……(가운데 줄임)……

무당벌레 애벌레를 찾을 수 있는

(창이는 “공벌레, 공벌레.” 하며

다른 곳(소원탑/벌레 집)으로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혼자 간다.

소금꽃 한 번 잡아 봐. 창이 내가 할래.

창이는 눈으로 벌레를 잘

(하며 잡는다. 창이가 스스로 잡는 모습을

쫓는다. 눈과 손을 빠르게

처음 본다.)

움직여 잡아 보았다.

창이 저기…….

6.12.

진호 내가 할래.

진호는 공벌레를 잡았으나,

(이번에는 공벌레가 잡기도 전에 땅속으로

지렁이는 미끄럽고 징그러워서

쑥 들어간다.) (뒤 줄임)

손으로 잡지 못하겠다고 한다.

[마주이야기] 비. 오후 바깥놀이. 툇마루.

(앞 줄임) 아이는 이미 스스로

진호와 창이가 관찰 통을 하나씩 들고 들어온다.

형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공벌레가 많이 든 관찰 통을 보이며 스스로 잡았다고 좋아한다.……(가운데 줄임)…… 소금꽃 진호가 이제 스스로 공벌레도 잡고

많이 컸네. 기특하네. 진호 나 형인데?

[되돌아보기를 하고 나서] 그동안 진호에 대해 생각하던 것이 맞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일지, 한 아이 기록, 마주이야기, 놀이 활동 기록으로 확인해 보니 벌레를 찾는 아이들의 모둠이 나뉘어 있고, 진호가 한동안 교사나 친구 한 명과 관계를 맺으며 개미, 지렁이, 공벌레 들을 찾아다닌다는 것, 그리고 그 뒤부터는 벌레 찾는 형들 모둠에 끼어 같이 다니기도 하며, 자유롭게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뒤 줄임)……

기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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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나눔

진호가 벌레를 찾아가는 이전의 기록을 찾아서 다시 보다 보니 기록 속에서 몇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먼저 아이들 사이에 벌레를 찾는 차례(지렁이나 개미, 공벌 레, 무당벌레, 무당벌레 애벌레, 애벌레, 나비)가 나름대로 있고, 그것이 벌레를 찾는 등

급(?)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등급이 아이들 사이에서는 형님의 척도처럼 되어 있는, 아이들의 문화를 읽어 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형들 속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아이, 자기 힘을 길러 또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아이, 또래 안으로 쉽게 들어가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의 모습과 성향이 보였다. 기록은 내가 느낌이나 추 측으로 알고 있던 것을 더 확실하게 보여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서 교사가 기록을 해야 하는구나.’ ‘자연에서 또래들과 잘 노는 아이들’을 위해서 교사가 해야 하는 일이 아이들 에게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면, 기록을 바탕으로 ���이들의 현 재를 파악하여 환경을 지원하고, 그렇게 지원하고 나서 나타나는 아이들 모습 은 또 아이들의 현재 모습이 되고, 교사는 그 현재의 모습을 또 다시 기록해야 하 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내 나름대로 기록의 이유를 찾아보게 되었다. 형 식이 없는 교육, 만들어 가야 하는 교육에서 전제가 되면서도 또 결과가 되는 것, 그것이 기록이구나!

(‘기록하는 의미_벌레 찾기’ 가운데서)

기록을 다시 되돌아보면서 기록에 담긴 의미를 발견하고 ‘왜 기록해야 하는 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나

03

기록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발견한 게 있다면 그동안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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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못한 ‘교사로서의 내 모습’이 기록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록 에 드러난 교사로서의 내 모습을 찬찬히 보면서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 는가.’에 대한 답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이 답은 아이들을 마주하는 ‘교사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록에 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내 모습 몇 가지를 살펴보겠다. 이 모습들은 교사로 서 버리려고 노력해야 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1) 기록에 비치는 교사의 모습

평가 를 위해 기록하 는 모습

관찰

재윤이가 “소꿉놀이할 사람 여기 붙어라.” 하며 놀이를 제안한다. 아이들이 “나” 하며 모여든다. 재윤이가 “1등, 2등

6등.” 하면서 아이들을 하나하나 지목

한다. 한 아이가 “선영이는 빠졌잖아.” 한다. 장롱 앞에서 혼자 카프라 블록을 가 지고 빌딩을 만들고 있던 선영이가 이 이야기를 들은 듯이 아이들을 쳐다보며 반 쯤 몸을 일으킨다. 재윤이가 “1등, 2등

. 6등

선영이는

선영이는

.” 하면서 조용히 다시 차례를 읊으며 얼버무린다. 이에 선영이가 다시 앉는 다. 그리고 다시 재윤이가 “1등, 2등 다시 놀이가 진행되었다.

6등.” 하면서 친구들을 지목해 준다.

(가운데 줄임)

이 소꿉놀이는 정리 시간이 되

면 (종이)블록을 정리했다가 놀이 시간이 되면 다시 똑같은 (방) 모양으로 만들며 집으로 갈 때까지 이어졌다. 오후 놀이 시간에는 경하와 남우가 다른 놀이를 한 다. 경하는 몸을 비스듬히 뉘여 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지켜보고, 남우는 아이들 의 블록 옆에 컴퓨터(가끔 텔레비전)를 만들어 혼자 놀이를 한다.

기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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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나눔

해석 및 평가

놀이는 재윤이의 제안과 주도에 따라 이루어졌다. 놀이를 받쳐 주는 남영이가 어 린이집에 나오지 않아 없는 상황에서 놀이는 대체로 조용하게(정적으로) 진행되 었다. 선영이를 놀이에 끼워 주지 않았으나 선영이는 아이들 놀이에 끼고 싶어 한 다는 동작을 보였다. 이에 아이들 놀이에 선영이가 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영이가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지지해 주어야 할 것이다. 경하는 놀이에 끼었으나 오래 하지 못하고 관찰 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로 놀이를 제안하는 재윤이, 놀이를 받쳐 주는 남영이와 함께 삼총 사를 이루는) 남우는 남영이가 빠진 놀이에서 흥미를 잃고 빠져나와 혼자 논다. 놀

이를 이끄는 재윤이가 좋아하지 않는 친구 선영이는 오늘도 놀이에 끼지 못했다. 블록을 전체가 자유롭게 가지고 노는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2011. 7. 15. 관찰일지)

이 기록은 날마다 써 내야 하는 관찰일지의 한 부분이다. 교사들은 이런 양식으로 된 관찰일지를 날마다 작성한다. 관찰 기록을 하는 게 잘못되었다 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이 기록들을 다시 되돌아보면서 기록하는 교사로서의 내 태도를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조금 거칠게 표현 하면 ‘평가를 위해 기록하는 모습’이다. 관찰일지라는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부담감에서인지 아이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목적이 결국에는 평가에 있었 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해석 및 평가’란을 채우기 위해 아이들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위의 기록에서 ‘관찰’ 부분을 통해 아이들의 놀이가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 되는지, 누가 놀이에 끼고 못 끼는지, 그리고 누가 놀이에서 빠지는지가 드러 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거기에 이미 하고 있던 내 생각이나 판단을 더해서 ‘해석 및 평가’를 하고 있다. “놀이를 받쳐 주는 남영이가 어린이집에 나오지 않아 없는 상황에서 놀이는 대체로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주로 놀이를 제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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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는 재윤이, 놀이를 받쳐 주는 남영이와 함께 삼총사를 이루는) 남우는 남영이가 빠진 놀

이에서 흥미를 잃고 빠져나와 혼자 논다. 놀이를 이끄는 재윤이가 좋아하지 않는 친구 선영이는 오늘도 놀이에 끼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날마다 해 나가던 이런 서류 속의 기록을 되돌아보며 평가를 목적에 두고 아이들을 관찰하는 내 태도와 아이들에 대해 이미 내리고 있는 판단을 근거 로 상황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내뱉고 있는 말 과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기록하게 되면서 “아이들이 이미 다 보여 주고 있다.”는 말을 조금씩 믿게 된다. 그래서 더욱 아이들에 대해, 그리고 상 황에 대해 섣부르게, 억지로 평가하려 들지 않으려 한다.

아이들 을 끌고 가려고 하 는 모습

아이들과 함께 콩나물을 다듬어 보았다. 아이들은 쉽게 지쳐 하면서, 아이

그만하고 싶어.

아이

언제까지 해야 해.

소금꽃

콩나물은 다 다듬어야만 먹을 수 있는 거야.

이렇게 달래 가면서 콩나물을 다듬는다. 관심 있는 동생들은 함께 와서 다듬는데 동생들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 록 하며 마무리까지 같이하자고 하지는 않았다. 어느새 끝이 보여 가자, 아이들

와, 많이 했다.

소금꽃

어른들이 그러는데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건 눈이래. 눈으로 보면 일이

많은 거 같지만 손을 써서 하다 보면 어느새 끝나 버려서 그러는 거래. (2012. 5. 14 .)

이 기록은 교육연구모임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일화다. 방 아이 하나 가 음식을 많이 가려야 하는 아이였다. 그 아이가 그나마 먹을 수 있고 좋아

기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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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나눔

하는 콩나물을 함께 기르고 콩나물국을 끓여 먹는 활동을 기록한 일지다. 오전 나들이를 가지 않고 아이들을 앉혀 놓고 다 자란 콩나물을 다듬기 시 작했다. 기록에서 보이듯이 아이들은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힘들어하고 또 그 만하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나는 ‘너희들이 하고 싶다고 했던 활동이잖아. 너 희들이 끝까지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모든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같 이’하기를 바란다. 이 기록에서 활동을 위해 아이들을 끌고 가고 있는 교사로 서의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기록에 나타나는 모습은 그 밖에도 더 있었다. 연결되는 이야기이기에 덧 붙여 보면 당시 교육연구모임에서는 이 기록을 보고 ‘일의 즐거움과 노역’, ‘자 유롭게 해 보는 것’, ‘교사 협력’이라는 부분을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생활 속 에서 자연스럽게 일을 해 봄으로써 일의 즐거움을 느껴 가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노역이 된다. 아이들이 콩나물을 다듬으며 힘들어할 때 교사가 억지 로 끌고 가지 말고 자유롭게 해 보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담긴 이야기 였다. “다같이 하게 하는 것만 교사 노릇이 아니라 그렇게 자유롭게 해 보고 아이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는 것도 교사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방 아이들은 콩나물을 끝까지 다듬게 하면서도 다른 방 아이들은 자유롭게 참 여하도록 하는 모습에서 ‘우리 방’과 ‘다른 방’ 아이들을 ‘구분’하고 있다는 이 야기가 나왔다. “다른 방 아이들이 우리 방 활동에 들어올 수 있는 것처럼 우 리 방 아이들도 다른 방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열어 줘 보라.”는 것이다. “내가 다른 방 아이를 받듯이 다른 방 교사도 우리 방 아이들을 받으면서 조금씩 교 사들끼리 협력이 시작된다.”는 이야기였다. 이 기록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부분에서 공동육아 교사로서의 내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조바 심 내는 모습

점심을 먹고 나서 다섯 살 윤이가 수박을 그려 놓은 그림책을 펴 놓고 비행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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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접고 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윤이가 펴 놓은 책을 “잠깐 볼게.” 하고 보고 는 자리에 놓는다. 그러자 윤이가 “여기 아니야. (그림책을 뒤적거리다가) 여기야.” 하며 수박 한 통이 둘로 나뉜 그림이 있는 곳을 찾아서 편다. “여기가 어딘데?” “이걸 보고 접는 거야.” “그럼 다른 비행기는 어떻게 접는데? 그것도 있어?” 하며 계속 관심을 보이면 서 묻자 윤이는 보기에는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두 번째 비행기를 접기 위해 한 참 그림책을 뒤적이다가 ‘바로 여기야.’ 하는 듯이 한쪽을 펴서 손으로 눌러 고정 하고는 “이건 이렇게 접는 거야 다.

.” 하면서 처음과 비슷한 비행기를 접어 보인

(뒤 줄임)

(2013. 3. 7. 점심시간 뒤. 2층 마루)

다섯 살 여자아이가 그림책을 펴 놓고 종이접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아이가 ‘도대체 왜 그림책을 펴 놓고 종이를 접고 있는지’ 이런저런 상황을 만 들어 알아보려 하는 장면이다. 부끄럽게도 조금만 더 여유롭게 아이를 바라 보았다면 ‘종이접기 책을 봐 가며 접는 모습’을 흉내 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아차렸을 테다. 그리고 아이의 상상의 세계를 방해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조바심 내지 않고 보고 있었다면 아이는 그냥 보여 주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놀이를 교 사 뜻대로 변화시키려는 모습

오늘은 아이들이 갑자기 물을 많이 쓰는 날이다. 작은 그릇이 아니라 크고 작은 물뿌리개를 하나씩 들고 물을 길어 나른다. (일곱 살) 연이와 진이가 (만들어 놓은) 아궁이로 물을 가져가 붓는다. 물을 부으니 뿌옇게 물이 올라온다. (가운데 줄임) 연이

약수터라고 하자. (가운데 줄임)

기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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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나눔

약수터에 물을 붓고 물속을 휘젓기도 하며 놀이를 한다. 근데 보니 점점 물이 줄어들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또 과학적인(!) 이야기를 한 번 해 보고 싶었다. 소금꽃

어머, 저기 물 좀 봐. 가만히 있지 않고 막 돌아간다. 잠깐! 물이 줄어드

는 거 같기도 해. 진이

물이 줄어드나? 땅으로 물이 스며들어서 그러는 거야.

욱이(다섯 살) 소금꽃

그대로 멈춰라!

어머, 여기까지 물이 있는데. (물이 있는 곳에 나뭇가지로 나름대로 부표를 대

고) 진짜 줄어드나 볼까? (시간이 흐름.) 욱이

나도 나뭇가지 할래.

진이

나뭇가지 넣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소금꽃 (나뭇가지를 가리키며) 어머, 아까 물이 여기까지 있었는데. 진짜 물이 줄

었어. 진이

소금꽃, 소금꽃은 그런 거에 관심 있어?

진이는 친절하게 이야기를 한다. 소금꽃

어, 난 그런 거에 관심이 많아.

우리는 이제 저마다 다른 놀이를 하게 됐다. (2013. 4 . 1. 오후 바깥놀이. 해와달숲)

아이들이 흙에 물을 부어 가며 놀이를 하고 있다. 나는 ‘물이 줄어들고 있 다’며 과학적인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 하지만 진이는 이미 물이 스며들어서 그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물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더 또렷하 게 확인시켜 주고 싶어 한다. 구덩이 중간중간 나뭇가지를 꽂아 시간이 흐르 면서 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 주려고 한다. 이 모습을 본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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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살 동생이 “나도 나뭇가지 할래.” 하자, 진이는 “나뭇가지 넣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하면서 마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인 듯이 동생에게 던진다. 놀이하 는 아이들 사이에 끼어들어 놀이하는 상황을 바꾸려고 하는 나에게 진이가 무심하게 “소금꽃은 그런 거에 관심 있어?” 한다. 이 기록 속에는 아이들의 놀이 상황을 교사 뜻대로 바꿔 보려고 하는 모습 이 보인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그 의도를 그냥 넘기고 자기네들 놀이를 이어 가고 있다.

2) 기록, 아이들이 그려 가는 세상 담기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그동안 기록한 데 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는 교사로서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동안 해 온 많은 기록들이 ‘아이들이 그려 가는 세상’을 담고 있 지 않았다. 아이들을 평가하고, 끌고 가고, 기다리지 못하고, 놀이를 내 뜻대 로 변화시켜 가며 내가 그리고 싶은 세상을 기록하려 했다. 아이들을 마주하 는 이런 태도가 ‘사실과 해석’을 구분해서 기록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사 이에 조금씩 변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려 가는 세상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기록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해와달숲 벼랑 쪽에 낮은 산수유나무가 있다. 나무가 낮다 보니 아이들이 산수 유 열매를 따기 위해 자주 찾는다. (가운데 줄임) (아이들이) 산수유를 따려고 깡총깡총 뛰어오르며 쳐다보고 있다. 규태가 몇

번을 깡총깡총 뛰더니 드디어 나뭇가지를 잡아 몸을 실어 나뭇가지가 처지자 끝 쪽을 휙 잡아채 가지를 쭉 아래로 내려 준다. 그러자 아이들이 몰려들어 산수유

기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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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나눔

열매를 따기 시작한다. 규태도 한 움큼 따서 주머니에 넣는다. (가운데 줄임)

산수유 열매를 딴 아이들이 해와달숲 언덕 쪽으로 우 간다. 그러더니 자리를 잡고 산수유 열매를 하나씩 꺼내 심기 시작한다. 율이는 주머니에 있는 산수유 한 움큼을 한 곳에 모두 넣고 심는다. 물이 필요해.

규태

아이들은 모두 물을 뜨러 간다. 물뿌리개에, 주전자에 물을 받아 와서는 산수 유 열매 심은 자리에 물을 준다. 호정

자, 물 주니까 잘 자라겠다.

율이

야, 주자마자 그런 게 어딨어!(물을 주자마자 자라는 게 어디 있어!)

규태

그래. 이게 무슨 마술이냐? (가운데 줄임)

조금 전에 물을 준 율이가 물을 또 주려고 하자, 규태

안 돼.

율이

왜?

규태

시간, 시간마다 적당히 줘야 돼.

규태는 아주 조금 물을 주고는 주머니에 손을 꽂고 그 옆에 서서 다음 물 줄 시 간을 기다린다. 손을 꽂은 주머니 안에는 한 움큼 딴 산수유 열매가 들어 있다. 소중한 산수유 열매를 지키려는 듯 그 주머니에 꽂은 ���은 열매를 꺼내 줄 때 빼 고는 빼지 않는다. 규태

자, 시간 됐어(하고는 또 조금 물을 준다). 햇빛도 적당히 줘야 돼. 소금꽃,

그림자 때문에 햇빛 못 받잖아.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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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

알았어(하고 비켜선다.).

규태

산수유 심을래?

소금꽃

어.

공동육아 112호


(주머니에서 한 알을 꺼내 내밀며) 햇빛 드는 데에 심어.

규태

나는 “어.” 하고 한 알을 받아 심는다. 그러고 묻는다. 소금꽃

근데 왜 산수유 열매 심는 건데?

규태

산수유나무가 다 쓰러지면 다시 쓰게.

소금꽃

아…… .

(가운데 줄임)

아이들은 주머니에 한 움큼 들어 있는 산수유 열매를 심고, 표시하고, 물 주 고, 심고, 표시하고, 물 주고 한다. 오후 간식을 먹고 나와서도 또 산수유 열매를 심는다. 열매가 다 떨어지자 물 을 주다가 다른 놀이를 한다.

(2013. 10. 17. 목. 맑음. 점심. 해와달숲)

이 기록은 조금은 낮은 산수유나무에서 산수유 열매를 따기 위해 아이들 이 모여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아이들이 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축 늘어 진 가지를 잡아채 열매를 따는 모습을 기록하다가 아이들을 따라가 보았다. 열매를 따서 주머니에 넣고는 줄곧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는 아이의 행동 을 보고, 산수유나무가 다 쓰러지면 다시 쓰기 위해 열매를 심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내겐 너무 소중한 산수유나무’라는 제목을 붙여 보았던 기록이다. 기록 에서 나는 아이에게 해를 가린다고 한 소리를 듣고 아이가 놀이에 껴 줘 산수 유 열매를 같이 심으며 놀고 있다. 그러고 나서야 ‘이건 왜 심어?’ 하고 물어보 고 있다. 기록을 해 가며 조금씩 변해 가고 있는 지금, 내 나름 노력하는 것들이 생겼 다. 무작정 아무거나 많이 기록하려고 하지 않는다. 기록할 것과 아닌 것을 구 분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의 놀이 상황에 들어가서 뜻하는 대로 상황을 바 꾸려고 하지 않고, 내 처지에서 평가하거나 기록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의 말을 주워 담고 기록하는 것뿐 아니라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

기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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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나눔

찰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은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말보다는 행동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 줄 때가 있다. 손으로는 기록을 하면서 눈은 아이들의 행동 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가며 기록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던 순간이 기록할 때는 뚜렷한 사실을 써야 한다 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교사가 애써 보여 주려 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다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 옆에 어 른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교사의 할 일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겠다는 생각 을 하게 된 순간이기도 하다. 기록의 의미를 생각하다 보면, 학교 다닐 때 수업 시간에 했던 장난이 떠오 른다. 교과서 한 귀퉁이에 쪽을 넘겨 가며 졸라맨을 그려 놓고 주르륵 책장을 넘기면 졸라맨이 걸어가던 그 섬세한 장난이 떠오른다. 기록은 결코 단절되거 나 분절되어 있지 않은 거 같다. 하다 보면, 그리고 쌓이다 보면 아이의 역사 를 만들고, 교육의 역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인문 학 강의에서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먼지와 같다.”는 말을 주워들은 적이 있 다. 그리고 그 말은 내가 기록을 하는 데 잊지 않으려고 하는 나침반 같은 말 이기도 하다.

* *

아이들 이름은 인격을 보호하기 위해 가명으로 썼다. 이 글은 2014년 (사)공동체와공동체교육 겨울교사대회에서 발표한 교육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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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생태와 공동육아

아이들과 개미를 들여다보기로 마음먹게 된 것은 생태모임에서 배운 ‘이야기 하기(스토리텔링)’ 작업을 아이들과 함께 해 보고 싶기도 했고, 3월 초부터 나 들이 길에서 개미를 볼 때마다 밟아 죽이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고민이 들 어서였다. 네 살, 아직은 다른 종의 생명과 관계를 맺어 본 일이 그리 많지 않 을 나이다.

