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8월 Vol.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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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ster!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마가복음 2장 13절~22절

2025년 6월 15일 주일예배

주현신 위임목사

유대인 식탁의 기본메뉴는 빵 그리고 포도주입

니다. 해서 성경에 포도원이나 포도주 관련 구절

이 많지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여기서 새 포

도주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여러 가지를 상징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예수님을 통해 계시된 하나

님 말씀, 복음입니다. 히브리서 4장 12절, “하나

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죄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

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

을 판단하나니.”

새 포도주를 담는 가죽부대는 무엇일까요? 하

나님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마음입니다. 하나

님 말씀을 실천하는 교회 전통과 제도를 가리키

기도 하고.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낡은 마음, 딱

딱하게 굳어버린 전통과 제도에는 새 포도주를

담을 수 없으니, 심령이 늘 새로워져야 하고 전

통과 제도가 늘 갱신되어야 한다. 본문 22절,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

도주와 부대를 버리게 되리라. 오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

오늘 본문에 레위라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레위

는 예수님 제자 마태와 같은 사람이고 직업은 세

리입니다. 예수님 당시는 세리가 경멸의 대상이

었습니다. 로마제국에 충성하며 동족을 착취하 는, 매국노였습니다. 예수님이 세리 레위를 제자

로 삼으셨다는 것, 충격적이었습니다. 유대교 지

배층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더욱 참을 수 없었 고. 그러나 레위는 몹시 행복했다. 난생처음 자

신을 한 인간으로 대접해주는 분, 예수님을 만났

으니. 예수님과 제자들 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큰

잔치를 벌였어요.

이런 일이 빈번했기에, 적대자들은 예수님을 “세

리와 죄인의 친구”라 부르며 비방했습니다. 예수

님은 하나님 주신 음식과 음료를 감사하게 먹고 마셨습니다. 밑바닥 인생들과 어울려 식사하며

사랑과 희망을 나누셨고, 하나님나라 복음을 전 파하셨습니다. 바리새인의 서기관들이 레위 집

을 찾아와 문을 두드립니다. “예수는 어찌하여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가?” 예수님이 답하

십니다. 본문 17절,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

노라.”

요한복음 2장, 가나 혼인잔치가 무르익을 무렵

포도주가 떨어집니다. 예수님이 물로 포도주를

만들어주시지요. 예수님이 하인들에게 지시하십

니다. “여섯 개 돌 항아리에 물을 채우고 그것을

떠다 손님들에게 가져다주시오.” 하인들은 먼저

그 더러운 물을 다 버리고 항아리를 깨끗이 씻어

야 했을 겁니다.

새 포도주인 하나님 말씀을 담으려면, 먼저 내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야 합니다. 나 자신으로 가

득 차 있는 마음, 세상 헛된 것 못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마음, 낡은 부대입니다. 회개하고 마음을

깨끗이 비우는 사람만이 새 포도주를 담는 새 부

대가 될 수 있고,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는 기

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본문 18절, “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말하되 요한

의 제자들과 바리새인의 제자들은 금식하는데

어찌하여 당신의 제자들은 금식하지 아니하나이

까?” 금식 날에 잔치판을 벌이고 빵과 포도주 먹

고 마시고 있으니, 바리새인들이 격분했겠지요.

칼뱅은 매주일 성찬식하자고 주장하다가, 제네

바 시의회 반대에 부딪치자, 한 달에 한 번으로

양보했습니다. 굳이 장로교 전통을 따진다면, 한

달에 한 번은 성찬식을 해야 합니다. 성찬식 횟

수나 방식은 교단과 교회에 따라 다를 수 있지

요. 성찬식에 참여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예배순서, 예배음악, 설교와 기도 방식, 찬양과

봉헌 방법, 예배당 구조와 장식도 성경에 세부규

정이 없어요. 다만 예수님 말씀하십니다. 요한복

음 4장 24절,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 장소에 구애받지 말

라는 말씀인데요, 넓게 해석하면, 예배 전통이나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다만, 영과 진리로!

육적인 예배가 아니라 영적인 예배가 되어야 한

다. 좋은 전통과 제도는 창조적으로 계승해야 합 니다. 하지만 나에게 익숙하고 유리하다는 이유 로 어떤 특정 형식만 고집하는 형식주의는 옳지

않고 위험합니다. 낡은 부대입니다.

다음주일 항존직 선출 공동의회가 열립니다. 기 억하세요. 교회 직분자는 군림하는 지배자가 아

니라 겸손히 섬기는 일꾼이다. 교회 직분자는 정

죄하고 심판하는 재판장이 아니라 사랑으로 감

화시키는 전도자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

보며 실망하지 않고 먼저 나로부터 낮은 자리에 서 묵묵히 봉사합니다. 그럴 수 없다면, 낡은 부

대입니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너가 아니라 나다. 나로

부터 새 시대 새 사명에 적합한 새 마음 새 부대 가 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갱신하지 않 으면, 생존조차 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새날을 열어주시는 주님 말씀의 능력 품고, 내

마음 내 생각 내 언어 내 행동이 늘 새로워져야 합니다.

주님 오늘도 우리에게 새 포도주를 넉넉히 부어

주십니다. 새 마음 새 부대 새 사람이라야 새 포

도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야 새 일을 행하

시는 주님께 쓰임 받을 수 있고, 주님 기뻐하시

는 ‘오래된 새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에베소서 4장 22절부터, “여러분은 지난날의 생

활방식에 얽매여서 허망한 욕정을 따라 살다가

썩어 없어질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마음의 영을

새롭게 하여, 하나님을 따라 참된 의로움과 거룩

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십시오.”

외로움 대책위원회

‘외로움’이 대한민국의 2025년 트렌드 중 하나라고 합니다.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든 그럴싸하게 자신을 포장하기를 강요받는 세상입니다. 그러

나 그 이면의 냉혹한 현실을 프라이버시라는 허울로 감추고 살아가려 고만 한다면, 외로움은 대가로 지불할 수밖에 없는 아픔일지도 모르겠 습니다. 곁을 지켜줄 관계가 없어져 가기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 을 지킬 방법을 어떻게든 찾고 있습니다. 요근래 느닷없이 쇼펜하우어 의 철학이 주목받는 것도, 혼자 즐기기 좋은 콘텐츠와 장소들이 더 풍성 해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도록 창조된 존재이기에, 결국 나 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아무 조건 없이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 다. 하나님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멀어진 고독을 채워줄 수 있는 건 결 국 하나님밖에, 사람밖에 없습니다.

이번 호는 교우님들의 관계 속에서 온기가 묻어나는 이야기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울고 웃으며 같이 살아가는 사

람냄새 나는 사연들입니다. 외로울 틈 없이 부대끼며 정신없이 어우러 지는 교회 공동체는 말 그대로 ‘외로움 대책위원회’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혼자 울고 있는 사람 없게 하소서”라는 봄 사경회의 메 시지를 소환해 봅니다. 주일마다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을 지나치면서 도, 오히려 더 큰 외로움을 겪고 있지는 않았는가요? 그래도 마음을 열 고 손을 뻗으면 바로 곁에 언제든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교우님들이 있

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요!

좁은 길, 계속 우리 함께 걸어갈!

‘제자도’, 책의 제목도 두께도 압도적이었다! 건강

한 그리스도인을 수료한 지 거의 10년 만에 영적

채우심을 기대하며 겁 없이 도전한 행복지기세움

터 ‘제자의 길’은 교재부터가 부담이었다. 그럼에

도 오랜만에 배우고 나누며, 생각하고 느끼며, 어

떻게든 제자의 길을 가보려고 10주간 12명의 예비

제자와 함께 애쓰며 달려왔다.

‘제자의 길’ 화요오전반은 12명의 성도, 집사, 권사

님들로 구성되었다.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까지! 우리 반은 정말 다양성의 총체였다. 자라온

환경과 생각, 대화하는 방법까지 많은 것이 달랐지

임현주 권사|8교구

만, 80대 권사님은 젊은 후배들에게 배울 점이 많

다고 말씀하시곤 했고, 상대적으로 젊은 우리들은

선배 권사님의 열정과 성실함을 따라가려 애썼다.

매시간 한두 명씩 좋아하는 찬송과 사연을 공유

하며 함께 불렀는데, 나의 찬송은 ‘나의 갈 길 다

가도록’이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와 드리던

가정예배의 마지막 순서로 부르던 찬송이었고, 할

머니의 돌봄을 받은 우리 아이들이 외우고 따라

불렀던 찬송이다. 50세도 되기 전 아버지와 사별

하여 혼자되신 어머니는 매일매일 하나님의 도우

심을 간구하며 ‘나의 갈 길 다 가도록’을 부르셨

다. 도우시는 하나님은 어머니에게 언제나 돕는 손

길을 붙여 주셨고, 길을 열어 주셨으며 견딜 힘을

주셨다. 그 옛날 어머니와 함께 신앙생활 하며 도우

며 지내셨던 집사님, 권사님들의 성함은 아직도 또

렷이 기억에 남아있다.

‘제자의 길’ 과정을 수료하며 나는 과연 어떻게 제자

의 길을 가게 될까 생각해보면, 반듯하게 한 번의 오

류도 없이 가지는 못할 것이 분명하다. 때로는 갓길

로 빠지고 때로는 넓은 길의 유혹을 받을 테지만, 앞

서가며 본을 보여주시는 신앙의 선배들이 계시고

나를 보며 도전을 받을 누군가도 있을 것이다. 가장

큰 힘을 주시는 아빠 아버지께서 두 팔 벌려 기다리

고 계실 것이기에 결국은 제자리, 시작부터 좁고 넓

어지지도 않을, 그 좁은 길로 돌아올 것이다.

쉽지 않은 그 길을 혼자 외롭게 가기는 힘들겠지만,

나에게는 서로를 바라보며 때로는 위로가 되어주

고, 때로는 경종을 울려줄 과천교회 길동무들이 있

음에 감사하며 갈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지기세움터

각 과정들은 그런 길동무들을 한 명씩, 한 명씩 더

만들어주는 순기능이 있음이 분명하다.

계속... 계속... 좁은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 우리에겐

많은 결단과 포기가 있을 것이고, 사랑의 눈을 가져 야 할 것이며, 사랑 안에서 진리를 담대히 말할 수

있는 관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보잘것없는 우리들이 함께 걸어갈 그 길에 언제나

임마누엘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기를 간구한다.

10대는 외롭지 않다

황윤하|편집부

10대는 외롭지 않다. 외로울 틈이 없다. 할 일이 엄청 많고 굳이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인터넷 세상에서 알아볼 수 있는 게 매우 많기 때문이다. 매일 새로운 영상들이 올라오고, 읽을 글들이 넘쳐나며, 배울 수 있는 콘 텐츠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나는 형제가 없는 외동이지만 딱히 외롭

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혼자서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공부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들이 하루를 가득 채운다.

나는 학원에 다니지 않지만 혼자 공부한다는 쓸쓸함을 느껴본 적도 없 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혼자서도 배울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는 훌륭한 강의들이 넘쳐나고,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는 전문가들이 차 근차근 설명해 준다. 궁금한 건 챗GPT에 물어보면 금방 답해준다. 복잡 한 수학 문제도, 어려운 영어 문법도, 역사의 세세한 부분들도 모두 친절 하게 설명해 준다. 내가 잘한 것은 칭찬해 주고 잘못한 것은 보완해 준다. 틀린 답을 써도 비판하지 않고 다시 한번 차근차근 가르쳐 준다. 상호작

용이 바로바로 되니 네모난 모니터 앞에 앉아 있어도 혼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마치 개인 튜터가 옆에서 함께 공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내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진짜 이유는 내게 엄마 아빠와 친구

들이 있다는 든든함 덕분일 것이다. 집에 돌아가면 따뜻한 밥을 해주시

는 엄마가 계시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아빠가 계신다. 학교에서는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친구들이 있고 내 꿈을 응원해 주시는 선생님들 도 계신다. 잠시 내가 혼자여도 그들이 공기처럼 늘 내 곁에 있다는 걸 나

는 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로는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리고 요즘 교회에서 배워가듯 예수님이라는 가장 좋은 친구가 내 마음

안에 항상 계신다는 기쁨도 있다. 기도할 때마다 주님이 내 이야기를 들

어주신다는 평안함이 있고, 어려운 순간에도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 다. 예수님이 함께 계시니 세상 어디에서나 외롭지 않을 수 있다.

같이의 가치, Quiet

Time을 제안합니다

최진영|편집부

‘같이의 가치’ 고독을 즐기는 시간, 나만의 Quiet Time을 제안합니다.

글을 쓸 때마다 기억하시냐고 확인하는 것이 좀

구차해 보이지만, 5~6월호 중고등부 특집 ‘그땐 그랬지’를 건너 오랜만에(한 번 건너뛰었지만 넉

달 만이라서요) 다시 ‘같이의 가치’로 돌아왔기

에 혹시 기억이 가물가물하신 분을 위하여 간단

히 소개하자면, 이 글은 혼자 하는 체험기를 넘

어 의미 있는 일을 함께하자는 제안기입니다. 혹

시라도 글을 읽고 관심이 생기셨거나, 이미 하고 계셨던 분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추첨을 통해 감사의 선물을 드릴 예정입니다.

접수메일: gcpenroom@naver.com

응모마감: 7월 26일

새로운 제안을 하기에 앞서, 지난 3~4월호에서

제안해 드렸던 ‘가정 예배를 제안합니다’를 읽고

보내 주신 참여 글 중 하나를 골라 소개합니다.

소중한 나눔을 해 주신 6교구 김영선 집사님의

아름다운 동참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가정 예

배가 끊이지 않기를 응원합니다.

올해부터 가정 예배를 드리게 되었어요. 그전부

터 헌화부에 계신 김은정 부장 집사님의 여러 번

의 권면이 있었고 간증도 들었어요. 언젠간 드려

야지 하다가 올해 초 처음 가족예배를 드리게 되

었어요. 가정에 평안이 가득하길 간구하게 되었

고, 특히 한 달간 말레이시아에 머물면서 도전받 았어요.

그곳은 무슬림 종교 국가로 매일 같은 시각에 5

번의 기도 소리가 호텔 방까지 들릴 정도였고, 어느 곳을 가든지 기도방이 따로 있을 정도였어 요. 말로만 듣고 뉴스에서 보던 것을 직접 눈으

로 보니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웠지만, 점차 그들 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들은 매

일 정한 시간에 기도를 드리는데, 나는 정작 무

엇을 하고 있나 묻게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매

일 거의 안 빠지고 가정 예배를 드리고 온 것 같 아요.

남편은 비기독교인으로 가정 예배를 함께 드리

지는 않지만 항상 옆에서 듣고 있어요. 감사하지

요. 아이들은 아빠에게 교회 나가자고 하는데 평

안한 날 주님의 교회로 발걸음 옮기는 날을 기다 려봅니다.

이번 하늘행복의 주제가 ‘외로움’이니, 어떤 제

안이 좋을까 고민하며 이것저것 검색해 보았

다. 대부분이 외로움을 호소하는 글이거나, 반

대로 외로움을 이해하며 위로하는 글이었다. 그

러던 중, 서강대 근처 한 가게에서 운영하는 ‘고

독 스테이’라는 2시간짜리 체험 프로그램이 눈

에 들어왔다. 너무 1차원적인 사고겠지만, ‘외로

움 → 고독 → 고독스테이에서의 QT’는 참 그럴

듯해 보였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굳이 서

울까지 가서 비싼 비용을 지불할 필요는 전혀 없

었다. 체험을 끝내고 만난 아내와 대화하는데, 그 가격을 듣더니, “그 시간과 돈으로 굳이 왜 거

길 갔어?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 되는 거

였잖아?”라고 물었을 때 나는 아무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좋았다. 오랜만에

갖는 나만의 시간이었고,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

는 시간이었다. 실제로는 별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늘 분주했고 무언가에 쫓기듯 여유가

없었는데, 오래간만에 여유롭게 두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다. 게다가, 자발적으로(사실

은 강제적으로) 핸드폰을 반납하고 나니 오롯이

펜과 종이, 그리고 생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평

소에 얼마나 여유 없이 계속 분주했었는지를 절

실히 느끼며, 종이에 이것저것 적어보기도 하고, 눈을 감고 기도하며 성경 말씀을 되새기며 QT를

하기도 하고, 가게에서 제공한 차를 마시며 거기

에 놓인 책을 읽기도 했지만, 핵심은 ‘내가 참 나

만의 시간, 그리고 하나님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

지 못했구나’였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동안 성경책 없이는 살아

도 핸드폰 없이는 못 살 것 같은 마음으로 살았나

보다. 간만에 갖는 나만의 시간이 솔직히 처음에

는 좀 어색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라도 습관

적으로 두들겼던 핸드폰마저 없어지고, 흙바닥에

놓여진 채 무작정 시간이 주어지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어색한 시간을 보냈다(사실 이 기

사를 쓰기 위해 뭔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해서 꼭 기

록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도 했다). 그러다 책

상에 놓인 책의 한 문구를 읽고 나서 부담감을 내

려놓고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당신 안에

는 하나의 은밀한 장소가 있다. 당신은 언제나 그

곳에 틀어박혀 자기 자신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

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물론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나는 아직도 QT가

무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

다. 다만, 나에게 집중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기대 하고, 그사이에 말씀이 더해지면 이것이 바로 QT

가 아니겠는가 싶었다. 체험일 당일 생명의 삶 QT

본문인데, 민수기 34장 1절 말씀 “여호와께서 모

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에 주목했다. 모든 일

은 말씀에서 시작하는데, 정작 나는 들을 시간사실은 듣고 싶은 마음 - 이 없었다. 다른 것에서

벗어나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자, 이제야 듣

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간만에 하나님께 귀 기울

이며, 혹시 매일은 아니더라도 종종 하나님의 말

씀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해 보았다. 너무 바쁘고

분주하면,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할 시간임을 기억해야지.

마음이 고플 때

김창환 목사|시냇가 상담센터장

시인 류시화 님은 그의 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

립다’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을 노래하고 있다. 사람은 몇 개의 감정을 소유하고 있을까? 얼 굴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것이 감정일 테다. 수많은 감정 중에 침 묵처럼 조용하고 비수처럼 은밀하게 다가와 절망의 문으로 안내 하는 감정이 있다. ‘외로움’이다.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외로움’(loneliness)을 질병으로 분류한 다. 만성적 고독감과 고립, 일상생활의 활동-불규칙한 식사 및 수 면, 들쑥날쑥한 집안일-수행 체계 결여[DSM-5, V60.3 (Z60.2)]

와 같은 것은 심각한 사회적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외로움은 사회적 외로움(social loneliness)과 감정적 외로움(emotional loneliness)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사회적 외로움은 사회적 네트워크(social network)가 넓지 못해 겪는 외로움으로 어느 한 공동체에 속하였다든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친구나 동료가 없 어 다양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외로움이다. 감정적 외로움은

타자와 교감하지 못하고 관계가 단절되었을 때

발생하는 외로움이다. 감정적 외로움은 독거노

인의 사망률을 높이고, 관계 특히 가족관계에서

비롯된 외로움은 자해 가능성을 높인다는 통계 가 있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5」는 핵심 트렌드 중 하나로

‘멘탈 케어 커뮤니티(mental care community)’

를 선정했다. 교우들 가운데 이상심리 증상이나

관계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율이 전체 교

우 중 약 20~25% 정도로 나타났다. 반면 심리

적·영적 돌봄을 통한 적절한 대응은 약 7~10%

정도밖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형교회를 제외

하고 90~93%의 한국교회가 교우들의 고통(외

로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교회공

동체는 다양한 사람이 모이고 만나는 곳으로 다

양한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시

의적절한 돌봄은 교회가 처음 시작한 이래로 당

연한 사역이며 사명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홀로일 때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다. 태초

부터 그랬다. 아담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그가 혼

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 하셨다.(창2:18) ‘혼자 사

는’이라는 말에는 히브리어  (레바도)가 쓰였

는데 ‘분리’라는 어원에서 왔다. 하나님은 사람

이 분리된 채 살아가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셨다

는 것이다.