개미와 아이들 들여다보기

허인영 초록비. 관악동작 해와달어린이집 대체 교사를 지냈다. 지금은 이타카 생태 마을로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최근 삶을 산다는 것에 대해 자신만의 의미를 알아 가고 있고, 아이들을 다시 만날 때는 온전한 자신을 만나 본 사람으로 만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개미와 아이들 들여다보기

61


생태와 공동육아

많은 어른들과 아이들은 곤충이 우리와 전혀 다른 생김새를 갖고 있다는 사실과 다양한 다른 이유들로 그들을 이해하거나 친밀함을 갖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내가 그런 아이였고, 어른이었기 때문에 알 수 있다. 나는 내 무지함 과 생명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그것을 깨기 위 한 노력의 하나로 생태모임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내 생활과 연결하려는 시도 를 하게 되었다. 일부러 개미를 발로 밟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고민이 들었다. 내가 이 모습을 그대로 두는 것도, 깊은 개입을 하는 것도 알맞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들과 개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친근감을 만들 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처음 계획은 아이들과 개미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것이었으나, 몇 번 해 본 결과 그 나이 때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네 살 아이들에게 맞는 이야 기 나누기는 어떤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끊 임없이 물어보는 “왜?”라는 질문을 되레 아이들에게 물어본다면 어떻게 될 까 궁금해졌다. 아이들은 개미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고, 그것이 어떤 행동으 로 이어질까? 그래서 “왜?”라는 질문을 해서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2 0 13 년 5 월 7 일

오래된 개미 1 성환 (개미를 보자마자 발로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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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환아, 개미를 왜 밟아서 죽여?

성환

오래된 개미를 내가 죽였어.

왜?

공동육아 112호


개미를 보고 있는 아이들. 이 나무가 바로 성환이가 말한 20 층이다.

성환

오래된 개미는 죽어야 돼.

그럼 어린 개미는 안 죽여도 돼?

성환

어. 어린 개미는 죽이면 안 되지.

왜?

성환

원래 그런 거야.

그런데 오래된 개미인지 어떻게 알았어?

성환 20층에 있었으니까 오래된 개미지. 나

20층이 어디야?

성환 (나무를 보며) 저기(위)가 20층이고, 이렇게 내려오면 여기는 21층이고

(설명하다가 가 버린다.).

죽여! 아니, 죽이지 말자 도경

어, 개미다!

개미 어디 있어?

개미와 아이들 들여다보기

63


생태와 공동육아

도경

여기 있네. (풀숲 사이) 밑으로 내려갔네.

그래? 왜 개미가 밑으로 내려갔대?

도경

개미가 밑으로 내려갔어.

왜?

도경

아래로 내려가야지.

왜? 아래에 뭐가 있어?

도경

밑으로 가야 하는 거야.

밑에 뭐가 있어서 밑으로 가야 하는 거야?

도경

어, 빠져나가야지.

그 뒤, 땅에서 개미를 발견한 도경이가 개미를 보다가 “죽여.” 했다가 “아니, 죽이 지 말자.”고 했다. 이후에 성환이가 개미를 밟거나 돌을 던지면 따라서 하는 모습 도 보였다.

개미를 보면 격하게 밟아 보는 아이들 가운데 성환이의 “오래된 개미”라는 표현이 재미있었고 한편으로는 궁금증이 생겼다. 오래된 개미는 왜 죽어도 된 다고 했을까? 또 잠깐이었지만 개미의 움직임을 열심히 관찰하던 도경이가 개미를 “죽여.” 했다가 “죽이지 말자.”고 말을 바꾸던 모습을 보면서 순간이 지만 개미를 죽이지 말자고 마음먹은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졌다.

2 0 13 년 5 월 8 일

멍멍이는 밟으면 안 돼 도경 (개미를 죽이고 나서 자랑스럽게) 내가 개미 죽였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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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아, 개미를 왜 죽였어?

공동육아 112호


도경

개미는 죽여야 돼.

개미는 왜 죽여도 돼?

도경

개미는 나빠. 무니까.

그래?

도경 (멀리서 개 짖는 소리를 듣고) 어, 멍멍이다! 나

도경아, 그럼 멍멍이는 이렇게 발로 밟아도 돼?

도경

멍멍이는 발로 밟으면 안 되지.

그래? 왜 멍멍이는 발로 밟으면 안 돼?

도경

멍멍이는 발로 밟으면 안 되니깐.

도경아, 멍멍이도 이빨이 있어서 우리를 물 수도 있어.

도경

아니야, 멍멍이는 밟으면 안 돼,

그럼 개미는 밟아도 돼?

도경

개미는 밟아도 돼.

강아지는 밟으면 안 되고 개미는 밟아도 되는 거야?

도경

어.

왜?

도경

원래 그런 거야.

죽은 개미 나들이 가는 길. 개미를 발견한 도경이가 개미를 발로 밟으며 “죽여, 죽여.” 한 다. 도경이가 밟은 개미를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다리를 못 움직이는 모습, 몸 의 일부가 터진 모습을 관찰했다. 그러자 도경이가 밟는 것을 멈추고 내 손바닥 위에 있는 개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가 개미가 팔다리를 움직이려고 애쓰는 데 몸이 터져서 못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설명해 주고 개미에게 “미안해.” 하자,

개미와 아이들 들여다보기

65


생태와 공동육아

옆에 있던 아이들이 따라서 “미안해.” 했다.

도경이가 개미를 한창 밟던 이때, 이야기를 나누면서 같은 동물이지만 곤 충류와 포유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이렇게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 으로 들었다. 멍멍이는 밟으면 아파할 것 이라는 사실이 예상되지만, 개미에 게서는 아파할 것이라는 예상보다는 싫은, 두려운 느낌을 먼저 받는다는 것. 그래서 아이들과 움직이지 못하는 개미를 관찰하며 설명을 해 주었는데 그것 을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있고 받아들이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2 0 13 년 5 월 9 일

개미 낚시 나

은재야, 뭐 해?

은재

개미 잡을라고.

왜 개미를 잡으려고?

은재

낚시할라고.

개미를 왜 낚시해?

은재

그냥 낚시할라고.

은재는 나뭇가지로 개미가 지나가는 곳을 막거나 개미를 건드려 본다. 개미가 손 위로 올라오자 “으으.” 소리 내며 털어 낸다.

개미 무덤 만들기 1 길을 가다 죽은 개미를 발견하고 아이들(도경, 성환, 세은)에게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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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개미가 죽었어.

아이들 나

어디 어디?

이것 봐, 개미가 죽어서 이제

몸이 안 움직여. 아이들은 안 움직이는 개미를 자 세히 관찰한다. 멀리 떨어져 있던 범진이가 “내가 죽였어!” 하더니 정빈이, 범진이가 같이 죽은 개미 를 보러 왔다. 나

개미가 죽었는데, 어떻게 할

까? 성환

엄마한테 보내 줘.

개미 무덤을 만들고 있는 아이들

범진 (자랑하듯) 내가 죽인 거야. 나

이제 죽어서 엄마한테 못 갈 것 같아.

정빈

개미를 묻어 주자.

개미를 묻어 줄까?

정빈

내가 묻을래. 내가 할래.

정빈이가 나뭇가지로 땅을 파고 내가 개미를 넣어 주니 다시 정빈이가 흙과 나뭇 잎으로 덮어 주었다. 나

개미야, 안녕. 하늘나라 가서 잘살아.

아이들

안녕. 하늘나라 가서 잘살아.

개미 무덤 만들기 2 시원이가 신발 밑바닥을 보며 뭔가를 떼 내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개미와 아이들 들여다보기

67


생태와 공동육아

시원아, 왜 그래?

시원

시원이가 개미를 밟았어.

나는 시원이 신발 밑바닥에서 죽은 개미를 떼 내 주었다. 아이들(은재, 서영, 성환, 정엽, 시원)이 개미를 보러 왔다. 나

개미가 시원이 발에 밟혀서 납작 쿵이 돼서 죽었어.

성환

개미가 죽었어?

응, 개미가 죽었어. 봐 봐, 안 움직여.

성환

엄마한테 보내 줘.

이제 죽어서 엄마한테 못 가는데?

성환

그럼 묻어 줘.

어디에 묻을까?

은재

저기(옆에 있는 화단)

그래, 여기 묻어 주자. 개미야, 안녕. 잘 가.

아이들

.

개미야, 안녕. 잘 가.

내가 흙을 파내고 개미를 내려놓자 은재가 “나도 할래.” 하며 무덤에 꽃과 잎을 얹어 예쁘게 꾸며 주었다.

여섯 살 정빈이가 개미를 보내 주자 하여 시작한 무덤 만들기. 성환이가 그 것을 보고 친구들과 있을 때 같은 방법을 제시해 보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아 직은 죽음이라는 것이 뭔지 모를 나이기에 내 말을 따라하며 보내 주는 과정 을 겪은 네 살 아이들이었다. 개미를 위해 무덤을 만들고 무덤을 꾸며 준 과정 은 나중에 죽은 개미에 관심을 보이며 그 과정을 스스로 해 보려고 하는 계기 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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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개미집을 만들어 주고 있는 모습과 완성된 개미집

2 0 13 년 5 월 14 일

개미집 짓기 어린이집 숲에서 움직이는 개미를 발견한 정엽이가 나를 데리고 갔다. 개미가 움 직이는 모습을 함께 관찰하고 나서 말했다. 나

개미는 왜 땅속으로 들어갈까?

정엽

개미는 땅속에 집을 아주 많이 짓고 사니까 그런 거 아니야?

이후 정엽이는 마당에 파인 구덩이에 앉아서 흙을 모으고 있었다. 나

정엽아, 뭐 해?

정엽

내가 개미집을 지어 주고 있어.

개미가 땅속에 집을 짓고 사니까 땅으로 들어갈 거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 실을 대답으로 듣고는 질문을 해 놓고도 나도 모르게 정엽이의 대답을 가볍 게 넘겼다. 그런데 나중에 혼자서 개미에게 집을 지어 주는 정엽이를 보면서

개미와 아이들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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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와 공동육아

역시나 어른들과 다른 눈으로 모든 것을 구분 없이 보고 느끼고 빠져드는 아 이들의 힘을 새삼 느꼈다.

밟고, “호” 해 주고 개미를 발견하고 성환이와 도경이가 발로 밟는다. 얘들아, 개미를 발로 밟으면 어떻게 될까?

밟은 개미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죽었어.

그래. 봐 봐, 안 움직여.

다현

내가 “호” 해 줄래.

다현이는 입으로 바람을 후후 불어 본다. 이미 죽었을 땐 “호” 해 줘도 안 깨어날걸?

다현이가 계속 입으로 바람을 불자 개미가 손바닥에서 이리저리 날렸다. 다현

야, 이것 봐. 개미가 날아간다.

다현이는 신나서 계속 불어 본다. 아이들

어디, 나도 나도!

아이들 모두 다 개미를 불어 보려고 했다. 개미가 우리보다 작고 가벼우니까 이렇게 날려 가네.

아이들은 내 말에 관심이 없었다. 그때 갑자기 개미 두 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들

어, 살아났다!

개미 한 마리가 땅으로 떨어졌는데 도경이가 그 개미를 발로 밟았다. 도경

초록비, 개미가 또 죽었어. (내 손바닥에 올려 준다.) “호” 해 주자.

개미가 너무 아팠겠어. 개미야, 미안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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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야, 미안해.

공동육아 112호


길가 나뭇잎에 개미들을 놓아 줬 다. 그 뒤로 도경이는 몇 번 더 개 미를 밟아서 데려온 뒤 “호” 해 주 자고 했다.

개미 보내 주기가 점��� 아이들 의 놀이가 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관심을 키워 간 것이 잘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는 모 든 상황이 놀이고, 흥미인 것을 알 지만 그대로 받아 주자니 생명을

아이들이 밟고 “호” 해 준 개미들

놀잇감으로 여기면 어쩌지 하는 조바심이 일고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절충안을 찾았다. 아직은 아 이들이 이렇게 행동할 만한 시기임을 인정하지만, 내가 괜히 들여다본다고 아 이들의 관심을 부추기는 일들은 자제해야겠구나 하면서.

오래된 개미 2 수로에서 개미를 발견하자 곧바로 밟고 있는 성환이. 나

성환아, 왜 개미를 밟고 있어?

성환

오래된 개미는 죽여야 돼.

왜 오래된 개미는 죽여야 돼?

성환

원래 그런 거야.

왜? 개미가 오래되면 어떻기에 죽여야 하는 거야?

개미와 아이들 들여다보기

71


생태와 공동육아

성환

개미가 오래되면 주황색이 되고 아주 쪼그매지는 거야. 그래서 죽

여야 되지. 나

주황색이 되면 왜 죽여야 돼?

성환

원래 그런 거야, 초록비. 주황색 개미는 우리를 물 수 있어.

오래된 개미는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던 성환이에게서 오래된 개미의 진실 (?)을 듣게 되는 순간이었다. 개미가 물 수 있다는 사실이 성환이에게는 두려

움이자 싫은 느낌, 죽여도 된다는 타당성을 갖게 해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었다. 그 뒤로도 성환이는 계속 개미를 발로 밟았고, 나는 그런 성환이에게 개 미가 싫거나 무서우면 보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 주기 시작했다.

2 0 13 년 5 월 16 일

죽은 개미 보내 주기 다현

여기 개미 있어. 죽은 개미 있어!

나와 친구들이 몰려가서 관찰. 다현

내가 보내 주고 싶어.

성환

내가 보내 줄게.

성환이는 내 손 위에 있던 개미를 집어 들고 숲으로 던져 버렸고, 다현이는 속상 해했다. 다음번에는 성환이가 죽은 개미를 발견했다. 성환

내가 보내 줄게.

다현

아니야, 내가 보내 주고 싶어.

이번에도 성환이가 던졌다. 그러자 다현이가 움직이는 개미를 발로 밟은 뒤, 개 미가 죽어서 움직이지 않자 나뭇잎에 올려 주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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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다시 살아난 개미 다현이와 시원이가 함께 개미를 관찰하고 있었다. 시원

개미가 죽었어요.

죽은 줄 알았던 개미가 한참 있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원

우와, 살아났다.

정말

개미가 다시 움직이네

.

시원이가 살아난 개미를 다시 발로 밟았다. 시원

개미 살아나게 해 주세요.

그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야. 또 밟으면 못 살아날 수도 있어.

나는 관심을 꺼 본다고 했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죽 은 개미를 잘 발견했고, 당연하게 보내 주는 과정을 거쳤고, 죽은 줄 알았던 개미가 살아나면서 개미를 죽였다가 살려 주고자 하거나, “호” 해 주는 아이 들을 볼 수 있었다.

2 0 13 년 5 월 2 0 일

굼벵이를 데려가는 개미들 강민

와, 이것 봐! 개미가 애벌레를 데려간다.

“어디 어디.” 하면서 가까이 있던 아이들이 모두 강민이에게 모여들었다. 선율

굼벵이네. 개미가 굼벵이를 옮기고 있네.

개미가 왜 굼벵이를 옮기고 있을까?

선율

먹으려고 그러겠지.

개미와 아이들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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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와 공동육아

밟지 않고 보기 다현

여기 개미가 죽었어.

나와 친구들이 관찰하러 모여들자 성환이가 개미를 발로 밟아 버린다. 정엽

성환! 개미 밟지 마!

성환아, 개미가 무서우면 밟지 않고 안 보기로 했잖아. 개미가 무서웠어?

성환

어. 개미 무서워.

그럼 성환이는 이쪽으로 나와서 보지 말고 다른 거 하는 게 어때?

성환

알았어.

조금 지나 성환이가 다시 돌아왔다. 성환

나 앉아서 개미 볼 수 있어.

그래? 이제 밟지 않고 볼 수 있어?

성환

어.

성환이가 옆에 같이 앉아서 개미를 보기만 했다. 정엽, 다현

개미야, 미안해. 개미야, 미안해.

정엽이와 다현이를 본 아이들이 다 같이 따라서 “개미야, 미안해.” 했다. 함께 미안하다고 말하던 은재가 갑자기 “우리 돌 던지자.” 하면서 돌을 던졌다. 옆에 있던 아이들이 따라서 돌을 던져 보려 하는데 형들이 나뭇잎에 개미가 붙 어 있다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구경하러 가는 아이들이 생기자 다들 뿔뿔이 흩 어졌다.

개미와 아이들을 들여다보고 나서 어떤 아이들은 여전히 개미를 싫어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예전보다 싫은 느낌이 덜한 듯 손으로 잡아 보거나 손 위에 올려 본다. 어떤 아이들은 개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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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움직임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개미를 밟는 아이들에게 는 무섭거나 싫으면 안 봐도 된다고 꾸준히 제안하고 있다. 내 생각과 의도가 바로 전달되면 아이들의 경험을 갇히게 만들지도 모르니 조심하자 생각하고 서도 속으로는 이 들여다보기 과정으로 아이들이 크게 바뀌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어른인 내 눈에 아름답지 않은 모습이 여전히 보일 때는 어찌나 안타까 운 마음이 들던지

. 그러기에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개미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고, 여러 가지 작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무척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개미를 밟아 죽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고민하던 나와 개미에 대한 적대감이 컸 던 아이들이 개미와 나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 한다. 언젠가는 관심이 없어 개미에게 작용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개미의 생 태를 이해하고 개미를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그날이 올 것이라는 진달래 선생 님의 말에 위로를 받으며, 개미를 보는, 곤충을 보는 아이들의 눈길과 생각을 조심스레 따라가 보는 일을 계속 해 보려 한다.

덧붙이는 말

하반기가 지나자 아이들이 개미를 밟아 죽이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고, 계속 밟아 죽이던 어느 아이는 손 위에 올려서 만져 볼 수 있게 되었다.

개미와 아이들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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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손잡고

아이가내민손

아이들과 나들이를 나갔다. 오늘은 메 뚜기 선생님이 없는 날이라 아마가 들어 와서 같이 생활한다. 그렇지 않아도 새 로운 교사와 있어서인지, 삼월이어서인 지 아이들이 붕 떠 있는데 아마까지 있 으니 아이들이 더 떠 있다. 나들이를 갔다 오면서 약수터 앞 정 자에서 아이들을 세는데 하나가 비었 다. 여섯 살 백윤이가 사라진 것이다. 분 명히 요 앞 계단에서 내 뒤를 따라 올라 오는 걸 봤는데

. 아이들도 조금 전

까지 봤다고 하고, 내 뒤를 따라오던 눈 사람 선생님도 앞에 올라가는 걸 봤다 고 하는데 그 사이 어디를 간 거지? 도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바로 몸을 돌려

서진숙 소금꽃. 해와달어린이집에서 일한다. 공동육아 교사로 산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아직은 ‘아이들 곁에 가장 가까운 생태로서 어른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반성하며 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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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올라온 아랫길로 내달렸다. 아래에 내 려가 찻길까지 가 보고 옆길을 보아도 아이가 없다. 아래에서 눈사람한테 없


아이와 손을 잡았다. 내가 먼저 내민 손이 아니라 아이가 먼저 내민 손을 말이다. 이 아이는 내가 진심으로 걱정했던 마음을 읽었던 모양이다.

다고 전화를 했다. 그리고 옆을 또 자세

는다. 이렇게 혼을 쏙 빼놓았던 하루가

히 보며 올라오고 있는데 찾았다며 전

지났다.

화가 왔다. 냉큼 올라와 보니 아이가 정

다음 날. 공터로 나들이를 갔다. 백

자 뒤에 서 있었다고 한다. 자기 이름을

윤이는 비닐봉지에 모아 놓은 오리나무

크게 부르고 찾는데 “그냥 서 있고 싶었

꽃을 좍 펴서 놀이를 하다가 “이제 가

다.”고 한다.

.” 하는 말에 펴 놓았던 꽃을 하

자기를 찾는 것이 재미있었을 수도 있

나하나 담고 있다. 이미 다른 아이들은

고, 어쩌면 자기를 찾는 데 당황해서 나

놀이를 정리하고 저만큼 가고 있다. “백

오지 않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야튼

윤아, 도와줄게. 너무 멀리 떨어졌다.”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 터전까지 무슨

하고 비닐봉지에 오리나무 꽃을 같이 넣

정신으로 갔는지 모르겠다. 터전으로

었다. 다 넣고는 “가자

들어가는 대문 앞에서 드디어 백윤이와

이가 작은 손을 펴더니 내 손을 꼭 움켜

둘이 마주하게 되었다. 할 말이 없었다.

잡는다.

.” 하자, 백윤

그냥 백윤이를 꼭 껴안았다. 꼭 껴안자

아이와 손을 잡았다. 내가 먼저 내민

놀랐던 마음이 풀리는지 눈물이 났다.

손이 아니라 아이가 먼저 내민 손을 말

“백윤아, 다시는 그러지 마

이다.

.너다

시는 못 보는 줄 알고 정말 깜짝 놀랐잖 아.” 하자,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

이 아이는 내가 진심으로 걱정했던 마음을 읽었던 모양이다.(2013. 3. 22.)

아이가 내민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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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손잡고

너만이할수있는일

여섯 살 아이들이 숲에서 엄마아빠놀 이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 여섯 살 상희 는 “엄마아빠놀이 할 사람 여기 붙어 라.” 하며 놀이 짝을 모으고 다닌다. 다 섯 살 유정이가 가장 먼저 붙었다. 그리 고 다섯 살 여자아이들이 몰려들기 시 작했다. 늘 ‘아기’만 하던 여섯 살 상희 는 오늘 ‘언니’를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동생들은 “난 엄마.”, “난 아기.” 하며 제 역할을 정한다. 한참 역할을 정하고 있는데 여섯 살 나연이가 나와서 놀이판을 이끌기 시

“용기를 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세상에 단 한 사람 너밖에 없어. 그건 아무도 대신해 주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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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작한다. “내가 언니 할 거야.” 하고는 동 생들에게 “넌 엄마 해.” 하며 역할을 지 정해 주기까지 한다. 상희가 “나 언니하 고 싶은데

.” 하자 “내가 언니야. 넌

딴 거 해.” 한다. 상희가 다시 “나 언니 하고 싶은데

.” 하자 나연이도 다시


“내가 언니야. 넌 딴 거 해.” 한다. 상희

다가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하기

가 “그럼 나 아기 할래.” 하는데 나연이

시작했다.