외로움은 홀로일 때 나타나는 감정이다. 사람으

로부터 고립과 홀로 떨어져 버린 듯한 단절에서

외로움이 발생한다. 가족과 사회, 교회공동체가

얼마나 건강한가를 확인하는 척도 중 하나는 소 통과 사귐이다. 성숙하고 온전한 공동체는 진실 한 만남 가운데 이뤄가는 서로 돌봄, 다 함께 돌

봄을 잘 이뤄가는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절망의

안내자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은 내 삶에

들어온 외로운 방문객을 환대하는 마음과 관계

적 친밀함을 높여 연합하는 힘을 높이는 것이 외

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환대의 정신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

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고전12:26).

패치워크 가족 (patch-work family)이라는 말이 있다. 패치워크는 원래 헝겊 조각들을 모아 짜깁

기해 만든 옷이나 자개, 우산·이불 등의 섬유제품 을 말한다. 오늘날엔 문화 분야로 전이돼 기존의

여러 글이나 영화 따위를 편집해 완성품을 만드

는 일이나 작품을 가리키는 데 쓰이기도 한다. 이

혼과 재혼의 증가로 심지어 ‘패치워크 가족’이라

는 말도 생겨났다. 패치워크 가족은 획일적이고

가족의 모습이 아닌 서로 다른 구성원 이 만나 새롭게 만들어진 단 하나의 가족으로 서 로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또 다른 가족 구성원과

의 만남으로 연결된다.

기획|외로움 대책위원회

패치워크 가족은 핵가족 문화에 감춰져

있는 배타성과 단절된 세대 간 연대의식

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시대의 가치관에

호응한다. 즉 다양한 존재를 인정하고 그

들 간의 조화를 추구하려는 성향을 잘 대

변해 주는 가족 유형이라 할 수 있다. 교

회는 조립식 가족 즉 패치워크 가족의 형

태를 띠고 있다. 평생 한 교회를 섬긴 교

우와 오늘부터 섬기는 교우가 한 공간 같

은 시간에 만나 예배하며 교제한다. 삶이

다르고 배경이 달라도 이 시간만큼은 한

형제요 자매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다. 주님을 공유하고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하시는 성령 안에 나를 기꺼이 내어놓는

신비로운 만남이 이뤄지는 곳 바로 교회

공동체다.

넘치는 친밀함

“많은 친구를 얻는 자는 해를 당하게 되거니와

어떤 친구는 형제보다 친밀하니라”(잠18:24).

2025년 유럽영성순례 중 남프랑스 에귀-모르트(Aigues-Mortes)에 위치한 꽁스

땅스를 방문했다. 프랑스 종교개혁 위그노의 상징 마리 뒤랑(Marie Durand)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개혁교회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30미터가 넘는 꽁

스땅스 탑에 갇혀 38년 동안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그 모질고 고통스런 긴 시간

을 그녀는 어떻게 저항하며 견딜 수 있었을까? 마리 뒤랑이 개혁신앙을 포기하

지 않고 비폭력 저항으로 30년 동안 견딜 수 있었던 힘은 함께 갇힌 40여 명의

동료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부드럽게 대하며

일상적인 삶을 지원하고 옷을 수선해 주거나 편

지를 읽고 쓰는 일을 도왔기 때문이다. 병든 재

소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면서 마리 뒤랑은 힘

겨운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시인 정현종 님의 ‘안부’라는 시가 있다.

도토리나무에서 도토리가

툭 떨어져 굴러간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도토리나무 안부가 궁금해서.

‘요즘 어떻게 지내시냐?’는 애정 담은 말과 환한

웃음으로 손 내밀어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위로와 관심은 절망이라는 낭떠러지 앞에 서 있

는 마음이 고픈 이들에게 구원의 빛이 될 것이다.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불안과 예측할 수 없는 환

경에 따른 걱정은 개인이나 공동체에 역기능적

인 모습으로 작용한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더더

욱 ‘안전지대(a safety zone)’를 갈망하고 있다. 마

음이 고픈 이를 향해 환대의 정신과 넘치는 친밀

함으로 삶의 안전지대, 영혼의 안식처를 만들어

가는 사람은 필경 하나님의 사람일 것이다.

세낭크 수도원

깊은 계곡

탄자니아에서 온 편지

박인욱·이현주 선교사|탄자니아

하나님은 우리처럼 작은 자들을 사용하셔서 큰 일을 이루실 것입니다.

탄자니아로 온 지 4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다일공동 체(대표:최일도 목사)의 탄자니아 지부장으로, 가난한 빈민촌 쿤두치에서 아이들에게 먹이고 가르치고 믿음을 심어주는 일 (밥퍼, 빵퍼, 기술교육, 꿈퍼교회 신앙교육)을 온 마음과 온 힘 을 다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사역은 왕성하고 알차게 진행되 었습니다. 하지만, NGO(다일공동체 탄자니아 지부, 탄다일)

의 일에 힘쓸수록 마음의 갈등이 왔습니다. 제자양육, 말씀공

부, 예배와 같은 본연의 일이 점점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 되

었습니다. 모든 교육 프로그램(컴퓨터, 태권도, 재봉 등)을 새

롭게 시작하는 터라 NGO의 일에 집중하게 되면서 교회와 제 자양육은 점점 쇠퇴하는 것이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영적인 목마름이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본연의 일을 하기 위해 탄다일을 정리하게 되었습니 다. 그리고 쿤두치에서 북쪽으로 40km 떨어진 곳으로 이사 하여 집을 구하고 살림도구들을 모두 새로 장만하였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땅에서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약

3,000평 땅이 준비되어 있고, 그곳에서 교회와 학교를 시작하 려고 합니다. 학교는 유치원부터 시작하여 이후 기회가 되면 초등학교까지 이어가려고 합니다. 교회와 학교를 같이 하려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세상의 지식과 말씀을 균형 있게 가르

쳐 신앙과 세상의 실력을 겸비한 그리스도인을 양성하고, 이

슬람에 맞서 기독교를 변론하는 실력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키

우려는 것입니다. 이들이 든든한 교회의 기둥이 될 것입니다.

꿈퍼교회를 하면서 눈여겨보았던 아이들 15명을 선택하였습

니다. 학교도 성실하게 다니고, 말씀도 좋아하는 아이들입니

다. 처음 생각에는 주일 오전에 각자 교회에서 예배드리게 하

고 주일 오후에 이 아이들이 있는 지역으로 넘어가 성경공부

를 진행하려고 하였는데, 차량을 대절하여 교회로 데리고 와

서 함께 예배하고 오후에 그 지역으로 다시 데려다주면 될 것

같습니다. 주일에만 차량을 사용하니 비용도 그리 많이 나오

지 않을 것입니다. 교사도 2명 확보해 놓았습니다. 한 명은 4

년 동안 데리고 있으면서 검증한 사람이고, 소개 받은 다른 한

명은 목회자의 길을 가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가장 먼저 담장을 치고, 교회와 유치원 건물을 세워나갈 것입

니다. 지금 저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도후원(영적강건함)

입니다. 그리고 건축을 진행할 재정후원(건축비용)입니다. 작

은 티끌(적은 금액 후원자)이 모여 큰 역사(2개 건물 건축 진

행)를 이루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소망하며 나아가고 있습

니다. 작은 강들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게 하시는 것이 하나님 의 방법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처럼 작은 자들을 사용하셔서

큰 일을 이루실 것입니다.

[기도제목]

1. 새로운 사역에 기름 부어 주시도록

2. 담장, 교회, 유치원을 건축하는 비용이 채워지도록

3. 교회와 학교를 통해 실력 있는 신앙인이 길러지도록

꽃으로 회복된

치유자들의

땀섬김 몸섬김

김은정 집사|헌화부 부장

취재 최윤정 | 편집부

‘헌화부’라는 공식명칭은 16년 전부터 사용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환경미화부로 불리며 교회를 섬겨 왔습

니다. 성전 재건축 중이던 광야시절에도, 코로나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던 시절에도 한결같이 강단 주변

을 꽃과 화분으로 장식하며 기쁨으로 봉사를 이어왔 구요.

헌화부 봉사의 가장 큰 보람은, 꽃꽂이를 통해 봉사자

에게 먼저 일어나는 치유와 회복입니다. 꽃을 꽂을 때

도 다양한 각 꽃의 특성을 오롯이 살려 쓰되, 도드라짐 보다는 조화와 협력을 통한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드 러납니다. 하나님도 우리 모두를 꽃처럼 여기시며 그

렇게 사용하지 않으실까요? 이러한 아버지 마음을 헤

아리며 아름다운 꽃을 대하다 보니 각자의 마음과

정서에 놀랍게도 치유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먼저 치유받은 봉사자의 눈길과 손길, 마음길이 담

긴 꽃꽂이를 보게 될 때 성도들에게도 같은 치유의

효과가 전달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배당을 찾

은 그 마음이 어떠했든지 간에 정성스레 맞이하는

고운 꽃들에 최소한 마음의 빗장이 열리기를 기대합 니다.

눈으로 보기에 좋아 보이는 작업 이면에는 어려움도

존재합니다. 봉사자가 다소 부족한 상황에서도, 금

요일 오전 꽃 시장 장보기부터 토요일 모여 결과물

을 만들어 내기까지 땀으로 몸으로 섬겨야 하는 고

된 과정이기 때문이죠. 다만, 매주 봉사는 아

니고 2개조로 나뉘어 월 2회씩만 참여하면

되니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장보기는

모든 작업의 80% 정도가 결정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일 년 정도 현장에 동참하며 훈

련하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생깁니다. 초심자 였더라도 핵심 작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 게 됩니다.

일 년 중 특히 추수감사절과 성탄 시즌이 헌 화부에게는 제일 중요하면서도 바쁜 기간입 니다. 디자인은 일 년 교회력에 따른 절기색

과 주제에 맞춰 결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

서도 자연스럽게 교회력을 이해하게 되면서 더 깊은 내적 감동을 느

낄수 있습니다. 시각적 작업이다 보니 결과가 바로 눈에 드러나고 긍

정 부정의 피드백도 바로 듣게 되는데요, 어떠한 질타든 겸허히 수용

하고 다음 작업의 자양분으로 삼되, 각자의 창의성을 존중하면서 지

내다 보면 어느새 실력도 마음도 성장해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선순환 시간의 기다림 뒤엔 질타가 칭찬이 되어 돌아오는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헌화부 봉사는 꽃을 통해 먼저 치유받고 회복되는 자리입니다. ‘꽃며

든’ 봉사자들은 아래와 같이 고백합니다.

“많은 봉사의 자리가 있지만, 헌화는 마치 꽃과 나눈 속삭임 속

에 나를 채우는 시간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피워낸 그 한 송이 앞

에서, 오히려 제가 더 위로받고, 더 깊은 기쁨을 얻습니다. 헌화부에서의 시

간은 일상이 꽃처럼 피어나는 은혜의 순간입니다”

“하나님이 가꾸신 꽃을 조화롭게 꽃꽂이하듯, 하나님이 허락하신 우리의 삶

도 더불어 조화롭게 하십니다”

“헌화부는 하나님께서 나를 오늘의 레위인으로 부르셔서, 예배의 자리를 꽃

으로 섬기게 하신 귀한 사역입니다”

“헌화부 섬김은 그저 사랑이며 감사입니다”

함께 꽃며들기 원하는 봉사 지원자들을

헌화부 섬김이들 김기희, 김대성, 김신혜, 김영선, 김은정, 김필자, 문정희, 문현경, 박미실, 박정란, 왕희원, 윤미선, 이은연, 이현숙, 임금희, 한지희, 황재연 (총17명)

바울의 길을 따라 걷는

김남구 권사|중앙교구

그리스 튀르키예 영성순례

일정 : 2025년 4월 21일 ~ 5월 2일

그리스 튀르키예 영성순례를 인도하신 김태연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일상적 삶 속, 한

발걸음이 위대한 발걸음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중에 하나님이 위대한

시간으로 그 한 발걸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

입니다. 우리의 순례길은 바울의 2차 전도여행을

따라 걷는 동안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는 거룩한

여정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곳 아레오바고와 아크로 폴리스.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세워진 고린도와 겐그리아. 바울이 머리를 깎고 서원을 했던 겐그

리아 항구에 서서 깊은 묵상의 시간을 가졌습니

다. 메테오라는 높은 절벽과 기이한 암석들로 이

루어진 지역으로 절벽 위에 세워져 있어 마치 하

늘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메테오라 수도

원은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고독과 금욕의 삶을

살아가는 곳입니다. 메테오라 수도사들은 외부

와 차단된 환경에서 경건훈련을 하는데 지금도

수도사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데살로니가와 빌

립보는 마치 성경 속을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빌

립보의 감옥 터에 섰을 땐, 바울과 실라가 고통

가운데서도 찬양하던 그 장면이 눈앞에 그려졌 습니다. 루디아가 세례받았던 강가에선 우리 일

행은 한참 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물소리

가 잔잔했고, 마음이 열렸습니다. ‘나도 복음을

처음 들었던 그때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다시 주님 앞에

나아가고 싶다’는 고백이 흘러나왔습니다.

이 순례를 통해 받은 가장 큰 선물은 ‘기쁨’이었습니다.

매 순간,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확신과 따뜻한 동행

의 위로. 눈에 보이는 유적보다 더 강렬하게 제 마음에

새겨진 것은 살아계신 복음의 능력이었습니다. 유럽 첫

전도지인 빌립보에서 바울과 실라가 투옥되었던 감옥 터

와 루디아가 세례받은 강가를 직접 보는 순간, 성경 말씀

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습니다. 에베소교회와 아르테미스

신전, 원형극장, 바울이 설교했던 장소 등을 보며 그 시

대의 복음의 도전을 느꼈습니다. 사도바울이 이방선교

를 위해 결단을 내린 중요한 도시 비시디아 안디옥, 초기

교회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던 성 요한의 무덤. 사도 빌

립이 순교한 곳으로 알려진 빌립교회, “너는 차지도 않

고 뜨겁지도 않다”는 말씀의 배경지인 라오디게아교회, 바울이 마게도니아 환상을 보았던 곳인 드로아. 하나님

의 인도하심이 구체적이었음을 보았습니다. 베뢰아에서

는 말씀을 날마다 상고했던 성도들의 열정이 도전이 되

었고, 루디아 기념교회에서는 하나님께 마음을 열었던

한 여인의 순종이 얼마나 큰 복음의 열매를 맺었는지 깨

닫게 되었습니다. 갑바도기아는 순례의 정점이었습니다.

박해받던 초기 기독교인들이 숨어 살던 데린쿠유 지하도

시를 따라 내려가며, 박해를 피해 땅속 깊이 숨어들었던

신앙 공동체의 삶이 피부에 와닿았습니다. 괴뢰메 동굴

교회, 우치사르 비둘기 계곡, 파샤바 계곡에서는 바위 틈

에 새겨진 믿음의 흔적들이, 말없이 하나님의 영광을 노

래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출발 전 마음속엔 걱정과 불안,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순례길을 걸으면서,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영적 성숙’을 허락하셨음을 고백합니다(전현호)”, “덕분에 행복했습

니다(신창현)”라는 짧지만 깊은 고백을 비롯하여, 각자의 자리에서 경험한 하나님과의 만남, 성경 속 이야기들이 현실이 되어 우리 발

걸음 위에 펼쳐졌습니다. “순례를 같이한 40여 분의 손길과 눈빛 속

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최용현)”, “메테오라 수

도원과 사도바울의 감옥 터에서 깊은 상념에 잠겼고 데린쿠유에서

제 믿음의 연약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박익범)” 이 모든 경험이 하

나 하나 연결되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선명히 보게 했습니다.

“열흘 더 있었으면 좋겠다(박문희)”. “굉장히 기대했던 여행이었고, 성경책을 더 가까이하게 되었다(김정옥)”고 했고, 또 “이 길을 통해 하나님과 동행함을 다시금 확신했다(김창숙)”라며 감사의 고백을 이 어갔습니다. “부부가 동행하며 받은 은혜가 큽니다(김연순)”, “흔들리 는 세상 가운데 바울을 따라가며 느낀 가슴 벅찬 도전이었습니다(김 용미)”, “나이 들며 십자가의 사랑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이애련)”, “순례길을 통해 인생 후반부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이소미)”라는 말은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사막과 같이 굳은 내 안에 예수 생명의 샘이 넘쳐나기를 기도했다 (남희자)”, “사도바울처럼 살고 싶지만, 따라가기엔 너무 어렵고 고통 스럽다(전진은)”라는 고백은 순례자 모두의 마음을 대변했을지도 모 릅니다.

“믿음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고 누군가는 절벽을 올

랐으며 누군가는 지하 동굴로 들어가 예배를 드렸던 그들을 생각 하며 나의 모습을 뒤돌아봅니다(김경애)”, “언제가 가장 좋았냐는 질

문에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시간이 감사했다(김인숙)”라는 고

백처럼 순례 기간 낯선 동굴 길과 고대 유적지에서 하나님은 우리

에게 말씀하셨고, 우리는 그 말씀 앞에 울고 또 웃었습니다. 순례

여정은 우리 각자의 ‘믿음의 재정비’이자, 삶의 후반부를 새롭게

쓰기 위한 은혜의 여정이 되었습니다. 사도바울은 시대와 맞섰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그 믿음을 따라 우리는 걷기 시작했

고, 그 길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우리의 눈이 넓어지고, 시선

이 바뀌고, 마음이 변화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돌아가는 길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영혼은 여전히 걷고 있습니다. 바울이

외쳤던 그 고백처럼 “나에게 있는 모든 것을 잃어도 예수 그리스

도면 충분하다.” 우리가 모두 신앙의 승리를 향해, 그 길을 계속해

서 걷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한 이 순례길, 감사했고, 은 혜였습니다.

“다소에 머물던 바울의 시간이 제 마음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그리

고 문득 깨닫습니다. 주님께서 왜 저를 이 순례의 길에 서게 하셨는

지, 또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걷고 싶었는지를… 주님은 바울

을 다메섹에서 부르셨고, 그를 다소의 침묵으로 이끄셨으며, 마침

내 복음의 영광스러운 자리로 세우셨습니다. 그 길을 따라 걷는 동

안 저는 너무도 미련하고 약한 존재임을 절감했습니다. 그럼에도 바 울을 부르신 그 은혜, 그 은혜가 오늘 제게도 동일하게 임하고 있다

는 사실에 마음 깊이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무너진 무릎이 다시 서 고, 힘겨운 걸음에 다시 힘이 채워지고, 지친 마음이 회복될 날을 소 망합니다. 비록 지금의 ‘다소’가 더 길어진다 해도, 주님은 여전히 제

이름을 기억하시고 다시 부르실 것을 저는 믿습니다. 이 영성순례를 통해 신앙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함께

걸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귀한 말씀으로 길

을 열어주신 김태연 목사님과 세 분의 교역자님, 그리고 저희 5조 권 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제 삶의 믿음의 길로 이어

지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김두지).”