는 “유정이, 아기.” 하고는 아이들을 몰 고 마당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상희 는 아무 말도 더 하지 않고 속상한 표정 을 짓고는 주저앉아 있다.

“상희야, 아까 엄마아빠놀이 할 때 왜 그냥 앉아 있었어?” “내가 언닌데 나연이가 나는 언니 안 된다고 해서

.”

상희에게 물었다.

“그 놀이는 네가 먼저 시작한 거잖아.”

“상희야, 왜 그래?”

“어.”

“내가 언닌데 딴 거 하래.”

“근데 왜 ‘내가 언니 먼저 했어.’ 하고

“가서 이야기해. 언니 할 거라고. 언 니가 둘이어도 되잖아.” “

.”

이야기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말을 안 했어?” “

.”

“왜? 말 하는 게 힘들었어?” “어.”

나연이가 다시 나온다. 이미 모든 것을

“왜?”

다 알고, 또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연이가 나한테 화낼까 봐. 놀이

를 아는 듯이 오자마자 “너 언니 해. 우 리 같이 언니 하자.” 한다. 상희는 “같이 언니 하자.”는 말을 듣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나연이를 따라 엄마아빠놀이를 하러 간다. 상희가 먼저 놀이를 시작했는데 나

안 시켜 주고. 무서워서.” 아이는 ‘무서워’하는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고 표현하고 있었다. “상희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나연이가 너한테 화내?” “크게 소리쳐.”

연이가 뒤늦게 와서 놀이를 이끄는 것이

“그래서 무서워?”

나는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어.”

상희가 왜 아무 말 못하는지 내가 다 억

“근데

상희야, ‘나도 언니 할 거

울하고 속이 상했다. 상희와 이야기를

야.’, ‘내가 먼저 했어.’ 하는 말은 해야

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오

하는 말이야. 그리고 그건 너밖에 못

후 간식을 먹고 일어나는 상희를 기다렸

해.”

너만이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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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손잡고

“알아. 엄마도 그랬어. 용기를 내라 고.”

아. 눈을 똑바로 보면서 ‘싫어.’ 이렇게 해 봐.”

엄마도 그랬구나. 상희야,

“그래

“싫어!”

근데 엄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너한

“내가 언니 먼저 했어.”

테 ‘용기를 내’라고 옆에서 이야기해 줄

“내가 언니 먼저 했어.”

수는 있지만 그 말을 해야 하는 건 너야.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그 말은 아무도 대신 해 주지 못해. 어른

말을 따라하고는 멋쩍은 웃음을 짓

들은 그냥 네가 용기 낼 때까지 응원해

는 상희에게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주고 봐 주는 거밖에 못 해.”

조금 더 용기를 내.” 하고는 꼭 안아 주

었다.

.”

“무슨 말인지 알겠니?”

오후가 되어 집으로 돌아갈 때, 상희

“응.”

는 아주 밝은 표정으로 “소금꽃, 안녕!”

“상희가 조금 더 용기를 내면 좋겠

하면서 1층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간다.

어. 싫으면 싫다고 얘기해. ‘싫어, 내가

“어, 그래 잘 가.” 하고 인사를 받는데,

먼저 했어.’ 이렇게. 네가 이야기하는

계단을 내려가던 상희가 두 팔을 벌리

데도 말을 안 들어주면 그때 어른들한

며 되돌아온다. 나도 쪼그려 앉는다. 상

테 이야기해. 도와줄게. 그래도 용기를

희는 두 팔로 내 목을 안고 볼에 뽀뽀를

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세상에 단 한

쪽 해 주고는 “소금꽃 좋아!” 한다. 기분

사람 너밖에 없어. 그건 아무도 대신해

좋게 계단을 내려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주지 못해.”

보면서 속으로 ‘녀석, 이제 용기를 낼 수

“응.”

있으려나

“한 번 연습해 볼까? 한 번 해 봐. ‘싫

10. 2.)

.’ 하는 마음이 든다.(2013.

어!’ 이렇게.” “헤

싫어.”

아이는 멋쩍은지 웃음을 머금으며 “싫어.”란 말을 따라한다.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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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장난하는 거 같잖

공동육아 112호

*

아이들 이름은 인격을 보호하기 위해 가명으로 썼다.


내가 만난 아이

첫 만남

지훈이는 미국 사람이야? “아침햇살, 지훈이는 미국 사람이야?” 2월 중순에 지훈이가 엄마 아빠와 함께 우리를 만나러 왔을 때 영훈이와

몇몇 아이들은 그렇게 물었다. 지훈이는 키도 크고 오똑한 코와 눈이 아주 잘 생긴 남자아이였다. 지훈이는 아랫마당에서 트램펄린을 아주 신나게 타고 있 었다. 그리고 처음 만난 나에게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나서는 이름이 뭐 냐, 집이 어디냐, 무슨 버스를 타고 다니냐는 질문을 하고 또 했다. 지훈이는 자폐아였다. 소통이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했다. 나 는 지훈이를 반갑게 안아 주었는데 아주 뻣뻣한 느낌이어서 이상했다. 지훈이

조봉호 아침햇살. 젊은 시절 공교육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했다. 결혼하고는 아이들을 키우며 참교육학부모회에서 일 했고, 마흔 살에 과천 튼튼어린이집에서 공동육아와 만났다. 2005년에는 공동육아형 대안 초등학교인 산어린이학교 와 교장으로 인연을 맺었고, 지금은 건강 때문에 충남 아산으로 귀촌해 살고 있다.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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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아이

엄마가 얼른 눈치 채고 “감정이 없지요. 안으면 나무토막 같은 느낌이 드는 게 특징이에요. 함께 지내기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했다. 그리고는 책 두 권을 주며 읽어 보면 지훈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지훈이 부모는 지훈이를 대체로 객관화해서 냉정하게 보았다. 두 분의 그런 태도가 통합 교 육에 대한 내 두려움과 편견을 조금은 가볍게 해 주었다. 나는 우물쭈물하거 나 부탁하는 것보다 당당한 이 부모가 맘에 들었다. 장애우와 비장애우의 통합 교육이 처음이어서 튼튼어린이집 교사회에서 도 지훈이를 받는 데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지훈이가 끼리방(여섯・ 일곱 살 방) 나이인 일곱 살이어서 담임인 내가 결정한다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공동육아가 통합 교육을 내세우고 있었지만 실제로 통합 교육을 하고 있는 현장이 거의 없을 때였다. 공동육아 교사가 되었지만 유아교육을 전공하지 않은 나는 그때 유아교육에서 쓰는 용어들조차 낯설었다. 더구나 장애가 있는 친구와 함께 생활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장애에 관 해 알고 있는 것도 거의 없었다. 장애에 관한 책은 《딥스》 정도를 보았을 뿐이 고, 연속극에서 어느 자폐아 이야기를 인상 깊게 본 것이 전부였다.

몇 번 버스 타고 다녀? 지훈이는 끼리방 식구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주로 버스 이야기만 하는 지훈이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지훈이는 아무하고도 눈을 맞추지 않았다. 함 께 있어도 혼자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끼리방에는 보드 칠판이 있었는데, 지 훈이는 거기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상한 글자들을 빼곡히 적고는 했다. 아 이들이 그게 뭐냐고 물어보아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나에게 “지훈이 는 왜 혼자만 이야기해?” 하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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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말이 통합 교육이지 교사들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것저것 해 보았다. 나를 만나자마자 지훈이는 버스 이야기를 계속했기 때문에 거꾸로 내가 먼저 지훈이에게 쉴 새 없이 말을 걸었다. 지훈이와 소통 하는 방식을 바꾼 셈이다. “지훈아, 너는 몇 번 버스 타고 왔어?” “저는 버스를 타고 오지 않았습니다. 엄마 차를 타고 왔습니다.” 지훈이는 기계처럼 대답했다. 나는 자꾸 말을 걸었다. 아주 시시콜콜한 이 야기들이었다. 잠은 누구랑 자는지, 몇 시에 있어났는지, 아침 반찬은 무얼 먹 었는지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하면 지훈이는 언제나 의무처럼 말을 했지만 대 답은 곧잘 했다. 이렇게 하니 지훈이의 일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도 됐고 오후 에 지훈이를 데리러 온 엄마와 이야기할 거리도 생겨서 좋았다. 시간이 좀 지나자 나하고만 이야기하던 지훈이가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물 었다. “진달래 선생님은 몇 번 버스 타고 다녀요?” 지훈이가 다른 사람에게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좋은 변화였다. 선생 님들도 지훈이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훈이가 이 질문을 조금 시들해할 무렵, 선생님들이 가끔 “지훈아, 너 오늘은 얼굴이 좀 못나 보이는 데

.” 같은 짓궂은 말을 하거나, “몇 번 버스 타고 왔냐고 안 물어?” 하면

슬쩍 자리를 피했다. 지훈이는 어린이집이 꽤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친구들에게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어린 동생들을 무척 예뻐했다. 끼리방에서 지내는 것보다 동 생들 방에 자주 놀러갔고, 마당에서도 동생들 곁에 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지훈이는 동생들에게도 “너 몇 번 버스 타고 다녀?” 하고 물었다. 동생들은 나에게 와서 “아침햇살, 지훈이 오빠는 왜 맨날 몇 번 버스 타고 다니냐고 물 어?” 했다.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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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아이

동생들은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지나자 지훈이는 질문을 그만두었다. 대신 내가 사는 안양의 모든 버스 회사와 노선 번호를 조사했다. 나는 우리 집으로 가는 버스가 삼영운수라는 걸 그제야 알 았다. 그게 시들해질 무렵 지훈이는 지하철 노선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걸 알 고는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도 일부러 지훈이에게 말을 걸었다. “지훈아, 동대문역에 가려면 어떻게 가니?” 지훈이는 몇 호선을 타고 가다가 어느 역에서 갈아타면 되는지 친절하게 설 명해 주었다. 이 무렵이 되어서야 교통수단, 라디오 채널 같은 데 관심을 보이 는 것이 지훈이의 특성 가운데 하나라는 걸 알게 됐다. 그 뒤로 지훈이는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까지 관심 영역을 넓혔다.

이제 제가 끌고 갈게요 지훈이가 여행 다니느라 일주일 만에 어린이집에 나온 날이다. 나에게 “선생 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오전에는 실내 활동을 하지만 일주일 만에 나온 지훈이를 혼자 놀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오후에 하기로 했던 꽃밭 만들기 를 먼저 하기로 했다. 삽으로 땅을 판 뒤에 산에 가서 거름을 파 오기로 했다. 나는 모래밭에서 혼자 놀고 있는 지훈이에게 말했다. “지훈아, 너도 가자!” “어디 가는데요?” “저기 산으로 흙 푸러 가는데 같이 가자.” “산에 왜 가요? 흙을 왜 푸는데요?” 하지만 지훈이는 꽃삽을 하나 주워 들고 따라왔고, 다른 아이들처럼 꽃삽 으로 비닐봉지에 흙을 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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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잘 안 돼요. 난 너무 힘들어요.” 지훈이는 꽃삽을 놓고 물었다. “아침햇살, 여기가 어디에요? 무슨 산이에요?” 내가 우면산 자락이라고 하니 지훈이는 여기가 과천이냐, 어린이집은 무 슨 동이냐, 하며 질문을 퍼붓더니 꽃삽을 내던지고 어느 틈엔가 나뭇잎이 가 득 쌓인 데 앉아 낙엽을 던지기도 하고 헤엄치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아이 들이 다 내려간 다음에도 지훈이는 낙엽 위에서 뒹굴었다. 나는 지훈이에게 부탁했다. “지훈아, 아침햇살 좀 도와줄래?” 지훈이가 선뜻 일어나서 물었다. “어떻게 하는 건데요?” “응, 수레 끄는 걸 좀 도와줘. 너무 무거워서 혼자는 힘들거든.” 그러자 지훈이는 앞에서 수레를 끌었고 나는 뒤에서 밀었다. 언덕을 지나 마당에 들어서자 지훈이는 “이제 제가 끌고 갈게요.” 하더니 아랫마당을 가로 질러 윗마당 꽃밭 앞까지 끌어다 주고는 마치 자기 임무는 끝났다는 듯 모래 밭으로 갔다. “지훈아, 고마워.” “네.” 지훈이는 늘 예의가 발랐다. 다른 아이들이 아무리 반말을 써도 상관하지 않고 “선생님” 또는 “아침햇살 선생님” 했다.

지훈이 신발을 찾자, 지훈이 신발을 찾자 지훈이는 나들이를 좋아했다. 수영이나 운동 치료로 몸이 단련되어 있어서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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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아이

어디든 잘 따라다녔다. 끼리방은 전체 나들이도 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동 생들보다 먼 곳으로 나들이를 나갔다. 우리가 올라가는 앞산 어귀에는 작은 능선 두 개가 만나는 곳이 있었는데 늦가을부터 새싹이 나는 봄까지 그 골짜기에는 낙엽이 가득 쌓여 있었다. 지 훈이는 나들이 길에 꼭 이 낙엽의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치듯 노는 걸 좋아했 다. 아이들 허리까지 올라오는 낙엽 더미 속에서 아이들에게 낙엽을 던지기 도 하고, 낙엽을 이불 삼아 목만 쏙 빼고는 “아침햇살, 날 좀 보세요.” 하고 소 리를 지르면서 해맑게 웃고는 했다. 어느 날이었다. 지훈이가 갑자기 울상을 지으며 소리쳤다. “아침햇살,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렸어요.”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었다. “신발이 없어?” “얘들아, 우리 지훈이 신발 찾아 주자.” 아이들은 기꺼이 낙엽 더미 속으로 뛰어들어 신발을 찾았다. 아이들이 지 훈이랑 함께 놀지는 않았지만 도와주려는 마음은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두 팔로 수영하듯 낙엽 더미 속을 뒤졌다. 신발찾기보다는 낙엽놀이가 되어 버 렸다. 아이들은 노래하듯 “지훈이 신발을 찾자. 지훈이 신발을 찾자.” 하고 읊 조렸다. 마침내 수현이 손은 지훈이 신발 한 짝을 들고 있었다. “찾았다! 지훈아, 네 신발 한 짝 여기!” 아이들은 “와!” 하고 자기 일인 양 좋아했다. 그 다음부터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아이들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말했다. “여기가 지훈이 신발 잃어버린 곳이지?” 낙엽 속 신발찾기는 아이들이 지훈이 곁으로 조금 더 다가가는 계기를 만 들어 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지훈이를 보살펴 줘야 한다고 조금씩 생각하 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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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친구들아, 날 버리지 말아! 양재동 시민공원으로 나들이 갔을 때다. 그날은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 여러 유치원들이 단체로 몰려왔다. 우리 아 이들은 많지 않아 늘 줄을 서서 다니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나는 얼른 아이 들을 챙겨 손을 잡고 가도록 했다. 그런데 지훈이가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혼자 앞서 가는 걸 좋아하는 지훈 이를 아이들도 챙기는 편인데 그날따라 사람이 너무 많아 우왕좌왕한 탓이 다. 우리는 큰 소리로 “지훈아, 지훈아, 어딨니?” 하고 불렀다. 지훈이가 보이 지 않아 나도 순간 당황했다. 언제나 누나처럼 지훈이를 잘 챙기는 지영이가 울먹였다. “아침햇살, 어떡해요? 지훈이 잃어버리면 어떡해요?” 다른 아이들도 진심으로 걱정했다. 우리는 더 큰 소리로 지훈이를 부르며 찾아다녔고 마침내 저쪽에서 “아침햇살!” 하며 지훈이가 달려왔다. 지훈이 얼굴에도 당황한 모습이 뚜렸했다. 지훈이는 그 큰 눈에 눈물을 뚝뚝 떨어뜨 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아침햇살, 날 버리고 가지 말아요! 엉엉.” “친구들아, 날 버리지 말아! 엉엉.” “지훈아, 어디 갔어. 우리가 얼마나 찾았는데

.”

“이젠 혼자 다니지 마.” 아이들도 지훈이를 부둥켜안고 울먹였다. 지훈이는 눈물을 훔치며 아이들 에게 둘러싸여 말했다 “날 버리면 안 돼요. 날 버리지 마세요.” 이날부터 아이들은 나들이를 갈 때마다 지훈이를 챙겼다. “지훈아, 혼자 가면 안 돼. 우리랑 같이 가야 돼.” 하고. 지훈이도 아이들 곁에 함께 있는 시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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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아이

간이 조금씩 늘어갔다. 별일이 없는데도 큰 소리로 아이들 이름을 돌아가며 부르기도 하고, 큰 소리로 이렇게 묻기도 했다. “한영훈, 너 지금 뭐 하냐?” 꼭 대답을 듣기 위한 질문은 아니었다.

지훈아,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아이들도 지훈이도 서로 많이 편해졌지만 지훈이가 함께하는 교육 활동은 많지 않았다. 오전에는 나들이를 같이 다녔지만 여전히 아이들과 의사소통 이 힘들었다. 오후에는 수영이나 언어 치료를 하러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나 도 애는 썼지만 때로는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잘 몰라 미안하기도 하고 답답 하기도 했다.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나는 지훈이를 더 실질적이 고 전문적으로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지훈이가 다니는 치료실 에 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때 지훈이는 병원에서 운영하는 언어 치료실과 독 일에서 공부하고 온 박사 부부가 운동을 통해 언어 치료를 하는 곳에 다니고 있었다. 함께 가서 참관해 보니 병원 치료실은 아주 간단했다. 넓지 않은 자리에서 책을 읽게 하고, 몇 가지 도구를 주고는 말을 하도록 하는데 분위기가 아주 억 압적으로 느껴졌다. 어린이집의 자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내가 지훈이와 이 야기하는 방식과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긴장한 것처럼 보였어도 지훈이는 대답을 아주 잘했다. 나는 전문적인 훈련은 저런 거구나 생각했다. 그곳에서 돌아오고 나서 나는 지훈이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려 했고, 다른 선생님들도 함께 노력해 주었다. 얼마 지나 지훈이 엄마는 나와 선생님 들이 적극적으로 지훈이와 상호작용하는 걸 보면서 병원에서 하는 치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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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그만두었다. 몇몇 아이들도 나들이를 가면서 “지훈아, 이 꽃 이름이 뭔지 알 아?” 하며 말을 걸려고 애를 썼다. 두 번째 언어 치료실도 찾아갔다. 그곳 선생님은 아이들이 지훈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치료실로 데리고 오면 좋겠다고 했다. 그곳에서 본 지훈이 의 모습은 어린이집과는 워낙 달랐기 때문에 나도 놀랐다. 그래서 일주일마 다 돌아가며 두 아이씩 데리고 가서 지훈이가 하는 대로 운동 기구를 함께 체 험했다. 지훈이는 그곳에 있는 운동 기구를 자유자재로 이용했다. 운동 치료 를 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해 언어도 함께 치료된다는 말을 그곳 선생님에게 들 을 수 있었다. 그곳은 우리 어린이집처럼 아주 허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였 다. 아이들도 지훈이가 트램펄린에서 자유롭게 뛰고 구르는 것을 보고 놀랐 다. 아이들은 아무도 지훈이처럼 잘하지 못했다. “야, 지훈아.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아이들이 물었지만 지훈이는 아이들에게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거기서도 지훈이는 자기가 하는 운동에만 열중했다. 두어 달 동안 아이들은 지훈이 얘기로 꽃을 피웠다. 치료실로 아이들을 데 려간 것은 지훈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이 지훈이가 가진 어려움을 이해하기에는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부터 지훈이가 대단하다고 생 각했다. 자기들이 못 하는 운동을 워낙 잘했기 때문에 누구나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이 있다는 걸 인정했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장애와 비장애의 문제를 이해할 나이가 아니었다. 아이들은 그저 보고 느낀 대로만 이해했다. 아이들 의 체험담이 자연스럽게 공유되면서 지훈이와 짧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 뒤에 지훈이 엄마는 아이들을 모두 집에 초대했다. 그리고 더러는 서로 마실을 다녔다. 물론 지훈이가 아이들과 함께 놀지는 않았지만 한자리에 있 다는 게 중요했다. 어느 날, 남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던 지훈이가 자기 장난감 을 만지는 친구들에게 “그건 내 꺼야. 가지고 놀면 안 돼.” 하고 큰 소리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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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아이