오래된 새길, 새로운 옛길

임동선

안수집사|서울교구

이번 영성순례는 ‘오래된 새길 새로운 옛길, 영적인 여정을 우리 와 함께’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5월 19일부터 5월 29일까지 실 시되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위그노(프랑스 개신교 도인) 박해와 종교개혁 관련된 역사 현장을 답사하고, 떼제 공동 체 체험을 진행했습니다. 현직 출장 시에도 프랑스·독일을 방문 한 적은 있지만, 에펠탑·개선문·루브르 정도 찍고 떠나길 반복하

여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1572년 8월 24일 새벽 3시, 루브르궁 앞의 교회

타종을 신호로 개신교도 3천여 명이 학살되어

세느강이 피로 물들고, 에펠탑 터에 수많은 시

신이 묻혔으며, 시내 광장에서 화형을 당하는 등

전국적으로 3만 명 이상이 학살되었다는 사실

과, 1787년 개신교 관용칙령 전까지 총 7만여 명

의 위그노들이 도륙당한 참혹하고 슬픈 사연을

알게 되자 위그노들의 신앙을 이어받은 개신교

도로서 사뭇 비장함마저 느껴졌습니다.

루이 14세의 낭트칙령 폐지(1685년) 이후 시작

된 102년간의 광야교회 시대를 비롯해 위그노들

은 혀가 잘리고, 사지가 부서지고, 화형 당하는

등 갖은 박해 속에서도 목숨 걸고 신앙을 지켜

냈는데, 콩스탕스 전망대 감옥에 갇힌 ‘마리 뒤

랑’ 은 목사인 오빠 집에서 예배를 드렸다는 이 유로 19세부터 38년 동안 투옥되었으며, 돌판에

‘RESISTER(저항하라)’라는 문자를 새기며 비폭 력 저항을 하였다 하니 이게 ‘말이 되낭?’

광야시대 위그노들의 신앙생활이 고스란히 보존 된 ‘광야박물관’에서 당시 산속 예배 장면이 그

려진 그림을 보며 안내해 주신 프랑스 한인교회

성원용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큰 울림을 주었습

니다. “예배는 목숨 걸고 드리는 거다.” 웃으면서

말씀하셨지만, 북녘의 동포들 생각과 더불어 현

재 우리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예배와 찬양

을 드릴 수 있음에도 과연 열성을 다했는지, 최

소한의 노력에만 그친 건 아닌지 반추해 보 았습니다. 한 번의 예배를 위해서도 생명을

걸었던 위그노 선조들에 더욱 숙연해졌습 니다.

떼제에서는 저녁 기도회와 주일 오전 예배

를 드렸는데 저녁 기도회는 우리교회 묵상

기도회와 매우 흡사하였고, 각국의 참석자

들이 서로에게 촛불을 이어주며 기도하는

시간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돌처

럼 굳어버린 제 자아를 깨어지게 하시고, 가

장 가까운 아내와 자녀들로부터 “나의 남편

은, 나의 아버지는, 정녕 하나님의 사람이었

다”라는 평가를 받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

드렸습니다. 또한, 떼제 공동체의 설립 취지

인 화해와 평화, 일치(애큐메니칼) 정신을

많이 생각해 보았는데 좀 더 장기간 체류하면서 체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그밖에 루터와 칼뱅의 종교개혁 관련 유적지를 돌아보았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

는데 성목사님과 프랑스 칼뱅교회 목사님과의 조우를 통해 볼 수 없었던 칼뱅교 회 내부를 보게 하셨습니다. 박동현 장로님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즉석 피아노 연

주와 찬송이 예배당에 울려 퍼질 때는 하나님이 미세하게 역사하심도 체험하는 감동적 순간이었습니다.

독일에서 종교개혁 관련 안내를 맡으셨던 김만종 목사님은

할 또 하나의 개독교인(?)은 아닌지, 교회 내에서도 온전히 포용하고 사랑을 실천

하고 있는지...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영성순례 외에도 자유와 낭만의 도시 파리

와 베르사유 궁전, 베르동 계곡 등을 비롯해 주 하나님 지으신 아름다운 세계를

둘러보며 영과 육이 온전히 힐링 됨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순례 기간 중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 최선을 다하신 성원용 목사님! 총괄 기획

김창환 목사님, 조모상 중에도 끝까지 사역을 감당해 주신 정부활 목사님. 불후의

명작 가이드북 제작과 사진 담당으로 동분서주한 임문주 전도사님과 노천카페의

낭만과 추억을 선사해 주신 박동현 장로님! 모두 모두 수고 많으셨고 감사했습니

다. 영성순례 또 가고 싶은데 어쩌지요?

제자의 길 10주간 훈련을 마치면서

성점효 권사|은빛교구

이번 제자훈련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먼저 영광과 찬송을 돌립니다. 과연 이

훈련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망설였지만, ‘건강한 그리스도인’

을 공부한 지가 10년이나 되고 또 하고 싶었던 제자의 길 공부였고, 은빛교구

박석주 목사님 권유로 하게 되었고… 주님께서 힘 주시면 할 수 있겠지, 하고 기도하며 10주간을 마무리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매 과마다 읽을 것을

았습니다. 그러나 노방전도여서 아직 열매를 많

이 맺지 못했지만, 씨만 뿌립니다. 무릎 수술로

층계를 못 다니기 때문이죠.

그들이 기독교를 비방하고 폄하하는 말을 들을

때면 나 혼자가 아니구나, 주님께서 함께하심에

더 힘이 났고 주님 믿지 않은 그들의 종말이 지

옥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긍휼과 불쌍한 마음으

로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출애굽기 20장 1절~17절, 십계명 마무리>

- 영상과제 중에서

특별히 담임목사님께서 2014년부터 2023년까

지 하신 설교 말씀과 십계명의 구체적인 말씀에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제자훈련 중 공부했던 제

자도 책, 제자의 길, 큐티 다 읽고 기록했지만, 목

사님의 구체적인 설교 내용이 더 좋았습니다. 그

내용은!

기도하며 성령님께 간구하라.

본문을 묵상하라.

말씀을 생활에 적용하라.

적용한 내용을 응용하여 기도하라.

등등 제 마음에는 큰 은혜였습니다. 이번 제자훈

련을 잘 받아 좋았고, 끝으로 1박 2일 수련회로 모

든 과정을 마치고 약 100명이 다녀온 수련회는 예수님 사랑 안에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모든 순

서가 끝나고 원으로 빙 둘러서서 담임목사님으 로부터 모두 릴레이로 한 사람씩 끌어안고 “사랑 합니다, 축복합니다” 말할 때, 주님의 사랑 안에

서 마음이 뜨거웠고, 여러 목사님께서도 모두 진

심으로 끌어안아 주실 때,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랑, 이런 사랑, 세 상에서 받을 수 없는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모든 것 하나님께 감사하고, 제자의 길 같이 한

젊은 권사님들 나이가 있다고 제게 잘 해줘서 그 고마움을 전합니다. 할렐루야!

나에게 행복지기란

이율|중등부

당신에게 행복지기란 무엇인가요?

행복지기세움터 성장과정 수련회(5월 9일~10일)에서 쏟아진

반짝이는 답변을 중등부 이율 학생이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습

니다. 엄마아빠를 따라 손님으로 참여했다가 이렇게 예쁜 손글

씨로 순간을 잘 포착해 주었네요! (편집부)

장미꽃 위에 이슬

- 우리는 다시 마을로 간다

류형선|호산나찬양대 지휘자

괴론 세상에 할 일 많아서

선생님은 십자가 고난을 받아 죽을 것이 분명했다.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예견은 희망 고문에 가까운

것이어서 확신으로는 도저히 품어지지 않았다. 선

생님을 향한 검거와 수배의 압박은 사방에서 조여

왔고, 형용이 쉽지 않은 두려움은 틈새 없이 엄습하

였다. 틀림없는 절망의 한 치 앞이 그의 인생을 통

째로 수렁으로 끌어당기는 상황에서, 베드로는 선

생님을 모시고 동료와 더불어 ‘변화산’에 올랐다.

동산은 맑고 청아하고 고즈넉하였다. 새들이 뭐라

고 뭐라고 지저귀는 사이, 튼실한 나뭇잎 사이로 맑

은 바람이 느릿느릿 오고 갔다. 선생님은 세상에서

빨래하는 사람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눈

부시게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다. 엘리야와 모세와

더불어 담소를 나누고 있는 선생님의 순전한 모습

이 베드로의 눈에는 환상을 뛰어넘는 온전한 평화

로 와 닿았다. 그때 하늘에서 뜻밖의 음성이 들리는

데, 불안과 두려움을 덜어내도록 권면하는 메시지

가 그 안에 품어져 있었다.

베드로의 가슴 밑둥지에서 꿈틀꿈틀 무엇인가 번

져오는 것을, 이천 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찬송

가 442장 작사가는 이리 애틋하게 포획하였다.

저 장미꽃 위에 이슬 아직 맺혀 있는 그때에

귀에 은은히 소리 들리니 주 음성 분명하다

그 청아한 주의 음성 우는 새도 잠잠케 한다

귀에 들리던 주의 음성이 늘 귀에 쟁쟁하다

“주님! 제가 초막 셋을 짓겠습니다. 성심껏 돌보아

드릴 테니 부디 이 산 위에 머물러 주십시오. 십자

가의 고난과 죽음이 기다리는 저 갈릴리로 내려

가지 마십시오.” 베드로는 그리 간청하였다. 하지

만 예수는 주저하지 않고 다시 갈릴리 마을로 내

려갔다.