해 어른들은 놀랐다. 지훈이는 점점 새로운 감정과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침햇살이 날 혼냈어요 낮잠 시간에 끼리방 아이들은 잠은 잘 자지 않았다. 더러 자는 경우도 있지만 여름이 지나면서는 조금 쉬다가 교육 활동을 하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도 했다. 끼리방은 반지하에 있었다. 어느 날 내가 교사실에 잠깐 올라갔 다 내려와 보니 지훈이가 벽지를 북북 뜯어내고 있었다. 놀라서 지훈이에게 조금 큰 소리로 말했다. “지훈아, 벽지를 왜 뜯고 있어? 그건 뜯으면 안 되는 거야.” 지훈이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내 말투가 평소와는 달리 조금 컸거 나 아주 단호하게 들린 모양이다. 지훈이는 갑자기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앙”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계단을 탕탕 구르며 울면서 교사실로 올라 가 큰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들, 아침햇살이 날 혼냈어요. 아침햇살이 날 혼냈어요.” 지훈이는 방마다 다니며 그 말을 되풀이하면서 크게 울었다. 그런 지훈이를 보며 나도 무척 당황했다.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뭘 크게 잘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낮잠 시간이어서 동생들을 재 우던 선생님들이 놀라서 나왔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서 지훈이는 피곤 한지 끼리방에 가서 잠이 들었다. 지훈이는 엄마가 데리러 왔을 때도 똑같이 “아침햇살이 날 혼냈어요.” 했다. 설명을 들은 지훈이 엄마는 “지훈이가 그 랬어요?” 하며 대수롭지 않게 집에 가서 잘 이야기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날 저녁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지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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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가 왜 그런 태도를 보였을까?’ 그러다가 문득 책에서 읽은 “감정의 분화”라 는 용어가 생각났다. 그러면서 ‘지훈이에게 분노의 감정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실 그때 지훈이 정서는 서너 살 수준이었다. 이튿 날 지훈이 엄마는, 벽지를 찢은 건 지훈이가 잘못한 일이라고 차근차근 설명 해 주었다고 했다. 그리고 치료실 선생님과 그 이야기를 했는데 내 생각이 비 슷하게 맞았다고 했다. 또 그 일은 지훈이에게는 “좋은 경험”이라고 말해 주 었다고 했다. 지훈이는 새로운 감정을 배워 가고 있었다. 나도 그때부터 조금 더 자신감 이 붙어 열심히 책도 찾아보고 낱말놀이 같은 놀이로 지훈이가 끼리방 아이 들과 상호작용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거 내가 만들었어 튼튼어린이집은 마당이 무척 넓었다. 그리고 제법 큰 텃밭이 있었다. 텃밭 옆 한쪽은 습지여서 흙이 축축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흙공만 들기 활동을 하고 있었다. 교사가 흙을 적당히 떼서 옆에 앉은 아이한테 주면 그 아이가 만지고 나서 다시 옆 아이한테 건네주었다. 아이들 손을 거치면서 찰흙 덩이는 동그랗고 예쁜 흙공으로 바뀌었다. 친구의 따뜻한 기운이 배어 있는 흙을 이어받으며 모양을 만들어 가는 이 흙공놀이를 지훈이도 꽤나 좋 아했다. 하지만 다른 활동을 할 때에는 옆에서 왔다 갔다 하거나 여전히 밖으 로 나갔다. 그럴 때면 나도 한 번씩 나가서 “지훈이 어딨니?” 하고 있는 곳을 확인했다. 한 번은 지훈이가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지훈이 가 불쑥 나타나 “아침, 나 여기 있다. 나 찾고 있는 거지?” 하며 개구쟁이처럼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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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아이

웃었다. 그 무렵 지훈이는 나를 “아침!” 하고 큰 소리로 부르는 걸 좋아했다. 다른 선생님이나 아이들이 “아침햇살”을 줄여 부르는 걸 따라하는 거였다. 그 리고 존댓말도 어느 때부터인가 슬그머니 예삿말로 바뀌었다. 지훈이는 흙공 을 보여 주며 자랑스럽게 “아침, 이거 내가 만들었어!” 했다. 얼마나 만졌는지 동그랗고 반질반질 윤이 났다. 방에 있던 아이들도 지훈이가 만든 흙공을 보 고 모두 놀랐다. “와, 지훈이 대단한데?” “지훈 오빠, 정말 예쁘게 만들었다. 여럿이 만든 것보다 더 잘 만들었어.” 호기심 많은 영훈이가 “야, 지훈아. 너 그거 어떻게 만든 거야?” 하자 지훈 이는 아이들을 텃밭으로 데리고 갔다. 끼리방 아이들은 지훈이를 따라 흙공 을 만들었다. 그러나 아무도 지훈이처럼 예쁜 흙공을 만들지는 못했다. 영훈 이가 또 한 마디 했다. “아! 난 아무리 해도 지훈이처럼은 안 돼.” 지훈이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또 바뀌었다. 날마다 버스나 지하철 이야 기만 하는 지훈이가 다른 것도 잘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 지훈이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져 갔다.

샘, 지금 광명역 구경 갑니다 어린이집을 마칠 때까지도 지훈이가 친구들과 소통을 잘한 것은 아니다. 다 만 아이들과 지훈이 사이에 “함께”라는 공감대는 만들어졌던 것 같다. 아이 들은 장애나 비장애 이런 말로서가 아니라, 그냥 친구, 잘은 모르지만 자기들 과는 조금 다른 구석이 있거나 도와줘야 하는 친구라는 정도로 지훈이를 이 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습은 아이들이 편견을 가지지 않은 사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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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로 자라길 바라는 우리 선생들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지훈이는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특수 학급이 있는 일반 학교에 갔다. 중・고 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대형 마트에서 주차 요원으로 일하면서 열심히 살아간다. 한 달 전쯤 지훈이가 카톡을 보냈다. “샘, 지훈입니다. 지금 광명역 구경 가려고 안양 박달동과 충훈부 경유해서 갑니다.” 지훈이는 여전히 전국의 교통기관을 섭렵하고 있다. 내가 살던 지역을 지나 면서 내 생각이 났나 보다.

지훈이가 친구들과 소통을 잘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들과 지훈이 사이에 “함께”라는 공감대는 만들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모습은 아이들이 편견을 가지지 않은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우리 선생들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

아이들 이름은 인격을 보호하기 위해 가명으로 썼다.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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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길

학철이 꽃이 피었습니다

소이경 참조아. 월드컵 응원 뜨거웠던 2002년에 처음 공동육아와 인연을 맺고, 실습 간 곳에서 참조아라는 별명을 얻었다. 참나무어린이집이 세 번째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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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일곱 살은 공동육아의 꽃을 피운다는 나이다. 이 무게만으로도 더 부담스러 운 7세 껑충방. 그 방에 학철이가 있었다. 교사가 조금 특별한 아이를 만나게 되는 건 왠지 자신이 그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부담감을 덜어 주려고 운명은 나에게 학철이를 만나게 해 준 것 같다. 학철이 부모님은 학철이가 두 돌 즈음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학철이를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보낼 때 그곳에서는 괜찮을 것 이라며 안심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조금 지나 그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들과 는 정말 다른 것 같다고 하여 병원을 찾아가 정확한 상황을 알아보니 사회성 이 떨어지고 관계 맺기도 미숙하며 전체 발달이 한두 살 정도 지연된 것 같다 고 했다 한다. 학철이 부모님은 일반 어린이집보다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환경 이 더 좋을 거라 생각해 지난해부터 참나무어린이집에 학철이를 보냈다. 학철이는 어린 동생들을 좋아해서 지난해 어린 방을 맞고 있던 나에게 자 주 놀러왔다. 지난해 가을 어느 날, 그냥 툭 학철이에게 커서 어떤 어른이 되 고 싶으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학철이는 엄마처럼 아픈 사람을 고쳐 주는 의사가 꿈이라고 했다. 그때 학철이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는데 올해 이렇게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첫 출근 날부터 무척 걱정되고 떨리며 1년을 어찌 살지 걱정 걱정만 하고 나온 나를 보고 학철이는 무슨 고민이 그리 많으냐는 듯 환 하게 웃었다. 잘 보이려고 하는지 이야기도 잘 들어주었다. 딱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지금은 어린 방에 자주 놀러가 있다. 학철이와 함께 생활한 지 나흘 째 되는 날, 3월 생일잔치를 했다. 학철이는 많은 사람이 모여 활동하는 시간을 힘들어한다. 그래서 다른 방에서 혼자 있 으려고 한다. 그런 학철이가 생일잔치 날 앉아서 함께 노래 부르고 생일 맞는 아이를 축하해 주는 것은 버거운 일 가운데 하나다. 더구나 학철이가 좋아하 는 간식이 생일상 위에 놓여 있으면 정말 참기 힘든 고역이다.

학철이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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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길

생일잔치를 하기 전에 물었다. “학철아, 딸기 먹으려면 어떻 게 해야 해?” “같이 축하해 주어야 해. 같이 축하해 주는 거야.” “같이 축하해 주는 게 어떤 거 야?” “노래도 부르고 박수도 치는 거야. 생일 축하한다고.” “그럼 학철이도 함께해 줄 수 있어? 그래야 딸기 먹지

.”

“어, 내가 약속할게. 앉아서 끝날 때까지 기다릴게. 그럼 내가 좋아하는 딸기 먹을 꺼야.” 하지만 생일잔치를 하고 있는데 학철이는 곧 사라졌고, 나는 다른 선생님 에게 어디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선생님과 함께 내려온 학철이는 위층 에서 종이를 접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 그렇지.’ 하고 있는데 학철이는 선물을 주는 시간에 손에 들고 있던 비행기를 생일 맞은 동생에게 쑥스러워하면서 내 밀고는 자리에 돌아갔다. 그리고는 정말 잔치가 끝날 때까지 함께했다. 정말 감동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로부터 2주쯤 지난 어느 날이었다. 또 학철이가 방에서 사라져 1층에 혼 자 내려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내려가니 책장 앞에서 책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학철아, 무슨 책 고르는 거야?” “글 밥이 적은 책. 글 밥이 적은 책을 찾아야 해. 아이들은 글 밥이 많으면 안 돼. 글 밥이 많으면 안 돼. 여기 있다. 《달님 안녕》, 이건 글 밥이 적어. 《달 님 안녕》, 이건 글 밥이 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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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학철이는 동화구연가처럼 재미있게 책을 읽었고, 그 목소리에 부모와 헤 어져 적응하고 있는 네 살 아이들이 하나둘 가까이 모여들어 재미나게 들었 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학철이 매력에 깊게 빠져 버렸다. 학철이를 보면서 지난여름 갈라진 얇은 벽 틈 사이로 활짝 핀 꽃이 생각났 다. 그 강한 생명력에 경이로움을 느꼈던 그날이 떠올랐다. 이미 학철이는 스 스로 활짝 핀 꽃이었다. 스스로 삶을 꽃피울 수 있는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 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꽃이 피어 있음을 알아주고, 그 이름을 부르며 다가서면 되는 것 같다. 학철이가 아직 제 모습을 다 보여 주지 않은 많은 날 들이 남았지만 한 송이 꽃이 홀로 피어 있지 않도록 그 옆에서 함께하면 그뿐 인 것 같다. 올해도 그 척박한 벽 틈 사이로 꽃망울이 맺혀 아이들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아이들은 “이 꽃 좀 봐!”, “어! 여기서도 꽃이 피네!”, “이 꽃 이름이 모 야?” 하며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학철아, 그래. 그렇게 곱게 피어 있으렴.

학철이를 보면서 지난여름 갈라진 얇은 벽 틈 사이로 활짝 핀 꽃이 생각났다. 이미 학철이는 스스로 활짝 핀 꽃이었다. 학철아, 그래. 그렇게 곱게 피어 있으렴.

학철이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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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형들에 대한 욕구가 있나 보군요

재현이의 날적이입니다. 재현이는 19개월부터 일곱 살까지인 2005년 3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신촌 우리어린이집에서 자랐습니다.

담임 양명희(자두) 어머니 정영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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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터전에서

2007년 9월 7일 금요일 (생후 49개월, 다섯 살)

“자두, 어제 비가 오더라. 그러니까 땅이 축축했었어.” 어른들 말투도 섞여 있고, 남 이야기하듯 하는 말투도 우습네요. “그래, 그래서 지금도 조금 땅이 축축해.” “그래?” 흐흐, 이 녀석 남 이야기하듯 대꾸합니다.

집에서

9월 9일 일요일

하하하. 배운 말을, 아니 들은 말을 자기도 써 보고 싶어 근질근질해하지요. 엄마를 비롯해 둘레 사람들이 하는 말을 유심히 듣고 어떻게든 써 보려고 해요. 그래서 쉼 없이 재잘재잘거리고

.

금요일 아침에 터전 가는 길이었어요. 자전거를 회사에 놔두었기에 걸어서 성 미산을 넘어가는 길이었지요. 엄마랑 손을 잡았다가, 뛰었다가 즐겁게 가고 있는 데 “자꾸자꾸 내려가는 막길이 나와.” 후후. “내리막길이 나온다고?” 하니 힘차게 “어!” 하고 답합니다. 들은 걸 꼭 제 스스로 표현해 보고 싶어 하는 이런 모험심이 어 휘력을 향상시켜 주겠지요. 지금의 재미있는 재현이 어록을 되도록 많이 기억하고 싶어져요.

집에서

10월 1일 월요일 (생후 50개월)

오늘은 저녁을 먹으면서 “친구들이 나랑 안 놀아 줘.” 합니다. “아래층 아가들은 나 좋아하는데 2층 형아들은 나랑 안 논대.” (아래층에는 세 살부터 네 살, 2층에는 다섯 살부터 일곱 살 아이들이 지낸다. - 편집자)

뜻밖의 얘기네요. “왜 그런지 물어봤어?” 하고 물었더니 모르겠다네요. 2층에서 같

형들에 대한 욕구가 있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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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이 어울려 놀다, 혼자 집중하다 하면서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같이 재미있게 놀 친구를 찾기 시작하는 것 같네요. 인원도 얼마 되지 않고 해서 같이 어 울릴 만한 친구를 찾는 게 어려울 수 있을 것 같고, 재현이가 좀 아는 척 하거나 쓸데 없는 고집을 피우거나 아니면 고자질을 잘해서(요즘 집에서는 아빠 흠을 잡아 엄마에게 고자질 한다고 아빠한테 눈총을 받고 있어요.) 아이들이 꺼리는 것일 수도 있겠어요. 어찌 되었건 터

전 생활이 재미있으려면 어른뿐 아니라 친구들, 형아들 하고도 잘 어울려 놀아야 하는데

터전에서

. 좀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네요.

10월 2일 화요일

형아들이 안 놀아 줘, 하는 이야기는 뜻밖이네요. 같이 지내면서도 혼자 집중(그림 그 리기나 만들기)했다, 또 신나게 놀았다 하며 아주 기분 좋은 흥분 상태라 조금 제지시켜

야 할 때도 많아요. 주로 모두 모이는 간식 시간에는 강아지풀 선생님이 앞에서 이끌 기 어려울 만큼 재잘재잘대요. 엄마가 보신 것처럼 “유남이 또 밥 꿀꺽해.”, “석준이 가 안 씹어.” 하고 이르는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주로 소근이들(다섯 살) 이야기이고, 그렇다고 소근이들이 재현이랑 안 어울리는 것도 아닌데요. 오늘 성미산에서도 윤 하, 재현, 윤빈, 석준, 유남 이렇게 다섯이서 떼로 몰려다니며 맥문동 따서 스티로폼 에 상 차리고, 역기에 다섯이 붙어서 “여행 간다.”, “뭐 사러 간다.” 야단이었어요. 오 히려 요즘은 재현이가 소근이들이랑 집단으로 어울리기에 놀라고 있었는데

.

어쩜 나들이 때랑 실내에서 놀 때랑 놀이 집단이 다르기도 하고, 재현이가 실내에서 는 표현을 안 할 수도 있으��� 저도 지켜볼게요. 오늘은 어제부터 성미산 계단 무대에서 콩주머니를 열심히 했어요. 놀다가 “이담 형이 나 나가라고 해.” 하며 울음을 터트리면서도 콩주머니에 열의를 보였지요. 아 마 재현이는 주머니 안 맞았다고 생각하는데 형들은 맞았다고 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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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집에서

10월 3일 수요일

친구들하고 어울려 노는 재미가 쏠쏠한가 봐요. 그래서 더 잘 어울리고 싶고 깊이 관계 맺고 싶은 욕구가 큰 것이겠지요. 지난번에도 이담, 정원이 들(일곱 살)이 어울 려 있는 곳에 재현이를 안 끼워 줘 속상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살금이들 눈에는 소근이가 아직 유치하지 않겠어요? 형아들이 부럽고 함께하고 싶 고

. 그런 재현이한테는 안 놀아 줘서 서운한 마음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하하.

터전에서

10월 5일 금요일

하하, 형아들에 대한 욕구가 있나 보군요. 건강 한 욕구이니 걱정보다는 안심이 되어 다행이에 요. 어른들이 조금 도와줘야겠네요. 형아들이 랑 콩주머니 할 때 특히 많이 도와줘야겠어요. 조금씩 어울리다 보면 재현이도, 어른들도 길이 보이겠지요?

형들에 대한 욕구가 있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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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

아무리 봐도 이상한 선행학습 금지법

“오늘 공부 마칩니다. 집에 가서 놀지만 말고 오늘 공부한 거 복습하고, 내일 공 부할 거 예습 잘하세요.” “선생님, 오늘은 숙제 없어요?” “예습, 복습 하라는 게 숙제입니다.” “와, 오늘 숙제 없다.” “숙제 없는 게 아니에요. 예습, 복습 하라는 게 숙제예요.” 초등학교 6학년 다닐 때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이 날마다 하던 말씀이 예습, 복 습 철저히 하라는 거였다, 숙제를 내줄 때도 있지만 어떤 날은 다음 날 공부할 범위를 알려 주면서 예습 잘해 오라고 부탁했다. 내가 선생이 되어서도 그때 담임선생님처럼 예습과 복습을 잘하라 고 자주 이야기했다. 그날 공부한 내용 을 집에 가서 복습하고, 다음에 공부할 내용을 혼자서 예습하는 건 어떤 공부 를 하든 가장 기본이 되는 학습 태도다. 그런데 이를 법으로 금지하겠다고 하니 참 이상하다. ‘예습’이라고 하지 않고 ‘선행 학습’이 라는 말을 쓴 걸 보니 이 법에서 가리키

이주영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이사와 어린이문화연대 대표를 맡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어린이 책을 읽는 어른》, 《이오덕 삶과 교육 사상》 같은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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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는 선행 학습이라는 말은 예습이라는 말하고 다른가? 배워야 할 것은 미리 공 부한다는 것과 다른 말인가? 아무리 봐


도 다른 거 같지는 않다. 만일 이 법 이

는 까닭과 주요 내용을 국민에게 미리

름을 ‘예습금지법’이나 좀 더 쉬운 우리

알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행정절

말로 ‘공부를 미리 못 하게 하는 법’이라

차법 제41조 규정에 근거하여 ‘교육부

고 하면 어떻게 될까? 다른 나라 사람

공고 제2014-94호’로 공고한 것이다.

들이 보면 거참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

2014년 3월 11일에 제정해서 공포했고,

할 만하다. 어쩌면 기네스북에 올라갈

2014년 9 월 12일부터 시행할 예정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데, 그 사이에 국민들에게 미리 알리고

그런데도 이런 금지법을 만드는 까닭

의견을 듣기 위한 절차다.

은 현재 공・사립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공교육 정상화를 촉진하기 위해 선행

무시하고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때 가

교육을 금지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르쳐야 할 교과과정을 2학년 2학기나 3

이다. 공교육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학년 1학기 때 가르치고, 중・고등학교

정해 놓고 그에 따라 교육을 하는 것인

입학이 예정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학

데, 이미 그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미리

전에 해당 학교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어

가르치니 정상적인 교육이라고 할 수가

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

없다. 그러나 선행 교육을 법으로 금지

다. 초등학생들한테 중학교 1학년 과정

하겠다는 발상도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

을 미리 가르치는 학원이나 다를 바가

렵다. 선행 학습을 규제하는 것보다는

없는 짓을 공교육에서 버젓이 하고 있기

교육과정을 정상으로 운영하는가, 하지

때문이다. 학원과 학교가 똑같이 이런

않는가를 살펴보고 교육과정에 따른 교

선행 학습을 강요하고 있으니 정상적인

과 교육을 원칙에 맞게 하도록 하면 되

교육이라고 할 수가 없다.

는 것이다. 0교시 수업이라는 이상한 수

사실 ‘선행학습금지법’은 이 법의 정

업, 수능 시험에 나오지 않거나 비중이

식 이름이 아니다. 진짜 이름은 ‘공교

약한 교과 교육을 하지 않는 사례, 방과

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 교육 규제에 관

후 교실까지 교과 학습으로 채우는 경

한 특별법 시행령’이다. 2014년 4월 10

우만 제대로 잡아내도 공교육에서 도를

일, 이 나라 교육부 장관이 이 법을 만드

넘어서는 선행 학습은 막을 수 있다. 곧

아무리 봐도 이상한 선행학습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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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

교육과정을 정상으로 운영하도록 현재

만일 학벌이나 인맥이 아니라 능력만

마련되어 있는 법만 적극 적용해도 될

으로 취업할 수 있다면, 대학을 나오거

일인데 이렇게 또 다른 법을 만들 필요

나 나오지 않았거나 취업과 임금에서

가 있겠나 싶다.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정규직보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 교육 규

비정규직이 임금을 더 많이 받는다면

제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살펴보면

선행 학습은 돈 주면서 하라고 해도 안

별 내용도 없다. ‘선행교육예방연구센

할 것이다. 비정규직은 한때 필요한 일

터’를 새로 설치해서 선행 교육 부작용

을 짧은 기간에 하는 도급제 같은 거니

에 관한 조사・연구・분석을 하고, 학

까 당연히 정규직보다 더 많은 임금을

생, 학부모, 교원, 일반인을 대상으로

받아야 하는 게 상식이 되어야 한다. 그

선행 교육 부작용에 관한 교육과 상담

런데 비정규직을 정규직 노예처럼 여기

을 하겠다고 한다. 선행 교육 자체가 교

는 노동 구조, 정규직을 써야 하는 자리

육과정을 어기는 것인데, 무슨 부작용

까지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걸 용납하

을 다시 연구할 게 있다는 것인가? 또

는 사회에서는 아무리 법을 정해도 선

학생이나 학부모나 교사들이 선행 학습

행 학습 아니라 ‘선선선행 학습’도 막을

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학교교육을

수 없다.

오로지 대학 입시만을 목적으로 하도록

규제 방법도 이상하다. 국가 및 시도

만드는 사회구조 때문에 하는 건데 무

교육과정에 위반하여 학교 교육과정

슨 상담을 한다는 건가?

을 편성한 경우 1차로 학교 운영 경비를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면 노동 구조와 임금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또 교육 내용이 아이한테 시기적절한 것인지 아닌지는 아이를 담당한 교사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 재편성 권한을 교사한테 주어야 한다.