십자가 고난과 죽음이 기다리는 산 밑 마을로 내

려가는 선생님의 발길을 쫓아 터벅터벅 걸어가는

베드로의 비통한 심정을 찬송가 442장 작사가는

3절로 도저(到底)하게 품었다.

밤 깊도록 동산 안에 주와 함께 있으려 하나

괴론 세상에 할 일 많아서 날 가라 명하신다

주와 동행하는 그 기쁨

442장 <저 장미꽃 위에 이슬>은 작사가 찰스 오

스틴 마일스(C. Austin Miles)가 직접 작곡하였

다. 선율에 가사를 얹거나 가사에 선율을 붙이면 서 거듭 또 거듭 불러 보았을 것인데, 더 이상 뭔 가를

했을 ‘치유’에 대해 나는 생각해 보았다.

작곡을 하거나 글을 쓰는 이들이 가장 행복한 순 간은 그 작품이 작품 쓰는 이의 삶을 ‘치유’하는 경 험으로 쓰여질 때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조 금 더 견실하고 너그럽고 건강한 선택을 포기하지

않는 과정으로 자신의 작품이 만들어질 때, 세상 의 모든 작품자는 행복하다. 민들레 홀씨가 바람

날려 낯선 땅 어딘가에 주저앉아 한 생애를 수

행해야 하는, 그 엄중한 운명을 받아들여도 될 듯

싶은 이유가 이렇게 기인(起因)한다. 일테면 “노래

야! 이제 세상으로 나아가, 다른 이들에게도 같은

치유의 감동으로 저릿저릿 가 닿으렴”하는 바람

으로 작품을 세상에 꺼내 놓는 것이다. 동산에서

만들어진 찬송이 다시 산 밑 마을로 내려가는 순 간이다.

주지하듯이 찬송가 442장 1·2·3절의 후렴은 이렇 게 반복된다.

주가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이 찬송가를 처음 들은 날은 내가 예수를 내 삶의

지렛대로 고백한 날이었다. 순식간에 익히고 속내

에 품고 평생을 살았는데, 벌써 마흔다섯 해를 동 행한다. 어김없이 이 찬송은 늘 ‘맨 처음 예수를 만

난 날’로 나를 되돌려 세운다.

땀흘려 일하는 섬김

위의 누구도 혼자

울지 않도록

: 거리의 천사들 노숙인 섬김팀

전용희 집사, 황순천 집사, 강윤정 권사

취재 심소라 | 편집부

늦은 밤, 세상 밖으로 밀려난 외로운 사람

들을 찾아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거리의 천

사들 노숙인 섬김팀의 팀장 강윤정 권사님, 전용희, 황순천 집사님을 만났습니다.

Q. 반갑습니다! 노숙인 사역에 대해 알려주세요.

순천> 매달 세 번째 화요일, ‘거리의 천사들’이

라는 단체를 통해 노숙인 섬김 사역을 하고 있

어요. ‘거리의 천사들’은 IMF 이후 급격히 늘어

난 노숙인들을 섬기기 위해 안기성 목사님께서

설립하신 단체로, 올해로 28년째 꾸준히 사역

을 이어오고 있어요. 목사님 내외분은 매일 노

숙인을 돌보시는데, 저희가 그중 하루를 맡아

함께 하는 거죠.

윤정> 저희를 포함해서 10명 정도는 고정으로

나오는 정예 부대예요. 그 외에는 각 교구나 모

임에서 단체로 오시거나,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어요. 저녁 9시에 본관 주차장에 모

여서 출발하고, 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새벽 1시쯤이 돼요.

용희> 종로에 있는 센터에 가면 노숙인들께 드

릴 간식을 준비하고, 그분들의 마음이 복음으

러운 손편지를 써요. 주로 시청, 광화문, 서울역

지하철 역사 위주로 다니면서,

무렵 주무시러 오신 분들께 간식과 손편지

나눠드리고 조용히 기도해요.

Q. 어떤 계기로 사역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윤정> 우면동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었

는데, 하나님께 감사하며 받은 은혜를 나누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배식 봉사 를 하던 때라 끝나면 새벽 3~4시가 되기도 했 거든요. 한 10번 정도를 꾸준히 했더니 먼저 계

시던 집사님이 저를 좋게 보셨는지 팀장을 맡

겨주셔서 지금까지 하고 있네요. 저도 후임자 를 찾고 있어요(웃음).

순천> 팀장이신 강윤정 권사님이 참여 인원이

부족하다며 나와 달라고 요청하셔서 한 번 나

간 것이 시작이었어요. 봉사의 기쁨이 정말 커

서 지금까지 지속하게 되었어요.

용희> 딸의 사춘기로 마음이 낮아졌을 때, 과천

교회에서 새벽 기도를 하며 신앙생활을 시작했

거든요. 우연히 주보에서 노숙인 사역 광고를

보았는데 딸과 함께 봉사 활동으로 하면 좋을

거 같아 참여하게 되었어요. 헌신하시는 목사

님을 보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고, 아이에게도

뜻깊은 시간이 되었죠.

Q. 처음 노숙인들과 만났을 때 어떠셨어요? 요즘 달

라진 점은요?

윤정> 처음에 갔을 때는 저녁 배식을 하던 때

라 150~200명 되는 노숙인들이 줄을 서서 기

다리고 계셨어요. 우리 일상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분들이 정말 많았죠. 씻지 못해서 냄새

나는 분들부터 시작해서 저희가 배식하는 곳을

다 쫓아오시며 몇 번씩 밥을 받아 가는 분도 있

었고요, 겉보기에는 말쑥한데 다가와서 돈 좀

달라는 분도 있었어요.

용희> 코로나 사태 이후 배식이 중단되면서 저

희가 찾아가서 간식을 나눠드리는 것으로 바뀌

었어요. 혹여나 원치 않는 분들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좀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

게 돼요.

Q. 노숙인들을 대할 때 특별히 노력하는 점이 있을

까요?

윤정> 노숙인 중 대다수인 70~80%는 가족 친

구로부터 소외되고 실패, 좌절, 부끄러움, 두려

움과 불신으로 사람에게 쉽게 맘을 열지 못하는

분들이에요. 그런 어려움을 이해하려고 해요.

용희> 사람과 소통할 힘이 없는 분들이 참 많

아요. 저희는 다만 기도할 뿐이죠. 그분들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깨닫고 다시 희

망을 가질 수 있도록 손편지에 최대한 마음을 담으려고 해요. 연애편지를 쓸

때처럼 이쁜 편지지를 출력해 간답니다.

Q. 사역을 통해 배운 점이나 깨달음은요?

순천> 노숙인에 대한 시선이 많이 바뀌었어요. 신경 쓰지 않았던 그분들이 보

이기 시작하고, 예전에는 그분들을 피하려 했다면 이제는 친숙한 느낌이 들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많아졌어요.

용희> 예전에는 노숙인들이 노력하지 않는 무기력한 삶을 산다고 생각했는데, 봉사를 하며 그분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우리 모

두 존재하는 이유가 있잖아요. 저 역시 어떤 존재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고요. 제가 더 나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좀 더 가진 것을 나누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윤정> 감사함을 가장 많이 배우는 거 같아요.

얻지 못한 분들, 삶이 순탄치 않은 분들이 세상에는 참 많아요. 반복되

는 일상 속에 감사함을 잃으신 분들은 이 사역에 꼭 한 번쯤은 참여하 셨으면 좋겠어요.

Q.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윤정> 한 달에 한 번이지만 밤에 하다 보니 피곤한 게 좀 힘들죠.

근데 저희 사역에는 다음 날 일찍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 멀

리 수원에 사는 아기 엄마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봉

사는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있어서 하는 거더라

고요.

순천> 내가 하는 이 일이 과연 도움이 될까, 쓸데없는 짓

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좀 힘들었어요.

근데 목사님께서 자살까지 생각했던 분이 저희가

전한 간식과 편지들을 보면서 살아야겠다는 마

음을 가지게 되셨다는 얘기를 전해주시더라고

요.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죠.

Q. 우리 과천교회가 노숙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역할은 뭘까요?

윤정> ‘거리의 천사들’ 센터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을 잘하는 게 중요하

다고 생각해요. 교회 예산으로 지원하는 부

전용희 집사

분이 있고, 개인적으로 후원해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계세요. 블리스베

이커리, 코코호두에서 후원해주시고, 테니스장, 탁구장에서 운동화 챙 겨주시는 분들, 양말이나 헌 옷을 모아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정기 후

원 약정을 통해 꾸준히 돕는다면 좋을 거 같아요.

용희> 노숙인들 마음에 복음이 들어가서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길 함께 기도해야죠. 예배 시간에 광고가 자주 되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요?

순천> ‘나는 돌아갈 집이 있는데 저분들은 돌아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봉사를 마치고 오는 발걸음이 무거워요. 과천교회 교인이라면 1년에 한 번이라도 나오셔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시면 좋겠어요.

용희> 가족 단위로 나오셔도 참 좋을 거 같아요. 저도 우리 가 족 모두가 일 년에 다섯 번은 함께 봉사하길 바라거든요. 앞

으로도 노숙인들에게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요.

윤정>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 주시는 모든 분께 정말 감사하 고, 함께 하는 팀원들이 있어 참 든든하고 고마워요. 다른

분들도 이 기쁨에 참여하시면 좋겠고, 특히 정희용 장로

님께서 밤늦게 운전하시며 수고하시는데 이제는 다른 봉사자분이 수고를 덜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어요. 길 가다 노숙인을 보시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 고 꼭 기도해 주세요!

권사

어느 누가 노숙인의 삶을 바랐을까요. 인터뷰를

선입견과 판단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른 무더위에 누구

보다 더 지친 이들 곁에 하나님이 보내신 “거리 의 천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편집부

Episode 5.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땅에 있는 성도들은 존귀한 자들이니 나의 모든 즐거움이 그들에게 있도다 (시16:3)”

노래 가사처럼, ‘내 어릴 적 꿈은 노란 풍선을 타고 하늘 높이 나는 사람’. 그런데, 지금은 무엇을 꿈꾸며 살고 있나요? 혹시, 고단한 하루살이로 꿈도 웃음도 없이 살고 있는 건 아니지요?

#1984년 #구역장, 권찰 수련회 #헌인능에서 #풍선을 들고 #아이는 멀뚱멀뚱 #어른들이 더 즐거워 보여요 #우리, 언제 웃었는지 기억해봐요 #혹시 기억 안 나면 지금 한번 웃어봐요

Episode 6. 필요 충분 조건

“채소를 먹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진 소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 (잠15:17)”

서로가 서로면 충분했던 시절, 다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고 서로가 함께라면

그것으로 되었던 시절이 그립네요. 지금 나의 필요 충분 조건은 무엇인가요?

#1988년 #초등부 #여름성경학교 #과천교회 본당 2층 #이 중에 저도 있어요 #저 친구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자 친구들아

광야에서 만나는

은혜

김수화|갈현교구

광야. 우리 가족에게 ‘과천’은 광야와 같았습니다. 성

경적 의미보다는 사전적 의미가 큰, 아무것도 없는 넓

은 들 같은.

아이들은 정들었던 학교와 유치원, 친구들을 떠나야

했고 저와 남편은 출퇴근길이 두 배 길어지는 고단함

을 겪어야 했습니다. 둘째 아이 하원을 도와줄 주변

인프라(학원)도 없어 첫 이사 후 회사에서 발을 동동 거리며 속상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혼 때

부터 저희 부부에게 조용한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던, 첫째 아이 12년 인생과 둘째 아이 8년 인생 교회를 떠

것은 우리 가족에게는

늘어갔습니다. 마치 출애굽 하던 이스라엘 백성

들 같이요. 반년 정도 집 주변 이 교회 저 교회를

둘러보며 예배를 드려야 했고 결국 본 교회를 일

년 더 다녔습니다.

본 교회 예배를 드리지 못한 2024년 두 번의 주

일, 우리 가족과 과천교회가 만난 두 번의 주일

입니다. 모든 것이 낯선 우리 가족에게 친절히

과천중학교에서 시냇가를 지나 본당 예배실까

지 인도해 주시며 짧은 시간 개인사를 나누어

주셨던 이름 모를 장로님과의 담소가 기억에 남 습니다. 낯선 교회, 낯선 목사님의 말씀 또한 제

마음속에 오래 남게 됩니다. 안일했던 믿음 생

활, 가정에만 머물렀던 말씀과 기도가 가정을

넘어 지역과 나라와 환경, 세계를 바라보게 되

었습니다.

‘우연은 조금도 없었고, 어쩌다 그렇게 된 일도

아닌 하나님의 말씀처럼 우리 가족도 어쩌면 그

계획하심과 말씀 따라 이곳에 온 게 아닐까?’ ‘어

쩌면 저희 부부의 믿음뿐 아니라 아이들의 말씀

교육, 믿음 생활을 위해 과천교회로 온 게 아닐 까?’ 새삼 이러한 질문들이 저의 마음속에 자주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익숙하고 안일한 환경을 떠나 낯선 곳에서 겪

은 모든 일들이 하나님께서 저희를 더 성숙한

믿음으로 이끄시는 과정이었음을,

소망하며, 그분의 은혜에 감사드립 니다.

하나님 품으로

변다해|수산교구

13년 전, 오직 살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대한민국

의 품으로 찾아온 탈북민입니다. 자유로운 삶, 여

유로운 삶, 행복한 삶은 꿈도 못 꿔본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더욱이 종교의 자유는 너무나도

낯설었고 심지어 두려움의 대상으로 제 마음속

에 뿌리 깊이 내려져 있었습니다. 제가 태어나 보

니 이미 김일성에 대한 신조화, 신격화로 온 나라

백성들은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얽매여 있었고, 그 땅에서 살아가는 남녀노소 모두 한 줄로 세워

져 한 사람이라도 머리를 밖으로 살짝만 내밀어

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치밀하게 조

직화 되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종교에 관해서는 추호도 용서가 안 되는 나

라. 간혹 남몰래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도 있었으

나 그들은 죽음을 면치 못했습니다. 악명 높은

북한의 정보기관인 보위부에서 10여 년 동안 근

무하며 심문이나 재판 과정 없이 바로 총살해 버

리는 것을 직접 듣고 접한 저로서는 탈북 후에도

자유로운 한국이라고 하지만 믿을 수도 없었고

애초에 믿음 생활은 하면 안 된다고 굳게 결심하

고 살아왔습니다.

탈북 후, 북한에 살고 계시던 부모님과 형제들은

병으로 한 분, 한 분 다 돌아가시고 세상에 오롯

이 저 혼자만 남게 되었습니다. 깊은 실의와 우

울증에 빠져 있을 때 부천에 사는 저의 동창이

“그러지 말고, 교회에 나와봐” 여러 번 권하는 친

구에게 “하나님이 나를 모르고 나도 하나님을 모

르는데 교회 간다고 마음속 상처가 치유되나?

또 나가면 누구랑 대화해야 해? 교회 간다고 하

나님이 계시는 건 아니잖아.” 생각해 보면 무지

몽매했던 자신이 참 부끄럽습니다. 어릴 적부터

뿌리 깊었던 그 공포와 두려움이 제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진단받은 두통약으로 아픔을 달래가

며 점점 무기력해지는 저를 보면서 많이 놀라고

가슴 아파할 때 제가 제일 존경하고 따르는 언니 한 분이 저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그때

언니는 과천교회를 8년간이나 꾸준히 다니고 있

었습니다. 좀 놀랍기도 했고 의문이 들기도 했습

니다. 교회가 싫거나 안 좋은 곳이라면 결코 짧

다고 볼 수 없는 8년 세월을 그 먼 곳까지 꾸준히

다닐 수 있었을까? ‘나도 한번 가보자’

언니의 손을 잡고 동네 가까운 많은 교회들을 마

다하고 여기, 과천교회로 오게 되었습니다. 썩 가

까운 거리가 아니라 살짝 싫은 마음이 들기도 했

지만, 저는 장례식에 가는 부득이한 날을 빼고는

꼬박꼬박 주일마다 과천교회에 나오게 되었습니

다. 아직은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도 많고 궁

금한 것도 많지만 참 좋은 곳인 것 같아 빠지지

않고 계속 다니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과천교회에 처음 온 날, 위임목사님의 말씀을 듣

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어디선가 친정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했고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여기 오면 아버지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구나’ 환희의 순간이었고 또 너무나도 따뜻하고 정이 많으신 분들을 만났

습니다. 과천교회에 오면 제가 마치 대접받는 느 낌이어서 너무 좋았고 이런 분들과 함께라면 나

의 마음속 상처도 씻은 듯이 낫지 않을까 하는

확신과 믿음이 생겼습니다. 정말 고맙고도 감사 한 말씀밖에 못 드리는 미안함이 요즘 점점 커지 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미안함이라면 제가 열 심히 하나님을 믿고 따르면 다 없어지는 것이 아 니겠습니까!

저는 이제부터 하나님을 믿고 따를 것이며 그렇 게 하는 것이 저를 따스하게 품어주신 분들에 대 한 예의고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이 자리 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사랑하는 이선녀 언니 에게 감사드리며, 또 그런 언니를 만나게 하시고 과천교회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더욱 큰 감사를 드립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아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연진 | 편집부

3년을 꼬박 앓았다. 몸과 마음이 톱니처럼 맞물려 정신

차릴 틈 없이 아팠다. 처음 몇 달은 소화가 잘되지 않았

다. 나중엔 배가 너무 아파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무슨 약을 써도 듣지 않고,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다니 허공을 헤매는 심정이었다.

이 의원 저 의원 전전하다 마침내 소장에 문제가 생겼

다는 걸 알았다. 큰 병은 아니지만 희귀한 질환이었다.

동시에 엄청나게 많은 제약이 나를 덮쳐왔다. 갑자기

나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손에 꼽히는 사람이 되었다.

김치도 삼겹살도 아이스 라떼도 내겐 별나라 이야기다.

가장 큰 어려움은 외로움이었다. 공감받지 못하는

외로움은 이제껏 내가 알던 외로움, 기껏해야 ‘고

독’ 같은 호사스런 감정과는 차원이 달랐다. 내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이 주위에 없

다는 서늘함이 들 때면 별수 없이 엉엉 울 었다. 먹지 못해 배가 주리는 날보다 외

로움에 마음이 주린 날이 더 많았다.

여전히 아팠던 작년 여름, 미국

에서 넬을 만났다. 그녀는 동생

의 이웃인데 이야기 끝에 나와

같은 질환을 오래 앓던 사람이

란 걸 알게 됐다.

넬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지역에서 유명한 화가다.

이제는 호전되어 나 보

란 듯 햄버거를 삼키

는 그녀에게 나는 물었다. “아픈 몸으로 어떻게 이

런 멋진 그림을 그렸어?” “아이 업고 울면서 그렸

지. 너도 지금 많이 아프지? 그보다 많이 외로울

거야. 아무도 이 병에 대해 알지 못하거든. 햄버거

를 먹지 못하는 너를 이상하게만 바라보거든. 맞

아, 난 네가 얼마나 외로운지 알아. 그래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도 알고, 지금도 버티고 있다는 것

도 알지. 조금만 더 힘내. 그럼 나처럼 햄버거를 먹

게 될 날이 올 거야.” 씩씩하게 말하던 그녀는 어

느새 나를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넬을 만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떠올린 소설이

바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였다. 비행 내내

얼른 착륙해 이 책을 읽고만 싶었다. 그러면 오랜

여행으로 인한 배고픔과 피로가 말끔히 풀릴 것

만 같았다.