104

공동육아 112호


5퍼센트 범위에서 삭감하겠다고 한다.

법 같은 걸 만들어서 막으려고 한다면

두 번 걸리면 10퍼센트 범위에서 삭감

처벌을 달리해야 한다. 학교 운영 경비

하겠다고 한다. 국가에서 예산 지원을

를 삭감하거나 입학 정원을 줄이는 방

받지 않는 학교는 입학 정원을 5퍼센트

법으로 처벌을 하면, 결국 그 피해를 입

나 10퍼센트 범위에서 줄인다고 한다.

는 건 아이들이다. 선행 학습을 금지하

평가 때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벗어

려면 선행 학습을 강요하는 교장과 교

난 내용을 출제하는 경우, 해당 학교 설

감을 바로 징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공

립 목적과 특성에 맞지 않게 학교 생활

교육뿐 아니라 학원에서 하는 선행 학

기록부 기록을 반영하는 경우, 학교 밖

습도 철저하게 규제해야 한다. 그렇게

경시 대회 실적이나 각종 인증 시험 성

하지 않으면 공교육에서 하지 못하게 된

적이나 자격증을 입학 전형에 반영하는

선행 학습을 사설 학원에서 하게 된다.

경우에도 학교 운영 경비를 삭감하거나

곧 이런 식으로 규제하는 건 실효성도

입학 정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교육

적을 뿐더러 학원 교육을 더 부채질하

과정을 어겼는데 학교 운영 경비나 조금

는 꼴이 되기 쉽다.

삭감하고, 입학 정원이나 조금 줄인다

사실 원론대로 말하자면 교육을 할

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다. 학교 문

때 가르치는 내용이 그 아이한테 시기

을 닫게 하거나 교장과 교감을 바로 징

적절한 것인지 아닌지, 다시 말하자면

계하지 않는다면 효과가 있을 수 없다.

선행 학습인지 아닌지는 국가 수준 교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 교육 규

육과정이나, 시도 수준 교육과정이나,

제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으로는 공교육

학교 수준 교육과정으로 규정할 수 있

정상화를 촉진하기도 어렵고, 선행 학

는 게 아니다. 아이를 담당한 교사가 진

습 규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눈 가리고

단 평가를 통해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아웅 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공교육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교사들한테 교육

을 정상화하려면 근본은 노동 구조와

과정 재편성에 대한 권한을 주어야 하

임금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좀 이

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 못하니 이렇게

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선행학습금지

이상한 법까지 만든다.(2014. 4. 13)

아무리 봐도 이상한 선행학습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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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학교

해송지역아 동 센터 고학년 그림책 세미나

111호 스스로 말하게 하라 1.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문해 능력 2. 지역아동센터 독서 프로그램의 문제 3. 새롭게 시도하는 문해 교육 프로그램의 문제의식 112호 스스로 생각하게 하라 1. 고학년 그림책 세미나의 문제 제기 과정 2. 그림책 세미나 진행 과정

* * *

이 글은 서울연구원에서 주관한 ‘작은 연구 좋은 서울’의 연구 모임으로 지원을 받아 ‘지역아동센터 적합형 언어 프 로그램 개발’이란 주제로 지역공동체학교 페다 모임에서 진행한 실천 프로그램을 정리한 것으로, 지난 호에 실은 ‘스스로 말하게 하라’에 이어 두 번째 글이다. 해송지역아동센터 교사 김미아 (이야기보따리)와 창신동 도서관 ‘뭐든 지좋아’의 사서 오영건(레오)이 함께 썼다. 아이들 이름은 인격을 보호하기 위해 가명으로 썼다. 아이들 글을 살리기 위해 띄어쓰기만 바로 잡고 틀린 글자나 입말은 그대로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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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독서 세미나를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문제의식은 ‘생각하는 힘이 성장하기 위해서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아이들이 스스로 할 때 그 능력이 커진다.’는 것이었다. 배움은 스스로 깨치는 과정이라는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단 순한 진리를 우리는 순간순간 잊어버리고 있었다. ‘환경이 안 좋으니까 좀 더 쉽게 가르치지 않으면 배우지 못할 것이다.’, ‘좀 더 친절한 설명을 해 주는 선 생이 없다면 효과 있게 배우지 못할 것이다.’는 생각이 선생들의 무의식까지 지배하고 있다. 센터 선생들은 우리 사회에서 불리한 자리에 있는 아이들에 게 무엇이든 잘 설명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한다. 선생이 노력하면 할수록 아이들이 스스로 집중해서 파악해야 할 일상의 많은 것들이 적어진다. 선생 들은 점점 지쳐 가고, 내가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는 패배감과 허무감을 떨칠 수 없게 된다. 독서 세미나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시도로 아이들에 대한 관점, 배움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에서 출발하려 했다. 아이들이 대부분 모국어 를 스스로 깨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누구나 스스로 할 때 무엇이 든 배울 수 있다는 길잡이 선생의 가치와 관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송의 독서 세미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독서 세미나를 시작할 때 가져야 할 길잡이 선생의 문제의 식과, 어떻게 아이들이 독서 세미나를 하면서 바뀔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 을 살펴보기로 한다. 해송지역아동센터(다음부터 해송)에서 4년 동안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경험한 아이들에게서 나오지 않았던 말하고, 듣고, 쓰고, 읽고, 느끼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힘이 독서 세미나를 하면서 자라는 생생 한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무엇이 문제였고,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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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학교

1. 고학년 그림책 세미나의 문제 제기 과정 해송에서는 프로그램이 결정되는 과정이 있다. 누구나 프로그램을 제안할 수 있고 제안된 프로그램은 교사회의, 부모회의, 어린이자치회의에서 의논 하고 결정한다. 고학년 독서 세미나 프로그램도 구성원의 소통 능력, 표현 능력 향상이라는 해송의 주력 활동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고민하는 데 서 출발했다. 해송의 2012년 사업 계획 가운데 첫 번째 주력 활동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욕망을 적절 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훈련할 필요가 있다. 내면에서 솟구치는 정서를 잘 해석 할 수 있을 때 일상을 조절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적절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나누는 경험을 일상에서 강화할 때 서로에게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둘째,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모둠과 독서를 중심으로 한 집중 실천을 계획한 다. 이런 결정을 했는데도 2012년 사업 계획의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였던 의사소통과 관계 맺기에 대한 1년 평가를 하면서 선생들은 아이들 일상에서 대화와 토론, 소통보다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고, 이것은 아이들의 생각 하는 능력과 언어 표현 능력이 많이 부족하여 생기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고민 에 빠졌다. 이러한 평가를 근거로 그동안 해송에서 해 온 프로그램을 점검하 고, 독서 프로그램도 진지하게 탐색하게 되었다(해송에서 진행해 온 독서 프로그램 내용은 지난 호에 실은 ‘스스로 말하게 하라’에서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오영건 선생이

제안한 독서 세미나를 실천해 보기로 결정했다. 오영건 선생이 제안한 독서 세미나 방식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구성원 스스로 세미나 진행 과정을 경험해야 한다. 두 번째, 독서 세미나를 하면서 말하고, 듣고, 읽고, 쓰고, 느끼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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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곱 가지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세미나에 참여한 아이들이 어떤 예외도 없이 이 일곱 가지 과정을 겪어야 한다. 세 번째, 길잡이 선생은 세미나의 구성원일 뿐이다. 교사회의, 부모회의, 어린이자치회의에서 고학년 독서 세미나 구성원을 모 집했고, 아이들이 선택하게 했는데도 5・6학년 아이들은 모두 독서 세미나를 신청했다. 아이들이 워낙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싫어해서 네다섯 명쯤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뜻밖이었다. 평소에 아이들과 관계를 잘 맺고 있는 선생 이 프로그램을 할 때 아이들 의지가 촉발되는 것 같았다. 김미아(이야기), 오영건(레오) 두 선생은 세미나에 대한 길잡이 선생의 태도 와 관점을 정리하고 세미나를 시작했다. 그림책 세미나가 잘 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 그림책이 좋아야 한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그림책, 그림이 매력 있는 그림책, 깊이 생각할 것이 많 은 그림책, 인간의 다양한 삶에서 느끼는 다양한 측면을 보여 주는 그림책, 그 림과 글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 키는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아이들의 자발성에 기초해야 한다. 아이들이 이야기와 토론을 잘할 수 있도록 길잡이 선생은 최소한만 개입한 다. 현재 아이들은 스스로 책 읽고 토론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어디에서도 언어를 매개로 하여 능동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을 표현해 본 경험이 없기 때 문이다. 뿐만 아니라, 말하기, 읽기, 쓰기와 관련해서는 두려움을 느끼는 아 이들도 많다. 또한 대부분 누가 더 잘했고 누가 더 못했다고 비교하며 서열화 하는 곳에서 언어활동을 하다 보니 자신의 언어 능력을 비하하는 경우가 많 다. 언어활동에서 아이들의 자발성을 이끌어 내려면 글쓰기와 말하기에서 두 려움을 떨쳐 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더구나 독서 세미나 초기에는 아이들이 어떤 표현을 하더라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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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학교

세 번째, 아이들을 수동으로 만드는 구조와 이념을 잘 이해하고 극복해야 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경쟁을 전제로 줄 세우고, 지시와 명령으로 아이들을 수 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구조 속에 산다. 이러한 구조는 아이들은 능력이 없고, 알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어른이 가르치고 훈련시켜야 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길잡이 선생 또한 이러한 구조에서 살아오면서 무의식까지 이러한 관점 에 길들여 있다는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이 관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늘 노 력해야 한다. 독서 세미나 초기에는 아이들의 수동성 때문에 어려움이 많겠 지만 세미나는 언제나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길잡이 도 책을 능동으로 읽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느 순간 자꾸 개입하고, 설명 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물론 선생도 구성원이기 때문에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지만 그것이 한 구성원의 자리를 넘어서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네 번째, 아이들을 이해해야 한다. 세미나는 아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쳐 나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아 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대상, 무언가 집어넣어 줘야 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잠재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들이 내부에 꿈틀거리는 역 량을 잘 펼쳐 낼 수 있게 하려면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고 안에 들어 있는 힘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을 더욱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2. 그림책 세미나 진행 과정 그림책 세미나는 다음과 같은 차례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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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림책 읽어 주기 2. 자유 글쓰기 3. 돌아가면서 쓴 글 읽기 4. 함께 토론하고 싶은 질문 만들기 5. 토론하기 6. 세미나 평가하기

2013년 4월 18일, 고학년 세미나 사례 이날은 오영건 선생이 그림책 《나비와 사랑에 빠진 곰》을 읽어 주었다. 이 책 은 나비에게 반한 곰이 나비에게 어떻게 사랑을 구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곰이 좋아하는 마음을 다양하게 표현하는데 나비는 곰의 마음을 알지 못하 다 우연한 사건으로 곰의 마음을 알게 되어 서로 사귀게 된다는 내용이다. 아이들은 책 읽어 주는 것을 듣고 자유롭게 글을 썼다. 숨죽여 골똘하게 무 언가 생각하기도 하고, 그림책을 뒤적이기도 하면서 썼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몰라 고민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어떻게 쓰면 되냐고 질문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떻게 쓰든 상관없고, 자신의 몸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그냥 쓰면 된 다고 했다. 모두가 작은 공책 한 바닥을 채우고 나서 돌아가면서 글을 읽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곰이랑 나비랑 어떻게 서로 사랑에 빠지는지는 궁금하다. 곰 이 어떻게 나비를 좋아할까? 어떻게 해서 나비랑 했을까? 마지막에는 좋게 끝나 서 좋다. 나비는 왜 이렇게 까다로울까?

(병철. 5학년)

난 곰이 나비를 좋아하니깐 잠자리채로 잡을 줄 알았는데 아니고 그림으로 노래 로 꽃으로 털옷으로 그리고 집을 만들어 준 게 신기하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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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학교

질문 1 : 나비는 맨 처음에 곰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몰랐을까? 질문 2 : 곰은 진심으로 나비를 좋아한 건가? - 아마도, 왜냐하면 안 좋아한 것 같기도 하고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기 때문에.

(정미. 6학년)

나는 곰이 참 신기하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1, 2번 안 되면 다 포기하는데 곰은 3번이나 도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곰은 나비를 잡을 줄 알았는데 나비를 안 잡으니 신기하였다. 그리고 나는 나비한테 고백한다고 하면 꽃이 많은 곳을 소개시켜 줘서 거기에서 내 마음을 전하거나 아니면 남의 벌집에서 꿀을 갖고 오 겠다. 그리고 나는 생각을 더 해 보니 곰이랑 나비랑 사귈 수 없을 것 같다. 왜냐 하면 키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나비는 맨 처음 곰을 좋아하는 걸 알았을까? 그렇다. 왜냐하면 나무에 하트를 그릴 때 하트를 봐서이기 때문이다.

(병식. 5학년)

곰은 많은 나비들 중에서 왜!!! 파랑 나비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내가 곰이었다면 어떻게 하였을까??? 1. 그냥 나비를 잡는다. 2. 고백을 한다. 3. 나비를 지켜본다. 이중에서는 나는 2번 고백을 할 것이다.

또한 곰이 나비에게 사랑에 빠진 것이 신기하다. 만약 내가 나비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1. 무서워서 도망간다. 2. 왜!! 따라 오냐고 불어본다. 3. 때린다. 나는 2번

왜!!! 따라 오냐고 물어볼 것이다. 곰이 진심으로 나비를 사랑했을까? 좋아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무에 하트 를 그렸기 때문.

(하연. 5학년)

만약 내가 곰이었다면 나비에게 러브래터 편지를 보낸 뒤 나비에게 조그마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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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 아이들이 책읽기 세미나를 하고 있다.

물을 사 주고 나비가 웃을 수 있게 개그를 하여 웃게 해 주고 나비에게 정성을 담아 나비 초상화를 그려 선물하고 곰의 집 앞에 나비 집 만들고 힘들지 않게 꽃 을 곰과 나비 집 앞에 심어 준다. 왜 곰은 덩치가 작은 나비에게 큰 꽃다발을 주 었을까? 곰이 나비를 진심으로 사랑한 걸까? 맞을 거예요. 왜냐하면 여러 번 고백을 하고 이제 내 맘을 모르는 것 같다라고 하고 싫어하니깐.

(진미. 6학년)

난 이해가 안 된다. 왜냐하면 키 차이도 나고 몸무게 차이도 나기 때문이다. 마지 막에 나비가 곰의 마음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만약 내가 곰이라면 다른 나비 를 선택할 것이다. 이 세상에는 그 나비만 있지 않으니까. 궁금한 것은 곰의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곰이 진심으로 나비를 사랑하는가? 난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안 좋아하면 뭐하러 집을 만들까? 힘들 텐데.

(수민.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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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학교

6학년 민진이는 학교에서 늦게 돌아와 글을 쓰지는 못하고 토론에만 참여

했고, 5학년 규민이와 현수는 학교에 남느라 참여하지 못했다. 글을 모두 읽고 나서 토론하고 싶은 내용을 정했는데 질문은 아이들이 글 에서 제기한 내용을 모아 했다. 질문은 네 가지가 나왔고 이 내용으로 토론을 했는데 시간이 모자라 모든 내용을 토론하지는 못했다.

질문

- 나비는 왜 이리 까다로울까? - 어떻게 하면 사랑이 이루어지나? - 나비는 맨 처음에 곰이 좋아하는 것을 알았을까? - 곰이 나비를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아이들이 책과 만나 서 창조하는 질문을 존중하는 분위기는 세미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더구 나 세미나 초기에는 질문의 수준을 따지지 않아야 한다. 아이들은 서로 질문 한 내용에 관심을 갖고 비교하면서 어떤 질문이 모두에게 쓸모 있는지를 스 스로 깨닫기 때문이다. 토론 과정은 아주 매끄럽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듣기보다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세미나를 하면서 이전 독서 프로그램에서 보이지 않았던 능동성이 많이 표현되었다. 아이들은 힘들 어하면서도 공책 한 바닥을 채우려고 노력했고, 대부분 그렇게 했다. 또한 토 론에 적극 참여했고 질문 내용을 생각했다.

이야기

병철이가 질문한 ‘나비가 왜 이리 까다로울까?’에 대해서 이야기합시다.

진미

나비가 왜 이리 까다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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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나비가 까다로웠을까요?

레오

자, 중요한 질문을 했어요. 왜 나비가 그렇게 까다로울까? 정말 나비가 까

탈스러운가? 병철

나비 엄마가 까다로워서 까다로운 나비를 낳았기 때문에

진미

그리고 나비가 노을을 구경할 때 검은색 하트 그림이 있으면 나는 싫을 것

같은데

.

.

이야기

어떻게 하면 사랑이 이루어지나요?

병철

너무 키 차이가 나요.

레오

여기서 나오는 곰과 나비는 옛날의 곰 부족과 나비 부족으로 생각해도 돼

요. 그럼 키 차이가 문제가 안 되죠. 곰이 나비랑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진

나랑 사귀자고 하고 강제로 키스를 해요.

레오

민진영이가 재미있는 말을 했어요. 곰이 나비에게 나랑 사귀자고 하고 강

제로 키스한다고 했어요. 이렇게 하면 나비에게 곰에 대한 사랑이 솟아날까요? 모두

아니오.

레오

어떻게 해야 사랑이 솟아날까요?

진미

고백을 해야죠.

레오

고백만 하면 될까요?

현수

마음을 고백해요.

진미

진심을 다해서 고백해요.

레오

진심을 다해서 고백한다 해도 상대가 잘 몰라주면 어떡하죠?

진미

때리면 되잖아요.

레오

진심을 다해서 여러 번 고백을 했는데 안 들어 주면 때려요?

이야기

곰이 진심을 다해서 여러 번 고백했는데 나비는 몰랐잖아요.

진미

곰이 나비가 좋아하는 것도 모르고 무작위로 노력을 했잖아요. 나무에 하

트 그리지 말고 나무로 종이를 만들 수 있으니 편지를 쓰고, 노래를 불렀는데 울

스스로 생각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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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학교

었으니 신나는 노래로 바꾸고요. 꽃을 꺾어 오잖아요. 다시 꽃을 심구요. 스웨터 는 작게 만들구요. 집은 낮게 만들면 돼요. 이야기

진미의 이야기는 곰이 마음을 전달할 때 나비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된다는 말인가요? 진미

네, 조금만 바꾸면 되는 거예요.

병철

어떻게 나무를 종이로 바꿔요. 갑작스럽게 나무를 종이로 바꾸는 것은 말

이 안 되잖아요! 진미

곰이 진심으로 나비를 사랑한 걸까? 그런 것 같다. 여러 번 고백을 했으

.

정미

아마도

레오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내용이 있잖아요.

진미

고백.

레오

“잊으려고 했는데 잊지를 못했어요.”란 말.

이야기

함께 두 가지를 생각해 봅시다. 사랑이 우리 삶에서 왜 이리 중요한 것인

.

가?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진미

후손을 퍼뜨리려면 사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병식

가문을 이어 가기 위해.

레오

그런 동물적 이유밖에 없을까요?

병식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살려고.

레오

또 사랑이 우리 삶에 왜 중요해요?

병철

만약 나비와 곰이 사랑해서 새끼를 낳을 때 곰을 낳아요, 나비를 낳아요?

병식

위에는 나비, 아래는 곰이 나와요.

이야기

병철아, 곰과 나비는 옛날 부족 이름을 떠올려도 돼. 자, 우리에게 사랑이

왜 이리 중요할까요? 자기 둘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엄마 아빠 같은 사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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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철

엄마.

이야기

병철이는 엄마를 사랑하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해요?

병철

엄마는 내가 아플 때 잘 챙겨 줘요.

이야기

엄마가 병철이 아플 때 잘 챙겨 주는데, 엄마가 “병철아, 아플 때 챙겨 준

값 2천 원 줘.” 하나요? 모두

아니오.

이야기

아무런 대가 없이 병철이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레오

친구의 사랑을 뭐라 하죠?

모두

우정.

이야기

사랑을 할 때, 내가 진미를 사랑하면 진미에게 좋은 게 뭔지 막 연구를 해

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해요, 진경이는 무엇을 좋아할까? 이야기가 이 책을 보 면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어요. 만약에 내가 곰이라면 나비를 사랑하면 곰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기 전에 나비에게 물어볼 것 같아요. 근데 곰은 곰의 방 식으로만 사랑을 표현한 것이 안타까워요. 이야기도 이야기 아들을 사랑하는데 아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이야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사랑한 것 같아요. 레오

사랑을 하려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시간이 너무 흘러서 토론은 여기에서 마무리했다. 세미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 가는 시점이었다. 아이들은 아직 글 쓰는 것을 조금 어려워했지만 싫어하지는 않았고, 점점 더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성장하고 있었 다. 세미나를 하기 전에는 두세 줄 쓰는 것도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을 생각해 보면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물론 아직 생각하는 힘이 약해서 자신의 이야 기를 잘하고 있다기보다 즉흥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 도 표현의 하나로 생각했다. 길잡이 선생은 가능하면 아이들이 제기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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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학교

이 잘 펼쳐지도록 해 줘야 한다. 길잡이 선생이 질문하는 내용은 아이들의 생 각을 불러일으키는 장치이지 어떤 정답으로 가는 과정이 아님을 의식하고 진 행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아이들의 표현은 거침없어졌고, 좀 더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았고, 세미나를 재미있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이 야기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세미나를 평가했다.

병철

재미있었다.

수민

책 내용이 재미있었다.

병철

글쓰기가 약간 힘들었다.

병식

곰과 나비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하연

다른 사람들 말할 때 잘 듣지 못하는 것 같다.

이야기

자유 글쓰기에서 모두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질문을 잘 뽑아서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민진

학교에서 늦게 와서 글은 못 썼지만 재미있었다.