소설 속 미하일은 하나님께 벌을 받아 땅으로 내

려온 천사이다. 그는 가난한 구두장이 세묜의 집

에 거하며 하나님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

는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

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 로 사는가?’

6년을 오롯이 바친 끝에 얻은 미하일의 답은 ‘사

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 였다. 춥고 지친 누군가

에게 외투와 국 한 그릇 내어줄 수 있는 마음. 내

일 다 제치고 타인의 외로움을 다독이는 손길, ‘당

신이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속삭여주는

존재.

그 곁에서 우리는 외로움이란 절망에서 벗어나

새해 같은 희망을 누릴 수 있다. 상투적이래도 할

수 없다. 나약한 마음을 부여잡고 사는 우리가 끝

내 갈망하는 건 그런 연결일 테니.

사람은 결국, 사람으로 인해 살아간다.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의 마음, 아니 하나님 당신 자체인 사

랑을 주고받을 때 우리는 비로소 따뜻해진다. 그

리고 그 온기가 우리를 버티게 한다.

외로움을 걷어내는 데 많은 사람이 필요한 건 아

니다. 대단한 행동이나 결심도 필요치 않다. 나의

아픔을 나와 같이 느끼고, 진심을 담아 등을 쓸어

줄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2025년도 반이 지났다. 입원하고, 퇴원하고, 회복

되어 가고. 그간 알게 된 건 나 하나 없어도 세상 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 한

구석이 무너져도 나는 여기에 있으리라, 다짐한

다. 아프고 넘어져도 굳이 꿋꿋해 볼 예정이다. 그

런 내가 있음으로써 누군가는 덜 외로운 세상이 될지도 모르기에.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요일 4:7-8)

영성순례

지나간 소식 다가올 소식

지난 4월과 5월, 그리스-튀르키예, 프랑스-독일로

두 팀이 영성순례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스-튀르

키예 영성순례팀은 4월 21일부터 5월 2일까지 40

명의 교우와 교역자들이 참여하였다. 아테네, 고린

통일선교학교, 북한선교주일

항존직 선출 투표

도, 겐그리아, 에베소, 비시디아 안디옥, 드로아, 베

뢰아 등 바울의 2차 전도여행지를 비롯하여 초기 기독교인들이 은신하던 갑바도기아의 데린쿠유 지

하도시 등을 탐방하였다. 프랑스 독일 영성순례팀

은 ‘오래된 새길 새로운 옛길, 영적인 여정을 우리

와 함께’라는 주제로 5월 19일부터 29일까지 35명

의 교우와 교역자들이 참여하였다. 위그노 박해와

종교개혁의 역사 현장을 방문하고, 떼제 공동체를 체험하면서 유럽 사회와 역사 깊숙히 이어져온 믿 음의 발자취 속에서 순결하면서도 강력한 성령의

역사를 목격할 수 있었다. 이번 영성순례 이야기는 하늘행복 나눔과 포토에세이에도 수록되었다.

6월 4주간 수요예배 초청 설교 및 강연과 함께 통일 선교학교가 진행되었고, 특별히 지난 6월 22일은 북 한선교주일로 하늘생명버스킹과 통일엽서전시회가 열렸다. 하늘생명버스킹은 하늘숲찬양대(어린이1 부), 씽씽주니어(어린이2부), 씽씽하이(어린이3부)가 복지관 앞에서 버스킹 공연을 연출하면서 대한민국 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지난 6월 22일, 29일 두 주에 걸쳐 항존직 선출투표를

위한 공동의회가 진행되어 장로 10명, 안수집사 24명, 권사 40명이 선출되었고, 출석안수집사 4명, 출석권사

3명이 신임되었다. 특히 장로 투표에서는 임현주, 전진

은 권사와 최종용, 이성희, 최용현, 민금홍, 황인철, 임

동선, 송창섭, 한상훈 안수집사가 선출되었다. 직분자

들의 임명식은 내년 2월 1일 교회창립75주년 기념주일 에 있을 예정이다. 과천교회를 위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기도와 땀으로 헌신할 귀한 일꾼들을 응원한다.

여름사역

다음세대 교육위원회

올해도 다음세대/청년교구/사랑부의 여름성경학

교/수련회가 시작되었다. 7월 5일 토요일 유치부를

시작으로 8월 19일 청년부 수련회를 마치기까지 45

일간의 뜨거운 여름이 펼쳐진다. 참여하는 모두가

성장하고 성숙하는 여름이 되도록 교우님들의 기

도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유아부 7/19(토) ~ 20일 (주) 교회 본관4층

영아부 7/12(토) ~ 13일 (주) 교회 본관4층 예수님 믿는 I(아이) Jump! Jump!

유치부 7/5(토) ~ 6일 (주) 노아숲체원

어린이2부 7/25(금) ~ 27일 (주) 교회 교육관2층

어린이1부 7/25(금) ~ 27일 (주) 교회 교육관1층 가스펠 탐험대와 함께하는 부흥 대작전

어린이3부 7/27(주) ~ 29일 (화) 무봉산청소년수련원

중고등부 7/27(주) ~ 29일 (화) 담터수양관 잠시 멈추고 함께 예배하자 청년교구 청년 8/15(금) ~ 17일 (주) 만리포청소년수련원 행복이란 무엇인가?

장애인사역

위원회 사랑부 7월 6일(주) 문원복지동산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찬양하라!

선교사 파송 * 정정보도

우리 교회에서 2016년부터 부목사로 사역해 온 박종 민 목사가 부인인 권아림 사모와 함께 베트남 사이 공드림교회로 떠나며, 7월 6일 4부예배에서 선교사

파송예식을 갖고 교우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예정이

다. 박종민 목사는 지난 10년간 청년교구를 시작으로

7·9, 8, 중앙, 의왕, 수산, 분수 교구를 담당하였고, 장 학회, 찬양, 차량관리, 전도, 장애인사역위원회등의

사역팀을 섬기면서 묵묵한 근면과 겸손으로 과천교 회의 교회됨을 위해 수고해왔다. 베트남 사이공드림 교회에서도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사역자가 되도 록 교우님들의 기도와 후원 부탁드린다.

지난 5월-6월호 ‘땀흘려 일하는 섬김’에서 ‘글로리 아 성가대’로 오기된 내용들을 ‘글로리아 찬양대’로 정정합니다. 참고로 우리 교단에서는 지난 제86회 총회 결의부터 ‘성가대’가 아닌 ‘찬양대’를 공식 명 칭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호는 중고등부 특집답게 학생들이 학교에

서 배우는 단어나 최근 자주 쓰는 용어들을 출

제하였습니다. 새삼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중고

등학교 시절에 정말 많은 것을 배웠더라구요.

지금도 이 어려운 공부를 하느라 불철주야 애

쓰는 우리 학생들을 격하게 응원합니다.

높은 난이도였음에도 새 퀴즈가 나오기까지 넉

달을 기다려오신 많은 애독 교우님들이 응모하

셨습니다. 초등학생 친구들부터 은빛 식구들까

지, 지성과 정성을 모아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아래와 같이 추첨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호

의 주인공이었던 중등부 친구들이 많이 응모한

덕에 좋은 결과를 얻어서 무척 반갑습니다. 돌

아오는 9월-10월호에서 출제될 다음 퍼즐도 꼭 함께해 주세요!

당첨자 명단

선물은 온라인으로 보내드립니다.

1위(1명)

신세계상품권

2위(2명)

도미노피자 상품권

3위(3명)

[이달의 고전] ‘아직도 가야 할 길’ 스캇 팩

4위(4명)

다이소 모바일 금액권

5위(5명)

스타벅스 커피쿠폰

신윤주(중등부)

박상이(8교구), 김정은(6교구)

이시영(중등부), 김정현(10교구), 한규빈(어린이3부)

박준호(8교구), 장수현(문원교구), 이규진(중등부), 신채영(청년교구)

김기희/이예담(은빛교구/중등부), 정해경(6교구), 위현승(3교구), 이재원(7·9교구), 김정윤(2교구)

하늘행복 9월-10월호 주제는 ‘우리교회 독서대장’ 입니다.

책에 관련된 교우님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추천하고 싶은 명작, 독서에 얽힌 사연, 최근 트렌드 소개, 책읽기 좋은 장소 등 어떤 주제도 좋습니다.

•응모처: gcpenroom@naver.com, 접수마감: 8월 1일

1부 예배 | 오전 6시 30분 | 대예배실

2부 예배 | 오전 8시 | 대예배실

3부 예배 | 오전 10시 | 대예배실

4부 예배 | 낮 12시 | 대예배실

5부 청년예배 | 오후 2시 30분 | 교육관 지하2층 드림홀

과천교회 하늘행복

2025년 07월-08월호| Vol.155

발행 과천교회 주소 13802, 경기도 과천시 관악산길 103 전화번호 02.502.2357 홈페이지 www.gcchurch.kr

발행인 주현신 지도 강성수 고문 이규흥 편집장 박혜경 편집차장 제희원 회계 박소리 편집위원 백연선 변창희 오은숙 최진영 조성아 심소라 이연진 제갈임주 최윤정 김수진 중등부편집위원 황윤하 디자인 드림북 원고접수 gcpenroom@naver.com

<하늘행복 155호>는 ① 박종철ㆍ남궁윤선 범사감사 (2회), ② 조순영, ③ 김인구ㆍ이애련 범사감사, ④ 권신남ㆍ강용남 변연 명예권사 추도, ⑤ 조순영 故김영수 집사 추도, ⑥ 김창석 범사감사, ⑦ 임규자 故이흥우 장로 추도, ⑧ 정윤택ㆍ최영분 세빛음악학원 3주년 감사 ⑨ 이민형, 성정화 범사감사, ⑩ 오상규, 김세나 결혼기념 감사하며 드린 발간 헌금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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