그 어떤 표현도 무조건 긍정하라!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는 시간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특히 중 요하다. 정답이 강요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일 때만 자신의 경험을 스스럼 없이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어떠한 말도 긍정해야 한다. 한심한 생각으로 여기거나, 그림책 맥락과는 다 른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아이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니?” 같은 핀잔을 주는 말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아이의 이야기를 한심하게 생각하거나 엉뚱 한 이야기라고 판단하는 것은 선생의 생각일 뿐이다. 이야기를 한 아이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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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더구나 선생이 미리 생각하고 있는 정답이 있 을 경우 무의식중에 이런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 면서 겉으로는 다 받아들이는 척 할 경우에도 아이들은 선생이 무엇을 바라 는지 감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런 태도는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답은 없다. 선생의 의견도 구성원 한 사람의 의견일 뿐이다. 아이들 저마다 느낌과 생각 이 피어오르고 표현되도록 자유로운 분위기를 철저하게 보장하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만 다양한 아이들의 다양한 느낌과 생 각이 자유롭게 드러나고 섞일 수 있다. 다양하게 드러난 느낌과 생각이 섞이 고 만나 이야기와 토론을 하기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느낌과 개념이 창조된 다. 이러한 창조의 경험을 하면서 아이들은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독서 프로그램에서 대부분 가치가 있다, 없다를 판단하는 것은 선생이다. 선생 자신의 가치를 기준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줄 세우는 경우가 많다. 선생 이 질문이나 활동지를 미리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토론하도록 만드는 대부분 의 독서 프로그램이 선생의 가치판단이나 정답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독서 세미나 길잡이는 새로운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 길잡이가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면 그 가치판단은 그 아이가 책과 만나고 세미 나 구성원들과 만날 때 자신의 몸에서 솟구치는 것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가 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어야 한다. 독서 세미나는 아이들에게서 솟구쳐 드 러난 표현이 실마리가 되어 그 표현이 좀 더 깊이 있는 사고로 나아갈 수 있도 록 구성해 가는 것이다. 그 아이가 표현하는 것이 길잡이가 가치 있다고 생각 하는 것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를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고학년만 되면 왜 말을 안 하고, 글을 쓸 때 주저할까? 되풀이되는 언어활동 경험에서 자신의 표현이 좋게 받아들여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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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한테 이러한 세례를 덜 받은 어린아이들은 거침없이 자신의 욕구를 드러낸 다. 보통 우리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거나 또래보다 너무 수준이 낮다고 생각 하는 질문들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평가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하찮은 질문, 단순한 질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길잡이 선생이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 하니?” 하며 자신의 말과 글을 존중해 주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고학년 세 미나가 자신들이 경험해 온 여느 독서 프로그램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었 다. 상대방이 바라는 대답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런 경험이 점점 쌓여 가면서 더욱 거침없이 말하고 글을 썼다.

아이들이 표현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이들은 처음에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어려 워한다. 이러한 과정은 누구나 겪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없다. 스스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방법을 터득하고, 다른 친구들을 흉내 내면서 능력을 키워야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밖에 없는 이런 환경에서 자신의 사유를 더 밀어붙여 질문을 만들어 내고 글을 쓴다. 그리고 질문의 질이 점점 달라진다. 길잡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의지를 북돋워 주고 이야 기를 나누고 기다려 줘야 한다. 그림책 세미나를 거듭할수록 아이들은 말하고, 듣고, 쓰고, 생각하는 힘이 점점 자랐다. 다음 글은 세미나를 넉 달쯤 하고 나서 중간 평가를 할 때 아이 들이 쓴 글이다. 세미나가 자신의 삶에 어떻게 이롭게 다가갔는지를 또렷하게 쓴 글을 보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그림책 세미나가 아이들의 언어활 동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긴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그렇게 싫어했던 책 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해송 선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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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는 흥분되는 변화였다. 해송의 일상에도 변화가 있었다. 아이들이 선생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어 서 가장 쉬운 말을 찾아서 이야기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는데 독서 세미나를 하면서 알게 된 ‘용기’라든가, ‘인간관계’, ‘사랑’ 같은 낱말을 쓰는 것을 듣고 담당 선생이 감동하기도 했다.

독서 세미나 중간 평가

세미나를 하기 전 나는 그림책이나 엄청 긴 글이 있는 책은 읽기 싫어했었다. 그 렇지만 세미나를 하고 난 뒤 그림책이나 엄청 긴 책에게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였 고 평소에도 조금씩 조금씩 생각하면 나오는 창의력이 평소보다 더 늘어났다. 또 세미나 한 뒤 창의력에 관한 건데 나는 평소에 발표 같은 것은 잘하지도 않 았지만 요즘에는 반대로 오히려 더욱 더 발표를 많이 하게 된다. 또 이전에 써야 했지만 나는 해송에서 생일 선물로 받은 책 《몽실언니》라는 책을 읽으려는 생각 조차 하지 않았고 그냥 《몽실언니》 책을 집구석에 냅두었다. 몇칠 뒤 공부방에 서 줬던 《몽실언니》가 학교에서 추천 책으로 나오자 ‘그렇게 재미있나?’라는 생 각이 들었고 한 번 책을 찾아 꺼내어서 보았다. 그 책을 읽고 감동도 먹고서 지금 도 다시보기를 하고 있다. 나는 생각을 했다. ‘세미나 덕분에 책 읽는 재미도 있고 창의력이 늘어난다는 건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결국 마지막 생각은 이거였다. ‘책 읽는 이유는 나를 위해서 읽는 거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질문에 나는 생각을 하였지만 역시 간식이 없으면 괴롭고 긴 책을 읽을 때 괜히 승질이 나고 그랬다. 그치만 나를 위해서라면 여러 가지를 읽고, 배우고, 또 그것 을 즐기는 거인 거 같다. 결국 어려워도 계속할 꺼 같다. 재미있게 읽어 주는 레오 하고 이야기, 파도에게 감사한다는 말 드리고 싶어요.

(진미. 6학년)

난 세미나를 해서 글 쓰는 것이 많이 늘었고, 책을 좀 읽는 것도 늘었다. 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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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학교

력도 늘었다. 토즈에 오는 것은 힘든데 와 보니까 나한테 많은 도움이 되어서 뿌 듯했다. 그래서 세미나를 계속하고 싶다. 내가 세미나 하기 전에는 책도 싫었고 발표하는 것도 싫었다. 만약 내가 세미나를 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신기한 점은 내가 옛날엔 글씨체가 이상했는데 지금은 글씨가 많이 좋아졌다. 그 리고 내가 만약 세미나를 해송에서 했다면 어떻게 될까? 집중이 안 될 것 같다. 해송 애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 된다. 그래도 난 세미나를 하고 싶다. 왜 냐하면 내 실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민. 5학년)

세미나는 좋은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세미나를 하기 전에는 책을 읽으면 딴짓 을 하거나 졸았다. 그리고 책도 잘 안 읽고 만화도 잘 안 봤다. 그리고 독후감을 쓰는 것도 잘 못 했다. 집중도 잘 못 하고, 생각도 하지 않고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였다. 그런데 세미 나를 하고서 놀라웠다. 왜냐하면 내가 쓴 문제점을 주변에서 고치라고 하는데도 나는 계속 마음속으로 못 고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미나를 하고 나서 책을 읽 을 때 졸지 않고 딴짓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책 읽는 시간에는 옛날이야기도 잘 읽는다. 그리고 독후감을 쓸 때는 그나마 잘 쓴다. 그리고 집중력과 생각하고 말 하는 것이 나아졌고, 행동하는 것이 고쳐졌다.

(병식. 5학년)

세미나 하기 전에는 웃음도 별로 없고 발표를 안 했는데 세미나를 하고 나서 맨 처음 세미나는 변화가 아직 없었지만 지금은 변화가 찾아왔다. 찾아온 변화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예전엔 발표도 안 하려고 했는데 요즘에는 일주일에 2~3 번씩 발표를 하고 있다. 또 다른 변화는 예전엔 아주 많이 웃지 않았는데 세미나 를 하고 나서 웃음이 많이 나오고 자주 웃게 되었다. 또 다른 변화는 예전은 많이 화를 냈지만 지금은 웃음으로 약간 화를 내는 것이 줄었다. 해송에서 하는 것도 좋지만 집중이 잘 안 될 것 같다. 시끄러워도 계속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한테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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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왔으면 좋겠으니까.

(민진. 6학년)

세미나를 하면서 학교에서 자신감이 생기고 학교에서 많이 웃게 되었다. 원래 세 미나를 하기 전에는 자신감도 없고 잘 안 웃는데 세미나를 하면서 자신감과 잘 웃게 되었다. 그리고 세미나를 하는 덕분에 발표도 어쩔 때는 하게 되었고, 학교 에서 아이들이 장난은 치지만 세미나를 했기 때문에 세미나가 재밌고 학교에서 조용함이 없어지고 조금 장난끼가 많아졌다.

(정미. 6학년)

세미나를 했더니 글읽기가 빨라졌고 그리고 이해가 좋아지고 머리가 좋아지고 힘든 단원을 잘 이해하게 해 주고,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열심히 해서 꼭 유명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규민. 5학년)

세미나를 하고 나서 독서도 많이 나아졌고, 모르는 단어들도 이해가 되었고, 다 른 사람들에게 내 주장과 내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토즈에서 안 하고 이야기집에서도 안 하고, 해송 간식만 준다면 계속할 것인지? 나는 계속할 것이 다. 왜냐하면 세미나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연. 5학년)

세미나를 하고 모르는 단어도 알 수 있고 용감하게 발표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 신감을 가질 수 있으며, 책을 읽을 대 집중할 수 있다. 나는 그래도 할 것이다. 왜 냐하면 세미나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듣고 쓰고 볼 것이다.

(병철. 5학년)

이렇게 그림책으로 세미나를 하다 강독 세미나를 하기로 했고, 조금 더 아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찾아 9월부터 강독 세미나를 진행했다. 강독 세미나에 관한 글은 다음 호에서 다룰 예정이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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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삶과 배움이 춤추는 동네* 고 양・파 주 지 역 마 을 공 동 체

*

이 글의 제목은 2014년 3월22일에 고양, 파주의 대안 학교와 공동육아 12곳이 함께한 공동 강연의 주제다.

박준성 고추장. 야호어린이집 이사장. 장난감을 재활용하는 사회적 기업 (주)금자동이와 장난감학교 쓸모의 대표다. 첫째 현민이는 야호를 졸업하고 고양자유학교에 들어가 지금은 3 주기 1학년(6학년) 과정에 있다. 둘째 정민이는 야호 어린이집 큰형으로 일곱 살이고, 인지 수준과 외모・말하는 투를 보면 바로 공동육아에 다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내 봄날은 농사만이 인간의 지속가능한 대안이라는 소신으로 2백 평 가까이 되는 텃밭을 거의 홀로 가꾸는, 기미 많고 얼 굴 하얀 준농사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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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대안 학교에 보내는 부모는 목적이 분명하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잘 교육하기 위해서다. 터전 대부분이 이를 위해 협동조 합 형식으로 협의체를 결성하고, 민주적이고 체계적인 논의를 거쳐 어린이집 과 학교를 운영해 왔다. 이렇게 해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자랐 고,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협동조합기본법 발의 이전에 우리는 지역에서 협동조합을 몸과 마음으로 이미 배우고 실천하며 아이를 함께 키우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아이들이 점 점 자라 공동육아나 대안 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거나 졸업한 뒤에는 그런 건 강한 삶과는 단절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을이라는 것 을 생각하고 마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아닌가 한다. 좀 더 확대 해석해서 마을 만들기에 대한 기대는 어쩌면 강한 생존 의지가 아닐까 한다. 고양, 파주는 땅덩이가 아주 넓다. 고양시 끝에서 파주시 끝까지 차로 움직 이면 아마도 한 시간은 걸릴 듯싶다. 성미산마을처럼 골목을 중심으로 이루 어진 마을을 만들기는 아마도 힘들 것 같다. 물론 작은 공동체 같은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도 있고, 아파트나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 만들기 모 임도 있다. 이 글에서는 한 곳에 마을 하나를 만드는 과정보다는 일산, 파주의 대안 학 교와 공동육아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다양하게 적어 보았다. 그동안 마을을 꿈꾸면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생각한 것들이다.

1. 고양・파주 지역 마을 공동체 고양・파주 대안 학교 공동육아 한마당 고양・파주 지역의 대안 학교와 공동육아가 해마다 진행하고 있는 잔치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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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파한마당이다. 2005년부터 시작한 고파한마당은 올해로 거의 10년째 이어 져 온 행사다. 고파한마당은 여러 터전의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것을 발표하 고, 살아가는 모습을 나누고, 함께하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행사다. 이 가운데 가장 흥미 있는 것은 아빠들의 대합창인데, 몇 백 명이나 되는 아 빠들이 함께 합창하는 모습은 장관이고, 아주 감동 깊다. 얼마 전부터 고파한마당의 주된 주제에 마을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던 이유는 구성원들의 마을에 대한 열망이 아닌가 싶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우 리는 한 마을 사람들이라��� 강한 연대 의식이 깊게 깔려 있다. 온 종일 유쾌하 고 재미있게 다른 터전의 조합원들과 연대하는 좋은 행사다.

고양・파주 대안 학교 공동육아 대표자회의 고파한마당을 준비하면서 단순히 행사만을 위한 모임이었던 지역연대회의가 좀 더 발전해서 여러 터전의 정보를 공유하고, 교육을 함께 고민하고, 어려움 을 함께 풀고, 고양・파주 지역의 건강한 마을을 지향하는 모임으로 발전했는 데, 이것이 ‘고양・파주 대안 학교 공동육아 대표자 회의(고파공대)’다. 이 모임 은 달마다 한 번씩 모이고 있으며, 고양・파주 지역의 공동육아 어린이집 6곳 과 대안 학교 6곳의 대표자들이 참석한다. 고파공대에서 올해 처음 시작한 사업은 ‘삶과 배움이 춤추는 동네’라는 주 제로 진행한 공동 강연회였다. 350명 정도가 모였다. 앞으로 탈핵 강의나 협 동조합 같은 자유 강의를 준비할 생각이고, 여러 터전의 조합원 교육 정보를 다른 터전 조합원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물론 2014년 고파한마당도 준비에 들어갔다. 고파공대는 조합원들이나 졸업 조합원 그리고 둘레 사람들이 함께하는 협 동조합이나 공동체를 아주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교육에 머물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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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지역에서 삶과 경제, 아이들의 진로 문제를 함께 풀어 가는 디딤돌 노릇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행신동 프로젝트 행신동 프로젝트는 고양시 능곡, 행신, 화정, 원당 주민들 중심으로 모인 마 을 모임이다. 이 지역의 공동육아, 대안 학교, 방과 후, 마을 도서관 모임, 생활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모여 지역공동체를 지향하는 모임이다. 도토리어린 이집, 도깨비어린이집, 정다운방과후, 복합 문화 공간 탐바루, 마을 독서 모임 책바람,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 가족 도서관, 학습 독서와 평생 학습의 장 불이 아카데미, 사회적 기업 유기농 반찬 가게 자연에찬, 대안 학교인 고양자유학 교・불이학교・우리학교, 어른 가족 동아리인 동네에서 놀아요・동네에서 노 래하며 놀아요 같은 곳이 주된 구성원이다. 행신동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방향은 다음과 같다. “지역에서 호흡하며 함께하는 더 많은 작은 공동체” “지역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살아가는 열린 지역공동체 형성” “지역과 함께하고 지역에 기여하는 동네 연대 구축” 행신동 프로젝트는 우리 지역에서 지역 연대 행사나 마을 만들기 모임 같은 일을 가장 먼저 시도하고 실천해 가는 곳이다.

문화 공간 사다리 이 모임은 일산 지역 주민들 특히 고양자유학교와 공동육아 야호어린이집 사 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일산의 중산동 지역을 중심으로 만든 모임이다. 생활 협동조합, 공동육아, 대안 교육 들을 해 오다가 마을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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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뭔가 꾀할 수 있는 조그마한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5년쯤 준비해 문 을 열었다. 사다리는 원래 마을 도서관을 그리며 2013년에 만든 마을 모임이 었지만, 지금은 크고 작은 강연회와 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몸살림, 라인댄 스, 영화 상영, 리코더, 통기타 들을 함께하는 마을 동아리실 노릇을 하고 있 다. 아이들에게는 방과 후 놀이터이자 공부방 구실도 한다. 사다리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알콩달콩 논의하고 있다.

이듄혜윰 이듄혜윰은 고양시 대내리를 중심으로 만든 마을 모임이다. 이듄혜윰은 ‘좋 은 생각’이라는 뜻을 가진 순수 우리말이다. 그 말뜻처럼 좋은 생각을 가지고 싶고, 교육이라는 공통의 지향점을 가진 집안 10곳이 한 마을에서 좋은 이웃 으로 살고 있다. 7년 전쯤 교육 품앗이를 시작으로 파주, 일산, 화정 같은 다 양한 삶의 터전에서 살던 가정들이 고양시 덕양구 대내리 마을로 들어와 삶 터를 잡고 이듄혜윰이라는 나눔 공간을 2년 동안 운영했다.

올해부터 초등 과정 대안 학교인 산아래학교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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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새콤달콤이라는 공동육아 유치원 과정을 만들어 엄마들이 꾸려 가고 있다. 새콤달콤유치원 과정을 졸업하는 다섯 아이들의 앞날을 고민하다 1년에 걸친 준비 끝에 올해부터 초등 과정 대안 학교인 산아래학교를 시작했

다. 산아래학교는 마을 안에 있는, 마을 아이들이 다니는, 마을과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학교가 되고자 한다.

동기, 동노놀, 통마 그리고 검은별 이 모임들은 동네에서 좀 논다는 어른들 이 모여서 만든 밴드 동아리다. 동기는 동네 기타, 동노놀은 동네서 기타 치며 놀아요, 통마는 통기타 마을의 줄임말 이다. 검은별은 동네 가수다. 이 모임들은 자기 마을에서 저마다 연 주 활동을 하다가 얼마 전에 고양 어울 림누리 별모래극장을 빌려서 함께 공연 도 했다. 공연 제목은 ‘함께 노래하는 행 복한 마을 통동동’이었다. 반응은 아주 뜨거웠다.

야호마을 만들기 건축학개론 건축학개론은 야호어린이집 현 조합원들이 만들고 있는 주택조합 형태의 모 임이다. 열 집 정도가 모여 2013년에 모임을 만들었고, 2014년에는 건축에 들어간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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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만들기 모임 비빌언덕 비빌언덕은 2009년에 만든 마을 만들기 모임이다. 원래는 고양・파주에 사는 야호어린이집 졸업생 부모들 중심으로 모이다가 지금은 이곳저곳에서 뜻있는 이들이 모여 6년째 마을 만들기 논의만 하고 있다. 건축학개론과 다른 점은 물리적 마을 만들기를 지향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영적인 마을을 지향하게 된 모임이라는 것이다. 물리적인 마을보다는 말이 통하고 서로 상처를 보듬어 주 는 이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주로 책을 읽으며 듣고 공감하기를 중점으 로 훈련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을 잘 살피면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의 중요 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지금까지 고양・파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러 모임을 소개했다. 이보 다 훨씬 더 많은 모임이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알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글을 써 보았다. 고양・파주는 한마당을 매개로 연대했고 그 연대가 아주 조금씩 진화해 고 양・파주에 맞는 새로운 마을 형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역이 넓어 함께 모 여 살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교육과 삶의 가치와 지역의 경 제적인 토대를 형성하는 새로운 형태의 마을에 대한 꿈을 꾼다. 물론 내 꿈일 지도 모른다. 이왕 꿈을 꾸는 것, 지역이 넓은 고양・파주 지역에서 어떻게 하 면 마을을 이룰 수 있을지, 몇 가지 생각을 적어 본다.

2. 삶과 배움이 춤추는 마을을 꿈꾸며 마을 만들기, 협동조합이 대안이다 작년 재작년은 협동조합의 홍수 속에서 살았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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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기본법이 발의되고 너도나도 협동조합을 입에 달고 다녔고, 아주 많 은 협동조합이 생겨났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우리가 지향하는 그런 좋은 구 조를 만들어 내는 새로운 대안이 아닌, 신자유주의 때문에 더는 자정 작용이 없어진 자본주의의 무자비한 경제구조에 대한 대안이다. 협동조합을 법으로 인정하고, 도와주기까지 한단다. 함께 주인이 되고, 함 께 소비자가 되고, 출자금이 많든 적든 공평하게 1인 1표를 행사하고, 협동조 합의 생존과 변화 발전을 위한 조합원 교육도 한다

. 이는 분명히 우리가

공동육아를 했을 때 배운 자연스러운 구조다. 그것을 자본주의의 경제구조 로 보장을 해 준다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기본법이 발의되고 난 뒤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니 이전의 사회적 기업의 전철을 그 대로 밟는 것 같아 아주 안타깝다. 이름만 협동조합, 이름만 사회적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그래서 공동육아와 대안 학교에서 협동조합의 건강성을 몸으로 익힌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에 기대를 걸어 본다. 공동육아와 대안 학교 부모들을 보면 솔직히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다. 사 라져 가는 중산층의 명맥을 잘 유지하는, 가난한 민중들이 보면 부럽기 짝이 없는 그런 사람들이다. 거기에다 공동육아와 대안 학교라는 참 아름답고 평 화로운 구조 안에서 아이들을 보육하고 교육한다. 그래서인지 딱 거기까지다. 아이들이 졸업하면 그동안 활동해 온 협동조합이나 마을에 대한 고민을 접는 다. 마치 힘들었던 군대를 제대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니 아이가 아닌 우리의 삶을 보장해 줄 협동조합에 대한 논의는 몇몇 미래가 불투명한 자영업 조합원 이나, 경제관념이 아주 낮은 시민운동가 조합원들의 몫이 되어 버렸다. 많이 아깝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개척하려면 시간을 내야 하고, 열정을 내야 하고, 우리가 처음 공동육아나 대안 학교를 만났을 때와 같은 설렘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삶과 교육이 만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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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하나만 예를 들자! 고양・파주의 대안 학교와 공동육아 조합원과 졸업 조합원들, 그리고 이에 어느 정도 동의할 유연성 있는 그들의 이웃 몇을 합쳐 고양・파주 소비자협동 조합을 만든다. 나는 아주 낙관해서 약 2만 명쯤 회원을 모집할 수 있다고 본 다. 2만 명이나 되는 소비자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월 1만 원씩 회비를 내면 월 2억 원, 연 24억 원의 회비를 모을 수 있다. 이 회비로 조합의 일을 할 일꾼 을 쓸 수 있다. 그러면 고양・파주 소비자협동조합은 어떤 일을 할까? 먼저 조합원들에게 좀 더 싸고 양심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는 자영업자를 찾아 지역 자영업협동조합을 만든다. 우리 회사 같은 장난감 가게, 치과, 소아 과, 반찬 가게, 카센터, 빵집, 커피숍, 문화 공간, 술집, 지역 책방, 옷 가게, 음 식점, 신발 가게, 목공소, 유기농 쌀집, 유기농 채소 가게, 공인중개사, 동물 병원, 컴퓨터 수리점, 변호사, 회계사, 출판사

. 이렇게 우리 삶에 필요한

자영업이 몇 백 개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네 가수, 동네 명강사, 동네 예술 인 같은 문화 역량을 모으는 작업도 해야 한다. 이에 대한 평가를 꼼꼼하게 하 고, 소비자협동조합 교육과 지속가능성 연구를 하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강한 연계를 만든다면 좋을 것이다. 월 2억이면 최저임금 2백만 원의 급여를 백 명에게 줄 수 있다. 한 번에 중 소기업이 된다. 물론 월급만으로 유지되지는 않겠지만 협동조합의 대원칙이 자본축적을 지양하고, 투자자의 이윤 분배에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 과 우리의 미래를 자본주의에 맞추며 살아갈 필요가 없어진다. 골목 상권을 대형 마트에 처참히 빼앗길 염려도 없고, 아주 정교한 상술에 필요 없는 지 출을 할 필요도 없다. 물론 문제도 있다. 협동조합의 배타성 때문에 조합원 이 아닌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도 있는데, 이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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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게 살기 건강한 마을을 만들려면 먼저 마을 사람들의 건강한 삶과 안정된 소통 구조 가 필요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스스로 가난해지는 것이라 고 생각한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많다. 어떻게 가난을 강제하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소비를 최상의 미덕으로 삼지는 말자는 이야기다. 소비는 비교와 불안 때문에 가장 많이 생겨난다. 물론 필요 때문에 생기기 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소비라기보다는 생계형 지출이라고 해야 한다. 소비 를 줄이고 스스로 가난을 선택하는 것은 적어도 정말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가난한 사람들도 자신 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면서 산다는 점이다. 그리고 충분히 부자인 것 같은 사람들 가운데는 자기가 아주 가난하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건 인간의 불안과 욕망을 최대한 자극시켜 필요하 지 않은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의 전략이다. 이 구조를 풀어내는 방법은 스스로 가난을 실천하고, 정말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인정하며 그것이 개인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빨리 깨닫는 데 있다. 그리고 가난하든 가난하 지 않든 공평하게 마을 주민의 권리를 누리게 하고, 이웃의 소비 때문에 알게 모르게 다른 이웃이 주눅 들지 않게 해야 한다. 이건 누가 강제한다고 해서 실현되는 문제는 아니다. 끊임없는 교육과 성찰로 깨달아 가야 한다. 스스로 가난하게 사는 것, 이것은 마을을 내적으로 움직이는 태양 에너지와 같은 일 이다.

자연, 자유, 자치가 어우러지는 마을 자연, 자유, 자치는 마을을 함께 만들고 아름답게 꾸려 가기 위해서 필요한 말들이다. 우리가 함께 모여 물리적 마을을 만들고 살든 아니면 마음으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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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로 기대는 정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든 그 마을에는 자연, 자유, 자치가 중심 에 있어야 한다.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하나로 뭉쳤던 성미산마을처럼 우리가 살아갈 마을은 무언가를 파괴해 건설하는 마을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고 조화를 이루는 마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어른도 아이도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하고 하나둘 실현해 가면서 진정으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마을이면 좋겠다. 통제된 언론과 다양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가 지향해 야 하는 마을에서는 이러한 자유로운 상상들이 하나둘 벽돌과 지붕을 이루 기를 바란다. 이러한 것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함께 논의하고 수용하는 방법을 알아 가 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스스로 다스려 가는 자치다. 공동육아와 대안 학교 를 거치면서 함께 만들고 함께 풀어 가는 훈련을 해 온 우리에게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테다.

존 레논의 ‘이매진’이라는 노래다.

상상해 봐, 천국이 없다고. 노력하면 너무 쉬워./우리 밑에 지옥도 없다고, 우리 위에는 하늘뿐이라고./상상해 봐,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산다고.//상상 해 봐, 어떤 국가도 없다고. 그건 어렵지 않아./누구도 그 때문에 죽이거나 죽지 않고, 또 어떤 종교도 없다고./상상해 봐,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산다고.//넌 날 꿈꾸는 사람이라고 할지 몰라.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야./나는 언젠가 네 가 우리와 함께 하길 바라. 그러면 세계는 하나가 되겠지.//상상해 봐, 어떤 개인 적 소유도 없다고. 넌 상상할 수 있��� 거야./ 탐욕도 굶주림도 없다고, 모두가 형 제라고.//상상해 봐, 모든 사람이 세계를 공유한다고./넌 날 꿈꾸는 사람이라 고 할지 몰라.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야./나는 언젠가 네가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 그러면 세계는 하나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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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존 레논이 노래한 것처럼 우리가 사는 마을은 억압과 통제가 아닌 자연과 자유와 자치가 살아 있는 우리 모두의 마을이 되기를 바란다.

마을 만들기는 정확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그 지역의 특성과 역사 그리 고 사람들의 특성이 아주 잘 융합되었을 때 만들어질 수 있다. 정확한 모양이 나 설계도도 없다. 그곳에 맞는 모양으로 나름대로 모양새를 창조해 가야 한 다. 다만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을 갈망하는 사람들과, 아주 예민한 귀를 달고 헌신하는 활동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공동육아 조합원들은 아 주 예민한 귀를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제는 누군가 나서서 자신의 삶만이 아닌 우리 삶의 미래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 요즘 들어 내 둘레 부부 교사나 맞벌이 전문직 부부들에게 농담 삼아 하는 말이 있다. “둘 중에 하나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든지, 마을 만드는 일을 하면 좋겠다!” 안정된 직업을 버리면서까지 마을을 만들고 새로운 경제 적 토대를 만들자고 외치는 이유는 순전히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현 재와 미래를 위해서다. 세상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고, 협동보다는 경쟁을 우위로 하고, 우리 삶은 생존 아닌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져 간다. 공동육아에서도 대안 학교 에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는 그렇게 살기가 힘들다. 이제는 좀 불안하 고 어렵더라도 우리가 그렇게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하고, 우리 어른들의 삶까 지도 아우를 수 있는 삶과 경제적인 토대와 지속가능이 배어 있는 마을을 만 들 때가 된 것 같다. 재촉한다고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 지 역에서 하나둘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비록 한곳에 모여 살지는 못하더라도 삶과 배움이 춤추는 동네를 꿈꿔 본다.

삶과 배움이 춤추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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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부모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변호사

참담한 뉴스들을 보면서 이렇게 절망감

게 보내고 통곡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과 무기력감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있겠습니까?

4월 16일 오전에 처음 “제주로 가는 여

그때부터 강연을 하거나 사람들을

객선에 문제가 생겼다.”는 속보를 봤을

만나면, 정말 이민이라도 가고 싶다는

때에도 구조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

말을 심심찮게 들었습니다. 다른 때 같

다. 현장에 해양 경찰이 도착했다는 뉴

으면 뭐 그렇게까지 얘기를 하느냐고 했

스가 나오는 걸 보면서 잠깐 걱정을 잊

겠지만, 이번에는 차마 그런 말조차도

어버렸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 한 시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일어난 많은

지나면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사고와는 차원이 다른 슬픔과 절망감,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저녁이 되면서부

분노와 무기력감이 얽혀서 저 자신도

터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도 무너졌습니

혼란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

다. 결국 단 한 사람도 더 구조되지 않은

각을 정리해 보려고 여러 분이 쓴 글을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읽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지켜보는 사람의 심정도 이런데 유가

닿은 글은 온라인 뉴스 매체 ‘허핑턴 포

족과 실종자 가족의 심정이 어떨지는 상

스트 코리아’에 실린 ‘이제 학원 안 다녀

상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자식을 그렇

도 돼’라는 글이었습니다. 김경미라는

136

공동육아 112호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내가 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방향을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비통함은 비통함만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변화의 힘이 되어야 합니다.

젊은 분이 쓴 글인데, 이분의 언니는 세

이가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라고 할

월호 사고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고

생각이야. 고등학교 졸업하면 이제 어른

합니다.

이라 내 품을 떠날 텐데, 그럼 이제 7년 남은 거잖아. 그동안

이 아빠랑 나랑

이번 세월호 사건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이랑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아이를 키운다는 건, 언제든 이렇게 헤어

좋겠어.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고, 영화

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구나라는 생각

도 보고. 여행도 자주 다니고.

이 들었어. 만약 그런 일이 우리에게도 닥 이를 보냈을

어떻게 보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

때, 내가 이 아이에게 해 준 게 학원 뺑뺑

서 이분처럼 자기 삶을 돌아보는 게 더

이 돌리고, 늘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를 위해

쓰러져 자게 해서, 서로 이야기 나눌 시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기보다는 지금 행

간도 없게 하고 그런 것밖엔 없다면, 내가

복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평범

이에게 행복

한 진리가 지금처럼 중요한 때는 없는

이란 걸 가르쳐 주지 못했는데……. 나

것 같습니다. ‘이민’을 가는 것보다는 지

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학원 끊고,

금의 행복에 충실하게 사는 쪽으로 삶

쳐서 그렇게 허망하게

날 용서 못 할 것 같아.

부모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

137


세상을 보는 눈

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

습니다. 여객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다. 저도 세월호 참사 뒤로는 아침에 일

안전 관리를 허술하게 하면 사고가 일

어나서 자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보

어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아주 상

면서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 주는 것만

식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해도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합니

에서는 기업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깨닫

무조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지켜야겠다고

지배해 왔습니다. 대통령이 “규제는 암

생각합니다.

덩어리”라고 극단적인 발언을 할 정도

그러나 우리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로 규제 완화론이 득세해 왔습니다.

라도 내가 타고 있는 배를 고쳐야겠다고

단지 그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돈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며 대한

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라는 상식이

민국이라는 더 큰 배에 심각한 문제가

무시당해 왔습니다. 23개나 되는 원전

있다는 것을 다들 깨닫게 되었습니다.

을 40개 넘게 늘리는 정책이 아무 제동

우리는 그동안 가만히 있는데 익숙해져

없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있었습니다. 정부가 못마땅하고, 정치

를 보면서 여러 분이 대한민국의 원전에

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민

대해 걱정합니다. 실제로 걱정을 아무리

들은 가만히 있어라. 우리가 알아서 할

많이 해도 모자랄 정도로 문제가 많습

테니.” 하는 말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니다.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이

나서 봐야 피곤하고 좋을 게 없다는 생

미 드러난 사실입니다. 후쿠시마 사고

각에 세상이 잘못 돌아간다는 것을 알

가 난 뒤에 많은 나라들이 원전을 포기

면서도 가만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

하기로 한 데에는 그만 한 이유가 있습

호 참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싼 전기를 공

된다는 것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

급해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

습니다.

로 원전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방향이

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경제성장

잘못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이나 안

이 중요하다는 ‘돈 중심의 사고’가 지배

전보다는 기업의 이윤이 더 중시되고 있

하고 있습니다.

138

공동육아 112호


요즘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

심각해져 가는 기후 변화

이런 문

초미세먼지(PM 2.5) 문제도 마찬가지입

제들도 ‘돈 중심의 사고’로 보면 절박하

니다. 1급 발암물질이 호흡을 통해 내

게 풀어야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

몸속으로, 그리고 자식의 몸속으로 들

성장을 위해, 돈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어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기껏 마스크

문제로 보는 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입

쓰는 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초미세먼

니다.

지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보다 국내 요

그래서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방향을

인이 더 큰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이민을 갈 것이

분들이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처럼 생

아니라면 배의 방향을 돌려야 합니다.

각하고 있습니다. 초미세먼지의 70퍼센

많은 분들이 걱정합니다. “세월호 참사

트 이상은 국내의 자동차, 공장 같은 데

로 인해 정치적 무관심이 더 커지는 게

서 나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정부

아니냐.”고. 저는 그렇게 되면 정말 대한

는 초미세먼지에 대해 강력하게 규제하

민국에는 희망이 없어진다고 생각합니

기를 꺼려 합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다. 우리가 이 배에서 탈출할 것이 아니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규제 기준치는

라면 배의 방향을 돌려야 합니다. 그리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보다 두

고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방향을 돌리는

배 이상 높습니다. 몸에 해로운 1급 발

것은 정치를 통해서만 할 수 있습니다.

암물질의 기준치를 이렇게 허술하게 설

우리가 정치에 참여해서 ‘돈보다는 생

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또한 ‘규

명을 중시하는 정치’를 만드는 것 밖에

제를 강화하면 경제활동에 지장이 된

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정치가

다.’는 논리 때문입니다. 초미세먼지 문

기업의 탐욕을 통제하고, 정책의 방향

제를 해결하려면 자동차에 대한 규제를

을 전환하고, 법 제도를 전면적으로 바

강화하고 산업 활동에 대한 규제를 강

꾸게 해야 합니다.

화해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곳곳에서 자주 일 어나는 안전사고, 파괴되는 환경, 날로

그래서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 관 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오늘의 비통함 은 비통함만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변 화의 힘이 되어야 합니다.

부모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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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읽기

생명은 하나다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장일순 글 | 녹색평론사

주요섭 모심과살림연구소 소장

140

공동육아 112호


무위당 장일순이 세월호 참사를 알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금세 눈이 젖었을 테다. 아마도 말없이 손을 꼭 잡아 주었을 테다. ‘하나’이기 때문이다. 감정이입 때문만은 아니다.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세월호 승객들의 영혼과 무위당 장일순의 영혼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올해는 무위당 장일순(1928~1994)이 하늘로 돌아간 지 20년이 되는 해다. 그 는 세상의 빛이었고 소금이었다. 1970년대에는 민주화 운동의 보이지 않는 중심으로, 1980년대에 들어서는 생명 운동의 스승으로, 밑으로 밑으로 기어 평생을 민초들과 함께했다. 무위당은 일가를 이룬 탁월한 서예가이기도 했 고, 동학과 서학의 진리를 생명의 열쇠 말로 재해석한 사상가였으며,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협동 운동의 선구적 지도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위당의 정 체성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그는 천상 생명 운동가였다. 유신 정권에 저항해 목숨을 건 싸움을 펼치던 1977년 즈음 그에게 깨달음 이 왔다. “그대가 나”라는 새로운 차원의 마음이다. 이로부터 무위당은 1980 년대 초까지 몇 년 동안을 원주의 벗들과 사색하고 토론하면서 “삶의 우주적 영역”을 탐색한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생명의 역설을 발견한다. 기존의 세 계에 대해 “아니다.”고 각성하며, 단호히 대탈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1986년 12월, 한살림의 창립과 함께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 바로 ‘생명의 길’이다. 무

위당에게 생명 운동은 새로운 삶의 다른 이름이다.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는” 생명 운동. “쓰러진 이웃을 일으켜 세우는” 생명 운동. “부엌과 농촌에서 일어나는” 생명 운동.

생명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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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읽기

“계산하지 마라.” 생명 운동. “그대가 나.” 생명 운동. “옆으로 답례” 생명 운동. “밑으로 기어라.” 생명 운동. “하나가 되는” 생명 운동.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생명 운동. “자애와 검약과 겸손”의 생명 운동. “혁명은 보듬어 안는 것.” 생명 운동. “문명의 전환” 생명 운동. “밥 한 그릇”의 생명 운동.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저절로” 생명 운동.

무위당에게 생명 운동은 “그대가 나”라는 깨달음, 혹은 “생명은 하나”라는 깊은 마음의 통찰에서 비롯한다. ‘사회적 영성’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테다. 생명 의 눈으로 보면, 공동체의 기초는 독립된 개인 사이의 ‘사회 계약’이 아니라, 보이지 않지만 하나로 연결된 ‘생명의 마음’이다. 합리적 이성이 아니라, 자비 와 사랑으로 표현된 ‘숨겨진 하나 됨’의 영성이다. 그것을 무위당은 동학을 빌 어 “모심(侍)”이라고 말한다. 나락 한 알 속에 있고, 밥 한 그릇 안에 숨어 있다.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세월호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 안에, 쓰러진 볏단을 일으켜 세우는 농부의 마음 안에, 생산자의 형편을 헤아리는 소비자의 마음 안에 있다.

계산 없는 참 마음 그렇다면 ‘숨겨진 하나 됨’은 어떻게 실현되는가? 시인 김지하는 장일순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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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러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이 세상의 모든 일을 다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평소 깊은 존경의 마음을 나타내 온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은 그 를 두고, “음(陰)의 방법으로 일을 처리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장일순은 스스로 “무위당(無爲堂)”이라 불리기를 바랐다.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 람’이다. 그는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를 빌어 말한다. “나의 길은 무위일 뿐이다(吾道 無爲而化).” 무위당은 “생명은 하나”라는 마음과 “함이 없는 행함”, 즉 자애와 무위는 둘이 아니라고 말한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친 사람이라면 나 를 내���우지 않는다. 또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바로 ‘나’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서 장일순에게 무위는 “계산하지 않는 참 마음”이다. 그렇다. 계산이 없으면 “자유로워지고 두려움도 없어지고 걱정도 사라지는 것”이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지고, 자신을 버림으로써 싹이 트고 꽃이 열리고 열매를 맺는다. 바로 이것, ‘행함 없는 함’이 무위당의 생명 운동이다. ‘수많은 인연 덕분에 이루어지는 생명의 기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작은 나를 촉매로 이루어지 는 참 나의 실현이 생명 운동이다. ‘덕분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숨겨진 하나 됨 의 실현이 무위당의 생명 운동이다. 세월호가 아프다. 칠흑의 바다, 밀폐의 공포 속에서 사선에 선 아이들이 보 낸 생명 신호에 응답하지 못한 분리된 ‘내’가 슬프다. 내 아이들과 네 아이들, 나의 협동조합과 너의 협동조합으로 나눈 ‘내’가 부끄럽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던진 근본 질문에 뒤늦게나마 응답하기 위해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를 펴 든다. 지금 여기, 무위당이라면 무슨 말을 전했 을까?

생명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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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이야기

나를 웃게 하는 아이,

다원이

정문경 눈사람. 스물네 살. 4년 만에 다시 대학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며, 공동육아 하늘땅어린이집의 졸업생이자 지 금 그곳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 청춘을 마음껏 누리고 즐겁게 공부하며 신나게 배우면서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 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음에 늘 고마워하며, 순간순간을 정말 행복하게 가슴 떨며 보내고 있는 다원이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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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다원아 “엄마

.” .”

나를 언제나 가장 밝은 웃음으로 가장 큰 품으로 가장 큰 사랑으로 반겨 주 는 사람, 우리 아들이다. 스무 살, 아직은 어른이라는 말이 부담스럽고 학생이고만 싶던 철없는 나이 였던 나. 그런 내 뱃속에 한 아이가 찾아왔다. 무척 작았고 눈 코 입도 없었고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는 건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뿐이었던 아이. 그 심장소리 때문이었을까. 나는 이 작은 생명을 거부할 수 없었다. 부모가 되는 것, 결혼 을 한다는 것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기에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 하나만으 로 결혼 준비, 새로운 식구가 될 준비, 경제적인 준비, 부모가 될 마음 준비 같 은 닥쳐오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려면 이 모든 것이 갖 춰져야 했고, 사실 그런 일들이 많이 버겁고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내가 꿈꾸고 계획한 미래에는 없던 일이지만 정말 새롭고 기대되는 삶을 시작했다. 물론 조금 두렵기도 했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였고, 하고 싶은 것도 정말 많았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 았다. 친구들과 얘기하던 멋진 미래와 꿈들이 내 마음을 뒤흔들었고, 부모님 의 기대와 믿음을 스스로 저버린 것 같아 내게 실망스럽고 힘들기도 했다. 많 은 마음들이 스쳐 가고 복잡해졌다. 그렇게 꾹꾹 참고 있던 것이 엄마 품에 안 기니 눈물로 펑펑 쏟아졌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은 다시 한 번 나를 믿어 주고 지지해 주었다. 그 믿음 속에서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었다. 힘든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들 받는 축복과 기쁨보다는 걱정스런 말을 더 많이 들 어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에게 참 미안했다. 그럼에 도 나는 이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꼭 이 아이를 지켜 주어야겠다고 생각했 다. 아이를 지키는 것이 나를 지키는 것이라 여겨지기도 했다. 아이를 지우라는 소리를 들어 가며 힘들어하고, 엄마 아빠의 학교 문제, 경

나를 웃게 하는 아이, 다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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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이야기

제 자립 문제, 아이를 양육하는 부분에 대한 식구들 이야기로 힘들어하고 있 는 부족한 엄마의 뱃속에서도 아이는 참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서 건강한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힘껏 애써 태어나 내 품에 폭 안기는데 “다원아, 태어나느라 고생 많았어.” 하니 마치 내 이야기를 알아들은 듯 아주 환하게 웃었다. 아직도 그날 다원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참 사랑스러웠고 고마 웠다. 그동안 힘들었던 것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대학에 첫 휴학을 신청하면서 나는 아이를 낳고 바로 복학할 생각이었나 보다. 겨우 반 학기 휴학 신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백일도 지나지 않은 이 아이를, 젖도 못 뗀 이 아이를 두고 학교에 나갈 수 없었다. 조금씩 아이에게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른여섯 달 동안은 엄 마 품에서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흔쾌히 그리하라 말 해 주어서 고맙게도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아이가 커 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정말 신비로웠다. 처음 손톱을 잘라 주던 날, 처음 옹알이를 하던 날, 처음 뒤집기를 하던 날, 처음 기어 내게로 오던 날, 처음 걸어 다니던 날, 하나하나 잊을 수 없을 만큼 놀랍고 신비로웠다. 그 과정 을 함께할 수 있음이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지루 한 줄 몰랐다.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운 일이 훨씬 많았다. 둘레에서 함께 키워 주는 분들이 많아서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다원이가 태어나고 얼마 뒤 아빠 가 하늘나라로 먼저 떠났고, 혹시 나와 다원이가 힘들게 지내지는 않을까 걱 정하며 우리를 보살펴 준 분들이 많았다. 더구나 집 근처에 있는 명상센터에 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그분들의 보살핌으로 지금껏 행복하게 지내 왔다. 다 원이가 커 가는 과정을 함께 보고 나와 다원이가 커 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 사랑 속에 우리는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다. 물론 부족함 없는 사랑 속에서도 힘든 일은 있었다. 아이를 낳는다고 바로 엄마가 될 순 없었다. 친구들이랑 만나고 싶고,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수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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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떨고 싶었다. 친구들이랑 여행도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자유로운 몸이 아니었다. 늘 챙겨야 하는 아이가 있었고, 한때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우울해지기도 했다. 또 갑자기 며느리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참 어려운 일이 었다. 부모님 품에서 아직도 어리광이나 부리는 내가 엄마가 되는 것, 며느리 가 되는 것은 적응하기도 어렵고 잘해 내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한편으론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것을 마음껏 하고 싶었다. 엄마젖도 아이가 스스로 뗄 수 있을 때까지 먹여 보았고, 함께 맛있는 음식도 같이 해 먹 었다. 봄이 되면 밭에 나가 감자도 심고, 쑥과 냉이를 캐서 맛있는 국도 끓여 먹고, 떡도 만들어 먹었다. 채소와 고구마 같은 것도 농사지어 먹었다. 심심하 면 밭에 나가 물도 주고 작물들과 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여섯 달도 안 된 아기가 밭에 나가 굴러다니고, 그 다음에는 기어 다니고, 커 가면서 는 밭에 감자도 심고 캤다. 그 감자를 쪄 먹고, 겨울에는 배추랑 무를 뽑아서 김장도 함께했다. 어느 날, 아기가 노란 고무신을 신고 논을 보며 “우와 정말 멋지다!” 하며 줄곧 감탄사를 내뿜는 걸 보고는 무슨 이런 애가 있냐며 껄껄 웃으시고는 커다란 토마토를 준 분도 있었다. 아이는 신이 나서 그 자리 에 다리를 펴고 앉아 토마토 하나를 냠냠 꿀꺽 어찌나 잘 먹었는지 모른다. 배 가 고프면 “엄마, 감자 좀 쪄 줘.” 하는 아이, 자연에서 해와 흙을 벗 삼아 노 는 아이, 고무신 신고 논길을 거닐면서 여기서 쌀이 나오는 거라며 “벼야, 쌀 을 줘서 고마워!” 하는 아이. 마음이 정말 풍요롭고 즐거웠다. 그렇게 살았던 3년. 우리는 정말 당연하게 그것들을 누리며 풍성하고 행복하게 살았다.

만 3년이 다 되어 갈 무렵, 복학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하는가였다. 학교를 가려면 도시로 이사를 해야 했고, 이제 아이도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날마다 밖에서 뛰놀던 아이가 좁은 방에 갇혀 장난감을 가지고 온 종일 노는 상상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아주 당연하게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고

나를 웃게 하는 아이, 다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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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이야기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게 자연에서 뛰놀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다. 엄마가 아이를 생각하는 것만큼 아이를 생각해서 건강하고 맛있는 먹을거리 를 만들어 주고, 자연에서 마음껏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어 린이집은 공동육아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아는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마음껏 뛰놀았고, 뭐든지 참 맛있게 먹던 기억이 났다. 날마다 산에서 뒹굴어서 지저 분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벌이 그렇게 아프게 쏘는지도 쏘여 보고 처음 알았다. 비 온 다음 날 나들이를 가면 달팽이들이 스물스물 기어가 는 모습이 정말 예뻤다. 산에 올라가면 낙엽 밑에 지렁이들이 꿈틀거렸다. 그 모습이 뭐가 그리 신기했는지 모두 모여 앉아 관찰하고는 했다. 내가 다닌 공 동육아 어린이집을 다시 떠올리면 사실 ‘참 재밌게 놀았다!’ 밖에 기억에 남 는 게 없다. 맛있게 먹기도 했지만 놀던 기억이 더 많이 난다. 선생님들이 엄 마 같았다. 다른 부모님들도 다 내 엄마 아빠 같았다. 부모님이 늦게 오는 날은 한 집에 모여 밥도 같이 먹고 씻고 잘 준비까지 다 했고, 어느 날은 자고 있으면 늦게나마 쥐도 새도 모르게 부모님이 데려가고는 했다. 그런 기억들마저 너무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다. 심지어 친구네 집 아빠가 해 주던 푸딩 같던 달걀찜 은 아직도 먹고 싶다. 내 아이도 당연히 이런 곳에서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 다. 모두가 내 자식 같은 곳, 모두가 내 부모 같은 이곳에서 아이가 클 수 있으 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쩜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 되게 간절했다. 잠깐이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가장 크게 의문이 든 것은 내가 정말 ‘어떤 것’ 을 배우기 위한 수단으로 대학을 택한 것인가, 남들도 다 하니까, 대학 졸업장 정도는 있어야 하니까 대학에 들어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사실 내 선택이 7, 현실 문제가 3 정도 된다. 그렇지만 내가 하늘땅어린이집을 만들어 함께 성

장할 만큼의 사랑과 희생이 있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이런 의문 없이 살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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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공교육이 싫다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적으로 생각하고 아무것도 배우지 않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그저 나는 내 삶의 주체가 나라는 사실은 삶에서 지워져서는 안 되는 것이라 여길 뿐이다. 남들이 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 생각했다. 똑같이 살지 않으면 잘못하고 있는 기분이 들 기도 하고 그냥 무조건 적으로 여기는 게 당연하게 생각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아이 또한 그랬으면 좋겠다. 똑같이 따라 배우고 익히는 교육보다 자연스레 느끼고 배우는 그런 교육을 경험하면 좋겠다. 나이가 들면 서도 자신이 하는 것에 믿음과 확신을 가지기를 바란다. 눈치 보지 않고 정말 자유롭게 꿈을 펼쳐 가길 바랄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택했다. 공동육아라는 교육 현장이 한 아이를 내가 바라는 아이로 딱 만들어 줄 수는 없겠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면 좀 더 진실하고 열려 있는 사람이 될 수 는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 아이와 뒷산에 놀러 갔다. 산을 막 뛰어다니고, 꽃을 먹어 보고 싶다 고 “꽃아, 하나만 먹어 볼게.” 하는 네 살 난 꼬마 아이, 나를 웃게 하는 아이. 앞으로도 하늘땅어린이집에서 마음껏 뛰놀고 건강하게 쑥쑥 커 주길, 엄마 도 함께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성장하길 바라 본다!(2014. 4. 8.)

나는 내 삶의 주체가 나라는 사실은 삶에서 지워져서는 안 되는 것이라 여긴다. 그리고 내 아이 또한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택했다.

나를 웃게 하는 아이, 다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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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창문

라일락 향기

1. 아마도 후각은 옛 기억을 떠올리기에 가장 좋은 감각인 모양입니다. 어느 날 저녁 사무실 문을 나서는 순간 코 안으로 밀려든 라일락 향기. ‘이 향기가 이 곳 캘리포니아에도?’ 하는 의문과 거의 동시에 꼭꼭 감추어 두었던 기억이 하 나둘 머리를 스쳐 갑니다.

2. 제가 자란 곳은 서울의 남서쪽 변두리로 개울 하나만 건너면 경기도인, 당시 만 해도 서울이라 부르기 민망할 만큼 후미진 곳이었습니다. 대문 밖 골목에 서는 날마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이 구슬치기, 딱지치기,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고, 골목 끝에는 넓지는 않았지만 논이 있어 사시사철 곡식이 자라는 모 한민호 두 아이 이레와 이룸을 노원 통통어린이집에서 키우고 성미산마을에 살다, 지금은 잠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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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12호


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논 너머에는 작은 언덕과 아름드리 고목도 하나 있 고, 복날이 되면 개의 구슬픈 울부짖음과 괴이한(?) 냄새까지도 전해 오던 그 리 높지는 않지만 적당히 숲이 우거진 야산도 있었고요. 라일락 나무는 우리 집 마당에 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떨어지는 꽃잎 때문 에 때로는 귀찮아한 기억도 나지만, 봄 그 화사한 연분홍빛 꽃과 동네 어귀까 지 풍기는 향기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느 날 저녁 논에 들어가 물방개 를 잡으며 놀다 라일락 향기에 취해 해 지는 줄 모르고 늦어져 어머니께 꾸중 들은 기억이 나네요. 지금 생각해 보면 물방개 잡는 시기와 라일락 피는 시기 가 맞는 건지, 그날이 밤에 늦게 들어가 어머니께 꾸중 들은 날과 같은 날인지 조금 가물가물하지만 하여튼 제 어릴 적 즐거웠던 기억의 한 조각임에는 분명 합니다.

3. 결혼을 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정착한 곳 또한 서울 의 변두리, 이번에는 북동쪽 끄트머리였습니다. 남들은 멀리서부터 등산 장 비를 갖추고 놀러 오는 곳을 반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가볍게 산책 삼아 다 닐 수 있는 큰 산 밑 동네였지요. 그곳에서 제 아이 둘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큰 아이는 19개월부터, 작은 아이는 25개월 때부터 겨 울, 여름을 가리지 않고 그 산으로 나들이를 다녔습니다. 제 큰 아이의 기저귀 를 떼 준 분은 공주 선생님이었고, 둘째 아이와 ‘���격적 교류’를 하여 사람에 대한 신뢰를 알려 주었던 분은 햇살 선생님이었습니다. 두 아이와 나들이를 가장 즐겁게 다닌 분은 짱구 선생님이었고요. 사실 제게 이 동네의 라일락 향기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라일락 향 기뿐 아니라 아카시아 향이며 그냥 수풀 내음이며 아이들의 땀 냄새며 그 모 든 게 이리저리 섞여 아이들의 공동육아를 생각하면 그냥 라일락 향으로 기

라일락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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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창문

억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공동육아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그냥 라 일락 향이 생각납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여린 듯한 꽃에서 뿜어내는 강한 향이 마치 봄처럼, 힘들고 어렵지만 뭔가 늘 새로운 것 을 시도하는 공동육아 선생님들 같아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곳에 살며 공동육아를 하면서 여느 서울 생활과는 다른 느낌이 들고는 했습니다. 퇴근하고 동네에 들어오면 정말 내가 사는 마을에 들어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는 했습니다. 언제든 연락하면 달려와 함께 밥 먹고 밤새 이 야기하고 같이 놀고 여행도 다닐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곳 말이지요. 그 친구 들도 이제 생각해 보면 라일락 향 같습니다. 향에 취하듯 사람에 취해서 그렇 게 공동육아를 했던 것 아닌가 싶거든요.

4.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는 마포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 유명한 성미산이 있는 마을이었는데, 지하철에서 내려 집 가까이로 올수록 산에서 풍기는 라 일락 향이 진해져 마치 그 향기가 마을을 잔뜩 감싸 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는 했습니다. 봄비 내리는 날이나 밤안개가 피는 날이면 더더욱 그 느낌 이 강했지요. 아이들은 또 그곳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그리고 어른과 아이 사이의 믿음을 가르쳐 주었고, 아이들은 친구 들을 또 다른 나로 대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봄이 되 면 새 학기를 시작하고, 그렇게 꽃향기와 함께 해마다 조금씩 사람으로 자라 기 시작했습니다.

5. 사무실 앞의 라일락 향은 라일락 나무에서 풍기는 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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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심은 열대 나무에서 나는 향이었더군요. 그래도 이런 기억을 떠올린 그날 저녁은 제게 선물 같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자라서 제 나이가 되었을 때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과연 어떤 기억을 하게 될까 때로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공동육아를, 대안 학교를 기억할까? 그저 꽃향기 만, 뛰놀았던 산과 숲을, 교류하고 소통했던 선생님들과 아마들과 그리고 친 구들을 그렇게 기억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

. 그리고 더 바란다면 그

기억이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면 참 좋겠다는 바람까지요. 제가 자라던 그때 그곳의 라일락 향이 우리 아이들이 자란 곳곳에서 함께 느껴져 공유할 수 있는 게 다행이다 싶습니다. 제가 그랬듯 아이들에게도 그 향이 봄이라는 시간에서든, 마을이라는 공간에서든, 사람들 관계에서든 어 디서나 진하게 기억되고 풍겨 나기를, 우리 아이들 모두가 그저 건강히 자라 고 재미나게 놀고 사람 사이에서 잘 살아가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기를 라일락 향이 퍼지기 시작하는 봄에 조용히 기도해 봅니다.

제가 그랬듯 아이들에게도 그 향이 봄이라는 시간에서든, 마을이라는 공간에서든, 사람들 관계에서든 어디서나 진하게 기억되고 풍겨 나기를 기도해 봅니다.

라일락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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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어린이집 서울

부산ㆍ창원

꿈꾸는

02)995 - 1802

개구리

02)2691 - 7338 서울시 강서구 강서로18길 44-17

산들

02)458 - 7122

서울시 광진구 자양로50길 74

즐거운

02)458 - 0659

서울시 광진구 긴고랑로 149-7

궁더쿵

02)2625 - 9769 서울시 구로구 오리로20길 32

서울시 강북구 삼양로173가길 58

평화의교회 1층

아이들세상

051)515 - 6832 부산시 금정구 청룡로45번길 10-4

쿵쿵

051)342 - 2595 부산시 북구 대천천길 103

대구 씩씩한

053)791 - 6879 대구시 수성구 천을로 61-7

노마

053)322 - 4719 대구시 북구 도남길 257-1

통통

02)3391 - 2889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236길 60-4

딱지와구슬

053)321 - 8477 대구시 북구 관음동로13길 13-22

해와달

02)824 - 3753

서울시 동작구 성대로16길 67-6

솔방울

053)588 - 0686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강정본길 38

또바기

02)333 - 4421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5길 33-18

성미산

02)6082 - 6060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7안길 44

강원

우리

02)324 - 0933

산,들,바람

033)643 - 0679 강원도 강릉시 성곡고양길 53

참나무

02)3141 - 4271 서울시 마포구 새터산길 35

소꿉마당

033)766 - 0663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백운정윗길 14-35

함께크는

02)3462 - 7599 서울시 서초구 바우뫼로11안길 12

신나는

033)244 - 7885 강원도 춘천시 영서로 3043

행복한우리

02)942 - 7032

서울시 성북구 아리랑로19다길 38-14

칙칙폭폭

02)714 - 0262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83길 5-8

인천ㆍ부천

소리나는

02)358 - 7725

서울시 은평구 갈현로 214-13

해맑은

032)546 - 2889 인천시 계양구 향교로18번길 6-1

너랑나랑

032)437 - 5516 인천시 남구 소성로318번길 23-7

너나들이

070)7550 - 4463 인천시 서구 왕길동

032)666 - 9213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성주로80번길 16

우리노리

032)347 - 9252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호현로439번길 32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25-6

하남 파란하늘

02)3401 - 7813 경기도 하남시 감일남로52번길 62

재미난

02)442 - 0065

경기도 하남시 초이로80번길 48

대림e편한아파트 119동 101호

광명 하늘

02)899 - 2329

경기도 광명시 안재로1번길 13-5

과천 맨발

070)8885 - 2224 경기도 과천시 공원마을2길 41

열리는

02)507 - 1798

경기도 과천시 양지마을2로 8

안양ㆍ군포ㆍ의왕 친구야놀자

031)385- 7959

감나무

031)395 - 5277 경기도 군포시 수리산로 33

하늘땅

031)422 - 4633 경기도 의왕시 약수터1길 57

개똥이네

031)422 - 3281 경기도 의왕시 동부시장3길 46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매곡로44번길 14 계룡삼환아파트 843-101

고양ㆍ파주 도토리

031)967 - 3480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흥도로178번길 103-14 용인ㆍ수원

도깨비

031)969 - 3412

야호!

031)977 - 4788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성현로138번길 81

여럿이함께

031)977 - 2382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골길 21-6 A동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고양대로 1730번길 128 단독 1층

나무를키우는 031)967 - 5995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 240-1 햇살 반딧불이

031)949 - 0727 경기도 파주시 장터고개길 182-44

꿈나무놀이터 070)8815-0510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촌로 69 깨끔발

031)287 - 5174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사은로 274-11

숲이랑우리랑 031)8005- 8118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동백중앙로 54번길 25-14

작은나무숲

031)308 - 0400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2로 114번길 5-17

달팽이

031)251 - 3210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파장천로 45-11

사이좋은

031)227 - 5925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금곡로31번길 7 금곡엘지빌리지 102-101

의정부ㆍ남양주 꿈틀꿈틀

031)873 - 5420 경기도 의정부시 송산로985번길 59

성남ㆍ광주ㆍ이천

징검다리

031)555 - 0591 경기도 남양주시 가운로2길 98 가운마을

세발까마귀

031)714 - 4245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쇳골북로32번길 3

꾸러기

031)711 - 4858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예원로 22

굴렁쇠

031)754 - 0978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발이봉남로

덩더쿵

031)712 - 7972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불곡남로14번길 12(1층)

휴먼시아A 관리동

안산 영차

031)502 - 0104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호동로3길 13-1 1층

두껍아두껍아 031)717 - 9954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창뜰아랫길 37-17 뭐하니

평택 느티나무

43번길 3-1

031)681 - 9650 경기도 평택시 오성면 양교4길 11

너른마당

031)633 - 5956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신아로 13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공동체

대전ㆍ천안ㆍ충주

광주

친구랑

042)867 - 5565 대전시 유성구 하기로66번길 94

어깨동무

모여라

041)564 - 5308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통세골2길 28-4

(광주)

아이들세상

043)847 - 7934 충청북도 충주시 칠지6길 6

햇살가득

062)953-0615

광주시 광산구 월곡반월로16번길 25-5

062)944-6150

광주시 광산구 송림길 32-21

공동육아 방과후 서울

인천ㆍ부천

재미난

02)428 - 0605

서울시 강동구 천호대로219길 44

해맑은

070)7661 - 2888 인천시 계양구 향교로18번길 6-1

봉제산

02)2699 -1201

서울시 강서구 까치산로12길 50

하제누리

070)7515 - 3621 인천시 부평구 창휘로10번길 26

마법

02)444 - 0657

서울시 광진구 자양로50길 74 (노란대문)

파란하늘

02)409 - 8890

서울시 송파구 양산로10길 14 1층

032)661 - 9213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성주로 100-6 4층

무지개

070)7808 - 9974 서울시 성북구 정릉로24가길 3

친한친구

070)4176 - 5959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198 3층

대전 계수나무

희망빌라 101호

과천ㆍ분당 두근두근

02)504 - 7643

경기도 과천시 희망3길 41

율동

031)719 - 1291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문정로 150 율동복지회관 2층

070)8826- 0767 대전시 유성구 관들5길 1208

부산ㆍ대구

수원ㆍ평택

징검다리 놓는아이들

070)4024-2595 부산시 북구 대천천길 103, 2층

해바라기

053)793 - 6879 대구시 수성구 천을로 36

초등 대안학교 산어린이학교 02)2611 - 1186

사이좋은

031)292 - 5925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금곡로31번길 7

아름다운

031)682 - 9650 경기도 평택시 오성면 양교리 605-2

금곡엘지빌리지 408-104

지역공동체학교 경기도 시흥시 금오로 273

국공립 어린이집

해송 02)762 - 9201 지역아동센터

서울시 종로구 낙산성곽동길 59-10

강동꿈나무 02)478 - 7220 지역아동센터

서울시 강동구 천중로11길 30 1층

02)3141 - 2833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15안길 19 02)307 - 0862 서울시 서대문구 수색로 100

송파꿈나무 02)404 - 2159 지역아동센터

서울시 송파구 송이로32길 16 3층

(구립)푸른숲 (구립)산마루

02)364 - 6300

구로파랑새 02)838 - 5679 지역아동센터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로17길 56-1 서울남복지관 1층

(구립)성미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로 120

뿌리와새싹 커뮤니티센터 042)935 - 8237

한누리학교 02)2695 - 6507 서울시 양천구 신월로 117 경신빌딩 2층 지역아동센터 성남꿈나무 031)743 - 4416 지역아동센터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은이로7번길 7 3층

대전시 유성구 관들5길 14

남양주

070)4201 - 1214

보물섬교육공동체

070)7723 - 1655

도곡 개구리어린이집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궁촌로 95-22 2층

굴렁쇠어린이문화학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정실2길 24-5

보물섬교육공동체

064)749 - 0669

보물섬어린이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정실4길 63-3

뿌리문화원 뿌리와새싹어린이집

기관회원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14 201호 | 02-323 - 0520 | gongdong @ gongdong.or.kr | www.gongdo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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